사회 진입을 앞둔 20대는 출발부터 빚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제활동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아직 학생 신분인 이들은 소득은 적으나 지출은 많아 부채부담이 커지고 있다.
20대는 높은 교육비와 물가상승으로 사회 진입 초기부터 빚의 수렁에 빠져든다.
연간 1000만원대로 치솟은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를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졸업 뒤 백수로 전락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청년유니온' 주관으로 20대 노동자 6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6%는 이미 빚이 있었다. 부채의 원인은 학자금 및 교육비(34.8%), 주거비(31.0%) 때문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자금은 20대 청년 부채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112만8341명, 액수는 9조79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청년실업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학자금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발표한 '대학 등록금 관련 주요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대출 연체액은 3046억원으로 지난 2007년 말(1266억원)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과도한 학자금대출은 20대 신용불량자를 키우고 있다. 학자금 원리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은 지난 2007년 3785명에서 지난해 말 2만5366명으로 6.7배 증가했다.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제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과 신용이 낮은 20대는 돈 빌리기도 쉽지 않다. 자산이 없어 대부분 급전이 필요할 때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신용대출은 주로 저축은행, 캐피털사, 대부업체 등에서 취급하며 금리는 평균 28∼39%로 매우 높다. 결국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해 빚의 노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true@fnnews.com김아름기자
30대,빚 내서 빚 갚기 바쁘다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한국의 30대를 상징하는 두 신조어처럼 이 시기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험난한 인생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미만 가구주의 부채 총액은 1920만원이었으나 30대 가구주의 부채는 5632만원으로 3배 가까이 많았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비율도 30대 미만에선 48.7%로 절반에 못 미쳤으나 30대 들어서면 67.7%로 급증했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도 3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30∼60대 연령대 중 30대가 가장 적다.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순자산 규모를 보면 50대가 가장 많은 가구당 평균 2억9930만원이었으며, 30대는 60대와 40대보다 적은 1억5519만원에 그쳤다. 가정을 꾸린 연령대 중 30대가 가장 빈곤한 세대층인 셈이다.
특히 소득이 적은 30대는 필요한 자금을 빚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일해서 빚을 갚는 근로빈곤층(워킹 푸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30대는 내집마련 부담으로 빚의 올가미에 걸려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지만 원리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뜻하는 '하우스 푸어'도 30대의 비중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하우스푸어 비중은 20.1%로 평균인 10.1%의 2배에 이르고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주택 문제는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집을 사지 않아도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생활비가 모자라는 30대에겐 신용카드도 부채를 부풀리는 요인이다. 30대가 주 고객층인 선포인트 카드는 '첫 차'를 구입할 경우 일정 금액을 특정 카드로 결제하면 200만원가량의 차값 할인 혜택을 준다. 최근에는 차량 외에 가전제품 등에도 선포인트 카드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할인된 만큼의 포인트를 갚으려면 많은 금액을 선포인트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일정 금액을 카드로 사용하지 못하면 카드 결제대금에서 그만큼이 빠져나간다. 결혼과 동시에 할부로 차량을 구입한 30대 직장인 B씨는 "선포인트 카드로 30만원을 할인받았지만 할인받은 금액을 포인트로 상환하려면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사용하기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30만원이 마치 3000만원의 빚처럼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
40대,부채의 고개마루에 서다
20∼30대에는 부지런히 저축하고 40∼50대에는 이를 잘 유지하고 60대부터는 효과적으로 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0대에겐 자산과 부채의 유지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상은 40대에 빚에 허덕이는 가장이 가장 많다.
40대는 내집마련 등을 위해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 자녀 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늘어난다. 대출로 집을 마련해 원리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데다 지출은 늘어나 생계에 부담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30대부터 쌓이기 시작한 빚이 정점에 달하는 시점이 40대다. 지난해 통계청의 2010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채보유 가구는 40대가 71.1%(평균 7513만원 보유)로 가장 많았다.
40대의 빚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연이어 경신한 29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하면 전달보다 2조5000억원 더 증가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구성의 부동산 편중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2억7268만원, 이 중 부동산은 75.8%(2억661만원)를 차지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주택대출이 모자라는 소득을 대체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와 창업자금 마련 등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4월 9조3000억원에 달했으며 이 중 42.7%에 해당하는 4조원 정도가 주택구입용도 외 생활자금용 대출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안정적인 대출자산 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중 생활자금용 대출이 급증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금은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 주택구입 용도 이외의 소비에 많이 쓰이고 있다"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기간에 아마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김아름기자
50대,끝까지 발목 잡는 빚
'빚으로 갈음하는 편안한 노후.'
많은 자산을 보유한 50대 이후 노령층도 인생의 끝자락에 이를 때까지 빚에 발목을 잡힌다.
이 시기엔 생애 가장 큰 부담이 됐던 주택구입자금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하지만 50세가 넘어도 부담해야 하는 자녀교육비와 결혼자금은 퇴직에 대한 불안감과 겹쳐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를 살펴보면 자산은 50대 연령 가구가 3억5848만원으로 가장 많고 60세 이상이 2억949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50대는 부채 역시 가장 많았다. 50대 가구 중 66.6%가 가구당 평균 8806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60세가 넘어가면 빚이 모두 정리돼 없을 듯하지만 40.1%가 평균 7613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금액인 4263만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은 연령별 소득과 관련이 있다"면서 "50대 초반을 정점으로 가계소득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부채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도 50대 이상 가구의 부채 원인으로 꼽힌다. 60세 이상 가구의 경우 전체 자산 총액 중 부동산 비중은 85.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금융자산은 13%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전·월세 보증금을 부동산으로 분류할 경우 특히 50대 이상 고령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90%에 육박한다"며 "금융저축을 줄이고 부동산은 오히려 늘리고 있어 막 은퇴시기가 도래한 국내 베이비부머의 노후생활 대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45∼54세를 기점으로 소득이나 금융자산 비중이 줄기 때문에 55세 이상 고연령층 부채보유 가구의 경우 평균 부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가처분소득이나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높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결혼연령이 늦어져 50대가 넘어서도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부채는 인생 말년에도 족쇄가 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자녀교육비와 생활비 등으로 '빚'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50∼60대의 모습이 되고 있는 것이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
'부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 복지가 사회의 거대 담론이 된 대한민국 사회.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에선 입학과 결혼, 출산, 양육, 은퇴 등 인생의 변곡점마다 빚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 인간, '호모 이코노미쿠스'처럼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부채는 넘을 수 없는 강이 됐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 삶을 시작하는 대학 졸업생 중 등록금을 빚으로 틀어막아야 하는 대다수 서민들은 5년 안에 닥칠 결혼과 그 이후 출산, 자녀교육 등 끊임없는 지출의 쳇바퀴 속에 갇힌다. 이어 자녀의 결혼과 은퇴 이후 노년의 삶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일생은 부채와의 전쟁으로 귀결된다.
사람의 일생과 가계부채의 관계를 설명하는 고전적 이론인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일생 동안 소비는 크게 변하지 않는 반면, 소득과 자산은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리기 때문에 역U자 형태를 보인다.
문제는 부채와의 전쟁에서 언제 우위를 점하느냐다. 즉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인생의 손익분기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부채와의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셈이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이 10차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09년 분석한 결과, 가구주 나이가 64세가 될 때까지 가구당 부채는 증가하다 65세가 돼야 감소하기 시작했다. 소득대비 부채비율(DTI)도 55세까지 늘어나다 이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퇴직에 임박한 50대 중반에 이를 때까지 부채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진다. 부채 보유 가구만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분위 1분위는 처분가능 소득 중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액이 70.2%를 차지한다. 최저 소득계층은 대부분의 소득을 빚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그러나 5분위층은 이 비율이 24.6%밖에 되지 않는다. 부채의 압박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저소득층의 경우 은행보다 금리 부담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급격한 금리인상 시 부채의 노예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높은 편이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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