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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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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땅이 형체 나눠 두 사이가 꽉 찬 가운데 / 大塊分形塞兩間
삶과 죽음의 풍기가 함께 서로 치고 때리니 / 生風死氣共相摶
내 어찌 감히 새부리를 불태울 수 있으며 / 火燒鳥觜吾何敢
용 수염을 얼어 빠지도록 춥게 할 수 있으랴 / 氷脫龍髥我豈寒
하지만 방촌의 밝은 맘은 우주를 포용하고 / 方寸靈臺包宇宙
잘 다스린 태평성대는 인재들을 모은다네 / 陶甄聖世集衣冠
지금 홀로 앉아서 만사를 잊은 곳에 / 只今獨坐忘懷處
정정의 공부가 문득 몹시 어렵구나 / 靜定功夫却甚難
[주D-001]새부리를 …… 있으며 : 봄 에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을 뜻한다. 새부리란 곧 꽃 속의 심을 가리킨 것으로, 백거이(白居易)의 〈감춘(感春)〉 시에 “꽃 방은 새의 부리가 붉은 듯하고, 못 물결은 고기 비늘이 푸른 듯하네.[花房紅鳥觜 池浪碧魚鱗]”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용 수염을 얼어 빠지도록 : 한유(韓愈)의 〈고한(苦寒)〉 시에 “불 맡은 형혹성은 궤도를 잃었고, 여섯 용은 수염이 얼어 빠졌도다.[熒惑喪躔次 六龍氷脫髥]” 한 데서 온 말로, 매우 혹독한 추위를 의미한다.
[주D-003]정정(靜定) : 불 교(佛敎) 용어로, 심려(心慮)를 맑고 고요하게 하여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대학장구(大學章句)》 경 1장에 “그칠 줄을 안 다음에야 뜻이 정해지나니, 뜻이 정해진 다음에야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知止而后有定定而后能靜]” 한 것을 말한 듯하다.
포박자(抱朴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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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감상하던 삼생석은 아직 그대로인데 / 弄月三生尙宛然
갈홍천 가에는 구름 연기만 자욱하구나 / 葛洪川畔鎖雲煙
나에겐 본디 한가한 천지가 따로 있기에 / 我家自有閑天地
고요함 속의 공부가 참선과 흡사하다오 / 靜裏功夫似坐禪
[주D-001]달 …… 자욱하구나 : 당 (唐)나라 때 이원(李源)이 일찍이 낙양(洛陽) 혜림사(惠林寺)에 있을 적에 승(僧) 원택(圓澤)과 매우 친밀하게 지냈는데, 하루는 둘이 배를 타고 남포(南浦)에 놀러 갔다가, 비단 배자를 입고 물을 긷는 한 부인(婦人)을 보고는 원택이 울면서 이원에게 말하기를 “저 부인이 임신한 지 3년이 되었는데, 내가 의당 그의 아들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뒤의 중추일(中秋日) 달밤에 항주(杭州) 천축사(天竺寺) 뒤에서 공(公)과 다시 만나기로 하자.” 하고, 원택은 그날 밤에 과연 죽었고, 그 부인은 과연 그날 아이를 낳았다. 이원이 그로부터 12년 뒤에 과연 그곳을 찾아가 보니, 갈홍천(葛洪川) 가에서 한 목동(牧童)이 소뿔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나는 삼생석 위의 그 옛날 정혼이거니, 음풍농월하는 건 굳이 논할 것도 없네. 친한 벗이 멀리 찾아 주매 진정 부끄럽지만, 이 몸은 달라졌으나 본성은 그대로 있다오.[三生石上舊精魂賞月吟風不要論 慚愧情人遠相訪 此身雖異性長存]” 하여, 서로 친구였음을 확인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삼생석은 곧 이원과 중 원택이 재회(再會)했던 곳의 돌을 가리키고, 갈홍천은 그곳의 지명이므로, 이 시에서는 곧 진(晉)나라 때 포박자(抱朴子) 갈홍(葛洪)은 신선술(神仙術)에 통하여 지금은 간 곳이 없지만, 삼생석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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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함 좋아한 당초엔 십주를 외우다가 / 好怪當初記十洲
돌아와서 춘추의 필법을 점검해 보니 / 歸來筆法檢春秋
우리 도는 만고에 귀착할 곳이 있는데 / 斯文萬古有歸宿
제자의 잡설들은 참으로 황당키만 하네 / 雜說衆家眞謬悠
어린애가 문에서 기다린 건 도 정절이요 / 稚子候門陶靖節
맑은 시가 도에 가까운 건 완 진류로다 / 淸詩近道阮陳留
노년의 흥취는 오히려 광기가 심해져서 / 老年情興猶狂甚
잔뜩 취하면 때로 온갖 근심을 흩뜨리네 / 爛醉時時散百憂
[주D-001]십주(十洲) : 선인(仙人)이 거주한다는 10곳의 섬으로, 즉 조주(祖洲), 영주(瀛州), 현주(玄洲), 염주(炎洲), 장주(長洲), 원주(元洲), 유주(流洲), 생주(生洲), 봉린주(鳳麟洲), 취굴주(聚窟洲)를 말한다.
[주D-002]어린애가 …… 도 정절(陶靖節)이요 : 정절은 도잠(陶潛)의 시호인데, 도잠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동복들은 기뻐하며 맞이하고, 어린 것들은 문에서 기다리네.[僮僕歡迎 稚子候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맑은 시가 …… 완 진류(阮陳留)로다 : 삼 국(三國) 시대부터 진류에는 완우(阮瑀), 완적(阮籍) 부자(父子)를 비롯하여 완씨(阮氏)의 명사(名士)가 많이 배출되었는데, 두보(杜甫)가 일찍이 은사(隱士) 완방(阮昉)에게 준 〈이완은거(貽阮隱居)〉 시에 “진류의 옛 풍속이 쇠퇴해져서, 인물을 세상에 쳐줄 수 없었는데, 변새에서 완생을 만나고 보니, 멀리 옛 부조를 계승하였네.……맑은 시가 도의 요체에 가까우니, 그대 고심하여 지은 걸 내 알겠네.[陳留風俗衰 人物世不數 塞上得阮生逈繼先父祖……淸詩近道要 識子用心苦]”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의 완 진류는 곧 완방을 가리킨 것이다.
기러기 소리를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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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러기 끼룩끼룩 또 북으로 날아가니 / 春雁噰噰又北飛
구름 나직한 사막엔 가랑눈이 내리겠지 / 雲低沙塞雪霏微
누가 알리요 그 당시 한림학사 이 몸이 / 誰知當日鑾坡客
너와 함께 가려다 아직도 못 가는 걸 / 欲與汝歸猶未歸
강 남쪽 곳곳마다 떨어진 매화 날릴 제 / 江南處處落梅飛
수다한 북쪽 사람들은 식미를 노래하네 / 多少北人歌式微
또 봄바람 속에 외기러기 소리를 들어라 / 又向春風聞斷雁
어느 날에나 너와 함께 돌아가게 될런고 / 不知何日得同歸
베개맡의 한 소리 봄 기러기 날아갈 제 / 枕上一聲春雁飛
새벽동이 터오니 빛은 정히 희미하여라 / 晨光欲動正熹微
강 남쪽과 변새 북쪽은 왜 그리도 멀던고 / 江南塞北何迢遞
천명 인심은 절로 돌아가는 데가 있구려 / 天命人心自有歸
만리 길에 줄을 지어 가지런히 날아가니 / 萬里成行不亂飛
성대한 천도는 하찮은 새에까지 미치었네 / 天機袞袞羽毛微
끼룩 소리는 창 앞의 나그네를 일깨우는 듯 / 一聲似警窓間客
수염이 다 세도록 돌아가지 못했냐고 / 白盡髭鬚尙未歸
그 옛날 저 연산에 단풍 잎새 날릴 적엔 / 記得燕山紅葉飛
끼룩 소리 듣고 내 벼슬할 맛 떨어졌었지 / 客窓聞雁宦情微
몇 번이나 집에 돌아갈 생각 일으켰던고 / 幾回惹起還家計
그때 날 돌아가라 재촉한 게 고맙고말고 / 爲謝當年催我歸
[주D-001]식미(式微)를 노래하네 : 《시 경》 패풍(邶風) 식미에 “쇠할 대로 쇠했거늘, 왜 아니 돌아가리오. 님 때문만이 아니라면은, 어이하여 이 곤욕을 당하리오.[式微式微 胡不歸 微君之故 胡爲乎中露]”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약소국인 여(黎)나라 임금이 오랑캐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위(衛)나라에 가서 구원을 기다리며 오래도록 무료한 세월을 보냈으나, 위나라에서는 군사를 풀어 여나라를 찾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으므로, 이에 그 시종신(侍從臣)들이 임금에게 돌아갈 것을 권고하여 부른 노래라 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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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꾀론 공역을 교묘히 면하고 / 黠謀規避役
생활 계책은 주거를 거듭 옮겼네 / 活計重移居
쌀 곳집은 친히 농사지은 덕이요 / 米廩身耕後
뽕나무 밭은 손수 심은 나머질세 / 桑畦手種餘
고을 관장은 위문을 자주 오고 / 州官存卹數
바다 도적은 침구가 드물어졌는데 / 海盜入侵疎
백 년 후에 아이들이 자라나거든 / 百年兒子長
어찌 다시 내 고향을 생각하리오 / 肯復念鄕閭
오피상행(烏皮牀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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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상 위에 오각건 쓰고 앉아 있노니 / 烏皮牀上烏角巾
일개 서생의 늙고 쇠한 이 몸이로다 / 一箇書生衰老身
근심 질병 많은 지 지금 그 몇 해이던고 / 多憂多病今幾春
몸과 얼굴 수척해라 진액이 다 빠졌네 / 面瘦體羸消液津
당년엔 얼굴 곱고 뼈와 살이 팽팽하여 / 當年渥丹骨肉均
조정에서 의젓하게 조관들과 어울렸거니 / 高步廊廟隨簪紳
누가 알았으랴 오늘 새로운 흥취 발하여 / 誰知今日發興新
오피상 두드리며 맑은 먼지 날릴 줄을 / 手叩烏皮飛素塵
인간의 출처란 다 서로 연관되는 것이니 / 人間出處皆相因
홀로 선 목은이야 이웃 없을 게 뻔하잖나 / 牧隱獨立應無隣
늘그막의 한가한 생활은 진정 평화로워라 / 老境燕居信申申
하늘이 타이르듯 안락으로 이끌어주네 / 造物引逸如諄諄
봄바람 가을 달 좋은 시절 많기도 한데 / 春風秋月多良辰
앉았다 누웠다 하며 내 정신 기르노니 / 我坐我臥頤精神
조화를 깊이 연구하면 도의 요체에 들고 / 沈思鴻濛入道眞
적막을 만족히 여겨라 거마도 필요 없네 / 快意寂寞無蹄輪
오피상과 나와는 가장 서로 친하거니와 / 烏皮與我最相親
내 육척의 몸 실어 주어 효도를 행하거니 / 載我六尺明彝倫
능히 천하 사람에게 그 교화를 입혀서 / 能令天下入陶鈞
요순 임금에 요순 시대 백성을 만들리라 / 高舜君兮高舜民
[주D-001]오피상(烏皮牀) : 오 피궤(烏皮几)와 같은 뜻으로, 검은 염소 가죽으로 장식한 안석(安席)을 가리킨다. 두보(杜甫)의 〈장부성도초당도중유작(將赴成都草堂途中有作)〉 시에 “금관성 서쪽의 생활은 워낙 곤궁하지만, 오피궤가 있기에 도리어 가고만 싶네.[錦官城西生事微 烏皮几在還思歸]” 하였다.
큰 바람 소리를 듣고 짧은 노래를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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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도 웅장해라 누가 저리 울리는고 / 嘻嘻雄哉誰使鳴
큰 바람이 밤새도록 대지를 진동하누나 / 大風動地終夜聲
한 고조는 정히 천하를 내내 지키려고 / 漢祖政欲謀持盈
어떡하면 장사 얻어 사방을 지킬꼬 하여 / 安得壯士守四方
깊은 심정 토출해서 국운을 붙들려 했네 / 吐出肺腑扶明堂
병든 이 늙은이는 억지로 몸 부지하면서 / 病翁瘦骨強支持
흥이 나면 붓 잡아 시가를 쓰곤 하는데 / 興來把筆題歌詩
봄이 추워 날마다 큰 바람이 하 불어서 / 春寒日日多大風
초목을 뒤흔들고 곤충까지 놀래키누나 / 震蕩草木驚昆蟲
산밭은 눈이 녹아 언 흙이 융해되었고 / 山田雪消土脈融
초막집은 쑥대 속에 낡아 기울었거니 / 草廬欹側蓬蒿中
사직하고 물러남은 못 할 바 아니건만 / 上章乞退非不能
위수 가로 머리 돌린 두릉이 생각나네 / 回首渭濱思杜陵
명명하신 우리 님은 한창 강건하신지라 / 明明我王日初昇
대풍가 짓고 나니 날아오를 것만 같네 / 聞風作歌將飛騰
[주D-001]한 고조(漢高祖)는 …… 했네 : 한 고조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고향인 패(沛) 땅에 들러 부로(父老)와 자제(子弟)들을 패궁(沛宮)으로 초대하여 주연(酒宴)을 크게 베풀고 술이 거나해지자, 스스로 대풍가(大風歌)를 지어 친히 축(筑)을 치면서 노래하기를 “큰 바람이 일어나니 구름이 날리었도다. 위엄이 천하에 입혀져서 고향에 돌아왔네. 어떻게 하면 용사들을 얻어서 사방을 지킬꼬.[大風起兮雲飛揚威加海內兮歸故鄕 安得猛士兮守四方]”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위수(渭水) 가로 …… 생각나네 : 두 릉(杜陵)은 호가 소릉(少陵)인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의 〈봉증위좌승장이십이운(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 시에 “지금 동해로 들어가고자 하여, 즉시 장안을 떠나려 하다가도, 아직도 종남산을 그리워하여, 머리 돌려 맑은 위수 가를 바라보노라.[今欲東入海 卽將西去秦 尙憐終南山 回首淸渭濱]” 한 데서 온 말로, 도성을 차마 떠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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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꽃에 가서 나비 덮치길 좋아하고 / 黃鶯入花喜捎蝶
비취새는 물결 가르고 고기를 잘 잡아내네 / 翠鳥擘波工得魚
기럭은 먹을 것만 찾고 고니는 쉬질 않으니 / 雁有稻謀鵠不息
누가 달 속에 달려가 두꺼비를 올라 탈꼬 / 有誰奔月騎蟾蜍
[주C-001]연아(演雅) : 시체(詩體)의 하나로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시체는 새, 짐승, 곤충 등 여러 가지 동물들을 소재로 하여 각 구절마다 반드시 한 가지 혹은 두 가지의 동물명을 넣어서 짓는 것이 특징이다.
[주D-001]기럭은 …… 않으니 : 두 보(杜甫)의 〈동제공등자은사탑(同諸公登慈恩寺塔)〉 시에 “황곡은 쉬지 않고 날아가면서, 슬피 울어라 그 어드메 의지할꼬. 그대는 철새 기러기를 보았나, 각각 먹을 것 찾는 꾀가 있다네.[黃鵠去不息哀鳴何所投 君看隨陽雁 各有稻粱謀]”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고니는 곧 특립독행(特立獨行)하는 지사(志士)를 비유한 것이고, 기러기는 곧 권세에 아부하여 녹위(祿位)를 탐하는 자들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누가 …… 올라 탈꼬 : 한 유(韓愈)의 〈모영전(毛穎傳)〉에서 고대 전설을 인용하여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중산(中山)의 토끼[兔]가 신선술(神仙術)을 터득하여 항아(姮娥)를 훔쳐서 두꺼비[蟾蜍]를 타고 달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후대에는 은거하여 벼슬하지 않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암방사(巖房寺)에서 청재(淸齋)하던 일이 한바탕 꿈만 같아서 개연히 세 절구(絶句)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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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꼭대기에 암방사를 세워 놓으니 / 南山絶頂架巖房
팔부의 용천들이 부처를 옹위하누나 / 八部龍天拱上方
몇 번이나 깨끗한 재계로 연야를 묵었던고 / 幾向淸齋連夜宿
바람 소리 달빛이 아득한 천지를 덮었었지 / 風聲月色壓蒼茫
술 금하고 훈채 끊어 내 마음 맑히거니 / 止酒絶葷淸我心
더러운 먼지가 감히 침범하도록 하랴만 / 肯敎塵滓敢相侵
곧장 천지 사이 끝없는 한을 쓰다 보니 / 直書天地無窮恨
점차 호리병 그리듯 힘써 읊지 않았네 / 漸似胡蘆不費吟
병 깊고 일 없는 게 다시 서로 관계되어 / 病深無事更相關
이 생명을 오로지 복약에 의지했었는데 / 性命全憑藥餌間
다만 반가운 일은 경산의 초은 노인이 / 只喜京山樵隱叟
내 있는 곳 찾아서 남산을 올라왔음일세 / 却尋吾迹上南山
[주D-001]팔부(八部)의 용천(龍天) : 불 법(佛法)을 수호하는 여덟 신장(神將)들로, 즉 천(天), 용(龍), 야차(夜叉),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건달바(乾闥婆),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伽)의 팔신(八神)을 가리키는데, 이 가운데서 천과 용이 으뜸이므로 특히 팔부 용천이라 한 것이다.
[주D-002]점차 …… 않았네 : 옛 사람이 그린 양식(樣式)에 따라서 호리병을 그리듯이 옛사람의 것을 본뜨기만 하고 새로운 생각을 창안(創案)해내지 못함을 이른 말인데, 송 태조(宋太祖)가 일찍이 한림학사(翰林學士) 도곡(陶穀)을 비웃으며 이르기를 “듣건대, 한림학사는 제서(制書)를 초(草)할 때에 모두 옛사람이 저술해 놓은 구본(舊本)을 점검하여 사어(詞語)만 바꾸어서 쓴다고 하니, 이것은 세속에 이른바, 옛사람의 양식에 따라서 호리병을 그린다는 것이니, 무슨 힘을 쓴 것이 있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경산(京山)의 초은(樵隱) 노인 : 경산은 성주(星州)의 옛 이름이고, 초은은 고려 말기의 명신(名臣)으로 본관이 성주인 이인복(李仁復)의 호이다.
이자안(李子安)이 병을 앓은 지 이미 달포가 되었는데, 한 상당(韓上黨)이 나에게 함께 가서 문병을 하자고 요청함으로 인하여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나 또한 병이 발작하여 말에 오르지 못했는데, 그의 아들이 와서 곽향(藿香)을 구하므로, 인하여 느낀 바가 있어 노래를 지어서 스스로 위로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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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옹은 재주도 없이 지위만 또 높아졌고 / 牧翁非才位又亢
도은은 좋은 때 만나 기가 한창 장성하니 / 陶隱逢辰氣方壯
복이 넘쳐 재앙 생긴 나는 탄식할 뿐이요 / 福過災生我方嘆
액운 가고 행운 옴은 그대에게 바람일세 / 艱極泰來君所望
도성에 같이 살아도 서로 보기 어려워라 / 同居城中相見稀
나는 자취 숨기고 비방을 피할 뿐이라네 / 屛跡祗應深避謗
근래에 세월은 어찌 그리도 잘 가는지 / 邇來歲月何崢嶸
봄바람 화창한 기운을 곧 보게 되련만 / 漸見春風和氣暢
그대 또한 병을 앓아 문을 나오지 않으니 / 如君又病不出門
누가 내 말 들어 주고 내 시에 화답해 줄꼬 / 誰聽予言和予唱
구름 연기 천변만화로 지척이 희미하고 / 雲煙變化迷咫尺
바위 골짝은 사방에 병장처럼 두른 데다 / 巖壑周遭列屛障
맑은 바람 밝은 달이 소리와 빛을 지어서 / 淸風明月作聲色
조화옹의 한없는 곳집을 다 쏟아 내나니 / 傾倒化工無盡藏
소아가 나뉘기 이전을 곧장 탐색하건대 / 直探騷雅未分前
빈시가 바로 우리 웃어른뻘이라 하겠네 / 豳詩乃我丈人行
후세의 작자들이 천하에 가득하리니 / 後來作者滿天下
우리 서로 종유하며 추향을 삼가자꾸나 / 聊與翶翔愼趨向
그대는 마음 안정하여 몸을 잘 보전하게나 / 君其安心善自保
약을 먹는 게 정신을 수양함만 못하다네 / 藥餌無如自頤養
바람 안 불고 날 쾌청하여 나갈 만하거든 / 天晴不風可以出
복건 쓰고 찾아가서 그대 안부를 물으리 / 幅巾敲門問無恙
[주C-001]이자안(李子安) : 고려 말기의 문신 이숭인(李崇仁)을 가리킨다. 자안은 그의 자이고, 호는 도은(陶隱)이다.
[주C-002]한 상당(韓上黨) : 상당군(上黨君) 한수(韓脩)를 가리킨다.
[주D-001]소아(騷雅) :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와 《시경》의 소아(小雅), 대아(大雅)를 합칭한 말인데, 이는 곧 옛 시문(詩文)의 뛰어난 풍격(風格)과 전통(傳統)을 상징한 것이다.
[주D-002]빈시(豳詩) : 《시경》 빈풍(豳風) 시를 가리키는데, 이 시는 주공(周公)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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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삭신이 쑤시고 아파서 / 終夜肌骨酸
마음 잡기 참으로 몹시 어려웠네 / 操心良甚艱
달빛은 창문으로 새어 들오는데 / 月色入窓戶
동풍은 불어도 아직 차가웁구나 / 東風吹尙寒
우뚝이 앉아서 크게 탄식하노니 / 兀坐發浩歎
세월은 나는 공처럼 빨리만 가네 / 流光如跳丸
군자는 즐기는 곳이 따로 있거니 / 君子有樂處
어찌 이 단사표음에 있으리요 / 豈伊在瓢簞
선을 쌓아 남은 복이 있기만 하면 / 爲善如有餘
한집안도 하늘땅처럼 너르리라 / 一家天地寬
청춘이 이미 절반을 더 지났거니 / 靑春已強半
탕의 반명을 힘써 본받아야겠네 / 勉哉銘湯盤
[주D-001]단사표음(簞食瓢飮) : 공 자가 이르기를 “어질도다, 안회여. 한 도시락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누추한 시골구석에서 살자면 다른 사람은 그 걱정을 견디지 못하건만,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변치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回也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주D-002]탕(湯)의 반명(盤銘) : 탕 임금이 자신을 경계하는 뜻으로 목욕하는 그릇에 새긴 글을 가리키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진실로 어느 날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로워져야 하고 또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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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국공주가 승하하신 뒤요 / 魯國賓天後
광암사에 자리 잡은 처음이로다 / 光巖卜地初
소신은 일찍이 조칙을 받들었고 / 小臣曾受勅
태사는 상여를 함께 붙들었었네 / 太史共扶輿
산수는 높고 광대한 속이요 / 山水峩洋內
세월은 자꾸 흐르는 나머지로다 / 星霜荏苒餘
종묘사직은 끝없이 이어지고 / 宗祧綿鳳曆
화려한 단청은 앙려에 빛나누나 / 金碧耀鴦廬
적막한 곳은 선승의 자리이고 / 寂寞禪僧榻
희소한 것은 재상의 수레로다 / 稀疎宰相車
비문도 아직 다 새기지 못했는데 / 刻碑猶未竟
비액을 고치는 게 정히 어떠한고 / 改額定何如
바다 기운은 구름 기운과 연하고 / 海氣連雲氣
정원 채소는 들 채소와 섞이었네 / 園蔬雜野蔬
솔을 심어라 골짝에 우뚝이 솟고 / 栽松將出洞
물을 끌어라 도랑 또한 흐르누나 / 引水亦流渠
풀은 무성해 응당 길이 희미하고 / 草茂應迷路
산들은 모여 여염으로 들려 하네 / 峰攢欲入閭
무정한 산수는 함께 빙 둘러 있고 / 無情共圍繞
불상들은 모두 한가롭기만 하여라 / 有像儘容與
명복은 은미하면서도 드러나고 / 冥福微而顯
진리는 실하면서도 허한 듯하네 / 眞機實若虛
그 몇 번이나 바위 가의 길에서 / 幾回巖畔路
피눈물 흘리며 다시 머뭇거렸던고 / 泣血更躊躇
[주D-001]노국공주(魯國公主)가 …… 처음이로다 : 노 국공주는 원(元)나라 왕족(王族)으로 고려 공민왕(恭愍王)의 비(妃)가 된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를 가리키고, 광암사(光巖寺)는 개성(開城)의 봉명산(鳳鳴山)에 있던 절로, 뒤에는 운암사(雲巖寺), 창화사(昌化寺)로도 불리었는데, 일찍이 공민왕은 공주와 함께 이 절에 행차했고, 공주가 죽은 뒤에는 공주의 능(陵)을 이 절 근처에 쓰고 자주 이 절에 행차하여 공주의 명복(冥福)을 빌었다. 이 절은 뒤에 공주의 정릉(正陵)과 공민왕 현릉(玄陵)의 조포사(造泡寺)가 되었고, 절의 비문(碑文)은 우왕(禑王) 때 이색(李穡)이 찬하고 한수(韓脩)가 글씨를 썼다.
[주D-002]앙려(鴦廬) : 궁전(宮殿)의 동서(東西) 쪽에 위치한 익랑(翼廊)을 가리킨다.
측측편(惻惻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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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밤은 썰렁하기 물 같은데 / 永夜冷似水
꿈 깨고 나선 또 전전반측하다가 / 夢斷又反側
앉아 생각하니 몸이 이미 늙어서 / 坐念老已至
머리털 희고 낯은 되레 검어졌네 / 髮白面却黑
한산은 저 아득한 곳에 있어 / 馬邑在縹渺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데 / 欲去不可得
두어 이랑의 토지를 하사하시니 / 敕賜數畝地
성상의 은택이 실로 망극하도다 / 聖澤實罔極
광수는 예부터 사모하던 바인데 / 廣受古所慕
늙은 내가 다행히 그 자취 이었네 / 老我幸繼蹟
바른 기록은 신사에 있으려니와 / 直述有信史
병자 구제함은 바로 큰 덕이로세 / 卹病是大德
견마 같은 소신 목숨 보호하시니 / 保此犬馬齒
소신은 밤낮으로 축수할 뿐이로다 / 祝壽向日夕
덕을 칭송하며 뜻을 쓰려고 하니 / 頌德欲寫意
눈물이 쏟아져라 몹시도 슬프구려 / 淚落自惻惻
[주D-001]광수(廣受) : 한 선제(漢宣帝) 때의 태자 태부(太子太傅) 소광(疏廣)과 그의 조카인 태자 소부(太子少傅) 소수(疏受)를 합칭한 말이다. 소광이 태자 태부가 된 지 5년 만에 스스로 성만(盛滿)을 경계하는 뜻에서 병을 핑계로 상소하여 사직하고 조카 소수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천자(天子)는 황금(黃金) 20근을, 태자(太子)는 50근을 각각 하사하였고, 공경대부(公卿大夫) 친구들은 동도문(東都門) 밖에 전별연(餞別宴)을 베풀었는데, 이때 그들을 환송(歡送) 나간 차량(車輛)은 무려 백여 대에 이르렀고, 도로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이들은 모두 그들을 어진 대부(大夫)라고 칭찬하면서 혹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한다. 《漢書卷71 疏廣傳》
[주D-002]신사(信史) : 확실하여 믿을 수 있는 사적(史籍)을 말한다.
유유편(悠悠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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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하늘땅 사이에서 / 吾生乾坤中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으니 / 飄蓬無東西
연경에 가서는 시서를 전공하여 / 游燕攻詩書
명유를 항상 본받으려 생각하고 / 名儒常思齊
문장의 종사를 모시고 따르면서 / 追隨文章宗
문장 꾸미는 데에 전심했기에 / 冥心之而兮
도학의 경지엔 비록 어둡지만 / 雖然迷門墻
여기서 발신의 계제를 얻었었네 / 於玆爲堦梯
관등을 뛰어넘어 삼공에 올랐다가 / 超遷陞台司
노년엔 물러나서 조용히 지내니 / 衰遲安幽棲
좋은 친구들이 자주 찾아와서 / 良朋頻來過
향기로운 술까지 가져다 주네 / 芳醪仍携提
취해 노래하며 형해를 잊노라면 / 酣歌忘形骸
과연 누가 높고 낮을 게 있을꼬 / 誰雲而誰泥
그럭저럭 타고난 명 누리는 속에 / 悠悠終天年
찬바람만 굽이진 시내서 일어나네 / 寒風興回溪
정 산기(鄭散騎)를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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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 하늘의 바람과 달 같은 정 오천은 / 光風霽月鄭烏川
홀로 경전 연구하여 끊긴 도학 이었네 / 獨究遺編續不傳
일찍이 병든 나와 태학에서 종유하였고 / 曾與病軀游泮水
진작에 교분 맺은 지 이미 여러 해로세 / 故承交契已多年
배 타고 사신 가선 동쪽 일본을 보았고 / 浮舟出使東看日
살아서 대궐 돌아옴은 하늘의 보우였네 / 赴闕生還上有天
어찌 자장의 소탕한 기운을 부러워하랴 / 肯羨子長疎蕩氣
곧장 흥망을 갖고 문선왕을 바라볼 텐데 / 直將興喪望文宣
주야로 흐르는 건 바로 온갖 냇물이요 / 晝夜奔流是百川
현묘한 참된 도리는 곧 심전에 있는데 / 眞機妙處在心傳
이미 많은 일들을 무사하게 이루었으니 / 已敎多事爲無事
점차 금년이 거년보다 나음을 깨닫겠네 / 漸覺今年勝去年
앵무주 가에는 향기로운 풀이 아득하고 / 鸚鵡洲邊杳芳草
봉황지 위에는 갠 하늘이 탁 트였도다 / 鳳凰池上豁晴天
인간의 화복을 응당 두루 겪었을 테니 / 人間禍福嘗應遍
중선을 본받아 등루부를 짓지 말게나 / 莫賦登樓學仲宣
늙어 가매 주역 배워 이천을 사모하고 / 老來學易慕伊川
복희씨 주역 가지고 소전까지 이었네 / 羲畫仍將繼邵傳
강후에겐 말을 내려 세 번씩 접견하고 / 馬錫康侯三見接
여자는 곧아 시집 미뤄 십 년을 경과했네 / 女貞不字十經年
떠나고 합하는 이치는 누가 만들었는고 / 有睽有合誰爲地
길흉 조짐을 보이는 건 모두가 하늘일세 / 示吉示凶皆是天
병 깊어 학업 마치기 어려움이 한스러워라 / 只恨病深難卒業
감히 여력 가지고 국가의 동량을 도울쏜가 / 敢將餘力贊蕃宣
[주C-001]정 산기(鄭散騎) : 고려 우왕(禑王) 초기에 우산기상시(右散騎常侍)가 되었던 정몽주(鄭夢周)를 가리킨다.
[주D-001]갠 하늘의 …… 정 오천(鄭烏川) : 오 천은 영일(迎日)의 옛 이름으로, 정 오천은 곧 본관이 영일인 정몽주(鄭夢周)를 가리키고, 갠 하늘의 바람과 달이란 곧 맑고 깨끗한 인품을 가리킨 말로,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周敦頤)의 《염계집(濂溪集)》에 쓴 서(序)에 “주무숙(周茂叔)은 인품이 매우 고상하고 가슴속이 깨끗해서 마치 갠 하늘의 바람과 달 같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자장(子長)의 소탕한 기운 : 소 탕은 도량이 크고 호탕함을 말하고, 자장은 《사기(史記)》의 저자인 태사령(太史令) 사마천(司馬遷)의 자인데, 소철(蘇轍)의 상추밀한태위서(上樞密韓太尉書)에 “사마천은 사해(四海)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두루 유람하고, 연조(燕趙)의 호걸(豪傑)들과 교유하였으므로, 그의 문장은 소탕하여 자못 뛰어난 기운이 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흥망을 …… 바라볼 텐데 : 흥 망은 곧 사문(斯文)의 흥망을 뜻하고, 문선왕(文宣王)은 공자(孔子)의 시호로서, 즉 공자처럼 사문의 흥망을 책임지리라는 뜻이다. 공자가 일찍이 광(匡) 땅에서 신변의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 이르기를 “문왕(文王)이 이미 몰(沒)하였으니, 문(文)이 나에게 있지 않겠는가? 하늘이 사문을 망치려 할진댄 내가 사문에 참예하지 못했겠거니와, 하늘이 사문을 망치려 하지 않을진댄 광 땅 사람이 나를 어찌하겠는가.” 하였다. 여기서의 문(文)은 곧 도(道)를 의미한다. 《論語 子罕》
[주D-004]심전(心傳) : 요 (堯), 순(舜), 우(禹)가 서로 전수(傳授)한 심법(心法)을 가리킨 말로, 즉 요 임금은 순 임금에게 선위(禪位)할 때에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允執其中]” 하였고, 순 임금은 우 임금에게 선위할 때에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고 전일하게 하여야 진실로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한 것을 이른 말이다. 《書經 大禹謨》
[주D-005]중선(仲宣)을 …… 말게나 : 중 선은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의 자인데, 왕찬이 일찍이 동탁(董卓)의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의지하고 있을 적에 강릉(江陵)의 성루(城樓)에 올라 고향을 생각하면서 진퇴 위구(進退危懼)의 정을 서술하여 〈등루부(登樓賦)〉를 지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이천(伊川) : 바로 이천 선생(伊川先生) 정이(程頤)를 가리키는데, 정이가 《주역(周易)》의 전(傳)을 저술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7]소전(邵傳) : 주 희(朱熹)의 《주역》 원상찬(原象贊)에 “소옹은 복희씨의 주역을 전했고, 정이는 문왕의 주역을 부연했네.[邵傳羲畫程演周經]” 한 데서 온 말인데, 즉 강절 선생(康節先生) 소옹(邵雍)이 《주역》에 정통하여 문왕(文王)의 《주역》을 후천역(後天易)이라 하고, 복희씨(伏羲氏)의 《주역》을 선천역(先天易)이라 하여 특히 선천괘위도(先天卦位圖)를 만들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8]강후(康侯)에겐 …… 접견하고 : 강 후는 나라를 잘 다스린 제후(諸侯)라는 뜻인데, 《주역》 진괘(晉卦) 괘사(卦辭)에 “진은 강후에게 말을 많이 하사하고 낮에 세 번씩 접견하는 상이로다.[晉 康侯用錫馬蕃庶 晝日三接]” 한 데서 온 말로, 대신(大臣)이 임금으로부터 광총(光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9]여자는 …… 경과했네 : 《주역》 둔괘(屯卦) 육이(六二)에 “여자가 곧아서 시집을 안 가다가 십 년이 지나서야 시집을 가도다.[女子貞 不字 十年乃字]”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어려운 시국을 침착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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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샐 녘 처마 밑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에 / 五更點滴雨來聲
강남 갔던 단꿈을 깜짝 놀라 깨고 나니 / 驚起江南夢裏行
돌아갈 흥취 호연하여 걷잡을 수 없는데 / 歸興浩然收不得
등불 하나 밤새도록 흐렸다 밝았다 하네 / 一燈終夜翳還明
봄 새벽에 얼음 절벽 폭포 소리 들리어라 / 氷崖春曉落泉聲
산길엔 먼지 없어 정히 다니기가 좋겠네 / 山路無塵正好行
늘그막의 마음은 진정 아이를 사랑하기에 / 老境心誠愛兒子
잘 보전해 주길 신명께 바라는 바이로세 / 保全嘉惠望神明
앓고 나서 가마에 실려 다시 산을 오르니 / 病後扶輿再上山
솔바람이 희끗희끗한 귀밑털을 불어 대네 / 松風吹動鬢毛斑
봄이 깊어 복사꽃 오얏꽃이 만발하거든 / 春深桃李花如海
말 타고 아득한 선경을 기어코 오르련다 / 跨馬須登縹緲間
바다 밖에 신선이 사는 제일의 산에는 / 海外神仙第一山
붉고 푸른 절벽에 이끼 꽃이 아롱지었네 / 丹崖翠壁蘚花斑
중원의 오악은 높아서 상대가 없으니 / 中州五嶽尊無對
방장산 봉래산과 서로 백중지간이로세 / 方丈蓬萊伯仲間
고풍(古風)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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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아는 어찌 그리도 광활한고 / 大雅何寥闊
왕풍은 정히 산만하기만 하네 / 王風政漫瀾
뜬구름은 변방 구석에서 이는데 / 浮雲興塞隅
옛 달은 그대로 둥글기만 하구나 / 古月仍團團
슬프다 난새 봉새는 높이 날고 / 哀哉鸞鳳翔
가시나무는 잡초와 서로 연했네 / 枳棘連榛菅
주공 공자가 세상에 안 나오니 / 周孔不世出
이단들이 분잡하게 일어나누나 / 雜然多異端
대의는 날로 어두워져만 가는데 / 大義日以晦
하얀 머리털은 의관을 내리덮고 / 霜雪沾衣冠
내 몸은 또 병까지 많은 터라 / 我骨又多病
날이 흐리면 더욱 쑤시고 아프네 / 天陰彌辛酸
날이 흐리면 신기가 푹 갈앉아 / 天陰神氣沈
깊은 못에 잠긴 듯 깜깜해지네 / 悶悶窮淵潛
지극한 도를 바라보기 어려움은 / 至道杳難望
위아래로 고금이 다 그러했거니 / 上下通古今
점잖고 조용함은 군자의 양이요 / 舒遲君子陽
참혹하고 박절함은 소인의 음이라 / 慘迫小人陰
치란의 결과는 근원에 말미암나니 / 治亂出以原
지난 자취를 다 찾을 수 있고말고 / 軌轍皆可尋
간악한 자 죽이려고 내 이를 갈고 / 誅姦切我齒
덕을 숭상할 데 내 마음 기울이네 / 尙德傾我心
행실에서 조짐을 완벽히 살펴야지 / 視履考祥旋
그리 못 하면 말하는 새일 뿐이리 / 否則能言禽
말을 잘함은 몸의 꾸밈일 뿐이니 / 能言文身耳
그것은 겉이라 숭상할 바 아니로세 / 外也非所崇
조용히 한방 안에 앉아 있어도 / 靜默坐一室
마음은 하늘땅과 서로 통하여라 / 心與天地通
옛사람은 목격을 중히 여겼기에 / 古人重目擊
세도가 대동으로 오르게 됐는데 / 世道升大同
지금 사람은 말만 번드르르할 뿐 / 今人口瀾翻
마음속엔 산과 바다가 막히었네 / 山海方寸中
이런 때문에 목은자는 / 是以牧隱子
세상일을 보도 듣도 아니하고 / 收視仍塞聰
흥겨우면 붓으로 뱉아낼 뿐이거니 / 有興吐以筆
감히 궁하여 공교한 시에 비기리오 / 敢擬窮詩工
[주D-001]대아(大雅) : 《시경》 육의(六義)의 하나인데, 왕정 폐흥(王政廢興)의 자취를 노래한 것으로서 연향(宴饗)의 악가(樂歌)로 쓰였던 것이다.
[주D-002]왕풍(王風) : 《시경》 국풍(國風)의 하나인데, 주 평왕(周平王)이 동쪽 낙읍(洛邑)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로는 왕실(王室)이 제후(諸侯)와 다를 바 없게 되었으므로, 그때의 시를 폄하하여 왕풍이라고 한 것이다.
[주D-003]행실에서 …… 살펴야지 : 《주역》 이괘(履卦) 상구(上九)에 “행실을 보아서 선악 화복(善惡禍福)의 조짐을 살피되, 완벽하게 하면 원하고 길하리라.[視履 考祥 其旋 元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말하는 새 : 《예 기(禮記)》 곡례(曲禮)에 “앵무새는 말을 잘하나 나는 새에 지나지 않고, 성성이는 말을 잘하나 금수에 지나지 않으니, 사람치고 예가 없으면 그 또한 금수의 마음이 아니겠는가.[鸚鵡能言 不離飛鳥 猩猩能言 不離禽獸 今人而無禮 不亦禽獸之心乎]”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목격(目擊) : 공 자(孔子)가 일찍이 초(楚)나라의 현인(賢人) 온백설자(溫伯雪子)를 만나 보고는 아무런 말이 없자, 자로(子路)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그런 사람은 눈으로 한 번만 보고도 도가 있음을 알겠으니, 또한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若夫人者 目擊而道存矣 亦不可以容聲矣]”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田子方》
[주D-006]대동(大同) : 대 도(大道)가 천하에 행해짐을 가리킨다. 공자가 이르기를 “대도가 행해질 때에는 천하를 천하 사람의 것으로 하여……모략이 일어나지 않고, 도적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문도 잠그지 않고 살았으니, 이것을 대동이라 하는 것이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謂大同]” 한 데서 온 말이다. 《禮記 禮運》
[주D-007]마음속엔 …… 막히었네 : 겉 과 속이 달라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한다. 이백(李白)의 〈공후요(箜篌謠)〉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 사이엔, 산과 바다가 그 몇천 겹이던고. 친구로 사귀자고 선뜻 말하나, 얼굴 마주하면 구의봉과 같다네.[他人方寸間 山海幾千重 輕言託朋友對面九疑峯]”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궁하여 공교한 시 : 송 (宋)나라 구양수(歐陽脩)의 〈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에 “대체로 세상에 전해 오는 시들은 대부분이 옛날 곤궁한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대개 곤궁할수록 시가 더욱 공교해지는 것이니, 그렇다면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곤궁한 사람이어야만이 시가 공교해지는 것이로다.[蓋世所傳詩者 多出於古窮人之辭也……蓋愈窮則愈工 然則非詩之能窮人 殆窮者而後工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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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까치 지저귀어라 이 무슨 상서인고 / 簷牙鵲噪是何祥
늙은 아낸 양식 얻을까 희색이 만면일세 / 老婦揚揚喜得粮
예전 일을 헤아려 보매 모두 증험 있으니 / 試數往前皆有驗
주린 화기가 마른 창자 태울 건 걱정 않으리 / 不愁飢火爍枯腸
꽃 그늘은 아득하고 버들가지 누르니 / 春陰漠漠柳絲黃
강산에 해가 길어지는 걸 점차 보겠네 / 漸見江山白日長
다만 이 노옹은 이를 문지르고 앉아서 / 只有老翁捫蝨坐
백운향에 용 타고 놀던 꿈을 깼네그려 / 騎龍夢斷白雲鄕
송악산의 솔 이슬은 의상을 적시는데 / 松山松露滴衣裳
하과 학당엔 수레가 구름처럼 모였네 / 車蓋如雲夏課堂
음복하고 귀가함이 참 좋은 계책이로다 / 飮福還家眞得計
텅 빈 초당에 술잔을 날릴 만하니 말일세 / 草堂虛淨可飛觴
팔선궁은 송악산 최고봉에 자리하여 / 八仙宮在最高岡
여염을 굽어보고 온갖 상서 내리누나 / 俯視閭閻降百祥
복 빌고 돌아와서 축수 잔을 올리어라 / 乞福歸來仍上壽
두 어버이 무양하고 또 건강하옵소서 / 兩親無恙更康強
[주D-001]주린 …… 태울 건 : 백거이(白居易)의 〈한열(旱熱)〉 시에 “장성한 자는 주림을 견디지 못해, 굶주린 화기가 창자를 태우네.[壯者不耐飢 飢火燒其腸]”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백운향(白雲鄕)에 …… 놀던 : 백 운향은 곧 천제(天帝)가 사는 곳을 가리키는데, 소식(蘇軾)의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 “공은 옛날 백운향에 용을 타고 노닐면서, 손으로 은하수 갈라 하늘 문장 나눠 가졌네.[公昔騎龍白雲鄕 手抉雲漢分天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하과(夏課) : 여름 5, 6월 동안 유생(儒生)들이 학궁(學宮)에 모여 시(詩), 부(賦) 등을 지으면서 과거(科擧) 공부를 하던 것을 가리킨다.
[주D-004]팔선궁(八仙宮) : 고려 김관의(金寬毅)의 《편년통록(編年通錄)》에 의하면, 개성(開城)의 송악산(松嶽山)을 일러 팔진선(八眞仙)이 머물렀던 곳이라고 하였으니, 아마 이 팔진선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궁(宮)인 듯하다.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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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적적하게 사립문 닫고 있노니 / 新年寂寂掩柴扉
당일의 친교들 또한 점차 드물어지네 / 當日親交亦漸稀
내 늙어 가매 물아를 잊어서가 아니라 / 不是老來忘物我
내 맘 오래전부터 낚시터를 향했다오 / 飄然久已向漁磯
국은도 못 갚으면서 아직껏 지체하여라 / 國恩未報尙遲留
강산을 저버린 게 묻노니 몇 가을인고 / 辜負江山問幾秋
누런 먼지 낯에 가득 몸 바싹 여위었는데 / 滿面黃塵身瘦盡
어느 때나 일광루에 돌아가 누울거나 / 何時歸臥日光樓
[주D-001]일광루(日光樓) : 한산(韓山) 취봉산(鷲峯山)에 있는 일광사(日光寺)를 가리킨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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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사람의 혓바닥을 움직이어 / 酒動人舌鈴
소리를 내면 하늘에 사무치는데 / 有聲徹冥冥
광기를 발하면 불속에 뛰어든 듯 / 發狂如蹈火
회포를 쏟을 땐 동이를 붓 듯 하네 / 傾懷如建瓴
부부의 상은 주역 괘에 있거니와 / 夫婦象在卦
형제의 은혜는 경전에 드러나서 / 弟兄恩著經
우매한 백성도 다 실천하는 바요 / 愚氓所共蹈
완악한 금수만 제외될 뿐이거니 / 除非禽獸獰
술의 힘으로 일을 일으키는 것이 / 酒力所致耳
어찌 종일토록 깨어 있음만 하랴 / 何如終日醒
깨어도 미침은 예부터 드물거니 / 醒狂古罕有
그 누가 날 불러 취기를 풀어 줄꼬 / 誰歟呼解酲
[주D-001]깨어도 미침 : 방 종하여 세상을 오시(傲視)하는 것을 뜻한다. 한(漢)나라 때 개관요(蓋寬饒)가 일찍이 은평후(恩平侯) 허백(許伯)의 주연(酒宴)에 참석하여 말하기를 “나에게 술을 많이 권하지 말라. 나는 바로 술 미치광이다.” 하자, 곁에 있던 승상(丞相) 위후(魏侯)가 말하기를 “차공(次公)은 깨어서도 미치는 사람인데, 하필 술을 마셔야만 미치겠는가.”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차공은 개관요의 자이다.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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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것은 장부의 뜻이요 / 烈烈丈夫志
담담한 것은 군자의 사귐이라 / 寥寥君子交
말을 발하면 난초의 향기 같고 / 發言似蘭臭
맘이 같기는 견고한 대 같도다 / 同心如竹苞
난 평생 자유분방한 성질이거니 / 平生麋鹿性
어찌 임금 푸줏간에 오르려 하랴 / 豈願登君庖
이 때문에 나는 산수를 즐기면서 / 所以樂山水
허유 소보의 높은 자취 따르노라 / 高蹤追許巢
천명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고 / 天命固可畏
기린은 의당 교외에 있어야 하리 / 麒麟當在郊
다스림은 덕을 숭상함에 있거니 / 爲理在尙德
어찌 시끄러이 쟁론할 것 있으랴 / 何用言譊譊
[주D-001]말을 …… 같고 :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마음이 같은 말은 그 향내가 난초와 같다.[同心之言 其臭如蘭]”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맘이 …… 같도다 : 《시 경》 소아(小雅) 사간(斯干)에 “대가 빽빽이 들어찬 것처럼 견고하고, 소나무가 무성함 같도다. 형님 아우 다 모여서, 잔 권하며 즐기어라, 모두가 한맘 한뜻이로다.[如竹苞矣 如松茂矣 兄及弟矣 式相好矣 無相猶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어찌 …… 하랴 : 소 식(蘇軾)의 〈형주(荊州)〉 시에 “강물은 깊어서 굴을 이루고, 숨은 고기는 크기가 무소 같네.……푸줏간에 올라 그릇에 담기게 되면, 어떻게 도살을 면할쏜가.[江水深成窟潛魚大似犀……登庖更作器 何以免屠刲]”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재능(才能) 때문에 벼슬을 하다가는 화를 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4]천명은 …… 하고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군자는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을 두려워하는 것이다.[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季氏》
[주D-005]기린(麒麟)은 …… 하리 :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황하에서는 용마가 나오고, 봉황과 기린은 모두 교야에 있으며, 거북과 용은 왕궁의 못에 있다.[河出馬圖 鳳凰麒麟 皆在郊棷 龜龍在宮沼]” 한 데서 온 말로, 즉 태평성대를 의미한다.
연도(燕都)를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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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과 천명을 내가 그 어찌하리오 / 人心天命奈吾何
연도에 머리 돌리니 눈물 줄줄 흐르네 / 回首燕都涕淚沱
호리의 바람 모래는 석마에 불어 대고 / 蒿里風沙吹石馬
도성의 가시덤불엔 동타가 묻혔구려 / 天街荊棘沒銅駝
누가 영유에 바닷물을 끌어 들였던고 -해자(海子)를 금원(禁園)에 끌어 들였다. / 誰敎靈囿通滄海
모두 대하에서 미친 물결이 일었다 하네 -황하(黃河)를 막는 일로 인하여 도적이 일어났다. / 共說狂瀾起大河
예로부터 흥하면 반드시 망하는 법이니 / 自古有興須有廢
북처럼 빠른 세월이 애처로울 뿐이로다 / 秪憐歲月疾如梭
[주D-001]호리(蒿里)의 …… 불어 대고 : 호 리는 본디 태산(泰山) 남쪽에 있는 산명(山名)인데, 죽은 사람들을 모두 여기에 장사 지냈으므로, 인하여 후세에는 묘지(墓地)를 가리키게 되었다. 석마는 곧 제왕(帝王)이나 또는 귀관(貴官)의 묘전(墓前)에 안치하는, 돌로 조각한 말을 가리킨다.
[주D-002]도성의 …… 묻혔구려 : 나 라가 망한 것을 뜻한다. 동타(銅駝)는 한(漢)나라 때 낙양(洛陽)의 궁문(宮門) 밖에 세웠던 동(銅)으로 만든 낙타(駱駝)를 가리키는데, 진(晉)나라 때 색정(索靖)이 일찍이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질 것을 미리 알고 그 동타를 가리키며 탄식하기를 “장차 네가 가시덤불 속에 있는 것을 보게 되겠구나.”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영유(靈囿) : 문왕(文王)의 덕을 기리어 백성들이 문왕의 동산을 영유라 이름한 데서, 전하여 금원(禁苑)을 가리킨다.
흥교원(興敎院)의 옛 놀이를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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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께서 처음 과거를 베푸시어 / 先王初設科
우리들이 함께 과거에 급제하고 / 我輩同射策
축수하는 재연을 여기서 베풀 제 / 祝壽齋筵張
흥교원의 집은 매우 협착했었네 / 興敎院宇窄
술을 피해 조용히 쉬려고 하면 / 逃酒欲偃息
글월 날려 탄핵을 마구 가하고 / 飛章效彈劾
떠들어 대면 별빛도 흔들리는 듯 / 喧嘩星芒搖
뛰놀 때는 땅이 꺼질 듯도 했었지 / 蹴踏地脈拆
손에는 빈 술잔을 쥐지 않았고 / 手中不空觴
머리 위엔 아예 두건도 안 쓰고 / 頭上無岸幘
형체를 잊고 너냐 나냐 하면서 / 忘形爾汝聲
서로 다른 길을 각각 출발하여 / 發軔雲泥迹
하늘 높이 큰 소리를 외쳐 대며 / 欲送九霄音
날개를 만리에 떨치려고 했으니 / 將揚萬里翮
아름다운 옥이 서기를 머금은 듯 / 璀璨含天英
꿰진 구슬들이 현란히 반짝이듯 / 聯珠耀疊璧
마음 같이하여 금란을 맹세하고 / 同心誓金蘭
산석을 두고 영원하길 다짐했는데 / 不朽指山石
문득 비바람에 낙엽지듯 떨어지고 / 風雨忽飄零
강산 또한 서로 멀리 헤어져 버렸네 / 江山更懸隔
누가 알았으랴 장원랑이 노쇠하여 / 誰知狀元衰
되레 앉은뱅이 스님과 같을 줄을 / 却類浮屠躄
옛일 생각하며 스스로 슬퍼하는데 / 念舊自生哀
텅 빈 재사에는 이끼만 푸르구나 / 空齋土花碧
[주C-001]흥교원(興敎院) : 개 풍군(開豐郡) 덕적산(德積山) 남쪽의 흥왕사(興王寺) 안에 있던 교원(敎院)이다. 고려 문종(文宗)이 흥왕사를 창건하여 원찰(願刹)로 삼고 아울러 불교를 진흥시키기 위해 흥교원을 세웠던 것인데, 그 후 고려의 역대 다른 왕들도 자주 이 절에 행차했다.
[주D-001]마음 …… 맹세하고 :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단단함이 쇠를 끊을 만하도다. 마음이 서로 같은 말은 그 향내가 난초와 같도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한 데서 온 말이다.
걸어서 올라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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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동산에 올라 노니노라니 / 步上東山游
동녘 바람에 천지는 넓기만 한데 / 東風天地寬
뭇 봉우리가 하늘가에 일어나서 / 群峰起天際
일대의 푸른빛이 한데 모이었네 / 綠抹靑仍攢
바위 골짝은 홀로 노닐 만하고요 / 巖壑可獨往
솔 그늘의 돌은 소반이 됨직한데 / 松蔭石作盤
다만 두려운 것은 산중의 새들이 / 只恐山中鳥
놀라 높은 데로 날아들어감일세 / 驚飛入巑岏
뜬구름은 언뜻 서쪽으로 가고 / 浮雲倏西去
지는 해는 정히 삼 간쯤 떠 있네 / 落日正三竿
한집안도 절로 하나의 천지라서 / 一家自天地
늙어 가매 길이 문 닫고 앉았노라 / 老來長掩關
술을 가지고 박 집의(朴執義)를 방문했다가 만나지 못하고, 용부(庸夫) 정당공(政堂公)이 마침 조정에서 퇴청하여 집에 있으므로, 흔연히 가서 함께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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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들고 옛 동료 방문했다 못 만났더니 / 携壺不遇舊同僚
문학 선생이 마침 퇴조하여 집에 있구려 / 文學先生適退朝
반쯤 취하니 되레 마음은 걱정이 생기고 / 半醉却敎心耿耿
혼자 놀 땐 까칠한 귀밑털을 탄식도 하네 / 獨游堪歎鬢蕭蕭
새봄의 도성 거리를 거닌 지 얼마 안 되어 / 新春紫陌行無幾
지는 해에 현릉을 다시 멀리 바라보노라 / 落日玄陵望更遙
잔 가득 술 부어 창자의 열을 씻으려노니 / 滿酌欲澆腸內熱
이승에서 어떻게 다시 요 임금을 만날쏜가 / 此生安得再逢堯
[주C-001]용부(庸夫) 정당공(政堂公) : 고려 말기의 문신(文臣) 권중화(權仲和)를 가리킨다. 그는 권한공(權漢功)의 아들로서 자는 용부이고, 정당문학(政堂文學), 문하찬성사(門下贊成事), 상의찬성사(商議贊成事) 등 여러 관직을 역임하고 예천백(醴泉伯)에 봉해졌다
명일(明日)에 앞의 운을 사용하여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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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이 있거니 어찌 공백료를 걱정하랴 / 有命何憂公伯寮
편히 앉아 녹 먹으니 청조에 감사하노라 / 閑居食祿謝淸朝
산 구경하는 곳마다 길이 우를 생각하고 / 看山處處長思禹
절에 노닐 때마다 우연히 소를 생각하네 / 游寺時時偶念蕭
봄 깊은 도성에 깊숙한 골목은 고요하고 / 京邑春深幽巷靜
구름 낀 바다 하늘에 고향은 멀기만 해라 / 海天雲暗故鄕遙
늙어 가매 영락없이 예전 봉인과 똑같이 / 老來酷與封人似
수부다남자로 청하여 요 임금 축복하네 / 富壽多男請祝堯
[주D-001]천명(天命)이 …… 걱정하랴 : 노 (魯)나라 공백료(公伯寮)가 계손씨(季孫氏)에게 자로(子路)를 참소한 일이 있었는데, 자복경백(子服景伯)이 공자(孔子)에게 고하기를 “계손씨가 진실로 공백료의 말을 듣고 자로에게 의혹을 갖게 되었으니, 내 힘으로도 공백료를 시조(市朝)에 찢어 널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도(道)가 행해지려는 것도 천명이요, 도가 폐해지려는 것도 천명이니, 공백료가 그 천명을 어찌하리오.”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憲問》
[주D-002]산(山) …… 생각하고 : 우(禹) 임금이 홍수(洪水)를 만나서 천하(天下)의 산천 수토(山川水土)를 평정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3]절에 …… 생각하네 : 양 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이 불법(佛法)을 매우 신봉하여 일찍이 사원(寺院)을 짓고 자기 성(姓)을 따서 소사(蕭寺)라 이름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봉인(封人)과 …… 축복하네 : 요(堯) 임금 때에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요 임금에게 말하기를 “청컨대 성인(聖人)께 축복을 드리겠노니, 성인께서 수(壽)ㆍ부(富)ㆍ다남자(多男子) 하시기를 비옵니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天地》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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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엔 자주 벼슬 바뀌는 게 늘 싫더니 / 壯歲常嗔數改官
버리고 떠나기 어려움을 노년에야 알았네 / 老年方識乞歸難
난 스스로 결단하는 맘 전부터 적었으니 / 此生自斷從前少
어느 날에나 삼신산에서 난새를 탈거나 / 何日三山跨紫鸞
그 누가 관직을 비단부채처럼 만들었나 / 誰敎紈扇似朝官
한여름엔 고당에서 물러나기 어렵듯이 / 朱夏高堂欲退難
한번 가을바람에 얼굴 가득 먼지 낄 제 / 一見秋風塵滿面
난새 탄 여인은 비녀와 머리 흐트러졌네 / 釵橫鬢亂女乘鸞
백발로 조정 반열에 관직을 차지하여라 / 白頭朝列忝王官
동국 삼중대광은 세상에 어려운 거로세 / 東國三重世所難
부는 길흉 열거하여 다시 복에게 물었고 / 賦列吉凶還問鵩
사는 장단구로 이루어 점을 치기도 했네 / 詞成長短有扶鸞
[주D-001]그 누가 …… 어렵듯이 : 부채가 한여름 더울 때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듯이, 사람 또한 장성한 때에는 벼슬을 떠나기 어려움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한번 …… 낄 제 : 동 진(東晉) 때 유량(庾亮)이 외진(外鎭)에 있으면서도 조정(朝廷)의 권병(權柄)을 손에 쥐고 국사(國事)를 좌우하자, 왕도(王導)가 그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 일찍이 가을바람에 먼지가 날리는 것을 보고는 부채를 들어 스스로 가리면서 “원규(元規)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힌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원규는 유량의 자이다.
[주D-003]난새 …… 흐트러졌네 : 난 새 탄 여인(女人)이란 바로 진 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이 자기 남편 소사(蕭史)와 함께 신선(神仙)이 되어 난봉(鸞鳳)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온 말인데, 후인(後人)들이 항상 이 고사(故事)를 원용(援用)하여 부채에 대한 화제(畫題)의 자료로 삼아왔던바, 송(宋)나라 왕안석(王安石) 또한 부채에 그려진 농옥의 그림을 소재로 하여 지은 〈선자사(扇子詞)〉에 “푸른 하늘 바람 이슬은 인간 세상이 아닌데, 흐트러진 비녀와 머리가 특이하구나.[靑冥風露非人世 鬢亂釵橫特地]”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부(賦)는 …… 물었고 : 여 기의 부는 곧 한 문제(漢文帝) 때 가의(賈誼)가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로 좌천되었을 적에 지은 복조부(鵩鳥賦)를 가리키는데, 그 복조부에 의하면, 일찍이 가의의 관사(官舍)에 복조(鵩鳥)가 날아들자, 가의가 이를 몹시 불길(不吉)하게 생각하여 점을 쳐본 결과 ‘들새가 방에 들어가면 주인이 곧 떠나게 된다[野鳥入室 主人將去]’는 점사(占辭)가 나오므로, 가의가 다시 이를 복조에게 묻기를 “내가 가면 어디로 가야 하나? 길하다면 그 사실을 나에게 고해주고, 흉하다면 그 재앙을 나에게 말해달라.[余去何之 吉乎告我 凶言其災]”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사(詞)는 …… 했네 : 여 기의 사는 곧 전국 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소인의 참소를 입고 조정으로부터 쫓겨나서 우사 번민(憂思煩悶)의 심정을 토로하여 지은 이소(離騷)를 가리키는데, 이 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는 장단구(長短句)로 구성되었고, 특히 굴원이 신무(神巫)인 영분(靈氛), 무함(巫咸) 등을 맞이하여 자신의 장래에 대한 길흉(吉凶)을 점치게 한 것들이 있으므로 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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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생각하는 바가 있나니 / 君子有所思
세 번 생각하고 또 세 번 겸하면 / 三思又兼三
마음속이 아주 밝디밝아져서 / 明明方寸間
스스로 천지와 가지런해지리 / 自與天地參
중용에서 천명을 기술했으되 / 中庸述天命
이것이 곧 행로의 지남침이거니 / 行路之指南
깊이 생각하여 소홀치 말아야만 / 沈潛勿鹵莽
기상이 바야흐로 우뚝해질 게고 / 氣象方巖巖
게을러서 속이 텅 비어 무지하면 / 怠惰中枵然
후일에 의당 스스로 부끄러우리 / 他年當自慚
주일하여 경 자를 굳게 지키면 / 主一守敬字
맑은 물에 하늘이 비친 듯하리 / 水淨天光涵
[주C-001]군자유소사(君子有所思) : 악부 가사(樂府歌辭)의 이름이다.
[주D-001]중용(中庸)에서 천명을 기술했으되 : 자 사(子思)가 《중용장구》를 저술할 때, 위로부터 도통(道統)의 전해 온 뜻을 맨 첫장에 기술하여 이르기를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하고, 성대로 따르는 것을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라 한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기상이 …… 게고 : 《근사록(近思錄)》에 “공자는 천지와 같고, 안자는 온화한 바람 상서로운 구름과 같고, 맹자는 태산처럼 우뚝한 기상이다.[仲尼天地也 顔子和風慶雲也 孟子泰山巖巖之氣象也]” 하였다.
[주D-003]주일(主一)하여 …… 지키면 : 주일은 곧 전일(專一)과 같은 뜻으로, 정자(程子)가 혹자의 물음에 대하여 답하기를 “전일한 것을 경이라 하고, 잡념이 없는 것을 전일이라 한다.[主一之謂敬 無適之謂一]” 한 데서 온 말이다.
경(敬) 아이가 호도(胡桃)를 찾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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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가 경 아이를 안고 오니 / 姆抱敬僮至
난초 싹 빛이 봄빛에 어울리네 / 蘭芽色映春
따로 살다 보니 어찌 버릇이 있으랴 / 異居那免俗
어쩌다 만나니 서로 친하지도 않네 / 乍見不相親
과일을 찾음은 맛을 아는 듯싶고 / 索果似知味
산을 봄은 진경을 아는 것도 같네 / 看山如識眞
알건대 네 용모 골격이 특이하니 / 知渠異毛骨
우뚝 빼어난 한 마리 기린이로고 / 矯矯一麒麟
[주D-001]난초 싹 …… 어울리네 : 난 초 싹이란 곧 준수(俊秀)한 아이를 비유한 말이다. 백거이(白居易)가 58세가 되어서야 아들 하나를 얻고 지은 시 가운데 두 번째 시에 “가을 달 아래 늦게 나온 단계의 열매요, 봄바람에 새로 자란 붉은 난초의 싹이로다.[秋月晚生丹桂實 春風新長紫蘭芽]” 하였다.
[주D-002]한 마리 기린이로고 : 남 조(南朝) 양(梁)나라의 문인(文人) 서릉(徐陵)이 나이 겨우 두어 살 되었을 적에 고승(高僧) 보지(寶誌)가 그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면서 말하기를 “천상(天上)의 석기린(石麒麟)이로구나.”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문재(文才) 있는 자제(子弟)를 칭찬하는 말로 쓰인다.
회포를 서술하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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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 읽어서 성리를 궁구하니 / 詩書窮性理
덕택이 백성에게 흡족하여라 / 德澤洽生靈
군신이 잘 만나서 날로 삼접하매 / 會遇日三接
나라 잘 다스려 천하가 편안하네 / 治平天一寧
등이 바로 불인 줄은 잘 모르나 / 縱迷燈是火
서직이 향기론 게 아님은 믿겠네 / 頗信黍非馨
늙은 몸으로 머리만 긁적이는데 / 老矣空搔首
고향 산천은 창공 밖에 푸르구나 / 鄕山鳥外靑
불우한 건 내 천명을 알거니와 / 潦倒知天命
은거지는 좋은 땅을 의탁하였네 / 棲遲托地靈
못난 재주로 국사를 관장했으나 / 非才領國史
돌아갈 계책은 천녕에 있고말고 / 歸計在川寧
들이 넓으니 산은 더욱 푸르르고 / 闊野山彌碧
그윽한 난초에 골짝은 향기로워라 / 幽蘭谷自馨
듣자 하니 남쪽 바닷가에는 / 似聞南海畔
수목 중에 동청수가 섞였다 하네 / 樹木雜冬靑
하늘땅이 한 번 개벽한 이후로 / 乾坤一開闢
하악이 낸 영걸들이 그 얼마던고 / 河岳幾英靈
노나라의 길은 절로 평탄하고요 / 魯道自有蕩
문왕은 이 때문에 편안하시도다 / 文王方以寧
여생은 그림자와만 짝할 뿐이나 / 殘年身對影
누추한 집엔 덕의 향기가 흐르네 / 陋室德流馨
적막할수록 깊은 흥미가 있거니 / 寂寞尤多味
뼈가 안 푸려짐을 왜 걱정하리오 / 何憂骨不靑
[주D-001]군신(君臣)이 …… 삼접(三接)하매 : 《주역》 진괘(晉卦) 괘사(卦辭)에 “진은 강후에게 말을 많이 하사하고 낮에 세 번씩 접견하는 상이로다.[晉 康侯用錫馬蕃庶 晝日三接]” 한 데서 온 말로, 대신(大臣)이 임금으로부터 광총(光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등(燈)이 …… 모르나 : 옛 속담에 “등불이 곧 불씨임을 진작 알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밥을 지었으리.[早知燈是火飯熟已多時]”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세상 물정에 어두워 융통성이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주D-003]서직(黍稷)이 …… 믿겠네 : 《서경(書經)》 군진(君陳)에 “지극한 다스림은 향내가 풍기는 것 같아서 신명을 감동시키나니, 제수가 향기로운 것이 아니요, 밝은 덕이 오직 향기로운 것이다.[至治馨香感于神明 黍稷非香 明德惟香]”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뼈가 …… 걱정하리오 : 뼈 가 푸르러진다는 것은 곧 선골(仙骨)을 가리킨 것으로, 옛날 광릉(廣陵)의 장자문(蔣子文)이란 사람이 주색(酒色)을 매우 즐기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의 뼈는 이미 푸르러졌으니, 죽으면 의당 신선이 될 것이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유항(柳巷)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회포를 읊으면서 돌아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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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항의 높은 누각 마을을 누르고 있는데 / 柳巷高樓壓里閭
용수산 푸른빛은 그림도 그만 못하겠네 / 龍巒橫翠畫難如
누각에 올라 길이 휘파람을 불고 싶어라 / 登臨直欲舒長嘯
한가한 이 신세는 바로 앓고 난 뒤이로세 / 身世悠悠是病餘
천재에 홀로 깬 삼려가 우습기도 하여라 / 獨醒千載笑三閭
늙은 나는 실컷 취해도 자약하기만 한 걸 / 老牧沈酣亦自如
나날이 동녘 바람이 호탕하게 불어오거니 / 日日東風吹浩蕩
무슨 모자라거나 남는 것이 어디 있으랴 / 有何虧欠與嬴餘
미려로 새어 나가듯 물욕이 끝없는데 / 情欲無涯洩尾閭
늘그막의 소갈증은 마치 사마상여 같네 / 老年消渴似相如
아무것도 없는 집이 산을 마주해 있건만 / 家徒四壁山當戶
나쁜 평판은 지금도 남아 있고말고 / 遺臭如今尙有餘
[주D-001]홀로 깬 삼려(三閭) : 삼 려는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삼려대부(三閭大夫)를 지낸 굴원(屈原)을 가리키는데, 굴원이 소인의 참소를 입어 조정으로부터 쫓겨나 택반(澤畔)에서 읊조리고 다닐 적에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는 어부(漁父)의 물음에 대하여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다 흐리거늘 나만 홀로 맑고, 온 세상이 다 취했거늘 나만 홀로 깨었는지라, 이 때문에 내침을 당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미려(尾閭) : 바닷물이 쉴 새 없이 새어 나간다고 하는, 바다 밑의 큰 구멍을 말한다.
[주D-003]늘그막의 …… 같네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소갈증(消渴症)을 앓았으므로 이른 말인데, 여기서 말한 소갈증의 의미는 곧 저자 자신이 갈구(渴求)하는 어떤 욕망 같은 것을 비유한 것이다.
이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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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바람에 날려 뜰에 가득친 못하나 / 微雨隨風不滿庭
이끼는 그런대로 또한 푸르고 푸르구나 / 苔痕隨分亦靑靑
문장의 값은 일전어치도 다 안 되지만 / 文章價不一錢直
왕래하는 이 무식자 없는 게 기쁠 뿐이네 / 只喜往來無白丁
역로에 이문 달려 산의 광장을 향하여라 / 移文驛路向山庭
천고의 사람들 시선을 곱지 않게 하였네 / 千古令人眼不靑
늘그막에 회포 털어놓을 동갑은 적으나 / 老日傾懷少同甲
후일에 내 가업 물려줄 첨정은 있다오 / 他年遺業有添丁
[주D-001]역로(驛路)에 …… 향하여라 : 남 제(南齊) 때 주옹(周顒)이 일찍이 종산(鍾山)에 은거하다가 조정의 부름을 받아 해염 현령(海鹽縣令)으로 나갔었는데, 그가 임기를 마치고 도성(都城)으로 가는 길에 다시 종산을 들르려 하자, 일찍이 그와 함께 은거했던 공치규(孔稚圭)가 그의 변절(變節)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산신령의 뜻을 가탁하여 그를 거절하는 뜻으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었던바, 그 〈북산이문〉에 “종산의 영령과 초당의 신령이 연기로 하여금 역로를 달려가서 종산의 광장에 이문(移文)을 새기게 하였다.[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 한 데서 온 말이다. 종산은 곧 북산이다.
[주D-002]첨정(添丁) : 자식을 가리킨다. 당(唐)나라의 시인(詩人) 노동(盧仝)이 국가의 부역(賦役)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자기 아들의 이름을 첨정이라 지은 데서 온 말이다.
술을 갖고 방문해 준 홍 좌사(洪左使), 권 정당(權政堂)에게 받들어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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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버들은 마을을 흔들려 하는데 / 春風楊柳欲搖村
정위는 연래에 글자를 문에 대서하였네 / 廷尉年來大署門
좋은 음식이 자리 가득하매 문득 놀라고 / 異味忽驚俄滿座
좋은 술동이 그득하매 몹시도 기쁘구나 / 芳醪深喜更盈樽
밤에 임명장 내린 건 내 얼마나 다행한고 -홍공(洪公)이 선거(選擧)를 관장하여 내 자식 종학(種學)에게 응교(應敎)를 제수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 除書夜下吾何幸
우리 동년 드물다는 건 세상의 공론일세 -권공(權公)이 나와 동년(同年)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 同牓星稀世共論
노경엔 오늘 같은 모임이 가장 어려우리 / 老境最難今日會
을과가 서로 이어라 계수꽃이 하 많구려 -홍공은 아원(亞元 장원(狀元)의 바로 다음 급제자)이었고, 권공은 탐화랑(探花郞 갑과(甲科)의 셋째 급제자)이었고, 내가 외람되이 장원을 차지했었으므로, 장난삼아 이 말을 언급한 것이다. / 乙科相次桂花繁
[주C-001]홍 좌사(洪左使), 권 정당(權政堂) : 홍 좌사는 그 당시 삼사 좌사(三司左使)였던 홍중선(洪仲宣)을 가리키고, 권 정당은 그 당시 정당문학(政堂文學)이었던 권중화(權仲和)를 가리킨다.
[주D-001]정위(廷尉)는 …… 대서(大署)하였네 : 한 (漢)나라 때 적공(翟公)이 정위로 있을 적에는 빈객(賓客)들이 서로 다투어 찾아오다가, 그가 파관(罷官)되자 빈객들이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더니, 그가 다시 정위에 복직되자 빈객들이 다시 찾아오므로, 그러한 세상 인정에 분개하여 자기 문에다 큰 글자로 쓰기를 “한 번 죽고 사는 데서 사귀는 정을 알 수 있고, 한 번 가난하고 부한 데서 사귀는 태도를 알 수 있고, 한 번 귀하고 천한 데서 사귀는 정이 이에 드러난다.[一死一生 乃知交情 一貧一富 乃知交態 一貴一賤 交情乃見]”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바로 저자 자신의 근황을 비유한 것이다.
한밤중에 노래하다.[半夜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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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달은 밝고 눈서리도 꽁꽁 얼어 / 半夜月明凝雪霜
남쪽 창문 훤하여 천지가 탁 트였는데 / 南窓紙白通玄黃
꿈에서 깨어 쓸쓸히 앉아 탄식하여라 / 夢回悄然坐歎息
회고의 정 아득히 요순 시대로 올라가네 / 古意渺渺追虞唐
평생에 열여섯 글자를 가슴에 새겼거니 / 平生服膺十六字
온갖 곤경이 어찌 방해될 것 있으랴만 / 顚頓狼狽庸何傷
이제는 뜻이 쇠하고 기 또한 혼탁하여 / 只今志耗氣又濁
이끼 끼어 서슬 무뎌진 칼과도 흡사하네 / 苔花澁劍無寒芒
하찮은 짐승들이 자는 낙타를 속이건만 / 毛群擾擾欺臥駝
노쇠함도 천명이거늘 어찌한단 말인가 / 老矣命也知奈何
봄바람에 어찌 무숙의 풀을 제거하랴 / 春風肯鋤茂叔草
술 마시며 홀로 연명의 나뭇가지를 보네 / 樽酒獨眄淵明柯
다만 당년에 거문고를 배우지 않아서 / 只恨當年不學琴
남풍가를 타기 어려운 게 한스럽구나 / 手中難作南風歌
누가 오래도록 이 마음 장대하게 하여 / 誰敎胸次久磊落
때때로 두 줄기 눈물이 흐르게 하는고 / 有時涕淚雙滂沲
운암은 푸르르고 솔바람 소리 맑아서 / 雲巖蒼蒼松聲淸
홀로 놀며 읊조리면 정취가 끝없는데 / 獨遊獨吟無限情
높은 집 화려한 단청은 사계를 비추고 / 岧嶤金碧照沙界
누인 비석의 필세는 은구가 빛나누나 / 臥碑筆勢銀鉤明
당두 환옹은 도의 오묘한 경지에 들어 / 堂頭幻翁入道妙
도의 전파자로 이 절에 노닐고 있으니 / 政作道商游化城
어떻게 하면 조용히 앉아 선화를 듣고 / 何當靜坐聽禪話
눈을 감고 삼생을 역력히 관찰해 볼꼬 / 閉眼歷歷觀三生
다만 이단이 혹 나를 그르칠까 염려되어 / 只恐異端或誤我
사심을 막아서 내 정성 보존코자 하노라 / 閑邪直欲存吾誠
[주D-001]평생에 …… 새겼거니 : 요 임금은 순 임금에게 선위(禪位)할 때에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允執其中]” 하였고, 순 임금은 우 임금에게 선위할 때에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고 전일하게 하여야 진실로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한 것을 이른 말이다. 《書經 大禹謨》
[주D-002]하찮은 …… 속이건만 : 소 식(蘇軾)이 일찍이 황학루(黃鶴樓)에 서서 뱃놀이하는 사람들을 멀리 바라보면서 예전 이백(李白)의 뛰어난 풍류(風流)를 마음속에 떠올리며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진토로 들어가서, 하찮은 짐승들이 자는 낙타를 속이게 하느뇨.[奈何舍我入塵土 擾擾毛群欺臥駝]” 한 데서 온 말로, 별로 대단치 않은 사람들이 젠체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3]봄바람에 …… 제거하랴 : 무숙(茂叔)은 주돈이(周敦頤)의 자이다. 송(宋)나라 주돈이(周敦頤)가 일찍이 창문 앞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므로,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자기의 의사와 일반이다.[與自家意思一般]” 하였다.
[주D-004]술 …… 보네 : 연명(淵明)은 도잠(陶潛)의 자인데,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술병과 술잔 끌어다 스스로 따라 마시고, 뜰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 펴노라.[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다만 …… 한스럽구나 : 순 (舜) 임금이 일찍이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타면서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노래한 데서 온 말인데, 그 〈남풍가〉에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염을 풀 만하도다. 남풍이 제때에 불어옴이여, 우리 백성의 재물을 풍부하게 하리로다.[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 하였다.
[주D-006]운암(雲巖) : 개성(開城)의 송악산(松嶽山) 무선봉(舞仙峯) 밑에 있던 절 이름인데, 그전 명칭은 광암사(光巖寺)였다. 이 절은 특히 공민왕(恭愍王) 현릉(玄陵)의 재궁(齋宮)으로 쓰였고, 저자가 지은 비명(碑銘)이 있었다.
[주D-007]사계(沙界) : 불교 용어인 사바세계(沙婆世界)의 준말로, 즉 중생(衆生)이 온갖 고통을 겪으며 사는 이 세상을 가리킨다.
[주D-008]은구(銀鉤) : 은 갈고리라는 뜻으로, 힘차고도 공교로운 필법(筆法)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9]당두(堂頭) 환옹(幻翁) : 당두는 절의 주지(住持)를 가리키고, 환옹은 바로 고려 말기의 선승(禪僧)으로 호가 환암(幻庵)인 혼수(混脩)를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운암사(雲巖寺)의 주지로 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10]삼생(三生) : 불교 용어로, 즉 중생의 전생(前生), 현생(現生), 내생(來生)을 합칭한 말이다.
유동심행(柳洞深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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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이 만 겹이나 두른 깊은 산에는 / 白雲萬重山之深
때로 정상에 올라 원숭이 울음을 듣고 / 有時上頂聞猿吟
푸른 물결이 만 길이나 깊은 바다에는 / 碧波萬丈海之深
때로 물속에 들어가 숨은 용도 보련만 / 有時入底窺龍潛
성 남쪽 한 지경 버들골은 하도나 깊어 / 城南一區柳洞深
연중 내내 찾는 이 없어 적적키만 하네 / 終歲寂寂無人尋
인간의 봉래산에도 선경은 있다 하지만 / 人間蓬萊有眞境
봄바람 가을 달은 어이 그리도 빠른고 / 春風秋月何駸駸
늙은 목은은 평생 그윽한 곳 좋아하여 / 老牧平生愛幽僻
그윽한 곳마다 처사같이 집을 짓고서 / 卜築到處如山林
세 길은 황량한데 소나무 국화를 심고 / 開徑荒涼種松菊
누각에 올라 아득히 높은 산을 임하여 / 登樓縹渺臨雲岑
소리 높이 노래하고 세상을 오시하면서 / 高歌長嘯自傲睨
절구나 짧은 율시를 지어 읊조릴 뿐이니 / 絶句短律徒謳吟
나는야 이십사고의 중서령도 부럽지 않고 / 不羨二十四考中書令
황금을 북두까지 높이 쌓은 것도 부럽질 않네 / 不羨高齊北斗堆黃金
다만 소원은 무우에서 읊고 돌아올 제 / 只願舞雩詠歸處
오륙 명 육칠 명이 모두 한마음 됨이니 / 五六六七皆同心
부정한 성색들을 깨끗이 쓸어 버리면 / 姦聲亂色淨掃去
버들골 깊은 곳이 장차 천지간에 깊으리 / 柳洞深將天地深
[주D-001]세 길은 …… 심고 : 세 길이란 한(漢)나라의 은사(隱士) 장후(蔣詡)가 자기 집 마당에 세 길을 냈던 데서, 전하여 은사가 사는 곳을 의미하는데,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길은 황폐해 가고 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그대로 있구나.[三徑就荒 松菊猶存]”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이십사고(二十四考)의 중서령(中書令) : 당(唐)나라 때 곽자의(郭子儀)가 중서령의 직을 매우 오랫동안 맡았던 관계로, 그가 친히 관리(官吏)들의 성적 고사(成績考査)를 한 것이 무려 스물네 번에 이르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무우(舞雩)에서 …… 됨이니 : 공 자(孔子)가 제자들에게 각자의 소원을 묻는 말에 대하여, 증점(曾點)이 대답하기를 “늦은 봄에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관자(冠者) 대여섯 사람, 동자(童子)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先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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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 君子有三樂
자기 집으로부터 천하에 미치네 / 自家及天下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 없을 제 / 俯仰旣無歉
이 착한 마음을 잘 보존만 하면 / 保此神明舍
부끄러움이 나올 데가 없을 거고 / 愧怍無從生
훌륭한 명성이 천하에 퍼지리라 / 聲名遍夷夏
부모 형제에 효도하고 화목하고 / 悅親兄弟和
천하의 영재를 모두 교육시키고 / 英才盡陶冶
재능 다하여 성공을 거둔 다음엔 / 致用竟成功
조야 사이에 한가로이 지내면서 / 優游在朝野
내 생애 다하도록 노래나 할 텐데 / 謳歌終吾生
그 누가 풍아에 내 노래 넣어 줄꼬 / 誰歟列風雅
[주C-001]군자(君子)가 …… 있다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군자가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끼지 않는다.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盡心上》
고주 선로(孤舟禪老)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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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외로운 배의 나그네라 / 我本孤舟客
강 하늘 눈이 도롱이에 가득한데 / 江天雪滿簑
상인은 이를 잘 알면서도 어이해 / 上人那會此
거처를 저 높은 산에 부치었느뇨 / 甁錫寄嵯峨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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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의 몸 크기는 마치 안영만 한데 / 老翁身似晏嬰長
비파 놓음은 되레 증점의 미침과 같네 / 舍瑟還同點也狂
비록 사직을 한들 그 어디로 돌아갈꼬 / 縱得乞歸何處去
복사꽃 흐르는 물은 아득키만 하구나 / 桃花流水渺茫茫
붓 잡은 당년엔 문장 짓기만을 배워서 / 把筆當年學作文
교묘히 명성 탈취하려 다퉈 지껄였는데 / 巧偸豪奪競云云
이제는 가슴속 진정을 토로할 뿐이니 / 如今流出胸中耳
자운의 글만 몹시 어려움을 알아서일세 / 早識艱深獨子雲
자사께선 당일에 중용을 기술하면서 / 子思當日述中庸
조부의 풍도를 입이 닳게 칭양했는데 / 極口稱揚乃祖風
우리 한산의 세미는 문자일 뿐이건만 / 世美韓山文字耳
지금 내 시구는 아직도 하찮기만 하네 / 只今詩句尙難工
[주D-001]안영(晏嬰) : 춘추 시대 제 경공(齊景公)의 명상(名相)으로서 평소 절검 역행(節儉力行)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그 명성이 천하에 드러났는데, 그는 특히 신장이 육 척(尺)도 채 못 되었다고 한다.
[주D-002]비파 …… 같네 : 비 파 놓음은 자로(子路)ㆍ증점(曾點)ㆍ염유(冉有)ㆍ공서화(公西華) 네 문인이 일찍이 공자(孔子)를 모시고 앉았을 적에 공자가 각자의 뜻을 말하게 하였는데, 증점은 비파를 타고 있다가 가장 나중에야 쟁그렁 소리와 함께 비파를 땅에 놓고 대답하기를 “저는 앞에서 말한 세 사람의 의견과 다릅니다. 늦은 봄에 봄옷이 이루지거든, 관자(冠者) 대여섯 사람, 동자(童子)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시가를 읊조리며 돌아오겠습니다.” 하니, 공자가 감탄하며 이르기를 “나도 너의 뜻과 같다.”고 했던 일을 말한다. 《論語先進》 증점의 미침[狂]이란 공자가 진(陳)에 있을 적에 노(魯)나라에 있는 제자로 특히 증점 등을 가리켜 이르기를 “어서 돌아가야겠다. 오당의 소자들이 광간하다.[歸歟歸歟 吾黨之小子狂簡]”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복사꽃 흐르는 물 : 별 천지(別天地)인 선경(仙境)을 뜻한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시에 “내게 무슨 맘으로 청산에 사느냐고 묻거늘, 웃고 대답 안 하니 마음 절로 한가롭구나. 복사꽃 그림자 물에 잠겨 아득히 흘러가니, 여기는 별천지요 인간 세계가 아니라네.[問余何意棲碧山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자운(子雲)의 …… 어려움 : 자 운은 양웅(揚雄)의 자인데, 그가 저술한 《태현경(太玄經)》, 《법언(法言)》 등의 글이 매우 어려움을 말한다. 소식(蘇軾)이 사 추관(謝推官)에게 준 편지에 “양웅은 몹시 어려운 글로 평이한 말 문식하기를 좋아했으니, 만일 문식하지 않고 똑바르게 말하였다면 사람마다 알 수 있을 것이다.[揚雄好爲艱深之詞以文淺易之說 若正言之 則人人知之矣]” 하였다.
[주D-005]세미(世美) : 후대(後代)가 전대(前代)의 미덕(美德)을 계승하는 것을 가리킨다. 《춘추좌전(春秋左傳)》 문공(文公) 18년 조(條)에 “대대로 그 미덕을 이루어서, 그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았다.[世濟其美 不隕其名]” 하였다.
이천가(伊川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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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객낭군이 산으로 들어간 이후로 / 典客郞君向山後
띳집과 돌밭이 그 몇 이랑이나 되는고 / 茅屋石田知幾畝
기운 절벽의 폭포는 반공중에 달렸고 / 崖傾飛泉懸半空
산꼭대기로 드는 길은 북두에 닿았네 / 路入危巓磨北斗
석벽의 구름은 이끼 낀 글자를 뒤덮고 / 石壁雲埋有字苔
옥정의 달빛은 배 같은 연뿌리를 비추리 / 玉井月照如船藕
왕래하는 곳곳에선 스님을 만날 게고 / 往來處處逢野僧
때로는 산중 노인 만나 담소도 하겠지 / 談笑時時値林叟
주민은 순박하여 닭과 기장밥 대접하고 / 居民淳朴供鷄黍
현령은 조촐히 술과 쇠고기를 준비하리 / 縣令蕭條具牛酒
그곳 풍속은 비록 비야한 데 가까우나 / 雖然風俗近鄙野
다행히 인정은 순후함을 숭상한다오 / 幸是人情尙淳厚
나는 지금 아파 누워 고향엘 가고파서 / 我今病臥欲還鄕
술이 취할 때마다 장구를 치곤 하는데 / 每遇酣歌聊擊缶
누가 내 문 앞에 생 꼴을 갖다 놓으랴 / 門前誰復致生芻
붓 잡으면 해구 없음을 스스로 안다네 / 筆下自知無薤臼
눈 어른거려 우물에 떨어졌던 하 비서요 / 眼花落井賀祕書
이 흔들리고 머리까지 빠진 한 이부로다 / 齒搖益脫韓吏部
정주학을 좇아 도의 근원을 오르고파라 / 欲從濂洛泝眞源
다만 천지가 온통 깜깜해질까 염려로세 / 直恐乾坤似豐蔀
다만 남은 생애를 다시 잘 요량하여 / 只向殘年更料理
도덕과 문장을 영원토록 전해야 하리 / 道德文章垂不朽
[주D-001]전객낭군(典客郞君) : 전객시(典客寺)의 낭관(郞官)을 지낸 사람을 가리킨 말인데, 누구인지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2]옥정(玉井)의 …… 비추리 : 옥정은 태화산(太華山) 꼭대기에 있다는 못 이름인데, 이백(李白)의 〈고의(古意)〉 시에 “태화산 꼭대기의 옥정에 있는 연은, 꽃이 피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네.[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누가 …… 놓으랴 : 후 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곽태(郭太)가 모상(母喪)을 당했을 적에 역시 고사인 서치(徐穉)가 조문을 가서 곽태의 여막(廬幕) 앞에 생 꼴 한 줌을 놓고 떠났는데, 모두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기므로, 곽태가 말하기를 “이는 반드시 남주(南州)의 고사(高士) 서유자(徐孺子)가 놓은 것이리라. 《시경》 소아(小雅) 백구(白駒)에 ‘망아지에게 생 꼴 한 줌을 먹이노니, 그 사람이 옥과 같도다.[生芻一束 其人如玉]’라고 이르지 않았던가? 내 덕이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구나.” 한 데서 온 말이다. 유자는 서치의 자이다. 《시경》의 이 시는 곧 떠나려는 현자(賢者)를 전송할 때에 약소한 물품이나마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서로 헤어지기 아쉬운 정을 노래한 것이다. 《後漢書 卷53 徐穉傳》
[주D-004]해구(薤臼) : 뛰 어난 문장을 뜻한다. 후한(後漢)의 채옹(蔡邕)이 일찍이 한단순(邯鄲淳)이 지은 조아비(曹娥碑)의 배면(背面)에다 은어(隱語)로 ‘황견유부외손해구(黃絹幼婦外孫薤臼)’라는 여덟 자를 새겨 비문(碑文)을 평했던 데서 온 말인데, 이것을 풀어 보면, 황견(黃絹)은 색사(色絲)이므로 절(絶) 자가 되고, 유부(幼婦)는 소녀(小女)이므로 묘(妙) 자가 되고, 외손(外孫)은 딸의 아들[女子]이므로 호(好) 자가 되고, 해구는 매운 맛을 받는 그릇[受辛]이므로 사(辭) 자의 약자가 되니, 이것을 모두 합하면 곧 절묘호사(絶妙好辭)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주D-005]눈 어른거려 …… 하 비서(賀祕書)요 : 하 비서는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을 지냈던 풍류 시인(風流詩人) 하지장(賀知章)을 가리키는데,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시에 “하지장 말 타는 건 배를 탄 듯이 흔들흔들, 눈은 어른거려 우물 속에 빠져 자기도 했네.[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이 흔들리고 …… 한 이부(韓吏部)로다 : 한 이부는 당 헌종(唐憲宗) 때 이부 시랑(吏部侍郞)을 지낸 한유(韓愈)를 가리키는데, 그가 지은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에 “나는 나이 40도 안 되어서 머리털이 쇠해지고 치아가 흔들리더니, 금년에 들어서는 쇠한 머리가 혹은 희어지고, 흔들리던 치아가 혹은 흔들려 빠진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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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랑이 산으로 들어갔는데 / 兔郞入山去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누나 / 風雨正颯颯
골짝은 기다라서 마을이 드물고 / 谷長村落稀
벼랑은 미끄러워 걷기 어려우리 / 傾崖滑難踏
귓가엔 계곡 물소리 들려오고 / 耳邊澗泉來
머리 위엔 산봉들이 어우러졌으리 / 頭上峰巒合
속진을 벗어난 건 기쁘겠지만 / 祗喜脫塵紛
어찌 와상에 있는 것만 하겠나 / 何如在臥榻
[주D-001]토랑(兔郞) : 묘년생(卯年生)을 애칭(愛稱)으로 부른 말인 듯하나,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동년(同年) 이몽유(李夢游)가 내방하여 제공(諸公)들이 생각나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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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년 동년이 먼 곳으로부터 왔는데 / 辛巳同年自遠來
흰옷으로 떠돌아 누런 먼지가 뿌옇구나 / 素衣飄泊染黃埃
병중에 만나 보니 더욱 놀랍고 기쁘다만 / 病中相見尤驚喜
돌아보니 송당엔 푸른 이끼뿐일세그려 / 回首松堂但綠苔
장원랑은 바로 역암 노인이었는데 / 狀元郞是易菴翁
추부에서 물러나 낙이 그 가운데 있거늘 / 退自鴻樞樂在中
병으로 방문 못 하고 봄 절반을 넘겼으니 / 病不往參春過半
언제나 좌상에 붓 바람 일으키는 걸 볼꼬 / 何時座上筆生風
시내 너머 한 봉우리 높은 산 앞이거니 / 隔溪一朶斷山前
걸어서 가도 곧장 그 자리 갈 만하건만 / 步屧猶堪直赴筵
괴이해라 이제껏 슬피 바라만 보았으니 / 怪底至今空悵望
병든 몸 가고 머묾은 하늘에 맡길 밖에 / 病軀行止付蒼天
당년에 일등으로 급제한 다섯 선생은 / 當年一等五先生
문한으로 나란히 달려 다 명성 있었네 / 文翰揚鑣摠有名
영모정 앞에는 봄풀이 푸르르고요 / 永慕亭前春草綠
토산 깊은 곳에는 초당이 깨끗하구나 / 兔山深處草堂淸
일 등(一等) 오인(五人)이 모두 급제(及第)하여 한림(翰林)에 제수되었으므로, 세상에서는 송당(松堂)이 사람을 잘 알아보았다고 일컬었다. 그 오인은 바로 이몽유(李夢游)와 한홍도(韓弘度), 신익지(申翌之), 송숙통(宋淑通), 곽충수(郭忠秀)이다.
[주D-001]신사년 동년(同年) : 고려 충혜왕(忠惠王) 복위(復位) 2년인 신사년(1341)에 송당(松堂) 김광재(金光載)가 성균시(成均試)를 관장했는데, 이 성균시에 합격한 동년을 이른 말이다.
[주D-002]역암(易菴) : 고려 말기의 문신(文臣) 성사달(成士達)의 호이다.
[주D-003]영모정(永慕亭) : 본 관이 청주(淸州)인 고려 말기의 문신 곽린(郭麟)이 일찍이 서장관(書狀官)으로 일본(日本)에 갔다가 그곳에서 병사(病死)하자, 나라에서 청주의 추동전(楸洞田)을 그의 집에 하사했는데, 뒤에 그의 아들 지태(之泰)와 손자 충수(忠秀)가 그를 기리기 위하여 이 정자를 세웠다 한다.
풍우행(風雨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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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바람 광대히 불고 봄 그늘 짙더니 / 東風浩蕩春陰濃
봄비가 뜰에 가득 자욱하게 내리누나 / 春雨滿庭來濛濛
유인이 앓고 나서 깊이 문 닫고 있노라면 / 幽人病餘深閉戶
맑은 향기가 온종일 책 가운데 풍기고 / 淸香盡日圖書中
누에 올라 흥겨워 길이 휘파람 불어라 / 登樓起興發長嘯
시절은 남쪽 밭에 농사를 힘쓸 때로세 / 時哉南畝宜明農
더구나 이젠 여강에 전토까지 내렸거늘 / 況今敕賜驪江田
봄이 절반을 넘도록 왜 이리 질질 끄는고 / 春已過半胡遷延
나는 공부의 한마디 좋은 말을 본받노니 / 吾師工部一語好
스스로 생애 결단해 하늘에 안 물음일세 / 自斷此生休問天
한밤중부터 애태워 아침까지 기다려서 / 煎熬中夜坐待旦
발돋움하고 남녘 바라보니 맘만 아득하네 / 跂予南望心茫然
요순 임금 만든단 건 끝내 오활할 뿐이요 / 致君堯舜竟迂闊
시서의 도는 이지러져 시끄러이 떠드누나 / 詩書道缺紛相聒
봄에야 나타남은 좋은 시절 때문이련만 / 當春發生時好節
어찌 유독 내 생계엔 방해됨이 있을쏜가 / 豈獨有妨吾計活
밭둑에 비단이 연하고 밥 향기 풍기어라 / 畦聯羅紈壠飯餌
가을 달 마주해 취하여 수확을 노래하리 / 酣歌成功對秋月
저 서민들도 이런 일을 다 잘 해내는데 / 匹夫匹婦亦辦此
더구나 내가 사직하고 전리로 물러감에랴 / 況我乞身退田里
내 몸 죽을 때까지 화봉 삼축을 하노라면 / 華封三祝終吾身
지하에서도 응당 감명을 그지없이 받으리 / 地下感銘當不已
운암사를 돌아보니 안개 자욱한 가운데 / 回頭雲巖煙霧昏
솔바람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는 듯하네 / 髣髴松聲入吾耳
적적한 산중 집에서 봄잠을 달게 자고 / 山齋寂寂春睡濃
일어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읊노라니 / 起來零雨吟其濛
주공이 가버려서 예악 또한 폐해졌어라 / 周公已矣禮樂廢
서산의 해가 중천에 다시 못 옴 같구려 / 有如西日難再中
중니는 천하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 仲尼栖栖志天下
인정의 밭에 노련한 농부가 되었으니 / 人情之田爲老農
인정은 본디 성인이 농사짓는 밭이라 / 人情本是聖人田
예를 갈고 의를 심어 끝없이 이어졌고 / 禮耕義種方綿延
요탕은 성덕으로 인륜 법칙을 세웠으되 / 堯湯盛德立人極
수한으로 진념한 건 끝내 천명이었네 / 水旱軫念終關天
지금까지 인륜 강상이 천하를 비추기에 / 至今彝倫照區域
명덕이 아직도 밝음을 느껴 생각하노라 / 慨念明德猶昭然
산천은 가이 없고 천지는 하도 넓어서 / 山川悠悠天地闊
후현들은 늘 이단의 들렘을 괴로워하나 / 後賢每苦群邪聒
다만 법제가 땅에 떨어지지 않은 때문에 / 祗緣法制不墜地
창생의 생명이 이로 인해 살게 되었네 / 蒼生性命由斯活
내 피부를 윤택케 함은 비이슬과 같고 / 潤我肌膚似雨露
내 심장을 밝혀줌은 해 달과도 같아라 / 明我心腸如日月
내 생애의 뜻 세움은 피차가 없음이니 / 我生立志無彼此
은택 입히는 공부는 먼저 마을을 가려서 / 澤物功夫先擇里
어진 이 섬기고 벗 삼아 내 은혜 펼침일세 / 事賢友仁霈吾惠
생민을 윤택케 않고 어찌 말 수 있으랴 / 不潤生民烏可已
나는 지금 늙어서 어찌할 수 없는지라 / 我今老矣知奈何
붓을 들고 우선 이와 같이 쓸 뿐이로세 / 筆以寫之聊爾耳
[주D-001]공부(工部)의 …… 안 물음일세 : 공 부는 일찍이 공부 원외랑(工部員外郞)을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의 〈곡강(曲江)〉 시에 “스스로 이 생애 결단해 하늘에 물을 것 없어라, 두곡에 다행히도 상마의 전토가 있다오.[自斷此生休問天 杜曲幸有桑麻田]”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봄에야 …… 때문이련만 :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 시에 “좋은 비가 시절을 알기에, 봄을 당해서야 나타나누나.[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밭둑에 …… 풍기어라 : 소 식(蘇軾)의 〈남원(南園)〉 시에 “봄 밭둑에 비 지나니 비단이 기름지고, 보리밭에 바람 부니 떡이 향기롭구나.[春疇雨過羅紈膩麥風來餠餌香]”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말한 비단은 곧 비단을 만드는 재료인 뽕나무를 가리킨 것이고, 보리밭은 곧 떡이나 밥을 만들 수 있으므로 말한 것이다.
[주D-004]화봉 삼축(華封三祝) : 요(堯) 임금 때에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요 임금에게 말하기를 “청컨대 성인(聖人)께 축복을 드리겠노니, 성인께서 수(壽)ㆍ부(富)ㆍ다남자(多男子) 하시기를 비옵니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天地》
[주D-005]부슬부슬 내리는 비 : 주 공(周公)이 동산(東山)에 가서 무경(武庚)을 치고 3년 만에 돌아와서 지은 〈동산〉 시에 “내가 멀리 동산에 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했노라. 내가 동에서 돌아올 때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라.[我徂東山 慆慆不歸 我來自東 零雨其濛]” 한 데서 온 말이다. 《詩經 豳風》
[주D-006]인정(人情)의 밭 :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성인이 법칙을 만들되,……예의를 그릇으로 삼고, 인정을 밭으로 삼으며, 사령을 가축으로 삼았다.[聖人作則……禮義以爲器人情以爲田 四靈以爲畜]”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요탕(堯湯)은 …… 천명이었네 : 요 임금은 구 년 홍수를 만났고, 탕 임금은 칠 년 대한(大旱)을 만났으므로 이른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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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이 내 봄놀이 하고픈 심정을 알고 / 東風知我欲尋春
부슬부슬 가랑비로 길 먼지 씻어 주네 / 小雨濛濛灑路塵
한 필 말에 창화사 계곡 길 미끄러워라 / 匹馬昌華溪路滑
누가 이 병든 몸을 아직껏 괴롭히는고 / 誰敎病骨尙酸辛
연래엔 내 덜 나가고 오는 이도 적어서 / 年來罕出少來人
남창 아래 앉고 누우니 뜻 절로 참다워라 / 坐臥南窓意自眞
공맹의 하풍으로 끊어진 도맥 일으키니 / 孔孟下風吹墜緖
복희씨 이상 시대와 좋은 이웃 접하였네 / 羲皇上世接芳隣
희허편(欷歔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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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영재들이 무리 지어 거주하니 / 群英傑出仍群居
곤붕의 변화란 게 헛된 말이 아니로다 / 鯤鵬變化非荒虛
평생의 의기는 사귀는 의리를 중히 여겨 / 平生意氣重交義
오호 정저가 서로 의기 투합한 처음이었네 / 吳縞鄭紵相投初
큰 공훈 보좌하여 천하에 은택을 입히고 / 翊贊大勳被天下
돌아가면 한 몸뚱이 되레 여유가 있으리 / 歸來渺然還有餘
어찌 혹시라도 내 털끝 하난들 손상되랴 / 何曾或損我一毛
수목들도 여전히 내 전려를 둘러 있겠지 / 依舊樹木圍田廬
넓은 강물은 큰 들을 가로질러 흐르는데 / 江流沄沄截大野
금년 그물에 걸린 건 지난해의 고기로세 / 今年所網前年魚
높이 나는 기러기야 어찌 그물에 걸리랴 / 冥飛有鴻胡見離
홀로 서서 하늘 우러러 한숨만 쉴 뿐이네 / 仰天獨立徒欷歔
운대와 조대가 어느 쪽이 높고 낮을꼬 / 雲臺釣臺誰高低
아득한 바람 먼지가 교외를 뒤덮는구나 / 風塵漠漠埋郊墟
[주D-001]곤붕(鯤鵬)의 변화(變化)란 게 : 《장 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북쪽 바다에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있어 그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고, 이 고기가 변화하여 붕(鵬)이라는 새가 되는데, 붕새의 등 넓이는 또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영웅호걸을 비유한다.
[주D-002]오호 정저(吳縞鄭紵)가 …… 처음이었네 : 춘 추 시대 오(吳)나라 계찰(季札)이 정(鄭)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서 정나라 대부(大夫) 자산(子産)을 보고는 마치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와 같이 여겨 그에게 비단 띠[縞帶]를 선사하니, 자산은 또 계찰에게 모시옷[紵衣]을 선사했던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매우 두터운 우의(友誼)를 비유한다.
[주D-003]운대(雲臺)와 조대(釣臺) : 운 대는 한 명제(漢明帝)가 일찍이 전세(前世)의 공신(功臣)들을 추념(追念)하기 위해 공신 등우(鄧禹) 등 이십팔장(二十八將)의 초상(肖像)을 걸었던 대명(臺名)이고, 조대는 은사(隱士)가 낚시질을 하던 곳으로, 특히 강태공(姜太公)의 조대와 후한(後漢) 엄광(嚴光)의 조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은사를 의미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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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안정이 약이요 다른 처방 없으니 / 安心是藥更無方
점차 한 와상에 누운 유마힐 같아지네 / 漸似維摩臥一牀
부슬부슬 봄비에 돌아갈 흥취 동하여라 / 春雨濛濛歸興動
여흥의 산수가 아직도 눈에 아련하구려 / 驪興山水尙微茫
당년에 사방을 분주한 게 몹시 한스러워 / 苦恨當年走四方
돌아와선 책상 앞에서 세월을 보냈더니 / 歸來歲月繞書牀
이젠 천지가 무너지고 내 또한 노쇠하여 / 天分地拆吾衰老
변새 북쪽 강 남쪽이 다 아득하기만 하네 / 塞北江南摠渺茫
소년 시절엔 학문에 뜻 두고 향방도 알아 / 少年志學且知方
백척루 앞 위아래의 와상 같았었는데 / 百尺樓前上下牀
늙어 가매 책벌레는 아무 쓸데가 없어 / 老去蠹魚無處用
때로 길이 휘파람 불며 쓸쓸히 섰노라 / 有時舒嘯立蒼茫
[주D-001]마음 …… 같아지네 : 유 마힐(維摩詰)은 석가(釋迦)와 같은 시대 비야리성(毘耶離城)의 장자(長者)이다. 그가 일찍이 아픈 체하고서, 문수사리(文殊師利) 등이 문병하러 올 것을 미리 헤아리고는, 방 안의 물건을 다 치우고 와상 하나만 두고 그 위에 누워 있자, 과연 문수사리 등이 와서 문병을 하므로, 그가 말하기를 “치애(癡愛)로 인하여 내가 병이 생겼다. 일체중생(一切衆生)이 병들었기 때문에 나도 병이 생긴 것이다. 치애가 바로 중생의 질병 근원이 되는 것이니, 그 근원이 다하면 병 또한 없어질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백척루(百尺樓) …… 와상 : 원 룡(元龍)은 삼국 시대 위(魏)나라 진등(陳登)의 자이다. 허사(許汜)가 일찍이 유비(劉備)와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자기가 한번은 진등을 찾아갔더니,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주인 자신은 높은 와상으로 올라가 눕고, 손님인 자기는 아래 와상에 눕게 하더라고 말하자, 유비가 말하기를 “그대의 말이 채택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인(小人) 같았으면 자신은 백척루로 올라가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지기(志氣)가 고상함을 뜻한다.
영가(永嘉) 권 시중(權侍中)이 자기 손자인 젊은 태상(大常)을 시켜 주식(酒食)을 보내왔으므로, 이를 절하고 받아 취하고 배부르게 먹고 나서 단율(短律)을 읊어 이루다. 태상의 이름은 근(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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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로는 높기가 둘도 없고 / 國老尊無對
훌륭한 손자는 태도도 의젓하네 / 文孫裕有餘
음식은 산해진미를 갖추었고 / 盤飱具山海
단지의 술은 뜨락을 비추누나 / 樽酒照庭除
공은 옛날 빗장을 자주 던졌는데 / 公昔頻投轄
나는 지금 홀로 내 집을 사랑하네 / 吾今獨愛廬
어떻게 하면 공을 모시고 앉아서 / 何當陪杖屨
듬성히 떨어지는 꽃비를 구경할꼬 / 花雨看疎疎
[주C-001]영가(永嘉) 권 시중(權侍中) : 권근(權近)의 조부(祖父)로서 벼슬이 검교시중(檢校侍中)에 이르고 영가부원군(永嘉府院君)에 봉해진 권고(權皐)를 가리킨다.
[주D-001]빗장을 자주 던졌는데 : 다 정하게 빈객(賓客)을 만류하는 것을 뜻한다. 한(漢)나라 진준(陳遵)이 술을 몹시 좋아하여 빈객들을 초청해서 술을 마실 때마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빈객의 수레의 비녀장을 뽑아 우물에 던져서 빈객을 가지 못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92 陳遵傳》
[주D-002]홀로 …… 사랑하네 : 도잠(陶潛)의 〈독산해경(讀山海經)〉 시에 “새들은 의탁할 곳 있음을 좋아하는데,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衆鳥欣有託吾亦愛吾廬]” 한 데서 온 말이다.
전라도(全羅道) 정 염사(鄭廉使)를 보내다. 이름은 이(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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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달빛이 웅천 고을을 비출 제 / 鷄龍山月照熊川
해마다 향 받들어 지선을 제사하누나 / 歲歲函香祀地仙
삼리의 새벽길엔 번개를 쫓듯 할 게고 / 森里曉行如逐電
금성을 밤에 오를 땐 구름 위에 솟으리 / 錦城夜上似凌煙
높은 재능은 본디 위에 설 자 없거니와 / 高才自是無居右
빠른 행보는 어찌 남의 앞을 못 갔던가 / 疾走何曾不及前
역로에는 횃불을 죽 늘어세웠다 하니 / 聞說驛程連列炬
갈도 소리가 아련히 꿈속에 전해 오네 / 依依喝道夢中傳
전라 한 도는 산천이 좋기도 하니 / 全羅一道好山川
깃발 세운 행차 바라보면 신선 같으리 / 旌旆巡行望似仙
지리산은 우뚝 솟아 은하수를 기대고 / 智異穹窿倚霄漢
탐라국은 아득히 구름 연기로 막혔는데 / 耽羅縹渺隔雲煙
우거진 쑥대 속에 민가들은 땅을 쓸고 / 閭閻掃地蓬蒿裏
고각 소리 앞에 봉화는 하늘에 연하리 / 烽火連天鼓角前
달밤 시냇물 가 승탑에서 묵게 되거든 / 月夜溪聲宿僧榻
병든 이 사람의 소식 좀 잘 전해 주게나 / 病夫消息好相傳
강남과 사천 지방을 두루 유람할 적엔 / 游遍江南與四川
석장 날림이 곧 신선이라 말들 했거니 / 人言飛錫卽飛仙
옛날 흰 벽에 쓴 시는 많이 비에 젖었고 / 舊題粉壁多藏雨
묵은 필적은 이끼 끼고 연기도 띠었으리 / 陳迹蒼苔又帶煙
선문답은 맑은 꿈속에 늘 함께하지만 / 禪話屢陪淸夢裏
연구 시는 어찌 소년 시절만 하겠는가 / 詩聯何似少年前
중원의 옛 친구가 응당 생각은 나지만 / 中原舊故應相憶
기러기에 부쳐 소식 전하기도 어렵구려 / 信字難憑鴻雁傳
[주D-001]석장 날림 : 옛날 인도(印度)의 도승(道僧)들이 신통력으로 석장(錫杖)을 공중에 날려 사방을 돌아다녔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방 각지를 유람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앞의 운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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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귀족들은 봄 회포 농후하여 / 春風甲第春心濃
미인 향내 진동하고 가취 소리 은은한데 / 蘭麝熏天歌吹濛
누가 알리요 곤궁한 이 못난 늙은이는 / 誰知氷蘗一老拙
탕약 화로 서책 가운데 누워 있는 줄을 / 偃臥藥爐經卷中
때론 진에서 병이 나 일어나도 못하여 / 時時在陳病莫興
자못 게으른 농부 추수 때와도 같으니 / 頗似秋收之惰農
이 때문에 돌아가 다시 농사에 힘써서 / 所以欲去更力田
만년의 생계나 조금 펴이게 해볼까 하네 / 桑楡晚景庶其延
그렇지 않으면 글 읽은 걸 어디에 쓰랴 / 不然讀書欲安用
다만 명을 알고 하늘을 아는 데 있나니 / 只在知命仍知天
굶는다 해서 어찌 백이를 본받겠으며 / 餓兮何須師伯夷
부자라 해서 어찌 계연을 본받으리오 / 富兮何須師計然
다만 이 몸 편히 하고 마음 관대히 하여 / 但令身安心地闊
귓가에 애들 떠드는 소리나 들어 주고 / 耳邊只許兒童聒
마을 부로들과 함께 취해 노래하는 게 / 里中父老共酣歌
내 평소 아주 쾌활히 여긴 바로세 / 是我平生大快活
헌걸찬 호마는 북풍을 의지하는 듯한데 / 軒然胡馬如依風
어찌 오우가 달 보고 거듭 놀라게 하랴 / 肯使吳牛重喘月
병이 조금 우선하매 이 일만 생각하노니 / 病少間來長念此
더구나 내 동지가 서쪽 마을에 있음에랴 / 矧我同心在西里
읊조리며 이따금 진정을 토로하노라면 / 謳吟往往吐眞情
서로 창화하는 일이 어느 날 그치리오 / 有唱有和何日已
우연히 비바람 인해 미친 노래 부르니 / 偶因風雨發狂歌
정히 이마 가려워 세 귀 생긴 것 같구려 / 政如額癢生三耳
[주D-001]진(陳)에서 …… 못하여 : 먹을 양식이 떨어짐을 뜻한다. 공자(孔子)가 일찍이 진(陳)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져 종자(從者)들이 병이 나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衛靈公》
[주D-002]백이(伯夷) : 은 (殷)나라 때 고죽국(孤竹國) 임금의 아들이다. 주 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쳐서 멸하자, 아우 숙제(叔齊)와 함께 의리상 주(周)나라의 곡식을 먹을 수 없다 하여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가 마침내 굶어 죽었으므로 한 말이다. 《史記 卷61 伯夷列傳》
[주D-003]계연(計然) : 춘추 시대 월(越)나라 사람으로, 그는 특히 치부술(致富術)에 뛰어났는데, 월왕(越王) 구천(句踐)과 범려(范蠡)가 모두 그의 계책을 본받아서 치부(致富)를 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4]헌걸찬 …… 듯한데 : 무명씨(無名氏)의 〈고시(古詩)〉에 “호지의 말은 북풍에 몸을 의지하고, 월지의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짓네.[胡馬依北風越鳥巢南枝]”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고향 그리는 정을 의미한다.
[주D-005]어찌 …… 하랴 : 오 (吳)나라는 중국 남방의 아주 더운 지방이므로, 낮에 더위로 몹시 괴로워하던 소가 밤에 달이 뜬 것을 보고도 또 해가 떴나 생각하여 숨을 헐떡거린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평소 두려워하던 상대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놀라 두려워함을 뜻한다.
[주D-006]우연히 …… 같구려 : 송 (宋)나라 진관(秦觀)이 일찍이 시를 지어 소식(蘇軾)의 귀먹은 것[耳聾]을 조롱하므로, 소식이 그의 시에 차운하여 지은 〈차운진태허견희이롱(次韻秦太虛見戱耳聾)〉 시에 “그대는 나를 거짓 귀먹은 체하는 것으로 의심하여, 조롱하는 시 지어 별의별 소리를 다했으니, 의당 이마 가려워 세 귀 생기는 걸 예방해서, 붓끝에 비바람이 날리듯 통쾌히 하지 마소.[今君疑我特佯聾故作嘲詩窮嶮怪 須防額癢出三耳 莫放筆端風雨快]” 한 데서 온 말이다. 이마가 가려워 세 귀가 생긴다는 것은, 수(隋)나라 때 장심통(張審通)이란 사람이 일찍이 명부(冥府)의 서기(書記)가 되어 판결문(判決文)을 한 번 잘못 써서 상관(上官)으로부터 귀 하나를 막아 버리는 벌(罰)을 받았다가, 그 후 다시 판결문을 한 번 잘 써서 그에 대한 상으로 귀 세 개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마침내 그가 부활(復活)한 지 수일 후에 갑자기 이마가 가렵다가 이마에서 귀 하나가 더 나와서 귀가 모두 셋이 된 후로는 그가 더욱 총명(聰明)해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우연히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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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이 내 마음은 우물처럼 고요하여 / 謾擬吾心井不波
하늘빛 햇빛이 환히 비치리라 여겼건만 / 天光日影共森羅
다생의 삼업을 능히 면할 수가 있으랴 / 多生三業那能免
주옹의 아내 하윤의 고기와 흡사하구려 / 宛似周妻與肉何
[주D-001]다생(多生)의 삼업(三業) : 모두 불교 용어로, 다생은 곧 중생(衆生)을 의미하고, 삼업은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으로서 즉 신체의 동작, 언어, 의지의 작용을 말한다.
[주D-002]주옹(周顒)의 …… 고기 : 남 제(南齊) 때 주옹은 청빈 과욕(淸貧寡欲)하여 종일토록 거친 음식만 먹고, 비록 처자(妻子)가 있긴 하나 홀로 산사(山舍)에 거처하였으며, 그 당시 하윤(何胤)은 또한 불법(佛法)을 신봉하여 처첩(妻妾)도 없이 살았으므로, 태자(太子)가 주옹에게 묻기를 “경(卿)이 도(道)에 정진한 것이 하윤과 서로 어떠한가?” 하자, 주옹이 대답하기를 “삼도 팔난(三塗八難)은 모두가 면하지 못할 바이지만, 그러나 각각 누(累)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므로, 태자가 또 묻기를 “그 누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니, 주옹이 대답하기를 “주옹은 아내가 있고, 하윤은 고기를 먹습니다.”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식색(食色)의 욕심을 비유한다.
스스로 탄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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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글씨 배울 때 근거한 바 없었더니 / 少時學字無所稽
늙어서 종이 대하매 향방을 전혀 모르겠네 / 老來臨紙令人迷
어로와 해시는 한창 서로 뒤섞이거니와 / 魚魯亥豕方雜然
호구와 목곡은 어느 게 나은 줄 알쏜가 / 虎狗鶩鵠知誰賢
때로 흥취에 겨워 장편 시를 얻고 보면 / 有時乘興得長篇
새 날고 물고기 헤엄치듯 자연스럽지만 / 鳥入雲飛魚泳川
깨끗한 책상에 종이 펴고 글씨를 쓰려면 / 明窓淨几鋪華牋
글씨 졸렬도 해라 손이 왜 이리 뻣뻣한고 / 作字拙惡如拘攣
오늘 아침에 붓 잡고 스스로 비웃노니 / 今朝把筆齒自冷
애꾸말 탄 맹인이 밤에 우물 만남일세 / 盲人瞎馬夜臨井
나무 깎다 땀 흘리며 손가락을 다치듯 / 拙斲汗顔方血指
추녀가 옷깃 넓혀 혹만 가린 듯도 하네 / 醜婦闊領徒蓋癭
비록 전해 온 필법과는 크게 어긋나지만 / 雖然大與筆法乖
생나무 같은 굴절 변화야 어찌 해로우랴 / 屈折何害如生柴
미친 장욱 취한 회소는 모두 적막해졌고 / 顚張醉素盡寥落
황정경과 흰 거위도 함께하기 어렵구나 / 黃庭白鵝難與偕
나는 지금 늙어서 눈이 하도 어른거려 / 我今老矣眼花多
때때로 먹을 갈다 길이 한숨을 쉬노니 / 時時磨墨長聲嗟
남은 힘 다해 열심히 글씨를 써보고프나 / 縱欲臨池致餘力
북처럼 빠른 세월이 어찌 멈추려 하랴 / 歲月豈肯停飛梭
[주D-001]어로(魚魯)와 해시(亥豕) : 글 자의 형체가 서로 비슷함으로 인하여 쉽게 오류를 범하게 됨을 뜻한다. 어로는 《포박자(抱朴子)》 하람(遐覽)에 “글씨를 세 번 베껴 쓰면 어(魚) 자가 노(魯) 자로 변하고, 제(帝) 자가 호(虎) 자로 변한다.” 한 데서 온 말이고, 해시는 자하(子夏)가 일찍이 위(衛)나라에 들렀을 때 그곳에서 《사기(史記)》를 읽는 자가 “진나라 군사가 진나라를 치려고 삼시에 하수를 건넜다.[晉師伐秦 三豕渡河]”고 읽으므로, 자하가 말하기를 “삼시(三豕)는 기해(己亥)의 잘못된 것이다.”고 하여, 바로잡아 주었던 데서 온 말이다. 《孔子家語 卷9 七十二弟子解》
[주D-002]호구(虎狗)와 목곡(鶩鵠) : 후 한(後漢) 때 마원(馬援)이 자기 조카들을 경계시킨 글에서, 용술(龍述)은 신중하고 위엄 있는 사람이므로, 그를 본받으면 행검(行檢) 있는 선비는 될 수 있으니, 이른바 ‘고니를 새기다가 못 이루더라도 집오리와 같이는 될 수 있다.[刻鵠不成 尙類鶩]’는 것이거니와, 두보(杜保)는 호협(豪俠)한 사람이므로, 그를 본받다가는 천하의 경박자(輕薄子)가 될 것이니, 이른바 ‘범을 그리다가 이루지 못하면 도리어 개같이 되어 버린다.[畫虎不成 反類狗]’는 것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24 馬援列傳》
[주D-003]애꾸말 …… 만남일세 : 고 어(古語)에 “맹인이 애꾸눈 말을 타고, 한밤중에 깊은 못을 만났다.[盲人騎瞎馬 夜半臨深池]” 한 데서 온 말로, 대단히 위험함을 뜻하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글씨를 쓸 때 대단히 두려운 듯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4]나무 …… 다치듯 : 한유(韓愈)의 〈제유자후문(祭柳子厚文)〉에 “서투른 목수는 재목을 깎다가 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고 땀만 뻘뻘 흘린다.[不善爲斲 血指汗顔]”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추녀(醜女)가 …… 하네 : 중국 여남(汝南) 사람들은 목에 혹이 난 사람이 많으므로, 그들은 모두 목의 혹을 가리기 위해 옷깃을 아주 넓게 지어서 입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서툰 글씨를 억지로 꾸미려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6]미친 …… 회소(懷素) : 당(唐)나라 때 초성(草聖)으로 이름이 높았던 장욱(張旭)은 술에 취하면 이따금 미치광이 같은 태도를 하였고, 역시 명필(名筆)로 알려진 고승(高僧) 회소법사(懷素法師) 또한 술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7]황정경(黃庭經)과 흰 거위 : 이 백(李白)의 〈송하빈객귀월(送賀賓客歸越)〉 시에 “경호의 흐르는 물에 맑은 물결 일렁이니, 사명광객 가는 배에 뛰어난 흥취 진진하리. 산음의 도사와 만일 서로 만나게 되면, 응당 황정경 써주고 흰 거위와 바꾸겠지.[鏡湖流水漾淸波 狂客歸舟逸興多山陰道士如相見 應寫黃庭換白鵝]”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곧 하지장이 글씨를 잘 썼으므로,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일찍이 산음(山陰)의 도사(道士)에게 《도덕경(道德經)》을 써주고 흰 거위와 바꾸었던 고사를 이백이 인용한 것이다. 본디 왕희지가 쓴 것은 《도덕경》인데, 이백이 《황정경》으로 인용한 데 대해서는 잘못 인용했다는 설(說)도 있다.
충주(忠州) 곽 판사 충룡(郭判事翀龍)이 □군 천호(□軍千戶)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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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영특하여 오활한 선비 내려 보고 / 少年英邁鄙迂儒
바닷가에서 왜적의 칼날 용감히 꺾었네 / 勇折倭鋒向海隅
많을수록 좋다는 덴 혹 못 미칠지언정 / 縱是多多難益辦
그 무재가 어찌 천호의 장관에 그칠쏜가 / 武才何止長千夫
[주D-001]많을수록 좋다 : 한 고조(漢高祖)가 일찍이 한신(韓信)에게 “그대는 군사를 얼마나 거느릴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신이 대답하기를 “신(臣)은 많을수록 좋습니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92 淮陰侯列傳》
금강산(金剛山)으로 들어가는 고주 선로(孤舟禪老)를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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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위엔 하늘 높이 부는 바람 있어 / 金剛山上有天風
큰 물결 불어 일으켜 하늘에 치솟을 제 / 吹動洪濤□大空
외로운 배 정박하면 잠들기도 편안하리 / 泊得孤舟眠得穩
-원문 빠짐- / □□□□□□□
주선(珠禪)이란 자가 석종(石鐘)의 명(銘)을 요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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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깎아 내어 크나큰 종 만들어서 / 斲却雲根作大鐘
사리를 깊이 쟁여 영원히 전하려 하나 / 深藏舍利示無窮
모르겠노라 겁화가 바람 따라 일어나면 / 未知劫火隨風起
다시 어떤 사람이 나옹에게 예배할런고 / 更有何人拜懶翁
[주C-001]주선(珠禪) : 고려 말기의 승려 각주(覺珠)를 가리킨다. 저자가 일찍이 그의 부탁을 받고 고승(高僧) 나옹(懶翁)의 〈보제사리석종기(普濟舍利石鐘記)〉도 지었다.
한유항(韓柳巷)이 내게 들러서 썰렁하게 앉아 서로 담소(談笑)하던 중, 박 장원 자허(朴狀元子虛)가 마침 오자, 유항이 흔연히 술과 안주를 가져와서 함께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를 마치고 나서 비로소 반쯤 취함을 깨닫고 시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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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원 선생은 나와 서로 이웃이거니와 / 簽院先生接屋檐
박 장원은 말 타고 시골집에 들어왔네 / 狀元游騎入閭閻
술 향기가 문득 담장 너머로부터 오니 / 酒香忽自墻頭至
후끈한 기운이 금방 좌상에 더해지누나 / 春氣俄從座上添
난리 뒤의 산빛은 짙고 엷고 하는데 / 亂後山光濃又淡
앓은 후의 시 맛은 쓰고도 달구나 / 病餘詩味苦仍甛
목옹은 반쯤 취하여 되레 느낌이 많으니 / 牧翁半醉翻多感
나가나 물러가나 걱정하는 범중엄일세 / 進退俱憂范仲淹
[주C-001]박 장원 자허(朴狀元子虛) : 공민왕(恭愍王) 때 문과(文科)에 장원하였고 자가 자허인 박의중(朴宜中)을 가리킨다.
[주D-001]첨원 선생(簽院先生) : 여기서는 당시 첨서원사(簽書院事)로 있던 유항(柳巷) 한수(韓脩)를 가리킨다.
[주D-002]나가나 …… 범중엄(范仲淹)일세 : 범 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묘당(廟堂)의 높은 곳에 있을 때는 백성을 걱정하고, 강호(江湖)의 먼 곳에 있을 때는 임금을 걱정하는지라, 이것이 바로 나아가서도 걱정하고 물러가서도 걱정하는 것[進亦憂退亦憂]이니, 그렇다면 어느 때에 즐거워할 것인가? 그것은 기필코 ‘천하 사람의 근심은 내가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의 즐거움은 내가 나중에 즐거워하는 것[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이리라.” 한 데서 온 말이다.
지난해 2월 24일 숙배(肅拜)한 지가 지금 벌써 일주년이 되었다. 절구(絶句)를 읊어 이룬 것은 아주 기쁘고 다행하게 여긴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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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늘 처음으로 성상께 조현하여 / 去年今日始朝天
어연 가까이 들어가 용안을 마주했었네 / 入對龍顔近御筵
이는 참으로 당시의 한바탕 꿈일 뿐인데 / 只是當時眞一夢
더구나 지금은 쇠병이 아직 여전함에랴 / 況今衰病尙如前
염동정(廉東亭)이 오자, 유항(柳巷)이 또 술과 안주를 베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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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적적하여 이끼만 밟을 뿐이라 / 雀羅門巷踏蒼苔
하도 가난해 묵은 술도 내올 수 없는데 / 貧甚無從覓舊醅
다행히도 서쪽 이웃에 한 상국이 있어 / 賴有西隣韓相國
매양 술과 안주로 오는 손을 접대하네 / 每携牛酒待賓來
[주D-001]하도 …… 없는데 : 두보(杜甫)의 〈만흥(漫興)〉 시에 “시장이 멀어 음식은 여러 가지가 없고, 집이 가난해 술은 다만 묵은 술뿐이네.[盤餐市遠無兼味樽酒家貧只舊醅]” 한 데서 온 말이다.
이생(李生)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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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에서 세 걸출한 이가 나와 / 鷄林出三傑
동국 문장의 종사가 되었으니 / 東國文章宗
부지런히 힘써 가업을 지키면 / 勉勉守家業
후일에 의당 습봉을 받으리라 / 他年當襲封
[주D-001]계림(鷄林)에서 …… 되었으니 : 계 림은 경주(慶州)의 고호이다. 세 걸출한 이란 곧 경주 이씨(慶州李氏)로서 모두 학문과 문장으로 명성이 높았던 세 사람을 가리킨 것으로, 즉 임해군(臨海君)에 봉해지고 시호가 문정(文定)인 이진(李瑱)과 이진의 아들로 계림부원군(鷄林府院君)에 봉해지고 시호가 문충(文忠)인 이제현(李齊賢)과 이제현의 당질(堂姪)로 계림군(鷄林君)에 봉해지고 시호가 문정(文靖)인 이달충(李達衷)을 가리킨 듯하나 자세하지는 않다.
오 소윤(吳少尹)이 찾아왔기에 내가 향약(鄕藥) 한 상자를 그에게 맡겨 민간(民間)의 병자(病者)들에게 나눠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것은 내 평생에 동정심을 발휘해 온 일의 일부분으로서 족히 스스로 슬퍼할 만하기에 노래를 불러 스스로 위로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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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나라 구할 손 소매 속에 넣은 채 / 平生袖間醫國手
꺼내려면 문득 방해자 많아서 꺼려졌네 / 欲出却嫌多掣肘
나라 병세는 손바닥을 보듯 분명하건만 / 雖然病勢如指掌
누가 알리오 비방이 바로 곁에 있는 걸 / 誰識祕方猶在後
백발로 병석에 누워 스스로 병 고치자니 / 白頭臥病自醫身
눈으로 내 몸 못 보아 어둡기 그지없어라 / 目不反睹如豐蔀
지금은 명의가 새벽별처럼 드문 데다 / 當今扁鵲似晨星
밤낮으로 땀 흘리며 국중을 분주하기에 / 汗流日夜國中走
불러도 안 온 건 나를 무시한 게 아니라 / 招之不來非少我
여러 집에서 서로 다퉈 초치한 때문일세 / 爭邀競致如林藪
때로 특별히 들러 주면 내 마음 유쾌하여 / 有時特過快我心
호기가 하늘 가득 북두까지 치올라가네 / 豪氣滿天磨北斗
나를 보호해 준 의리는 바다같이 깊고요 / 卵翼之義海之深
병 치유해 준 은혜는 땅과 같이 두텁구려 / 刀圭之恩地之厚
어쩔 수 없을 땐 천지신명께 기도하고 / 無可奈何禱上下
무슨 짓인들 못 하랴 침구도 사용한다오 / 何所不爲用針灸
아플 땐 사랑스런 처자도 아랑곳없지만 / 當痛安知愛妻子
우선해지면 모두가 좋은 친구뿐이로세 / 旣寧儘有良朋友
칠 년이 하루 같은 게 갑자기 놀라워라 / 俄驚七年如一日
동풍이 다섯 버들에 부는 걸 또 보겠네 / 又見東風吹五柳
누각에 올라선 홀로 남곽의 산을 대하고 / 登樓獨對南郭山
손이 오면 서쪽 이웃 술로 접대를 하며 / 有客細酌西隣酒
시를 쓰면 붓끝에서 바람이 이는 듯하고 / 題詩筆鋒似風生
누워 자면 코고는 소리가 천둥치듯 하네 / 倒牀鼻息如雷吼
그대는 병 고치는 방술을 잘 사용하거니 / 君方善用點鐵金
나는 가서 배 같은 연뿌리를 취해야겠네 / 我當往取如船藕
우선 이 약을 곤궁한 이들에게 나눠 주어 / 且將此藥散窮廬
남은 생명을 조금 더 오래 살게 해주게나 / 殘喘須敎添得壽
[주D-001]다섯 버들 : 진(晉)나라 때의 고사(高士) 도잠(陶潛)이 자기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고서 자신을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칭하여 스스로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지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서쪽 이웃 술 : 서쪽 이웃이란 바로 서쪽 이웃에 사는 유항(柳巷) 한수(韓脩)를 가리키는데, 저자의 집에 손이 찾아오면 매양 한수가 술과 안주를 준비해 와서 함께 손을 접대하곤 하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배 같은 연뿌리 : 이 백(李白)의 〈고의(古意)〉 시에 “태화산 꼭대기에 있는 옥정의 연은, 꽃이 피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은데, 차기는 눈서리 같고 달기는 꿀과 같아, 한 조각만 입에 넣어도 묵은 병이 낫는다네.[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 冷比雪霜甘比蜜 一片入口沈痾痊]” 한 데서 온 말이다.
강주 원수(江州元帥) 하 장원(河狀元)이 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는 시를 대서(代書)하면서 붓을 달려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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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가 줄을 지어 또 북으로 날더니 / 雁影相聯又北飛
두어 줄의 서찰이 사립문에 떨어지네 / 數行書札落柴扉
투호하는 곳에 비파를 퉁기지 말게나 / 琵琶莫弄投壺處
달 밝은 강주에 눈물이 옷에 가득하리 / 月白江州淚滿衣
가지 위에 꽃 날린 걸 몇 번이나 봤는고 / 幾見落花枝上飛
봄바람에 깃발들이 원수를 옹위하누나 / 春風旌旆擁黃扉
더디어라 공이 한 번 용두회 마련하여 / 遲公一辦龍頭會
백발에 다시 금루의를 들어 보는 것이 / 白髮更聞金縷衣
[주C-001]하 장원(河狀元) : 고 려 충혜왕(忠惠王) 복위(復位) 5년 문과(文科)에 장원(壯元)한 하을지(河乙沚)를 가리킨다. 그는 강화 만호(江華萬戶), 전라도 원수(全羅道元帥), 계림 원수(雞林元帥) 등을 역임했는데, 강주(江州)는 어느 곳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다.
[주D-001]투호(投壺)하는 …… 가득하리 : 백 거이(白居易)가 일찍이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을 적에 어느 날 분강(湓江)의 포구(浦口)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한 여인이 타는 구슬픈 비파(琵琶) 소리와 함께 그의 슬픈 처지에 관한 얘기를 듣고 깊이 감동을 받은 나머지 〈비파행(琵琶行)〉을 지어서 그에게 주었는데, 그 〈비파행〉에 “심양의 강 머리서 밤에 손님 전송할 제, 단풍잎 갈대꽃 위에 가을바람 쓸쓸도 해라,……비파 소리 듣고 눈물 누가 많이 흘렸나, 이 강주 사마의 푸른 적삼이 흠뻑 젖었네.[潯陽江頭夜送客楓葉荻花秋瑟瑟……就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하을지가 강주 원수로 있기 때문에 강주 사마인 백거이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2]용두회(龍頭會) : 고려 때 문과(文科)에 장원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베풀던 연회(宴會)이다.
[주D-003]금루의(金縷衣) : 곡 조(曲調) 이름이다. 당(唐)나라 때 금릉(金陵)의 소녀(少女) 두 추랑(杜秋娘)이 15세에 이기(李錡)의 첩(妾)이 되었는데, 그가 일찍이 이기를 위해 사(詞)를 지어 노래하기를 “주군께 권하노니 금루의를 아끼지 말고, 모름지기 소년 시절을 아껴야 하리. 꽃이 피어 꺾을 만하면 바로 꺾어야지, 꽃 없는 때에 빈 가지만 꺾지 마소서.[勸君莫惜金縷衣 勸君須惜少年時 花開堪折直須折 莫待無花空折枝]” 하였다.
스스로 읊다.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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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몸으로 사람은 두루 찾았으나 / 扶病尋人遍
해가 넘도록 보답의 예는 드물었네 / 踰年報禮稀
말은 애당초 무미건조하거니와 / 言詞初少味
기거동작은 또한 위의도 없어라 / 容止更無儀
들녘의 해는 나뭇길에 환히 밝고 / 野日明樵徑
강 연기는 낚시터에 자욱하거니 / 江煙暗釣磯
백발 나이로 어이해 가지 않는고 / 白頭胡不去
부끄러움 참는 게 옳은지 그른지 / 忍恥是耶非
몸이 굽으니 키는 더욱 짧아지고 / 傴僂身逾短
헝클어진 머리는 이미 듬성해져서 / 鬅鬙髮已稀
시 읊을 땐 일개 시골 늙은이지만 / 吟詩成野史
대궐 바라보면 조정 의식 생각나네 / 望闕想朝儀
한산엔 구름이 길바닥을 메우고 / 馬邑雲埋路
여강엔 달이 낚시터에 가득하리 / 驪江月滿磯
백발 나이로 어이해 가지 않는고 / 白頭胡不去
오십이 년의 잘못을 범했네그려 / 五十二年非
[주D-001]오십이 년의 잘못 : 춘추 시대 위(衛)나라의 현대부(賢大夫) 거백옥(蘧伯玉)이 나이 50세에 49년 동안의 잘못을 알았다고 한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이 이때에 나이 52세가 되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淮男子 原道訓》
포은기(圃隱記)의 후미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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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동강 가에는 누런 모래가 쌓이었고 / 混同江上黃沙堆
금쟁반엔 양락이랑 타봉이 담겼어라 / 金盤羊酪駝峰頹
중원은 상마의 땅이 삼만 리나 되건만 / 中原桑麻三萬里
오이 심던 청문엔 지금 이끼가 끼었네 / 靑門瓜地今蒼苔
강산 가는 곳마다 내 꿈에 들어오건만 / 江山到處入吾夢
언제나 채소 과일을 스스로 심을런고 / 蔬果幾時能自種
가뭄이 들지 않으면 홍수가 넘치리니 / 不有旱乾有水溢
장차 두레박틀과 동이를 사용해야겠네 / 將用桔槹將抱瓮
오이 심는 그윽한 흥취 아직 그리워라 / 種瓜幽興尙依依
중서성에 숙직하며 빗소리 듣던 때로세 / 夜直中書聞雨時
백발 나이 오늘도 오히려 가지 못하고 / 白髮如今尙未去
높이 읊어 또 오천의 시만 지을 뿐이네 / 高吟又賦烏川詩
을 미년(1355, 공민왕4) 봄에 내가 중서 사인(中書舍人)으로 성중(省中)에 입직(入直)하여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이 심는 그윽한 흥취 동하여라, 조그만 남새밭이 강성에 있다네.[種瓜幽興動 小圃在江城]”라는 시구를 읊었었는데, 달가(達可)가 방금 산기(散騎)가 되었으므로 이를 아울러 언급한 것이다.
[주D-001]양락(羊酪)이랑 타봉(駝峰) : 양락은 양의 젖을 가리키고, 타봉은 낙타(駱駝)의 등에 불룩 솟은 육봉(肉峰)을 가리키는데, 고대(古代)에 이 타봉을 아주 진귀한 식품으로 삼았다 한다.
[주D-002]오이 심던 청문(靑門) : 청 문은 한(漢)나라 때 장안성(長安城) 동남쪽에 있던 문(門) 이름인데, 앞서 진(秦)나라 때 동릉후(東陵侯)에 봉해진 소평(邵平)이 진나라가 멸망한 뒤에는 포의(布衣)가 되어 청문 밖에 오이를 심어 가꾸며 조용히 은거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오천(烏川) : 영일(迎日)의 고호인데, 여기서는 곧 영일 정씨(迎日鄭氏)인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를 가리킨다.
[주D-004]달가(達可) : 정몽주(鄭夢周)의 자이다.
나막신을 신고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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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막신을 신고 산을 오르기 위해 / 步屧欲登山
급히 헛간으로 달려갈 제 / 風□行草廠
둘째 손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 仲孫叩其頭
나에게 속마음을 다 기울이네 / 向我傾肺腸
비록 입으로 말은 하지 못하나 / 雖然未吐出
분명 목소리가 낭랑한 듯하더니 / 皎若聲琅琅
모자 벗어 정수리를 드러낸 채 / 脫帽露其頂
온화한 낯빛에 의기도 양양하여라 / 色和氣且揚
또다시 내 지팡이를 찾아와서는 / 又復索我杖
문득 내게 주어 가지도록 하고 / 便釋與□將
몸 굽혀 공손히 총총걸음 하기를 / 曲躬折旋走
내가 옛날 내 어버이께 하듯 하여 / 如我行庭堂
눈으로 익힌 걸 몸으로 실천해서 / 目熟故身□
군자가 되는 방도를 익히는구나 / 習爲君子方
마을 풍속 어짊은 절로 아름답기에 / 里仁自成美
포어 냄새가 난초 향으로 변한다네 / 鮑臭蘭化香
무릇 남의 부형이 된 사람들은 / 凡爲人父兄
의당 떳떳한 위의가 있어야거니와 / 威儀當有常
천성을 더럽혀서는 안 되고말고 / 天性不可褻
하늘이 밝게 굽어보고 있느니라 / 上帝赫有光
천재에 맹자 어머니를 상상하노니 / 千載想孟母
삼천지교는 참으로 훌륭하였네 / 三遷終允臧
[주D-001]마을 …… 아름답기에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마을에 인후한 풍속 있는 것이 아름다우니, 인후한 마을을 가려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리오.[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里仁》
[주D-002]포어(鮑魚) …… 변한다네 : 《공 자가어(孔子家語)》에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초와 난초의 방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향기는 맡지 못하더라도 곧 그에게로 변화하게 되고, 불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어물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는 맡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에게로 변화하게 된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亦與之化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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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은 양지 언덕엔 풀이 파릇파릇한데 / 雪盡陽崖草欲靑
바람 무서워 아직도 산정엔 못 올라가고 / 畏風猶未上山亭
안중엔 어슴푸레 꽃이 만발한 것 같아서 / 眼中髣髴花如海
실컷 마시고 노래하며 늘 병 곁에 드러눕네 / 痛飮狂歌屢臥甁
동풍이 솔솔 불어 답청일이 가까워지니 / 習習東風近踏靑
산승이 음식 준비해 빈 대청에 모이었네 / 山僧具食集虛廳
언제나 신륵사 차 연기 어린 선탑 아래 / 何時神勒茶煙榻
장강수 가득한 질그릇병을 등에 멜꼬 / 擔得長江滿瓦甁
방할하는 눈동자는 희었다 푸렸다 할 제 / 榜喝雙眸白又靑
분분한 빈객들은 역마을처럼 모였으리 / 紛紛過客似郵亭
오래도록 내 다리 불편한 게 안타까워라 / 自憐我脚多年躄
당시에 정병 차버리지 못한 게 한스럽네 / 恨不當時踢淨甁
눈물 흘리며 비문 지은 지 이미 수년이라 / 墮淚修文已數年
광암사 누운 비석엔 구름 연기 자욱하네 / 光巖碑臥照雲煙
묘당의 존귀한 이가 뉘 와서 치사할꼬만 / 廟堂尊重誰來謝
산승이 매양 자리 마련한 게 괴이도 해라 / 却怪山僧每事筵
[주D-001]질그릇병 : 정병(淨甁)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스님이 손을 씻기 위해 물을 담아 두는 병이다.
[주D-002]방할(榜喝) : 선가(禪家)에서 종장(宗匠)이,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몽둥이로 때리거나 큰소리로 꾸짖는 것을 말한다.
가랑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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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부슬부슬 푸른 이끼 적시는데 / 小雨霏霏濕綠苔
해 높이 오르도록 쑥대 문은 열지 않네 / 日高蓬戶未曾開
배 꽃은 또 피어 청명절이 가까워지니 / 梨花又近淸明節
공연히 한산의 성묘를 가고플 뿐이로세 / 謾擬韓山拜掃回
몹시 마음이 아프다.
풀빛은 주렴에 들고 이끼는 뜰에 올라라 / 入簾草色上堦苔
외진 땅의 띳집은 종일토록 열어 놓았네 / 地僻茅堂盡日開
나는 이태백의 선풍도골을 자부하는데 / 自負仙風如太白
남들은 누추한 시골의 안회라고 하누나 / 人言陋巷有顔回
매우 다행스럽다.
여강의 봄 물결은 이끼같이 새파랗고 / 驪江春水碧如苔
띳집들은 들쭉날쭉 벼랑 곁에 벌였거니 / 茅屋參差傍崖開
어느 날에나 사직하고 촌 늙은이 따라서 / 何日乞身隨野老
비낀 바람 가랑비에 배를 노 저어 갈꼬 / 斜風細雨刺船回
앉은뱅이 중과 비슷하기는 하나, 절뚝발로도 걸을 수는 있다.
[주D-001]풀빛은 …… 올라라 : 당(唐)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누실명(陋室銘)〉에 “이끼는 뜰에 올라 푸르고, 풀빛은 주렴에 들어 파랗구나.[苔痕上堦綠 草色入簾靑]”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사(隱士)의 집을 의미한다.
[주D-002]이태백(李太白)의 선풍도골(仙風道骨) : 태 백은 이백(李白)의 자이고, 선풍도골은 바로 선인 도사(仙人道士)의 풍골(風骨)이란 뜻으로 비범한 풍채를 의미하는데, 이백의 〈대붕부 서(大鵬賦序)〉에 “내가 옛날 강릉(江陵)에서 도사(道士) 사마자미(司馬子微)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선풍도골이 있으니, 팔극 밖에서 함께 신유할 만하다.[有仙風道骨可與神遊八極之表]’고 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자미(子微)는 사마승정(司馬承禎)의 자이다.
[주D-003]누추한 시골의 안회(顔回) : 공 자가 이르기를 “어질도다, 안회여. 한 도시락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누추한 시골구석에서 살자면 다른 사람은 그 걱정을 견디지 못하건만,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변치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주D-004]비낀 바람 가랑비 : 당(唐)나라 때 은사(隱士) 장지화(張志和)의 〈어부사(漁父詞)〉에 “푸른 대삿갓 쓰고 푸른 도롱이 입었으니, 비낀 바람 가랑비에 굳이 돌아갈 것 없네.[靑箬笠綠蓑衣 斜風細雨不須歸]”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앉은뱅이 중 : 가부좌한 스님을 가리킨 말이다.
군자(君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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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종신토록 근심이 있어 / 君子終身憂
오직 순 임금만을 생각하나니 / 念念在高舜
높은 풍도를 흠모하고자 할 뿐 / 祗欲歆高風
어찌 일찍이 심인을 전했으랴 / 何曾傳心印
마음속에서 이를 떨치지 않으면 / 悠悠方寸間
반드시 날로 진취함이 있나니 / 不墜必有進
예로부터 잘 회복시키는 이는 / 自昔善反者
오직 한 글자 신에 의거한다오 / 唯憑一字信
나이 겨우 오십에 이르렀으니 / 行年才知命
문변사를 반드시 신중히 해야 하고 / 問辨思必愼
두려워하긴 얇은 얼음을 밟듯 /
용감하긴 적진을 깨뜨리듯 해야지 / 仡爾如破陣
성도를 바라보매 미치기 어려우니 / 聖道望難及
슬프도다 이제 처음 시작함이여 / 哀哉初發軔
[주D-001]군자(君子)는 …… 생각하나니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군자는 종신토록 근심하는 것이 있고, 일시적인 걱정은 없다. 종신토록 근심할 것은 있으니, 순 임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순 임금은 천하에 법이 되어 후세에 전할 만하거늘, 나는 아직도 향인을 면치 못하니, 이것이 곧 근심스러운 것이다. 근심스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 임금과 같이 할 뿐이다.[君子有終身之憂 無一朝之患也 乃若所憂則有之舜人也 我亦人也 舜爲法於天下 可傳於後世 我由未免爲鄕人也 是則可憂也 憂之如何 如舜而已矣]”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下》
[주D-002]심인(心印) : 선 가(禪家)의 말로, 심은 불심(佛心)이고 인은 인증(印證)의 뜻으로서, 즉 언어(言語)나 문자(文字)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마음으로 서로 인증하여 돈오(頓悟)를 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유가(儒家)의 도통(道統)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주D-003]잘 회복시키는 : 장 자(張子)가 이르기를 “형이 있은 다음에 기질의 성이 있나니, 이것을 잘 회복시키면 천지의 성이 그대로 보존되므로, 기질의 성을 군자는 성으로 여기지 않는다.[形而後有氣質之性 善反之則天地之性存焉故氣質之性 君子有弗性者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문변사(問辨思) :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0장에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변하고 이를 독실히 행한다.[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한 데서 온 말이다.
문생(門生) 홍준(洪濬)이 찾아와서 지금 춘주(春州)에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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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에 친소간의 붕우를 모두 잊었으니 / 病裏都忘疎與親
자네 춘주에 오래 있는 걸 어찌 알았으랴 / 豈知吾子久居春
벼슬 직함은 비록 중랑장을 띠었지만 / 官銜縱帶中郞將
정안에는 응당 급제 출신이라 쓰겠지 / 政案應書及第身
도리 꽃 만발할 때는 도성에서 노닐고 / 桃李盛時游輦轂
벽라 덩굴 깊은 곳엔 관을 벗어 버렸네 / 薜蘿深處倒冠巾
제정의 호기를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 霽亭豪氣君知否
개과천선하겠다고 응당 사죄해야 할 걸세 / 肉袒應須謝自新
[주D-001]도리(桃李) 꽃 만발할 때 : 도리는 곧 천거(薦擧)된 현사(賢士)를 가리킨 것으로, 즉 과거에 급제하던 당시를 의미한다.
[주D-002]벽라(薜蘿) 덩굴 …… 벗어 버렸네 : 벽라는 사철 푸르른 만초(蔓草)인데, 전하여 은자(隱者)의 거처하는 곳을 가리키고, 관(冠)을 벗었다는 것은 곧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 은거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3]제정(霽亭) : 고려 말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이달충(李達衷)의 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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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춘이 어느새 이미 다 지나고 / 仲春忽已盡
상사일이 장차 또 돌아오누나 / 上巳將又回
풍광이 변천하여 봄기운 광대해지니 / 風光流轉日駘蕩
답청 놀이 다다라라 들이 푸려져 가네 / 已近踏靑靑欲來
비 맡은 귀신도 상제의 조칙을 받아서 / 雨師亦受上帝勅
봄을 당해 비 내리길 자주 재촉하누나 / 當春發生頻相催
백발의 병든 나는 붓을 이미 놔버리고 / 白頭病客筆已閣
홀로 태현경 갖고 적막을 달게 여기노니 / 獨把太玄甘寂寞
반드시 자운이 있어 자운을 알 터인데 / 會有子雲知子雲
공연히 장독 운운한 게 참으로 우습구나 / 漫却醬瓿眞一噱
주역에 비겨 괜히 고심한 게 가련하여라 / 可憐準易空苦心
자기의 처신부터 응당 먼저 살폈어야지 / 我脚所踏應先尋
때에 따른 변역이 어찌 이를 말함이랴 / 隨時變易豈謂是
천명의 거취는 알기 어려운 게 아니라네 / 天命去就非難諶
대절을 훼손한 건 책할 가치도 없지만 / 大節一虧復何責
다행한 건 성역을 극구 담론한 것이로다 / 幸矣極口談聖域
지금까지 우뚝이 문묘에 배향되었으니 / 至今巍巍配文廟
논공이 경적에 미친 것을 비로소 믿겠네 / 始信論功及經籍
이젠 경적의 도가 끊어진 걸 내 어찌하랴 / 經籍道息奈吾何
늙었는지라 덕 세우기 이젠 그만이로세 / 老矣立德今蹉跎
[주C-001]차타행(蹉跎行) : 차타는 불우(不遇)하여 뜻을 얻지 못한 것을 뜻하고, 행은 시(詩)의 한 체(體)이다.
[주D-001]상사일(上巳日) : 음력 3월 첫 번째 사일(巳日)을 가리키는데, 옛 풍습에 이날 곡수연(曲水宴)과 답청(踏靑) 놀이 등을 했다고 한다.
[주D-002]태현경(太玄經) …… 우습구나 : 자 운(子雲)은 양웅(揚雄)의 자이다. 양웅이 일찍이 《주역(周易)》에 견주어 《태현경》을 짓고, 《논어(論語)》에 견주어 《법언(法言)》을 지었는데, 그의 〈해조(解嘲)〉에 의하면 “오직 적막함만이 덕을 지키는 집이다.……나는 묵묵히 홀로 나의 태현을 지킬 뿐이다.[惟寂惟寞 守德之宅……默然獨守吾太玄]” 하였고, 또 유흠(劉歆)이 일찍이 양웅에게 말하기를 “공연히 스스로 고심(苦心)만 했을 뿐이다. 지금의 학자들은 녹리(祿利)가 있어도 오히려 《주역》에도 밝지 못한데, 또 《태현경》을 어찌하겠는가? 내 생각에는 후인(後人)들이 《태현경》을 장독[醬瓿] 덮개로나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대절(大節)을 훼손한 건 : 양웅이 역적(逆賊) 왕망(王莽)의 부름을 받고 그의 대부(大夫)가 되었던 일을 가리킨다.
[주D-004]경적(經籍) : 경전(經傳)과 같은 뜻으로, 여기서는 곧 양웅의 《태현경》, 《법언》 등의 저서를 경전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5]덕 세우기[立德] : 《춘 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4년 조(條)에 “가장 높은 것은 덕을 세우는 것이요, 그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며, 또 그다음은 말을 남기는 것인데, 이것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니, 이를 썩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大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雖久不廢 此之謂不朽]”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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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추워 창문을 더디 열고자 하여 / 曉寒窓戶欲開遲
해가 기울어 가도록 꿇어앉노라니 / 日已高舂坐更危
다행히도 내 흥취 무너뜨릴 사람 없어 / 幸是無人敗吾興
옛 시를 고치고 또 새로운 시를 짓노라 / 舊詩改了又新詩
생각건대 당년엔 사리 판단이 늦었더니 / 自念當年見事遲
백발엔 나라의 안위도 관섭할 뜻이 없네 / 白頭無意管安危
수시로 전조의 한이 치밀어 오를 때면 / 時時惹起前朝恨
붓끝에 뿌려지는 것 바로 이 시뿐일세 / 灑向毫端卽是詩
자로는 나루 묻고 번지는 수레 몰아라 / 問津子路御樊遲
제후국 주류할 제 위방엔 안 들어갔네 / 歷騁侯邦不入危
누가 알랴 성인의 마음 하늘이 아는 걸 / 誰識聖心天在上
병든 나는 오늘 괜히 시나 읊을 뿐이네 / 病夫今日謾吟詩
조용히 앉아 깊이 생각해 천천히 쓰면서 / 靜坐沈思下筆遲
정일에 의거하여 미위를 변별할 뿐이니 / 只憑精一辨微危
집중의 비결을 그 누가 전해 주었던고 / 執中祕訣誰傳授
중천에 달 이르니 시 짓기가 하도 좋네 / 月到天心恰得詩
[주D-001]자로(子路)는 …… 안 들어갔네 : 공 자(孔子)가 천하(天下)를 주류(周流)할 적에 일찍이 초(楚)나라에서는 자로를 시켜 장저(長沮), 걸닉(桀溺)에게 나루터를 묻게 하였고, 또 번지(樊遲)는 늘 공자의 수레를 몰았으며, 또 공자가 일찍이 이르기를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아야 한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세상에 몸을 드러내고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한다.[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爲政, 泰伯, 微子》
[주D-002]정일(精一)에 …… 주었던고 : 요 임금은 순 임금에게 선위(禪位)할 때에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允執其中]” 하였고, 순 임금은 우 임금에게 선위할 때에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고 전일하게 하여야 진실로 그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한 것을 이른 말이다. 《書經 大禹謨》
[주D-003]중천에 달 이르니 : 소 옹(邵雍)의 〈청야음(淸夜吟)〉에 “달은 하늘 한가운데 이르고, 바람은 물 위에 살살 부누나. 이러한 맑고 깨끗한 의미를, 아마도 아는 사람이 적으리.[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곧 물과 달이 서로 비치는 맑은 정경을 서술한 것으로,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처럼 가슴속이 깨끗하여 조금의 사욕(私欲)도 없이 조용하게 도(道)에 합치되는 경지를 부친 것이다.
진관사(眞觀寺)의 대선(大選)이 와서 당시(唐詩)의 어의(語義)를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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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의 스님이 와서 당시를 물을 제 / 眞觀釋子問唐詩
오다 개다 하는 비에 해그림자 옮기네 / 乍雨乍晴山日移
초당엔 바람이 들어 철저히도 청결한데 / 風入草堂淸到骨
늙은이는 깊이 앉아 서재 휘장 내리었네 / 老夫深坐下書帷
[주C-001]대선(大選) : 고려 때 승과(僧科)에 막 합격한 승려(僧侶)의 법계(法階)이다.
[주D-001]늙은이는 …… 내리었네 : 한(漢)나라 때의 대유(大儒) 동중서(董仲舒)가 일찍이 ‘휘장을 내려 치고 글을 강독했다[下帷講誦]’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깊이 들어앉아서 독서에 전념하는 것을 비유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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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바람에 날려 흩어진 실 같아라 / 小雨隨風如散絲
늘그막의 흥취는 끝없이 광대하건만 / 老年情興浩無涯
병든 몸 휴양하기 어려움이 걱정되어 / 只愁病骨難將息
쑥대 창문 닫고서 작은 시편을 쓰노라 / 閉却蓬窓題小詩
엷은 구름 하늘 가득코 바람 아직 추운데 / 薄雲滿天風尙寒
석양은 변새의 서산으로 넘어가려 하누나 / 斜陽欲下塞西山
이 늙은이 손 보내고 문 앞에 서 있노라니 / 老翁送客門前立
어둠침침한 곳은 바로 수많은 소나무로세 / 萬樹靑松暗淡間
비 오는 산 연기 낀 물가 숲에 바람 일어라 / 風林雨岸與煙灣
한 조각 강산이 만고에 한가롭기만 하네 / 一片江山萬古閑
언제나 돌아가 쉬면서 두 귀를 깨끗이 씻고 / 何日歸休洗雙耳
달 밝은 시냇가서 잔잔한 물소리를 들을꼬 / 月明溪上聽潺潺
상사일(上巳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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좨주 당상이 주연을 질펀하게 베푸니 / 祭酒堂上羅尊彝
삼월이라 초하루가 바로 그날이로세 / 三月初吉維其時
거문고로 문왕조 중니조를 연주하니 / 琴彈文王仲尼操
한때의 기상이 진정 화락하기만 하네 / 一時氣象眞雍煕
내 겨우 이십 세 때는 태학에 유학하면서 / 我年甫冠游璧水
행단은 직접 가고 궐리는 늘 생각했는데 / 足蹈杏壇心闕里
어찌하여 세상 이욕에 이끌린 바 되어 / 奈何利物所牽聯
문과 급제로 자천해서 천자를 섬겼던고 / 自薦文科事天子
늙은 홀어머니는 동해 가에 계시거니와 / 孀親老矣東海濱
형도 없고 아우도 없어 나 하나뿐인데 / 無兄無弟吾一身
내가 지금 멀리 와서 병란을 만났으니 / 吾今遠游値兵亂
길이 혹 한 번 막히면 고생만 할 뿐이라 / 道或一梗空酸辛
문득 장관에게 돌아갈 계획 고하였더니 / 便從長官告歸計
나의 사직 승낙해라 큰 은혜 입었네 / 許我掛冠荷嘉惠
돌아올 땐 긴 바람 거센 물결 하늘에 닿아 / 長風破浪高入天
일엽편주 나의 배는 건널 길이 막연했지 / 我舟一葉無從濟
돌아오매 어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셨고 / 歸來萱草何靑靑
채의 입고 춤 춘 내 그림자 뜰에 나부꼈네 / 彩衣舞影飄中庭
당시의 지극한 즐거움 천하에 적었건만 / 當時至樂天下少
세월은 나는 별처럼 빠르기만 하여라 / 歲月超忽如飛星
지금은 병석에 누운 지 또 그 며칠이던고 / 祗今臥病又幾日
좋은 때를 만날 적마다 눈물이 흐르누나 / 每遇良辰雙淚零
[주D-001]문왕조(文王操) 중니조(仲尼操) : 문 왕조는 주 문왕(周文王)이 지었다는 금곡 가사(琴曲歌辭)의 이름인데, 주(紂)가 무도함으로 인해 제후(諸侯)들이 모두 문왕에게로 돌아가고, 또 뒤에 봉황(鳳凰)이 단서(丹書)를 물고 교외(郊外)에 내려온 상서가 있자, 문왕이 이 노래를 지었다 한다. 중니조는 곧 공자(孔子)가 일찍이 조(趙)나라에 가려다가 현대부(賢大夫) 두명독(竇鳴犢)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지은 〈장귀조(將歸操)〉,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상심하여 지은 〈의란조(猗蘭操)〉, 계씨(季氏)가 제(齊)나라의 여악(女樂)을 받아들인 것을 보고 지은 〈구산조(龜山操)〉 등을 가리킨다.
[주D-002]행단(杏壇)은 …… 생각했는데 : 행단은 공자가 생전에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의 유지(遺址)를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문묘(文廟)의 강당(講堂)을 뜻하고, 궐리(闕里)는 산동성(山東省) 곡부현(曲阜縣)에 있는 공자의 구리(舊里)를 가리킨다.
동년(同年) 김세진(金世珍)이 익화(益和)에 물러가 산 지 오래되었는데, 지금 어떤 일로 도성에 왔다가 내게 왕림하였으므로, 내가 장차 여흥(驪興)으로 돌아갈 계획을 고하고 또 나에게 벼 종자를 대줄 것을 청하고서 인하여 절구(絶句)를 짓노니, 아무쪼록 내 부탁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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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에 돌아가고픈 흥취 정히 끝없어라 / 驪江歸興政悠然
배에 앉아 읊으면 신선처럼 바라보이리 / 坐嘯舟中望似仙
척박한 땅이나마 얻은 지는 이미 오랜데 / 縱是石田收有日
벼 종자를 동년에게 빌려야 하다니 원 / 還須稻種丐同年
내 평생에 마음과 자취 둘 다 초연하여 / 平生心迹兩超然
위태론 때에 지상의 신선 되려 하노니 / 欲向危時作地仙
시와 술만 가지면 세월 보내기 무방한데 / 詩酒不妨謀送日
왜 굳이 선약 먹어 장수하길 배우리오 / 還丹何必學延年
봉래산 한 경계는 마냥 아득하기만 한데 / 蓬萊一境墮茫然
세속 초탈한 그 누가 신선이 되려 했던고 / 灑落何人骨欲仙
유장의 유유자적함은 옛날에 들었고 / 兪丈放懷聞昔日
목옹이 그 자취 잇는 건 바로 금년이로세 / 牧翁繼跡是今年
[주C-001]익화(益和) : 양근(楊根)의 옛 이름이다.
[주D-001]유장(兪丈) : 유 씨 어른이란 뜻으로, 공민왕(恭愍王) 초기에 감찰 집의(監察執義) 송천봉(宋天逢)에 의해 문행(文行) 있는 선비로 천거를 받은 일이 있는 유사렴(兪思廉)을 가리키는데, 《목은시고》 제2권의 〈차유선생운(次兪先生韻)〉 시에 의거하면, 유사렴이 벼슬을 그만두고 산림(山林)에 은거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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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자주 글 값을 가져오고 / 山僧頻潤筆
임금은 특별히 전토를 내리었네 / 國主特分田
여강 가에는 비이슬이 자욱한데 / 雨露驪江上
곡령 앞에는 풍운이 몰아치누나 / 風雲鵠嶺前
봉선문 초할 문장력은 없지만 / 無材草封禪
천인을 변론할 대책은 있기에 / 有策辨人天
끝내 오활함을 스스로 비웃으며 / 自笑終迂闊
때때로 한 번씩 망연자실하노라 / 時時一惘然
[주D-001]봉선문(封禪文) : 천자(天子)의 봉선(封禪)에 관한 일을 기록한 문장으로, 한 무제(漢武帝)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이것을 지었다.
[주D-002]천인(天人)을 변론할 대책(對策) : 한 무제 때에 대유(大儒) 동중서(董仲舒)가 현량(賢良)으로 천거를 받아 천인(天人)의 감응(感應)을 주제로 하여 책문(策問)에 대답했던 데서 온 말이다.
차운하여 임 대참(林大參)에게 받들어 하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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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봉하고 -봉군(封君)이다.- 모친 명해라 -명부(命婦)이다.- 장수까지 누리고 / 父封母命仍多壽
백씨 중서성 중씨 추밀은 지금 몇 해던고 / 伯省仲樞今幾春
손님이 많이 오기론 해동뿐만이 아니라 -하객(賀客)을 이른 말이다. / 不獨海東能致客
응당 천하를 통틀어도 그런 사람 없으리 / 定應天下亦無人
높은 가문 기리는 소리 국중에 널리 퍼져 / 讚美高門將徧國
깊어 가는 봄 누추한 시골까지 유전했는데 / 流傳陋巷欲深春
다행도 해라 공의 한나절 읊조리는 곳에 / 幸公半日閑吟處
다년간 병석에 누운 나를 기억해 주다니 / 記我多年臥病人
[주C-001]임 대참(林大參) : 대참은 참지정사(參知政事)의 별칭으로, 즉 당시 참지정사였던 임견미(林堅味)를 가리킨다. 그의 부친 언수(彦修)는 그로 인하여 평성부원군(平城府院君)에 봉해졌고, 그의 아우 제미(齊味)는 벼슬이 판개성(判開城)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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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옹의 노련한 기개를 내릴 길이 없어 / 牧翁老氣無由降
궁년토록 붓 쥐고 남창 아래서 읊조리네 / 窮年弄筆吟南窓
평생에 생각 있으면 문득 뱉어 내는데 / 平生有懷便吐出
횡설수설한 게 모두가 여강의 경치로세 / 橫說豎說皆驪江
내 스스로 읽어 봐도 냉소를 짓게 되거니 / 如我自讀亦齒冷
후일 이만한 비방 들을 이 누가 또 있을꼬 / 他時詆姍誰得雙
이 때문에 동파는 시의 명성이 있었지만 / 所以東坡詩有名
전원을 간다 하나 본정은 아니라고 했네 / 苦說歸田似不情
남들은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거니와 / 人之視己如見肺
머리 위의 푸른 하늘은 천도가 분명한데 / 頭上蒼蒼天道明
아침저녁 먹고 삶도 본디 소중하거니 / 朝饔夕飡固所重
더구나 공을 이루고 몸이 물러남이랴 / 何況身退由功成
만권 책을 읽고도 사리를 알지 못하면 / 讀書萬卷不達理
이 또한 이른바 망녕된 사람일 뿐이니 / 是亦所謂妄人耳
돌아가자 돌아가자 오당의 소자들아 / 歸歟歸歟吾黨子
연기 어린 방초가 학궁에 가득하구나 / 芳草和煙滿槐市
하분에서 강학한 것도 대단치는 않으나 / 河汾講學雖區區
광범에 상서한 건 끝내 이끗 탐함일세 / 光範上書終近利
[주C-001]돌아가련다 : 공 자(孔子)가 진(陳)에 있을 때에 이르기를 “돌아가련다, 돌아가련다. 우리 당의 소자들이 뜻만 크고 일에는 홀략하여 찬란하게 문채만 이루었을 뿐이요 스스로 재단할 줄을 모르도다.[歸歟歸歟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직하고 전원(田園)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論語 公冶長》
[주D-001]동파(東坡)는 …… 했네 : 동파 소식(蘇軾)의 〈질안절원래야좌(姪安節遠來夜坐)〉 시에 “매양 곡기는 끊으려 하나 좋은 계책이 없고, 전원을 간다 말은 잘하나 본정이 아닌 듯하네.[便思絶粒無眞策 苦說歸田似不情]”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공을 …… 물러남이랴 : 《노자(老子)》 제9장에 “공을 이루고 몸이 물러나는 것은 하늘의 도이다.[功成身退 天之道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하분(河汾)에서 강학한 것 : 수(隋)나라 때 왕통(王通)이 황하(黃河)와 분수(汾水)의 사이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것을 이른 말인데, 여기에서 수업(受業)한 제자가 무려 천여 인에 달했다 한다.
[주D-004]광범(光範)에 상서한 건 : 광 범은 존안(尊顔)과 같은 뜻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칭인데, 한유(韓愈)가 일찍이 과거(科擧)에 급제하고 나서 등용(登用)을 요구하는 의도로 당시의 재상(宰相)에게 올린 편지의 첫머리에 “정월 이십칠일에 전 향공진사 한유는 삼가 광범의 문하에 엎드려 두 번 절하고 상공 각하께 글월을 바칩니다.[正月二十七日 前鄕貢進士韓愈 謹伏光範門下 再拜獻書相公閣下]” 한 데서 온 말이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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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쌀쌀하고 아침 해가 뜨려 할 제 / 曉色蒼涼日欲生
경쇠 소리 울리는 속에 독경 소리 들리네 / 磬聲中有誦經聲
줄지은 일만 가호 마룻대에 연기 잠겨라 / 鱗鱗萬戶煙浮棟
그 몇 사람이나 경계와 세정을 잊었을꼬 / 有幾人忘境與情
몸이 있는 어디선들 생계 영위 안 하랴 / 有身何處不營生
숲 너머서 베짜는 소리 들려오는 듯하네 / 髣髴隔林機杼聲
문득 의아하여라 고승이 되레 쫓겨나서 / 却訝高僧還見斥
도성에서 걸식하는 게 이것이 진정일까 / 大城乞食是眞情
공부는 상마로 이 생애를 결단했는데 / 工部桑麻斷此生
나는 지금 여울 곁에 전사를 마련하고도 / 我今田舍傍灘聲
지체하여 못 떠나니 자못 의의가 없어라 / 遲留不去殊亡謂
끝없는 시골 흥취에 세정까지 섞이었네 / 野興悠悠雜世情
[주D-001]공부(工部)는 …… 결단했는데 : 공 부는 곧 공부 원외랑(工部員外郞)을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의 〈곡강(曲江)〉 시에 “스스로 이 생애 결단했으니 하늘에 물을 것 없어라, 두곡에 다행히 상마의 전토가 있다오.[自斷此生休問天 杜曲幸有桑麻田]” 한 데서 온 말이다.
총 무문(聰無聞)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시권 첫머리에는 나옹(懶翁)의 산수화(山水畫)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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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낙락장송에 구름은 하늘 가득코 / 萬樹長松雲滿天
푸른 절벽 깊은 곳엔 폭포가 걸려 있네 / 蒼崖深處掛飛泉
평생에 나는 세 귀 생긴 걸 싫어하노니 / 平生自厭生三耳
언제나 서로 종유하여 좌선을 배워 볼꼬 / 何日相從學坐禪
[주C-001]총 무문(聰無聞) : 호가 무문(無聞)인 스님 총공(聰公)을 가리키는데, 공민왕(恭愍王)은 일찍이 그에게 남악무문(南嶽無聞) 네 글자를 친히 써서 내린 일도 있었다.
[주D-001]세 귀 생긴 걸 : 세 귀가 생긴다는 것은, 수(隋)나라 때 장심통(張審通)이란 사람이 일찍이 명부(冥府)의 서기(書記)가 되어 판결문(判決文)을 한 번 잘못 써서 상관(上官)으로부터 귀 하나를 막아 버리는 벌(罰)을 받았다가, 그 후 다시 판결문을 한 번 잘 써서 그에 대한 상으로 귀 세 개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마침내 그가 부활(復活)한 지 수일 후에 갑자기 이마가 가렵다가 이마에서 귀 하나가 더 나와서 귀가 모두 셋이 된 후로는 그가 더욱 총명(聰明)해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곧 세상일을 도무지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곧 스님의 명호(名號)가 총 무문(聰無聞)이기 때문에 그에 빗대서 한 말이다.
삼월 삼짇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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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에 또 금년 봄을 만나고 보니 / 病中又見今年春
삼월이라 삼짇날은 천기도 새롭구나 / 三月三日天氣新
장안의 즐거운 일들 적막해진 지 오래여라 / 長安樂事久牢落
이 때문에 소릉이 처음 진정을 읊게 됐네 / 賴是少陵初寫眞
당시의 화려한 모습 완연히 어제 같아라 / 當時豪麗宛如昨
지금도 왕실의 외척들을 상상할 만하네 / 至今可想椒房親
동한에는 부소산이 높다랗게 서 있으니 / 東韓岧嶤扶蘇山
산 아래 푸른 계곡은 물소리 잔잔하고 / 山下碧澗聲潺潺
선인관 일대에는 모래 냇물 하도 푸려서 / 宣仁一帶沙川碧
씻기 좋고 놀기 좋아 깨끗하고 한적한데 / 可濯可沿淸且閑
도성의 동남쪽 꽃다운 풀 무성할 적마다 / 芊綿芳草城東南
요란한 음악 큰 술병 이젠 일장춘몽일세 / 急管長甁春夢間
구중궁궐은 하늘과 땅처럼 격해 있고 / 君門九重天地隔
선영은 아득히 진강 구석에 계시는데 / 墳墓蒼茫鎭江曲
한식 청명을 그 얼마나 헛되이 넘겼던고 / 寒食淸明幾虛負
배꽃은 적막한 채 이끼만 푸르리로다 / 梨花寂寞莓苔綠
중방이 봉은사의 뜰에 구름처럼 모이어 / 重房雲集奉恩庭
우리 성조를 받들어 위령을 흠모하고 / 對越聖祖歆威靈
제사 나머지 음복은 하인까지 미쳤건만 / 醮餘飮福尙逮下
늙은 목은 고독함이야 어찌 생각할쏜가 / 肯念老牧方伶仃
늙은 목은 고독함이야 어찌 생각할쏜가 / 肯念老牧方伶仃
한산의 산 아래 구름만 캄캄할 뿐이네 / 韓山山下雲冥冥
공자가 당일에 면류관을 벗지 않았는데 / 宣尼當日不稅冕
동주란 한마디는 누가 들었단 말인가 / 東周一語誰其聆
[주D-001]소릉(少陵)이 …… 됐네 : 두보(杜甫)가 일찍이 장안(長安)의 남쪽 두릉(杜陵)의 구택(舊宅)에 살 적에 소릉야로(少陵野老)라 자호하고 시를 읊으며 지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저자 또한 도성 밖에서 시를 읊조리며 지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선영(先塋)은 …… 푸르리로다 : 선 영에 성묘하지 못한 것을 한탄한 말로, 소식(蘇軾)의 〈송표제정육지초주(送表弟程六知楚州)〉 시에 “남은 생애를 벼슬살이에 얽매이지 않고, 선영에 가서 응당 성묘할 날이 있으리니, 공 이루고 백발 되거든 일찍 돌아와서, 우리 함께 배꽃 마주해 한식을 보내지 않으려나.[莫敎印綬繫餘年 去掃墳墓當有日 功成頭白早歸來 共藉梨花作寒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중방(重房)이 …… 미쳤건만 : 중 방은 고려 때 이군 육위(二軍六衛)의 지휘관인 상장군(上將軍), 대장군(大將軍) 등이 모여서 군사(軍事)를 의논하던 기관명으로, 전하여 장군들을 가리킨다. 성조(聖祖)는 곧 고려 태조(太祖)를 가리킨 것으로, 일찍이 개성(開城)의 태평동(太平洞)에 있는 봉은사(奉恩寺)에 태조의 진영(眞影)을 봉안(奉安)하고 제사를 지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공자(孔子)가 …… 말인가 : 공 자가 노(魯)나라 사구(司寇)로 있을 때, 나라에서 교제(郊祭)를 지내고 나서 그 제육(祭肉)을 대부(大夫)인 공자에게 당연히 내렸어야 하는데도 내리지 않자, 공자가 짐짓 그 무례함을 핑계 삼아 면류관을 미처 벗지도 않은 채 노나라를 떠난 일이 있었다. 또 노나라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인 공산불요(公山弗擾)가 일찍이 공자를 불러서 공자가 가려고 하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갈 필요가 없다고 하였으므로, 공자가 이르기를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까닭이 없겠느냐? 만일 나를 써주기만 한다면 나는 이 나라를 동주로 만들리라.[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하였는데, 이 두 가지 일이 서로 배치되는 점이 있으므로 이른 말이다.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에게도 의당 나라에서 제사 음식을 내려야 하는데도 내리지 않음을 공자의 일에 비유한 것이다. 《孟子 告子下》 《論語 陽貨》
다음 날에 제사 지낸 음식이 이르긴 했으나, 봉함(封緘)이 없어서 감히 받지 못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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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에는 경중이 있는 법이라 / 禮食有輕重
평상시에도 근엄해야 하거니와 / 尋常猶謹嚴
제사 음식은 신이 내려 준 것인데 / 醮餘神所惠
법에 어긋난 걸 내 어찌 감당하랴 / 法外我何堪
삼공 지위로 유림의 모범이 되고 / 開府儒林表
봉군에다 국사관까지 겸한 몸으로 / 封君國史兼
병이 깊어 천명을 기다리는 터에 / 病深方竢命
한 방울인들 감히 달게 여길쏜가 / 一滴敢心甘
[주D-001]예식(禮食) : 임금이 신하에게 음식물을 내리는 데 있어 일종의 예우(禮遇)를 말한다.
합포(合浦) 영공(令公)이 포(脯)를 보내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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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세서로 조심스럽게 쓰고 / 細字書詞謹
포육의 예물까지 겸하여 보냈네 / 束脩儀物兼
한산은 매우 다행스럽기도 하여라 / 韓山深自幸
합포가 바라뵐 듯 가까우니 말일세 / 合浦近如瞻
유항엔 수레 자국에 이끼만 끼는데 / 柳巷苔生轍
합포영엔 달빛이 주렴에 가득하리 / 蓮營月滿簾
서로 바라보매 아득하기만 한데 / 相望儘迢遞
봄빛은 또 띠 처마에 들어오네 / 春色入茅簷
[주C-001]합포(合浦) : 창원(昌原)의 옛 이름이다.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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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은 나날이 노쇠해 가지만 / 白髮將衰老
일편단심은 오직 성명께 있다오 / 丹心在聖明
내 지리함은 세상 내려본 게 아니요 / 支離非傲世
재능 없거니 감히 명성 숨길쏜가 / 洒削敢藏名
좌중에 시 요구하는 손은 가득한데 / 座滿求詩客
조정에 버선 끈 매는 사람은 없네 / 朝無結襪生
다만 지금 이렇게 읊조리는 곳에 / 只今吟嘯處
청량한 기운 유여함을 누가 알리오 / 誰識有餘淸
홀로 사니 궁벽한 시골은 조용하고 / 獨居窮巷靜
외로이 앉으니 창문은 밝기도 해라 / 兀坐小窓明
담박함은 무미한 게 아니거니와 / 淡泊非無味
고질병은 명성 세우는 데 있다네 / 膏肓在立名
솔 심은 건 이웃 노인이 생각나고 / 栽松憶隣老
개목 심는 건 문생에게 바라노라 / 種楷望門生
다만 내 마음이 물같이 맑기에 / 只爲心如水
새로운 시가 글자마다 청신하구나 / 新詩字字淸
공자(孔子)의 묘(墓)에는 문인(門人)들이 여러 가지 나무들을 심었는데, 그중에 개목[楷]이 특히 많다.
나는 필연과 함께 백발이 되었는데 / 筆硯今垂白
천지는 또 대명 천하가 되었구나 / 乾坤又大明
남은 생애는 약에 의지하거니와 / 殘齡憑藥力
좋은 경치는 시 명성을 도와주네 / 美景助詩名
책상엔 푸른 산빛이 들어오고 / 几案靑山入
문 앞 뜰엔 파란 이끼가 나누나 / 門庭碧蘚生
구구하게 근심 걱정 하는 곳에 / 區區苦心處
어찌 청결함이 백이만 못할쏜가 / 豈下伯夷淸
[주D-001]조정(朝廷)에 …… 없네 : 한 (漢)나라 장석지(張釋之)가 정위(廷尉)로 있을 때 한번은 삼공(三公), 육경(六卿)이 다 모인 조정에서 처사(處士) 왕생 노인(王生老人)이 장석지에게 “내 버선 끈을 매달라.”고 하자, 장석지가 공손히 꿇어앉아서 그 버선 끈을 매주었는데, 어떤 이가 왕생에게 말하기를 “어찌하여 조정에서 장 정위를 굴욕시켜 꿇어앉아 버선 끈을 매게 하는가?” 하니, 왕생이 말하기를 “나는 늙고 천한 사람이라, 끝내 장 정위에게 도움을 줄 것이 없는데, 장 정위가 방금 천하의 명신(名臣)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짐짓 그로 하여금 내 버선 끈을 매게 하여 그에게 장자(長者)를 공경히 섬긴다는 명성을 듣게 하고자 한 것이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개목[楷] : 《산 동통지(山東通志)》에 의하면 “공림(孔林)에는 자공(子貢)이 손수 심어 놓은 개목이 있어 둘레가 일 장(丈)이나 되는데, 말랐어도 썩지 않는다.” 하였고, 또 《광군방보(廣群芳譜)》에 의하면 “공자의 무덤가에 개목이 났는데, 그 줄기와 가지가 성기면서 굽지 않으니, 이는 바로 그 바탕이 곧기 때문이다.” 하였다.
즉사(卽事)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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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세는 마냥 탕약을 재촉하는데 / 病勢催湯藥
생애는 먹고 자는 데 부치었네 / 生涯寄食眠
옮겨 삶이야 어찌 세속을 면하랴 / 移居那免俗
몸 아프면 하늘을 부를 뿐이로다 / 當痛但呼天
비운은 어찌 해마다 연속되는고 / 否運何連歲
혹시 마음 편안할 해도 있을는지 / 安心倘有年
오늘 아침에 또 길이 탄식하노니 / 今朝更長歎
내 신세는 묵은 병이 고통 거릴세 / 身世苦沈綿
눈은 어두워 밤에 글 읽기 나쁘고 / 眼昏妨夜讀
몸은 곤해라 봄잠을 막 깨었네 / 身困覺春眠
뜰엔 솔 사이의 이슬이 떨어지고 / 庭洒松間露
담장은 숲 밖의 하늘과 연하였네 / 墻連樹外天
늘그막에 전토를 내려 주었기에 / 賜田當老境
전원으로 돌아갈 해를 점쳤는데 / 握粟卜歸年
또 보니 동풍이 급하게 불어와서 / 又見東風急
어느새 버들개지가 날리는구나 / 轉頭飛柳綿
매양 담장으로 막걸리 넘겨오고 / 每向墻頭過
때론 술항아리 곁에서 잠을 자니 / 時從甕底眠
어둑한 건 누추한 시골 햇빛이요 / 昏昏陋巷日
광대한 건 취향의 별천지로다 / 蕩蕩醉鄕天
방종함은 우리의 도가 아니거니 / 放曠非吾道
위의로써 노년을 경계해야 하리 / 威儀戒老年
답청 놀이를 금년에 또 저버린 채 / 踏靑今又負
꽃다운 풀만 부질없이 무성하구나 / 芳草謾芊綿
[주D-001]담장으로 막걸리 넘겨오고 : 두 보(杜甫)의 〈하일이공견방(夏日李公見訪)〉 시에 “지붕 너머로 술집 주인을 불러, 술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담장 머리로 막걸리를 넘겨주어, 자리 펴고 시냇물 임하여 마시네.[隔屋喚酒家 借問有酒否 墻頭過濁醪 展席俯長流]”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술항아리 …… 자니 : 진(晉)나라 때 필탁(畢卓)이 술을 매우 좋아하여 술항아리 곁에서 취해 잤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성렴행(省斂行). 선왕(先王)을 생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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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나날이 군문에 불어올 제 / 秋風日日吹君門
공학군이며 응양군은 용감도 하여라 / 踊躍控鶴鷹揚軍
대가가 천천히 출발하매 백관이 호종하니 / 大駕徐動百官扈
문무관이 다 편안하여 태평을 즐거워했네 / 作新煕武幷恬文
평원이라 넓은 들에 악전을 설치하니 / 平原廣野設幄殿
크나큰 들에 농사지어 누런 벼를 거두매 / 大田多稼收黃雲
성상은 자주 돌아보며 기쁜 빛을 띠어라 / 重瞳屢回有喜色
잘 사는 우리 백성이 무슨 할 말 있으랴 / 哿矣吾民何更云
악전 앞에선 재인들이 온갖 연기 펼치고 / 殿前才人百戱張
악기 소리 울려 퍼져 화기가 드날리었네 / 鼓吹轟天和氣揚
대낮 행차 땐 청산 빛이 연로에 떨어지고 / 日行山翠滴輦路
밤에 잠잘 땐 별빛이 천막을 비추었지 / 夜宿星光臨帳房
신은 그때 군복 차림에 파리한 말을 타고 / 臣時戎服跨瘦馬
또한 다시 가서 야경 도는 데 참여했었지요 / 亦復往參干掫者
사랑도 스러울사 안국사 앞 산꼭대기서 / 最愛安國前峰頭
강물 임해 하룻밤 잔 게 이젠 아득하여라 / 臨水一宿今悠悠
엷은 구름은 달 희롱하고 달은 물에 들어 / 薄雲弄月月入水
삼키고 뱉는 광경에 하늘도 흐르는 듯했었네 / 呑吐光景天如流
지금껏 맘에 두고 또 눈으로 상상하노니 / 至今心存更目想
어느 날에나 그 강 머리를 홀로 가 볼꼬 / 何日江頭成獨往
[주C-001]성렴행(省斂行) : 행 은 시체(詩體)의 하나이고, 성렴은 옛날 임금이 봄가을로 교야(郊野)를 순행(巡行)하는 데 있어, ‘봄에는 백성들의 농사짓는 것을 보아서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고, 가을에는 백성들의 수확하는 것을 보아서 부족한 것을 도와준다.[春省耕而補不足秋省斂而助不給]’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梁惠王下》
[주D-001]공학군(控鶴軍) : 임금 곁에서 숙위(宿衛)하는 군대를 가리킨다.
[주D-002]악전(幄殿) : 임금이 야외에 행차했을 때, 차일(遮日)을 치고 휘장(揮帳)을 사방에 둘러 막고 그 안에 임시로 어좌(御座)를 설치한 것을 가리킨다
작영행(雀影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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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참새 그림자 창문에 비치어라 / 簷下雀影影在窓
창문 사이 늙은이 붓은 깃대와 같은데 / 窓間老筆長如杠
언뜻 날아왔다 또 언뜻 날아가곤 하니 / 翩翩乍來又乍去
그의 양양한 뜻을 참으로 꺾기 어렵네 / 知渠得意眞難降
때로는 지저귀어 내 적막을 깨뜨리는데 / 有時噪聲破我寂
사물을 인해 수시로 주역을 참구하노니 / 因物時時更參易
관매의 술수는 천기를 빼앗은 것이요 / 觀梅有術奪天機
안락와 안에선 시비를 다 잊었거니와 / 安樂窩中忘是非
천진교 위에 두견새 우는 걸 말했으니 / 天津橋上啼杜鵑
이 사람이 없었으면 누구에게 귀의할꼬 / 不有斯人誰與歸
종이에 써내려 짧은 시편을 이뤘으니 / 寫之剡藤成短篇
후일에 재차 읽으면 마음이 망연하리라 / 他年再讀心茫然
[주D-001]붓은 깃대와 같은데 : 뛰어난 문장력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관매(觀梅)의 …… 것이요 : 관 매의 술수란 곧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지었다는 서법(筮法) 즉 매화수(梅花數)를 가리킨다. 그 법칙은, 임의대로 한 글자의 획수(畫數)를 취하여 8획을 제하고 남은 수로 괘(卦)를 얻고, 또 한 글자의 획수를 취하여 6획을 제하고 남은 수로 효(爻)를 얻은 다음, 이것을 역리(易理)에 의거하여 길흉(吉凶)을 판단하는 것인데, 이 점은 특히 기묘하게 잘 맞았다고 한다. 천기(天機)는 곧 천지조화(天地造化)의 작용을 이른 말이다.
[주D-003]안락와(安樂窩) : 낙양(洛陽)의 천진교(天津橋) 남쪽에 있던 소옹(邵雍)의 거실(居室) 이름인데, 소옹은 여기에 살면서 안락 선생(安樂先生)이라 자호(自號)하였다.
[주D-004]천진교(天津橋) …… 말했으니 : 소 옹(邵雍)이 낙양(洛陽)에 있을 때 일찍이 손과 함께 달밤에 산보를 하다가 천진교 위에서 두견새 우는 소리를 듣고는 자못 걱정되는 기색을 짓자, 손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예전에는 낙양에 두견새가 없었는데, 지금 비로소 두견새가 왔으니, 앞으로 몇 해 안 가서 남쪽 인사를 재상으로 등용하면 남쪽 사람을 많이 끌어 들여 오로지 변경(變更)을 일삼게 됨으로써 천하가 이때부터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천하가 다스려지려면 지기(地氣)가 북(北)에서 남(南)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장차 어지러워지려면 지기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것인데, 지금 남방에 지기가 이르렀다. 조류(鳥類)가 가장 지기를 먼저 받는 것이다.”고 하여, 천하의 장래를 예언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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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성은 바닷가에 일산처럼 우뚝 솟아 / 唐城岸海如華蓋
개펄들이 빙 둘러서 안팎을 이루었는데 / 浦漵環之分內外
영령이 모인 곳에 인물들이 배출하니 / 英靈所聚産人物
웅걸한 인재들이 모두 견줄 자 없었네 / 直幹雄才皆絶代
덕산 촌주는 일찍이 강남에서 태어나 / 德山村主生江南
요동에 백모로 처음 가서 참여했다가 / 遼東白帽初往參
요동 들 문명의 미개함을 꺼린 나머지 / 猶嫌鶴野近羊犬
이곳 동해 밖의 삼신산을 찾고자 하여 / 欲訪海外仙山三
큰 바다에 배 띄워 이 별천지를 얻고는 / 舟浮鯨浪得異境
주의 깊게 살피어 나는 돛을 정박하고 / 雙目不動停飛颿
언덕에 내려선 햇수와 댓수를 점치고 / 下岸卜年又卜世
날로 동방 보좌해 천만년을 내려왔네 / 日佐東方千萬祀
신라 이래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 新羅以來至我國
예악 시서 숭상하여 군자를 배출했는데 / 禮樂詩書出君子
수재는 강도 말기에 독보적인 존재로 / 壽齋獨步江都末
요기를 쓸어버리고 대궐 문을 활짝 열어 / 掃去妖氛開紫闥
기강을 다시 떨쳐서 선왕께 조회하니 / 紀綱復振朝委裘
쥐 같은 무리들이 다시 날뛰지 못했고 / 鼠輩無從更挑撻
성스러운 따님 낳아 왕실에 짝지우니 / 克生太姒配王室
성신한 자손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네 / 聖子神孫至今日
아 덕산 촌주는 진정 비상한 사람이라 / 於戱德山非常人
하늘이 그를 냈으니 의당 상서가 겹치리 / 天作之合襲于吉
푸른 솔 뜬구름이 옷을 적시는 듯해라 / 靑松浮雲翠如濕
내 일찍이 말 세우고 멀리 읍을 했었네 / 我曾立馬遙相揖
양파 선생은 지금 그 어디에 계시는고 / 陽坡先生安在哉
고상한 풍도 천재에 따를 이 없었건만 / 高風千載無人及
치초가 치감을 배반해 손자가 없는 격이라 / 郗超反鑑似無孫
문인이 있어 부질없이 피눈물을 흘리노라 / 門下有人空血泣
[주C-001]당성인(唐城引) : 당 성은 남양(南陽)의 옛 이름이고, 인은 가곡(歌曲)의 이름으로, 이는 곧 남양 홍씨(南陽洪氏)가 동방(東方)에 건너온 이후 대대로 번창해진 내력을 노래한 것이다. 남양 홍씨의 보첩(譜牒)에 의하면, 본시(本詩)에 나오는 덕산 촌주(德山村主)가 바로 홍씨의 선시조(先始祖)인 홍천하(洪天河)를 가리키는데, 그는 당(唐)나라 팔학사(八學士)의 한 사람으로, 그가 처음 고구려(高句麗) 영류왕(榮留王) 때 고구려에 귀화(歸化)했다가 그 후 신라(新羅) 선덕여왕(善德女王) 때에 태자 태사(太子太師)가 되고 당성백(唐城伯)에 봉해졌다고 한다.
[주D-001]요동(遼東)에 …… 참여했다가 : 후 한(後漢) 말기에 위(魏)나라 대유(大儒) 관녕(管寧)이 일찍이 황건적(黃巾賊)의 난리를 피해 요동에 가서 태수(太守) 공손도(公孫度)에게 의탁해 있으면서 위 명제(魏明帝)가 후한 예로 불러도 응하지 않고 항상 무명옷에 검은 두건[皁帽] 만을 착용하여 청빈(淸貧)을 달게 여기고 청조(淸操)를 굳게 지켰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기 본문(本文)의 백모(白帽)는 곧 조모(皁帽)의 착오인 듯하다.
[주D-002]햇수와 댓수를 점치고 : 후세 자손(後世子孫)이 몇 년, 몇 대까지 전해질 것인지를 점친 것이다.
[주D-003]수재(壽齋)는 …… 존재로 : 수 재는 남양 홍씨로 고려 후기의 정안공신(定安功臣)인 홍규(洪奎)의 호이다. 고려 고종(高宗) 초기에 몽고(蒙古)의 침략에 대비하여 강화도(江華島)로 도읍을 옮기고 강도(江都)라 호칭했다가 원종(元宗) 말기에 이르러 다시 개성(開城)으로 환도(還都)했으므로, 강도의 말기란 곧 원종의 말기를 가리킨다. 당시 원(元)나라에 갔다 돌아오는 원종을 권신(權臣)인 임유무(林惟茂)가 배척하여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자, 홍규가 대의(大義)를 들어서 송송례(宋松禮) 등과 함께 삼별초군(三別抄軍)의 힘을 빌려 임유무를 죽이고 나라를 안정시켰던 데서 온 말이다. 그의 딸은 또 충숙왕비(忠肅王妃) 명덕태후(明德太后)가 되었다. 그는 벼슬이 상의첨의 도감사(商議僉議都監事)에 이르고 남양부원군(南陽府院君)에 봉해졌다.
[주D-004]양파 선생(陽坡先生) : 고 려 공민왕(恭愍王) 때의 명신(名臣)으로 호가 양파인 홍언박(洪彦博)을 가리킨다. 그는 바로 홍규(洪奎)의 손자로서 국가에 많은 공을 세웠고, 벼슬이 문하 시중(門下侍中)에 이르고 남양후(南陽侯)에 봉해졌는데, 그가 저자에게는 좌주(座主)이기도 했다.
[주D-005]치초(郗超)가 …… 격이라 : 진 (晉)나라 때 치감(郗鑑)은 명신(名臣)으로 진나라를 잘 섬겼는데, 그의 손자인 치초는 역신(逆臣) 환온(桓溫)의 막부(幕府)가 되어 환온의 역모에 깊숙이 가담하여 마치 자기 조부(祖父)를 배반한 것처럼 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명신 홍언박(洪彦博)의 손자인 홍륜(洪倫)이 공민왕(恭愍王)을 시해하여 끝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으므로, 이를 치초의 고사에 비유한 것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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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이 급히 불고 해가 점차 길어져라 / 東風吹急日行遲
멀리 풀빛 바라보니 정히 좋은 때로세 / 草色遙看正好時
늙은 목은은 병중에 절구를 많이 짓는 데 / 牧老病餘多絶句
기발한 말 기약 안 해도 혹 기발해지네 / 不期奇語或成奇
정원재(鄭圓齋), 이 봉익(李奉翊) 구(玖), 박 승지(朴承旨) 진록(晉祿) 가 함께 술을 가지고 찾아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고, 겸하여 익재(益齋)의 진당(眞堂)에 참배하자는 약속을 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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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술로 서로 만난 게 꿈속만 같은데 / 樽酒相逢似夢中
천지간에 광대히 또 동풍이 불어오누나 / 乾坤浩蕩又東風
노쇠하니 망년교의 후의를 새삼 느끼겠고 / 老衰更驗忘年厚
빈병이 겹치니 명이 궁함을 이제 알겠네 / 貧病方知賦命窮
그만이로다 두 귀밑은 문득 희어졌는데 / 已矣兩髦俄變白
술 취하니 두 뺨은 오히려 불그레하구나 / 醉來雙頰尙浮紅
당부하노니 부디 약속을 저버리지 말고 / 丁寧有約休辜負
철동 진당에 들러 익재옹께 참배하세나 / 鐵洞眞堂拜益翁
스스로 앞의 운에 화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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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득한 가운데 창오를 되돌아 보니 / 回首蒼梧杳靄中
오현금에 남풍가 듣던 일이 기억나누나 / 五絃曾記聽南風
과거 볼 땐 우연히 호걸들에 앞섰더니 / 初科偶爾先豪傑
말로에는 슬프어라 곤액이 많기도 하네 / 末路哀哉多阨窮
봄 거리 홀로 가니 이끼는 다시 푸르고 / 春巷獨行苔更碧
새벽 창 아래 읊으니 해는 처음 돋누나 / 曉窓高詠日初紅
이제부터 동년 친구들을 찾고자 하는데 / 從今欲訪同年友
삼십삼 인 중 그 몇 늙은이나 남았는고 / 三十三人幾老翁
자탄하노니 내 생애는 이 천지 가운데 / 自嘆吾生天地中
어찌하여 미친 풍병 들린 것과 같은고 / 胡然却似病狂風
도에 들자도 삼성에 어두움은 부끄러우나 / 雖慙入道迷三省
다섯 궁귀 내보낼 문장 없는 건 기쁘다오 / 祗喜無文送五窮
집 모퉁이 산봉우리선 멀리 푸르름이 듣고 / 墻角峰巒遙滴翠
나무 끝 꽃봉오리는 언뜻 붉은빛 머금었네 / 樹頭䔒蕾乍含紅
꽃과 버들 완상할 날은 응당 없으리니 / 傍花隨柳應無日
다만 당년의 격양옹이나 배우고 싶네 / 欲學當年擊壤翁
팔선이 술 속에 노닌 걸 멀리 사모하노니 / 遠慕八仙游飮中
취향의 별천지에 남긴 풍도가 있고말고 / 醉鄕天地有遺風
글은 쾌의한 데 만나면 가려움 긁는 듯한데 / 書當快意如爬癢
시는 오래 읊노라면 정히 곤궁하게 된다네 / 詩自長吟政坐窮
그 옛날 묘당에선 머리 아직 검었었더니 / 憶在廟堂頭尙黑
하락에 피 흘린 걸 차마 들을 수 없었네 / 忍聞河洛血流紅
근래엔 병석에 누워 좋은 시절 못 얻으니 / 邇來臥病眞難得
조물주가 응당 목은옹을 가엾게 여기리 / 造物應憐牧隱翁
형상 형체 이룸이 하늘로부터 나오나니 / 成象成形自一中
정으론 산악을 동으론 바람을 관찰하네 / 靜觀山岳動觀風
인간 문명이야 어찌 삼천에 그치랴마는 / 人文豈向三千止
사람 운명은 응당 육십으로 다하느니라 / 天數應從六十窮
자고로 서생의 낯이 흰 걸 기롱하는데 / 自古書生譏面白
당시엔 한림학사의 젊은 걸 비난하였네 / 當時院長詆顔紅
나는 마음 씻고 곧장 소를 타고 떠나서 / 洗心直欲騎牛去
저 끝없는 득실을 새옹지마에 부치련다 / 得失悠然付塞翁
[주D-001]구름 …… 기억나누나 : 순 (舜) 임금이 만년에 남쪽으로 순수(巡狩)했다가 창오(蒼梧)의 들에서 붕어(崩御)한 일과 순 임금이 일찍이 오현금(五絃琴)을 친히 제작하여 타면서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염을 풀 만하도다. 남풍이 제때에 불어옴이여, 우리 백성의 재물을 풍부하게 하리로다.[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라는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삼성(三省) : 증 자(曾子)가 이르기를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일로써 내 몸을 반성하노니, 남을 위하여 꾀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지 않았는가, 친구들과 사귀는 데에 신의가 없었는가, 학업을 잘 익히지 않았는가? 하노라.[吾日三省吾身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學而》
[주D-003]다섯 …… 기쁘다오 : 다 섯 궁귀(窮鬼)란 곧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에서 말한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을 가리키는데, 저자 자신은 곧 한유와 같이 문장이 뛰어나지 못하므로 이 궁귀들을 내보낼 것도 없다는 겸사(謙辭)로 한 말이다.
[주D-004]꽃과 …… 없으리니 : 소 년 시절이 이미 지났음을 뜻하는 말로, 정호(程顥)가 일찍이 봄날에 한가히 유락(游樂)하는 정취를 읊은 〈춘일우성(春日偶成)〉 시에 “구름 엷고 바람 솔솔 한낮이 가까울 제, 꽃과 버들 완상하며 앞 냇가로 나가네. 사람들은 내 마음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장차 한가함 탐하는 배우는 소년이라 하리.[雲淡風輕近午天傍花隨柳過前川 時人不識余心樂 將謂偸閑學少年]”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격양옹(擊壤翁) : 《격양집(擊壤集)》의 저자인 송(宋)나라의 소옹(邵雍)을 가리킨다. 그는 일찍이 낙양(洛陽)에 살면서 자기 집을 안락와(安樂窩)라 하고 스스로 안락 선생(安樂先生)이라 자호하였다.
[주D-006]팔선(八仙)이 …… 걸 : 두 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당시 팔인(八人)의 주호(酒豪)를 미화하여 노래한 데서 온 말인데, 팔인의 주호는 바로 하지장(賀知章), 이진(李璡), 이적지(李適之), 최종지(崔宗之), 소진(蘇晉), 이백(李白), 장욱(張旭), 초수(焦遂) 등이다.
[주D-007]하락(河洛)에 …… 걸 : 하 락은 황하(黃河)와 낙수(洛水)를 가리킨 것으로 즉 낙양(洛陽) 지방을 말하는데, 당 현종(唐玄宗) 때 안녹산(安祿山)의 난리를 두고 읊은 두보(杜甫)의 〈영회(詠懷)〉 시에 “되놈 새끼가 천자를 핍박할 제, 역당들은 귀취한 곳 다 같았네. 하락 지방은 흘린 피로 물들고, 공후들은 잡초 새에서 눈물 흘렸네.[胡雛逼神器 逆節同所歸 河洛化爲血公侯草間啼]”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삼천(三千) : 《의례(儀禮)》에 이른바, 경례 삼백 가지와 곡례 삼천 가지[經禮三百 曲禮三千]란 데서 온 말인데, 곡례는 곧 미세(微細)한 예절을 가리킨다.
[주D-009]육십(六十) : 여기서는 바로 육십갑자(六十甲子)를 가리킨 듯하다.
[주D-010]자고로 …… 기롱하는데 : 예로부터 견식(見識)이 짧은 서생(書生)을 백면서생(白面書生)이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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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안 천지에도 절로 봄바람이 있어 / 一家天地自春風
요기가 소진하면 즐거움이 무르녹나니 / 沴氣消來樂最融
사물마다 화락 품으면 태극을 이루거니와 / 物物含和成太極
때로는 상도 벗어나 미련둥이도 나온다오 / 時時致異有頑童
요순은 예악으로써 문덕을 펼치었고 / 唐虞禮樂敷文德
이윤 여상은 전쟁으로 무공을 세웠네 / 伊呂干戈立武功
수신제가는 격물치지로 말미암고요 / 始信修齊由格物
마음은 하늘과 짝함을 비로소 믿겠네 / 靈臺方寸配蒼穹
[주D-001]요순(堯舜)은 …… 펼치었고 : 문덕(文德)은 문교(文敎)와 덕교(德敎)를 합칭한 말로, 순(舜) 임금이 일찍이 문덕을 크게 펼치니, 70일 만에 묘족(苗族) 오랑캐가 감복(感服)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書經 大禹謨》
[주D-002]이윤(伊尹) …… 세웠네 : 이윤은 탕(湯) 임금을 도와 하(夏)나라 걸(桀)을 쳐서 무공(武功)을 세웠고, 여상(呂尙)은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 주(紂)를 쳐서 무공을 세웠으므로 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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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 동쪽으로 산이 끝없이 이어져서 / 扶蘇以東山不盡
봉우리들 하늘에 솟아 석순이 널렸는데 / 衆峰揷天森石笋
불룩 솟은 구룡산이 형세가 절로 높아서 / 九龍穹窿勢自尊
뒷산은 따른 듯하고 앞산은 끄는 듯하네 / 後如從者前如引
성승의 남긴 자취는 아직도 완연한데 / 聖僧遺跡尙宛然
돌이 기울고 위태로워 떨어질 것만 같네 / 石勢傾危將欲隕
사찰과 숲 골짝엔 연기와 놀이 섞이었고 / 招提林壑雜煙霞
병석의 세월은 푸른 버섯이 쌓였도다 / 甁錫歲月堆蒼菌
언제나 긴 휘파람 불며 절정에 올라가서 / 何時長嘯上絶頂
만리의 푸른 하늘에 가을 매를 볼거나 / 萬里靑天見秋隼
호경사에 들러 향 사르고 두 번 절하고 / 焚香再拜虎景祠
시위소찬 이 몸의 불민함을 사죄드리고 / 尸素區區謝不敏
위령께 우러러 비오니 동해를 편케 하소서 / 仰乞威靈靜東海
방금 조정의 군색한 형세를 보지 못하는가 / 不見廟堂方勢窘
연이은 군영의 장수들이 전라도로 향하니 / 連營諸將向全羅
농사짓는 백성들을 누가 불쌍히 여길꼬 / 南畝擧趾誰見愍
농사 한번 실패하면 백성은 먹을 것 잃어 / 農功一虧民失天
죽을 고통 받는 걸 차마 볼 수 있으리오 / 命墜顚崖其可忍
의당 좋은 계책 내서 싸우면 꼭 이기고 / 宜扶籌策戰必勝
다시 거센 바람과 천둥 벼락을 몰아쳐서 / 更發狂風激齊霣
적의 배를 모조리 동쪽으로 쓸어버린다면 / 賊船掃向扶桑去
백성들이 다시는 깊은 시름 하지 않으리 / 蒼生不復愁肝腎
문득 예악으로 나라 다스림을 물었으니 / 便將禮樂問爲邦
비파 놓은 이가 부자의 웃음을 어찌 알랴 / 舍瑟何知夫子哂
[주C-001]구룡산가(九龍山歌) : 구 룡산의 노래로, 구룡산은 개성(開城) 평나산(平那山)의 별칭이다. 이 산에 대한 전설은 고려 김관의(金寬毅)의 《편년통록(編年通錄)》에서 고려 태조(太祖)의 선계(先系)에 대한 설화(說話)를 적은 데에 자세히 나타나 있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5대조가 된다는 호경(虎景)이란 사람이 일찍이 성골 장군(聖骨將軍)이라 자칭하며 백두산(白頭山) 등지를 유랑하다가 뒤에 개성의 부소산(扶蘇山) 골짜기에 정착하여 살았는데, 하루는 같은 마을 사람 9인과 함께 평나산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한 암굴(巖窟)에 들어가 자려고 하던 차에 큰 호랑이가 나타나 암굴 입구에서 으르렁거리므로, 성골 장군이 굴을 박차고 나가서 막 호랑이와 싸우려 하자, 호랑이는 이내 보이지 않고 갑자기 암굴이 무너져서 그 마을 사람 9인이 모두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마침내 그 9인을 장사 지내기 위해 먼저 그 산신(山神)에게 제사를 드리자, 산신이 나타나서 이르기를 “나는 과부(寡婦)로 이 산의 주인이 되었는데, 다행히 성골 장군을 만났는지라, 우리 함께 부부(夫婦)가 되어 신정(神政)을 함께 다스리고 싶으니, 청컨대 이 산의 대왕(大王)이 되어 주오.” 하고는 이내 호경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군인(郡人)들이 호경을 봉하여 대왕으로 삼고 호경사(虎景祠)를 세워 제사를 지내며, 그 마을 사람 9인이 함께 죽은 일로 인하여 그 산명(山名)을 구룡(九龍)으로 고쳤다. 그리고 성골 장군의 아들은 이름이 강충(康忠)이고, 손자는 이름이 보육(寶育)인데, 보육은 일찍이 출가(出家)하여 지리산(智異山)에 들어가 수도(修道)하다가 뒤에 다시 이 산 북쪽 기슭으로 돌아와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현(李齊賢)은 일찍이 이 설화를 조목조목 들어서 사리에 맞지 않음을 반박하였다.
[주D-001]석순(石笋) : 곧게 치솟은 큰 바위들의 모양이 마치 줄지어 늘어선 죽순(竹筍)과 같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병석(甁錫) : 승려(僧侶)가 가지고 다니는 정병(淨甁)과 석장(錫杖)을 가리킨다.
[주D-003]예악(禮樂)으로 …… 알랴 : 일 찍이 자로(子路), 증석(曾晳), 염유(冉有), 공서화(公西華)가 공자를 모시고 앉았을 때, 공자가 이르기를 “너희들이 평소에는 ‘나를 알아줄 이가 없다.’고 말들을 하는데, 만일 알아줄 이가 있어 너희들을 등용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하면서 각자의 뜻을 말해 보라고 하자, 자로가 얼른 대답하기를 “천승(千乘)의 나라가 큰 나라 사이에 끼어서 전란(戰亂)을 당하고 인하여 기근(饑饉)을 만났을 경우, 제가 그 나라를 맡아 다스린다면 3년 만에 용맹도 있게 하고 또 의리도 알도록 하겠습니다.” 하니, 공자가 비웃음을 지었다. 이어 증석이 타던 비파를 땅에 놓고 ‘늦은 봄에 관자(冠者), 동자(童子)와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쐰 다음 노래를 읊으면서 돌아오겠다’는 자기의 뜻을 말하였는데, 그러고 나서, 다른 제자들이 다 나간 뒤에 공자에게 묻기를 “부자께서는 자로의 말을 왜 비웃으셨습니까?”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나라는 예(禮)로써 다스리는 것인데, 자로는 말이 겸양(謙讓)치 못하므로 그것을 비웃은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先進》
적자음(赤子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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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천지 가운데 서로 부쳐 의지하여 / 茫茫堪輿相附依
굼틀굼틀 만족해하며 신의 조화를 타네 / 蠢蠢自足乘神機
성인의 덕은 천지의 덕에 꼭 부합되고요 / 聖人脗合天地德
군자는 조정의 의례에 광휘를 발하나니 / 君子照耀朝廷儀
부부의 가정은 찬연히 법도가 있거니와 / 夫家婦室粲有則
요의 선양 탕의 정벌도 귀취는 똑같다네 / 堯禪湯伐同其歸
본디 알괘라 어린애의 순일 무위한 곳은 / 故知赤子純一處
슬기 있는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 宛與智者無少違
안기고 업힌 채 때로 젖을 찾아 우는 건 / 抱負時時索乳啼
곧바로 신의 조화와 높낮이를 겨루건만 / 直與神化爭高低
맘이 한 번 외물의 유혹에 빠지면서부터는 / 直從知誘始逐外
충동하는 욕심과 정을 억누르기 어려워 / 欲動情勝方難齊
탐욕과 잔인함이 각각 형태를 이루어 / 狼貪羊狠各有態
음란의 물이 천하 계곡에 도도히 흐르고 / 淫竇滔滔天下溪
겉모양 꾸미어 끝내는 거짓을 부리나니 / 冶容飾貌竟狙詐
어린애의 마음을 누가 다시 찾으리오 / 赤子之心誰復稽
어린애의 마음을 누가 다시 찾으리오 / 赤子之心誰復稽
중니가 당시 허둥지둥한 게 마땅하구려 / 仲尼當日宜栖栖
[주D-001]요(堯)의 …… 똑같다네 : 요 임금은 순(舜) 임금에게 천자(天子)의 자리를 선양(禪讓)하였고, 탕(湯) 임금은 무도한 주(紂)를 정벌(征伐)하여 멸망시키고 자기가 천하를 차지했으나, 요와 탕의 일이 그 귀취는 모두 공심(公心)에서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중니(仲尼)가 …… 마땅하구려 : 허 둥지둥한다는 것은 곧 공자(孔子)가 세상에 도를 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가리킨 것으로, 미생묘(微生畝)란 사람이 공자에게 말하기를 “구는 어찌하여 그렇게 허둥지둥 바쁜가, 혹 번지르르한 말로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닌가?[丘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감히 남을 기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고집하는 것을 미워할 뿐이다.[非敢爲佞也疾固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憲問》
스스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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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바다엔 둥근 태양이 떠 있고 / 桑海團團日
송악산엔 광대한 봄이 찾아왔네 / 松山蕩蕩春
돌아가서는 갑자를 기록하였고 / 歸來書甲子
초췌한 몸은 경인에 태어났도다 / 憔悴降庚寅
깊은 골짝 샘 소리는 악기 소리 같고 / 雲壑泉如筑
양지쪽 언덕의 풀은 자리를 이뤄 가네 / 陽崖草欲茵
그윽한 경계에 마음 절로 적적한데 / 境幽心自寂
어느 곳에서 고상한 사람을 짝할꼬 / 何處伴高人
[주D-001]돌아가서는 갑자를 기록하였고 : 돌 아갔다는 것은 곧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전원(田園)으로 돌아간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도잠은 평소 자기가 저술한 문장(文章)에 반드시 연월(年月)을 썼는데, 동진(東晉)의 마지막 임금인 안제(安帝)의 연호(年號) 의희(義煕)까지는 분명히 썼고, 그 후 송 무제(宋武帝) 때부터는 연호를 쓰지 않고 갑자(甲子)로 일진(日辰)만을 기록했던 데서 온 말이다. 《南史 卷75 隱逸上 陶潛》
[주D-002]초췌(憔悴)한 …… 태어났도다 : 초 췌한 몸이란 바로 초 회왕(楚懷王) 때 소인의 참소를 입고 조정으로부터 쫓겨나 초췌한 얼굴로 택반(澤畔)에서 읊조리고 다녔던 굴원(屈原)을 가리키는데, 굴원은 또한 인년(寅年) 인월(寅月) 경인일(庚寅日)에 태어났으므로 이른 말이다. 《楚辭 離騷, 漁父辭》
춘면(春眠)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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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빛은 천지를 움직이고 / 晨光動天地
맑은 야기는 정신을 엄습하는데 / 夜氣襲精神
코 골며 아직 벽을 기대 있노라니 / 鼻息尙隱壁
눈동자는 티가 든 듯 떠지질 않네 / 目瞳如眯塵
집 아이는 손 물리칠 줄을 알고 / 家童解麾客
산새는 사람에게 놀라지 않누나 / 山鳥不驚人
다만 기쁜 건 아직도 잠을 잘 자서 / 只喜魔猶在
백발이 더 생기는 걸 면함이로세 / 白頭應免新
예로부터 백성의 순수한 눈은 / 從來百姓眼
천진난만해 정신을 기를 만하니 / 爛熳可頤神
화기는 사체에 두루 충만하고 / 和氣徧四體
명상은 육진을 모두 잊는다네 / 冥心忘六塵
나가 논 이가 있음은 알거니와 / 出游知有士
꿈이 없던 이는 정히 그 누군고 / 無夢定何人
소두는 평생에 잠이 넉넉했어라 / 少杜平生足
남주란 구법이 새롭기만 하구려 / 南州句法新
[주D-001]육진(六塵) : 불교 용어로, 육경(六境)인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에 대하여 인간이 갖는 여섯 가지 인식, 즉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작용을 말한다.
[주D-002]나가 논 이 : 꿈 속에 정신이 나가 노니는 것을 이른 말로, 예컨대 황제(黃帝)가 낮잠을 자다가 꿈에 화서국(華胥國)이란 이상경(理想境)을 다녀왔다는 화서몽(華胥夢), 초 양왕(楚襄王)이 꿈에 무산(巫山)의 선녀(仙女)와 정사(情事)를 가졌다는 무산몽(巫山夢),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는 호접몽(蝴蝶夢) 등 수많은 꿈에 대한 설화를 두고 한 말이다.
[주D-003]꿈이 없던 이 : 《장 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옛날의 진인은 물속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속에 들어가도 뜨겁지 않다. 잠을 잘 때는 꿈도 꾸지 않고, 잠을 깨어서는 근심도 없었다.[古之眞人入水不濡 入火不熱 其寢不夢 其覺無憂]”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소두(少杜)는 …… 하구려 : 소두는 곧 두보(杜甫)를 노두(老杜)라 칭한 데 대하여 두목(杜牧)을 일컫는 말인데, 두목의 〈억제안군(憶齊安郡)〉 시에 “평생에 잠이 넉넉했던 곳은 운몽택의 남쪽 고을이었네.[平生睡足處雲夢澤南州]” 한 데서 온 말이다.
여러 장수들이 해적(海賊)을 토벌하려고 일시에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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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당에선 장수와 재상을 겸하고 / 廟堂兼將相
사직은 신명과 사람에게 맡겨라 / 社稷寄神人
고각 소리는 바다에 이어지고 / 鼓角聲連海
깃발 그림자는 먼지를 날리네 / 旌旗影拂塵
용장들이 막 행군을 시작했으니 / 鷹揚方啓道
적들은 갈 바를 모르고 도주하리 / 鳥散走迷津
개선악 연주하며 환조하는 날엔 / 奏凱還朝日
노랫소리 천지에 그득한 봄이리 / 歌謠撲地春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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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갑에서 울고 거울은 경대에 감춰라 / 龍鳴在匣鏡藏奩
어찌 메기가 대나무 타고 오르듯 할쏜가 / 肯向竹竿緣似鮎
기미를 변별하려 하면 마냥 어긋나거니와 / 欲辨幾微都是錯
짜고 싱거움 막론해라 아예 소금도 없다네 / 不論鹹淡本無鹽
깊은 봄이라 산천은 꽃동산에 비길 만한데 / 春深準擬花藏塢
고요한 밤엔 주렴에 드는 달빛을 벗 삼노라 / 夜靜追隨月入簾
내 평생 한 번 웃기도 어려웠음을 믿노니 / 自信生來難一笑
삼경으로 돌아가서 도잠이나 찾아야겠네 / 歸來三逕覓陶潛
[주D-001]용(龍)은 …… 감춰라 : 재 능을 지니고 초야(草野)에 묻혀 있음을 뜻한다. 용이 갑(匣) 속에서 운다는 것은 곧 옛날 전욱씨(顓頊氏)의 보검(寶劍)이 사방(四方)에 난리가 있을 때는 즉시 일어나 그곳을 가리켜서 전쟁을 이기게 하였고, 쓰이지 않을 때는 항상 갑 속에서 용호(龍虎)의 울음소리를 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어찌 …… 할쏜가 : 메기는 몸이 아주 미끄러운 물고기이고, 대나무 또한 미끄러운 것이므로, 메기가 대나무를 타고 오른다는 것은 곧 이루기가 매우 어려운 일을 비유한 말이다.
사전(賜田)에 대한 신성장(申省狀)이 이르렀으니, 지난해 12월에 신성(申省)한 것을 금년 3월에야 비로소 얻은 것이다. 미처 펴보기도 전에 대궐을 향하여 사은(謝恩)하고 시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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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께서 하늘같이 만물을 기르시니 / 主上如天育萬物
신 색은 노쇠해도 아직 사필을 잡았네 / 臣穡衰遲猶秉筆
전조의 문신들이 숲처럼 포열했건만 / 前朝詞臣森如林
부자가 서로 전함은 짝할 이 드물어라 / 父子傳家罕疇匹
가정 선생은 자기 공을 말하지 않았고 / 稼亭先生不言功
글 지어 송궁문이라 명명도 안 했거니 / 又不作文名送窮
태평세월의 풍월은 시편 속에 남았고 / 太平風月詩篇裏
강산 가는 곳마다엔 술잔의 풍류였네 / 到處江山尊酒中
신은 지금 병석에 누워 국사를 맡았는데 / 臣今臥病領史事
쌀 구걸로 해마다 생활 계책 졸렬하여 / 乞米年年拙生理
묽은 죽에 얼굴이 환히 비치는 지경이라 / 粥薄鬚眉宛相對
배고파 우는 노복들을 차마 보기 어렵네 / 啼飢僮奴難忍視
구고에서 우는 학 울음소리 하늘에 들려 / 鶴鳴九皐聲聞天
성은으로 구제하사 나를 보전케 하시니 / 聖恩周急令保全
경호를 하사한 일은 간책에 빛나거니와 / 勅賜鏡湖溢簡策
장강의 양쪽 가엔 좋은 전토가 많아라 / 長江兩岸多良田
이제부턴 온 집안이 배부르게 밥 먹고 / 從今一家飽喫飯
신의 생 다하도록 나날이 성상 송축하고 / 日日頌禱終臣年
자손 대대로 땅 지키며 왕국을 보좌하여 / 子孫世守佐王國
맹세코 충효로써 구휼 은혜에 보답하리 / 誓將忠孝酬恩憐
[주D-001]송궁문(送窮文) : 한유(韓愈)가 일찍이 항상 자기를 괴롭히는 다섯 궁귀 즉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송궁문(送窮文)〉을 지었다.
[주D-002]쌀 …… 졸렬하여 : 당 (唐)나라 안진경(顔眞卿)이 이 태보(李太保)에게 보낸 걸미첩(乞米帖)에 “내가 생계에 졸렬하여 온 집안이 죽을 먹은 지 이미 수개월이 되었는데, 지금은 죽도 다 떨어졌다.[拙於生事 擧家食粥 而已數月 今又罄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구고(九皐)에서 …… 들려 : 구 고는 깊숙한 늪을 가리키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 학명(鶴鳴)에 “학이 깊은 늪에서 울거든, 그 소리가 하늘에 들리도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현자(賢者)는 비록 깊숙한 곳에 은거하여도 남들이 그의 덕행(德行)을 다 알게 됨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4]경호(鏡湖)를 하사한 일 :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 하지장(賀知章)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적에 현종이 그에게 특별히 경호(鏡湖) 일곡(一曲)을 하사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5]장강(長江)의 …… 많아라 : 여기서 말한 장강은 곧 남한강(南漢江)의 상류인 여강(驪江)을 가리킨다. 그 당시 나라에서 저자에게 여흥(驪興)의 전토(田土)를 하사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저녁때 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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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해 그림자 이미 희미해지더니 / 午窓日影已稀微
저녁때엔 소소히 사립짝에 비 뿌리네 / 向晚蕭蕭雨灑扉
점차로 보리밭에 푸른빛 더해지어라 / 漸見麥田增翠色
배태한 떡에 아름다운 맛 도와주누나 / 胚胎餠餌助甘肥
하늘가의 뭇 산은 푸른빛 비껴 있는데 / 天際群山橫翠微
깊은 봄 내 문항엔 사립짝을 꼭 닫았네 / 春深門巷掩柴扉
일엽편주로 곧장 여강을 거슬러 오르면 / 扁舟直遡驪江去
부들 돛에 바람 가득코 강물은 불었으리 / 風滿蒲帆水面肥
부질없이 경전의 은미한 뜻 발명하고자 / 謾向遺書欲發微
병 많은 노년에 홀로 사립짝 닫고 있노니 / 老年多病獨扃扉
어찌 일찍이 큰 가뭄에 장맛비가 되어 / 何曾大旱作霖雨
묘당에 앉아서 천하가 살찌는 걸 봤던가 / 正笏坐看天下肥
[주D-001]배태(胚胎)한 떡 : 소식(蘇軾)의 〈남원(南園)〉 시에 “봄 밭둑에 비 지나니 비단이 기름지고, 보리밭에 바람 부니 떡이 향기롭구나.[春疇雨過羅紈膩 麥壠風來餠餌香]”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큰 가뭄에 장맛비가 되어 : 은 고종(殷高宗)이 일찍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명하기를 “만일 이해에 큰 가뭄이 들거든 그대를 장맛비로 삼으리라.[若歲大旱用汝作霖雨]” 한 데서 온 말로, 훌륭한 재상을 가리킨다. 《書經 說命上》
이른 아침에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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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에는 참새가 사람 가까이서 울고 / 簷前丹雀近人鳴
뒷동산에선 산비둘기가 비를 부르는데 / 後院錦鳩呼雨聲
병든 백발 늙은이는 세수도 빗질도 않고 / 白髮病翁忘盥櫛
홀로 붓 끌어다가 평생사를 기록하노라 / 獨携毛穎寫平生
잗단 문장은 귀뚜라미 소리나 다름없어 / 瑣碎文章蟋蟀鳴
균천 광악은 꿈속에나 얼핏 들은 듯하네 / 鈞天髣髴夢中聲
늙어갈수록 세상 소리를 안 들으려 하니 / 老來欲塞從前耳
빈 방 안에 때때로 광명이 절로 생기네 / 虛室時時白自生
각자 지극한 소리 있어 잘들 울리지만 / 自有至音多善鳴
어찌 우뚝 집대성을 이룬 것만 할쏜가 / 爭如玉振與金聲
적막한 천지가 화창한 오늘에 이르러선 / 寥寥天地至今日
춘풍의 온갖 새소리로 나를 관찰하노라 / 百鳥春風觀我生
[주D-001]산비둘기가 비를 부르는데 : 산비둘기가 우는 것을 말하는데, 속설(俗說)에 산비둘기가 울면 비가 온다고 하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균천 광악(鈞天廣樂) : 아주 미묘(微妙)한 천상(天上)의 음악(音樂)을 가리키는데, 전하여 뛰어난 문장(文章)을 비유한다.
[주D-003]빈 방 …… 생기네 :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빈 방 안에 광명이 들어오면 길한 징조가 깃들게 된다.[虛室生白 吉祥止止]”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람이 무념무상(無念無想)하면 절로 진리(眞理)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삼재(李三宰)가 《법화경(法華經)》의 발문(跋文)을 요청하므로, 인하여 느낀 바가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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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름이 스스로 태우는 격이라 / 人間膏火自相煎
짐짓 법화경 받들어 복을 받으려 하네 / 故種蓮花照碧天
괴로운 마음은 쪼개낼 날이 항상 있거늘 / 劈取苦心常有日
어찌 두 손으로 머리 감싸듯 급히 할꼬 / 肯將雙手救頭然
평원에 짐승 쫓을 땐 말이 나는 듯하니 / 從獸平原馬似飛
날래기가 근래에 드물다 모두들 말하네 / 喧傳輕捷近來稀
공은 백대에 우뚝하고 나이 아직 젊으니 / 功高百代年猶壯
행여 어김없이 몸을 천금처럼 기르게나 / 攝養千金莫或違
분잡스런 화복은 다 천명에 매였거니와 / 紛紛禍福摠關天
한 점의 충성심이야 어찌 우연한 것이랴 / 一點忠心豈偶然
대의로 사정 끊은 건 옛말이 아니로다 / 大義滅親非古語
우리 공의 높은 식견은 군현에 으뜸일세 / 我公高識冠群賢
[주D-001]인간은 …… 격이라 : 《장 자》 인간세에 “산의 나무는 유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를 당하고, 기름은 불이 붙기 때문에 스스로 저를 태운다.[山木自寇也膏火自煎也]”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람도 재능(才能) 때문에 번뇌가 생기고 해를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대의(大義)로 …… 건 : 춘 추 시대 위(衛)나라 대부(大夫) 석작(石碏)의 아들 석후(石厚)가 공자(公子) 주우(州吁)와 함께 환공(桓公)을 죽이고 주우를 임금으로 세우자, 석작이 계획을 짜서 공자 주우와 자기 아들 석후를 잡아 죽였으므로, 《춘추좌전(春秋左傳)》에서 이 일을 가리켜 “군신의 대의로써 부자간의 사정을 끊었다.[大義滅親]”고 칭찬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 이 삼재(李三宰)의 일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이 개성(李開城)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홀로 소나무 사이에 앉아서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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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릉이 초과 열어 익재옹이 관장했는데 / 玄陵初科鎖益翁
뜰 가득 응시자 중엔 영웅도 많았었지만 / 白袍滿庭多英雄
나는 재주도 없이 가장 요행을 입었으니 / 穡以非才最徼幸
하늘인지 운명인지 공은 지공했을 뿐이네 / 天耶命耶公至公
나는 지금 삼중대광으로 사필을 관장해 / 三重大匡領史翰
백발로 한가히 지내니 낙이 여기에 있고 / 白首閑居樂在中
때로는 감격의 눈물이 물처럼 쏟아지는데 / 有時感恩淚如水
얼굴 쳐들면 끝없는 하늘만 보일 뿐이네 / 仰面但見靑無窮
막내가 가장 젊어 가장 사랑을 받았고 / 有季最少最鍾愛
손자가 승중하여 가풍을 전하고 있는데 / 有孫承重傳家風
문생들이 이따금 술을 가지고 오거든 / 門生往往佩酒來
미친 노래로 형체 잊고 화기가 융융하네 / 狂歌忘形和氣融
늙은 목은은 아파 누운 지 지금 몇 년인고 / 老牧臥病今幾年
옛 놀이 앉아 생각하니 맘이 쓸쓸하구나 / 坐想舊游心悄然
소나무 심던 당시엔 한 자 남짓했는데 / 當時種松高尺餘
이젠 이미 해를 가려 하늘에 치솟았구려 / 今已蔽日將參天
혹자는 솔 심는 걸 십 년 계책이라 했는데 / 人言栽松十年耳
십 년이 번쩍해라 누가 서로 앞을 다툴꼬 / 十年石火誰爭先
병든 나머지 말 타는 것도 매우 드문데 / 病餘上馬亦甚少
두 번이나 와서 좋은 자리 오르질 못해 / 再至不獲登華筵
모이고 흩어짐에 주재한 자 있음을 알고 / 乃知聚散有主者
솔 새에서 읊조리며 선배들을 생각하네 / 長嘯松間思往賢
율정 면재가 좌주를 모시고 있을 적에 / 栗亭勉齋侍座主
천진한 애는 사랑 믿고 어리광을 떨었지 / 驕兒恃愛求恩憐
그 한아한 풍류가 온 세상을 덮었는데 / 風流閑雅蓋一世
회상하노니 아득히 꿈만 같을 뿐이로다 / 回首悠悠如夢耳
누가 알았으랴 천하가 장수를 중시하여 / 誰知天下注意將
지금 제자를 높은 다락에 묶어 둘 줄을 / 高閣如今束諸子
반드시 내가 다시 상산옹을 방문하여 / 會當更訪商山翁
푸른 소나무 사이를 함께 배회하련다 / 蒼蒼雲松聊徙倚
[주C-001]이 개성(李開城) :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막내아들로 개성 윤(開城尹)을 지낸 창로(彰路)를 가리킨다.
[주D-001]현릉(玄陵)이 …… 관장했는데 : 현 릉은 공민왕(恭愍王)의 능호(陵號)이다. 1353년(공민왕2)에 공민왕이 초과(初科)를 베풀었을 때 이제현(李齊賢)이 지공거(知貢擧)가 되어 고시(考試)를 주관한 일을 가리키는데, 저자는 이때 을과(乙科)의 제일인(第一人)으로 합격했었다.
[주D-002]막내가 …… 있는데 : 여 기서 막내는 곧 이제현(李齊賢)의 막내아들인 개성 윤(開城尹) 창로(彰路)를 가리키고, 승중(承重)한 손자는 바로 이제현의 장자(長子) 서종(瑞種)의 소생 중 장손(長孫)으로서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에 이르고 계림군(鷄林君)에 봉해진 보림(寶林)을 가리킨다.
[주D-003]혹자는 …… 했는데 : 소 식(蘇軾)의 〈만송정(萬松亭)〉 시에 “십 년 계책 솔 심은 건 백 년을 생각한 건데, 호덕한 사람이 내 생각 도와줄 이가 없네.[十年栽松百年規 好德無人助我儀]” 하고, 그 자주(自注)에 “십 년의 계책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十年之計 樹之以木]”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율정(栗亭) …… 있을 적에 : 율 정은 고려 말기의 문신으로 벼슬이 찬성사(贊成事)에 이른 윤택(尹澤)의 호이고, 면재(勉齋)는 역시 고려 말기의 문신으로 벼슬이 찬성사에 이르고 청천군(菁川君)에 봉해진 정을보(鄭乙輔)의 호이며, 좌주(座主)는 바로 이들의 좌주였던 이제현을 가리킨다.
[주D-005]천하가 장수를 중시하여 : 세상이 어지러움을 뜻한다. 《사기(史記)》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에 “천하가 편안하면 재상을 중시하고, 천하가 위태로우면 장수를 중시한다.[天下安 注意相 天下危 注意將]”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지금 …… 줄을 : 여 기서 말한 제자(諸子)는 문신(文臣)들을 가리킨 것으로, 즉 문신들이 쓰이지 않음을 뜻한다. 진(晉)나라 때 두예(杜乂), 은호(殷浩) 등의 재명(才名)이 세상에 으뜸이었으나, 도독(都督) 유익(庾翼)은 매양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의당 높은 다락에 묶어 두었다가 후일 천하가 태평해진 다음에 그들의 직임(職任)을 논해야 할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상산옹(商山翁)을 …… 배회하련다 : 상 산옹은 상산사호(商山四皓)의 준말인데, 여기서는 곧 집 주위에 소나무가 많았던 개성 윤(開城尹) 이창로(李彰路)를 가리킨 것으로, 소식(蘇軾)이 일찍이 〈제이존사송수장자가(題李尊師松樹障子歌)〉에 “솔 아래 노인들 두건과 신이 똑같으니, 서로 마주 앉은 모습이 마치 상산옹 같구려.[松下丈人巾屨同 偶坐似是商山翁]” 한 데서 온 말이다.
20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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