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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비전무예 ‘호패술’도 중국이 원조?

천하한량 2008. 10. 30. 16:22

고유의 비전무예 ‘호패술’도 중국이 원조?


다양한 단태봉의 기원설, 한국이냐 중국이냐

 지난 3일 기사 ‘한국의 비전무예, 호패술?’은 잊혀져 있던 단태봉을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게 만들며, 때 아닌 역사 논쟁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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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태봉은 그 시작이 불분명해 확실한 기원을 증명하기 어려운 무기술이다. 그러다 보니 단태봉에 대한 기원설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이중 가장 신빙성 있는 설 중 하나가 불가 호신무기설이다. 이는 단태봉을 배웠다는 사람들 대부분 스님에게 배웠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단태봉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금은 폐간된 무술전문 잡지 '마르스' 경영인이자 ‘고수를 찾아서’ 저자인 한병철씨에 의해서다. 한병철씨는 인도여행 중 만난 월우스님에게 단태봉의 기본 기술을 배웠고, 이후 한국에서 소수의 지인들에게 단태봉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전라남도 나주 노인 창안설도 높은 가능성을 가진다. 만화 ‘용주골 리스트’에서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비전 무술을 익히는데, 그것이 반태봉(단태봉이라고 안 부름)이다. 용주골 리스트를 그린 김성모 화백은 전라남도 광주에 사는 김종욱씨에게 반태봉이라는 무술을 배웠다고 한다.

 

 김종욱씨는 김정기씨라는 나주 태권도 사범에게 배웠고, 김정기씨는 나주 산속에서 수행 중 한 노인을 만나 2년여를 따라 다닌 끝에 배웠다고 한다. 앞서 반태봉은 드라마 ‘파랑새는 없다’에서도 선보인적이 있다.

 

 이외에도 단국태방 무파의 무기설, 무예별감 호신무기설, 호패기원설 등이 있지만, 앞의 기원설처럼 현대에 이어졌다는 확실한 증거는 불분명한 상태다. 이러한 기원설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단태봉이 한국의 전통 무기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태봉이 중국무기술이라는 주장도 있다. 허주스님의 제자라는 최종열씨는 “단태봉은 현재 경주 보림선원에 있는 허주스님에게서 파생됐다. 허주스님은 중국 분으로 소림금강문 출신”이라며 “허주스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 중 하나가 나한봉과 비룡봉무곤인데, 이것은 소림금강문의 대표 병기로 중 하나다. 이중 비룡봉무곤이 단태봉이다”고 주장했다.

 

▲이찬 태극권 도관에서 가르치고 있는 승홀곤과 관련 저서. 
 

승홀곤, 호패술은 단태봉의 발전된 모습?  

 이찬 태극권 도관에 가면 단태봉과 비슷한 ‘승홀곤’이라는 무기술이 있다. 승홀곤은 이찬 선생이 자체 개발한 무기술로 양식 태극권을 응용해 만든 무기술이다.

 

 승홀곤에 대해 이찬 선생은 “1970년대에 무술을 수련하던 후배들이 보원스님이라는 분에게 나한봉(긴 봉 종류)과 단태봉(혹은 반태봉이라고 했다)을 배웠고 나는 후배들에게 그것을 배웠다”며 “이중 단태봉이 태극권에 알맞은 것 같아 새롭게 기술을 만들고 명칭을 승홀곤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승홀곤의 ‘승’은 줄을 말하는 것이고, ‘홀’은 중국 궁중에서 대신들이 등청할 때 두 손으로 쥐는 막대를 말한다. 이찬 선생은 “내가 배운 단태봉은 원래 동작이 컸다. 일반인들이 수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양식태극권에 맞게 수정해 개발했다”며 “승홀곤이라는 이름도 내가 생각해 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승홀곤은 5단 과정에 84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찬 선생은 “단태봉의 유래를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동작이 큰 소림파 노가식에서 유래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호패술 관련 기사에서 밝혔듯이 결련택견협회 도기현 회장은 호패술에 대해 “내가 배운 것은 단태봉이다. 하지만 호패술로 이름을 붙인 것은 호패술에 이용되는 무기 모양이 호패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원래 단태봉 술기는 6~7가지 밖에 되지 않는데, 호패술은 그 술기와 응용이 다양해 단태봉과는 차이가 있어 호패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송덕기 옹의 직계제자인 도기현 회장은 무술 연구가로도 유명하다. 결련택견을 계승하고 있지만, 무술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새로운 무술에 대해 배움을 청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이미 무술계에 정평이 나있다. 도 회장이 호패술을 한국의 전통무예로 추측, 조사하고 있는 것은 그가 민족무예인 택견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승홀곤과 호패술에 대해 한병철씨는 자신의 개인홈페이지(handosa.egloos.com)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기가 같아도 기술이 달라지면 명칭은 달라진다. 내가 전해준 단태봉을 다른 사람들이 호패술로 부르던, 승홀곤으로 부르던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그 사람들은 이미 훨씬 더 많은 기술을 개발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고 명쾌한 답변을 내 놓았다.

 

 이어 그는 “단태봉은 중국무기는 아닌 것 같다. 단태봉을 들고 소림사를 비롯해 중국각지의 유명 무승들을 찾아가 문의해 보았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보거나 들은 사람은 없었다”며 “단태봉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중원의 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중국에서 발행되는 무기 그림이 수록된 책(일종의 무기사전)들에서도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단태봉의 역사 논쟁에 대해 한 무술 연구가는 “단태봉은 여러 정황상 계보가 여러 갈래일수 있다”며 “훌륭한 무기술이 분명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토대로 역사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 선생과 도기현 회장은 단태봉을 자신만의 색깔로 발전 시켰다. 승홀곤과 호패술은 한 눈에 봐도 차이가 분명한 서로 다른 무기술이다. 단태봉 또한 단순하면서도 실전적인 무기술이 분명하다. 이렇게 훌륭한 무기술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해묵은 역사논쟁에 휩싸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신준철 기자 sjc@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