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검은색 도복 차림의 쿠노 요시노리씨가 다다미 바닥의 방 안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다가 갑자기 재빠른 움직임으로 칼을 뽑아 공중을 가른다.
- 일격필살 검술 시현류, 한 칼에 ‘두 동강’
- 한국 고유의 비전 무예, 호패술의 위력!
- ‘섬전등나’ 中본토 ‘진식 태극권’은 이런것!
59세의 일본 전통무예가가 요즘같은 세상에서 실전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지난 30년 동안 전설적인 검객들의 수련법을 연구하고 연습한 끝에 검술, 격투술, 그리고 다른 전통무술에 있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유도나 합기도처럼 스포츠로 발전한 일본의 다른 무술과는 달리, 그만의 독보적인 무술은 실제로 격투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오늘날에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상황을 좀처럼 맞이하지 않을 것이란걸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예전 사무라이들이 그랬던 것 처럼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는 법을 추구하고 싶다”고 그가 말했다.
일본어로 ‘무사의 길’을 뜻하는 ‘무사도’ 정신을 위해 정진해 온 끝에, 쿠노 씨는 마침내 스스로‘가장 이상적인 몸의 움직임’이라고 칭한 경지에 도달했다. 그의 이론은 좀 더 신속한 동작을 위해 모든 불필요한 움직임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로써 상대방의 허를 찔러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다.
일본 올림픽 농구 대표팀 선수인 하마구치 노리코 씨와 같은 운동선수들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하마구치 씨는 쿠노 씨에게 그의 ‘움직임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쿠노 씨는 사무라이들의 걷는 요령인 ‘남바’를 시범 중이다. 이것은 팔을 흔들지 않고 걷는 것으로, 몸의 기력을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몸을 더욱 효과적으로 움직인다면, 그 누구라고 하더라도 최정상급 운동선수들보다 더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쿠노 씨는 자신의 기술은 완벽하지 않지만, 운동선수들이 보통 알고 있는 통상적인 방법보다는 한결 낫다고 말한다.
쿠노씨에 따르면, 오늘날 현대의 일본인들이 걷는 것처럼 팔을 다리가 뻗는 반대 방향으로 흔들며 허리를 움직이면서 걷는 방식은 19세기 후반 서양에 문호를 개방한 뒤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200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부문 동메달리스트로, 올림픽과 국제 대회를 통틀어 이 부문에서 일본 최초의 메달 수상자로 기록된 스에쯔구 신고 선수는 자신도 ‘남바’ 기술을 응용했다고 말한다.
국제 여자탁구 단식 4연속 우승 기록을 가진 히라노 사야카 선수와 같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쿠노씨에게서 배우고 있다. 그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쿠노씨의 지도를 받고 있는 건 단지 운동선수들만이 아니다. 10여 년이 넘게 그는 매주 강습을 하고 있다.
편안해 보이는 자세에서 단지 팔의 움직임만으로 한 수련생을 넘어뜨리는 시범을 통해, 어떻게하면 사람이 더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는지 30명의 수련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팔에 너무 많은 힘을 주어 결과적으로 오히려 자신의 힘을 제한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마치 ‘움직이는 용처럼’ 전신을 사용한다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저는 무술은 익숙하지 않지만, 사부님의 가르침은 매일매일 유용하게 잘 쓰일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쿠노 씨의 강습에 참여한 25세의 회사원 스즈키 유카리 씨의 소감이다.
“저는 닌자가 표창을 던지듯 야구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35세의 초등학교 교사로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오카베 히로시씨의 말이다. 그는 유명한 투수 구와타 마스미 선수가 자신의 새 피칭 기술은 쿠노씨의 무술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한 인터뷰 내용을 듣고 찾아왔다.
또한 쿠노 씨의 무예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에게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일본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매일 노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신체단련의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영식 동아닷컴 기자 tenrapi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