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문화제 19 금 왜 못 벗어날까 | |||||||||||||||||||||||||||||||||||||||||||||||||||||||||
작은 것 잘 챙겨야 큰 것을 잡는 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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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newssc@newssc.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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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16일 열린 한산모시문화제(이하 문화제)의 개막식부터 뒷정리가 한창인 마지막 날까지 매일 축제장을 돌아봤다. 87년 첫 개최돼 수해로 한해 거른 것을 감안하면 20년, 무엇을 해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성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시라는 전통섬유 문화의 계승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 문화제의 전통성을 엿볼 수 없었다. 때문에 ‘매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하는 듯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산모시문화제, 이제는 19세 이하 미성년의 모습을 벗어 버릴 때가 도래했다. 개최 시기는 그 어느 해보다 적절했고, 일기도 좋아 무리가 없었지만 다음을 위해 몇 가지 점검한다. 제19회 문화제 이모저모 4차선도로의 횡단보도를 점유하고 있는 안내소, 안전요원이 교통질서를 유지한다고는 하나 교통법규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전요원, “꼭 시커먼 양복 입은 사람들을 내세워야 했냐”는 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전시장과 체험 코스 첫 번째 관문인 모시주제관 앞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여유롭게 보고 즐기려던 부부가 유모차를 끙끙대며 들어 올려야만 했다. 지난해도 지적된 장애인의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한국의 바비인형-연지’라는 모시옷 인형전‘이다. 바비인형이 우리나라 인형도 아닐뿐더러, 인형이 입고 있는 옷도 한산모시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는데 안내자도 인형의 정체를 설명해주지 못했다.
모시광장에 마련된 체험장은 땡볕에서 장구한 설명을 들어야했고, 열 명만 들이닥쳐도 소화를 못해냈다.
주제별 장소의 배치도 지적사항이 많았다. 충남무형문화재 제21호 서천부채장(공작선)은 모시전시관 옆 후미진 곳의 검은 차광망아래 거적을 깔고 귀한 솜씨를 선보여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게 있었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반면 시야가 좋은 멋진 통나무 정자에는 전기 프라이팬 해물전이 눈에 띄는, 한 마을의 먹을거리 점포가 배치됐다. 마을관계자는 급하게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주무대로 썼던 곳에 설치한 것은 모시명품 카페이다. 모시팥빙수도 있었지만, 컵라면 홍보대가 분위기를 좌우한 점도 개선될 부분이다. 무대는 기본적으로 패션쇼에 맞춰졌고 처음 패션쇼를 본 사람은 볼만했을 테지만, 경험자들은 모델들의 얼굴부터 식상했고, 디자인도 새로울 게 없으며, 다양성면에서도 떨어진다는 평이었다. 개막식 공연을 본 사람들은 ‘어메니티 크루’와 주요무형문화재(모시짜기) 방연옥 여사의 협연을 보았을 것이다. 출연료는커녕 무대에 소품설치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아 출연진에서 자체 예산으로 크레인을 임대해 사용했다. 힘없는 지역 단체의 홀대를 극명하게 보여줬는데, 민예총은 남사당패 공연을 내세워 2,000만원을 지원받아 대조를 보였다. 모시공원 조성, 모시풀 육성에만 2,000만원이 잡혀있고, 토끼 같은 조형물, 조명시설 등을 합하면 5,000만원이다. 이곳에 있던 체험부스와 그늘막 등은 별도 예산이다. 규모는 작지만 모시풀로 꾸며진 공원이 있어서 분위기는 좋았다는 평이다. 그러나 모시풀 상태는 저절로 나고 자라는 것만 못했는데, 여기도 올해 처음 문화제를 개최하는 듯 “급하게 준비했다”는 설명이 장구하게 따라 붙었다. 저산팔읍길쌈놀이에는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따라 붙는다. 지난해 지적됐던 베틀의 허리띠는 느티나무로 다 교체됐다. 그러나 여전히 철사로 옹색하게 얼기설기 얽은 것들이 앵글에 잡혔다.
정확한 평가 문화제 종료 이후 나오는 평가서를 보면 매년 성공적이다. 평가대로라면 정통성을 위해 큰 틀은 유지하되 미흡했던 부분과 새로운 아이템으로 확장하는 작업만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평가서는 국·도비 확보를 위해 행정당국의 구미에 맞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현재 문화제 추진위원이기도 한 배재대관광경영대학원장의 지난해 2월 문화제 관련 토론회에서 고백을 상기하면 의문이랄 것도 없다. 장 원장은 “비공식적으로는 담당자들에게 여러 가지 실질적인 조언을 했으나 서천군처럼 답답한 곳도 없다”는 말도 남겼었다. 문화제가 매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시험장으로 끝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문화제가 전통문화계승인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모시산업의 부활인지, 관광객의 유입을 통한 일시적인 수익창출이 목적인지 정확한 방향을 설정과 정체성 확보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규모와 서천군의 능력 척도에 맞는 기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발전지향적인 냉철한 평가와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방식은 서천군 자체적으로 모시문화제에 대한 기획력을 축적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기획력을 갖춘 추진위원회와 모시사업자, 봉사자, 예술단체 등의 개별사업 구성자원의 분리운영이 요구된다. 예컨대 모시짜기 명장이라고 해서 기획까지 잘 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시문화제의 목적과 성격을 결정하고 큰 틀에서 구성인자와 관람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한 장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획자와 기획단의 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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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팔읍길쌈놀이에 사용되는 베틀이 망가져 철사로 칭칭 동여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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