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도 방갈로르의 앰버밸리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정재원(13·맨 왼쪽)군과 김주환(14·가운데 흰옷 입은 학생)군, 정최고(13·맨 오른쪽)군이 학교 대운동장에서 인도 친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홍식씨 제공
◆인도로 떠나는 아이들
인도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수학과 과학이 강한 '인도식 교육'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영미권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인도가 부상하는 것이다.
주한 인도대사관에 따르면 학생 비자를 받아서 인도로 출국하는 초·중·고교생들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5년 학생 비자를 받아 인도로 나간 사람은 1156명이었으나, 2006년에는 1435명으로 증가했다.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늘면서 인도 북부의 데라둔시 인근에 있는 우드스탁스쿨의 경우 전체 학생 500여명 가운데 20%인 100명 가량이 한국 학생이 차지할 정도다.
두 아들 재원(13)·승원(12)군을 인도 남부의 방갈로르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유학시키고 있는 정홍식(44·울산 남구 삼산동)씨는 "당초 아이들을 미국이나 영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인도로 자녀를 유학 보낸 이웃의 권유로 인도로 바꿨다"며 "급성장하는 인도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 전문 유학원인 '이넥코리아' 강석진 팀장은 "3~4년 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 인도에 대한 조기 유학 관심이 커지더니 최근에는 하루 20~30건씩 상담한다"고 말했다.
◆영어·수학 교육에 장점
인도가 영미권 조기 유학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은 영어교육 열풍이 뒷받침했다. 인도에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학교만 100개가 넘는다. 학교마다 채택하고 있는 학제도 국제교육학제(IB)와 영국 케임브리지학제, 인도학제(CBSE·ICSE) 등 다양해, 미국·영국 대학 진학이나 인도 대학 진학 등 다양한 진로 모색도 가능하다. 두 딸을 델리 근처의 신도시인 구르가운시에 있는 국제학교에 유학시키고 있는 김혜정(여·41)씨는 "영국식의 엄격한 교육 전통이 남아 있는 인도에서 공부하는 것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비가 영미권 학교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도 한국 학부모들을 유혹하는 요소다. 인도 전문 유학원 '인도라'의 임상희 원장은 "미국 조기유학의 경우 사립학교 학비와 홈스테이 비용을 합하면 연간 4000만원을 넘기는 것이 예사지만, 인도는 최고 시설을 갖춘 기숙식 국제·사립학교 유학 비용이 한 해 2000만원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인도식 수학 교육도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인도 학교의 70% 이상이 채택하고 있는 CBSE 교육과정은 고교 2~3학년 과정이 우리나라 대학교 2학년 과정과 비슷할 정도로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강도 높은 교육을 시킨다. 델리대학교 산스크리트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건준(39)씨는 "인도 수학은 19단 곱셈까지 가능케 하는 '베다 수학(Vedic Maths)'으로 유명한데, 원리 원칙에 충실한 고급 수학"이라고 말했다.
인도로 떠나는 학생들도 많지만 인도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귀국하는, 조기유학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두 아들을 인도로 유학 보낸 정홍식씨는 "유학원을 통해 12명의 아이들이 함께 떠났는데 그 중 8명이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선 사제 간 서열이 엄격하고 학생들 활동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귀국하거나 전학 가는 한국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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