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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쓰나미' 황사 한국, 어떻게 대처할까?

천하한량 2008. 2. 23. 05:39

올 들어 첫 중국발 황사가 지난 주에 한반도를 찾아왔다. 작년 12월에도 7년 만에 겨울 황사가 찾아왔다. 지난 2002년 3월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하늘의 쓰나미'가 이번 봄에 다시 우리 상공을 덮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황사는 바람과 강수량 등 기후적 영향에 많이 좌우된다. 그러나 동시에 황사문제는 중국의 급속한 사막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사막화는 과도한 개간 및 방목과 같은 농업 활동에 기인한 바 크다. 2004년 현재 중국 전체 면적의 27.5%가 사막으로 변하였는데, 이는 남한 면적의 27배에 달한다. 중국의 사막화 면적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황사 피해도 당분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사 실태 조사를 위해 필자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이 몇 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한 황사 전문가로부터 "최소한 2020년까지는 황사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우울한 말을 들었다.

황사의 역사는 장구하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 전 1150년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는 의미의 '우토(雨土)' 현상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에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 역시 '우토(雨土)'라는 용어를 통해 황사 현상을 서술하고 있다.


#황사 때문에 일어나는 국내 피해 최대 10조 



중국에서의 황사는 "모래 폭풍"을 의미하는 '사진폭(沙塵暴)'으로 불린다. 심지어 인명 피해와 열차 탈선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황사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 받는 한편, 산업 피해도 적지 않다. 건강 피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적게는 2조800억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심각하다. 나아가 농업, 유통, 조선, 항공,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야기한다.

황사에 대해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은 "왜 남의 나라 잘못으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는가? 당연히 중국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압축될 듯싶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황사 문제는 전형적인 '월경성(越境性) 환경 오염(transboundary pollution)'으로 분류된다. 국경을 넘어 오염 물질이 이동하는 경우다. 그 중에서도 특정 국가가 인접한 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야기하는 '일방적 외부성(unilateral externality)'의 성격을 띤다.

통상 한 국가 내에서 특정 기업이 지역 주민이나 소비자에게 오염 피해를 야기할 경우 정부는 해당 기업에 대해 환경 규제를 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을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이라고 한다. 환경 문제에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러나 월경성 환경 문제의 경우에는 훨씬 상황이 복잡해진다. 오염을 발생시키는 A국과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B국을 상정해 보자. A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유발하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스스로가 받는 피해를 줄일 유인이 존재한다.

문제는 A국의 오염은 B국에도 피해를 미친다는 사실이다. A국이 B국까지 염두에 두고 자국의 오염 저감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B국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A국은 이러한 추가적인 오염 감축을 받아들일 유인이 없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에 있어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B국이 A국보다 국제역학상으로나 경제적으로 현저히 우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오염자 부담 원칙을 통해 황사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경우 피해를 받고 있는 B국이 A국에게 오히려 협상을 제안하는 '희생자 부담 원칙(victim pays principle)'이 종종 적용된다. 그 핵심은 피해 당사자인 B국이 A국에 대해 추가적인 오염 저감 비용을 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에 따른 비용보다 오염 저감 효과가 더 크다면 B국은 A국을 지원할 유인이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각종 지원과 투자를 제공하는 상황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 통해 중국·몽골 좀 더 압박해야



월경성 환경 오염 사례는 해외에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구(舊) 소련과 핀란드 간의 산성비 문제를 들 수 있다. 산성비의 가장 큰 원인이 황(sulfur)이다. 그런데 1980~87년 중 핀란드 전체의 황 배출량이 40% 감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산성비에 의한 산림 피해는 증가했다. 조사 결과 전체 피해 규모의 20%만이 자국의 오염원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는 소련으로부터 국경을 넘어온 오염물질에 기인한 것임이 밝혀졌다.

1987년 현재 핀란드 전체의 황(sulfur) 배출량이 연간 16만t임에 반해, 소련 내 핀란드 국경 부근에서는 연 65만t톤이 배출되고 있었던 것. 이 지역에 집중된, 니켈 등 제련공장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이 원인이었다.

이에 1989년 핀란드와 구(舊) 소련 양국은 핀란드 전역과 소련 내 핀란드 접경 지역에서 발생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1995년 말까지 1980년 대비 50% 감축하는 구체적인 협정을 체결하였다. 협정 문안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핀란드는 자국 피해를 줄일 목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소련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곧 3월, 황사의 계절이 오고 있다. 동북아 최대 환경 현안인 황사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말뿐인 정부 간 협력 방안 마련에 우리 국민은 지쳤다. UN 등 국제기구를 동원하여 황사 발원국인 중국과 몽골을 압박하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여 황사 조기경보체제 구축과 황사 방지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채찍과 당근'의 복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