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시조 모음

천하한량 2006. 12. 21. 05:42
 

옛 시조 모음


삿갓에 도롱이 입고 / 김굉필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에 호미 메고
산전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을 몰아 잠든 나를 깨우도다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짚방석 내지 마라 / 한 호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매아미 맵다 울고 / 이정신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네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샛별 지자 종다리 떳다 / 이 재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는다
아이야 시절이 좋을 손 옷이 젖다 관계하랴



간밤에 부던 바람에 / 정민교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요


말은 가자하고 / 무명씨

말은 가자 하고 님은 잡고 아니 놓네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
저 님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한 잔 먹세 그려 / 정 철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이어 매여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 곧 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 소스리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이리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꺽어 잔 수 세며 한 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로 묶여 가거나
호화로운 상여에 많은 사람 딸리어 가거나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산으로 한 번 죽어 가게 되면
해가 뜨나 달이 뜨나 눈비 오나 회오리바람이 부나
누가 있어 한잔 마시자 할까
하물며 세월 흘러 원숭이가 무덤 위에 놀 때에 뉘우친들 무엇하리


곡구롱 우는 소리에 / 오경화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 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 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꾀꼬리 우는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나 보니
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한다
때마침 아내가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 무명씨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명당 안에 집을 짓고
밭 갈고 논 맹글어 오곡 갖추 심은 후에
뫼 밑에 우물 파고 지붕에 박 올리고
장독에 더덕 놓고, 구월 추수 다 한 후에
술 빚고 떡 맹글어 우리 송치 잡고
남린구촌 다 청하여 취회동락 하오리다
평생에 이렁성 노닐면 긔 좋은가 하노라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명당 안에 집을 짓고
밭 갈고 논 만들어 오곡을 고루 심은 후에
산밑에 우물을 파고, 지붕에 박 올리고
장독대에 더덕을 심고, 가을걷이를 다 한 후에
술 빚고 떡 만들고 우리에 가두어 기른 송아지 잡고
남쪽으로 인접한 아홉 동네 사람을 다 불러 함께 모여 놀리라
평생에 이렇게 놀면 그 보다 더 좋을 것이 있겠는가

 
 
 
 

'▒ 좋은시모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뼈끝이 아릴만큼 그리워지는 사랑...  (0) 2006.12.22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미는 사람  (0) 2006.12.22
40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0) 2006.12.21
마지막 편지  (0) 2006.12.21
나는 배웠다.  (0) 200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