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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공동묘지’로 변한 태안 앞바다

천하한량 2007. 12. 15. 00:23

‘지옥의 공동묘지’로 변한 태안 앞바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7일째인 12월 13일 한국프로낚시연맹(회장 박석구) 회원들이 태안 살리기 자원봉사에 나섰습니다.

- [화보] 태안 앞바다는 ‘지옥의 공동묘지’

- [화보] 오일볼로 위협받는 태안의 생태계

- [화보] 사상최악의 기름유출 복구 현장


 우리 바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생업을 제쳐두고 전국에서 달려온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 64명은 서원면 의항2리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기름으로 범벅이 된 갯벌을 눈물로 닦아내며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큰 재앙을 맞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휘어진 허리로, 조금이라도 기름을 닥아내려 하지만 이내 주저앉고 맙니다.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줍시다!  
 

 
 

▲ 생명이 가득했던 갯벌이 죽음의 공동묘지로 변했습니다. 갯벌에 생명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주민들의 주 생계수단인 수산물(굴, 해삼, 전복, 게, 조개 등)들이 원유에 뒤덮여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오전 7시 40분.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을 태운 버스 두 대가 태안군 의항2리로 들어섰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갯벌은 온통 시꺼먼 기름을 뒤집어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회원들은 매스컴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현장 모습에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게 현실인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비통한 심정을 한숨으로 대신하는 듯 했습니다.

 

 하늘에서는 계속 비를 뿌려대고 있었고, 강한 바람이 사방을 휩쓸었습니다. 황량함을 넘어 지옥과도 같은 차창 밖 풍경을 보고 한숨을 쉬는 사이 버스가 정차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자! 바로 시작합시다!”  
 

 
 

▲ "살려주세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농어와 우럭, 그리고 갯벌이 절규합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좀 살려주시유! 제발 좀 도와주시유!” 멀리서 비틀대며 힘없이 걸어오는 할머니가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을 보고 절규하듯 말했습니다. 시집온 뒤 60년 동안 의항2리 가메마을에서 살았다는 남봉윤씨(71세)는 삶의 전부였던 바다와 갯벌이 이렇게 죽어버렸는데 살아서 뭣 하겠냐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갯벌에서 수확한 수산물로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모두 끝이라며 절망했습니다. 너무도 엄청난 기름 피해 모습에 기가 질려 머뭇거리던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은 할머니의 눈물을 가슴으로 함께 나눠 흘리며 서둘러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갯벌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자원봉사단체에서 나온 사람들과 함께 손발을 맞춰 갯바위에 묻은 기름을 흡착포로 닦았습니다. 돌맹이를 하나하나 집어들고 닦아야 하는 작업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모두들 허리가 끊어져 나가고 무릎이 부서지는 것 같은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누구 한명 게으름 피우지 않고 휴식도 반납한 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주고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오후가 되고 비가 그치자 점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기온이 매우 떨어져 손 발이 시릴 정도로 악조건이었지만, 고무장갑을 낀 두손으로 구석구석에 묻은 기름을 걷어냈습니다.
 
 참가자들은 바가지로 열심히 기름을 퍼 담았습니다. 바가지가 닿지 않는 곳은 손으로 기름을 긁어모아 두 손을 오무려 퍼 담았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바닥에 많은 기름이 스며들어 있는지, 아무리 퍼 담아도 자꾸만 다시 차올라왔습니다.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와 허탈한 심정에 두손을 놓고 머뭇거리는 사람이 생기면, 그 때마다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장단과 고문단들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욱 힘내자고 사기를 북돋우며 기름밭으로 무릎을 꿇고 들어갔습니다.

 

 간단하게 점심식사 후 마을 왼편 갯바위로 기름제거 작업에 나선 참가자들은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대로 방치된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치우고 왔던 마을 앞은 이틀 전부터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 온통 기름으로 뒤덮혀 버린 돌을 닦아내고 있는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 수거된 원유는 흡착물질이나 소금이 섞여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해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일단 폐기물 처리업체로 보내져, 소각시설에서 불태워진다고 합니다.
 
 드러난 갯벌은 온통 검은색이었습니다. 멀리서 갈매기 한 마리가 뭔가를 쪼아먹는 모습이 보여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인기척에 놀란 갈매기가 성급히 달아나면서 뭔가를 떨어뜨렸는데, 그것은 원유를 뒤집어쓴 우럭이었습니다. 내장과 눈알을 빼 먹은 자리에도 기름이 질퍽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이제 곧 그 갈매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갯벌 여기저기에 주민들이 굴 양식을 위해 박아놓은 나뭇가지에는 입을 벌린 채 죽어버린 굴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옥의 공동묘지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들물이 밀려왔습니다. 멀리 보이는 갯바위 주변에서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과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뒤섞여 열심히 갯바위를 닦고 있는 모습이, 밀려들어오는 기름띠와 동시에 보였습니다.


 물이 들면 기름이 함께 밀려들어와서 작업을 했던 곳이 다시 기름 범벅이 돼 버린다고 합니다. 허탈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다시 같은 곳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바다로 유출된 기름을 조금이나마 제거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이같은 작업을 10년 이상 반복해야 할지도 보른다고 합니다. 범민족적인 대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하나로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는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들. 흡착포가 가득히 들어있는 보따리를 끌고 왔습니다. 기름을 머금고 있어 엄청나게 무거웠지만,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끌고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일이 있습니다. 그나마 육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고 있지만, 섬 지역은 현재 속수무책으로 내버려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섬은 우리 낚시인들이 지켜내야 할 곳입니다. 낚시인들의 더 많은 관심과 손길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한편, 안면도 서쪽 40여㎞ 떨어진 가의도 해역에 형성됐던 기름띠는 14일에는 남쪽으로 20여㎞ 더 엷게 확산됐습니다. 안면도 근처 섬 일대의 기름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기름띠가 북서풍의 영향으로 사고 해역 남쪽 안면도와 천수만을 덮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안에는 근소만에서 가로림만 입구까지 40㎞에 걸쳐 여전히 기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dinak.co.kr/news/news_view_3.php?menu=1&num=138597&type=headline

기사제공= 디지털바다낚시/ 리포터 젊은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