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는 순간에, 한 정치컨설팅 회사의 전망레터가 날아왔다. “에콰도르는 외채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예상과 반하는 예측에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예상은 적중했다. 2007년 2월 15일, 에콰도르는 처음으로 외채 이자를 상환했고, 해외투자자들의 압력에 밀린 코레아는 “일단 외채 100억 달러를 갚을 것”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투자가들의 눈은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정치컨설팅 기업의 수장에게 쏠렸다. 바로 세계 최대 정치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을 이끌고 있는 이언 브레머(Ian Bremmer).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경제학적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애널리스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치고 들어갔다.
“우리는 국제 정치 리스크를 어떻게 시장에 적용시켜 ‘팔’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죠.”
유라시아 그룹의 주요 고객은 철저히 기업들과 금융 기관이다. 각국의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 다국적 기업들과 투자가들에게 판다. 구글, AIG, 보잉, 골드만삭스, 모토로라, 셸 등 300개가 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 정치분석으로 돈을 버는 ‘작은 UN’의 하루
지난 9월말 찾은 뉴욕 맨해튼 5번가 한복판에 있는 유라시아그룹 본사 내부는 ‘작은 UN’을 방불케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책상에 꽂혀 있는 각양각색의 국기들부터 눈에 들어왔다. 중동팀, 아시아팀, 유럽팀, 아프리카팀, 남미팀…. 사무실은 지역별로 나뉘어 있었다.
이곳은 보통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시끄러운 소리로 와글거린다. 칸막이 사이로 사람들은 정신 없이 소리를 지른다. “오늘 중동 신문들 헤드라인만 쫙 뽑아봐!” “아르헨티나 대선에 관해 현지 신문들 칼럼들은 뭐라고 썼지?”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뭐가 주요 의제였는지 한번 분석해 봐.” 마감에 쫓기는 신문사와 비슷한 공기가 흐른다. 유라시아그룹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일하는 공간을 ‘편집국(news room)’이라 부른다.
CEO들과 투자가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글로벌 이슈’는 이렇게 선정된다. 이 이슈를 중심으로, 이언 브레머는 자신의 시각이 담긴 브리핑을 손수 작성해 회원사들에 보낸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80명의 직원들과, 450명 전문가들의 시각이 담긴 자료들도 첨부한다.
“브리핑을 보낸 후 회원사들의 개별적인 질문들로 우리 회사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려요. 자그마한 정치적인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죠.”
■ 엘리베이터에서 얻은 지혜
그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딴 후 25세에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 최연소 연구원으로 임명됐다. 이후 각종 정부 프로젝트에 자문을 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시나리오 플래닝 작업에도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그는 정치와 기업의 경영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달랑 2만5000달러를 손에 쥐고 유라시아 그룹을 설립했다. 뉴욕 중심부에서 한참 벗어난 허름한 곳에 방 한칸을 얻었다. 직원은 그를 포함해 두 명이었다. “투자은행들에 경제·경영을 전공한 이코노미스트는 많지만, 정치학자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어요. 이들이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 등 정치적인 변수가 중요한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분명히 정치 리스크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당시 ‘정치 컨설팅’은 기업들에 생소한 분야였다. 처음 몇 년은 어려웠다. 하지만 9·11 테러사건이 터진 후, 상황이 반전됐다. 아프가니스탄, 북한, 이라크, 이란 관련 뉴스들이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식 시장에 투자하든, 인도네시아의 채권을 사든, 정치가 ‘투자 방정식’의 중심이 됐다. 특히 그는 정치적인 문제가 곧장 경제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신흥시장에 집중했다.
같은 해, 그는 정치와 경영을 접목하는 실험에 나선다. 월가에선 처음으로 신흥시장의 정치적 위험성을 지수화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세계정치리스크지수(GPRI)’를 개발한 것. 정치학 방법론을 이용해 월가에 리스크 변수를 접목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힌트는 엘리베이터에서 얻었다. “보스턴과 월가 금융 기관들의 엘리베이터에 설치돼 있는 모니터엔 항상 국제뉴스가 나왔어요. 날씨 정보나 오락 프로그램, 광고는 나오지 않았죠. 엘리베이터 안에서 금융가 사람들이 항상 정치 뉴스가 나오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본다는 사실을 눈치챘죠. 여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씨티그룹은 유라시아그룹과 공동 벤처를 설립, 지수와 관련된 공동 작업을 제안했다. 현재 200개가 넘는 각종 투자기관들이 매달 발표되는 GPRI를 활용해 세계 곳곳에 투자하고 있다.
Weekly BIZ는 독특한 시각으로 국제정치질서를 분석한 ‘J커브(베리타스 북스 펴냄)’의 저자인 이언 브레머를 지난 9월말 뉴욕 본사에서 만난 데 이어, 11월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선언을 한 후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가 와일드카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 브레머로부터 현재 한국 정치 리스크와 2008년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최대 이슈를 들어봤다.
중국이 준비하는 베이징올림픽, 나 같으면 안해…
잘난 척 행동하는 중국에 시샘하는 세력 많아져
이란 인근 美함대 배치, 오히려 이란 내부를 결속
올 한국 대선, 경제적 이슈가 유권자 표심 좌우
■ 애널리스트들이 절대 답할 수 없는 것을 답하라
―당신은 정치 리스크를 예측해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인데요.
“좀 특이하죠. 가장 힘든 점은 기업들이 우리의 예상이 ‘맞을 것’을 전제로 해서 돈을 낸다는 사실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적중하기 위해 노력해요. 월스트리트와 외국 은행들에는 훌륭한 이코노미스트들이 많지만, 그들 중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은 없죠. 하지만 정치 문제가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지면서,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이 대답할 수 없는 종류의 질문들을 받고 있죠. 우리는 이 틈새에서 활동합니다.”
―정치 리스크에 가장 대비가 잘 돼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역사적으로 정치적 리스크에 장기간 노출돼 있던 기업들이 아무래도 똑똑하죠. 특히 중동 지역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대비가 잘 돼 있어요. 급작스런 정권 교체나 법안 개정에 대비가 돼 있지 않아 수없이 ‘뒤통수를 맞아 가며’ 얻은 경험이 이 기업들의 자산입니다. 셸, BP 등이 대표적이에요. 또 도요타의 경우엔 ‘지구 온난화’ 문제에 아주 잘 대비하고 있어요.”
―현재 한국은 ‘대선(大選)’이라는 대형 정치 이슈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선은 쉽게 달아오를 수 있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어요. 선거의 모멘텀과 표심이 선거 며칠 전까지 수시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예측하기 쉽진 않죠.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각종 지표에선 이명박 후보가 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대선들에선 남북관계·민주개혁·한미관계 등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이 선거판을 지배했습니다. 이번엔 오로지 ‘경제적’인 이슈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와 선거의 상관 관계가 큰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어느 나라든 경제적인 상황이 안 좋으면 안 좋을수록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경제 관련 공약을 중요시합니다. 이명박 후보는 한국인들에게 현 정권의 분배위주정책과 지나친 정부의 시장 개입 등 경제 성장을 저하시켰던 과오를 과감히 깰 수 있는 후보란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그는 한국의 ‘고속 성장’과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자신임을 현재까지는 잘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이상주의와 사회적 평등을 상징하는 후보예요. ‘균형 있는 성장’을 주장하고 있는 정 후보는 현(現) 정부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를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죠. 현재, 우리는 와일드 카드인 이회창 전 총재에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 북한은 안정적… 최대 위험 요인 아니다
―한국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제시하는 최대 정치적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정부의 경제 정책 성향이 최대 리스크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은 사실 주변 신흥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발전돼 있고, 정치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 문제는 오히려 최대 리스크가 아닙니다. 북한은 극도의 폐쇄성을 갖긴 하지만, 또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남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나는 이제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은 없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왜냐면 북한은 극도의 고립을 원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보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흥미로운 말씀이신데요. 상식적으로 북핵(北核)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가 더 크지 않나요?
“북핵 문제보다 정부의 성향으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1997년 연평균 7% 수준에서 2000∼2006년 4%대로 낮아졌습니다. 이 같은 저 성장은 과거와 같은 왕성한 투자 의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겠죠. GDP 대비 투자율도 1997년 35%에서 지난해 30% 정도로 낮아졌죠. 투자 부진으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고, 이에 따른 ‘파이 키우기’가 부실해진 게 문제죠.”
―하지만 북한 문제 역시 분명한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요?
“물론 북한은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되고 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팔 수 있는 모든 나쁜 것들을 팔아 왔어요. 당신이 이름만 대면, 그들은 그 어떤 물건이라도 팔려고 할 겁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거나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면, 분명 국제적인 암거래를 통해 핵을 팔려 할 겁니다. 하지만 딱히 쓸 만한 대안이 없어요. 이란 문제와는 또 다르죠. 정권 교체를 할 수도, 그렇다고 군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또 경제적인 제재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건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판국이니,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없죠.”
―남북 정상회담이나 경협을 통해 북한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북한이 똑똑하다면, 남한의 기업들이 북한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게 하진 않을 겁니다. 분명 북한은 돈을 원하지만, 그와 동시에 폐쇄성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허울 좋은 경제특구나 경제 자유화 구역을 만들 수는 있겠죠. 하지만 흔쾌히 그 외의 지역에 ‘들어오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안정성에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클린턴 정부 시절, 쿠바에 경제 개방을 요구하며 경제 제재를 가한 적이 있었죠. 쿠바의 선택은 영공에 들어온 미국의 민간 항공기를 격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그들이 원하는 게 개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미국을 적으로 삼는 것은 쿠바 정권이 유지되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됐기 때문이죠. 북한은 쿠바보다 열 배는 더 폐쇄적이죠. 따라서 절대 당분간 경제적으로라도 개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김정일은 내가 만든 ‘J커브(※키워드 참조)’ 이론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잔인한 독재가 아주 굳건한 안정성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독재 정권으론 아주 풍부한 자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 부자국가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일단 효율적인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 아직 ‘철 없는’ 중국이 준비 중인 호화 파티
―현재, 세계적으로 정치 리스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꼽으신다면?
“첫 번째는 단연 중국 문제예요. 중국 성장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 문제, 미국과의 무역 마찰, 선진국과 중국 간 외교적 분쟁이죠. 두 번째는 이란입니다. 이란 문제로 인해 2008년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될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문제죠.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서방세계에 자원을 앞세워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외자유치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이런 이중적인 행보도 내 눈길을 끌죠.”
―이란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데요.
“사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얼만큼 상승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란은 2008년 세계 에너지 가격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2007년 초에도 이란의 정치 리스크는 세계 원유 가격 파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2년간의 상황을 봤을 때, 이란에 대외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있어요. 이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에요. 미국의 함대를 페르시아만에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이란 내부의 결속력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최선의 해결책은?
“외부적 압력보다는 원유 가격을 내림으로써 이란 내부의 경제에 압력을 가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이란은 원유가격이 45~50달러가 될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릴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70%의 정유제품(refined product)을 수입하는 이란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녹록하지 않은 경제 환경은, 이란 내부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한지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고객들로부터 늘 중국의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질문이에요. 이건 마치 37세 된 사람에게 ‘당신은 곧 죽게 되지 않을까’라고 묻는 것과 같죠. 왜냐고요? 중국은 무려 30년 동안이나 10%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30년! 이는 보통 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내가 만약 도시에 사는 중국인이라고 가정해보죠. 내가 경제적 성장이 뭔지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성장률은 늘 10%를 유지해 왔을 겁니다. 당신은 경제성장률이란 단어만 들으면 당연히 10%라고 외치겠죠. 이 성장률을 해치는 그 어떤 변화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최대 정치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구 온난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박살(smash)’이 나게 돼 있습니다. 더 큰 리스크 요인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거라는 데 있어요. 중국이 계속 성장하면 당연히 미국이 반발하겠죠. 이런 면에서, 베이징 올림픽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만약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라면? 세계 곳곳에서 손님들을 가득 불러놓고 파티를 열고,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봐’라고 얘기할까요? 아니면 스웨터를 입고, 겸손하게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할까요? 당연히 후자죠. 하지만 중국은 스웨터 대신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다닙니다. 거기다 세계 사람들을 가득 불러모아 대단한 파티까지 준비를 하고 있는 꼴이에요. 올림픽 개최를 통해 중국은 분명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겁니다. 일단 중국이 메달 잔치를 벌이는 것을 불편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환경 문제나 인권문제가 심각한데도 손 놓고 이를 방치하는 것을 불쾌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내가 중국이라면, 올림픽 개최 안 하겠어요.”
―결국 중국으로 인해 최악의 정치적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직까지 어린아이처럼 잘난 척하고 싶어하는 중국으로 인해 세계적인 긴장 상태가 올 수 있습니다. 잘난 척하는 게 괜찮을 땐, 당신이 하찮을 때죠. 만약 당신이 일곱 살 어린아인데 잘난 척을 한다면? 아무도 신경 안 쓰겠죠. 하지만 남들이 볼 때 중국은 마냥 철부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잘난 척 하는 행동에 화를 내는 어른들이 나타나고 있죠. 최빈국들에서조차 반(反)중국 정서가 자라나고 있어요. 최근, 나이지리아에선 중국을 노린 자동차 폭발사건이 일어났고, 잠비아에서도 중국을 몰아내자는 시위가 있었죠. 이와 함께 ‘어른’인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세계 정치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될 겁니다.”
※ J 커브
개방성을 X축으로, 체제안정성을 Y축으로 만든 그래프에 세계 모든 국가의 좌표를 찍으면 전체 그림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운 J자 모양이 되는 것을 말한다. X축을 따라 오른쪽으로 갈수록 개방성이 높아지고, Y축을 따라 위로 갈수록 안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J 커브의 왼쪽 끝엔 개방성은 ‘0’에 가깝지만, 체제 안정성은 높은 북한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J커브’(베리타스북스 펴냄)에서 이 이론을 해부했다.
※ 세계정치 리스크 지수
(GPRI·Global Political Risk Index)
24개 신흥 국가(emerging country)들을 대상으로 국가 안정성을 측정한 지수로, 해당 국가가 내·외부의 정치적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100점 만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정치적 리스크가 낮음을 뜻한다. 정치, 사회, 경제, 안보 부문으로 나눠 각종 공개·비공개 자료를 통해 각국을 평가하며, 유라시아그룹과 씨티그룹이 매달 금융기관·투자가들에게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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