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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세계경제 환율전쟁 속으로

천하한량 2007. 11. 10. 15:45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 1조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유로화 등보다 강한 통화로 바꿔야 한다.” (8일 청쓰웨이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

“중국의 환율정책이 불공정 경쟁의 원천이 되어 가고 있다. 개혁 속도(위안화 절상)가 지금처럼 더딜 경우 보호주의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9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미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환율전쟁’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을 향한 중국의 일침은 미국 경제 위상의 추락을 경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자존심 상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는 한편으로 미국에는 지나친 달러 가치 하락을 막으라고 공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기만 살겠다고 앞다퉈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려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달러 약세

최근 미 달러화 약세현상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금리 인하 및 경기 침체 가능성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돈의 값’인 금리가 떨어지면 통화(달러) 가치도 자연히 떨어지는 것.

게다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에 가속이 붙었다. 유로화 및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에 대한 달러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연 800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弱)달러가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미·유럽·중·일에 휘몰아치는 환율전쟁

진퇴양난에 빠진 미국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유럽이 발끈하고 나섰다.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너무 올라 유럽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달러 가치 하락이 대서양 간 ‘경제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측에 달러 가치 방어를 주문했다.

유럽은 한편으로는 미국에 위안화 절상을 위한 ‘대중(對中) 연합전선’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피터 만델슨(Mandelson)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유럽이 미국과 협력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 선진국들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고조되자 중국도 발끈했다. 미 국채에 투자된 외환보유액을 회수해 유로화로 옮겨 타겠다고 한 것은 선진국이 중국의 통화 주권을 계속 위협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엄포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편으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빅3는 지난달 말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엔화의 20~25% 평가 절상을 위해 국제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은 글로벌 환율전쟁 속에서도 ‘제로(0)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약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6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음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 다만 올 들어서는 경쟁국에 비해 원화가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위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중동의 오일머니가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 왔지만 최근 이들 국가가 미 국채 투자를 줄이면서 이 같은 구조가 깨지고 있어 향후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