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으로 3차 오일쇼크 위기< NYT >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유가의 급등으로 세계가 3차 오일쇼크를 향해 가고 있지만 그 이유가 지난 2차례의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어서 더욱 광범위하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초의 오일쇼크는 중동 산유국들의 갑작스러운 공급 차질로 비롯됐지만 지금의 유가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꾸준하게 상승해왔다.
유가에 대한 전망은 일부 분석가들이 내년에 배럴당 7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기도 하는 반면 다른 분석가들은 배럴당 120달러를 예상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유가가 10년전의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고, 이는 소비자들이 고유가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이코노미스트인 로런스 골드스타인은 "세계가 처음으로 수요 증가로 인한 에너지 쇼크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전날 배럴당 95.46달러에 거래를 마친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01.70달러에는 못미치지만 올해 들어서만 56%나 올랐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365%나 상승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은 전례없는 세계 경제의 호황에 따른 것으로,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만 해도 경제 성장의 지속과 함께 향후 20년간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현재 세계 석유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3분 1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입은 오늘날 미국과 일본의 석유 수입량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역시 석유 소비는 계속 늘어나 미국의 하루 석유소비도 1990년대 초의 1천700만배럴에서 현재는 2천100만 배럴로 늘어났다.
만약 중국과 인도의 1인당 석유소비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세계 석유 소비량은 현재의 하루 8천500만배럴에서 2억 배럴 이상으로 증가해 공급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열 더치 셸의 린타 쿡 이사는 에너지 수요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 이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실정이라면서 수요 급증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과 함께 세계 경제도 전인미답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다.
현재까지는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고유가를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파티 비롤은 "현재의 유가는 너무 비싼 수준이어서 결국에는 제조업자나 소비자 등 모두에게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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