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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뛰는데 콜금리는 못 올리고…

천하한량 2007. 11. 8. 18:08

물가는 뛰는데 콜금리는 못 올리고…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며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1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수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이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처럼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 약세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과 세계 경기 악화 우려로 인해 한은은 콜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콜금리 목표치를 현수준인 연 5.0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물가 상승 본격화=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4% 올라 지난해 8월(3.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전달에 비해서도 0.3% 오르는 등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대 이상을 기록한 것도 지난해 9월(3.1%)이후 1년1개월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원유·동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공산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산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 급등했다.

이는 지난 9월 상승률(1.6%)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앞으로도 생산자물가는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2.5%를 밑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2.5~3.0%로 높아졌고, 앞으로 수개월동안 3%보다 약간 높은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 콜금리 속앓이=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은 이날 3개월 연속 콜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경색 우려가 미 달러화 약세와 국제유가 급등을 초래하고, 이는 세계경제의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콜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말 정책금리를 연 4.50%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면서 콜금리(연 5.0%)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도 콜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콜금리를 인상하면 원화강세를 부채질해 환율하락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콜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한은으로서는 더더욱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상승하고,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가시지 않아 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당분간 콜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