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자료실 ▒

증시 악재 갈수록 `첩첩'..

천하한량 2007. 11. 8. 16:10
증시에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3.63포인트(3.11%) 급락한 1,979.56으로 장을 마감해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코스닥지수는 14.43포인트(1.82%) 하락한 779.65로 마감했다

고유가, 미국 경기의 둔화, 원화 강세, 수급여건의 악화 등 그 동안 잠복해 있던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면서 증시가 심각한 상승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에 시장이 적응하고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2,000선을 오르내리는 횡보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 “악재는 많고 상승 모멘텀은 없어” = 전문가들은 증시의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유효하더라도 지금처럼 악재가 한꺼번에 겹칠 경우에는 상승 흐름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문제이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에 배럴당 98.62 달러까지 오르면서 1983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인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높은 원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159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천웅 리서치센터장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률 둔화의 우려를 떨칠 수 없으며 투자심리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날 다우존스지수가 2.64% 급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욕 증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확산에 고유가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이다.

미국 경기의 둔화는 다시 달러 약세와 이로 인한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그리고 수출주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는 원화 강세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이중삼중의 악재인 셈이다.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인상했던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콜금리를 연 5.00%로 유지해 9월부터 석 달째 콜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러한 경제 여건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가 겹치는데다 증시의 수급 여건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투자펀드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더니 이달 들어서는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로만 자금이 집중되고 다른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형편이다.

이날 정규장에서 외국인이 4천531억원을 순매도한 데 더해 기관마저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으로 5천381억원을 순매도해 수급 불안을 가중시켰다.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악재는 그동안 상존했지만 투자자들이 상승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져 나온 만큼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당분간 횡보장세 불가피” =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와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코스피지수가 1,950선과 2,050선 사이를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2,000선 돌파 때까지 거침없이 올라온 만큼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대내외 악재들이 조정의 적절한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을 돌파한 후와 인도 선섹스지수가 20,000을 뚫은 후 과열 우려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코스피지수도 2,000선 안착을 위한 진통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증시의 수급 여건도 횡보장세를 예상케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7월 이후 2,000선이 붕괴되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순조롭게 이뤄지다가도 2,000선을 돌파한 후에는 자금 유입이 둔화되는 추세가 수개월 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서 수익을 내고 싶은 투자자들의 욕구도 강하지만 2,000선 이후 주가부담에 대한 두려움도 큰 편”이라며 “이러한 두 심리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내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연말까지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