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소식 ▒

은행권 대외채무, 위험 수준인가

천하한량 2007. 10. 15. 00:55
  •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은행권의 대외채무에 대해 경고했다.

    한국이 은행들의 대외채무 급증으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순채무국가로 전환할 수 있고 이런 재정 위험이 정부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커지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수출업체의 수출대금 선물환, 금융권의 차익거래용 외화 차입 등으로 외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채가 늘면 우리나라의 대외지급 능력이 떨어지고 환율 하락으로 기업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3천111억달러로 3월 말에 비해 256억달러 증가했고 이중 은행권 대외채무는 147억달러 늘어난 1천960억달러로 전체의 54.3%를 차지했다.

    은행권 외채는 작년말 1천369억달러보다 23%, 2005년말 834억달러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외화차입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외은지점의 외화차입 규모는 2005년 말 250억달러에서 작년 말 543억달러, 6월 말 750억달러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전체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채무는 6월 말 1천379억달러로 같은 시점 외환보유액(2천507억달러)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체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3%로 여전히 높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것은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은행에 선물환으로 매도한 데다 외은지점과 시중은행이 국내외 금리 및 환율 차이를 이용한 자본이익을 위해 외화차입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순대외채권(채권-채무)도 6월 말 810억달러로 작년 말 1천46억달러, 3월 말 939억달러에 이어 점차 줄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조선 등 중공업체의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늘렸고 국내 금융권의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도 증가했다”며 “대외채무의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외채권보다는 대외채무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금의 증가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S&P 의견대로) 순채무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은행들의 외화차입을 줄이기 위해 한은이 8월부터 외화대출의 용도를 제한한데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외은지점의 외화차입 한도도 규제하는 만큼 은행권 외채의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S&P가 상대적으로 ‘깐깐하게’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보다 1단계 낮은 수준으로 높였지만 S&P는 여전히 2단계 낮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S&P가 한국의 금융시장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다”며 “국내에서도 대외채무 증가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지만 재정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