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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살림 갈수록 쪼들린다

천하한량 2007. 10. 8. 23:29
가계 살림 갈수록 쪼들린다 [중앙일보]
주택 대출이자 늘고 공공요금·식료품값 들썩
중기들도 원자재값 급등에 수익성 나빠져
회사원 김평옥(44)씨는 3년 전 빌린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치곤 한다. 2004년 10월 연 4.5%였던 대출금리가 최근 6.3%로 3년 새 2%포인트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가 내던 월 이자는 112만5000원에서 157만5000원으로 45만원이나 불어났다. 다음달부터는 월 147만원의 원금이 더해져 갚을 돈만 월 300만원이 넘는다. 김씨가 3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급의 절반가량을 담보대출 원금·이자 갚는 데 쓰면 생활비가 모자라 또 돈을 빌리게 된다”며 “더 버티기 힘들어지면 집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계 살림살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부채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요금·식료품 등 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가계가 빚에 쪼들리면서 중소기업도 신용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최근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서 거래도 끊겨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대출을 갚을 길이 막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지는 가계 살림살이=2분기 개인의 금융 부채는 전 분기보다 18조3000억원(2.7%) 늘어난 699조1000억원으로 7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큰 폭으로 늘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이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대신 규제가 적고 이자가 더 높은 은행의 신용대출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로부터의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빚보다 더 큰 문제는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4년 12월 말 연 3.39%로 바닥을 찍은 뒤 계속 올라 8일 현재 연 5.34%를 기록했다. 게다가 2003~2005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시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가계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상 담보대출은 3년 또는 5년간 이자만 내다가 그 이후부터 원금이 상환된다”며 “담보를 처분하지 않고 원금을 상환하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부실 우려=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중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28로 전 분기(16)보다 12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04년 4분기(3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높다는 것이고, 마이너스면 낮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그만큼 중소기업의 신용상태를 신통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 안정분석팀의 조강래 차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은행들이 중소기업 신용 위험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