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어라(Ephemera)
「예전엔 지칠줄 모르고 내 눈을 들여다 보던 그대의 눈이
이제는 망설이는 눈꺼풀로 서글프게 내려뜨네요.
우리의 사랑이 이울어 가는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우리의 사랑은 이울었지만
다시 한 번 호젓한 호숫가에 서 봅시다.
처량하게 지친 아이, 정열이 깊숙히 잠이 든
온화한 이 시간에 둘이 함께.
별들은 어찌나 멀어 보이는지,
우리의 첫 키스도 얼마나 아득한지 참으로 늙었군요.
나의 마음은」
그들은 생각에 잠긴 채 낙엽을 따라 걷다가,
남자가 천천히 여자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정열은 곧잘 방황하는 우리 마음을 피곤하게 했지요」
나무가 그들을 에워싸고 노란 나뭇잎이
빛 바랜 별같이 어스름 속에 떨어지는데
늙은 토끼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며 오솔길을 달려 온다.
그에게는 가을이 오고,
그들은 다시 한 번 호젓한 호숫가에 섰다.
돌아보니 그녀는
그녀의 눈같이 이슬 맺힌 고엽을 말없이 주워 모아
가슴과 머리에 꽂고 있었다.
아, 슬퍼하지 말아요」그는 말했다.
우리가 지친 것은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기 때문이요.
미움과 사랑으로 후회없는 시간을 밀고 나가요.
우리 앞에는 영원함이 가로 놓였고,
우리의 영혼은 사랑 그리고 끝없는 이별의 연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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