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상식 ▒

대형차의 특성을 알면 안전이 보인다

천하한량 2007. 8. 3. 17:24
 
1998년, 한 승용차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1차로로 들어섰다. 그러자 1차로로 주행 중이던 대형차가 속도를 높이더니 승용차 뒤에 바짝 붙어 상향등을 번쩍이고 경적을 마구 울려대기 시작했다. 승용차는 규정속도로 주행했으나 계속되는 대형차의 위협에 다시 2차로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대형차 운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승용차 옆에 바짝 붙기도 하고 추월해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대형차의 난폭운전에 공포심을 느낀 승용차 운전자는 경찰에 신고한 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를 주장하며 고소했다. 이에 따라 대형차 운전자는 구속됐고, 결국 법원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위협적인 운전으로 상대방의 공포심을 일으킨 것이 분명한 만큼 협박죄를 적용하기에 충분하다’며 벌금 2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대형차들의 난폭운전에 경종을 울렸던 사건으로, 승용차 운전자들 사이에선 가벼운 처벌이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그만큼 대형차의 난폭운전에 곤욕을 치른 승용차 운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전문화도 과거보다 많이 성숙하여 난폭운전을 하는 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대형차는 여전히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두렵고 위험한 대상이다. 특히 초보나 여성운전자는 대형차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바싹 긴장하고 움츠러들게 된다.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가 대형차의 운전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운전경험만을 바탕으로 대형차의 움직임을 예측함으로써 위험한 상황에 닥치거나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대형차 운전자들은 ‘싱크로(Synchro, 동조) 현상’을 경험하는데, 싱크로 현상이란 대형차 운전자들이 바로 앞에서 달리는 승용차는 무시하고, 승용차 앞을 주행하는 대형차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앞의 대형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 뒤따르던 대형차도 바로 앞에 승용차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가속해 승용차를 들이받게 되는데, 대형차 여러 대가 줄지어 갈 경우 승용차가 그 사이에 끼어 주행하면 추돌위험에 노출된다.

    또 대형차의 운전석은 승용차보다 2배가량 높아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높은 곳에서 보면 차간거리가 상당히 여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차간거리를 좁혀 앞차를 바짝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브레이크 페달에 가볍게 발을 올려 제동은 걸지 않고 브레이크 램프를 켜 뒤차를 감속시키게 하는 ‘예고 브레이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의 뒤를 따라갈 때는 시야가 가려져 앞쪽의 상황을 살필 수 없기 때문에 급정거를 하게 되면 추돌위험이 크다. 흔히 덩치 큰 트럭은 승용차보다 제동거리가 길다고 알고 있지만 트럭은 제동성능이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을 쓰는 데다 적재함이 비었을 때라면 덩치에 비해 훨씬 날렵하게 멈추기 때문에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운전해야 한다.

    비오는 날에는 대형차와 나란히 달리다가 갑자기 물보라를 맞게 되기도 한다. 대형차는 운전석이 높아 앞서가는 차가 일으키는 물보라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맑은 날과 비슷한 속력으로 달리게 되어 물보라가 더 크게 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가 오는 날이나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날 때는 맑은 날보다 안전거리를 훨씬 길게 잡아야 한다.

    또 노면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달릴 때에는 작은 돌 등이 튀어 차에 상처가 생기거나 유리창이 깨질 수도 있고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도 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시야가 좁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월하려다 다른 차와 사고를 내기 쉬우므로 속도를 줄여 충분한 차간거리와 시야를 확보한 뒤 추월을 시도해야 한다.

    시내에서는 대형버스와 나란히 달리게 되는 경우가 잦은데, 좌·우회전을 할 때 버스와 함께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차 폭이 넓고 차체가 긴 버스는 회전반경이 커 코너를 돌 때 옆 차로를 침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때는 속도를 조금 줄여 버스를 먼저 보낸 뒤 달리도록 한다. 또 편도 2차로인 길에서는 장애물 때문에 갑자기 1차로로 차선을 바꾸는 버스가 많고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들을 피하기 위해 차로를 이리저리 바꾸는 버스가 적지 않으므로 가능한 버스와 나란히 달리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 운전해야 한다.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오토바이는 승용차 운전자에게는 ‘성가신 존재’다. 수시로 끼어들고 이리저리 곡예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놀라는 것은 물론 신호대기선에 정차해 있을 때 뒤늦게 차들 사이를 빠져나와 앞자리를 차지할 때는 얄밉기까지 하다.

     승용차 운전자 입장에선 오토바이가 승용차의 안전운전을 위협하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위협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토바이를 귀찮게 밀어붙이거나 사각지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차로를 바꿔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험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오토바이는 크기가 작아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자의 몸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어 사고 때 치사율이 승용차보다 5배나 높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대형버스나 화물트럭에게 승용차가 오토바이 같은 존재로 비치진 않을까? 대형차에게 먼저 양보하고 아량을 베푼다면 반대로 그들도 승용차 운전자의 입장을 이해할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 대형차를 위해서라기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나의 운전을 위해서다. 대형차의 난폭운전이나 법규위반을 떠나 최후의 피해자는 바로 내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