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누구나 찍는다. 그렇다. 설마 했더니 침팬지도 찍는다. 차분하기만 하다면 서너 살짜리 꼬마도 찍을 수 있는 게
바로 사진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디카가 대중화된 요즘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느 정도 사진을 찍는 사람조차도 특별한 상황
에서는 반드시 전문 사진가가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좋은 사진은 고가의 전문 장비로부터 나온다”는 편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면
어떤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했는지를 먼저 살피고, 내 작은 싸구려 카메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사진은 평생 못 찍을 거라는, 요 몹쓸 생각 말이다.
자, 이제 손에 놓인 작고 평범한 디지털 카메라로 눈을 돌리자. 300만 화소 가량에 다이얼 두어
개, 지금껏 A(자동촬영)모드에 고정시켜 놓고 고만고만 찍어왔던 카메라다. 응? 이 대목에서
문득 의아해지기 시작한다. 자동 카메라니까 당연히 자동으로 찍는 거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하지만 모르시는 말씀. 자동 카메라의 자동 기능만 믿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적군을 후방 사령탑의 잘못된 무전만 믿고 그냥 지나치는 것과 같다. 자동
카메라의 자동 모드는 평균적인 상황에서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뿐 그 외의 변칙적인 상황
에서는 눈뜬 장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5가지 팁을 십분 이해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1%의 몫만
제대로 해주면 된다. 카메라와 함께 보조를 맞추는 것, 간단하다. 너무 쉽다. |
1) 왜 사진들이 하나같이 엉성할까?
찍은 사진마다 뭔가 어정쩡하고 어색한 것이 영 개운치 않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심에 놓인 대상만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확한 구도를 잡기 위해서는 중심보다
화면의 네 귀퉁이, 즉 사각 모서리를 확인하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 좋다. 네 귀퉁이에 불필요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핀 후, 이것을 제거하거나 더함으로써 대상의 구도를 좀더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2) 어라, 자동카메라가 초점도 제대로 못 맞추나? 사진을 찍고 난 후 화면에 옮겨 놓고 보니 초점이 안 맞아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분명히 초점 맞는 소리를 확인하고 셔터를 눌렀는데, 혹시 카메라가 고장 난 건 아닐까? 아니다. 자동 카메라의 초점은 대부분 화면 중앙에 들어오는 대상에 맞추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진 2-1>과 같이 찍으려고 하는 대상이 좌우측에 있는 경우, 초점이 엉뚱하게도 멀리 떨어져 있는 중앙의 대상에 맞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땐, 먼저 찍고자 하는 대상을 중앙에 놓고 셔터를 반쯤 눌러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그대로 화면만 옮겨 셔터를 눌러주면 된다.
3) 그늘진 얼굴은 이제 그만 사진을 처음 찍는 사람들은, 꼭 어려운 광선 조건만 골라 사진을 찍곤 한다. 등 뒤에서 햇빛이 비춰 (역광) 얼굴에 그늘이 지게 되는 경우가 바로 이것. 뷰파인더나 액정 모니터에서는 이와 같은 광선
의 상태가 잘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땐 노출 보정 기능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자동 카메라
는 ±2 한도 내의 노출 보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찍히려는 사람은 태양을 등 뒤에 두면 눈이 부시
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역광 포즈를 곧잘 취한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친구가 등이 뜨듯한 탓에 살살
눈을 감기 시작하면, 노출을 +1~+2 더 주도록 하자.
4) 플래시, 꼭 터뜨려야 해? 사진을 처음 찍는 사람들이 곧잘 하는 또 하나의 실수, 바로 플래시다. 조금이라도 어두우면 플래 시를 펑펑 터뜨리기 일쑨데, 이것은 자동 모드로 맞춰 놓았을 경우, 빛이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플래시가 터지도록 이미 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래시는 사진을 살리기는커녕 언제나
망쳐놓는다. 얼굴이 허옇게 날아가버려 마치 공포영화의 유령처럼 나온 사진, 누구나 겪어본
적이 있었을 것. 이럴 때는 모드를 매뉴얼 모드로 변경하거나, 또는 (플래시 발광 금지)로 설정
하여 플래시가 터지지 않도록 하자. 매뉴얼 모드가 없는 자동 카메라라고 해도 플래시 발광 금지
기능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플래시가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때도 있으니 플래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 카메라의 플래시는
그런 효과를 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경우가 많으며, 또한 디카의 경우 배터리를 쉬이 닳게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5) 디카의 묘미, 접사 접사는 디카의 묘미 중 하나로, 예전 필름 카메라에서는 제법 값나가는 접사(매크로) 렌즈 없이는 5cm 코앞의 물체를 찍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웬만한 디카들은
접사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아무리 허접한 디카라 해도 10cm 이내는 거뜬히 찍어
내니 정말 감탄할 일이다. 사진 찍는 재미가 한껏 느껴지는 접사, 그런데 이 접사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다.(이런 분들은 부디 카메라 매뉴얼을 반드시 일독하시라~.
물론 처음에 나 역시 이 기능을 몰라 허둥댔다는 거 절대 말 못한다) 카메라의 메뉴 모드 또는
카메라 바디의 버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생긴 아이콘이 눈에 띌 것이다. 이것을 설정
하거나 또는 누르면 매크로 모드로 전환된다. 이때 카메라는 극히 제한된 범위(예를 들어 3cm~
10cm) 내에서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므로,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리 해도 초점이 안 맞게
된다. 또한 매크로 모드에서는 조금만 흔들려도 초점이 나가기 쉽다. 이때에는 카메라 또는 팔꿈
치를 어딘가에 의지하거나 2초 타이머 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타이머 모드를 사용하면 손가
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힘에 의해 카메라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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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이라 생각되는 팁 5개로 부족한
원고를 끝내기로 하자. 어떤가? 너무 쉬운가? 하지만 사실 쉬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보다
어렵고 복잡한 팁은 수없이 많지만, 어려운 길은 그만큼 포기도 쉬운 법. 위 5가지 팁만 숙지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얼마든지 자신 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 하나.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과연 어떤 사진을 가리키는 걸까?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아래 사진가를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하나 같이 모두 일상에서의 순간 포착이며, 사진에 담긴 것은 그것이 가리키는 바 이상의 무게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라르띠그의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잘 찍은 사진 한 장의 의미
’가 절로 찾아진다. 바로,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일상을 충실히 반영하는
사진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집요함(라르띠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집요한 성격 탓이 크다)과 끈기
만 더하면 이상 오케이, 당신은 이미 디카 고수의 문턱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