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의 대문호(大文豪)인 소식(蘇軾,1036-1101)은
호를 동파거사(東坡居士)라 하였기에
우리에게는 소동파로 잘 알려져있는 사람입니다.
소식은 시(詩),.서(書),화(畵) 는 물론이고
사(詞)와 문(文)에 있어서도 뛰어나서 삼절(三絶)이 아닌
오절(五絶)로 유명한 분입니다
소동파의 집안 식구들도 문재(文才)가 뛰어나
소동파는 부친과 동생과 함께
삼부자가 모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반열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여기에 덧붙여서
소동파의 여자동생으로 소소매(蘇小妹)라는 분이 있었는데
이 분도 재화(才華)와 용모(容貌)가 뛰어나서
당대의 재녀(才女)로 유명하였다고 합니다
소소매의 유명한 작품을 먼저 감상해보죠
유명한 통도사(通度寺) 시문입니다.
月磨銀漢轉成圓 아름다운 저 달은 은하수를 돌고 돌아서
그토록 둥글어 졌는가봅니다
素面舒光照大千 새하얀 얼굴에서 쏟아지는 그 빛은
온 세상를 다 비추고 있내요
連臂山山空捉影 팔과 팔을 연이은 듯...
뭇 산들이 달그림자라도 잡고자 헛되이 노력하나
孤輪本不落靑天 높이 뜬 저 달은 떨어지지않고
푸른 하늘에 그대로 있답니다
달이 산에 가리는 것을 보고
산이 달을 따고자하는 마음이 혹여 있지 않을까 시인은 염려를 합니다
불가에서는 이 시를 관음예문(觀音禮文)이라하여
불교 의식에 한부분으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소동파의 친필(적벽부)
소소매의 시작(詩作)능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를 들어보겠습니다
소씨집안에서 미스.소의 신랑감을 찾을 때의 일입니다
미소.소는 신랑 후보자들한테 시문(詩文)을 써서 내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많은 청혼자들이 시문을 지어올리게 되는데
그중에는 방(方)씨라는 상당한 문벌의 집안의 자제도 있었던바
방씨는 시문을 몇 편써서 제출해놓고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미스.소는 방씨의 글을 보고
곧 붓을 들어 방씨의 시문 원고위에
비답(批答,비평하는 글을 첨부하여 화답하는 일)하는
글을 써넣습니다.
筆底才華少 붓아래 재화(뛰어난 재능, 재주)가 적으니
胸中韜略無 가슴속에 도략(=六韜三略) 또한 없겠구나
미소.소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리에 들린
오빠 소동파는 이 글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동생의 행동을 탓할수만도 없고
생각끝에 소동파는 동생이 쓴 글 뒤에 한 글자씩을 첨가해 써넣습니다.
筆底才華少有 붓아래 재화는 조금씩 드러내면서
胸中韜略無窮 가슴속에 도략은 무궁하구나
이를 받아본 방씨는 매우 기분이 좋아져서
당장 미스.소를 만나보려 하였으나
소동파는 여기까지 따라 나와 마지막 립써비스를 날립니다.
"제 누이동생은 약간의 문재(文才)는 있으나 용모가
얼굴은 폭포수처럼 길고 이마는 산처럼 튀어나와 실로
누구 베필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방씨는 다시 그녀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정견
또 다른 일화....
어느 달빛이 좋은 밤,
소동파가 그의 득의제자(得意弟子)인 황정견(黃庭堅)과 더불어
차를 마시면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산곡 황정견은 황룡조심(黃龍祖心)선사의 법을 이은 시인거사(詩人居士)인지라
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소소매가 등장합니다
이에 소동파와 황정견은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소소매는 재화가 넘쳐흐를 정도로 뛰어나
심심하면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와서 사람 떠보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소소매는 밝은 달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윽고 두 사람 앞에서 시를 읊기 시작합니다.
輕風細柳 산들바람에 가녀린 버들
淡月梅花 으스름 달빛에 매화
소소매는 두 사람을 보고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지금 저 두 구절은 미완성으로
이 두 구절의 중간에 한 자씩, 적합한 글자를 채워넣어야 하는데
두분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에 먼저 황정견이 ‘무(舞)'와 '은(隱)'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輕風舞細柳 산들바람에 가녀린 버들이 춤추고
淡月隱梅花 으스름 달빛에 매화가 숨었다네
하지만 돌아온 소소매의 평은“너무 통속적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빠인 소동파는 긴 생각끝에 ‘요(搖)’와 '영(映)' 넣겠다고 말합니다
輕風搖細柳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버들
淡月映梅花 으스름 달빛에 비치는 매화.
소소매는 이를 보고는 더 혹평을 합니다
"이전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많이 쓴 글자라 새로운 맛도 없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입맛을 다시던 두사람에게
소소매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扶)’와 ‘실(失)’을 넣고 글을 완성합니다.
輕風扶細柳 산들바람은 가녀린 버들가지를 지탱케하고
淡月失梅花 으스름 달빛에 매화의 모습은 사라지네
두 사람 모두 “절묘하다” 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부(扶)'자를 사용한 것은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바람의 모습을 의인화해서 드러내게 만들었고
그 결과 묘사하려는 버들의 흔들거리는 모습을
더 다양하고 뚜렸이 부각시켜
그 형상을 생동적이고 구체적으로 부연시키고 있습니다
'실(失)'자를 이용하여서는
담담한 달빛과 매화를 하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몽롱한 미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맑고 그윽하며 담백한 의경(意境)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소소매
'▒ 한시자료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맹호연의 '여름날 신대님을 생각하며' (0) | 2007.07.26 |
---|---|
구양수의 취옹정기(醉翁亭記) (0) | 2007.07.26 |
강백년(姜栢年) (0) | 2007.07.13 |
강문필(姜文弼) (0) | 2007.07.13 |
姜蘭馨(강란형) (0) | 2007.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