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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국새>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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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창 |
조선시대 임금들이 왕권 승계와 외교문서 등에 사용한 국새(國璽)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모두 도둑맞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국새 찾기 위한 목숨 건 사투를 그린 영화 ‘한반도’가 지난 달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보았다고 한다. 국새는 나라의 권위를 상징하고, 중요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이 국새가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도 있었다.
이 국새를 한동안 분실했다가 찾았다는 가정 아래 임시정부가 간 길을 따라 가는 답사여행단에서 벌어지는 살인미수와 자살 사건을 다룬 소설이 이봉원 씨가 쓰고 시대의 창이 펴낸 “국새” 1, 2이다.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겨레의 고단한 현대사의 현장에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한번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가 1945년 8월 10일 한국광복군이 참가하는 한미합작의 특공작전을 펼쳐보지 못하고 일본의 항복 소식을 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중국 시안의 황루를 방문했을 때였다고 한다. 한미연합의 특공작전을 펼치기만 했어도 우리나라는 당당히 승전국의 위치가 될 것이기에 남북이 갈라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2004년 1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에 쓰라고 전국에서 누리꾼들이 7억여 원의 성금을 보내준 사건 때문이었다. 국회에서 삭감한 금액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누리꾼들의 열화와 같은 정성으로 메운 사건에 저자는 가슴 뭉클한 눈물을 삼켰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 두 사건이 소설 ‘국새’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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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임시정부 이동 경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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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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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인터넷신문 시민기자 정내리, 민족의식이 투철한 방송작가 이매송, 역사학계의 거물 유병도, 사업가이며, 정치지망생 박기만 등이 등장한다. 주 등장인물 11명의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암투는 그 중 한 사람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때 목숨을 걸고 나라의 맥을 이으려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그 흔적을 찾는 것이 배경이다.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곳은 어떤 곳인지, 어떤 과정으로 청사를 옮기곤 했는지 어떤 고통 속에 있었는지를 밝혀낸다. 이것은 임시정부의 민족적 명분을 분명히 하는 일이 된다는 평가이다.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사실(논픽션)이고, 어디까지가 꾸밈(픽션)인지 모호하다. 그것은 주인공의 하나인 이매송이 민족정체성이 뚜렷한 방송작가인데, 저자도 실제 방송작가이기도 하며, ‘민족문제연구소’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등에 적극 참여하는 민족운동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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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주석이 일본의 항복을 피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시안의 황루(黃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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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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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정부 요인들이 넘었던 꾸이쩌우성의 72굽잇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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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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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안 종남산 자오곡, 김가기 마애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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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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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저자의 민족감정과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건 주인공 정내리의 행동과 생각에서 보이고 있다. 답사단 일행 한 사람 한 사람까지 생각하는 따뜻함을 가지면서도 민족정기를 지키는 일엔 고민 끝에 인간의 정리를 털어버리고, 저지른 다음 몇 날간을 앓아눕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흥미를 주면서도 민족의 혼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이끌고 있다. 이 책 2권을 모두 읽고 나면 민족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도 민족이 무엇인지 그 끈을 살며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요인들에게 목숨을 걸게 했던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도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임시정부가 간 길의 곳곳에 있는 중국 문화유적들은 돌아보고,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고 아무도 애기하지 않던 우리 겨레의 흔적들을 찾아낸다. 중국 시안의 종남산에서 중국인들에게 진선으로 추앙받았던 전설적인 도인 김가기의 이야기가 그 예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의 문화유적에 감탄하면서도 정작 우리 겨레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을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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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새 날인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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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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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훌륭한 소설에서 굳이 옥에 티를 찾는다면 임시정부가 간 길을 따라 가는 우리로써는 생소한 중국 땅을 찾아다니는데 최소한의 안내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지도와 사진자료를 갖춰주는 친절이 없음이 못내 아쉽다.
우리가 나라를 유지하며 사는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겨레의 피나는 노력이 있은 탓이다. 그중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극복하고, 나라 찾는 일에 온 몸을 바쳤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애국지사들은 어쩌면 더욱 돋보이는 분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을 잊고 지냈다. 당시의 문헌과 국새를 잃어버리고도 찾으려고도 않는 우리에게 그 애국지사들은 지하에서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제라도 이 소설 <국새>를 읽고, 민족정기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어떤 고난 속에서 나라를 찾으려고 애썼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올 가을은 소설 <국새>와 함께하는 뜻깊은 시절을 만들고, <국새>를 생각하는 가을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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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책은 모두 민족의 자긍심으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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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소설 <국새> 지은이 이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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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국새>의 지은이 이봉원 |
ⓒ김영조 |
-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닌 실화를 읽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쓴 것인가? "나는 다락방에 앉아서 쓰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나 발로 뛰며 쓰고 있다. 경험이 100% 드러나야 차별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임시정부 유적지를 3번이나 답사를 했고, 그중 2번은 임시정부가 간 길을 그대로 따랐다. 그를 토대로 지역명이 잘못된 것과 엉뚱한 곳에 표식이 붙은 것을 고쳐놓았다. 그런 쓰기방법 때문에 실화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물론 독자에게 흥미를 주려는 마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임시정부 순례의 교과서가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있음을 고백한다. 광복 61돌이 지난 지금도 아직 우리에겐 신종 친일파들이 날뛰고 있다. 따라서 나는 임시정부와 친일파를 소재로 하여 재미있게 풀어내 독자들의 의식을 깨우쳐줄 의도로 쓴 것이다."
- 유병도 교수는 실재했던 사람을 본보기로 삼은 것은 아닌지? "얼핏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꼭 어떤 사람을 본보기로 놓고 쓴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을 가지고 꾸몄을 뿐이다. 그에 대한 오해는 없기 바란다."
- 임시정부의 국새를 찾을 수는 없는지? 그리고 소설 제목을 <국새>로 한 것이 소설내용과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중요한 것은 국새보다도 임시정부 중요 문헌들이다. 책의 뒷장에 조경한 지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헌 분실 전말기‘에서 보듯 625전쟁 때 소이탄을 맞아서 불타버렸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보다는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는데 찾을 수가 없거나 전쟁 중에 북한에 넘어갔거나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임시정부의 문헌과 국새를 찾아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이 국새와 거리가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국새로 상징되는 임시정부와 또 그 문헌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 <국새>를 보면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이 소설 속에는 여러 번의 반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역시 독자들이 상상하지 못했을 대반전이 이루어지는데 그래도 독자들은 ‘뭐 또 없나?’하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작은 반전을 하나 더 만들어 두었다. 쉽게 찾을 수 없겠지만 그것을 마저 찾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또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은? "우리 겨레는 예부터 중국에 가서 굉장한 활약을 했다. 예를 들면 중국 싼시성 선유사라는 절에 혜초스님이 황제의 요청에 의해 기우제를 드린 곳이 있다. 중국의 명승들을 놔두고 우리의 혜초스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 자리가 얼마 전 수몰될 위기에 처해서 위로 끌어올리고 비석과 정자를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김가기를 비롯해서 우리의 선인들은 일본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유적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중국의 유적만 보고 오는 것이다. 이는 참 안타까운 일로 중국여행을 하는 분들은 앞으로 이런 유적도 살펴주길 바라며, 정부나 불교계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준비 중인 책은 우리의 전통 그림과 서양미술을 접목시키고 비교하여 우리의 문화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소설이다. 이미 결정적인 동기는 찾았고, 집필만 남아있다. 또 이것은 소설을 쓴 다음 다큐멘터리로도 꾸밀 예정이다. 그밖에 독립운동과 관련된 것들도 꾸준히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쓰는 책과 다큐멘터리는 모두 민족의 자긍심로 쓰게 될 것이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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