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자료 ▒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리뷰+음악+동영상

천하한량 2007. 7. 17. 19:17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리뷰+음악+동영상

1973년/각본+감독:Jose Giovanni/주연:Jean Gabin + Alain Delon

음악:Philippe Sarde/100분



중세시대의 유럽에서

사람들의 최대의 구경거리는 다름 아닌 사형집행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같이 TV는 고사하고 전기도 없던 시절 이었으니 하기야

무슨 볼거리가 제대로 있었겠는가?

그러다보니 도시나 마을의 제일 큰 광장에서 열리는 이 처형식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또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지독한 고문까지(심지어 팔다리를 찢는 정도로)자행을 하면서 아주 느리고 느린

사형집행을 했다고 하니 지금의 현대적인 우리들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얼마나 잔인한 짓거리인가?



18세기에 Joseph Ignace Guilotine (1738-1814, 프랑스)이라는 의사가 만든

‘단두대‘ (의사의 이름을 따 Guilotine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선 길로틴 또는

기요틴이라고도 한다.) 라는 것도 그래서 바로 이런 긴 고문 없이 단칼에 목숨을

끊음으로서 사형수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선의의 의도에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이 유명한 사형제도는 3세기에 걸쳐 (무려)1981년까지 계속되어

왔다는데 1973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바로 이러한 현시대에 걸맞지 않는 사형

제도를 폐지시키기 위한 일종의 저항 운동의 일환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주로 여인들의 눈물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바로 1957년부터 프랑스 최고의 스타로 인기를 얻던 배우 겸 신인 제작자,

알랑 들롱(Alain Delon) 에 의하여.......

(이 작품이 그의 4번째 제작 작품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전과자의 삶은 편치가 않다.

오래전에 은행을 털은 죄로 10년간의 힘든 옥고를 치르는

지노 (Gino Strabliggi/Alain Delon, 1935, 프랑스).

다행히 꽃 가게를 하며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가 있고 또 죄수들을 상담하며,

갱생을 도와주는 보호감찰 훈육관 인

제르맹 (Germain Cazeneuve/Jean Gavin, 1904-1976, 프랑스)


따뜻한 보살핌으로 출옥 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희망에 찬 그의 새 삶은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암흑가의 옛 동료들은 계속 찾아와 새로운 사업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고,

그런 가운데 어느 날 제르맹 의 가족들과 행복한 피크닉을 즐기고 돌아오던

지노 는 교통사고로 그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되고 한순간에 삶의 좌절을

느끼게 된다.



가족과도 같은 제르맹의 보살핌은 계속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은행에서 일하는 루시 (Lucie /Mimcy Farmer,1945,미국)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또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는 지노.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에 자기를 체포한 적이 있는 형사,

그와뜨로 (Goitreau/Michel Bouquet,1925, 빠리) 가 나타나면서

무고한 그를 괴롭히기 시작을 한다.

이유 없는 미행에다 직장에 까지 나타나 무슨 범죄를 또 모의 하느냐는 심문에도

기가 막히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직권남용은 심해지고,

어느 날, 죄 없는 루시까지 무시하고 괴롭히는 그를 목격한 지노는 참다 참다못해

순간적인 격분을 이기지 못한 채 그만 목을 졸라 그를 살해를 하고 만다.



이틀간의 재판이 열리고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라는 제르맹의 변론도 소용없이

그 누구도 경찰을 죽인 지노를 좋게 보지 않는다.

배심원들은 졸고 있고 재판관은 앉아서 낙서만 할 뿐이다.

그리고 결국, 사형이 언도된다.

3개월 후, 그에 대한 재심은 기각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사형집행일은 찾아온다.

자고 있던 지노를 깨워 흰 드레스 셔츠를 입힌 후

단두대를 향해 함께 걸어가 손과 발을 묶는다.(아래 동영상 참조)



가위로 셔츠의 목 부분을 도려낸 후 그가 담배 한 모금을 피는 순간,(위의 사진)

감춰져있던 단두대가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고

지노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급히 돌려 제르맹을 쳐다본다.



공포에 질린 지노의 눈동자(위의 사진)

그리고 그런 지노를 바라보는 제르맹의 클로즈업이 된 눈동자(아래 사진)

잠시 후, 단두대의 칼날은 무겁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밑으로 내려온다.



* 아래 동영상이 바로 지노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약 6분)입니다.

파일을 제공해주신 jwpower72 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절대로 이런 식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게 연극을 위해 짜여 진 각본과도 같다.

내 아내와 나는 이일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우연이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옳다.

프랑스에는 수많은 감옥들과 두 종류의 단두대가 있다. 큰 것과 작은 것,

그리고 전국을 돌아다는 것과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첫 장면에서부터 시작된 제르맹의 허스키한 목소리의 독백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또 다른 독백으로 연결이 되며(위의 동영상)

이 비극적인 드라마의 휘날레를 장식한다.

“이 모든 걸 뒤로 한 채, 내가 마지막 본 것은 그저

위협적인 단두대뿐 이었다.“



‘마을의 두 남자’(Deux Hommes Dans La Ville/Two Men In Town)라는 원제목이

‘Two Against The Law’라는 영어제목으로,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암흑가의 두 사람’이라는 마치 갱 영화 같은 분위기를 주는 제목으로 변했는데,

프랑스 필름 느와르의 우수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마치 멜로 드라마 라고

해야 할 정도로 수많은 알랑 들롱의 여성 팬들을 울린 문제의 작품이다.

특히 단두대 앞에서 겁에 질린 모습을 비롯하여 여러 번 클로즈업이 된

들롱의 그 푸른 눈동자는 누구에게나 연민의 정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연출이

잘되었는데, 그 눈동자와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장 가방의 클로즈업 된 눈동자

모습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위의 사진들 참고)

특히 백발조차도 무척이나 보기에 좋은 70의 나이에 펼친 무언의 그 표정 연기들은

1928년 이후부터 출연한 장 가방의 약 100편의 영화들을 총집대성 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완숙미가 철철 넘쳐난다.(그는 이 영화 이후, 두 편에 더 출연하였고,

1976년11월15일에 심장마비로 그만 타계하였다.)



분명히 따뜻한 분위기가 있는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그리고 쓸쓸하게도

들리는 우수어린 이 영화의 Main Theme 은



1970년부터 약 2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지금도 만들고 있는

Philippe Sarde (1945, 프랑스)
의 초기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제르맹 이 전철에서 내려 감옥으로 향해 가는 첫 장면에서부터 지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쓸쓸한 끝 장면에 이르기 까지(아래 사진)



열 번 이상 반복되는 이곡이 밝게 들리는 장면이라야 피크닉 때가 유일 한 것 같은데

애절한 장면들과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편곡이다.

물론 이 음악이야말로 알랑 들롱 의 여성 팬들을 울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이 없지만 (당시의 유행이던) 한곡의 주제곡만을 (변주 하여)반복하는 것이

요즈음의 시각으로 볼 때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문제로 말들이 많다.

가두어놓고 밥을 먹이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죽을죄를 진 사람이라면 아마 본인도

더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 때도 아니고 평시에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분명 잘못된 제도라고도 말 할 수도 있겠는데, 죽이는 사람들은 또 무슨 그리 자격이

되느냐는 얘기다.

이 영화 속의 지노는 마지막 재판에서도 그리고 처형 직전에도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절 일언반구 대꾸를 하지 않는다.

또한 입회한 성직자의 기도마저 거절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삐뚜러진 자에게 만일 무기형으로 감형 이 되어 좀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역시도 어떤 식으로든 틀림없이 교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좀 더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