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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경주 (그레이트 레이스) / The Great Race 음악적인 리뷰 + 음악

천하한량 2007. 7. 15. 01:47

대 경주 (그레이트 레이스) / The Great Race 음악적인 리뷰 + 음악

1965년/ 감독: Blake Edwards/주연: Natalie Wood + Tony Curtis +

Jack Lemmon / 음악: Henry Mancini 외/160분



영화에도 분명히 유행이 있고 또, 시류(時流)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극장가에서 뮤지컬 영화도 그렇지만, 코미디영화가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시절은 아무래도 1960년대 중 후반이 아닌가 싶다.

할리우드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프랑스와 유럽에서 만든 코미디 영화들까지

(주로 Louis De Funes 와 Andre Bourvil 등이 주연을 했던 영화들)

여러 편이 개봉이 되었고, 거기다 김 희갑, 구 봉서, 허 장강, 양 훈, 양 석천,

서 영춘 등이 출연하였던 우리나라의 영화들까지 덩달아 신나게 만들어지면서

양적으로도 무척이나 풍성하여서, 골라보는 재미가 만만치 안았던 그 시절에,

당시로서는 2시간 40분짜리,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로 제작이 되었던 이 작품 역시

우리들에게 무한한 폭소와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그런 영화의 하나였다.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 프랑스)의 뛰어난 상상력이 극치를 이룬,

80일간의 세계 일주 (Le Tour De Monde En 80 Jours)를 영화화한 1957년의

동명타이틀의 작품(Michael Anderson 감독)과 흡사한 분위기로 영화는 시작되지만,

무대는 미국 뉴욕이고 시대배경도 20세기 초, 1908년이다. 구경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서커스다 무슨 이벤트다 하면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오던 그때에 열기구나

쾌속정 등을 이용한 각종 묘기 대행진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위대한 레슬리(Great Leslie, Tony Curtis, 1925, 미국)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또 그 성능을 과시하기 위하여 3개 대륙을 통과하는

장거리 자동차 경주를 업계에 제의를 하고 ‘더 레슬리 스페샬‘ 이라는 차를 완성한다.

그동안 레슬리가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나서서 방해공작 해오던 권모술수의 대가,

훼이트 교수(Prof. Fate, Jack Lemmon, 1925-2001, 미국)

역시 세계 유명 자동차회사들의 부품을 훔쳐서 독자적인 특수차(Hannibal 8)를 개발

하고 출전을 하는데, 한편, 이 대 경주만은 죽어도 자기가 취재를 해야 한다면서

The New York Sentinel 신문사의 최초의 여기자로 우겨서 들어간 여성 해방론자,

매기 드보아(Maggie, Natalie Wood, 1938-1981,미국)까지

가세를 하면서 드디어 뉴욕에서 빠리까지 22,000마일의 세기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띨띨하긴 하지만 음모에는 일가견이 있는 훼이트 교수의 조수,

맥스(Max, Peter Falk, 1927, 미국 뉴욕)의 농간으로

경쟁을 하던 차들은 출발을 하자마자 전부 고장이 나고, 매기 역시 중도에 레슬리의

차에 신세를 지면서 이제 경주는 마치 영웅과 악당의 심성을 표출한 듯한 그들의

옷 색깔과도 같이 백과 흑의 양파전이 된다.

알바니(Albany)를 거쳐, 연료를 보급 받아야 하는 보라초(Borracho)라는 서부마을에서

환영 리셉션을 치루면서 한바탕 난리소동을 겪고, 흰 눈 속의 알라스카에서는

북극곰을 피해, 다 함께 한 장의 담요 속에서 혹한을 견디며, 빙산을 타고 베링해협을

건넌다. 그런 가운데, 매기와 레슬리 사이에는 어느새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지만,

러시아에 도착한 후, 훼이트 교수가 매기를 납치해서 먼저 앞서나가다가

포쯔돌프 (Potzdorf)의 칼파니아 (Carpania) 라는 왕국에서 스파이로 오인을 받아

체포가 된다. 그런데 이들을 체포한 Stuppe 남작은 훼이트가 이곳의 왕위계승자인

Hapnik 왕자(잭 레몬 일인이역)와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 것에 착안을 하여 왕을

바꿔치기하려는 모종의 쿠테타를 계획한다.



한편, 햅닉 왕자의 공식 환영무도회에 참석을 하였던 레슬리와 그의 우직한 조수,

헤지카이아(Hezekiah, Keenan Wynn, 1916-1986, 미국)

남작의 음모를 눈치 채고, 감방에 가쳐 있던 매기와 왕자를 구출을 하게 되고,

훼이트는 가짜 왕자가 되어 참석한 대관식도중에 줄행랑을 쳐 얼마 남지 않은 빠리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뒤늦게 길을 나선 매기와 레슬리 가 훼이트 교수를 제치고

선두로 빠리 시내에 도착을 하는데, 하지만 왕국을 출발해서 부터 계속해서 남녀

평등에 관하여 논쟁을 하면서 사랑싸움을 하던 레슬리는 에펠탑 아래에 마련이 된

종착점의 1미터 앞에서 차를 급정거하고 매기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이 경주의 승리보다도 우선 한다“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그러는 사이, 선두로 우승테이프를 끊고 승리를 한 훼이트는 레슬리 가 일부러

져주었다는 불평과 함께 재경기를 요구하고, 얼마 후, 흰 면사포를 쓴 매기와

레슬리는 마치 신혼여행을 떠나듯, 빠리에서 뉴욕까지의 리턴 매치에 다시 나선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마지막 장면, 반드시 내 방식대로 이겨야만 한다는 훼이트 의

음모와 훼방본능이 또 다시 발동을 하면서 차에 장착이 된 대포를 앞서가는 레슬리의

차를 향해 발사하는 순간, 오발사고로 그만 에펠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미 코미디의 대가로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잭 레몬이

출연을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결코 웃기는 영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그네, 레슬리의 쾌속정을 뒤쫓는 상어 모양의

어뢰, 미사일 활, 복어같이 희한하게 생긴 잠수함, 하늘을 나는 2인용 자전거, 그리고

로켓트 기차 등을 첫 장면에서부터 동원하면서 음모와 권모술수에 도통한 악당으로

출연을 하여, 웃음의 핵으로서의 그의 능청스런 연기는 일인이역으로 출연을 한

칼파니아 왕국의 저능아 같은 왕자 역을 건들거리면서 하는 시퀀스들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영화 사상 최초의 개그라고도 함)

TV에서 보던 어느 만화 영화 에서 딱따구리가 웃는 그 특이한 웃음소리와 흡사한

햅닉 왕자의 웃음소리는 한동안 모든 학교에서도 대유행이 될 정도 이었다.

요란 법석을 떠는 코미디를 흔히 일컫는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의 대가들로서

‘Way Out West’ (1937) 라는 대표작과 함께, 우리들에게는 (원조) ‘뚱뚱이 와 홀쭉이’

의 우스운 이미지로 남아있는 로렐(Stan Laurel, 1890-1965 영국)과

하디(Oliver Hardy, 1892-1957, 미국 조지아)에게 바치는 작품이라고 첫 장면에서도

자막이 나오지만, 1970년대에 형사 콜롬보로 유명해지는 피터 포크와 또 이 잭 레몬의

듀엣(콤비) 코미디는 로렐과 하디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느낌이다.



6가지의 맛이 나는 진짜 커스터드 크림파이들을 무려 300여개나 소비하면서 찍은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여러 명이 여러 개의 파이를 동시에 던지는 그 장관의

난장판 패싸움'이야말로 이 코미디 전체에서 압권이 아닐 수 없지만,

Sound Of Music (1965)과 비슷한 제작시기에 같은 장소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비엔나(칼파니아 왕국 촬영), 뉴욕, 빠리 등지를 로케이션 장소로 하면서 큰 화면에다

시원스럽게 화려한 색감으로 담아 낸 20세기 초의 모습(의상 포함)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눈요기 거리이다.

그리고, 첫딸을 본지 얼마 안돼서 펜싱을 비롯한 몇 달간의 특수교육을 받은 후,

스턴트맨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열기구에 거꾸로 매달리면서 고공에서 온몸을 던지는

등의 서커스 맨 같았던 토니 커티스의 묘기 액션 씬들도 대단한 칭찬을 받았었지만,

‘Splendor In The Grass’(1961), ‘West Side Story’(1961)의 동시 히트로

청순가련형으로 대중들에게 인식이 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코미디에

깜짝 출연을 하여 중간에 “우린 친구입니다.”라고 유창하게 러시아어를 구사하던

(진짜) 러시아 이민 2세인 나탈리 우드(본명: Natalia Nikolaevna Zakharenko)의

당시 27세의 농익은 미모도 (평소에 보기 힘든) 절정의 관능미를 동시에 과시하면서

약방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만화 같은 이 코미디의 영화소재가 실제로 있었던 역사에 근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21세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상당히 놀랄만한 일이다.

뉴욕 타임스와 빠리 의 La Martin 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를 한 ‘The Great Auto

Race'가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을 대표하는 4개국의 출전 팀이 참가를

하면서, 1908년 2월12일에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출발하여(위의 사진이 당시에

찍었던 실제 상황이다.) 시애틀, 일본을 거쳐 블라디보스톡, 모스코바, 베를린, 빠리

까지의 상상을 초월한 기나 긴 구간에서 열렸었다고 한다.

우승은 미국 버팔로 출신의 George Schuster Sr. 의 주도에 의해 22,000마일을

169일 동안 달린 미국의 The Thomas Flyer 팀에게 돌아갔으며 1세기가 다 되어가는

아직까지도 이 경주의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Automobile이라는 신기술

의 상징으로 자동차가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던 그 시절에 그런 대단한 모험을

하였다는 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안는다. (오늘날의 빠리-다카르 경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놀라운 규모이다. 참고: http://www.thegreatautorace.com/ )

그래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한 ‘더 레슬리 스페샬’ 이라는 차도 바로

미국 팀의 1907년 형, Thomas Flyer의 디자인을 그대로 인용해서 4대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차는 지금도 할리우드(피터슨 자동차 박물관/ 아래 실제 차 사진 참조)에

전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무성영화시절의 감독이었던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1942년에 무명의 배우로

영화계에 데뷔를 한 후, 1954년에 감독이 되어 핑크 팬더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Blake Edwards (1922, 미국 오크라호마) 작가 감독과는

1957년에 ‘Mister Cory’에서 처음 만난이후, 'Peter Gunn'(1958), Breakfast At

Tiffany's (1961)
, 'The Pink Panther'(1963), Darling Lili (1970) 등에서 함께

음악적인 대 성공을 거둔 짝꿍(Collaborator),

Henry Mancini (1924-1994, 미국 오하이오)의 음악은

웃기는 이 영화를 훈훈하고 따뜻하게 만드는데도 무척이나 큰 일조를 하였다.

칼파니아 왕국을 출발한 후, 나탈리 우드가 직접 E 플랫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The Sweetheart Tree 라는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낭만적인 제목의 포근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노래가

이 영화의 Main Theme 이자 Love Theme 인데,



실로폰과 밴조가 멜로디를 리드하는 연주로서도 Overture, Exit Music 을 비롯하여,

영화전체에서 자주 들을 수가 있지만, 중간휴식 시간인 Entr'Acte 에서는

위의 음악과도 같이 아름다운 합창단의 목소리로도 또 들을 수가 있었다.



영화가 개봉이 되고 난 후, Johnny Mathis (아래 음악)를 비롯한 여러 가수들이

불러 인기를 얻던 이 곡은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아쉽게도 거의 들을 수가 없는

잊혀 져간 노래가 되기도 하였다.(물론 지금은 매우 귀한 노래이다.)



이곡 외에도 평소에 자주 듣던 귀에 익은 행진곡들을 포함한 서커스나 축제풍의

신나는 연주들이 요란법석 한 이 대 경주를 시종일관 더욱 즐겁게 하였지만,

서부의 마을, 보라초 시의 시장이 주최한 환영리셉션에서 Lily Olay 라는 가수로

분한 Dorothy Provine (1937, 미국)이 흥겹게 홍키통크 스타일로 불러준

‘He Shouldn't-a, Hadn't-a ,Oughtn’t-a, Swang on Me’ 라는 긴 제목의 노래도

헨리 맨시니가 특별히 작곡을 한 아주 재미난 노래이다. 유치하게 보기 시작하면

한없이 유치해질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이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코미디를 코미디로 단순하게 보지 않고, 제작비와 시간이 아깝다느니,

이 영화를 마치 무슨 예술영화나 평하듯 심각하게 비난하던 평론가들도 이 즐겁고

흥겨우며 따뜻하고 훈훈한 주제곡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