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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키보드 알파벳 자판은 왜 뒤죽박죽일까

천하한량 2007. 6. 24. 22:53
1868년 6월 23일 미국인 크리스토퍼 숄스가 실용 타자기의 특허권을 취득했다. 10대 때 인쇄소에서 일했고 신문 편집에 간여하던 터라 그가 타자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연스러웠다.

숄스가 타자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정확한 기원이 알려진 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자동 필기기구는 1700년대에도 존재했다. 숄스의 특허가 의미 있는 것은 그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쿼티(QWERTY) 자판을 고안해 냈기 때문이다.

당시 타자기 자판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두 줄로 배열돼 있었다. 숄스는 이 자판이 조금만 빨리 쳐도 글쇠가 뒤엉킨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자주 사용되는 글쇠를 멀리 띄어 놓으면 엉킴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글쇠들을 서로 떨어지도록 배치한 네 줄 자판을 만들었다. 이 자판은 왼쪽 상단에 나란히 배열된 알파벳 글자 Q, W, E, R, T, Y 6개의 이름을 따서 쿼티(QWERTY)라고 불렸다. 숄스는 총기제작업체로 유명한 레밍턴사와 손잡고 1874년부터 쿼티 자판을 올려놓은 타자기를 판매했다.

쿼티가 글쇠의 엉킴을 확실히 줄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자판은 인체공학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불편한 것이었다. a나 o, s 같은 자주 쓰이는 철자를,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손가락으로 쳐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타자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이런 불편함을 참아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자판 개발에 매달렸고, 그중 드보락(Dvorak) 자판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1932년 미국인 오거스트 드보락이 발명한 이 자판은 모음 5개(a, e, i, o, u)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음 5개(d, h, t, n, s)의 글쇠를 중앙에 배치한 게 특징이었다. 쿼티 자판에 비해 타자 속도가 30%가량 빨라 대단히 능률적인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상용화엔 실패했다. 쿼티의 선점 효과 때문이다. 타자기 사용자들은 쿼티 자판에 익숙해져서 타자를 다시 배우기 싫어했다. 1984년 미국표준협회(ANSI)에서 드보락을 ‘제2의 표준 자판’으로 인정했지만 만드는 회사도, 쓰는 사람도 별로 없다. 실용적인 미국에서 합리적인 자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더욱이 쿼티는 컴퓨터의 자판으로도 옮겨져 와, 숄스는 컴퓨터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사람이라는 의미도 갖게 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