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자존심 때문에, 또 남의 시선이 두려워 속으로 고개 숙인 채 홀로 눈물마저 되삼키며 울고 있다.
먼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들. 취직하면 장가가겠다고 마음먹는다. 취직한 다음에는 전셋집 마련할 돈이라도 모을 만큼 조금 안정되면 가겠다고 차일피일 미룬다. 그러는 사이 그만 사랑하는 사람마저 놓쳐버린다. 정말이지 울고 싶다.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 아쉬워하며 대놓고 울지도 못한다. 왠지 운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스스로를 두 번 바보 만드는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채 숨어서 울지 말고
20, 30대 남자들은 "결코 너 때문에 울진 않겠다"는 자존심과 오기가 뒤섞여 애써 울음을 감춘다. 반면 40대 남자들은 현실에 무릎 꿇고 만 것이 억울하고 부끄러워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얼마 전 이제 막 40대 초입에 들어선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술을 한잔 걸친 듯했다. 그는 애써 냉정한 목소리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뜻밖이었다. 만나면 늘 회사 이야기만 늘어놓아 주변에서 그만 좀 하라고 핀잔까지 듣던 후배였다. 청춘을 바쳐가며 그렇게 열심히 일해 평생 다닐 것만 같던 회사를 40대 초반에 그만뒀다니. 물론 후배는 애써 참고 있었지만 분명히 울고 있었다. 열심히 일해 이사도 되고 사장도 돼 보겠노라던 청운의 꿈을 접고 더 이상 발 디딜 곳조차 없게 된 현실 앞에 무릎 꿇은 것이 억울하고 분하고 또 부끄러워 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 후배는 아마도 아내 앞에서도 속 시원하게 울 수 없었을 것이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 앞에서도, 심지어 선배인 내 앞에서도 그는 울 수 없었다. 그는 애써 힘든 기색을 감추고 그저 속으로 울었던 것이다.
40대 남자들이 속으로 운다면, 50대 남자들은 고개 숙이고 운다. 여자에게만 폐경기가 있는 게 아니다. 남자들에게도 폐경기가 있다. 단지 정력이 감퇴됐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심리적인 문제다. 남자들의 폐경기는 한마디로 자신감의 상실이다. 뭔가 스스로의 당당함을 더 이상 찾기 힘들어지는 나이가 50대다. 새로 도전하고 확충한다는 것은 머릿속의 관념일 뿐 현실의 자기 모습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왠지 허탈해지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내다보면 체증 걸린 듯 속이 답답해지는 것, 그것이 남자들의 폐경기다. 그 폐경기를 거친 남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고 운다.
60대 이상이 되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선에서 물러나 놀고 있는 대부분의 남자은 숨어서 운다. 때론 산에 올라 운다. 좋은 자리에 있을 땐 여기저기서 밥 먹자, 공 치자 하며 속닥거리던 사람들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아내와는 각방을 쓴 지 오래고, 자식들은 품을 떠난 뒤 자기들 앞가림하며 살기도 바쁘다. 정말이지 혼자라는 생각이 몸서리쳐지게 엄습하면 남자는 조용히 울 곳을 찾아 숨어든다. 그리고 혼자 꺼이꺼이 삶의 숱한 애환마저 되새김질하며 운다.
막힌 속 터지게 당당하게 울자
물론 우는 것은 사람다운 것이다.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그것이 쌓여 울화가 되고 울분이 되며 결국 나를 망친다. 하지만 울 때는 제대로 울어야 한다. 그러니 더 이상 숨어서 울지 말자. 고개 숙이고 울지도 말고 속으로 눈물 삼키며 울지도 말자. 이젠 이렇게 울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두 눈 똑바로 크게 뜨고, 눈물일랑 훔치지 말고 뚝뚝 떨구며, 아직 인생의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이 악물고, 다음에 울 때는 기필코 기쁨과 환희와 감격에 겨워 울겠노라고 다짐하며 울자. 그렇게 실컷 울자. 막힌 속이 터지도록. 한국의 남자들이여, 진정 그렇게 울자.
정진홍 논설위원 atombit@joongang.co.kr
먼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들. 취직하면 장가가겠다고 마음먹는다. 취직한 다음에는 전셋집 마련할 돈이라도 모을 만큼 조금 안정되면 가겠다고 차일피일 미룬다. 그러는 사이 그만 사랑하는 사람마저 놓쳐버린다. 정말이지 울고 싶다.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 아쉬워하며 대놓고 울지도 못한다. 왠지 운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스스로를 두 번 바보 만드는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채 숨어서 울지 말고
20, 30대 남자들은 "결코 너 때문에 울진 않겠다"는 자존심과 오기가 뒤섞여 애써 울음을 감춘다. 반면 40대 남자들은 현실에 무릎 꿇고 만 것이 억울하고 부끄러워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얼마 전 이제 막 40대 초입에 들어선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술을 한잔 걸친 듯했다. 그는 애써 냉정한 목소리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뜻밖이었다. 만나면 늘 회사 이야기만 늘어놓아 주변에서 그만 좀 하라고 핀잔까지 듣던 후배였다. 청춘을 바쳐가며 그렇게 열심히 일해 평생 다닐 것만 같던 회사를 40대 초반에 그만뒀다니. 물론 후배는 애써 참고 있었지만 분명히 울고 있었다. 열심히 일해 이사도 되고 사장도 돼 보겠노라던 청운의 꿈을 접고 더 이상 발 디딜 곳조차 없게 된 현실 앞에 무릎 꿇은 것이 억울하고 분하고 또 부끄러워 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 후배는 아마도 아내 앞에서도 속 시원하게 울 수 없었을 것이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 앞에서도, 심지어 선배인 내 앞에서도 그는 울 수 없었다. 그는 애써 힘든 기색을 감추고 그저 속으로 울었던 것이다.
40대 남자들이 속으로 운다면, 50대 남자들은 고개 숙이고 운다. 여자에게만 폐경기가 있는 게 아니다. 남자들에게도 폐경기가 있다. 단지 정력이 감퇴됐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심리적인 문제다. 남자들의 폐경기는 한마디로 자신감의 상실이다. 뭔가 스스로의 당당함을 더 이상 찾기 힘들어지는 나이가 50대다. 새로 도전하고 확충한다는 것은 머릿속의 관념일 뿐 현실의 자기 모습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왠지 허탈해지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내다보면 체증 걸린 듯 속이 답답해지는 것, 그것이 남자들의 폐경기다. 그 폐경기를 거친 남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고 운다.
60대 이상이 되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선에서 물러나 놀고 있는 대부분의 남자은 숨어서 운다. 때론 산에 올라 운다. 좋은 자리에 있을 땐 여기저기서 밥 먹자, 공 치자 하며 속닥거리던 사람들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아내와는 각방을 쓴 지 오래고, 자식들은 품을 떠난 뒤 자기들 앞가림하며 살기도 바쁘다. 정말이지 혼자라는 생각이 몸서리쳐지게 엄습하면 남자는 조용히 울 곳을 찾아 숨어든다. 그리고 혼자 꺼이꺼이 삶의 숱한 애환마저 되새김질하며 운다.
막힌 속 터지게 당당하게 울자
물론 우는 것은 사람다운 것이다.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그것이 쌓여 울화가 되고 울분이 되며 결국 나를 망친다. 하지만 울 때는 제대로 울어야 한다. 그러니 더 이상 숨어서 울지 말자. 고개 숙이고 울지도 말고 속으로 눈물 삼키며 울지도 말자. 이젠 이렇게 울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두 눈 똑바로 크게 뜨고, 눈물일랑 훔치지 말고 뚝뚝 떨구며, 아직 인생의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이 악물고, 다음에 울 때는 기필코 기쁨과 환희와 감격에 겨워 울겠노라고 다짐하며 울자. 그렇게 실컷 울자. 막힌 속이 터지도록. 한국의 남자들이여, 진정 그렇게 울자.
정진홍 논설위원 atombi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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