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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李執義) 계정(季町) 형(兄)을 보내면서 서거정 -사가시집-

천하한량 2007. 6. 15. 00:49

 시류(詩類) 서거정

 

 

제주(濟州)의 분사(分司)로 나가는 이 집의(李執義) 계정(季町) ()을 보내면서 겸하여 이 안무 동년(李安撫同年)에게 적어 부치다. 3 

 

 

남쪽 지방의 큰 고을이 바닷가에 눌러 있어 / 南服雄州鎭海涯

어사대서 엄선하여 재능 있는 이에게 맡겼네 / 烏臺盛選仗才華

목지도 옛날 분사의 부절을 받았거니와 / 牧之舊受分司節

박망후는 지금 사신의 떼를 타고 가누나 / 博望今乘奉使?

당일의 징청할 마음은 더욱 강개하지만 / 當日澄淸增慷慨

평생의 충신은 험난한 풍파에 맡겨두리 / 平生忠信任風波

태평성대의 공론을 의당 안 저버리겠지 / 明時公論宜無負

마읍과 화산 두 세가의 후손이 아니던가 / 馬邑花山兩世家

 

듣자니 탐라의 경물은 매우 풍요하다는데 / 似說耽羅景物饒

빛나는 용절이 돌아가는 배를 움직이누나 / 暉暉龍節動歸橈

별은 방사가 임하여 명마가 많으려니와 / 星臨房駟多名馬

섬은 봉영에 접하여 거오가 이고 있으리 / 島接蓬瀛戴巨鼇

된서리 속에 노란 귤은 초가집에 드리우고 / 黃橘繁霜垂竹屋

잔설 속에 파랑새는 매화 가지를 흔들 걸세 / 翠禽殘雪拂花梢

기나긴 날엔 공무의 여가도 응당 많으리니 / 簿書永日應多暇

한라산 마주 앉아 천천히 술잔 기울이겠네 / 坐對拏山細酌?

 

나의 동년 이 안무사에게 안부를 묻노라 / 問訊同年李安撫

생각만 하고 못 만난 채 또 새해를 맞았네 / 相思不見又新年

역매는 걸핏하면 강남 소식이 막히지만 / 驛梅動隔江南信

봄 나무로 길이 위북시는 읊을 수 있다오 / 春樹長吟渭北篇

홍막이랑 벽당은 그대의 기상이거니와 / 紅幕碧幢君氣象

만 권 서책의 방은 내가 병을 앓는 곳일세 / 靑編黃卷我沈?

아득히 머나먼 양쪽의 무궁한 생각들을 / 悠悠兩地無窮思

중승에게 말해주어 자세히 전하게 했네 / 說與中丞字細傳

 

 

[D-001]목지(牧之)도 …… 받았거니와 : 목지는 두목(杜牧)의 자이다. 두목이 일찍이 낙양 분사어사(洛陽分司御史)가 되어 낙양에 있을 때, 전 상서(尙書) 이총(李聰)이 자기 집에 빈객들을 초청하여 주연을 성대히 베풀었는데, 두목이 기녀들을 한참 주시하다가 묻기를, “자운(紫雲)이라는 기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누가 자운인가? 그녀를 데려오라.” 하자, 이총은 얼굴을 숙이고 껄껄 웃고, 여러 기녀들은 모두 머리를 돌리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였다. 두목이 스스로 술 석 잔을 연거푸 마신 다음, 낭랑하게 읊조리기를, “오늘 화려한 집에서 화려한 주연을 베풀고, 누가 이 분사 어사를 오라고 불렀느뇨? 갑자기 미친 말 지껄여 온 좌중을 놀래켜라, 두 줄로 에워싼 기녀들이 일시에 머리 돌리네.〔華堂今日綺筵開 誰喚分司御史來 忽發狂言驚滿座 兩行紅粉一時回〕”라고 하면서 의기(意氣)가 방약무인했다고 한다.

[D-002]박망후(博望侯)는 …… 가누나 : 박망후는 한() 나라 장건(張騫)의 봉호이다. 장건이 일찍이 사명을 받들고 서역(西域)에 나갔던 길에 떼를 타고 황하(黃河)의 근원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한 성시(城市)에 이르러 견우(牽牛), 직녀(織女)를 만나고 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사행 길을 의미한다.

[D-003]당일의 …… 강개하지만 : 징청(澄淸)은 깨끗이 다스려 진정시킨다는 뜻으로, 후한(後漢) 때 기주(冀州)에 흉년이 들어 도적(盜賊)이 크게 일어났을 적에 조정에서 범방(范滂)을 청조사(淸詔使)로 삼아 그곳을 안찰(按察)하게 하자, 범방이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손에 잡고는 개연히 천하를 깨끗이 맑히려는 뜻이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D-004]평생의 …… 맡겨두리 : 충신(忠信), 자장(子張)이 행실을 물었을 때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말이 충성되고 신실하며, 행실이 독후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만맥(蠻貊)의 나라에서도 행할 수 있지만, 말이 충성되고 신실하지 못하며, 행실이 독후하고 공경스럽지 못하면 비록 주리(州里)에서나마 행할 수 있으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衛靈公》

[D-005]마읍(馬邑)과 …… 아니던가 : 마읍은 한산(韓山)의 고호로, 집의(執義) 이계정(李季町)이 바로 이색(李穡)의 손자이기 때문에 한 말이고, 화산(花山)은 강음(江陰), 금화(金化), 신녕(新寧), 안동(安東), 홍천(洪川) 등의 고호로, 이 안무사(李安撫使)의 관향(貫鄕)을 말한 것인데, 그의 이름을 알 수 없어 자세하지 않다.

[D-006]용절(龍節) : 금으로 용형(龍形)을 주조한 부절(符節)을 말하는데, 옛날 택국(澤國)에 나가는 사자(使者)에게 이 부절을 주었다고 한다.

[D-007]별은 …… 많으려니와 : 방사(房駟)는 곧 방성(房星)을 가리킨 것으로, 방성이 거마(車馬)를 주관한다는 데서 온 말이다.

[D-008]섬은 …… 있으리 : 봉영(蓬瀛)은 동해(東海)의 신산(神山)인 봉래(蓬萊), 영주(瀛洲)를 합칭한 말이고, 거오(巨鼇)는 큰 자라라는 뜻으로, 발해(渤海)의 동쪽에는 대여(岱輿), 원교(員嶠), 방호(方壺), 영주, 봉래 다섯 신산이 있는데, 이 산들이 조수(潮水)에 표류하지 않도록 천제(天帝)의 명에 따라 금빛자라〔金鼇〕 15마리가 이 산들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곧 제주도(濟州島) 한라산(漢拏山)의 별칭 또한 영주이므로 이를 신산에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D-009]역매(驛梅)는 …… 막히지만 : 역매는 역로(驛路)에 핀 매화(梅花)를 가리킨 것으로, 즉 경성(京城)에만 있다 보니 강남(江南) 지방의 이른 매화를 구경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D-010]봄 …… 있다오 : 위북시(渭北詩),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볼꼬.〔渭北春天樹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친구 간에 서로 헤어져 있으면서 그리워함을 의미한다.

[D-011]홍막(紅幕)이랑 벽당(碧幢) : 홍막은 홍련막(紅蓮幕)의 준말로, () 나라 때 재신(宰臣) 왕검(王儉)의 막부(幕府)를 당시 사람들이 연화지(蓮花池)라 일컬었던 데서, 전하여 재신(宰臣)의 막부를 가리키고, 벽당은 벽유당(碧油幢)의 준말로, 즉 푸른 휘장을 두른 장수의 수레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