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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관어대부(後觀魚臺賦) 서거정 -사가시집 -

천하한량 2007. 6. 15. 00:46

후관어대부(後觀魚臺賦)

 

 

 

내가 일찍이 목은(牧隱)의 관어대부(觀魚臺賦)를 읽고 이 관어대가 천하에 뛰어난 경관(景觀)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직접 한번 보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삼아 왔었다. 그러다가 지금 다행히 이 광릉 세우(李廣陵世祐), 유 문성 계분(柳文城桂芬), 이 전성 인석(李全城仁錫), 김 상산 경손(金商山慶孫), 정 고죽 석견(鄭孤竹錫堅) 등 여러 사문(斯文)과 함께 관어대에 올라서 멀리 조망(眺望)해 본 결과, 과연 경관의 뛰어나기가 의당 동한(東韓)의 제일이라 하겠다. 그래서 읊조리던 나머지에 애오라지 소부(小賦) 한 장()을 이루었으니, 감히 목로(牧老)에게 외람되이 비기려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선생(先生)의 남긴 뜻을 발양(發揚)하기 위한 것이다.

 

무술년 초겨울 어느 날에 / 戊戌孟冬有日

달성자가 손과 함께 관어대 위에서 노니는데 / 達城子與客遊於觀魚之臺之上

관어대는 단양의 해안에 있어 / 臺在丹陽海岸

형세가 매우 우뚝한지라 / 勢甚斗絶

하늘과의 거리는 한 줌이요 / 去天一握

굽어보매 땅은 보이지 않고 / 俯臨無地

하늘하고 물만 서로 연하여 / 天水相連

위아래가 온통 한 빛이라 / 上下一色

아득히 그 몇천만 리인 줄 알 수가 없어 / 渺不知其幾千萬里

도무지 한계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로다 / 而非涯?之可覲也

나는 아득한 선경을 넘어서 / 予方凌汗漫

천지의 원기를 초월하여 / 超鴻?

호탕하게 휘파람을 불고 / 發豪嘯

무지개를 한창 뱉어내면서 / 吐霓虹

동해를 술잔처럼 보는 가운데 / 杯視東溟

천하가 이미 눈 안에 왜소해져버렸고 / 而天下已小於目中矣

훌륭한 손들 자리 가득 앉아 / 嘉賓滿坐

성대히 펼치는 고상한 담론은 / 高談轉雷

또한 우주를 치켜들고 해악을 흔들 만하도다 / 亦可以?宇宙而?海岳者矣

교룡은 이 때문에 자취를 감추고 / 蛟龍爲之遁藏

고래는 끝내 두려워 벌벌 떠누나 / ?遂焉震?

구름 걷혀 해는 맑게 빛나고 / 雲開日晶

바람 순하여 물결이 잔잔하매 / 風恬浪帖

물이 흡사 거울처럼 맑아서 / 水淸可鑑

노는 고기를 일일이 셀 만한데 / 而可數游魚

잔뜩 지친 놈 조금 풀린 놈들이 / ??洋洋

강호에서 서로 잊게 되었으니 / 相忘江湖

이미 각각 제 살 곳을 얻었거늘 / 夫旣得其所哉

어찌 좋은 미끼에 걸릴까 걱정할 것 있으랴 / 復何芳餌之足虞也哉

곁에 동자가 있다가 / 傍有童子

손으로 고기를 가리키면서 / 以手指魚

나를 보고 말하기를 물고기 유는 각가지이니 / 目予而言曰鱗之族非一

저 작은 놈과 큰 놈 / 彼小者大者

지느러미를 드날리는 놈 / ?

꼬리를 흔들어대는 놈 / 掉尾者

배를 삼켜버릴 만한 놈 / 呑舟者

바다를 방종하는 놈이며 / 縱壑者

입을 벌름거리는 놈 / ??

거품을 뿜어내는 놈 / ?沫者

활발하게 뛰노는 놈이 있어 / 有潑剌者

그 천태만상에 또한 각각 명칭이 있으니 / 其爲狀千百而亦各有名

내가 손꼽아 세어 역력히 고할 수 있다 하네 / 吾可屈指以數而告之歷歷也

내가 말하기를 허허 / 予曰?

동자가 바다의 고기들을 손꼽아 셀 수 있다니 / 童子觀魚於海而屈指以數

이런 이치가 있단 말이냐 / 有是理也哉

이런 이치가 없는데 이런 방도를 구할진댄 / 無是理而求是道

동자는 나를 건어물 점포에서 찾으리라 하고 / 童子汝當索我於枯魚之肆矣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 言未旣

정자가 술을 잔에 가득 부어서 / 有鄭子者崇酒于觴

읍하면서 말하기를 강산이 이러하니 / 長揖而言曰江山如此

즐거움 또한 무궁할 것이로되 / 樂亦無窮矣

여기서 술을 안 마심은 무슨 연유냐 하기에 / 而於不飮何以哉

내가 말하기를 옛날 혜자가 호상에서 관어할 제 / 予曰昔惠子觀魚濠上

남화 노선도 그를 따라서 노닐었는데 / 而南華老仙亦隨之

물고기의 즐거움을 / 魚之樂

두 사람이 다 알지 못했고 / 二子不知

두 사람의 즐거움에 대해서 / 而二子之樂

두 사람 또한 서로 알지 못했거니 / 二子亦不相知

지금 그대는 내가 아니거늘 / 今子非我

나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였네 / 焉知我之樂乎

정자가 말하기를 적벽에도 소선의 부가 없거나 / 鄭曰赤壁而無蘇仙之賦

난정에도 일소의 문필이 없었다면 / 蘭亭而無逸少之筆

즐거움이 만족치 못했을 테니 / 樂未足矣

극도로 즐길 수가 있었겠는가 / ?可極乎

지금의 고기 보는 즐거움도 / 今觀魚之樂

난정 적벽의 즐거움보다 덜하지 않기에 / 不減於蘭亭赤壁

제가 이것으로 선생의 즐거움을 알고 / 走以是知先生之樂

선생의 즐거움을 함께하려 한다 하누나 / 而欲同先生之樂也

나는 웃으며 말하기를 자네는 천지 사이에 / 予笑曰子不見夫穹壤之間

크고 작은 만물의 번다한 것들을 못 보았나 / 洪纖巨細萬物職職者乎

각자의 형상 각자의 빛을 지니고 / 自形自色

스스로 울고 스스로 달리고 / 自鳴自走

스스로 날고 스스로 뛰는 놈이 / 自飛自躍者

어느 것이 물 아닌 게 있으리요 / 何莫非物也

허나 오직 어약 두 글자를 / 唯魚躍二字

《시경》에서 읊조렸는데 / 詠於雅章

자사자가 이를 취해 도의 비로 삼았고 / 子思子取之爲道之費

이천은 이를 논하여 활발발지라 했으니 / 伊川論之爲活潑潑地

도체의 밝게 드러난 걸 형용함에 있어 / 蓋形容道體之昭著

이 말보다 더 지극한 게 없기 때문일세 / 莫斯言之爲至

한산자가 부를 지어 그 뜻을 나타내면서 / 韓山子著賦以見其志

중원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한 것은 / 其曰傳之中原者

역시 도를 전하길 스스로 기대함이었으리 / 亦必以傳道而自冀爾

그렇다면 물고기를 보는 즐거움은 / 然則觀魚之樂

바로 고인이 즐거워한 것이요 / 乃古人之樂

나 홀로 즐거워한 것이 아니로다 / 非予之所獨也

아 고인은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없지만 / 噫古人不可復作兮

오직 이 도는 만고 이래 한결같은 것이라 / 惟斯道亘萬古而如一

아 나는 하찮은 존재로 도를 들음은 늦었지만 / 嗟予生之?末兮聞道晩

그러나 이미 고인의 즐거움을 즐거워했으니 / 而然旣樂古人之樂兮

의당 고인과 한가지로 돌아가리라 하였네 / 當與古人而同歸

정자는 수염이 연미처럼 나누인 채 / 鄭子髥分燕尾

매우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 喜深雀躍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라서 / 洗盞更酌

큰 술잔을 나에게 권하는지라 / 浮我以白

서로 술잔을 잡고 조용히 노닐면서 / 相與援北斗而夷猶兮

동방에 달이 떠오르길 기다리노라 / 待東方之月出

 

 

[D-001]무지개를 한창 뱉어내면서 : 시문(詩文) 짓는 재주가 풍부함을 이른 말이다.

[D-002]잔뜩 …… 놈들이 : 춘추 시대 정() 나라 자산(子産)에게 누가 산 고기〔生魚〕를 선사했을 때 자산이 교인(校人)을 시켜 못에 놓아주라고 하자, 교인이 삶아 먹고는 복명하기를, “처음 놓아주었을 때는 지쳐서 펴지 못하다가, 잠시 뒤에는 조금 펴져서 유연히 가더이다.〔始舍之??焉 少則洋洋焉 攸然而逝〕” 하니, 자산이 말하기를, “제 살 곳을 얻었구나, 제 살 곳을 얻었구나.〔得其所哉 得其所哉〕”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萬章上》

[D-003]강호(江湖)에서 …… 되었으니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샘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뭍에 있으면서, 입 안의 습기로써 서로 불어 주고 거품으로써 서로 적셔 주는 것이 강호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것만 못하다.〔泉?魚相與處於陸 相?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한 데서 온 말로, 물고기들의 강호에서의 안락한 삶을 의미한다.

[D-004]배를 …… 놈 : 모두 대단히 큰 고기를 형용한 말이다.

[D-005]동자(童子)는 …… 찾으리라 :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에 있으면서 길 가는 장주(莊周)에게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저를 살려줄 수 있겠느냐고 하므로, 장주가 장차 오월(吳越) 지방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 대주겠다고 하자, 그 붕어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나는 지금 당장 한 말이나 한 되쯤의 물만 얻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엉뚱한 말을 하니,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것이 낫겠다.〔吾得斗升之水然活耳君乃言此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이는 본디 곤경에 처한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사리에 맞지 않는 뜻만을 취한 것이다. 《莊子 外物》

[D-006]옛날 …… 못했거니 :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호량(濠梁)의 위에서 노닐 때,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노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므로, 장자가 다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줄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D-007]적벽(赤壁)에도 …… 없었다면 : 소선(蘇仙)은 소식(蘇軾)을 가리키고, 일소(逸少)는 왕희지(王羲之)의 자이다. 왕희지는 일찍이 난정기(蘭亭記)를 직접 짓고 썼으며, 소식은 적벽부(赤壁賦)를 지었는데, 모두 명문(名文)으로 일컬어졌다.

[D-008]어약(魚躍) …… 했으니 : ()는 도()의 쓰임의 광대함을 말한 것이고, 활발발지(活潑潑地)는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말한 것으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 12 장에, “군자의 도는 비하고 은미한 것이다. ……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이는 도의 쓰임이 위아래에 나타난 것을 말한 것이다.〔君子之道費而隱 …… 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하였고, 그 집주(集注) 정자(程子)의 말에, “이 한 대목은 자사께서 매우 긴요하게 사람을 위한 곳으로, 생동감이 넘친다.〔此一節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고 한 데서 온 말이다.

[D-009]한산자(韓山子)가 …… 것은 : 한산자는 한산군(韓山君)에 봉해진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높여 이른 말로, 이색이 일찍이 관어대부(觀魚臺賦)를 지었는데, 그 서()의 맨 끝에 “위하여 작은 부를 지어서 중원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爲作小賦 庶幾傳之中原耳〕” 한 데서 온 말이다. 이색(李穡)의 관어대부에서는 본디 《중용장구》의 어약(魚躍)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