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려면 리스크를 걸어라
오래 전 대학을 졸업한 두 젊은 여자가 있었다.
한 여자는 ‘신중한 실비아’이고 또 한 사람은 ‘대담한 메리’라고 한다.
둘은 친구 사이로 함께 성공을 꿈꾸며 월가로 진출하여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두 사람이 보유한 자산 상황은 거의 비슷했고, 직장에서의 월급과 지위도 비슷한 속도로 올라갔다. 실비아는 이윤이 보장되는 은행예금 같은 곳에 돈을 맡기고 싶어 했다. 한편 메리는 얼마 안 되는 자본이 목돈으로 불어나도록 리스크를 걸겠다는 각오였다. 두 사람은 각각의 전략을 실행했다.
1년 후 실비아의 자본은 손실 없이 이자가 붙어 있었고 메리는 회오리 같은 주식시장의 승부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주식가치가 구입가격에서 약 25%나 떨어진 것이다. 메리를 만난 실비아는 친구의 불행을 보며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돈을 1/4이나 잃다니!”
그러나 메리는 초보답지 않게 투자가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손해를 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얻은 것도 있어.” 그녀는 친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실비아, 난 지금 모험을 즐기고 있어.”
모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를 느끼게 한다. 모험을 원하면 스스로를 리스크에 노출시켜야 한다. 우리는 돈을 은행에 맡기는 실비아의 결정에 박수를 칠 수 없다. 연초에 은행에 100달러를 맡기면 연말에 은행은 109달러를 돌려준다. 그럭저럭 괜찮지만 얼마나 따분한 방식인가.
9달러의 이자 수입에서 세금공제 후 남는 돈은 인플레의 리스크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것이지만, 이 방법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월급 역시 부자가 될 수 없는 돈이다. 생활을 월급에 의존한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기껏해야 먹을 거리를 구걸하지는 않을 가능성만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세상의 냉엄한 진실이 여기에 있다. 당신이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다면, 가난한 계층에서 부자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리스크를 거는 일이다. 물론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투기를 하면 부자가 되기 전에 먼저 가난뱅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세금에 쫓기고 인플레에 휘둘리는 봉급생활자의 삶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지금보다 다소 가난해진들 얼마나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실비아와 메리의 이야기는
돈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5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실비아는 자신이 보유한 모든 여유자금을 예금, 채권 및 그 밖의 도피처에 맡겨 두었다. 채권은 은행금리가 상승할 때 자산가치가 상당히 상실되었고, 예금은 원금을 유지했지만, 두 자릿수 인플레가 그녀의 구매력을 크게 잠식했다.
이혼 후 혼자 사는 그녀는 60살이 되어 연금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일을 계속해야 한다. 아마 굶는 일은 없겠지만 새로운 구두 한 켤레를 사는 데도 많은 갈등을 겪을 것이고, 침실이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에서 인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한편 메리는 부자가 되어 있었다. 리스크를 걸어 처음에는 손실을 보았지만 그 후의 리스크는 기대대로 성과를 낳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식이 활황일 때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금 투기에 의한 것이었다.
혼자 사는 그녀는 자택과 별장, 그리고 카리브해에 작은 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으로 보내는데 비행기 좌석은 퍼스트클래스이다. 매년 주식 배당액이 일에서 받는 연봉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돈을 불리고 관리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몇 년 동안 메리에게는 밤잠마저 설치게 만드는 걱정의 씨앗이 되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그 대가로 얻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역사상 가장 탁월한 투기가 제시 리버모어는
“걱정과 가난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난 걱정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돈의 제1의 원리를 적절히 표현해 주고 있다. 부자가 되려면 리스크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라면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충분한 리스크를 걸지 않은 것이다.
욕심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아마추어는 어기적거리며 들러붙어 게임에 오래 매달린다. 그리고 결국 손해를 본다. 포커 판의 초보자도 그렇게 행동한다. 그 원인은 과욕에 있으며 돈의 제2원리는 그런 과욕에 대한 것이다. 만일 과욕을 극복하고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경쟁자보다 훨씬 탁월한 투기가가 될 것이다.
스위스 은행가는 ‘항상 이르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이득을 챙기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일련의 행운이 피크에 도달하기 전에 현금화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일련의 승리에서 최후의 한 닢까지 짜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앨리스와 해리는 40대 중반의 전형적인 중산층 부부이다. 1970년대 초반 그들은 날로 번창하는 코네티컷 주의 페어필드로 이사하여 무리를 하며 집을 구입했다. 돈의 제1의 원리를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이 투자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페어필드의 부동산 가치는 1970년대에 눈부실 만큼 상승했다. 1980년대 초 그들의 주택가격은 구입당시 가격의 세 배 정도 상승하였다. 매각할 때가 왔다. 아이들은 독립했고 그들은 더 이상 큰 집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택할부를 이용했기 때문에 주식이나 상품선물을 신용거래로 구입한 것과 같은 효과에 의해 투자 원금은 여섯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러나 과욕이 그들을 덮쳤다. 더 높은 상승을 기대하며 그들은 집을 계속 보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만약 우리 집이 열 배로 뛰어오른다면 우리는 억만장자가 되리라 생각했죠. 또, 우리에게 이 집을 산 사람이 다시 세배를 받고 팔게 된다면 억울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은 팔지 않았다.
머지않아 피크가 찾아왔고 그들은 절벽에서 굴러 떨어졌다. 미국의 다른 교외 지역들처럼 페어필드의 부동산 시장은 붕괴했다. 그들이 뒤늦게 집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그들의 집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1년 동안 내 놓았는데 구입희망 건수는 단 한 건뿐이고 금액은 충격적으로 낮은 가격이었다. 애초에 투자원금을 은행에 맡기는 편이 훨씬 나았을 듯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들은 깨달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돈의 제2의 원리를 실행하는 게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힘든 점은 후회의 공포로부터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번 매각한 주식의 가격은 되돌아보지 마라.’ 월가의 오랜 가르침은 그렇게 전하고 있다. 이 경고는 돈 불리기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한탄의 발작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아픔은 나도 충분히 경험했다. 중동 원유를 한 주당 31달러에 팔았는데 1년 후 60달러가 되었다. 언젠가는 IBM주식을 70달러에 1,500주를 팔았는데 며칠 만에 130달러로 급등했다. 뭐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는가.
스스로를 고문하지 마라. 이런 결과를 우울해 하는 대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이득을 챙김으로써’ 예상이 적중했을 때의 자신을 축하하는 게 훨씬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확실하게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게임이 있다. 예를 들어 육상경기에서 주자는 1마일의 레이스를 달려가면 거기가 목표지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금메달을 하나 더 따고 싶다고 다시 1마일을 달려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모든 에너지는 1마일 안에서 소모되어야 한다. 골인 테이프가 끊어지고 승자의 이름은 기록에 남겨진다. 모든 것이 끝이다.
한편 도박이나 투자세계에서는 그런 명백한 목표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카지노가 폐업을 하거나 회사가 도산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투기에서 끝은 자신이 결정해야만 한다.
끝을 결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사람들은 그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은 훌륭한 투자가가 되려면 반드시 마스터해야 하는 테크닉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1천 달러를 가지고 금 투자를 할 예정이라면, 당신 스스로 절제된 목표를 세워야 한다. 2년 간 두 배를 만들어 2천 달러를 만들겠다거나, 혹은 1년 만에 1천5백 달러로 늘려보자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이 목표다.
레이스 도중에도 목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끝내야 한다.
배가 가라앉는데 기도하지 마라
돈의 제 3의 원리는
투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당신을 구해줄 가르침에 관한 것이다.
곤경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아는 투자가는 많지 않다.
용기와 더불어 면도날 같이 예리한 정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83년 미국 트레이딩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마틴슈워츠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패배하는지를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커에서 아마추어는 유리한 카드가 자신에게 오도록 기도하지만 프로는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궁리한다.
많은 투기가들이 다른 어떠한 실패보다도 큰 수업료를 내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리지 못했을 때다.
“하락하는 투자대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최악의 고통.”이라고 수잔 가너는 말한다. 풀타임으로 투자에 전념하는 그녀는 현재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필요한 테크닉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렸다. 특히 손해 보는 방법을 배우는데 말이다.
초기의 투자에서 그녀는 교외에 위치한 어느 작은 오피스텔의 분할소유를 위해 2만 달러를 지불했다. 그 빌딩은 활기가 없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당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고속도로계획과 그 밖의 경제적 요인에 따라 누가 보아도 앞으로 이 지역은 상업중심지로서 번영할 게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실현되면 그녀의 오피스텔을 비롯한 모든 부동산 가격은 급등할 것이다. 수잔 가너의 투기는 전도유망해 보였다.
그러나 자주 그렇듯이 계획은 연기되었다. 첫 발표에서는 계획이 1년 정도 연기될 것이라고 했다. 그 후 2년 내지 3년으로 수정되더니 결국 5년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주 정부는 진실을 이야기했다. 고속도로는 언제 건설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일련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투자의 열기는 식어갔다.
오피스텔의 가치가 하락함을 느낀 그녀는 매각을 생각했다.
“첫 발표가 있었을 때 제 지분을 사려는 사람은 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팔면 손실이 날게 뻔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그리고 고속도로 건설이 2년, 3년 연기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한 변호사가 그녀의 지분을 1만5천 달러에 구입하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 그녀는 투자액의 25%를 잃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계획이 무기한으로 연기되자 가격이 급락해 버렸다. 변호사는 그녀에게 1만 달러를 다시 제안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수잔 가너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녀의 투자가 고전하고 있을 때 다른 투기 찬스가 손짓을 했다. 어느 친구가 19세기 우표를 싼 값으로 판다기에 그녀는 거기에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피난처를 찾지 못한 2만 달러가 그녀 자산의 대부분이었다.
“결국 결정했어요. 그런 식으로 돈을 묶어두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7천5백 달러에 오피스텔 지분을 매각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수잔 가너는 제3의 원리를 배웠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면, 기도하지 말고 뛰어내려라.
표현에 주의하기 바란다. ‘침몰하기 시작하면’이다. 배가 반쯤 물에 잠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이 조언은 주식처럼 매일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주가가 자신이 보유하는 동안에 기록한 최고치보다 10~15% 하락하면 매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 투기가는 비슷한 원칙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른 시기에 손실로부터 탈출하라는 것이다. 작은 손실을 냄으로써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측가의 오류에 휘둘리지 마라
저명한 경제학자 레빗 박사는 “예측가가 되기는 매우 간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스물 다섯 개의 예측을 내놓고 그 중에 들어맞은 것 하나만 이야기하면 된다.” 많은 예측가들이 이렇게 솔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속으로는 그의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경제학자, 시장분석가, 정치예측가, 미래예측가 등 모든 예측 종사자들은 이 기본적인 룰을 아주 자세히 알고 있다. 유명한 예측가에게 현혹되는 일은 간단하다. 예측에는 최면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돈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년에 걸쳐 몇 가지 들어맞는 예측을 한 예측가는 터무니없이 많은 신봉자를 매료시키고 신봉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예측가의 예측은 저절로 실현되어가는 경우까지 만들어내게 된다.
주식시장의 예측가인 조셉 그란빌의 경우가 그랬다. 1980년대 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예측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가 주식이 오른다고 하면 신봉자들이 거기에 맞춰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식이 오르고, 떨어진다고 하면 신봉자들이 주식을 팔기 때문에 주가가 실제 떨어지는 식이었다.
1981년 그란빌은 모든 주식을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이 유명한 경고가 발표된 다음 날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월가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표시했다. 그란빌의 예측이 자기실현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 그의 권고에 따르기만 하면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1981년 그란빌은 9월 28일 월요일에 다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금쪽같은 예측을 날렸다. 많은 투기가들이 이것을 근거로 주식을 매각하고 풋옵션을 구입했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는 그 날 사상 최고의 상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날 유럽과 일본의 시장도 동반 상승했다.
그란빌의 추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란빌도 다른 인간처럼 맞추는 때도 있으면 틀리는 때도 있다.
단지 맞추는 때가 더 부각되었을 따름이다.
돈의 세계의 예측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의 한 가지는
인간의 행동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플레율이나 다우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치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처럼 말한다. 전문가는 당연하다는 듯이 현상이 예측대로 일어날 것이라고 환상을 펼쳐놓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돈에 관한 모든 현상은 인간 행동의 발현이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은 인간의 감정을 거대한 엔진으로 삼아 움직인다. 주가가 상승하고 하락하는 원인은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과 느낌에 있다. 특정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회사의 결산이나 장래성이 객관적으로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장래성이 밝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GNP, 주택건설률, 인플레율 등 경제전문가들이 다루기 좋아하는 경제지표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인간이 벌여놓은 것들이다. 즉, 완전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스위스 은행가가 가르쳐주는 돈의 원리가 설명하듯이 사람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 돈의 세계에 관한 예측이 모든 인간의 행동들에 관한 것인 이상, 그런 예측을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돈에서 질서를 찾지 마라
월가의 투자신탁 계약을 생각해 보자. 대중의 막대한 자금이 모아져 초특급 프로페셔널에 의해 운용된다. 이들 펀드매니저들의 학력은 눈부시게 화려하고 연봉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시장 데이터나 금융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 등 고가의 장비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만약 무질서 속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주식시장의 공식을 개발해 낼 수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벌써 공식을 완성시켜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식은 그들을 효과적으로 따돌렸다. 여기에 슬픈 현실이 존재한다. 투자신탁의 펀드매니저는 여타의 투자자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은 이 마법의 공식을 인내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그들은 어딘가 공식이 존재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과 나는 그들이 공식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그런 공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일 질서의 환상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근처 도서관을 찾아가서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론을 펼쳐보면 좋을 것이다. 아마 당신은 다종다양한 투자관련 서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화폐, 우표수집, 주식, 채권, 금 등 리스트는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 책들의 특징을 주목하기 바란다. 대부분은 책에 기술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그들 나름대로 해석한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했을 것이고, 쓰여 있는 방법대로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만든 질서의 환상에 이용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실은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아 부자가 되었을 따름이다.
아무리 애매해 보이는 돈벌이 방식도 단지 운이 좋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떠한 방법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스위스 은행가가 가르쳐주는 돈의 원리는 운이야말로 투기의 성공이나 실패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점을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있다.
운의 역할은 두 사람의 전문가가
정반대의 조언을 제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월가에서 3년 만에 두 배 버는 법』이라는 책을 쓴 루이스 오웬은 주가가 과거 12개월 동안 최고치에 접근했거나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은 그 탄력이 계속 유지되어 그 후로도 상승을 이어간다는 논리이다.
한편 『고가와 저가 이론』이라는 책을 쓴 사무엘 그린필드는 과거 12개월 동안 최저치에 근접했거나 최저치를 기록한 종목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가는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하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최저치에 접근한 주식은 오를 차례만 남았다는 논리다.
두 전문가의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은 어느 쪽도 옳지 않다.
진실은 당신에게 운이 따른다면 오른다는 점이다.
옛날 캐롤라인 오테르라고 몬테카를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춘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악당 같은 남자에게 끌려 전설적인 도박 리조트에 왔다. 남자는 테이블에서 돈을 다발로 잃은 후 그녀를 내 버렸다.
그녀의 손에는 현재의 달러로 치면 약 100달러에 해당하는 20프랑 짜리 지폐 두 장이 남아 있었다. 절망적인 심정에 몰린 그녀는 룰렛 판으로 다가가 마지막 지폐 두 장을 빨간 쪽에 걸었다. 룰렛에서 빨간 쪽이나 검은 쪽에 돈을 건다는 것은 반반의 승산이 있는 동전던지기와 같은 승률이 나온다. 이기면 돈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결과를 보는 게 두려워 승패가 결정되기 전에 돈을 놔둔 채 테이블을 떠났다. 그 후 빨강이 스물 여덟 번 연속으로 나왔다. 룰렛 측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버려졌던 소녀는 부자가 되어 순식간에 몬테카를로의 여왕으로 변신했다.
“사람에게는 운이 따를 때가 있다.” 도박꾼들은 말한다. “해야 할 일은 운이 왔을 때 미친 듯이 돈을 거는 것이다.” 일화는 아무것도 증명해 주지 못한다. 증명한 것은 승리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뿐이다.
만일 당신이 룰렛에서 빨강에 돈을 걸었는데 세 번 연속해서 빨강이 나오면 그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장래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단 말인가.
스물 여덟 번 연속 승리의 시작일까?
판돈을 늘려야 한다는 신호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다가 무일푼이 되어 카지노를 나오는 것이다.
질서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분석을 통해 승산이 높아 보일지라도
투자만큼은 운이라는 압도적으로 큰 존재를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당신은 변함 없는 카오스와 항상 마주하고 있다. 그 사실만 놓치지 않고 경계를 계속하는 한, 당신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곳에 매달리지 마라
뿌리를 내린다는 말은 어딘가에 정착하거나 한 군데에 집중한다는 의미로서 상당히 긍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 점에 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해석해야 한다.
만일 자산운용에 있어서 뿌리를 내려버리면 그만큼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익숙하고 편안한 상태에 매달릴수록 투기가로서의 성공은 없다.
같은 집에 20년 간 살던 중년 부부가 있었다. 20년 동안의 주택대출금상환도 끝났고 이제 집에 걸린 담보는 하나도 없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그렇듯이 이 집이 그들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아이들도 모두 자라 독립하여 지출이 줄어들었기에 그들은 집을 투기에 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어느 날 친구가 이들 부부에게 집을 매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경제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낡아갔고, 어느 덧 쓸쓸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근처에는 외지인이 부동산 사업을 하려고 이들 부부의 집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집의 모양새가 대학생들의 기숙사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 외지인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것을 부부에게 권유했다.
그러나 그들은 매각할 결심이 서지 않았다. 20년 간을 살아온 집에 애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길러낸 크고 오래된 집에는 수많은 추억이 묻혀 있었다. 그들은 집이 기숙사로 쓰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오랜 이웃들도 집을 팔지 말라고 부부를 만류했다.
결국 두 사람은 거기에 남게 되었다. 마을은 계속 쇠퇴해 갔다. 그런데 집을 팔지 말라고 권유하던 이웃사람들의 집은 한 채 두 채 매각되어 넘어갔다. 부부는 마침내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집은 쉽사리 팔리지 않고 있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있었다.
애착심인지 돈인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애착을 갖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값이 하락하는 집이나 땅에 대한 집착은 불행만을 부를 뿐이다. 주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회사의 주식을 언제 매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는 결코 알 수 없다. 다만 애착심 때문에 매매의 의사결정에 방해를 받아서는 곤란하다.
익숙해진 세계를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차로 갈아타야 하는 두려움을 못 이겨 새로운 정착을 시도할수록 투기의 성공은 멀어진다. 최적의 기회라는 확신이 섰다면 주저 없이 결단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냉정함만이 당신의 부자목표를 앞당긴다.
설명할 수 있는 직관은 의지해도 좋다
부동산투기를 하는 한 여자가 직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녀는 메인 주 해안 근처에 있는 오래된 집을 개조하여 매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구매희망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그녀가 설정한 가격보다 약간 낮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그녀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비가 내리는 어느 새벽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그 구매희망자의 제시액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해안 근처에 있는 낡은 집들의 시장가격이 조만간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직관을 믿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자신이 떠올린 직관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저장고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부동산의 가격동향을 알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역신문을 몇 가지 구독하고 있었고 부동산업자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뉴스위크 등의 잡지를 구독하면서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메인 주 연안의 주택가격에 대해 평소부터 막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고, 정보의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의 머릿속에 축적되고 있었다. 완전히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거대한 무의식의 데이터뱅크에 정보가 집적되어 각각의 관계가 구축되면 복잡한 직관이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마침내 그녀는 직관을 믿기로 했다. 약 1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것은 너무나도 올바른 결정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직관을 느낄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직관을 만들어낼 만한 거대한 데이터의 저장고가 당신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 가격에 관한 직관이라면 귀금속 시세뿐만 아니라 그 밖의 경제 동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까지 많은 지식을 흡수해 왔는지 자문해야 한다.
직관이 사람에 관한 것이면, 그 사람의 성격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그를 알고 지내왔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직관이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확고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직관이 느껴지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직관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강하게 바랄 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버릴 때가 있다. 당신이 미술전을 관람하다가 트래시워시라는 무명 예술가의 그림을 몇 장 샀다고 하자.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현장에서만큼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돈만 낭비했다는 불쾌한 목소리가 귓가를 속삭였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인 느낌은 강력한 직관의 번개로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다. 직관은 말한다. ‘트래시워시는 언젠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거야. 세계적인 수집가들이 그의 그림을 구하기 위해 소동을 벌일지도 몰라.’
이런 직관은 따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는 희망하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직관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직관이 모두 엉터리라는 뜻은 아니다.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그것을 검증해 보고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경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신이 돈 버는 일에 신은 무관심하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목사님이 가끔 저녁을 드시러 오시곤 했다. 어느 날 밤, 목사님은 흥분이 되어 있었다. 하느님이 그의 교회에 엄청난 기회를 내려주신다는 것이었다.
신도 중의 한 사람인 어느 노신사가 기후가 좋은 지방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노신사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2에이커 정도의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사를 가기 전에 그는 땅을 매각하길 원했다.
그래서 이별의 선물로서 오래 전 구입할 때와 같은 금액으로 넘겨 줄 수 있다고
목사님에게 제안했다. 목사님은 감격했다.
노신사의 땅이 있는 지역은 택지로서 호평을 받는 곳이었다. 바로 매각을 해서 차익을 만들거나, 길을 만들어 4에이커씩 나누어 매각하면 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의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참 기쁜 일이라고 목사님께 말했다.
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즉석에서 큰돈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대개 속임수인 경우가 많다고 충고했다. 목사님은 웃었다. 이것은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이다. 신은 때때로 우리에게 벌을 주지만 선물을 주실 때도 있는 법이다. 목사님은 전혀 염려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에 아버지와 나는 이야기의 결말을 듣게 되었다. 목사님의 요청으로 신도들은 부동산 구입을 결정했다. 그 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도 설립되었다.
위원회는 토지를 분할해서 매각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장과 목사님은 필요한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시청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날벼락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그 토지는 문제가 있는 땅이라는 것이었다. 표면이 충분히 건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파들어 가면 완전히 습지라고 했다. 그 이유로 그곳은 지금까지 개발된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교회가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기도를 한들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이 자신의 지갑 속까지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태도다. 적어도 돈에 관한 한 신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당신의 문제다.
나는 컨트롤 데이터의 주식을 수백 주 갖고 있었다. 60달러씩에 컨트롤 데이터의 주식을 구매했다. 주가는 극적으로 상승을 이어갔다. 내가 당초에 계획했던 매각 가격인 120달러에 가까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나는 재미 삼아 타로 카드로 점을 쳐보았다. 내가 얻은 답변은 컨트롤 데이터의 주식에는 영광스런 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청산 시점에 도달하면 게임을 그만둔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깨트린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타로카드가 나를 사로잡았다. 주가는 이미 120달러를 넘어섰지만 나는 팔지 않고 계속 관망하며 기다렸다. 이 광란의 주식은 155달러까지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그쯤 되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주가가 155달러를 기록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카드 점을 쳐보았다. 이번에는 무서운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괘가 나왔다. 나는 매각을 즉시 실행으로 옮겼다.
컨트롤 데이터의 주식은 169달러까지 상승한 뒤 급락을 시작했다. 계속 보유하고 있던 사람에게 그것은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타로카드가 나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랬던 것일까. 나의 행운이 실제로 카드의 마술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동안 일어난 일들은 몇 번인가의 행운이 겹쳐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똑같은 운을 기대하는 것은
나를 경제적인 파멸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
부자는 건강한 비관주의자들이다
희망이라는 감정 자체는 우리에게 피해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나는 잘 터득하여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린다.” 실제로 이런 긍정적인 자세가 없다면 투기활동을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특정한 투자에 응용할 경우에는 낙관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신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는 아마추어의 호주머니를 빈털터리로 만들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맞벌이 부부인 샘과 주디는 결혼 초기부터 여유자금으로 리스크를 걸기 시작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대한 토지개발계획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개발회사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도로가 건설되고 배관시설도 일부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의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금을 확보하려는 개발회사는 미개발 토지의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중심에서 떨어진 토지가 개발이 완료된 중심부의 토지에 비해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매매되기 시작했다.
샘과 주디는 이 흥미로운 개발예정지를 조사해 보았다. 모은 돈을 대부분 투입해야 했고 중심에서는 약간 떨어진 곳이었지만, 어쨌거나 이 토지를 구입하여 다시 매각하면 단기간에 돈을 두세 배로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계획대로 도로가 건설되고 그 지역에도 배관이 깔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은 리스크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도산할지도 모른다. 주주가 개발중지에 찬성하여 회사 자금은 민들레 씨앗처럼 이리저리 흩어질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샘과 주디의 토지는 그들이 지불한 할인가격보다도 가치가 떨어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머지 인생 동안 그 땅에 자신들의 돈을 묻어둔 채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리스크는 걸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낙관적이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곳에 돈을 배팅하는 것은 모든 투자의 기본이다.
그런나 샘과 주디는 기본적인 오류를 범했다. 충분히 비관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카드가 자신들의 기대와는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투자든 가격이 떨어질 때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은 항상 있다. 즉시 매각을 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는 것이 바로 건전한 비관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샘과 주디도 개발된 구역에서 가까운 토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 토지는 개발회사가 약속을 못 지키게 되더라도 스스로 개발을 추진하여 매각이 가능한 택지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만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지만, 최소한 빠져나올 수는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들은 우울한 가능성 대신 낙관적인 기대 쪽에 돈을 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람이 비상구 없는 모험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개발회사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약속했던 도로도 배관도 없다. 낙관에 배신당한 샘과 주디는 자신들을 평생 옭아맬지도 모를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전설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밧줄로 묶어 사이렌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방어책도 낙관주의자의 노래 앞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 결국 인간에게는 노래를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내면의 나침반이 낙관주의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뿐이다. 어느 순간 낙관적인 기분에 휩싸인다면 그 좋은 느낌이 사실에 근거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 보라. 적어도 절반은 정당화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큰 이익을 원하거든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라
사물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차원에서 데카르트를 따를 자는 없다. 데카르트는 스스로 검증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믿기를 거부했다. 이것이 그가 도박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데카르트가 되풀이한 말은, “도박에서 이기는 비결은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라.”는 것이었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진실을 의심하고, 다수의 의견에 동요되지 말라는 뜻이었다.
당신이 투자가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 난해하고도 통찰력을 지닌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대와 같은 민주적인 시대의 민주국가에서 사는 우리들은 다수의 의견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면, “그래? 알았어.”라고 곧바로 수용한다. 우리의 사고가 떠밀려 움직이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세는 자산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경제학자나 은행가, 증권회사, 투자자문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바로 이런 태도가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진실은 많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몇 안 되는 사람에 의해 발견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견은 투자대상과 투자시기를 결정할 때 특히 성가시다. 현명한 많은 투기가가 다수의 생각에 떠밀려 손해를 볼 경우가 있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주식을 사는 최적 타이밍은 언제인가, 물론 주가가 쌀 때일 것이다. 그리고 주식을 팔아야 할 최적의 시기는 당연히 주가가 높을 때이다. 일반적인 원리의 차원에서 볼 때, 주식처럼 가격이 변동하는 투기대상은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가치를 못 느끼면 가격이 떨어진다.
사야할 때는 다수의 사람들이 사지 말라고 할 때이다. 파는 타이밍은 정반대다.
많은 구입자가 강하게 원하고 있을 때는 투기대상의 가격이 상승한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지금부터 약 20년 전 세계의 자동차업계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다수의 의견은 지금 자동차업계는 수렁에 빠졌고 당분간 거기에서 헤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주식은 비참하게 곤두박질쳤다. GM 주식은 과거 20년 동안 가장 싼 34달러에 매입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포드 주식은 이 기간 동안 11달러면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사람들의 대승리였다. GM주식은 1982년 중반에 34달러 정도였는데, 1983년에는 80달러로 폭등했다. 포드 주식은 4배 이상 치솟았다. 업계의 침체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았다. 돈을 번 투기가는 대중의 말을 무시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한 사람들 이었다.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으면 바꿔라
최근 몇 년 동안 시어즈 로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시카고 대학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때 시어즈 주식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항상 대학에 관대했고, 자회사인 백과사전 출판사 브리태니커를 통해 시카고 대학의 고갈된 금고에 상당한 수입을 채워주었다.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시어즈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언젠가 자신이 투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 여자가 이제 마흔이 되어 마침내 투자를 위한 여유자금으로 시어즈의 주식을 사기로 결심한 것이다.
투자란 돈을 벌기 위한 행위라는 사실만 망각하지 않는다면
그녀와 같은 소신으로 투자처를 선택하는 것도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니다.
여자는 처음에는 시어즈의 주식을 조금만 구입했다. 하지만 주식은 애석하게도 그녀의 따뜻한 온정에 보답해 주지 않았다. 시어즈를 포함하여 대규모 소매회사들의 주가도 나란히 급락했다. 제 3의 원리에 어울리게 그녀는 주식을 매각하고, 20퍼센트 정도의 손실을 감당했다. 그녀는 돈을 은행에 예치했다.
주가는 1년 간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매각한 수준을 넘어서며 상승을 계속했다. 그녀는 당혹스러웠고, 화도 났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분노는 강해졌다. 이 일로 그녀는 시어즈가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목을 잡아 비틀어서라도 그녀는 주식으로 잃은 돈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증권회사에 곧장 전화를 걸어 시어즈의 주식을 다시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몇 년이 흘러갔다.
하나의 투자대상에서 이익을 뽑아내겠다는 집착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다른 투자처에 대한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시어즈 주식만을 쫓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투자의 올바른 방법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런 행동은 초보 투자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경험이 풍부한 투기가조차 때로는 강한 미련에 사로잡혀 하나의 투자대상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으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거기에서 반드시 본전을 뽑아내겠다고 벼를 때가 있다.
그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도대체 어떻게 주식이 우리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빚을 받아야 한다는 발상은 앞서 기술했듯이 투자대상의 의인화에서 온다. “주식이 나에게서 돈을 빼앗아갔다. 그러니 토해낼 때까지 쫓아가겠어!”
이것과 유사한 것이 보복의 감정이다. 이런 감정의 혼란을 극복하는 게 투자가로서는 고된 정신수양처럼 힘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는 틀림없다.
부자는 계획보다 대응을 중시한다
노부부인 조지와 마사는 이제 노쇠하여 은거생활을 하고 있지만, 거의 파산에 가까운 상태에 있다. 만일 장수를 한다면 완전히 파산하여 무일푼이 될지 모른다. 그들의 장기계획은 기대한 결과를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혼 초, 그들은 나이가 들어 퇴직한 후에는 연금과 사회보장으로 월 700달러씩 연간 8,400달러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로서는 만족스러운 소득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의 월 700달러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허름한 아파트를 빌려 사는 생활비에 지나지 않는다. 식비, 의료비, 피복비 등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조지와 마사의 장기계획 속에는 노후를 위한 아담한 주택구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계획상 65세까지 2만 달러는 모을 필요가 있었다. 1940년대에 2만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면 널찍한 집을 두 채 사고 고급 차를 한 대 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계획에는 2만 달러가 지금은 오두막 한 채 사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라는 예상은 들어 있지 않았다.
1960년대에 조지는 직업을 잃었고 연금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오랜 구직활동 끝에 가까스로 새 직업을 찾았지만, 적금을 해약해야 했다. 그들은 초라한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콩 통조림만 먹는 날이 많았는데, 자신들의 인생이 왜 그토록 추락했는지 한탄하며 시간을 보냈다.
조지와 마사는 계획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살았다. 그들의 삶은 계획에 뿌리를 내린 것이었다. 조지는 평범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유망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조지는 머뭇거렸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마사는 자신들의 달콤한 계획으로 도망을 쳤다. 리스크를 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계획은 그들에게 노후의 멋진 집과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는 소득을 약속하고 있었다. 한 마리의 새가 이미 손 안에 있는데 어째서 덤불 속의 두 마리를 찾아 헤매야 한단 말인가. 이런 장기계획에 따라 그들은 스스로를 속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새가 날아가 버리는 상황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은 일생에 걸친 ‘질서의 환상’이다. 경제학자나 투자자문처럼 ‘20년 계획’ 같은 것을 파는 사람은 누구나 돈의 세계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천천히 예상대로 변화하는 질서를 지닌 세계처럼 이야기한다.
그들은 오늘의 트렌드를 관찰하여 그 경향을 미래로까지 확장함으로써 공포와 안심을 적절히 분배하며 결론을 이끌어낸다. 모든 이치는 질서정연하니 서둘러 장기계획을 짜라고 몰아붙인다.
희망에 넘쳐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돈의 세계는 한정된 의미에서만 나무의 성장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향을 연장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엉터리다.
지금의 경향들 중 몇몇은 향후 20년 동안 의심할 여지없이 소멸하거나 혹은 정반대로 변할 것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완전히 새로운 경향이 나타날 것이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 계획을 세우려 들지 마라. 그리고 당신을 위한 장기계획을 타인에게 세우게 할 필요도 없다. 장기계획은 당신의 인생을 훼방만 놓을 것이다. 대신 베짱이처럼 홀가분해질 필요가 있다.
미래의 알 수도 없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문제들을 정리하기보다, 사태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대처하는 것이다. 기회가 보이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위험이 보이면 도망치면 된다.
돈에 관한 한, 당신에게 필요한 유일한 장기계획은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뿐이다.
<막스 귄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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