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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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관용 표현 가운데는 숙어말고도 속담이 있다. 숙어와 속담 사이의 경계가 흐릿할 때도 있다. 속담(俗談)은 글자 그대로 속된 말이다. 그러니까 속담은 민중의 말, 여항(閭巷)의 말이다. 거기에는 민중의 지혜, 길거리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 지혜와 철학은 은유나 직유 같은 비유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그 비유는 속담이 생성된 시기에는 기발하고 참신한 것이었겠지만, 그 속담이 널리 알려진 후대 사람에게는 낡고 진부해 보이기 쉽다. 그래서 속담은 상투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물론이고 현대 소설가들이 자기들의 작품 속에서 속담을 구사하는 걸 꺼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예컨대 입담에 이끌리는 풍자 소설이나 세태 소설 같은 경우, 적절히 인용된 속담은 정곡을 찌르는 야유의 힘으로 작품을 풍부하고 기름지게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격언의 경우와는 달리, 속담의 작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생성된 시기도 대부분 확실치 않다. 그것은 민중의 격언, 민간의 격언이다. 그래서 속담은 다른 말로는 이언(俚言), 속언(俗諺), 이언(俚諺), 세언(世諺), 속어(俗語)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민족의 속담들처럼 우리의 속담도 이미 상고(上古) 시기부터 생성되기 시작했겠지만, 그것들이 본격적으로 수집 채록된 것은 17세기 사람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 에 와서였고, 문학 작품 속에 풍부히 인용된 것도 그 즈음에 와서다. [춘향전] 같은 작품은 당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입에 담았던 속담들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하다.
같은 생생한 관용 표현들이 [춘향전] 에 나오는 속담의 일부다. [흥부전] 의 앞부분에 나오는 놀부의 행태도 심술궂고 몰인정한 짓을 표현하는 속담으로 널리 인용된다.
속담에 민중의 지혜가 담겼다고 할 때, 그 지혜는 민중의 간교함이나 사악함이나 천박함 같은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서 속담들은 흔히 편법적인 처세나 사회적 소수파에 대한 증오 같은 반도덕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외국의 속담이라고 해서 안 그런 건 아니지만, 장애인이나 승려에 대한 편견과 멸시는 한국 속담에 아주 흔히 등장한다. 성(性)과 관련된 표현이 많은 것도 우리 속담의 특징이다. '과부집 가지밭에는 큰 가지가 없다.'는 속담은 봉건 시대 여성들의 성적 욕구 불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성이 주제가 아니면서도 성기를 등장시키는 속담도 많다. 예컨대 불운한 일을 연속으로 당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국 쏟고 xx(여성의 성기) 덴다.' 라는 속담이나, 도저히 되지 않을 일을 어설프게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가랑잎으로 xx(여성의 성기) 가리기' 같은 속담이 그 예다. 우리 속담과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속담들이 많은 고유한자어(한국 한자어)의 기원이 됐다는 점이다. 최초의 본격적인 속담집을 포함하고 있는 [순오지]에 채록된 속담들이 이미 한역(漢譯)의 형태를 띠고 있거니와, 그 뒤 이덕무의 [열상방언(洌上方言)]이나 정약용의 [이담속찬(耳談續纂)], 저자 미상의 [동언해(東言解)] 같은 저술들에 우리 속담이 한역돼 있다. 이 한역 속담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관용 표현이므로 고유 한자어에 포함시킬 수 있다. 예컨대
같은 한자 숙어들은 한국제 한자어들이다. 번역되기 전의 우리 말 속담 형태가 명확히 남아 있지 않은 결자해지(結者解之) 같은 한자 성어도 마찬가지다. 자료출처 : 한겨레 고종석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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