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詩/ 김순남
어느 날
신이 내게 말했다.
영혼을 그려보라고
난
그리지 못했다.
신은 다시 말했다.
낙서 같은 무명화가의 그림 한 장 주면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느냐고
난
아무것도 느낄 수없지만
처절함이 넘치는 눈물을 보았다고 했다.
신은 또다시
가마솥 하나와
순하고 부드러워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방금 눈뜬 찻잎을 주었다.
난
찻잎이 탐내는 세상을 가마솥에 담아
손으로 비벼 볶으며
차를 나누어 마실 그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물 끓기를 지켜보며
찻잔 데워지길 지켜보며
차향 우러나길 지켜보며
차가 싸늘하게 식을 때
비로소
난 알았다.
신은
시간으로 사람을 길 드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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