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기다림 詩/ 김순남

천하한량 2007. 5. 17. 15:12

 

  

기다림    詩/ 김순남

어느 날
신이 내게 말했다.
영혼을 그려보라고
난 
그리지 못했다.
신은 다시 말했다.
낙서 같은 무명화가의 그림 한 장 주면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느냐고

아무것도 느낄 수없지만
처절함이 넘치는 눈물을 보았다고 했다.
신은 또다시
가마솥 하나와
순하고 부드러워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방금 눈뜬 찻잎을 주었다.

찻잎이 탐내는 세상을 가마솥에 담아
손으로 비벼 볶으며
차를 나누어 마실 그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물 끓기를 지켜보며
찻잔 데워지길 지켜보며
차향 우러나길 지켜보며
차가 싸늘하게 식을 때
비로소
난 알았다.
신은 
시간으로 사람을 길 드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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