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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前集)

천하한량 2007. 5. 15. 19:20
채근담(前集)


 
가난한 집도 깨끗이 쓸어 놓고, 가난한 집 여자라도 머리를 깨끗이 빗으면
비록 보기에는 크게 화려하지 못할망정 기품은 절로 풍아하리라.
선비가 한때 곤궁하거나 영락(零落)했다 할지라도 어찌 가볍게 스스로를 버릴까 보냐. -채근담

가득 차 있는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치려다가 아직 넘치지 않음과 같아서
다시 한 방울을 더함도 간절히 꺼리고, 위급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마치 나무가 꺾이려다가
아직 꺾이지 않음과 같아서 다시 조금 더 누르는 것도 간절히 꺼리느니라. -채근담

간악한 자를 뿌리뽑고 요망한 무리를 막으려면 한가닥 달아날 길을 열어 주어야 하느니라.
만약 한 군데도 몸 둘 곳을 용납하지 않으면,
비유하건대 쥐구멍을 막는 자와 같아서 달아날 모든 길을 모조리 막아 버리면
소중한 기물 모두를 물어뜯을 것이니라. -채근담

갠 날 푸른 하늘이 갑자기 변하여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하며,
거센 바람, 억수 같은 비도 홀연히 밝은 달 맑은 하늘이 되나니 하늘의 움직임이 어찌 일정하겠는가.
털끝만한 응체(凝滯)로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니 하늘의 모습도 어찌 변함이 없겠는가.
털끝만한 막힘으로도 변화가 생기는지라 사람의 마음바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채근담

검약은 미덕이나 지나치면 인색하고 잗달아져 도리어 정도를 손상시키고,
겸양은 미행이나 지나치면 아첨과 비굴이 되어 마음을 꾸밈이 많아지느니라. -채근담

고요한 속에서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다.
소요한 가운데서 고요함을 지녀야만 비로소 심성의 참경지를 얻었다 할 것이다.
즐거움 속에서의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운 마음을 지녀야만 비로소 마음의 참기틀을 얻었다 할 것이니라. -채근담

고요할 때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참바탕을 볼 것이고,
한가할 때에 기상(氣象)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기틀을 알 것이며,
담박한 가운데 의취(義趣)가 평온하면 마음의 참다운 맛을 알 것이니,
마음을 성찰(省察)하고 도를 증험(證驗)하는 길이 이 세 가지만한 것이 없느니라. -채근담

곧은 선비는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는지라 하늘은 곧 마음 없는 곳을 찾아가 복의 문을 열어 주고,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고 애쓰는지라 하늘은 곧 그 애쓰는 속으로 뛰어들어 그의 넋을 빼앗는다.
이 하늘의 권능이 얼마나 신묘한가. 인간의 잔꾀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채근담

공로와 과실은 조금도 혼동하지 말 것이니 혼동하면 사람이 나태한 마음을 품을 것이고,
은의와 원한은 크게 밝히지 말 것이니 밝히면 사람에게 배반의 뜻이 생겨난다. -채근담

공명한 일을 자랑하고 문장을 뽐내는 사람은 모두 바깥 물건에 의하여 훌륭해진 사람으로서
이들의 마음 바탕이 찬란하게 빛나는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면 사소한 공적조차 하나도 없고
글자 한 자 안 배웠다 할지라도 정정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느니라. -채근담

공평한 정론(正論)에는 손을 대지 말라. 한번 범하면 부끄러움을 만세에 남길 것이다.
권문(權門)과 사리(私利)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 한번 붙이면 평생 씻지 못하는 오점을 남기리라. -채근담

관원에는 두 마디의 말이 있으니 '오직 공평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이다.
가정에는 두 마디의 말이 있으니 '오직 용서하면 불평이 없고, 오직 검소하면 살림이 넉넉하다.'이다. -채근담

괴로운 마음속에 항상 마음을 즐겁게 하는 멋이 깃들일 것이다.
득의(得意)한 때에는 문득 실의(失意)의 비애가 생기느니라. -채근담

교묘함을 졸렬함으로써 감추고, 어둠을 써서 밝게 하며, 맑음을 흐림 속에 깃들이게 하고,
굽힘으로써 펴는 근원을 삼는 것은 참으로 세상살이의 구급책이 되고 또 안전한 것이 되느니라. -채근담

군자가 권세 있는 요직에 앉을 때는 몸가짐을 엄정하고 공평하게 하며,
마음은 온화하고 평이(平易)하게 갖되 조금이라도 아첨배들과 방종하게 가까이 하지 말 것이며, 
또한 너무 과격하여 벌떼의 독을 범하지 말지니라. -채근담

군자는 마땅히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을 것이요,
굳은 마음을 삼가 가볍게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군자는 세상을 꾸밈없이 살 뿐, 능란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채근담

군자의 재능은 주옥이 바위 속에 박히고 바다 깊이 잠긴 듯하게 하여
남이 쉽게 알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채근담

군자는 차라리 무위( 無爲 )의 경지에 살지언정 유위( 有爲 )의 경지에는 살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라는 곳에는 처할지언정 완전한 곳에 처하지는 않는다. -채근담

군자는 환난에 처했을 때는 근심하지 않지만 즐거운 잔치 자리에서 놀 때면 근심을 하며,
권세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두려워하지 않지만 고독한 사람을 대하면 마음으로 놀라느니라. -채근담

군자로서 위선을 하는 것은 소인이 함부로 악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군자로서 변절하는 것은 소인이 제 잘못을 뉘우치는 것에도 못 미치니라. -채근담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하여 매미가 되어 가을 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은 없지만 반디가 되어 여름달에 빛나나니 진실로 알겠노라.
깨끗함은 항상 더러운 데로부터 나오며, 밝은 것은 매양 어둠으로 좇아 생기느니라. -채근담

권세와 명리의 호화로움에는 가까이 않는 이가 깨끗하다. 가까이 할 지라도 물들지 않는 이가 더욱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고상하지만 이를 알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더욱 고상하다. -채근담

권세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것은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그 도가 더욱 심하고,
질투와 시기하는 마음은 남남 사이보다 육친간에 더욱 끈질기니라.
이런 가운데 만약 냉철한 마음으로써 대하고 평정한 마음으로써 제어하지 않는다면
늘 마음을 번뇌케 하는 가운데 눌려지내지 않는 일이 없으리라. -채근담

귓속에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넣고, 마음속에 항상 마음에 꺼리는 일을 지니면
비로소 이것이 덕망을 닦아 빛나는 숫돌이 되리라. 만일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해주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그야말로 생명을 그대로 짐독(극약)에 빠뜨리는 소치이니라. -채근담

근면이란 도덕과 의리의 실행에 민첩함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근면의 이름을 빌어 가난을 면하며,
검약이란 재물에 담박함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검약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인색함을 꾸미나니,
군자의 몸을 지키는 신조가 도리어 소인의 사리를 영위하는 도구로 되어 버렸는지라.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닐손가. -채근담

글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지필(紙筆)의 종'일 뿐이고 벼슬자리에 있어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관복을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을 하면서도 몸소 실천함을 숭상하지 않는다면 입으로만 참선하는 사람일 뿐이요,
큰 일을 일으키고도 은덕을 심지 않는다면 눈앞에서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일 뿐이다. -채근담

기쁨에 들떠 가벼이 승낙하지 말고, 술취한 기분에 성내지 말라.
유쾌함에 들떠 일을 많이 벌리지 말고, 고달프다 하여 끝나기 전에 그치지 말지니라. -채근담

기생이라도 늘그막에 한 남편을 따르면 한세상의 연분이 꺼릴 게 없고,
수절하던 부인이더라도 백발이 된 후에 정절을 잃고 보면 한평생의 맑은 고절의 보람이 없으리라. -채근담

깊은 밤에 홀로 앉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진심을 알 수 있다 -채근담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자가 속으로 자기를 헤아리지 않고,
밖으로 남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한 알의 곡식일지라도 많은 곡식의 은혜를 맞먹을 것이지만,
남을 이롭게 하는 자가 자기의 베푼 것을 따지면서 그것을 갚기를 바란다면 비록 큰돈을 주었다 하더라도
한 푼어치의 공도 이루기 어려우니라. -채근담

남을 꾸짖을 때는 허물이 있는 가운데서도 허물없음을 찾아내면 감정이 평온해지리라.
자기를 꾸짖을 때는 허물없는 속에서도 허물 있음을 찾아내면 덕이 자라나리라. -채근담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두어서도 안될 것이며, 남의 해를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생각이 소홀함을 경계하는 말이니라. 차라리 남의 속임을 받을지라도 남의 속임을 거스르지 말라.
이것은 살핌이 지나침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 두 말을 아울러 지닌다면 생각이 깊어져서 덕성이 두터워질 것이니라. -채근담

남의 단점은 간곡히 감싸주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폭로시켜 드러낸다면 이는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니라.
남이 완고하거든 잘 타일러야 하는 것이다.
만약 성을 내고 미워한다면 이는 완고로써 완고를 제도하는 것이니라. -채근담

남의 속임수를 알지라도 말로써 나타내지 않으며,
남에게 모멸을 받을지라도 안색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속에 무궁한 뜻이 있고
또 무궁한 활용이 있느니라. -채근담

남의 악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라도 곧 미워하지 말지니 중상하는 자의 모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니라.
남의 착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라도 곧 친근하지 말지니 간악한 자가
자신을 천거하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니라. -채근담

남의 은혜를 받고는 비록 깊더라도 갚지를 않으나, 원한은 얕아도 갚는다.
남의 악함을 들었을 때는 비록 명백하지 않더라도 의심치 않으나,
착함은 뚜렷해도 의심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함의 극치이고,
경박스러움이 심함이니 마땅히 경계할지니라. -채근담

남의 조그만 허물을 꾸짖지 않으며, 남의 사사로운 비밀을 폭로하지 않으며,
지난날 남이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지 말라. 이 세 가지로 가히 덕을 기르며
또한 가히 해(害)를 멀리할 것이니라. -채근담

남의 허물은 용서해야 하지만 자기의 허물은 용서해서는 안될 것이요,
자기의 곤욕은 마땅히 참을 것이지만 남의 곤욕에 대해서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채근담

남의 허물을 책하는데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남을 가르침에는 너무 높게 하지 말라. 그가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야 하느니라. -채근담

낮은 곳에 있어 보아야 높은데 오르기가 위태로운 줄 알 것이고,
어두운 곳에 있어 보아야 밝은데 나가 눈이 부신 줄을 알 것이며,
정적(靜寂)을 지켜보아야 분주한 움직임이 헛수고인 줄을 알 것이고,
침묵을 지켜보아야 말 많은 것이 시끄러운 줄을 알 것이니라. -채근담

내가 귀할 때 사람들이 받드는 것은 높고 큰 감투를 받드는 것이요.
내가 천할 때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니라.
그렇다면 원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님이니 내 어찌 기뻐할 것이며,
원래 나를 업신여김이 아닌 것을 내 어찌 노하겠는가.-채근담

내가 남에게 공(功)이 있다면 그 공을 생각하지 말 것이로되,
허물이 있을 때는 그 허물을 오래 두고 잊지 말 것이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가 있을 때에는 그 은혜를 잊지 말 것이로되, 원망을 들을 때에는 그것을 잊어버릴 일이다. -채근담

내 몸은 하나의 작은 천지라. 기쁨과 노함으로 허물이 없게 하며,
좋고 싫어함에 법도가 있도록 하면 이것이 곧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는 공부가 될 것이니라.
천지는 하나의 거룩한 부모라.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없게 하며
모든 사물에 근심이 없도록 하면 이 또한 화목을 돈독하게 하는 기상이니라. -채근담

냉정한 눈으로 사람을 보고, 냉정한 귀로 말을 들으며, 냉정한 정으로 일에 대응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도리를 생각하라. -채근담

높은 벼슬자리에 있을 때는 산림의 맛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고,
초야에 묻혀서 지낼 때는 모름지기 나라의 경륜(徑輪, 정치적 포부)을 지녀야 한다. -채근담

늘그막에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쇠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 성했을 때 지어 놓은 것이니라.
군자는 그런 까닭에 가장 성했을 동안에 미리 조심하느니라. -채근담

능히 속세를 초탈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기인(奇人)인 것이지 일부러 기인인 체하는 것은 기인이 아니고 괴이한 사람이다.
오속(汚俗)에 섞이지 않는 것, 이것이 곧 청백(淸白)한 것이지 속된 것을 끊고
청백만을 찾는 자는 청백이 아니라 과격이 되느니라. -채근담

담박한 선비는 반드시 농염한 사람의 의심하는 바가 되며,
엄격한 사람은 방종하는 사람의 꺼리는 바가 된다.
군자는 이런 경우에 있어서는 진실로 조금이라도 그 지조를 변치 말 것이며,
또한 지나치게 그 서슬을 나타내지 말 것이니라. -채근담

땅이 더러운 곳에는 초목이 무성해지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때묻고 더러운 것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져야 하고
깨끗한 것만 즐기며 혼자서만 행하려는 절조는 갖지 말지니라. -채근담

대인(大人)을 두려워하라. 대인을 두려워하면 방종한 마음이 없어지리라.
서민도 두려워하라. 서민을 두려워하면 횡포하다는 평을 듣지 않으리라. -채근담

덕성은 재능의 주인이요, 재능은 덕성의 노복이다.
재능은 있어도 덕성이 없으면 주인 없는 집안에 노복들끼리만 살림살이를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니
어찌 도깨비가 놀아나지 않으리요. -채근담

덕은 도량에 따라 발달하고 도량은 식견에 따라 커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터이 하려면 기필코 그 도량을 넓힐 것이요,
그 도량을 넓히려면 기필코 그 식견을 키워야 하느니라. -채근담

덕을 삼가려면 모름지기 아주 작은 일에도 삼가고,
은혜를 베풀 때는 갚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라. -채근담

덕이란 사업의 바탕이니 기초가 단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집이 오래 간 적이 없느니라. -채근담

도덕은 일종의 공중적 물건인즉 마땅히 사람마다 이끌어 행하게 하라.
학문은 일종의 날마다 집에서 먹는 끼니인즉 마땅히 일마다 깨우치고 삼가라. -채근담

도덕을 닦아 나감에는 목석(木石)과 같은 하나의 냉담한 마음이 있어야 하나니
만일 한번 부귀영화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곧 탐욕의 경지로 빠져 들어갈 것이리라.
세상을 제도하고 나라를 경륜함에는 다소의 운수(雲水)와 같은 담담한 취미를 지녀야 하나니,
만일 한번 탐욕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면 곧 위기에 떨어지고 말리라. -채근담

독서를 잘 하는 사람은 마땅히 책을 읽어 손발이 춤추는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느니라.
사물을 잘 보는 사람은 마땅히 마음과 정신이 녹아서 물건과 하나가 될 때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외형(外形)에 구애받지 않느니라. -채근담

뜻대로 안됨을 근심하지 말고, 마음에 유쾌함을 기뻐하지 말며,
오래 편안함을 믿지 말고, 처음 당한 어려움을 꺼리지 말라. -채근담

뜻을 굽혀 남에게서 기쁨을 사느니보다는 내 몸의 행동을 곧게 하여 남의 시기를 받음이 낫고,
좋은 일을 한 것도 없이 남에게서 칭찬을 받는 것보다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는
남에게서 흉을 잡히는 편이 나으니라. -채근담

마음 바탕이 깨끗해야 글을 읽고 옛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선행을 보아도 이를 통해 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할 것이고,
한 가지 선언(善言)을 듣고도 이를 통해 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할 것이고,
한 가지 선언을 듣고도 이를 빌어 단점을 덮어 감추는데 쓸 것이리라.
이는 외적에게 병기를 대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보내 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채근담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어두우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 -채근담

마음은 자손의 뿌리이다. 뿌리를 심지 않고서도 그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느니라. -채근담

마음은 항상 비어 있지 않으면 안되나니 마음이 비어 있으면 정의와 진리가 들어와서 살 것이요,
마음은 차지 않으면 안 되나니 마음이 차 있으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마음의 수양은 마땅히 백 번을 단련하는 금처럼 할 것이니 급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깊숙한 수양이 아니니라.
일을 함에는 마땅히 천균(千鈞, 매우 무거움)의 쇠뇌처럼 할 것이니
가벼이 하는 것은 큰 공(功)이 아니니라. -채근담

마음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후하고 남에게도 또한 후하며 어느 곳에서든 모두 후하다.
그러나 마음이 박하고 무관심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박하고 남에게도 또한 박하며
무슨 일에든 냉기가 풍긴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소 기호를 너무 짙게 가져도 안 되며
또한 너무 무미하게 가져도 안 되느니라. -채근담

마음이 비면 본성이 나타나나니 마음을 쉬지 않고 본성만 보기를 구한다면
마치 물결을 헤치면서 달을 찾는 것과 같다.
뜻이 맑으면 마음이 맑아지나니 뜻을 맑게 하지 않고 마음이 맑기를 구한다는 것은
마치 거울을 찾으려고 하면서 먼지를 더함과 같으니라. -채근담

마음이 어둡고 산란할 때는 정신을 차릴 줄 알아야 하며,
마음이 긴장되어 딱딱할 때면 탁 풀어놓을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어두운 마음을 고칠지라도 다시 흔들리는 병에 걸릴까 두려우니라. -채근담

많은 사람이 의심한다 하여 자기 의견을 굽히지 말 것이며,
자기 한 사람의 뜻에만 맡기어 남의 말을 버리지 말 것이니라.
또 사사로운 은혜에 사로잡혀 대국을 해치지 말 것이며,
공론을 빌어 사정(私情)을 만족하게 하지 말지니라. -채근담

매의 서 있는 모습은 조는 것 같고, 범의 걸음은 병든 듯한지라,
이것이 바로 이들이 사람을 움켜잡고 물어뜯는 수단이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총명을 나타내지 말며 재능을 뚜렷하게 하지 말지니
그렇게 함으로써 큰일을 맡을 역량이 되느니라. -채근담

명리(名利)를 탐하는 생각이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사람은 비록 제후를 가벼이 여기고
청빈을 달게 안다 할지라도 모두 세속의 본성에 빠진 것이요,
객기가 녹아 없어지지 않은 사람은 비록 은택(恩澤)을 천하에 베풀어 만세(萬世)를 이롭게 했다 할지라도
종래에는 쓸데없는 재간에 그치니라. -채근담

몸가짐은 너무 결백하게 할 일이 아니니 모든 욕됨과 때묻음을 용납할 수 있어야 하고
남과 사귐에는 너무 분명하지 말아야 하나니,
모든 선악(善惡)과 현우(賢愚)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느니라. -채근담

무슨 일에 있어서든지 다소의 여지를 남겨 두는 마음이 있으면 조물주도 시기하지 못할 것이오,
귀신도 해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만일 일마다 반드시 가득함을 구하고 공(功)마다 가득함을 구한다면 안으로부터는 변란이 생길 것이고,
아니면 밖으로부터의 환란을 자초할 것이다. -채근담

문득 생각이 사욕의 길로 향한다면 깨닫게 될 때는 곧 이끌어 도리의 길로 좇아 가도록 결심할 것이니,
어떤 생각이 일어날 때는 곧 깨닫고 한번 깨달으면 곧 돌릴지니라.
이것이 곧 재앙을 돌려서 복으로 살고, 죽음에서 일어나 삶으로 돌리는 고비이니
진실로 가벼이 버리지 말지니라. -채근담

문장이 궁극에 이르렀다 해서 별다르게 기묘한 것이 아니라 다만 알맞을 뿐이다.
인품이 궁극에 이르렀다 해서 별나게 기이한 것이 아니라. 다만 본연 그대로일 뿐이다. -채근담

물은 물결만 아니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리지 않으면 절로 밝으니라.
그러므로 마음도 애써 맑게 할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리면 절로 맑아질 것이요,
즐거움도 굳이 찾을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리면 즐거움이 절로 있을 것이니라. -채근담


바람이 대숲에 불어오면 소리가 나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대숲에는 소리가 남지 않는다.
기러기 떼가 지나가고 나면 호수에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이처럼 군자도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움직이고, 일이 없어지면
마음도 따라 이전과 같이 되느니라. -채근담

바람이 비껴 불고 비가 급한 곳에서는 두 다리를 바르게 세워 안정을 기하고,
꽃이 무르익고 버들이 탐스러운 곳에서는 눈을 높은 데 두고,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머리를 신속히 돌려야 하느니라. -채근담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에서 인생의 진미를 맛볼 수 있고,
맛이 담담하고 소리가 드문 곳에서 마음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있느니라. -채근담

바쁜 가운데서 한가로움을 얻으려면 먼저 한가한 때에 그 마음의 자루를 찾아들 것이요.
시끄러운 때에 고요함을 취하려면 먼저 고요한 때에 그 줏대를 세워둘지니라.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움직이고 사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채근담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리나니 이것이 바로 인정의 널리 퍼진 폐단이다. -채근담

배부른 다음에 먹을 것을 생각하면 맛이 좋고 나쁘고의 구별이 사라지고,
방사(房事) 후에 음사(淫事)를 생각하면 남녀의 관념조차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후에 뉘우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일하기 전에 항상 깨치면
본성이 안정되어 움직여도 바르지 않을 것이 없으리라. -채근담

배우는 자는 항상 한결 더 조심조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며 또 서글서글한 멋도 있어야 한다.
만약 외곬으로 졸라만 매고 깔끔만 떤다면 이는 싸늘한 추기만 있고
따뜻한 봄기운은 없는 것이니 무엇으로 만물을 발육할 수 있으랴. -채근담

벗을 사귐에는 과하여 넘치지 말지니, 넘치면 아첨하는 자가 생기리라. -채근담

벗을 사귐에는 모름지기 세 푼(三分)의 협기( 俠氣 )를 띠어야 하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 점의 본마음을 지녀야 하느니라. -채근담

벼랑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남으로 하여금 먼저 가게 할지니,
맛 좋은 음식은 세 푼(三分)을 덜어 남에게 양보하여 즐기게 하라.
이것이 곧 세상을 사는데 안락한 방법이니라. -채근담

벼슬자리는 마땅히 너무 높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로우며,
능한 일은 마땅히 그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니 힘을 다 쓰면 쇠퇴해지며,
행실은 마땅히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 욕이 되느니라. -채근담

병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생겨 반드시 사람이 보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들이 환히 보는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거든 먼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죄를 짓지 말지니라. -채근담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비록 곱다 한들 어찌 저 푸른 송백의 굳은 절개만 할 수 있으며,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한들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 할 수 있으랴.
진실로 알겠노라. 곱고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박하고 오래 가는 것만 못하며,
일찍 숙성하는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채근담

복(福)이란 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을 삼을 따름이다.
화(禍)란 피하려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 마음속의 살기를 버려서 화를 멀리 하는 방도를 삼을 따름이다. -채근담

복(福)중에 일 적음보다 복됨이 없고, 화(禍)중에서 마음씀이 많음보다 화됨이 없는지라.
오직 일에 괴로운 자라야 비로소 일적음의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편한 자라야 비로소 마음씀이 많음의 화됨을 아느니라. -채근담

봄철이 찾아들어 시절이 화창하면 꽃들도 한결 빛을 땅에 깔고 새들도 또한 아름답게 지저귀나니,
선비가 다행히 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편안하게 지내면서도
좋은 말과 좋은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비록 이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해도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니라. -채근담

부귀공명을 바라는 마음을 내쳐 버려야만 범속의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요,
하지도 않으면서 생각만 하는 인의도덕( 仁義道德 )하는 마음을 내쳐 버릴 수 있다면
비로소 성인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채근담

부귀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욕심이 성난 불길과 같고, 권세가 사나운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미를 띠지 않으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 데 이르지 않는다 할지라도
끝내는 자신을 태워 없애 버리리라. -채근담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 인하여 주어진 것은 수풀 속의 꽃과 같이 저절로 잎이 피고 무성해질 것이다.
공업(功業)으로 인하여 온 것은 화단이나 화분 속의 꽃과 같아서 이리저리 옮겨질뿐더러
흥쇠(興衰)가 있을 것이다. 권력으로 얻은 것은 화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심겨지지 않는지라 이내 시듦을 기다려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부귀한 집은 관대하고 후덕해야 하거늘,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함은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함이니 어찌 복을 누리리요.
총명한 사람은 재능을 덮고 감추어야 하거늘,
도리어 드러내고 자랑하니 이는 총명하면서도 그 병폐가 어리석고 어두운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채근담

부귀한 처지에 있을 때에는 마땅히 빈천한 처지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젊을 때는 모름지기 노쇠한 처지의 괴로움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채근담

부모형제 골육간에 변을 당했거든 마땅히 곁에서 달랠 것이고 노하지 말 것이니라.
절친한 친구간에 허물을 보았다면 마땅히 타이를 것이지 주저하거나 방임하지 말지니라. -채근담

분노가 불길 같고, 욕망이 물 끓듯 오를 때를 당하여 명백히 그것을 알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그때 아는 자가 누구이며 억제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런 때 맹연(猛然)히 마음을 돌이키면 사마(邪魔)도 변하여 곧 참마음이 되느니라. -채근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새들도 근심스러워 하지만, 갠 날 맑은 바람에는 초목들도 즐거운 듯 싱그럽다.
이와 마찬가지로 천지에는 하루라도 화기( 和氣 )가 없으면 안 되는데
사람도 역시 하루라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되리라. -채근담

사는 동안 불평을 듣지 말고, 훗날 은택( 恩澤 )을 기억하게 하라. -채근담

사람과 더불어 허물은 같이할지언정 공은 같이하지 못할지니,
공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하게 되느니라. 사람과 더불어 환란은 같이 할지언정 안락은 같이 못할지니
안락을 같이하면 서로 원수가 될 것이니라. -채근담

사람들은 명예가 있고 지위가 있음이 즐거움이 되는 줄만 알 뿐,
이름이 없고 지위가 없는 사람의 즐거움이 참 즐거움인 줄은 모른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추운 것이 근심이 되는 줄은 알고 있으면서도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사람의 근심이 더욱 심한 줄은 모른다. -채근담

사람으로서 한 점의 진지한 생각이 없다면 이는 곧 거지가 되는지라. 무슨 일이든 모두 허망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한 조각의 원활한 맛이 없으면 이는 곧 하나의 장승이니,
가는 곳마다 막힘이 있을 뿐이다. -채근담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건만 옛 사람이 남긴 책쪼가리 때문에 모두 묻혀 버린다.
사람마다 그 가슴속에는 한가락의 진정한 풍류가 있건만 세속의 요염한 가무(歌舞)로 인하여 갇혀 버렸다.
모름지기 배우는 자는 외부의 유혹을 쓸어버리고 근본을 찾는데 힘쓸 때,
비로소 참문장과 풍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채근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성실하지 못하더라도 자기만은 홀로 성실하기 때문이며,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속이지 않더라도 자기가 먼저 스스로를 속이기 때문이니라. -채근담

사람을 부림에는 마땅히 각박하지 말라. 각박하게 대하면 성과를 올리려는 사람은 떠나느니라.
친구를 사귐에는 마땅히 마구하지 말라. 마구 사귀면 아첨하는 자가 모여드느니라. -채근담

사람의 경우란 어떤 것을 갖출 수도 있고 갖추지 못할 수도 있거늘 어찌 저 혼자만 모든 것을 갖출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마음에도 순할 때가 있고 순하지 못할 때가 있거늘 어찌 남으로 하여금 모두 순하게 할 수 있으랴.
이런 것으로 서로 대조하여 균형을 가다듬어 나간다면 또한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니라. -채근담

사람의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나 그렇다고 소홀해서는 안되고
심사는 빈틈없이 찬찬해야 하나 잘다든지 좀스러워서는 못쓴다.
취미는 담박해야 하나 멋이 없어서는 안되고, 지조는 엄정해야 하나 과격해서는 안 되느니라. -채근담

사람의 마음 바탕은 곧 하늘과 같은지라. 일념의 기쁨은 빛나는 별과 아름다운 구름과 같고,
일념의 분노는 성난 우레와 사나운 비와 같으니라.
또 일념의 인자는 부드러운 바람과 달콤한 이슬과 같고, 일념의 엄숙은 뜨거운 햇볕과 찬서리와 같으니
어느 것인들 없어서는 안 된다. 다만 생길 자리에 생기고 스러질 자리에 스러져
시원스럽고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이럴 수만 있다면 곧 하늘과 더불어 바탕을 함께 하는 것이니라. -채근담

사람이 능히 성실한 마음과 화(和)한 기운을 지니고서 밝은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로써
부모형제가 한몸같이 뜻을 통하게 하면, 바르게 참선을 하는 것보다 만 배나 나으리라. -채근담

사람이 되어 고원한 사업이야 못할망정 세속의 정(情, 본성)만 벗어날 수 있다면 이내 명사가 될 것이요,
학문을 닦아서 특출한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물욕의 누만 덜어낼 수 있다면
이내 성인의 경지를 넘을 것이니라. -채근담

사람이 한번 이기(利己)를 탐욕하면 강한 기상도 녹아서 유약해지고,
슬기도 막혀 혼미해지며 은애로운 마음도 변하여 혹독해지고,
결백한 마음도 더러움에 물들어 한평생의 인품을 깨뜨리고 만다. -채근담

사업과 문장은 몸을 따라 사라지지만 정신은 만고에 늘 새롭다.
공명과 부귀는 세상에 따라 바뀌어지지만 기절(氣節)은 천년이 하루와 같다.
군자는 진실로 마땅히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지 말아야 할지니라. -채근담

사은(私恩)을 파는 것은 공론(公論)을 돕는 것만 같지 못하고,
친구를 새로 맺는 것은 옛 친구와의 정을 돈독히 하는 것만 같지 못하며,
이름을 드날리고자 하는 것은 남 모르게 공덕을 심는 것만 같지 못하고,
이상한 절의(節義)를 숭상하는 것은 평소의 행동에 허물이 없게끔 조심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채근담

사정(私情)을 이기고 사욕을 억제하는 수양에 있어 그것이 무엇인가를 빨리 알지 않으면
이를 억제하는 힘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이를 알았다 하더라도
참는 힘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개 지식이란 악마를 밝혀내는 한 알의 명주(明珠)요,
의지(意志)란 심마(心魔)를 베어 없애는 한 자루의 칼이니, 이 두 가지는 다 없어서는 안될 것이니라. -채근담

산이 높고 험준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가 구비구비 감도는 곳에는 초목이 무성하니라.
물살이 세고 급한 곳에는 물고기가 없으나, 물이 깊고 고요하면 물고기와 자라들이 모여드느니라.
그런즉 이처럼 높고 험한 행동과 세고 급한 마음은 군자가 깊이 경계해야 하느니라. -채근담

상대가 부(富)로 대하면 나는 인(仁)이라는 덕으로 대할 것이며,
상대가 벼슬로써 대하면 나는 의(義)라는 절개로 대할지니라.
군자는 본래 임금이나 정승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농락당하기 않는다.
사람의 힘이 굳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고,
뜻을 하나로 모으면 기질도 변화시킬 수 있으니 군자는 또한 조물의 틀 속에 갇히지 않느니라. -채근담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따뜻하게 만물을 기르는 듯하여
무엇이든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살아나고,
마음이 모질고 각박한 사람은 차가운 눈이 만물을 얼게 하는 듯하여 무엇이든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죽느니라.
-채근담


선비가 벼슬자리에 있을 때는 편지 한 장에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읽어내기 어렵게 하여 소인의 요행을 잡으려는 단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니라.
시골에 돌아와서는 몸가짐을 너무 높게 갖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읽어내기 쉽도록 해줌으로써 옛정을 두터이 해야 하기 때문이니라. -채근담

선비는 가난하여 물질로 남을 구제하지는 못하지만 어리석어 방황하는 사람을 만나면
말 한마디로써 깨우쳐 주고, 위급해서 허둥대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말 한마디로써 이를 풀어 구해 주어야 하나니, 이것 역시 그지없는 공덕이니라. -채근담

선비는 몸가짐을 가볍게 해서는 안되나니 가벼우면 자신이 사물에 휘말리어 느긋하고 침착한 맛이 없어지며,
선비는 마음씀을 무겁게 해서는 안되나니 무거우면 자신이 사물에 얽매여
산뜻하고 활발한 기운이 없어지느니라. -채근담

선인(善人)은 평소의 동작이 잔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잠자는 동안까지도
화락한 기운을 띠지 않는 것이 없으며, 악인(惡人)은 평소의 행동이 사나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까지 온통 살기를 띠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채근담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자는 한 가지도 이루어지는 일이 없고,
마음이 화평하고 기상이 평탄한 자는 백 가지 복이 절로 모이느니라. -채근담

성질이 조급한 사람은 불길과 같아서 무엇이고 만나기만 하면 태워버리고,
인정이 없는 사람은 얼음처럼 쌀쌀해서 만나는 것마다 얼려 죽인다.
기질이 옹색한 사람은 흐르지 않는 물, 썩은 나무토막과 같아서 생기가 없는지라.
이들은 공업(功業)을 세우고 복을 오래도록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채근담

세상 사람들은 마음에 맞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지라 도리어 즐거운 마음에 이끌리어
괴로운 곳에 있게 되고, 통달한 선비는 마음에 어긋나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삼는지라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바뀌어 즐거움이 되느니라. -채근담

세상을 살아감에는 마땅히 세속과 같게 하지도 말고, 또한 다르게 하지도 말라.
일을 함에는 마땅히 남을 싫어하게 하지도 말고 또한 기쁘게 하지도 말라. -채근담

세상에 처함에는 꼭 공(功)만을 찾을 것이 아니다. 허물이 없게끔 하는 일이 오히려 공이 되는 것이다.
남에게 덕(德)을 베풀어 자기의 은덕에 감사하기를 바랄 것이 아니다.
원망을 듣지 않게끔 하는 일이 오히려 은덕이 되느니라. -채근담

세상을 뒤덮을 만큼 큰 공로도 뽐낼 긍(矜)자 하나에는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차는 허물일지라도 뉘우칠 회(悔)자 하나를 당하지는 못하느니라. -채근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한 걸음 사양함을 높다고 하나니,
한 걸음 물러섬은 곧 몇 걸음 나아가는 바탕이다. 남을 대접함에는 조그만 너그너움도 복이라 하나니,
남을 이롭게 함은 바로 나를 이롭게 하는 바탕이다. -채근담

세심하고 근면함은 미덕임에 분명하지만 너무 고뇌하고 집착하면 자기의 성정(性情)을 즐겁게 할 수 없다.
욕심없이 담박하다는 것은 고상한 기풍임에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냉담하면
남을 건져 줄 수 없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가 없느니라. -채근담

소인을 대우할 때에는 엄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는 것이 어려우니라.
군자는 대우함에 있어서는 공손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를 차리기가 어려우니라. -채근담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만 들이면 부릴 수 있으며,
다루기 힘든 쇠도 잘 다루면 마침내 좋은 기물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 태평하고 한가롭게 놀기만 하면서 분발하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아무런 진보도 없으리라. -채근담

술이나 고기, 또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다만 담담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신기하거나 특이하다고 해서 지인( 至人 )은 아니다.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이니라. -채근담

술잔치의 즐거움이 많으면 좋은 집안이 아니요, 명성 떨치기를 좋아하면 선비가 아니요,
높은 벼슬에 생각이 많으면 좋은 신하가 아니다. -채근담

쓸쓸한 모습은 번성한 속에 있고, 자라나는 움직임은 영락(零落) 속에 있나니,
그러므로 군자는 안락할 때 마땅히 한 마음을 잡아서 뒷날의 환란을 생각할 것이요,
이변(異變)에 처해서는 마땅히 백 번을 참고 견뎌내어 성공을 도모할지니라. -채근담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있어서의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루어 놓은 사업을 보전하는 것만 못하고,
지난날의 과실만 뉘우치는 것보다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잘못을 막으려고 조심하는 것이 나으니라. -채근담

시중 사람을 사귐은 산골 늙은이를 벗함만 같지 못하고, 고관대작의 집을 드나들며
허리를 굽힘은 오막살이를 찾음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과 목동의 노래를 듣는 것만 같지 못하고,
현대인의 덕 없음과 과실을 말함은 옛 사람의 착한 말씀과 아름다운 행실을 이야기함만 같지 못하니라. -채근담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서 짝을 이루는지라.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으면 누가 능히 나를 추하다 할 것이며,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서 짝을 이루는지라.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가 능히 나를 더럽다 하리요. -채근담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하고 아우가 공경하여
비록 극진한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 뿐인지라,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으로 볼 것이 못되느니라. 만약 베푸는 쪽에서 덕으로 자임하고,
받는 쪽에서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니
문득 장사꾼의 관계가 되고 만다. -채근담

악마를 항복시키려거든 자기 마음속의 악마부터 먼저 항복시키라.
마음이 항복하면 모든 악마가 물러나리라. 바로잡히지 않는 마음을 제어하려거든 먼저
자기 마음속의 객기부터 제어할지니라. 기가 평정되면 밖으로부터 불안한 마음이 침노하지 못하리라. -채근담

악은 숨겨지기를 싫어하고 선은 나타나기를 싫어하나니,
그러므로 악이 나타난 자는 재앙이 얕고 숨겨진 자는 재앙이 깊으며,
선이 나타난 자는 공적이 작고 숨겨진 자는 공적이 크니라. -채근담

악한 일을 했으면서도 남이 알까 두려워함은 그래도 악한 가운데 도리어 선으로 가는 길이 있음이요,
선을 행하고서 급하게 남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그 선이 곧 악의 뿌리이다. -채근담


어린이는 어른의 씨앗이고 수재(秀才)는 사대부의 씨앗이다.
만약 이때에 화력(火力)이 모자라서 단련이 완전하지 못하면 훗날 세상을 살아나가고
조정(朝廷)에 설 때 훌륭한 그릇이 되기는 어려우니라. -채근담

어망을 쳐두면 기러기도 잡히며, 버마재비가 먹이를 노리면 참새가 또 그 뒤를 엿보나니,
기교 속에 기교가 있고 이변밖에 이변이 생기는지라. 사람의 지혜나 계교를 어찌 족히 믿겠는가. -채근담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느긋한지라, 복이 두텁고 경사(慶事)가 오래가며 일마다
너그럽고 느긋한 기상(氣象)을 이루고, 천한 사람은 마음이 좁고 급한지라,
녹(祿)이 박하고 은택이 적어 일마다 좁고 급한 모양을 이루느니라. -채근담

역경에 처했을 때는 그 몸의 주위가 모두 침이요 약인지라 저도 모르게 절조를 갖고 행실을 닦게 되지만,
순경에 처하면 눈앞이 모두 칼이요 창인지라 명치끝을 후비고 뼈를 깎아도 그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예로부터 총애(寵愛) 속에서 불행이 싹트나니 뜻을 이루었으면 모름지기 빨리 머리를 돌리라.
실패한 후에도 간혹 성공할 수도 있으니 그러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이내 손을 빼지 말 것이니라. -채근담

옛말에 이르기를 '산에 오르거든 험한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거든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걸 견디라.'고 하였은즉,
이 견딜 내(耐) 한 글자는 깊은 뜻을 지니고 있도다.
만약 이 비뚤어지고 험한 인정과 고르지 못한 세상길에서 견딜 내(耐) 자
한 글자를 얻어 붙잡고 지나가지 않는다면, 어찌 가시덤불과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채근담

옛 친구를 만나거든 심정을 더욱 새롭게 할 것이며,
비밀스런 일을 처리함에는 남의 의심을 사지 않게끔 더욱 분명히 할 것이며,
불운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예우를 더욱 융숭하게 할 것이니라. -채근담

오만불손한 태도는 모두 다 객기이다. 이 객기를 항복받은 뒤라야 정기(正氣)가 펴질 것이다.
밉다거나 곱다고 여기는 감정도 이해를 따지는 지혜도 모두 다 망심(妄心, 허망한 마음)이다.
이 망심을 소멸시킨 뒤라야 진심이 나타날 것이니라. -채근담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만이 차지할 것이 아니다.
조금만 남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짐짓 해(害)를 멀리 하고 몸을 온전히 할 일이다.
욕된 행실이나 더러운 이름은 절대로 남에게 미루지 말라.
잘못을 조금은 자기에게 돌림으로써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일이다. -채근담

욕정에 관한 일은 쉽게 얻을 수 있다 해도, 그 편리함을 조금이라도 즐겨 맛보지 말지니라.
한번 맛보면 곧 만길 벼랑으로 떨어지니라.
도리에 관한 일은 비록 어렵다 해도 조금이라도 물러서지 말지니라.
한번 물러서면 곧 천산(千山)처럼 아주 멀어지느니라. -채근담

원한이란 덕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덕으로 여기게 하기보다는
덕과 원한을 모두 잊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원수는 은혜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은혜와 구원(仇怨, 원수를 원망)을
모두 함께 없애는 것만 같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은의(恩義)는 마땅히 박하게 베푸는 것에서 시작하여 두텁게 할지니라.
처음에 두텁게 하다가 나중에 박하게 한다면 사람은 그 은혜를 잊으리라.
위엄은 엄격하게 시작하여 너그럽게 하지니라.
먼저는 너그럽게 하다가 나중에 엄격하게 하면 사람은 그 가혹함을 원망할 것이니라. -채근담

은총과 명리(名利)에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을 함에는 남에게 뒤지지 말라.
남으로부터 받는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남을 위해 행함에는 자기 능력을 줄이지 말라. -채근담

음모와 괴상한 습속, 이상한 행동과 기괴한 재주는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데 화근이 된다.
다만 한 가지 평범한 덕행만이 곧 인간 본연의 덕이므로 화평을 부를 수 있으리라. -채근담

음침해서 말을 잘 안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마음을 주지 말 것이며,
발끈하기 잘하며 잘난 체하는 사람을 보거든 입도 다물 것이니라. -채근담

이목(耳目)으로 보고 듣는 것은 바깥의 도둑이요, 정욕(情慾)의 의식은 안의 도둑이다.
오직 주인되는 본심이 맑은 정신으로 대청에 지켜 앉아 있으면 도둑이 곧 변하여 한 식구가 되어 준다. -채근담

이 세상 모든 것을 환영으로 본다면 부귀공명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신체조차도 빌려서 가진 형체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을 참된 경지로 본다면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천지 만물이 모두 나와 한몸이다.
사람이 능히 이것을 간파하고 이런 진상을 인식한다면 비로소 천하 대사를 맡을 수 있고,
또한 세상의 얽매임을 벗어날 수 있느니라. -채근담

이욕(利慾)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지라 그 해는 나타나 있는 만큼 얕지만,
명성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속에 숨어 있는지라 그 해(害)는 숨겨져 있는 만큼 깊으니라. -채근담

이욕(利慾)이라 하여 모두가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아집(我執)이 곧 마음을 해치는 도적이다.
여색(女色)이라 하여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되지 못한 총명(聰明)이 곧 도를 막는 장해물이다.
-채근담

인정은 손바닥 뒤집듯 변하기 쉽고 인생의 행로는 험하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은 모름지기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할 것이요,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세 푼(三分)의 공을 양보하도록 노력하라. -채근담

일은 급히 서두르면 명백해지지 않되 늦추면 혹 절로 밝혀지는 수가 있나니
조급하게 굴어 그 분함을 불러들이지 말라. 사람은 부리고자 하면 순종하지 않되 놓아두면
혹 감화되는 수가 있나니 심하게 부리어 그 고집을 보태어 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 -채근담

일을 의논하는 사람은 몸을 일 밖에 두어 이해의 실정을 모두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몸을 일 안에 두어 이해의 관념을 잊어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일이 막히어 답답한 사람은 마땅히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돌이켜 볼 것이요,
공을 이루어 만족한 사람은 그 말로를 살펴야 할지니라. -채근담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우니 마땅히 정적 속에서도 깨어나 밝게 비춰볼 것이요,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흩어지기 쉬우니 마땅히 깨어난 속에서도 침착함을 주로 할지니라. -채근담

일이 조금이라도 뜻한 대로 되지 않거든 나만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원망이 저절로 사라지리라.
마음이 조금이라도 게을러지거든 곧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정신이 분발하리라. -채근담

일자리를 사양하고 물러나려거든 마땅히 전성기 때에 물러나고,
몸둘 곳을 고르려거든 마땅히 홀로 뒤처진 자리를 잡을지니라. -채근담

입신에 남보다 한 걸음 높이 서지 않으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은 것이니
어찌 남보다 초월할 수 있겠는가. 처세에 남보다 한 걸음 물러서지 않으면
불나방이 촛불에 뛰어들고 숫양이 울타리를 받는 것 같은 것이니 어찌 마음을 안락하게 누릴 수 있으리요.
-채근담

입에 맞는 맛은 창자를 짓무르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약인지라.
반쯤으로 끝내면 곧 재앙은 없을 것이요. 마음에 상쾌한 일은 모두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체인지라.
반쯤에서 멈추면 뉘우침이 없을 것이니라. -채근담

입에 맛있는 음식은 모두가 창자를 짓 물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나쁜 약이다.
실컷 먹지 말고 중간쯤에 멈추면 재앙이 없느니라. 마음에 쾌한 일은 모두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중매니라. 너무 탐닉하지 말고 중간쯤에 멈추면 뉘우침이 없느니라. -채근담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다. 입 지키기를 엄밀히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기밀이 모두 새나가리라.
뜻은 마음의 발이다. 뜻 막기를 엄격히 하지 않는다면 비뚫어진 길로 달아나리라. -채근담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모두 약석(藥石)이 되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마다 모두 창과 칼과 되는지라, 한편은 숱한 선의 길을 열고,
한편은 온갖 악의 근원이 되나니 그 서로의 다름이 하늘과 땅 사이 같으니라. -채근담

자기 마음을 흐리게 하지 말고, 남의 정을 무시하지 않으며, 사물의 힘을 다 쓰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가히 천지를 위하여 입심(立心)하고, 생민(生民)을 위하여 입명(立命)하고,
자손을 위하여 조복(造福)하는 것이니라. -채근담

자녀를 교육함에는 규중처녀를 기르듯 출입을 엄하게 하고 교우를 삼가도록 하여야 한다.
만일 한 번 사람 같지 않은 사람과 접근하게 되면 이는 기름진 밭에 부정한 씨를 뿌림이라.
잡초만 우거져서 평생 좋은 벼는 심기가 어려우니라. -채근담

작은 일이더라도 허술하지 않으며, 남이 안 보는 데에서라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실패했다 하더라도 나태하거나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영웅이니라. -채근담

잠깐의 생각으로 하늘의 금계(禁戒)를 범하는 수도 있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 자연의 조화를 깨뜨릴 수도 있으며,
단 한 가지의 일로 자칫 자손들의 재앙을 만들기도 하므로, 이는 마땅히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절개와 의리를 표방하는 사람은 절개와 의리 때문에 헐뜯음을 당하고,
도덕과 학문을 표방하는 사람은 도덕과 학문 때문에 원망을 불러들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악한 일에도 가까이 하지 않고 좋은 이름에도 가까이 서지 않는다.
오직 혼연한 화기(和氣)만이 곧 몸을 보전하는 보배인 것이다. -채근담

절의가 있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을 길러야 비로소 분쟁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요,
공명심이 강한 사람은 겸양의 덕을 체득해야 비로소 질투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니라. -채근담

절의(節義)는 청운의 자리라도 내려다보며 문장은 백설보다 높을지라도,
만약 그것이 덕성으로써 수양된 것이 아니라면 객기의 사행(私行)과 기능의 말기가 되고 말지니라. -채근담

제 마음이 늘 원만함을 얻는다면 천하도 저절로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요,
제 마음이 늘 관대하다면 천하도 저절로 험악한 인정이 없을 것이니라. -채근담

제 몸을 버리고 뜻있는 일을 했을 바에는 그 일에 의심을 품지 말라.
의심을 품는다면 자신을 버리고 나섰던 뜻에 부끄러움이 많으리라.
남에게 베풀었을 바에는 그 갚을 것을 바라지 말라.
갚음을 바란다면 베푼 바 그 마음도 아울러 모두 잘못이 되리라. -채근담

조상의 덕택이 무엇인가,
내 몸이 누리는 바가 바로 그것인즉 마땅히 그 쌓아올리기 어려웠던 일을 생각하라.
자손의 복지는 무엇인가, 내 몸이 끼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니 그 기울기 쉬움을 생각하라. -채근담

'쥐를 위하여 밥덩어리를 언제나 남겨 두고, 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옛 사람의 이런 생각은 곧 우리 인생의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한 가지 작용이다.
만약 이것이 없다면 이른바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체일 따름이다. -채근담

즉흥적으로 시작한 일은 시작했는가 하면
곧 멈추나니 이 어찌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수레바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으로 깨닫는 것은 깨달았는가 하면 금방 흐려지나니 끝내는
영원히 밝게 비치는 등불은 될 수 없느니라. -채근담

지극한 현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아는 것도 없고,
생각하는 바도 없는지라 가히 더불어 학문을 논할 수도 있고 공을 세울 수도 있느니라.
오직 중간치 사람들은 나름대로 생각과 지식이 있는지라.
곧 한편으로 억측과 시기도 많아서 일마다 함께 하기가 어려우니라. -채근담

진기한 것에 경탄하고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원대한 식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요,
고절을 지키고 독행(獨行)한다고 항구불변의 지조라고 할 수는 없느니라. -채근담

진실에서 나오는 사람의 지성은 서리도 내리게 하고, 성곽도 무너뜨리며, 금석도 뚫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에 찬 사람은 형제만 헛되이 갖추었을 뿐 참됨은 이미 망한지라.
사람을 대하면 얼굴도 밉살스럽고 홀로 있으면 제 모습과 그림자도 스스로 부끄러워지느니라. -채근담

집안사람에게 허물이 있거든 거칠게 성낼 것도 아니며, 예사로 버려둘 일도 아니며,
그 일을 말하기 어렵거든 다른 일을 빌어 은근히 타이르라.
오늘 깨닫지 못하거든 다음날을 기다렸다가 두 번 깨우쳐 주라. 봄바람이 언 것을 풀어 주고,
화기(和氣)가 얼음을 녹이듯이 하는 것, 이것이 곧 가정의 규범이니라. -채근담

차라리 소인의 미워하고 비방하는 바가 될지언정 소인의 아첨하고 기뻐하는 바가 되지는 말라.
차라리 군자의 꾸짖고 깨우치는 바가 될지언정 군자의 감싸고 용서하는 바가 되지는 말라. -채근담

차라리 순박함을 지키고 경박함을 물리침으로써 얼마의 정기(正氣)가 깃들이게 하여 천지에 돌릴지며,
차라리 화려한 것을 사절하고 담박한 것을 달게 여김으로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오래도록 천지에 남기도록 하라. -채근담

착한 사람과 쉽게 친할 수 없거든 미리 칭양(稱揚)하지 말 것이니, 간악한 사람의 중상이 있을까 두려우니라.
악한 사람을 쉽게 내칠 수 없다하여 미리 발설하지 말지니, 뜻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려우니라. -채근담

착한 일을 하고 그 이익을 보지 못함은 마치 풀 속에 난 동과(冬瓜)와 같아서
남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며, 악한 일을 하고 그 손해를 보지 않음은
마치 앞뜰의 봄눈과 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반드시 스스로 녹게 될 것이니라. -채근담

참으로 청렴함에는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그런 이름을 얻으려는 것부터가
바로 그 이름만을 탐욕함이라. 참으로 큰 재주가 있는 사람은 별스러운 재주를 쓰지 않으니
교묘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은 곧 졸렬함이라. -채근담

천금을 주고도 한때의 환심을 살 수 없으나 한 그릇의 밥으로 마침내는 평생의 감복을 이룰 수 있다.
대저 사랑이 깊으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괴로움이 지극히 심하면 박한 것도 기쁨이 되느니라. -채근담

천리(天理)의 길은 한없이 넓어서 조금이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게 되면
가슴속이 문득 탁 트이고 밝아짐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며,
인욕(人慾)의 길은 한없이 좁아서 겨우 발을 붙였는가 하면
눈앞이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으로 화하고 말 것이니라. -채근담

천지는 만고에 있으되 이 몸은 두 번 다시 얻지 못한다. 인생은 다만 백 년이라.
이날은 가버리기 쉬우니라. 다행히 그 사이에 태어난 몸이 살아있는 동안 즐거움을 모를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헛되이 사는 시름을 품지 아니치 못하리라. -채근담

천지는 적연(寂然)히 움직이지 않지만 그 활동은 조금도 쉬는 일이 없다.
일월(日月)은 밤낮으로 바삐 달리건만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로운 때면 긴급에 대응하는 마음을 가지며, 바쁜 때면 느긋한 멋을 지녀야 한다. -채근담

천지의 기운은 따뜻하면 돋아나고 차가우면 죽는다.
그러므로 사람 역시 성품이나 기질이 쌀쌀하면 받는 복도 박한지라.
오직 화기가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그 복도 또한 두텁고 그 은택 역시 오래가느니라. -채근담

청렴하면서도 능히 너그럽고, 어질면서도 결단을 잘 내리며, 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살피지 않고,
강직하면서도 바른 것에 너무 치우치지 않으면 이는 꿀을 발라도 달지 않고
해산물이더라도 짜지 않음과 같다할 것이니 이런 것이야말로 곧 아름다운 덕이니라. -채근담

청천백일같이 빛나는 절의(節義)도 어두운 방안의 구석진 곳에서 길러온 것이며,
천리를 휘두르는 빼어난 경륜도 깊은 못에서 살얼음 밟듯 조심하며 마련된 재주이니라. -채근담

큰 공적을 세우고 큰 사업을 이룩하는 사람에게는 겸허하고 원만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일을 그르치고 기회를 놓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고집이 센 사람이 많다. -채근담

태평한 세상을 맞아서는 마땅히 방정(方正)하게 살 것이고, 난세에 처해서는 마땅히 원만해야 할 것이며,
말세를 당해서는 마땅히 방정과 원만을 아울러 써야 할 것이다. 선인을 대함에는 의당 관대해야 하고
악인을 대함에는 의당 엄격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함에는
관대함과 엄격을 아울러 지녀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평민이라도 기꺼이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곧 무위(無位)의 왕공(王公) 재상이 되고,
사부(士夫)라 하더라도 헛되이 권세를 탐내고 총애를 팔아 사복(私腹)을 채운다면
작위(爵位)가 있는 거지가 되느니라. -채근담


하늘은 한 사람을 어질게 하여 이로써 여러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했거늘,
세상은 도리어 제 잘난 것을 뽐내어 남의 모자라는 것을 들춰낸다.
하늘은 한 사람을 부하게 하여 이로써 여러 사람의 곤궁함을 건져 주게 함이거늘.
세상은 도리어 제 가진 것을 자랑하여 남의 가난함을 업신여긴다. 참으로 하늘의 벌을 받을 자로다. -채근담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텁게 쌓아 이를 막을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함으로써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게 곤액(困厄)을 준다면 나는 도(道)를 형통케 함으로써 이를 뚫을 것이니라.
그러면 하늘인들 내게 어찌하랴. -채근담

하늘이 내 육체를 괴롭힌다면 나는 내 정신을 즐겁게 하여 보완하리라.
하늘이 내 경우를 가로막는다면 나는 내 도(道)를 높게 하여 뚫고 나가리라. -홍자성

하늘이 하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다. 눌렀다가는 펴주고 펴주었다가는 누른다.
이것이 모두 영웅을 조롱하고 호걸들을 엎었다. 젖혔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다만 천운이 역(逆)으로 오는 경우 순(順)으로 받고,
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생각하는지라, 하늘도 또한 그 재주를 부리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하루해가 저물었는데 오히려 노을은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저물려고 하는데 새로이 귤이 꽃다운 향기를 뿜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로(末路) 즉 만년에 다시금 정신을 백 갑절 떨쳐야 하느니라. -채근담

학문을 닦는 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한 곳으로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만일 덕을 닦는다면서 뜻을 사업이라든가 공적 또는 명예에만 둔다면
반드시 참된 조예(造詣, 깊은 지식)를 지니지 못할 것이며,
글을 읽음에도 시(詩)와 부(賻)나 읊조리는데 흥을 붙인다면
결코 깊은 마음을 체득하지 못할 것이다. -채근담

한가한 때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날 바쁠 때 쓰임이 있게 되고,
고요한 때에도 쉼이 없다면 다음날 활동할 때 도움이 되느니라.
남이 안 보는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면 여럿이 있는 곳에 나갔을 때
떳떳이 행동할 수 있느니라. -채근담

한때는 괴롭고 한때는 즐겁고 고락을 함께 맛보아 단련한 끝에 이룬 사람이야말로
그 복이 비로소 오래가며, 의심과 믿음을 참작하여 지식을 이룬 사람이야말로
그 지식이 비로소 참된 것이니라. -채근담

한 생각의 자비는 가히 이로써 천지간의 화기(和氣)를 빚을 것이요,
한 생각의 결백은 가히 이로써 맑고 향기로운 이름을 백대(百代)에 밝게 드리우리라. -채근담

한쪽만 믿음으로써 간계(奸計)에 속는 사람이 되지 말고, 잘난 체하여 객기를 부리는 사람이 되지 말라.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기 위해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 것이며,
자기가 졸렬치 않다 하여 남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자가 되지 말라. -채근담

호사하는 사람은 풍부해도 부족하나니, 어찌 가난할망정 검소한 사람이 여유가 있음만 같을 것이며,
재능이 있는 사람일수록 일을 많이 하고 원망만 듣게 되나니
어찌 졸렬한 사람이 안일하면서도 천진( 天眞 )을 지킴만 하겠는가. -채근담

횡액과 역경은 호걸로 단련시키는 하나의 화로와 망치이다. 능히 그 단련을 받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이로울 것이지만, 그 단련을 받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해로울 것이니라. -채근담

훼방하고 헐뜯는 사람은 마치 조각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저절로 밝아지느니라.
아양을 떨고 아첨하는 사람은 마치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이 살갗을 해치는 것과 같아서
그 해로움을 깨닫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희미한 등불 가물거리고 삼라만상이 소리 없으니 이는 우리가 비로소 편안한 잠에 들 때요,
새벽 꿈 막 깨어나 모든 것이 아직 움직이지 않으니 이는 우리가 비로소 혼돈에서 벗어날 때이다.
이런 때에 한마음 빛을 돌이켜 환히 비쳐보면 비로소 이목구비가 모두 몸을 묶는 수갑이요,
정욕과 기호(嗜好)가 다 마음을 타락시키는 기계임을 알 수 있으리라. -채근담

고관대작의 벼슬아치도, 도롱와 삿갓 쓰고 표연히 안일하게 지내는 농부와 어부를 보면,
문득 탄식이 없을 수 없으며, 백만장자 부호도 성근 발 앞의 책상에서 유연히 고요하게
지내는 사람을 한번 보면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화우(火牛, 꼬리에 불붙은 말)로 쫓고
풍마(風馬, 흥분해 돌아 다니는 말)로 유혹할 줄만 알고
그 천성(天性, 인간본연의 모습)에 자적함을 생각하지 않는가. -채근담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자는 흔히 사람을 피하여 고요함을 찾나니
뜻이 사람 없음에 있다면 곧 자아(自我)에 사로잡힘이 되는 것이요,
마음이 고요함에만 집착한다면 이것이 어지러움의 뿌리가 되는 것임을 모름이니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동(動)과 정(靜)을 모두 잊는 경지에 이르리오. -채근담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적당히 취하도록 마시면 그런 가운데 아름다운 취미가 있나니,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면 문득 재앙의 경지에 이르는도다.
가득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할지니라. -채근담

꽃은 화분 속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가 없어지고 새는 새장 안에 있으면 문득 자연의 맛이 줄어든다.
이 어찌 산 속의 꽃이나 새가 한데 어울리어 색색의 무늬를 이루며 마음껏 날아서
스스로 한가히 즐거워함만 같을 수 있으리오. -채근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즐기고 물고기를 바라볼지라도
또한 그 가운데 일단의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느니라. 만약 한갓 그 광경에 빠져 겉모습만 희롱한다면
이는 역시 우리 유교에서 말하는 구이지학(口耳之學)이요,
불교에서 말하는 완공(頑空)일 뿐인즉 무슨 아름다운 취미가 되리오. -채근담

꾀꼬리 지저귀고 꽃이 피어 산과 골짜기가 아름다움은 이 모두 천지의 한때 거짓된 모습이요,
물 마르고 낙엽이 져서 돌과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천지의 참모습을 보는 것이니라. -채근담

꾸미는 마음 잠재우면 곧 마음속에 달이 뜨고 맑은 바람 부나니, 이 세상이 반드시 고해(苦海)만은 아니로다.
마음을 멀리 하면 수레소리와 말굽소리 절로 없나니, 어찌 모름지기 산수(山水)만을 찾으리오. -채근담

권력을 좇고 세력에 붙는 재앙은 참혹하고 아주 빠르며,
고요함에 살고 편함을 지키는 맛은 가장 맑고 가장 오래 가느니라. -채근담

권세 있고 부귀한 사람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과 호걸들은 호랑이처럼 싸우는데,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면 마치 개미떼가 비린내 나는 고깃덩어리에 모여드는 것과 같고,
파리떼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같도다.
시비의 다툼이 벌레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의 싸움이 고슴도치의 바늘처럼 일어서는데,
냉정한 마음으로 대해 보면 마치 도가니 속에서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도다.-채근담

귀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림과 같은지라 지나게 하고 남겨 두지 않으면
시비도 함께 사라지느니라. 마음은 마치 연못에 달빛이 비치는 것과 같은지라
텅 비게 하고 잡아 두지 않으면 외물(外物)과 나를 모두 잊게 되느니라. -채근담

글은 졸(拙)함으로써 나아가고, 도(道)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지느니라.
하나의 졸 자에 한없는 뜻이 있나니 도원(桃園)에서 개가 짖고
상전(桑田)에서 닭이 운다는 것은 얼마나 순박하며,
차가운 못(池)에 달이 비추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공교롭기는 하나
그 속에 문득 쓸쓸하고 처량한 기상을 느끼게 되느니라. -채근담

글자 한 자 모를지라도 시의(詩意)를 가진 자는 시가(詩家)의 참맛을 얻을 것이요,
게(偈, 불교 글귀) 한 구절 연구하지 않더라도 선미(禪味)를 가진 자는 선의 현기(玄機)를 깨닫느니라. -채근담

금(金)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玉)은 돌에서 생기나니 환(幻, 실체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면
진(眞, 참다운 실상)을 구할 수가 없느니라. 술 가운데서 도를 얻고 꽃 속에서 신선을 만났다고 함은
비록 풍아한 듯하지만 능히 속됨을 떠나지 못하였느니라. -채근담

길고 짧음은 한 생각에 말미암고, 넓고 좁음은 한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마음 한가한 사람은 하루가 천 년보다 길고,
뜻이 넓은 사람은 한 칸의 방이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으니라. -채근담


나무는 뿌리로 돌아간 뒤에라야 꽃과 가지와 잎의 헛된 영화를 알게 되고,
사람은 관 뚜껑을 덮은 다음에라야 자손과 재물이 쓸데없다는 것을 알게 되느니라. -채근담

나 자신이 외물(外物, 밖의 사물)을 부리는 사람이면 얻었다 하더라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잃었다 하더라도
또한 근심하지 아니하니, 이는 대지가 모두 소요하는 동산이 되는 것과 같으니라.
외물로써 자신을 부리는 사람은 역경을 미워하고 순경(順境) 또한 아끼나니
털끝 만한 일도 문득 자신을 얽매이게 하기 때문이니라. -채근담

낚시질은 조용하고 뛰어난 일이지만 그래도 살생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고,
장기와 바둑은 깨끗한 놀이지만 그래도 전쟁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느니라.
이로써 볼 때 기쁜 일이란 일을 덜어 마음에 알맞도록 하는 것만 못하고,
재능이 많은 것보다는 무능하여 천진(天眞)을 보전하는 것이 나은 것을 알지니라. -채근담

내가 영화를 바라지 않거늘 어찌 이록(利祿)의 미끼를 근심할 것이며,
내가 나아감을 다투지 않거늘 어찌 벼슬살이의 위태로움을 두려워하리오. -채근담

냉정한 눈으로 열광했을 때를 바라본 뒤에라야 열광할 때의 분주함이 무익했음을 알게 되고,
번잡함에서 한가함으로 돌아가 본 뒤에라야 한가한 가운데의 재미가 가장 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채근담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흐름에 임하면 사람의 뜻이 멀리까지 이른다. 비나 눈이 오는 밤에 글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마루에서 휘파람을 불면 흥이 높아지느니라. -채근담

높은 벼슬아치 일행 가운데 명아주 지팡이를 짚은 은사가 섞여 있으면 문득 한결 고상한 풍취를 더하고,
고기잡이와 나무꾼이 다니는 길 위에 비단옷 입은 고관이 섞여 있으면 문득 숱한 속기를 더한다.
이로써 보건대 짙은 것은 담박한 것만 못하고, 속된 것은 고상한 것만 못함을 알겠도다. -채근담

눈앞의 모든 일을 만족한 줄로 알고 보면 그것이 곧 선경(仙境)이요, 만족할 줄을 모르면 그것이 곧 속세이다.
세상에 나타나는 모든 원인을 잘 쓰면 생기(生機)가 되고 잘못 쓰면 살기(殺機)가 된다. -채근담

눈이 내린 데다가 달 밝은 밤을 당하면 심경이 문득 밝아지고,
봄바람의 화창한 기운을 만나면 마음도 또한 절로 부드러워지나니
자연과 사람은 혼연히 융합되어 틈이 없느니라. -채근담

늙은 눈으로 젊음을 보면 바쁘게 달리고 서로 다투는 마음을 가히 없앨 수 있고,
쇠퇴한 처지에서 영화로움을 보면 사치하고 화려한 것을 가히 끊을 수 있느니라. -채근담

대개 한껏 높은 것은 한껏 낮은 것에 깃들이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데서 나오나니,
뜻을 갖는 이는 도리어 멀어지고, 마음을 두지 않는 이는 절로 가까우니라. -채근담

대저 세상살이란 아득하게 먼지라 오로지 한 생각이 완전하기를 구한다면
만 갈래 마음의 실마리가 어지럽게 일어나는 법인즉,
경우에 따라 편안히 하면 이르는 곳마다 얻지 못함이 없으리로다. -채근담

더위를 꼭 없앨 수 없지만 덥다고 짜증내는 마음을 없애면 몸은 항시 서늘한 마루에 있을 것이요,
가난은 꼭 쫓을 수는 없지만 가난을 근심하는 마음을 쫓으면 마음은 항상 안락한 집에 있으리라. -채근담

뗏목에 타자 곧 뗏목 버릴 것을 생각하면 이는 바야흐로 할 일 없는 도인과 같지만,
만약 나귀를 타고 또 나귀를 찾는다면 끝내 깨닫지 못하는 선사(禪師, 스님)이니라. -채근담

도리(道理)가 비어 쓸쓸하면 일도 비어 쓸쓸할 것인데, 일을 버리고 도리만 잡으려는 것은
마치 그림자는 버리고 형체만 머물게 하려 함과 같으니라. 마음이 비면 환경도 비는 법인데
환경은 버리고 마음만 지니려는 것은 마치 비린내 나는 고깃덩어리를 모아놓고
쇠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음이니라. -채근담

뜻에 우연히 맞아들면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천연 그대로의 것이라야 비로소 참맛을 보게 되느니라.
만약 조금이라도 고쳐서 늘어놓으면 그 맛이 문득 줄어드느니라.
백낙천이 말하기를 '마음은 일이 없을 때 유유자적하고,
바람은 저절로 불 때 맑다'라고 했으니 진정 맛이 있는 글이로다! -채근담

마음속에 약간의 물욕도 없다면 이미 화롯불에 눈이 녹듯, 햇살에 얼음 녹듯 할 것이요,
눈앞에 한줄기 밝은 빛이 있으면 때로 청천에 있는 달 그림자가 물결에 있음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채근담

마음에 망념(妄念)이 없는데 어찌 그 마음을 볼 수 있겠는가.
석가(釋迦)가 말하는 '마음을 본다'라 함은 거듭하여 그 장애를 더할 뿐이로다.
만물은 본래 하나이니 어찌 고르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장자가 말하는 '만물을 고르게 한다'라 함은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놓을 뿐이니라. -채근담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것이 곧 가을 하늘과 잔잔한 바다요,
곁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이곳이 곧 선경(仙境)이니라. -채근담

마음에 욕심이 가득 차면 깊은 못에서도 물결이 끓어 산림 속의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비면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함이 일어 저잣거리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 시끄러움을 모르느니라. -채근담

마음을 아직 꽉 잡지 못했거든 마땅히 시끄러운 속세에서 발길을 끊어
내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여
내 고요한 불성을 맑게 할지니라.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마땅히 속세로 뛰어들어
내 마음으로 하여금 하고 싶은 것을 보더라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도록 하여 내 원활한 활동을 기르라. -채근담

마음이 넓으면 만종(萬鐘)의 녹(祿)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터럭 하나라도
수레바퀴와 같게 보이느니라. -채근담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이라 하고 누운 바위도 호랑이로 보이나니
이런 중에서는 모두가 해치는 기운뿐이로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사나운 석호(石虎)도 바다 갈매기로 길들일 수 있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음악처럼 들리나니 이르는 곳마다 참기틀을 보게 되리라. -채근담

많이 가진 자는 잃을 것 또한 많은지라. 그러므로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근심이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사람은 넘어지기도 쉬운지라.
그러므로 귀하다는 것이 천한 사람의 항상 편안함과 같지 못하니라. -채근담

머리 빠지고 이가 성글어지는 것은 거짓 형체의 변천에 맡기고,
새가 노래하고 꽃이 피거든 자연의 본성의 변함없는 진리가 있음을 깨달을 지니라. -채근담

명리(名利)의 다툼질은 남들에게 모두 맡기어 그들 모두가 취하더라도 미워하지 말고,
고요하고 담박함은 내가 즐거워하되 홀로 깨어 있음은 자랑하지 말지니라.
이는 불교에서 이르는 바 '법(法)에도 매이지 않고 공(空)에도 매이지 않아
몸과 마음이 더 자유로운 사람'이니라. -채근담

모든 소리가 고요해진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 소리를 들으면 문득 그윽한 취미를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진 다음에 한 가지 빼어난 꽃을 보면 모든 무한한 삶의 기운이 움직임을 아노니,
이로써 사람의 본성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기동하는 정신은 사물에 부딪치어 가장 잘 나타남을 알지니라. -채근담

몸은 매어 놓지 않은 배와 같은지라 가거나 멈추거나 맡겨 둘 것이요,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은지라 쪼개건 향을 칠하건 아랑곳하지 말일이다. -채근담

물결이 하늘에 닿으면 배 안에서는 두려움을 모르되 배 밖의 사람은 마음을 졸이고,
미치광이가 좌중에서 외쳐대면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경계하지 않지만 자리밖에 있는 사람이 혀를 찬다.
고로 군자는 비록 몸은 일 안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반드시 일 밖에 있어야 하느니라. -채근담

물고기는 물 속을 헤엄치되 물을 잊어버리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되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하느니라.
이 이치를 알면 가히 물질에 얽매어 있는 것을 벗어날 수 있고
하늘의 오묘한 작용을 즐길 수 있느니라. -채근담

물욕에 얽매이면 우리의 삶이 슬픔을 깨달을 것이요,
본성에 자적(自適)하면 우리의 삶이 즐거움을 깨달으리니
그 슬픔을 알면 곧 속정(俗情)이 사라지고 그 즐거움을 알면 곧 선경(仙境)에 절로 이르느니라. -채근담

물이 흘러도 그 지경에는 소리가 없나니,
시끄러운 곳에 처해 있으면서도 정적을 보는 맛을 얻어야 할 것이요,
산이 높아도 구름은 거리끼지 않나니, 유(有)에서 나와 무(無)로 돌아가는 마음을 깨달을지니라. -채근담


바람과 꽃의 산뜻함과 아름다움, 눈과 달의 맑음과 시원함은
오직 조용함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그 주인이 되고, 물과 나무의 무성함과 앙상함,
대나무와 돌의 자라나고 사람짐은 홀로 한가한 사람만이 그 소유권을 갖느니라. -채근담

바쁠 때, 자기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한가할 때에 심신을 맑게 길러야 하고,
죽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모름지기 살아있을 때 사물의 참모습을 간파해야 할지니라. -채근담

발 높이 걸고 창문 활짝 열어 청산과 녹수(綠水)가 구름과 안개를 삼키고 토해냄을 보면
천지의 자유자재함을 알게 되고, 대나무와 나무 우거진 곳에서
새끼 친 제비와 우는 비둘기가 계절을 맞고 보내는 데 그런 곳에 몸을 맡기면
물아(物我)를 모두 잊음을 알게 되느니라. -채근담

배우는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어 붓 끝으로 고움과 미움을 이루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곱고 미움이 어디 있겠는가.
바둑 두는 기사는 앞뒤를 다투며 바둑돌로 승패를 겨루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이기고 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 -채근담

백낙천이 이르기를 '몸과 마음을 놓아 버려 눈을 감고, 자연이 되어 가는 대로 맡김이 상책이다.'라 하였고,
조보지는 이르기를 '몸과 마음을 거두어 움직이지 않고 고요히 선정(禪定)으로 들어감이 상책이다'라고 하였으니,
놓아 버리면 마구 흘러 미치광이가 되고, 거두면 메마른 적막에 들어가 생기가 없어지느니라.
그러므로 오직 몸과 마음을 다루는 데도 그 자루(柄)를 손에 잡아 거두고 놓음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느니라.
-채근담

병이 든 후에 건강이 보배인 줄 생각하고, 난(亂)에 처하고 평화가 복되는 줄을 아나니,
이는 일찍 앎이 아니니라. 복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살기를 탐내는 것이 죽음의 원인이 되는 것임을 아는 것이 탁견(卓見)이니라. -채근담

부귀는 뜬구름으로 여기는 기풍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산골 깊숙이에 살지는 않으며,
산수를 좋아하는 고질은 없을지라도 늘 스스로 취하고 시를 읊느니라. -채근담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없는 소득은 조물주의 낚시 미끼가 아니라면 곧 세상 사람들의 함정이리라.
이런 경우에는 눈을 높이 떠보지 않으면 그 꾐 속에 빠지지 않을 자가 없느니라. -채근담

사나운 짐승은 굴복받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 어렵고,
골짜기는 채우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 -채근담

사람들은 문자 있는 책을 읽을 줄 알되 문자가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되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거니와 형체 있는 것만 쓸 줄 알고
정신을 쓸 줄 모른다면 어찌 거문고와 책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으리요. -채근담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의 참경지가 있어 거문고와 피리가 아니더라도 절로 편안하고 즐거워지며,
향 사르고 차 마시지 않더라도 절로 맑고 향기로워지나니 모름지기 생각을 깨끗이 하되
보고 듣는 것을 끊어 잡념을 잊고 형체를 바로 풀어야 비로소 그 가운데 노닐 수 있느니라. -채근담

사람의 마음은 흔히 움직임으로 인하여 참됨을 잃거니와 만약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도록
맑게 하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어남에 우연히 함께 가고,
빗방울 떨어짐에 냉연(冷然)히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귐에 혼연히 느낌이 있고,
꽃이 짐에 소연(瀟然, 깨끗이)히 스스로 얻음이 있은
즉, 어느 곳인들 진경(眞境)이 아니며 어느 것인들 진기(眞機, 천지의 참다운 활동)가 아니리요. -채근담

사람의 한평생 가운데 무슨 일이고 한 푼을 덜어 적게 하면 그만큼 한 푼을 벗어나나니,
만약 교유(交遊)를 줄이면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소모가 되지 않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소모가 되지 않고,
총명을 줄이면 본성을 완전케 하리라. 날로 덜함을 구하지 아니하고 날로 더함을 구하는 자는
참으로 그 생명을 속박하는 것이니라. -채근담

사람이 굳이 그 자리에서 쉬면 곧 그 자리에서 깨달을 수 있지만 만약 따로 쉴 곳을 찾는다면
아들 장가 들이고 딸 시집 보낸 뒤에도 일은 많은 법이니 승려와 도사가 되면 될 것 같아도
마음은 역시 깨닫지 못하리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당장 쉬면 쉴 수 있으나
만일 끝날 때를 찾는다면 끝이 날 때가 없으리라.'고 했는데 진실로 탁견이로다. -채근담

사람이 너무 한가하면 딴 생각이 슬그머니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마음의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불가불 몸과 마음의 근심을 지녀야 하고,
또한 불가불 풍월이 취미를 갖지 않을 수 없느니라. -채근담

사물 속에 깃든 풍정(風情)을 깨달으면 오호(五湖)의 풍경도 다 내 마음속에 들어올 것이요,
눈앞의 기밀을 깨닫는다면 천고의 뛰어난 영웅도 다 손아귀에 들어오느니라. -채근담

산과 숲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한번 현혹되어 집착하면 곧 시정아치가 되고,
서화(書畵)는 청아한 것이지만 한번 탐내어 마비되면 장사꾼이 되나니,
대개 마음에 물든 것이 없으면 욕계(欲界)도 곧 선경(仙境)이고 마음에 붙잡히는 데가 있으면
선경도 곧 고해(苦海)가 되느니라. -채근담

산나물은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절로 자라나고,
들새는 사람이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건만 그 맛은 모두 향기롭고 또 맑도다.
우리 사람들도 능히 세상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품위가 뛰어날 것이리라. -채근담

산림과 천석(泉石) 사이를 거닐면 티끌 마음이 차츰 없어지고
시서(詩書)와 그림 속에 노닐면 속된 기운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사물에 빠져도 뜻은 잃지 않거니와 또한 항상 아름다운 경지를 빌어
마음을 바로잡아 나가느니라. -채근담

산림 속의 선비는 청고(淸高)하게 살므로 자연히 고상한 취미가 많으며,
들의 농부는 꾸밈이 없이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지녔나니,
만약 한번 몸이 시정(市井)의 거간으로 떨어지면
구렁에 굴러 죽어 신골(神骨)이 오히려 맑음만 같지 못하느니라. -채근담

산림(山林)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직 산림의 맛을 진정 깨닫지 못한 것이요,
명리(名利, 명성과 이욕)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명리의 마음을 모두 잊지 못한 사람이다. -채근담

산 속에 살면 마음이 맑고 시원하며 대하는 것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드느니라.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매 속세에서 초월한 생각이 들고,
돌 사이를 흐르는 샘물을 만나매 때묻은 마음을 씻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며,
늙은 전나무와 추위 속의 매화를 어루만지매 절개가 우뚝 서고,
모래밭 갈매기와 사슴들과 노닐매 번거로운 마음을 다 잊게 되노라.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면 외물(外物)과 상관하지 않을지라도
곧 이 몸 또한 궂은 존재가 될 것이니라. -채근담

산하와 대지도 이미 하나의 작은 티끌이거늘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이야 일러 무엇하리요.
피와 살과 몸뚱이도 물거품이나 그림자에 지나지 않거늘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임에야 일러 무엇하리요.
최상의 지혜자가 아니면 환히 깨닫는 밝은 마음이 없느니라. -채근담

새끼로도 톱삼아서 오래 쓰면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오래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찾기를 더할 것이니라. 물이 모이면 도랑이 되고,
오이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나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하늘에 일임할지니라. -채근담

새 소리 벌레 소리는 모두 마음과 마음을 전해 주는 비결이요,
꽃잎과 풀잎도 진리를 나타내는 글 아닌 것이 없다. 배우는 자는 마땅히 마음을 맑게 하고
가슴을 영롱하게 하여, 듣고 보는 것마다 모두 마음에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느니라. -채근담

색욕이 불길처럼 타오를지라도 한 생각이 병든 때에 미치면 문득 그 흥이 식은 재와 같아지고,
명리(名利)가 엿처럼 달지라도 한 생각이 죽은 처지에 이르게 되면 문득 그 맛이 밀랍을 씹는 것 같아진다.
그러므로 인간이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고 병을 근심한다면 가히 헛된 일을 버리고
마음을 기를 수 있느니라. -채근담

석화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넓겠는가. -채근담

세상맛을 다 알게 되면 손바닥을 엎치고 뒤치어 비를 만들거나 구름을 만들거나
그대로 맡겨 둔 채 눈을 뜨기조차 귀찮아하고, 사람들 마음을 다 깨달으면 소라고 부르거나
말이라 부르거나 그대로 두어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니라. -채근담

세상 사람들은 영리를 위해 속박당해 있으면서 걸핏하면 진세(塵世, 티끌세상)요
고해(苦海)라고 말하지만 구름이 희고, 푸른 냇물이 흐르고,
돌이 서 있으며, 꽃이 피어 새를 반기고, 골짜기가 나무꾼의 노래소리에 화답하는 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로다.
세상은 진세도 아니려니와 또한 고해도 아니거늘 제 스스로 그 마음을 진세와 고해로 만들 뿐이로다. -채근담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는 스스로 줄이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천한 자는 스스로 좁히며,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가한 것이건만 악착같은 자는 스스로 분주하니라. -채근담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건너는 가운데 있나니,
반드시 사람들을 끊고 세상에서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나니,
반드시 욕심을 끊어 마음을 식은 재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채근담

손님과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질탕하게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이윽고 시간이 다하고 촛불 가물거리며 향불이 꺼지고 차도 식어 버리면,
도리어 모르는 사이에 흐느낌이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한없이 처량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이와 같거늘 사람들은 어찌하여 빨리 머리를 돌리지 않는단 말인가? -채근담

숨어사는 사람에게는 영예와 오욕도 없고, 도의에 따라 사는 사람에게는 인정의 변화가 없느니라. -채근담

시골 사람들은 닭이나 막걸리를 혼연히 기뻐하나 고급요리를 말하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를 이야기하면 슬며시 좋아하나 고급 예복을 이야기하면 알지 못하나니,
그 천성이 온전함이라. 그러므로 그 욕망이 담백함이니 이것이 인생의 제일 가는 경계(境界)이니라. -채근담

시끄럽고 번잡한 때를 당하면 평소에 기억하던 것도 멍하니 잊어버리고, 깨끗하고 편안한 곳에 있으면
옛날에 잊었던 것도 또한 뚜렷이 떠오르나니, 이것으로서 조용한 곳과 시끄러운 곳에 따라
어둡거나 밝은 것이 판이함을 알지니라. -채근담

시험삼아 이 몸이 생겨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또 죽은 후에 무슨 꽃이 될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곧 일만 가지 생각이 다 사라져서 식은 재와 같아지고,
본성만이 적연(寂然)히 남아 스스로 만물 밖에 초월하여
상선(象先, 태초 이전의 상태)에서 높게 될 것이니라. -채근담

식어가는 등불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가죽옷에 온기가 없는 것은 모두 광경(光景)을 농락함이요.
몸이 고목과 같고 마음이 식은 재와 같음은 곧 적막 속에 떨어진 것이니라. -채근담

앞을 다투는 길은 좁나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절로 한 걸음 넓어지고,
짙고 고운 맛은 짧나니 한 푼(一分) 청담하게 하면 한 푼만큼 유장하리라. -채근담

얽매이는 것과 벗어나는 것은 오직 자기 마음에 깨달음이 있으면 정육점과 주막도 극락정토요,
그렇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심어 가꾸며 즐거워함이
청아할지라도 마성(魔性)을 버리지 못함이로다.
옛말에 이르기를 '버릴 줄 알면 티끌 세상도 선경(仙境)이 되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절에 있어도 곧 속세로다.'라고 하였는데, 실로 옳은 말이로다. -채근담

열사(烈士)는 천승(千乘, 대국)의 나라도 사양하고, 탐욕스런 사람은 한 푼의 돈도 다투나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명예를 좋아함과 이익을 좋아함에는 다를 바가 없느니라.
천자(天子)는 나라를 다스리고, 거지는 조석 끼니를 구걸하나니
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애타는 생각의 초조한 소리는 다를 바가 없느니라. -채근담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게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사람도 이런 이치를 알면 가히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느니라. -채근담

외로운 구름이 골짜기에서 피어나매 가고 머무름에 있어 거리낌이 없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리매 조용하고 시끄러움을 서로 상관치 않느니라. -채근담

욕심이 많은 자는 금을 나누어 줘도 옥 얻지 못함을 한탄하고,
공작으로 봉해줘도 제후가 되지 못함을 원망하며, 부귀하면서도 스스로 거지노릇을 달게 여긴다.
그러나 족함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도 고기국보다 맛있게 여기고,
베 두루마기도 여우와 담비 가죽옷보다 따뜻하게 생각하니 서민이면서도 왕과 같으니라. -채근담

유장(悠長)한 취미는 진하고 맛좋은 술에서 얻지 못하나 콩씹고 물마시는 데서 얻을 수 있고,
그리운 회포는 메마르고 적막한 데서 생기지 않으나 피리 소리 맞추고 거문고 줄 고르는 데서 생기나니.
진실로 짙은맛은 늘 짧지만 덤덤한 맛은 홀로 참다움을 알겠노라. -채근담

은둔자의 맑은 흥취는 모두가 유유자적하는 데에 있느니라.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승패를 다투지 않는 것으로 참승부를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하다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하다 하며, 만나는 것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되다 하고,
손님은 마중과 배웅이 없는 것으로 스스럼이 없다 하나니,
만약 한 번 예절에 끌리고 형식에 잡히면 곧 진세(塵世, 속세)의 고해(苦海)에 빠질 것이니라. -채근담

음란하던 여인이 극단에는 비구니가 되고, 열중하던 사람이 분격하여 불도(佛道)에 드나니,
맑고 깨끗해야 할 절이 항상 음사(陰邪)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으니라. -채근담

이룬 것이 반드시 무너짐을 안다면 이루기를 구하는 마음이 지나치게 굳지 않을 것이요,
삶이 반드시 죽을 것임을 안다면 삶을 보전하는 것에 지나치게 애태우지 않을 것이니라.
발 높이 걸고 창문 활짝 열어 청산과 녹수(綠水)가 구름과 안개를 삼키고 토해냄을 보면
천지의 자유자재함을 알게 되고, 대나무와 나무 우거진 곳에서 새끼 친 제비와 우는 비둘기가
계절을 맞고 보내는 데 그런 곳에 몸을 맡기면 물아(物我)를 모두 잊음을 알게 되느니라. -채근담

이름을 자랑함은 이름을 숨기는 멋만 같지 못하고, 일에 익숙함은 일을 덜어 한가로움만 같지 못하다. -채근담

이 몸을 항상 한가한 곳에 놓아두면 영욕이나 득실로 어느 누가 나를 부릴 것이며,
이 마음을 항상 고요한 속에 편히 있게 하면 시비나 이해(利害)로 어느 누가 나를 속이리오. -채근담

인생의 복과 재앙은 모두 속에서 이루어지느니라. 그러므로 석가모니는 이르되,
'이욕(利慾)이 불같이 타오르면 그것이 곧 불구덩이요, 탐애(貪愛)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苦海)가 되며,
한 마음이 맑으면 불꽃도 못(池)이 되고, 한 마음이 각성하면 배는 피안(彼岸)에 오른다'고 하였으니
생각이 달라지면 경기는 갑자기 변하는 것인지라. 가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채근담

인정이란 꾀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싫어하며,
꽃을 보면 가꾸고 싶고, 풀을 보면 뽑아 버리고 싶어하나니 다만 이는 형체와 기질로서
사물을 구분함이라. 만약 본바탕으로써 본다면 무엇이든지 스스로 천기의 울림이 아닌 것이 없고,
저 스스로 그 삶의 뜻을 펴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채근담

일 많아 번잡하고 시끄러운 때도 한번 냉정한 눈으로 보면 문득 허다한 괴로운 생각을 덜게 되고,
역경에 처했을 때도 한번 뜨거운 마음을 지니면 문득 허다한 참 취미를 얻게 되느니라. -채근담

자식이 생길 때 어머니가 위태롭고 돈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나니,
어떤 기쁨이 근심이 아니리오.
가난은 가히 써 절용(節用)을 하고 병(病)은 가히 써 몸을 보전하나니, 어떤 근심이 기쁨이 아니리오.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순경과 역경을 똑같은 것으로 보고 기쁨과 근심을 모두 잊느니라. -채근담

적막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과 그윽한 돌을 보고 깊은 진리를 깨달으며, 영화를 좇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묘한 춤을 보고 싫증을 안 내거니와 오직 스스로 깨달은 선비라야
시끄러움과 고요함, 번영과 쇠퇴에 상관없이 가는 곳마다 마음에 안 맞는 세상이 없느니라. -채근담

정신이 왕성하면 베 이불을 덮고 작은 방 안에 쉬워도 천지의 화평한 기운을 흡수하고,
입맛이 좋으면 명아주 국에 밥을 먹어도 인생의 참맛을 아느니라. -채근담

좁은 방안일지라도 모든 시름 다 버린다면 채색한 들보에 구름이 날고
발 걷어올려 비를 본다는 것을 말할 게 무엇이리오. 석 잔 술을 마신 후에 모든 진리를 깨닫는다면
거문고를 달 아래서 비껴 뜯고 피리를 불어 청풍에 실려 보내는 것으로도 족하도다. -채근담

지금 사람들은 오로지 생각을 없애려고 애를 쓰되 마침내 없애지 못하는데
다만 앞의 생각을 마음에 두지 말고, 뒤의 생각을 마음에 맞아들이지 말며,
단지 현재의 인연에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가면 자연히 차츰 무념(無念)의 경지로 들어가게 되느니라. -채근담

진공(眞空)은 공(空)이 아니고, 형상에 집착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며, 형상을 피하는 것 또한 진리가 아니니라.
묻느니 세존(世尊)은 뭐라고 말씀하셨던가?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라.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는 것도 괴로움이라. 우리는 스스로 닦는 길을 따를 것이니라.'
-채근담

차를 굳이 좋은 것만 찾지 않는다면 차 주전자가 마르지 않을 것이고,
술도 맛좋은 것만 찾지 않는다면 술통이 비지 않을 것이니라.
장식을 안한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언제나 고르게 소리나고,
단소는 구멍이 없어도 절로 맞느니 비록 복희씨(고대중국의 성군)를 넘기는 어려워도
죽림칠현에 필적할 수는 있으리라. -채근담

천성이 맑으면 기갈을 면할 정도만으로도 심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지만 심지가 어두워 흔들리면
비록 선(禪)을 말하고 게송(偈頌)을 풀이하지라도 이는 모두 정신을 희롱하는 것일 뿐이니라. -채근담

천운(天運)의 한서(寒暑)는 피하기 쉽지만 인정의 염량(炎凉)은 제하기 어렵고,
인정의 염량은 그전대로 제어하기 쉽다 해도 내 마음의 변덕은 버리기 어렵나니,
마음속 변덕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에 가득한 화기로서 가는 곳마다 절로 봄바람이 있을지니라. -채근담

천지 중의 만물, 인륜 가운데의 만정(萬情). 세계 속의 만사를 속된 안목으로 본다면 분분하여 각각 다르지만,
깨우친 안목으로 본다면 그 여러 가지가 모두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분별할 것이며 어찌
번거롭게 분별할 것이며 어찌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으리오. -채근담


풀과 나무는 시들어 떨어져도 문득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가 닥쳐와도 마침내 봄기운은 비회(飛灰)에 도느니라.
만물을 죽이는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항상 주인이 되어 있으니
이로써 가히 천지의 뜻을 볼 수 있느니라. -채근담

풍월(風月)과 화류(花柳)가 없으면 천지의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바탕도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다만 나로써 사물을 부리고 사물로써 나를 부리지 못하게 한다면 기호와 정욕도 하늘의 작용 아님이 없고,
속세의 마음도 곧 진리의 경지이니라. -채근담

풍취를 얻음은 많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쟁반 만한 연못과 주먹만한 돌 사이에도
산수의 경치는 갖추어지는 것이다. 훌륭한 경치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쑥대 우거진 창문과 초가집 아래에도 맑은 바람, 밝은 달은 스스로 한가한 법이다. -채근담

피리소리, 노래소리가 바야흐로 무르익었을 때, 문득 옷자락 떨치고 일어나서 나감은
마치 통달한 사람이 벼랑길에서 손을 젓고 걸어가는 것 같아서 부럽고,
시간이 이미 늦은 때에 오히려 쉬지 않고 밤길을 쏘다니는 것은 마치 속인(俗人)이
그 몸을 고해(苦海)에 담그는 것과 같아서 딱하니라. -채근담



한 가지 일이 생기면 이로움도 있으나 해로움도 있나니,
그러므로 천하는 항상 일이 없는 것을 복으로 삼느니라.
옛 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제후에 봉함은 말하지도 말라.
한 명의 장수가 공을 이룸에는 1만 명의 병사들이 백골로 마른다'하였고,
또 이르되, '천하로 하여금 항상 일이 없을 것이라면
칼집 속에서 칼이 천년을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하였느니
비록 영웅의 용맹스러움이 있을 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녹아 버릴지니라. -채근담

한 가지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곧 다른 한 가지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 서로 대립되고,
하나의 좋은 풍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하나의 좋지 못한 풍경이 있어 서로 엇갈리는 법이다.
오직 늘 먹는 밥과 지위 없는 경치야말로 곧 안락한 것이니라. -채근담

한 걸음 나아갈 때에 곧 한 걸음 물러설 것을 생각해 두면 거의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 재난을 면할 것이요,
일을 시작할 때 먼저 손을 뗄 것을 도모해 두면 비로소 호랑이 등을 타는 위험에서 벗어나리라. -채근담

한 몸에 대하여 그 한 몸을 다 깨달은 사람은 바야흐로 능히 만물로써 만물에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리는 사람은 바야흐로 능히 속세에 있으면 속세를 벗어날 수 있느니라. -채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