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無鬼
1.
徐無鬼因女商見魏武侯(서무귀인녀상견위무후) : 서무귀가 여상의
소개로 위나라 무후를 만났다.
武侯勞之曰(무후로지왈) : 무후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先生病矣(선생병의) : “선생께서 병이 나신 모양입니다.
苦語山林之勞(고어산림지로) : 산림에 은거하는 것이 고되어
故乃肯見於寡人(고내긍견어과인) :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오셨군요
.”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我則勞於君(아칙로어군) : “제가 위로하고 싶은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어찌 저를 위로하십니까?
君將盈耆欲長好惡(군장영기욕장호악) : 임금께서는 욕망을 만족
시키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따라 모든 일을 하시려 하기
때문에,
則性命之情病矣(칙성명지정병의) : 성명의 참모습이 병들고 있습
니다.
君將黜耆欲(군장출기욕) : 욕망을 버리고
掔好惡(견호악) : 애증의 감정을 버리려 하시면
則耳目病矣(칙이목병의) : 귀와 눈이 괴로움을 당하게 될 것입니
다.
我將勞君(아장로군) : 제가 임금님을 위로하려 하는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임금님께서 저를 위로할 것이 무
엇이 있으십니까.”
武侯超然不對(무후초연불대) : 무후는 언짢은 듯 대답하지 않았
다.
少焉(소언) : 조금 있다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嘗語君吾相狗也(상어군오상구야) : “시험삼아 제가 개를 감정하
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下之質執飽而止(하지질집포이지) : 질이 낮은 개는 아무것이나
배가 부를 때까지 찾아 먹는데
是狸德也(시리덕야) : 이는 승냥이의 덕과과 같습니다.
中之質若視日(중지질약시일) : 중질의 개는 해를 바라보듯 뜻이
높고 먼 곳에 있습니다.
上之質若亡其一(상지질약망기일) : 그리고 질이 높은 개는 스스
로를 잊은 듯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吾相狗(오상구) : 그러나 제가 개를 감정하는 것은
又不若吾相馬也(우불약오상마야) : 말을 감정하는 것만은 못합니
다.
吾相馬(오상마) : 내가 말을 감정할 때
直者中繩(직자중승) : 말 이빨이 먹줄을 댄 듯 곧고
曲者中鉤(곡자중구) : 목덜미는 고리가 휜 것처럼 구부정하고,
方者中矩(방자중구) : 머리는 굽은 자를 댄 것처럼 모가 나고
圓者中規(원자중규) : 눈은 그림쇠로 그린 듯 둥근 것이
是國馬也(시국마야) : 국마라 할 만한 말입니다.
而未若天下馬也(이미약천하마야) : 그렇지만 국마는 천하마보다
는 못합니다.
天下馬有成材(천하마유성재) : 천하의 명마는 저절로 천성의 재
질을 갖추고 있으며
若卹若失(약술약실) : 고요하고 그 스스로를 잊은 듯
若喪其一(약상기일) : 그 잃은 것이 한결같습니다.
若是者(약시자) : 이런 말은
超軼(초질) : 질풍같이 달려도
絶塵(절진) :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不知其所(부지기소) : 얼마만큼을 가서야 멈추게 될지도 모를 정
도입니다.”
武侯大悅而笑(무후대열이소) : 무후는 크게 기뻐하며 웃는 얼굴
이 되었다.
徐無鬼出(서무귀출) : 서무귀가 나오자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그에게 물었다.
先生獨何以說吾君乎(선생독하이설오군호) : “선생께서는 대체
어떤 말로 우리 임금님을 설득하셨습니까?
吾所以說吾君者(오소이설오군자) : 제가 임금님을 설득하는 방법
은
橫說之則以詩書禮樂(횡설지칙이시서예악) : 횡적으로는 시, 서,
예, 악을 사용하고,
從說之則以金板六弢(종설지칙이금판육도) : 종적으로는 주서의
금판편·육도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奉事而大有功者不可爲數(봉사이대유공자불가위수) : 그렇게 정사
에 도움을 주고 공을 세운 일도 많지만
而吾君未嘗啓齒(이오군미상계치) : 제 말에 대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신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今先生何以說吾君(금선생하이설오군) : 그런데 선생께서는 무슨
말로 임금님을 설득하였기에
使吾君說若此乎(사오군설약차호) : 우리 임금님이 저렇게 기뻐하
시는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吾直告之吾相狗馬耳(오직고지오상구마이) : “단지 내가 개와 말
을 감정했던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말했다.
若是乎(약시호) : “그것뿐입니까?”
曰子不聞夫越之流人乎(왈자불문부월지류인호) : 서무귀가 말하기
를, “월나라를 방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습니
까?
去國數日(거국수일) : 나라를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는
見其所知而喜(견기소지이희) : 그가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보기
만 해도 기뻐했습니다.
去國旬月(거국순월) : 나라를 떠난 지 수십 일이 되자
見所嘗見於國中者喜(견소상견어국중자희) : 전에 자기 나라에서
스친 일밖에 없는 사람을 보고도 기뻐했습니다.
及期年也(급기년야) : 일년이 넘자
見似入者而喜矣(견사입자이희의) : 자기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아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不亦去人滋久(불역거인자구) : 나라를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를수
록
思人滋深乎(사인자심호) :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夫逃虛空者(부도허공자) : 저 빈 골짜기에 숨어사는 사람이
藜藋柱乎鼪鼬之逕(려조주호생유지경) : 잡초 우거져 족제비 다니던
길까지 막힌
踉位其空(량위기공) : 쓸쓸한 곳에서 헤매일 때면
聞人足音跫然而喜矣(문인족음공연이희의) :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기뻐하는 법입니다.
又況乎昆弟親戚之謦欬其側者乎(우황호곤제친척지경해기측자호) :
그런데 하물며 형제나 친척의 웃음소리가 곁에서 들린다면 어떻
겠습니까?
久矣夫(구의부) : 오래되었구나
莫以眞人之言謦欬吾君之側乎(막이진인지언경해오군지측호) : 참
된 사람의 말이나 웃음소리로써 우리 임금의 곁에서 속삭임이 없
는 것이 말이오”
2.
徐無鬼見武侯曰(서무귀견무후왈) : 서무귀가 무후를 만나니 무후
가 말했다.
先生居山林(선생거산림) : “선생께서는 산 속에 살며
食茅栗厭葱韭(식모률염총구) :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지겹도록 먹으면서도
以賓寡人(이빈과인) : 나를 찾아오지 않음이
久矣夫(구의부) : 오래 되었습니다.
今老邪(금노사) : 그런데 이제 나를 찾아오신 것은 늙었기 때문
입니까?
其欲干酒肉之味邪(기욕간주육지미사) : 아니면 술과 고기 맛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그
其寡人亦有社稷之福邪(기과인역유사직지복사) : 렇지 않으면 내
게 나라를 잘 다스릴 만한 복이 있어서 온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無鬼生於貧賤(무귀생어빈천) : “저는 빈천하게 나서 자랐기 때
문에
未嘗敢飮食君之酒肉(미상감음식군지주육) : 임금님의 술과 고기
를 감히 먹고 마시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將來勞君也(장래노군야) : 임금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
니다.”
君曰(군왈) : 무후가 말했다.
何哉(하재) : “무슨 소리입니까.
奚勞寡人(해로과인) : 어떻게 나를 위로한단 말입니까?”
曰勞君之神與形(왈로군지신여형) : 서무귀가 말하기를, “임금님
의 정신과 육체를 위로해드리겠다는 말입니다.”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何謂邪(하위사) : “무엇을 말하는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天地之養也一(천지지양야일) : “하늘과 땅이 만물을 키우는 것
은 한결같습니다.
登高不可以爲長(등고불가이위장) :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존
귀해지지 않고
居下不可以爲短(거하불가이위단) : 낮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비
천해지지 않습니다.
吾獨爲萬乘之主(오독위만승지주) : 임금께서는 군주의 자리에 있
으면서
以苦一國之民(이고일국지민) : 한 나라의 백성들을 수고롭게 해
以養耳目鼻口(이양이목비구) : 자신의 귀와 눈과 코와 입의 욕망
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夫信者不自許也(부신자불자허야) : 그것은 임금님의 신명이 허락
하지 않을 일입니다.
夫神者(부신자) : 무릇 신명이란
好和而惡姦(호화이악간) :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사로운 것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夫姦(부간) : 사사롭게 자신만을 생각하신다면,
病也(병야) : 이것은 이미 병이 됩니다.
故勞之(고로지) : 그래서 그 점을 위로해드리겠다는 것입니다.
唯君所病之(유군소병지) : 임금께서 이런 병에 걸리게 된 것은
何也?(何也?) : 어째서이겠습니까?”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欲見先生久矣(욕견선생구의) : “선생을 만나보려고 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吾欲愛民而爲義偃兵(오욕애민이위의언병) : 나는 백성을 사랑하
고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려는데
其可乎(기가호) : 어떻습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不可(불가) : “안됩니다.
愛民(애민) :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害民之始也(해민지시야) : 백성을 해치는 시초가 됩니다.
爲義偃兵(위의언병) :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것 자체가
造兵之本也(조병지본야) :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
다.
君自此爲之(군자차위지) : 임금님께서 그런 방법으로 정치를 하
신다면
則殆不成(칙태불성) :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凡成美(범성미) : 모든 훌륭한 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惡器也(악기야) : 악의 바탕인 것입니다.
君雖爲仁義(군수위인의) : 인의를 행하시더라도
幾且僞哉(기차위재) : 아마 위선이 될 것입니다.
形固造形(형고조형) : 그런 형식을 갖추면 거짓 형식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成固有伐(성고유벌) : 갖추게 되면 자랑하는 마음이 생기며,
變固外戰(변고외전) : 이런 변화가 밖으로 전쟁으로 표출되는 것
입니다.
君亦必無盛鶴列於麗譙之間(군역필무성학렬어려초지간) : 높은 누
각 위에서 군대를 사열할 생각을 말아야 하며,
無徒驥於錙壇之宮(무도기어치단지궁) : 제사를 드리는 궁궐 앞에
보병과 기병을 집합시키실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無藏逆於得(무장역어득) : 그리고 덕을 저버리고 이치에 어긋나
는 일을 하셔도 안됩니다.
無以巧勝人(무이교승인) : 계교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無以謀勝人(무이모승인) : 계략으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
다.
無以戰勝人(무이전승인) : 전쟁으로 남을 이기려해서도 안됩니
다.
夫殺人之士民(부살인지사민) : 다른 나라의 백성을 죽이고
兼人之士地(겸인지사지) : 남의 나라의 땅을 빼앗아 차지함으로
써
以養吾私與吾神者(이양오사여오신자) : 자기의 육체와 정신을 만
족시키려 하는 자는
其戰不知孰善(기전부지숙선) : 그 전쟁이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갖고 있더라도 과연 어느 쪽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으며,
勝之惡乎在(승지악호재) : 전쟁에 이긴다 해도 목적이 어디에 있
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君若勿已矣(군약물이의) : 임금님은 그런 짓은 말아야 합니다.
修胸中之誠(수흉중지성) : 부디 마음 속의 정성을 닦음으로써
以應天之情而勿攖(이응천지정이물영) :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현혹되지 마십시오.
夫民死已脫矣(부민사이탈의) : 그래야 백성들이 죽음으로부터 벗
어날 수 있으니
吾將惡乎用夫偃兵哉(오장악호용부언병재) : 당신은 또 무엇하려
새삼스럽게 전쟁을 그만둔다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3.
黃帝將見大隗乎具茨之山(황제장견대외호구자지산) : 헌원 황제가
대외를 만나기 위해 구자산으로 찾아갔다.
方明爲御(방명위어) : 방명이 수레를 몰고,
昌寓驂乘(창우참승) : 창우가 참승이 되고,
張若謵朋前馬(장약습붕전마) : 장약과 습붕이 말 앞에서 길을 인
도하고,
昆閽滑稽後車(곤혼활계후거) : 곤혼과 활계가 수레 뒤를 따랐다.
至於襄城之野(지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 이르러
七聖皆迷(칠성개미) : 함께 가던 일곱 명의 성인이 모두 그만 길
을 잃게 되었다.
無所問塗(무소문도) : 길을 물을 곳이 없었는데
適遇牧馬童子(적우목마동자) : 마침 목동을 만나게 되었다.
問塗焉(문도언) : 황제가 그 목동에게 물었다.
曰若知具茨之山乎(왈약지구자지산호) : “구자산을 알고 있느냐?
”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若知大隗之所存乎(약지대외지소존호) : “대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느냐?”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다시 물었다.
異哉小童(이재소동) : “신통한 아이로구나.
非徒知具茨之山(비도지구자지산) : 구자산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고 있을 뿐만 아니라
又知大隗之所存(우지대외지소존) : 또 대외가 있는 곳까지 알고
있다니.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
을 해줄 수 있겠느냐?”
小童曰(소동왈) : 아이가 대답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亦若此而已矣(역약차이이의) : 또한 지금 저처럼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又奚事焉(우해사언) : 무슨 특별한 것이 있겠습니까?
予少而自遊於六合之內(여소이자유어육합지내) : 저는 어렸을 때
자연 속에 유유히 살다가,
予適有瞀病(여적유무병) : 눈이 안보이게 되는 병에 걸리게 되었
습니다.
有長者敎予曰(유장자교여왈) : 한 노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若乘日之車(약승일지거) : 저에게 해가 뜨면 수레를 타고
而遊於襄城之野(이유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서 노닐라고요.
今予病少痊(금여병소전) : 지금은 병이 조금 나았기 때문에
予又且復遊於六合之外(여우차복유어육합지외) : 다시 자연 속을
유유히 살려고 합니다.
夫爲天下亦若此而已(부위천하역약차이이) : 무릇 천하를 다스린
다는 것도 바로 제가 병을 고친 일과 같을 뿐입니다.
予又奚事焉(여우해사언) : 제가 또 무슨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물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則誠非吾子之事(칙성비오자지사) : 네 일은 아니겠지만,
雖然(수연) : 그러나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알고 싶구
나.”
小童辭(소동사) : 소년은 거절하였다
黃帝又問(황제우문) : 황제가 다시 묻자
小童曰(소동왈) : 소년이 입을 열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亦奚以異乎牧馬者哉(역해이이호목마자재) : 어찌 말을 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亦去其害馬者而已矣(역거기해마자이이의) : 그저 말을 해치는 것
을 없애주면 될 뿐입니다.”
黃帝再拜稽首(황제재배계수) : 황제는 머리를 숙여 큰절을 두 번
하고,
稱天師而退(칭천사이퇴) : 그 소년을 천사(天師)라고 부른 뒤 물
러났다
4.
知士無思慮之變則不樂(지사무사려지변칙불락) : 지식을 가진 선
비는 지모가 쓰이는 변란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辯士無談說之序則不樂(변사무담설지서칙불락) : 변설에 뛰어난
선비는 의견을 얘기할 기회가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察士無凌誶之事則不樂(찰사무릉수지사칙불락) : 일을 잘 살피는
선비는 논쟁할 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皆囿於物者也(개유어물자야) : 이들은 모두 밖의 사물에 사로잡
혀 있는 자들이다.
招世之士與朝(초세지사여조) : 세상에서 뛰어난 선비는 조정에서
출세하고,
中民之士榮官(중민지사영관) : 백성을 잘 다스리는 선비는 벼슬
로 영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筋力之士矜難(근력지사긍난) : 힘이 센 선비는 어려운 일을 당하
여 실력을 발휘하고,
勇敢之士奮患(용감지사분환) : 용감한 선비는 환란을 당하여 기
개를 떨치고,
兵革之士樂戰(병혁지사락전) : 무술이 뛰어난 선비는 전쟁을 즐
기며,
枯槁之士宿名(고고지사숙명) : 애써 노력하는 선비는 명분을 추
구하고,
法律之士廣治(법률지사광치) : 법률에 밝은 선비는 다스림을 널
리 펴고,
禮敎之士敬容(예교지사경용) : 예의와 음악에 밝은 선비는 용모
를 공경하고,
仁義之士貴際(인의지사귀제) : 인의를 숭상하는 선비는 인간관계
를 귀중히 여긴다.
農夫無草萊之事則不比(농부무초래지사칙불비) : 농부는 농삿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고,
商賈無市井之事則不比(상고무시정지사칙불비) : 상인들은 장삿일
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庶人有旦暮之業則勸(서인유단모지업칙권) : 서민들은 아침저녁으
로 할 일이 있으면 부지런하고,
百工有器械之巧則壯(백공유기계지교칙장) : 공인들은 좋은 기계
와 기술이 있으면 빠르게 일한다.
錢財不積則貪者憂(전재불적칙탐자우) :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
면 탐욕이 많은 자들은 근심을 하고,
權勢不尤則夸者悲(권세불우칙과자비) : 권세가 커지지 않으면 뽐
내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슬퍼하며,
勢物之徒樂變(세물지도락변) : 형세를 잘 쫒는 무리들은 변란을
즐긴다.
遭時有所用(조시유소용) : 이들은 때를 만나야 쓰일 곳이 있게
되며,
不能無爲也(불능무위야) :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다.
此皆順比於歲(차개순비어세) : 이들은 모두가 시간의 변화에 따
라 이끌리는 자들이며,
不易於物者也(불역어물자야) : 사물의 변화에 얽매이는 자들이다
.
馳其形性(치기형성) : 자기의 육체와 본성을 달리게 하고,
潛之萬物(잠지만물) : 밖의 만물에 대해 몰두하며,
終身不反(종신불반) : 평생토록 본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자들
이다
悲夫(비부) : 슬프도다
5.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射者非前期而中(사자비전기이중) : “활을 쏘는 사람이 미리 표
적을 정하지도 않고 맞추었다면
謂之善射天下皆羿也(위지선사천하개예야)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 같은 명궁이 될 수 있을 것인데
可乎?(가호?) : 그래도 되겠습니까?”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 “괜찮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天下非有公是也(천하비유공시야) : 천하에는 두루 다 옳음은 있
을 수가 없는 것인데
而各是其所是(이각시기소시) : 제각기 자기가 옳다는 것만을 옳
다고 주장한다면
天下皆堯也(천하개요야) : 천하에는 모두 요뿐일 것이니
可乎(가호) : 그래도 옳겠는가?”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옳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然則儒墨楊秉四(연칙유묵양병사) : “그렇다면 유가·묵가와 양
주학파·공손룡학파의 넷이 있고,
與夫子爲五(여부자위오) : 선생까지 합하면 다섯이 되는데
果孰是邪(과숙시사) :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입니까?
或者若魯遽者邪(혹자약로거자사) : 혹시 노거와 같은 입장입니까
?
其弟子曰(기제자왈) : 한번은 그의 제자가 말했다
我得夫子之道矣(아득부자지도의) : ‘저는 선생님의 도를 터득했
습니다.
吾能冬爨鼎而夏造氷矣(오능동찬정이하조빙의) : 저는 겨울에도
나무 없이 솥의 물을 끓일 수 있고, 여름에도 어름을 만들 수 있
습니다’라고 했답니다.
魯遽曰(로거왈) : 노거가 말했다
是直以陽召陽(시직이양소양) : ‘그것은 다만 양의 기운으로 양
의 기운인 불을 불러오고,
以陰召陰(이음소음) : 음의 기운으로 음의 기운을 불러온 것뿐이
지
非吾所謂道也(비오소위도야) :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다.
吾示子乎吾道(오시자호오도) : 내가 너에게 나의 도를 보여주겠
다.’라고 말하고는
於是爲之調瑟(어시위지조슬) : 그를 위해 비파를 뜯었답니다.
廢一於堂(폐일어당) : 비파 하나는 대청에다 놓고,
廢一於室(폐일어실) : 다른 하나는 방에다 놓았습니다.
故宮宮動(고궁궁동) : 그리고 한 편 현의 궁음 줄을 뜯으면 다른
슬의 궁음 줄도 움직이고,
故角角動(고각각동) : 비파의 각음 줄을 뜯으면 다른 비파의 각
음 줄도 움직이는데,
音律同矣(음률동의) : 음률이 완전히 같았답니다.
夫或改調一弦(부혹개조일현) : 시험삼아 한 줄의 음조를 바꾸어
於五音無當也(어오음무당야) : 다섯 가지 음 어느 것에도 해당하
지 않게 하고서
鼓之(고지) : 그 줄을 뜯으니,
二十五弦皆動(이십오현개동) : 다른 비파 스물 다섯 현이 모두
움직였습니다.
未始異於聲(미시이어성) : 처음부터 그 음은 소리로서 특별한 것
은 아니었는데,
而音之君已(이음지군이) : 모든 음을 지배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車若是者邪(차약시자사) : 선생님의 입장도 이와 같은 것입니까?
”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今夫儒墨楊秉(금부유묵양병) : “지금 유가와 묵가와 양주학파와
공손룡학파들은
且方與我以辯(차방여아이변) : 나와 토론을 전개하며
相拂以辭(상불이사) : 말로써 서로 배척하고
相鎭以聲(상진이성) : 소리를 높여 상대방을 위압하려 하고 있지
만,
而未始吾非也(이미시오비야) : 처음부터 자기가 그르다는 이는
없는데
則奚若矣(칙해약의) : 어찌 그와 같겠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齊人蹢子於宋者(제인척자어송자) : “제나라 사람이 자기 자식은
죄를 지었다고 송나라로 귀양을 보내고서,
其命閽也不以完(기명혼야불이완) : 그의 집 문지기는 죄를 져서
다리를 잘린 자를 임명했습니다.
其求銒鍾也以束縛(기구견종야이속박) : 그는 또 목이 긴 종을 구
하여 목을 묶어두었다.
其求唐子也而未始出域(기구당자야이미시출역) : 그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려 하면서도 문밖에는 나가보지도 않는다면.
有遺類矣(유유류의) :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夫楚人寄而蹢閽者(부초인기이척혼자) : 초나라 사람 중에 남의 집
에 묵으면서 문지기와 싸운 사람이 있었는데,
夜半於無人之時而與舟人鬪(야반어무인지시이여주인투) : 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 배 안에서 뱃사람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未始離於岑而足以造於怨也(미시리어잠이족이조어원야) : 배가 물
가에 닿기 전이라면 분명히 원한을 사서 위험에 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6.
莊子送葬(장자송장) : 장자가 어떤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고 오다
가
過惠子之墓(과혜자지묘) : 혜자의 묘 앞을 지나게 되자
顧謂從者曰(고위종자왈) : 따르는 하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郢人堊漫其鼻端若蠅翼(영인악만기비단약승익) : “옛날 영 땅에
사는 어떤 사람이 흰 흙을 코 끝에 마치 파리 날개처럼 엷게 발
랐다.
使匠石斲之(사장석착지) : 그리고는 흙바르는 사람을 불러 그것
을 깎아 내라고 했다 .
匠石運斤成風(장석운근성풍) : 흙바르는 사람은 도끼날을 휘두르
는데 바람이 곧 일어날 듯했다
聽而斲之(청이착지) : 영의 장인은 태연하게 들으면서 깎고 있었
다
盡堊而鼻不傷(진악이비불상) : 마침 흰 흙은 깨끗이 깍이었지마
는 코 끝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郢人立不失容(영인립불실용) : 그리고 영의 장인은 선 채로 얼굴
빛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宋元君聞之(송원군문지) : 송나라 원군이 이 말을 듣고
召匠石曰(소장석왈) : 장석을 불러 말했다
嘗試爲寡人爲之(상시위과인위지) : ‘시험삼아 내게도 그렇게 해
보라.’고 했다
匠石曰(장석왈) : 장석이 말했다
臣則嘗能斲之(신칙상능착지) : ‘저는 이전에는 그것을 깍아 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雖然(수연) : 그러나
臣之質死久矣(신지질사구의) : 이제 제 상대는 죽은 지 이미 오
래입니다
自夫子之死也(자부자지사야) : 이제 부자가 죽고나니
吾無以爲質矣(오무이위질의) : 나는 이론의 전개할 바탕이 없어
졌다.
吾無與言之矣(오무여언지의) : 나도 이제 더불어 얘기할 사람이
없어졌구나.”
7.
管仲有病(관중유병) : 관중이 병이 나자
桓公問之曰(환공문지왈) : 제나라 환공이 그를 문병하고 말했다.
仲父之病病矣(중부지병병의) : “중부의 병환이 위독하구나
可不諱云(가불휘운) : 가히 피할 수가 없다고 하니
至於大病(지어대병) : 큰 병에 이르게 되면
則寡人惡乎屬國而可(칙과인악호속국이가) : 누구에게 나라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까?”
管仲曰(관중왈) : 관중이 말했다.
公誰欲與(공수욕여) : “누구에게 맡기려 하고 계십니까?”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鮑叔牙(포숙아) : “포숙아에게 맡기려 합니다.
曰不可(왈불가) : 관중이 말하기를, “안됩니다.
其爲人(기위인) : 그의 사람됨은
潔廉善士也(결렴선사야) : 결백하고 청렴하면서도 선하기만 한
선비입니다.
其於不己若者不比之(기어불기약자불비지) : 그는 자기와 같지 않
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습니다.
又一聞人之過(우일문인지과) : 또한 한번 남의 잘못을 알게 되면
終身不忘(종신불망) : 평생토록 잊지 않습니다.
使之治國(사지치국) :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시면
上且鉤乎君(상차구호군) : 위로는 임금님께 반기를 들 것이고,
下且逆乎民(하차역호민) : 아래로는 백성들의 뜻을 거스를 것입
니다.
其得罪於君也(기득죄어군야) : 그는 임금님께 죄를 지음이
將弗久矣(장불구의) : 장차 멀지 않을 것입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孰可(연칙숙가) : “그렇다면 누가 좋겠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말했다.
勿已(물이) : “부득이 나라 일을 맡기려 하신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괜찮을 것입니다.
其爲人也(기위인야) : 그의 사람됨은
上忘而下不畔(상망이하불반) : 위로는 임금님의 존재는 잊고 아
래로는 백성들이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愧不若黃帝而哀不己若者(괴불약황제이애불기약자) : 그는 황제와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있고,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以德分人謂之聖(이덕분인위지성) : 자기의 덕을 남에게 나누어주
는 것을 성인이라 말하고,
以財分人謂之賢(이재분인위지현) :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현인이라 말합니다.
以賢臨人(이현림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 위에 군림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산 사람은 없습
니다.
以賢下人(이현하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의 아래에 처신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
은 없습니다.
其於國有不聞也(기어국유불문야) : 그는 나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들으려 하지 않고,
其於家有不見也(기어가유불견야) : 집안에서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勿已(물이) : 꼭 맡겨야 한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8.
吳王浮於江(오왕부어강) : 오나라 임금이 강물에 배를 띄워놓고
登乎狙之山(등호저지산) :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올라갔
다.
衆狙見之(중저견지) : 여러 원숭이들이 그를 보자
恂然棄而走(순연기이주) : 놀라 모든 것을 버리고
逃於深蓁(도어심진) : 울창한 숲 속으로 달아났다.
有一狙焉(유일저언) : 그런데 한 마리의 원숭이만이
委蛇攫搔(위사확소) : 유유히 거닐며 뱀을 집어던지기도 하면서
見巧乎王(견교호왕) : 잔재주를 부렸다.
王射之(왕사지) : 임금이 그 놈을 활로 쏘니
敏給搏捷矢(민급박첩시) :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버렸다.
王命相者趨射之(왕명상자추사지) : 따라온 사람들에게 명하여 계
속하여 활을 쏘게 하니
狙執死(저집사) : 마침내 원숭이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王顧謂其友顔不疑曰(왕고위기우안불의왈) : 임금이 그의 친구 안
불의를 돌아보며 말했다.
之狙也(지저야) : “이 원숭이는
伐其巧(벌기교) : 자기 기교를 자랑하고,
恃其便以敖予(시기편이오여) : 자신의 날램을 믿고서 내게 오만
하게 굴다가
以至此殛也(이지차극야) : 이처럼 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네
,
戒之哉(계지재) : 이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네.
嗟乎(차호) : 아,
無以汝色驕人哉(무이여색교인재) : 자네들도 잘난 얼굴을 하고서
남에게 교만하게 굴어서는 안되네.”
顔不疑歸而師董梧以鋤其色(안불의귀이사동오이서기색) : 안불의
는 돌아와서 동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잘난 체 하는 그의 얼굴빛
을 고쳤다.
去樂辭顯(거락사현) :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일들을 버리고, 높
은 지위에서 물러났다.
三年而國人稱之(삼년이국인칭지) : 그렇게 삼 년이 지나자 나라
안의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게 되었다.
9.
南伯子綦隱几而坐(남백자기은궤이좌) : 남백자기가 안석에 기대
어 앉아
仰天而噓(앙천이허) :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顔成子入見曰(안성자입견왈) : 안성자가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夫子(부자) : “선생님은
物之尤也(물지우야) : 모든 사람에서 뛰어난 사람입니다
形固可使若槁骸(형고가사약고해) :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처럼
몸은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心固可使若死灰乎(심고가사약사회호) : 마음은 죽은 재와 같이
할 수 있습니까.”
曰吾嘗居山穴之中矣(왈오상거산혈지중의) : 남백자기가 말하기를
, “나는 전에 산 속 굴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 당시에
田禾一覩我(전화일도아) : 제나라 임금 전화가 나를 한번 만나러
온 적이 있었는데,
而齊國之衆三賀之(이제국지중삼하지) : 제나라 백성들은 그것을
세 번이나 칭찬했다고 한다.
我必先之(아필선지) : 그것은 반드시 내가 명성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彼故知之(피고지지) : 그가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我必賣之(아필매지) : 그것은 내가 나를 그렇게 팔려고 했기 때
문에
彼故鬻之(피고죽지) : 그가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던 것과 같다.
若我而不有之(약아이불유지) : 만약 내가 그런 생각을 전혀 가지
고 있지 않았었다면,
彼惡得而知之(피악득이지지) : 그가 어떻게 내가 그런 줄을 알
수 있었겠느냐?
若我而不賣之(약아이불매지) : 내가 만약 그렇게 나를 팔려 들지
않았다면
彼惡得而鬻之(피악득이죽지) : 그가 어떻게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겠느냐?
嗟乎(차호) : 아
我悲人之自喪者(아비인지자상자) : 나는 스스로의 본성을 잃고
있는 사람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者(오우비부비인자) : 나는 또한 남을 슬퍼하는 사
람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之悲者(오우비부비인지비자) : 나는 또 남을 슬퍼하
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도 슬프게 여긴다.
其後而日遠矣(기후이일원의) : 그래서 뒤에 날로 모든 생각과 멀
어지게 된다
10.
仲尼之楚(중니지초) :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楚王觴之(초왕상지) : 초나라 임금이 공자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
다.
孫叔敖執爵而立(손숙오집작이립) : 손숙오가 술잔을 들고 서 있
었고,
市南宜僚受酒而祭曰(시남의료수주이제왈) : 시남의료가 술잔을
받아 땅에 부어 제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古之人乎(고지인호) : “옛날 사람이라면
於此言已(어차언이) : 이런 경우에 무엇이라 말을 하였을 것입니
다.”
曰丘也聞不言之言矣(왈구야문불언지언의) : 공자가 말하기를, “
저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未之嘗言(미지상언) : 여태껏 이것에 대해 말해 본 일이 없으나,
於此乎言之(어차호언지) : 여기에서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
다.
市南宜僚弄丸而兩家之難解(시남의료롱환이량가지난해) : 시남의
료께서는 구슬놀이를 하여 초나라와 송나라의 전쟁을 해결했다
합니다.
孫叔敖甘寢秉羽而郢人投兵(손숙오감침병우이영인투병) : 손숙오
께서는 깃부채를 들고 곤히 잠을 자면서도 영땅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을 무기를 버리도록 만들었다 합니다.
丘願有喙三尺(구원유훼삼척) : 제도 주둥이가 석자가 되기를 바
랍니다
彼之謂不道之道(피지위불도지도) : 저들이야 말로 ‘말하지 않고
뜻을 안 것이다.’고 말할 수 있고
此之謂不言之辯(차지위불언지변) : 이 사람은 ‘말하지 않고 뜻
을 안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故德總乎道之所一(고덕총호도지소일) : 그러므로 덕은 도의 하나
에 돌아가고
而言休乎知之所不知(이언휴호지지소부지) : 말은 그 앎이 알 수
없는 곳에서 그치면
至矣(지의) : 그것은 지극한 것이다
道之所一者(도지소일자) : 도의 하나인 곳은
德不能同也(덕불능동야) : 덕이 같이할 수 없고
知之所不能知者(지지소불능지자) : 앎이 알 수 없는 곳은
辯不能擧也(변불능거야) : 말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名若儒墨而凶矣(명약유묵이흉의) : 그런데 유도·묵도로써 이름
을 세우는 것은 흉한 것이다
故海不辭東流(고해불사동류) : 그러므로 바다는 동으로 흐르는
모든 물을 사양하지 않으니
大之至也(대지지야) : 이것은 큼의 지극한 것이요
聖人幷包天地(성인병포천지) : 성인은 하늘과 땅을 아울러 포괄
하고,
澤及天下(택급천하) : 은혜와 혜택을 온 천하에 끼치고 있지만
而不知其誰氏(이부지기수씨) :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
한다.
是故生無爵(시고생무작) : 그러므로 살아서는 아무런 벼슬도 없
고,
死無諡(사무시) : 죽어서도 아무런 시호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
實不聚(실불취) : 재물을 모으지도 않고,
名不立(명불립) : 명예를 세우지도 않는다.
此之謂大人(차지위대인) : 이런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 부른다.
狗不以善吠爲良(구불이선폐위량) : 개가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人不以善言爲賢(인불이선언위현) : 사람이 말을 잘 한다 해서 현
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而況爲大乎(이황위대호) : 하물며 위대함에 있어서야
夫爲大不足以爲大(부위대불족이위대) : 무릇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위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而況爲德乎(이황위덕호) : 하물며 스스로 내세우는 것이야 덕이
되겠는가?
夫大莫若天地(부대막약천지) : 대저 위대하게 갖추어져 있기로는
하늘과 땅보다 더한 것이 없다.
然奚求焉而大備矣(연해구언이대비의) : 그러나 무엇을 추구하여
위대하게 갖추어진 것인가?
知大備者(지대비자) : 위대하게 갖추어짐에 대해 아는 사람은
無求(무구) : 추구하는 것이 없고,
無失(무실) : 잃는 것도 없고,
無棄(무기) : 버리는 것도 없어야 하며,
不以物易己也(불이물역기야) : 외물로 말미암아 자기의 본성을
바꾸는 일이 없어야 한다.
反己而不窮(반기이불궁) :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옴으로써 자연스
럽게 막히는 일이 없고,
循古而不摩(순고이불마) : 옛 방법을 따르되 갈고 닦지 않는 것
이니
大人之誠(대인지성) : 이것이 위대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다.
11.
子綦有八子(자기유팔자) : 자기에게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陳諸前(진제전) : 아들들을 앞에 불러 앉혀놓고
召九方歅曰(소구방인왈) : 구방인을 불러서 물었다.
爲我相吾子(위아상오자) : “나를 위해 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
주십시오.
孰爲祥(숙위상) : 누가 복을 타고났습니까?”
九方歅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梱也爲祥(곤야위상) : “곤이 복을 타고났습니다.”
子綦瞿然喜曰(자기구연희왈) : 자기는 기뻐하며 구방인에게 말했
다.
奚若(해약) : “어떤 복을 타고났습니까?”
曰梱也將與國君同食以終其身(왈곤야장여국군동식이종기신) : 구
방인이 말하기를, “곤은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일생을 마
치게 될 것입니다.”
子綦索然出涕曰(자기색연출체왈) : 자기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오자하위이지어시극야) : “내 자식이 어
찌 그런 불행을 당하게 된단 말입니까?”
九方垔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夫與國君同食(부여국군동식) : “나라의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
면서
澤及三族(택급삼족) : 그의 은혜와 혜택이 온 집안에 미칠 것이
니,
而況父母乎(이황부모호) : 하물며 부모님이야 얼마나 그 덕을 많
이 보시겠습니까?
今夫子聞之而泣(금부자문지이읍) : 지금 선생님께서 얘기를 듣고
우시는 것은
是禦福也(시어복야) : 복을 차는 것입니다.
子則祥矣(자칙상의) : 자식은 복을 타고났으나
父則不祥(부칙불상) : 아버지는 불행할 것입니다.”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말했다.
歅汝何足以識之(인여하족이식지) :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내 자
식
而梱祥邪(이곤상사) : 곤이 행운을 타고났다고 하는 것입니까?
盡於酒肉入於鼻口矣(진어주육입어비구의) : 그저 술과 고기가 코
와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而何足以知其所自來(이하족이지기소자래) : 그것들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십니까?
吾未嘗爲牧想牂生於奧(오미상위목상장생어오) : 가축을 기른 일
도 없는데 암양이 방의 아랫목에 생겨난다든지,
未嘗好田而鶉生於宎(미상호전이순생어요) : 사냥을 한 일도 없는
데 메추라기가 방의 귀퉁이에 생겨난 것과 같은 얘기인데
若勿怪(약물괴) :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何邪(하사) : 어찌된 일입니까?
吾所與吾子遊者(오소여오자유자) : 내가 내 자식들과 더불어 노
닐고자 하는 것은
遊於天地(유어천지) : 하늘과 땅에 노니는 것입니다.
吾與之邀樂於天(오여지요락어천)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늘을
따라 즐기고,
吾與之邀食於地(오여지요식어지) : 땅에 순응하며 살려는 것입니
다.
吾不與之爲事(오불여지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인위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不與之爲謀(불여지위모) : 계책을 쓰지 않으며,
不與之爲怪(불여지위괴) : 괴상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吾與之乘天地之誠(오여지승천지지성)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
늘과 땅의 진실한 모습을 타고서 .
而不以物與之相攖(이불이물여지상영) : 사물이 그들과 서로 어긋
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吾與之一委蛇(오여지일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한결같이
유유자적하고,
而不與之爲事所宜(이불여지위사소의) : 일이 합당한 것을 따지며
마음을 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今也然有世俗之償焉(금야연유세속지상언) : 그런데 지금 내 자식
에게 세속적인 보상이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凡有怪徵者(범유괴징자) : 모든 괴이한 징후가 있는 사람에게는
必有怪行(필유괴행) : 반드시 괴이한 행동이 있게 됩니다.
殆乎(태호) : 위험하구나
非我與吾子之罪(비아여오자지죄) : 나와 내 자식의 죄는 아닐 것
이니,
幾天與之也(기천여지야) : 하늘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吾是以泣也(오시이읍야) : 나는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無幾何而使梱之於燕(무기하이사곤지어연) : 얼마 지나지 않아 곤
을 연나라로 보냈는데,
盜得之於道(도득지어도) : 도중에 도적들에게 잡혔다.
全而鬻之則難(전이죽지칙난) : 완전한 몸으로 팔면 어려우니
不若刖之則易(불약월지칙역) : 다리를 자른 다음 파는 것이 좋겠
다고 도적들은 결론을 내렸다.
於是乎刖而鬻之於齊(어시호월이죽지어제) : 그래서 그는 다리를
잘린 다음 제나라로 팔려갔는데,
適當渠公之街(적당거공지가) : 마침 대가집의 문지기가 되어
然身食肉而終(연신식육이종) : 그런 대로 그 자신은 평생토록 고
기를 먹으며 살다 죽었다 한다
12.
齧缺遇許由曰(설결우허유왈) : 설결이 허유를 만나서 물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 “자네는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曰將逃堯(왈장도요) : 허유가 이르기를, “나는 지금 요임금을
피해 가는 길이네.”
曰奚謂邪(왈해위사) : 설유가 이르기를,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
까?”
曰夫堯畜畜然仁(왈부요축축연인) : 허유가 이르기를 “저 요는
몹시 악착스럽게도 힘쓰고 있으니
吾恐其爲天下笑(오공기위천하소) : 나는 그가 하는 일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
後世其人與人相食與(후세기인여인상식여) : 후세에는 아마도 사
람이 사람을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夫民(부민) : 무릇 백성들을
不難聚也(불난취야) : 모여들게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愛之則親(애지칙친) : 그들을 사랑 해주면 친해지고,
利之則至(리지칙지) : 그들을 이롭게 해주면 모여들고,
譽之則勸(예지칙권) : 그들을 칭찬 해주면 일에 힘씁니다.
致其所惡則散(치기소악칙산) :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
면 흩어집니다.
愛利出乎仁義(애리출호인의) :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사랑하는 것
은 인의로부터 나옵니다.
損仁義者寡(손인의자과) : 인의라는 명목을 버리고 정말로 사랑
하고 이롭게 하는 이는 적고,
利仁義者衆(리인의자중) : 인의라는 명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夫仁義之行(부인의지행) : 인의의 행동이란
唯且無誠(유차무성) : 다만 성실성을 없앨 뿐입니다.
且假夫禽貪者器(차가부금탐자기) : 그리고 탐욕스러운 자들이 이
용하는 도구가 됩니다.
是以一人之斷制利天下(시이일인지단제리천하) : 한사람의 전제가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譬之猶一覕也(비지유일별야) : 마치 물건의 한 면만을 언뜻 본 것
과 같습니다.
夫堯知賢人之利天下也(부요지현인지리천하야) : 요임금은 현명한
사람이 천하에 이롭다는 것만을 알았지,
而不知其賊天下也(이부지기적천하야) : 그들이 천하에 해가 된다
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夫唯外乎賢者知之矣(부유외호현자지지의) : 오직 현명함을 초월
한 사람만이 그런 사실을 압니다.”
13.
有暖姝者(유난주자) : 세상에는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濡需者(유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卷婁者(유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所謂暖姝者(소위난주자) :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學一先生之言(학일선생지언) : 한 선생의 이론을 배워
則暖暖姝姝而私自說也(칙난난주주이사자설야) : 그것을 그대로
자기의 학설로 삼아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自以爲足矣(자이위족의) : 그들은 스스로 만족하고는
而未知未始有物也(이미지미시유물야) : 처음의 물건이 있지 않았
던 상태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是以謂暖姝者也(시이위난주자야) : 그래서 이들을 주관이 없이
유연하다는 뜻에서 난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濡需者(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豕蝨是也(시슬시야) : 돼지의 몸에 붙어사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
다.
擇疏鬣者以爲廣宮大囿(택소렵자이위광궁대유) : 길게 털이 자라
난 곳을 골라 스스로 넓은 궁전의 광대한 정원이라 생각한다.
奎蹏曲隈(규제곡외) : 발굽 모서리나 사타구니 사이
乳間股脚(유간고각) : 또는 젖통 사이나 넓적다리 사이를
此以爲安室利處(차이위안실리처) : 스스로 안락한 방이나 편안한
장소처럼 생각한다.
不知屠者之一旦鼓臂布草操煙火(부지도자지일단고비포초조연화) :
그러나 언제든 도살꾼이 돼지를 잡은 뒤 마른풀을 깔아 불을 붙
이고 다.
而己與豕俱焦也(이기여시구초야) : 그 위에 돼지를 올려놓으면
자신도 돼지의 털과 함께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此以域進(차이역진)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살고
此以域退(차이역퇴)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죽는다.
此其所謂濡需者也(차기소위유수자야) : 그래서 그들을 일시적인
안락을 꾀한다는 뜻의 유수라 부르는 것이다.
卷婁者(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舜也(순야) : 순임금과 같은 사람들이다.
羊肉不慕蟻(양육불모의) : 양고기는 개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蟻慕羊肉(의모양육) : 개미들은 양고기를 좋아해서 모여드는데,
羊肉羶也(양육전야) : 양고기에서는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舜有羶行(순유전행) : 순은 인의라는 노린내나는 행동을 하여
百姓悅之(백성열지) : 백성들이 그를 좋아했다.
故三徙成都(고삼사성도) : 그러므로 순은 사는 곳을 세 번이나
옮겼으나 그 때마다 도시를 형성했다.
至鄧之虛而十有萬家(지등지허이십유만가) : 등이라는 고장으로
옮겼을 때는 십여 만 가호나 모여들었다.
堯聞舜之賢(요문순지현) : 요임금은 순이 현명하다는 얘기를 듣
고
擧之童土之地(거지동토지지) : 그를 등용하여 불모의 땅을 맡기
면서
曰冀得其來之澤(왈기득기래지택) : 그 땅에 가서 은혜와 혜택을
베풀라고 했다.
舜擧乎童土之地(순거호동토지지) : 순은 불모의 땅을 맡은 다음,
年齒長矣(년치장의) : 나이가 늙었고
聰明衰矣(총명쇠의) : 귀와 눈이 어두워졌으나
而不得休歸(이부득휴귀) : 돌아가 쉬지를 못했다.
所謂卷婁者也(소위권루자야) : 그래서 이들을 꼽추와 같이 등이
굽도록 일한다는 뜻에서 권루라 부르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시이신인악중지) : 그래서 신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싫어한다.
衆至則不比(중지칙불비) :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이들과 친
근하게 지내지 않는다.
不比則不利也(불비칙불리야) : 친근하게 지내지 않으면 이익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故無所甚親(고무소심친) : 그러므로 아주 친한 사람도 없고,
無所甚疏(무소심소) : 아주 먼 사람도 없다.
拘德煬和以順天下(구덕양화이순천하) : 덕을 지니고 조화된 마음
을 기르면서 천하에 순응하는 것이다.
此謂眞人(차위진인) : 이런 사람들을 진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於蟻棄知(어의기지) : 개미로서는 양고기를 쫓는 지혜를 버리고,
於魚得計(어어득계) : 물고기로서는 넓은 강물에서처럼 서로의
관계를 잊으며,
於羊棄意(어양기의) : 양고기로서는 개미를 모여들게 하려는 의
식을 버린다.
以目視目(이목시목) :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보고,
以耳聽耳(이이청이) :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들으며,
以心復心(이심복심) : 마음은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스럽게 움
직인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의 마음은
其平也繩(기평야승) : 먹줄을 친 듯이 평평하며,
其變也循(기변야순) : 변화는 자연을 따르기만 한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以天待人(이천대인) : 자연스러움으로 인간을 대할 뿐,
不以人入天(불이인입천) : 인위적인 것으로 자연의 변화에 참견
하지 않는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得之也生(득지야생) : 얻는 것이 생(生)이고,
失之也死(실지야사) : 잃는 것이 사(死)일 수도 있지만,
得之也死(득지야사) : 얻는 것이 사이고
失之也生(실지야생) : 잃는 것이 생일 수도 있다.
14.
藥也(약야) : 약이란
其實菫也(기실근야) : 오두나
桔梗也(길경야) : 도라지나
鷄廱也(계옹야) : 계옹이나
豕零也(시령야) : 시령 같은 것으로 지어지고,
是時爲帝者也(시시위제자야) : 이것들이 때에 따라 주된 약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何可勝言(하가승언) : 무엇이이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句踐也以甲楯三千棲於會稽(구천야이갑순삼천서어회계) : 월나라
임금 구천은 싸움에 패하여 삼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회계산으로
도망했다.
唯種也能知亡之所以存(유종야능지망지소이존) : 그 때 월나라 대
부 종 만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음을 알았다.
唯種也不知其身之所以愁(유종야부지기신지소이수) : 그러나 종도
그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원인이 됨은 알지 못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鴟目有所適(치목유소적) : “올빼미의 눈은 적절이 보이는 때가
있고
鶴脛有所節(학경유소절) : 학의 다리에는 긴 마디가 있지만
解之也悲(해지야비) : 이것을 없애주면 슬퍼할 것이다”라고 말
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風之過河也有損焉(풍지과하야유손언) : 또한“바람이 불어가면서
강물을 말리고,
日之過河也有損焉(일지과하야유손언) : 햇볕이 비치면서 강물을
말리고 있다.
請只風與日相與守河(청지풍여일상여수하) : 바람과 햇볕이 언제
나 강물을 지키고 있지만
而河以爲未始其攖也(이하이위미시기영야) : 강물은 처음부터 그
들과 충돌하지 않는다.
恃源而往者也(시원이왕자야) : 그것은 강물은 근원이 있고 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故水之守土也審(고수지수토야심) : 본래 물이 흙을 적심에는 빈
틈이 없고,
影之守人也審(영지수인야심) : 그림자가 사람을 따르는 것에도
빈틈이 없고,
物之守物也審(물지수물야심) : 물건과 물건의 관계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다.
故目之於明也殆(고목지어명야태) : 그러나 눈의 시력은 위태롭고
,
耳之於聰也殆(이지어총야태) 귀의 청력도 위태롭고, :
心之於殉也殆(심지어순야태) : 마음의 작용도 위태롭기만 한 것
이다.
凡能其於府也殆(범능기어부야태) : 모든 능력은 그것을 지니고
있다 해도 위태로운 것이다.
殆之成也不給改(태지성야불급개) : 본성으로부터 떠나 위태로움
에 이르면 고칠 겨를도 없는 것이다.
禍之長也玆萃(화지장야자췌) : 그러나 그 재액은 자라서 더욱 불
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其反也緣功(기반야연공) : 그런 것을 본성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면 많은 공이 들며
其果也待久(기과야대구) : 그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
는 것이다.
而人以爲己寶(이인이위기보) :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자신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으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않은가?
故有亡國戮民無已(고유망국륙민무이) : 그러므로 나라를 망치고,
백성들을 살육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不知問是也(부지문시야) : 이것을 추구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15.
故足之於地也踐(고족지어지야천) : 발이 땅을 밟는 면은 아주 좁
다.
雖踐(수천) : 비록 밟는 지면은 좁지만
恃其所不蹍(시기소불전) : 발이 밟지 않는 지면이 넓은 것을 믿고
서야
而後善博也(이후선박야) :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人之於知也少(인지어지야소) : 이처럼 사람이 아는 것도 적다.
雖少(수소) : 비록 아는 것이 적지만
恃其所不知(시기소부지) :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의지하고서야
而後知天之所謂也(이후지천지소위야) : 자연이란 것을 알 수 있
게 되는 것이다.
知大一(지대일) : 만물의 근원이 큰 하나라는 대일을 알고,
知大陰(지대음) : 만물의 근원이 지극히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다
는 대음을 알고,
知大目(지대목) : 만물을 분별 없이 하나로 보는 대목을 알고,
知大均(지대균) : 자연의 조화가 균등히 작용한다는 대균을 알고
,
知大方(지대방) : 자연이란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대방을 알고,
知大信(지대신) : 자연이란 진실하다는 대신을 알고,
知大定(지대정) : 자연이란 안정된 것이라는 대정을 알면
至矣(지의) :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大一通之(대일통지) : 대일은 도로 통하게 해주며,
大陰解之(대음해지) : 대음은 모든 분규를 해결하게 해주며,
大目視之(대목시지) : 대목은 자연을 달관하게 하며,
大均緣之(대균연지) : 대균은 그의 본성에 따라 스스로 터득하게
하며,
大方體之(대방체지) : 대방은 모든 법도를 터득하게 하고,
大信稽之(대신계지) : 대신은 모든 의혹을 없애주며,
大定持之(대정지지) : 대정은 자신을 안정되게 유지해 준다.
盡有天循有照(진유천순유조) : 사람의 지능이 다 한 곳에 자연의
변화가 있고,
冥雨樞(명우추) : 무(無)의 원리가 어둠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고
,
始有彼(시유피) :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원리가 있고,그런 것들
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이다.
則其解之也似不解之者(칙기해지야사불해지자) : 그것에 대해 이
해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고,
其知之也似不知之也(기지지야사부지지야) : 그것에 대해 알고 있
다고 해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不知而後知之(불지이후지지) :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에
이른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其問之也(기문지야) : 그것을 파고들어 연구해 보면
不可以有崖(불가이유애) : 한계가 있을 수도 없고,
而不可以無崖(이불가이무애) : 한계가 없을 수도 없는 것이며,
頡滑有實(힐활유실) : 뒤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 실리가
있는 것이다.
古今不代(고금불대) : 그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而不可以虧(이불가이휴) : 손상된 일도 없는 것이다.
則可不謂有大揚搉乎(칙가불위유대양각호) : 그러니 자연에 위대
한 원칙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闔不亦問是已(합불역문시이) : 어째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깊
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가?
奚惑然爲(해혹연위) : 어째서 그렇게 미혹되어 있는가?
以不惑解惑(이불혹해혹) : 미혹되지 않은 마음으로 미혹을 풀어
줌으로써
復於不惑(부어불혹) : 미혹되지 않은 경지로 되돌아가게 하면
是尙大不惑(시상대불혹) : 바로 본성의 위대한 불혹의 경지에 이
르게 되는 것이다
則陽
1.
則陽游於楚(칙양유어초) : 칙양이 초나라에 놀러 갔는데,
夷節言之於王(이절언지어왕) : 이절이 그에 관해 초나라 임금에
게 얘기했다.
王未之見(왕미지견) : 그러나 임금은 그를 만나지 않았다.
夷節歸(이절귀) : 이절이 그대로 돌아가자
彭陽見王果曰(팽양견왕과왈) : 칙양이 왕과를 보고 말했다.
夫子何不譚我於王(부자하불담아어왕) : “선생께서는 어째서 저
를 임금님께 소개해 주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王果曰(왕과왈) : 왕과가 말했다.
我不若公閱休(아불약공열휴) : “나는 공열휴만 못합니다.”
彭陽曰(팽양왈) : 칙양이 말했다.
公閱休奚爲者邪(공열휴해위자사) : “공열휴란 무엇을 하는 분이
십니까?”
曰冬則擉鼈於江(왈동칙착별어강) : 왕과가 말하기를, “그는 겨
울에는 강에서 자라를 작살로 찔러 잡고,
夏則休乎山樊(하칙휴호산번) : 여름이면 산기슭에서 쉽니다.
有過而問者(유과이문자) : 누가 지나다가 물으면
曰此予宅也(왈차여택야) : 그곳이 자기 집이라고 대답한다 합니
다.
夫夷節已不能(부이절이불능) : 이절이 임금께 말씀드려도 되지
않았는데
而況我乎(이황아호) :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 말씀을 드린다 해
서 되겠습니까?
吾又不若夷節(오우불약이절) : 또한 저의 지혜는 이절만 못합니
다.
夫夷節之爲人也(부이절지위인야) : 이절의 사람됨은
無德而有知(무덕이유지) : 덕은 없지만 지혜는 있습니다.
不自許以之神其交(불자허이지신기교) : 스스로 자연에 맡겨 신명
으로써 외물을 접하지 않고
固顚冥乎富貴之地(고전명호부귀지지) : 본시 부귀를 누리는 지위
에 미혹되어 있습니다.
非相助以德(비상조이덕) : 그와 접촉하면 덕으로써 서로를 돕게
되지 않고,
相助消也(상조소야) : 서로의 덕을 없애는 것을 돕는 결과가 됩
니다.
夫凍者假衣於春(부동자가의어춘) : 헐벗은 사람이 봄에 가서야
옷을 빌리고,
暍者反冬乎冷風(갈자반동호랭풍) : 더위를 먹은 사람이 겨울이 되
어서도 찬바람을 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夫楚王之爲人也(부초왕지위인야) : 초나라 임금의 사람됨은
形尊而嚴(형존이엄) : 형식적으로는 존엄합니다.
其於罪也(기어죄야) : 죄에 대해
無赦如虎(무사여호) : 용서를 하지 않기로는 호랑이와 같습니다.
非夫佞人正德(비부녕인정덕) : 말재주가 있고 올바른 덕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其孰能橈焉(기숙능요언) : 어느 누가 그를 설득시킬 수 있겠습니
까
故聖人(고성인) : 그러므로 성인은
其窮也使家人忘其貧(기궁야사가인망기빈) : 자신이 곤궁할 때에
는 식구들이 가난함을 잊게 만들고,
其達也使王公忘爵祿而化卑(기달야사왕공망작록이화비) : 출세했
을 때에는 임금이나 대신들이 벼슬과 녹을 잊고 스스로 겸허하도
록 만듭니다.
其於物也(기어물야) : 외물에 대해서는
與之爲娛矣(여지위오의) : 외물과 동화하여 즐기고,
其於人也(기어인야) : 사람들에 대해서는
樂物之通而保己焉(락물지통이보기언) : 도가 서로 통하게 하고
즐김으로써 자기의 본성을 보전합니다.
故或不言而飮人以和(고혹불언이음인이화) : 그러므로 어떤 경우
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로 하여금 화합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고,
與人竝立而使人化(여인병립이사인화) :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으
면서도 사람들을 동화되게 만듭니다.
父子之宜(부자지의) : 아버지와 아들 같은 정으로
彼其乎歸居(피기호귀거) : 그들을 모두 귀착하도록 만들어 줍니
다.
而一閒其所施(이일한기소시) :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도
其於人心者(기어인심자) : 그가 세상에 베푸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효과는
若是其遠也(약시기원야) : 이처럼 큽니다.
故曰待公閱休(고왈대공열휴) : 그래서 공열휴에게 부탁을 드려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2.
聖人達綢繆(성인달주무) : 성인은 만물의 혼란을 달관하고,
周盡一體矣(주진일체의) : 모든 것을 하나로 보고 있다.
而不知其然(이부지기연) : 그러면서도 자기가 그처럼 통달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性也(성야) : 천성이기 때문이다.
復命搖作而以天爲師(복명요작이이천위사) : 천명으로 되돌아가
행동하며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있는데,
人則從而命之也(인칙종이명지야) :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성인이
라고 부르는 것이다.
憂乎知(우호지) : 지혜를 의지하면 근심만이 생기며
而所行恒無幾時(이소행항무기시) : 행하는 일도 오래가지 못하여
其有止也(기유지야) : 멈춰지게 될 것이며,
若之何(약지하) : 그것은 어쩔 수도 없는 것이다.
生而美者(생이미자) : 나면서 아름다운 사람은
人與之鑑(인여지감) : 남이 그에게 거울을 주어야 그것을 보고서
자기가 아름다운 것을 알지만
不告則不知其美於人也(불고칙부지기미어인야) : 남이 말하지 않
으면 자기가 남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若知之(약지지) : 그러나 그것을 알든
若不知之(약부지지) : 만약 모르든
若聞之(약문지) : 그것을 들었든
若不聞之(약불문지) : 만약 듣지 않았든
其可喜也終無已(기가희야종무이) : 그가 아름답다는 것은 결코
부정될 수 없는 것이며,
人之好之亦無已(인지호지역무이) : 사람들이 그의 아름다움을 좋
아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性也(성야) :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聖人之愛人也(성인지애인야) :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人與之名(인여지명) : 사람들이 그에게 성인이라고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不告則不知其愛人也(불고칙부지기애인야) : 그러나 남이 얘기해
주지 않으면 그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한다.
若知之(약지지) : 그러나 그것을 알든
若不知之(약부지지) : 만약 모르든,
若聞之(약문지) : 그것을 들었든
若不聞之(약불문지) : 만약 듣지 못했든 간에
其愛人也終無已(기애인야종무이) : 그가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사
실은 끝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人之安之亦無已(인지안지역무이) : 사람들이 그를 통하여 편하게
지내게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性也(성야) :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3.
舊國舊都(구국구도) : 고국이나 고향은
望之暢然(망지창연) : 그 곳을 떠난 사람들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을 느끼게 된다.
雖使丘陵草木之緡(수사구릉초목지민) : 비록 언덕과 초목에 가려
서
入之者十九(입지자십구) : 십분의 일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猶之暢然(유지창연) : 여전히 마음은 기쁜 것이다.
況見見聞聞者也(황견견문문자야) : 하물며 옛날 보던 것을 보고,
옛날 듣던 것을 들을 때는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겠는가?
以十仞之臺縣衆閒者也(이십인지대현중한자야) : 옛날에 보던 열
길의 높다란 누각이 사람들 사이에 보일 때 어찌 기쁘지 않겠는
가
冉相氏得其環中以隨成(염상씨득기환중이수성) : 염상씨는 자연변
화의 원리를 체득하여 되는 대로 자신을 맡겨
與物無終無始(여물무종무시) : 만물과 함께 시작도 끝도 없었으
며
無幾無時(무기무시) : 시간도 없었고 시간의 흐름도 없었다.
日與物化者(일여물화자) : 매일 만물과 함께 변화해가는 사람이
란
一不化者也(일불화자야) : 전혀 변화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
闔嘗舍之(합상사지) : 어째서 그런 경지에 들려 하지 않는가?
夫師天而不得師天(부사천이부득사천) : 자연을 스승으로 삼으려
하면서도 자연을 스승으로 삼지 못하는 것은
與物皆殉其以爲事也若之何(여물개순기이위사야약지하) : 마음이
밖의 물건을 따라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니 어찌 하겠는가?
夫聖人未始有天(부성인미시유천) : 성인에게는 처음부터 자연의
의식도 없었다.
未始有人(미시유인) : 처음부터 사람에 대한 의식도 없었다.
未始有始(미시유시) : 처음부터 시작도 없었고,
未始有物(미시유물) : 처음부터 물건도 없었다.
與世偕行而不替(여세해행이불체) : 세상과 더불어 함께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었고,
所行之備而不洫(소행지비이불혁) : 그의 행동은 완비되어 있어
자기를 손상케 하는 일이 없었다.
其合之也若之何(기합지야약지하) : 그가 자연에 합치됨이 이와
같았으니 어떠했겠는가?
湯得其司御門尹登恒爲之傅之(탕득기사어문윤등항위지부지) : 상
나라 탕임금은 사어, 문윤, 등항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從師而不囿(종사이불유) : 스승을 따르기는 하되 얽매이지는 않
고
得其隨成(득기수성) : 되는 대로 내맡겼다.
爲之司其名(위지사기명) : 그 때문에 뛰어난 명성을 얻었고,
之名嬴法(지명영법) : 명성에 따를 법도도 무르익어
得其兩見(득기량현) : 명성과 법도 두 가지가 함께 세상에 드러
났던 것이다.
仲尼之盡慮(중니지진려) : 공자도 사려를 다해 보았으나
爲之傅之(위지부지) : 그 때문에 결국 자연을 스승으로 삼았던
것이다.
容成氏曰(용성씨왈) : 용성씨는 말하기를
除日無歲(제일무세) : “날(日)이 없으면 해(歲)도 없고,
無內無外(무내무외) : 안이 없으면 겉도 없다.”고 했다
4.
魏瑩與田侯牟約(위형여전후모약) : 위나라 혜왕 영이 제나라 위
왕 모와 맹약을 맺었는데
田侯牟背之(전후모배지) : 제나라 위왕이 그 맹약을 깼다.
魏瑩怒(위형노) : 위나라 혜왕은 화가 나서
將使人刺之(장사인자지) : 사람들을 시켜 그를 죽이려 했다.
犀首公孫衍聞而恥之曰(서수공손연문이치지왈) : 위나라 서수 공
손연이 그 얘기를 듣고 부끄럽게 여겨 말했다.
君爲萬乘之君也(군위만승지군야) : “임금님께서는 만승의 군주
이시면서
而以匹夫從讐(이이필부종수) : 한 남자를 시켜 원수를 갚으려고
하십니다.
衍請受甲二十萬(연청수갑이십만) : 제게 이십만의 군사를 주어
爲君攻之(위군공지) : 제나라를 공격하게 해주십시오.
虜其人民(로기인민) : 그러면 제나라 백성들을 사로잡고
係其牛馬(계기우마) : 소와 말들을 끌어와
使其君內熱發於背(사기군내열발어배) : 제나라 임금이 속이 타
등창이 터지게 만들겠습니다.
然後拔其國(연후발기국) : 그런 뒤에 나라를 빼앗겠습니다.
忌也出走(기야출주) : 제나라 장수 전기를 도망치게 만들고
然後抶其背(연후질기배) : 등을 쳐
折其脊(절기척) : 허리를 부러뜨려 버리겠습니다.”
季子聞而恥之曰(계자문이치지왈) : 위나라의 계자는 이 얘기를
듣고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築十仞之城(축십인지성) : “열길 높이의 성을 쌓았을 때,
城者旣十仞矣(성자기십인의) : 그 열길 높이의 성을
則又壞之(칙우괴지) : 다시 허물어버린다면
此胥靡之所苦也(차서미지소고야) : 이것을 쌓은 일꾼들이 고생만
한 결과가 됩니다.
今兵不起七年矣(금병불기칠년의) :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지
칠 년이 되었는데,
此王之基也(차왕지기야) : 이것은 정치의 기반입니다.
衍亂人(연란인) : 공손연은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니
不可聽也(불가청야) :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華子聞而醜之曰(화자문이추지왈) : 위나라 화자가 다시 이 말을
듣고서 좋지 않게 생각하며 말했다.
善言伐齊者(선언벌제자) : “제나라를 정벌하자는 얘기를 하는
자는
亂人也(란인야) :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善言勿伐者(선언물벌자) : 제나라를 정벌하지 말자고 말하는 자
도
亦亂人也(역란인야) : 역시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謂伐之與不伐亂人也者(위벌지여불벌란인야자) : 제나라를 정벌하
자고 말하는 자와 제나라를 정벌하지 말자고 말하는 자가 혼란을
일삼는 자라고 말하는 자도
又亂人也(우란인야) : 역시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君曰(군왈) : 위나라 혜왕이 말했다.
然則若何(연칙약하) :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曰君求其道而已矣(왈군구기도이이의) : 화자가 말하기를, “올바
를 도를 따르기만 하시면 됩니다.”
惠子聞之而見戴晉(혜자문지이견대진) : 혜자가 그 말을 듣고서
대진인을 혜왕에게 소개했다.
戴晉人曰(대진인왈) : 대진인이 혜왕에게 말했다.
有所謂蝸者(유소위와자) : “소위 달팽이라는 것을
君知之乎(군지지호) : 알고 계십니까?”
曰然(왈연) : 혜왕이 말하기를, “알고 있습니다.”
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유국어와지좌각자왈촉씨) : 대진인이 말
하기를,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 하나가 있었는데 촉씨라 불
렀습니다.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유국어와지우각자왈만씨) : 달팽이의 오
른쪽 뿔에도 한 나라가 있었는데 만씨라고 불렀습니다.
時相與爭地而戰(시상여쟁지이전) : 그런데 이 두 나라가 땅을 서
로 빼앗으려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伏尸數萬(복시수만) : 쓰러진 시체가 수만 명이나 되었고,
逐北旬有五日而後反(축북순유오일이후반) : 도망치는 자들을 추
격하여 십오일 만에야 되돌아 왔습니다.”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噫其虛言與(희기허언여) : “아, 그 무슨 허무맹랑한 얘기입니까
?”
曰臣請爲君實之(왈신청위군실지) : 대진인이 말하기를, “저는
임금님께서 사실을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君以意在四方上下有窮乎(군이의재사방상하유궁호) : 사방과 하늘
과 땅을 생각할 때 한계가 있다고 여기십니까?”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無窮(무궁) :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曰知遊心於無窮(왈지유심어무궁) : 대진인이 말하기를, “마음을
한계도 없는 경지에서 노닐게 할 줄 안다면
而反在通達之國(이반재통달지국) : 돌이켜 이 세상의 나라를 생
각해 볼 때,
若存若亡乎(약존약망호) :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존재가 되지 않
겠습니까?”
君曰然(군왈연) : 혜왕이 말했다.“그렇겠지요.”
君曰無辯(군왈무변) :
客出而君惝然若有亡也(객출이군창연약유망야) : 대진인이 말하기
를, “이 세상에는 위나라가 있습니다. 위나라 가운데 또 양나라
가 있습니다. 양나라 가운데 임금님이 계십니다. 임금님이 만씨
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혜왕이 말했다.
“다를 것이 없군요.”
客出(객출) : 대진인이 나가자
惠子見(혜자견) : 혜자가 알현하니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客大人也(객대인야) : “그 손님은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聖人不足以當之(성인부족이당지) : 성인이라도 그보다 못할 것입
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夫吹筦也(부취관야) : “피리를 불면
猶有嗃也(유유학야) : 피리소리가 나지만,
吹劍首者(취검수자) : 칼자루 끝에 뚫린 구멍을 불면
吷而已矣(혈이이의) : 바람 소리만 날 뿐입니다.
堯舜(요순) : 요와 순은
人之所譽也(인지소예야) :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입니다.
道堯舜於戴晉人之前(도요순어대진인지전) : 하지만 요와 순을 대
진인에게 비교하여 얘기하면
譬猶一吷也(비유일혈야) : 입에서 나는 바람 소리에 불과한 존재
입니다.
5.
孔子之楚(공자지초) : 공자가 초나라를 가다가
舍於蟻丘之漿(사어의구지장) : 의구산 아래 주막에서 묵었다.
其隣有夫妻臣妾登極者(기린유부처신첩등극자) : 그 때 그 이웃집
의 하인 부부가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是稯稯何爲者邪(시종종하위자사) :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
까요?”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是聖人僕也(시성인복야) : “그는 성인이면서 하인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是自埋於民(시자매어민) : 그는 스스로 백성들 속에 자신을 묻고
自藏於畔(자장어반) : 밭 두렁 가에 자신을 숨기고 있어서
其聲銷(기성소) : 그의 명성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其志無窮(기지무궁) : 그의 뜻은 한이 없는 사람이다.
其口雖言(기구수언) : 그의 입은 비록 말하고 있으나
其心未嘗言(기심미상언) : 그의 마음은 말을 한 일이 없다.
方且與世違而心不屑與之俱(방차여세위이심불설여지구) : 또한 세
상과 멀리 떨어져 그의 마음은 세상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있다.
是陸沈者也(시륙침자야) : 그는 땅속에 잠기어 있듯이 숨어 지내
는 사람이다.
是其市南宜僚邪(시기시남의료사) : 그는 아마도 시남의료일 것이
다.”
子路請往召之(자로청왕소지) : 자로가 가서 그를 불러오겠다고
하니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彼知丘之著於己也(피지구지저어기야) : 그는 내가 자기를 알아본
것을 알았고,
知丘之適楚也(지구지적초야) : 내가 초나라에 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以丘爲必使楚王之召己也(이구위필사초왕지소기야) : 내가 초나라
에 가서 초나라 임금에게 자기를 부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彼且以丘爲佞人也(피차이구위녕인야) : 그는 또 내가 말을 잘하
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夫若然者(부약연자) : 그런 사람들은
其於佞人也羞聞其言(기어녕인야수문기언) : 말 잘하는 사람의 말
을 듣는 것조차도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而況親見其身乎(이황친견기신호) : 하물며 직접 만나는 것이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而何以爲存(이하이위존) : 그런데 어찌 그대로 남아 있겠느냐?”
子路往視之(자로왕시지) : 자로가 가서 보니,
其室虛矣(기실허의) : 이미 그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6.
長梧封人問子牢曰(장오봉인문자뢰왈) : 장오의 경계를 지키는 사
람이 자뢰에게 말했다.
君爲政焉勿鹵莽(군위정언물로망) : “임금이 정치를 할 때는 거
칠게 함부로 해서는 안되며,
治民焉勿滅裂(치민언물멸렬) : 백성을 다스림에는 소홀히 아무렇
게나 해서는 안됩니다.
昔予爲禾(석여위화) : 전에 내가 벼를 심어보니,
耕而鹵莽之(경이로망지) : 밭갈이를 대충 함부로 하니
則其實亦鹵莽而報予(칙기실역로망이보여) : 벼이삭도 대충 내게
보답하고,
芸而滅裂之(운이멸렬지) : 김매는 것을 대충하니,
其實亦滅裂而報予(기실역멸렬이보여) : 벼이삭도 소홀히 아무렇
게나 내게 보답을 했습니다.
予來年變齊(여래년변제) : 다음 해에는 생각을 바꾸어
深其耕而孰耰之(심기경이숙우지) : 밭을 깊게 갈고 써레질을 잘
했더니,
其禾蘩以滋(기화번이자) : 벼가 잘 자라 많은 이삭을 맺어,
予終年厭飧(여종년염손) : 일년 내내 실컷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
莊子聞之曰(장자문지왈) : 장자가 이 얘기를 듣고 말했다.
今人之治其形理其心(금인지치기형리기심) : “요즘 사람들이 몸
을 다스리고 건사함에 있어서는
多有似封人之所謂(다유사봉인지소위) : 대부분 이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한 것과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遁其天(둔기천) :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離其性(리기성) : 그의 본성을 떠나
滅其情(멸기정) : 타고난 성정을 없애고,
亡其神(망기신) : 그의 신명을 잃고서
以衆爲(이중위) : 여러 가지 세상일에 종사한다.
故鹵莽其性者(고로망기성자) : 그러므로 그의 본성을 거칠게 함
부로 다루는 사람은
欲惡之孼爲性(욕악지얼위성) : 욕망과 증오의 움이 터서 그의 성
격을 이룬다.
萑葦蒹葭(추위겸가) : 갈대 같은 잡초들이 자라나
始萌以扶吾形(시맹이부오형) : 처음 싹이 틀 때에는 나의 몸에
도움을 줄 듯이 보이지만
尋擢吾性(심탁오성) : 곧 나의 본성을 뽑아버려,
竝潰漏發(병궤루발) : 위쪽은 무너지고 아래쪽은 새면서
不擇所出(불택소출) :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퍼져나간다
.
漂疽疥癰(표저개옹) : 그래서 종기와 부스럼이 생기고,
內熱溲膏是也(내열수고시야) : 열병에 걸리고, 당뇨병이 생겨나
게 되는 것이다.”
7.
柏矩學於老聃曰(백구학어노담왈) : 백구가 노자에게 배우고 있을
때 말했다
請之天下遊(청지천하유) : “천하를 다니며 노닐 수 있게 허락하
여 주십시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天下猶是也(천하유시야) : 천하도 이곳이나 같은 것이다.”
又請之(우청지) : 그러나 다시 요청하니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물었다.
汝將何始(여장하시) : “어디서부터 유람을 시작하겠느냐?”
曰始於齊(왈시어제) : 백구가 말하기를, “제나라에서부터 시작
하겠습니다.”
至齊(지제) : 백구는 제나라로 가서
見辜人焉(견고인언) : 처형당한 시체를 보고는
推而强之(추이강지) : 밀어 바로 눕히고
解朝服而幕之(해조복이막지) : 자기의 예복을 벗어 그 시체를 덮
어주고
號天而哭之曰(호천이곡지왈) : 하늘을 보며 통곡하여 말했다.
子乎子乎(자호자호) : 자네여 자네여
天下有大菑(천하유대치) : “아! 천하에는 큰 재난이 많은데
子獨先離之(자독선리지) : 그대 홀로 먼저 당하였구나.
曰莫爲盜(왈막위도) : 이르기를, 그대는 도둑질을 한 것은 아니
었나?
莫爲殺人(막위살인) :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나?
榮辱立(영욕립) : 영예와 치욕을 따지게 된
然後覩所病(연후도소병) : 뒤에야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貨財聚(화재취) : 재물을 모으게 된
然後覩所爭(연후도소쟁) : 뒤에야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今立人之所病(금립인지소병) : 지금 세상에서는 사람들을 고민하
게 하는 일들을 내세우고,
聚人之所爭(취인지소쟁) : 사람들을 다투게 하는 것을 모음으로
써
窮困人之身使無休時(궁곤인지신사무휴시) : 사람들의 몸을 쉴 새
도 없이 곤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欲無至此(욕무지차) : 그러니 그대와 같은 처지를 당하지 않으려
한들
得乎(득호) : 할 수가 있겠는가?
古之君人者(고지군인자) : 옛날의 임금들은
以得爲在民(이득위재민) : 이득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失爲在己(이실위재기) : 손실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以正爲在民(이정위재민) : 정당한 것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枉爲在己(이왕위재기) : 비뚤어진 것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故一形有失其形者(고일형유실기형자) :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실수가 있을 때에는
退而自責(퇴이자책) : 물러나서 스스로를 책망했던 것이다.
今則不然(금칙불연) :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匿爲物而過不識(익위물이과불식) : 숨어서 일을 결정하고는 알지
못하는 자들을 우롱하며,
大爲難而罪不敢(대위난이죄불감) : 어려운 일을 하게 하고서 하
지 못하는 자들을 벌준다.
重爲任而罰不勝(중위임이벌불승) : 무거운 임무를 맡겨 놓고 감
당하지 못하는 자들을 처벌한다.
遠其塗而誅不至(원기도이주불지) : 먼길을 가게하고 이르지 못하
는 자들을 처형한다.
民知力竭(민지력갈) : 그리고 백성들의 능력과 지혜가 다하면
則以僞繼之(칙이위계지) : 곧 허위로 일을 충당한다.
日出多僞(일출다위) : 위정자가 날로 허위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되면
士民安取不僞(사민안취불위) : 백성들이 어떻게 허위의 일을 하
지 않게 되겠는가?
夫力不足則僞(부력부족칙위) : 힘이 부족하면 속이게 되고,
知不足則欺(지부족칙기) : 지혜가 부족하게 되면 자기를 놓게 되
며,
財不足則盜(재부족칙도) : 재물이 부족하게 되면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盜竊之行(도절지행) : 도둑질이 행해지는 것을
於誰責而可乎(어수책이가호) :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되겠는가
?”
8.
蘧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 : 거백옥은 나
이 육십이 되는 동안 육십 번이나 태도가 바뀌었다.
未嘗不始於是之而卒泏之以非也(미상불시어시지이졸출지이비야) :
처음에는 옳다고 했던 일도 나중에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모두
부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 :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지난 오십구년 동안 부정했던 일이
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萬物有乎生而莫見其根(만물유호생이막견기근) : 만물은 생존하고
있지만 그 근원을 볼 수는 없다.
有乎出而莫見其門(유호출이막견기문) : 만물은 사멸되고 있지만
사멸되어 가는 문은 볼 수가 없다.
人皆尊其知之所知(인개존기지지소지) :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지혜
로써 알고 있는 사실을 존중한다.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이막지시기지지소부지) : 그러나 지혜로
알지 못하는 일에 의지해야만
而後知可(이후지가) : 지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不謂大疑乎(이후지가불위대의호) : 그러니 크게 미혹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已乎已乎(이호이호) : 내게 있어서도 그런 것인저
且無所逃(차무소도) : 또한 그런 시비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此所謂然與(차소위연여) : 그러니 이른바 그런 대로
然乎(연호) : 그렇게 지내야만 하는 것인가
9.
仲尼問於太史大弢(중니문어태사대도) : 공자가 태사인 대도,
伯常騫(백상건) : 백상건,
狶韋曰(희위왈) : 희위에게 말했다.
夫衛靈公飮酒湛樂(부위령공음주담락) : “위나라 영공은 술을 마
시고 즐기는 것에 빠져
不聽國家之政(불청국가지정) : 국가의 정치는 돌보지도 않았고,
全獵畢弋(전렵필익) : 사냥에 빠져
不應諸侯之際(불응제후지제) : 제후들과의 모임에도 응하지 않았
습니다.
其所以爲靈公者何邪(기소이위영공자하사) : 그런데도 영공이라는
시호를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大弢曰(대도왈) : 대도가 말했다.
是因是也(시인시야) : “그것은 바로 이래서입니다.”
伯常騫曰(백상건왈) : 백상건이 말했다.
夫靈公有妻三人(부영공유처삼인) : “영공에게는 세 사람의 처가
있었는데
同濫而浴(동람이욕) : 그들과 같은 욕조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史鰌奉御而進所(사추봉어이진소) : 그러나 사추가 명을 받들어
임금이 있는 곳에 나올 때는
搏幣而扶翼(박폐이부익) : 마중 나가 부축하여 주었습니다.
其慢若彼之甚也(기만약피지심야) : 처들과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
면서도,
見賢人若此其肅也(견현인약차기숙야) : 현명한 사람을 만날 때는
그처럼 공경을 다했던 것입니다.
是其所以爲靈公也(시기소이위영공야) : 이것이 그에게 영공이란
시호가 주어진 까닭입니다.”
狶韋曰(희위왈) : 희위가 말했다.
夫靈公也死(부영공야사) : “영공이 죽었을 때,
卜葬於故墓不吉(복장어고묘불길) : 옛 무덤에 장사 지내려 하니
점괘가 불길하다고 나왔습니다.
卜葬於沙丘而吉(복장어사구이길) : 모래 언덕에 장사 지내는 것
이 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掘之數仞(굴지수인) : 그래서 모래 언덕을 몇 길 파 내려가자
得石槨焉(득석곽언) : 돌로 된 석관이 나왔습니다.
洗而視之(세이시지) : 그 석관을 씻고 보니
有銘焉(유명언) :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曰不馮其子(왈불풍기자) : “자식은 의지할 만한 것이 못된다.
靈公奪而里之(영공탈이리지) : 영공이 이 곳을 빼앗아 ane는다.
”
夫靈公之爲靈也久矣(부영공지위영야구의) : 영공에게 신령스럽다
는 의미의 영공이라는 칭호가 주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之二人何足以識之(지이인하족이식지) : 앞의 두 사람들이 어찌
이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10.
少知問於大公調曰(소지문어대공조왈) : 소지가 대공조에게 물었
다.
何謂丘里之焉(하위구리지언) : “고을의 여론이란 무엇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丘里者(구리자) : “고을이란
合十姓百名而以爲風俗也(합십성백명이이위풍속야) : 성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풍속을 형성하는 것이다.
合異以爲同(합리이위동) : 각기 다른 요소들을 합쳐 같은 하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散同以爲異(산동이위이) : 같은 하나를 나누어 보면 각기 다른
것이 된다.
今指馬之百體而不得馬(금지마지백체이부득마) : 말 몸을 여러 부
분으로 나누어 놓고서 말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而馬係於前者(이마계어전자) : 말이 우리 앞에 매여 있을 때
立其百體而謂之馬也(립기백체이위지마야) : 몸의 모든 부분이 합
치되어 서 있기 때문에 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是故丘山積卑而爲高(시고구산적비이위고) : 그러므로 언덕과 산
도 낮은 흙들이 쌓인 것들이 모여 높아진 것이며,
江河合小而爲大(강하합소이위대) : 강물도 시냇물이 합쳐져서 커
진 것이다.
大人合幷而爲公(대인합병이위공) : 그처럼 위대한 사람이란 모든
개인을 합쳐서 공(公)을 이루는 것이다.
是以自外入者(시이자외입자) : 그러므로 밖에서 어떤 의견이 제
시되면
有主而不執(유주이불집) : 자기의 다른 생각이 있다 해도 자기
생각에만 집착되지 않는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그리고 자기가 제시한 의견이
有正而不距(유정이불거) : 올바르다 해도 남의 의견을 거부하지
는 않는다.
四時殊氣(사시수기) : 사계절은 각기 기후가 다르지만
天不賜(천불사) : 하늘은 한편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歲成(고세성) : 그러므로 한 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五官殊職(오관수직) : 다섯 가지 관직은 직책이 서로 다르지만
君不私(군불사) : 임금이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國治(고국치) : 그러므로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文武殊能(문무수능) : 문인과 무인은 기능이 다르지만
大人不賜(대인불사) : 위대한 사람은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
문에
故德備(고덕비) : 그의 덕이 완비되는 것이다.
萬物殊理(만물수리) : 만물은 이치가 서로 다르지만,
道不私(도불사) : 도가 사사로이 치우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故無名(고무명) : 이름 없는 무명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無名故無爲(무명고무위) : 도는 무명이기 때문에 무위하다.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 무위하지만 어떤 변화나 존재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다.
時有終始(시유종시) : 시간은 시작과 끝이 있고
世有變化(세유변화) : 세상에는 변화가 있다.
禍福淳淳(화복순순) : 화와 복은 흘러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至有所拂者而有所宜(지유소불자이유소의) : 어떤 사람에게는 좋
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自殉殊面(자순수면) : 모두가 제각기 따르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
에
有所正者有所差(유소정자유소차) : 한편에서는 바르다고 인정되
는 것이 다른 한 편에서는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
比於大澤(비어대택) : 커다란 늪지에 비교를 하면
百材皆度(백재개도) : 갖가지 동식물이 한군데 어울려 살고 있는
것과 같다.
觀於大山(관어대산) : 큰산에 빗대어 보면
木石同壇(목석동단) : 나무나 바위들이 다 같은 터전 위에 놓여
있는 것과 같다.
此之謂丘里之言(차지위구리지언) : 이것을 고을의 여론이라 하는
것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然則謂之道(연칙위지도) : “그렇다면 그것을 도라고 해도
足乎(족호) : 되겠습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今計物之數(금계물지수) : 세상의 물건의 수를 따져 보면
不止於萬(부지어만) : 만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而期曰萬物者(이기왈만물자) : 그런데도 만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以數之多者號而讀之也(이수지다자호이독지야) : 숫자 중에서 많
은 단위를 빌어서 표현한 것이다.
是故天地者(시고천지자) : 그리고 하늘과 땅이라는 것은
形之大者也(형지대자야) : 형체 중에서 큰 것이며,
陰陽者(음양자) : 음과 양이라는 것은
氣之大者也(기지대자야) : 기 중에서 큰 것이다.
道者爲之公(도자위지공) : 도라는 것은 그것들 전체에 대해 공정
히 작용하는 것이다.
因其大而號以讀之(인기대이호이독지) : 그것의 위대함을 근거로
하여 그것을 도라고 부른다면
則可也(칙가야) : 괜찮을 것이다.
已有之矣(이유지의) : 그러나 이미 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면
乃將得比哉(내장득비재) : 곧 다른 물건과 상대적인 것이 될 것
이다.
則若以斯辯(칙약이사변) : 만약 이와 같이 논한다면,
譬猶狗馬(비유구마) : 비유를 들면 여론과 도는 개와 말이나 같
은 것이 되어
其不及遠矣(기불급원의) : 도의 진실함이 멀리 미치지 못하는 것
이 된다.”
11.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四方之內(사방지내) : “사방 안,
六合之裏(육합지리) : 천지의 속에
萬物之所生惡起(만물지소생악기) : 만물의 발생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陰陽相照(음양상조) : “음과 양이 서로 작용하여
相蓋相治(상개상치) : 서로 해치기도 하고 서로 다스리기도 한다
.
四時相代(사시상대) : 사계절이 서로 엇바뀌면서
相生相殺(상생상살) : 서로 발생하게 하기도 하고, 서로 죽이기
도 한다.
欲惡去就(욕악거취) : 욕망과 증오와 버리고
於是橋起(어시교기) : 취하는 생각들이 여기에서 문득 일어나,
雌雄片合(자웅편합) : 암놈과 수놈이 결합함으로써
於是庸有(어시용유) :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安危相易(안위상역) : 안락과 위험이 서로 바뀌며,
禍福相生(화복상생) : 화와 복이 서로 번갈아 발생하고,
緩急相摩(완급상마) : 더딘 것과 다급한 것이 서로 엇갈리며
聚散以成(취산이성) :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현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此名實之可紀(차명실지가기) : 이런 명분과 실태는 조리를 이룰
수도 있으며
精微之可志也(정미지가지야) : 그 정미한 작용은 기술할 수도 있
는 것이다.
隨序之相理(수서지상리) : 모든 것은 질서를 따라서 서로 다스려
지며
橋運之相使(교운지상사) : 운행의 오르내림에 의해 서로 작용을
하여,
窮則反(궁칙반) : 궁해지면 되돌아오고
終則始(종칙시) : 끝나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此物之所有(차물지소유) : 이것이 만물이 지니고 있는 현상이다.
言之所盡(언지소진) : 따라서 그것은 말로도 표현할 수 있고
知之所至(지지소지) : 지혜로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인데,
極物而已(극물이이) : 물건의 현상을 정리할 뿐이기 때문이다.
覩道之人(도도지인) : 그러나 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不隨其所廢(불수기소폐) :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不原其所起(불원기소기) : 물건이 생겨나는 근원을 따지지도 않
는다.
此議之所止(차의지소지) : 이것은 논리로써 논할 수 없이 그만두
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季眞之莫爲(계진지막위) : “계진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없다는
사람과
接子之或使(접자지혹사) : 첩자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있다는 사
람이 있는데,
二家之議(이가지의) : 두 사람의 설 중에
孰正於其情(숙정어기정) : 어느 것이 진실이고
孰徧於其理(숙편어기리) : 어느 것이 진리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鷄鳴狗吠(계명구폐) : “닭이 울고 개가 짖는 것은
是人之所知(시인지소지) :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다.
雖有大知(수유대지) : 그러나 비록 위대한 지혜를 지녔다 해도
不能以言讀其所自化(불능이언독기소자화) : 그것이 어떻게 그렇
게 되는가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又不能以意測其所將爲(우불능이의측기소장위) : 또 그것이 어떻
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추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斯而析之(사이석지) : 이렇게 분석해 나가면
精至於無倫(정지어무륜) : 지극히 정미한 경지에 이르게 되고,
大至於不可圍(대지어불가위) : 크게는 한정지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或之使(혹지사) : 그러니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고 하는 이론은
未免於物(미면어물) : 물건의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서
而終以爲過(이종이위과) : 결국은 잘못된 것이다.
或使則實(혹사칙실) : 주재자가 있으면 작용이 실재적인 것이 되
고,
莫爲則虛(막위칙허) : 주재자가 없다면 작용도 허무한 것이 된다
.
有名有實(유명유실) : 따라서 이름이 있고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
는 것은
是物之居(시물지거) : 현상계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며,
無名無實(무명무실) : 이름도 없고 사실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在物之虛(재물지허) : 현상계를 공허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다.
可言可意(가언가의) : 말로 표현할 수 있고 마음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지만,
言而愈疏(언이유소) : 도란 말로 표현할수록 진실과는 더욱 멀어
지는 것이다.
未生不可忌(미생불가기) : 물건이 생겨나기 전에 생겨나지 못하
도록 막을 수는 없는 것이며,
已死不可徂(이사불가조) : 이미 죽어버린 것을 죽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死生非遠也(사생비원야) : 죽음과 삶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
이 아니지만
理不可覩(리불가도) : 그 원리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或之使(혹지사) :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는 설은
疑之所假(의지소가) : 결국 억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吾觀之本(오관지본) : 내가 보건대 만물의 근본은
其往無窮(기왕무궁) : 알아보려 해도 끝이 없는 것이다.
吾求之末(오구지말) : 내가 추구해 보건대 만물의 종말은
其來無止(기래무지) : 오는 곳이 한정이 없는 것이다.
無窮無止(무궁무지) : 끝도 없고 한정도 없으니,
言之無也(언지무야) : 그것을 무로써 표현할 때
與物同理(여물동리) : 비로소 물건의 실리와 합치되게 되는 것이
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는 것은
言之本也(언지본야) : 이론의 출발점으로써
與物終始(여물종시) : 만물과 더불어 영원히 부침할 것이다.
道不可有(도불가유) : 도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有不可無(유불가무) : 도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道之爲名(도지위명) : 도라는 이름은
所假而行(소가이행) : 가정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는 것에 불과
하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고 없다는 것은
在物一曲(재물일곡) : 물건의 일단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지,
夫胡爲於大方(부호위어대방) : 어찌 자연의 위대한 도를 놓고서
말할 수 있겠는가?
言而足(언이족) : 도를 말로써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면
則終日言而盡道(칙종일언이진도) : 하루종일 말하면 도를 형용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言而不足(언이부족) : 도를 말로써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이라면
則終日言而盡物(칙종일언이진물) : 하루 종일 말을 해도 물건에
대한 얘기에 그칠 것이다.
道物之極(도물지극) : 도란 물건의 극치이므로
言黙不足以載(언묵부족이재) : 말이나 침묵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非言非黙(비언비묵) : 말도 아니고 침묵도 아닌 경지에서
議有所極(의유소극) : 그런 도의 극치는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外物
1.
外物不可必(외물불가필) : 외부의 사물들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故龍逢誅(고용봉주) : 그렇기 때문에 용봉은 충신이면서도 처형
당했고,
比干戮(비간륙) : 비간은 충간을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箕子狂(기자광) : 주왕의 서형 기자는 미친 척하고 살았고,
惡來死(악래사) : 간신 악래도 죽음을 당하였으며,
桀紂亡(걸주망) : 걸왕과 주왕도 결국은 멸망했다.
人主莫不欲其臣之忠(인주막불욕기신지충) : 임금이라면 누구나
그의 신하들이 충성스럽기를 바라지만,
而忠未必信(이충미필신) : 충신이라고 반드시 신임을 받는 것은
아니다.
故伍員流于江(고오원류우강) : 그래서 오나라 오자서는 충신이면
서도 사형을 당하여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萇弘死于蜀(장홍사우촉) : 주나라 장홍은 죄 없이 촉 땅에서 죽
어야 했다.
藏其血三年而化爲碧(장기혈삼년이화위벽) : 그를 장사 지낸 지 3
년 만에 그의 피는 변하여 푸른 구슬이 되었다 한다.
人親莫不欲其子之孝(인친막불욕기자지효) : 부모라면 누구나 자
식이 효성스럽기를 바란다.
而孝未必愛(이효미필애) : 그러나 효자라고 반드시 사랑 받는 것
은 아니다.
故孝己憂而曾參悲(고효기우이증삼비) : 그래서 은나라의 효기는
계모로 인해 근심 속에 살았고, 증삼은 아버지의 미움을 사서 슬
픔 속에 지냈다.
木與木相摩則然(목여목상마칙연) : 나무와 나무를 비비면 불이
붙고,
金與火相守則流(김여화상수칙유) : 쇠가 불 속에 오래 있으면 녹
는다.
陰陽錯行(음양착행) : 음과 양의 기운이 섞이면
則天地大絯(칙천지대해) : 하늘과 땅이 크게 놀라 움직인다.
於是乎有雷有霆(어시호유뢰유정) : 그래서 천둥과 번개가 생기는
것이다.
水中有火(수중유화) : 그래서 빗줄기 속에서도 벼락에 맞아
乃焚大槐(내분대괴) : 큰 느티나무가 불타기도 하는 것이다.
有甚憂兩陷而無所逃(유심우량함이무소도) : 사람에게는 큰 근심
이 있는데 이해(利害)라는 것으로, 두 가지 중 어느 곳에 치우쳐
도 그 피해로부터 도망칠 길이 없다.
螴蜳不得成(진윤부득성) : 언제나 두려워함으로써 아무 일도 이루
지 못하게 되며,
心若懸於天地之間(심약현어천지지간) : 그의 마음은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慰暋沈屯(위민침둔) : 또 고민이 마음에 있어 근심에 잠기게 되
며,
利害相摩(리해상마) : 이해에 관한 생각이 마찰을 일으켜
生火甚多(생화심다) : 불같은 욕망을 낳는다.
衆人焚和(중인분화)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의 화기(和氣
)를 불태우게 된다.
月固不勝火(월고불승화) : 마음을 달처럼 비워 맑아도 본래 사람
은 불같은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於是乎有僓然而道盡(어시호유퇴연이도진) : 그래서 그의 모든 것
이 무너져 올바른 도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2.
莊周家貧(장주가빈) : 장자가 집이 가난하여
故往貸粟於監河侯(고왕대속어감하후) :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
러 갔다.
監河侯曰(감하후왈) : 감하후가 말했다.
諾我將得邑金(낙아장득읍금) : “좋습니다. 영지의 세금을 거둬
들여
將貸子三百金(장대자삼백금) : 선생에게 삼백금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可乎(가호) : 찮겠습니까?”
莊周忿然作色曰(장주분연작색왈) : 장자는 화가나 얼굴빛이 변하
며 말했다.
周昨來(주작래) :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데
有中道而呼者(유중도이호자) : 도중에 나를 부르는 것이 있었습
니다.
周顧視車轍中(주고시차철중) : 돌아다보니 수레바퀴자국 가운데
에
有鮒魚焉(유부어언) : 붕어가 있었습니다.
周問之曰(주문지왈) : 장자가 그것을 물었습니다
鮒魚來(부어래) : ‘붕어야,
子何爲者邪(자하위자사) :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對曰(대왈) :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我東海之波臣也(아동해지파신야) : ‘저는 동해 용왕의 신하입니
다.
君豈有斗升之水而活我哉(군기유두승지수이활아재) :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이 있으면 저를 살려주시겠습니까.’
周曰(주왈) : 장주가 말했습니다.
諾我且南遊吳越之土(낙아차남유오월지토) : ‘그런가, 내가 남쪽
의 오나라와 초나라의 임금을 설득시켜
激西江之水而迎子(격서강지수이영자) : 서강의 물을 끌어다가 너
를 맞이하도록 하겠다.
可乎(가호) : 찮겠는가?’
鮒魚忿然作色曰(부어분연작색왈) : 붕어는 성이 나서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습니다.
吾失我常與(오실아상여) : ‘저는 제가 늘 필요로 하는 물을 잃
고 있어서
我無所處(아무소처) : 당장 몸 둘 곳이 없습니다.
吾得斗升之水然活耳(오득두승지수연활이) : 저는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君乃言此(군내언차) : 선생의 말 대로하려면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증불여조색아어고어지사) : 차라리 저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3.
任公子爲大鉤巨緇(임공자위대구거치) : 임공자가 큰 낚시와 굵고
검은 줄을 준비한 다음
五十緇以爲餌(오십치이위이) : 오십 마리의 황소를 미끼로
蹲乎會稽(준호회계) : 회계산에 걸터앉아
投竿東海(투간동해) : 낚싯대를 동해에 던졌다.
旦旦而釣(단단이조) : 매일같이 낚시질을 계속했으나
期年不得魚(기년부득어) : 일년이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했다.
已而大魚食之(이이대어식지) : 그러나 결국은 큰 고기가 낚시를
물더니
牽巨鉤(견거구) : 낚싯대를 끌고
錎沒而下(함몰이하) :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騖揚而奮鬐(무양이분기) : 뛰어오르면서 등지느러미를 떨치니,
白波若山(백파약산) :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솟아오르면서
海水震蕩(해수진탕) : 바닷물이 진동했다.
聲侔鬼神(성모귀신) : 그 소리는 귀신들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憚赫千里(탄혁천리) : 천리나 떨어진 곳의 사람들까지도 두려움
에 떨게 했다.
任公子得若魚(임공자득약어) :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서
離而腊之(리이석지) : 썰어 건포로 만들었다.
自制河以東(자제하이동) : 절강 동쪽으로부터
蒼梧已北(창오이북) : 창오 북쪽에 이르는 사람들이
莫不厭若魚者(막불염약어자) : 모두 그 고기를 실컷 먹었다.
已而後世輇才諷說之徒(이이후세전재풍설지도) : 후에 세상에서
재주를 겨루며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皆驚而相告也(개경이상고야) : 모두 놀라며 이 얘기를 전했다.
夫揭竿累(부게간루) : 작은 낚싯대와 가는 줄로
趨灌瀆(추관독) : 도랑에 가서
守鯢鮒(수예부) : 송사리나 붕어를 노리는 낚시를 하면서
其於得大魚難矣(기어득대어난의) : 큰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어
려운 일이다.
飾小說以干縣令(식소설이간현령) : 그처럼 쓸데없는 작은 이론들
을 꾸며내 가지고서는 높은 명성을 추구해 보았자,
其於大達亦遠矣(기어대달역원의) : 크게 출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是以未嘗聞任氏之風俗(시이미상문임씨지풍속) : 그러므로 임공자
의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其不可與經於世亦遠矣(기불가여경어세역원의) : 세상에서 제대
로 행세할 수 없을 것이다
4.
儒以詩禮發冢(유이시례발총) : 유학자가 시경과 예기를 근거로 남
의 무덤을 도굴했다.
大儒臚傳曰(대유려전왈) : 함께 간 큰선비가 무덤 위에서 아래쪽
에 대고 말했다.
東方作矣(동방작의) : “동녘이 밝아오는데
事之何若(사지하약) : 일이 어찌 되고 있는가?”
小儒曰(소유왈) : 작은 선비가 말했다.
未解裙襦(미해군유) : ‘시의를 아직 다 벗기지 못했습니다
口中有珠(구중유주) : 입 속에 구슬이 있습니다.’
詩固有之曰(시고유지왈) : 큰선비가 말하기를, “시경에 이르기
를
靑靑之麥(청청지맥) : ‘푸른 보리가
生於陵陵(생어릉릉) : 무덤 가에 자라고 있네.
生不佈施(생불포시) : 살아서 은혜를 베풀지도 못하고서
死何含珠爲(사하함주위) : 죽어서 어찌 구슬을 물겠는가?’라고
했네
接其鬢(접기빈) : 그 놈의 머리를 잡고
壓其劌(압기귀) : 그의 턱수염을 누른 다음,
而以金椎控其頤(이이금추공기이) : 쇠망치로 그의 턱을 쳐서
徐別其頰(서별기협) : 천천히 그의 볼까지 벌리고,
無傷口中珠(무상구중주) : 입 속의 구슬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서 잘 꺼내게.”
5.
老萊子之弟子出取薪(노래자지제자출취신) : 노래자의 제자가 땔
나무를 하러 갔다가
遇仲尼(우중니) : 공자를 만나고
反以告(반이고) : 돌아와 말했다.
曰有人於彼(왈유인어피) : “저기 한 사람이 있는데,
修上而趨下(수상이추하) : 상체는 길고 하체는 짧으며
말루이後耳(말루이후이) : 등은 꼽추에다 귀는 머리 뒤편에 붙어
있었습니다.
視若營四海(시약영사해) : 그러나 눈빛은 세상을 다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不知其誰氏之子(부지기수씨지자) : 그는 누구의 아들일까요?”
老萊子曰(노래자왈) : 노래자가 말했다.
是丘也(시구야) : “그가 공자다.
召而來(소이래) : 불러오너라.”
仲尼至(중니지) : 공자가 오자
曰丘(왈구) : 노래자가 말했다.
去汝躬矜與汝容知(거여궁긍여여용지) : “그대 몸의 오만함과 얼
굴에 나타난 지혜로움을 버려야 한다.
斯爲君子矣(사위군자의) : 그래야만 군자가 될 것이다.”
仲尼揖而退(중니읍이퇴) : 공자가 읍을 하고 물러서서
蹙然改容而問曰(축연개용이문왈) : 송구스러운 듯 용모를 바로잡
고 말했다.
業可得進乎(업가득진호) : “그러면 저의 배움도 발전할 수 있겠
습니까?”
老萊子曰(노래자왈) : 노래자가 말했다.
夫不忍一世之傷而驚萬世之患(부불인일세지상이경만세지환) : “
그대는 일세의 혼란을 참지 못하고 만세의 환란을 가볍게 보고
있다.
抑固窶邪(억고구사) : 그렇지 않다면 본시 그대의 재능이 형편없
는 것인가?
亡其略弗及邪(망기약불급사) : 지략이 없어서 진실에 미치지 못
하는 것인가?
惠以歡爲鷔(혜이환위오) : 그대는 신이 나서 그렇게 하고 있겠지
만,
終身之醜(종신지추) : 평생의 치욕이 될 것이다.
中民之行進焉耳(중민지행진언이) : 보통 사람들의 행동은 영향을
받기 쉬운 것이다.
相引以名(상인이명) : 서로의 명성의 위해 끌어당기며,
相結以隱(상결이은) : 서로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맺어지는 것
이다.
與其譽堯而非桀(여기예요이비걸) : 요임금을 칭송하고 걸왕을 비
난하느니
不如兩忘而閉其所非譽(불여량망이폐기소비예) : 차라리 두가지를
다 잊고 칭송과 비난을 멈추는 것이 더 좋다
反無非傷也(반무비상야) : 도리어 손상을 받지 않는 일이 없다.
動無非邪也(동무비사야) : 활동하면 사악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
다.
聖人躊躇(성인주저) : 성인은 조심하면서
以興事(이흥사) : 일을 함으로써
以每成功(이매성공) : 언제나 성공을 하는 것이다.
奈何哉其載焉終矜爾(내하재기재언종긍이) : 어쩌겠는가, 그대의
행위를 끝내 교만하게 하겠는가?”
6.
宋元君夜半(송원군야반) : 송나라 원군이 밤에
而夢人被髮窺阿門曰(이몽인피발규아문왈) : 꿈에서 사람이 산발
을 하고 곁문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予自宰路之淵(여자재로지연) : “저는 재로의 연못에서 왔습니다
.
予爲淸江使河伯之所(여위청강사하백지소) : 청강 신의 사자로 황
하의 신에게 가다
漁者余且得予(어자여차득여) : 여저라는 어부에게 잡혔습니다.”
元君覺(원군각) : 원군은 깨어나서
使人占之曰(사인점지왈) : 사람을 시켜 꿈을 점치게 했다.
此神龜也(차신구야) : “이는 신령스런 거북입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漁者有余且乎(어자유여차호) : “고기잡이 중에 여저라는 사람이
있는가?”
左右曰有(좌우왈유) : 신하들이 말하기를,“있습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令余且會朝(령여차회조) : “여저를 데리고 와라“
明日(명일) : 다음날
如此朝(여차조) : 여저가 아침에 오자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漁何得(어하득) : “고기잡이를 하다가 무엇을 잡았느냐?”
對曰(대왈) : 여저가 대답했다.
且之網得白龜焉(차지망득백구언) : “제 그물에 흰 거북이 걸렸
습니다.
其圓五尺(기원오척) : 거북의 직경이 다섯 자나 됩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명령했다.
獻若之龜(헌약지구) : “그 거북이를 내게 가져오거라.”
龜至(구지) : 거북이 도착하자
君再欲殺之(군재욕살지) : 원군은 거북을 죽일려 하기도 하고
再欲活之(재욕활지) : 다시 살리려하기도 하여
心疑(심의) :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卜之(복지) : 점을 치게 하니
曰殺龜以卜吉(왈살구이복길) : 거북을 죽여서 그 등껍질로 점을
치면 길하다는 것이었다.
乃刳龜以卜(내고구이복) : 이에 거북을 잡아
七十二鑽而無遺筴(칠십이찬이무유협) : 일흔두번이나 구멍을 뚫으
며 점을 치니 맞지 않는 일이 없었다.
仲尼曰(중니왈) : 이에 대해 공자가 말했다.
神龜能見夢於元君(신구능견몽어원군) : “신령스런 거북의 능력
은 원군의 꿈에 나타날 줄은 알면서도
而不能避余且之網(이불능피여차지망) : 여저의 그물을 피하지는
못했다.
知能七十二鑽而無遺筴(지능칠십이찬이무유협) : 그의 지혜는 일흔
두번이나 구멍을 뚫어 점을 쳐도 틀리는 일이 없을 정도이면서도
不能避刳腸之患(불능피고장지환) : 그의 내장이 도려내지는 환란
을 피하지는 못했다.
如是(여시) : 이러니
則知有所困(칙지유소곤) : 지혜도 곤경에 놓이는 경우가 있고,
神有所不及也(신유소불급야) : 신령스러움으로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雖有至知(수유지지) : 비록 지극한 지혜가 있다 해도
萬人謀之(만인모지) : 사람들은 그를 해칠 수가 있다.
魚不畏網而畏鵜鶘(어불외망이외제호) : 물고기는 고기 그물은 두려
워하지 않으면서 물새들은 두려워한다.
去小知而大知明(거소지이대지명) : 작은 지혜를 버려야만 큰 지
혜가 밝아지고,
去善而自善矣(거선이자선의) : 훌륭하다는 의식을 버려야만 스스
로 훌륭해지는 것이다.
嬰兒生無石師而能言(영아생무석사이능언) : 아기는 태어나 스승
이 없이도 말할 수 있게 되는데,
與能言者處也(여능언자처야) : 말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
기 때문이다.”
7.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子言無用(자언무용) : “선생의 말씀은 쓸모가 없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知無用而始可與言用矣(지무용이시가여언용의) : “쓸데가 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 곳을 얘기할 수가 있습니다.
天地非不廣且大也(천지비불광차대야) : 땅이란 넓고도 크기가 한
이 없지만,
人之所用容足耳(인지소용용족이) : 사람들이 걸을 때 쓰이는 것
은 발로 밟는 부분뿐입니다.
然則厠足而墊之致黃泉(연칙측족이점지치황천) : 그렇다고 발 크
기에 맞추어 발자국만큼의 땅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은 황천에
이르도록 깎아낸다면
人尙有用乎(인상유용호) : 그래도 그 땅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
겠습니까?”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대답했다.
無用(무용) :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然則無用之爲用也亦明矣(연칙무용지위용야역명의) : “그렇다면
쓸데없는 것의 쓰임도 명백합니다.”
8.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人有能遊(인유능유) :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且得不遊乎(차득불유호) : 그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지 않을
수 있겠는가?
人而不能遊(인이불능유) :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줄 모르는 사
람이 있는데, 그
且得遊乎(차득유호) : 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 수 있겠는가?
夫流遁之志(부류둔지지) : 물건을 쫓아 움직이는 마음을 가졌거
나,
決絶之行(결절지행) : 세상에서 벗어나 홀로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噫其非至知厚德之任與(희기비지지후덕지임여) : 슬프게도 지극한
지혜와 두터운 덕을 쌓은 이의 행동은 아니다.
覆墜而不反(복추이불반) :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넘어지고 떨어
지고 해도,
火馳而不顧(화치이불고) : 불길이 치달아도 본성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雖相與爲君臣(수상여위군신) : 비록 서로 임금이 되고 신하가 되
어 있다 해도,
時也(시야) :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易世而無以相賤(역세이무이상천) : 세상이 바뀌게 되면 상대방을
천하게 여길 수 없이 처지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故曰至人不留行焉(고왈지인불류행언) : 그러므로 ‘지극한 사람
은 행적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夫尊古而卑今(부존고이비금) : 무릇 옛날을 존중하고 현대를 하
찮게 보는 것은
學者之流也(학자지류야) : 학자들의 오래된 잘못이다.
且以狶韋氏之流觀今之世(차이희위씨지류관금지세) : 그러나 희위
씨의 입장에서 지금 세상을 본다면,
夫孰能不波(부숙능불파) : 과연 편벽 되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唯至人乃能遊於世而不僻(유지인내능유어세이불벽) : 오직 지극한
사람만이 세상에 노닐면서도 편벽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順人而不失己(순인이불실기) : 그것은 사람들에게 순응하면서도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彼敎不學(피교불학) : 지극한 사람은 억지로 그것을 배우지 않고
,
承意不彼(승의불피) : 뜻을 따르기는 하지만 자기 본성을 잃고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9.
目徹爲明(목철위명) : 눈이 잘 보이는 것을 밝다고 하고,
耳徹爲聰(이철위총) : 귀가 잘 들리는 것을 귀밝다고 하고,
鼻徹爲顫(비철위전) : 코가 예민한 것을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
고,
口徹爲甘(구철위감) : 입이 예민한 것을 맛을 잘 안다고 하고,
心徹爲知(심철위지) :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을 지혜롭다고 하고,
知徹爲德(지철위덕) : 지혜가 잘 통하는 것을 덕이라고 한다.
凡道不欲壅(범도불욕옹) : 도라는 것도 막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
壅則哽(옹칙경) : 막히면 숨이 막히게 되고,
哽而不止則跈(경이부지칙전) : 숨이 막힌 것이 계속되면 사리에
어긋나게 되고,
跈則衆害生(전칙중해생) : 사리에 어긋나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
겨나게 되는 것이다.
物之有知者恃息(물지유지자시식) : 물건 중에도 지혜가 있는 것
은 호흡을 한다.
其不殷(기불은) : 그러나 그것이 성대해지지 않는 것은
非天之罪(비천지죄) : 하늘의 죄가 아니다.
天之穿之(천지천지) : 하늘은 늘 뚫리게 하여
日夜無降(일야무강) : 낮이고 밤이고 내려옴이 없이 변함이 없다
.
人則顧塞其竇(인칙고색기두) : 사람들 자신이 자기의 구멍을 스
스로 일부러 막고 있는 것이다.
胞有重閬(포유중랑) : 뱃속의 태 안에도 넓은 공간이 있고,
心有天遊(심유천유) :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있는 것
이다.
室無空虛(실무공허) : 집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則婦姑勃谿(칙부고발계) :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반목을 한
다.
心無天遊(심무천유) : 마음에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없으면
則六鑿相攘(칙육착상양) : 여러 가지 정욕이 서로 다투게 된다.
大林丘山之善於人也(대림구산지선어인야) : 큰 숲 속이나 산 속
같은 곳을 사람들이 좋게 여기는 것은,
亦神者不勝(역신자불승) : 사람의 정신이 정욕을 견디어 내지 못
하기 때문이다
10.
德溢乎名(덕일호명) : 덕은 명성을 추구하여 잃게 되고,
名溢乎暴(명일호폭) : 명성은 자기를 드러내어 망치게 된다.
謀稽乎誸(모계호현) : 책모는 다급한 데서 생각하게 되고,
知出乎爭(지출호쟁) : 지혜는 다툼에서 나온다.
柴生乎守(시생호수) : 삶의 보호는 자신의 관능을 지키는 데서
이루어지고,
官事果乎衆宜(관사과호중의) : 일의 성과는 모든 조건이 알맞을
때 나타난다.
春雨日時(춘우일시) : 봄에 비가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草木怒生(초목로생) :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며,
銚鎒於是乎始修(요누어시호시수) : 밭 갈고 김 매는 일도 여기에
서 비롯된다.
草木之到植者過半(초목지도식자과반) : 풀과 나무는 가꾸지 않아
도 잘 자라나는데,
而不知其然(이부지기연) :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
다.
11.
靜然可以補病(정연가이보병) : 고요하면 병을 고칠 수 있고,
訾?可以休老(자?가이휴로) : 눈썹과 머리를 깨끗이 손질을 하면
늙음을 방지할 수가 있고,
寧可以止遽(녕가이지거) : 편안함은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다
.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若是(약시) : 이런 방법은
勞者之務也(로자지무야) :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들이나 하
는 일이지,
佚者之所未嘗(일자지소미상) : 편안히 자득하는 사람들과는 관계
가 없어서
過而問焉(과이문언) :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聖人之所以駴天下(성인지소이해천하) : 성인이 천하를 바로 고치
는 방법에 대해
神人未嘗過而問焉(신인미상과이문언) : 신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賢人所以해世(현인소이해세) : 현인이 세상을 바로 고치는 방법
에 대해서
聖人未嘗過而問焉(성인미상과이문언) : 성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君子所以駴國(군자소이해국) : 군자가 나라를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賢人未嘗過而問焉(현인미상과이문언) : 현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小人所以合時(소인소이합시) : 소인들에 시세에 영합하는 방법에
대해서
君子未嘗過而問焉(군자미상과이문언) : 군자는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군자는 알려고 하지도 않다.
12.
演門有親死者(연문유친사자) : 연문에 부모를 여읜 사람이 있었
는데,
以善毁爵爲官師(이선훼작위관사) : 곡하고 슬퍼함으로 상을 치렀
다 하여 그에게 관사라는 벼슬이 내려졌다.
其黨人毁而死者半(기당인훼이사자반) :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
중에 친상을 치르다 몸을 상하게 하여 죽는 자가 반이 넘었다.
堯與許由天下(요여허유천하) :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
려 하자
許由逃之(허유도지) : 허유가 도망을 쳤다.
湯與務光(탕여무광) : 탕임금이 무광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務光怒之(무광노지) : 무광은 화를 냈다.
紀他聞之(기타문지) : 기타는 그 얘기를 듣고
帥弟子而踆於窾水(수제자이준어관수) : 자기에게 주어질 차례라
단정을 하고,제자들을 거느리고 관수가로 가서 숨어살았다.
諸侯弔之三年(제후조지삼년) : 제후들은 기타가 물에 투신할까
걱정되어 삼 년 동안이나 그를 위문했다.
申徒狄因以踣河(신도적인이북하) : 신도적은 그것을 보고 자기도
높은 명망을 얻으려고 황하에 몸을 던져 죽었다.
13.
筌者所以在魚(전자소이재어) : 통발은 고기를 잡는 도구지만
得魚而忘筌(득어이망전) :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게 된다.
蹄者所以在兎(제자소이재토) :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도구지만
得兎而忘蹄(득토이망제) :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를 잊게 된다
.
言者所以在意(언자소이재의) : 말은 뜻을 표현하는 도구이지만,
得意而忘言(득의이망언) : 뜻을 표현하고 나면 잊게 된다.
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오안득부망언지인이여지언재) : 우
리는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들과 더불어 얘기를 할 수 있게 될
까
寓言
1.
寓言十九(우언십구) : 내 글에 우언이 열에 아홉이고,
重言十七(중언십칠) : 중언이 열에 일곱이다.
巵言日出(치언일출) : 그리고 치언은 날로 새롭게
和以天倪(화이천예) : 자연의 나뉨을 조화시킨다.
寓言十九(우언십구) : 십분의 구나 되는 우언은
藉外論之(자외론지) : 밖의 사물을 인용해 도를 논한 것들이다.
親父不爲其子媒(친부불위기자매) : 친아버지는 아들의 중매를 설
수 없다.
親父譽之(친부예지) :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칭찬하는 것은
不若非其父者也(불약비기부자야) : 다른 사람이 칭찬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非吾罪也(비오죄야) :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人之罪也(인지죄야) : 사람들의 잘못이다.
與己同則應(여기동칙응) :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입장이면 순응
하지만,
不與己同則反(불여기동칙반) : 자기와 다른 입장이면 반대를 한
다.
同於己爲是之(동어기위시지) : 자기와 같은 생각은 옳다고 인정
하고,
異於己爲非之(이어기위비지) : 자기와 다른 생각은 부정을 한다.
重言十七(중언십칠) : 십분의 칠을 차지하는 중언은
所以已言也(소이이언야) : 사람들의 논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是爲耆艾(시위기애) : 이것은 늙은 고로(故老)의 말을 인용하여
가능한 것이다.
年先矣(년선의) : 나이가 앞서면서도
而無經緯本末以期年耆者(이무경위본말이기년기자) : 일에 대한
경위와 이치를 모른다면, 고로라고 불려진다 해도
是非先也(시비선야) : 진실한 선배로서의 고로는 못되는 것이다.
人而無以先人(인이무이선인) : 선배이면서도 남에 앞 설 덕을 지
니고 있지 못하면,
無人道也(무인도야) : 사람으로서의 도가 없는 것이다.
人而無人道(인이무인도) : 선배이면서도 사람으로서의 도를 지니
고 있지 않다면,
是之謂陳人(시지위진인) : 그런 사람을 진부한 사람이라 하는 것
이다.
巵言日出(치언일출) : 그리고 일에 따라 매일 같이 한 말들인
和以天倪(화이천예) : 치언은 자연의 분계와 잘 조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因以曼衍(인이만연) : 자연을 따라 무궁함으로써
所以窮年(소이궁년) : 영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不言則齊(불언칙제) : 시비를 말하지 않으면 사물들과 조화되게
된다.
齊與言不齊(제여언불제) : 조화와 시비를 말하는 것은 조화되지
않으며,
言與齊不齊也(언여제불제야) : 시비를 말하는 것과 조화도 조화
되지 않는 것이다.
故曰言無言(고왈언무언) : 그러므로 시비를 말하지 않는다고 얘
기하는 것이다.
言無言(언무언) : 말을 하되 시비를 말하지 않으면
終身言(종신언) : 평생토록 말을 해도
未嘗言(미상언) : 말을 한 일이 없는 것이 된다.
終身不言(종신불언) : 평생토록 말을 하지 않아도
未嘗不言(미상불언) : 말을 안한 일이 없는 것이 된다.
有自也而可(유자야이가) : 모든 일은 까닭이 있으면 가하게 되고
,
有自也而不可(유자야이불가) : 까닭이 있으면 가하지 않게도 된
다.
有自也而然(유자야이연) : 까닭이 있으면 그렇게도 되고,
有自也而不然(유자야이불연) : 까닭이 있으면 그렇지 않게도 된
다.
惡乎然(악호연) :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然於然(연어연) :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惡乎不然(악호불연) : 어째서 그렇지 않게 되는가?
不然於不然(불연어불연) :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게 된
것이다.
惡乎可(악호가) : 어째서 가하게 되는가?
可於可(가어가) : 가하기 때문에 가하게 된 것이다.
惡乎不可(악호불가) : 어째서 가하지 않게 되는가?
不可於不可(불가어불가) : 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物固有所然(물고유소연) : 물건은 본래부터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物固有所可(물고유소가) : 물건은 본시부터 가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無物不然(무물불연) : 그렇게 되지 않은 물건이란 없고,
無物不可(무물불가) : 가하지 않게 된 물건도 없는 것이다.
非巵言日出和以天倪(비치언일출화이천예) : 일에 따라 매일 같이
한 말들이 자연의 분계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孰得其久(숙득기구) : 누가 오래 갈 수 있겠는가?
萬物皆種也(만물개종야) : 만물은 모두 종류가 다르며
以不同形相禪(이불동형상선) : 각기 다른 형체로써 무궁히 변화
하는 것이다.
始卒若環(시졸약환) : 처음과 끝을 둥근 고리의 처음과 끝처럼
구분할 수 없고,
莫得其倫(막득기윤) : 그 이치는 터득할 수도 없는 것이다.
是謂天均(시위천균) : 이것을 자연의 조화라는 뜻에서 천균(天均
)이라 부르는 것이다.
天均者天倪也(천균자천예야) : 천균이란 자연의 분계에 합치되는
것이다
2.
莊子謂惠子曰(장자위혜자왈) : 장자가 혜자에게 말했다.
孔子行年六十而六十化(공자행년육십이육십화) : “공자는 나이
예순이 되도록 예순 번이나 사고 방식이 변했습니다.
始時所是(시시소시) : 처음에 옳다고 하던 것을
卒而非之(졸이비지) : 나중에는 부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 :
오늘 옳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지난 오십구년 동안 부정하던 것
이 대부분입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孔子勤志服知也(공자근지복지야) : “공자는 그의 뜻을 성실히
하고 지혜로써 일했기 때문이겠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孔子謝之矣(공자사지의) : “공자는 뜻이나 지혜를 버렸습니다.
而其未之嘗言(이기미지상언) : 그는 시비를 논한 적이 없었습니
다.
孔子云(공자운) : 공자가 전하기를
夫受才乎大本(부수재호대본) : 위대한 근본으로부터 재질을 타고
서
復靈以生(복령이생) : 영기를 품고 살아가면
鳴而當律(명이당률) : 우는 소리도 법도에 들어맞고,
言而當法(언이당법) : 말을 해도 법칙에 맞는다고 했습니다.
利義陳乎前(리의진호전) : 이익과 의로움을 자기 앞에 늘어놓고
서
而好惡是非直服人之口而已矣(이호악시비직복인지구이이의) : 좋
아하고 싫어하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은 오직 사람의 입을
수고하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使人乃以心服(사인내이심복) : 공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으로
부터 복종하여
而不敢蘁立(이불감오립) : 감히 거슬러 대립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
定天下之定(정천하지정) : 그리고는 천하의 안정 속에
已乎已乎(이호이호) : 안정되게 산 것인저
吾且不得及彼乎(오차불득급피호) : 나는 아직 공자에게 미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3.
曾子再任而心再化(증자재임이심재화) : 증자는 두 번 벼슬살이를
했는데, 두 번 모두 마음이 변했다.
曰吾及親仕(왈오급친사) : 그가 말하기를, “나는 부모님에 생존
해 계실 때는 벼슬하여
三釜而心樂(삼부이심락) : 삼부의 녹을 받았으나 마음이 즐거웠
다.
後仕(후사) : 뒤에는 벼슬하여
三千鍾而不洎親(삼천종이불계친) : 삼천종의 녹을 받았으나 부모
님을 모실 수가 없어서
吾心悲(오심비) : 내 마음이 슬펐다.”
弟子問於仲尼曰(제자문어중니왈) : 공자의 제자가 그 말을 듣고,
공자에게 물었다.
若參者(약삼자) : “증삼은
可謂無所縣其罪乎(가위무소현기죄호) : 그의 녹에 의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이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曰旣已縣矣(왈기이현의) : 공자가 말하기를, “이미 마음이 끌리
고 있지 않느냐?
夫無所縣者(부무소현자) : 마음이 끌리는 데가 없는 사람이라면
可以有哀乎(가이유애호) : 슬픔이 있을 수가 있겠느냐?
彼視三釜三千鍾(피시삼부삼천종) : 그는 삼부나 삼천종의 녹을
보기를
如觀鳥雀蚊虻相過乎前也(여관조작문맹상과호전야) : 마치 참새나
모기가 그의 앞을 날아 지나가는 것을 보듯 할 것이다.”
4.
顔成子游謂東郭子綦曰(안성자유위동곽자기왈) : 안성자유가 스승
인 동곽자기에게 말했다.
自吾聞子之言(자오문자지언) : “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一年而野(일년이야) : 일 년만에 헛된 마음을 버려 소박해졌고,
二年而從(이년이종) : 이 년 만에 밖의 사물에 순종하게 되었고,
三年而通(삼년이통) : 삼 년만에 모든 사물들에 통달하게 되었고
,
四年而物(사년이물) : 사 년만에 저 자신과 물건이 합치되게 되
었고,
五年而來(오년이래) : 오 년만에 모든 물건이 저를 따르게 되었
고,
六年而鬼入(육년이귀입) : 육 년만에 신명으로 모든 사물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고,
七年而天成(칠년이천성) : 칠 년만에 천지자연과 합치되게 되었
고,
八年而不知死(팔년이불지사) : 팔 년만에 죽음도 모르고 삶도
不知生(부지생) : 모르게 되었으며,
九年而大妙(구년이대묘) : 구 년만에 위대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
습니다.”
5.
生有爲(생유위) : 사람은 살아서는 행동을 하지만
死也(사야) : 죽는다
勸公以其死也(권공이기사야) : 공을 권하니 자기가 죽기 때문이
다
有自也(유자야) : 사람의 죽음은 모두가 그 까닭이 있지만,
而生陽也(이생양야) : 삶은 양의 기운이 움직여 이루어지는 것으
로
無自也(무자야) : 근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而果然乎(이과연호) : 그러나 과연 그럴까?
惡乎其所適(악호기소적) :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惡乎其所不適(악호기소불적) : 어떻게 가는 곳이 없을 수 있는가
?
川有曆數(천유역수) : 하늘에는 천체운행의 법도가 있고,
地有人據(지유인거) : 땅에는 평평하고 험한 상태가 있다.
吾惡乎求之(오악호구지) : 그러나 우리는 어디에서 생사의 문제
를 알아볼 것인가?
莫知其所終(막지기소종) : 생명이 끝나는 곳을 알 수가 없는 것
이라면
若之何其無命也(약지하기무명야) : 어째서 천명이 없다고 하겠는
가?
莫知其所始(막지기소시) : 생명이 시작되는 곳을 알 수가 없는
것이라면
若之何其有命也(약지하기유명야) : 어째서 천명이 있다고 하겠는
가?
有以相應也(유이상응야) : 물건과 정신이 서로 호응하는 것이 있
다면
若之何其無鬼邪(약지하기무귀사) : 어째서 귀신이 없다고 하겠는
가?
無以相應也(무이상응야) : 서로 호응하는 것이 없다면
若之何其有鬼邪(약지하기유귀사) : 어째서 귀신이 있다고 하겠는
가?
6.
罔兩問於景曰(망량문어경왈) : 망양(罔兩)들이 그림자에게 물었
다.
若向也俯而今也仰(약향야부이금야앙) : “조금 전에는 몸을 굽히
고 있었는데 지금은 젖히고 있고,
向也括撮而今也被髮(향야괄촬이금야피발) : 조금 전에는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지금은 풀어헤치고 있으며,
向也坐而今也起(향야좌이금야기) : 조금 전에는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일어나 있고,
向也行而今也止(향야행이금야지) : 조금 전에는 걷고 있었는데
지금은 멈춰 서 있습니다.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景曰(경왈) : 그림자가 말했다.
搜搜也(수수야) : 그대들이여
奚稍問也(해초문야) : “어째서 그런 쓸데없는 것을 묻습니까?
予有而不知其所以(여유이부지기소이) : 나는 존재하고 있지만 그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予蜩甲也(여조갑야) : 나는 매미 껍질이나
蛇蛻也(사태야) : 뱀의 껍질과 비슷합니다.
似之而非也(사지이비야) : 그러나 그것들과 비슷하면서도 형체가
없으니, 다른 것입니다.
火與日(화여일) : 불과 햇볕 앞에서는
吾屯也(오둔야) : 존재하지만,
陰與夜(음여야) : 그늘이나 밤에는
吾代也(오대야) : 사라집니다.
彼吾所以有待邪(피오소이유대사) : 불과 해는 내가 의지하는 대
상입니다.
而況乎以無有待者乎(이황호이무유대자호) : 그러니 하물며 의지
하는 대상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彼來則我與之來(피래칙아여지래) : 그것들이 오면 나도 따라서
오고,
彼往則我與之往(피왕칙아여지왕) : 그것들이 가면 나도 따라 갑
니다.
彼强陽則我與之强陽(피강양칙아여지강양) : 그것들이 움직이면
나도 따라 움직입니다.
强陽者又何以有問乎(강양자우하이유문호) : 움직이는 것에 대해
왜 내게 묻는 까닭이 있습니까?”
7.
陽子居南之沛(양자거남지패) : 양자거가 남쪽 패땅에서 여행을
할 때,
老聃西遊於秦(노담서유어진) : 노자도 서쪽으로 진나라 일대를
여행하고 있었다.
邀於郊(요어교) : 양자거는 패땅의 교외로 영접을 나가,
至於梁而遇老子(지어양이우노자) : 양땅에 이르러 노자를 만났다
.
老子中道仰天而歎曰(노자중도앙천이탄왈) : 노자는 오는 도중에
하늘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始以汝爲可敎(시이여위가교) : “처음에는 그대를 가르칠만하다
고 생각했는데
今不可也(금불가야) : 지금 보니 안되겠다.”
陽子居不答(양자거불답) : 양자거는 대답도 하지 않고
至舍(지사) : 숙사로 돌아와
進盥漱巾櫛(진관수건즐) : 세숫대야와 양치질 물과 수건과 빗을
노자에게 올린 다음,
脫屨戶外(탈구호외) : 문 밖에 신을 벗어놓고
膝行而前曰(슬행이전왈) : 무릎걸음으로 가서 말했다.
向者弟子欲請夫子夫子行不閒(향자제자욕청부자부자행불한) : “
조금 전에 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 여쭙고자 하였으
나 선생님께서 틈이 없으신 것 같아
是以不敢(시이불감) : 그 때문에 여쭙지 못했습니다.
今閒矣(금한의) : 지금은 한가하신 듯하니
請問其過(청문기과) :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而睢睢盱盱(이휴휴우우) : “그대는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而誰與居(이수여거) : 누가 그대와 더불어 지내겠는가?
大白若辱(대백약욕) : 크게 결백한 사람은 더러운 것 같이 행동
하고,
盛德若不足(성덕약부족) : 덕이 큰 사람은 덕이 부족한 듯이 행
동하는 것이다.”
陽子居蹴然變容曰(양자거축연변용왈) : 양자거는 송구스러운 듯
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敬聞命矣(경문명의) :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其往也(기왕야) : 전에는
舍者迎將(사자영장) : 같은 여관에서 묵는 사람들이 그를 마중하
고 전송하였고,
其家公執席(기가공집석) : 여관 주인은 방석을 날라왔고,
妻執巾櫛(처집건즐) : 주인의 처는 수건과 빗을 갖다 주었으며,
舍者避席(사자피석) : 여관에 묵는 사람들은 그를 보면 자리를
피했고,
煬者避竈(양자피조) : 불을 때던 사람들도 그를 보면 아궁이 앞
을 피해갔다.
其反也(기반야) : 그러나 그가 다시 돌아가자
舍者與之爭席矣(사자여지쟁석의) : 여관에 묵는 사람들이 그와
자리를 다투면서 어울리게 되었다
讓王
1.
堯以天下讓許由(요이천하양허유) : 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
려 하였으나
許由不受(허유불수) : 허유가 받지 않았다.
又讓於子州支父(우양어자주지부) : 다시 자주지부에게 물려 주려
하니
子州支父曰(자주지부왈) : 자주지부가 말했다.
以我爲天子(이아위천자) : “저를 천자로 삼아주시겠다니
猶之可也(유지가야) : 그것이 좋기는 합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我適有幽憂之病(아적유유우지병) : 저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
어
方且治之(방차치지) : 치료하고 있는 중입니다.
未暇治天下也(미가치천하야) : 천하를 다스릴 만한 여력이 없습
니다.”
夫天下至重也(부천하지중야) : 천하가 지극히 귀한 것이기는 하
나
而不以害其生(이불이해기생) :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자기의 삶
을 손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又况他物乎(우황타물호) : 하물며 다른 사물이야 말할 것이 있겠
는가?
唯無以天下爲者(유무이천하위자) : 오직 천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可以托天下也(가이탁천하야) : 천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舜讓天下於子州支伯(순양천하어자주지백) : 순이 천하를 자주지
백에게 맡기려하니
子州支伯曰(자주지백왈) : 자주지백이 말했다.
予適有幽憂之病(여적유유우지병) : “제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어서
方且治之(방차치지) : 병을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未暇治天下也(미가치천하야) : 천하를 다스릴 만한 겨를이 없습
니다.”
故天下大器也(고천하대기야) : 그러므로 천하란 큰그릇이기는 하
지만
而不以易生(이불이역생) : 그것으로 자기의 목숨과 바꾸지는 앉
겠다는 것이다.
此有道者之所以異乎俗者也(차유도자지소이이호속자야) : 이것이
도를 터득한 사람과 세속적인 사람과의 차이이다.
舜以天下讓善卷(순이천하양선권) : 순이 천하를 선권에게 물려주
려 하니
善卷曰(선권왈) : 선권이 말했다.
余立於宇宙之中(여립어우주지중) : “저는 이 우주 안에 서서,
冬日衣皮毛(동일의피모) :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夏日衣葛絺(하일의갈치) : 여름에는 칡·베옷을 입으며,
春耕種(춘경종) : 봄이면 땅을 갈아 씨를 뿌리고,
形足以勞動(형족이로동) : 몸은 일하기에 족할 만큼 튼튼하며,
秋收斂(추수렴) : 가을에는 곡식을 거둬들여
身足以休食(신족이휴식) : 몸을 편히 쉴 수 있습니다.
日出而作(일출이작) :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日入而息(일입이식) :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쉬면서,
逍遙於天地之間(소요어천지지간) : 천지 사이를 유유히 소요하며
而心意自得(이심의자득) : 마음은 한가롭게 자득하고 있습니다.
吾何以天下爲哉(오하이천하위재) : 어찌 천하 따위를 일삼겠습니
까?
悲夫(비부) : 슬프구나
子之不知余也(자지부지여야) :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
습니다.”
遂不受(수불수) : 마침내 그는 천하를 받지 않고
於是去而入深山(어시거이입심산) : 나라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莫知其處(막지기처) : 그가 있는 곳을 알 수가 없었다.
舜以天下讓其友石戶之農(순이천하양기우석호지농) : 순이 천하를
그의 벗인 석호의 농부에게 물려주려 하니
石戶之農曰(석호지농왈) : 석호의 농부가 말했다.
捲捲乎后之爲人(권권호후지위인) : “부지런도 하시군. 당신의
사람됨도
葆力之士也(보력지사야) : 꽤나 억척스런 사람이야.”
以舜之德爲未至也(이순지덕위미지야) : 그는 순의 덕이 지극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於是夫負妻戴(어시부부처대) : 그리하여 부부가 손을 잡고
攜子以入於海(휴자이입어해) : 자식들을 이끌고 바다 속의 섬으로
들어가
終身不反也(종신불반야) : 평생 돌아오지 않았다
2.
大王亶父居邠(대왕단부거빈) : 대왕단부가 빈에 살고 있을 때,
狄人攻之(적인공지) : 적인들이 쳐들어 왔다.
事之以皮帛而不受(사지이피백이불수) : 그들에게 가죽과 비단을
주며 달랬으나 듣지 않았다.
事之以犬馬而不受(사지이견마이불수) : 개와 말을 주며 달래어도
듣지 않았고,
事之以珠玉而不受(사지이주옥이불수) : 진주와 구슬을 주며 달래
어도 듣지 않았다.
狄人之所求者土地也(적인지소구자토지야) : 적인들이 원하는 것
은 땅이었다.
大王亶父曰(대왕단부왈) : 대왕단부가 말했다.
與人之兄居而殺其弟(여인지형거이살기제) : “남의 형과 함께 살
면서 그 아우를 죽이거나,
與人之父居而殺其子(여인지부거이살기자) : 남의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그 자식을 죽이는 일은
吾不忍也(오불인야) : 나는 차마 못하겠다.
子皆勉居矣(자개면거의) : 그대들은 모두가 힘써 여기에서 잘 살
아라.
爲吾臣與爲狄人臣奚以異(위오신여위적인신해이이) : 내 신하가
되는 것과 적인들의 신하가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건대
不以所用養害所養(불이소용양해소양) : 백성들을 보양하는데 쓰
이는 물건을 위해 보양할 백성들을 해치지 않는 법이라 했다.”
因杖筴而去之(인장협이거지) : 그리고는 지팡이를 짚고서 그 곳을
떠났다.
民相連而從之(민상연이종지) : 백성들은 줄을 지어 그를 따라가
서
遂成國於岐山之下(수성국어기산지하) : 마침내 기산 아래 이르러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夫大王亶父(부대왕단부) :
可謂能尊生矣(가위능존생의) : 대왕단부 같은 이는 삶을 존중할
줄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能尊生者(능존생자) : 삶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雖貴富不以養傷身(수귀부불이양상신) : 비록 존귀하고 부유하다
해도 몸을 보양하는 수단을 위해 자신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雖貧賤不以利累形(수빈천불이리루형) : 비록 가난하고 천하다 해
도 이익을 위해 육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今世之人居高官尊爵者(금세지인거고관존작자) : 요즘 사람들은
높은 벼슬과 존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皆重失之(개중실지) : 모두가 생활 수단을 잃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見利輕亡其身(견리경망기신) : 그래서 이익을 보기만 하면 쉽게
그 자신을 파멸시키고 있으니
豈不惑哉(기불혹재) : 어찌 미혹된 것이 아니겠는가
3.
越人三世弑其君(월인삼세시기군) : 월나라 사람들이 삼대에 걸쳐
자신들의 임금을 죽였다.
王子搜患之(왕자수환지) : 왕자 수는 그것이 두려워
逃乎丹穴(도호단혈) : 남산의 단혈로 도망쳤다.
而越國無君(이월국무군) : 그래서 월나라에는 임금이 없게 되었
다.
求王子搜不得(구왕자수부득) : 그래서 신하들이 왕자 수를 찾아
나섰으나 찾지 못하다가
從之丹穴(종지단혈) : 간신히 단혈에서 그를 찾아냈다.
王子搜不肯出(왕자수불긍출) : 그러나 왕자 수는 단혈에서 나오
려 하지 않았다.
越人薰之以艾(월인훈지이애) : 월나라 사람들은 쑥으로 굴 안에
연기를 피워 그를 나오게 하여
乘以王輿(승이왕여) : 임금이 타는 수레에 태웠다.
王子搜援綏登車(왕자수원수등거) : 왕자 수는 수레의 줄을 잡고
수레에 올라
仰天而呼曰(앙천이호왈) :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부짖었다.
君乎(군호) : “임금님이라니,
君乎(군호) : 임금님이라니,
獨不可以舍我乎(독불가이사아호) : 어째서 나를 가만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인가!”
王子搜非惡爲君也(왕자수비악위군야) : 왕자 수는 임금이 되기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惡爲君之患也(악위군지환야) : 임금이 되어서 생길 환란이 싫었
던 것이다.
若王子搜者(약왕자수자) : 왕자 수 같은 사람은
可謂不以國傷生矣(가위불이국상생의) : 나라 때문에 자기 삶을
해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此固越人之所欲得爲君也(차고월인지소욕득위군야) : 그래서 월나
라 사람들은 그를 찾아내어 임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4.
韓魏相與爭侵地(한위상여쟁침지) : 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다투
다가 침략을 했다.
子華子見昭僖侯(자화자견소희후) : 자화자가 소희후를 만나보니
昭僖侯有憂色(소희후유우색) :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子華子曰(자화자왈) : 자화자가 말했다.
今使天下書銘於君之前(금사천하서명어군지전) : “지금 세상 사
람들이 임금님께 계약서를 제출했다고 합시다.
書之言曰(서지언왈) : 계약서에
左手攫之則右手廢(좌수확지칙우수폐) :‘왼손으로 이것을 잡는
사람은 오른손이 없어진다.
右手攫之則左手廢(우수확지칙좌수폐) : 오른쪽 손으로 이것은 잡
는 사람은 왼손이 없어진다.
然而攫之者必有天下(연이확지자필유천하) : 그러나 이것을 잡는
사람은 반드시 천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써 있습니다.
君能攫之乎(군능확지호) : 임금님은 그 계약서를 잡을 수 있으시
겠습니까?”
昭僖侯曰(소희후왈) : 소희후가 말했다.
寡人不攫也(과인불확야) : “잡지 않을 것입니다.”
子華子曰(자화자왈) : 자화자가 말했다.
甚善(심선) : “대단히 좋습니다.
自是觀之(자시관지) : 이런 관점에서 보면
兩臂重於天下也(양비중어천하야) : 그렇다면 두 팔을 천하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身又重於兩臂(신우중어량비) : 또한 몸은 두 팔보다도 중합니다.
韓之輕於天下亦遠矣(한지경어천하역원의) : 그리고 한나라는 천
하에 비하여 훨씬 더 가볍습니다.
今之所爭者(금지소쟁자) : 지금 다투시고 있는 땅은
其輕於韓又遠(기경어한우원) : 한나라보다도 훨씬 가벼운 것입니
다.
君固愁身傷生以憂戚之不得也(군고수신상생이우척지부득야) : 그
런데도 임금님께서는 자신이 근심을 안고 삶을 손상시키면서까지
그것을 얻지 못해 걱정하고 계십니다.”
僖侯曰(희후왈) : 소희후가 말했다.
善哉(선재) : “훌륭한 말씀입니다.
敎寡人者衆矣(교과인자중의) : 나에게 가르침을 준 사람들은 많
지만
未嘗得聞此言也(미상득문차언야) : 이런 말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
子華子可謂知輕重矣(자화자가위지경중의) : 자화자는 일의 가볍
고 무거운 평가를 올바로 알았다고 할 수 있다
5.
魯君聞顔闔得道之人也(로군문안합득도지인야) : 노나라 임금이
안합이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使人以幣先焉(사인이폐선언) : 사람을 보내 폐물을 가지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顔闔守陋閭(안합수루려) : 안합은 누추한 집에 살면서,
苴布之衣而自飯牛(저포지의이자반우) : 삼베옷을 입고 소에게 먹
이를 주고 있다가
魯君之使者至(노군지사자지) : 노나라 임금의 사신이 찾아오자
顔闔自對之(안합자대지) : 안합이 그를 맞이했다.
使者曰(사자왈) : 사신이 말했다.
此顔闔之家與(차안합지가여)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까?”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대답했다.
此闔之家也(차합지가야)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다.”
使者致幣(사자치폐) : 사신들이 폐물을 바치자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말했다.
恐聽謬而遺使者罪(공청류이유사자죄) : “잘못 알고 사신을 보낸
것이어서 죄가 될지도 모르니
不若審之(불약심지) :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使者還(사자환) : 사신들이 돌아가
反審之(반심지) : 확인을 한 다음
復來求之(복래구지) : 다시 와서 그를 찾으니
則不得已(칙부득이) : 이미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故若顔闔者(고약안합자) : 그러므로 안합 같은 인물이야말로
眞惡富貴也(진악부귀야) : 정말로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 할 것
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말하기를‘
道之眞以治身(도지진이치신) : 진실한 도로써 자기 몸을 다스리
고,
其緖餘以爲國家(기서여이위국가) : 그 나머지로써 나라를 돌보고
,
其土苴以治天下(기토저이치천하) : 그 찌꺼기로서 천하를 다스리
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보면
帝王之功(제왕지공) : 제왕들의 공로란
聖人之餘事也(성인지여사야) : 성인들의 여분의 일이며,
非所以完身養生也(비소이완신양생야) : 그런 일은 자신을 완전히
간수하고 삶을 보양하는 방법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今世俗之君子(금세속지군자) : 지금 세속의 군자들은
多危身棄生以殉物(다위신기생이순물) : 대부분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삶을 버리면서까지 사물을 추구하고 있으니,
豈不悲哉(기불비재) : 어찌 슬프지 않은가?
凡聖人之動作也(범성인지동작야) : 모든 성인의 행동이란
必察其所以之與其所以爲(필찰기소이지여기소이위) : 반드시 그것
을 하는 까닭과 그것을 하는 방법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今且有人於此(금차유인어차) : 지금 여기에 어느 사람이
以隨侯之珠彈千仞之雀(이수후지주탄천인지작) : 수후의 구슬로
천길 높이에 있는 참새를 쏘았다면
世必笑之(세필소지) : 제상 사람들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인가
則其所用者重(칙기소용자중) : 그가 사용한 것이 귀한 것인데 비
해
而所要者輕也(이소요자경야) : 그것으로 얻은 것은 하찮은 것이
기 때문이다.
夫生者(부생자) : 사람의 삶을
豈特隨侯珠之重哉(기특수후주지중재) : 어찌 수후의 구슬에 비교
하겠는가
6.
子列子窮(자열자궁) : 열자가 궁핍하여
容貌有飢色(용모유기색) : 용모에 굶주린 빛이 확연했다.
客有言之於鄭子陽者曰(객유언지어정자양자왈) : 한 손님이 그런
사실을 정나라 자양에게 말했다.
列禦寇(열어구) : “열자는
蓋有道之士也(개유도지사야) : 도를 터득한 사람입니다.
居君之國而窮(거군지국이궁) : 임금님의 나라에 살면서 곤궁하다
면
君無乃爲不好士乎(군무내위불호사호) : 임금님께서 선비를 좋아
하지 않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鄭子陽卽令官遺之粟(정자양즉령관유지속) : 정나라 자양은 곧 관
리들에게 지시하여 열자에게 양식을 보내주도록 했다.
子列子見使者(자열자견사자) : 열자는 사자들을 보자
再拜而辭(재배이사) : 두 번 절하고 사양했다.
使者去(사자거) : 사자들이 떠난 뒤
子列子入(자열자입) : 열자가 들어오자,
其妻望之而拊心曰(기처망지이부심왈) : 그의 아내가 열자를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妾聞爲有道者之妻子(첩문위유도자지처자) : “제가 듣기에 도를
터득한 사람의 처자들은
皆得佚樂(개득일락) : 누구나 안락함을 누린다 했습니다.
今有飢色(금유기색) : 지금 굶주린 빛이 짙어,
君過而遺先生食(군과이유선생식) : 그 분이 사람을 시켜 먹을 것
을 보내어 주었는데도
先生不受(선생불수) : 선생은 받지 않았습니다.
豈不命邪(기불명사) : 어찌 천명이 아니겠습니까?”
子列子笑謂之曰(자열자소위지왈) : 열자가 웃으면서 그의 아내에
게 말했다.
君非自知我也(군비자지아야) : “그 분은 스스로 나를 알아 본
것이 아니고,
以人之言而遺我粟(이인지언이유아속) : 남의 말만 듣고 내게 양
식을 보낸 것이오.
至其罪我也又且以人之言(지기죄아야우차이인지언) : 그러니 죄를
주는 것 또한 남의 말만 듣고 할 것이오.
此吾所以不受也(차오소이불수야) : 이것이 내가 받지 않은 까닭
이오.”
其卒(기졸) : 그 후 마침내
民果作難而殺子陽(민과작난이살자양) : 백성들이 난리를 일으켜
자양을 죽여버렸다
7.
楚昭王失國(초소왕실국) :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해 나라를 잃고 도망했을 때,
屠羊說走而從於昭王(도양설주이종어소왕) : 양을 잡는 백정인 열
이라는 사람도 소왕을 따라 도망쳤다.
昭王反國(소왕반국) : 뒤에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將賞從者(장상종자) :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상을 줄 때에 .
及屠羊說(급도양설) : 백정인 열의 차례가 되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이때 열이 말했다.
大王失國(대왕실국) :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셨을 때,
說失屠羊(설실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을 잃었습니다.
大王反國(대왕반국) : 대왕께서 돌아오시게 되어
說亦反屠羊(설역반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
臣之爵祿已復矣(신지작록이복의) : 저의 벼슬과 녹은 이미 되찾
은 것입니다.
又何賞之有哉(우하상지유재) : 또 무슨 상을 논하신다는 말씀이
십니까?”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强之(강지) : 강제로라도 그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大王反國非臣之罪(대왕반국비신지죄) :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
던 것이 저의 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故不敢伏其誅(고불감복기주) : 그래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大王反國非臣之功(대왕반국비신지공) : 대왕께서 돌아오신 것 역
시 저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에
故不敢當其賞(고불감당기상) : 감히 그 상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見之(견지) : “그를 직접 보리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楚國之法(초국지법) : “초나라의 법도에 의하면
必有重賞大功而後得見(필유중상대공이후득견) : 무거운 상이나
큰공을 세운 자만이 임금을 뵙게 되어 있습니다.
今臣之知不足以存國(금신지지부족이존국) : 지금 저의 지혜는 나
라를 보존하기에는 부족하고,
而勇不足以死寇(이용부족이사구) : 용기는 적 앞에서 죽음을 무
릅쓰기에 부족합니다.
吳軍入郢(오군입영) : 그래서 오나라 군대가 우리 영 땅을 침범
했을 때,
說畏難而避寇(설외난이피구) : 저는 환난을 피해 도망쳤을 뿐,
非故隨大王也(비고수대왕야) : 대왕 때문에 따라 간 것이 아니었
습니다.
今大王欲廢法毁約而見說(금대왕욕폐법훼약이견설) : 지금 대왕께
서 국법을 어기고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저를 만나려 하시니.
此非臣之所以聞於天下也(차비신지소이문어천하야) : 그렇게 되면
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王謂司馬子綦曰(왕위사마자기왈) : 소왕이 사마인 자기에게 말했
다
屠羊說居處卑賤(도양설거처비천) : “양백정인 열은 미천한 신분
이지만
而陳義甚高(이진의심고) : 사리를 아는 데 있어서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子其爲我延之以三旌之位(자기위아연지이삼정지위) : 나를 위해
그를 데려다 삼공의 지위를 주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양백정 열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夫三旌之位(부삼정지위) : “무릇 삼공의 지위가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오지기귀어도양지사야) : 양 백정의 지위
보다는 존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萬鍾之祿(만종지록) : 만종의 녹이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오지기부어도양지리야) : 양을 잡아서 얻
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然豈可以貪爵祿(연기가이탐작록) : 그렇지만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이사오군유망시지명호) : 임금님께서 함부
로 상을 내리신다는 말을 듣게 하겠습니까!
說不敢當(설불감당) : 그래서 설은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願復反吾屠羊之肆(원복반오도양지사) : 부디 저를 양 잡는 백정
의 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遂不受也(수불수야) : 그리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
8.
原憲居魯(원헌거로) :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環堵之室(환도지실) :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
이었다.
茨以生草(자이생초) :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蓬戶不完(봉호불완) :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桑以爲樞(상이위추) :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而甕牖二室(이옹유이실) :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褐以爲塞(갈이위색) :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上漏下濕(상루하습) :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
데,
匡坐而弦歌(광좌이현가) :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
래하고 있었다.
子貢乘大馬(자공승대마) :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中紺而表素(중감이표소) :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軒車不容巷(헌거불용항) :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
어갈 수가 없어서
往見原憲(왕견원헌) :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原憲華冠縰履(원헌화관쇄리) :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杖藜而應門(장려이응문) :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嘻先生何病(희선생하병) :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
시며 사십니까?”
原憲應之曰(원헌응지왈) : 원헌이 응하여 대답했다.
憲聞之(헌문지) : “내가 듣건대
無財謂之貧(무재위지빈) : 재물이 없는 것은 가난하다고 말하고,
學道而不能行謂之病(학도이불능행위지병) : 배우고도 행하지 못
하는 것을 고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했습니다.
今憲(금헌) : 지금 나는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病也(비병야) :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子貢逡巡而有愧色(자공준순이유괴색) : 자공은 우물쭈물 뒷걸음
질치면서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였다.
原憲笑曰(원헌소왈) : 원헌이 웃으며 말했다.
夫希世而行(부희세이행) : “세상의 평판을 바라면서 행동하고,
比周而友(비주이우) : 자기와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만을 벗하고,
學以爲人(학이위인) : 학문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하고,
敎以爲己(교이위기) : 가르침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仁義之慝(인의지특) : 인의를 내세워 간악한 짓을 하고,
與馬之飾(여마지식) :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일들은
憲不忍爲也(헌불인위야) : 나로서는 하지 못할 일입니다.”
9.
曾子居衛(증자거위) : 증자가 위나라에 살았는데
縕袍無表(온포무표) : 헤진 솜옷은 겉 천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顔色腫噲(안색종쾌) : 얼굴빛은 부황기가 돌았고,
手足胼胝(수족변지) :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혀 있었다.
三日不擧火(삼일불거화) : 사흘 동안 밥을 짓지 못하는 것이 예
사였고,
十年不製衣(십년불제의) : 십 년 동안 옷을 만들어 입지 못했다.
正寇而纓絶(정구이영절) : 관을 바로 쓰려고 하면 갓끈이 끊어져
있었고,
捉衿而肘見(착금이주견) : 옷깃을 여미려고 하면 팔꿈치가 나와
있었으며,
納屨而踵決(납구이종결) : 신을 신으면 뒤축이 떨어져 있었다.
曳縰而歌商頌(예쇄이가상송) : 그러나 그가 신을 끌면서 시경 상
송을 노래하면
聲滿天地(성만천지) : 소리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서
若出金石(약출금석) :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天子不得臣(천자부득신) : 천자도 그를 신하로 삼을 수가 없었고
,
諸侯不得友(제후부득우) : 제후들도 그를 벗할 수가 없었다.
故養志者忘形(고양지자망형) : 그러므로 뜻을 기르는 사람은 자
기 형체를 잊고,
養形者忘利(양형자망리) : 자기 형체를 기르는 사람은 이익을 잊
으며,
致道者忘心矣(치도자망심의) : 도를 닦으려는 사람은 마음조차
잊는 것이다.
10.
孔子謂顔回曰(공자위안회왈) : 공자가 안회에게 말했다.
回來(회래) : “안회야 가까이 오라
家貧居卑(가빈거비) : 집안이 가난하고 신분도 낮은데
胡不仕乎(호불사호) : 어째서 벼슬을 하려고 하지 않느냐?”
顔回對曰(안회대왈) : 안회가 대답했다.
不願仕(불원사) :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回有郭外之田五十畝(회유곽외지전오십무) : 제게는 성곽 밖의 밭
오십 묘가 있어
足以給飦粥(족이급전죽) : 죽꺼리를 얻기에는 충분합니다.
郭內之田十畝(곽내지전십무) : 성곽 안에는 밭 십 묘가 있어
足以爲絲麻(족이위사마) : 무명과 삼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鼓琴足以自娛(고금족이자오) : 금을 타고 지내면 스스로 즐기기
에 충분합니다.
所學夫子之道者足以自樂也(소학부자지도자족이자락야) : 선생님
으로부터 배운 도는 스스로 즐겁게 살기에 충분합니다.
回不願仕(회불원사) : 저는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孔子愀然變容曰(공자초연변용왈) : 공자가 얼굴빛을 바꾸며 말했
다.
善哉(선재) : “참으로 훌륭하구나
回之意(회지의) : 안회의 뜻이
丘聞之(구문지) : 내가 듣건대
知足者不以利自累也(지족자불이리자루야) : 만족할 줄 안는 사람
은 이익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審自得者失之而不懼(심자득자실지이불구) : 살펴서 자득할 줄 아
는 사람은 이익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行修於內者(행수어내자) : 속마음의 수행이 되어 있는 사람은
無位而不怍(무위이부작) : 지위가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했다.
丘誦之久矣(구송지구의) : 나는 그것을 마음에 새겨둔 지 오래
되었으나,
今於回而後見之(금어회이후견지) : 지금 너에게서 뒤늦게 그것이
실행되고 있음을 본다.
是丘之得也(시구지득야) : 이것이 나의 소득이다.”
11.
中山公子牟謂瞻子曰(중산공자모위첨자왈) : 중산의 공자 모가 첨
자에게 말했다.
身在江海之上(신재강해지상) : “몸은 강과 바닷가에 숨어살아도
心居乎魏闕之下(심거호위궐지하) : 마음은 항상 위나라 궁궐 아
래에 있으니
奈何(내하) : 어쩌면 좋겠습니까?”
瞻子曰(첨자왈) : 첨자가 말했다.
重生(중생) : 삶을 소중히 하십시오.
重生則輕利(중생칙경리) : “삶을 소중히 하면 이익이 가볍게 느
껴질 것입니다.”
中山公子牟曰(중산공자모왈) : 공자 모가 말했다.
雖知之(수지지) : “그런 줄 알고는 있지만
未能自勝也(미능자승야) :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瞻子曰(첨자왈) : 첨자가 말했다.
不能自勝則從之(불능자승칙종지) :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겠거
든 그대로 마음을 따르십시오.
神無惡乎(신무악호) : 그러면 정신적 해악은 없어질 것입니다.
不能自勝而强不從者(불능자승이강불종자) : 스스로 이겨내지 못
하면서도 억지로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을
此之謂重傷(차지위중상) : 이중으로 자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重傷之人(중상지인) : 거듭 자기를 손상케 하는 사람 중에는
無壽類矣(무수류의) : 오래 사는 이가 없습니다.”
魏牟(위모) : 위나라의 공자 모는
萬乘之公子也(만승지공자야) : 만 승 군주의 공자이다.
其隱巖穴也(기은암혈야) : 따라서 그가 바위굴 속에 숨는데 있어
서는
難爲於布衣之士(난위어포의지사) : 평민의 선비보다 어려움이 있
었을 것이다.
雖未至乎道(수미지호도) : 비록 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可謂有其意矣(가위유기의의) : 도를 터득하려는 뜻은 지니고 있
다고 말할 수 있다
12.
孔子窮於陳蔡之間(공자궁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동안이나 밥을 지어먹지 못했고,
藜羹不糝(려갱불삼) : 명아주국에 곡식도 없이 먹고 지냈다.
顔色甚憊(안색심비) : 그래서 얼굴빛은 초췌해 있었으나,
而猶弦歌於室(이유현가어실) : 공자는 방에서 금을 타며 노래를
하였고,
顔回擇菜於外(안회택채어외) : 안회는 밖에서 나물을 뜯고 있었
는데,
子路子貢相與言曰(자로자공상여언왈) : 자로와 자공이 말을 나누
었다.
夫子再逐於魯(부자재축어로) : “우리 선생님께서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도 추방당하였으며,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깔아 죽이려고 나무를 베어
넘겼으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상나라와 주나라에서도 곤경에 빠졌었는데
,
圍於陳蔡(위어진채) : 이제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殺夫子者無罪(살부자자무죄) : 선생님을 죽이려던 사람도 죄를
지은 것이 아니게 되었고,
藉夫子者無禁(자부자자무금) : 선생님을 모욕해도 못하게 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弦歌鼓琴(현가고금) : 그런데도 금을 타고 노래하면서
未嘗絶音(미상절음) : 음악을 그친 일이 없다.
君子之無恥也若此乎(군자지무치야약차호) : 군자로서 수치를 모
른다 해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는가? ”
顔回無以應(안회무이응) : 안회는 못들은 척하고 있다가
入告孔子(입고공자) : 들어와 공자에게 말했다.
孔子推琴喟然而歎曰(공자추금위연이탄왈) : 공자는 금을 옆으로
밀어놓고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由與賜(유여사) : “자로와 자공은
細人也(세인야) : 소인배들이다.
召而來(소이래) : 불러오너라.
吾語之(오어지) :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이 있다.”
子路子貢入(자로자공입) : 자로와 자공이 들어와서,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如此者可謂窮矣(여차자가위궁의) : “이 정도의 상황이면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닙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是何言也(시하언야) : “그게 무슨 말이냐?
君子通於道之謂通(군자통어도지위통) : 군자가 도에 통달한 것을
도통이라 말하고,
窮於道之謂窮(궁어도지위궁) : 도에 궁하여진 것을 궁지라 말하
는 것이다.
今丘抱仁義之道以遭亂世之患(금구포인의지도이조란세지환) : 지
금 나는 인의의 도를 품고 어지러운 세상의 환란을 만나기는 했
지만
其何窮之爲(기하궁지위) : 그것이 어찌 궁지에 몰린 것이 되겠느
냐?
故內省而不窮於道(고내성이불궁어도) : 마음속으로 반성하여 도
에 궁하지 않아야 되며,
臨難而不失其德(림난이불실기덕) : 어려움을 당해도 덕을 잃지
않아야 된다.
大寒旣至(대한기지) : 추운 계절이 되어
霜雪旣降(상설기강) : 서리와 눈이 내리면
吾是以知松柏之茂也(오시이지송백지무야) : 그 때야 소나무와 잣
나무의 꿋꿋함을 알게 된다.
陳蔡之隘(진채지애)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의 곤경은
於丘其幸乎(어구기행호) : 내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孔子削然反琴而弦歌(공자삭연반금이현가) : 그리고 공자는 스스
로 금을 다시 잡아서 타며 노래를 했다.
子路扢然執干而舞(자로흘연집간이무) : 그러자 자로가 벌떡 일어
나 방패를 들고 거기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吾不知天之高也(오불지천지고야) : “나는 하늘이 높은 것도
地之下也(지지하야) : 땅이 낮은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古之得道者(고지득도자) : 옛날의 도를 터득했던 사람들은
窮亦樂(궁역락) : 곤경에 빠져도 즐기고
通亦樂(통역락) : 뜻이 통하게 되어도 즐겼다.
所樂非窮通也(소락비궁통야) : 그들이 즐긴 것은 곤경과 통달이
아니었다.
道德於此(도덕어차) : 도덕이 여기에 있다면,
則窮通爲寒暑風雨之序矣(칙궁통위한서풍우지서의) : 곤경과 통달
은 춥고 더운 것과 바람 불고 비 오는 기후의 변화와 같은 것이
다.
故許由娛於潁陽(고허유오어영양) : 그러므로 허유는 영수가에 숨
어살며 즐겼고,
而共伯得志乎丘首(이공백득지호구수) : 공백은 공수산에 숨어살
며 자득했던 것이다.”
13.
舜以天下讓其友北人無擇(순이천하양기우북인무택) : 순임금이 친
구인 북인무택에게 천하를 넘겨주려 했다.
北人無擇曰(북인무택왈) : 그러자 북인무택이 말했다.
異哉后之爲人也(이재후지위인야) : “임금님의 사람 됨됨이가 이
상하구나.
居於畎畝之中(거어견무지중) : 밭고랑에 살다가
而遊堯之門(이유요지문) : 요임금 밑에 가서 노닐더니,
不若是而已(불약시이이) : 거기에 그치지 않고
又欲以其辱行漫我(우욕이기욕행만아) : 또 그 욕된 행동으로 나
를 더럽히려 하는구나.
吾羞見之(오수견지) : 그를 만나는 것조차 부끄럽다.”
因自投淸冷之淵(인자투청랭지연) : 그리고는 스스로 청랭의 연못
에 몸을 던졌다.
14.
湯將伐桀(탕장벌걸) : 탕임금이 하나라 걸왕을 정벌하기 위해
因卞隨而謀(인변수이모) : 변수에게 계책을 물었다.
卞隨曰(변수왈) : 변수가 말했다.
非吾事也(비오사야) :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말했다.
孰可(숙가) : “그렇다면 누구에게 묻는 것이 좋겠습니까?”
曰吾不知也(왈오부지야) : 변수가 말하기를, “저도 모릅니다.”
湯又因務光而謀(탕우인무광이모) :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상의
했다.
務光曰(무광왈) : 무광이 말했다.
非吾事也(비오사야) : “나의 일이 아닙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말했다.
孰可(숙가) : “누가 좋겠습니까?”
曰吾不知也(왈오부지야) : 무광이 말하기를, “저는 모릅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물었다.
伊尹如何(이윤여하) : “이윤이면 어떻겠습니까?”
曰强力忍垢(왈강력인구) : 무광이 말하기를, “그는 강인하면서
도 치욕을 견디는 사람입니다.
吾不知其他也(오부지기타야) : 저는 그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湯遂與伊尹謀伐桀(탕수여이윤모벌걸) : 탕임금은 마침내 이윤과
계책을 상의해 걸왕을 쳐서
剋之(극지) : 승리했다.
以讓卞隨(이양변수) : 그리고는 천하를 변수에게 물려주려고 하
니
卞隨辭曰(변수사왈) : 변수가 말했다.
后之伐桀也謀乎我(후지벌걸야모호아) : “임금님께서 걸왕을 치
실 때 제게 상의를 했던 것은
必以我爲賊也(필이아위적야) : 제가 임금을 칠 만한 역신이라 생
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勝桀而讓我(승걸이양아) : 걸왕을 치고 나서 저에게 천하를 물려
주려 하는 것은
必以我爲貪也(필이아위탐야) : 저를 탐욕스러운 인간이라 생각하
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吾生乎亂世(오생호난세) : 제가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기는 했
지만,
而無道之人再來漫我以其辱行(이무도지인재래만아이기욕행) : 무
도한 사람들이 거듭 와서 욕된 행동으로 저를 더럽히고 있으니,
吾不忍數聞也(오불인수문야) : 저는 차마 그런 말을 자주 못 듣
겠습니다.”
乃自投稠水而死(내자투조수이사) :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조수
에 몸을 던져 죽었다.
湯又讓瞀光曰(탕우양무광왈) :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천하를 넘
겨주려고 말했다.
知者謀之(지자모지) : “지혜 있는 자는 계책을 세우고,
武者遂之(무자수지) : 무인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仁者居之(인자거지) : 어진 사람이 그것을 다스리는 것이
古之道也(고지도야) : 오래 전부터의 도입니다.
吾子胡不立乎(오자호불립호) : 선생 같으신 분이 어찌 임금의 자
리에 오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務光辭曰(무광사왈) : 무광이 사양하면서 말했다.
廢上(폐상) : “임금을 몰아내는 것은
非義也(비의야) : 의로움이 아니고,
殺民(살민) : 백성을 죽이는 것은
非仁也(비인야) : 어진 행동이 아닙니다.
人犯其難(인범기난) : 남이 그런 짓을 범하여 어려운 일을 이룬
것으로
我享其利(아향기리) : 내가 이익을 누린다면
非廉也(비렴야) : 깨끗한 짓이 못됩니다.
吾聞之曰(오문지왈) : 제가 듣건대
非其義者(비기의자) :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不受其祿(불수기록) : 그의 녹을 받지 않고,
無道之世(무도지세) : 무도한 세상에서는
不踐其土(불천기토) : 그 흙을 밟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況尊我乎(황존아호) : 그런데 하물며 저를 높이려 하시니 어쩌겠
습니까?
吾不忍久見也(오불인구견야) : 저는 더 이상 이런 꼴을 보지 못
하겠습니다.”
乃負石而自沈於廬水(내부석이자침어려수) : 그리고는 돌을 안고
스스로 여수에 몸을 던졌다.
15.
昔周之興(석주지흥) : 주나라가 한창 흥성할 때
有士二人處於孤竹(유사이인처어고죽) : 두 선비가 고죽이라는 곳
에 살고 있었는데,
曰伯夷叔齊(왈백이숙제) : 그들이 백이와 숙제이다.
二人相謂曰(이인상위왈) : 두 사람이 서로 상의하여 말했다.
吾聞西方有人(오문서방유인) : “듣기에 서쪽에 한 사람이 있는
데,
似有道者(사유도자) : 도를 터득한 사람인 듯하다니
試往觀焉(시왕관언) : 그곳에 가 봅시다.”
至於岐陽(지어기양) : 그리고는 기산의 남쪽 기슭에 이르렀을 때
,
武王聞之(무왕문지) : 무왕이 이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使叔旦往見之(사숙단왕견지) : 아우인 숙단을 시켜 그들을 맞이
하도록 했다.
與之盟曰(여지맹왈) : 숙단은 그들에게 맹세하기를
加富二等(가부이등) : 녹은 2등 이상을 주고,
就官一列(취관일열) : 벼슬은 일등 자리를 주겠다고 말하면서,
血牲而埋之(혈생이매지) : 짐승의 피를 빨고 맹세를 쓴 글을 땅
에 묻어 맹세를 굳혔다.
二人相視而笑曰(이인상시이소왈) :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
으며 말했다.
唏異哉(희이재) : “이상하군요.
此非吾所謂道也(차비오소위도야) :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가
아닙니다.
昔者神農之有天下也(석자신농지유천하야) : 옛날 신농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時祀盡敬而不祈喜(시사진경이불기희) : 철에 따른 제사를 정성껏
지내기는 했지만, 행복을 빌지는 않았습니다.
其於人也(기어인야) : 백성들에 대해
忠信盡治而無求焉(충신진치이무구언) :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게
정성을 다해 다스리기는 했지만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
다.
樂與政爲政(락여정위정) : 정치를 맡으면 즐겁게 정치를 했고,
樂與治爲治(락여치위치) : 다스리게 되면 즐거이 다스리기만 했
습니다.
不以人之壞自成也(불이인지괴자성야) : 남의 손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았고,
不以人之卑自高也(불이인지비자고야) : 남을 낮추면서 자신을 높
이려 하지 않았으며,
不以遭時自利也(불이조시자리야) : 시세를 만났다 하여 자기 이
익만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今周見殷之亂而遽爲政(금주견은지란이거위정) : 지금 주나라는
은나라가 혼란함을 보고서 갑자기 좋은 정치를 하려고 하고 있습
니다.
上謀而行貨(상모이행화) : 윗사람은 계책을 써서 신하들을 모으
고, 아랫사람은 재물을 써서 벼슬을 구하고 있습니다.
阻兵而保威(조병이보위) : 군대에 의지하여 위세를 보존하고,
割牲而盟以爲信(할생이맹이위신) : 짐승을 죽여 피를 내어 맹세
함으로써 믿음을 표시하며,
揚行以說衆(양행이설중) : 훌륭한 행동을 표창함으로써 백성들을
기쁘게 해주고,
殺伐以要利(살벌이요리) : 사람들을 죽이면서 공격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是推亂以易暴也(시추란이역폭야) : 이것은 혼란으로 주왕의 폭정
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吾聞古之士(오문고지사) : 제가 듣건대 옛날의 선비들은
遭治世不避其任(조치세불피기임) :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만나면
그에게 맡겨진 일을 피하지 않고,
遇亂世不爲苟存(우란세불위구존) :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구차
히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今天下闔(금천하합) : 지금 천하가 혼미하고
周德衰(주덕쇠) : 주나라의 덕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其竝乎周以塗吾身也(기병호주이도오신야) : 주나라와 함께 살아
감으로써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不如避之以絜吾行(불여피지이혈오행) : 차라리 주나라를 피해 나
의 행동을 깨끗이 하겠습니다.”
二子北至於首陽之山(이자북지어수양지산) : 그리고서 두 사람은
북쪽 수양산으로 가
遂餓而死焉(수아이사언) : 마침내 굶어 죽었다.
若伯夷叔齊者(약백이숙제자) : 백이와 숙제 같은 사람들은
其於富貴也(기어부귀야) : 부귀에 대하여는
苟可得已(구가득이) : 구차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해도
則必不賴(칙필불뢰) : 절대로 받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高節戾行(고절려행) : 높이 뛰어난 절조나 남과 다른 행동으로
獨樂其志(독락기지) : 홀로 그의 뜻을 즐기고
不事於世(불사어세) : 세상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此二士之節也(차이사지절야) : 이것이 두 선비의 절개이다.
盜跖
1.
孔子與柳下季爲友(공자여유하계위우) : 공자에게 유하계라는 친
구가 있었는데,
柳下季之弟(류하계지제) : 하계의 아우의
名曰盜跖(명왈도척) : 이름은 도척이었다.
盜跖從卒九千人(도척종졸구천인) : 도척은 9천명의 졸개를 거느
리고
橫行天下(횡행천하) : 세상을 돌아다니며
侵暴諸侯(침폭제후) :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약탈을 일삼았
다.
穴室樞戶(혈실추호) :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문을 부수고
驅人牛馬(구인우마) : 들어가 남의 소와 말을 훔치고
取人婦女(취인부녀) : 남의 부녀자들을 약탈했다.
貪得忘親(탐득망친) : 이익를 쫓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不顧父母兄弟(불고부모형제) : 부모형제도 돌아보지 않았고,
不祭先祖(불제선조) : 조상들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所過之邑(소과지읍) : 그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大國守城(대국수성) : 큰 나라는 성을 지키고,
小國入保(소국입보) : 작은 나라는 성안으로 도망쳐 난을 피했다
.
萬民苦之(만민고지) : 그래서 온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했다.
孔子謂柳下季曰(공자위류하계왈) : 공자가 유하계에게 말했다.
夫爲人父者(부위인부자) : “한 사람의 아버지라면
必能詔其子(필능조기자) : 그 아들을 훈계할 수 있을 것이고,
爲人兄者(위인형자) : 한 사람의 형이라면
必能敎其弟(필능교기제) :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若父不能詔其子(약부불능조기자) : 만약 아버지가 그 자식을 훈
계할 수 없고,
兄不能敎其弟(형불능교기제) : 형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
則無貴父子兄弟之親矣(칙무귀부자형제지친의) : 부자와 형제간의
친애도 그리 대수로운 것이 못 될 것이다.
今先生(금선생) : 지금 선생은
世之才士也(세지재사야) : 세상이 알아주는 재능 있는 선비이면
서도
弟爲盜跖(제위도척) : 아우가 큰 도적이 되어
爲天下害(위천하해) : 천하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도
而弗能敎也(이불능교야) : 그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으니,
丘竊爲先生羞之(구절위선생수지) : 나는 자네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네.
丘請爲先生往說之(구청위선생왕설지) : 내가 자네를 대신해서 그
를 설득해 보겠네.”
柳下季曰(유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先生言爲人父者必能詔其子(선생언위인부자필능조기자) : “자네
는 한 사람의 아비라면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할 수 있고,
爲人兄者必能敎其弟(위인형자필능교기제) : 한 사람의 형이라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若子不聽父之詔(약자불청부지조) : 만약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弟不受兄之敎(제불수형지교) : 동생이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
다면
雖今先生之辯(수금선생지변) : 비록 선생의 능변이 있다해도
將奈之何哉(장내지하재) : 어찌하겠습니까
且跖之爲人也(차척지위인야) : 또 도척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心如涌泉(심여용천) : 마음은 치솟는 샘물같이 끝없고,
意如飄風(의여표풍) : 의지는 회오리바람같이 사나우며,
强足以矩敵(강족이구적) : 힘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
하고,
辯足以飾非(변족이식비) : 그 말재주는 자기의 비행을 정당화시
키기에 충분하다네,
順其心則喜(순기심칙희) : 제 마음에 들면 좋아하지만,
逆其心則怒(역기심칙로) : 마음에 듣지 않으면 성을 내며
易辱人以言(역욕인이언) : 함부로 욕을 해대니,
先生必無往(선생필무왕) : 선생은 부디 가지 말게.”
孔子不聽(공자불청) : 그러나 공자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顔回爲馭(안회위어) : 안회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子貢爲右(자공위우) : 자공을 오른편에 앉힌 뒤
往見盜跖(왕견도척) : 가서 도척을 만나러 갔다.
盜跖乃發休卒徒於太山之陽(도척내발휴졸도어태산지양) : 도척이
태산의 남쪽에서 졸개들을 쉬게 하고,
膾人肝而餔之(회인간이포지) : 자신은 사람의 간을 회를 쳐 먹고
있었다.
孔子下車而前(공자하거이전) :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
가
見謁者曰(견알자왈) : 도척의 졸개를 보고 말했다.
魯人孔丘(로인공구) : “노나라에 사는 공구라는 사람이
聞將軍高義(문장군고의) : 장군의 높은 의기를 듣고
敬再拜謁者(경재배알자) : 두 번 절하고 뵙고자 합니다.”
謁者入通(알자입통) : 졸개가 들어가 알리니,
盜跖聞之大怒(도척문지대노) : 도척이 그 말을 듣고 노하여
目如明星(목여명성) : 눈은 샛별같이 번뜩이고,
髮上指冠(발상지관) : 머리카락은 치솟아 관을 찌를 듯했다.
曰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왈차부로국지교위인공구비사) : “
그건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가 아니냐?
爲我告之(위아고지) : 내 대신 그에게 전하라.
爾作言造語(이작언조어) : 너는 적당히 말을 만들고 지어내어
妄稱文武(망칭문무) : 함부로 문왕과 무왕을 칭송하며,
冠枝木之冠(관지목지관) : 머리에는 나뭇가지 같이 이것저것 장
식한 관을 쓰고,
帶死牛之脅(대사우지협) : 허리에는 죽은 소의 가죽으로 만든 띠
를 하고 다니면서,
多辭繆說(다사무설) : 부질없는 소리를 멋대로 지껄이고,
不耕而食(불경이식) :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먹고살며,
不織而衣(불직이의) : 길쌈도 하지 않고도 옷을 입는다.
搖脣鼓舌(요순고설) : 입술을 놀리고 혀를 차면서
擅生是非(천생시비) : 멋대로 옳다 그름을 판단하여
以迷天下之主(이미천하지주) : 천하의 군주들을 현혹시키고,
使天下學士不反其本(사천하학사불반기본) : 학자들이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妄作孝弟而僥倖於封侯富貴者也(망작효제이요행어봉후부귀자야) :
함부로 효니 공손함이니 우애니 하는 것을 정해 놓고 제후들에게
요행히 인정을 받아 부귀를 누리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子之罪大極重(자지죄대극중) : 네 죄는 참으로 무겁다.
疾走歸(질주귀) : 당장 돌아가거라.
不然(불연) : 그렇지 않으면
我將以子肝益晝餔之膳(아장이자간익주포지선) : 네 간을 점심 반
찬으로 삼을 것이다.”
孔子復通曰(공자복통왈) : 공자가 다시 졸개를 통해 말했다.
丘得幸於季(구득행어계) : “저는 장군의 형님인 유하계와 친하
게 지내고 있습니다.
願望履幕下(원망리막하) : 부디 장군의 신발이라도 쳐다볼 수 있
게 해주십시오.”
謁者復通(알자복통) : 졸개가 다시 전하니
盜跖曰(도척왈) : 도척이 말했다.
使來前(사래전) : “이리 앞으로 데려오너라.”
孔子趨而進(공자추이진) : 공자는 총총걸음으로 나가
避席反走(피석반주) : 자리를 피해 물러서면서
再拜盜跖(재배도척) : 도척에게 크게 두 번 절을 했다.
盜跖大怒(도척대노) : 도척은 크게 노하여
兩展其足(량전기족) : 그의 양발을 떡 벌리고,
案劍瞋目(안검진목) :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눈을 부릅뜬 채,
聲如乳虎曰(성여유호왈) : 마치 새끼를 거느린 호랑이처럼 말했
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나오너라.
若所言(약소언) : 네가 하는 말이
順吾意則生(순오의칙생) : 내 뜻에 맞으면 살고,
逆吾心則死(역오심칙사) : 거스르면 죽을 것이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丘聞之(구문지) : 내가 듣건대
凡天下人有三德(범천하인유삼덕) : “천하에는 세 가지 덕이 있
는데,
生而長大(생이장대) : 태어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늠름하
며,
美好無雙(미호무쌍) : 용모가 아름다워 누구에게도 비길 수 없고
,
少長貴賤見而皆說之(소장귀천견이개설지) : 늙은이도 젊은이도
고귀한 이도 미천한 이도 모두 그를 좋아하는 것,
此上德也(차상덕야) : 이것이 첫째가는 덕입니다.
知維天地(지유천지) : 그 지혜는 천지를 뒤덮고,
能辯諸物(능변제물) : 능력은 모든 사물의 이치를 헤아리고 있는
것,
此中德也(차중덕야) : 이것이 중간의 덕입니다.
勇悍果敢(용한과감) : 용기가 있어 과감하며
聚衆率兵(취중솔병) : 많은 부하를 거느리는 것,
此下德也(차하덕야) : 이것이 제일 낮은 덕입니다.
凡人有此一德者(범인유차일덕자) : 누구나 이 가운데 한가지 덕
만 갖추고 있으면
足以南面稱孤矣(족이남면칭고의) : 제후라 하기에 충분합니다.
今將軍兼此三者(금장군겸차삼자) : 그런데 장군께서는 이 세 가
지 덕을 함께 갖추고 계십니다.
身長八尺二寸(신장팔척이촌) :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面目有光(면목유광) : 얼굴과 눈에서는 빛이 나며,
脣如激丹(순여격단) : 입술은 진한 붉은 색이고,
齒如齊貝(치여제패) : 이는 조개를 가지런히 한 듯하고,
音中黃鍾(음중황종) : 목소리는 황종의 음에 들어맞습니다.
而名曰盜跖(이명왈도척) : 그런데도 도척이라 불리고 계시니
丘竊爲將軍恥不取焉(구절위장군치불취언) : 저는 장군님을 생각
하여 이를 무척 부끄럽고 애석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將軍有意聽臣(장군유의청신) :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臣請南使吳越(신청남사오월) : 남쪽으로는 오나라와 월나라,
北使齊魯(북사제로) :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
東使宋衛(동사송위) : 동쪽으로는 송나라와 위나라,
西使晉楚(서사진초) : 서쪽으로는 진나라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使爲將軍造大城數百里(사위장군조대성수백리) : 그들에 장군을
위해 수 백 리 사방으로 큰 성을 만들어
立數十萬戶之邑(립수십만호지읍) : 수십만 호의 봉읍을 만들어
尊將軍爲諸侯(존장군위제후) : 장군을 제후로 삼게 하고자 합니
다.
與天下更始(여천하갱시) : 그러면 천하와 더불어 다시 시작하여
이
罷兵休卒(파병휴졸) : 군대를 혁파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며,
收養昆弟(수양곤제) : 형제들을 거두어 보양해주고,
共祭先祖(공제선조) : 다같이 조상에게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此聖人才士之行(차성인재사지행) : 이것이야말로 성인이나 재사
들의 행위이고
而天下之願也(이천하지원야) : 또한 천하가 바라는 바입니다.”
盜跖大怒曰(도척대노왈) : 도척은 더욱 크게 화가나서 말했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오너라
夫可規以利(부가규이리) : 무릇 이익으로 권할 수 있고
而可諫以言者(이가간이언자) : 말로 간구할 수 있는 것은
皆愚陋恒民之謂耳(개우루항민지위이) : 모두 세상의 어리석은 평
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今長大美好(금장대미호) : 지금 내 체격이 훌륭하며 용모가 아름
답고
人見而悅之者(인견이열지자) : 사람들이 나를 보면 좋아하는 것
은
此吾父母之遺德也(차오부모지유덕야) : 내 부모의 덕이다.
丘雖不吾譽(구수불오예) : 네가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吾獨不自知邪(오독불자지사) :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로.
好面譽人者(호면예인자) :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亦好背而毁之(역호배이훼지) : 등뒤에서 욕하기도 잘한다고 했다
.
今丘告我以大城衆民(금구고아이대성중민) : 지금 네가 큰 성을
쌓게 한다느니, 백성들을 모아 준다고 했는데,
是欲規我以利而恒民畜我也(시욕규아이리이항민축아야) : 그것은
이익으로 나를 권면하는 것이니 나를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것이다.
安可久長也(안가구장야) : 허나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
냐?
城之大者(성지대자) : 성이 크다 한들
莫大乎天下矣(막대호천하의) : 천하보다 크지 않도다
堯舜有天下(요순유천하) : 요와 순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으나
子孫無置錐之地(자손무치추지지) : 그 자손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도 갖지 못 했다.
湯武立爲天子(탕무립위천자) : 탕임금과 무왕도 스스로 천자가
되었으나
而後世絶滅(이후세절멸) : 그 자손은 모두 끊기고 말았다.
非以其利大故邪(비이기리대고사) : 그것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
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에,
古者禽獸多而人少(고자금수다이인소) : 옛날에는 새나 짐승이 많
고 사람의 수는 적어,
於是民皆巢居以避之(어시민개소거이피지) :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짐승의 해를 피했고,
晝拾橡栗(주습상률) :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暮栖木上(모서목상) :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故命之曰(고명지왈) :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기를
有巢氏之民(유소씨지민) :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古者民不知衣服(고자민부지의복) :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夏多積薪(하다적신) : 여름이면 장작을 쌓아놓았다
冬則煬之(동칙양지) : 겨울에는 이것을 땠다.
故命之曰知生之民(고명지왈지생지민) : 그래서 이들은 지생의 백
성이라고 한다.
神農之世(신농지세) : 신농씨 시대에는
臥則居居(와칙거거) : 안락하게 누워 자고
起則于于(기칙우우) : 일어나서는 유유자적했다.
民知其母(민지기모) : 백성들은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不知其父(부지기부) : 아버지는 몰랐고,
與麋鹿共處(여미록공처) : 고라니나 사슴들과 함께 살았다.
耕而食(경이식) : 농사를 지어서 먹고
織而衣(직이의) : 길쌈을 해서 옷을 입었으며
無有相害之心(무유상해지심) : 서로를 해치려는 마음 따위는 지
니지 않고 있었다.
此至德之隆也(차지덕지융야) : 이것이 바로 지극한 덕이 한창 성
했던 시대였다.
然而黃帝不能致德(연이황제불능치덕) : 그런데 황제는 덕을 완전
히 실현시킬 수가 없어,
與蚩尤戰於鹿之野(여치우전어탁록지야) : 치우와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사람들의 피가 백리 사방을 물들였다.
堯舜作(요순작) : 이어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立群臣(립군신) : 많은 신하들을 내세웠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의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다.
自是以後(자시이후) : 이 뒤로
以强陵弱(이강릉약) :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以衆暴寡(이중폭과) :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게 된 것이다.
湯武以來(탕무이래) : 탕왕과 무왕 이후는
皆亂人之徒也(개란인지도야) :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이
다.
今子修文武之道(금자수문무지도) :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
서
掌天下之辯(장천하지변) :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以敎後世(이교후세) :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縫衣淺帶(봉의천대) :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矯言僞行(교언위행) :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以迷惑天下之主(이미혹천하지주) :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而欲求富貴焉(이욕구부귀언) :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盜莫大於子(도막대어자) : 도둑치고도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
데,
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천하하고불위자위도구) :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而乃謂我爲盜跖(이내위아위도척) :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子以甘辭說子路而使從之(자이감사설자로이사종지) : 너는 달콤한
말로 자로를 꾀어 따르게 하고,
使子路去其危冠(사자로거기위관) : 그가 쓰고 있던 높은 관을 벗
기고,
解其長劍(해기장검) : 차고 있던 길 칼을 풀어놓게 한 뒤,
而受敎於子(이수교어자) : 네 가르침을 받게 했다.
天下皆曰孔丘能止暮禁非(천하개왈공구능지모금비) : 세상에서 말
하기를, 공구는 난폭한 행동을 금지시키고 그릇된 행동을 금할
수 있다고들 한다.
其卒之也(기졸지야) : 그러나 결국
子路欲殺衛君而事不成(자로욕살위군이사불성) : 자로는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身菹於衛東門之上(신저어위동문지상) : 위나라의 동문 밖에서 사
형을 받아 그의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되었다.
是子敎之不至也(시자교지불지야) :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불충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子自謂才士聖人邪(자자위재사성인사) : 너는 스스로 재사니, 성
인이니 자처하지만,
則再逐於魯(칙재축어로) : 노나라에서 추방되었고,
削跡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숨었고
窮於齊(궁어제) : 제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과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으니,
不容身於天下(불용신어천하) : 천하에 몸둘 곳이 없게 되지 않았
느냐?
子敎子路菹此患(자교자로저차환) : 너는 자로로 하여금 처형을
당해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만들었으니,
上無以爲身(상무이위신) : 결국 환란으로 위로는 몸을 보전할 길
이 없고,
下無以爲人(하무이위인) : 아래로는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게 만
든 것이다.
子之道豈足貴邪(자지도기족귀사) : 너의 도를 어찌 귀한 것이라
하겠느냐?
世之所高(세지소고) : 세상에서 덕이 높다고 한다면,
莫若黃帝(막약황제) : 황제보다 더한 이가 없지만,
黃帝尙不能全德(황제상불능전덕) : 그 황제도 덕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어
而戰鹿之野(이전탁록지야) :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백 리 사방을 피로 물들였다.
堯不慈(요불자) : 요임금은 자애심이 없었고,
舜不孝(순불효) : 순임금은 효를 다하지 못했으며,
禹偏枯(우편고) : 우임금은 일을 하느라 말랐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伐紂(무왕벌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고,
文王拘羑里(문왕구유리) : 문왕은 유리에 유폐되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世之所高也(세지소고야) :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다.
孰論之(숙론지) : 그러나 엄격하게 논하자면,
皆以利惑其眞(개이리혹기진) : 모두가 이익 때문에 그 진실에 대
해 미혹됨으로써
而强反其情性(이강반기정성) : 억지로 그 성정을 거슬렀던 사람
들이다.
其行乃甚可羞也(기행내심가수야) :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수치스
러운 것이다.
世之所謂賢士(세지소위현사) : 세상에서 말하는 현사로는
莫若伯夷叔齊(막약백이숙제) : 백이와 숙제만한 이 없는데,
伯夷叔齊辭孤竹之君(백이숙제사고죽지군) : 고죽의 임금자리를
사양하고
而餓死於首陽之山(이아사어수양지산) :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骨肉不葬(골육불장) : 그들의 시체는 아무도 장사를 치뤄주지 않
았다.
鮑焦飾行非世(포초식행비세) : 포초라는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꾸미고 세상을 비난하다가
抱木而死(포목이사) : 나무를 끌어안고 죽었다.
申徒狄諫而不聽(신도적간이불청) : 신도적은 임금에게 간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負石自投於河(부석자투어하) : 돌을 지고 스스로 황하에 몸을 던
져
爲魚鼈所食(위어별소식) : 물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다.
介子推至忠也(개자추지충야) : 개자추는 충성을 다해
自割其股以食文公(자할기고이식문공) :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
어 문공에게 먹였으나,
文公後背之(문공후배지) : 뒤에 문공이 그를 배반하자,
子推怒而去(자추노이거) : 그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살다
抱木而燔死(포목이번사) : 나무를 껴안은 채 타 죽었다.
尾生與女子期於梁下(미생여여자기어량하) : 미생은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나
女子不來(여자불래) : 여자가 오지 않자
水至不去(수지불거) :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고 있다가
抱梁柱而死(포량주이사) :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죽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無異於磔犬流豕操瓢而乞者(무이어책견류시조표이걸자) : 잡기 위
해 매달아 놓은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나 표주박을 들
고 구걸을 하러 다니는 자나 다를 것이 없다.
皆離名輕死(개리명경사) : 모두가 자기의 명분에 얽매이어 죽음
을 가볍게 여기고,
不念本養壽命者也(불념본양수명자야) : 근본으로 돌아가 수명을
보양하려 하지 않은 자들이다.
世之所謂忠臣者(세지소위충신자) : 세상에서 말하는 충신으로는
莫若王子比干伍子胥(막약왕자비간오자서) : 비간이나 오자서 만
한 사람이 없다.
子胥沈江(자서침강) : 그러나 오자서는 처형을 당해 시체가 강물
에 던져졌고,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가슴을 찢겨 심장이 드러내졌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世謂忠臣也(세위충신야) : 천하에서 말하는 충신들이다.
然卒爲天下笑(연졸위천하소) : 그러나 마침내는 천하의 비웃음거
리가 되고 말았다.
自上觀之(자상관지) : 위에서부터 살펴보건데
至于子胥比干(지우자서비간) : 자서나 비간까지
皆不足貴也(개부족귀야) : 모두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丘之所以說我者(구지소이설아자) : 네가 나를 설득시키는 방법으
로
若告我以鬼事(약고아이귀사) : 내게 귀신 얘기를 한다면
則我不能知也(칙아불능지야) : 나 또한 능히 알 수 있으나,
若告我以人事者(약고아이인사자) : 사람에 관한 일을 가지고 얘
기한다면
不過此矣(불과차의) :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皆吾所聞知也(개오소문지야) : 그것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일
들이기 때문이다
今吾告子以人之情(금오고자이인지정) : 너에게 사람의 성정에 대
해 얘기해 주겠다.
目欲視色(목욕시색) : 눈은 좋은 빛깔을 보려 하고,
耳欲聽聲(이욕청성) :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口欲察味(구욕찰미) : 입은 좋은 맛을 보려 하고,
志氣欲盈(지기욕영) : 기분은 만족을 바란다.
人上壽百歲(인상수백세) :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살,
中壽八十(중수팔십) : 중간 정도로는 80살,
下壽六十(하수육십) : 밑으로 가면 60살이다.
除病瘦死喪憂患(제병수사상우환) : 그것도 병들고 여위고 죽고
문상하고 걱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빼고 나면
其中開口而笑者(기중개구이소자) : 입을 벌리고 웃을 수 있는 것
은
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일월지중불과사오일이이의) : 한달 중
에 불과 사오일 에 지나지 않는다.
天與地無窮(천여지무궁) :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人死者有時(인사자유시) : 사람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일정한 때
가 있다.
操有時之具(조유시지구) : 이 유한 한 육체를
而托於無窮之間(이탁어무궁지간) : 무궁한 천지 사이에 맡기고
있기란
忽然無異騏驥之馳過隙也(홀연무이기기지치과극야) : 준마가 좁은
문틈을 달려 지나가 버리는 것과 같다.
不能說其志意(불능설기지의) : 따라서 자기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養其壽命者(양기수명자) : 그 수명을 보양하지 못하는 자는
皆非通道者也(개비통도자야) : 모두가 도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
인 것이다.
丘之所言(구지소언) : 네가 하는 말들은
皆吾之所棄也(개오지소기야) : 모두 내가 버리는 것들이다.
亟去走歸(극거주귀) : 당장 뛰어 돌아가거라.
無復言之(무복언지) :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子之道(자지도) : 너의 도라는 것은
狂狂汲汲(광광급급) : 본성을 잃은 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詐巧虛僞事也(사교허위사야) : 사기와 허위의 사실일 뿐이다.
非可以全眞也(비가이전진야) : 그런 것으로는 사람의 참된 모습
을 보전할 수 없느니라.
奚足論哉(해족론재) : 어찌 논의할 대상이나 되겠느냐
孔子再拜趨走(공자재배추주) : 공자는 두 번 절하고 빠른 걸음으
로
出門上車(출문상거) :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서는
執轡三失(집비삼실) : 말고삐를 세 번이나 잡았다 놓쳤다.
目芒然無見(목망연무견) : 눈은 멍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色若死灰(색약사회) : 얼굴은 잿빛이었다.
據軾低頭(거식저두) :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에 기대어 머리를 떨
구고는
不能出氣(불능출기) :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歸到魯東門外(귀도로동문외) : 노나라의 동문에 이르러
過遇柳下季(과우류하계) : 유하계를 만났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今者闕然數日不見(금자궐연수일불견) : “요즘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車馬有行色(거마유행색) : 거마의 행색을 보니,
得微往見跖邪(득미왕견척사) : 혹시 도척을 만나러 갔다가 오는
길이 아닌가?”
孔子仰天(공자앙천) :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而歎曰然(이탄왈연) : 탄식을 하고 말하기를,“그렇다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跖得無逆汝意若前乎(척득무역여의약전호) : “도척이란 놈이 전
에 내가 얘기한 대로이지 않던가?”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然丘所謂無病而自灸也(연구소위무병이자구야) : “그랬네. 아픈
데도 없는데 뜸을 뜬 셈이 되고 말았네.
疾走料虎頭(질주료호두) : 허둥대며 달려가다가 호랑이 머리를
매만지고
編虎須(편호수) : 호랑이 수염을 잡아당긴 셈이니
幾不免虎口哉(기불면호구재) : 자칫하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네
.”
2.
子將問於滿苟得曰(자장문어만구득왈) : 자장이 만구득에게 물었
다.
盖不爲行(개불위행) : “어째서 인의를 행하지 않습니까?
無行則不信(무행칙불신) : 인의를 행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지 못
하고,
不信則不任(불신칙불임) : 신용을 얻지 못하면 벼슬에 오르지 못
하며,
不任則不利(불임칙불리) : 벼슬에 오르지 못하면 이익이 없게 됩
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성의 관점에서 나,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따지거나
而義眞是也(이의진시야) : 인의야말로 가장 좋은 것입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나 이익을 버린다 해도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볼 때,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가 행동함에 있어서
不可一日不爲乎(불가일일불위호) : 인의는 하루도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無恥者富(무치자부) : “수치를 모르는 자가 부자가 되고,
多信者顯(다신자현) : 말이 많은 자가 출세합니다.
夫名利之大者(부명리지대자) : 큰 명예와 이익이란
幾在無恥而信(기재무치이신) : 수치도 모르고 말만 많은 자들에
게 돌아갑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든,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계산하든
而信眞是也(이신진시야) : 말 많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됩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와 이익을 내버리고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의 행동으로서는
拘其天乎(구기천호) : 그의 천성을 간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입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昔者桀紂貴爲天子(석자걸주귀위천자) : “옛날에 걸왕과 주왕은
천자라는 귀한 자리에 있으면서
富有天下(부유천하) : 온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今謂臧聚曰(금위장취왈) :그러나 지금 노예들에게라도 이르기를
汝行如桀紂(여행여걸주) : “너의 행동이 걸이나 주와 같다고 하
면,
則有怍色(칙유작색) : 곧 부끄러운 빛을 띠리라.
有不服之心者(유불복지심자) : 불복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小人所賤也(소인소천야) : 소인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仲尼墨翟(중니묵적) : 공자와 묵자는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냈습니다.
今謂宰相曰(금위재상왈) : 그러나 지금 재상 자리에 있는 사람들
에게라도 말로
子行如仲尼墨翟(자행여중니묵적) 당신의 행동이 공자와 묵자 같
다고 말하면
則變容易色稱不足者(칙변용역색칭부족자) : 곧 얼굴빛을 바꾸면
서 그런 정도에 이르기에 부족하다고 말하게 되는데,
士誠貴也(사성귀야) : 이들은 선비들이 진실로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故勢爲天子(고세위천자) : 그러므로 천자의 권세를 지녔다 해도
未必貴也(미필귀야) : 반드시 존귀하지 않을 수 있고,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낸다 해도
未必賤也(미필천야) :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닙니다.
貴賤之分(귀천지분) : 귀천의 구분은
在行之美惡(재행지미악) : 행동이 아름답고 악한 것에 의해 결정
되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小盜者拘(소도자구) : “작은 도적은 잡히고 말지만
大盜者爲諸侯(대도자위제후) : 큰 도적은 제후가 됩니다.
諸侯之門(제후지문) : 그런데 제후의 문하에는
仁義存焉(인의존언) : 의로운 선비들이 모이게 됩니다.
昔者桓公小白殺兄入嫂(석자환공소백살형입수) : 옛날의 제나라
환공 소백은 자기의 형을 죽이고 형수를 부인으로 삼았으나,
而管仲爲臣(이관중위신) : 현명한 관중이 그의 신하가 되었습니
다.
田成子常殺君竊國(전성자상살군절국) : 전성자 상은 제나라 임금
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으나,
而孔子受幣(이공자수폐) : 공자는 그로부터 폐물을 받았습니다.
論則賤之(론칙천지) : 관중과 공자를 논할 때는 그들을 천하게
보면서도
行則下之(행칙하지) : 실지로 행동함에 있어서는 그들 아래에 머
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則是言行之情悖戰於胸中也(칙시언행지정패전어흉중야) : 그러니
말과 행동의 실제 문제가 모순을 이룬 채 가슴속에서 싸우고 있
었던 것입니다.
不亦拂乎(불역불호) : 그러니 이치에 어긋난 것이 아닙니까?
故書曰(고서왈) : 그러므로 옛 책에서 말하기를
孰惡孰美(숙악숙미) :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다.
成者爲首(성자위수) : 성공을 하면 우두머리가 되어 존경받고,
不成者爲尾(불성자위미) : 성공하지 못하는 자는 꼬리가 되어 천
대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子不爲行(자불위행) : 선생님께서 인의를 행하지 않으시면
卽將疏戚無倫(즉장소척무륜)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없게
되고,
貴賤無義(귀천무의)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도 없게 될 것이
며,
長幼無序(장유무서) : 어른과 아이의 질서도 없게 될 것입니다.
五紀六位(오기육위) :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 어른과 아이,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오륜(五倫)과, 아저씨들,
형제들, 일가들, 조카들, 스승,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육기(六紀
)도
將何以爲別乎(장하이위별호) : 어떻게 구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堯殺長子(요살장자) : “요임금은 맏아들을 죽였고,
舜流母弟(순유모제) : 순임금은 이복 동생을 귀향 보냈었는데,
疏戚有倫乎(소척유윤호)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
까?
湯放桀(탕방걸) : 탕임금은 걸왕을 내쳤고,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는데,
貴賤有義乎(귀천유의호)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이 있는 것입
니까?
王季爲適(왕계위적) : 왕계는 형을 물리치고 왕위의 계승자가 되
었고,
周公殺兄(주공살형) : 주공은 형을 죽였는데
長幼有序乎(장유유서호) : 어른과 아이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까?
儒者僞辭(유자위사) : 유학자들은 거짓된 이론을 펴고,
墨者兼愛(묵자겸애) : 묵가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다같이 사랑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五紀六位將有別乎(오기육위장유별호) : 오륜과 육기의 분별이 있
는 것입니까?
且子正爲名(차자정위명) : 그런데도 선생께서는 명분을 바르다고
주장하고
我正爲利(아정위리) : 저는 이익을 바르다고 주장하는데,
名利之實(명리지실) : 명분과 이익이 실체에 있어서는
不順於理(불순어리) : 이치에 순응되지도 않고
不監於道(불감어도) : 도리에 합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吾日與子訟於無約曰(오일여자송어무약왈) : 제가 전에 무약에게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小人殉財(소인순재) : ‘소인들은 재물을 추구하고,
君子殉名(군자순명) : 군자들은 명예를 추구한다.
其所以變其情(기소이변기정) : 그들이 그들의 진실함을 변화시키
고
易其性(역기성) : 본성을 바꾸는 방법은
則異矣(칙이의) : 서로 다르지만,
乃至於棄其所爲(내지어기기소위) :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
은 버리고
而殉其所不爲(이순기소불위) :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則一也(칙일야) : 동일하같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爲小人(무위소인) : 소인이 되지 말고
反殉而天(반순이천) :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따르고,
無爲君子(무위군자) : 군자가 되지도 말고
從天之理(종천지리) : 하늘의 원리를 따르기만 하라고 하는 것이
다.
若枉若直(약왕약직) : 굽었든 곧았든 간에
相而天極(상이천극) :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面觀四方(면관사방) :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與時消息(여시소식) :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若是若非(약시약비) : 옳든 그르든 간에
執而圓機(집이원기) :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獨成而意(독성이의) :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與道徘徊(여도배회) :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
無轉而行(무전이행) : 한결같이 행동하려고 애쓰지 말고,
無成而義(무성이의) : 의로움을 이루려 애쓰지 마라.
將失而所爲(장실이소위) : 그러면 자기의 본성만 잃게 될 것이다
.
無赴而富(무부이부) : 자기의 부를 추구하지 말고,
無殉而成(무순이성) : 성공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將棄而天(장기이천) : 그런 행동은 자기의 천성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심장이 도려내어지고
子胥抉眼(자서결안) : 오자서는 눈이 도려내졌는데,
忠之禍也(충지화야) : 충성하려 했기 때문에 닥친 재난이었던 것
이다.
直躬證父(직궁증부) : 직궁은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했다가 처
벌되었고,
尾生溺死(미생익사) :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은
信之患也(신지환야) : 신의를 지키려던 환란인 것이다.
鮑子立乾(포자립건) : 포자가 나무를 끌어안고 선 채로 말라죽고
,
申子不自理(신자불자리) : 신자가 자기 변명도 못해보고 목매어
죽었던 것은
廉之害也(렴지해야) : 깨끗함을 지키려다 받은 피해이다.
孔子不見母(공자불견모) : 공자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종신을
하지 못하고,
匡子不見父(광자불견부) : 광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종신하
지 못했던 것은,
義之失也(의지실야) : 의로움을 지키려는 데서 온 과실이다.
此上世之所傳(차상세지소전) : 이상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下世之所語(하세지소어) : 후세에도 전해질 사실들이다.
以爲士者正其言(이위사자정기언) : 선비 된 사람으로서 자기 말
이 올바른 것이라 고집하고
必其行(필기행) :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故服其殃(고복기앙) : 그런 재앙을 당하고
利其患也(이기환야) : 그런 환란을 만나게 된 것이다.
3.
無足問於知和曰(무족문어지화왈) : 무족이 지화에게 물었다.
人卒未有不興名就利者(인졸미유불흥명취리자) : “사람 중에 명
예를 위해 일어나고, 이익을 위해 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彼富則人歸之(피부칙인귀지) : 그가 부유해지면 사람들이 모여들
고,
歸則下之(귀칙하지) : 모여들어서는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下則貴之(하칙귀지) : 남들이 머리를 숙이면 그는 귀해지는 것입
니다.
夫見下貴者(부견하귀자) : 남이 머리를 숙임으로써 귀해지는 것
은
所以長生安體樂意之道也(소이장생안체락의지도야) :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는 근거가 되는 도인 것입니다
.
今子獨無意焉(금자독무의언) : 그런데도 지금 당신만이 그 일에
뜻이 없으니,
知不足邪(지부족사) : 지혜가 모자라기 때문입니까?
意知而力不能行邪(의지이력불능행사) : 뜻과 지혜는 있지만 힘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故推正不忘邪(고추정불망사) :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것만 추구
하느라 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今夫此人以爲興己同時而生(금부차인이위흥기동시이생) : “지금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
同鄕而處者(동향이처자) : 같은 고장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도
以爲夫絶俗過世之士焉(이위부절속과세지사언) : 나 같은 사람을
세속을 초월한 선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是專無主正(시전무주정) : 이것은 오로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
느라 올바른 표준도 없이
所以覽古今之時(소이람고금지시) :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대
의 흐름과
是非之分也(시비지분야) : 시비의 분별만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
입니다.
與俗化(여속화) : 그들은 속인들과 함께 살면서 세속에 감화되어
世去至重(세거지중) : 지극히 귀중한 본성을 떠나서
棄至尊(기지존) : 지극히 존귀한 도를 버리고,
以爲其所爲也(이위기소위야) : 그들이 바라는 명예와 이익을 추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此其所以論長生安體樂意之道(차기소이론장생안체락의지도) : 이
래 가지고는 그들이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
는 도를 논한다는 것이
不亦遠乎(불역원호) : 또한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慘怛之疾(참달지질) : 참담한 고통과
恬愉之安(념유지안) : 즐거운 편안함이
不監於體(불감어체) : 자기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怵惕之恐(출척지공) : 불안한 두려움과
欣懽之喜(흔환지희) : 날뛸 듯한 기쁨이
不監於心(불감어심) : 자기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知爲爲而不知所以爲(지위위이부지소이위) : 그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할 줄만 알았지 추구하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是以貴爲天子(시이귀위천자) : 그래서 천자란 존귀한 위치에 놓
이고
富有天下(부유천하) : 천하를 다 차지하는 부를 지니게 되더라도
而不免於患也(이불면어환야) : 환란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富貴之於人(부귀지어인) : “부귀란 사람에게
無所不利(무소불리) : 이롭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窮美究埶(궁미구예) : 어떤 아름다움도 이룰 수 있고, 어떤 권세
라도 추구할 수 있으니
至人之所不得逮(지인지소불득체) : 이것은 지극한 사람도 미칠
수 없는 일이며,
賢人之所不能及(현인지소불능급) : 성인도 따라갈 수 없는 일입
니다.
俠人之勇力而以爲威强(협인지용력이이위위강) : 부귀는 남의 용
기와 능력을 빌어 위세를 떨치고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秉人之知謀以爲明察(병인지지모이위명찰) : 남의 지혜와 계략을
이용하여 명석하게 잘 살필 수도 있습니다.
因人之德以爲賢良(인인지덕이위현량) : 남의 덕을 근거로 하여
현명하고 어질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非享國而嚴若君父(비향국이엄약군부) :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 않
아도 임금이나 아버지 같은 위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且夫聲色滋味權勢之於人(차부성색자미권세지어인) : 또한 음악이
나 미술이나 권세와 같이
心不待學而樂之(심불대학이락지) :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體不待象而安之(체불대상이안지) : 몸은 다른 물건을 빌지 않고
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夫欲惡避就(부욕악피취) : 탐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
는 일도
固不待師(고불대사) : 스승을 기다릴 것 없이 이루어집니다.
此人之性也(차인지성야) : 이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孰能辭之(숙능사지) :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知者之爲(지자지위) : “지혜 있는 사람의 행동은
故動以百姓(고동이백성) : 본시 행동의 표준을 백성들로 삼아서
不違其度(불위기도) : 그들의 기준을 어기지 않습니다.
是以足而不爭(시이족이불쟁) : 그러므로 언제나 만족하고 있어서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無以爲故不求(무이위고불구) : 할 것이 없으므로 추구하지도 않
습니다.
不足故求之(부족고구지) : 그러나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그 때문
에 욕망을 추구하게 되고,
爭四處而不自以爲貪(쟁사처이불자이위탐) : 사방으로 다투면서도
스스로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有餘故辭之(유여고사지) : 지혜 있는 사람은 남음이 있기 때문에
남이 추구하는 것을 사양하며,
棄天下而不自以爲廉(기천하이부자이위렴) : 천하를 버리고도 스
스로를 결백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廉貪之實(렴탐지실) : 결렴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실제 내용은
非以迫外也(비이박외야) : 추구하는 밖의 물건에 의해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反監之度(반감지도) : 돌이켜 자기 마음의 법도를 살펴보아야 하
는 것입니다.
勢爲天子而不以貴驕人(세위천자이불이귀교인) : 천자의 권세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존귀함으로써 남에게 교만하지 않습니다.
富有天下而不以財戲人(부유천하이불이재희인) : 천하의 부를 차
지하고 있으면서도 재물로써 사람을 희롱하지 않습니다.
計其患(계기환) : 천자의 환란을 헤아리고
慮其反(려기반) : 그것이 천성에 반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以爲害於性(이위해어성) : 그것은 본성을 해치는 것이라 단정하
기 때문에
故辭而不受也(고사이불수야) : 사양하고 받지 않는 것입니다.
非以要名譽也(비이요명예야) : 명예를 바라기 때문은 아닙니다.
堯舜爲帝而雍(요순위제이옹) : 요임금과 순임금이 임금노릇을 하
면서도 남에게 임금자리를 사양했던 것은
非仁天下也(비인천하야) : 천하에 어짊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라
,
不以美害生也(불이미해생야) : 명예나 이익 때문에 삶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善卷許由得帝而不受(선권허유득제이불수) : 선권이나 허유가 임
금자리를 내주어도 받지 않았던 것은
非虛辭讓也(비허사양야) : 공연히 사양한 것이 아니라,
不以事害己(불이사해기) : 번거로운 일로 인해 자기를 해치지 않
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此皆就其利(차개취기리) : 이들은 모두가 그의 이로움을 위해
辭其害(사기해) : 그 피해를 사퇴한 것이어서
而天下稱賢焉(이천하칭현언) : 천하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칭송하
는 것입니다.
則可以有之(칙가이유지) : 그것은 그들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는
데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彼非以興名譽也(피비이흥명예야) : 그들은 명예를 추구해서 그렇
게 했던 것이 아닙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必持其名(필지기명) : “사람은 자기의 명예를 유지하려고
苦體絶甘(고체절감) : 자신을 괴롭히고 단것도 먹지 않으며
約養以持生(약양이지생) : 몸의 보양을 아낌으로써 생활만을 지
탱해갑니다.
則亦久病長阨而不死者也(칙역구병장액이불사자야) : 그러므로 그
것은 오랫동안 앓으면서 오랫동안 곤궁하게 죽지 않고 사는 것이
나 같은 것입니다.”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平爲福(평위복) : “평범한 것이 행복이 되고,
有餘爲害者(유여위해자) : 남음이 있으면 해가 된다는 것은
物莫不然(물막불연) :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而財其甚者也(이재기심자야) : 재물에 있어서는 더욱 심합니다.
今富人(금부인) : 지금 부자들은
耳營於鐘鼓管籥之聲(이영어종고관약지성) : 귀로는 종, 북, 저,
피리의 소리를 들으며 즐기고,
口嗛於芻豢醪醴之味(구겸어추환료례지미) : 입으로는 짐승 고기
와 맛있는 술맛을 실컷 봄으로써
以感其意(이감기의) : 그의 뜻을 만족시키는 한편
遺忘其業(유망기업) : 그의 할 일은 잊고 있습니다.
可謂亂矣(가위란의) : 그러니 이것이 혼란이라 말할 만한 것입니
다.
侅溺於馮氣(해익어풍기) : 자신의 성한 기운에 빠져 들어가
若負重行而上坂也(약부중행이상판야) : 무거운 짐을 지고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可謂苦矣(가위고의) : 그러니 이것은 고통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
다.
貪財而取慰(탐재이취위) : 재물을 탐내어 병에 걸리고,
貪權而取竭(탐권이취갈) : 권력을 탐내어 정력을 다 쓰며,
靜居則溺(정거칙익) : 고요히 살게 되면 정욕에 빠지고,
體澤則馮(체택칙풍) : 몸이 윤택해지면 정력을 낭비합니다.
可謂疾矣(가위질의) : 그러니 이것이 질병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
다.
爲欲富就利(위욕부취리) : 부를 바라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故滿若堵耳而不知避(고만약도이이부지피) : 마음 가득히 담이 둘
러쳐진 것처럼 장애가 생기지만 그것을 피할 줄은 모릅니다.
且憑而不舍(차빙이불사) : 그대로 정력을 사용하여 그치지 않습
니다.
可謂辱矣(가위욕의) : 그러니 이것은 치욕이라 할 만한 일입니다
.
財積而無用(재적이무용) : 재물이 쌓여도 쓸데가 없는데도
服膺而不舍(복응이불사) : 재물을 모을 생각을 품은 채 버리지
않습니다.
滿心戚醮(만심척초) : 마음 가득히 번뇌로 가득 차는데도
求益而不止(구익이부지) : 이익을 추구하여 마지않습니다.
可謂憂矣(가위우의) : 그러니 이것은 우환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
다.
內則疑刦請之賊(내칙의겁청지적) : 집안에 있으면 강도가 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外則畏寇盜之害(외칙외구도지해) : 밖에 나가면 도적들에게 해를
입지나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內周樓疏(내주루소) : 집에는 망루와 내다보는 창을 만들어 놓고
外不敢獨行(외불감독행) : 밖에는 홀로 다니지 못합니다.
可謂畏矣(가위외의) : 그러니 이것은 두려움이라 말할 만한 것입
니다.
此六者(차육자) : 이 여섯 가지는
天下之至害也(천하지지해야) : 천하의 지극한 폐해인 것입니다.
皆遺忘而不知察(개유망이부지찰) : 그러나 모두들 이것을 잊고서
살필 줄 모릅니다.
及其患至(급기환지) : 그 환란이 닥쳐야만
求盡性竭財(구진성갈재) : 그의 삶을 다하고 재물을 다 바쳐서라
도
單以反一日之無故(단이반일일지무고) : 단 하루의 무고한 날로라
도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而不可得也(이불가득야) : 그 때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입
니다.
故觀之名則不見(고관지명칙불견)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
아도 알 수 없고
求之利則不得(구지리칙부득) : 추구해도 얻는 것이 없는 것입니
다.
繚意體而爭此(료의체이쟁차) :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얽매고 자
기 몸을 해치면서까지 이런 것을 다투고 있으니
不亦惑乎(불역혹호) : 또한 미혹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說劍
1.
昔趙文王喜劍(석조문왕희검) : 조나라 문왕은 칼을 좋아하여
劍士夾門而客三千餘人(검사협문이객삼천여인) : 문하에 삼천 검
객이 식객으로 모여들었다.
日夜相擊於前(일야상격어전) : 밤낮으로 어전에서 칼싸움을 하여
死傷者歲百餘人(사상자세백여인) : 사상자가 1년에 100명이 넘었
다.
好之不厭(호지불염) : 그래도 문왕은 싫증을 내지 않았다.
如是三年(여시삼년) : 그런 상태로 3년이 지나자
國衰(국쇠) : 나라가 쇠퇴하고
諸侯謀之(제후모지) : 제후들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고 기회를
엿보았다.
太子悝患之(태자리환지) : 태자 회가 이것을 걱정하여
募左右曰(모좌우왈) : 좌우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孰能說王之意止劍士者(숙능설왕지의지검사자) : “누구든 임금의
마음을 설득시켜 검객들을 기르는 일을 멈추게 하면
賜之千金(사지천금) : 천금을 상으로 내릴 것이다.”
左右曰(좌우왈) : 좌우의 누군가가 말했다.
莊子當能(장자당능) : “장자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太子乃使人以千金奉莊子(태자내사인이천금봉장자) : 태자는 사람
을 시켜 천금을 가지고 가서 장자를 데려오게 했다.
莊子弗受(장자불수) : 그러나 장자는 그것을 받지 않고
與使者俱(여사자구) : 사자와 함께 했다.
往見太子曰(왕견태자왈) : 가서 태자를 보고 말하기를
太子何以敎周(태자하이교주) : “태자께서는 제게 무엇을 시키려
고
賜周千金(사주천금) : 천금을 내리셨습니까?”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聞夫子明聖(문부자명성) : “선생이 뛰어난 성인이라는 말을 듣
고
謹奉千金以幣從者(근봉천금이폐종자) : 천금을 예물로 사자를 보
낸 것입니다.
夫子弗受(부자불수) : 그러나 선생께서 받지 않으시니
悝尙何敢言(리상하감언) :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聞太子所欲用周者(문태자소욕용주자) : 태자께서 제게 시키실 일
이
欲絶王之喜好也(욕절왕지희호야) : 임금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금
지시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使臣上說大王而逆王意(사신상설대왕이역왕의) :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득시키려다 임금의 뜻을 거스른다면
下不當太子(하불당태자) : 아래로는 태자의 뜻까지 저버리는 것
이 될 것입니다.
則身刑而死(칙신형이사) : 그렇게 되면 제 몸은 사형을 당하게
될 것인데,
周尙安所事金乎(주상안소사금호) : 천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
까?
使臣上說大王(사신상설대왕) :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득시키
고
下當太子(하당태자) : 아래로 태자의 뜻에 들어맞는다면
趙國何求而不得也(조국하구이부득야) : 조나라에서 제게 무슨 상
을 내리건 문제가 되겠습니까?”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然吾王所見(연오왕소견) : “그렇군요. 우리 임금에게 보이는 것
은
唯劍士也(유검사야) : 오직 검객뿐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諾周善爲劍(낙주선위검) : “좋습니다. 저도 검술에는 제법 솜씨
가 있습니다.”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然吾王所見劍士(연오왕소견검사) : “그러나 임금님께서 좋아하
는 검객은
皆蓬頭突鬢垂冠(개봉두돌빈수관) : 모두 더벅머리에 살쩍은 불끈
치솟았으며, 낮게 기울어진 관을 쓰고,
曼胡之纓(만호지영) :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매고,
短後之衣(단후지의) : 소매가 짧은 옷을 입었으며,
瞋目而語難(진목이어난) :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습니다.
王乃說之(왕내설지) : 그래야만 임금께서는 좋아하십니다.
今夫子必儒服而見王(금부자필유복이견왕) : 선생께서 유복을 입
고 임금을 뵈려 한다면
事必大逆(사필대역) : 일을 반드시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請治劍服(청치검복) : “검복을 갖추어 주십시오.”
治劍服三日(치검복삼일) : 사흘이 걸려 검복이 갖추어지자
乃見太子(내견태자) : 장자는 곧 태자를 만났다.
太子乃與見王(태자내여견왕) : 태자는 그를 데리고 임금을 만나
러 갔다.
王脫白刃待之(왕탈백인대지) : 왕은 칼을 뽑아들고 그를 기다리
고 있었다.
莊子入殿門不趨(장자입전문불추) : 장자는 궁전 문으로 들어가면
서도 잰걸음을 걷는 예의를 지키지도 않고,
見王不拜(견왕불배) : 왕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았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子欲何以敎寡人(자욕하이교과인) :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
치려고
使太子先焉(사태자선언) : 태자로 하여금 소개하도록 하였습니까
?”
曰臣聞大王喜劍(왈신문대왕희검) : “저는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
신다는 말을 들었기에
故以劍見王(고이검견왕) : 그래서 칼로써 임금을 뵈려 합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子之劍何能禁制(자지검하능금제) : “그대는 칼로 몇 사람이나
대적할 수 있습니까?”
曰臣之劍(왈신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저의 칼은
十步一人(십보일인) : 열 걸음마다 한 사람씩 베어
千里不留行(천리불류행) : 천리를 가도 아무도 가로막지 못합니
다.”
王大悅之曰(왕대열지왈) :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天下無敵矣(천하무적의) : “천하무적이로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夫爲劍者(부위검자) : “대개 검술이라는 것은
示之以虛(시지이허) : 상대방에게 이쪽의 허점을 보여줌으로써
開之以利(개지이리) : 상대를 유인하고,
後之以發(후지이발) : 상대보다 늦게 칼을 뽑으면서
先之以至(선지이지) : 상대보다 먼저 공격하는 것입니다.
願得試之(원득시지) : 한번 실제로 이를 시험해 보이고 싶습니다
.”
王曰(왕왈) : 임금이 말했다.
夫子休就舍(부자휴취사) : “선생께서는 우선 좀 쉬면서 객사로
물러가 명을 기다리시오.
待命設戲請夫子(대명설희청부자) : 시합준비를 갖추고 선생을 모
시겠습니다.”
王乃校劍士七日(왕내교검사칠일) : 왕은 이에 검객들을 7일 동안
시합을 시켜
死傷者六十餘人(사상자육십여인) :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뒤,
得五六人(득오육인) : 그 가운데 5, 6명을 골라
使奉劍於殿下(사봉검어전하) : 궁전 아래 검을 받들고 늘어서게
했다.
乃召莊子(내소장자) : 그리고는 장자를 불렀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今日試使士敦劍(금일시사사돈검) : “오늘 시험삼아 검객들과 검
술을 겨루어 보시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望之久矣(망지구의) :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夫子所御杖(부자소어장) : “선생이 평소에 쓰던 칼은
長短何如(장단하여) : 길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曰臣之所奉皆可(왈신지소봉개가) : “제가 쓸 칼은 아무래도 괜
찮습니다.
然臣有三劍(연신유삼검) : 그러나 제게 칼이 세 개 있는데,
唯王所用(유왕소용) : 임금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겠습니다.
請先言而後試(청선언이후시) : 먼저 이것을 설명 드린 뒤에 시합
을 해보고 싶습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願聞三劍(원문삼검) : “그 세 가지 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曰有天子之劍(왈유천자지검) : 장자가 말하기를, “천자의 칼이
있고,
有諸侯之劍(유제후지검) : 제후의 칼이 있으며,
有庶人之劍(유서인지검) : 서민의 칼이 있습니다.”
2.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天子之劍何如(천자지검하여) : “천자의 칼이란 무엇입니까?”
曰天子之劍(왈천자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천자의 칼이란
以燕谿石城爲鋒(이연계석성위봉) : 연나라의 계곡과 변방의 석성
을 칼끝으로 하고,
齊岱爲鍔(제대위악) : 제나라의 태산을 칼날로 삼으며,
晉衛爲脊(진위위척) : 진과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周宋爲鐔(주송위심) : 주나라와 송나라를 칼콧등이 되고
韓魏爲夾(한위위협) :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包以四夷(포이사이) : 사방의 오랑캐들로 씌우고,
裏以四時(리이사시) : 사계절로 감싸서,
繞以渤海(요이발해) : 그것을 발해로 두르고,
帶以常山(대이상산) : 상산을 띠 삼아 묶고,
制以五行(제이오행) : 오행으로 제어하고,
論以刑德(론이형덕) : 형벌과 은덕으로 논하며,
開以陰陽(개이음양) : 음양의 작용으로 발동하고,
持以春夏(지이춘하) : 봄과 여름의 화기로 유지하고,
行以秋冬(행이추동) : 가을과 겨울의 위세로 발휘케 합니다.
此劍(차검) : 이 칼을
直之無前(직지무전) : 곧장 내지르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고,
擧之無上(거지무상) : 이것을 위로 쳐올리면 위로 걸리는 것이
없으며,
案之無下(안지무하) : 내리치면 밑에는 버틸 것이 없고
運之無旁(운지무방) :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上決浮雲(상결부운) : 위로는 구름을 끊고,
下絶地紀(하절지기) :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는 큰 줄을 자를 수
있습니다.
此劍一用(차검일용) : 이 칼은 한번 쓰기만 하면
匡諸侯(광제후) :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 서고,
天下服矣(천하복의) :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됩니다.
此天子之劍也(차천자지검야) :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文王芒然自失曰(문왕망연자실왈) : 문왕이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
다.
諸侯之劍何如(제후지검하여) : “제후의 칼은 어떻습니까?”
曰諸侯之劍(왈제후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제후의 칼은
以知勇士爲鋒(이지용사위봉) :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以淸廉士爲鍔(이청렴사위악) :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以賢良士爲脊(이현량사위척) :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以忠聖士爲鐔(이충성사위심) : 충성스러운 이로 칼자루의 테를
삼으며,
以豪桀士爲夾(이호걸사위협) :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此劍(차검) : 이 칼도
直之亦無前(직지역무전) :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는 것이 없
고,
擧之亦無上(거지역무상) : 이것을 쳐올리면 위로 걸리는 것이 없
으며,
案之亦無下(안지역무하) : 아래로 내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
고,
運之亦無旁(운지역무방) : 휘두르면 사방에서 당할 것이 없습니
다.
上法圓天以順三光(상법원천이순삼광) :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
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따르고,
下法方地以順四時(하법방지이순사시) :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법도로 삼아 사계절을 따르며,
中和民意以安四鄕(중화민의이안사향) :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
을 헤아리어 사방의 온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此劍一用(차검일용) : 이 칼을 한번 쓰면
如雷霆之震也(여뢰정지진야) : 천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며,
四封之內(사봉지내) : 나라 안 사람들이
無不賓服而聽從君命者矣(무불빈복이청종군명자의) : 복종하지 않
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此諸侯之劍也(차제후지검야) :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庶人之劍何如(서인지검하여) : “서민의 칼은 어떻습니까?”
曰庶人之劍(왈서인지검) : “서민의 칼은
蓬頭突鬢垂冠(봉두돌빈수관) : 더벅머리에 살쩍은 비쭉 솟았으며
,낮게 기운 관을 쓰고,
曼胡之纓(만호지영) :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묶었으며,
短後之衣(단후지의) :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瞋目而語難(진목이어난) : 부릅뜬 눈에 말을 더디게 하면서
相擊於前(상격어전) :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되,
上斬頸領(상참경령) : 위로는 목을 베고,
下決肝肺(하결간폐) :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此庶人之劍(차서인지검) : 이것이 바로 서민의 칼이며,
無異於鬪鷄(무이어투계) : 이른 바 투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一旦命已絶矣(일단명이절의) :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無所用於國事(무소용어국사) : 이미 나라 일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今大王有天子之位(금대왕유천자지위) : 지금 임금님께서는 천자
와 같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而好庶人之劍(이호서인지검) :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臣竊爲大王薄之(신절위대왕박지) : 저는 황공하오나 임금님을 낮
게 보고 있습니다.”
王乃牽而上殿(왕내견이상전) : 임금은 그 말에 장자의 옷소매를
잡아끌고 궁전 위로 올라갔다.
宰人上食(재인상식) : 요리사가 음식을 올렸으나
王三環之(왕삼환지) : 임금은 세 번이나 그 둘레를 맴돌 뿐이었
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大王安坐定氣(대왕안좌정기) : “임금께서는 편히 앉으시어 마음
을 가라앉히십시오.
劍事已畢奏矣(검사이필주의) : 칼에 관한 얘기는 이미 다 했습니
다.”
於是文王不出宮三月(어시문왕불출궁삼월) : 그로부터 석 달 동안
문왕은 궁전을 나가지 않았으며
劍士皆服斃其處也(검사개복폐기처야) : 검객들은 모두가 그 자리
에서 자결했다.
漁父
1.
孔子遊於緇帷之林(공자유어치유지림) : 공자가 우거진 숲 속을
가다가
休坐乎杏壇之上(휴좌호행단지상) : 살구나무가 있는 높은 단에
앉아 쉬고 있었다.
弟子讀書(제자독서) : 제자들은 책을 읽고,
孔子絃歌鼓琴(공자현가고금) : 공자는 노래를 부르며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奏曲未半(주곡미반) : 타던 곡이 반도 끝나기 전에
有漁父者(유어부자) : 한 어부가 있어
下船而來(하선이래) : 배에서 내려왔다.
須眉交白(수미교백) : 수염과 눈썹은 모두 새하얗고
被髮揄袂(피발유몌) :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소매를 휘저으며
行原以上(행원이상) : 언덕을 걸어 올라뫄
距陸而止(거륙이지) : 육지에 이르자 멈추어 섰다.
左手據膝(좌수거슬) : 그리고 왼손은 무릎 위에 놓고
右手持頤以聽(우수지이이청) : 오른손으로는 턱을 괸 채 듣고 있
었다.
曲終而招子貢子路(곡종이초자공자로) :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
두 사람을 불러 세우니
二人俱對(이인구대) : 두 사람은 가서 마주 섰다
客指孔子曰(객지공자왈) : 어부가 공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彼何爲者也(피하위자야) :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
子路對曰(자로대왈) : 자로가 대답했다.
魯之君子也(로지군자야) : “노나라의 군자입니다.”
客問其族(객문기족) : 어부가 묻기를, “성씨가 무엇입니까?”
子路對曰(자로대왈) : 자로가 대답했다.
族孔氏(족공씨) : “성은 공씨입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물었다.
孔氏者何治也(공씨자하치야) : “공씨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입
니까?”
子路未應(자로미응) : 자로가 대답하기 전에
子貢對曰(자공대왈) : 자공이 먼저 대답을 했다.
孔氏者(공씨자) : “공씨는
性服忠信(성복충신) : 본성이 충성과 믿음을 지키고 있으며,
身行仁義(신행인의) : 몸은 어짊과 의로움을 실행하고,
飾禮樂(식례악) : 예의와 음악을 꾸며 놓고,
選人倫(선인륜) : 인륜을 정해 놓았습니다.
上以忠於世主(상이충어세주) : 위로는 임금께 충성을 다하고,
下以化於齊民(하이화어제민) : 아래로는 모든 백성을 교화하여
將以利天下(장이리천하) : 천하를 이롭게 하려고 합니다.
此孔氏之所治也(차공씨지소치야) : 이것이 공씨께서 하시는 일입
니다.”
又問曰(우문왈) : 또 어부가 다시 물었다.
有土之君與(유토지군여) : “그는 영토를 가지고 있는 임금입니
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侯王之佐與(후왕지좌여) : “그럼 제후와 임금을 보좌하는 사람
입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客乃笑而還(객내소이환) : 그러자 어부는 웃으며 되돌섰다
行言曰(행언왈) : 그리고 걸어가면서 말했다
仁則仁矣(인칙인의) : “어진 것이 어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
恐不免其身(공불면기신) : 그 몸은 화를 면하지 못하겠구나.
苦心勞形以危其眞(고심로형이위기진) :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지
치게 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嗚呼(오호) : 아
遠哉其分於道也(원재기분어도야) : 그는 도에서 멀리도 떨어져
있구나!”
子貢還(자공환) : 자공이 돌아와
報孔子(보공자) : 공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孔子推琴而起曰(공자추금이기왈) : 공자는 거문고를 밀쳐놓고 일
어나 말했다.
其聖人與(기성인여) : “그는 성인일 것이다.”
乃下求之(내하구지) : 이내 단에서 내리고는 그를 뒤쫓아
至於澤畔(지어택반) : 못 가에 이르니
方將杖拏而引其船(방장장나이인기선) : 어부는 막 삿대를 집고
배를 띄우려는 참이었다.
顧見孔子(고견공자) : 공자를 돌아보고는
還鄕而立(환향이립) :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마주섰다.
孔子反走(공자반주) : 공자는 뒷걸음질쳐
再拜而進(재배이진) : 두 번 절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客曰(객왈) : 어부가 물었다.
子將何求(자장하구) : “내게 무슨 볼 일이 있으십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대답했다.
曩者先生有緖言而去(낭자선생유서언이거) : “조금 전에 선생님
께서 채 말씀을 다 안 해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丘不肖(구불초) : 저는 어리석어
未知所謂(미지소위) : 말씀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竊待於下風(절대어하풍) : 가만히 선생을 모시고 아랫자리에 앉
아,
幸聞咳唾之音以卒相丘也(행문해타지음이졸상구야) : 선생의 말씀
을 들을 수 있다면 제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嘻甚矣子之好學也(희심의자지호학야) : “허허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孔子再拜而起曰(공자재배이기왈) : 공자가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면서 말했다.
丘少而修學(구소이수학) : “저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배우기를
좋아하여
以至於今(이지어금) : 오늘에 이르기까지
六十九歲矣(육십구세의) : 예순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無所得聞至敎(무소득문지교) : 그러나 지극한 가르침은 듣지 못
했습니다.
敢不虛心(감불허심) : 감히 마음을 비우지 않겠습니까?”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同類相從(동류상종) : “같은 종류 것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同聲相應(동성상응) : 같은 종류의 소리들끼리 서로 화응하는 것
이
故天之理也(고천지리야) : 본래 천지자연의 도리입니다,
吾請釋吾之所有(오청석오지소유) : 내가 터득해 가진 것은 버리
고
而經子之所以(이경자지소이) : 그대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해 보
겠습니다.
子之所以者(자지소이자) : 그대가 하는 것은
人事也(인사야) : 사람의 일입니다.
天子諸侯大夫庶人(천자제후대부서인) : 천자, 제후, 대부, 서민
此四者自正(차사자자정) : 이 네 가지 인간이 스스로 제 위치에
바르게 서는 것은,
治之美也(치지미야) :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四者離位而亂莫大焉(사자리위이난막대언) : 이 네 가지 인간이
제자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보다 큰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官治其職(관치기직) : 벼슬아치는 그 직무를 수행하고,
人處其事(인처기사) : 사람들은 자기 일에 편히 머물고 있으며,
乃無所陵(내무소릉) : 서로 넘보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故田荒室露(고전황실로) : 때문에 밭이 황폐하고, 집이 새며,
衣食不足(의식부족) :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하고,
徵賦不屬(징부불속) : 세금을 제 때 물지 못하고,
妻妾不和(처첩불화) : 처와 첩들이 화목하지 못하며
長少無序(장소무서) : 어른과 아이간에 질서가 없는 것은
庶人之憂也(서인지우야) : 서민의 걱정입니다.
能不勝任(능불승임) : 임무를 감당할 능력이 없고,
官事不治(관사불치) : 관청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行不淸白(행불청백) : 행동이 청렴하지 못하고,
群下荒怠(군하황태) : 부하관원들이 일을 게을리 하며,
功美不有(공미불유) : 훌륭한 공적도 올리지 못하고,
爵祿不持(작록불지) : 벼슬과 녹을 지탱하지 못하는 것은
大夫之憂也(대부지우야) : 대부들의 걱정거리입니다.
廷無忠臣(정무충신) : 조정엔 충신이 없고,
國家昏亂(국가혼란) : 국가는 혼란하며,
工技不巧(공기불교) : 장인들의 기술은 보잘 것 없고,
貢職不美(공직불미) : 조정에 바치는 공물은 좋은 것이 없으며,
春秋後倫(춘추후륜) : 봄과 가을 배알에 남보다 뒤지고
不順天子(불순천자) : 천자를 따르지 않는 것은
諸侯之憂也(제후지우야) : 천자와 제후들의 걱정거리입니다.
陰陽不和(음양불화) : 음양이 조화되지 않고,
寒暑不時(한서불시) : 추위와 더위가 제철에 맞지 않아
以傷庶物(이상서물) : 여러 가지 사물들이 그로 인해 손상되고,
諸侯暴亂(제후폭란) : 제후들이 난리를 일으켜
擅相攘伐(천상양벌) : 마음대로 서로를 침략하여
而殘民人(이잔민인) : 백성들을 해치며,
禮樂不節(례악불절) : 예악이 절도에 맞지 않고,
財用窮匱(재용궁궤) : 재정이 궁핍해지고,
人倫不飭(인륜불칙) : 인륜이 어지러워져
百姓淫亂(백성음란) : 백성들이 음란해지는 것은
天子有司之憂也(천자유사지우야) : 천자나 그를 보좌하는 재상들
의 걱정거리입니다.
今子旣上無君侯有司之勢(금자기상무군후유사지세) : 지금 그대는
위로는 임금이나 재상의 권력도 없고,
而下無大臣職事之官(이하무대신직사지관) : 아래로는 대신이나
관리 같은 벼슬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而擅飾禮樂(이천식례악) : 멋대로 예악을 꾸미고,
選人倫(선인륜) : 인륜을 정하여
以化齊民(이화제민) : 여러 백성들을 교화하고 있으니
不亦泰多事乎(불역태다사호) : 지나치게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且人有八疵(차인유팔자) : “사람에게는 여덟 가지 흠이 있고,
事有四患(사유사환) : 일에는 네 가지 환란이 있으니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 : 그것을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非其事而事之(비기사이사지) :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 일을
하는 것
謂之摠(위지총) : 이것을 외람됨이라 합니다.
莫之顧而進之(막지고이진지) :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도 진언
하는 것
謂之佞(위지녕) : 이것을 간사함이라 합니다.
希意道言(희의도언) : 남의 뜻에 맞도록 말을 이끌어 가는 것
謂之諂(위지첨) : 이것을 아첨이라 합니다.
不擇是非而言(불택시비이언) : 남의 악한 점을 얘기하기 좋아하
는 것
謂之諛(위지유) : 이것을 참해라 합니다.
好言人之惡(호언인지악) : 즐거이 남의 잘못을 말하는 것
謂之讒(위지참) : 이것을 참언이라 합니다
析交離親(석교리친) : 사귀던 사람을 떨어지게 하고 친한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것
謂之賊(위지적) : 이것을 해침이라 합니다.
稱譽詐僞以敗惡人(칭예사위이패악인) : 남을 칭찬하고 속임으로
써 남을 악에 떨어뜨리는 것
謂之慝(위지특) : 이것을 간측함이라 합니다.
不擇善否(불택선부) :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兩容頰適(량용협적) : 두 가지 다 받아들이며 얼굴빛을 좋게 해
서
倫拔其所欲(륜발기소욕) : 남의 하고자 하는 바를 가만히 이끌어
내는 것
謂之險(위지험) : 이것을 음흠함이라 합니다
此八疵者(차팔자자) : 이상의 여덟 가지 흠이란 것은
外以亂人(외이란인) : 밖으로는 사람을 어지럽히고
內以傷身(내이상신) : 안으로는 자신을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君子不友(군자불우) : 따라서 군자들은 그를 벗하지 않고,
明君不臣(명군불신) : 현명한 임금은 그를 신하로 삼지 않습니다
.
所謂四患者(소위사환자) : 네 가지 환란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好經大事(호경대사) : 큰일을 해내기 좋아하고
變更易常(변갱역상) : 경영을 하면서 변경을 잘시켜 떳떳한 법을
바꾸어
以挂功名(이괘공명) : 공명을 얻으려 애쓰는 것
謂之叨(위지도) : 이것을 참람함이라 말합니다.
專知擅事(전지천사) :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일을 멋대로 하며
侵人自用(침인자용) : 남의 것을 침범하여 자기 것으로 삼는 것
謂之貪(위지탐) : 이것을 탐욕함이라 말합니다.
見過不更(견과불경) :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聞諫愈甚(문간유심) : 간하는 말을 들으면 그 나쁜 짓을 더 심하
게 하는 것
謂之很(위지흔) : 이것을 포악함이라 말합니다.
人同於己則可(인동어기칙가) : 남이 자기에게 찬성을 하면 괜찮
지만
不同於己(불동어기) : 자기에게 찬성을 하지 않으면
雖善不善(수선불선) : 비록 좋은 일이라도 좋지 않다 하는 것
謂之矜(위지긍) : 이것을 교만함이라 말합니다.
此四患也(차사환야) : 이상이 네 가지 환란입니다.
能去八疵(능거팔자) : 이 여덟 가지 흠을 버리고
無行四患(무행사환) : 네 가지 환란을 행하지 않아야
而始可敎已(이시가교이) : 비로소 가르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2.
孔子愀然而歎(공자초연이탄) : 공자는 슬픈 듯이 탄식하며
再拜而起曰(재배이기왈) :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丘再逐於魯(구재축어로) :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추방당하고,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겨 저를 죽이
려 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
었습니다.
丘不知所失(구부지소실) : 제가 잘못한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도
而離此四謗者何也(이리차사방자하야) : 이런 네 가지 고통을 겪
었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客悽然變容曰(객처연변용왈) : 어부는 슬픈 듯이 얼굴빛을 바꾸
면서 말했다.
甚矣子之難悟也(심의자지난오야) : “선생은 정말 깨우칠 줄을
모르시는군요.
人有畏影惡迹而去之走者(인유외영악적이거지주자) :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그것들로부터 달아
나려 했는데,
擧足愈數而迹愈多(거족유수이적유다) : 발을 빨리 움직일 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走愈疾而影不離身(주유질이영불리신) :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
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自以爲尙遲(자이위상지) :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느리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疾走不休(질주불휴) :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絶力而死(절력이사) : 결국에는 지쳐 죽고 말았다 합니다.
不知處陰以休影(불지처음이휴영) :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사
라지고,
處靜以息迹(처정이식적) :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愚亦甚矣(우역심의) : 어리석음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子審仁義之間(자심인의지간) : 그런데 선생은 어짊과 의로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있고,
察同異之際(찰동이지제) : 사리가 같고 다른 한계를 잘 살피고
있고,
觀動靜之變(관동정지변) : 움직이고 고요히 있는 변화를 잘 관찰
하고 있고,
適受與之度(적수여지도) : 받고 주는 정도를 적절히 할 줄 알고,
理好惡之情(리호오지정) :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고,
和喜怒之節(화희노지절) : 기쁨과 노여움의 절도를 조화시킬 줄
알지만
而幾於不免矣(이기어불면의) :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謹修而身(근수이신) : 자기 몸을 삼가 닦고
愼守其眞(신수기진) :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還以物與人(환이물여인) : 명예 같은 외물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則無所累矣(칙무소루의) : 아무런 환란도 없을 것입니다.
今不修之身而求之人(금불수지신이구지인) : 지금 몸을 닦지 않고
서 남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으니
不亦外乎(불역외호) : 이것은 또한 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
습니까?”
孔子愀然曰(공자초연왈) : 공자가 슬픈 듯이 말했다.
請問何謂眞(청문하위진) : “어떤 것을 진실함이라 하는 것입니
까?”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眞者(진자) : “진실한 것이란
精誠之至也(정성지지야) : 정성이 지극한 것입니다.
不精不誠(부정불성) : 정성 되지 못하면
不能動人(불능동인) : 남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故强哭者雖悲不哀(고강곡자수비불애) :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사람은 비록 슬픈 척 해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强怒者雖嚴不威(강노자수엄불위) : 억지로 화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엄하게 굴어도 위압을 주지 못합니다.
强親者雖笑不和(강친자수소불화) : 억지로 친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웃는다 해도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眞悲無聲而哀(진비무성이애) : 진실로 슬픈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眞怒未發而威(진노미발이위) : 진실로 노한 사람은 성내지 않아
도 위압이 느껴집니다.
眞親未笑而和(진친미소이화) : 진실로 친한 사람은 웃지 않아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眞在內者(진재내자) : 진실함이 속마음에 있는 사람은
神動於外(신동어외) : 정신이 밖으로 발동됩니다.
是所以貴眞也(시소이귀진야) : 이것이 진실함이 귀중한 까닭입니
다.
其用於人理也(기용어인리야) : 그것을 인간 생활의 원리에 적용
시키면
事親則慈孝(사친칙자효) :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는 자애롭고 효
성스럽게 되며,
事君則忠貞(사군칙충정) :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충성스럽고
곧게 되며,
飮酒則歡樂(음주칙환락) : 술을 마심에 있어서는 기쁘고 즐겁게
되며,
處喪則悲哀(처상칙비애) : 상을 당하면 슬프고 애통하게 됩니다.
忠貞以功爲主(충정이공위주) : 충성스럽고 곧은 것은 공로가 위
주가 되며,
飮酒以樂爲主(음주이락위주) : 술을 마시는 것은 즐거움이 위주
가 되며,
處喪以哀爲主(처상이애위주) : 상을 치르는 것은 슬픔이 위주가
되며,
事親以適爲主(사친이적위주) : 부모님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 마
음에 드는 것이 위주가 됩니다.
功成之美(공성지미) : 일의 공로를 훌륭하게 이룩하는 데 있어서
는
無一其迹矣(무일기적의) : 그 방법이 일정해서는 안됩니다.
事親以適(사친이적) : 부모님을 섬기어 마음에 들도록 해드리는
데에 있어서는
不論所以矣(불론소이의) : 방법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飮酒以樂(음주이락) : 술을 마심으로써 즐기는 데 있어서는
不選其具矣(불선기구의) : 술잔을 이것저것 고를 것이 없습니다.
處喪以哀(처상이애) : 상을 당하여 슬퍼함에 있어서는
無問其禮矣(무문기례의) : 예의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禮者(예자) : 예의라는 것은
世俗之所爲也(세속지소위야) : 세속적인 행동의 기준입니다.
眞者(진자) : 진실함이란 것은
所以受於天也(소이수어천야) : 하늘로부터 타고난 바로 그것입니
다.
自然不可易也(자연불가역야) : 그런 자연은 변경시킬 수 없는 것
입니다.
故聖人法天貴眞(고성인법천귀진) :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도
로 삼고 진실함을 귀중히 여기며
不拘於俗(불구어속) : 세속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愚者反此(우자반차) :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不能法天而恤於人(불능법천이휼어인) : 하늘을 법도로 삼지 못하
고 사람의 일에 얽매여 고생을 합니다.
不知貴眞(부지귀진) : 진실함을 귀중히 할 줄 모르고
祿祿而受變於俗(록록이수변어속) : 세상일에 따라 세속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故不足(고부족) : 언제나 만족하지 못합니다.
惜哉(석재) : 안타깝도다
子之蚤湛於人僞(자지조담어인위) : 선생이 일찍이 인위적인 학문
에 빠져
而晩聞大道也(이만문대도야) : 위대한 도에 대해 늦게 듣게 된
것이.”
孔子又再拜而起曰(공자우재배이기왈) : 공자가 다시 두 번 절하
고 일어나 말했다.
今者丘得遇也(금자구득우야) : “지금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若天幸然(약천행연) :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先生不羞而比之服役(선생불수이비지복역) : 선생님께서는 부끄럽
게 여기지 않으시고 제자처럼 대하시며
而身敎之(이신교지) :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敢問舍所在(감문사소재) : 선생님은 댁이 어디십니까.
請因受業而卒學大道(청인수업이졸학대도) : 선생님을 따라가 학
업을 닦아 위대한 도를 완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吾聞之(오문지) : “내가 듣기에
可與往者與之(가여왕자여지) : 함께 갈 만한 사람과는 어울려
至於妙道(지어묘도) : 오묘한 도에 이르도록 가도 되지만,
不可與往者(불가여왕자) : 함께 갈 수 없는 자는
不知其道(부지기도) : 그런 도를 알지 못하고 있으므로
愼勿與之(신물여지) : 함께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身乃無咎(신내무구) : 그래야 몸에 아무런 재난이 없게 될 것입
니다.
子勉之(자면지) : 더 노력하십시오.
吾去子矣(오거자의) : 나는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吾去子矣(오거자의) : 이만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乃刺船而去延緣葦間(내자선이거연연위간) : 그리고는 삿대질하여
배를 물에 띄우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졌다.
顔淵還車(안연환거) : 안회가 수레를 돌리고
子路授綏(자로수수) : 자로는 손잡이 줄을 공자에게 주었으나,
孔子不顧(공자불고) : 공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待水波定(대수파정) : 떠난 배가 남긴 물결이 잠잠해지고
不聞拏音而後敢乘(불문나음이후감승) : 삿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야 수레에 올랐다.
子路旁車而問曰(자로방거이문왈) : 자로가 수레에 다가서면서 물
었다.
由得爲役久矣(유득위역구의) : “제가 선생님을 모신지 오래 되
었습니다만
未嘗見夫子遇人如此其威也(미상견부자우인여차기위야) : 선생님
께서 사람을 만나 오늘처럼 상대방을 존경하는 일은 보지 못했습
니다.
萬乘之主(만승지주) : 만승의 천자나,
千乘之君(천승지군) : 천승의 제후들도
見夫子未嘗不分庭伉禮(견부자미상불분정항례) : 선생님을 만날
때는 언제나 뜰에 자리를 함께 마련하고 대등한 예로 대했습니다
.
夫子猶有倨傲之容(부자유유거오지용) : 선생님은 그래도 오만한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今漁父杖拏逆立(금어부장나역립) : 지금 어부는 삿대를 짚은 채
마주 서 있는데도
而夫子曲要磬折(이부자곡요경절) :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몸을 꺾으며
言拜而應(언배이응) : 두 번 절하고서야 대답을 하셨습니다.
得無太甚乎(득무태심호) :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門人皆怪夫子矣(문인개괴부자의) : 저희들은 선생님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漁人何以得此乎(어인하이득차호) : 어부에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伏軾而歎曰(공자복식이탄왈) : 공자는 수레 앞턱 나무에 엎
드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甚矣由之難化也(심의유지난화야) : “자로를 깨우쳐 주기는 참
어렵구나.
湛於禮義有間矣(담어례의유간의) : 예의에 몰두한 지 오래 되었
는데도
而樸鄙之心至今未去(이박비지심지금미거) : 비루한 마음이 아직
도 다 없어지지 않고 있구나
進吾語汝(진오어여) : 내게로 다가오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리라
夫遇長不敬(부우장불경) : 어른을 만나서 공경하지 않는 것은
失禮也(실례야) : 실례다.
見賢不尊(견현불존) : 현명한 이를 보고도 존경하지 않는 것은
不仁也(불인야) : 어짊이 아니다.
彼非至人(피비지인) : 그가 지극히 어진 이가 아니라면
不能下人(불능하인) : 남을 굴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下人不精(하인불정) : 남을 굴복시킨다 해도 정성 되지 않았다면
不得其眞(부득기진) : 그의 진실함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故長傷身(고장상신) : 러므로 언제나 자신을 손상케 되는 것이다
.
惜哉(석재) : 애석하구나
不仁之於人也(불인지어인야) : 사람에게 있어 어질지 못한 것처
럼
禍莫大焉(화막대언) : 화가 크게 미치는 것이 없는데도
而由獨擅之(이유독천지) : 자로는 홀로 멋대로 행동하는구나.
且道者(차도자) : 또한 도는
萬物之所由也(만물지소유야) : 만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庶物失之者死(서물실지자사) : 모든 물건이 이것을 잃으면 죽고,
得之者生(득지자생) : 이것을 얻으면 산다.
爲事逆之則敗(위사역지칙패) : 일을 함에 있어서는 이것을 거스
르면 실패를 하고,
順之則成(순지칙성) : 이것에 순응하면 성공을 한다.
故道之所在(고도지소재) : 그러므로 도의 존재에 대하여는
聖人尊之(성인존지) : 성인들도 존중하는 것이다.
今漁父之於道(금어부지어도) : 저 어부도 도에 있어서는
可謂有矣(가위유의) : 터득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吾敢不敬乎(오감불경호) : 그런데 내가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列禦寇
1.
列禦寇之齊(열어구지제) : 열어구가 제나라로 가다 말고
中道而反(중도이반) : 돌아오는 길에
遇伯昏瞀人(우백혼무인) : 백혼무인을 만났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奚方而反(해방이반) : “어째서 되돌아왔느냐?”
曰吾驚焉(왈오경언) : 열어구가 이르기를,“놀랐기 때문입니다.
”
曰惡乎驚(왈악호경) : 백혼무인이 이르기를, “어째서 놀랐느냐?
”
曰吾嘗食於十(왈오상식어십) : 열어구가 이르기를, “가는 길에
열 집 정도의 주막에서 식사를 했는데,
而五?先饋(而五?선궤) : 다섯 집이 제가 돈을 주기도 전에 먼저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若是(약시) : “그 정도의 일로
則汝何爲驚已(칙여하위경이) : 당신은 어찌 놀랐단 말인가?”
曰夫內誠不解(왈부내성불해) : “그것은 저의 속마음의 정성됨이
아직 덜 풀려
形諜成光(형첩성광) : 외형으로 그것이 드러나 빛을 이룸으로써
以外鎭人心(이외진인심) : 밖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압했기 때
문입니다.
使人輕乎貴老(사인경호귀로) : 사람들로 하여금 저보다도 노인을
가볍게 여기게 하고 공경하지 않게 한 것이니,
而?其所患(而?기소환) : 제 자신의 환란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
인 것입니다.
夫?人特爲食羹之貨(夫?인특위식갱지화) : 특히 주막의 주인이란
다만 음식을 팔아
無多餘之贏(무다여지영) :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들이며,
其爲利也薄(기위리야박) : 그 이익 또한 보잘 것 없고
其爲權也輕(기위권야경) : 권한도 작습니다.
而猶若是(이유약시) : 그런데도 저를 그처럼 대했으니
而況於萬乘之主乎(이황어만승지주호) : 하물며 만승의 군주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身勞於國而知盡於事(신로어국이지진어사) : 그의 몸은 나라를 위
해 애쓰고 있고, 정신은 정사를 처리하는 데 다 쓰고 있습니다.
彼將任我以事而效我以功(피장임아이사이효아이공) : 아마 제가
가면, 그는 제게 나라 일을 맡기어 공을 세우기를 바랄 것입니다
.
吾是以驚(오시이경) : 그래서 놀랐다는 것입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善哉觀乎(선재관호) : “네 생각이 기특하구나.
汝處已(여처이) : 그러나 네가 그처럼 처신하면,
人將保女矣(인장보여의) : 사람들이 너를 따르게 될 것이다.”
無幾何而往(무기하이왕) : 얼마 뒤에 백혼무인이 열자에게 가보
니
則戶外之屨滿矣(칙호외지구만의) : 문밖에 신이 가득했다.
伯昏瞀人北面而立(백혼무인북면이립) : 백혼무인은 북쪽을 향해
서서
敦杖蹙之乎頤(돈장축지호이) : 지팡이에 턱을 괴고
立有間(립유간) : 그 사이에 한참을 서 있다가
不言而出(불언이출) :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賓者以告列子(빈자이고열자) : 문지기가 그 사실을 열자에게 전
하자,
列子提屨(열자제구) : 열자는 신을 든 채
跣而走(선이주) : 맨발로 뛰어
玂乎門(기호문) : 문간까지 나왔다.
曰先生旣來(왈선생기래) : 열자가 이르기를, “선생님께서는 모
처럼 만에 오셔서
曾不發藥乎(증불발약호) : 도움이 될 만한 가르침도 주지 않으시
고 가시려고 하십니까?”
曰已矣(왈이의) : 백혼무인이 말하기를, “그만두어라.
吾固告汝曰人將保汝(오고고여왈인장보여) : 내가 이미 네게 세상
사람들이 너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건만,
果保汝矣(과보여의) : 역시 너를 따르고 있구나.
非汝能使人保汝(비여능사인보여) : 네가 사람들이 따르게 한 것
이 아니라,
而汝不能使人無保汝也(이여불능사인무보여야) : 네가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지 않게 못한 것이다.
而焉用之(이언용지) : 그런데 무엇을 가르치겠느냐?
感豫出異也(감예출이야) : 남을 감동시키고 기쁘게 만드는 것은
뭔가 남과 다른 특이한 점을 겉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必且有感搖而本才(필차유감요이본재) : 남을 감동시키려면 자기
의 본성을 뒤흔들어야 할 것이니,
又無謂也(우무위야) : 그것 또한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與汝遊者又莫汝告也(여여유자우막여고야) : 너와 어울리는 자들
은 네게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못할 것이다.
彼所小言(피소소언) : 그들이 내뱉는 쓸모 없는 말들은
盡人毒也(진인독야) : 모두 사람들에게 해독을 끼칠 뿐이다.
莫覺莫悟(막각막오) : 남을 깨우쳐 주지도 못하고 스스로 깨닫지
도 못하는 자들과
何相孰也(하상숙야) : 어찌 친할 자가 누구이겠는가?
巧者勞而知者憂(교자로이지자우) : 기교가 많은 자는 수고로울
것이며, 아는 것이 많은 자는 걱정이 많은 법이다.
無能者無所求(무능자무소구) : 능력이 없는 자는 오히려 추구하
는 것이 없을 것이니,
飽食而敖遊(포식이오유) : 배불리 먹고 유유히 노닐다가
汎若不繫之舟(범약불계지주) : 매어 있지 않은 배처럼 두둥실 떠
다니고
虛而敖遊者也(허이오유자야) : 마음을 텅 비워 무심히 소요하게
될 것이다.”
2.
鄭人緩也呻吟於裘氏之地(정인완야신음어구씨지지) : 정나라 사람
완이 구씨라는 땅에서 책을 읽어
祇三年而緩爲儒(기삼년이완위유) : 삼 년이 지나자 유자(儒者)가
되었다.
河潤九里(하윤구리) : 황하가 물가 9리의 땅을 적셔 주듯
澤及三族(택급삼족) : 그의 공부한 은택에 삼족에 영향이 미쳤다
.
使其弟墨(사기제묵) : 그리고 그의 아우를 묵자(墨者)로 만들어
儒墨相與辯(유묵상여변) : 유가와 묵가가 서로 토론을 벌였다.
其父助翟(기부조적) : 그의 아버지가 묵가의 편을 들자
十年而緩自殺(십년이완자살) : 십 년 만에 완은 자살하고 말았다
.
其父夢之曰(기부몽지왈) : 그의 아버지 꿈에 그가 나타나서 말했
다.
使而子爲墨者予也(사이자위묵자여야) : “아버님의 자식을 묵자
로 만든 것은 저였습니다.
闔嘗視其良(합상시기량) : 그런데 어째서 시험아라도 내 무덤을
돌아보지 않습니까
旣爲秋柏之實矣(기위추백지실의) : 내 무덤 가에 심은 잣나무는
벌서 열매가 열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夫造物者之報人也(부조물자지보인야) : 조물주가 사람들에게 보
답할 때는
不報其人(불보기인) : 그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고,
而報其人之天(이보기인지천) : 그 사람의 천성에 보답하는 것이
다.
彼故使彼(피고사피) : 그는 그 때문에 묵자를 묵가가 되게 시켰
던 것이다
夫人以己爲有以異於人以賤其親(부인이기위유이이어인이천기친) :
그러나 그는 자기가 동생에게 한 일이 남보다 달랐다고 해서 자
기 부모까지 업신여기고 있었다.
齊人之井飮者相捽也(제인지정음자상졸야) : 제나라 사람이 우물을
가지고 서로 다투는 것과 같다.
故曰今之世皆緩也(고왈금지세개완야) : 그러므로 지금 세상 사람
들은 모두가 이 완과 같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自是(자시) : 그래서
有德者以不知也(유덕자이불지야) : 스스로 덕을 지니고 있는 사
람은 자기가 덕을 지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而況有道者乎(이황유도자호) : 하물며 도를 터득한 사람이야 어
떻겠는가?
古者謂之遁天之刑(고자위지둔천지형) : 옛날에는 자연의 공로는
잊고 자기 능력만을 믿는 것을 <자연으로부터 도망쳐 형벌>이라
했다.
聖人安其所安(성인안기소안) : 성인은 그가 편안히 지낼 곳에 편
안히 지내며,
不安其所不安(불안기소불안) : 편안치 않은 곳에는 편안치 않게
지내는 법이다.
衆人安其所不安(중인안기소불안) : 여러 사람들은 편안치 않은
곳에 편안히 지내고,
不安其所安(불안기소안) : 편안한 곳에서는 편안치 않게 지내려
하고 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知道易(지도이) : “도를 알기는 쉽지만,
勿言難(물언난) : 그것을 말하지 않기는 어렵다.
知而不言(지이불언) :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所以之天也(소이지천야) : 자연으로 나가는 방법이다.
知而言之(지이언지) :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所以之人也(소이지인야) : 인위로 나가는 근거가 된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 사람들은 자연스러웠고
天而不人(천이불인) : 인위적이지는 않았었다.”
3.
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주평만학도룡어지리익) : 주평만은 용 잡
는 방법을 지리익에게 배웠는데,
單千金之家(단천금지가) : 수업료로 천금이 나가는 집을 팔아 바
쳤다.
三年技成而無所用其巧(삼년기성이무소용기교) : 삼년 동안에 그
기술을 이루었으나 그 기술은 쓸 곳이 없었다
聖人以必不必(성인이필불필) : 성인은 꼭 그런 것도 꼭 그렇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故無兵(고무병) : 그러므로 마음에 투기가 없다.
衆人以不必必之(중인이불필필지) : 보통 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
은 것도 꼭 그렇다고 고집한다.
故多兵(고다병) : 그래서 마음에 살기가 많은 것이다.
順於兵(순어병) : 마음의 살기를 따르기 때문에
故行有求(고행유구) : 그들의 행동에는 추구하는 것이 있게 된다
.
兵恃之則亡(병시지칙망) : 이런 살기에 의지하여 행동하면 멸망
하게 되는 것이다.
小夫之知(소부지지) : 소인의 지혜는
不離苞苴竿牘(불리포저간독) : 선물을 주고받고, 편지를 주고받
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敝精神乎蹇淺(폐정신호건천) : 그래서 보잘것 없는 일에 정신을
괴롭한다
而欲兼濟道物(이욕겸제도물) : 그러면서도 도와 세상 일을 겸해
닦아서
太一形虛(태일형허) : 탱일 형허한 도의 근본을 끼치고자 한다
若是者(약시자) : 이러한 사람은
迷惑於宇宙(미혹어우주) : 지혜는 우주의 진리에 미혹하고
形累不知太初(형루부지태초) : 몸은 세상 사물에 얽매여 태초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彼至人者(피지인자) : 지인(至人)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歸精神乎無始(귀정신호무시) : 정신을 시작도 없는 허무한 상태
로 귀착시키고,
而甘冥乎無何有之鄕(이감명호무하유지향) : 아무것도 없는 자유
로운 고장에서 단잠을 자며,
水流乎無形(수류호무형) : 아무런 물건에도 구애됨이 없이 물처
럼 흐르며,
發泄乎太淸(발설호태청) : 태청의 텅 비고 밝은 경지로 나가는
것이다.
悲哉乎(비재호) : 슬프다,
汝爲知在毫毛(여위지재호모) : 그들은 털끝 만한 지식을 갖고 있
으면서
而不知大寧(이부지대녕) : 크게 안정된 경지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
宋人有曹商者(송인유조상자) : 송나라 사람 중에 조상이란 사람
이 있었는데,
爲宋王使秦(위송왕사진) : 송나라 임금의 사신으로 진나라에 갔
다.
其往也(기왕야) : 갈 때는
得車數乘(득거수승) : 수레 몇 채가 주어졌었는데,
王說之(왕열지) : 진나라 임금이 그를 좋아해
益車百乘(익거백승) : 백 채의 수레를 더 보태어 주었다.
反語宋(반어송) : 그는 송나라로 돌아와서
見莊子曰(견장자왈) : 장자를 만나 말했다.
夫處窮閭陋巷(부처궁려루항) : “옹색한 골목의 궁한 집에 살면
서,
困窘織屨(곤군직구) : 가난하여 짚신이나 신고,
槁項黃馘者(고항황괵자) : 깡마르고 부황난 얼굴로 지내는 것을
商之所短也(상지소단야) : 저는 잘하지 못합니다.
一悟萬乘之主(일오만승지주) : 그러나 단번에 만 승의 천자를 깨
우치고
而從車百乘者(이종거백승자) : 백 채의 수레를 뒤따르게 하는 일
은
商之所長也(상지소장야) :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秦王有病召醫(진왕유병소의) : “진나라 임금이 병이 나서 의원
을 불렀습니다.
破癰潰痤者得車一乘(파옹궤좌자득거일승) :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 주는 자에게는 수레 한 채를 주었습니다.
舐痔者得車五乘(지치자득거오승) : 고름을 빠는 자에게는 수레
다섯 채를 주었습니다.
所治愈下(소치유하) : 그리고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得車愈多(득거유다) : 내려지는 수레는 더욱 많았습니다.
子豈治其痔邪(자기치기치사) : 당신은 어떻게 그의 치질을 고쳐
주었습니까?
何得車之多也(하득거지다야) : 어찌 그토록 많은 수레를 받았습
니까?
子行矣(자행의) : 그만 돌아가십시오.”
5.
魯哀公問乎顔闔曰(로애공문호안합왈) :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吾以仲尼爲貞幹(오이중니위정간) : “공자를 대신으로 삼고자 하
는데
國其有瘳乎(국기유추호) : 그러면 나라가 다스려지겠습니까?”
曰殆哉急乎(왈태재급호) : 안합이 말하기를, “위태롭고 위험한
일입니다.
仲尼方且飾羽而畵(중니방차식우이화) : 공자는 지금 새의 깃으로
장식을 하고도 채색을 더 하는 짓을 하고 있고,
從事華辭(종사화사) : 화려한 말을 늘어놓는 일을 하고 있으며,
以支爲旨(이지위지) : 지엽적인 것들로 중요한 것으로 삼고 있습
니다.
忍性以視民(인성이시민) : 사람의 본성을 고치어 백성에게 보이
어 따르게 하고자 하지만
而不知不信(이불지불신) : 백성들이 그것을 믿어 주지 않는 것조
차 모르는 것입니다
受乎心(수호심) : 또 그는 자기의 사심으로 받은 것을 옳다고 하
고
宰乎神(재호신) : 하늘이 주는 정신마저 그르다고 하는 사람이니
夫何足以上民(부하족이상민) : 그가 어떻게 백성들의 위에 설
수가 있겠습니까
彼宜女與(피의여여) : 그는 과연 당신의 뜻에 맞습니까
予頤與(여이여) : 백성을 그에게 맡겨 지르게 하렵니까
誤而可矣(오이가의) : 잘 모르고 쓴다면 그뿐이지마는
今使民離實學僞(금사민리실학위) : 지금 백성들에게 사실을 떠나
거짓됨을 배우게 한다면,
非所以視民也(비소이시민야) : 백성들을 가르치는 방법이 못되는
것입니다.
爲後世慮(위후세려) : 후세를 위해 생각하신다면
不若休之(불약휴지) :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難治也(난치야) : 다스리기는 어렵습니다.”
6.
施于人而不忘(시우인이불망) :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잊지
않는다.
非天布也(비천포야) : 그러나 하늘이 은혜와 혜택을 베푸는 것은
이와 다르다.
商賈不齒(상고불치) : 장사꾼은 도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
雖以事齒之(수이사치지) : 비록 일 때문에 도에 대해 관여한다
해도
神者弗齒(신자불치) : 정신은 도와 함께 있지 않은 것이다
7.
爲外刑者(위외형자) : 사람이 밖으로부터 받는 형벌은
金與木也(금여목야) : 쇠와 나무로 만든 형구에 의한 것이다.
爲內刑者(위내형자) : 그러나 사람이 안으로부터 받는 형벌은
動與過也(동여과야) : 마음의 동요와 지나침 때문이다.
宵人之離外刑者(소인지리외형자) : 소인으로서 밖으로부터 형벌
을 받는 자는
金木訊之(금목신지) : 쇠와 나무로 만든 형구에 의해 신문을 당
하지만,
離內刑者(리내형자) : 안으로부터의 형벌을 받는 사람은
陰陽食之(음양식지) : 음양의 두 기운의 부조화에 의해 잠식을
당한다.
夫免乎外內之刑者(부면호외내지형자) : 이런 안팎으로부터의 형
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唯眞人能之(유진인능지) : 오직 진인(眞人)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8.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凡人心險於山川(범인심험어산천) : “사람들의 마음이란 산천보
다도 험난해서
難於知天(난어지천) : 자연에 대해 알기보다 어렵다.
川猶有春秋冬夏旦暮之期(천유유춘추동하단모지기) : 자연에는 봄
, 가을과 겨울, 여름 및 아침, 저녁의 일정한 시간의 변화가 있
다.
人者厚貌深情(인자후모심정) : 그러나 사람은 두터운 외모 속에
감정을 깊이 감추고 있다.
故有貌愿而益(고유모원이익) : 그르므로 외모는 성실한 듯 보이
면서도 마음은 교만한 자가 있고,
有長若不肖(유장약불초) : 외모는 잘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
은 못난 자가 있고,
有順懁而達(유순환이달) : 외모는 신중한 듯 하면서도 마음은 경
박한 자가 있고,
有堅而縵(유견이만) : 외모는 견실한 듯 하면서도 속은 유약한
자가 있고,
有緩而釬(유완이한) : 외모는 느릴 듯 하면서도 마음은 급한 자가
있다.
故其就義若渴者(고기취의약갈자) : 그러므로 목마른 듯이 의로움
으로 나가는 사람은
其去義若熱(기거의약열) : 뜨거운 것을 피하듯 의로움을 떠나기
도 하는 것이다.
故君子遠使之而觀其忠(고군자원사지이관기충) : 그러므로 군자는
멀리 놓고 부리면서 충성됨을 살피고,
近使之而觀其敬(근사지이관기경) : 가까이 놓고 부리면서 공경함
을 살피는 것이다.
煩使之而觀其能(번사지이관기능) : 그에게 번거로운 일을 시켜
능력을 살피고,
卒然問焉而觀其知(졸연문언이관기지) : 갑자기 질문함으로써 지
혜를 살피는 것이다.
急與之期而觀其信(급여지기이관기신) : 급작스럽게 약속을 함으
로써 신용을 살피고,
委之以財而觀其仁(위지이재이관기인) : 재물을 맡겨봄으로써 어
짊을 살피는 것이다.
告之以危而觀其節(고지이위이관기절) : 위태로움을 얘기해줌으로
써 절의를 살피고,
醉之以酒而觀其則(취지이주이관기칙) : 술로 취하게 함으로써 그
의 법도를 살피는 것이다.
雜之以處而觀其色(잡지이처이관기색) : 남녀가 섞여 지내게 함으
로써 호색함의 정도를 살피는 것이다.
九徵至(구징지) : 이 아홉 가지 시험을 다 마치면
不肖人得矣(불초인득의) : 못난 자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9.
正考父一命而僂(정고부일명이루) : 정고부는 사(士)에 임명되자
허리를 굽히고,
三命而俯(삼명이부) : 대부에 임명되자 온몸을 굽히고,
循牆而走(순장이주) : 경에 오르자 몸을 굽히고 담장 아래로 붙
어 걸어다녔다.
孰敢不軌(숙감불궤) : 이런 태도는 누구나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如而夫者(여이부자) : 보통 사람들을 보면
一命而呂鉅(일명이려거) : 사에 임명되면 몸을 뻣뻣이 거만한 태
도를 지니고,
再命而於車上儛(재명이어거상무) : 대부에 임명되면 수레 위에서
춤이라도 출 듯 멋대로 행동하고,
三命而名諸父(삼명이명제부) : 경에 임명되면 자기 아저씨들에게
까지 이름을 부를 정도가 된다.
孰協唐許(숙협당허) : 이들은 요임금이나 허유의 겸손한 태도에
합치될 수가 없는 것이다
賊莫大乎德有心(적막대호덕유심) : 사람을 해치는 일에 덕에 대
해 유위(有爲)한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而心有睫(이심유첩) : 그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及其有睫也而內視(급기유첩야이내시) :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
게 되면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한다.
內視而敗矣(내시이패의) :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을 하면 실패
하게 된다.
凶德有五(흉덕유오) : 좋지 않은 덕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中德爲首(중덕위수) : 중덕(中德)이 그 중에서도 첫째가는 것이
다.
何謂中德(하위중덕) : 무엇을 중덕이라 하는가?
中德也者(중덕야자) : 중덕이란 것은
有以自好也(유이자호야) : 자기 마음으로만 판단을 하여 좋아하
고,
而吡其所不爲者也(이필기소불위자야) :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
은 욕하는 것이다.
窮有八極(궁유팔극) : 궁하여 지는 데는 여덟 가지 법칙이 있고,
達有三必(달유삼필) : 뜻이 통하게 되는 데는 꼭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있으며,
形有六府(형유육부) : 육체에 화를 부르는 데에는 여섯 가지 조
건이 있다.
美髥長大壯麗勇敢(미염장대장려용감) : 아름답고, 멋진 수염이
났고, 키가 크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세고, 멋이 있고, 용기가
있고, 과감한
八者俱過人也(팔자구과인야) : 이 여덟 가지가 모두 남보다 뛰어
나면,
因以是窮(인이시궁) : 이것 때문에 궁해지는 것이다.
緣循偃佒(연순언앙) :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남을 따라 행동하고
,
困畏不若人(곤외불약인) : 곤경에 빠져 남만 못한 듯 두려워하는
것,
三者俱通達(삼자구통달) : 이 세 가지 것은 모두 사람을 통달하
게 하는 것이다.
智慧外通(지혜외통) : 지혜는 밖의 물건에만 통용되는 것이며,
勇動多怨(용동다원) :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은 많은 원망을 사
게 되며,
仁義多責(인의다책) : 어짊과 의로움을 내세우는 것은 많은 책망
을 듣게 된다.
達生之情者傀(달생지정자괴) : 삶의 실상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達於知者肖(달어지자초) : 지식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작아 보인
다.
達大命者隨(달대명자수) : 위대한 천명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자
연을 따라 자유롭다.
達小命者遭(달소명자조) : 자기의 작은 운명에만 통달해 있는 사
람은 운명에 기대를 건다
10.
人有見宋王者(인유견송왕자) : 어떤 사람이 송나라 임금을 만나
錫車十乘(석거십승) : 수레 열 채를 받았다.
以其十乘驕穉莊子(이기십승교치장자) : 그는 수레 열 채를 받은
것을 장자에게 자랑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河上有家貧恃緯蕭而食者(하상유가빈시위소이식자) : “황하가에
가난하게 사는 집이 있는데, 싸리로 삼태기를 짜서 생활하고 있
었습니다.
其子沒於淵(기자몰어연) : 그 집 아들이 하루는 깊은 물에 잠수
를 하여
得千金之珠(득천금지주) : 천금 가치의 진주를 얻었습니다.
其父謂其子曰(기부위기자왈) :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
取石來鍛之(취석래단지) : ‘돌을 가져다 깨뜨려버려라.
夫千金之珠(부천금지주) : 천금의 진주란
必在九重之淵(필재구중지연) : 반드시 깊은 물 속
而驪龍頷下(이려용함하) :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는 것이다.
子能得珠者(자능득주자) : 네가 그 진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용이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使驪龍而寤(사려용이오) : 만약 검은 용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았
다면
子尙奚微之有哉(자상해미지유재) : 네가 어떻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 나올 수 있었겠느냐?’
今宋國之深(금송국지심) : 지금 송나라의 알 수 없는 깊이는
非直九重之淵也(비직구중지연야) : 깊은 못물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고,
宋王之猛(송왕지맹) : 송나라 임금의 사나움은
非直驪龍也(비직려룡야) : 검은 용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子能得車者(자능득거자) : 당신이 수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그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
다.
使宋王而寤(사송왕이오) : 만일 송나라 임금이 깨어 있었다면
子爲?粉矣(자위?분의) : 당신은 가루가 되었을 것입니다.”
11.
或聘於莊子(혹빙어장자) : 어떤 사람이 장자를 모시려 하자,
莊子應其使曰(장자응기사왈) : 장자가 그의 사자에게 말했다.
子見夫犧牛乎(자견부희우호) : “당신은 제물로 쓰이는 소를 본
일이 있습니까?
衣以文繡(의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옷을 입고,
食以芻菽(식이추숙) : 좋은 풀과 콩을 먹으며 지내지만,
及其牽而入於大廟(급기견이입어대묘) : 그 소가 태묘로 끌려 들
어갈 때가 되면
雖欲爲孤犢(수욕위고독) : 비록 외로운 송아지가 되려 한다 해도
其可得乎(기가득호) : 될 수 있겠습니까?”
12,
莊子將死(장자장사) : 장자가 죽으려 하자,
弟子欲厚葬之(제자욕후장지) : 제자들이 장사를 성대히 지내려고
했다.
莊子曰(장자왈) :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吾以天地爲棺槨(오이천지위관곽) :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과 관
뚜껑으로 삼고,
以日月爲連璧(이일월위연벽) :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 장식으로
삼고,
星辰爲珠璣(성신위주기) : 별자리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삼고,
萬物爲齎送(만물위재송) :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으려 하니,
吾葬具豈不備邪(오장구기불비사) : 나의 장례 용품은 다 갖추어
진 것이 아니냐?
何以加此(하이가차) : 여기에 더 무엇을 보태려 하느냐?”
弟子曰(제자왈) : 제자들이 말했다.
吾恐烏鳶之食夫子也(오공오연지식부자야) :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뜯어먹을까 두렵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在上爲烏鳶食(재상위오연식) : “위쪽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
가 먹을 것이고,
在下爲螻蟻食(재하위루의식) : 아래쪽에 묻으면 개미들이 먹을
것이다.
奪彼與此(탈피여차) : 그것을 빼앗아 저 것들에게 주는 것이다.
何其偏也(하기편야) : 어째서 그리 편벽되게 생각을 하느냐?”
以不平平(이불평평) : 공평하지 못한 척도를 가지고 공평하게 하
려고 한다면
其平也不平(기평야불평) : 공평한 것조차도 공평하지 못하게 된
다.
以不徵徵(이불징징) : 올바로 감응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
고 사물에 감응하려 한다면,
其徵也不徵(기징야불징) : 올바로 감응 할 것조차도 제대로 감응
하지 않게 된다.
明者唯爲之使(명자유위지사) : 명철한 사람이란 오직 외물을 따
라 부림을 당하는 것이며,
神者徵之(신자징지) : 신령스러운 사람이란 외물을 따라 감응해
나가는 것이다.
夫明之不勝神也久矣(부명지불승신야구의) : 그러나 명철한 것이
신령스러운 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而愚者恃其所見入於人(이우자시기소견입어인) : 그런데도 어리석
은 자들은 그들이 본 것에 의지해 인위적인 일에 빠져들어 간다.
其功外也(기공외야) : 그들의 공로란 모두 외부적인 것들이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天下
1.
天下之治方術者多矣(천하지치방술자다의) : 천하에는 도술을 닦
는 사람들이 많다.
皆以其有爲不可加矣(개이기유위불가가의) : 그리고 자기가 닦은
것으로 그 위에 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古之所謂道術者(고지소위도술자) : 그러나 옛날의 도술이라는 것
은
果惡乎在(과악호재) :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가?
曰無乎不在(왈무호불재) :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
고 했다
曰神何由降(왈신하유강) : 이르기를, 그러면 신령함은 어디로부
터 내려왔으며,
明何由出(명하유출) : 명철함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가?
聖有所生(성유소생) : 성인도 생겨난 근원이 있고,
王有所成(왕유소성) : 왕도도 이루어진 근원이 있는데,
皆原於一(개원어일) : 모두가 한 가지 도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
이다
不離於宗(불리어종) : 대종(大宗)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天人(위지천인) : 천인(天人)이라 한다.
不離於精(불리어정) : 깨끗하고 순수함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神人(위지신인) : 신인(神人)이라 한다.
不離於眞(불리어진) : 참된 것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至人(위지지인) : 지인(至人)이라 한다.
以天爲宗(이천위종) : 하늘을 대종으로 삼고,
以德爲本(이덕위본) : 덕을 근본으로 삼고,
以道爲門(이도위문) : 도를 드나드는 문으로 삼고,
兆於變化(조어변화) : 모든 변화를 초월하는 사람을
謂之聖人(위지성인) : 성인(聖人)이라 한다.
以仁爲恩(이인위은) : 어짊을 은혜로운 것으로 삼고,
以義爲理(이의위리) : 의로움을 원리로 삼고,
以禮爲行(이례위행) : 예의를 행동 기준으로 삼고,
以樂爲和(이락위화) : 음악을 조화의 방법으로 삼고,
薰然慈仁(훈연자인) : 훈훈하게 자애로운 사람을
謂之君子(위지군자) : 군자(君子)라 한다.
以法爲分(이법위분) : 법으로 분계(分界)를 삼고
以名爲表(이명위표) : 명분으로 의표(儀表)를 삼고,
以參爲驗(이삼위험) : 여러 가지 일을 참고하는 것으로 징험을
삼고,
以稽爲決(이계위결) : 고찰하는 것으로 시비의 판단을 내려
其數一二三四是也(기수일이삼사시야) : 그 방법이 숫자를 하나,
둘, 셋, 넷과 같은 것이다
百官以此相齒(백관이차상치) : 그래서 모든 관리들은 이것으로
서로 직분을 지키는 것이다
以事爲常(이사위상) : 백성들은 농사로써 직업을 삼고
以衣食爲主(이의식위주) : 옷과 밥으로써 주장을 삼으며
以蕃息畜藏爲意(이번식축장위의) : 집 안에는 가축을 기르고 창
고에는 재물을 저축하며
老弱孤寡皆有以養(노약고과개유이양) : 늙은 이나 병든 이나 고
아나 과부에는 특히 마음을 쓰니
民之理也(민지리야) : 이것은 다 백성을 기르는 이치에 맞는 것
이다
古之人其備乎(고지인기비호) : 옛 사람들은 본성을 완전하게 갖
추고 있어서,
配神明(배신명) : 그들은 신명(神明)에 합치되고,
醇天地(순천지) : 하늘과 땅에 어울려
育萬物(육만물) : 만물을 생육시키고,
和天下(화천하) : 세상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여
澤及百姓(택급백성) : 은택이 온 백성들에게 미쳤다.
明於本數(명어본수) : 그들은 근본적인 원리에도 밝았지만,
係於末度(계어말도) : 말단적인 법도도 잘 적용시켰다.
六通四辟(육통사벽) : 그들의 도는 천지사방으로 통하여
小大精粗(소대정조) : 크고 작고 가늘고 굵은
其運無乎不在(기운무호부재) : 모든 사물의 운행에 도가 적용되
지 않는 것이 없었다.
其明而在數度者(기명이재수도자) : 그것이 분명히 원리와 법도로
서 나타나 있는 것은
舊法世傳之史(구법세전지사) : 옛날의 법이나 세상에 전해지는
역사서 들에
尙多有之(상다유지) : 아직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
其在於詩書禮樂者(기재어시서예악자) : 그리고 그것이 시경, 서
경, 예경, 악경 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은
鄒魯之士搢紳先生(추노지사진신선생) : 추땅과 노나라의 선비들
과 유학자들이
多能明之(다능명지) : 많이들 밝혀 놓고 있다.
詩以道志(시이도지) : 시경은 사람들의 뜻을 서술한 것이고,
書以道事(서이도사) : 서경은 사건들을 서술한 것이며,
禮以道行(예이도행) : 예경은 행동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樂以道和(악이도화) : 악경은 조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易以道陰陽(역이도음양) : 역경은 음양의 변화에 대해 서술한 것
이고,
春秋以道名分(춘추이도명분) : 춘추는 명분에 대해 서술한 것이
다.
其數散於天下(기수산어천하) : 그들의 법도가 온 천하에 흩어져
而設於中國者(이설어중국자) : 중국에 유행하게 된 것을 보면
百家之學時或稱而道之(백가지학시혹칭이도지) : 백가(百家)들의
학문 중에서 간혹 그들을 칭찬하고 따르기도 한다.
天下大亂(천하대란) :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賢聖不明(현성불명) : 성현들이 밝게 드러나지 않고
道德不一(도덕불일) : 도덕이 통일되지 않게 되었다.
天下多得一察焉以自好(천하다득일찰언이자호) : 세상 사람들이
견해 하나를 더 많이 터득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譬如耳目口鼻(비여이목구비) : 예를 들면 귀와 눈과 코와 입은
皆有所明(개유소명) : 제각기 분명한 기능이 있지만
不能相通(불능상통) : 그것이 서로 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猶百家衆技也(유백가중기야) : 이것은 마치 백가들의 여러 재주
와 같은 것이다.
皆有所長(개유소장) :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時有所用(시유소용) : 때로 쓰이는 데가 있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不該不徧(불해불편) : 그것들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없는
一曲之士也(일곡지사야) : 한 쪽 모퉁이로 치우쳐진 학문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判天地之美(판천지지미) : 그들은 하늘과 땅의 기능을 애써 구분
하고,
析萬物之理(석만물지리) : 만물의 이치를 일부러 분석하여,
察古人之全(찰고인지전) : 옛사람들의 완전함을 흐트려놓고 있다
.
寡能備於天地之美稱神明之容(과능비어천지지미칭신명지용) : 따
라서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완비하고 신명스런 모습에 어울리
기는 힘든 일이다.
是故內聖外王之道(시고내성외왕지도) : 그러므로 내성(內聖)과
외왕(外王)의 도가
闇而不明(암이불명) : 캄캄하게 되어 밝혀지지 않고
鬱而不發(울이불발) : 엉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天下之人各爲其所欲焉以自爲方(천하지인각위기소욕언이자위방) :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바라는 것을 닦아서 스스로
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悲夫(비부) : 슬프다!
百家往而不反(백가왕이불반) : 백가의 여러 학자들은 자기들 생
각대로만 달려나가면서 근본으로 되돌아올 줄 모르고 있으니,
必不合矣(필불합의) : 절대로 그들은 도에 합치되지 못할 것이다
.
後世之學者(후세지학자) : 후세의 학자들은
不幸不見天地之純(불행불견천지지순) : 불행히도 하늘과 땅의 순
수함이나
古人之大體(고인지대체) : 옛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
하고 있으니,
道術將爲天下裂(도술장위천하열) : 올바른 도술은 세상의 학자들
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2.
不侈於後世(불치어후세) : 후세에 사치하지 않게 하고,
不靡於萬物(불미어만물) : 만물을 꾸며대지 않게 하고,
不暉於數度(불휘어수도) : 법도를 밝히지 않고,
以繩墨自矯(이승묵자교) : 어짊과 의로움의 제도로 스스로를 격
려하며,
而備世之急(이비세지급) : 재물을 저축하여 세상의 환란에 대비
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경향을 띤 사람들이 있었다.
墨翟禽滑釐聞其風而說之(묵적금활리문기풍이열지) : 묵적과 금활
리는 그런 가르침을 듣고서 기뻐했다.
爲之大過(위지대과) : 그러나 그것을 행함에 있어서 너무나 지나
쳤고,
已之大循(이지대순) : 자기 위주로 지나치게 행동했다.
作爲非樂(작위비락) : 그는 음악을 부정하는 이론을 세우고,
命之曰節用(명지왈절용) : 거기에 절용(節用)이라는 명분을 내세
웠다.
生不歌(생불가) : 살아서는 노래하지 않고,
死無服(사무복) : 죽어도 상복도 입지 않았다.
墨者氾愛兼利而非?(묵자범애겸리이비?) : 묵자는 사람들을 평등
하게 사랑하고 다 같이 이롭게 해주어야 하며, 싸워서는 안 된다
고 주장했다.
其道不怒(기도불노) : 그의 도는 노여워하지 않고,
又好學而博(우호학이박) : 또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며,
不異(불이) : 남과의 구별을 부정했다.
不與先王同(불여선왕동) : 그러나 이것은 옛 임금들의 법도와는
다른 것이다.
毁古之禮樂(훼고지례락) : 그리고 옛날의 예의와 음악을 파괴하
는 것이다.
黃帝有咸池(황제유함지) : 황제에게는 함지라 하는 음악이 있었
고,
堯有大章(요유대장) : 요임금에게는 대장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舜有大韶(순유대소) : 순임금에게는 대소라는 음악이 있었고,
禹有大夏(우유대하) : 우임금에게는 대하라는 음악이 있었고,
湯有大濩(탕유대호) : 탕임금에게는 대호라는 음악이 있었고,
文王有辟雍之樂(문왕유벽옹지락) : 문왕에게는 벽옹이라는 음악
이 있었고,
武王周公作武(무왕주공작무) : 무왕과 주공은 무라는 음악을 만
들었다.
古之喪禮(고지상례) : 옛날의 상례는
貴賤有儀(귀천유의) : 귀천에 따라 의식이 달랐고,
上下有等(상하유등) : 위아래 신분에 따른 등급이 있었다.
天子棺槨七重(천자관곽칠중) : 천자는 관을 일곱 겹으로 하였고,
諸侯五重(제후오중) : 제후는 다섯 겹,
大夫三重(대부삼중) : 대부는 세 겹,
士再重(사재중) : 사는 두 겹이었다.
今墨子獨生不歌(금묵자독생불가) : 지금 묵자 만이 살아서 노래
하지 않고,
死不服(사불복) :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않는 것이다.
桐棺三寸而無槨(동관삼촌이무곽) : 그들은 삼촌 두께의 오동나무
관에 겉 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以爲法式(이위법식) : 법식으로 삼는다.
以此敎人(이차교인) :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恐不愛人(공불애인) : 아마도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며,
以此自行(이차자행) :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가 행동을 하다보면
固不愛己(고불애기) : 틀림없이 자신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
未敗墨子道(미패묵자도) : 묵자의 도를 일부러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歌而非歌(가이비가) : 노래를 해야 할 때도 노래하지 않고,
哭而非哭(곡이비곡) : 곡을 해야 할 때도 곡을 하지 않고,
樂而非樂(락이비락) : 즐겨야 할 때도 즐기지 않는다면
是果類乎(시과유호) : 이것을 과연 인정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其生也勤(기생야근) : 그들은 살아서는 열심히 일만 하고,
其死也薄(기사야박) : 죽어서는 박대를 받게 되니,
其道大?(기도대?) : 그들의 도란 너무 각박한 것이다.
使人憂(사인우) : 사람들에게 근심이나 하게 하고,
使人悲(사인비) : 사람들을 슬프게만 만드는 것이다.
其行難爲也(기행난위야) : 그리고 그것은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
이다.
恐其不可以爲聖人之道(공기불가이위성인지도) : 그것은 성인의
도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反天下之心(반천하지심) :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것이
므로
天下不堪(천하불감) : 세상 사람들은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墨子雖獨能任(묵자수독능임) : 묵자가 비록 홀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해도
奈天下何(내천하하) : 세상 사람들은 어찌 할 것인가?
離於天下(리어천하) : 온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其去王也遠矣(기거왕야원의) : 그것은 왕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墨子稱道曰(묵자칭도왈) : 묵자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
昔者禹之湮洪水(석자우지인홍수) : “옛날 우임금은 홍수를 막고
,
決江河而通四夷九州也(결강하이통사이구주야) : 장강과 황하의
물을 터 흐르게 하고, 사방의 오랑캐 땅과 온 나라에 교통이 서
로 통하게 했다.
名川三百(명천삼백) : 명산이 삼백 개였고,
支川三千(지천삼천) : 지류는 삼천 갈래였으니,
小者無數(소자무수) : 그밖에 작은 것들은 수도 없다.
禹親自操?耜(우친자조?사) : 우임금은 친히 삼태기와 가래를 들고
而九雜天下之川(이구잡천하지천) : 천하의 강물을 모아 바다로
흐르게 했다.
腓無胈(비무발) : 그 때문에 장딴지에는 살이 없었고,
脛無毛(경무모) : 정강이에는 털이 없었다.
沐甚雨(목심우) : 소나기에 목욕을 하고
櫛疾風(즐질풍) : 거센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置萬國(치만국) : 모든 나라들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禹大聖也(우대성야) : 우임금은 위대한 성인이었는데도,
而形勞天下也如此(이형로천하야여차) : 천하를 위해 이처럼 몸을
고단하게 했던 것이다.”
使後世之墨子(사후세지묵자) : 그리고는 후세의 묵가들에게
多以구褐爲衣(다이구갈위의) : 털가죽옷과 칡베옷을 입고
以기갹爲服(이기갹위복) : 나막신이나 짚신을 신고서,
日夜不休(일야불휴) :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고생시키는 것
을
以自苦爲極(이자고위극) : 법도로 삼게 했던 것이다.
曰不能如此(왈불능여차) : 그리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非禹之道也(비우지도야) : 우임금의 도가 아니니
不足謂墨(부족위묵) : 묵가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相里勤之弟子(상리근지제자) : 상리근의 제자들과
五侯之徒(오후지도) : 오후의 무리들과
南方之墨子苦獲(남방지묵자고획) : 남방의 묵가인 고획,
己齒(기치) : 기치,
鄧陵子之屬(등릉자지속) : 등릉자의 무리들은
俱誦墨經(구송묵경) : 모두 묵자의 경전을 잃고 외웠지만,
而倍譎不同(이배휼부동) : 서로 어긋나 주장이 같지 않고
相謂別墨(상위별묵) : 서로 묵자와 다르다고 공격을 했다.
以堅白同異之辯相訾(이견백동이지변상자) : 견백동이(堅白同異)
의 궤변으로 서로 욕하고,
以觭偶(이기우) : 혹은 남과 어울리기도 하고,
不仵之辭相應(불오지사상응) : 혹은 자기 홀로 이치에도 맞지 않
는 말로써 서로 대응했다.
以巨子爲聖人(이거자위성인) : 그리고 자기 파벌의 스승을 성인
이라 하며,
皆願爲之尸(개원위지시) : 모두가 묵자의 종주가 되어
冀得爲其後世(기득위기후세) : 후세에 묵가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상태가
至今不決(지금불결) :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墨翟(묵적) : 묵적과
禽滑釐之意則是(금활리지의칙시) : 금활리의 생각이 옳을지는 모
르지만
其行則非也(기행칙비야) : 그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將使後世之墨者(장사후세지묵자) : 후세의 묵가들로 하여금
必自苦以腓無胈脛無毛(필자고이비무발경무모) : 반드시 스스로를
괴롭힘으로써 넓적다리에는 살이 없고 정강이에는 털이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을 뿐인 것이다.
相進而已矣(상진이이의) :
亂之上也(란지상야) : 이것은 천하를 어지럽히는데는 최상이고
治之下也(치지하야) : 다스려지게 하는데는 최하인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墨子眞天下之好也(묵자진천하지호야) : 묵자는 진실로 천하를 사
랑하기는 했다.
將求之不得也(장구지부득야) : 올바른 도를 구하여 얻지 못한다
면
雖枯槁不舍也(수고고불사야) : 비록 몸이 깡마르게 되는 한이 있
다 해도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다.
才士也夫(재사야부) : 그가 재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3.
不累於俗(불루어속) : 세속적인 일에 방해받지 않고,
不飾於物(불식어물) : 물건을 장식하지 않고,
不苛於人(불가어인) : 남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고,
不忮於衆(불기어중) : 여러 사람들에게 거스르지 않는다.
願天下之安寧以活民命(원천하지안녕이활민명) : 천하가 안락하여
백성들이 잘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人我之養畢足而止(인아지양필족이지) :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들
의 의식이 풍족해져야만 만족한다.
以此白心(이차백심) : 이런 생각으로 자기의 마음을 깨끗이 하려
는 것이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 도술을 닦은 사
람들 중에 이런 경향을 지녔던 사람들이 있었다.
宋鈃尹文聞其風而悅之(송견윤문문기풍이열지) : 송견과 윤문이 이
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作爲華山之冠以自表(작위화산지관이자표) : 그들은 위아래가 평
평한 화산의 관을 만들어 씀으로써 자기들의 마음이 균등히 고름
을 표시했다.
接萬物以別宥(접만물이별유) : 그들은 만물을 놓고서 그것들의
한계를 구별하는 데서
爲始(위시) : 학문을 출발했다.
語心之容(어심지용) : 그리고 마음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命之曰心之行(명지왈심지행) : 이름을 붙여 마음의 덕이라 했다.
以聏合驩(이이합환) : 서로 친숙함으로써, 다 같이 기쁘게 함으로
써
以調海內(이조해내) : 온 세상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請欲置之以爲主(청욕치지이위주) : 그리고 정욕을 적게 갖는 것
을 중심사상으로 삼았다.
見侮不辱(견모불욕) :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救民之?(구민지?) : 백성들 사이의 싸움을 없애려 했다.
禁攻寢兵(금공침병) : 공격을 금하고 무기를 없앰으로써
救世之戰(구세지전) : 세상의 전쟁을 없애려 했다.
以此周行天下(이차주행천하) : 이러한 주장을 온 천하에 두루 유
행시키려고
上說下敎(상설하교) : 위로는 설교하고 아래로는 가르쳤다.
雖天下不取(수천하불취) : 비록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는 않
았지만,
强聒而不舍者也(강괄이불사자야) : 쉬지 않고 억지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것이다.
故曰上下見厭而强見也(고왈상하견염이강견야) : 그러므로 위아래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爲人太多(기위인태다) :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남을 위하며,
其自爲太少(기자위태소) : 자신을 위하려는 생각은 아주 적다.
曰請欲固置五升之飯足矣(왈청욕고치오승지반족의) : 그들이 말하
기를, “사람의 정욕이 줄기만 한다면 하루에 다섯 되의 밥만 먹
으면 만족할 것이다.
先生恐不得飽(선생공부득포) : 우리가 선생으로 받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하다.
弟子雖飢(제자수기) : 제자나 마찬가지인 나 자신은 비록 굶주리
는 한이 있더라도
不忘天下(불망천하) : 천하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日夜不休曰(일야불휴왈) : 그리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노력하며
말했다.
我必得活哉(아필득활재) : “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제대로 살리
려 한다.
圖傲乎救世之士哉(도오호구세지사재) :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
에게 세상 사람들이 오만하게 대하기야 하겠는가?”
曰君子不爲苛察(왈군자불위가찰) : 그리고 말하기를, “군자는
사물을 자세히 살펴 따져서는 안되며,
不以身假物(불이신가물) : 자신이 물건에 이끌려서도 안 된다.”
以爲無益於天下者(이위무익어천하자) : 그들은 천하에 이롭지도
않은 것을
明之不如己也(명지불여기야) : 자세히 밝히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以禁攻寢兵爲外(이금공침병위외) : 그들은 공격을 금하고 전쟁을
없애는 것으로써 외면을 삼고,
以情欲寡淺爲內(이정욕과천위내) : 정욕을 줄인다는 것으로써 내
면을 삼고 있다.
其小大精粗(기소대정조) : 그들 주장에는 작고 큰 것과 가늘고
굵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紀行適至是而止(기행적지시이지) : 그들의 행동은 결국 여기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4.
公而不黨(공이불당) : 공정하여 치우치지 않고
易而無私(이이무사) : 평이하므로 사심을 갖지 않고,
決然無主(결연무주) : 모든 관계를 끊고 주로 내세우는 것이 없
으며,
趣物而不兩(취물이불량) : 사물을 따르고 자기와 남의 구별을 두
지 않는다.
不顧於慮(불고어려) :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근심하려
하지 않고,
不謀於知(불모어지) : 지혜로써 계책을 쓰지 않는다.
於物無擇(어물무택) : 외물에 대해 자기 위주로 가리는 것이 없
으며,
與之俱往(여지구왕) : 외물과 어울려 함께 행동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입장을 견지한 사람이 있었다.
彭蒙田騈愼到聞其風而悅之(팽몽전병신도문기풍이열지) : 팽몽과
전변과 신도가 그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齊萬物以爲首曰(제만물이위수왈) : 그들은 만물은 모두 평등한
것임을 첫째로 내세우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天能覆之而不能載之(천능복지이불능재지) : “하늘이 사람을 덮
어주기는 하지만 위에 실어주지는 못한다.
地能載之而不能覆之(지능재지이불능복지) : 땅은 사람을 위에 실
어주기는 하지만 덮어주지는 못한다.
大道能包之而不能辯之(대도능포지이불능변지) : 위대한 도는 모
든 것을 포용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知萬物皆有所可(지만물개유소가) : 그들은 만물에는 가능한 것도
있지만
有所不可(유소불가) : 불가능한 것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故曰(고왈) : 그래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選則不徧(선칙불편) : “자기 생각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면 모
든 물건에 공평할 수 없고,
敎則不至(교칙부지) : 말로써는 도를 다 표현할 수 없다.
道則無遺者矣(도칙무유자의) : 도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포용하
는 것이다.”
是故愼到棄知去己(시고신도기지거기) : 이러함으로 신도는 지혜
를 버리고 자기 자신도 떠나서
而緣不得已(이연부득이) : 자연의 부득이한 결과를 따라 행동했
다.
冷汰於物(랭태어물) : 사물에 대해 되는 대로 따르는 것이
以爲道理(이위도리) :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
曰知不知(왈지부지) : 그는 ‘안다는 것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將薄知而後隣傷之者也(장박지이후린상지자야) : 지식을 박대하고
있는데, 결국은 지식을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謑髁無任(혜과무임) : 치욕을 참으며 홀로 생각하되 하는 일이 없
으며,
而笑天下之尙賢也(이소천하지상현야) : 세상 사람들이 현명한 사
람을 숭상하는 것을 비웃었다.
縱脫無行(종탈무행) : 제멋대로 기준 없이 행동하면서
而非天下之大聖(이비천하지대성) : 천하의 위대한 성인을 부정했
다.
椎拍輐斷(추박완단) : 망치로 치고 깎고 자르듯이
與物宛轉(여물완전) : 물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舍是與非(사시여비) :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苟可以免(구가이면) : 구구하게 따지지 않는다.
不師知慮(불사지려) : 지혜와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不知前後(불지전후) : 앞뒤를 따지지 않으며,
魏然而已矣(위연이이의) : 자기 홀로 지낼 따름이다.
推而後行(추이후행) : 밀린 다음에야 나가고,
曳而後往(예이후왕) : 끌린 다음에야 가게 된다.
若飄風之還(약표풍지환) : 회오리바람이 돌아가듯,
若落羽之旋(약락우지선) : 새의 깃이 바람에 날리며 돌 듯,
若磨石之隧(약마석지수) : 맷돌이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
全而無非(전이무비) : 그래서 완전히 그른 데가 없으며,
動靜無過(동정무과)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잘못이 없어서,
未詳有罪(미상유죄) : 죄를 짓는 일이 없다.
是何故(시하고) :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夫無知之物(부무지지물) : 무릇 지각이 없는 물건은
無建己之患(무건기지환) : 자기 환란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無用知之累(무용지지루) : 그는 지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없
었고,
動靜不離於理(동정불리어리)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이치를 떠
나는 일이 없다.
是以終身無譽(시이종신무예) : 그래서 평생 칭찬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래서 그는 말하기를
至於若無知之物而已(지어약무지지물이이) : “지각이 없는 물건
과 같이 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無用賢聖(무용현성) : 현인이나 성인과 같은 지혜도 쓸 필요가
없다.
夫塊不失道(부괴불실도) : 흙덩이는 지각이 없어 오히려 도를 잃
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豪桀相與笑之曰(호걸상여소지왈) : 천하의 호걸들이 서로 비웃으
며 말했다
愼到之道(신도지도) : “신도가 주장하는 도는
非生人之行(비생인지행) : 산 사람이 행할 것이 아니라,
而至死人之理(이지사인지리) : 죽은 사람에게 적용될 원리이다.
”라고 비평했다.
適得怪焉(적득괴언) : 그의 학설은 세상에서 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田騈亦然(전병역연) : 전변도 역시 그랬다.
學於彭蒙(학어팽몽) : 팽몽에게 배워
得不敎焉(득불교언) : 가르치지 않는 학문을 체득했다.
彭蒙之師曰(팽몽지사왈) : 팽몽의 스승이 말했다.
古之道人(고지도인) : “옛날의 도를 닦은 사람은
至於莫之是莫之非而已矣(지어막지시막지비이이의) :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其風窢然(기풍획연) : 그 학설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惡可而言(악가이언) :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常反人(상반인) :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에 반대하며
不見觀(불견관) :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而不免於?斷(이불면어?단) : 그래서 깎고 자른 것처럼 외물에 적
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其所謂道非道(기소위도비도) : 그가 말하는 도란 진실한 도가 아
니며,
而所言之韙不免於非(이소언지위불면어비) : 그가 말하는 옳은 것
이란 그른 것이 아닐 수 없다.
彭蒙田騈愼到不知道(팽몽전병신도부지도) : 팽몽, 전변, 신도는
진실한 도를 알지 못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지만
槪乎皆嘗有聞者也(개호개상유문자야) : 대략적으로는 모두 도에
대해 들은 일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5.
以本爲精(이본위정) 만물의 근원은 정미한 것으로 보고, :
以物爲粗(이물위조) : 형체 있는 물건은 조잡한 것으로 보며,
以有積爲不足(이유적위부족) : 부가 쌓인 것을 부족한 것으로 보
고,
澹然獨與神明居(담연독여신명거) : 담담히 홀로 신명과 더불어
생활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
런 경향의 학파가 있었다.
關尹老聃聞其風而悅之(관윤노담문기풍이열지) : 관윤과 노담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던 것이다.
建之以常無有(건지이상무유) : 그들은 영원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허무(虛無)의 경지를 세워 놓고
主之以太一(주지이태일) :
以濡弱謙下爲表(이유약겸하위표) : 태일(太一)의 절대적인 도를
중심 사상으로 삼았다.
以空虛不毁萬物爲實(이공허불훼만물위실) : 연약하고 겸손한 것
으로 외표(外表)를 삼고, 공허함으로서 만물을 손상치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삼았다.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在己無居(재기무거) : “자기에게는 일정한 입장이 없고,
形物自著(형물자저) : 외물의 형편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드러낸
다.
其動若水(기동약수) : 그 움직임은 물과 같고,
其靜若鏡(기정약경) : 고요함은 거울과 같으며,
其應若響(기응약향) : 옹호하는 것은 울림과 같다.
芴乎若亡(홀호약망) : 황홀히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寂乎若淸(적호약청) : 적막하기가 맑은 물과 같다.
同焉者和(동언자화) : 이런 경지에 동화시키는 사람은 자연과 조
화가 되지만,
得焉者失(득언자실) : 의식적으로 이런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런 경지를 잃을 것이다.”
未嘗先人而常隨人(미상선인이상수인) : 그는 절대로 남을 앞서지
않고 언제나 남을 따랐던 것이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知其雄(지기웅) :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雌(수기자) : 약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몰려든
다.
知其白(지기백) : 그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辱(수기욕) : 욕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돌아와
복종하게 된다.”
人皆取先(인개취선) : 사람들은 모두 남의 앞에 서려 하는데,
己獨取後(기독취후) : 그 홀로 남보다 뒤에 서려고 했던 것이다.
曰受天下之垢(왈수천하지구) : 그는 또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자신이 받아들인다.”
人皆取實(인개취실) : 사람들은 모두 실속 있는 것을 추구하는데
己獨取虛(기독취허) : 그 홀로 텅 빈 것을 추구했다.
無藏也故有餘(무장야고유여) : 그는 저장하는 것이 없으므로 언
제나 남음이 있었다.
其行身也(기행신야) : 홀로 자립하여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徐而不費(서이불비) : 그는 행동함에 있어서 더디고도 힘을 낭비
하지 않게 했다.
無爲也而笑巧(무위야이소교) : 무위하면서 사람들의 기교를 비웃
었다.
人皆求福(인개구복) :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였는데,
己獨曲全(기독곡전) : 그는 홀로 자연스러움에 빈틈없이 완전하
기를 추구했다.
曰苟免於咎(왈구면어구) : 그는 말하기를, “구차히 재앙을 면하
기만 하면 된다.”
以深爲根(이심위근) : 그는 심원함을 근본으로 삼고
以約爲紀(이약위기) : 간략함을 대강으로 삼았다.
曰堅則毁矣(왈견칙훼의) : 그는 또 말하기를, “굳은 것은 깨어
지게 되고,
銳則挫矣(예칙좌의) : 예리한 것은 꺾어지게 되어 있다.”
常觀於物(상관어물) : 그는 언제나 외물을 너그럽게 포용하였고,
不削於人(불삭어인) :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았다.
可謂至極(가위지극) : 그러니 도의 극치에 이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關尹老聃乎(관윤노담호) : 관윤과 노담은
古之博大眞人哉(고지박대진인재) : 옛날의 위대한 진인(眞人)이
었다
6.
홀漠無形(홀막무형) : 황홀하고 적막하여 어떤 형체도 없고,
變化無常(변화무상) : 변화는 일정하지 않다.
死與生與(사여생여) :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天地竝與(천지병여) : 하늘과 땅과 나란히 존재하고
神明往與(신명왕여) : 신명에 따라 움직여 간다.
芒乎何之(망호하지) : 망연한데 어디로 가는 것인가
忽乎何適(홀호하적) : 황홀한데 어디로 변화해 가는가
萬物畢羅(만물필라) : 만물을 다 망라하고 있지만
莫足以歸(막족이귀) : 귀착될 만한 것이 없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
런 경향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莊周聞其風而悅之(장주문기풍이열지) : 장주가 그런 학설을 듣고
서 좋아했다.
以謬悠之說(이류유지설) : 그는 아득한 이론에
荒唐之言(황당지언) : 황당무계한 말과
無端崖之辭(무단애지사) : 종잡을 데 없는 말로 이를 논했다.
時恣縱而不儻(시자종이불당) : 때때로 자기 멋대로 논했지만 치
우치는 일이 없었고,
不以觭見之也(불이기견지야) : 한 가지에만 적용된 견해를 가지고
주장하지 않았다.
以天下爲沈濁(이천하위침탁) : 지금 세상은 침체되고 혼탁해서
不可與莊語(불가여장어) : 올바른 이론을 펼 수 없다고 생각했다
.
以巵言爲曼衍(이치언위만연) : 그리고 일에 따르기만 한 치언들
을 끝없이 늘어놓고,
以重言爲眞(이중언위진) : 사람들이 중히 여기는 옛사람들에 관
한 중언(重言)을 진실한 것으로 믿게 하고,
以寓言爲廣(이우언위광) : 우언(寓言)을 널리 적용했다.
獨與天地精神往來(독여천지정신왕래) : 홀로 하늘과 땅의 정순함
과 신명과 더불어 왕래하며,
而不敖倪於萬物(이불오예어만물) : 만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취
하지 않고,
不譴是非(불견시비) :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았으며,
以與世俗處(이여세속처) : 세속에 순응하여 살아갔다
其書雖?瑋(기서수?위) : 그의 책은 대단하지만
而連抃無傷也(이연변무상야) :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손상시키
지는 않는다.
其辭雖參差(기사수참차) : 그의 말은 복잡하지만
而諔詭可觀(이숙궤가관) : 재미가 있어 읽어 볼 만하다.
彼其充實不可以已(피기충실불가이이) : 그는 자기 마음 속이 충
실함으로써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써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이다.
上與造物者遊(상여조물자유) : 위로는 조물주와 더불어 노닐고,
而下與外死生無終始者爲友(이하여외사생무종시자위우) : 아래로
는 죽음과 삶을 도외시하여 처음도 끝도 없는 자와 벗하여 지낸
다.
其於本也(기어본야) : 그의 근본인 도에 있어서는
弘大而辟(홍대이벽) : 광대하고 트였으며,
深閎而肆(심굉이사) : 심원하고도 자유롭다.
其於宗也(기어종야) : 그의 대종(大宗)에 있어서는
可謂稠適而上遂矣(가위조적이상수의) : 조화되고 적합하게 되어
있어 위로 현묘한 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應於化而解於物也(기응어화이해어물야) : 그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외물에 대한 집착을 풀어버려서
其理不竭(기리불갈) : 그 이치는 다 풀이할 수가 없다.
其來不蛻(기래불태) : 그것은 장래에 있어서도 잘못될 수 없는
것이며,
芒乎昧乎(망호매호) : 망연하고 아득하여
未之盡者(미지진자) : 철저히 추궁할 수가 없는 것이다
7.
惠施多方(혜시다방) : 혜시의 학설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고,
其書五車(기서오거) : 그의 저서는 다섯 채의 수레에 실어야 할
정도이다.
其道舛駁(기도천박) : 그의 도는 복잡하고
其言也不中(기언야부중) : 그의 이론은 이치에 꼭 들어맞지 않는
다.
厤物之意(력물지의) : 그는 만물에 대한 생각을 나열하여
曰至大無外(왈지대무외) : 이르기를, “지극히 커서 한계가 없는
것을
謂之大一(위지대일) : 대일이라 하고,
至小無內(지소무내) :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謂之小一(위지소일) : 소일이라 한다.
無厚(무후) : 두께가 없는 것도
不可積也(불가적야) : 쌓을 수가 없는 것이다
其大千里(기대천리) : 천리나 되는 것이다.
天與地卑(천여지비) : 하늘과 땅이 다 같이 낮고,
山與澤平(산여택평) : 산과 못이 다같이 평평하다.
日方中方睨(일방중방예) : 해는 금방 하늘 한가운데 있다가도 금
방 기울어진다.
物方生方死(물방생방사) : 만물은 금방 생겨났다가 금방 죽어버
린다.
大同而與小同異(대동이여소동이) : 큰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같
지만, 작은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다르다.
此之謂小同異(차지위소동이) :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한다.
萬物畢同畢異(만물필동필이) : 만물은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
고, 모두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此之謂大同異(차지위대동이) :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
南方無窮而有窮(남방무궁이유궁) : 남쪽은 무한하지만 북쪽과의
한계를 생각하면 유한한 것이 된다.
今日適越而昔來(금일적월이석래) :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도 옛날
에 도착했다고 할 수도 있다.
連環可解也(연환가해야) : 연결된 고리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
리의 입장에서 보면 풀 수가 있다.
我知天下之中央(아지천하지중앙) : 나는 천하의 중앙을 알고 있
다.
燕之北越之南是也(연지북월지남시야) : 그것은 연나라의 북쪽이
라 할 수도 있고, 연나라의 남쪽이라 할 수도 있다.
氾愛萬物(범애만물) : 널리 만물을 아울러 사랑하면
天地一體也(천지일체야) : 하늘과 땅도 차별 없이 일체가 된다.
”
8.
惠施以此爲大(혜시이차위대) : 혜시는 이것을 위대한 것이라 생
각하고
觀於天下而曉辯者(관어천하이효변자) : 천하에 내세우며 변사(辯
士)들을 가르쳤다.
天下之辯者相與樂之(천하지변자상여락지) : 천하의 변사들은 그
래서 즐거워했다
卵有毛(란유모) : ‘계란에도 털이 있고,
鷄三足(계삼족) :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郢有天下(영유천하) : 영땅에도 천하가 있다.
犬可以爲羊(견가이위양) :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馬有卵(마유란) : 말에도 알이 있다.
丁子有尾(정자유미) : 두꺼비에도 꼬리가 있다.
火不熱(화불열) : 불은 뜨겁지 않다.
山出口(산출구) : 산에도 입이 있다.
輸不碾地(수불년지) : 수레바퀴는 땅에 닿지 않는다.
目不見(목불견) : 눈은 물건을 보지 못한다.
指不至(지부지) : 특정한 물건의 지적은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
한다.
至不絶(지불절) : 물건은 없어지지 않는다.
龜長於蛇(구장어사) : 거북이가 뱀보다 길다.
矩不方(구불방) : 굽은 자는 네모꼴을 만들지 못한다.
規不可以爲圓(규불가이위원) : 그림쇠로는 원을 만들지 못한다.
鑿不圍枘(착불위예) : 구멍에 넣는 쐐기는 구멍이 가두지 못한다
.
飛鳥之景未嘗動也(비조지경미상동야) : 나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
이지 않는다.
鏃矢之疾(족시지질) : 나는 화살에도
而有不行不止之時(이유불행불지지시) : 나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다.
狗非犬(구비견) : 보통 개는 멍멍 짖는 개가 아니다.
黃馬驪牛三(황마려우삼) : 누런 말과 검은 말은 세 마리이다.
白狗黑(백구흑) : 흰 개도 검은 것과 같다.
孤駒未嘗有母(고구미상유모) : 외로운 망아지에게는 어미가 없었
다.
一尺之捶(일척지추) : 한 자 길이의 회초리를
日取其半(일취기반) : 매일 부러뜨려도
萬世不竭(만세불갈) : 만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는다.’
辯者以此與惠施相應(변자이차여혜시상응) : 변사들은 이런 것으
로써 혜시와 응답하며
終身無窮(종신무궁) : 평생토록 그치지 않았다.
桓團公孫龍辯者之徒(환단공손룡변자지도) : 환단, 공손룡이 바로
이런 변사의 무리들이다.
飾人之心(식인지심) :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꾸미기도 하고,
易人之意(역인지의) : 사람의 뜻을 바꾸기도 했다.
能勝人之口(능승인지구) : 그들은 사람들의 이론은 이겨낼 수 있
었지만
不能服人之心(불능복인지심) :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辯者之囿也(변자지유야) : 이것이 변사들의 한계인 것이다.
惠施日以其知與人之辯(혜시일이기지여인지변) : 혜시는 매일처럼
그의 지혜를 사용하여 사람들과 변론함으로써
特與天下之辯者爲怪(특여천하지변자위괴) : 천하의 변사들과 함
께 괴이한 이론을 이룩했다.
此其柢也(차기저야) : 이것이 그의 학설의 근본이다
然惠施之口談(연혜시지구담) : 혜시는 자기의 말을 스스로 가장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自以爲最賢(자이위최현) : 그는 하늘과 땅만이 자신의 이론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曰天地其壯乎(왈천지기장호) : 이르기를 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려
고만 했지
施存雄而無術(시존웅이무술) : 혜시는 강한 것을 가졌으나 아무
런 도술도 없었다.
南方有倚人焉曰黃繚(남방유의인언왈황료) : 남방에 황료라 부르
는 기인이 있었다.
問天地所以不墜不陷(문천지소이불추불함) : 그가 하늘과 땅이 떨
어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이유나,
風雨雷霆之故(풍우뢰정지고) :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벼락이 치
고 번개가 치는 까닭을 묻자,
惠施不辭而應(혜시불사이응) : 혜시는 조금도 사양하지도 응하여
不慮而對(불려이대) : 생각해보지도 않고 즉시 대답했다.
徧爲萬物說(편위만물설) : 두루 만물에 대해 이론을 세웠다.
說而不休(설이불휴) : 그런 것들을 쉬지 않고 논하여,
多而無已(다이무이) : 한없이 많은 말을 하였는데도
猶以爲寡(유이위과) :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益之以怪(익지이괴) : 더욱 괴상한 학설을 보태어 갔다.
以反人爲實(이반인위실) : 그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而欲以勝人爲名(이욕이승인위명) : 남을 이겨내는 것으로 명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是以與衆不適也(시이여중불적야) :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화합하
지 못하는 것이다.
弱於德(약어덕) : 덕을 닦는 일에는 빈약하면서도
强於物(강어물) : 물건에의 집착은 강하여,
其塗隩矣(기도오의) : 그의 도는 비뚤어져 있다.
由天地之道觀惠施之能(유천지지도관혜시지능) : 하늘과 땅의 도
로 혜시의 능력을 본다면
其猶一蚊一蝱之勞者也(기유일문일맹지로자야) :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其於物也何庸(기어물야하용) : 그가 물건에 집착을 한들 무슨 소
용이 있겠는가?
夫充一尙可(부충일상가) : 그가 도의 일단(一端)을 충당할 수 있
다 해도 되겠지만,
曰愈貴道(왈유귀도) : 그 변론이 도보다 귀하다고 하니
幾矣(기의) : 위태로운 일이다.
惠施不能以此自寧(혜시불능이차자녕) : 혜시는 이것으로써 스스
로를 편안케 하지 못하고
散於萬物而不厭(산어만물이불염) : 만물에 대해 관심을 분산시켜
만족할 줄 모르면서도,
卒以善辯爲名(졸이선변위명) : 마침내는 변론을 잘한다는 것으로
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
惜乎(석호) : 아깝다
惠施之才(혜시지재) : 혜시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駘蕩而不得(태탕이불득) : 방탕하게 행동하여 참된 도를 터득하
지 못했고,
逐萬物而不反(축만물이불반) : 만물을 뒤쫓음으로서 자기 본성으
로 되돌아갈 줄을 모르고 있다.
是窮響以聲(시궁향이성) : 이것은 울림이 나오는 곳을 찾으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形與影競走也(형여영경주야) : 자기 몸과 그림자를 경주시키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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