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
1. 중국 전국시대 말의 사상가· 도학자. 본명은 장주(莊周). 만물을 끊임없이 유동변화하는 것으로 보고, 그 유동변화를 도(道)라고 하는 만물일원론(萬物一元論)을 주장
2. '자연과 나는 하나'라는 물아일체 사상을 주장
3. 인생관을 사생(死生)을 초월하여 절대무한의 경지에 소요(逍遙)함을 목적으로 하였고, 또한 인생은 모두 천명(天命)이라는 숙명설(宿命說)을 취함
4. 노자에 비해 탈속한 정신적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경향
5.저서인 <장자> 33편인(내편 7, 외편 15, 잡편 11)은 장주학파(莊周學派)의 논설집으로, 기발한 우언(寓言)과 비유로 문명을 날카롭게 비평하였는데, 인위(人爲)를 버리고, 무위자연(無爲自然)에 복귀할 것을 설파함.
5. <맹자>와 <춘추좌씨전>과 3대 문장으로 한문학습의 필수 교재로 사용되었다.
<목차>
內編(내편) 7
1.逍遙遊篇(소요유편)
2.齊物論篇(제물론편)
3.養生主篇(양생주편)
4.人間世篇(인간세편)
5.德充符篇(덕충부편)
6.大宗師篇(대종사편)
7.應帝王篇(응제왕편)
外編(외편) 15
8.騈拇篇(병무편)
9.馬蹄篇(마제편)
10.胠篋篇(거협편)
11.在宥篇(재유편)
12.天地篇(천지편)
13.天道篇(천도편)
14.天運篇(천운편)
15.刻意篇(각의편)
16.繕性篇(선성편)
17.秋水篇(추수편)
18.至樂篇(지락편)
19.達生篇(달생편)
20.山木篇(산목편)
21.田子方篇(전자방편)
22.知北遊篇(지북유편)
雜編(잡편) 11
23.庚桑楚篇(경상초편)
24.徐无鬼篇(서무귀편)
25.則陽篇(칙양편)
26.外物篇(외물편)
27.寓言篇(우언편)
28.讓王篇(양왕편)
29.盜跖篇(도척편)
30.說劍篇(설검편)
31.漁父篇(어부편)
32.列禦寇篇(열어구편)
33.天下篇(천하편)
소요유(逍遙遊)-장자(莊子)
北冥有魚(북명유어) : 북명에 물고기가 있었다.
其名爲鯤(기명위곤) : 이름은 곤이다.
鯤之大(곤지대) : 곤은 크기가
不知其幾千里也(불지기기천리야) :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化而爲鳥(화이위조) : 이 물고기가 변해 새가 되었는데
其名爲鵬(기명위붕) : 새의 이름은 붕이다.
鵬之背(붕지배) : 붕의 등 넓이도
不知其幾千里也(불지기기천리야) : 몇 천리에 달하는지 알 수 없었다.
怒而飛(노이비) :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其翼若垂天之雲(기익약수천지운) :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득 뒤덮은 구름 같다.
是鳥也(시조야) : 이 새는
海運則將徙於南冥(해운칙장사어남명) : 바다 기운을 타고 남명으로 옮아가려 한다.
南冥者(남명자) : 남명은
天池也(천지야) : 바다이다.
齊諧者(제해자) : 제해는
志怪者也(지괴자야) : 괴이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諧之言曰(해지언왈) : 제해에서 말했다
鵬之徙於南冥也(붕지사어남명야) : “붕이 남쪽 바다로 옮아갈 때
水擊三千里(수격삼천리) : 파도는 삼천리나 솟구치고
搏扶搖而上者九萬里(박부요이상자구만리) : 붕새는 회오리 바람을 타고 위로구만리까지 날아오르는데
去以六月息者也(거이육월식자야) : 6월의 바람을 타고 간다.”
野馬也(야마야) : 아지랑이와
塵埃也(진애야) : 먼지는
生物之以息相吹也(생물지이식상취야) : 생물이 호흡으로 뿜어내는 것이다.
天之蒼蒼(천지창창) : 푸르른 하늘빛은
其正色邪(기정색사) : 바로 하늘이 띠고있는 빛깔일까?
其遠而無所至極邪(기원이무소지극사) : 아득하게 멀어서 끝이 없어 그런 것은 아닐까?
其視下也(기시하야) :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亦若是則已矣(역약시칙이의) : 또한 이와 같을 따름이다.
且夫水之積也不厚(차부수지적야불후) : 예컨대 물이 많이 고이지 않으면
則其負大舟也無方(칙기부대주야무방) : 큰 배를 띄울 수 없는 법이다.
覆杯水於坳堂之上(복배수어요당지상) : 한 잔의 물을 움푹 패인곳에 부으면
則芥爲之舟(칙개위지주) : 겨자씨를 배로 삼을 수는 있으나,
置杯焉則膠(치배언칙교) : 잔을 그곳에 띄우면 곧바로 바닥에 닿아버린다.
水淺而舟大也(수천이주대야) : 물은 앝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風之積也不厚(풍지적야불후) : 이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則其負大翼也無力(칙기부대익야무력) : 붕과 같이 큰 날개를 지탱할 수가 없다.
故九萬里(고구만리) : 따라서 붕은 단번에 구만리를 솟구쳐
則風斯在下矣(칙풍사재하의) : 바람이 아래에 충분히 쌓이게 하는 것이다.
而後乃今培風(이후내금배풍) : 그런다음에야 비로소 바람을 타고
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배부청천이막지요알자) :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도중에 아무런 장애없이
而後乃今將圖南(이후내금장도남) : 남쪽으로날아가는 것이다.
蜩與學鳩笑之曰(조여학구소지왈) : 매미와 비둘기가 붕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我決起而飛(아결기이비) :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날아도
搶楡枋而止(창유방이지) : 박달나무나 느릅나무에 부딪힌다.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시칙불지이공어지이이의) : 게다가 종종 나무에도 이르지못한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 일쑤지.
奚以之九萬里而南爲(해이지구만리이남위) : 그런데 어찌하여 붕은 구만리나 솟구쳐 남쪽으로가는 것일가?
適莽蒼者(적망창자) : 교외로 나가는 사람은
三飡而反(삼손이반) : 세끼 식사만 하고 돌아와도
腹猶果然(복유과연) : 여전히 배는 부르다.
適百里者(적백리자) : 백리길을 가려는 사람은
宿舂糧(숙용량) : 밤새도록 식량을 찧어야 하고,
適千里者(적천리자) : 천리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三月聚糧(삼월취량) :세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之二蟲又何知(지이충우하지) : 이 두벌레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
小知不及大知(소지불급대지) : 편협한 지혜는 탁트인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小年不及大年(소년불급대년) : 짧은 목숨은 긴 수명에 이르지 못한다.
奚以知其然也(해이지기연야) : 어찌 이를아는가
朝菌不知晦朔(조균불지회삭) : 하루살이 버섯은 한 달을 알지 못하고
蟪蛄不知春秋(혜고불지춘추) :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此小年也(차소년야) : 이 하루살이와 쓰르라미가 바로 수명이 짧은 생명체이다.
楚之南有冥靈者(초지남유명령자) :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 살고 있었는데
以五百歲爲春(이오백세위춘) : 5백년 동안을 봄,
五百歲爲秋(오백세위추) : 5백년 동안을 가을로 삼고 살았다.
上古有大椿者(상고유대춘자) : 또아주 오랜 옛날에 대춘이란 나무가 있었다.
以八千歲爲春(이팔천세위춘) : 8천 년 동안을 봄,
八千歲爲秋(팔천세위추) : 8천 년 동안을 가을로 삼았다 한다.
此大年也(차대년야) : 이것이 수명이 긴 생명채이다
而彭祖乃今以九特聞(이팽조내금이구특문) : 그런데 팽조는 요즈음, 오래 산 인무로 특히 유명해 많은
衆人匹之(중인필지) : 사람들이 그와 짝하려 한다.
不亦悲乎(불역비호) : 이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湯之問棘也是已(탕지문극야시이) : 탕왕이 그의 훌륭한 재상인 극에게 질문했던 것도 바로 이 일이었다
湯問棘曰(탕문극왈) : 탕이 극에게 물었다
上下四方有極乎(상하사방유극호) : 상하 사방에 극이 있는가
棘曰(극왈) : 극이 말했다
無極之外(무극지외) : 무극의 밖에는
復無極也(복무극야) : 다시 극이 없습니다
窮髮之北有冥海者(궁발지북유명해자) : 궁발이 북쪽에 명해라는 바다가 있다.
天池也(천지야) : 천지라고 합니다
有魚焉(유어언) : 그곳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其廣數千里(기광수천리) : 크기가 수천리에 달해
未有知其修者(미유지기수자) : 정확한 길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其名爲鯤(기명위곤) : 그 물고기 이름은 곤이다.
有鳥焉(유조언) : 거기에는 새가 한 마리 있었는데
其名爲鵬(기명위붕) : 그 이름은 붕이다.
背若太山(배약태산) : 붕의 등은 태산과도 같고
翼若垂天之雲(익약수천지운) : 날개는 하늘을 드리운 구름과도 같아서
搏扶搖羊角而上者九萬里(박부요양각이상자구만리) :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구만리나 솟아오른다.
絶雲氣(절운기) : 구름 위로 솟구쳐
負靑天(부청천) : 푸른 하늘을 등에 진
然後圖南(연후도남) : 연후에 남쪽으로날아간다.
且適南冥也(차적남명야) : 이처럼 남명으로 날아가는 붕을
斥鴳笑之曰(척안소지왈) : 연못의 메추라기가 비웃으며 말했다.
彼且奚適也(피차해적야) : "저놈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我騰躍而上(아등약이상) : 나는 힘껏 날아올라도
不過數仞而下(불과수인이하) : 몇길 지나지 않아 아래로 다시 떨어져
翶翔蓬蒿之間(고상봉호지간) : 숙대밭 사이를 나는 것이 고작인데
此亦飛之至也(차역비지지야) : 이도 역시 내가 날 수 있는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而彼且奚適也(이피차해적야) : 저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此小大之辯也(차소대지변야) : 이것이 바로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다.
故夫知效一官(고부지효일관) : 무릇 스스로 지닌 지식은 단 한가지 일에만 효험이 있고,
行比一鄕(행비일향) : 행동거지는 오직 한 마을에 유용하고,
德合一君而徵一國者(덕합일군이징일국자) : 재주는 겨우 한 왕의 눈에만 들 정도이고, 소신은 단지 한 나라에만 쓸모가 있다.
其自視也亦若此矣(기자시야역약차의) : 이런 인물은 소견머리 또한 이와 같을 뿐이다.
而宋榮子猶然笑之(이송영자유연소지) : 송영자는 이런 부류의 인물을 싱긋이 비웃었다.
且擧世而譽之而不加勸(차거세이예지이불가권) : 그는 온 세상 사람들이 칭찬해도 더 애쓰는 일이없고,
擧世而非之而不加沮(거세이비지이불가저) : 모두가 헐뜯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定乎內外之分(정호내외지분) : 그는 안과 밖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辯乎榮辱之境(변호영욕지경) : 칭찬과 비난에 추호라도
斯已矣(사이의) : 흔들리지 않을 따름이다.
彼其於世未數數然也(피기어세미수수연야) : 그는 세상일에 조금도 연연해 하지 않는다.
雖然(수연) : 하지만
猶有未樹也(유유미수야) : 그도 여전히근본이 수립되지는 못했다.
夫列子御風而行(부열자어풍이행) : 그런데 열자는 가뿐하게 바람을 타고 다니는 일을
冷然善也(냉연선야) : 경쾌하게 잘하여
旬有五日而後反(순유오일이후반) : 15일이 지난 뒤에야 되돌아온다.
彼於致福者(피어치복자) : 그는 복을 구하는일에
未數數然也(미삭삭연야) : 집착하지 않는다.
此雖免乎行(차수면호행) : 하지만 몸소 걸어다니는 번거로움은 면했으나
猶有所待者也(유유소대자야) : 여전히 의존할 대상이 있는 자였다
若夫乘天地之正(약부승천지지정) : 만일 천지의 근본을 타고
而御六氣之辯(이어육기지변) : 육기를 있는 상태로 분별하는 능력을 타고
以遊无窮者(이유무궁자) : 노니는 사람이라면
彼且惡乎待哉(피차악호대재) : 무엇에 의지하려 하겠는가
故曰(고왈) :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至人无己(지인무기) : '지인은 자기가 없고,
神人无功(신인무공) : 신인은 공을 세우지 않으며,
聖人无名(성인무명) : 성인은 이름을 구하지 않는다."
堯讓天下於許由曰(요양천하어허유왈) :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양도하려고 말했다.
日月出矣(일월출의) : "일월 광명 같은 선생께서 세상에 나오셨거늘
而爝不息(이작불식) : 여전히 횃불을 끄지 않는다면
其於光也(기어광야) : 그것의 빛이 됨은
不亦難乎(불역난호) : 또한 헛되지 않을까요
時雨降矣(시우강의) : 때에 맞게 비가 내리거늘
而猶浸灌(이유침관) : 여전히 수고롭게 물을 대고 있다면
其於澤也(기어택야) : 물을 끌어오는 일은
不亦努乎(불역노호) : 또한 헛수고가 아닙니까
夫子立(부자립) : 선생께서 임금이 되시면
而天下治(이천하치) :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질 것입니다.
而我猶尸之(이아유시지) : 외람되게도 제가 여전히 왕노릇을 하고 있으니
吾自視缺然(오자시결연) : 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請致天下(청치천하) : 청컨대 천하를 맡아 주십시오."
許由曰(허유왈) : 허유가 말했다.
子治天下(자치천하) : "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림에
天下旣已治也(천하기이치야) : 천하가 이미 화평하거늘,
而我猶代子(이아유대자) : 내게 그대 대신 왕위에 오르라 하니
吾將爲名乎(오장위명호) : 왕이란 허명을가지란 말이십니까?
名者實之賓也(명자실지빈야) : 이름이란 실상에서 비롯되는 손님이거늘
吾將爲賓乎(오장위빈호) : 내 어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허명을가지겠습니까?
鷦鷯巢於深林(초료소어심림) : 뱁새가 깊은 숲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경우
不過一枝(불과일지) :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偃鼠飮河(언서음하) :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
不過滿腹(불과만복) : 자그마한 배를 채우면 충분하외다.
歸休乎君(귀휴호군) : 돌아가 쉬시오, 그대여
予无所用天下爲(여무소용천하위) : 임금님! 내게천하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庖人雖不治庖(포인수불치포) : 요리사가 음식을 잘못하더라도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 : 성직자가 제기를 놓아둔 채 대신 부엌을
갈 수는 업는 법입니다."
肩吾問於連叔(견오문어연숙) : 견오가 연숙에게 물으니
曰吾聞言於接輿(왈오문언어접여) : 이르기를"접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大而無當(대이무당) : 터무니없이 황당하고
往而不返(왕이불반) : 나아 갈 줄만 알고 되돌아올 줄 모르더군.
吾驚怖其言(오경포기언) : 나는 놀라고 두려웠으니, 그 이야기가
猶河漢而無極也(유하한이무극야) : 하늘나라 은하수같이 끝이 없어
大有逕庭(대유경정) : 세상일과는 크게 어긋나
不近人情焉(불근인정언) : 사람의 상식과 맞지 까깝지 않더군."
連叔曰(연숙왈) : 연숙이 물었다.
其言謂何哉(기언위하재) :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가?"
曰邈姑射之山(왈막고사지산) : 이르기를, "막고야하는 산에
有神人居焉(유신인거언) : 신인이 살고 있는데
肌膚若氷雪(기부약빙설) : 그의 피부는 눈이나 얼음처럼 하얗고
綽約若處子(작약약처자) : 처녀와도 같이아름답더군.
不食五穀(불식오곡) : 그는 오곡을 먹지 않고
吸風飮露(흡풍음로) : 바람이나 이슬을 마시며
乘雲氣(승운기) : 구름을 타고
御飛龍(어비룡) : 나는 용을 부려
而遊乎四海之外(이유호사해지외) : 사해 밖에서 노닌다는 게야.
其神凝(기신응) : 그 정신이 한 곳에 집중되면
使物不疵癩而年穀熟(사물불자라이년곡숙) : 만물을 병들지 않게 하고 해마다 곡식이 잘 익게 한다더군.
吾以是狂而不信也(오이시광이불신야) : 이렇게 허황되니 내가 믿지 못하는 것이지.
連叔曰然(연숙왈연) : 이에 연숙이 말하기를, "그럴게야.
瞽者无以與文章之觀(고자무이여문장지관) : 장님은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없고,
聾者无以與乎鐘鼓之聲(농자무이여호종고지성) : 귀머거리는 음악의 황홀한 가락이 안들리지만
豈唯形骸有聾盲哉(기유형해유농맹재) : 장님이나 귀머거리에게는 비단 육체에게만 한하겠는가!
夫知亦有之(부지역유지) : 사람 마음에도 또한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네.
是其言也(시기언야) : 마음이 귀머거리와 장님이란 이야기는
猶時女也(유시여야) : 바로 자네를 일컫는 말일세.
之人也(지인야) : 그 신인은
之德也(지덕야) : 자신의 덕으로
將旁礡萬物以爲一(장방박만물이위일) : 만믈을 화합시켜 하나로 만듦에
世蘄乎亂(세기호란) : 세상 사람이 다스려 주기를 바라지만,
孰弊弊焉以天下爲事(숙폐폐언이천하위사) : 무엇 때문에 초췌하게 천하 다스리는 일을 하겠는가!
之人也(지인야) : 이런 사람은
物莫之傷(물막지상) : 어떤 사물에의해서도 해칠 수 없다네.
大浸稽天而不溺(대침계천이불익) : 큰 홍수가 나서 물이 하늘까지 이르더라도 그를 적실 수조차 없고
大旱金石流(대한금석류) : 큰 가뭄이 들어 금속과 암석이 녹아내리고
土山焦而不熱(토산초이불열) : 산이 불탈 지경이라도 그는 뜨거운 줄도 모른다네.
是其塵垢粃糠(시기진구비강) : 신인은 먼지나 티끌 혹은 곡식의 빈 껍데기로도
將猶陶鑄堯舜者也(장유도주요순자야) :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孰肯分分然以物爲事(숙긍분분연이물위사) : 무엇 때문에 천하 다스리는 일 따위를 하겠는가!
宋人資章甫而適諸越(송인자장보이적제월) : 송나라 사람이 장보라는 갓을 팔려고 월나라에 갔다.
越人斷髮文身(월인단발문신) :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자르고 문신을 하고 있어서
无所用之(무소용지) : 장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堯治天下之民(요치천하지민) : 요는 백성을 다스려
平海內之政(평해내지정) : 천하를 평정한 후에
往見四子邈姑射之山(왕견사자막고사지산) : 신인 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막고야 산에 갔다.
汾水之陽(분수지양) : 분수의 북쪽인 도읍으로 돌아오자
窅然喪其天下焉(요연상기천하언) : 그만 멍하니 얼이 빠져 자기가 다스리는 천하를 잊어 버리고 말았다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魏王胎我大瓠之種(위왕태아대호지종) : "위나라 왕이 내게 큰 박씨를 주길래
我樹之成而實五石(아수지성이실오석) : 이를 심었더니 나무의 열매가 다섯 석이나 될 정도로 열매가 열렸소
以盛水漿(이성수장) : 물을 담는 그릇으로 쓰자니
其堅不能自擧也(기견불능자거야) : 너무 무거워 쉽게 옮길 수 없고
剖之以爲瓢(부지이위표) : 쪼개어 바가지로 쓸 경우
則瓠落無所容(칙호락무소용) : 납작해 아무 것도 담을 수 없었네.
非不呺然大也(비불효연대야) : 확실히 크기가 크기만 컸지만
吾爲其無用而掊之(오위기무용이부지) :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부수어 버렸다네."
莊子曰(장자왈) : 이에 장자가 말해다.
夫子固拙於用大矣(부자고졸어용대의) : "자네는 큰 것을 쓰는 방법이 너무 서툴다.
宋人有善爲不龜手之藥者(송인유선위불구수지약자) : 송나라 사람 가운데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을 잘만드는 사람이 있었네.
世世以洴澼絖爲事(세세이병벽광위사) : 이 약을 손에 바르고 빨래하는 일을 대대로 하고 있었지.
客聞之(객문지) : 어느 길손이이 소문을 듣고
請買其方以百金(청매기방이백금) : 그 약 만드는 비방을 많은 돈을 주고 사려고 했네.
聚族而謀曰(취족이모왈) : 그러자 그는 가족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네.
我世世爲洴澼絖(아세세위병벽광) : '우리가 대대로 빨래하는 일을 해왔으나
不過數金(불과수금) : 돈벌이가 변변치 못했다.
今一朝而粥技百金(금일조이죽기백금) : 그러나 지금 이 기술을 팔면 하루 아침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請與之(청여지) : 이 기술을 팔기로 하자'
客得之(객득지) : 그래서 나그네는 비법을 얻게 되었지.
以說吳王(이설오왕) : 그는 오나라 왕에게 약의 효능을 설명했는데,
越有難(월유난) : 마침 월나라가 오나라를 침략하자
吳王使之將(오왕사지장) : 오나라 왕은 그를 장수로 삼았다네.
冬與越人水戰(동여월인수전) : 마침 겨울에 수전을 하게돼
大敗越人(대패월인) : 월나라를 크게 물리쳤다네.
裂地而封之(렬지이봉지) : 이에 오나라 왕은 그에게 땅을 주고 다스리게 했네.
能不龜手(능불구수) : 손 안트게 하는
一也(일야) : 약 하나로
或以封(혹이봉) : 어떤 사람은 벼슬을 얻게 되고
或不免於洴澼絖(혹불면어병벽광) : 어떤 사람은 빨래하는 일을 면할 수 없었지.
則所用之異也(칙소용지이야) : 동일한 약이지만 쓰는 용도가 달랐던 게야.
今子有五石之瓠(금자유오석지호) : 지금 자네에게 다섯 석이나 되는 커다란박이 있는데
何不慮以爲大樽而浮乎江湖(하불려이위대준이부호강호) : 어째서 그것으로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않고
而憂其瓠落無所用(이우기호락무소용) : 납작해 아무것도담을 수 없다고 걱정하는가!
則夫子猶蓬之心也夫(칙부자유봉지심야부) : 자네는 꽉 막힌 사람이로군."하였다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吾有大樹(오유대수) : "나에게 큰 마루가 있는데
人謂之樗(인위지저) : 사람들은 이를 닥나무라고 부르더군.
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기대본옹종이불중승묵) : 그 큰 줄기는 울퉁불퉁해서 먹줄로 쓸 수 없고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기소지권곡이불중규구) : 작은 가지는 굽어서 잣대로 삼을 수 없다네.
立之塗(입지도) : 나를 길가에 놓아도
匠者不顧(장자불고) : 목수장이는 쳐다보지도 않더군.
今子之言(금자지언) : 이와 마찬가지로 자네의 말은
大而無用(대이무용) : 크기만 했지 쓸모가 없어서
衆所同去也(중소동거야) :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외면하는 걸세."
莊子曰(장자왈) : 이에 장자가 말했다.
子獨不見狸猩乎(자독불견리성호) : "자네는 살쾡이를 보지 못했는가.
卑身而伏以候敖者(비신이복이후오자) : 몸을 낮추어 어슬렁거리는 짐승을 기다리지.
東西跳梁(동서도량) : 동으로 서로 날뛰며높고
不避高下(불피고하) : 높고 낮은 데를 가리지 않다가
中於其辟(중어기벽) : 덫에 치이거나
死於罔罟(사어망고) : 그물에 걸려 죽지.
今夫邰牛(금부태우) : 그런데 이우는
其大若垂天之雲(기대약수천지운) :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도 같은 거대한 소라네.
此能爲大矣(차능위대의) : 이우는 크기는 하지만
而不能執鼠(이불능집서) : 쥐 한마리 잡지 못한다네.
今子有大樹(금자유대수) : 지금 자네는 큰 나무가 있어도
患其无用(환기무용) :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는데
何不樹之於无何有之鄕(하불수지어무하유지향) : 어째서 '소유가 필요없는 고향'이나
廣莫之野(광막지야) : '드넓은 들판'에
彷徨乎无爲其側(방황호무위기측) : 나무를 심어 그 주위를 자재하게 노닐기도 하고
逍遙乎寢臥其下(소요호침와기하) : 평안하게 나무 아래 누우려 하지 않는가!
不夭斤斧(불요근부) : 그 나무는 쓸모가 없어 도끼질 당하지도 않고
物无害者(물무해자) :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네.
无所可用(무소가용) : 아무 쓸모가 없으니어찌
安所困苦哉(안소곤고재) : 어찌 근심 걱정이 있겠는가.
제물론(齊物論)-장자(莊子)
南郭子綦隱机而坐(남곽자기은궤이좌) :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仰天而噓(앙천이허) : 하늘을 우러러 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荅言似喪其耦(답언사상기우) : 육신이해체되어 흡사 몸이라는 짝을 버린 듯했다.
顔成子游立侍乎前曰(안성자유립시호전왈) : 안성자유가 앞에서 모시고 있다가 물었다.
何居乎(하거호) : "무슨 까닭입니까?
形固可使如槁木(형고가사여고목) : 육신을 마른 장작 같게 하고
而心固可使如死灰乎(이심고가사여사회호) : 마음을 참으로 불꺼진 재와 같게 할 수 있습니까?
今之隱机者(금지은궤자) : 지금 책상에 기대어 계신 모습은
非昔之隱机者也(비석지은궤자야) : 예전의 그 모습과는 아주 다릅니다."
子綦曰(자기왈) : 남곽자기가 대답했다.
偃不亦善乎(언불역선호) : "언아, 어리석구나,
而問之也(이문지야) : 그런 질문을 하다니!
今者吾喪我(금자오상아) : 지금 나는 나를 잊었는데
汝知之乎(여지지호) : 자네가 이를 알겠는가!"
汝聞人籟而未聞地籟(여문인뢰이미문지뢰) : "자네는 사람의 피리 소리는 들었어도 땅의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게야.
汝聞地籟而未聞天籟夫(여문지뢰이미문천뢰부) : 설령 땅의 피리소리는 들었더라도 하늘이 내는 피리 소리는 못 들었을 것이네."
子游曰(자유왈) : 자유가 말했다 “
敢問其方(감문기방) : 부디 그 도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子綦曰(자기왈) : 자기는 대답했다 “
夫大塊噫氣(부대괴희기) : 대지가 내쉬는 숨결을
其名爲風(기명위풍) : 바람이라고 하지
是唯無作(시유무작) : 그게 일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作則萬窺怒呺(작칙만규노효) : 일단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다 요란하게 울린다.
而獨不聞之翏翏乎(이독불문지료료호) : 너는 저 윙윙 울리는 소리를 들어봤겠지
山陵之畏佳(산릉지외가) : 산림 높은 봉우리의
大木百圍之竅穴(대목백위지규혈) :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 구멍은
似鼻似口似耳似枅(사비사구사이사계) :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옥로 같고
似圈似臼似洼者(사권사구사와자) : 술잔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웅덩이 같고
似汚者激者謞者叱者(사오자격자학자질자) : 앝은 웅덩이 같고 거친 물소리 같고 씽씽 화살나는 소리 나직이 나무라는 소리 같다.
吸者叫者(흡자규자) : 흐흑 들이키는 소리 외치는 듯한 소리
譹者宎者咬者(호자요자교자) : 울부짖는 듯한소리 웅웅 깊은 데서 울려 나는 것 같은 소리
前者唱于而隨者唱喁(전자창우이수자창우) : 앞바람이 가볍게 소리를 내면 뒤따르는 바람은 보다더 무거운 소리를낸다네.
冷風則小知(냉풍칙소지) : 바람이 살짝 불면 구멍들은 가볍게 응답하고,
飄風則大和(표풍칙대화) : 바람이 사납게 불면 온갖 구멍들은 크게 화답하다가
厲風濟則衆竅爲虛(려풍제칙중규위허) : 사나운 바람이 그치면 구멍들은 고요해져
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이독불견지조조지조조호) : 혼자 크게 흔들리기도 하고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가?"
子游曰(자유왈) : 자유가 말했다.
地籟則衆竅是已(지뢰칙중규시이) : "그렇다면 땅의 피리란 땅위에 있는 온갖 구멍이 내는 소리이고,
人籟則比竹是已(인뢰칙비죽시이) : 사람의 피리란 대나무의 그것이군요.
敢問天籟(감문천뢰) : 그런데 하늘의 피리란 어떤 것입니까?"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대답했다.
夫天籟者(부천뢰자) : "하늘의 피리란 사람의 말이라네.
吹萬不同(취만부동) : 사람마다 하는 말이 각각 다르지만
而使其自己也(이사기자기야) : 스스로 소리를 내는것이라네.
咸其自取(함기자취) : 모두 스스로 얻은 소리인데
怒者其誰邪(노자기수사) : 말소리를 내는 건 그 누구인가!"
大知閑閑(대지한한) : 커다란 지혜는 아주 한가롭지만,
小知閒閒(소지한한) : 자그마한 지식은 몹시 바쁘다.
大言炎炎(대언염염) : 훌륭한 말은 담백하고 맑으나
小言詹詹(소언첨첨) : 하찮은 말은 따지고 헤아린다.
其寐也魂交(기매야혼교) : 잠들어서도 쉴새없이 꿈을 꾸고
其覺也形開(기각야형개) : 깨어나면 활동을 시작해
與接爲搆(여접위구) : 사물과 접촉하면서
日以心鬪(일이심투) : 나날이 서로 다툰다.
縵者(만자) : 싸우는 사람 중에는 우유부단한 사람,
窖者(교자) : 음흉한 사람,
密者(밀자) : 치밀한 사람등 갖가지이다.
小恐惴惴(소공췌췌) : 조금 두려운 일에도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大恐縵縵(대공만만) : 크게 무서운 일에는 두렵지 않은 체한다.
其發若機栝(기발약기괄) : 그 말투는 화살을 쏘는 것같이 모질어
其司是非之謂也(기사시비지위야) : 시비를 판결하는 재판관이라도 된 것 같다.
其留如詛盟(기류여저맹) : 무언가를 감추는 경우 마치 목숨이라도 되는 듯 마음 속에 꼭 품어 어떻게 해서든지 고집으로 이기려 한다.
其守勝之謂也(기수승지위야) :
其殺若秋冬(기살약추동) : 따라서 가을과 겨울의 차가운 기운과도 같이
以言其日消也(이언기일소야) : 그는 나날이 소진해 간다.
其溺之所爲之(기익지소위지) : 이런 인물은 자기 주장에 푹 빠져
不可使復之也(불가사복지야) : 다시는 참됨을회복할 수 없으며
其厭也緘(기염야함) : 욕심에 억눌려 무언가에
以言其老洫也(이언기노혁야) : 꽉꽉 막히는데 늙을수록 더해진다.
近死之心(근사지심) : 이 같은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진 마음을
莫使復陽也(막사복양야) : 원래대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다.
喜怒哀樂(희노애락) : 세상 사람들은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慮嘆變慹(려탄변집) : 또한 걱정과 한탄을 하기고 하고 변덕을 부리거나 집착하기도 한다
姚佚啓態(요일계태) : 또 재앙을 당하기도하고 교만을 부리기도 하며 솔직하기도 하고 꾸미기도 한다.
樂出虛(락출허) : 진정한 기쁨은 虛에서 나오지만
蒸成菌(증성균) : 곰팡이느 습한 곳에서 생긴다.
日夜相代乎前(일야상대호전) : 아침과 저녁이 바뀌어도
而莫知其所萌(이막지기소맹) : 왜 그런지 알지 못한다.
已乎(이호) : 그만두자.
已乎(이호) : 이제 그만두자.
旦暮得此(단모득차) : 아침과 저녁도 이를 얻어 생긴 것이다.
其所由以生乎(기소유이생호) : 저것이 없으면 내 몸이 있을 수 없고,
非彼無我(비피무아) : 육신이 없으면
非我無所取(비아무소취) : 저것이 가탁할 곳이 없다.
是亦近矣(시역근의) : 이것을 얻으면 도에 가까우리라.
而不知所爲使(이부지소위사) : 그렇지만 본래 그러하므로 따로 그 무엇이 부리는지는 모르겠다.
若有眞宰(약유진재) : 참된 자기가 있기는 있어도
而特不得其眹(이특부득기진) : 다만 그 조짐은 알수가 없고,
可行已信(가행이신) : 참된 자기의 움직임은 일상에 있어 또렸하나
而不見其形(이불견기형) : 그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有情而無形(유정이무형) : 참된 자기는 실재하지만 형체가 없을 뿐이다.
百骸九竅六藏(백해구규육장) : 100개가 넘는 뼈, 9개의 구멍, 6가지 장기가
賅而存焉(해이존언) : 갖추어져 있는데
吾誰與爲親(오수여위친) : 이 가운데 어느 것을 나로 삼을까?
汝皆說之乎(여개설지호) : 그대는 이 모든 것을 자기로 삼겠는가?
其有私焉(기유사언) : 그러면 자기가 여럿이 되므로 하나인 몸에여러 사람이 있게 된다.
如是皆有爲臣妾乎(여시개유위신첩호) : 이와 같이 주인은 없고 신하와 첩만 있는 것일까?
其臣妾不足以相治乎(기신첩부족이상치호) : 신하와 첩은 다투기만 할 뿐 서로 다스릴 수 없다.
其遞相爲君臣乎(기체상위군신호) : 교대로 왕이 되기도 하고 신하가 되기도 하는 것일까?
其有眞君存焉(기유진군존언) : 그러나 참된 왕은 존재한다.
如求得其情與不得(여구득기정여부득) : 구했다고 늘지도 않고 구하지 못했다고 줄지도않은 채
無益損乎其眞(무익손호기진) : 참된 주인은 의연히 존재한다.
一受其成形(일수기성형) : 일단 몸을 받았으므로
不化以待盡(불화이대진) : 잠시라도 이 육신에서 떠날 수 없으니 다 할 날을 기다리자.
與物相刃相靡(여물상인상미) : 사물과서로 다투어
其行進如馳(기행진여치) : 삶이 말을 달리듯 순식간에 지나가도
而莫之能止(이막지능지) : 싸움을 그치지 않으므로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終身役役而不見其成功(종신역역이불견기성공) : 평생토록 애를 쓰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苶然疲役而不知其所歸(날연피역이부지기소귀) : 피로에 지쳐도 돌아갈 안식처가 없으므로
可不哀邪(가불애사) : 애달프지 아니한가!
人謂之不死(인위지불사) : 세상 사람들은 이를 아직 살아 있다고 좋아하지만
奚益(해익) :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겉
其形化(기형화) : 모습이 늙어감에 따라
其心與之然(기심여지연) : 그 마음도 함께 찌들어 가므로
可不謂大哀乎(가불위대애호) : 매우 가엾지 아니한가.
人之生也(인지생야) : 인간의삶이란
固若是芒乎(고약시망호) : 이다지도 무지 몽매한 것일까!
其我獨芒(기아독망) : 아니면 나만 혼자 어리석고
而人亦有不芒者乎(이인역유불망자호) :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지않은 것일까!
夫隨其成心而死之(부수기성심이사지) : 본래 지니고 있는 참마음을 좇아 스승으로 섬긴다면
誰獨且无師乎(수독차무사호) : 그 누가 스승이 없겠는가!
奚必知代而心自取者有之(해필지대이심자취자유지) : 어찌 육신이 거짓 자기임을 알고 자기 마음을 스스로 얻은 사람에게만 스승이 있겠는가!
愚者與有焉(우자여유언) : 어리석은 자에게도 똑같이 있는 법이다.
未成乎心而有是非(미성호심이유시비) : 자기 참마음을 얻지 못하고 시비 다툼을 벌이면,
是今日適越而昔至也(시금일적월이석지야) : 이는 오늘 월나라로 떠나면서 어제 도착했다는 궤변처럼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是以無有爲有(시이무유위유) : 이것은 실제로 있지 않은 일을 있다고 억지로우기는 처사이다.
無有爲有(무유위유) : 없는 것을 있다고 고집하는 자는
雖有神禹(수유신우) : 성왕인 우왕이라 하더라도
且不能知(차불능지) : 어찌알아 줄 수 있겠는가!
吾獨且奈何哉(오독차내하재) : 하물며 내가 어찌 알아 줄 수 있겠는가!
夫言非吹也(부언비취야) : 무릇 말이란 무심하게 불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言者有言(언자유언) : 말이란 機心에서 나오므로
其所言者特未定也(기소언자특미정야) : 말한 내용은아직 옳은지 그른지 정해져 있지 않다.
果有言邪(과유언사) : 과연 말은 있는 것일까?
其未嘗有言邪(기미상유언사) : 아니면 없는 것일까?
其以爲異於鷇音(기이위이어구음) : 사람의말은 새끼 새의 울음 소리와는 다르다.
亦有辯乎(역유변호) : 그렇다면 과연 시비가 있는 것일까
其無辯乎(기무변호) : 아니면 없는 것일까?
道惡乎隱而有眞僞(도악호은이유진위) : 도는 왜 가리어져 참과 거짓이 발생하게 되고
言惡乎隱而有是非(언악호은이유시비) : 참된 말은 어디에 가리어져 시비 다툼이 생기는것일까?
道惡乎往而不存(도악호왕이부존) : 도는 어디 가서 오지 않고
言惡乎存而不可(언악호존이불가) : 참된 말은 어디에 있기에 시비 논란이 있는 것일까?
道隱於小成(도은어소성) : 도는 자그마한 분별 지식에 가려지고
言隱於榮華(언은어영화) : 참된 말은 허황된 말에 가려진다.
故有儒墨之是非(고유유묵지시비) : 따라서 유가와 묵가의 논쟁이 벌어져
以是其所非而非其所是(이시기소비이비기소시) : 상대가 주장하는 바를 비판하고 한쪽이 거부하는 것을 굳이 긍정한다.
欲是其所非而非其所是(욕시기소비이비기소시) : 상대가 틀리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하고 한쪽이 옳다고 하는 것을 틀리다고 함은
則莫若以明(칙막약이명) : 대도에 밝음만 같지 못하다.
物无非彼(물무비피) : 사물을 저것 아닌 것이 없으며
物无非是(물무비시) : 옳지 않은 것이 없다.
自彼則不見(자피칙불견) : 저것으로부터 보면 자기의 허물은 보이지않고
自是則知之(자시칙지지) : 스스로를 알면 모두를 알게 된다.
故曰彼出於是(고왈피출어시) : 그러므로 저것은 이것에서 비롯되고
是亦因彼(시역인피) : 이것은 저것에서비롯된다고 한 것이다.
彼是方生之說也(피시방생지설야) : 저것과 이것은 상대적인 관계에 있다.
雖然(수연) : 하지만
方生方死(방생방사) : 삶이 있으므로 죽음이 있고
方死方生(방사방생) : 죽음이 있는 곳에서 삶이 있는 것이다.
方可方不可(방가방불가) : 옳음이 있으므로 옳지 않음이 있다.
因是因非(인시인비) : 옳음에 연유해서 틀림이 있고
因非因是(인비인시) : 틀림을 근거로 옳음이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不由(시이성인불유) : 따라서 성인은 상대적인 시시비비를 떠나
而照之於天(이조지어천) : 홀로 도에 비추어 본다.
亦因是也(역인시야) : 이것이야말로 크나큰 긍정이다.
是亦彼也(시역피야) : 이것이 또한 저것이며
彼亦是也(피역시야) : 저것 또한 이것이다.
彼亦一是非(피역일시비) : 저것에 또한 하나의 옳고 그름이 있고
此亦一是非(차역일시비) : 이것에도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다.
果且有彼是乎哉(과차유피시호재) : 과연 저것과 이것은 있는 것일까?
果且无彼是乎哉(과차무피시호재) : 아니면 저것과 이것은 없는 것일까?
彼是莫得其偶(피시막득기우) : 저것과 이것의 대립이 그치는 것을
謂之道樞(위지도추) : 도추하고 일컫는다.
樞始得其環中(추시득기환중) : 도추라야 비로서 환중을 얻어
以應无窮(이응무궁) : 무궁한 변화를 제어할 수 있다.
是亦一无窮(시역일무궁) : 옳음도 하나의 무궁한 변화이고
非亦一无窮也(비역일무궁야) : 틀림도 또한 하나의 무궁한 움직임이다.
故曰莫若以明(고왈막약이명) : 그러므로 "대도에 밝음만 같지 못하다"고 한 것이다.
以指喩指之非指(이지유지지비지) : 내 손가락으로 저 사람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야) : 내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 내 손가락이 저 사람의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以馬喩馬之非馬(이마유마지비마) : 저 말을 가지고 나의 말이 저 말이 아니라고 가리키는 것은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 : 나의 말을 가지고 저 말이 나의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天地一指也(천지일지야) : 천지도 하나의 손가락에 불과하고
萬物一馬也(만물일마야) : 만물도 하나의 말일 따름이다.
可乎可(가호가) : 다른 사람이 옳다고 하면 나도 옳고
不可乎不可(불가호불가) : 다른 사람이 옳지 않다고 하면 나도 옳지 않은 것이다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 : 이 모두를 도에 맡긴 채 행하는 자는 현재 이루어진 그대로일 뿐 시비의 분별이 필요하지 않다
惡乎可(악호가) : 어째서 그렇게 될까
可於可(가어가) : 좋은 것에는 본래 좋다고 할 것이 갖추어져 있고
惡乎不可(악호불가) : 어째서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가
不可於不可(불가어불가) : 좋지 않은 것은 원래 좋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이다
物固有所然(물고유소연) : 만물은 참으로 본래 그런 바가 있으며
物固有所可(물고유소가) : 사물마다 원래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無物不然(무물불연) : 어떤 사물이건 본래그런 바가 없지 않으며
無物不可(무물불가) : 어느 것이라도 옳지 않음이 없는 것은 없다.
故爲是擧莛與楹(고위시거정여영) : 따라서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예를 들면 커다란 대들보와 자그마한 집기둥,
厲與西施(려여서시) : 문둥이와 서시라는 미인,
恢恑憰怪(회궤휼괴) : 그리고 허풍쟁이나 사기꾼이나 궤변가 혹은 괴이한 것을 말하는 사람,
道通爲一(도통위일) : 모두 道 가운데에서는 통하여 하나가 된다.
其分也成也(기분야성야) : 파괴는 곧 완성이며
其成也毁也(기성야훼야) : 완성은 곧 파괴이다.
凡物無成與毁(범물무성여훼) : 하지만 만물은 본래 완성도 파괴도 없이
復通爲一(복통위일) : 다 함께 하나이다.
唯達者知通爲一(유달자지통위일) : 오직 도에 능통한 사람이라야 만물과 하나됨을 알아
爲是不用而寓諸庸(위시불용이우제용) : 자기가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일반 사람에게맡겨 둔다.
因是已(인시이) : 그대로 맡길 뿐으로
已而不知其然(이이부지기연) : 이미 그러면서도 왜 그런지 모르는 것을
謂之道(위지도) : 道라고 일컫는다.
努神明爲一(노신명위일) :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하나가 되려 해도
而不知其同也(이부지기동야) : 끝내 하나됨을 이루지 못한다.
謂之朝三(위지조삼) : 이를 <조삼>이라 일컫는다.
何謂朝三(하위조삼) : <조삼>이란 무엇인가?
狙公賦芧曰(저공부서왈) : 원숭이 사육사가 상수리를 원숭이에게 주면서 말했다.
朝三而暮四(조삼이모사) :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
衆狙皆怒(중저개노) :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벌컥 화를 냈으므로
曰然則朝四而暮三(왈연칙조사이모삼) : 사육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衆狙皆悅(중저개열) : 원숭이들이 한결같이 기뻐했다.
名實未虧而喜怒爲用(명실미휴이희노위용) : 명실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기쁨과 노여움이 생기게 되었다.
亦因是也(역인시야) : 또한 그대로 맡겨야 할 따름인 것이다.
是以聖人和之以是非(시이성인화지이시비) : 따라서 성인은 시비를 조화시켜
而休乎天釣(이휴호천조) : "자연의 평등"에서 쉬게 하는데
是之謂兩行(시지위량행) : 이를 <양행>이라 일컫는다.
古之人(고지인) : 옛사람은
其知有所至矣(기지유소지의) : 지혜가 지극했다.
惡乎至(악호지) : 무엇을 지극하다고 하는가?
有以爲未始有物者(유이위미시유물자) : 본래 한 물건도 없는 자리이므로
至矣盡矣(지의진의) : 지극하고 극진하다고 한다.
不可以加矣(불가이가의) : 아무것도 보탤 것이 없는 경지이다.
其次(기차) : 그 다음은
以爲有物矣(이위유물의) : 사물은 있으나
而未始有封也(이미시유봉야) : 구분하지 않는 경지이다.
其次(기차) : 그 다음은
以爲有封焉(이위유봉언) : 사물이 구분은 되지만
而未始有是非也(이미시유시비야) : 아직 시시비비가 없는 경계이다.
是非之彰也(시비지창야) : 그러나 시비 분별이 횡행함에
道之所以虧也(도지소이휴야) : 도가 가리어졌고
道之所以虧(도지소이휴) : 도가 가려지자
愛之所以成(애지소이성) : 애욕이 발생하게 되었다.
果且有成與虧乎哉(과차유성여휴호재) : 그런데 완성과 파괴가 과연 있는 것일까,
果且無成與虧乎哉(과차무성여휴호재) : 아니면 완성과 파괴가 과연 없는 것일까?
有成與虧(유성여휴) : 완성과 파괴가 있는 것은
故昭氏之鼓琴也(고소씨지고금야) : 옛날 소씨소씨가 거문고를 연주했기 때문이다.
無成與虧(무성여휴) : 완성과 파괴가 없는 것은
故昭氏之不鼓琴也(고소씨지불고금야) : 소씨의 거문고 연주 이전이기 때문이다.
昭文之鼓琴也(소문지고금야) : 소씨가 거문고를 탄 행위,
師曠之枝策也(사광지지책야) : 사광이 북채로 박자를짚었던 일,
惠子之據梧也(혜자지거오야) : 혜자가 책상에 기댄 채 변론한 행위,
三子之知(삼자지지) : 이 세 사람의 재주는
幾乎皆其盛者也(기호개기성자야) : 모두가 그 극치에 다다랐다.
故載之末年(고재지말년) : 따라서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 일에 종사했으나,
唯其好之也(유기호지야) : 이 세 사람의 좋아하는 바가
以異於彼(이이어피) : 세상 사람들과 달라
其好之也(기호지야) : 자신들이 즐기는 바로써
欲以明之(욕이명지) : 사람들을 계몽하려 했다.
彼非所明而明之(피비소명이명지) :
혜자의 경우 자신도 진리에 밝지 않으면서 남을 가르치려 했으므로
故以堅白之昧終(고이견백지매종) : 견백론견백론이란 어리석은궤변으로 시종한 것이다.
而其子又以文之綸終(이기자우이문지륜종) : 소씨의 경우도 아들로서 아버지의 손재주만 흉내냈을 뿐
終身無成(종신무성) : 평생동안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
若是而可謂成乎(약시이가위성호) : 이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雖我無成(수아무성) : 나에게 이룬 것이 없어도
亦可謂成矣(역가위성의) : 나 역시 성공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若是而不可謂成乎(약시이불가위성호) : 이렇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物與我無成也(물여아무성야) : 그렇다면 만물과 나는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으리라.
是故滑疑之耀(시고활의지요) : 따라서자신의 빛을 감추는 일은
聖人之所圖也(성인지소도야) : 바로 성인이 도모하는 바이다.
爲是不用而寓諸庸(위시불용이우제용) : 성인은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대신 세상 사람들의 소견에 맡겨 둔다.
此之謂以明(차지위이명) : 이를 본래의 밝음에 따른다고 일컫는다.
今且有言於此(금차유언어차) : 가령 여기에 한 변론자가 있다고 하자.
不知其與是類乎(부지기여시류호) : 그는 성인과 한 분류인가?
其與是不類乎(기여시불류호) : 아니면 다른 분류에 속하는가?
類與不類(류여불류) : 같은 부류이든 아니든간에
相與爲類(상여위류) : 그가 성인의 마음에 부합하면
則與彼无以異矣(칙여피무이이의) : 그는 성인과 아무런차이가 없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請嘗言之(청상언지) : 한번 말해 보기로 하자.
有始也者(유시야자) : 처음이 있고,
有未始有始也者(유미시유시야자) : 처음이 아직 태동하지 않은 때가 있고,
有未始有夫未始有始也者(유미시유부미시유시야자) : 처음이 아지기 태동하지 않은 때마저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가 있다.
有有也者(유유야자) : 있음이 있고,
有无也者(유무야자) : 없음이 있고,
有未始有无也者(유미시유무야자) : 없음이 아직 형성되지 않음이 있고,
有未始有夫未始有无也者(유미시유부미시유무야자) : 없음이 아직 형성되지않음도 태동되지 않음이 있다.
俄而有无矣(아이유무의) : 그런데 홀연히 있음과 없음이 생긴다.
而未知有无之果孰有孰无也(이미지유무지과숙유숙무야) : 세상 사람들은 있다혹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하겠다.
今我則已有謂矣(금아칙이유위의) : 지금 나는 이미 말을하였으나
而未知吾所謂之其果有謂乎(이미지오소위지기과유위호) : 나의 말이 과연 있는지
其果无謂乎(기과무위호) : 아니면 없는지 모르겠다.
天下莫大於秋毫之末(천하막대어추호지말) : 천하에 가을날 짐승털의 끝보다 큰 것은 없고
而大山爲小(이대산위소) : 태산도 털 끝보다 작다.
莫壽於殤子(막수어상자) : 일찍 죽은 갓난아이보다 장수한 이는 없고
而彭祖爲夭(이팽조위요) : 팽조도 요절한 셈이다.
天地與我竝生(천지여아병생) : 천지도 나와 함께 생긴 것이고,
而萬物與我爲一(이만물여아위일) : 만물도 나와 더불어 하나를 이룬다.
旣已爲一矣(기이위일의) : 이미 하나가 되었는데
且得有言乎(차득유언호) : 이 밖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旣已謂之一矣(기이위지일의) : 이미 하나를 이루었다고 말했을진대
且得无言乎(차득무언호) :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이는 또한 말이 아니겠는가.
一與言爲二(일여언위이) : 하나의 말이 둘이 되고
二與一爲三(이여일위삼) : 둘과 하나가 셋이 된다.
自此以往(자차이왕) : 이렇게 나아가면
巧曆不能得(교력불능득) : 유능한 계산기라도 헤아릴 수 없거늘
而況其凡乎(이황기범호) : 어찌 일반 사람이 셈 할 수 있겠는가!
故自无適有以至於三(고자무적유이지어삼) : 따라서 無에서 有로 나아가는 셋이 되는데
而況自有適有乎(이황자유적유호) : 有에서 有로 진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랴!
无適焉(무적언) : 상대적 세계로 나아가지 않고
因是已(인시이) : 그대로 맡길 따름이다.
夫道未始有封(부도미시유봉) : 무릇 도는 한계가 없는 것이고
言未始有常(언미시유상) : 말에는 정해진 내용이 없는 것이다.
爲是而有畛也(위시이유진야) : 자기 주장을 함으로써 다툼이 생기는 법이다.
請言其畛(청언기진) : 한 번 대해 논쟁에 이야기해 보자.
有左有右有倫有義(유좌유우유륜유의) :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고,倫이 있으면 義가 있고,
有分有辯有競有爭(유분유변유경유쟁) : 분별이 있으면 변론이 있고, 다툼이 있으면 경쟁이 있다.
此之謂八德(차지위팔덕) : 이를 <팔덕>이라 일컫는다.
六合之外(육합지외) : 육합 바깥을
聖人存而不論(성인존이불론) : 성인은 그대로 놓아둘 뿐 말하지 않고,
六合之內(육합지내) : 육합 안에 대해서도
聖人論而不議(성인론이불의) : 대강만 말할 뿐 자세하게 논의하지 않는다.
春秋經世先王之志(춘추경세선왕지지) : <춘추>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선왕의 뜻이었으나,
聖人議而不辯(성인의이불변) : 성인은 이에 대해 명분과 품절만 밝힐 뿐 시비 곡절을 따지지는 않는다.
故分也者(고분야자) : 그러므로 나눌 경우
有不分也(유불분야) : 나눌 수 없는게 있고
辯也者(변야자) : 분별하더라도
有不辯也(유불변야) : 분별할 수 없는게 있다.
曰何也(왈하야) : 왜 그럴까?
聖人懷之(성인회지) : 성인은 만유를 품어 주지만
衆人辯之以相示也(중인변지이상시야) : 세상 사람들은 분별함으로써 자기 소견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故曰辯也者(고왈변야자) : 따라서 "변론하는 사람은
有不見也(유불견야) : 보지 못하는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夫大道不稱(부대도불칭) : 무릇 大道는 헤아릴 수 없고,
大辯不言(대변불언) : 참된 변론은 말하지 않고,
大仁不仁(대인불인) : 지극한 인은 어질지 않고,
大廉不嗛(대렴불겸) : 참다운 청렴은 가득 차지 않고,
大勇不忮(대용불기) : 진정한 용기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道昭而不道(도소이불도) : 도를 말로 분명하게 드러내면 도가 아니고,
言辯而不及(언변이불급) : 말이 시비 다툼에 쓰이면 도에 미치지 못하게 되며
仁常而不周(인상이불주) : 仁이 어딘가에 고착되면 아무것도 아루지 못하고,
廉淸而不信(렴청이불신) : 청렴해 맑기만 하면 미덥지 못하고,
勇忮而不成(용기이불성) : 남을 해치는 용기는 참되지 못하다.
五者无棄而幾向方矣(오자무기이기향방의) : 이 다섯 가지는 원래 참된 實德이었으나 점차 한쪽에 치우쳐 모나게 되었다.
故知止其所不知(고지지기소불지) : 그러므로 알지 못하는 데에 그칠 줄 알면
至矣(지의) : 지극한 것이다.
孰知不言之辯(숙지불언지변) : 어느 누가 말없는 변론과
不道之道(부도지도) : 도가 아닌 도를 아는가
若有能知(약유능지) : 만일 이를 알면
此之謂天府(차지위천부) : <천부>라 이름하리라.
注焉而不滿(주언이불만) : 아무리 물을 거기에 퍼부어도 가득차지 않고
酌焉而不竭(작언이불갈) : 마구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而不知其所由來(이부지기소유래) :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므로
此之謂葆光(차지위보광) : 이를 보광이라 일컫는다.
故昔者堯問於舜曰(고석자요문어순왈) : 옛날에 요가 순에게 물었다.
我欲伐宗膾胥敖(아욕벌종회서오) : "나는 종, 회, 서오 세 나라를 정벌하려 하네.
南面而不釋然(남면이불석연) : 그러나 임금 자리에 있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확연하지 않으니
其故何也(기고하야) : 왜 그런 것일까?"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夫三子者(부삼자자) : "세 나라는
猶存乎蓬艾之間(유존호봉애지간) : 아직 쑥풀이 무성한 미개한 부족 국가입니다.
若不釋然何哉(약불석연하재) : 마음이 꺼림칙한 것은 어쩐 일이십니까?
昔者十日竝出(석자십일병출) : 옛적에 10개의 태양이 일시에
萬物皆照(만물개조) : 만물을 샅샅이 비춘 일이 있습니다.
而況德之進乎日者乎(이황덕지진호일자호) : 하물며 마음의 덕이 태양보다 밝다면 무슨 꺼리낌이 있겠습니까?"
齧缺問乎王倪曰(설결문호왕예왈) : 설결이 왕예에게 물었다.
子知物之所同是乎(자지물지소동시호) : "선생님은 만물이 하나임을 아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내가 어찌 알겠나."
子知子之所不知邪(자지자지소부지사) : "선생님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내 어찌 알겠는가."
然則物无知邪(연칙물무지사) : "그렇다면 아는 게 없으십니까?"
曰吾惡乎知之(왈오악호지지) : 이르기를, "어허, 어찌 알겠나.
雖然嘗試言之(수연상시언지)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어디 한번 말해 보기로 하지.
庸詎知吾所謂知之非不知邪(용거지오소위지지비부지사) : 안다고 하는 게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는가!
庸詎知吾所謂不知之非知邪(용거지오소위부지지비지사) : 또한 내가 모른다는 것이 아는 게 아닌 줄은 어떻게 알겠나!
且吾嘗試問乎汝(차오상시문호여) : 이제 자네에게 한번 물어보겠네.
民濕寢則腰疾偏死(민습침칙요질편사) :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병으로 반신 불수가 되어 죽게되지만
鰌然乎哉(추연호재) : 미꾸라지도 그렇던가?
木處則惴慄恂懼(목처칙췌률순구) : 사람은 나무 위에 있을 경우 벌벌 떨지만
猨猴然乎哉(원후연호재) : 원숭이는 무서워하던가?
三者孰知正處(삼자숙지정처) : 셋 가운데 어느 쪽이 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건가?
民食芻豢(민식추환) : 사람은 초식 동물의 고기를 먹고
麋鹿食薦(미록식천) : 순록은 풀을 뜯고
蝍蛆甘帶(즉저감대) : 지네는 뱀을 맛있게 먹고
鴟鴉嗜鼠(치아기서) : 올빼미는 쥐를 즐겨 먹지.
四者孰知正味(사자숙지정미) : 넷 가운데 어느 누가 올바를맛을 아는 것일까?
猨猵狙以爲雌(원편저이위자) : 원숭이는 편저를 짝으로 하고
麋與鹿交(미여록교) : 고라니는 사슴과 교배하고
鰌與魚游(추여어유) :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함께 놀지.
毛嬙西施(모장서시) : 모장과 서희는
人之所美也(인지소미야) : 세상 사람들이 미녀라고 칭송하지만,
魚見之深入(어견지심입) : 그들을 보면 물고기는 물속 깊이 달아나고
鳥見之高飛(조견지고비) :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麋鹿見之決驟(미록견지결취) : 순록과 사슴은 결사적으로 달아나지.
四者孰知天下之正色哉(사자숙지천하지정색재) : 넷 가운데 누가 천하의 미인을 아는 것일까?
自我觀之(자아관지) : 내가 보건대
仁義之端(인의지단) : 사람들이 인의仁義와
是非之塗(시비지도) : 시비의 길을
樊然殽亂(번연효란) : 어지럽게주장하는데
吾惡能知其辯(오오능지기변) : 나라고 어찌 그것들을 가려낼 수 있겠나!
齧缺曰(설결왈) : 설결이 물었다.
子不知利害(자부지리해) : "선생님은 이해를 모르시는데
則至人固不知利害乎(칙지인고부지리해호) : 지인은 참으로 이해를 모르는 것입니까?'
王倪曰(왕예왈) : 왕예가 대답했다.
至人神矣(지인신의) : "至人은 심묘한 사람이라네.
大澤焚而不能熱(대택분이불능열) : 커다란 연못을 다 태워도 그를 태울 수는 없으며,
河漢冱而不能寒(하한호이불능한) : 황하와 한수를 꽁꽁얼려도 그를 얼릴 수는 없다네.
疾雷破山而不能傷(질뢰파산이불능상) : 사나운 우뢰가 산을 부수고 상하지 않고
飄風振海而不能驚(표풍진해이불능경) : 태풍이 파도를 몰아쳐도 그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지.
若然者(약연자) : 이런 인물은
乘雲氣(승운기) : 구름을 타고
騎日月(기일월) : 해와 달을 부리면서
而遊乎四海之內(이유호사해지내) : 四海바깥에서 노닌다네.
死生無變於己(사생무변어기) : 생사로도 그를 움직일 수 없거늘
而況利害之端乎(이황리해지단호) : 어찌 이해 따위에 꿈쩍이나 하겠는가!
瞿鵲子問乎長梧子曰(구작자문호장오자왈) : 구작자가 장오자에게 물었다.
吾聞諸夫子(오문제부자) : "제가 공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聖人不從事於務(성인불종사어무) : 성인은 세상일을 좇지 않고
不就利(불취리) : 이익을 추구하지도
不違害(불위해) : 해로움을 피하지도 않고
不喜求(불희구) :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 않고
不緣道(불연도) : 도를 따르지도 않고
无謂有謂(무위유위) : 말은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말하고
有謂无謂(유위무위) : 말을 해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아
而遊乎塵垢之外(이유호진구지외) : 초연히 이 세상 밖에서 노닌다고 합니다.
夫子以爲孟浪之言(부자이위맹랑지언) : 공자는 이를 맹랑한 소리하고 일소에 붙였으나
而我以爲妙道之行(이아이위묘도지행) : 저는 묘도를 체득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吾子以爲奚若(오자이위해약) :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長梧子曰(장오자왈) : 장오자가 말했다.
是皇帝之所聽熒也(시황제지소청형야) : "이는 황제가 들어도 믿지 않거늘
而丘也何足以知之(이구야하족이지지) : 공구 따위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
且汝亦大早計(차여역대조계) : 자네도 지나치게 성급하네.
見卵而求時夜(견란이구시야) : 알을 보자마자 새벽 닭소리를 기다리고,
見彈而求鴞炙(견탄이구효자) : 화살을 보자마자 올빼미 구이를 찾는 격이군.
予嘗爲女妄言之(여상위여망언지) : 이제 자네에게 헛소리를 할 터이니
女以妄聽之奚(여이망청지해) : 자네도 그리 알고 망녕되게 듣는 게 어떻겠는가.
旁日月(방일월) : 성인은 해와 달과 나란히하고,
挾宇宙(협우주) : 우주를 손바닥에 든 채
爲其脗合(위기문합) : 두 입술을 합치듯 온갖 변화와 하나가 되고,
置其滑涽(치기활혼) : 혼탁한 속세를 그대로 놓아 버려
以隸相尊(이예상존) : 노예 상태로 서로 멸시하거나 존대하게 되지.
衆人役役(중인역역) : 모든 사람들이 부림을 당해 외물에 얽매이게 되지.
聖人愚芚(성인우둔) : 성인만이 홀로 어리석고 우둔한 듯해서
參萬歲而一成純(참만세이일성순) : 천년 만년이 지나도 천연의 천진을 그대로 보전하지만
萬物盡然(만물진연) : 만물이 다하도록 사람들은 자기 주장에 집착해
而以是相蘊(이이시상온) : 시비 다툼만 늘어 가지.
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여오호지설생지비혹사) : 삶을 좋아함이 미혹한 게 아닌지 내 어찌 알겠는가.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여오호지오사지비약상이부지귀자사) : 죽음을 싫어하지만, 죽음이 어려서 떠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감이 아닌지 내 어찌 알겠나?
麗之姬(려지희) : 여희는
艾封人之子也(애봉인지자야) : 예라는 지방의 관리의 딸이었네.
晉國之始得之也(진국지시득지야) : 진나라에서 강제로 끌고 갈 적에는
涕泣沾襟(체읍첨금) : 그녀는 눈물로 옷깃을 흠뻑 적셨지.
及其至於王所(급기지어왕소) : 진나라 왕궁에 이르러
與王同筐牀(여왕동광상) : 왕과 함께 화려한 생활을 하고
食芻豢(식추환) : 맛있는 고기 요리를 먹게 되자.
而後悔其泣也(이후회기읍야) : 그녀는 눈물 흘린 일을 후회했다고 하네.
予惡乎知夫死者不悔其始之蘄生乎(여오호지부사자불회기시지기생호) : 이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살기를 고대했던 것을 나중에 후회할지 내 어찌 알겠나!
夢飮酒者(몽음주자) : 꿈속에서 유쾌하게 술을 마신 사람이
旦而哭泣(단이곡읍) : 아침에 일어나면 울게 되고,
夢哭泣者(몽곡읍자) : 꿈 속에서 구슬프게 운 사람은
旦而田獵(단이전렵) : 사냥놀이 갈 일이 생긴다네.
方其夢也(방기몽야) : 한창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不知其夢也(부지기몽야) : 그것이 꿈인 줄도 모르고
夢之中又占其夢焉(몽지중우점기몽언) : 또한 꿈을 이리저리 풀어 보다가
覺而後知其夢也(각이후지기몽야) : 꿈에서 깨어난 뒤에야 꿈인 줄 알지.
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차유대각이후지차기대몽야) : 우리네 삶은 이와 같아서 진정한 깨달음이 있어야 삶이 한바탕 꿈 속인 줄 알게 되지.
而愚者自以爲覺(이우자자이위각) :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깨달았다고 자처하여
竊竊然知之(절절연지지) : 짐짓 아는 체하면서,
君乎牧乎固哉(군호목호고재) : 왕입네, 재상입네 과시하려 들지.
丘也與女(구야여여) : 참으로 어리석구나, 공자여!
皆夢也(개몽야) : 자네도 또한 꿈구고 있는 사람이네.
予謂女夢(여위여몽) : 자네더러 꿈꾼다고 지적하는 나의 말도
亦夢也(역몽야) : 또한 꿈 속의 헛소리라네.
是其言也(시기언야) : 이런 이야기는
其名爲弔詭(기명위조궤) : 매우 기이하기는 하지만,
萬世之後而一遇大聖(만세지후이일우대성) : 오랜 뒤에라도 성인이 한번 출현해
知其解者(지기해자) : 이 말의 의미를 알아 준다면
是旦暮遇之也(시단모우지야) : 이는 아침 저녁으로 만난 것과 다름없겠네.
旣使我與若辯矣(기사아여약변의) : "내가 자네와 논쟁한다고 해보세.
若勝我(약승아) : 자네가 나를 이기고
我不若勝(아불약승) : 내가 자네에게 지면,
若果是也(약과시야) : 진정 자네는 옳고
我果非也邪(아과비야사) : 나는 틀린 것일까?
我勝若(아승약) : 내가 자네를 이기고
若不吾勝(약불오승) : 자네가 내게 지면,
我果是也(아과시야) : 정녕 나는 옳고
而果非也邪(이과비야사) : 자네는 그른 것일까?
其或是也(기혹시야) : 한 쪽은 옳고
其或非也邪(기혹비야사) : 다른 쪽은 틀린 것일까?
其俱是也(기구시야) : 아니면 둘 다 옳거나
其俱非也邪(기구비야사) : 둘 다 틀린 것은 아닐까?
我與若不能相知也(아여약불능상지야) : 나도 자네도 어떤지 알 수 없네.
則人固受黮闇(칙인고수담암) : 그런데 사람마다 어둠속에 갇혀 있으므로
吾誰使正之(오수사정지) : 누구에게 물어 볼 수 있겠는가!
使同乎若者正之(사동호약자정지) : 자네와 의견이 같은 사람에게 물어 보면,
旣與若同矣(기여약동의) : 이미 자네와 같은 생각이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찌 바르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使同乎我者正之(사동호아자정지) : 나와 소견이 같은 사람에게 물어 볼 경우,
旣同乎我矣(기동호아의) : 벌써 나와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으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시비를 가려 줄 수 있겠는가!
使異乎我與若者正之(사이호아여약자정지) : 나와도 자네와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조회하면,
旣異乎我與若矣(기이호아여약의) : 이미 두 사람 모두와 의견이 다르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바르게 말할 수 있겠는가!
使同乎我與若者正之(사동호아여약자정지) : 나와도 자네와도 입장이 같은 사람에게 조회할 경우,
旣同乎我與若矣(기동호아여약의) : 우리 둘 모두와 입장이 같으므로
惡能正之(악능정지) : 어떻게 시비를 가려 줄 수 있겠는가!
然則我與若與人俱不能相知也(연칙아여약여인구불능상지야) : 그렇다면 나도 자네도 또 어느 누구도 누가 옳은지 알 수 없는데,
而待彼也耶(이대피야야) : 그 누구를 기다려야만 할까?
化聲之相待(화성지상대) :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 소리에 기대한다는 것은
若其不相待(약기불상대) :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음과 마찬가지로서
和之以天倪(화지이천예) : 모든 것을 조화시키고
因之以曼衍(인지이만연) : 만연에 모든 것을 맡겨 둠이
所以窮年也(소이궁년야) : 천수를 다하는 방법이오
何謂和之以天倪(하위화지이천예) : 그러면 천연한 대도로 조화시킨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曰是不是(왈시불시) : 대답하기를, 옳다는 주장이 있으면 옳지 않다는 주장이 따르고,
然不然(연불연) : 그렇다는 입장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생기지.
是若果是也(시약과시야) : 만일 옳다는 주장이 참으로 옳다면,
則是之異乎不是也(칙시지이호불시야) : 옳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과 다르다고
亦無辯(역무변) :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네.
然若果然也(연약과연야) : 그렇다는 입장이 실제로 그렇다면
則然之異乎不然也亦無辯(칙연지이호불연야역무변) : 그렇다는 입장이 그렇지 않다는 입장과 다르다고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네.
忘年忘義(망년망의) : 나이도 의리도 잊으면
振於無竟(진어무경) : 무궁한 경지로 뻗어나가게 되지요
故寓諸無竟(고우제무경) : 그래서 모든 것을 이 무한한 경지에 놓아 두는 것이요
罔兩問景曰(망량문경왈) : 바깥 그림자의 그림자가 안쪽 그림자에게 물었다.
曩子行(낭자행) : "조금 전 그대는 걷더니
今子止(금자지) : 이제는 멈추고,
曩子坐(낭자좌) : 전에는 앉아 있다가
今子起(금자기) : 지금은 일어나는구나.
何其无特操與(하기무특조여) : 왜 그리도 지조가 없는 게야!"
景曰(경왈) : 안쪽 그림자가 대답했다.
吾有待而然者邪(오유대이연자사) : "의지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오소대우유대이연자사) : 또한 내가 의지하는 것도 기대는게 있어서 그러네.
吾待蛇蚹蜩翼邪(오대사부조익사) : 혹시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惡識所以然(악식소이연) : 어째서 그런 줄 알며
惡識所以不然(악식소이불연) : 왜 그렇지 않은 줄 알겠는가.
昔者莊周夢爲胡蝶(석자장주몽위호접) : 언젠가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어
栩栩然胡蝶也(허허연호접야) :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自喩適志與(자유적지여) :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不知周也(부지주야) :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俄然覺(아연각) :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則蘧蘧然周也(칙거거연주야) : 자신이 분명히 누워 있는게 장주였다네.
不知周之夢爲胡蝶(부지주지몽위호접) : 그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胡蝶之夢爲周與(호접지몽위주여) : 나비가 꿈에 그가 된 것인지 몰랐다네.
周與胡蝶(주여호접) : 장주와 나비는
則必有分矣(칙필유분의) : 틀림없이 다른 존재일 것이므로
此之謂物化(차지위물화) : 이를 <물화>라고 일컫는다네."
양생주(養生主)-장자(莊子)
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 : 우리의 삶은 언젠가 종말이 있으나
而知也无涯(이지야무애) : 지식은 끝이 없다.
以有涯隨无涯(이유애수무애) : 각자에게 부여된 유한한 삶의 시간 동안 끝이 없는 지식을 추구하면
殆已(태이) : 오직 위태로울 뿐이다.
已而爲知者(이이위지자) : 이미 위태로운데도 스스로 안다고 자처하니
殆而已矣(태이이의) : 더욱 위험할 따름이다.
爲善无近名(위선무근명) : 그러나 착한 일을 해도 그런 명예의 개의치 않고
爲惡无近刑(위악무근형) : 악한 일을 해도 형벌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며
緣督以爲經(연독이위경) : 중간의 입장을 따라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可以保身(가이보신) : 몸을 온전히 할 수 있고
可以全生(가이전생) : 생명을 보존할 수 있고
可以養親(가이양친) : 자기 양친을 봉양할 수 있고
可以盡年(가이진년) : 천수를 누릴 수 있으리라.
庖丁爲文惠君解牛(포정위문혜군해우) : 소잡는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은 일이 있다.
手之所觸(수지소촉) : 그때 손을 대고
肩之所倚(견지소의) : 어깨를 기울이고
足之所履(족지소리) : 발로 밝고
膝之所踦(슬지소기) :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에 따라
砉然嚮然(획연향연) : 휙휙 울리는 뼈 발라내는 소리,
奏刀騞然(주도획연) : 칼로 가르는 소리가
莫不中音(막불중음) : 절도에 모두 맞았다.
合於桑林之舞(합어상림지무) : 포정의 몸놀림은 상림의 무악에도 조화되며
乃中經首之會(내중경수지회) : 칼을 움직이는 소리는 경수의 음절에도 맞았다.
文惠君曰(문혜군왈) : 이를 본 문혜군이 말했다.
譆善哉(희선재) : " 참으로 훌륭하구나.
技蓋至此乎(기개지차호) : 소잡는 기술이 어떻게 해서 이런 경지에 이르렀는가?"
庖丁釋刀對曰(포정석도대왈) : 포정이 칼을 놓고 대답했다.
臣之所好者道也(신지소호자도야) : " 제가 즐기는 바는 <도>입니다.
進乎技矣(진호기의) : <도>는 기술보다 우월합니다.
始臣之解牛之時(시신지해우지시) :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에는
所見无非全牛者(소견무비전우자) : 보이는 소밖에 없었읍니다.
三年之後(삼년지후) : 3년이 지나자
未嘗見全牛也(미상견전우야) : 소가 온전한 모습 그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方今之時(방금지시) : 요즘에 이르러서는
臣以神遇而不以目視(신이신우이불이목시) : 저는 마음으로 만나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官知之而神欲行(관지지이신욕행) : 눈의 감각 기능을 멈추고 마음의 눈에 따라 손을 놀립니다.
依乎天理(의호천리) : 천리에 따라
批大卻(비대각) : 큰 틈새를 열어제치고
導大窾因其固然(도대관인기고연) :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의 생긴 그대로를 따라갑니다
枝經肯綮之未嘗(지경긍계지미상) : 그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 한번도 뼈와 살이 연결된 곳을 지나지 않았습니다.
而況大軱乎(이황대고호) : 하물며 큰 뼈가 무슨 장애가 되겠습니까!
良庖歲更刀(량포세갱도) : 재주있는 소잡이가 해마다 칼을 바꾸는 것은
割也(할야) : 살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族庖月更刀(족포월갱도) : 많은 소잡이가 다달이 칼을 교체하는 것은
折也(절야) :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今臣之刀十九年矣(금신지도십구년의) : 저의 칼은 지난 19년 줄곧 사용했어도
所解數千牛矣(소해수천우의) : 소 수천마리를 잡았어도
而刀刃若新發於硎(이도인약신발어형) : 칼날이 지금 막 새로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彼節者有閒(피절자유한) : 소의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고
而刀刃者無厚(이도인자무후) : 칼날은 두께가 없을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以無厚入有閒(이무후입유한) : 두께 없는 칼로 벌어져 있는 뼈마디 사이에 삽입하므로
恢恢乎其於遊刃必有餘地矣(회회호기어유인필유여지의) : 공간이 널찍해서 칼날을 움직이는 데도 여유가 있습니다
是以十九年而刀刃若新發於硎(시이십구년이도인약신발어형) : 그래서 19년이 되어도 칼날을 방금 숫돌에 간 듯합니다.
雖然(수연) : 하지만
每至於族(매지어족) : 칼날이 근육과 골반이 연결된 곳에 이를 때마다
吾見其難爲(오견기난위) : 어려움을 절감합니다.
怵然爲戒(출연위계) : 저는 근심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서
視爲止(시위지) : 눈길을 고정시키고
行爲遲(행위지) : 손놀림을 천천히 하면서
動刀甚微(동도심미) : 칼날을 매우 세심하게 움직입니다.
謋然已解(획연이해) : 어느 결에 뼈와 살이 확연하게 갈라져
牛不知其死也(우부지기사야) : 소는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如士委地(여사위지) : 살이 뼈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提刀而立(제도이립) : 칼을 든 채 일어나서
爲之四顧(위지사고) : 사방 둘레를 살펴보며
爲之躊躇滿志(위지주저만지) : “잠시 머뭇거리다가 만족한 기분으로
善刀而藏之(선도이장지) : 칼을 씻어 챙겨 넣습니다."
文惠君曰(문혜군왈) : 문혜군은 말했다
善哉(선재) : " 훌륭하구나.
吾聞庖丁之言(오문포정지언) : 내가 포정의 말을 듣고
得養生焉(득양생언) : 양생의 이치를 얻었도다."
公文軒見右師而驚曰(공문헌견우사이경왈) : 공문헌이 우사를 보자 놀라 말했다.
是何人也(시하인야) : " 이 어찌된 사람인가!
惡乎介也(악호개야) : 왜 발이 잘렸을까?
天與(천여) : 하늘이 그런 것일까?
其人與(기인여) : 사람의 짓일까?"
曰天也非人也(왈천야비인야) : 스스로 대답하기를, "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야.
天之生是使獨也(천지생시사독야) : 하늘이 그를 세상에 보낼 때 외발로 만든거야.
人之貌有與也(인지모유여야) : 사람의 모양에는 두 다리가 있게 마련이다.
以是知其天也(이시지기천야) : 것으로도 외발인 것은 하늘의 조화이지
非人也(비인야) : 이사람의 짓은 아니야.
澤雉十步一啄(택치십보일탁) : 연못에 사는 꿩은 열 발자국을 가야만 한번 먹이를 쪼을 수 있고,
百步一食(백보일식) : 백 걸음을 옮겨야 겨우 물 한모금을 마실 수 있지.
不蘄畜乎樊中(불기축호번중) : 그래도 꿩은 우리 안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는 않아.
神雖王(신수왕) : 기력은 비록 왕성하나
不善也(불선야) :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老聃死(노담사) : 노담이 죽자
秦失弔之(진실조지) : 진일이 조문 가서
三號而出(삼호이출) : 세 번 곡만 하고 나왔다.
弟子曰(제자왈) : 이에 제자가 물었다.
非夫子之友邪(비부자지우사) : " 선생님의 친구가 아닌가요?"
曰然(왈연) : 말하기를, " 친구지."
然則弔焉若此(연칙조언약차) : " 그렇다면 이처럼 소홀하게 조문하는 것이
可乎(가호) : 옳은 일입니까?"
曰然(왈연) : " 그렇다네.
始也吾以爲至人也(시야오이위지인야) : 처음에 나는 그를 도인으로 알았으나
而今非也(이금비야) : 이제 보니 그렇지 않더군.
向吾入而弔焉(향오입이조언) : 조금 전 들어가서 조문을 할 때,
有老者哭之(유노자곡지) : 늙은이는 곡을 하기를
如哭其子(여곡기자) : 마치 자기 자식이 죽은 듯이 하고
少者哭之(소자곡지) : 젊은이는 곡하기를
如哭其母(여곡기모) : 흡사 자기 어버이라도 죽은 듯이 하였다
彼其所以會之(피기소이회지) : 그가 죽자 저처럼 사람이 모인 것은
必有不蘄哭而哭者(필유불기곡이곡자) : 반드시 그가 말로서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是遁天倍情(시둔천배정) : 무언중에 자기 의사를 표시했고, 곡하기를 요구하지는 않았어도 은연중에 그렇게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지.
忘其所受(망기소수) : 이는 하늘을 어기고 진실을 배반한 채 부여받은 본성을 망각한 처사라네.
古者謂之遁天之刑(고자위지둔천지형) : 옛날에는 이를 '천연에서 벗어난 죄'라고 일컬었다네.
適來夫子時也(적래부자시야) : 그가 어쩌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때를 만난 것이고,
適去夫子順也(적거부자순야) : 우연히 세상을 떠난 것도 생명이 다했기 때문이라네.
安時而處順(안시이처순) : 시간의 변화에 편안히 머물러 자연의 도리를 따라가면
哀樂不能入也(애락불능입야) : 슬픔도 즐거움도 끼어들지 못하지.
古者謂是帝之懸解(고자위시제지현해) : 옛날에는 이런 경지를 '본래 면목의 육신의 구속에서 풀려났다'고 이름하였네.
指窮於爲薪(지궁어위신) : 기름은 장작더미 속에서 다 타도
火傳也(화전야) : 불은 계속 번져
不知其盡也(부지기진야) : 그것이 꺼질 줄 무른다.
인간세(人間世)-장자(莊子)
顔回見仲尼(안회견중니) : 안회가 중니를 만나
請行(청행) : 여행을 떠나겠다고 청했다.
曰奚之(왈해지) : 이에 중니가 묻기를, " 어디로 가려는가?"
曰將之衛(왈장지위) : " 위나라로 떠나려 합니다."
曰奚爲焉(왈해위언) : " 어째서 위나라로 가려 하는가?"
曰回聞衛君(왈회문위군) : " 제가 듣기에 위나라 왕은
其年壯(기년장) : 나이가 젊은데다가
其行獨(기행독) : 행실이 사나워
輕用其國(경용기국) : 나라일을 가벼이 경영하고
而不見其過(이불견기과) : 자기 허물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輕用民死(경용민사) : 또한 그는 백성을 죽도록 함부로 내버려 두어
死者以國量乎澤(사자이국량호택) : 시체가 흡사 연못에 무성한
若蕉(약초) : 파초와도 같이 많다고 합니다.
民其無如矣(민기무여의) :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回嘗聞之夫子曰(회상문지부자왈) :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 이르기를
治國去之(치국거지) :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떠나고
亂國就之(난국취지) : 어지러운 나라로 들어가라,
醫門多疾(의문다질) : 어진 의사에게는 환자가 많이 모이는 법이다'라고
願以所聞(원이소문) :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思其所行(사기소행) : 제가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대로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하면
則庶幾其國有瘳乎(칙서기기국유추호) : 위나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仲尼曰譆(중니왈희) : 중니가 말했다." 어허!
若殆往而刑耳(약태왕이형이) : 자네가 가면 필시 형벌을 받을 걸세.
夫道不欲雜(부도불욕잡) : 무릇 도란 번거로움을 멀리 해야 되는 법이네.
雜則多(잡칙다) : 번거로움이 있으면 일이 많아지고
多則擾(다칙요) : 일이 많으면 혼란해지고
擾則憂(요칙우) : 혼란해지면 근심이 생기고
憂而不救(우이불구) : 근심이 생기면 남을 구할 수가 없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의 지인은
先存諸己而後存諸人(선존제기이후존제인) : 먼저 자신이 도를 갖춘 연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아갔다네.
所存於己者未定(소존어기자미정) : 자네 자신도 아직 본래 면목을 회복하지 못했으면서
何暇至於暴人之所行(하가지어폭인지소행) : 난폭한 사람의 행동을 어느 겨를에 막겠는가?'
且若亦知夫德之所蕩(차약역지부덕지소탕) : 또한 자네는 덕이 어떻게 흩어지고
而知之所爲出乎哉(이지지소위출호재) : 지식이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지 알고 있는가?
德蕩乎名(덕탕호명) : 덕은 명예욕으로 인해 유실되고
知出乎爭(지출호쟁) : 지식은 경쟁심에서 생기는 법이라네.
名也者(명야자) : 명예란
相軋也(상알야) : 서로를 반목시키고
知者也(지자야) : 지식은
爭之器也(쟁지기야) : 경쟁 도구에 불과하지.
二者凶器(이자흉기) : 명예와 지식은 사람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흉기이므로
非所以盡行也(비소이진행야) : 세상에 횡행하게 해서는 안 되네.
且德厚信矼(차덕후신강) : 자네는 후덕하고 신망이 두텁기는 하지만
未達人氣(미달인기) : 사람의 기운 변화는 아직까지 간파하지 못하고,
名聞不爭(명문부쟁) : 명예와 지식을 얻기 위해 다투지는 않으나
未達人心(미달인심) :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지는 못하지.
而强以仁義繩墨之言衒暴人之前者(이강이인의승묵지언현폭인지전자) : 그런데도 억지로 인의 혹은 도덕 규범 따위의 현학적 언사를 사나운 왕 앞에 늘어 놓은 것은
是以人惡育其美也(시이인악육기미야) : 남의 결점을 빙자해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짓이라네.
命之曰災人(명지왈재인) : 이런 자를 이름하여 남을 해치는 자라고 하지.
災人者(재인자) : 타인을 해치면
人必反災之(인필반재지) : 그로부터 해침을 당하는 법,
若殆爲人災夫(약태위인재부) : 자네도 이와 마찬가지로 해를 입게될 걸세.
且苟爲悅賢而惡不肖(차구위열현이악불초) : 또한 위나라 왕이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불초한 자를 미워한다면
惡用而求有以異(악용이구유이이) : 그 나라에도 어진 사람이 있을 터인데 어찌 자네를 등용하겠는가!
若唯無詔(약유무조) : 자네는 부름을 받고 위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네.
王公必將乘人而鬪其捷(왕공필장승인이투기첩) : 따라서 위나라 왕은 필시 권세로 누르고 능숙한 말재주로 압도하려 할 것이네.
而目將熒之(이목장형지) : 그러면 자네의 눈의 초점을 잃고
而色將平之(이색장평지) : 얼굴색은 변하고
口將營之(구장영지) : 입으로는 온갖 변명을 늘어 놓고
容將形之(용장형지) : 태도는 비굴해지고
心且成之(심차성지) : 마음도 또한 상대를 따르게 되지.
是以火救火(시이화구화) : 이것은 불로써 불을 끄고
以水救水(이수구수) : 물로써 물을 막는 격이라네.
名之曰益多(명지왈익다) : 이를 이름하여 상대의 잘못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하지.
順始無窮(순시무궁) : 처음부터 끌려 가면 왕의 과오는 끝없이 늘어갈 것이네.
若殆以不信厚言(약태이불신후언) : 자네가 신임도 받지 못하면서 충직한 언사만 쏟아 붓는다면,
必死於暴人之前矣(필사어폭인지전의) : 필시 사나운 왕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네.
且昔者桀殺關龍逢(차석자걸살관룡봉) : " 또한 옛날에 걸왕은 관용봉을 죽였고
紂殺王子比干(주살왕자비간) :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네.
是皆修其身以下傴拊人之民(시개수기신이하구부인지민) : 두 인물은 덕망있는인사였으나 신하의 몸으로 분수에 맞지 않게 백성을 모았으며
以下拂其上者也(이하불기상자야) : 왕의 신하이면서도 왕을거역한 자라네.
故其君因其修以擠之(고기군인기수이제지) : 그래서 군주는 그들의 덕행이 훌륭한 때문에 모함하여 죽여버린 것이다
是好名者也(시호명자야) : 죽음을 당한 것은 두 인물이 충신이라는 명예를 좋아한 허물 탓이지.
昔者堯攻叢枝胥敖(석자요공총지서오) : 옛적에 요임금은 총기와 서오를 공격했고,
禹攻有扈(우공유호) : 우임금은 유호를 침공한 적이 있지.
國爲虛厲(국위허려) : 세 나라는 모두 폐허가 되었다네.
身爲刑戮(신위형륙) : 두 왕은 직접 백성들을 몰살시켰고,
其用兵不止(기용병부지) : 그들이 군대를 동원하고 끊임없이 재물을 쫓길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其求實無已(기구실무이) : 그들이 끝없이 어질다는 실질을 구하려 했다더군.
是皆求名實者也(시개구명실자야) : 이들이 모두 명예와 재물을 쫓은 사람들이다
而獨不聞之乎(이독불문지호) : 너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겠지
名實者(명실자) : 명과 실은
聖人之所不能勝也(성인지소불능승야) : 성인이라 해도 온전히 하기가 어려운데
而況若乎(이황약호) : 하물며 자네에 있어서야 어떻겠는가!"
雖然(수연) :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若必有以也(약필유이야) : 자네가 굳이 위나라에 가려 할 때는 필시 방책이 있을 게야.
嘗以語我來(상이어아래) : 자, 한번 말이나 해보게."
顔回曰(안회왈) : 안회가 말했다.
端而虛(단이허) : " 몸을 단아하게 하고, 마음을 비우며,
勉而一則可乎(면이일칙가호) : 뜻을 힘써 한결같이 하면 되겠읍니까?"
曰惡惡可(왈악악가) : " 안되네. 어찌 가능하겠는가!
夫以陽爲充孔揚(부이양위충공양) : 위왕은 기세가 등등해 사나운 기운으로 충만하고 자만심에 차 있으며
采色不定(채색부정) : 굴빛이 매 순간 변화무쌍하지.
常人之所不違(상인지소불위) : 얼평범한 사람은 감히 그를 감당하지 못한다네.
因案人之所感(인안인지소감) :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의 감정을 짓밟아
以求容與其心(이구용여기심) : 상대를 제멋대로 가지고 놀 걸세.
名之曰日漸之德不成(명지왈일점지덕불성) : 이런 인물을 일컬어 ' 작은 덕마저 성취할 수 없다'고 하는데,
而況大德乎(이황대덕호) : 하물며 큰 덕에 있어서랴!
將執而不化(장집이불화) : 그는 자기 소견에 집착할 뿐 남의 감화를 받지 않고
外合而內不訾(외합이내불자) : 겉으로는 좇는 듯해도 내심으로는 고려조차 않을 것이므로,
其庸거可乎(其庸거가호) : 어찌 자네의 뜻이 성취될 수 있겠는가!"
然則我內直而外曲(연칙아내직이외곡) : " 그렇다면 제가 안으로는 곧게 하고 밖으로는 부드럽게 하며
成而上比(성이상비) : 옛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그 말을 좇겠읍니다.
內直者(내직자) : 속마음이 곧은 것은
與天爲徒(여천위도) : 하늘과 더불어 한 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與天爲徒者(여천위도자) : 하늘과 하나가 되면
知天子之與己皆天之所子(지천자지여기개천지소자) : 천자도 자기 자신도 모두 하늘의 자손임을 알게 됩니다.
而獨以己言蘄乎而人善之(이독이기언기호이인선지) : 따라서 위왕이 유독 자기 말에 대해 그가 내 말을 옳다고 하기를 바라겠습니까
蘄乎而人不善之邪(기호이인불선지사) : 아니면 그가 옳지지 않다고 헐뜯기를 바라겠습니까
若然者(약연자) : 이러한 인물을
人謂之童子(인위지동자) : 사람들은 이런어린 아이라 일컫기도 하고
是之謂與天爲徒(시지위여천위도) : 하늘과 하나가 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外曲者(외곡자) : 외모를 부드럽게 하는 자는
與人爲徒也(여인위도야) : 사람과 한 무리가 된 자입니다
擎跽曲拳(경기곡권) : 손을 높이 들어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서 절을 하는 것은
人臣之禮也(인신지례야) : 신하로서의 예의입니다
人皆爲之(인개위지) :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그렇게 하는데
吾敢不爲邪(오감불위사) : 저라고 어찌 않겠습니까
爲人之所爲者(위인지소위자) : 남이 하는 대로 하고 있으면
人亦無疵焉(인역무자언) : 남도 헐뜯지 않을 것입니다
是之謂與人爲徒(시지위여인위도) : 이런 것을 사람과 한무리가 되었가도 합니다
成而上比者(성이상비자) : 자기 의견을 말하더라도 옛 사람의 말에 붙여서 하는 자는
與古爲徒(여고위도) : 옛 사람과 한 무리가 된 것입니다
其言雖敎(기언수교) : 그러한 사람의 말은 옛날의 가르침이지만
讁之實也(적지실야) : 실은 상대방을 꾸짓고 있는 것입니다
古之有也(고지유야) :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난 그것은 옛 사람 것이지
非吾有也(비오유야) : 제 것이 아닙니다
若然者(약연자) : 이렇게 하면
雖直而不病(수직이불병) : 아무리 솔직한 발언을 해도 해를 입지 않습니다
是之謂與古爲徒(시지위여고위도) : 이런 것을 옛 사람과 한 무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若是則可乎(약시칙가호) :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惡惡可(악악가) : " 안 되지, 당치도 않아.
大多政法而不諜(대다정법이불첩) : 이유가 너무 많아 적당하지 않네.
雖固亦無罪(수고역무죄) : 고루하다고 하여 벌 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雖然(수연) : 그렇게 한다면
止是耳矣(지시이의) : 단지 그 정도에 그칠 뿐이지.
夫胡可以及化(부호가이급화) : 어찌 위왕을 감화시킬 수 있겠는가?
猶師心者也(유사심자야) : 자네는 아직 자기 생각에만 얽매여 있네."
顔回曰(안회왈) : 이에 안회가 말했다.
吾无以進矣(오무이진의) : " 저는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읍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 선생님의 방법을 받고 싶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말했다.
齋吾將語若(재오장어약) : " 먼저 마음을 재계하게, 그러면 자네에게 한번 말해 주겠네.
有心而爲之(유심이위지) : 사심을 품은 채로 재계를 하면
其易邪(기역사) :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易之者(역지자) : 쉽다고 여기는 자는
暭天不宜(희천불의) : 하늘을 마땅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顔回曰(안회왈) : 안회가 말했다.
回之家貧(회지가빈) : " 저의 집은 가난해서
唯不飮酒(유불음주) : 술 먹을 생각조차 못하고
不茹葷者數月矣(불여훈자수월의) : 자극성있는 야채를 못 먹은 지가 여러 달입니다.
如此(여차) : 이렇게 하면
則可以爲齋乎(칙가이위재호) : 재계라 할 수 있겠습니까?"
曰時祭祀之齋(왈시제사지재) : " 이는 제사지내기 위한 재계이지
非心齋也(비심재야) : 마음의 재계는 아니네."
回曰(회왈) : 이에 안회가 물었다.
敢問心齋(감문심재) : " 감히 마음의 재계를 묻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若一志(약일지) : " 마음을 하나로 모아
无聽之以耳而聽之以心(무청지이이이청지이심) : 귀로 소리를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게.
无聽之以心而聽之以氣(무청지이심이청지이기) : 또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운으로 듣게.
耳止於聽(이지어청) :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心止於符(심지어부) : 마음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에 맞추어 깨달을 뿐이지만
氣也者(기야자) : 기운은
虛而待物者也(허이대물자야) : 허령해서 무엇이나 그대로 받아들이지.
唯道集虛(유도집허) : 진리는 오직 허령한 곳에 모이는 법이야.
虛者心齋也(허자심재야) : 허령함이 바로 마음의 재계라네."
顔回曰(안회왈) : 안회가 말했다.
回之未始得使(회지미시득사) : " 제가 아직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을 때는
實有回也(실유회야) : 참으로 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得使之也(득사지야) : 그러나 선생님 말씀을 듣자마자
未始有回也(미시유회야) : 제 자신을 잊게 되었습니다.
可謂虛乎(가위허호) : 이를 허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夫子曰(부자왈) : 이에 공자가 말했다.
盡矣(진의) : " 지극하구나.
吾語若(오어약) : 자네에게 말해 주겠네.
若能入遊其樊(약능입유기번) : 세속의 울타리 안에서 소요하면서
而无感其名(이무감기명) : 명예 따위에는 흔들리지 말아야 되네.
入則鳴(입칙명) : 자네가 받아들여지면 말을 하고
不入則止(불입칙지) : 용납되지 않거든 그대로 있게나.
无門无毒(무문무독) : 자기 마음에 문을 세우지도 어떤 비방秘方을 마련하지도 말고
一宅而寓於不得已(일택이우어부득이) :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어쩔 수 없는 천연에 따른다면
則幾矣(칙기의) : 도에 가까워질 것이네.
絶迹易(절적이) :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기는 쉬워도
无行地難(무행지난) : 무심하게 소요하기란 어려운 일이네.
爲人使易以僞(위인사역이위) : 사람에게 부림을 당할 때는 속이기 쉽지만,
爲天使難以僞(위천사난이위) : 하늘의 부림을 받으면 속이기 어렵다네.
聞以有翼飛者矣(문이유익비자의) : 날개 달고 날았다는 말은 들었어도,
未聞以无翼飛者也(미문이무익비자야) : 날개 없이 날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을 걸세.
聞以有知知者矣(문이유지지자의) : 지식으로 사물 이치를 안다는 말은 들었어도
未聞以无知知者也(미문이무지지자야) : 무지로 모든 것을 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겠지.
瞻彼闋者(첨피결자) : 저 텅 빈 곳을 보게나.
虛室生白(허실생백) : 휑하니 빈 방이지만 환하게 밝지 않은가.
吉祥止止(길상지지) : 축복도 빈 마음에 모인다네.
夫且不止(부차불지) : 그런데도 그쳐야 할 곳에 그치지 않으면
是之謂坐馳(시지위좌치) : 이를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은 달린다는 <좌치>라 이름하지.
夫徇耳目內通(부순이목내통) : 무릇 눈과 귀를 밖이 아닌 안으로 통하게 하고
而外於心知(이외어심지) : 마음의 작용을 안이 아닌 밖으로 쏠리게 하면
鬼神將來舍(귀신장래사) : 귀신마저도 머무는데
而況人乎(이황인호) :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는 두말 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是萬物之化也(시만물지화야) : 이것이야말로 만물을 움직이는 힘이라네.
禹舜之所紐也(우순지소뉴야) : 우임금과 순임금도 이를 따랐으며
伏羲戯几之所行終(복희희궤지소행종) : 복희와 궤거가 평생 행한 것이었지.
而況散焉者乎(이황산언자호) : 그러니 일반인에 있어서는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葉公子高將使於齊(엽공자고장사어제) : 섭공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問於仲尼曰(문어중니왈) : 중니에게 물었다.
王使諸梁也甚重(왕사제량야심중) : " 왕이 저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은 일이 중대합니다.
齊之待使者(제지대사자) : 사신에 대한 제나라의 태도는
蓋將甚敬而不急(개장심경이불급) : 매우 정중한 데가 있지만 일의 교섭에는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匹夫猶未可動(필부유미가동) : 필부의 마음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而況諸侯乎(이황제후호) : 제후에 있어서는 말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吾甚慄之(오심률지) : 저는 일을 그르칠까 매우 걱정합니다.
子常語諸梁也曰(자상어제량야왈) :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저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
凡事若小若大(범사약소약대) : ‘무릇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寡不道以懽成(과부도이환성) :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성취했다면 만족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事若不成(사약불성) : 만일 일이 성취되지 못하면
則必有人道之患(칙필유인도지환) : 반드시 인간 도리의 벌을 왕으로부터 받을 것입니다.
事若成(사약성) : 일을 성취한다 해도
則必有陰陽之患(칙필유음양지환) : 필시 음양의 부조화로 인한 병에 걸릴 것이다.
若成若不成(약성약불성) : 일을 이루거나 못 이루거나간에
而後無患者(이후무환자) : 사후에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은
唯有德者能之(유유덕자능지) : 오직 유덕한 인물만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吾食也執粗而不臧(오식야집조이불장) : 그런데 제가 먹는 것은 보잘것 없고 좋은 음식이 못 됩니다.
爨無欲淸之人(찬무욕청지인) : 음식 지을 때 요리사가 시원함을 바라지고 않습니다.
今吾朝受命而夕飮氷(금오조수명이석음빙) : 오늘 아침에저는 왕으로부터 사신 임무를 부여받고 저녁에 얼음을 먹은 형편인데도
我其內熱與(아기내열여) : 오히려 저는 속에서는 열이 식을 줄 모릅니다.
吾未至乎事之情(오미지호사지정) : 아직 일에 착수하기도 전에
而旣有陰陽之患矣(이기유음양지환의) : 이미 음양의 부조화로 인한 병에 걸렸습니다.
事若不成(사약불성) : 또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必有人道之患(필유인도지환) : 반드시 왕은 인도의 환난을 내릴 것입니다.
是兩也(시량야) : 이 두 가지 재앙은
爲人臣者不足以任之(위인신자부족이임지) : 신하된 제가 임무를 감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子其有以語我來(자기유이어아래) : 부디 선생님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말했다.
天下有大戒二(천하유대계이) : " 천하에 크게 경계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其一命也(기일명야) : 하나는 명이고
其一義也(기일의야) : 다른 하나는 의입니다.
子之愛親命也(자지애친명야) : 자식이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명으로
不可解於心(불가해어심) : 사람의 마음에서 제거할 수 없습니다.
臣之事君義也(신지사군의야) : 신하가 왕을 섬김은 의로서
無適而非君也(무적이비군야) : 어떤 경우에도 왕은 왕인 것입니다.
無所逃於天地之間(무소도어천지지간) : 이 둘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是之謂大戒(시지위대계) : 이를 크게 경계할 일이라고 일컫습니다.
是以夫事其親者(시이부사기친자) : 따라서 어버이를 섬김에 있어서는
不擇地而安之(불택지이안지) : 어떠한 상황에서도 편안히 모셔아만
孝之至也(효지지야) : 지극한 효도라 할 수 있습니다.
夫事其君者(부사기군자) : 또한 임금을 받드는 데 있어서
不擇事而安之(불택사이안지) :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편안히 섬겨야만
忠之盛也(충지성야) : 최고의 충성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自事其心者(자사기심자) : 스스로 자기 마음을 섬기는 사람은
哀樂不易施乎前(애락불역시호전) : 눈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슬픔과 즐거움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知其不可奈何(지기불가내하) :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 마음을 편히 운명에 따르게 됩니다
德之至也(덕지지야) : 덕의 지극함 입니다.
爲人臣子者(위인신자자) : 왕의 신하이거나 사람의 아들이거나
固有所不得已(고유소부득이) : 참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부딪히면
行事之情而忘其身(행사지정이망기신) : 주어진 바를 충실히 행하고 자기 몸을 보살피지 않아야 합니다.
何暇至於悅生而惡死(하가지어열생이악사) : 그러니 어느 겨를에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겠습니까!
夫子其行可矣(부자기행가의) : 그대는 주저하지 말고 임무수행을 위해 제나라도 가는 게 좋겠습니다."
丘請復以所聞(구청복이소문) : " 제가 들은 바를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凡交近則必相靡以信(범교근칙필상미이신) : 무릇 가까운 나라와 교류할 경우에는 반드시 신의로서 서로 존중하고
交遠則必忠之以言(교원칙필충지이언) : 먼 나라와는 모름지기 말로써 자기 뜻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言必或傳之(언필혹전지) : 말에는 그것을 전할 사신이 필요한데,
夫傳兩喜兩怒之言(부전량희량노지언) : 양쪽이 모두 기뻐하거나 화나게 하는 말을 하기는
天下之難者也(천하지난자야) : 천하에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夫兩喜必多溢美之言(부량희필다일미지언) : 양쪽이 모두 기뻐하면 필시 지나치게 미사여구가 많은 것이고,
兩怒必多溢惡之言(량노필다일악지언) : 모두 화를 낸다면 틀림없이 지나치게 헐뜯는 말이
凡溢之類妄(범일지류망) : 그것에 넘칠 정도로 많은 것입니다.
妄則其信之也莫(망칙기신지야막) : 말이 망령되면 말은 미덥지 않습니다.
莫則傳言者殃(막칙전언자앙) : 말에 믿음이 안 가면 이를 전한 사신은 처벌을 받게 마련입니다.
故法言曰(고법언왈) : 그러므로 격언에 말했습니다
傳其常情(전기상정) : '평소에 있는 진실된 말은 전하고
無傳其溢言(무전기일언) : 지나친 언사는 전하지 않으면
則幾乎全(칙기호전) : 우선은 안전하다고'고 했습니다.
且以巧鬪力者(차이교투력자) : " 또한 재주를 겨루는 경우,
始乎陽(시호양) :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다가도
常卒乎陰(상졸호음) : 항상 끝에 가서는 화를 내게 되는데
泰至則多奇巧(태지칙다기교) : 지나치게 되면 간계가 많아지게 됩니다.
以禮飮酒者(이례음주자) : 예를 갖추고 술을 먹을 때도
始乎治(시호치) : 시작은 법도에 맞지만,
常卒乎亂(상졸호란) : 마지막에 가서는 늘 난잡해지고
泰至則多奇樂(태지칙다기락) : 지나칠 경우에는 추잡한 쾌락을 추구하게 됩니다.
凡事亦然(범사역연) : 모든 일에 이와 같아서
始乎諒(시호량) : 시초에는 상호 신뢰 속에서 진행되나,
常卒乎鄙(상졸호비) :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속이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其作始也簡(기작시야간) : 처음에는 간략하다가도
其將畢也必巨(기장필야필거) : 마지막에 이르면 복잡다단해집니다.
言者風波也(언자풍파야) : 말이란 바람 따라 일어나는 물결과 같고
行者實喪也(행자실상야) : 행동에는 득실이 있습니다.
夫風波易以動(부풍파역이동) : 풍파는 요동하기 쉽고
實喪易以危(실상역이위) : 득실은 위태롭기 십상입니다.
故忿設無由(고분설무유) : 따라서 화가 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巧言偏辭(교언편사) : 교묘한 언사와 왜곡된 말 때문입니다.
獸死不擇音(수사불택음) : 짐승이 죽음에 이를 경우 아무렇게나 악을 쓰게 되고
氣息茀然(기식불연) : 호흡은 거칠어집니다.
於是竝生心厲(어시병생심려) : 이에 마음이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剋核太至(극핵태지) : 남을 지나치게 비난하면
則必有不肖之心應之(칙필유불초지심응지) : 상대도 사납게 대응하게 되지만
而不知其然也(이부지기연야) : 왜 그런지 까닭을 모르게 됩니다.
苟爲不知其然也(구위부지기연야) : 참으로 그 이유도 알지 못하는데
孰知其所終(숙지기소종) : 누가 그 타툼의 종말을 알겠습니까!
故法言曰(고법언왈) : 그러므로 속담에 말했습니다
無遷令(무천령) : '왕의 명령을 고치지도 말고
無勸成(무권성) : 무리하게 명령을 수행하지도 말라'고 일렀습니다.
過度益也(과도익야) : 지나친 것은 불필요함을 덧붙이는 격입니다.
遷令勸成殆事(천령권성태사) : 왕의 명령을 바꾸거나 무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합니다.
美成在久(미성재구) : 좋은 일은 이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惡成不及改(악성불급개) : 한번 저지른 나쁜 일은 고칠 수 없으므로
可不愼與(가불신여) : 어떻게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且夫乘物以遊心(차부승물이유심) : 그저 사물의 움직임에 마음을 싣고
託不得已以養中(탁부득이이양중) :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중도를 지키는 것이
至矣(지의) : 최상입니다.
何作爲報也(하작위보야) : 어찌 조작해 왕에게 보고하겠습니까.
莫若爲致命(막약위치명) :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此其難者(차기난자) : 이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顔闔將傅衛靈公太子(안합장부위령공태자) : 안합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를 보좌하게 되자
而問於蘧(이문어거) : 거백옥에게 물었다.
伯玉曰(백옥왈) : 백옥이 말했다
有人於此(유인어차) : "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其德天殺(기덕천살) : 천성적으로 덕이 없는 인물입니다.
與之爲無方(여지위무방) : 그와 함께 법도를 지키지 않으면
則危吾國(칙위오국) : 나라가 위험하고,
與之爲有方(여지위유방) : 예법에 따르게 할 경우에는
則危吾身(칙위오신) : 저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其知適足以知人之過(기지적족이지인지과) : 그의 지혜는 남의 허물만 볼 뿐이고
而不知其所以過(이부지기소이과) :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若然者(약연자) : 사람됨이 이와 같으니
吾奈之何(오내지하) :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
籧伯玉曰(거백옥왈) : 이에 거백옥이 말했다.
善哉問乎(선재문호) : " 잘 물으셨습니다.
戒之(계지) : 무엇보다도 경계하고
愼之(신지) : 삼가서
正汝身也哉(정여신야재) :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합니다.
形莫若就(형막약취) : 태도는 그에 순응하는 것이 제일이고
心莫若和(심막약화) : 마음은 함께 맞추는 것이 최상입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之二者有患(지이자유환) : 여전히 두 가지망으로는 근심이 있습니다.
就不欲入(취불욕입) : 따라서 몸으로는 따르더라도 말려들지는
和不欲出(화불욕출) : 마음은 맞추더라도 겉으로 두드러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形就而入(형취이입) : 몸으로 그를 좇다가 아주 빠져들면
且爲顚爲滅(차위전위멸) : 뒤집혀 파멸하게 되고
爲崩爲蹶(위붕위궐) : 무너져 넘어지게 됩니다.
心和而出(심화이출) : 마음을 맞추다가 그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되면
且爲聲爲名(차위성위명) : 소문이 나서 그의 허물이 알려지게 되어
爲妖爲孼(위요위얼) : 재앙을 입게 됩니다.
彼且爲嬰兒(피차위영아) : 그가 간난아이처럼 놀면
亦與之爲嬰兒(역여지위영아) : 함께 갓난아이 노릇을 하고
彼且爲無町畦(피차위무정휴) : 그가 아무렇게나 굴면
亦與之爲無町畦(역여지위무정휴) : 함께 절제없이 놀아야 합니다.
彼且爲無崖(피차위무애) : 또한 방탕하게 행동하면
亦與之爲無崖(역여지위무애) : 같이 제멋대로 해야만
達人入於無疵(달인입어무자) : 종내에는 그를 허물없는 인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汝不知夫螳螂乎(여부지부당랑호) : 당신을 사마귀를 모르십니까?
怒其臂以當車轍(노기비이당차철) : 사마귀는 자기 팔을 휘두르며 수레바퀴에 맞서려 합니다.
不知其不勝任也(부지기불승임야) : 자기가 감당 못할 것을 모르기 때문으로
是其才之美者也(시기재지미자야) : 이는 자기 재주를 과신한 탓입니다.
戒之(계지) : 이런 짓을 경계하고.
愼之(신지) : 삼가야 합니다
績伐而美者以犯之(적벌이미자이범지) :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상대를 거역하면
幾矣(기의) : 위태롭습니다.
汝不知夫養虎者乎(여부지부양호자호) : 당신은 호랑이 사육사를 보신 일이 있을 테지요?
不敢以生物與之(불감이생물여지) : 그가 짐승을 산 채로 호랑이에게 주지 않는 것은
爲其殺之之怒也(위기살지지노야) : 산 짐승을 죽이고자 하는 호랑이의 사나운 기운 때문입니다.
不敢以全物與之(불감이전물여지) : 또한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는 것은
爲其決之之怒也(위기결지지노야) : 먹이를 찢어 발기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時其飢飽(시기기포) : 호랑이가 배고플 시기와 배부를 시기를 맞춰
達其怒心(달기노심) : 그의 사나운 기운을 달래야 합니다.
虎之與人異類(호지여인이류) : 호랑이와 사람은 다른 종류입에도 불구하고
而媚養己者順也(이미양기자순야) : 호랑이가 양육하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은 그의 본성대로 사육하기 때문입니다.
故其殺之者逆也(고기살지자역야) : 따라서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것은 그의 본성대로 양육하지 않은 탓입니다.
夫愛馬者(부애마자) : 그런데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以筐盛矢(이광성시) : 값비싼 광주리에 말똥을 담고
以蜃盛溺(이신성익) : 대합조개로 장식된 그릇에 오줌을 받습니다.
適有蚊虻僕緣(적유문맹복연) : 하지만 어쩌다 말의 등에 모기나 등에가 달라붙어
而拊之不時(이부지불시) : 갑자기 채찍을 내리치면,
則缺銜毁首碎胸(칙결함훼수쇄흉) : 놀란 말은 재갈을 물어 끊고 머리를 여기저기 부딪치고 가슴을 치고 받습니다.
意有所至而愛有所亡(의유소지이애유소망) : 따라서 마음속으로는 말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말은 읽게 되므로
可不愼邪(가불신사) :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匠石之齊(장석지제) :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至於曲轅(지어곡원) : 곡원에 이르러
見櫟社樹(견력사수) : 사당에 심어진 상수리 나무를 보게 되었다.
其大蔽數千牛(기대폐수천우) : 나무의 크기는 소를 가릴 정도로 컸는데,
絜之百圍(혈지백위) : 양손으로 재어 보니 백아름이나 되었다.
其高臨山(기고림산) : 높이는 산을 내려다볼 정도로 커서
十仞而後有枝(십인이후유지) : 열길 높이에서부터 가지가 나 있었다.
其可以爲舟者旁十數(기가이위주자방십수) : 이나무의 가지만으로도 배를 수십 척이나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觀者如市(관자여시) : 이 상수리나무를 구경하는 사람이 저자거리처럼 북적거렸으나
匠伯不顧(장백불고) : 장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遂行不輟(수행불철) : 계속 길을 갔다.
弟子厭觀之(제자염관지) : 장석의 제자가 실컷 구경한 다음
走及匠石曰(주급장석왈) : 그에게 달려와 말했다.
自吾執斧斤以隨夫子(자오집부근이수부자) : "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좇아 다닌 이래로
未嘗見材如此其美也(미상견재여차기미야) : 아직까지 이처럼 아름다운 재목을 본 적이 없습니다.
先生不肯視(선생불긍시) : 그런데도 선생님이 거들떠 보지고 않은 채
行不輟何邪(행불철하사) :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曰已矣(왈이의) : 장석이 대답하기를" 그만두게.
勿言之矣(물언지의) : 그런 말은 하지도 말게나.
散木也(산목야) : 사당나무는 쓸모없는 나무라네.
以爲舟則沈(이위주칙침) : 그 나무로 배를 만들면 금방 가라앉고
以爲棺槨則速腐(이위관곽칙속부) : 널로 쓰면 곧 썩을 걸세.
以爲器則速毁(이위기칙속훼) : 그릇을 만들면 쉽게 부서지고
以爲門戶則液樠(이위문호칙액만) : 문으로 사용하면 진액이 흐르고
以爲柱則蠹(이위주칙두) : 기둥으로 쓴다 해도 좀이 생기네.
是不材之木也(시부재지목야) : 따라서 이 상수리 나무는
無所可用(무소가용) :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서
故能若是之壽(고능약시지수) : 이처럼 장수를 누리는 것이라네."
匠石歸(장석귀) : 장석이 돌아와
櫟社見夢曰(력사견몽왈) : 잠을 자는데 꿈에 그 상수리나무가 나타나 말했다.
女將惡乎比予哉(여장악호비여재) : " 자네는 도대체 나를 어디에 견주려 하는가.
若將比予於文木邪(약장비여어문목사) : 그래, 아름다운 무늬목에 비하려나?
夫柤梨橘柚(부사리귤유) : 저 아가위나무나 열매 열리는 과일나무,
果蓏之屬(과라지속) : 오이 같은 밭작물 따위는
實熟則剝(실숙칙박) : 과실이 익으면 잡아뜯기고
剝則辱(박칙욕) : 욕을 당하게 되지.
大枝折(대지절) : 큰 가지는 꺽이고
小枝泄(소지설) : 작은 가지는 끌어 당겨지네.
此以其能苦其生者也(차이기능고기생자야) : 이는 과실을 맺는 재주로 인해 괴로움을 받는 것일세.
故不終其天年而中道夭(고부종기천년이중도요) : 따라서 주어진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도중에 요절해 버리지.
自掊擊於世俗者也(자부격어세속자야) : 세속에서 스스로 해침을 자초하는게지.
物莫不若是(물막불약시) : 세상의 사물은 모두 이 모양 이 꼴이지.
且予求無所可用久矣(차여구무소가용구의) : 그런데 나는 쓸모없기를 구한 지가 오래 되었다네.
幾死(기사) :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당했으나
乃今得之(내금득지) : 이제까지 뜻을 이루어
爲予大用(위여대용) : 내 큰 쓸모로 삼게 되었다.
使予也而有用(사여야이유용) : 내가 유용한 재목 이었더라면
且得有此大也邪(차득유차대야사) : 이처럼 크게 자랄 수는 없었을 걸세.
且也若與予也皆物也(차야약여여야개물야) : 그런데 자네는 나와 똑같이 한 물건이면서
奈何哉其相物也(내하재기상물야) : 어째서 나를 하찮은 나무라고 구박하는가!
而幾死之散人(이기사지산인) : 그대는 곧 죽을 가치없는 존재인데
又惡知散木(우악지산목) : 어찌 無用한 나무를 알아보겠는가!"
匠石覺而診其夢(장석교이진기몽) : 장석이 깨어나 꿈이야기를 제자에게 전하자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趣取無用(취취무용) : " 무용에 뜻을 두었으면서
則爲社何邪(칙위사하사) : 사당나무가 된 것은 어째서입니까?"
曰密(왈밀) : 장석이 말하기를, " 말하지 말고
若無言(약무언) : 너는 잠자코 있게나.
彼亦直寄焉(피역직기언) : 사당이 상수리나무에 기탁하고 있는 걸세.
以爲不知己者詬厲也(이위부지기자후려야) : 세상 사람들은 왜 사당나무가 되었는지 모른 채 그 나무를 헐뜯는 거라네.
不爲社者(불위사자) : 사당나무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면
且幾有翦乎(차기유전호) : 어찌 벌목되었겠는가.
且也彼其所保與衆異(차야피기소보여중이) : 저 나무가 천수를 누리는 것이 다른 것들과는 이처럼 다른데도
而以義喩之(이이의유지) : 사당나무라고 받드는 것은
不亦遠乎(불역원호) : 또한 어리석지 않은가!"
南伯子綦遊乎商之丘(남백자기유호상지구) : 남백자기가 상구 지방에 갔다가
見大木焉(견대목언) : 큰 나무를 보았는데
有異(유이) : 보통 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結駟千乘(결사천승) : 말 네 필씩 끄는 수레 천대가
將隱芘其所藾(장은비기소뢰) :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가려질 정도였다.
子綦曰(자기왈) : 자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此何木也哉(차하목야재) : " 대체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此必有異材夫(차필유이재부) : 필시 이 나무는 좋은 재목일게야."
仰而視其細枝(앙이시기세지) : 그러나 고개를 들어 가는 가지를 보자
則拳曲而不可以爲棟樑(칙권곡이불가이위동량) : 구부러져서 대들보로는 쓸 수 없고,
俯而視其大根(부이시기대근) : 고개를 숙여 굵은 밑둥을 굽어보니
則軸解而不可以爲棺槨(칙축해이불가이위관곽) : 속이 갈라져서 널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舐其葉(지기엽) : 잎사귀를 핥아 보면
則口爛而爲傷(칙구란이위상) : 입 안이 헐어 상채기가 나고,
嗅之(후지) : 냄새를 맡으면
則使人狂酲(칙사인광정) : 사람을 취하게 해
三日而不已(삼일이불이) : 사흘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此果不材之木也(차과부재지목야) : " 이 나무는 분명 재목감이 아니어서
以至於此其大也(이지어차기대야) : 이처럼 커다랗게 자란 게야.
嗟乎神人(차호신인) : 아! 신인도
以此不材(이차부재) : 이 나무 같이 쓸모없는 까닭에 성인이 된 게로구나."
宋有荊氏者(송유형씨자) : 송나라에 형씨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宜楸柏桑(의추백상) : 그곳에 개오동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其拱把而上者(기공파이상자) : 나무가 한 주먹 굵기로 자라자마자
求狙猴之杙者斬之(구저후지익자참지) : 원숭이를 매어둘 말뚝 구하는 이가 와서 베어갔다.
三圍四圍(삼위사위) : 서너 아름으로 자란 것은
求高名之麗者斬之(구고명지려자참지) : 커다란 대들보를 필요로 하는 자가 잘라 갔다
七圍八圍(칠위팔위) : 일곱이나 여덟 아름으로 자란 것은
貴人富商之家求樿傍者斬之(귀인부상지가구전방자참지) : 귀족이나 부잣집을 위해 널을 구하는 사람이 벌목했다.
故未終其天年(고미종기천년) : 따라서 천수를 마치지 못한 채
而中道之夭於斧斤(이중도지요어부근) : 도중에 도끼 자루에 찍히는 것은
此材之患也(차재지환야) : 나무가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故解之以牛之白顙者與豚之亢鼻者(고해지이우지백상자여돈지항비자) : 그러므로 제사를 지낼 때 이마가 흰 소, 코가 우뚝 솟은 돼지,
與人有痔病者不可以適河(여인유치병자불가이적하) : 그리고 치질을 앓는 사람은 강가로 끌고가 제물로 바칠 수 없었다.
此皆巫祝以知之矣(차개무축이지지의) : 제사장인 무축이 무용함을 알고
所以爲不祥也(소이위불상야) : 상서 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此乃神人之所以爲大祥也(차내신인지소이위대상야) : 그러나 神人은 바로 이 쓸모없음을 아주 상서롭게 간주한다.
支離疏者(지리소자) : 지리소라는 인물은
頤隱於臍(이은어제) : 턱이 배꼽 아래 숨었고
肩高於頂(견고어정) :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會撮指天(회촬지천) :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五管在上(오관재상) : 오장은 척추 위에 달렸고,
兩髀爲脇(량비위협) : 양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린 불구자이다.
挫鍼治繲足以糊口(좌침치해족이호구) : 그렇지만 그는 바느질과 빨래일로 먹고 살기에 충분하고
鼓莢播精(고협파정) : 키질을 해 곡식 고르는 일로
足以食十人(족이식십인) : 족히 열 명은 먹여 살릴 수 있었다.
上徵武士(상징무사) : 또한 나라에서 장정을 징벌할 경우,
則支離攘臂而遊於其間(칙지리양비이유어기간) : 지리소는 팔을 걷어 붙이고 큰 길을 활보하고 다녀도 되었다.
上有大役(상유대역) : 국가에 큰 토목공사가 있어도
則支離以有常疾不受功(칙지리이유상질불수공) : 그는 불구자여서 소집이 면제되었다.
上與病者粟(상여병자속) : 나라에서 병자에게 곡식을 하사할 때
則受三鍾與十束薪(칙수삼종여십속신) : 그는 세 가지 곡식과 땔나무 열 묶음을 받았다.
夫支離其形者(부지리기형자) : 이처럼 육신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도
猶足以養其身(유족이양기신) : 자기 몸을 보전하며
終其天年(종기천년) : 천수를 누리는데,
又況支離其德者乎(우황지리기덕자호) : 하물며 내면의 덕이 무용한 사람에 있어서랴!
孔子適楚(공자적초) : 공자가 초나라에 갔는데,
楚狂接輿遊其門曰(초광접여유기문왈) : 그 나라의 광접여가 공자가 머문 집 앞에서 노래하여 이르기를
鳳兮鳳兮(봉혜봉혜) : " 봉황이여! 봉황이여!
何如德之衰也(하여덕지쇠야) : 쇠잔해진 덕을 어찌하겠는가.
來世不可待(내세불가대) : 앞날은 아직 오지 않았고
往世不可追也(왕세불가추야) :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구나.
天下有道(천하유도) : 천하에 도가 있으면
聖人成焉(성인성언) : 성인은 자신의 일을 이루고
天下無道(천하무도) : 천하에 도가 없으면
聖人生焉(성인생언) : 성인은 자신의 생명을 보전할 뿐이네.
方今之時(방금지시) : 지금 세상에 있어서는
僅免刑焉(근면형언) : 환난을 면하는 게 고작일세.
福輕乎羽(복경호우) : 행복은 깃털보다 가벼운데도
莫之知載(막지지재) : 거두어 들일 줄 모르고
禍重乎地(화중호지) : 재앙은 땅보다 무거우나
莫之知避(막지지피) : 이를 피하지 못하는구나.
已乎已乎(이호이호) :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臨人以德(림인이덕) : 도덕으로 남을 교화하려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殆乎殆乎(태호태호) : 위태롭구나! 위태롭구나!
畵地而趨(화지이추) : 땅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 허둥지둥되는 일이.
迷陽迷陽(미양미양) : 가시밭이여! 가시밭이여!
無傷吾行(무상오행) : 내 나가는 길 막지 말아라.
卻曲卻曲(각곡각곡) : 내가 가는 길 구불구불하여도
無傷吾足(무상오족) : 나의 발은 다치지 않네.
山木自寇也(산목자구야) : 산 속 나무는 재앙을 자초하고
膏火自煎也(고화자전야) : 기름불은 제 몸을 사르는구나.
桂可食(계가식) :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으니
故伐之(고벌지) : 베어지고
漆可用(칠가용) : 옻나무는 쓸모가 있어서
故割之(고할지) : 쪼개지네.
人皆知有用之用(인개지유용지용) : 사람들은 유용만 알 뿐
而莫知無用之用也(이막지무용지용야) : 무용을 쓸 줄 모르는구나."
덕충부(德充符)-장자(莊子)
魯有兀者王駘(노유올자왕태) : 노나라에 발 하나가 잘린 왕태라는 자가 있었는데
從之遊者(종지유자) : 그를 따라 배우는 자가
與仲尼相若(여중니상약) : 중니와 맞먹을 정도였다
常季問於仲尼曰(상계문어중니왈) : 상계가 중니에게 물었다
王駘(왕태) : ‘왕태는
兀者也(올자야) : 외발이 병신입니다
從之遊者(종지유자) : 그를 따라 배우는 자가
與夫子中分魯(여부자중분로) : 선생님의 제자와 노나라 인구를 반씩 갈라 가질 정도입니다
立不敎(립불교) : 그는 서 있어도 별로 가르치는 건 아니고
坐不議(좌불의) : 앉아 있어도 무엇을 의논하는 것도 아닌데
虛而往(허이왕) : 빈 마음으로 찾아갔던 자가
實而歸(실이귀) : 무엇인가를 가득 얻고 돌아옵니다
固有不言之敎(고유불언지교) : 본래 말 없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있어서
無形而心成者邪(무형이심성자사) : 겉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마음이 완성된 자일까요
是何人也(시하인야) :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夫子(부자) : ‘그분은
聖人也(성인야) : 성인이야
丘也直後而未往耳(구야직후이미왕이) : 나는 다만 꾸물대다가 뒤져서 아직 찾아 뵙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丘將以爲師(구장이위사) : 나도 장차 스승으로 삼으려 하는데
而況不若丘者乎(이황불약구자호) : 하물며 나만도 못한 사람들이야 더 말할것이 있겠느냐
奚假魯國(해가로국) : 노나라 사람뿐이 아니라
丘將引天下而與從之(구장인천하이여종지) : 나는 온 천하 사람을 이끌고 그를 따르려고 한다’
常季曰(상계왈) : 상계는 말했다 ‘
彼兀者也(피올자야) : 그는 한 쪽 발이 잘린 병신인데
而王先生(이왕선생) : 선생님보다도 덕이 훌륭하다고 합니다
其與庸亦遠矣(기여용역원의) : 그러니 보통 삶들보다야 훨씬 뛰어날 것입니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은
其用心也獨若之何(기용심야독약지하) : 그 마음가짐을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요’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
死生亦大矣(사생역대의) : 죽음과 삶 또한 중대한 일이다면
而不得與之變(이부득여지변) : 그는 그 변화와 함께 변하는 일이 없고
雖天地覆墜(수천지복추) : 하늘이 뒤집히고 땅이 꺼져도
亦裝不與之遺(역장불여지유) : 역시 그는 함께 떨어지지 않는다
審乎無假而不與物遷(심호무가이불여물천) : 그는 진리를 잘 깨닫고 있어서 사물과 함께 변하는 일이 없으며
命物之化而守其宗也(명물지화이수기종야) : 사물의 변화를 자연의 운명으로 알고 그대로 따르면서도 자기는 도의 근본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常季曰(상계왈) : 상계는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그건 무슨 뜻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自其異者視之(자기이자시지) :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肝膽楚越也(간담초월야) : 한 몸 안에 있는 간과 쓸개도 멀리 떨어진 초나라와 월나라 같고
自其同者視之(자기동자시지) :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萬物皆一也(만물개일야) : 만물은 모두 하나이다
夫若然者(부약연자) : 무릇 이와 같은 자는
且不知耳目之所宜(차부지이목지소의) : 귀나 눈이 좋아하는 것 따위를 모르며
而遊心乎德之和(이유심호덕지화) : 마음을 덕의 조화된 경지에서 노릴게 하여
物視其所一(물시기소일) : 만물에 대해 그 동일한 것을 보고
而不見其所喪(이불견기소상) : 외형상의 변화를 보지 않는다
視喪其足猶遺土也(시상기족유유토야) : 그러니 그 발을 잃은 것 따위는 흙을 떨어 버리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常季曰(상계왈) : 상계는 다시 말했다
彼爲己(피위기) : ‘그는 스스로를 수양함에 있어서
以其知得其心(이기지득기심) : 자기의 지혜로 그 마음을 터득하고
以其心得其常心(이기심득기상심) : 스스로의 마음으로 그 변함 없는 본심을 터득했습니다
物何爲最之哉(물하위최지재) : 그러고 보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한 수양인데도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드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人莫鑑於流水(인막감어류수) : ‘사람은 흐르는 물을 거울삼지 않고
而鑑於止水(이감어지수) : 잔잔하게 가라앉은 물을 거울삼는다
唯止能止衆止(유지능지중지) : 잔잔하게 가라앉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가라앉은 것을 잔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受命於地(수명어지) : 삶을 대지로부터 받은 것 중에는
唯松柏獨也正(유송백독야정) : 오직 소나무와 측백나무만이 정기를 지니고
在冬夏靑靑(재동하청청) : 겨울이건 여름이건 푸르다
受命於天(수명어천) : 이와 마찬가지로 삶을 하늘에서 받은 것 중에는
唯堯舜獨也正(유요순독야정) : 오직 순임금만이 정기를 지니고
在萬物之首(재만물지수) : 다행히도 그 올바른 마음으로
幸能正生(행능정생) : 능히 사람을 바르게 하고
而正衆生(이정중생) : 못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夫保始之徵(부보시지징) : 대체로 도를 옳게 지키면
不懼之實(불구지실) : 세상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며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勇士一人(용사일인) : 용사가 혼자서
雄入於九軍(웅입어구군) : 용감하게 적의 대군 속으로 쳐들어가는 일이 있다
將求名而能自要者(장구명이능자요자) : 기필코 용맹을 떨치게 되리라 믿는 자도
而猶若是(이유약시) : 오히려 그러한데
而況官天地(이황관천지) : 하물며 천지를 뜻대로 다투고
府萬物(부만물) : 1만물을 내 것으로 삼으며
直寓六骸(직우육해) : 내 육체를 한갓 객사로 여기고
象耳目(상이목) : 귀와 눈을 가상으로 알며
一知之所知(일지지소지) : 모든 지적 인식을 통일시켜서 정신적으로 죽음을 초월한 자가
而心未嘗死者乎(이심미상사자호) : 무엇을 일일이 신경을 쓰며 두려워하겠느냐
彼且擇日而登假(피차택일이등가) : 그는 길일을 택해 하늘로 오르려 하므로
人則從是也(인칙종시야) : 사람들이 그를 좇으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彼且何肯以物爲事乎(피차하긍이물위사호) : 그런 그가 감히 사람들을 모으려는 따위 생각을 어찌하겠느냐
申徒嘉(신도가) : 신도가는
兀者也(올자야) : 형벌로 발 하나가 잘린 사람인데
而與鄭子産同師於伯昏无人(이여정자산동사어백혼무인) : 정나라의 대신인 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삼고 배우고 있었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 자산이 병신과 함께 다니는 것이 싫어서 신도가에게 말했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칙자지) :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 남아 있고
子先出則我止(자선출칙아지) : 자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을 테니’
其明日(기명일) : 그 다음날
又與合堂同席而坐(우여합당동석이좌) : 두 사람은 다시 한 집에서 만나 한 자리에 앉았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 자산이 신도가에게 또 말했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칙자지) :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게
子先出則我止(자선출칙아지) :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을 테니
今我將出(금아장출) : 지금 내가 나가려는데
子可以止乎(자가이지호) : 자네는 남아 있어 주겠나
其未邪(기미사) : 아니면 못하겠나
且子見執政而不違(차자견집정이불위) : 그런데 자네는 대신을 보고도 공손히 피하려 하지 않거든
子齊執政乎(자제집정호) : 그래 자네가 대신과 동등하다는 것인가’
申徒嘉曰(신도가왈) : 신도가가 대답했다 ‘
先生之門(선생지문) : 선생님의 문하에
固有執政焉如此哉(고유집정언여차재) : 본래 대신이라는 구별 따위가 있었던가
子而悅子之執政而後人者也(자이열자지집정이후인자야) : 자네는 자기가 대신이라는 것을 좋아해서 그 때문에 남을 깔보고 있는 거다 이런 말이 있지 ’
聞之曰(문지왈) : 이를 듣고 말했다
鑑明則塵垢不止(감명칙진구불지) : ‘거울이 밝은 것은 먼지가 앉지 않아서이고
止則不明也(지칙불명야) : 먼지가 앉으면 흐려진다
久與賢人處則無過(구여현인처칙무과) : 이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현인과 함께 있으면 잘못이 없어진다’고
今子之所取大者(금자지소취대자) : 지금 자네가 소중히 여길 것은
先生也(선생야) : 선생님의 도일 것인데
而猶出言若是(이유출언약시) : 아직 그런 소리를 하다니
不亦過乎(불역과호) : 지나친 잘못이 아니겠는가
子産曰(자산왈) : 자산이 말했다
子旣若是矣(자기약시의) : 자네는 이미 그런 병신꼴인데도
猶與堯爭善(유여요쟁선) : ‘아직 요임금보다 훌륭해지려 하고 있군
計子之德(계자지덕) : 자네의 덕을 생각해 보고
不足以自反邪(부족이자반사) : 스스로 반성할 수가 없는 것인가’
申徒嘉曰(신도가왈) : 신도가가 대답했다
自狀其過(자상기과) : ‘스스로 잘못을 변명하며
以不當亡者衆(이부당망자중) : 발을 잘리지 않았어야 했다고 한 자는 많아도
不狀其過(불상기과) : 그 잘못을 변명않고
以不當存者寡(이부당존자과) : 애초 발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고 하는 자는 적다
知不可奈何(지불가내하) :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수가 없음을 알고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 그러한 경지에 편안히 머물러 운명을 순순히 따르는 것은
唯有德者能之(유유덕자능지) : 덕이 있는 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遊於羿之彀中(유어예지구중) : 예의 활 사정거리 안에서 놀고 있다면
中央者(중앙자) : 한가운데는
中地也(중지야) : 화살이 명중하는 곳이다
然而不中者命也(연이부중자명야) : 그런데도 명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운이다
人以其全足笑吾不全足者多矣(인이기전족소오부전족자다의) : 세상 사람들 중에는 그 두 발이 온전하다고 해서 내 온전하지 못한 발을 비웃는 자가 많다
我怫然而怒(아불연이노) : 나도 발끈 노하지만
而適先生之所(이적선생지소) : 선생님께 가면
則廢然而反(칙폐연이반) : 깡그리 잊고 평상시로 돌아온다
不知先生之洗我以善邪(부지선생지세아이선사) : 선생님이 훌륭한 덕으로 나를 씻어 주셨는지 모르겠다
吾與夫子遊十九年矣(오여부자유십구년의) : 나는 선생님과 19년 동안 사귀어 왔지만
而未嘗知吾兀者也(이미상지오올자야) : 아직 선생님은 내가 발 병신이란 것을 모른다
今子與我遊於形骸之內(금자여아유어형해지내) : 지금 자네와 나는 정신적으로 사귀고 있을것인데
而子索我於形骸之外(이자색아어형해지외) : 내게서 외형적인 것을 찾다니
不亦過乎(불역과호) : 어찌 잘못이 아니겠나’
子産蹴然改容更貌曰(자산축연개용갱모왈) : 자산은 조심스럽게 낯빛을 고치고 말했다
子無乃稱(자무내칭) : ‘자네 이제 그만해 주게나’
魯有兀者叔山無趾(로유올자숙산무지) : 노나라에 형벌로 발 하나를 잘린 숙산무지라는 사나이가 있었는데
踵見仲尼(종견중니) : 한번은 다리를 비비적거리면서 중니를 만러 왔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말했다 ‘
子不謹(자불근) : 그대는 근신하지않아서
前旣犯患若是矣(전기범환약시의) : 전에 이미 죄를 짓고 이 꼴이 되었소
雖今來(수금래) : 그러니 지금 와 봤자
何及矣(하급의) : 어찌 미칠 수있겠나’
無趾曰(무지왈) : 무지는 대답했다
吾唯不知務而輕用吾身(오유부지무이경용오신) : ‘저는 다만 도를 힘써 배울 줄도 모르고 경솔하게 처신하여
吾是以亡足(오시이망족) : 그 때문에 이렇게 발을 잃었습니다
今吾來也(금오래야) : 지금 제가 온 것은
猶有尊足者存焉(유유존족자존언) : 발보다 귀한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吾是以務全之也(오시이무전지야) : 그것을 온전하게 하고 싶어서입니다
夫天無不覆(부천무불복) : 대저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地無不載(지무부재) : 땅은 모든 것을 실어 줍니다
吾以夫子爲天地(오이부자위천지) : 저는 선생인을 그런 하늘이나 땅같이 마음이 넓은 분으로 여겨 왔는데
安知夫子之猶若是也(안지부자지유약시야) : 선생님이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丘則陋矣(구칙루의) : ‘내가 생각이 좁았소
夫子胡不入乎(부자호불입호) : 자, 안으로 들어오시오
請講以所聞(청강이소문) : 내가 듣고 배워서 아는 바를 말씀하겠소’ 라고 했으나
無趾出(무지출) : 무지는 듣지 않고 나가 버렸다
孔子曰(공자왈) :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弟子勉之(제자면지) : ‘너희들도 애써 배워라
夫無趾(부무지) : 저 무지는
兀然者(올연자) : 발이 잘린 병신이지만
猶務學以複補前行之惡(유무학이복보전행지악) : 그래도 애써 배워서 지난 잘못을 보상하려 하고 있다
而況全德之人乎(이황전덕지인호) : 그런데 하물며 아무 결점이 없는 너희들이야 더욱 그래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
無趾語老聃曰(무지어노담왈) : 무지가 노담에게 말했다
孔丘之於之人(공구지어지인) : ‘공구는 지인에 이르려면
其未邪(기미사) : 아직 멀더군요
彼何賓賓以學子爲(피하빈빈이학자위) : 그런데 그는 어째서 자꾸만 당신에게 배우려 할까요
彼且蘄以諔詭幻怪之名聞(피차기이숙궤환괴지명문) : 그는 매우 기괴한 명성을 속이고 있겠지만
不知至人之以是爲己桎梏邪(부지지인지이시위기질곡사) : 지인은 그것을 스스로를 묶는 수갑과 차꼬라고 여긴다는 것을 모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胡不直使彼以死生爲一條(호불직사피이사생위일조) : ‘죽음과 삶을 하나로 보고
以可不可爲一貫者(이가불가위일관자) : 옳다 옳지 않다를 한가지로 여기는 만물제동의 경지에 있는 자로 하여금
解其桎梏(해기질곡) : 당장 그 수갑과 차꼬를 풀어 주도록 해 보시지요
其可乎(기가호) : 그것이 가능하지 않나요’
無趾曰(무지왈) : 무지가 말했다 ‘
天刑之(천형지) : 하늘이 그를 벌하고 있는데
安可解(안가해) :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魯哀公問於仲尼曰(로애공문어중니왈) : 노나라 애공이 중니에게 물었다
衛有惡人焉(위유악인언) : ‘위나라에 추남이 있는데
曰哀駘它(왈애태타) : 그의 이름은 애타타라 합니다
丈夫與之處者(장부여지처자) : 그와 함께 지낸 사내들은
思而不能去也(사이불능거야) : 그가 그리워 따르면서 곁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婦人見之(부인견지) : 그를 본 여자들은
請於父母曰(청어부모왈) : 부모에게 간청 하오 그
與爲人妻(여위인처) : 다른 이의 아내가 되느니
寧爲夫子妾者(녕위부자첩자) : 차라리 그분의 첩이 되겠다고 하는데
十數而未止也(십수이미지야) : 여자 수가 몇 십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하오
未嘗有聞其唱者也(미상유문기창자야) : 그가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아직 아무도 들은 적이 없고
常和人而矣(상화인이의) : 늘 남에게 동조할 뿐이라오
无君人之位以濟乎人之死(무군인지위이제호인지사) : 군주의 자리에 있어 남의 죽음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요
无聚祿以望人之腹(무취록이망인지복) : 쌓아 둔 재산이 있어서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오
又以惡駭天下(우이악해천하) : 게다가 그 흉한 꼴이란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이며
和而不唱(화이불창) : 남에게 동조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주장하지 않고
知不出乎四域(지불출호사역) : 그 지식은 사방 먼 데의 것까지 미치지는 못하오
且而雌雄合乎前(차이자웅합호전) : 그런데도 많은 남녀가 그 앞에 모여드는 것은
是必有異乎人者也(시필유이호인자야) : 필경 범인과 다른 데가 있는 것일 것이요
寡人召而觀之(과인소이관지) : 내가 불러 들여 직접 그를 만나 봤더니
果以惡駭天下(과이악해천하) : 과연 그 흉한 꼴이란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정도였소
與寡人處(여과인처) : 그러나 나와 함께 있으니
不至以月數(부지이월수) : 한 달도 안돼서
而寡人有意乎其爲人也(이과인유의호기위인야) : 나는 그의 사람됨에 마음이 이끌리게 되었고
不至乎期年(부지호기년) : 일 년도 안 되어서
而寡人信之(이과인신지) : 그를 믿게 되었소
國無宰(국무재) : 나라에 대신이 없었으모로
寡人傳國焉(과인전국언) : 나라을 맡기려 했더니
悶然而後應(민연이후응) : 그는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윽고 응락 했으나
氾然而若辭(범연이약사) : 멍한 모습으로 사양하는 것도 같았소
寡人醜乎(과인추호) : 난 그렇듯 서두른 것이 부끄러워졌으나
卒授之國(졸수지국) : 결국 나라를 맡겼소
無幾何也(무기하야) : 그랬더니 얼마 안 있어
去寡人而行(거과인이행) : 그는 내게서 떠나가 버렸소
寡人恤焉若有亡也(과인휼언약유망야) : 나는 마음이 언짢은 게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것만 같소
若無與樂是國也(약무여락시국야) : 마치 이 나라에 다스리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사람이 없어진 것 같단 말이오
是何人者也(시하인자야) :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대답했다‘
丘也嘗使於楚矣(구야상사어초의) : 저는 언젠가 초나라에 사자로 간 적이 있는데
適見㹠子食於其死母者(적견돈자식어기사모자) : 그때 돼지 새끼가 죽은 어미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少焉絢若皆棄之而走(소언현약개기지이주) : 얼마 후 돼지 새끼는 놀란 표정으로 모두 죽은 어미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不見己焉爾(불견기언이) : 그것은 어미 돼지가 자기들을 봐 주지 않고
不得類焉爾(부득유언이) : 자기들과는 전혀 다른 꼴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所愛其母者(소애기모자) : 즉 그 어미를 사랑하는 것은
非愛其形也(비애기형야) : 그 외형이 아니고
愛使其形者也(애사기형자야) : 그 외형을 움직이고 있는 내부의 근본적인 것을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戰而死者(전이사자) : 싸우다 죽은 자는
其人之葬也不以翣資(기인지장야불이삽자) : 그 장례식에서 장식 달린 관을 쓰지 않고
刖者之屨(월자지구) : 형벌로 발이 잘린 자의 신은
無爲愛之(무위애지) : 소중하게여기지 않습니다
皆無其本矣(개무기본의) : 모두 관의 장식이나 신을 필요로 하는 그 근본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爲天子之諸御(위천자지제어) : 천자의 후궁이 된 자는
不瓜鬋(불과전) : 손톱이나 밑머리나를 깎지 않고
不穿耳(불천이) : 구멍을 뚫거나 하지 않습니다
取妾者止於外(취첩자지어외) : 또 새 장가든 자는 집에서 쉬고
不得復使(부득복사) : 관의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形全猶足以爲爾(형전유족이위이) : 외형을 온전히 하는 것만으로도 그처럼 주변의 도움을 받게 될 수 있는데
而況全德之人乎(이황전덕지인호) : 하물며 외형의 근본이 되는 온전한 덕을 갖춘 사람이야 더욱 그럴 것입니다
今哀駘它未言而信(금애태타미언이신) : 지금 애태타는 아무 말도 안하는데 신임을 얻고
無功而親(무공이친) : 공적이 없는데 친밀해지고
使人授己國(사인수기국) : 남이 자기 나라를 맡겨도
唯恐其不受也(유공기불수야) : 그가 그것을 안 받지나 않을까 해서 염려 할 정도입니다
是必才全而德不形者也(시필재전이덕불형자야) : 이는 필경 재능이 온전하고 덕이 겉에 나타나지 않는 인물일 것입니다’
哀公曰(애공왈) : 애공이 물었다
何謂才全(하위재전) : ‘재능이 온전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대답했다
死生存亡(사생존망) : ‘생사 존망
窮達貧富(궁달빈부) : 빈곤과 부귀
賢與不肖毁譽(현여불초훼예) : 현명과 어리석음 헐뜯음과 기림
飢渴寒暑(기갈한서) :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是事之變(시사지변) : 이런 것은 세상 일의 변화이며
命之行也(명지행야) : 운명의 흐름입니다
日夜相代乎前(일야상대호전) : 밤낮 눈앞에 교대로 나타나는데도
而知不能規乎其始者也(이지불능규호기시자야) : 우리의 지혜는 그 시초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故不足以滑和(고부족이활화) : 따라서 그러한 변화는 우리 마음의 조화를 어지럽히지 못하고
不可入於靈府(불가입어영부) : 마음속에 들어올 수도 없는 것입니다
使之和預通而不失於兌(사지화예통이불실어태) : 마음이 잘 조화되어 있으면 언제나 시원히 트여서 즐거움을 잃지 않으며
使日夜無郤而與物爲春(사일야무극이여물위춘) : 밤이나 낮이나 변화가 끼어들 틈이 없게 하면 만물과 화기어린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是接而生時於心者也(시접이생시어심자야) : 이것이야말로 만물에 접해서 봄 같은 화기가 마음에 생긴다고 하는 것입니다
是之謂才全(시지위재전) : 재능이 온전하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것입니다’
何爲德不形(하위덕불형) : ‘덕이 겉에 나타나지 않는다함은 어떤 것인가요’
曰平者(왈평자) : 말하기를 ‘수평이란
水停之盛也(수정지성야) : 물이 아주 담근 상태입니다
其可以爲法也(기가이위법야) : 그것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은
內保之而外不蕩也(내보지이외불탕야) : 안에 잔잔한 고요를 간직하고 겉이 출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德者(덕자) : 덕이란
成和之修也(성화지수야) : 사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德不形者(덕불형자) : 덕이 전에 나타나지 않으면
物不能離也(물불능리야) : 사람들은 거기 이끌려 떨어질 수가 없는 것입나다’
哀公異日以告閔子曰(애공이일이고민자왈) : 애공이 훗날 민자에게 그 말을 했다
始也(시야) : ‘처음
吾以南面而君天下(오이남면이군천하) : 나는 임금의 자리에 있으므로
執民之紀而憂其死(집민지기이우기사) : 백성을 다스리는 법을 지키고 그들이 생활난이나 병으로 죽지 않도록 애를 썼소
吾自以爲至通矣(오자이위지통의) : 나는 그것으로써 최고의 도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今吾聞至人之言(금오문지인지언) : 이번에 지인의 말을 듣고
恐吾無其實(공오무기실) :
輕用吾身而亡吾國(경용오신이망오국) : 내게 그런 실력도 없으면서 경솔하게 처신하여 드디어는 이 나라를 잃는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워졌소
吾與孔丘非君臣也(오여공구비군신야) : 나와 공구의 사이는 임금과 신하가 아니고
德友已而矣(덕우이이의) : 덕으로 사귀는 벗일 뿐이오’
闉跂支離無脤(인기지리무신) : 인기지리무신이
說衛靈公(설위령공) : 위나라 영공에게 의견을 말했더니
靈公說之(영공설지) : 영공은 기뻐했다
而視全人(이시전인) : 온전한 사람을 보면
其脰肩肩(기두견견) : 그 목이 야위고 가냘프게 보였다
甕앙大癭說齊桓公(옹앙대영설제환공) : 옹앙대영이 제나라 환공에게 의견을 말했더니
桓公說之(환공설지) : 환공은 기뻐했다
而視全人(이시전인) : 온전한 사람을 보면
其두肩肩(其두견견) : 그 목이 야위고 가냘프게 보였다
故德有所長(고덕유소장) : 그러므로 덕이 뛰어나면
而形有所忘(이형유소망) : 외형 따위는 잊게 되는 것이다
人不忘其所忘(인불망기소망) :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而忘其所不忘(이망기소불망) :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잊고 있다
此謂誠忘(차위성망) : 이것을 ‘참으로 잊음’이라 한다
故聖人有所遊(고성인유소유) : 그러므로 성인은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자유로이 노닐게 한다
而知爲孼(이지위얼) : 그리고 일반적인 지식을 화의 근원으로 여기고
約爲膠(약위교) : 예의 규범을 몸을 얽매는 갓풀로 생각하며
德爲接(덕위접) : 황간의 도덕을 교제의 수단으로 알고
工爲商(공위상) : 기교를 장사 솜씨로 여긴다
聖人不謀(성인불모) : 성인은 모략을 하지 않으니
惡用知(악용지) : 어찌 지식이 필요하리오
不斷(부단) : 깎고 다듬지 않으니
惡用膠(악용교) : 어찌 갓풀이 소용되라오
無喪(무상) : 도를 잃음이 없으니
惡用德(악용덕) : 어찌 도덕이 필요하리오
不貨(불화) : 물건 매매가 없으니
惡用商(악용상) : 어찌 장사가 소용되리오
四者(사자) : 이 네 가지는
天鬻也(천죽야) : 자연스런 양육이다
天鬻者(천죽자) : 자연스런 양육이란
天食也(천식야) : 하늘이 먹이는 것이다
旣受食於天(기수식어천) : 이미 하늘에게 먹을 것을 받았는데
又惡用人(우악용인) : 어찌 또 인위가 필요하랴
有人之形(유인지형) : 성인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으나
无人之情(무인지정) : 사람의 정을 지니지 않는다
有人之形(유인지형) :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으므로
故群於人(고군어인) :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无人之情(무인지정) :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故是非不得於身(고시비부득어신) : 옳다 옳지 않다 하는 판단을 그 몸에서 구할 수는 없다
眇乎小哉(묘호소재) : 너무도 작은 것은
所以屬於人也(소이속어인야) : 사람들 속에 있기 때문이다
謷乎大哉(오호대재) : 그러나 얼마나 큰가
獨成其天(독성기천) : 홀로 그 자연의 덕을 이룩한 것은 말이다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人故无情乎(인고무정호) : ‘사람에게는 본래 정이 없는 것일까’
莊子曰然(장자왈연) : 장자는 대답했다 ‘그렇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다시 말했다
人而无情(인이무정) : ‘사람이면서 정이 없으면
何以謂之人(하이위지인) : 어찌 그를 사람이라 하겠는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는 또 대답했다
道與之貌(도여지모) : ‘자연의 도리가 얼굴 모습을 베풀어 주고
天與之形(천여지형) : 자연이 몸의 형태를 베풀어 주었는데
惡得不謂之人(악득불위지인) : 어찌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旣謂之人(기위지인) : ‘이미 사람이라고 한 이상은
惡得無情(오득무정) : 어찌 정이 없다고 하는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대답했다
是非吾所謂情也(시비오소위정야) : ‘그건 내가 말하는 정이 아니다
吾所謂无情者(오소위무정자) : 내가 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言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언인지불이호오내상기신) : 사람이 좋고 나쁨에 의해 스스로의 몸 속을 해치지 않고
常因自然而不益生也(상인자연이불익생야) : 언제나 자연을 그대로 따르면서 부질없이 삶을 덧붙이려 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不益生(불익생) : ‘삶을 덧붙이지 않고
何以有其身(하이유기신) : 어떻게 그 몸을 지켜 갈 수 있겠는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대답하였다
道與之貌(도여지모) : ‘자연의 도리가 얼굴 모습을
天與之形(천여지형) : 베풀어 주고 자연이 몸의 형태를 베풀어 주었다
无以好惡內傷其身(무이호악내상기신) : 그리고 좋고 나쁨의 정에 의해 스스로의 몸속을 해치지 않게 한다
今子外乎子之神(금자외호자지신) : 지금 자네는 자기 마음을 밖으로 향한채
勞乎子之精(노호자지정) : 자신의 정력을 지치게 하고
倚樹而吟(의수이음) : 나무에 기대 서서는 신음하며
據(槁)梧而瞑책상에 기대서는 졸고 있네
天選之形(천선지형) : 자연이 자네 형체를 가려내어 만들어 주었는데
子以堅白鳴(자이견백명) : 자네는 그것도 모르고 쓸데없는 변론으로 떠들고 있는 것일세’
대종사(大宗師)-장자(莊子)
知天之所爲(지천지소위) : 자연이 하는 일을 알고
知人之所爲者(지인지소위자) : 사람이 하는 일을 알면
至矣(지의) : 인지의 최고이다
知天之所爲者(지천지소위자) : 자연이 하는 일을 아는 자는
天而生也(천이생야) : 자연 그대로 살아가고
知人之所爲者(지인지소위자) :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자는
以其知之所知(이기지지소지) : 자기 지식이 아는 것으로써
以養其知之所不知(이양기지지소부지) : 그 지식이 알지 못하는 바를 키워 나간다
終其天年而不中道夭者(종기천년이부중도요자) : 그 천수를 다하고 도중에 일찍 죽지 않는 것이
是知之盛也(시지지성야) : 바로 인지로서 훌륭한 것이다
雖然有患(수연유환) : 그러나 아직 결함이 있다
夫知有所待而後當(부지유소대이후당) : 대체 지식이란 의거하는 표준이 있은 다음 비로소 옳은 것이 된다
其所待者特未定也(기소대자특미정야) : 그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庸詎知吾所謂天之非人乎(용거지오소위천지비인호) : 내가 말하는 자연이 사람이 아닌지
所謂人之非天乎(소위인지비천호) : 내가 말하는 사람이 자연이 아닌지를 어떻게 알겠는가
且有眞人而後有眞知(차유진인이후유진지) : 그러니 진인이 있어야만 비로소 참된 지식이 있는 것이다
何謂眞人(하위진인) : 무엇을 진인이라 하는가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不逆寡(불역과) : 역경을 거역하지 않았고
不雄成(불웅성) : 성공을 자랑하지 않았으며
不謨士(불모사) : 아무일도 꾀하지 않았다
若然者(약연자) : 이러한 사람은
過而弗悔(과이불회) : 비록 잘못을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고
當而不自得也(당이불자득야) : 잘 되어도 자랑하지 않는다
若然者(약연자) : 이러한 사람은
登高不慄(등고불률) : 또 높은 곳을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入水不濡(입수불유) :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入火不熱(입화불열) : 불에 들어가도 뜨겁지 않는다
是知之能登假於道者也若此(시지지능등가어도자야약차) : 이는 그 지식이 세속을 초월하여 자연의 도리에 도달 수 있었으므로 그런 것이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其寢不夢(기침불몽) : 잠을 자도 꿈꾸지 않고
其覺無憂(기각무우) : 깨어 있어도 근심이 없으며
其食不甘(기식불감) : 식사를 해도 맛있는 것을 찾지 않고
其息深深(기식심심) : 숨을 쉬는 것이 깊고 고요했다
眞人之息以踵(진인지식이종) : 진인은 발꿈치로 깊이 숨쉬고
衆人之息以喉(중인지식이후) : 범인은 목구멍으로 숨쉰다
屈服者(굴복자) : 외물에 굴복한 자는
其嗌言若哇(기익언약왜) : 그 목에서 자는 소리가 마치 무엇을 토하는 것 같고
其耆欲深者(기기욕심자) : 욕망이 깊은 자는
其天機淺(기천기천) : 그 마음의 작용이 얕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不知說生(부지설생) : 삶을 새삼 기뻐할 줄 모르고
不知惡死(부지오사) : 죽음을 새삼 미워할 줄고 모른다
其出不訢(기출불흔) : 태어남을 기뻐하지 않고
其入不距(기입불거) : 죽음을 거역하지도 않는다
翛然而往(소연이왕) : 무심히 자연을 따라 가고
翛然而來而已矣(소연이래이이의) : 무심히 자연을 따라 올 뿐이다
不忘其所始(불망기소시) : 그 태어난 시초를 모르고
不求其所終(불구기소종) : 그 끝을 알려 하지 않는다
受而喜之(수이희지) : 삶을 받으면 그것을 기뻐하고
忘而復之(망이복지) : 죽으면 그것을 돌려보낸다
是之謂不以心損道(시지위불이심손도) : 이런 것을 ‘분별심으로 도를 버리지 않고
不以人助天(불이인조천) : 인위로 자연을 돕지 않음’이라고 하고
是之謂眞人(시지위진인) : 이런 사람을 지인이라고 한다
若然者(약연자) : 그러한 사람은
其心忘(기심망) : 그 마음이 모든 것을 잊고
其容寂(기용적) : 그 모습이 호젓하며
其顙頯(기상규) : 그 이마가 널찍하다
凄然似秋(처연사추) : 시원하기가 가을 같고
煖然似春(난연사춘) : 아늑하기는 봄과 같다
喜怒通四時(희노통사시) : 기쁨이나 노여움의 감정이 사시와 같고
與物有宜而莫知其極(여물유의이막지기극) : 외계의 사물과 조화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故聖人之用兵也(고성인지용병야) : 그래서 성인이 군대를 동원하여
亡國而不失人心(망국이불실인심) : 적의 나라를 멸망시켜도 인심을 잃지 않고
利澤施乎萬世(이택시호만세) : 은혜가 만세에 미쳐도
不爲愛人(불위애인) : 각별히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없다
故樂通物(고락통물) : 그러므로 사물을 뜻대로 하기를 바라는 자는
非聖人也(비성인야) : 성인이 아니다
有親(유친) : 친밀감이 있는 자는
非仁也(비인야) : 인자가 아니다
天時(천시) : 자연을 시간으로 구분하는 자는
非賢也(비현야) : 군자가 아니다
利害不通(리해불통) : 이해에 통하지 않는 자는
非君子也(비군자야) : 군자가 아니다
行名失己(행명실기) : 명예를 행하다 자기를 잃는 자는
非士也(비사야) : 선비가 아니다
亡身不眞(망신부진) : 몸을 망치며 참된 삶을 잃고 있는 자는
非役人也(비역인야) : 남을 부리지 못하는 자이다
若狐不偕(약호불해) : 청렴한 호불해
務光(무광) : 무광
伯夷(백이) : 백이
叔齊(숙제) : 숙제
箕子(기자) : 기자
胥餘(서여) : 서여
紀他(기타) : 기타
申徒狄(신도적) : 신도적 같은 사람들은
是役人之役(시역인지역) : 남의 일에 쓰여지고
適人之適(적인지적) : 남의 즐거움을 부러워하여
而不自適其適者也(이불자적기적자야) : 스스로의 참된 즐거움을 즐기지 못한 자들이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其狀義而不崩(기상의이불붕) : 그 모습이 우뚝 높이 솟아도 무너지지 않고
若不足而不承(약부족이불승) : 모자라는 듯하면서도 아주 충일하여 받지 않았다
與乎其觚而不堅也(여호기고이불견야) : 한가하게 홀로 있어도 완고하지 않고
張乎其虛而不華也(장호기허이불화야) : 휑하니 넓고 비어 있으면서도 겉치례를 하지 않는다
邴邴乎其似喜也(병병호기사희야) : 환이 밝게 기뻐하는 듯하고
崔乎其不得已也(최호기부득이야) : 무슨 일이나 닥쳐야 하는 수 없이 한다
滀乎進我色也(축호진아색야) : 덕이 가득차서 그 얼굴빛을 더욱 돋우고
與乎止我德也(여호지아덕야) : 한가로이 그 덕에 머문다
厲乎其似世也(려호기사세야) : 널찍하여 매우 큰 것 같고
謷乎其未可制也(오호기미가제야) : 초연하여 얽매이지 않는다
連乎其似好閉也(연호기사호폐야) : 줄곧 입을 다물고 있기를 좋아하는 듯하고
忟乎忘其言也(민호망기언야) : 멍하니 말을 잊고 있다
以刑爲體(이형위체) : 진인은 형벌을 몸으로 삼고
以禮爲翼(이예위익) : 예의를 날개로 삼으며
以知爲時(이지위시) : 지혜를 때를 아는 방편으로 여기며
以德爲循(이덕위순) : 덕성을 자연에 따르는 것으로 여긴다
以刑爲體者(이형위체자) : 형벌을 몸으로 삼는다 함은
綽乎其殺也(작호기살야) : 여유 있게 죄인을 죽이는 것이다
以禮爲翼者(이례위익자) : 예의를 날개로 삼는다 함은
所以行於世也(소이행어세야) : 이상이 세상에 널리 시행 되기 위한 것이다
以知爲時者(이지위시자) : 지혜를 때를 아는 방편으로 여긴다 함은
不得已於事也(부득이어사야) : 할 수 없이 일을 할 때를 위해서이다
以德爲循者(이덕위순자) : 덕성을 자연에 따르는 것으로 삼는다 함은
言其與有足者至於丘也(언기여유족자지어구야) : 발 있는 자와 함께 언덕에 이름을 말한 것이다
而人眞以爲勤行者也(이인진이위근행자야) : 세상 사람은 결과만 보고 진인이 세상 일에 열중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故其好之也一(고기호지야일) :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입장이고
其弗好之也一(기불호지야일) :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입장이다
其一也(기일야) : 하나라고 하는 것은 의당 하나의 입장이지만
其不一也(기불일야) : 하나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같은 하나의 입장이다
其一與天爲徒(기일여천위도) : 그 하나라는 것으로 하늘의 무리가 되고
其不一與人爲徒(기불일여인위도) : 하나가 아니라는 것으로 사람의 무리가 된다
天與人不相勝也(천여인불상승야) : 하늘과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是之謂眞人(시지위진인) : 이런 사람을 진인이라고 한다
死生命也(사생명야) : 죽음과 삶은 운명이다
其有夜旦之常(기유야단지상) : 저 밤과 아침의 일정한 과정이 있음은
天也(천야) : 자연이다
人之有所不得與(인지유소부득여) :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바가 있는 것이
皆物之情也(개물지정야) : 모든 만물의 진상이다
彼特以天爲父(피특이천위부) : 사람들은 하늘조차도 아버지로 여기고
而身猶愛之(이신유애지) : 몸소 그를 사랑하는데
而況其卓乎(이황기탁호) : 하물며 그보다 훌륭한 것을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人特以有君爲愈乎己(인특이유군위유호기) : 사람들은 군주조차도 자기보다 났다고 여기어
而身猶死之(이신유사지) : 몸소 그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데
而況其眞乎(이황기진호) : 하물며 그보다 진실한 것을 위해 어찌 목숨을 던지지 않겠는가
泉涸(천학) : 샘물이 말라
魚相與處於陸(어상여처어륙) : 물고기가 땅위에 모여
相呴以濕(상구이습) : 서로 물기를 끼얹고
相濡以沫(상유이말) : 서로 물거품으로 적셔 줌은
不如相忘於江湖(불여상망어강호) : 드넓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만 못하다
與其譽堯而非桀也(여기예요이비걸야) : 요임금을 칭찬하고 걸왕을 헐뜯기보다는
不如兩忘而化其道(불여량망이화기도) : 양 쪽을 다 잊고 도와 하나가 되는 것만 못하다
夫大塊載我以形(부대괴재아이형) : 자연은 우리에게 모습을 주었다
勞我以生(로아이생) : 또 우리에게 삶을 주어 수고하게 하고
佚我以老(일아이로) : 우리에게 늙음을 주어 편하게 하며 우
息我以死(식아이사) : 리에게 죽음을 주어 쉬게 한다
故善吾生者(고선오생자) : 그러므로 스스로의 삶을 좋다고 하는 것은
乃所以善吾死也(내소이선오사야) : 곧 스스로의 죽음도 좋다고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夫藏舟於壑(부장주어학) :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藏山於澤(장산어택) : 그물을 못에 감추고서
謂之固矣(위지고의) : 그것으로 튼튼하다고 한다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연이야반유력자부지이주) : 그렇지만 한밤중에 장사가 그것을 메고 달려가 버린다
昧者不知也(매자부지야) : 어리석은 자는 알지 못한다
藏小大有宜(장소대유의) : 작은 것을 큰 것에 잘 감추었다 해도
猶有所遯(유유소둔) : 역시 가지고 가 버릴 데는 있다
若夫藏天下於天下而不得所遯(약부장천하어천하이부득소둔) : 만약 온 세상을 온 세상에 감춘다면 가져갈 데란 없게 된다
是恒物之大情也(시항물지대정야) : 이것이 바로 만물의 커다란 진리이다
特犯人之形而猶喜之(특범인지형이유희지) : 그저 사람의 형체를 얻고 태어나도 기뻐하지만
若人之形者(약인지형자) : 사람의 형체 따위는
萬化而未始有極也(만화이미시유극야) : 갖가지로 변화하여 끝이 없는 것이다
其爲樂可勝計邪(기위락가승계사) : 그 즐거움은 헤아릴 수 없지 않겠는가
故聖人將遊於物之所不得遯而皆存(고성인장유어물지소부득둔이개존) : 그래서 성인은 어떤 것도 빠져 나갈 수 없는 경지에서 노릴며 만물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려 한다
善夭善老(선요선노) : 그러니 일찍 죽어도 좋고 오래 살아도 좋으며
善始善終(선시선종) : 태어나도 좋고 죽는 것도 좋다
人猶效之(인유효지) : 사람들은 이러한 성인도 본받으려 하는데
又況萬物之所係(우황만물지소계) : 더구나 만물이 매이고
而一化之所待乎(이일화지소대호) : 모든 변화가 의존하는 것을 어찌 더욱 본받으며 하지 않겠는가
夫道(부도) : 데체 도란
有情有信(유정유신) : 실제로 나타나는 작용이 있고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으나
無爲無形(무위무형) : 행동도 없고 형체도 없다
可傳而不可受(가전이불가수) : 전할 수는 있으나 주고 받을 수는 없다
可得而不可見(가득이불가견) : 터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는 없다
自本自根(자본자근) : 스스로 근본이 되어 있고
未有天地(미유천지) : 천지가 아직 생기기 전의
自古以固存(자고이고존) : 옛날부터 본래 존재하며 귀
神鬼神帝(신귀신제) : 신이나 상제를 영묘하게 하고
生天生地(생천생지) : 하늘과 땅을 낳고 있다
在太極之上而不爲高(재태극지상이불위고) : 가장 높은 곳은 곳보다 더 위에 있으면서 높은 척하지 않고
在六極之下而不爲深(재육극지하이불위심) : 가장 깊은 곳보다 밑에 있으면서 깊은 척하지 않는다
先天地生而不爲久(선천지생이불위구) :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으면서도 오랜 세월이라 여기지 않고
長於上古而不爲老(장어상고이불위노) : 까마득한 옛날보다 더 오래면서도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狶韋氏得之(희위씨득지) : 희위씨는 도를 터득하여
以挈天地(以설천지) : 천지를 들고 다니고
伏羲氏得之(복희씨득지) : 복희씨는 도를 터득하여
以襲氣母(이습기모) : 생성의 기운 속에 들어갔다
維斗得之(유두득지) : 북두성은 도를 터득하여
終古不忒(종고불특) : 영원히 변함 없고
日月得之(일월득지) : 해와 달은 도를 터득하여
終古不息(종고불식) : 영원히 꺼지지 않고
堪坏得之(감배득지) : 감배는 도를 터득하여
以襲崑崙(이습곤륜) : 곤륜산에 들어가고
馮夷得之(풍이득지) : 풍이는 도를 터득하여
以遊大川(이유대천) : 황하에 노닐며
肩吾得之(견오득지) : 견오는 도를 터득하여
以處大山(이처대산) : 태산에 살고
皇帝得之(황제득지) : 황제는 도를 터득하여
以登雲天(이등운천) : 하늘에 오르며
전頊得之(전욱득지) : 전욱은 도를 터득하여
以處玄宮(이처현궁) : 현궁에 살고
禺强得之(우강득지) : 우강은 도를 터득하여
立乎北極(립호북극) : 북극에 서 있다
西王母得之(서왕모득지) : 서왕모는 도를 터득하여
坐乎少廣(좌호소광) : 소광산에 앉았으나
莫知其始(막지기시) : 태어난 때도 모르고
莫知其終(막지기종) : 죽은 때도 알지 못한다
彭祖得之(팽조득지) : 팽조는 도를 터득하여
上及有虞(상급유우) : 위로는 유우 때부터
下及五伯(하급오백) : 밑으로는 오패 때까지 살았고
傅說得之(부설득지) : 부열은 도를 터득하여
以相武丁(이상무정) : 무정을 도와 천하를
奄有天下(엄유천하) : 차지하고
乘東維(승동유) : 별이 되어 동유를 타고
騎箕尾(기기미) : 기미에 올라
而比於列星(이비어열성) : 많은 성신과 나란히 있게 되었다
南伯子葵問乎如偊曰(남백자규문호여우왈) : 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
子之年長矣(자지년장의) :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而色若孺子(이색약유자) : 얼굴빛은 마치 어린애 같은 것은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曰吾聞道矣(왈오문도의) : 여우가 대답하기를 나는 도를 들었기 때문이오
南伯子葵曰(남백자규왈) : 남백자규가 물었다
道可得學邪(도가득학사) : 도란 배울 수가 있는 것입니까
曰惡(왈악) : 여우가 대답하기를 아, 아
惡可(악가) :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子非其人也(자비기인야) : 당신은 그런 사람이 못 됩니다
夫卜梁倚有聖人之才(부복량의유성인지재) : 저 복량의는 성인의 재능은 있으면서도
而无聖人之道(이무성인지도) : 성인의 도가 없습니다
我有聖人之道(아유성인지도) : 그런데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면서
而无聖人之才(이무성인지재) : 성인의 재능이 없습니다
吾欲以敎之(오욕이교지) : 그를 가르치고는 싶지만
庶幾其果爲聖人乎(서기기과위성인호) :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까
不然(불연) : 그렇게는 못 되더라도
以聖人之道告聖人之才(이성인지도고성인지재) : 성인의 도를 성인의 재능이 있는 자에게 가르치기는
亦易矣(역이의) : 그래도 쉬운 거요
吾猶告而守之(오유고이수지) : 나는 신중히 대하다가 그에게 가르쳐 주었소
三日而候能外天下(삼일이후능외천하) : 사흘이 지나자 그는 천하를 잊게 되었소
已外天下矣(이외천하의) : 천하를 잊게 되었으므로
吾又守之(오우수지) : 나는 다시 신중히 하였는데
七日而後能外物(칠일이후능외물) : 7일이 지나니까 그는 사물을 잊게 되었소
已外物矣(이외물의) : 사물을 잊게 되었으므로
吾又守之(오우수지) : 나는 또 신중히 하였는데
九日而後能外生(구일이후능외생) : 9일이 지나니까 그는 삶을 잊게 되었소
已外生矣(이외생의) : 삶을 잊게 되자
而後能朝徹(이후능조철) :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되었소
朝徹(조철) : 깨달음을 얻게 되자
而後能見獨(이후능견독) : 도의 절대적인 경지를 보게 되고
見獨(견독) : 절대적인 경지를 보게 되자
而後能无古今(이후능무고금) : 고금을 초월하게 되며
无古今(무고금) : 고금을 초월하게 되자
而後能入於不死不生(이후능입어불사불생) : 죽음도 삶도 없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소
殺生者不死(살생자불사) : 삶을 죽이는 자에게 죽음은 없고
生生者不生(생생자불생) : 삶을 살려는 자에게 삶은 없소
其爲物(기위물) : 그 도의 사물 됨은
無不將也(무불장야) : 모든 것을 보내지 않음이 없고
無不迎也(무불영야) : 모든 것을 맞아들이지 않음이 없고
無不毁也(무불훼야) : 모든 것을 파괴하지 않음이 없고
無不成也(무불성야) : 모든 것을 이룩하지 않음이 없다
其名爲攖寧(기명위영녕) : 그런 것을 변화 속의 안정이라 하오
攖寧也者(영녕야자) : 변화 속의 안정이란
攖而後成者也(영이후성자야) : 변화가 있은 후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오
南伯子葵曰(남백자규왈) : 남백자규가 물었다
子獨惡乎聞之(자독악호문지) : 당신은 대체 어디서 그러한 것을 들었소
曰聞諸副墨之子(왈문제부묵지자) : 여우는 대답하기를 그것을 부묵의 아들에게서 들었는데
副墨之子聞諸洛誦之孫(부묵지자문제락송지손) : 부묵의 아들은 그것을 낙송의 손자에게서 들었고
洛誦之孫聞之瞻明(락송지손문지첨명) : 낙송의 손자는 그것을 첨명에게서 들었으며
瞻明聞之聶許(첨명문지섭허) : 첨명은 그것을 섭허에게서 들었고
聶許聞之需役(섭허문지수역) : 섭허는 그것을 수역에게서 들었으며
需役聞之於謳(수역문지오구) : 수역은 그것을 오구에게서 드었고
於謳聞之玄冥(어구문지현명) : 오구는 그것을 현명에게서 들었으며
玄冥聞之參寥(현명문지참료) : 현명은 그것을 삼료에게서 들었고
參寥聞之疑始(참료문지의시) : 삼료는 그것을 의시에게서 들었소
子祀子輿子犁子來(자사자여자리자래) : 자사, 자여, 자려, 자래
四人相與語曰(사인상여어왈) : 네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孰能以無爲首(숙능이무위수) : 누가 무를 머리로 삼고
以生爲脊(이생위척) : 삶을 등골로 알며
以死爲구尻(이사위고) : 죽음을 꽁무니로 여길 수 있을까
孰知死生存亡之一體者(숙지사생존망지일체자) :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어짐이 하나임을 알 수 있을까
吾與之友矣(오여지우의) : 그런 자와 벗삼고 싶구나
四人相視而笑(사인상시이소) :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고
莫逆於心(막역어심) : 마음 속에서 거역함이 없어
遂相與爲友(수상여위우) : 이윽고 벗이 되었다
俄而子輿有病(아이자여유병) : 갑자기 자여에게 병이 생겨
子祀往問之(자사왕문지) : 자사가 문병을 갔다
曰偉哉夫造物者(왈위재부조물자) : 자여는 말하기를 저 조물자란 위대하다
將以予爲此拘拘也(장이여위차구구야) : 내 몸을 이처럼 오그라들게 하려한다
曲僂發背(곡루발배) : 과연 굽은 등은 불쑥 나오고
上有五管(상유오관) : 오장은 위로 올라가 있으며
頤隱於齊(이은어제) : 턱은 배꼽에 가려지고
肩高於頂(견고어정) :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이 올라 갔으며
句贅指天(구췌지천) : 목덜미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陰陽之氣有沴(음양지기유려) : 몸속의 음양의 기가 어지러워졌으나
其心閒而無事(기심한이무사) : 그 마음은 고요하여 아무 일도 없었다
변선而鑑於井曰(변선이감어정왈) : 비틀거리며 우물 물에 비추어 보고 말했다
嗟乎(차호) : 아,
夫造物者又將以予爲此拘拘也(부조물자우장이여위차구구야) : 저 조물자가 내 몸을 이처럼 오그라 들게 한단 말이야
子祀曰(자사왈) : 자사가 말했다
女惡之乎(여오지호) : 자넨 그게 싫은가
曰亡(왈망) : 자여는 대답하기를 아니
予何惡(여하악) : 내가 어찌 싫어하겠나
浸假而化予之左臂而爲鷄(침가이화여지좌비이위계) : 조물자가 내 왼팔을 차츰 바꾸어서 닭으로 만들면
予因以求時也(여인이구시야) : 난 그 것이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겠네
浸假而化予之右臂以爲彈(침가이화여지우비이위탄) : 내 오른팔을 차츰 바꾸어서 활로 만들면
予因以求鴞灸(여인이구효구) : 난 그것으로 올빼미구이를 바라겠네
浸假而化予之尻以爲輪(침가이화여지고이위륜) : 내 꽁무니를 차츰 바꾸어서 수레바퀴로 만들고
以神爲馬(이신위마) : 마음을 말로 만들면
予因以乘之(여인이승지) : 난 그것을 타겠네
豈更駕哉(기갱가재) : 딴 마차가 뭐 필요하겠나
且夫得者(차부득자) : 대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時也(시야) : 그런 때를 만났음이며
失者(실자) : 삶을 잃는다는 것은
順也(순야) : 죽음의 도리를 따를 따름이다
安時而處順(안시이처순) : 태어난 때에 편안히 머물고 자연의 도리에 따르면
哀樂不能入也(애락불능입야) : 슬픔이나 즐거움이 끼어들 수가 없다네
此古之所謂縣解也(차고지소위현해야) : 이것이 옛날에 말하던 현해라는 걸세
而不能自解者(이불능자해자) : 그런데 스스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은
物有結之(물유결지) : 외계의 사물이 얽혀 매듭져 있기 때문이지
且夫物不勝天久矣(차부물불승천구의) : 대체 사물이 자연의 도리에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옛날부터의 사실일세
吾又何惡焉(오우하오언) : 내 또한 이 병을 싫어찌 다하겠나
俄而子來有病(아이자래유병) : 갑자기 자래가 병이 났다
喘喘然將死(천천연장사) : 숨이 차서 헐떡거리며 곧 죽을 것 같았다
其妻子環而泣之(기처자환이읍지) : 그 아내와 자식들이 둘러싸고 울고 있었다
子ꝃ往問之(자려왕문지) : 자려가 문병을 가서
曰叱(왈질) : 말하여 꾸짓기를
避無怛化(피무달화) : 죽는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마시오
倚其戶與之語曰(의기호여지어왈) : 문가에 기대서서 자래에게 말했다
偉哉造化(위재조화) : 위대하구나, 조화의 힘은
又將奚以汝爲(우장해이여위) : 또 자네를 무엇으로 만들고
將奚以汝適(장해이여적) :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以汝爲鼠肝乎(이여위서간호) :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려나
以汝爲蟲臂乎(이여위충비호) :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子來曰(자래왈) : 자래가 대답했다
父母於子(부모어자) : 부모는 자식에 대해
東西南北(동서남북) : 동서남북 어디든
唯命之從(유명지종) : 그 명령을 따르게 하지
陰陽於人(음양어인) : 음양의 자연의 변화가 사람을 따르게 함은
不翅於父母(불시어부모) :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정도의 것이 아닐게
彼近吾死而我不聽(피근오사이아불청) : 조화가 내 죽음을 바라는데 내가 듣지 않으면
我則悍矣(아칙한의) : 나는 곧 순종하지 않는 것이 되네
彼何罪焉(피하죄언) : 그 조화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夫大塊載我以形(부대괴재아이형) : 자연은 내게 형체를 주었지
勞我以生(로아이생) : 삶으로 나를 수고롭게 하고
佚我以老(일아이로) : 늙음으로 나를 편하게 하며
息我以死(식아이사) :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해주네
故善吾生者(고선오생자) : 그러므로 내 삶을 좋다 함은
乃所以善吾死也(내소이선오사야) : 바로 내 죽음도 좋다고 하는 것이 되는 것일세
今之大冶鑄金(금지대야주금) : 지금 훌륭한 대장장이가 쇠붙이를 녹여 주물을 만들려는데
金踊躍曰(금용약왈) : 쇠붙이가 뛰어 오르며 말하기를
我且必爲鏌鎁(아차필위막야) : 나는 꼭 막야가 되겠다고 한다면
大冶必以爲不祥之金(대야필이위불상지금) : 대장장이는 반드시 불길한 쇠붙이라 생각할 것이다
今一犯人之形(금일범인지형) : 지금 사람의 형태로 태어났는데
而曰(이왈) : 그런데 이르기를
人耳人耳(인이인이) : 사람으로 사람으로만 있겠다고 한다면
夫造化者必以爲不祥之人(부조화자필이위불상지인) : 저 조화자는 반드시 불길한 인간이라 생각할 것이다
今一以天地爲大鐪(금일이천지위대로) : 지금 천지를 커다란 화로로 여기고
以造化爲大冶(이조화위대야) : 조화를 훌륭한 대장장이로 생각한다면
惡乎往而不可哉(오호왕이불가재) : 무엇이 된건 좋지 않은가
成然寐(성연매) : 죽으면 편안히 잠들고
蘧然覺(거연각) : 살면 빨리 깨어나는 것일세
子桑戶(자상호) : 자상호와
孟子反(맹자반) : 맹자반
子琴張三人相與語曰(자금장삼인상여어왈) : 자금장 등 세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孰能相與於無相與(숙능상여어무상여) : 누가 과연 새삼 서로 사귀는 것이 아니면서도 사귀고
相爲於無相爲(상위어무상위) : 서로 돕는 것이 아니면서도 도울 수 있을까
孰能登天遊霧(숙능등천유무) : 어느 누가 과연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며
撓挑無極(요도무극) : 무궁한 곳을 돌아다니고
相忘以生(상망이생) : 서로 삶도 잊은 채
無所終窮(무소종궁) : 다함이 없을 수 있을까
三人相視而笑(삼인상시이소) :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고
莫逆於心(막역어심) : 뜻이 맞아
遂相與爲友(수상여위우) : 이윽고 벗이 되었다
莫然有間而子桑戶死(막연유간이자상호사) : 아무 일 없이 얼마 동안 지나다가 자상호가 죽었다
未葬(미장) : 아직 장사지내기 전에
孔子聞之(공자문지) : 공자가 이 소식을 듣고
使子貢往侍事焉(사자공왕시사언) : 자공을 시켜 가서 일을 돕게 했다
或編曲(혹편곡) : 하나는 누에 채반을 엮고
或鼓琴(혹고금) : 또 하나는 거문고를 뜯으며
相和而歌曰(상화이가왈) : 목소리를 맞추어 노래하고 있었다
嗟來桑戶乎(차래상호호) : 아, 상호여
嗟來桑戶乎(차래상호호) : 아, 상호여
而已反其眞(이이반기진) : 그대는 이미 그대의 진실로 돌아갔는데
而我猶爲人猗(이아유위인의) : 우리만 아직 사람이구나
子貢趨而進曰(자공추이진왈) : 자공이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말했다
敢問臨尸而歌(감문림시이가) : 감히 묻겠습니다, 주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禮乎(례호) : 예의입니까
二人相視而笑曰(이인상시이소왈) :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으며 말했다
是惡知禮矣(시악지례의) : 이 친구들이 어찌 예의 뜻을 알습니까
子貢反(자공반) : 자공이 돌아와
以告孔子曰(이고공자왈) : 공자에게 그 일을 고하면서 말했다
彼何人者邪(피하인자사) :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修行無有(수행무유) : 예절 바른 행동은 전혀 없고
而外其形骸(이외기형해) : 자기 몸 따위는 도외시한 채
臨尸而歌(림시이가) : 주검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顔色不變(안색불변) : 얼굴빛조차 변하지 않으니
無以命之(무이명지) :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彼何人者邪(피하인자사) :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대답했다
彼遊方之外者也(피유방지외자야) : 그들은 이 세상 밖에서 노니는 사람들이고
而丘遊方之內者也(이구유방지내자야) : 나는 이 세상 안에서 노니는 사람이다
外內不相及(외내불상급) : 이 세상 밖과 안은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인데
而丘使女往弔之(이구사녀왕조지) : 난 자네를 조상하려 보냈네
丘則陋矣(구칙루의) : 내가 생각이 모자랐다네
彼方且與造物者爲人(피방차여조물자위인) : 그들은 이제부터 조물자와 벗이 되어
而遊乎天地之一氣(이유호천지지일기) : 천지에서 노닐려 한다
彼以生爲附贅縣疣(피이생위부췌현우) : 그들은 삶을 군살이나 혹이 달라붙고 매달린 것처럼 생각하며
以死爲決환潰癰(이사위결환궤옹) : 죽음을 붓거나 곪은 데가 터졌다고 여긴다
夫若然者(부약연자) : 대체 이런 인물들이
又惡知死生先後之所在(우악지사생선후지소재) : 어찌 죽음과 삶의 우열의 소재 따위를 아랑곳하겠느냐
假於異物(가어이물) : 갖가지 다른 것을 빌어
托於同體(탁어동체) : 하나의 몸이 되고
忘其肝膽(망기간담) : 간이나 쓸개 따위를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눈이나 귀도 잊은 채
反覆終始(반복종시) : 삶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며
不知端倪(부지단예) : 그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한다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구애되지 않는 모양으로 속세 밖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逍遙乎無爲之業(소요호무위지업) : 무위자연의 경지를 한가로이 노닌다
彼又惡能궤궤然爲世俗之禮(彼又惡能궤궤연위세속지례) : 그들이 어찌 또 성가신 세속의 예의를 따라 함으로써
以觀衆人之耳目哉(이관중인지이목재) :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뜨이게 하겠는가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물었다
然則夫子何方之依(연칙부자하방지의) : 그럼 선생님은 어떤 세계를 따르고 있습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대답했다
丘天之戮民也(구천지륙민야) : 나는 하늘의 벌을 받고있는 사람이다
雖然(수연) : 하지만
吾與汝共之(오여여공지) : 나는 자네와 함께 이 세상에 머물겠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또 물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 이 세상에 무무는 그 방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대답했다
魚相造乎水(어상조호수) :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人相造乎道(인상조호도) : 사람은 도에서 산다
相造乎水者(상조호수자) : 물에 사는 자는
穿池而養給(천지이양급) : 못을 파 주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相造乎道者(상조호도자) : 도에 사는 자는
無事而生定(무사이생정) : 세상 일을 버리므로 마음이 편안하다
故曰(고왈) : 그래서 이르기를
魚相忘乎江湖(어상망호강호) : 물고기는 강이나 호수 속에서 서로를 잊고
人相忘乎道術(인상망호도술) : 사람은 도의 세계에서 서로를 잊는다고 하는 것이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다시 물었다
敢問畸人(감문기인) : 그럼 기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曰畸人者(왈기인자) : 공자른 대답하기를, 기인이란
畸於人而侔於天(기어인이모어천) : 보통 사람과는 다르며 하늘과 같은 것이다
故曰(고왈) : 그래서 이르기를,
天之小人(천지소인) : 하늘의 입장에서의 소인이
人之君子(인지군자) : 사람의 세계에서 군자이고
天之君子(천지군자) : 하늘의 군자는
人之小人也(인지소인야) : 사람의 세계에서 소인이다고 하는 것이다
顔回問仲尼曰(안회문중니왈) : 안회가 중니에게 물었다
孟孫才(맹손재) : 맹손재는
其母死(기모사) : 그 어머니가 죽었을 때 소
哭泣無涕(곡읍무체) : 리 내어 울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中心不戚(중심불척) : 마음속이 우울해지지도 않았으며
居喪不哀(거상불애) : 상중에도 애통해 하지 않았습니다
無是三者(무시삼자) : 이 세 가지가 없었는데도
以善處喪蓋魯國(이선처상개로국) : 훌륭하게 초상을 치렀다는 소문이 온 노나라에 퍼졌습니다
固有無其實而得其名者乎(고유무기실이득기명자호) : 애초 그러한 사실이 없는데도 소문이 좋아지는 일이 있는 것입니다
回壹怪之(회일괴지) : 저는 정말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가 말했다
夫孟孫氏盡之矣(부맹손씨진지의) : 저 맹손씨는 훌륭히 잘 처리한 것이다
進於知矣(진어지의) : 상례를 아는 자보다 앞서 있다
唯簡之而不得(유간지이부득) : 다만 그 일을 간단히 하려해도 할 수가 없는데
夫已有所簡矣(부이유소간의) : 그는 이미 간단하 해 버렸다
孟孫氏不知所以生(맹손씨부지소이생) : 맹손씨는 태어나는 까닭을 모르고
不知所以死(부지소이사) : 죽는 까닭을 모른도
不知孰先(부지숙선) : 또 삶을 쫓을 줄도 모르며
不知孰後(부지숙후) : 죽음을 쫓을 줄도 모른다
若化爲物(약화위물) : 그저 자연의 변화를 따라
以待其所不知之化已乎(이대기소부지지화이호) : 어떤 것이든 되고 그리하여 미지의 변화를 기다릴 뿐이다
且方將化(차방장화) : 대체 일단 변해 버리면
惡知不化哉(악지불화재) : 변하기 전의 일을 어지 알겠으며
方將不化(방장불화) : 아직 변하지 않았으면
惡知已化哉(악지이화재) : 변한 뒤의 일을 어찌 알겠느냐
吾特與汝(오특여여) : 나와 너만이
其夢未始覺者邪(기몽미시각자사) :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자가 아닐까
且彼有駭形而無損心(차피유해형이무손심) : 또한 그는 외형의 변화에 놀라기는 하지만 마음이 상하지는 않고
有旦宅而無耗精(유단택이무모정) : 있는 곳을 옮길 뿐 정말로 죽는 일은 없다
孟孫氏特覺(맹손씨특각) : 맹손씨야말로 도를 깨닫고 있다
人哭亦哭(인곡역곡) : 남이 제사 때 곡을 하면 역시 그도 곡을 했지만
是自其所以乃(시자기소이내) : 이것이야말로 그에게 알맞은 바이다
且也相與吾之耳矣(차야상여오지이의) : 또한 사람들은 서로 현실의 자기를 자기라고 할 뿐이다
庸거知吾所謂吾之非吾乎(庸거지오소위오지비오호) : 그러나 자기가 말하는 자기라는 것이 과연 자기 아닌지 어찌 알겠느냐
且汝夢爲鳥而厲乎天(차여몽위조이려호천) : 그런데 또 자네는 꿈에 새가 되어 하늘에 이르기도 하고
夢爲魚而沒於淵(몽위어이몰어연) : 꿈에 물고기가 되어 연못 속으로 가라앉기도 하겠지
不識今之言者(불식금지언자) : 그러면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其覺者乎(기각자호) : 깨어 있는 것인지
其夢者乎(기몽자호) : 꿈구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 않느냐
造適不及笑(조적불급소) : 남의 결점을 고자질함은 웃는 것만 못하고
獻笑不及排(헌소불급배) : 웃음을 즐김은 사물의 추이에 그대로 맡기는 것만 못하다
安排而去化(안배이거화) : 추이에 편히 몸을 맡긴채 변화를 따르면
乃入於료寥天一(내입어료천일) : 곧 고요한 하늘과 하나인 경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意而子見許由(의이자견허유) : 의이자가 허유를 찾아가 만나자
許由曰(허유왈) : 허유는 물었다
堯何以資汝(요하이자여) : 요는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나
意而子曰(의이자왈) : 의이자가 대답했다
堯謂我(요위아) : 요는 나에게 이르기를
汝必躬服仁義(여필궁복인의) : 넌 반드시 몸소 인의의 덕을 실천하고
而明言是非(이명언시비) :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
許由曰(허유왈) : 허유는 말했다 자네는
而奚來爲軹(이해래위지) : 어째서 여기에 왔나
夫堯旣已黥汝以仁義(부요기이경여이인의) : 저 요가 이미 인의의 덕으로 자네에게 묵형을 가했고
而劓汝以是非矣(이의여이시비의) : 시비로 코 베는 형벌을 가했다
汝將何以遊夫遙蕩恣睢轉徙之塗乎(여장하이유부요탕자휴전사지도호) : 그런데 자네는 저 자유분방하고 변화 많은 길에서 어찌 노닐 수 있겠느냐
意而子曰(의이자왈) : 이의자가 대답했다
雖然(수연) : 그렇기는 하지만
吾願遊於其藩(오원유어기번) : 저는 도의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
許由曰(허유왈) : 허유는 말했다 그
不然(불연) : 렇지 않아
夫盲者無以與乎眉目顔色之好(부맹자무이여호미목안색지호) : 대체 장님은 옷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瞽者無以與乎靑黃黼黻之觀(고자무이여호청황보불지관) : 또한 장님은 옷의 아름다운 빛깔이나 무늬를 보지 못하는 거야
意而者曰(의이자왈) : 의이자가 말했다
夫无莊之失其美(부무장지실기미) : 대체 미인인 무강이 그 미모를 잊게 되고
據梁之失其力(거량지실기력) : 자아인 거량이 그 힘을 잊게 되며
皇帝之亡其知(황제지망기지) : 박식한 황제가 그 지혜를 잊게 된 것은
皆在鑪捶之間耳(개재로추지간이) : 모두 천지의 호로 속에서 도의 힘에 단련됐기 때문입니다
庸詎知夫造物者之不息我黥(용거지부조물자지불식아경) : 어찌 알겠는가, 조불자가 저의 묵형을 지워 주고
而補我劓(이보아의) : 베어진 코를 붙여 주어서
使我乘成以隨先生邪(사아승성이수선생사) : 저를 온전한 몸으로 만들어 선생임을 따라오게 했는지를
許由曰(허유왈) : 허유는 대답했다
噫未可知也(희미가지야) : 아,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我爲汝言其大略(아위여언기대략) : 내 자네를 위해 그 대강을 말해 주지
吾師乎(오사호) : 내 스승
吾師乎(오사호) : 내 스승이란
齏萬物而不爲義(재만물이불위의) : 만물을 이뤄 놓으면서도 의롭게 여기지 않고
澤及萬世而不爲仁(택급만세이불위인) : 만세에 미치는 혜책을 베풀면서도 어질다 생각하지 않는다
長於上古而不爲老(장어상고이불위로) : 아득한 옛날 보다 더 오래 살면서도 늙었다 하지 않고
覆載天地刻雕衆形而不爲攷(복재천지각조중형이불위고) : 천지를 싣고 감싸서 갖가지 모양을 조각해 내면서도 재주라고 여기지 않는다
此所遊已(차소유이) : 이것이 바로 마음을 노닐게 하는 경지일세
顔回曰(안회왈) : 안회가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 저는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는 물었다
何謂也(하위야) : 무엇 말이냐
曰回忘禮樂矣(왈회망예악의) : 저는 예악을 잊었습니다
曰可矣(왈가의) : 말하기를, 좋다
猶未也(유미야) :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他日(타일) : 다른 날
復見曰(부견왈) : 다시 안회가 만나서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 저는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曰何謂也(왈하위야) : 무엇 말이냐
曰回忘仁義矣(왈회망인의의) : 저는 예악을 잊었습니다
曰可矣(왈가의) : 말하기를, 좋다
猶未也(유미야) :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他日(타일) : 다른 날
復見曰(부견왈) : 또 안회가 만나서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 저는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曰何謂也(왈하위야) : 무엇 말이냐
曰回坐忘矣(왈회좌망의) : 말하기를, 저는 좌망하게 되었습니다
仲尼蹴然曰(중니축연왈) : 중니는 놀라서 물었다
何謂坐忘(하위좌망) : 무엇을 좌망이라고 하느냐
顔回曰(안회왈) : 안회가 대답했다
墮肢體(타지체) : 손발이나 몸이란 것을 잊고
黜聰明(출총명) : 귀나 눈의 작용을 물리쳐서
離形去知(리형거지) : 형체를 떠나서 지식을 버리고
同於大通(동어대통) : 저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되는 것
此謂坐忘(차위좌망) : 이것을 좌망이라 합니다
仲尼曰(중니왈) : 중니는 말했다
同則無好也(동칙무호야) : 도와 하나가 되면 좋다 하는 것이 없어지고
化則無常也(화칙무상야) : 변하면 한 군데 집착하지 않게 된다
而果其賢乎(이과기현호) : 너는 정말 훌륭하구나
丘也請從而後也(구야청종이후야) : 나도 네 귀를 다라야겠다
子輿與子桑友(자여여자상우) : 자여와 자상은 벗이었다
而霖雨十日(이림우십일) : 그런데 장마가 열흘이나 계속되었다
子輿曰(자여왈) : 자여가 말했다
子桑殆病矣(자상태병의) : 자상은 아마 병인 났으리라
裏飯而往食之(리반이왕식지) : 밥을 싸 가지고 가서 먹이려 했다
至子桑之門(지자상지문) : 자상의 집 문앞에 이르자
則若歌若哭(칙약가약곡) : 안에서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鼓琴曰(고금왈) : 거문고를 뜯으며 이르기를
父邪(부사) : 아비지일까
母邪(모사) : 어머니일가
天乎(천호) : 하늘일까
人乎(인호) : 사람일가 하고 읊조리고 있었다
有不任其聲而趨擧其詩焉(유불임기성이추거기시언) : 소리를 내는 것도 힘에 겨운 듯 가사를 서둘러 읊조린다
子輿入曰(자여입왈) : 자여는 들어가 물었다
子之歌詩(자지가시) : 자네의 노래는
何故若是(하고약시) : 어찌하여 그런가
曰吾思夫使我至此極者而不得也(왈오사부사아지차극자이불득야) : 자상이 대답하기를, 난 나를 이런 막바지에 몰아 넣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만 전혀 알 수가 없네
父母豈欲吾貧哉(부모기욕오빈재) : 부모가 어찌 내가 가난하길 바랐겠나
天無私覆(천무사복) : 하늘은 공평하게 만물을 뒤덮고
地無私載(지무사재) : 땅은 공평하게 만물을 실어준다
天地豈私貧我哉(천지기사빈아재) : 그러니 하늘과 땅이 어찌 나만을 가난하게 하겠나
求其爲之者而不得也(구기위지자이부득야) : 나를 가난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하고 애써 생각해 보지만 전혀 알 수가 없어
然而至此極者(연이지차극자) : 그런데도 이런 막바지에 몰린 것은
命也夫(명야부) : 운명이리라
응제왕(應帝王)-장자(莊子)
齧缺問於王倪(설결문어왕예) : 설결이 왕예에게 물었다
四問而四不知(사문이사부지) : 네 번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했다
齧缺因躍而大喜(설결인약이대희) : 설결은 그러자 껑충 뛰며 매우 좋아하고
行以告蒲衣子(행이고포의자) : 포의자에게 가서 그것을 알렸다
蒲衣子曰(포의자왈) : 그러자 포의자가 말했다
而乃今知之乎(이내금지지호) : 너는 지금에야 그걸 알았느냐
有虞氏不及泰氏(유우씨불급태씨) : 세상에서 성군이라고 하는 유우씨도 태씨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有虞氏(유우씨) : 유우씨는
其猶藏仁以要人(기유장인이요인) : 아직도 인을 마음속에 지닌 채 그것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한다
亦得人矣(역득인의) : 그래도 인심은 얻을 수 있다
而未始出於非人(이미시출어비인) : 그러나 아직 조금도 남을 헐뜯는 입장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泰氏其臥徐徐(태씨기와서서) : 태씨는 누워 자면 그지없이 편안하고
其覺于于(기각우우) : 깨어나면 어수록하여
一以己爲馬(일이기위마) : 혹은 스스로 말이 되기도 하고
一以己爲牛(일이기위우) : 혹은 스스로 소가 되기도 한다
其知情信(기지정신) : 자연에 맡기므로 그 지혜는 아주 확실하고
其德甚眞(기덕심진) : 그 덕은 매우 진실하다
而未始入於非人(이미시입어비인) : 그러니 아직 조금도 남을 헐뜯는 입장에는 빠져 들지 않는다
肩吾見狂接輿(견오견광접여) : 견오 가 광접여를 만났을 때
狂接輿曰(광접여왈) : 광접여가 물었다
日中始何以語女(일중시하이어여) : 전에 중시는 네게 무슨 말을 했느냐
肩吾曰(견오왈) : 견오가 대답했다
告我君人者以己出經式義度(고아군인자이기출경식의도) : 제게 말하기를 남의 군주된 자가 자기 생각대로 갖가지 규범이나 법도를 지어 낸다면
人孰敢不聽而化諸(인숙감불청이화제) : 사람들이 어찌 그것을 따르고 교화되지 않겠느냐 라고 했습니다
狂接輿曰(광접여왈) : 광접여는 말했다
是欺德也(시기덕야) : 그건 거짓 덕이다
其於治天下也(기어치천하야) : 그 따위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猶涉海鑿河(유섭해착하) : 바다를 걸어서 건너고 강을 손으로 파헤치며
而使蚊負山也(이사문부산야) : 모기에게 산을 지게 하는 것이다
夫聖人之治也(부성인지치야) : 대체 성인의 정치란
治外乎(치외호) : 밖을 다스리는 걸까
正而後行(정이후행) : 스스로를 올바르게 한 뒤라야 잘 다스려지는 것이니
確乎能其事者而已矣(확호능기사자이이의) : 성인의 정치는 다만 확고하게 자기 일을 해 내는 것뿐이다
且鳥高飛以避矰弋之害(차조고비이피증익지해) : 새는 높이 날아 화살의 위협을 피하고
혜鼠深穴乎神丘之下(혜서심혈호신구지하) : 생쥐는 신단 밑을 깊숙이 굴을 파고서 연기에 그을리거나
以避熏鑿之患(이피훈착지환) : 파헤쳐지는 화를 피한다
而曾二蟲之無如(이증이충지무여) : 너는 저 두 새나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天根遊於殷陽(천근유어은양) : 천근이 은양에서 노닐며
至蓼水之上(지료수지상) : 요수 강가에 이르러
適遭無名人而問焉(적조무명인이문언) : 문득 무명인과 만나게 되자 물었다
曰請問爲天下(왈청문위천하) : 이르기를,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고 싶습니다
無名人曰(무명인왈) : 무명인이 대답했다
去汝鄙人也(거여비인야) : 물러가라 넌야비한 인간이다
何問之不豫也(하문지불예야) : 얼마나 불쾌한 물음이냐
予方將與造物者爲人(여방장여조물자위인) : 난 지금 조물자와 벗이 되려 하고 있다
厭則又乘夫莽眇之鳥(염칙우승부망묘지조) : 싫증이 나면 다시 아득히 높이 나는 새를 타고
以出六極之外(이출육극지외) : 이 세계 밖으로 나아가
而遊無何有之鄕(이유무하유지향) :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노닐며
以處壙垠之野(이처광은지야) : 끝없이 넓은 들판에서 살려 한다
汝又何帠以治天下感予之心爲(여우하예이치천하감여지심위) : 그런데 너는 또 무엇 때문에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로 내 마음을 움직이려 하느냐
又復問(우복문) : 천근이 또 묻자
無名氏曰(무명씨왈) : 무영인은 대답했다
汝遊心於淡(여유심어담) : 너는 마음을 담담한 경지에서 노닐게 하고
合氣於漠(합기어막) : 기를 막막한 세계에 맞추어
順物自然而無容私焉(순물자연이무용사언) : 모든 일을 자연에 따르게 하며 사심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而天下治矣(이천하치의) : 천하는 잘 다스려질 것이다
陽子居見老聃曰(양자거견노담왈) : 양자거가 노담을 만나 물었다
有人於此(유인어차) : 여기한 사람이 있는데
嚮疾强梁(향질강량) : 재빠르고 억세며
物徹疏明(물철소명) : 사물의 도리에 밝고
學道不倦(학도불권) : 도를 부지런히 배우고 있습니다
如是者(여시자) : 이런 사람은
可比明王乎(가비명왕호) : 훌륭한 왕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담은 대답했다 그
是於聖人也(시어성인야) : 런 자른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
胥易技係(서역기계) : 혜만 앞서고 재주에 얽매여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자다
且也虎豹之文來田(차야호표지문래전) : 가령 호랑이나 표범의 무늬는 사냥군을 부러 들이게 되고
猨狙之便來藉(원저지변래자) : 재빠른 원숭이나 너구리를 잡는 개는 노끈에 매이게 되는 것이다
如是者(여시자) : 이런 자가
可比明王乎(가비명왕호) : 훌륭한 왕에 비교될 수 있겠느냐
陽子居蹴然曰(양자거축연왈) : 양자거는 놀라며 물었다
敢問明王之治(감문명왕지치) : 그러면 부디 훌륭한 왕의 정치에 대해 들려 주십시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대답했다
明王之治(명왕지치) : 훌륭한 왕의 정치란
功蓋天下而似不自己(공개천하이사부자기) : 그 공적이 온 세상에 미치면서도 자기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하고
化貸萬物而民弗恃(화대만물이민불시) : 만물에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은 의지 하지 않는다
有莫擧名(유막거명) : 선정이란 베풀어지고 있으나 뭐라고 나타낼 수 없으며
使物自喜(사물자희) : 만물을 각기 만족하게 하고 있다
立乎不測(립호불측) : 그러한 왕은 짐작할 수 없는 지경에 서서
而遊於無有者也(이유어무유자야) : 무의 세계에 노니는 사람이다
鄭有神巫曰季咸(정유신무왈계함) : 정나라에 계함이라는 신들린 무당이 있어
知人之死生存亡(지인지사생존망) : 사람의 사생과 존망이며
禍福壽夭(화복수요) : 화복과 수명의 장단을 알고
期以歲月旬日若神(기이세월순일약신) : 마치 귀신처럼 연월일까지 예언해서 맞혔다
鄭人見之(정인견지) : 정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자
皆棄而走(개기이주) : 모두 피해서 도망쳤다
列子見之而心醉歸(열자견지이심취귀) : 그러나 열자는 그를 만나 진심으로 매혹되어 돌아오자
以告壺子曰(이고호자왈) : 호자에게 알려 이르기를
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시오이부자지도위지의) : 애초 저는 선생님의 도를 최고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則又有至焉者矣(칙우유지언자의) : 또한 그 이상적인 자가 있었습니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가 말했다
吾與汝旣其文(오여여기기문) : 나는 네게 도의 표면은 가르쳤지만
未旣其實(미기기실) : 아직 도의 내용을 충분히 가르치지 않았다
而固得道與(이고득도여) : 그런데 굳이 도를 터득했다고 할 것인가
衆雌而无雄(중자이무웅) : 암컷이 많아도 수컷이 없으면
而又奚卵焉(이우해란언) : 어찌 알이 생기겠는가
而以道與世亢必信(이이도여세항필신) : 너는 도로 세상과 맞싸우며 억지로 뻗어나가려 하느냐
夫故使人得而相汝(부고사인득이상여) : 그러니까 남이 네 관상을 보고 쉽사리 알아 맞히는 것이다
嘗試與來(상시여래) : 어디 시험삼아 데려다가
以予示之(이여시지) : 그에게 나를 보여 보자
明日(명일) : 다음날
列子與之見壺子(열자여지견호자) : 열자는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噫子之先生死矣(희자지선생사의) : 아, 당신의 선생은 죽을 것입니다
弗活矣(불활의) : 살지 못해요
不以旬數矣(불이순수의) : 열흘을 못 넘깁니다
吾見怪焉(오견괴언) : 난 괴상한 상을 봤어요
見濕灰焉(견습회언) : 축축한 재의 상을 봤거든요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방에 들어가
泣涕沾襟以告壺子(읍체첨금이고호자) :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그것을 호자에게 알렸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以地文(향오시지이지문) : 아까 난 그에게 대지의 상을 보여 주었다
萌乎不震不止(맹호불진불지) : 산같이 육중하여 움직이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是殆見吾杜德機也(시태견오두덕기야) : 즉 그는 거의 내 덕을 막는 조짐을 봤을 것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 시험삼아 한 번 데려와 보아라
明日(명일) : 다음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다시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幸矣(행의) : 다행이군요
子之先生遇我也(자지선생우아야) : 당신의 선생은 날 만나서
有瘳矣(유추의) : 병이 나았습니다
全然有生矣(전연유생의) : 아주 생기가 있어요
吾見其杜權矣(오견기두권의) : 난 그의 생명의 싹을 봤어요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들어가
以告壺子(이고호자) : 그것을 호자에게 알렸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而天壤(향오시지이천양) : 아까 난 천지의 상을 보여 줬지
名實不入(명실불입) : 명목도 실체도 끼어들지 못하며
而機發於踵(이기발어종) : 생명의 조짐이 몸의 깊은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是殆見吾善者機也(시태견오선자기야) : 그는 거의 내 생명의 조짐을 봤을 것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서 시험삼아 또 데려와 보라
明日(명일) : 다음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점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영자에게 말했다
子之先生不齊(자지선생부제) : 당신의 선생은 상이 일정하지않아요
吾无得而相焉(오무득이상언) : 그래서 나는 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試齊(시제) : 만약 일정해지면
且復相之(차부상지) : 다시 한 번 점쳐 봅시다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들어가
以告壺子(이고호자) : 그것을 호자에게 알리니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하기를
鄕吾示之以太沖莫勝(향오시지이태충막승) : 나는 아까 차별이 없는 허무의 상을 보여 주었다
是殆見吾衡氣機也(시태견오형기기야) : 그는 거의 내 조화 된 기의 조짐을 봤을 것이다
예桓之審爲淵(예환지심위연) : 가령 소용돌이치는 깊은 물도 연못이고
止水之審爲淵(지수지심위연) : 괴어 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流水之審爲淵(류수지심위연) : 흐르는 깊은 물도 연못이다
淵有九名(연유구명) : 연못에는 아홉 가지가 있는데
此處三焉(차처삼언) : 이것은 그 중 세 가지일 뿐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 또 데려와 보아라
明日(명일) : 다음 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立未定(립미정) : 서기도 전에
自失而走(자실이주) : 계함은 얼이 빠져 도망쳤다
壺子曰追之(호자왈추지) : 호자가 쫓으라 하여
列子追之不及(열자추지불급) : 열자는 쫓아갔으나 잡지 못하고
反以報壺子曰(반이보호자왈) : 돌아와 호자에게 보고 하기를
已滅矣(이멸의) : 사라져 버렸습니다
已失矣(이실의) :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吾弗及已(오불급이) : 저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향오시지이미시출오종) : 아까 나는 내 본질 그대로의 상을 보여 줬다
吾與之虛而委蛇(오여지허이위사) : 나는 스스로를 허심하게 하여 사물에 순종하였으므로
不知其誰何(부지기수하) : 그는 내 실체를 알지 못한 것이다
因以爲弟靡(인이위제미) :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고
因以爲波流(인이위파류) : 파도 치는 대로 흐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故逃也(고도야) : 점을 치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다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연후열자자이위미시학이귀) : 그런 일이 있은 뒤에 열자는 비로소 자기가 아직 학문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三年不出(삼년불출) : 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으며
爲其妻爨(위기처찬) :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食豕如食人(식시여식인) : 돼지 기르기를 사람 먹이듯이 하여
於事无與親(어사무여친) : 세상 일에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어졌다
雕琢復朴(조탁복박) : 허식을 깎아 버리고 본래의 소박함으로 돌아가
塊然獨以其形立(괴연독이기형립) : 무심히 독립해 있으면서
紛而封哉(분이봉재) : 갖가지 일이 일어나도 거기 얽매이지 않았다
一以是終(일이시종) : 그는 오로지 이와 같이 하여 일생을 마쳤다
无爲名尸(무위명시) : 명예의 표적이 되지 말라
无爲謀府(무위모부) :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라
无爲事任(무위사임) : 일의 책임자가 되지 말라
无爲知主(무위지주) : 지혜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
體盡无窮(체진무궁) : 무궁한 도를 잘 터득하고
而遊无朕(이유무짐) : 자취 없는 경지에 노닐며
盡其所受乎天(진기소수호천) :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온전하게 하고
而无見得(이무견득) : 스스로 얻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지 말라
亦虛而已(역허이이) : 오직 허심해지는 것뿐이다
至人之用心若鏡(지인지용심약경) : 지인의 마음의 작용은 거울과 같다
不將不迎(불장불영) : 사물을 보내지도 맞아 들이지도 않는다
應而不藏(응이불장) : 사물에 따라 응하되 감추지 않는다
故能勝物而不傷(고능승물이불상) : 그러니까 사물에 대응하여 몸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南海之帝爲倏(남해지제위숙) :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北海之帝爲忽(북해지제위홀) :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中央之帝爲混沌(중앙지제위혼돈) :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한다
숙與忽時相與遇於混沌之地(숙여홀시상여우어혼돈지지) :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混沌待之甚善(혼돈대지심선) :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倏與忽謀報混沌之德曰(숙여홀모보혼돈지덕왈) :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의논을 했다
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인개유칠규이시청식식) : 사람은 누구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此獨無有(차독무유) : 이 혼돈에게만 그것이 없다
嘗試鑿之(상시착지) : 어디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日鑿一竅(일착일규) :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七日而混沌死(칠일이혼돈사) :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8
騈拇(병무)
騈拇枝指(병무지지) : 병무와 지지는
出乎性哉(출호성재) : 성에서 나온 것이다.
而侈於德(이치어덕) : 그러나 그것은 덕에 있어서는 군더더기요
附贅縣疣(부췌현우) : 살에 붙은 사마귀나 달려 있는 혹은
出乎形哉(출호형재) : 형에서 생긴 것이다
而侈於性(이치어성) : 그러나 그것은 성에 있어서는 군더더기다
多方乎仁義而用之者(다방호인의이용지자) : 인과 의를 여러 방면으로 쓰는 것은
列於五藏哉(열어오장재) : 오장에서 짜낸 지혜인 것이다
而非道德之正也(이비도덕지정야) : 그러나 그것은 도덕의 진정한 것은 아니다
是故(시고) : 그러므로
騈於足者(병어족자) : 네 발가락은
連無用之肉也(연무용지육야) : 쓸 데 없는 군살을 붙인 것이요
枝於手者(지어수자) : 여섯 손가락은
樹無用之指也(수무용지지야) : 쓸 데 없는 한 손가락을 덧붙인 것이요
騈枝於五藏之情者(병지어오장지정자) : 오장의 진성에서 인의를 짜내는 것은
淫僻於仁義之行(음벽어인의지행) : 인의의 행에 치우쳐 빠져서
而多方於聰明之用也(이다방어총명지용야) : 쓸 데 없는 총명의 활동을 덧붙이는 것이다
是故(시고) : 그러므로
騈於明者(병어명자) : 쓸 데 없이 눈을 쓰는 사람은
亂五色(란오색) : 오색을 어지럽히고
淫文章(음문장) : 아름다운 채색에 빠진 사람이다
靑黃黼黻之煌煌非乎(청황보불지황황비호) : 그래서 청황보불을 눈부시게 찬란하게 하였으니 그것도 또한 쓸데 없는 것으로서
而離朱是已(이이주시이) : 저 이주가 그 사람이 아니었던가
多於聰者(다어총자) : 또 쓸 데 없이 귀를 많이 쓰는 사람은
亂五聲(란오성) : 오음을 어지럽히고
淫六律(음육률) : 육률에 빠진 사람들이다
金石絲竹黃鐘大呂之聲非乎(금석사죽황종대려지성비호) : 그래서 금석사죽과 황종·대려를 지어냈으니 그것도 또한 쓸 데 없는 것으로서
而師曠是已(이사광시이) : 저 사광이 그 사람이 아니었던가
枝於仁者(지어인자) : 또 쓸데 없이 인에 지나친 사람은
擢德塞性以收名聲(탁덕색성이수명성) : 덕을 해치고 성을 막아서 그로써 이름을 거두어
使天下簧鼓以奉不及之法非乎(사천하황고이봉불급지법비호) : 천하의 이목을 시끄러이 감하게 하여 사람이 미쳐가지 못할 법을 받들게 했으니 그것도 또한 쓸 데 없는 것으로서
而曾史是已(이증사시이) : 저 증참과 사유가 그 사람이 아니었던가
騈於辯者(병어변자) : 또 쓸 데 없이 변론에 지나친 사람은
累瓦結繩竄句(루와결승찬구) : 재주 있고 끊임 없는 말과 아름다운 글귀를 찾아서
遊心於堅白同異之閒(유심어견백동이지한) : 견백동이의 궤변을 놀려
而敝跬譽無用之言非乎(이폐규예무용지언비호) : 쓸데 없는 말을 칭찬하기에 지치었으니
而楊墨是已(이양묵시이) : 저 양주와 묵적이 그 사람들이 아디었던가
故此皆多騈旁枝之道(고차개다병방지지도) : 그러므로 그들은 모두 다병방지의 학설이라
非天下至至正也(비천하지지정야) : 천하의 왜곡이 아닌가
彼至正者(피지정자) : 저 천하의 지정은
不失其性命之情(불실기성명지정) : 그 성명의 정을 잃지 않은 것이다
故合者不爲騈(고합자불위병) : 그러므로 합해도 네 발가락이라 하여 싫어하지 않고
而枝者不爲岐(이지자불위기) : 갈라져도 여섯 손가락이라 하여 싫어하지 않으며
長者不爲有餘(장자불위유여) : 길어도 남는다 생각하지 않고
短者不爲不足(단자불위부족) : 짫아도 모자란다 생각하지 않는다
是故鳧脛雖短(시고부경수단) : 그러므로 오리 다리가 비록 짧아도
續之則憂(속지칙우) : 이어 주면 걱정할 것이요
鶴脛雖長(학경수장) : 학의 다리가 비록 길어도
斷之則悲(단지칙비) : 끊어주면 슬퍼할 것이다
故性長非所斷(고성장비소단) : 그러므로 그러므로 천성은 길어도 끊을 것이 아니요
性短非所續(성단비소속) : 짧아도 이을 것이 아니니
無所去憂也(무소거우야) : 만일 천성을 따라 실행한다면 걱정은 스스로 없어질 것이다
意仁義其非人情乎(의인의기비인정호) : 이렇게 생각한다면 저 인의는 사람의 생명의 진실이 아닌 것 같다
彼仁人何其多憂也(피인인하기다우야) : 왜냐하면 저 인의에는 어찌 그리 걱정도 많으가
且夫騈於拇者(차부병어무자) : 또한 저 붙은 발가락도
決之則泣(결지칙읍) : 갈라 째면 울 것이요
枝於手者(지어수자) : 여섯 손가락도
齕之則啼(흘지칙제) : 물어 끊으면 울 것이다
二者或有餘於數(이자혹유여어수) : 두 가지 중에서 하나는 수에서 하나가 더 있고
或不足於數(혹부족어수) : 하나는 수에서 하나가 모자라지마는
其於憂一也(기어우일야) : 그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今世之仁人(금세지인인) : 오늘날 이 세상의 어진 이는
蒿目而憂世之患(호목이우세지환) : 근심스러운 눈으로 세상의 걱정거리를 걱정하고 있는지마는
不仁之人(불인지인) : 그것은 저 어질지 않은 이가
決性命之情而饕貴富(결성명지정이도귀부) : 자기의 성명의 정을 어지럽히어 부귀에 탐을 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故曰仁義其非人情乎(고왈인의기비인정호) : 그러므로 저 인의는 사람의 성명의 진실이 아닌 것 같다
自三代以下者(자삼대이하자) : 왜냐 하면 삼대로부터 내려오면서
天下何其囂囂也(천하하기효효야) : 천하는 어찌 그리도 시끄러웠던가
且夫待鉤繩規矩而正者(차부대구승규구이정자) : 또한 곡척이나 먹줄이나 정원기낭 정방기를 기다려서 비로소 그 모양을 바르게 하는 것은
是削其性者也(시삭기성자야) : 그 물의 성을 깎는 것이요
待繩約膠漆而固者(대승약교칠이고자) : 노끈으로 묶거나 아교불로 붙쳐서 비로소 단단하게 하는 것은
是侵其德者也(시침기덕자야) : 그 사람의 본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屈折禮樂(굴절예악) : 예악으로 다듬고
呴兪仁義(구유인의) : 인의로 달래어
以慰天下之心者(이위천하지심자) : 천하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此失其常然也(차실기상연야) : 그 사람의 본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天下有常然(천하유상연) : 천하의 모든 물에는 그 본연의 성이 있는 것이다
常然者(상연자) : 그 본연의 성에 있어서는
曲者不以鉤(곡자불이구) : 굽은 것도 곡척으로써 된 것이 아니며
直者不以繩(직자불이승) : 곧은 것도 먹줄로 된 것이 아니며
圓者不以規(원자불이규) : 둥근 것도 규로 된 것도 아니며
方者不以矩(방자불이구) : 모난 것도 정방기로써 된 것이 아니다
附離不以膠漆(부리불이교칠) : 둘러 붙은 것도 아교불로써 된 것이 아니요
約束不以纆索(약속불이묵색) : 단단한 것도 노끈으로써 묶어서 된 것이 아니다
故天下誘然皆生而不知其所以生(고천하유연개생이부지기소이생) : 그리하여 천하의 모든 물은 끊임없이 생겨나지마는 어떻게 생겨나는 까닭을 모르고
同焉皆得而不知其所以得(동언개득이부지기소이득) : 그와 같이 천하의 모든 물은 그 덕성을 얻으면서도 어떻게 얻는 까닭을 모르는 것이다
故古今不二(고고금불이) : 그러므로 그것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어
不可虧也(불가휴야) : 사람의 힘으로는 없앨 수도 없는 것이다
則仁義又奚連連如膠漆纆索(칙인의우해연연여교칠묵색) : 그럴진대 또 어떻게 인의를 가지고 마치 아교풀이나 노끈처럼 사람을 묶어서
而遊乎道德之間爲哉(이유호도덕지간위재) : 도덕의 사이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
使天下惑也(사천하혹야) : 그것은 오직 천하의 마음을 미혹시킬 뿐인 것이다
夫小惑易方(부소혹역방) : 대개 작은 미혹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바꿀 뿐이지마는
大惑易性(대혹역성) : 큰 미혹은 사람의 성명의 진실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 어떻게 그러한 줄 아는가
有虞氏招仁義以撓天下也(유우씨초인의이요천하야) : 저 순임금이 인의를 내걸어 천하를 어지럽게 함으로부터
天下莫不奔命於仁義(천하막불분명어인의) : 온 천하는 모두 그 인의로 말미암아 분주했으니
是非以仁義易其性與(시비이인의역기성여) : 이것은 인의로써 그 성명의 진실과 바꾼 것이 아니겠는가
故嘗試論之(고상시론지) : 그러면 시험삼아 짐짓 말해 보리라
自三代以下者(자삼대이하자) : 하·은·주 삼대로부터 내려오면서 천하는
天下莫不以物易其性矣(천하막불이물역기성의) : 모두 외물로써 그 성명의 진실과 바꾸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小人則以身殉利(소인칙이신순리) : 소인은 이익을 위해 몸을 죽였고
士則以身殉名(사칙이신순명) : 선비는 이름을 위해 몸을 죽였으며
大夫則以身殉家(대부칙이신순가) : 대부는 국가를 위해 몸을 죽였고
聖人則以身殉天下(성인칙이신순천하) : 성인은 천하를 위해 몸을 죽였던 것이다
故此數子者(고차수자자) : 그러므로 이들은
事業不同(사업부동) : 사업도 같지 않고
名聲異號(명성이호) : 명성도 달랐지마는
其於傷性以身爲殉(기어상성이신위순) : 그 성을 해치고 몸을 죽인 데 있어서는
一也(일야) : 같은 것이다
臧與穀二人相與牧羊而俱亡其羊(장여곡이인상여목양이구망기양) : 어떤 종 내외가 염소를 먹이다가 다같이 염소를 잃어버렸다
問臧奚事(문장해사) : 계집종이 사내종에게 “어쩌다가 염소를 잃었는가?”고 물었다
則挾筴讀書(칙협협독서) : 사내종은 “책을 읽다가 잃었다”고 대답했다
問穀奚事(문곡해사) : 다시 사내종이 계집종에게 “어쩌다가 염소를 잃었는가.”고 물었다
則博塞以遊(칙박색이유) : 계집종은 “사위를 놀다가 잃었소.”하고 대답했다 한다
二人者(이인자) : 이들은
事業不同(사업부동) : 그 한 일은 달랐지마는
其於亡羊均也(기어망양균야) : 염소를 잃은 데 있어서는 같다
伯夷死名於首陽之下(백이사명어수양지하) : 백이는 이름을 위하여 수양산 밑에서 죽었고
盜跖死利於東陵之上(도척사리어동릉지상) : 도척은 이익을 휘해서 동릉산 위에서 죽었으니
二人者(이인자) : 두 사람은
所死不同(소사부동) : 죽은 바 까닭은 다르지마는
其於殘生傷性均也(기어잔생상성균야) : 그 목숨을 죽이고 본성을 해친 데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奚必伯夷之是而盜跖之非乎(해필백이지시이도척지비호) : 그런데 어째서 백이는 옳다 하고 도척은 그르다 하는가
天下盡殉也(천하진순야) : 천하는 모두 그 “무엇”을 위하여 죽는 것이다
彼其所殉仁義也(피기소순인의야) : 저 한 사람은 인의를 위해서 죽었다 하여
則俗謂之君子(칙속위지군자) : 세속에서는 그를 군자라 일컫고
其所殉貨財也(기소순화재야) : 또 한 사람은 재물을 위해서 죽었다 하여
則俗謂之小人(칙속위지소인) : 세상에서는 그를 소인이라 일컫는다
其殉一也(기순일야) : 그러나 그 “무엇을 위해서 죽음”은 하나이건만
則有君子焉(칙유군자언) : 거기에 군자다
有小人焉(유소인언) : 소인이라 구별을 붙이는구나
若其殘生損性(약기잔생손성) : 그러나 그 목숨을 죽이고 본성을 해친데 있어서는
則盜跖亦伯夷已(칙도척역백이이) : 도척이나 백이가 다름이 없거늘
又惡取君子小人於其間哉(우악취군자소인어기간재) : 거기에 또 무슨 군자니 소인이니 하는 구별을 붙일 것인가
且夫屬其性乎仁義者(차부속기성호인의자) : 또 저 본성을 억지로 인의에 따르게 한다면
雖通如曾史(수통여증사) : 비록 증참이나 사유처럼 인의에 통한다해도
非吾所謂臧也(비오소위장야) : 그것은 내가 말하는 바 훌륭함이 아닌 것이다
屬其性於五味(속기성어오미) : 이와 같이 그 본성을 억지로 오미에 따르게 한다면
雖通如兪也(수통여유야) : 비록 유아처럼 음식 맛에 통한다 해도
非吾所謂臧也(비오소위장야) : 그것은 내가 말하는 바 훌륭함이 아니요
屬其性乎五聲(속기성호오성) : 또 그 본성을 억지로 오성에 따르게 한다면
雖通如師曠(수통여사광) : 비록 안광처럼 소에 통한다 해도
非吾所謂聰也(비오소위총야) : 그것은 내가 말하는 바 청이 아니며
屬其性乎五色(속기성호오색) : 그 본성을 억지로 오색에 따르게 한다면
雖通如離朱(수통여이주) : 비록 이주처럼 빛깔에 통한다 해도
非吾所謂明也(비오소위명야) : 그것은 내가 말하는 바 면이 아닌 것이다
吾所謂臧者(오소위장자) : 내가 이르는 바 훌륭하다는 것은
非仁義之謂也(비인의지위야) : 인의를 말한 것이 아니다
臧於其德而已矣(장어기덕이이의) : 그 덕을 완전하게 하는 것을 말한 것뿐이요
吾所謂臧者(오소위장자) : 내가 이르는 바 훌륭하다는 것은
非所謂仁義之謂也(비소위인의지위야) : 저 인의를 말한 것이 아니라
任其性命之情而已矣(임기성명지정이이의) : 자연의 정에 맡김을 말한 것 뿐이며
吾所謂聰者(오소위총자) : 내가 이르는 바 총이라 하는 것은
非謂其聞彼也(비위기문피야) : 저 사람이 만든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自聞而已矣(자문이이의) : 자기 스스로를 듣는 것을 말한 것뿐이요
吾所謂明者(오소위명자) : 내가 이른바 명이라 하는 것은
非謂其見彼也(비위기견피야) : 저 사람이 만든 빛깔을 보는 것이 아니라
自見而已矣(자견이이의) : 자기 스스로를 보는 것을 말한 것뿐이다
夫不自見而見彼(부불자견이견피) : 대개 자기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남의 본 것만을 본다거나
不自得而得彼者(불자득이득피자) : 자기 스스로 얻지 못하고 남의 얻은 것만을 얻는다는 것은
是得人之得而不自得其得者也(시득인지득이불자득기득자야) : 이것은 남의 얻은 것을 얻었을 뿐으로 자기의 얻은 것을 자기 스스로 얻지 못한 것이요
適人之適而不自適其適者也(적인지적이불자적기적자야) : 남의 만족을 만족할 뿐으로 자기의 만족으 자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夫適人之適而不自適其適(부적인지적이불자적기적) : 대개 남의 만족을 만족할 뿐으로 자기으리 만족을 자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雖盜跖與伯夷(수도척여백이) : 비록 도척과 백이의 차별은 있지마는
是同爲淫僻也(시동위음벽야) : 다같이 바깥 물에 본성을 잃는 것이다
余愧乎道德(여괴호도덕) : 내 도덕에 미치지 못함을 부그러워하노니
是以上不敢爲仁義之操(시이상불감위인의지조) : 그러므로 위로는 감히 인의의 조종을 굳이 지키려고도 하지 않거니와
而下不敢爲淫僻之行也(이하불감위음벽지행야) : 아래로는 감히 바깥 물을 위하여 본성을 잃지도 않으려 한다
9
馬蹄(마제)
馬(마) : 말은
蹄可以踐霜雪(제가이천상설) : 발굼으로써 서리와 눈을 밟을 수 있고
毛可以禦風寒(모가이어풍한) : 털로써는 바람이나 추위를 막을 수 있다
齕草飮水(흘초음수) : 또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翹足而陸(교족이륙) : 발을 들어 뛰기도 한다
此馬之眞性也(차마지진성야) : 이것은 말의 진성으로서
雖有義臺路寢無所用之(수유의대로침무소용지) : 비록 의대와 노침이 있어도 그에게는 아무 쓸 데가 없는 것이다
及至伯樂(급지백락) : 그런데 백락 이 세상에 나와서
曰我善治馬(왈아선치마) : <나는 말을 잘 다른다>하고는
燒之(소지) : 털을 불사르거나
剔之(척지) : 깎기도 하고
刻之(각지) : 발톱을 깍거나
雒之(락지) : 지지기도 하면
連之以羈馽(연지이기칩) : 또 여러 놈의 머리와 발을
編之以皁棧(편지이조잔) : 한 줄에 엮어 마판에 매어 놓으니
馬之死者十二三矣(마지사자십이삼의) : 죽는 놈이 10의 2, 3이나 되었다
飢之(기지) : 또 훈련을 시킨다 하여 굶주리고
渴之(갈지) : 목마르게 하기도 하고
馳之(치지) : 달리게 하기도 하여
驟之(취지) : 또 여러 가지로 다독거리고
整之(정지) : 길을 들이고
齊之(제지) : 가지런히 하기도 한다
前有橛(전유궐) : 앞에는 자갈과
飾之患(식지환) : 치레의 귀찬스러운 꾸밈이 있고
而後有鞭筴之威(이후유편협지위) : 뒤에는 채찍질의 무서움이 있으니
而馬之死者已過半矣(이마지사자이과반의) : 이에 죽는 놈은 거의 반이 넘었다
陶者曰我善治埴(도자왈아선치식) : 또 도자는 <나는 진흙을 잘 다루는데
圓者中規(원자중규) : 둥근 그릇을 만들면 정원기에 맞고
方者中矩(방자중구) : 모난 그릇을 만들면 정방기에 맞는다>하고
匠人曰我善治木(장인왈아선치목) : 또 목수는 <나는 나무를 잘 다르는데
曲者中鉤(곡자중구) : 굽은 것을 만들면 곡척에 맞고
直者應繩(직자응승) : 곧은 것을 만들면 먹줄에 맞는다>고 한다
夫埴木之性(부식목지성) : 그러나 진흙이나 나무의 성질이
豈欲中規矩鉤繩哉(기욕중규구구승재) : 어찌 정원기나 방력기 곡척이나 먹줄에 맞추어지기를 바랄 것인가
然且世世稱之曰(연차세세칭지왈) : 그런데 세상 사람은 오랜 세월을 두고
伯樂善治馬(백락선치마) : 백락은 말을 잘 다루고
而陶匠善治埴木(이도장선치식목) : 도장은 진흙이나 나무를 잘 다른다고 칭찬하고 있으니
此亦治天下者之過也(차역치천하자지과야) : 이 또한 인의로써 천하를 잘 다스린다는 사람의 허물과 같은 것이다
吾意善治天下者不然(오의선치천하자불연) : 그러나 내 생각에는 천하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彼民有常性(피민유상성) : 저 백성들에게는 떳떳한 성질이 있는 것이다
織而衣(직이의) : 베 짜서 옷해 입고
耕而食(경이식) : 밭 갈아서 밥을 먹는다
是謂同德(시위동덕) : 이것을 동덕이라 하고
一而不黨(일이불당) : 오직 순일해서 치우치지 않으니
命曰天放(명왈천방) : 이것을 천방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故至德之世(고지덕지세) : 그러므로 지덕의 세상에 있어서는
其行塡塡(기행전전) : 백성들의 행동은 느리고 무거웠으며
其視顚顚(기시전전) : 그들의 보는 것은 한 곬으로 마음을 썼던 것이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리하여 이 때에는
山无蹊隧(산무혜수) : 산에는 아직 길이 없었고
澤无舟梁(택무주량) : 바다에는 배가 없었다
萬物群生(만물군생) : 사람들은 한데 모이어
連屬其鄕(연속기향) : 그 고장에서 추녀를 잇대어 살았을 뿐 아니라
禽獸成群(금수성군) : 짐승들은 때를 짓고
草木遂長(초목수장) : 초목은 저절로 자랐던 것이다
是故禽獸可係羈而遊(시고금수가계기이유) : 그러므로 짐승들을 이끌어 같이 놀 수 있었고
鳥鵲之巢可攀援而闚(조작지소가반원이규) : 까막까치의 둥우리에도 올라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夫至德之世(부지덕지세) : 대개 지덕의 세상에 있어서는
同與禽獸居(동여금수거) : 짐승과 한가지도 함께 살았고
族與萬物竝(족여만물병) : 만물과 겨레하여 구별이 없었으니
惡乎知君子小人哉(악호지군자소인재) : 군자와 소인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同乎无知(동호무지) : 한가지로 무지하여
其德不離(기덕불리) : 덕에서 떠남이 없었고
同乎无欲(동호무욕) : 한가지로 무욕했으니
是謂素樸(시위소박) : 이것을 일러 소박이라 하는 것이다
素樸而民性得矣(소박이민성득의) : 그렇게 소박하였기에 백성들은 그 성명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及至聖人(급지성인) : 그러다가 성인이 나옴에 이르러
蹩躠爲仁(별설위인) : 허덕허덕 분주히 인을 지었고
踶跂爲義(제기위의) : 억지로 애를 써서 의를 삼으니
而天下始疑矣(이천하시의의) : 천하가 비로소 의심하게 된 것이다
澶漫爲樂(단만위락) : 음탕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摘僻爲禮(적벽위례) : 손발을 굽혀 예를 정하니
而天下始分矣(이천하시분의) : 천하는 여기서 갈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故純樸不殘(고순박불잔) : 그러므로 순박을 깎지 않고서
孰爲犧樽(숙위희준) : 어떻게 희존을 만들겠으며
白玉不毁(백옥불훼) : 백옥을 부수지 않고서
孰爲珪璋(숙위규장) : 어떻게 규장을 만들겠는가
道德不廢(도덕불폐) : 그와 같이 도덕을 폐하지 않고서
安取仁義(안취인의) : 어떻게 인의를 내세울 것이며
性情不離(성정불리) : 본성을 떠나지 않고서
安用禮樂(안용예악) : 어떻게 예악을 쓸 것이겠는가
五色不亂(오색불란) : 또 오색을 어지럽히지 않고 서
孰爲文采(숙위문채) : 어떻게 문채를 지을 것이며
五聲不亂(오성불란) : 오성을 어지럽히지 않고서
孰應六律(숙응육률) : 어떻게 6율을 만들겠는가
夫殘樸以爲器(부잔박이위기) : 박을 해치어 그릇을 만든 것은
工匠之罪也(공장지죄야) : 이 공장의 허물이요
毁道德以爲仁義(훼도덕이위인의) : 도덕을 헐어 인의를 만든 것은
聖人之過也(성인지과야) : 이 성인의 허물이다
夫馬(부마) :
陸居則食草飮(륙거칙식초음수) : 대개 말이 들에 있을 때에는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喜則交頸相靡(희칙교경상미) : 기쁘면 목을 비비어 서로 친하고
怒則分背相踶(노칙분배상제) : 성이 나면 등을 나누어 서로 밟는다
馬知已此矣(마지이차의) : 말의 지혜는 여기에 그쳤던 것이다
夫加之以衡扼(부가지이형액) : 그러다가 그 목에다가 명에를 지우고
齊之以月題(제지이월제) : 그 이마에 월제를 붙이면
而馬知介倪(이마지개예) : 말의 지혜는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니 곁눈으로 달아날 틈을 엿보기도 하고
闉扼(인액) : 목을 굽혀 항거흘 하며
鷙曼(지만) : 재빨리 뛰어 치치기도 하고
詭銜(궤함) : 가만히 자갈을 밷어 내거나
竊轡(절비) : 몰래 고삐를 풀어 뜯기도 한다
故馬之知而態至盜者(고마지지이태지도자) : 그러므로 말의 지혜가 이처럼 간사하게 된 것은
伯樂之罪也(백락지죄야) : 백락의 허물이다
夫赫胥氏之時(부혁서씨지시) : 저 혁서씨 때에는
民居不知所爲(민거부지소위) : 백성들은 집에 있어도 할 일을 몰랐고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밖으로 나가도 꼭 가야 할 곳을 몰랐다
含哺而熙(함포이희) : 밥을 먹으면 즐거워하고
鼓腹而遊(고복이유) : 배를 두드리면서 놀았으니
民能以此矣(민능이차의) : 백성들의 능은 여기에 그쳤던 것이다
及至聖人(급지성인) : 그러다가 성인이 나움에 이르러
屈折禮樂以匡天下之形(굴절예악이광천하지형) : 예악으로써 손발을 굽혀 꺽어 천하 사람의 모양을 바꾸고
縣跂仁義以慰天下之心(현기인의이위천하지심) : 인의를 높이 내세워 천하 사람의 마음을 위로했다
而民乃始踶跂好知(이민내시제기호지) : 그리하여 백성들은 이에 준주히 지를 서로 좋아하고
爭歸於利(쟁귀어리) : 서로 다투어 이익으로 돌아가서
不可止也(불가지야) : 그것을 그치게할 수가 없었으니
此亦聖人過也(차역성인과야) : 이것은 또한 성인의 허물이다
10
胠篋(거협)
將爲胠篋探囊發匱之盜而爲守備(장위거협탐낭발궤지도이위수비) : 상자를 열고 푸대 주머니를 뒤지고 궤작을 들추는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則必攝緘縢固扃鐍(칙필섭함등고경휼) : 반드시 노끈으로 잡아매거나 비짱이나 자물쇠를 단단히 하면 되는 것이다
此世俗之所謂知也(차세속지소위지야) : 이것은 세상의 이른바 지혜라는 것이다
然而巨盜至(연이거도지) : 그러나 큰 도둑은 오면
則負匱揭篋擔囊而趨(칙부궤게협담낭이추) :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주머니를 메고 달아나면서도
唯恐緘縢扃鐍之不固也(유공함등경휼지불고야) : 오히려 노끈이나 자물쇠가 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然則鄕之所謂知者(연칙향지소위지자) :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바 지혜 있는 사람이란
不乃爲大盜積者也(불내위대도적자야) : 차라리 큰 도둑을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둔 사람이 되지 않는가
故嘗試論之(고상시론지) : 그러므로 이제 짐짓 시험삼아 논해 보리라
世俗之所謂知者(세속지소위지자) : 세상에서 이르는 바 지혜있는 사람이란
有不爲大盜積者乎(유불위대도적자호) : 결국 큰 도둑을 위해서 재물을 쌓아 두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所謂聖者(소위성자) : 세상에서 이르는 바 성자란
有不爲大盜守者乎(유불위대도수자호) : 결국 큰 도둑을 위해서 문지기 노릇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 어째서 그런 줄을 아는가
昔者齊國隣邑相望(석자제국린읍상망) : 옛날 제나라는 이웃 고을이 잇대어 있어서
鷄狗之音相聞(계구지음상문) : 닭이나 개소리가 서로 들리고
罔罟之所布(망고지소포) : 그물을 펴 고기를 잡고
耒耨之所刺(뢰누지소자) : 호미를 들어 밭을 가는 지경이
方二千餘里(방이천여리) : 사방 삼천 여 리나 되었다 그
闔四竟之內(합사경지내) : 래서 사방의 국경 안을 잘 통일하여
所以立宗廟社稷(소이립종묘사직) : 그 안에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治邑屋州閭鄕曲者(치읍옥주려향곡자) : 읍옥·주려·향곡을 다스릴 때에
曷嘗不法聖人哉(갈상불법성인재) : 어찌 저 성인의 법을 본받지 않겠는가
然而田成子一旦殺齊君而盜其國(연이전성자일단살제군이도기국) : 그러나 전성자는 하루 아침에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그 나라를 도둑질 했으니
所盜者豈獨其國邪(소도자기독기국사) : 그 도둑질한 것이 어찌 오직 그 제나라뿐이겠는가
竝與其聖知之法而盜之(병여기성지지법이도지) : 또한 그 성인지자의 법도 아울러 도둑질한 것이었다
故田成子有乎盜賊之名(고전성자유호도적지명) : 그러므로 전성자는 도둑의 이름은 가졌지만는
而身處堯舜之安(이신처요순지안) : 그 몸은 요·숨처럼 편안히 살았다
小國不敢非(소국불감비) : 그러나 작은 나라들은 감히 그를 그르다고 하지 못했고
大國不敢誅(대국불감주) : 큰 나라들도 또한 감히 그를 죽이지 못해서
專有齊國(전유제국) : 12대로 제나라를 가지고 있었으니
則是不乃竊齊國(칙시불내절제국) : 이것은 곧 저 제나라와
竝與其聖知之法以守其盜賊之身乎(병여기성지지법이수기도적지신호) : 또한 그 성인지자의 법과를 아울러 도둑질함으로써 그 도둑의 몸을 보전한 것이 아니었던가
嘗試論之(상시론지) : 또한 짐짓 시험삼아 말래 보리라
世俗之所謂至知者(세속지소위지지자) : 세상의 이른바 지지로
有不爲大盜積者乎(유불위대도적자호) : 큰 도둑을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지 않은 사람이 이떤가
所謂至聖者(소위지성자) : 또 세상의 이른바 지성도
有不爲大盜守者乎(유불위대도수자호) : 큰 도둑을 위하여 문지기 노릇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 어째서 그런 줄을 아는가
昔者龍逢斬(석자용봉참) : 옛날에 능봉은 목을 베이어 죽고
比干剖(비간부) : 비간은 가슴을 쪼개어 죽고
萇弘胣(장홍이) : 장홍은 창자를 오려 내여 둑고
子胥靡(자서미) : 자서는 불에 살리어 죽었으니
故四子之賢而身不免乎戮(고사자지현이신불면호륙) : 그러면 이 네 사람은 어짊으로 해서 그 몸이 죽음을 면하지 못한 것이다
故跖之徒問於跖曰(고척지도문어척왈) : 그러므로 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盜亦有道乎(도역유도호) : “도둑에도 도가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에
跖曰(척왈) : 도척은
何適而无有道邪(하적이무유도사) : “어는 곳엔들 도가 없을 수 있겠는가?
夫妄意室中之藏(부망의실중지장) : 대개 사람의 집안에 간직해 있는 물건을 미루어 알아 맞치는 것은
聖也(성야) : 성이요
入先(입선) : 먼저 들어가는 것은
勇也(용야) : 용이요
出後(출후) : 뒤에 나오는 것은
義也(의야) : 의요
知可否(지가부) : 되고 안 될 것을 아는 것은
知也(지야) : 지요
分均(분균) : 고르게 나누는 것은
仁也(인야) : 인이다
五者不備而能成大盜者(오자불비이능성대도자) :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하고는 큰 도둑이 된다는 것은
天下未之有也(천하미지유야) : 천하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하였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 대답으로써 보면
善人不得聖人之道不立(선인부득성인지도불립) : 착한 사람도 이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세상에 설 수 없고
跖不得聖人之道不行(척부득성인지도불행) : 도척도 이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행할 수 없는 것이다
天下之善人少而不善人多(천하지선인소이불선인다) : 그런데 천하에는 착한 사람은 적고 착하지 않는 사람은 많은 것이니
則聖人之利天下也少而害天下也多(칙성인지리천하야소이해천하야다) : 그렇다면 성인으로서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일이 도리어 많은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唇竭則齒寒(진갈칙치한) :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차고
魯酒薄而邯鄲圍(로주박이감단위) : 노나라 술이 박해서 조나라 한단이 에워싸이었으며
聖人生而大盜起(성인생이대도기) : 성인이 태어남으로 해서 큰 도욱이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掊擊聖人(부격성인) : 그러므로 성인의 지혜를 물리치고
縱舍盜賊(종사도적) : 도둑을 놓아 주어야
而天下始治矣(이천하시치의) : 천하는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夫谷虛而川竭(부곡허이천갈) : 시냇물이 마르면 골짜기 물이 없어질 것이요
丘夷而淵實(구이이연실) :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못이 메일 것이며
聖人已死(성인이사) : 성인이 죽으면
則大盜不起(칙대도불기) : 큰 도둑은 일어나지 않아서
天下平而无故矣(천하평이무고의) : 천하는 태평하여 스스로 일이 없을 것이다
聖人不死(성인불사) : 그러나 성인이 죽지 안흐면
大盜不止(대도부지) : 큰 도둑은 그치지 않을 것이니
雖重聖人而治天下(수중성인이치천하) : 아무리 성인이 잇달아 일어나서 천하를 다스린다 해도
則是重利盜跖也(칙시중리도척야) : 그것은 곧 도척을 잇대어 이롭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爲之斗斛以量之(위지두곡이량지) : 섬나 말을 만들어 물건을 달면
則竝與斗斛而竊之(칙병여두곡이절지) : 저울대마저 도둑질할 것이요
爲之權衡以稱之(위지권형이칭지) : 권형을 만들어 믿는 표로 쓰면
則竝與權衡而竊之(칙병여권형이절지) : 그 권형마저 도둑질 당할 것이요
爲之符璽以信之(위지부새이신지) : 부새를 만들어 믿는 표로 쓰면
則竝與符璽而竊之(칙병여부새이절지) : 그 부새마저 도둑질 당할 것이요
爲之仁義以矯之(위지인의이교지) : 인의의 도를 내세워 사람을 고치려 하면
則竝與仁義而竊之(칙병여인의이절지) : 그 인의마저 도둑질 당할 것이다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 어째서 그런 줄을 아는가
彼竊鉤者誅(피절구자주) : 저 조그마한 갈고랑이쯤 도둑질한 사람은 목을 베이고
竊國者爲諸侯(절국자위제후) : 큰 다라를 도둑질한 사람은 제후가 되는데
諸侯之門而仁義存焉(제후지문이인의존언) : 제후의 문에 인의가 있으니
則是非竊仁義聖知邪(칙시비절인의성지사) : 그러면 이것은 곧 인의의 성지를 도둑질한 것이 아닌가
故逐於大盜(고축어대도) : 그러므로 큰 도둑을 따르고
揭諸侯(게제후) : 제후를 내세우고
竊仁義竝斗斛權衡符璽之利者(절인의병두곡권형부새지리자) : 인의와 몇 섬이나 말이나 저울대나 부새의 이익을 도둑질한 것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면
雖有軒冕之賞弗能勸(수유헌면지상불능권) : 비록 큰 벼슬의 상을 주어 착한 일을 권해도 듣지 않을 것이요
斧鉞之威弗能禁(부월지위불능금) : 무거운 형벌을 주어 악한 일을 금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此衆利盜跖而使不可禁者(차중리도척이사불가금자) : 이렇게 도척에게 거듭거듭 큰 이익을 주어 금할 수 없도록까지 한 것은
是乃聖人過也(시내성인과야) : 이 곧 성인의 허물이니라
故曰(고왈) : 그러므로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 : “고기는 못을 떠나서는 안 되고
國之利器不可以示人(국지리기불가이시인) : 나라의 이기는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된다.”했으니
彼聖人者(피성인자) : 저 성자는
天下之利器也(천하지리기야) : 천하의 이기라
非所以明天下也(비소이명천하야) : 천하에 드러내어 보일 것이 아니다
故絶聖棄知大盜乃止(고절성기지대도내지) : 그러므로 성을 끊고 지를 버리면 큰 도둑이 그칠 것이요
擿玉毁珠(적옥훼주) : 옥을 던져 버리고 구슬을 깨어 버리면
小盜不起(소도불기) : 작은 도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焚符破璽而民朴鄙(분부파새이민박비) : 부를 불사르고 새를 부수어 버리면 백성은 순박해질 것이요
掊斗折衡(부두절형) : 말을 쪼게고 저울대를 꺾어 버리면
而民不爭(이민부쟁) : 백성은 다투지 않을 것이다
殫殘天下之聖法(탄잔천하지성법) : 그리하여 저 천하의 성법을 모두 없애버리면
而民始可與論議(이민시가여론의) : 백성들은 비로소 도덕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擢亂六律鑠絶竽瑟(탁란육률삭절우슬) : 육율을 휘저어 버리고 젖대나 거문고를 불살라 버리고
塞師曠之耳(색사광지이) : 사광의 귀를 막아 버려야
而天下始人含其聰矣(이천하시인함기총의) : 천하의 사람들은 비로소 그 천진의 총명을 가질 수 있을 것이요
滅文章(멸문장) : 문장을 얿애 버리고
散五采(산오채) : 오채를 흩어 버리고
膠離朱之目(교이주지목) : 이주의 눈을 봉해 버려야
而天下始人含其明矣(이천하시인함기명의) : 천하 사람들은 비로소 그 천진의 밝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요
毁絶鉤繩而棄規矩(훼절구승이기규구) : 구승을 부수어 버리고 규구를 던져 버리고
攦工倕之指(려공수지지) : 공수의 손가락을 꺾어 버려야
而天下始人含其巧矣(이천하시인함기교의) : 천하의 사람들은 비로소 천진의 기교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削曾史之行(삭증사지행) :
故曰(고왈) : 그러므로
大巧若拙(대교약졸) : 옛말에 “큰 교는 졸과 같다.”고 한 것이다
削曾史之學(삭증사지학) : 이와 같이 저 증참과 사추의 행을 깎아 버리고
鉗楊墨之口(겸양묵지구) : 양주·묵적의 입을 봉해 버리고
攘棄仁義(양기인의) : 인의를 물리쳐 없애 버려야
天下之德始玄同矣(천하지덕시현동의) : 천하의 덕은 비로소 절대의 천진으로 돌아갈 것이다
彼人含其明(피인함기명) : 저 사람들이 그 천진의 밝음을 가지면
則天下不鑠矣(칙천하불삭의) : 천하의 마음은 어지럽지 않을 것이요
人含其聰(인함기총) : 저 사람들이 그 천진의 총명함을 가지면
則天下不累矣(칙천하불루의) : 천하의 마음은 얽매이지 않을 것이요
人含其知(인함기지) : 저 사람들이 그 천진의 지를 가지면
則天下不惑矣(칙천하불혹의) : 천하의 마음은 혹하지 않을 것이니
人含其德(인함기덕) : 저 사람들이 그 천진의 덕망을 가지면
則天下不僻矣(칙천하불벽의) : 천하의 마음은 치우치지 않을 것이니
彼曾史(피증사) : 저 증사·
楊墨(양묵) : 양묵·
師曠(사광) : 사광·
工倕(공수) : 공수·
離朱(리주) : 이주 따위들은
皆外立其德而以爚亂天下者也(개외립기덕이이약란천하자야) : 밖으로 덕을 세움으로써 천하를 어지럽힌 사람들이라
法之所无用也(법지소무용야) : 정법에 있어서는 쓸 데 없는 사람들이었다
子獨不知至德之世乎(자독부지지덕지세호) : 자네는 저 지덕의 세상을 모르는가
昔者容成氏(석자용성씨) : 옛날에는 용성씨
大庭氏(대정씨) : 대정씨
伯黃氏(백황씨) : 백황씨
中央氏(중앙씨) : 중앙씨
栗陸氏(률륙씨) : 율육씨
驪畜氏(려축씨) : 여축씨
軒轅氏(헌원씨) : 헌원시
赫胥氏(혁서씨) : 혁서씨
尊盧氏(존노씨) : 존로씨
祝融氏(축융씨) : 축용씨
伏羲氏(복희씨) : 복희씨
神農氏(신농씨) : 신농씨들이 있었으니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 때에는
民結繩而用之(민결승이용지) : 백성들은 노끈을 맺어 문자로 썼고
甘其食(감기식) : 먹는 밥은 달게 여겼으며
美其服(미기복) : 입는 옷은 아름답게 여겼고
樂其俗(락기속) : 그 풍속을 즐겨하였으며
安其居(안기거) : 그 거처는 편안히 여겼다
隣國相望(린국상망) : 이웃 나라의 경계를 같이하여
鷄狗之音相聞(계구지음상문) : 닭소리 개소리가 서로 들렸지마는
民至老死而不相往來(민지로사이불상왕래) : 백성들은 늙어 죽도록 서로 오고가지 않았으니
若此之時(약차지시) : 이러한 때를
則至治已(칙지치이) : 지치의 세상이라 하는 것이다
今遂至使民延頸擧踵曰(금수지사민연경거종왈) : 그러나 지금 세상은 어떠한가, 백성들로 하여금 목을 빼고 발꿈치를 들어
某所有賢者(모소유현자) : “아무 곳에는 어진 이가 있다.”하며
贏糧而趣之(영량이취지) : 양식을 걸머지고 찾아가게 하고 있다
則內棄其親而外去其主之事(칙내기기친이외거기주지사) : 그리하여 안으로는 그 어버이를 버리고 밖으로는 나라의 일을 버리게 되어
足跡接乎諸侯之境(족적접호제후지경) : 그 발자취는 제후의 나라에 이었고
車軌結乎千里之外(차궤결호천리지외) : 그 수레바퀴는 천리 밖에 뻗치게 되었으니
則是上好知之過也(칙시상호지지과야) : 이것은 곧 윗사람들이 지를 좋아하는 허물이다
上誠好知而無道(상성호지이무도) : 이와 같이 윗사람이 지를 좋아할 줄만 알고 도가 없으면
則天下大亂矣(칙천하대란의) : 곧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질 것이다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 어떻게 그런 줄을 아는가
夫弓弩畢弋機變之知多(부궁노필익기변지지다) : 대개 활이나 그물이나 줄살 따위의 기계를 Tm는 지혜가 많으면
則鳥亂於上矣(칙조란어상의) : 새들은 공중에서 어지러울 것이요
鉤餌罔罟罾笱之知多(구이망고증구지지다) : 그물이나 통발 따위를 쓰는 지혜가 많으면
則魚亂於水矣(칙어란어수의) : 고기들은 물에서 어지러울 것이요
削格羅落罝罘之知多(삭격라락저부지지다) : 닻이나 새그물이나 토끼그물 따위의 기계가 많으면
則獸亂於澤矣(칙수란어택의) : 짐승들은 늪에서 어지러울 것이다
知詐漸毒頡滑堅白解垢同異變多(지사점독힐활견백해구동이변다) : 이와 같이 괴로써 남을 속여 사회에 해를 끼치고 간사와 거짓과 재주와 궤변을 쓰는 변화가 많으면
則俗惑於辯矣(칙속혹어변의) : 세상은 이론에서 미혹될 것이다
故天下每每大亂(고천하매매대란) : 그리하여 천하는 언제나 크게 어지러울 것이다
罪在於好知(죄재어호지) : 그 죄는 지를 좋아하는 데 있는 것이다
故天下皆知求其所不知(고천하개지구기소부지) : 그러므로 천하는 모두 자기가 모르는 바깥 것을 구할 줄만 알고
而莫知求其所已知者(이막지구기소이지자) : 자기가 이미 아는 안의 것은 구할 줄을 모르며
皆知非其所不善(개지비기소불선) : 그 옳지 못한 것을 그르다 할 줄만 알고
而莫知非其所已善者(이막지비기소이선자) : 이미 옳다고 생각한 것도 때로는 그름이 되는 줄은 모른다
是以大亂(시이대란) : 그러므로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질 것이다
故上悖日月之明(고상패일월지명) : 그러므로 위로는 일월의 밝음을 어기고
下爍山川之精(하삭산천지정) :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를 녹히며
中墮四時之施(중타사시지시) : 중간으로는 사시의 순행을 해치어
惴耎之蟲(췌연지충) : 발 없는 벌레나
肖翹之物(초교지물) : 날으난 짐스으로서
莫不失其性(막불실기성) : 어느 것 하나 그 성을 잃지 않는 것이 없으니
甚矣夫好知之亂天下也(심의부호지지란천하야) : 지를 좋아함이 천하를 어지럽게 하느는 것도 너무나 심하구나
自三代以下者是已(자삼대이하자시이) : 저 3대로부터 내려오면서는 언제나 이러했었다
舍夫種種之民(사부종종지민) : 저 소박하고 참된 백성들은 버리고
而悅夫役役之佞(이열부역역지녕) : 저 힘써 꾸미는 간사를 즐겨했으며
釋夫恬淡無爲(석부념담무위) : 저 조용하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는 풍속은 버리고
而悅夫啍啍之意(이열부톤톤지의) : 말 많은 조그마한 지혜를 즐겨했으니
啍啍已亂天下矣(톤톤이란천하의) : 말 많은 조그마한 지혜에 천하는 이미 어지러워졌던 것이다
11
在宥(재유)
聞在宥天下(문재유천하) : 천하를 편안하게 두어야한 다는 말은 들었어도,
不聞治天下也(불문치천하야) : 천하를 다스려서 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在之也者(재지야자) : 천하를 있게 하는까닭은
恐天下之淫其性也(공천하지음기성야) : 천하로 하여금 그 본성을 어지럽게 할가 두려워 하기 때문이요
宥之也者(유지야자) : 천하를 너그러이 하는 까닭은
恐天下之遷其德也(공천하지천기덕야) : 천하로 하여금 그 덕을 변하게 할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天下不淫其性(천하불음기성) : 천하가 그 본성을 어지럽게 하지 않고
不遷其德(불천기덕) : 그 덕을 변하지 않는다면
有治天下哉(유치천하재) : 거기에 또 무슨 다스림이 있을 것인가
昔堯之治天下也(석요지치천하야) : 옛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使天下欣欣焉人樂其性(사천하흔흔언인락기성) : 천하로 하여금 바쁘게 그 본성을 즐기게 였으니
是不恬也(시불념야) : 이것은 편안하게 하지 못한 것이요
桀之治天下也(걸지치천하야) : 하의 걸주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使天下瘁瘁焉人苦其性(사천하췌췌언인고기성) : 천하로 하여금 최최히 그 본성을 괴롭게 하였으니
是不愉也(시불유야) : 이것은 즐겁게 하지 못한 것이다
夫不恬不愉(부불념불유) : 편안하지 못하고 즐겁지 못한 것은
非德也(비덕야) : 덕이 아니니
非德也而可長久者(비덕야이가장구자) : 덕이 아니고서 오래 가는 일은
天下無之(천하무지) : 천하에 없는 것이다
人大喜邪(인대희사) : 사람이 너무 기뻐하면
毗於陽(비어양) : 양에 치우친 것이요
大怒邪(대노사) : 너무 성내면
毗於陰(비어음) : 음에 치우친 것이다
陰陽竝毗(음양병비) : 양과 음이 아울러 치우치면
四時不至(사시부지) : 사시가 고르지 못하고
寒暑之和不成(한서지화불성) : 추위나 더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其反傷人之形乎(기반상인지형호) :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도리어 사람의 몸을 해치는 것이니
使人喜怒失位(사인희노실위) : 사람으로 하여금 기뻐하고 성냄이 자리를 잃게 하고
居處無常(거처무상) : 거하고 처하기에 떳떳함이 없게 하며
思慮不自得(사려부자득) : 생각하고 헤아림에 결정을 짓지 못하게 하고
中道不成章(중도불성장) : 하는 일을 중간에서 그쳐 끝을 내지 못하게 한다
於是乎天下始喬詰卓鷙(어시호천하시교힐탁지) : 여기에서 천하는 비로소 교만하고 꾸짓고 자랑하고 사납게 되는 것이니
而後有盜跖(이후유도척) : 그래서 도척과
曾史之行(증사지행) : 증사의 행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故擧天下以賞其善者不足(고거천하이상기선자부족) : 그러므로 온 천하를 가지고 그 착한 이에게 상을 주려해도 만족하지 못했고
擧天下以罰其惡者不給(거천하이벌기악자불급) : 온 천하를 가지고 그 악한 이에게 벌을 주려 해도 끝이 없었던 것이다
故天下之大(고천하지대) : 그러므로 천하의 큰 것을 가지고도
不足以賞罰(부족이상벌) : 상 주고 벌 주기에 부족하거늘
自三代以下者(자삼대이하자) : 삼대로부터 내려오면서
匈匈焉終以賞罰爲事(흉흉언종이상벌위사) : 서둘러 떠들면서 상 주고 벌주기를 일삼았으니
彼何暇安其性命之情哉(피하가안기성명지정재) : 저 백성들이 어느 겨를에 그 성명의 진실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而且說明邪(이차열명사) : 그래서 밝음을 즐기는 것은
是淫於色也(시음어색야) : 색에 빠지는 것이요
說聰邪(열총사) : 총명을 즐기는 것은
是淫於聲也(시음어성야) : 성색에 빠지는 것이며
說仁邪(열인사) : 인애함을 즉기는 것은
是亂於德也(시란어덕야) : 덕성을 어지럽히는 것이요
說義邪(열의사) : 의를 즐기는 것은
是悖於理也(시패어리야) : 이치를 어기는 것이며
說禮邪(열예사) : 예를 즐기는 것은
是相於技也(시상어기야) : 기교를 돕는 것이요
說樂邪(열락사) : 음악을 즐기는 것은
是相於淫也(시상어음야) : 음탕함을 돕는 것이며
說聖邪(열성사) : 성스러움을 즉기는 것은
是相於禮也(시상어예야) : 재주를 돕는 것이요
說知邪(열지사) : 지혜를 즐기는 것은
是相於疵也(시상어자야) : 시비의 병을 돕는 것이다
天下將安其性命之情(천하장안기성명지정) : 천하가 장차 그 성명의 진실에 편안할 수 있다면
之八者(지팔자) : 이 여덟 가지는
存可也(존가야) : 있어도 좋고
亡可也(망가야) : 없어도 좋겠지만
天下將不安其性命之情(천하장불안기성명지정) : 천하가 장차 그 성명의 진실에 편안할 수 없다면
之八者(지팔자) : 이 여덟 가지는
乃始臠券獊囊而亂天下也(내시련권창낭이란천하야) : 사람을 얽매고 사람을 바쁘게 하여 천하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而天下乃始尊之惜之(이천하내시존지석지) : 그러하거늘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들을 높이고 그것들을 아끼니
甚矣天下之惑也(심의천하지혹야) : 심하기도 하구나, 천하의 미혹됨이여
豈直過也而去之邪(기직과야이거지사) : 더구나 그것을 존경하고만 말면 그만이겠지만
乃齋戒以言之(내재계이언지) : 이제 사람들은 재계한 뒤에 그것을 말하고
跪坐以進之(궤좌이진지) : 꿇어앉아서 그것을 주고 받고
鼓歌以儛之(고가이무지) : 북치고 노래하며 떠들어대니
吾若是何哉(오약시하재) :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하겠는가
故君子不得已而臨莅天下(고군자부득이이림리천하) : 그러므로 군자가 할 수 없어 천하에 나올 때는
莫若無爲(막약무위) : 무이가 제일이니
無爲也而後安其性命之情(무위야이후안기성명지정) : 무위한 뒤에라야 그 성명의 진실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貴以身爲天下(귀이신위천하) : 그 몸을 천하를 다스리는 거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면
則可以託天下(칙가이탁천하) : 천하를 부탁할 수 있을 것이요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 그 몽을 천하를 다스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면
則可以寄天下(칙가이기천하) : 천하를 맡길 수 있을 것이다
故君子苟能无解其五藏(고군자구능무해기오장) : 그러므로 군자로서 진실로 오장을 풀어헤침이 없고
无擢其聰明(무탁기총명) : 그 총명을 휘두름이 없으면
尸居而龍見(시거이룡견) : 신주처럼 앉아 있어도 용처럼 활동하고
淵黙而雷聲(연묵이뢰성) : 깊은 못처럼 잠잠해 있어도 그 이름은 우뢰처럼 울리며
神動而天隨(신동이천수) : 정신이 한 번 움직이면 천기는 저절로 따르고
從容无爲而萬物炊累焉(종용무위이만물취루언) : 조용히 무위하여 만물이 스스로 피어날 것이니
吾又何暇治天下哉(오우하가치천하재) : 내 또 어느 겨를에 천하를 다스린다 할 것인가
崔瞿問於老聃曰(최구문어노담왈) : 최구가 노염에게 물었다
不治天下(불치천하) : “천하를 다스리지 않고
安臧人心(안장인심) :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착하게 할 수 있겠읍니까?”했던 것이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女愼無攖人心(여신무영인심) : “자네는 부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人心排下而進上(인심배하이진상) : 사람의 마음은 누르면 가라앉고 추키면 올라가며
上下囚殺(상하수살) : 또한 오르고 내릴 때에 그 괴로워하는 것은 옥에 갇치거나 죽음을 당하는 것 같은 것이다
淖約柔乎剛疆(뇨약유호강강) :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강강을 부드럽게 하며
廉劌彫琢(렴귀조탁) :팽팽하고 모난 것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다
其熱焦火(기열초화) : 그 뜨거움은 타는 불과 같고
其寒凝氷(기한응빙) : 그 차거움은 언 얼음과 같으며
其疾俛仰之間而再撫四海之內(기질면앙지간이재무사해지내) : 그 빠르기는 한 쳐다보고 내려보는 사이에 사해 밖을 두 번이나 돌 수 있는 것이다
其居也淵而靜(기거야연이정) : 거처함에는 깊은 못과 같고
其動也懸而天(기동야현이천) : 움직일 때에는 하늘에 오르는 것 같으며
僨驕而不可係者(분교이불가계자) : 억세고 방만하여 억누를 수 없는 것은
其唯人心乎(기유인심호) : 오직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昔者皇帝始以仁義攖人之心(석자황제시이인의영인지심) : 옛날 황제가 처음으로 인의로써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힌 뒤로
堯舜於是乎股無胈脛無毛(요순어시호고무발경무모) : 요·순은 그 뒤를 이어 종아리의 살과
다리의 털을 없애서까지 활동하여
以養天下之形(이양천하지형) : 천하의 백성을 길렀고
愁其五藏以爲仁義(수기오장이위인의) : 오장을 괴롭혀 인의를 지어내고
矜其血氣以規法度(긍기혈기이규법도) : 혈기를 자랑삼아 법도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然猶有不勝也(연유유불승야) : 그러나 그래도 오히려 천하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堯於是放讙兜於崇山(요어시방환두어숭산) : 그래서 요임금은 환투를 숭산으로 쫓아내고
投三苗於三峗(투삼묘어삼위) : 삼묘를 삼흘산에 몰아 넣고
流共工於幽都(유공공어유도) : 공공씨를 유도 귀양보냈으니
此不勝天下也(차불승천하야) : 이것이 곧 천하를 이기지 못한 까닭이다
夫施及三王而天下大駭矣(부시급삼왕이천하대해의) : 그러다가 삼왕 때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크게 놀랐으니
下有桀跖(하유걸척) : 밑으로는 걸주와 도척이 있었고
上有曾史(상유증사) 위로는 증참과 사유가 있었다
而儒墨畢起(이유묵필기) : 그리하여 유자 묵가의 무리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於是乎喜怒相疑(어시호희노상의) : 좋거니 밉거니 하여 서로 의심하고
愚知相欺(우지상기) : 어리석거니 지혜로우니 하여 서로 속이고
善否相非(선부상비) : 착하니 그르니 하여 서로 나무라고 것이니
誕信相譏(탄신상기) : 참이니 하여 서로 비방앴으니
而天下衰矣(이천하쇠의) : 그래서 천하는 쇠퇴해졌다
大德不同(대덕부동) : 대덕은 고르지 못하여
而性命爛漫矣(이성명란만의) : 성명은 어지러이 흩어졌으니
天下好知(천하호지) : 천하는 갈수록 지식을 좋아하여
而百姓求竭矣(이백성구갈의) : 백성들은 살기에 허덕였던 것이다
於是乎釿鋸制焉(어시호근거제언) : 그러자 다시 대패나 톱과 같은 형구를 베풀고
繩墨殺焉(승묵살언) : 먹줄 같은 법률로써 죽이고
椎鑿決焉(추착결언) : 방망이나 끌로써 살을 찢고 뼈를 끊는 육형을 베풀어
天下脊脊大亂(천하척척대란) : 천하는 척척하여 크게 어지러웠우니
罪在攖人心(죄재영인심) : 그 죄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힌 데 있는 것이다
故賢者伏處大山嵁巖之下(고현자복처대산감암지하) : 그러므로 어진 사라은 높은 산 험한 바위 밑에 숨어 살고
而萬乘之君憂慄乎廟堂之上(이만승지군우률호묘당지상) : 큰 나라의 임금은 묘당 위에서 걱정 근심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今世殊死者相枕也(금세수사자상침야) : 그러나 지금은 세상은 칼에 베이어 죽은 사람은 서로 베고 누웠고
桁陽者相推也(항양자상추야) : 차고에 채인 사람은 서로 밀치며
刑戮者相望也(형륙자상망야) : 매에 맞아 죽는 사람은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而儒墨乃始離跂攘臂乎桎梏之間(이유묵내시리기양비호질곡지간) : 그런데도 저 유묵들은 높은 발걸음으로 질곡 사이를 팔을 휘두르며 다니고 있으니
噫甚矣哉(희심의재) : 슬프다, 심하구나
其無愧而不知恥也甚矣(기무괴이부지치야심의) : 남에 대한 부끄럼도 없고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심하구나
吾未知聖知之不爲桁陽接槢也(오미지성지지불위항양접습야) : 내 아직 성지가 행양을 놀리는 기계가 아니요
仁義之不爲桎梏鑿枘也(인의지불위질곡착예야) : 인의가 질곡을 놀리는 기계가 아닌 줄을 모르기로
焉知曾史之不爲桀跖嚆矢也(언지증사지불위걸척효시야) : 어떻게 증참 사로가 걸왕 도척의 첫 출발이 아닌 줄을 알겠는가
故曰(고왈) : 그러므로
絶聖棄知而天下大治(절성기지이천하대치) : 성을 없애고 지를 버려야 천하는 크게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皇帝立爲天子十九年(황제립위천자십구년) : 황제가 임금이 된 지 19년에
令行天下(영행천하) : 그 명령이 천항 행해졌다
聞廣成子在於空同之山(문광성자재어공동지산) : 광성자가 공동산 위에 있다는 말을 듣고
故往見之(고왕견지) : 일부러 찾아 보았다.
曰我聞吾子達於至道(왈아문오자달어지도) : 황제가 “내 들으니 당신은 지극한 도에 통했다고 하는데
敢問至道之精(감문지도지정) : 지극한 도의 정수는 어떠한 것입니까
吾欲取天地之精(오욕취천지지정) : 나는 천지의 정기를 앗아
以佐五穀(이좌오곡) : 오곡을 풍성하게 하여
以養民人(이양민인) : 백성들을 기르고자 하며
吾又欲官陰陽(오우욕관음양) : 또 나는 음양을 조화시켜
以遂群生(이수군생) : 모든 중생을 기르고자 합니다
爲之奈何(위지내하) :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廣成子曰(광성자왈) : 광성자
而所欲問者(이소욕문자) : “그대여 묻고자 하는 것은
物之質也(물지질야) : 사물의 근본인데
而所欲官者(이소욕관자) : 그대의 관리하고자 하는 것은
物之殘也(물지잔야) : 물의 끄트머리이다
自而治天下(자이치천하) : 그대가 천하를 다스림으로
雲氣不待族而雨(운기부대족이우) : 구름 기운이 모이기 전에 비가 나리고
草木不待黃而落(초목부대황이락) : 초목은 누렇게 물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며
日月之光益以荒矣(일월지광익이황의) : 해·달의 빛은 더욱 거칠어 졌다
而佞人之心翦翦者(이녕인지심전전자) : 그런데 너는 사람의 마음을 맞추기에 바쁜 옹졸한 사람이거든
又奚足以語至道哉(우해족이어지도재) : 또 어떻게 지극한 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皇帝退(황제퇴) : 황제는 물러나와
損天下(손천하) : 천하를 버리고
天地
1.
天地雖大(천지수대) : 하늘과 땅이 비록 크다고 하나
其化均也(기화균야) : 그 조화는 고르고,
萬物雖多(만물수다) : 만물의 종류가 많다고는 하나
其治一也(기치일야) : 그 다스림은 하나에 의한 것이며,
人卒雖衆(인졸수중) : 백성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其主君也(기주군야) : 그 주인은 임금이다.
君原於德而成於天(군원어덕이성어천) : 임금은 덕을 근거로 하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玄古之君天下(현고지군천하) : 태고적 임금은 천하를 다스림에
無爲也(무위야) : 무위로 하였고,
天德而已矣(천덕이이의) : 하늘의 덕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以道觀言(이도관언) : 도로써 명분을 보면
而天下之名正(이천하지명정) : 천하의 임금은 올바르다.
以道觀分(이도관분) : 도로써 분수를 보면
而君臣之義明(이군신지의명) : 임금과 신하의 뜻은 분명하다.
以道觀能(이도관능) : 도로써 능력을 보면
而天下之官治(이천하지관치) : 천하의 벼슬들은 잘 다스려진다.
以道汎觀(이도범관) : 도로써 모든 것을 보면
而萬物之應備(이만물지응비) : 만물의 기능은 완전해진다.
故通於天地者(고통어천지자) :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통하는 것이
德也(덕야) : 덕이며,
行於萬物者(행어만물자) : 만물에 행하여지는 것이
道也(의야) : 덕이며, 의인 것이다.
上治人者(상치인자) : 위에서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事也(사야) : 일이다.
能有所藝者(능유소예자) :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技也(기야) : 재주이다.
技兼於事(기겸어사) : 재주는 일에 지배되고,
事兼於義(사겸어의) : 일은 의에 지배되고,
義兼於德(의겸어덕) : 의는 덕에 지배되고,
德兼於道(덕겸어도) : 덕은 도에 지배되며,
道兼於天(도겸어천) : 도는 하늘에 의해 지배된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古之畜天下者(고지축천하자) : 옛날에 세상사람들을 양육하던 사람들은
無欲而天下足(무욕이천하족) : 아무런 욕망도 없이 온 천하가 만족하고
無謂而萬物化(무위이만물화) :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온 만물이 변화하고
淵靜而百姓定(연정이백성정) : 고요히 있기만 해도 백성들이 안정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記曰(기왈) : 옛날 기록에 이르기를
通於一而萬事畢(통어일이만사필) : 하나에 통합됨으로써 만사가 다 이루어지고,
無心得而鬼神服(무심득이귀신복) : 아무런 마음도 없게 됨으로써 귀신들도 굴복한다고 했다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夫道(부도) :
覆載萬物者也(복재만물자야) : 도란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는 것이다.
洋洋乎大哉(양양호대재) : 얼마나 넓고 큰가
君子不可以不刳心焉(군자불가이불고심언) : 군자들이 그의 마음을 비게 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질 수가 없는 것이다
無爲爲之之謂天(무위위지지위천) : 무위로써 일하는 것을 하늘이라고 말한다.
無爲言之之謂德(무위언지지위덕) : 무위로써 말하는 것을 덕이라고 말한다.
愛人利物之謂仁(애인이물지위인) :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것을 인이라고 말한다.
不同同之之謂大(부동동지지위대) : 같지 않은 것들이 같이 합쳐진 것을 크다고 말한다.
行不崖異之謂寬(행불애이지위관) : 행동이 남들과 달리 어긋나지 않는 것을 너그러움이라고 말한다.
有萬不同之謂富(유만부동지위부) : 만 가지 같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부라고 말한다.
故執德之謂紀(고집덕지위기) : 굳게 자기 덕을 지키는 것을 기망이 있다고 말한다.
德成之謂立(덕성지위립) : 덕을 이룩하는 것을 입이라고 말한다.
循於道之謂備(순어도지위비) : 도를 따르는 것을 비라고 말한다.
不以物挫志之謂完(불이물좌지지위완) : 사물로 인해 뜻이 꺾이지 않는 것을 완전하다고 말한다.
君子明於此十者(군자명어차십자) : 군자로서 이 열 가지 것들만 분명히 알면
則韜乎其事心之大也(칙도호기사심지대야) : 크게도 그의 지닌 마음이 커질 것이며,
沛乎其爲萬物逝也(패호기위만물서야) : 널리도 만물이 그를 따르게 될 것이다.
若然者(약연자) : 그런 사람은
藏金於山(장금어산) : 산에 금을 저장해 두고,
沈珠於淵(침주어연) : 못에 진주를 저장해 둔 것과 같다.
不利貨財(불리화재) : 재물을 이익이라 생각하지 않고
不折貴富(불절귀부) : 부귀를 가까이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不樂壽(불락수) :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不哀夭(불애요) :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不樂通(불락통) : 재물을 얻은 것을 영화롭다 생각하지 않고,
不醜窮(불추궁) : 궁핍한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不拘一世之利以爲己私分(불구일세지리이위기사분) : 한 평생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의 분수에 따를 것이다.
不以王天下爲己處顯(불이왕천하위기처현) : 천하의 임금이 되는 것도 영예로운 자리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顯則明(현칙명) : 영예로운 것은 맑게 드러난다. 삶이나 같은 모양이다
萬物一府(만물일부) : 만물은 한 가지 세계에 놓여 있고
死生同狀(사생동상) : 죽음이나 삶이나 같은 상태이다
3.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夫道(부도) : 도의 모습은
淵乎其居也(연호기거야) : 심연처럼 조용하고,
漻乎其淸也(류호기청야) : 맑은 물처럼 맑다.
金石不得(금석부득) : 쇠나 돌은 울리지 않으면
無以鳴(무이명) : 소리를 낼 수 없다.
故金石有聲(고금석유성) : 쇠나 돌은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不考不鳴(불고불명) :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萬物孰能定之(만물숙능정지) : 만물의 이런 성질은 누가 정해 놓은 것인가
夫王德之人(부왕덕지인) : 큰 덕을 지닌 사람들은
素逝而恥通於事(소서이치통어사) : 소박하게 행동하면서도 마음은 모든 일에 통달해 있다.
立之本原而知通於神(립지본원이지통어신) : 근본적인 도에 입각해 살고 있어서 그의 지혜는 신묘에 통달한다.
故其德廣(고기덕광) : 그러므로 그의 덕이 넓다고 하는 것이다.
其心之出(기심지출) : 그의 마음의 나타남은
有物採之(유물채지) : 외부의 물건에 의해서 결정한다.
故形非道不生(고형비도불생) : 그러므로 모든 형체는 도가 아니고는 생성되지 않으며,
生非德不明(생비덕불명) : 모든 생성은 덕이 아니고는 밝혀지지 않는 것이다.
存形窮生(존형궁생) : 형체를 보존하면서 생성을 다하고,
立德明道(립덕명도) : 덕을 세우고 도를 밝힌다면
非王德者邪(비왕덕자사) : 큰 덕을 지닌 사람이 아니겠는가
蕩蕩乎(탕탕호) : 널리 어디에나
忽然出(홀연출) : 불쑥 나타나
勃然動(발연동) : 갑자기 움직이는데도
而萬物從之乎(이만물종지호) : 만물이 그것을 따른다면
此謂王德之人(차위왕덕지인) : 그를 두고 큰 덕을 지닌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視乎冥冥(시호명명) : 보아도 까마득하고,
聽乎無聲(청호무성) : 들어도 아무 소리가 없는데,
冥冥之中(명명지중) : 까마득한 가운데서
獨見曉焉(독견효언) : 홀로 밝음을 보고,
無聲之中(무성지중) : 소리 없는 가운데서
獨聞和焉(독문화언) : 홀로 조화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故深之又深而能物焉(고심지우심이능물언) : 그러므로 깊고도 깊으면서 만물을 존재하게 할 수 있고,
神之又神而能精焉(신지우신이능정언) : 신묘하고도 신묘하여서 정묘한 작용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故其與萬物接也(고기여만물접야) : 그러므로 그가 만물과 접촉함에 있어서는
至無而供其求(지무이공기구) : 지극한 무(無)에 있으면서도 만물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時騁而要其宿(시빙이요기숙) : 때때로 달려가지만 그의 알맞은 자리를 되찾는다.
大小(대소) : 크고도 작고
長短(장단) : 길고도 짧고
修遠(수원) : 가깝고도 먼 것이다
4.
皇帝遊乎赤水之北(황제유호적수지북) : 황제가 적수의 북쪽에 들러
登乎崑崙之丘而南望(등호곤륜지구이남망) : 곤륜산 언덕에 올라갔다가 남쪽을 둘러보고
還歸遺其玄珠(환귀유기현주) : 돌아오는 길에 검은 진주를 잃어버렸다.
使知索之而不得(사지색지이부득) : 지혜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使離朱索之而不得(사이주색지이부득) : 이주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使喫詬索之而不得也(사끽후색지이부득야) : 끽후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乃使象罔(내사상망) : 그래서 상망을 시켰더니
象罔得之(상망득지) : 상망이 찾아냈다.
皇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異哉(이재) : “이상하다.
象罔乃可以得之乎(상망내가이득지호) : 상망이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5.
堯之師曰許由(요지사왈허유) : 요임금의 스승은 허유였고,
許由之師曰齧缺(허유지사왈설결) : 허유의 스승은 설결이었고,
齧缺之師曰王倪(설결지사왈왕예) : 설결의 스승은 왕예였고,
王倪之師曰被衣(왕예지사왈피의) : 왕예의 스승은 피의였다
堯問於許由曰(요문어허유왈) : 요임금이 허유에게 물었다.
齧缺可以配天乎(설결가이배천호) : 설결께서는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될만한 분이시지요
吾藉王倪而要之(오자왕예이요지) : 저는 왕예를 통하여 그 분을 모시려고 합니다
許由曰(허유왈) : 허유가 말했다
殆哉圾乎天下(태재급호천하) : 위험합니다.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齧缺之爲人也(설결지위인야) : 설결의 사람됨은
聰明叡知(총명예지) : 총명하고 지혜가 밝으며
給數以敏(급수이민) : 일을 잘하면서도 민첩합니다
其性過人(기성과인) : 그 분의 성품은 남보다 뛰어나서
而又乃以人受天(이우내이인수천) : 인간의 지혜로써 하늘을 떠받들려하고 있습니다
彼審乎禁過(피심호금과) : 그 잘못을 금하는 일은 잘 알고 있지만
而不知過之所由生(이부지과지소유생) : 잘못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與之配天乎(여지배천호) : 그 분에게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되게 하면
彼且乘人而無天(피차승인이무천) : 그 분은 인위적인 행동으로써 하늘을 무시할 것입니다.
方且本身而異形(방차본신이이형) : 또한 자신을 근본으로 하여 다른 것들에 차별을 둘 것입니다.
方且尊知而火馳(방차존지이화치) : 또한 지혜를 존중하여 날뛰게 될 것입니다.
方且爲緖使(방차위서사) : 그리고 일에 부림을 당할 것입니다.
方且爲物絯(방차위물해) : 그리고 물건에 구속을 당할 것입니다.
方且四顧而物應(방차사고이물응) : 리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물건들에 대처하기에 바쁠 것입니다.
方且應衆宜(방차응중의) : 그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합당하게 처리하려 바쁠 것입니다.
方且與物化而未始有恒(방차여물화이미시유항) : 그리고 물건을 쫓아 변화함으로써 처음부터 일정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夫何足以配天乎(부하족이배천호) : 그러니 어찌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러하여도
有族(유족) : 가족이 있으면
有祖(유조) : 선조가 있을 것입니다.
可以爲衆父(가이위중부) : 그는 한 집안의 아버지는 될 수 있지만
而不可以爲衆父父(이불가이위중부부) : 한 집안의 선조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治亂之率也(치란지솔야) : 그의 다스림은 혼란의 근본이 될 것이니,
北面之禍也(북면지화야) : 그것은 신하로서의 재난인 동시에
南面之賊也(남면지적야) : 임금에게도 해로울 것입니다
6.
堯觀乎華(요관호화) : 요임금이 화땅에 놀러 갔었는데,
華封人曰(화봉인왈) : 화땅의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했다.
嘻聖人(희성인) : “하, 성인께서
請祝聖人(청축성인) : 오래 오래 사시기를 빕니다.”
使聖人壽(사성인수) :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富(사성인부) :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하기를,“성인께서 부자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多男子(사성인다남자) : 경계지기가 다시 말하기를,“성인께서 많은 아들을 낳게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사양하겠습니다.”
封人曰壽富多男子(봉인왈수부다남자) : 그러자 경계지기가 말하기를, “오래 살고, 부자가 되고, 많은 아들을 낳는 것은
人之所欲也(인지소욕야) :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입니다.
女獨不欲(여독불욕) : 당신 홀로 그것을 원하지 않으시니
何邪(하사) : 어찌 된 일입니까?”
堯曰多男子則多懼(요왈다남자칙다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富則多事(부칙다사) : 부자가 되면 일이 많아지고,
壽則多辱(수칙다욕) :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아집니다.
是三者(시삼자) : 이 세 가지 것들은
非所以養德也(비소이양덕야) : 덕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어서
故辭(고사) : 그러므로 사양하는 것입니다.”
封人曰始也我以女爲聖人邪(봉인왈시야아이여위성인사) : 경계지기가 말하기를, “처음에 나는 당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今然君子也(금연군자야) : 그러나 지금 보니 군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군요.
天生萬民(천생만민) : 하늘은 모든 사람을 낳고
必授之職(필수지직) : 그들에게 합당한 직분을 줍니다.
多男子而授之職(다남자이수지직) : 아들이 많다 해도 그들에게 직분이 주어지는데
則何懼之有(칙하구지유) :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富而使人分之(부이사인분지) : 부자가 된다 해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면
則何事之有(칙하사지유) : 무슨 근심이 되겠습니까
夫聖人(부성인) : 성인이란
鶉居而鷇食(순거이구식) : 메추리처럼 일정한 거처도 없고, 병아리처럼 적게 먹으면서도
鳥行而無彰(조행이무창) : 새처럼 날아다니며 행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天下有道(천하유도) : 천하에 올바른 도가 행하여지면
則與物皆昌(칙여물개창) : 모두가 번창하지만
天下無道(천하무도) : 천하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을 때에는
則修德就閒(칙수덕취한) : 덕이나 닦으면서 한가히 지냅니다.
千歲厭世(천세염세) : 천년이나 세상을 피해 살다가
去而上倦(거이상권) : 세상을 떠나 신선 세상으로 올라갑니다.
乘彼白雲(승피백운) : 하늘의 흰 구름을 타고서
至於帝鄕(지어제향) :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요.
三患莫至(삼환막지) : 앞의 세 가지가 환란이 닥쳐올 수가 없으며
身常無殃(신상무앙) : 몸에는 언제나 재앙이 없습니다.
則何辱之有(칙하욕지유) : 그런데 무슨 욕된 일이 있겠습니까?”
封人去之(봉인거지) : 그렇게 말하고 경계지기가 떠나가자,
堯隨之請問(요수지청문) : 요임금이 뒤따라가면서 청하기를,“가르침을 주십시오.”
封人曰退已(봉인왈퇴이) : 국경지기가 말하기를, “물러가시오”
7.
堯治天下(요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리게 되자
伯成子高立爲諸侯(백성자고립위제후) : 백성자고를 제후로 삼았다.
堯授舜(요수순) : 그 후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자 자리를 물려주자,
伯成子高辭爲諸侯而耕(백성자고사위제후이경) : 백성자고는 제후자리에서 물러나 농사를 지었다.
禹往見之(우왕견지) : 우임금이 그를 찾아가니
則耕在野(칙경재야) : 그는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禹趨就下風(우추취하풍) : 우임금은 아래 바람쪽으로
立而問焉(립이문언) : 서서 물었다.
曰昔堯治天下(왈석요치천하) :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吾子立爲諸侯(오자립위제후) : 선생님께서 제후로 계셨습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께서 순임금께 천자자리를 물려주셨고,
舜授予(순수여) : 순임금께서는 저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자
而吾子辭爲諸侯而耕(이오자사위제후이경) : 선생님께서는 제후자리를 물러나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敢問(감문) : 감히 묻건데
其故何也(기고하야) :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子高曰昔堯治天下(자고왈석요치천하) : 백성자고가 말하기를,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不賞而民勸(불상이민권) : 상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일에 힘썼고,
不罰而民畏(불벌이민외) : 벌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했었습니다.
今子賞罰而民且不仁(금자상벌이민차불인) : 지금 당신은 상을 내리고 벌을 내리는데도 백성들은 어질지 않습니다.
德自此衰(덕자차쇠) : 덕은 이로부터 쇠하고,
刑自此立(형자차립) : 형벌은 이로부터 확립되어 있습니다.
後世之亂自此始矣(후세지란자차시의) : 후세의 혼란은 이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夫子闔行邪(부자합행사) : 당신은 어찌해서 물러나지 않으십니까?
無落吾事(무락오사) : 내 일이나 방해하지 마십시오.”
俋俋乎耕而不顧(읍읍호경이불고) : 그리고는 한가한 모습으로 밭을 갈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8.
泰初有無無有無名(태초유무무유무명) : 태초에는 무(無)만이 있었고 유(有)도 없었고 명칭(名)도 없었다.
一之所起(일지소기) : 하나(一)가 여기에서 생겨났는데,
有一而未形(유일이미형) : 하나만 있고 형체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物得以生(물득이생) : 물건은 하나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
謂之德(위지덕) : 그 작용을 덕이라 한다.
未形者有分(미형자유분) : 아직 형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하나로부터 나뉘어져 가는 것이
且然無間(차연무간) : 잠시도 끊이지 않았는데,
謂之命(위지명) : 이것을 명(命)이라 한다.
留動而生物(류동이생물) : 하나가 유동함으로써 물건을 생성시키며,
物成生理(물성생리) : 물건이 생성되어 생리가 갖추어지면
謂之形(위지형) : 그것을 형체라 한다.
形體保神(형체보신) : 형체는 정신을 보존하게 되며
各有儀則(각유의칙) : 제각기 원칙을 지니게 되는데
謂之性(위지성) : 그것을 본성이라고 한다.
性修反德(성수반덕) : 본성이 닦아지면 덕으로 되돌아간다.
德至同於初(덕지동어초) : 덕이 이르면 처음과 같아진다
同乃虛(동내허) : 같아진다는 것은 텅 비어진다는 뜻이며,
虛乃大(허내대) : 텅 빈다는 것은 곧 커진다는 뜻이다.
合喙鳴(합훼명)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되는데,
喙鳴合(훼명합)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된다는 것은
與天地爲合(여천지위합) : 하늘과 땅의 자연에 합치된다는 뜻이다.
其合緡緡(기합민민) : 그 합치되는 상태는 딱 들어맞지 않아서
若愚若昏(약우약혼) : 어리석은 듯도 하고 흐리멍덩한 듯도 하다.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것을 현묘한 덕이라 말하는 것이며,
同乎大順(동호대순) : 크게 순조로운 상태와 같은 것이다
9.
夫子問於老聃曰(부자문어노담왈) :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有人治道若相放(유인치도약상방) : “어떤 사람이 도를 다스려 만약 그 도를 본뜬다면
可不可(가불가) :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하고
然不然(연불연)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하게 될 것입니다.
辯者有言曰(변자유언왈) :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離堅白若縣宇(리견백약현우) : 한 개의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다는 개념을 분리시켜 놓으면 허공에 달아매어 놓은 것처럼
若是則可謂聖人乎(약시칙가위성인호) : 이렇게 분명하다고 했다면 이런 사람들을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是胥易技係(시서역기계) : “그것은 지혜로 일을 처리하고 기교에 얽매여서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 몸을 고생시키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執狸之狗成思(집리지구성사) : 짐승을 잘 잡는 개는 마음을 쓰게 되고,
猿狙之便自山林來(원저지편자산림래) : 날렵한 원숭이는 산과 숲 속에서 잡혀 끌려오게 됩니다
丘予告若(구여고약) : 저는 알려 주겠습니다.
而所不能聞與而所不能言(이소불능문여이소불능언) : 당신에게 당신이 들어보지도 말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말입니다
凡有首有趾無心無耳者衆(범유수유지무심무이자중) : 대체로 머리도 있고 발도 있지만, 마음도 없고 귀도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有形者與無形無狀而皆存者盡無(유형자여무형무상이개존자진무) :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들과 같이 있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其動止也(기동지야) : 그리고 그것들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과
其死生也(기사생야) : 죽고 사는 것과
其廢起也(기폐기야) : 망하고 흥하는 것은
此又非其所以也(차우비기소이야) : 또한 그들이 말하는 것 같은 근거에 의해 되는 것은 아닙니다.
有治在人(유치재인) :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忘乎物(망호물) : 물건을 잊고
忘乎天(망호천) : 하늘을 잊으면
其名爲忘己(기명위망기) : 그것을 자기를 잊었다고 부릅니다.
忘己之人(망기지인) : 자기를 잊은 사람을
是之謂入於天(시지위입어천) : 하늘로 들어간 사람이라 하는 것다
10.
蔣閭葂見季徹曰(장려면견계철왈) : 장려면이 계철을 만나 말했다.
魯君謂葂也曰(노군위면야왈) :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請受敎(청수교) : 가르침을 청해 .
辭不獲命(사불획명) : 사양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아
旣已告矣(기이고의) : 말을 한 것이 있습니다
未知中否(미지중부) : 그러나 옳은 말이었는지 그른 말이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請嘗薦之(청상천지) : 제가 한 말을 말씀드릴 테니 한 번 들어주십시오.
吾謂魯君曰(오위로군왈) : 제가 노나라 임금에게 말하기를
必服恭儉(필복공검) : ‘반드시 공손함과 검소함을 실행하고
拔出公忠之屬而無阿私(발출공충지속이무아사) : 공손하고 충실한 사람들을 뽑아 쓰되, 사사로움에 기우는 일이 없다면
民孰敢不輯(민숙감부집) : 백성들이 어찌 화합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季徹局局然笑曰(계철국국연소왈) : 계철이 웃으면서 말했다.
若夫子之言(약부자지언) : “만약 선생의 말을
於帝王之德(어제왕지덕) : 제왕의 덕에다 비추어 본다면
猶螳螂之怒臂而當車轍(유당랑지노비이당차철) : 마치 사마귀가 앞다리를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則必不勝任矣(칙필불승임의) : 당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且若是(차약시) : 그렇게 하면
則其自爲處危(칙기자위처위) : 그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其觀壹多物(기관일다물) : 그는 높은 누대는 가지게 될 것이지만 일이 많아질 것이고,
將往投迹者衆(장왕투적자중) : 그에게 몰려드는 사람만 많아질 것입니다.”
蔣閭葂覰覰然驚曰(장려면처처연경왈) : 장려면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면야망약어부자지소언의) :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이 없어졌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願先生之言其風也(원선생지언기풍야) : 간단하게나마 가르침을 주십시오.”
季徹曰(계철왈) : 계철이 말했다.
大聖之治天下也(대성지치천하야) : “위대한 성인은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搖蕩民心(요탕민심) : 백성들의 마음을 풀어주어
使之成敎易俗(사지성교역속) : 그들로 하여금 가르침에 따라서 풍속을 훌륭하게 만들도록 합니다.
擧滅其賊心而皆進其獨志(거멸기적심이개진기독지) : 백성들의 악한 마음을 완전히 없애 모두가 도를 얻으려는 뜻을 밀고 나가도록 합니다.
若性之自爲(약성지자위) : 사람의 본성이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과 같아서
而民不知其所由然(이민부지기소유연) : 백성들은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若然者(약연자) : 이와 같은 정치를
豈兄堯舜之敎民(기형요순지교민) : 어찌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백성들을 가르치던 경지에 견주겠으며,
溟涬然弟之哉(명행연제지재) : 아무 생각 없이 모두가 같은 정치라고 하겠습니까?
欲同乎德而心居矣(욕동호덕이심거의) : 모든 사람이 같은 덕을 지니고 마음이 편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11.
子貢南遊於楚(자공남유어초) :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여행하고
反於晉(반어진) :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過漢陰見一丈人方將爲圃畦(과한음견일장인방장위포휴) : 한수 남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鑿隧而入井(착수이입정) :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抱擁而出灌(포옹이출관) :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滑滑淵用力甚多而見功寡(활활연용력심다이견공과) :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을 걸었다.
有械於此(유계어차) : 기계가 있다면
一日浸百畦(일일침백휴) :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用力甚寡而見功多(용력심과이견공다) :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인데
夫子不欲乎(부자불욕호) : 선생은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爲圃者仰而視之曰(위포자앙이시지왈) :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을 보며 말했다.
奈何(내하) :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曰鑿木爲機(왈착목위기) : 자공이 말하기를,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後重前輕(후중전경) :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挈水若抽(설수약추) :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數如泆湯(수여일탕) :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은데
其名爲橰(기명위고) : 그 이름을 고라고 합니다”
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위포자분연작색이소왈) : 밭을 돌보던 노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吾聞之吾師(오문지오사) :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有機械者心有機事(유기계자심유기사) :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有機事者必有機心(유기사자필유기심) :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機心存於胸中(기심존어흉중) :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則純白不備(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純白不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則神生不定(칙신생부정)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神生不定者(신생부정자)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道之所不載也(도지소부재야) :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吾非不知(오비부지) :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羞而不爲也(수이불위야) :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子貢瞞然慙(자공만연참)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俯而不對(부이부대) : 몸을 굽힌 채 말대꾸도 못했다.
有閒(유한) : 잠시 후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이 말했다.
子奚爲者邪(자해위자사) : “선생께서는 무엇을 하는 분입니까?”
曰孔丘之徒也(왈공구지도야) : 자공이 대답하기를, “공자의 제자입니다.”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 말했다.
子非夫博學以擬聖(자비부박학이의성) : “당신의 선생은 많이 배움으로써 성인의 흉내를 내고,
於于以蓋衆(어우이개중) : 허망한 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독현애가이매명성어천하자호) : 홀로 악기를 연주하며 슬픈 노래를 함으로써 천하에 명성을 팔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汝方將妄汝神氣(여방장망여신기) : 당신도 당신의 정신과 기운을 잊고
墮汝形骸(타여형해) : 당신의 육체를 버린다면
而庶幾乎(이서기호) : 거의 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汝身不能治(여신불능치) : 당신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而何暇治天下乎(이하가치천하호) :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그만 가시오.
無乏吾事(무핍오사) : 내가 하는 일이나 방해하지 마시오.”
子貢卑陬失色(자공비추실색)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빛이 하얗게 되고
頊頊然不自得(욱욱연부자득) : 넋을 잃고 스스로 얻지 못했다
行三十里而後愈(행삼십리이후유) : 그렇게 30리를 가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其弟子曰(기제자왈) : 그의 제자가 물었다.
向之人何爲者邪(향지인하위자사) : 조금 전의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부자하고견지변용실색) : 선생님께서는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무엇 때문에 얼굴빛을 잃고
終日不自反邪(종일부자반사) : 종일 정신이 없으십니까?”
曰始吾以夫子爲天下一人耳(왈시오이부자위천하일인이) : 자공이 대답하기를, “나는 천하에 훌륭한 분은 우리 선생님 한 분 뿐이라 생각했다.
不知復有夫人也(부지복유부인야) :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알지도 못했었다.
吾聞之夫子(오문지부자) : 내가 배운 선생님의 가르침은
事求可(사구가) : 일이란 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功求成(공구성) : 결과는 완성을 추구하며,
用力少(용력소) : 힘은 적게 들이고
見功多者(견공다자) : 드러나는 공로가 많은 것이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라 배웠다.
今徒不然(금도불연) : 지금 보니 그렇지가 않구나.
執道者德全(집도자덕전) : 도를 지키는 사람은 덕이 완전해야 되며,
德全者形全(덕전자형전) : 덕이 완전한 사람은 몸이 완전해야 되고,
形全者神全(형전자신전) : 몸이 완전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해야 된다.
神全者(신전자) : 정신이 완전한 것이
聖人之道也(성인지도야) : 성인의 도이다.
託生與民竝行而不知其所之(탁생여민병행이부지기소지) : 삶을 타고나서 백성들과 나란히 행동하면서도 갈 곳도 알지 못하고
汒乎淳備哉(망호순비재) : 망연하면서도 순일하고 완전해야 한다.
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공리기교필망부인지심) : 공로와 이익과 기교 같은 것은 반드시 사람의 마음에서 잊혀져야만 한다.
若夫人者(약부인자) : 그런 사람은
非其志不之(비기지부지) : 그의 뜻이 아니면 가지 않고,
非其心不爲(비기심불위) : 그의 마음이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
雖以天下譽之(수이천하예지) : 비록 온 천하가 그를 칭찬하고
得其所謂(득기소위) : 그의 말대로 된다고 해도
謷然不顧(오연불고) : 고집스럽게 돌아보지도 않는다.
以天下非之(이천하비지) : 온 천하가 그를 비난하고
失其所謂(실기소위) : 그의 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儻然不受(당연불수) : 그는 마음을 비운 채 받아들이지 않는다.
天下之非譽(천하지비예) : 세상의 칭찬과 비난도
無益損焉(무익손언) : 그를 손상시키거나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是謂全德之人哉(시위전덕지인재) : 이런 사람을 덕이 완전한 사람이라 하는 것일 것이다.
我之謂風波之民(아지위풍파지민) : 나 같은 자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같은 사람이다.”
反於魯(반어로) : 자공이 노나라로 돌아와
以告孔子(이고공자) : 공자에게 그 얘기를 하니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彼假修混沌氏之術者也(피가수혼돈씨지술자야) : “그는 혼돈씨의 술법을 배워 닦은 사람이다.
識其一(식기일) : 절대적인 도 하나만을 알지
不知其二(부지기이) : 상대적인 둘은 알지 못한다.
治其內(치기내) : 그의 속만을 다스리지
而不治其外(이불치기외) : 그의 밖은 다스리지 않는다.
夫明白太素(부명백태소) : 그는 마음을 밝게 하여 소박함으로 들어갔고,
無爲復朴(무위복박) : 무위함으로써 질박함으로 되돌아갔으며,
體性拘神(체성구신) : 본성을 체득하고 순수한 정신을 지니고서
以遊世俗之間者(이유세속지간자) : 속세에 노닐고 있는 사람이다.
汝將固驚邪(여장고경사) : 너는 무엇을 그리 놀라고 있느냐?
且混沌氏之術(차혼돈씨지술) : 혼돈씨의 술법을
予與汝何足以識之哉(여여여하족이식지재) : 너와 내가 어찌 알겠느냐?”
12.
諄芒將東之大壑(순망장동지대학) : 순망이 동쪽의 큰 골짜기로 가다가
適遇苑風於東海之濱(적우원풍어동해지빈) : 동해 가에서 우연히 원풍을 만났다.
苑風曰(원풍왈) : 원풍이 말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曰將之大壑(왈장지대학) : 순망이 말하기를, “대학으로 가는 길입니다.”
曰奚爲焉(왈해위언) : 원풍이 말하기를, “무엇 하러 가십니까?”
曰夫大壑之爲物也(왈부대학지위물야) : 순망이 말하기를, “대학은
注焉而不滿(주언이불만) : 물이 흘러들어도 차지를 않고,
酌焉而不竭(작언이불갈) : 퍼내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吾將遊焉(오장유언) : 거기에서 노닐려고 하는 것입니다.”
苑風曰(원풍왈) : 원풍이 말했다.
夫子無意於橫目之民乎(부자무의어횡목지민호) : “선생께서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뜻이 없으십니까?
願聞聖治(원문성치) : 성인의 다스림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諄芒曰(순망왈) : 순망이 말했다.
聖治乎(성치호) : “성인의 다스림이란
官施而不失其宜(관시이부실기의) : 관청에서 정치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그 합당함을 잃어서는 안되며,
拔擧而不失其能(발거이불실기능) : 사람을 등용함에 있어서는 능력 있는 사람을 빠뜨려서는 안됩니다.
畢見情事而行其所爲(필견정사이행기소위) : 또 실정을 완전히 살피어 백성들의 행동에 따라 정치를 합니다.
行言自爲而天下化(행언자위이천하화) : 말은 자신부터 실천해야 천하가 교화됩니다.
手撓顧指(수요고지) : 손짓하고 손가락질만 해도
四方之民莫不俱至(사방지민막불구지) : 사방의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 자가 없어야 합니다.
此之謂聖治(차지위성치) : 이것을 성인의 다스림이라 합니다.”
願聞德人(원문덕인) : “원풍이 말하기를,“덕 있는 사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曰德人者(왈덕인자) :순망이 말하기를,“덕 있는 사람이란
居無思(거무사) : 들어앉아 있을 때도 생각이 없고,
行無慮(행무려) : 행동함에 있어서도 생각하는 것이 없습니다.
不藏是非美惡(부장시비미오) : 옳고 그르다거나 아름답고 추하다는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四海之內共利之之謂悅(사해지내공리지지위열) : 온 세상을 아울러 이롭게 하는 것을 기쁨이라 생각하고,
共給之之謂安(공급지지위안) : 온 세상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안락이라 생각합니다.
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초호약영아지실기모야) : 모습은 의지할 곳이 없는 듯하여 마치 어린아이가 그의 어머니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儻乎若行而失其道也(당호약행이실기도야) : 멍청하여 길을 가는 사람이 길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財用有餘而不知其所自來(재용유여이부지기소자래) : 쓰는 재물에는 여유가 있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생기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飮食取足而不知其所從(음식취족이부지기소종) : 음식은 충분히 먹으면서도 그것이 나오는 곳은 알지 못합니다.
此謂德人之容(차위덕인지용) : 이것이 덕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願聞神人(원문신인) : 원풍이 말하기를“신인(神人)에 대해 듣기를 원합니다.”
曰上神乘光(왈상신승광) : 순망이 대답하기를, “신령스러운 훌륭한 분은 해와 달과 별의 빛을 타고 다니며,
與形滅亡(여형멸망) : 몸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此謂照曠(차위조광) : 그래서 이를 조광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致命盡情(치명진정) : 운명대로 따르고 실정대로 다하여,
天地樂而萬事銷亡(천지락이만사소망) : 하늘과 땅도 녹아 없어지고 만사가 사라져버린 듯 합니다.
萬物復情(만물복정) : 만물과 함께 진실한 형태로 되돌아가는데
此之謂混冥(차지위혼명) : 이것을 혼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3.
門無鬼與赤張滿稽觀於武王之師(문무귀여적장만계관어무왕지사) : 문무귀와 적장만계가 무왕의 군사들을 보러 갔다.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 적장만계가 말했다
不及有虞氏乎(불급유우씨호) : “순임금의 정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故離此患也(고리차환야) : 그래서 전쟁의 환란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門無鬼曰(문무귀왈) : 문무귀가 말했다.
天下均治而有虞氏治之邪(천하균치이유우씨치지사) : “천하가 고루 다스려지고 있던 것을 순임금이 다스린 것입니까?
其亂而後治之與(기란이후치지여) : 아니면 세상이 어지러웠던 것을 뒤에 다스린 것입니까?”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 .적장만계가 말했다.
天下均治之爲願(천하균치지위원) : “천하가 고루 다스려지고 있었다면
而何計以有虞氏爲(이하계이유우씨위) : 무엇 때문에 순임금에게 다스리게 했겠습니까?
有虞氏之藥瘍也(유우씨지약양야) : 순임금은 머리 종기에 약을 쓸 때
禿而施髢(독이시체) : 머리를 모조리 깎게 하고서 다리꼭지를 붙이게 합니다.
病而求醫(병이구의) : 병이 나야 의사를 구하는 것입니다.
孝子操藥以修慈父(효자조약이수자부) : 효자가 약을 가져다 아버지에게 드릴 때
其色燋然(기색초연) : 근심스런 얼굴을 하지만,
聖人羞之(성인수지) : 성인은 그처럼 병이 나게 한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至德之世(지덕지세) :지극한 덕이 펴진 세상에서는
不尙賢(불상현) : 현명한 사람도 숭상하지 않고,
不使能(불사능) : 능력이 있는 사람도 쓰지 않습니다.
上如標枝(상여표지) : 임금은 솟아난 나뭇가지 같고,
民如野鹿(민여야록) : 백성들은 들의 사슴과 같습니다.
端正而不知以爲義(단정이부지이위의) : 행동이 바르지만 그것이 의로움인 줄은 알지 못하며,
相愛而不知以爲仁(상애이부지이위인) : 서로 사랑하지만 그것이 어짊인지 알지 못합니다.
實而不知以爲忠(실이부지이위충) : 충실하지만 그것이 충성인지 알지 못하고,
當而不知以爲信(당이부지이위신) : 말과 행동이 들어맞지만 그것이 신용인지 알지 못합니다.
蠢動而相使(준동이상사) : 꿈틀거리면서 움직여 서로를 위해 일하지만
不以爲賜(불이위사) : 그것이 은혜로움인지 알지 못합니다.
是故行而無迹(시고행이무적) : 그러므로 행해도 흔적도 없게 되며,
事而無傳(사이무전) : 일해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14.
孝子不諛其親(효자불유기친) : 효자는 그의 부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忠臣不諂其君(충신불첨기군) : 충신은 그의 임금에게 아첨을 하지 않는데,
臣子之盛也(신자지성야) : 그것이 신하와 자식의 훌륭한 태도이다.
親之所言而然(친지소언이연) : 부모가 말씀하신 것이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所行而善(소행이선) : 부모가 행한 일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子(칙세속위지불초자) : 세상에서는 못난 자식이라고 말한다.
君之所言而然(군지소언이연) : 임금이 말한 것이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所行而善(소행이선) : 임금이 행한 것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臣(칙세속위지불초신) : 세상에서는 그를 못난 신하라고 말한다.
而未知此其必然邪(이미지차기필연사) :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는 일이다.
世俗之所謂然而然之(세속지소위연이연지) : 세상에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그렇다고 하고,
所謂善而善之(소위선이선지) :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을 훌륭하다고 하면
則不謂之道諛之人也(칙불위지도유지인야) : 곧 아첨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
然則俗故嚴於親而尊於君邪(연칙속고엄어친이존어군사) : 그렇다면 세상의 습속이 본시 부모보다 엄하고 임금보다도 존귀하단 말인가
謂己道人(위기도인) : 자기를 도인이라고 말하면
則勃然作色(칙발연작색) : 곧 성난 듯이 얼굴빛을 바꾸고,
謂己諛人(위기유인) : 자기에게 눈치꾼이라고 말하면
則怫然作色(칙불연작색) : 화난 듯이 얼굴빛을 바꾼다.
而終身道人也(이종신도인야) : 그러면서도 평생토록 도인 노릇을 하고
終身諛人也(종신유인야) : 평생토록 눈치꾼 노릇을 한다.
合譬飾辭聚衆也(합비식사취중야) : 이유를 들면서 말을 꾸미는 것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是終始本末不相罪坐(시종시본말불상죄좌) : 그러나 시작과 끝, 근원과 결과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垂衣裳(수의상) : 옷자락을 늘어뜨리고,
設采色(설채색) : 아름다운 채색으로 꾸미고,
動容貌(동용모) : 갖은 용모를 써가며
以媚一世(이미일세) : 온 세상에 아양을 떨면서도
而不自謂道諛(이부자위도유) : 자신은 아첨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與夫人之爲徒(여부인지위도) : 사람들과 더불어 무리를 이루고,
通是非(통시비) : 같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면서도
而不自謂衆人(이부자위중인) : 자신은 보통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愚之至也(우지지야) : 이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들이다.
知其愚者(지기우자) : 그의 어리석음을 아는 사람은
非大愚也(비대우야) :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知其惑者(지기혹자) : 그의 미혹됨을 아는 사람은
非大惑也(비대혹야) :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
大惑者(대혹자) : 크게 미혹된 자는
終身不解(종신불해) : 평생토록 이해하지 못하고,
大愚者(대우자) : 크게 어리석은 자는
終身不靈(종신불령) : 평생토록 깨닫지 못한다.
三人行而一人惑(삼인행이일인혹) : 세 사람이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이 미혹되어 있다면
所適者猶可致也(소적자유가치야) : 목적지로 갈 수 있다.
惑者少也(혹자소야) : 그것은 미혹된 자가 적기 때문이다.
二人惑則勞而不至(이인혹칙로이부지) :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미혹되어 있다면 고생만 하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惑者勝也(혹자승야) : 그것은 미혹된 자가 많기 때문이다.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 그런데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으니,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 내가 비록 가려는 방향이 있다 해도
不可得也(불가득야) : 갈 수가 없다.
不亦悲乎(불역비호) : 그러니 슬프지 않은가.
大聲不入於里耳(대성불입어리이) : 위대한 음악은 천한 귀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折楊皇荂(절양황과) : 절양이나 황과 같은 속된 음악을 들으면
則嗑然而笑(칙합연이소) : 좋아서 웃고 법석을 떤다.
是故高言不止於衆人之心(시고고언부지어중인지심) : 그러므로 고상한 말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는 멈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至言不出(지언불출) : 지극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俗言勝也(속언승야) : 속된 말들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以二缶鐘惑(이이부종혹) : 두 갈래로 모두가 미혹되어 있어서
而所適不得矣(이소적부득의) : 목적지로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 그처럼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다.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 내가 비록 갈 곳이 있다 해도
其庸可得邪(기용가득사) : 어떻게 그 곳에 도달할 수가 있겠는가
知其不可得而强之(지기불가득이강지) :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억지를 쓰고 있는 것
又一惑也(우일혹야) : 또한 한 가지의 미혹이다.
故莫若釋之而不推(고막약석지이불추) : 그러므로 그대로 버려 두고 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不推(불추) : 밀지만 않는다면
誰其比憂(수기비우) : 그 누가 근심을 할 것인가?
厲之人夜半生其子(려지인야반생기자) : 문둥이는 밤중에 자기 자식을 낳고서
遽取火而視之(거취화이시지) : 바로 불을 가져다 비추어보면서
汲汲然唯恐其似己也(급급연유공기사기야) : 초조히 그 애가 자기를 닮지 않았을까 두려워한다
15.
百年之木(백년지목) : 백년 묵은 나무를
破爲犧樽(파위희준) : 쪼개어 제사 때 쓰는 술잔을 만들려면,
靑黃而文之(청황이문지) : 나무에 색을 칠하고 하고 무늬를 조각한다.
其斷在溝中(기단재구중) : 그리고 남은 부스러기는 도랑에 버린다.
比犧樽於溝中之斷(비희준어구중지단) : 제사에 쓰고 남은 술잔을 도랑에 버려진 부스러기와 견주어 본다면
則美惡有間矣(칙미오유간의) : 아름답고 추한 차이가 있다.
其於失性一也(기어실성일야) : 그러나 그것들은 본성을 잃었다는 데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跖與曾史(척여증사) : 도척과 증삼, 사추는
行義有間矣(행의유간의) : 의로움을 행하는데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然其失性均也(연기실성균야) : 그러나 그들이 본성을 잃은 것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且夫失性有五(차부실성유오) : 본성을 잃게 하는 것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一曰五色亂目(일왈오색란목) : 첫째, 다섯 가지 빛깔은 눈을 어지럽혀
使目不明(사목불명) : 눈을 어둡게 만든다.
二曰五聲亂耳(이왈오성란이) : 둘째, 다섯 가지 소리는 귀를 어지럽혀
使耳不聰(사이불총) : 귀를 잘 들리지 않게 만든다.
三曰五臭薰鼻(삼왈오취훈비) : 셋째, 다섯 가지 냄새는 코를 찔러
困惾中顙(곤수중상) : 콧속을 메이게 만든다.
四曰五味濁口(사왈오미탁구) : 넷째, 다섯 가지 맛은 입안을 흐려놓아
使口厲爽(사구려상) : 입을 병나고 상하게 만든다.
五曰趣舍滑心(오왈취사활심) : 다섯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마음을 어지럽혀
使性飛揚(사성비양) : 본성을 날아가 버리게 만든다.
此五者(차오자) : 이 다섯 가지는
皆生之害也(개생지해야) : 모두 삶에 해가 되는 것이다.
而楊墨乃始離跂自以爲得(이양묵내시리기자이위득) : 그런데 양주와 묵자는 자기의 주장을 드러내놓고 스스로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非吾所謂得也(비오소위득야) : 그러나 내가 말하는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夫得者困(부득자곤) : 제대로 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데도
可以爲得乎(가이위득호) : 제대로 될 수가 있겠는가
則鳩鴞之在於籠也(칙구효지재어롱야) : 그렇다면 비둘기나 부엉이가 새장 속에 있는 것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 역시 제대로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且夫趣舍聲色以柴其內(차부취사성색이시기내) : 또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소리와 빛깔은 그의 마음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皮弁鷸冠縉笏紳修以約其外(피변휼관진홀신수이약기외) : 가죽 관이나 비취새 깃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홀을 꽂고, 큰 띠와 긴 바지를 입는 것은 그의 외모를 제약하는 것이다.
內支盈於柴柵外重纆繳(내지영어시책외중묵격) : 마음은 울안에 가득 차서 막힌 듯하고, 외모는 여러 겹으로 줄에 묶인 듯하다.
睆睆然在纆繳之中而自以爲得(환환연재묵격지중이자이위득) : 눈은 감긴 듯하고, 몸은 줄로 묶여진 가운데 있는 듯한데도 스스로는 제대로 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則是罪人交臂歷指而虎豹在於囊檻(칙시죄인교비력지이호표재어낭함) : 그렇다면 죄인이 팔을 뒤로 돌려 묶이고 손가락에 깍지가 껴져 있거나, 호랑이와 표범이 우리 속에 갇혀 있다 해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 역시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天道
1.
天道運而無所積(천도운이무소적) : 하늘의 도는 움직이고 있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萬物成(고만물성) : 그래서 만물을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帝道運而無所積(제도운이무소적) : 제왕의 도 또한 움직이고 있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天下歸(고천하귀) : 그래서 온 천하가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聖道運而無所積(성도운이무소적) : 성인의 도 또한 움직이고 있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海內服(고해내복) : 그래서 온 나라가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明於天(명어천) : 하늘에 대해 밝고,
通於聖(통어성) : 성인에 대해 통달하고,
六通四辟於帝王之德者(육통사벽어제왕지덕자) : 제왕의 덕에 대해 완전히 트인 사람은
其自爲也(기자위야) : 그 자신을 간수함에 있어서
昧然無不靜者矣(매연무부정자의) : 자욱하며 고요하지 않은 적이 없다.
聖人之靜也(성인지정야) : 성인이 고요한 것은
非曰靜也善(비왈정야선) : 고요한 것이 훌륭하기 때문에
故靜也(고정야) : 그래서 고요한 것이 아니다.
萬物無足以鐃心者(만물무족이뇨심자) : 만물에 그의 몸을 굽힐 수 있는 것이 없기에
故靜也(고정야) : 그래서 고요한 것이다.
水靜則明燭鬚眉(수정칙명촉수미) : 물이 고요하면 눈썹과 수염도 밝게 비추며,
平中準(평중준) : 완전한 수평이 되어
大匠取法焉(대장취법언) : 위대한 목수라 해도 그것을 법도로 삼는다.
水靜猶明(수정유명) : 물이 고요해도 맑은데,
而況精神(이황정신) : 하물며 정신이나
聖人之心靜乎(성인지심정호) : 성인의 마음이 고요하다면 어떻겠는가?
天地之鑑也(천지지감야) : 그것은 하늘과 땅을 비추는 거울이며,
萬物之鏡也(만물지경야) : 만물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부허정념담적막무위자) : 텅 비고 고요하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天地之本(천지지본) : 하늘과 땅의 기준이며
而道德之至(이도덕지지) : 도덕의 본질이다.
故帝王聖人休焉(고제왕성인휴언) : 그러므로 제왕이나 성인은 그런 경지에 머문다.
休則虛(휴칙허) : 거기에 머물면 텅 비게 되고,
虛則實(허칙실) : 텅 비면 모든 것이 차게 되고,
實者備矣(실자비의) : 모든 것이 차면 이치가 생기게 된다.
虛則靜(허칙정) : 텅 비게 되면 고요해지고,
靜則動(정칙동) : 고요해지면 움직이게 되고,
動則得矣(동칙득의) : 움직이면 제대로 되게 된다.
靜則無爲(정칙무위) : 고요하면 곧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無爲也則任事者責矣(무위야칙임사자책의) :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모든 것을 제각기 맡아하고 그 책임을 지게 된다.
無爲則兪兪(무위칙유유)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즐겁게 되어
兪兪者憂患不能處(유유자우환불능처) : 걱정이나 근심이 없게 되어
年壽長矣(년수장의) : 생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부허정념담적막무위자) :
텅 비고 고요하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萬物之本也(만물지본야) : 만물의 근본인 것이다.
明此以南鄕(명차이남향) : 이것을 잘 알고 임금이 되었던 것이
堯之爲君也(요지위군야) : 요임금이 세상을 다스릴 때였다.
明此以北面(명차이북면) : 이것을 잘 알고 임금을 섬겼던 것이
舜之爲臣也(순지위신야) : 순임금이 신하노릇을 할 때였다.
以此處上(이차처상) : 이런 방법으로 윗자리에 처하는 것이
帝王天子之德也(제왕천자지덕야) : 제왕이나 천자의 덕이다.
以此處下(이차처하) : 이런 방법으로 아랫자리에 처하는 것이
玄聖素王之道也(현성소왕지도야) : 현묘한 성인과 왕위에 오르지 않고 왕도를 행한 이의 도이다.
以此退居而閒游(이차퇴거이한유) : 이런 방법으로 물러나 살면서 한가하게 노닐면
則江海山林之士服(칙강해산림지사복) : 강이나 바다나 산림에 숨어사는 선비들이 따를 것이다.
以此進爲而撫世(이차진위이무세) : 이런 방법으로 나아가 세상을 다스린다면
則功大名顯而天下一也(칙공대명현이천하일야) : 공로가 커지고 이름이 드러나며 천하가 통일될 것이다.
靜而聖(정이성) : 고요히 있으면 성인이 되고,
動而王(동이왕) : 움직이면 임금이 된다.
無爲也而尊(무위야이존)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경받고,
樸素而天下莫能與之爭美(박소이천하막능여지쟁미) : 소박한 채로 있어도 천하에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자가 없을 것이다
2.
夫明白於天地之德者(부명백어천지지덕자) : 하늘과 땅의 덕을 분명히 체험하여 얻은 것을
此之謂大本大宗(차지위대본대종) : 이것을 만물의 위대한 근본이라하고. 위대한 조종(祖宗)이라 부르며,
與天和者也(여천화자야) : 이것이 바로 하늘과 조화되는 것이다.
所以均調天下(소이균조천하) : 온 천하를 고르게 다스리고
與人和者也(여인화자야) : 사람들이 화합하게 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與人和者(여인화자) :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
謂之人樂(위지인락) : 이것을 인락(人樂)이라 부르고,
與天和者(여천화자) : 하늘과 조화되는 것
謂之天樂(위지천락) : 이것을 천락(天樂)이라 부른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吾師乎(오사호) : “나의 스승이여
吾師乎(오사호) : 나의 스승이여
?萬物而不爲戾(?만물이불위려) : 도의 조화는 만물을 부숴 버리고도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되지 않고,
澤及萬世而不爲仁(택급만세이불위인) : 은혜와 혜택이 만세에 미치지만 어짊이 되지 않고,
長於上古而不爲壽(장어상고이불위수) : 상고시대부터 살고 있으면서도 장수라 하지 않는다.
覆載天地刻雕衆形而不爲巧(복재천지각조중형이불위교) : 하늘과 땅을 위와 아래에 있게 하고, 만물의 형상을 조각하여 놓고도 교묘하다 하지 않는다.
此之爲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두고 천락이라 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知天樂者(지천락자) : 천락을 아는 사람은
其生也天行(기생야천행) : 천체의 운행과 같고,
其死也物化(기사야물화) : 그의 죽음은 물건의 변화와 같다고 하는 것이다.
靜而與陰同德(정이여음동덕) : 그는 고요히 있을 때에는 음(陰)과 같은 덕을 지니게 되고,
動而與陽同波(동이여양동파) : 움직일 때에는 양(陽)과 같은 율동을 지닌다.
故知天樂者(고지천락자) : 그러므로 천락을 아는 사람은
無天怨(무천원) : 하늘에 대한 원망이 없고,
無人非(무인비) : 사람에 대한 비난이 없고,
無物累(무물루) : 물건에 의한 재난이 없고,
無鬼責(무귀책) : 귀신에 의한 책망이 없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其動也天(기동야천) : 그가 움직이는 것은 하늘과 같고
其靜也地(기정야지) : 그가 고요히 있는 것은 땅과 같다.
一心定而天地正(일심정이천지정) : 한결같은 마음으로 안정되어 천하를 다스린다.
其魄不崇(기백불숭) : 따라서 귀신도 그에게 화를 입히지 못하고,
其魂不疲(기혼불피) : 영혼은 지치는 일이 없다.
一心定而萬物服(일심정이만물복) : 한결같이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서 만물이 복종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言以虛靜推於天地(언이허정추어천지) : 그것은 텅 비고 고요함으로 하늘과 땅을 미루어 이해하고
通於萬物(통어만물) : 만물의 이치에 통달함을 뜻하는 것이다.
此之謂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천락이라 말하는 것이다.
天樂者(천락자) : 천락이라는 것은
聖人之心(성인지심) : 성인의 마음으로
以畜天下也(이축천하야) : 천하를 양육하는 것이다
夫帝王之德(부제왕지덕) : 제왕의 덕은
以天地爲宗(이천지위종) : 하늘과 땅을 조상으로 삼고
以道德爲主(이도덕위주) : 도와 덕을 주인으로 하며,
以無爲爲常(이무위위상) : 무위를 법도로 삼는다.
無爲也(무위야) : 무위란
則用天下而有餘(칙용천하이유여) : 천하를 다스리는데 쓰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有爲也(유위야) : 유위란
則爲天下用而不足(칙위천하용이불족) : 천하를 위해 쓰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故古之人貴夫無爲也(고고지인귀부무위야) : 그러므로 옛날 사람들은 무위라는 것을 귀중히 여겼었다.
上無爲也(상무위야) : 임금이 무위이고
下亦無爲也(하역무위야) : 백성 또한 무위라면
是下與上同德(시하여상동덕) : 그것은 백성들과 임금이 같은 덕을 지닌 것이다.
下與上同德則不臣(하여상동덕칙불신) : 백성들이 임금과 같은 덕을 지니게 되면 신하노릇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下有爲也(하유위야) : 백성들이 유위한데
上亦有爲也(상역유위야) : 임금도 역시 유위하다면
是上與下同德(시상여하동덕) : 이것은 백성과 임금이 같은 도를 지키는 것이 된다.
上與下同德則不主(상여하동덕칙불주) : 임금과 백성이 같은 도를 지키면 임금노릇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上必無爲而用天下(상필무위이용천하) : 임금은 반드시 무위로써 천하를 다스리고,
下必有爲爲天下用(하필유위위천하용) : 백성들은 반드시 유위로써 천하를 위해 쓰이는 것,
此不亦之道也(차불역지도야) :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도인 것이다
故古之王天下者(고고지왕천하자) : 옛날에 천하를 다스리던 임금은
知雖落天地(지수락천지) : 지혜가 비록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 넓다 해도
不自慮也(불자려야) :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辯雖彫萬物(변수조만물) : 말재주가 비록 만물을 두루 변호할 만하다 해도
不自說也(불자설야) : 스스로 말하지는 않았다.
能雖窮海內(능수궁해내) : 능력이 비록 온 세상에서 으뜸이라 해도
不自爲也(불자위야) : 스스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天不産而萬物化(천불산이만물화) : 하늘이 생산하지 않아도 만물은 변화하고,
地不長而萬物育(지불장이만물육) : 땅이 생장시키지 않아도 만물은 자라나며,
帝王無爲而天下功(제왕무위이천하공) : 제왕은 무위하여도 천하는 다스려지는 것이다.
故曰莫信於天(고왈막신어천) : 그러므로 하늘보다 신묘한 것은 없고,
莫富於地(막부어지) : 땅보다 더 풍부한 것은 없고,
莫大於帝王(막대어제왕) : 제왕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故曰帝王之德配天地(고왈제왕지덕배천지) : 그러므로 제왕의 덕은 하늘과 땅의 짝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此乘天地(차승천지) : 이것이 하늘과 땅을 타고서
馳萬物(치만물) : 만물을 달리게 하며
而用人羣之道也(이용인군지도야) : 사람들을 부려쓰는 도인 것이다.
本在於上(본재어상) : 근본은 위에 있고
末在於下(말재어하) : 말단은 아래에 있다.
要在於主(요재어주) : 요점은 임금에게 있고,
詳在於臣(상재어신) : 자세한 것은 신하들에게 있다.
三軍五兵之運(삼군오병지운) : 삼군과 여러 가지 무기의 사용은
德之末也(덕지말야) : 덕의 말단이다.
賞罰利害(상벌리해) : 상과 벌과 이익과 손해와
五刑之辟(오형지벽) : 다섯 가지 형벌에 관한 법은
敎之末也(교지말야) : 교화의 말단이다.
禮法度數(예법도수) : 예의와 제도와
形名比詳(형명비상) : 형식과 명칭 및 자세한 비교는
治之末也(치지말야) : 다스림의 말단이다.
鐘鼓之音(종고지음) : 종과 북과 소리 및
羽旄之容(우모지용) : 새의 깃과 소의 꼬리를 들고 추는 춤은
樂之末也(악지말야) : 음악의 말단들이다.
哭泣衰絰(곡읍쇠질) : 곡하고 울면서
隆殺之服(융살지복) : 여러 가지 상복을 입는 것은
哀之末也(애지말야) : 슬픔의 말단이다.
此五末者(차오말자) : 이 다섯 가지 말단적인 것은
須精神之運(수정신지운) : 반드시 정신의 작용이나
心術之動(심술지동) : 마음과 지혜의 활동이 있은 뒤
然後從之者也(연후종지자야) : 그에 따라 써야 하는 것이다.
末學者(말학자) : 말단적인 학문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도 지니고 있었으나
而非所以先也(이비소이선야) : 그것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君先而臣從(군선이신종) : 임금이 앞서면 신하가 따라간다.
父先而子從(부선이자종) : 아버지가 앞서면 자식이 따라간다.
兄先而弟從(형선이제종) : 형이 앞서면 아우가 따라간다.
長先而小從(장선이소종) : 어른이 앞서면 어린이가 따라간다.
男先而女從(남선이여종) : 남자가 앞서면 여자가 따라간다.
夫先而婦從(부선이부종) : 남편이 앞서면 부인이 따라간다.
夫尊卑先後(부존비선후) : 모든 높고 낮은 것과 앞서고 뒤서는 것은
天地之行也(천지지행야) : 하늘과 땅의 운행에 의한 것이다.
故聖人聚象焉(고성인취상언) : 그러므로 성인들은 그 모양을 본뜬 것이다.
天尊地卑(천존지비) :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것은
神明之位也(신명지위야) : 천지의 신명의 위치인 것이다.
春夏先(춘하선) : 봄과 여름이 앞서고
秋冬後(추동후) : 가을과 겨울이 뒤따르는 것은
四時之序也(사시지서야) : 사계절의 질서인 것이다.
萬物化作(만물화작) : 만물이 변화하는데 있어서
萌區有狀(맹구유상) : 펴지고 굽어지는 모양의 차별이 있고,
盛衰之殺(성쇠지살) : 성해지고 쇠해지는 단계가 있는데
變化之流也(변화지류야) : 그것이 변화의 양상인 것이다.
夫天地至神(부천지지신) : 하늘과 땅은 지극히 신령스러운 것인데도
而有尊卑先後之序(이유존비선후지서) : 높고 낮고 앞서고 뒤서는 순서가 있는데
而況人道乎(이황인도호) : 하물며 사람의 도에 없을 수 있겠는가?
宗廟尙親(종묘상친) : 종묘에서는 가까운 친척이 받들어지고,
朝廷尙尊(조정상존) : 조정에서는 지위 높은 사람이 받들어지고,
鄕黨尙齒(향당상치) : 마을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받들어지고,
行事尙賢(행사상현) :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현명한 사람이 받들어지는데
大道之序也(대도지서야) : 이것이 위대한 도의 질서인 것이다.
語道而非其序者(어도이비기서자) : 도를 얘기하면서도 그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은
非其道也(비기도야) : 참된 도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語道而非其道者(어도이비기도자) : 도를 얘기하면서도 참된 도가 못된다면
安取道(안취도) : 어디에서 참된 도를 가져오겠는가?
是故古之明大道者(시고고지명대도자) : 그러므로 옛날에 위대한 도를 밝히던 사람들은
先明天而道德次之(선명천이도덕차지) : 먼저 하늘의 도를 밝히고 도와 덕을 그 다음에 밝혔다.
道德已明而仁義次之(도덕이명이인의차지) : 도와 덕이 밝혀진 뒤에는 어짊과 의로움이 그 뒤를 따랐다.
仁義已明而分守次之(인의이명이분수차지) : 어짊과 의로움이 밝혀진 뒤에는 분수가 그 다음에 따랐다.
分守已明而形名次之(분수이명이형명차지) : 자기 분수가 밝혀진 뒤에는 형체와 명칭이 다음에 따랐다.
形名已明而因任次之(형명이명이인임차지) : 형체와 명칭이 밝혀진 뒤에는 일에 따른 책임이 그 다음에 따랐다.
因任已明而原省次之(인임이명이원성차지) : 일에 대한 책임이 밝혀진 뒤에는 살피고 생각하는 일이 그 다음에 따랐다.
原省已明而是非次之(원성이명이시비차지) : 살피고 생각하는 일이 밝혀진 뒤에는 옳고 그른 판단이 그 다음에 따랐다.
是非已明而賞罰次之(시비이명이상벌차지) : 옳고 그른 판단이 밝혀진 뒤에는 상과 벌이 그 다음에 따랐다.
賞罰已明而愚知處宜(상벌이명이우지처의) : 상과 벌이 밝혀진 뒤에는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 처하게 되고,
貴賤履位(귀천리위) :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仁賢不肖襲情(인현불초습정) :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모두가 자기 본성대로 살아가고,
必分其能(필분기능) : 반드시 자기 능력에 따른 할 일을 지키고,
必由其名(필유기명) : 반드시 형식과 내용이 들어맞았다.
以此事上(이차사상) : 이런 방법으로 임금을 섬겼고,
以此畜下(이차축하) : 이런 방법으로 백성을 양육했다.
以此治物(이차치물) : 이런 방법으로 만물을 다스렸고,
以此修身(이차수신) :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닦았다.
知謀不用(지모불용) : 지혜와 계책을 쓰지 않아도
必歸其天(필귀기천) : 반드시 천연으로 되돌아 갔다.
此之謂大平(차지위대평) : 이것을 두고 태평이라 말하는 것이니,
治之至也(치지지야) : 다스림의 극치이다
故書曰(고서왈) : 옛 글에 이르기를
有形有名(유형유명) : 형체가 있으면 명칭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形名者(형명자) : 형체와 명칭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에게도 있었지만
而非所以先也(이비소이선야) : 내세웠던 것은 아니었다.
古之語大道者(고지어대도자) : 옛날의 위대한 도를 얘기하던 사람들은
五變而形名可擧(오변이형명가거) : 다섯 번째로 형체와 명칭을 들었었고,
九變而賞罰可言也(구변이상벌가언야) : 아홉 번째로 상과 벌을 말하고 있었다.
驟而語形名(취이어형명) : 갑자기 형체와 명칭을 얘기해도
不知其本也(불지기본야) : 그 근본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驟而語賞罰(취이어상벌) : 갑자기 상과 벌을 얘기한다면
不知其始也(불지기시야) : 그 시작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倒道而言(도도이언) : 도를 거꾸로 얘기하고,
迕道而說者(오도이설자) : 도에 어긋나게 논하는 사람은
人之所治也(인지소치야) : 남에게 다스림을 받아야할 사람이니,
安能治人(안능치인) : 어찌 남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驟而語形名賞罰(취이어형명상벌) : 갑자기 형체와 명칭이나 상과 벌을 얘기한다면
此有知治之具(차유지치지구) : 정치의 수단에 대해서는 알 수 있겠지만
非知治之道(비지치지도) : 정치의 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可用於天下(가용어천하) : 천하에 그가 쓰여질 수는 있겠지만
不足以用天下(부족이용천하) : 그를 천하를 다스리는 데 쓰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此之謂辯士(차지위변사) : 이런 사람을 두고 변사로서
一曲之人也(일곡지인야) : 한가지 재주만 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
禮法數度(예법수도) : 예의 제도와
形名比詳(형명비상) : 형체와 명분 및 자세히 살펴 비교하는 일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에게도 있었다.
此下之所以事上(차하지소이사상) : 이것은 아래 백성들이 임금을 섬기는 방법이지,
非上之所以畜下也(비상지소이축하야) : 임금이 백성들을 양육하는 방법은 아니다
3.
昔者舜問於堯曰(석자순문어요왈) : 순이 요임금에게 물었다.
天王之用心何如(천왕지용심하여) : “천자는 마음을 어떤 곳에 써야 합니까?”
堯曰(요왈) : 요임금이 말했다.
吾不敖無告(오불오무고) : “나는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에게 오만하지 않고,
不廢窮民(불폐궁민) : 궁한 백성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苦死者(고사자) : 죽은 사람을 가슴 아파하고,
嘉孺子而哀婦人(가유자이애부인) : 어린 고아들은 돌보아주고, 과부들은 가엾게 여겨주었습니다.
此吾所以用心已(차오소이용심이) : 이것이 내가 마음을 쓴 일들입니다.”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美則美矣(미칙미의) : “훌륭하기는 하지만
而未大也(이미대야) : 위대하지는 못하십니다.”
堯曰(요왈) : 요임금이 물었다.
然則何如(연칙하여)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天德而土寧日月照而四時行(천덕이토녕일월조이사시행) : “하늘의 덕이 있으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해와 달이 제대로 비추면 사철이 올바르게 바뀝니다.
若晝夜之有經(약주야지유경) : 낮과 밤의 법도가 있고
雲行而雨施矣(운행이우시의) :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됩니다.”
堯曰(요왈) : 요임금이 말했다.
膠膠擾擾乎(교교요요호) : “나는 사물에 집착하여 번거롭게 했습니다.
子天之合也(자천지합야) : 당신의 덕은 하늘과 합치되고,
我人之合也(아인지합야) : 내 덕은 사람에게 합치된 것입니다.”
夫天地者(부천지자) : 하늘과 땅은
古之所大也(고지소대야) : 옛부터 위대하다고 받든 것이며,
而皇帝堯舜之所共美也(이황제요순지소공미야) : 황제와 요임금, 순임금이 다 같이 훌륭히 여겼던 것이다.
故古之王天下者(고고지왕천하자) : 그러므로 옛날의 천하를 다스리던
奚爲哉(해위재) : 사람들은 무엇을 했던가
天地而已矣(천지이이의) : 하늘과 땅을 따를 뿐이었다
4.
孔子西藏書於周室(공자서장서어주실) : 공자가 서쪽 주나라 왕실 서고에 책을 넣어두려 했다.
子路謀曰(자로모왈) : 자로가 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由聞周之徵藏史有老聃者(유문주지징장사유노담자) : “제가 듣기에 주나라의 서고를 관리하던 노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免而歸居(면이귀거) : 지금은 그만두고 돌아가 집에 살고 있다 합니다.
夫子欲藏書(부자욕장서) : 선생님께서 책을 넣어 두시려면
則試往因焉(칙시왕인언) : 가셔서 부탁을 해보십시오.”
孔子曰善(공자왈선) : 공자가 이르기를, “좋은 생각이다.”
往見老聃(왕견노담) : 그리고 가서 노담을 만났으나
而老聃不許(이노담불허) : 청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於是繙六經以說(어시번육경이설) : 그래서 공자는 십이경을 펼쳐 놓고서 설명을 했다.
老聃中其說(노담중기설) : 노담은 그의 설명에 동의했다
曰大謾(왈대만) : 노자가 이르기를, “너무 장황합니다.
願聞其要(원문기요) : 요점만 말해주십시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要在仁義(요재인의) : “요점은 어짊과 의로움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仁義(인의) : “어짊과 의로움은
人之性邪(인지성사) : 사람의 본성입니까?”
孔子曰然(공자왈연) : 공자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君子不仁則不成(군자불인칙불성) : 군자는 어짊이 아니면 이룩되지 않고,
不義則不生(불의칙불생) : 의로움이 아니면 살아가지 못합니다.
仁義眞人之性也(인의진인지성야) : 어짊과 의로움은 참된 사람의 본질입니다.
又將奚爲矣(우장해위의) : 그밖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건데
何謂仁義(하위인의) : 무엇을 어짊과 의로움이라 하는 것입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中心物愷兼愛無私(중심물개겸애무사) : “마음속은 부드럽고 사사로움이 없이 모두 서로 사랑하는 것,
此仁義之情也(차인의지정야) : 이것이 어짊과 의로움의 진실한 모습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意幾乎後言(의기호후언) : “뒤에 하신 말씀은 더욱 위험합니다.
夫兼愛(부겸애) : 모두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不亦迂乎(불역우호) :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無私焉(무사언) : 사사로움이 없다는 것이
乃私也(내사야) : 바로 사사로움입니다.
夫子若欲使天下無失其牧乎(부자약욕사천하무실기목호) : 선생은 온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생육을 잃지 않도록 하고자 하십니까?
則天地固有常矣(칙천지고유상의) : 그렇다면, 하늘과 땅에도 본래부터 법도가 있고,
日月固有明矣(일월고유명의) : 해와 달에도 본래부터 광명이 있고,
星辰固有列矣(성신고유열의) : 별과 성좌에도 본래부터 배열이 있고,
禽獸固有群矣(금수고유군의) : 새와 짐승들에게도 본래부터 무리가 있고,
樹木固有立矣(수목고유립의) : 나무에게는 본래부터 서서 자라는 본성이 있습니다.
夫子亦放德而行(부자역방덕이행) : 선생도 그런 자연의 덕을 본받아 행하시고,
循道而趨(순도이추) : 자연의 도를 따라 나아간다면
已至矣(이지의) : 이미 목적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又何偈偈乎揭仁義(우하게게호게인의) : 무엇 때문에 어짊과 의로움을 애써 들고 나와
若擊鼓而求亡子焉(약격고이구망자언) : 북을 치고 다니면서 잃어버린 자식을 찾듯 하십니까?
意夫子亂人之性也(의부자란인지성야) : 선생은 사람들의 본성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5.
士成綺見老子而問曰(사성기견노자이문왈) : 사성기가 노자를 찾아가서 물었다.
吾聞夫子聖人也(오문부자성인야) : “저는 선생님이 성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吾固不辭遠道而來願見(오고불사원도이래원견) : 그래서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뵙고자 했습니다.
百舍重趼而不敢息(백사중견이불감식) : 백 날을 여관에서 묵고, 발에는 물집이 겹으로 생겼어도 오는 길을 쉬지 않았습니다.
今吾觀子(금오관자) : 그러나 선생님을 뵙고 보니
非聖人也(비성인야) : 성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鼠壤有餘蔬(서양유여소) : 쥐 굴 앞에도 남은 곡식이 있는 법인데,
而棄妹之者(이기매지자) : 어리석은 사람들을 버려 두고 길러주지 않는 것은
不仁也(불인야) : 어짊이 아닙니다.
生熟不盡於前(생숙부진어전) : 날것이나 삶은 것이 눈앞에 무진장인데도
而積斂無崖(이적렴무애) : 한없이 긁어모아 쌓고만 있습니다.”
勞資漠然不應(로자막연불응) : 노자는 모르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士成綺明日復見曰(사성기명일부견왈) : 사성기가 다음날 다시 찾아와서 말했다.
昔者(석자) : “어제는
吾有刺於子(오유자어자) : 선생님을 공격했었는데
今吾心正却矣(금오심정각의) : 오늘은 마음이 달라졌으니
何故也(하고야) :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夫巧知神聖之人(부교지신성지인) : “교묘한 지혜를 지닌 신성한 사람의 경지를
吾自以爲脫焉(오자이위탈언) : 나는 스스로 초탈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昔者子呼我牛也而謂之牛(석자자호아우야이위지우) : 전에 당신이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나는 소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呼我馬也而謂之馬(호아마야이위지마) :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苟有其實(구유기실) : 진실로 그런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人與之名而弗受(인여지명이불수) : 그에게 명칭을 붙여주는데 받지 않는다면
再受其殃(재수기앙) : 거듭 그 재액을 받게 될 것입니다.
吾服也恒服(오복야항복) : 나의 행동은 언제나 같은 행위입니다.
吾非以服有服(오비이복유복) : 나는 어떤 행위를 위해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士成綺雁行避影(사성기안행피영) : 사성기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노자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고 애썼다.
履行遂進而問(이행수진이문) : 그리고 신을 신은 채로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묻기를
修身若何(수신약하) : “몸을 닦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하였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는 말했다.
而容崖然(이용애연) : “당신의 얼굴은 돋보이고,
而目衝然(이목충연) : 눈은 번들번들하며,
而顙頮然(이상회연) : 이마는 넓고,
而口鬫然(이구함연) : 입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而狀義然(이상의연) : 몸집은 훤칠한데,
似繫馬而止也(사계마이지야) : 뛰려는 말을 묶어 놓은 듯합니다.
動而持(동이지) : 행동은 의젓하고
發也機(발야기) : 움직임은 쇠뇌를 퉁긴 것처럼 빠르고,
察而審(찰이심) : 일을 잘 살펴 자세히 알며,
知巧而覩於泰(지교이도어태) : 지혜 있고 교묘하며, 오만한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凡以爲不信(범이위불신) : 이런 것이 성실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邊竟有人焉(변경유인언) : 변경에 사는 사는데
其名爲竊(기명위절) : 명분은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6.
夫子曰(부자왈) : 노자가 말했다.
夫道(부도) : “도는
於大不終(어대부종) : 크기로는 끝이 없고,
於小不遺(어소불유) : 작기로는 없는 곳이 없어
故萬物備(고만물비) : 세상 만물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廣廣乎其無不容也(광광호기무불용야) : 그 넓이는 한없이 넓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淵淵乎其不可測也(연연호기불가측야) : 그 깊이는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形德仁義(형덕인의) : 덕을 어짊과 의로움으로 표현하는 것은
神之末也(신지말야) : 정신의 말초적인 일이다.
非至人孰能定之(비지인숙능정지) : 그런 것이야 지극한 사람이 아니면 그 누가 결정지을 수 있겠는가
夫至人有世(부지인유세) : 지극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不亦大乎(불역대호) : 역시 위대한 일이 아니겠는가
而不足以爲之累(이부족이위지루) : 그러나 그런 일 때문에 자기에게 장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天下奮棅而不與之偕(천하분병이불여지해) : 온 천하가 권세를 두고 다툰다 해도 그는 거기에 끼여들지 않는다.
審乎無假而不與利遷(심호무가이불여리천) : 도란 의지하는 것이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익을 따라 뒤쫓지 않는다.
極物之眞(극물지진) : 만물의 참됨을 추구하며
能守其本(능수기본) : 그의 근본을 잘 지킨다.
故外天地(고외천지) : 그러므로 하늘과 땅을 도외시하고
遺萬物(유만물) : 만물을 잊으면
而神未嘗有所困也(이신미상유소곤야) : 그의 정신은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通乎道(통호도) : 도에 통하고
合乎德(합호덕) : 덕에 합해지며
退仁義(퇴인의) : 어짊과 의로움을 물리치고
賓禮樂(빈예악) : 예의와 음악을 멀리한다.
至人之心有所定矣(지인지심유소정의) : 그래서 지극한 사람의 마음은 안정됨이 있게 되는 것이다.
7.
世之所貴道者書也(세지소귀도자서야) : 도를 배울 때 세상에서 귀중히 여기는 것은 글이다.
書不過語(서불과어) : 글이란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語有貴也(어유귀야) : 말이 귀중한 것이 된다.
語之所貴者意也(어지소귀자의야) : 말이 귀중한 것은 뜻이 있기 때문인데,
意有所隨(의유소수) : 뜻이란 추구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意之所隨者(의지소수자) : 뜻이 추구하는 것은
不可以言傳也(불가이언전야) : 말로는 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而世因貴言傳書(이세인귀언전서) :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그 때문에 말을 귀중히 여기며 글을 전한다.
世雖貴之(세수귀지) : 세상에서는 비록 그것들을 귀중히 여기지만
我猶不足貴也(아유부족귀야) : 나는 오히려 귀중히 여길 것이 못된다.
爲其貴非其貴也(위기귀비기귀야) : 세상에서 귀중히 여기는 것은 귀중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故視而可見者(고시이가견자) :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形與色也(형여색야) : 형체와 색깔이다.
聽而可聞者(청이가문자) :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名與聲也(명여성야) : 명칭과 소리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人以形色名聲爲足以得彼之情(세인이형색명성위족이득피지정) : 세상사람들은 그 형체와 색깔과 명칭과 소리로 그것들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夫形色名聲果不足以得彼之情(부형색명성과부족이득피지정) : 형체와 색깔과 명칭과 소리로는 절대로 그것들의 진실을 파악할 수 없다.
則知者不言(칙지자불언) : 게다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부지) :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고 있으니
而世豈識之哉(이세기식지재) : 어떻게 그것들을 알 수 있겠는가
8.
桓公讀書於堂上(환공독서어당상) :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輪扁斲輪於堂下(륜편착륜어당하) : 뜰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던 목수가
釋椎鑿而上(석추착이상) :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問桓公曰(문환공왈) : 환공에게 물었다.
敢問(감문) : 감히 묻습니다
公之所讀者何言邪(공지소독자하언사) :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聖人之言也(성인지언야) : “성인의 말씀이시다.”
曰聖人在乎(왈성인재호) : “성인은 살아 계신 분입니까?”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已死矣(이사의) :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曰然則君之所讀者(왈연칙군지소독자) :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故人之糟魄已夫(고인지조백이부) :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寡人讀書(과인독서) :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에 대해
輪人安得議乎(륜인안득의호) : 수레바퀴나 만드는 자가 어찌 거론하느냐
有說則可(유설칙가) : 올바른 근거가 있으면 모르지만
無說則死(무설칙사) : 그렇지 않다면 죽여버리겠다.”
輪扁曰(윤편왈) : 목수는 말했다
臣也以臣之事觀之(신야이신지사관지) : “저는 제가 하는 일로 미루어 그 일도 관찰한 것입니다.
斲輪(착륜) : 수레바퀴를 깎을 때,
徐則甘而不固(서칙감이불고) : 늦추어 깎으면 헐렁해지나 견고하게 되지 않고,
疾則苦而不入(질칙고이불입) : 꼼꼼히 깎으면 빠듯해져소 들어맞지 않습니다.
不徐不疾(불서불질) : 엉성하지도 않고 꼼꼼하지도 않게 하는 것은
得之於手而應於心(득지어수이응어심) : 손의 감각에 의해 마음의 호응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口不能言(구불능언) : 입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有數存焉於其間(유수존언어기간) : 거기에 법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臣不能以喩臣之子(신불능이유신지자) :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고,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신지자역불능수지어신) : 저의 아들은 그것을 저에게 배울 수가 없습니다.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시이행년칠십이노착륜) : 그래서 나이 칠십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古之人與其不可傳也死矣(고지인여기불가전야사의) : 옛날 사람과 그의 전할 수 없는 정신은 함께 죽어버린 것입니다.
然則君之所讀者(연칙군지소독자) :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故人之糟魄已夫(고인지조백이부) :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것입니다.”
天運
1.
天其運乎(천기운호) : “하늘은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地其處乎(지기처호) : 땅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인가?
日月其爭於所乎(일월기쟁어소호) : 해와 달은 서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인가?
孰主張是(숙주장시) : 누가 이것들을 주관하는가?
孰維綱是(숙유강시) : 누가 이것들을 질서 있게 유지하는가?
孰居無事而推行是(숙거무사이추행시) : 누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이것들을 밀어 그렇게 되게 하는가?
意者其有機緘而不得已邪(의자기유기함이부득이사) : 생각하기에 땅은 틀로 묶여 있어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인가?
意者其運轉而不能自止邪(의자기운전이불능자지사) : 생각하기에 하늘은 움직이며 돌아서 스스로 멈출 수도 없게 되어 있는 것인가?
雲者爲雨乎(운자위우호) : 구름이 비를 오게 하는가?
雨者爲雲乎(우자위운호) : 비가 구름을 만드는가?
孰隆施是(숙륭시시) : 누가 구름이 일고 비를 내리게 하는가?
孰居無事淫樂而勸是(숙거무사음락이권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재미로 그렇게 추진하는가?
風起北方(풍기북방) : 바람은 북쪽에서 생겨나서
一西一東(일서일동) : 서쪽으로 불었다 동쪽으로 불었다 하기도 하며,
在上彷徨(재상방황) : 위쪽으로 불면서 빙빙 돌기도 한다.
孰噓吸是(숙허흡시) : 누가 바람을 불고 마시고 하는 것일까?
孰居無事而披拂是(숙거무사이피불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바람을 부채질하는가?
敢問何故(감문하고) : 감히 왜 그런지 알고 싶다.”
巫咸祒曰(무함초왈) : 무함이 말했다.
來吾語女(래오어여) : “내가 말해드리지요.
天有六極五常(천유육극오상) : 하늘에는 육극(六極)과 오상(五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帝王順之則治(제왕순지칙치) : 제왕이 이것을 따르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逆之則凶(역지칙흉) : 이것을 거스르면 흉해지는 것입니다.
九洛之事(구락지사) : 구주(九疇)와 낙서(洛書)에 기록된 것을 보면,
治成德備(치성덕비) : 정치가 완성되고 덕이 갖추어지면
監照下土(감조하토) : 온 세상을 햇볕처럼 비추게 되어,
天下戴之(천하대지) : 세상사람들은 그 임금을 떠받들게 되는데,
此謂上皇(차위상황) : 이런 분을 상황(上皇)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2.
商大宰蕩問仁於莊子(상대재탕문인어장자) : 상나라 태재인 탕이 장자에게 어짊에 대해서 물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虎狼仁也(호랑인야) :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것이 어짊입니다.”
曰何謂也(왈하위야) : 탕이 묻기를, “어째서 그렇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父子相親(부자상친) : “아비와 새끼가 서로 친한데
何爲不仁(하위불인) : 어찌 어질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曰請問至仁(왈청문지인) : 탕이 말하기를, “지극한 어짊은 어떤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至仁無親(지인무친) : “지극한 어짊에는 친함이 없습니다.”
大宰曰(대재왈) : 탕이 말했다.
蕩聞之(탕문지) : “제가 듣기로는 친
無親則不愛(무친칙불애) : 함이 없다면 사랑하지도 않고,
不愛則不孝(불애칙불효) : 사랑하지 않으면 효성스러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謂至仁不孝可乎(위지인불효가호) : 지극한 어짊은 효성스럽지 않은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夫至仁尙矣(부지인상의) : 지극한 어짊이란 고상한 것이어서
孝固不足以言之(효고부족이언지) : 효성으로 그것을 말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此非過孝之言也(차비과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보다 뛰어난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不及孝之言也(불급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夫南行者至於郢(부남행자지어영) : 남쪽으로 가는 사람이 영땅에 이르러
北面而不見冥山(북면이불견명산) : 북쪽을 바라보면 명산(冥山)은 보이지 않습니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則去之遠也(칙거지원야) : 멀리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以敬孝易(이경효이) : 「공경함으로 효도를 하는 것은 쉽지만
以愛孝難(이애효난) : 사랑으로 효도를 하기는 어렵다.
以愛孝易(이애효이) :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以忘親難(이망친난) : 어버이를 잊고 스스로 효도하기는 어렵다
忘親易(망친이) : 어버이를 잊기는 쉬우나
使親忘我難(사친망아난) :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다.
使親忘我易(사친망아역) : 어버이로 하여금 자기를 잊게 하기는 쉽지만
兼忘天下難(겸망천하난) : 천하를 모두 잊기는 어렵다. .
兼忘天下易(겸망천하역) : 천하를 모두 잊는 것은 쉽지만
使天下兼忘我難(사천하겸망아난) : 천하로 하여금 나를 모두 잊게 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夫德遺堯舜而不爲也(부덕유요순이불위야) : 그의 덕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잊고 그들이 한 것과 같은 일도 하지 않고,
利澤施於萬世(리택시어만세) : 이익과 은혜와 혜택이 오래도록 베풀어지게 하는데도
天下莫知也(천하막지야) : 천하에서는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豈直太息而言仁孝乎哉(기직태식이언인효호재) : 어찌 크게 한숨지으며 어짊과 효성만을 얘기하겠습니까?
夫孝悌仁義(부효제인의) : 효도와 공경과 어짊과 의로움이나
忠信貞廉(충신정렴) : 충성과 신용과 정절과 청렴 같은 것은
此皆自勉以役其德者也(차개자면이역기덕자야) : 모두가 스스로 힘씀으로써 자기의 덕을 부려먹는 것들이어서
不足多也(부족다야) : 존귀한 것이 못됩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르르
至貴(지귀) : 지극히 존귀한 사람은
國爵竝焉(국작병언) : 나라의 벼슬도 버리고,
至富(지부) : 지극한 부자는
國財竝焉(국재병언) : 나라의 재물도 물리치고,
至顯(지현) : 지극한 소망을 얻은 사람은
名譽竝焉(명예병언) : 명예도 물리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是以道不渝(시이도불투) : 그래서 도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北門成問於皇帝曰(북문성문어황제왈) : 북문성이 황제에게 물었다.
帝張咸池之樂於洞庭之野(제장함지지락어동정지야) : “임금님께서는 함지의 음악을 동정의 들에서 연주하셨는데,
吾始聞之懼(오시문지구) : 저는 처음 듣고는 두려움을 느꼈고,
復聞之怠(부문지태) : 다시 듣고는 권태를 느꼈고,
卒聞之而惑(졸문지이혹) : 마지막으로 듣고는 미혹되어 버렸습니다.
蕩蕩黙黙(탕탕묵묵) : 밋밋하고 멍멍해서 ”
乃不自得(내부자득) : 스스로를 어쩔 수도 없었습니다.
帝曰(제왈) : 황제가 말했다.
汝殆其然哉(여태기연재) : “당신에게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吾奏之以人(오주지이인) : 나는 음악을 연주함에는 사람의 마음을 따르고,
徵之以天(징지이천) : 악기를 연주함에는 하늘의 기후를 쫓아 고루었다
行之以禮義(행지이례의) : 음악을 진행시킴에는 예의를 따르고,
建之以太淸(건지이태청) : 음악을 조화시킴에는 하늘의 지극한 도를 따릅니다.
四時迭起(사시질기) : 사시가 서로 바뀌어 일어나고 고루어졌던 것이다
萬物循生(만물순생) : 만물이 서로 쫓아 생겨나는 것 같아서
一盛一衰(일성일쇠) : 한 번 성하고 한 번 쇠할 때
文武倫經(문무륜경) : 문과 무는 차례를 얻었고
一淸一濁(일청일탁) : 한 번 맑았다가 한 번 흐릴 때
陰陽調和(음양조화) : 음과 양은 고루어졌던 것입니다
流光其聲(류광기성) : 그 소리를 빛나고 우렁찬게 했을 때에는
蟄蟲始作(칩충시작) : 마치 땅 속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吾驚之以雷霆(오경지이뢰정) : 우뢰 소리로써 놀라게 하는 것과 같이 했던 것이다
其卒無尾(기졸무미) : 또 문득 그치어도 꼬리가 없고
其始無首(기시무수) : 문득 시작해도 머리가 없어서
一死一生(일사일생) : 한 소리가 죽으면 한 소리는 살아나고
一僨一起(일분일기) : 한 소리가 엎드리면 한 소리는 일어나서
所常無窮(소상무궁) :이렇게 끝없는 변화가 끊이지 않았었다
而一不可待(이일불가대) : 그래서 그것이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찾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다.
汝故懼也(여고구야) : 그러므로 네가 처음에는 두려워했던 것이다
吾又奏之以陰陽之和(오우주지이음양지화) : 나는 또 그 음악을 음양의 조화와
燭之以日月之明(촉지이일월지명) : 일월의 광명으로 탔던 것이다
其聲能短能長(기성능단능장) : 그래서 짧을 데에는 짧게 길 데에는 길게 하며
能柔能剛(능유능강) : 부드러울 데에는 부드럽게 거셀 데에는 거세게 해서
變化齊一(변화제일) : 변화가 한결같이 가락에 맞아 한 가지도 되풀이함이 없이
不主故常(부주고상) : 갈수록 새로웠던 것이다
在谷滿谷(재곡만곡) : 골짝에 있으면 골짝에 차고
在阬滿阬(재갱만갱) : 구덩이에 있으면 구덩이에 찼었다
塗却守神(도각수신) : 그때 나는 모든 생각을 떨어 버리고
以物爲量(이물위량) : 오직 한 가지 정신을 지켜 물을 따라서 그 양을 삼았기 때문에
其聲揮綽(기성휘작) : 그 소리는 굽이쳐 넉넉했고
其名高明(기명고명) : 그 가락은 높고 밝았던 것이다
是故鬼神守其幽(시고귀신수기유) : 그러므로 귀신도 그 그윽한 자리를 지켜 나오지 않고
日月星辰行其紀(일월성신행기기) : 일월과 성진도 그 궤도를 따라 어지럽지 않았으니
吾止之於有窮(오지지어유궁) : 이것은 내가 반드시 그쳐야 할 자리에서 그치고
流之於無止(류지어무지) : 이어가야 할 곳에서 이어갔기 때문이다
子欲慮之而不能知也(자욕려지이불능지야) : 그러므로 그대는 생각을 보고자 해도 알지 못하고
望之而不能見也(망지이불능견야) : 바라보고자 해도 보지 못하며
遂之而不能及也(수지이불능급야) : 따라가고자 해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儻然立於四虛之道(당연립어사허지도) : 이때 나는 혼자 우두커니 허공의 빈 길에 서서
倚於槁梧而吟(의어고오이음) : 책상에 기대어 읊조리는 것이다
心窮乎所欲知(심궁호소욕지) : 내 마음은 알고자 하나 하나 부정없었고
目窮乎所欲見(목궁호소욕견) : 내 눈은 보고자 하나 부정없었고내
力屈乎所欲逐(력굴호소욕축) : 힘은 따르고자 하나 그만 꺾이어
吾旣不及已夫(오기불급이부) : 나는 끝내 미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形充空虛(형충공허) : 자기 형체가 공허한 세계로 채워지며
乃至委蛇(내지위사) : 나는 그만 기운이 풀리어
汝委蛇(여위사) : 되는대로 맡겨 두었던 것이다
故怠(고태) : 때문에 권태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吾又奏之以無怠之聲(오우주지이무태지성) : 나는 또한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권태로움이 없는 소리를 사용하였고,
調之以自然之命(조지이자연지명) : 그것을 조화시킴에 있어서 자연의 생명으로써 했습니다.
故若混逐叢生(고약혼축총생) : 그러므로 뒤섞여 한꺼번에 생겨나는 듯 했고,
林樂而無形(림락이무형) : 음악이 고조되자 아무런 형체도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布揮而不曳(포휘이불예) : 널리 진동하여 퍼지며 멈추지 않고 .
幽昏而無聲(유혼이무성) : 흐릿해져서 소리가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動於無方居於窈冥(동어무방거어요명) : 방향도 없는 곳으로 움직이고, 아득한 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或謂之死(혹위지사) : 때로는 죽은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生(혹위지생) : 때로는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或謂之實(혹위지실) : 혹은 열매가 열린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榮(혹위지영) : 혹은 꽃만 핀 듯이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行流散徙(행류산사) : 움직이며 흐르고 흩어지며 옮겨가서
不主常聲(부주상성) : 일정한 소리를 위주로 하지 않았습니다.
世疑之(세의지) : 세상에서는 그것을 의심하고
稽於聖人(계어성인) : 성인들에게 물어보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聖也者(성야자) : 성인이란
達於情而遂於命也(달어정이수어명야) : 진실에 통달하고 운명에 순종하는 사람들입니다.
天機不張而吾官皆備(천기부장이오관개비) : 하늘의 기틀은 움직여지지 않아도 오관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無言而心說(무언이심설) :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은 기쁘게 되는 것입니다.
此之謂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하늘의 음악이라 하는데,
故有焱氏爲之頌曰(고유염씨위지송왈) : 그러므로 유염씨가 기리어 말했습니다.
聽之不聞其聲(청지불문기성) : 「그것을 들어보아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視之不見其形(시지불견기형) : 그것을 보아도 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充滿天地(충만천지) : 그러나 하늘과 땅에 가득 차고
苞裏六極(포리육극) : 천지사방을 포용한다」
汝欲聽之而無接焉(여욕청지이무접언) : 당신이 그것을 들으려해도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니,
而故惑也(이고혹야) : 그래서 미혹되었던 것입니다.
樂也者(락야자) : 음악이라는 것은
始於懼(시어구) :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懼故崇(구고숭) : 두려움 때문에 재난을 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吾又次之以怠(오우차지이태) : 나는 그 다음에는 권태로움으로써 그것을 계속합니다.
怠故遁(태고둔) : 권태롭기 때문에 모든 의식이 없어질 것입니다.
卒之於惑(졸지어혹) : 마지막으로는 미혹됨으로써 음악을 끝내는 것이니,
惑故愚(혹고우) : 미혹되기 때문에 어리석은 듯 모든 것을 잊습니다.
愚故道(우고도) : 어리석기 때문에 도를 터득하게 됩니다.
道可載而與之俱也(도가재이여지구야) : 도를 터득하면 모든 것을 거기에 싣고서 도와 더불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孔子西遊於衛(공자서유어위) : 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顔淵問師金曰(안연문사금왈) : 안연이 사금에게 물었다.
以夫子之行爲奚如(이부자지행위해여) : “선생님의 이 번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惜乎(석호) : “애석하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顔淵曰(안연왈) : 안연이 물었다.
何也(하야) : “왜 그렇습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夫芻狗之未陳也(부추구지미진야) : “무당이 쓰는 개허수아비는 귀신 앞에 진열되기 전에는
盛以筴衍(성이협연) : 상자에 담겨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를 수놓은 보자기에 싸여집니다.
尸祝齊戒以將之(시축제계이장지) : 시동과 축관은 제계를 하고 그것을 신에게 바칩니다.
及其已陳也(급기이진야) : 그러나 그것을 바치고 난 다음에는
行者踐其首脊(행자천기수척) : 길가는 사람들이 그 머리와 등을 짓밟고,
蘇者取而爨之而已(소자취이찬지이이) : 풀 베는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때게 됩니다.
將復取而盛以筴衍(장복취이성이협연) : 그렇지 않고 누군가 다시 그것을 가져다가 상자에 담고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보자기에 싸놓고
遊居寢臥其下(유거침와기하) : 그 곁에서 자고 눕고 한다면,
彼不得夢(피부득몽) : 그가 악몽을 꾸게 되거나
必且數眯焉(필차수미언) : 자주 가위에 눌리게 된다고 합니다.
今而夫子(금이부자) : 지금 당신의 선생님은
亦取先王已陳芻狗(역취선왕이진추구) : 옛 임금들이 이미 사용한 개허수아비를 가져다
聚弟子游居寢臥其下(취제자유거침와기하) : 제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그 곁에 지내면서 자고 눕고 하고 있습니다.
故伐樹於宋(고벌수어송) : 그러므로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협박을 당했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발자국까지 지우며 다녀야 할 정도로 쫓기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상주 나라에서 궁지에 몰렸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악몽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하여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동안이나 익힌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死生相與隣(사생상여린) : 죽음과 삶 사이에서 지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가위눌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夫水行莫如用舟(부수행막여용주) : 물 위를 여행하기에는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而陸行莫如用車(이륙행막여용거) : 땅 위를 여행하는 데는 수레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以舟之可行於水也而求推之於陸(이주지가행어수야이구추지어육) : 배로 물 위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해서 땅 위에서도 배를 저어가려 한다면
則沒世不行尋常(칙몰세불행심상) : 평생을 가도 얼마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古今非水陸與(고금비수륙여) : 옛날과 지금이란 물이나 육지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周魯非舟車與(주로비주거여) : 주나라와 노나라는 배나 수레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今蘄行周於魯(금기행주어로) : 지금 주나라의 방식을 노나라에 행하려고 하는 것은
是猶推舟於陸也(시유추주어륙야) : 마치 육지 위에서 배를 밀고 가려는 것과 같습니다.
勞而無功(로이무공) : 힘들기만 하지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며
身必有殃(신필유앙) : 자신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彼未知夫無方之傳(피미지부무방지전) : 저들은 방향이 없는 작용이 사물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應物而不窮者也(응물이불궁자야) :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는 것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且子獨不見夫桔橰者乎(차자독불견부길고자호) : 선생께서는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두레박틀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引之則俯(인지칙부) : 끌어올리면 내려가고
舍之則仰(사지칙앙) : 놓으면 올라갑니다.
彼人之所引(피인지소인) : 그것은 사람이 끌어당기는 것이지
非引人也(비인인야) :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故俯仰而不得罪於人(고부앙이부득죄어인) : 그러므로 내려가든 올라가든 사람에게 책잡히지 않습니다.
故夫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부삼황오제지례의법도) :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는
不矜於同而矜於治(불긍어동이긍어치) : 모두 공통됨을 숭상하지 않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숭상했습니다.
故譬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비삼황오제지례의법도) : 그러니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를 비유로 들면
其猶柤梨橘柚邪(기유사리귤유사) : 마치 돌배와 배와 귤과 유자나 같은 것입니다.
其味相反而皆可於口(기미상반이개가어구) : 그 맛은 모두 틀리지만 모두가 입에 넣으면 맛이 있습니다.
「故禮義法度者(「고례의법도자) : 그러므로 예의와 법도라는 것은
應時而變者也(응시이변자야) : 시대를 따라서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今取猨狙而衣以周公之服(금취원저이의이주공지복) :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혀준다면
彼必齕齧挽裂(피필흘설만렬) : 원숭이는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발겨
盡去而後慊(진거이후겸) : 모두 벗어야 만족을 할 것입니다.
觀古今之異(관고금지이) :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보면
猶猨狙之異乎周公也(유원저지이호주공야) : 마치 원숭이가 주공과는 다른 것과 같습니다.
故西施病心而矉其里(고서시병심이빈기리) : 아름다운 서시가 가슴이 아파서 그의 동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자,
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기리지추인견지이미지) : 그 동네에 사는 못난 여자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고는
歸亦捧心而矉其里(귀역봉심이빈기리) : 돌아와서 자기도 역시 가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는 데서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其里之富人見之(기리지부인견지) : 그 마을의 부자는 그를 보고는
堅閉門而不出(견폐문이불출) : 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고,
貧人見之(빈인견지) :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挈妻子而去走(설처자이거주) : 처자를 거느리고 다른 고장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彼知矉美(피지빈미) : 그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찌푸림이 있음만을 알았지
而不知矉之所以美(이부지빈지소이미) : 찌푸린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는 몰랐던 것입니다.
惜乎(석호) : 안타깝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도 이와 같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5.
孔子行年五十有一而不問道(공자행년오십유일이불문도) : 공자가 나이 쉰한살이 되도록 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乃南之沛見老聃(내남지패견노담) : 그래서 남쪽 패땅으로 노자를 찾아갔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子來乎(자래호) : “어서 오십시오.
吾聞子(오문자) : 내가 들으니
北方之賢者也(북방지현자야) : 선생님을 북방의 현자라고들 하던데
子亦得道乎(자역득도호) : 선생님께서도 도를 터득하고 계시겠군요.”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未得也(미득야) : “아직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惡乎求之哉(자악호구지재) : “선생님께서는 어디에서 도를 구하려 하셨습니까?”
曰吾求之於度數(왈오구지어도수) : 공자가 말하기를, “저는 도를 음양의 변화에서 구해보려 하였으나
五年而未得也(오년이미득야) : 오십 년이 지나도록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又惡乎求之哉(자우악호구지재) : “당신은 또 어떤 길에서 구했소.”
曰吾求之於陰陽(왈오구지어음양) : 공자가 이르기를, “그 다음에는 음양에서 구하기를
十有二年而未得(십유이년이미득) : 십 이년이나 했지마는 얻지 못했습니다
老子曰然(노자왈연) : 노자가 말하기를, 그렇겠지요.
使道而可獻(사도이가헌) : 도를 가져다 바칠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獻之於其君(칙인막불헌지어기군)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임금에게 바칠 것입니다.
使道而可進(사도이가진) : 도를 가져다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사
則人莫不進之於其親(칙인막불진지어기친) : 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부모에게 갖다 드릴 것입니다.
使道而可以告人(사도이가이고인) : 도를 일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告其兄弟(칙인막불고기형제)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형제들에게 일러줄 것입니다.
使道而可以與人(사도이가이여인) : 도를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與其子孫(칙인막불여기자손)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자손들에게 전해줄 것입니다.
然而不可者(연이불가자) :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無佗也(무타야) : 다름이 아니라
中無主而不止(중무주이부지) : 마음속에 도의 주인이 될만한 것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外無正而不行(외무정이불행) : 밖이 올바르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不受於外(불수어외) : 밖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聖人不出(성인불출) : 성인은 그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由外入者(유외입자) :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에 대해
無主於中(무주어중) : 마음속에 주인노릇을 할 만한 것이 없으면
聖人不隱(성인불은) : 성인은 그것에 따르지 않습니다.
名公器也(명공기야) : 명예란 공용의 기구와 같은 것이어서
不可多取(불가다취) : 혼자 많이 취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仁義(인의) : 어짊과 의로움은
先王之蘧廬也(선왕지거려야) : 임금의 여관과 같은 것이어서,
止可以一宿而不可久處(지가이일숙이불가구처) : 단지 하루저녁 묵는 것은 괜찮겠지만 오래 묵어 있을 곳은 못됩니다.
覯而多責(구이다책) : 오래 머물러 있으면 책망만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假道於仁(가도어인) : 어짊을 가는 길로 삼고,
託宿於義(탁숙어의) : 의로움을 숙소로 삼아 몸을 기탁함으로써
以遊逍遙之墟(이유소요지허) : 소요하는 고장에 노닐었습니다.
食於苟簡之田(식어구간지전) : 그는 자기 먹을 정도의 것만이 생산되는 땅을 지니고,
立於不貸之圃(립어불대지포) : 먹고 남을 것이 없는 정도의 채소밭만을 가꾸었습니다.
逍遙(소요) : 소요한다는 것은
無爲也(무위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苟簡(구간) : 자기 먹을 것만을 생산한다는 것은
易養也(이양야) : 몸을 보양하기 쉬움을 뜻합니다.
不貸(부대) : 먹고 남는 것이 없을 정도란
無出也(무출야) : 남에게 내놓지도 않음을 뜻합니다.
古者謂是采眞之遊(고자위시채진지유) : 옛날에는 이것을「참됨을 취하는 노닒」이라 불렀습니다.
以富爲是者(이부위시자) : 부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祿(불능양록) : 남에게 재산을 사양하지 못하며,
以顯爲是者(이현위시자) : 출세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名(불능양명) : 남에게 명예를 양보하지 못하고,
親權者(친권자) : 권세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不能與人柄(불능여인병) : 남에게 권력을 맡기지 못합니다.
操之則慄(조지칙률) : 그것들을 가지고 있자니 두렵고,
舍之則悲(사지칙비) : 그것들을 버리자니 슬퍼질 것입니다.
而一無所鑑(이일무소감) : 전혀 도에 대해 살핀 것이 없어서
以闚其所不休者(이규기소불휴자) : 언제나 쉬지 않고 변동하는 것들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是天之戮民也(시천지륙민야) : 이런 사람들은 하늘의 벌을 받을 백성들인 것입니다.
怨恩取與諫敎生殺(원은취여간교생살) : 원한·은혜·취하는 것·주는 것·간하는 것·가르치는 것·살리는 것·죽이는 것의
八者(팔자) : 여덟 가지는
正之器也(정지기야) : 일을 바로잡는 기구입니다.
唯循大變無所湮者爲能用之(유순대변무소인자위능용지) : 오직 위대한 변화를 따라서 막히는 것이 없는 사람만이 그것들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正者(정자) : 올바르게 하려면
正也(정야) : 자신부터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其心以爲不然者(기심이위불연자) : 스스로의 마음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天門弗開矣(천문불개의) :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6.
孔子見老聃而語仁義(공자견노담이어인의) : 공자가 노자를 만나서 어짊과 의로움에 대해 물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播穅眯目(부파강미목) : “겨가 눈에 들어가면
則天地四方易位矣(칙천지사방역위의) : 곧 하늘과 땅과 사방의 위치를 혼동하게 됩니다.
蚊虻噆膚(문맹참부) : 모기가 살갗을 물면
則通昔不寐矣(칙통석불매의) : 밤새도록 잠을 못 잡니다.
夫仁義憯然乃憤吾心(부인의참연내분오심) : 어짊과 의로움이란 잔인한 것이어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亂莫大焉(란막대언) : 이보다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吾子使天下無失其朴(오자사천하무실기박) : 선생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소박함을 잃게 하지 마십시오.
吾子亦放風而動(오자역방풍이동) : 선생께서 바람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總德而立矣(총덕이립의) : 모든 덕이 아울러 처신하게 될 것입니다.
又奚傑傑然揭仁義(우해걸걸연게인의) : 어찌 스스로 잘난 체하여 인의를 내 걸고
若負建鼓而求亡子者邪(약부건고이구망자자사) : 큰북을 짊어지고 두드리고 다니면서 잃은 자식을 찾듯 지냅니까
夫鵠不日浴而白(부곡불일욕이백) : 백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烏不日黔而黑(오불일검이흑) :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습니다.
黑白之朴(흑백지박) : 검고 흰 소박한 바탕은
不足以爲辯(부족이위변) :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못됩니다.
名譽之觀(명예지관) : 명예라는 겉모양은
不足以爲廣(부족이위광) :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泉涸(천학) : 샘물이 마르면
魚相與處於陸(어상여처어육) : 그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모여
相呴以濕(상구이습) : 습기로 서로 문질러주고
相濡以沫(상유이말) : 입거품으로써 서로 추기어 주지마는
不若相忘於江湖(불약상망어강호) : 그러나 그것은 강물이나 호수 속에서 서로를 잊고 잊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孔子見老聃歸(공자견노담귀) :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와
三日不談(삼일부담) : 사흘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제자들이 물었다.
夫子見老聃(부자견노담) : “선생님께서는 노자를 만나서
亦將何規哉(역장하규재) : 또한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셨습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吾乃今於是乎見龍(오내금어시호견룡) : “이제야 용을 본 것 같다.
龍合而成體(룡합이성체) : 용은 합쳐지면 훌륭한 몸을 이루고,
散而成章(산이성장) : 흩어지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다.
乘雲氣而養乎陰陽(승운기이양호음양) : 구름의 기운을 타고 다니며 음양 속을 날아다닌다.
予口張而不能嗋(여구장이불능협) : 나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予又何規老聃哉(여우하규노담재) : 내가 무엇을 노자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겠느냐.”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연칙인고유시거이룡견) :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본시 시체처럼 있다가도 용처럼 나타나고,
淵黙而雷聲(연묵이뢰성) : 천둥 소리를 내다가도 심연 같은 침묵을 지키고,
發動如天地者乎(발동여천지자호) : 활동이 하늘과 땅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賜亦可得而觀乎(사역가득이관호) : 저도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
遂以孔子聲見老聃(수이공자성견노담) : 마침내 공자의 주선으로 자공이 노자를 만났다.
老聃方將倨堂而應(노담방장거당이응) : 노자는 대청에 앉아 있다가 마중하면서
微曰(미왈) : 작은 소리로 말했다
予年運而往矣(여년운이왕의) : “나는 이미 나이가 지나 늙어버렸는데
子將何以戒我乎(자장하이계아호) : 당신은 장차 무엇으로 나에게 계율을 얘기해주려 하십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夫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부삼황오제지치천하부동) :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은 같지 않았지만
其係聲名一也(기계성명일야) : “그 분들이 명성을 누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而先生獨以爲非聖人(이선생독이위비성인)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니
如何哉(여하재) : 어째서입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子何以謂不同(자하이위부동) : “자네는 어째서 그들의 방법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까?”
對曰(대왈) : 자공이 말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으며,
禹用力而湯用兵(우용력이탕용병) : 우임금은 힘을 사용하였고, 탕임금은 군사를 사용했습니다.
文王順紂而不敢逆(문왕순주이불감역) : 문왕은 주왕에게 순종하여 감히 거스르려 하지 않았으나,
武王逆紂而不肯順(무왕역주이불긍순) : 무왕은 주왕을 거슬러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故曰不同(고왈부동) :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皇帝之治天下(황제지치천하) :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使民心一(사민심일) :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민유기친사불곡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의 부모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堯之治天下(요지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使民心親(사민심친)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친하게 만들었습니다.
民有爲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민유위기친살기살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들의 친분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따돌리는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舜之治天下(순지치천하) :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競(사민심경)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습니다.
孕婦十月而生子(잉부십월이생자) : 백성들 가운데는 부인이 아기를 배어 가지고
子生五月而能言(자생오월이능언) : 열 달 안에 자식을 낳고, 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달만에 말을 하게 되고,
不至乎孩而始誰(불지호해이시수) : 방긋방긋 웃기도 전에 사람들을 분별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습니다.
則人始有夭矣(칙인시유요의) : 그래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어려서 죽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禹之治天下(우지치천하) :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變(사민심변) : 백성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人有心而兵有順(인유심이병유순) :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고, 전쟁은 도리를 따른다는 구실이 생겼으며,
殺盜非殺人(살도비살인) :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 것으로 되었고,
自爲種而天下耳(자위종이천하이) : 자기만을 중히 여기고 보고 듣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是以天下大駭(시이천하대해) : 그리하여 온 천하 사람들은 크게 놀라
儒墨皆起(유묵개기) :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던 것입니다.
其作始有倫(기작시유륜) : 시작할 때는 그런 대로 법도가 있었으나,
而今乎歸(이금호귀) :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女何言哉(여하언재) : 그런데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各曰治之(각왈치지) :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而亂莫甚焉(이란막심언) : 사실은 더 말할 수 없이 천하를 어지럽혔던 것입니다.
三皇之治(삼황지치) : 삼황의 다스림은
上悖日月之明(상패일월지명) :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은 빛을 거슬렸고,
下睽山川之精(하규산천지정) : 아래로는 산과 냇물의 정기를 배반하였으며,
中墮四時之施(중타사시지시) :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파괴했던 것입니다.
其知憯於蠣蠆之尾(기지참어려채지미) : 그들의 지혜는 전갈의 꼬리보다도 잔혹한 것입니다.
鮮規之獸(선규지수) : 작은 짐승들도
莫得安其性命之情者(막득안기성명지정자) : 모두가 그의 본성과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따라 편안히 지냅니다.
而猶自以爲聖人(이유자이위성인) : 그런데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不亦可恥乎(불역가치호) :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其無恥也(기무치야) : 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子貢蹴蹴然立不安(자공축축연립불안) : 자공은 다리를 떨면서 불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7.
孔子謂老聃曰(공자위노담왈) : 공자는 노자에게 말했다
丘治詩書禮樂易春秋六經(구치시서예악역춘추육경) : “나 공구는 시·서·예·악·역·춘추의 6경을 오랫동안 공부해서
自以爲久矣孰知其故矣(자이위구의숙지기고의) : 스스로는 거기에 대한 것은 익숙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以奸者七十二君(이간자칠십이군) : 그래서 그것으로써 칠십명의 임금에게 쓰이기를 구해서
論先王之道而明周召之迹(론선왕지도이명주소지적) : 선왕의 도를 이야기하고 주공·소공의 사적을 밝혔지만
一君無所鉤用(일군무소구용) : 한 임금도 내 말을 들어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甚矣夫(심의부) : 심하도다
人之難說也(인지난설야) : 람에게 교를 이야기 하고
道之難明邪(도지난명사) : 사도를 밝힌다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입니까?”
老子曰(노자왈) :노자가 말하기를
幸矣子之不遇治世之君也(행의자지불우치세지군야) : “당신이 치세의 임금을 만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요
夫六經(부육경) : 저 6경은
先王之陳迹也(선왕지진적야) : 선왕의 캐캐 묵은 발자국으로서
豈其所以迹哉(기기소이적재) : 어떻게 그것이 발자국을 내게 한 그 자체야 되겠소
今子之所言(금자지소언) : 이제 당신이 말한 그것은
猶迹也(유적야) : 발자국과 같은 것이요
夫迹(부적) : 대개 발자국은
履之所出(리지소출) : 신발이 내는 것으로서
而迹豈履哉(이적기리재) : 발자국 그것이 어떻게 신발이 될 수야 있겠소
夫白鶂之相視(부백역지상시) : 저 백역라는 물새는 서로 바라봄에
眸子不運而風化蟲(모자불운이풍화충) :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서로 물끄럼이 바라보고서 새끼를 낳고
雄鳴於上風(웅명어상풍) : 벌레는 수놈은 바람 위에서
雌應於下風而風化(자응어하풍이풍화) : 울고 암놈은 바람 아래서 응해서 새끼를 낳고
類自爲雌雄(류자위자웅) : 유라는 짐승은 한 몽에 암수 양성을 가졌기 때문에
故風化(고풍화) : 새끼를 낳는 것이요
性不可易(성불가역) : 이렇게 본성은 바꿀 수 없고
命不可變(명불가변) : 천명은 변할 수 없으며
時不可止(시불가지) : 또 때는 그치게 할 수 없고
道不可壅(도불가옹) : 도는 막을 수 없는 것이요
苟得於道(구득어도) : 요컨대 적어도 도를 얻으면
無自而不可(무자이불가) : 어디서고 옳지 않음이 없고
失焉者(실언자) : 도를 잃으면
無自而可(무자이가) : 어디서 옳음이 없는 것이요.”
孔子不出三月(공자불출삼월) : 공자는 그 뒤로 석달 동안을 밖에 나가지 않다가
復見曰(부견왈) : 다시 노자를 찿아보고 말했다.
丘得之矣(구득지의) : “나는 이제 도를 깨닭았습니다
烏鵲孺魚傅沫(오작유어부말) : 까막까치는 알을 품어 새끼를 낳고 물고기는 거품을 불어 새끼를 낳으며
細要者化(세요자화) : 벌들은 뽕나무벌레를 가져다 새끼로 삼고
有弟而兄啼(유제이형제) : 아우가 생기면 형이 우는 것입니다
久矣夫丘不與化爲人(구의부구불여화위인) : 아, 나는 조화와 한 몽이 되지 못한 지가 오래이었습니다
不與化爲人(불여화위인) : 조화와 한 몸이 되지 못하고서
安能化人(안능화인) : 어떻게 사람을 교화할 수 있겠습니까?”
老子曰可(노자왈가) : 노자가 이르기를 “옳소
丘得之也(구득지야) : 당신 공구는 도를 깨닭았습니다.”
刻意
1.
刻意常行(각의상행) : 마음을 날카롭게 새기고 행동을 고상히 하며,
離世異俗(리세이속) : 세상과 동떨어져 사람들과 다르게 살며
高論怨誹(고론원비) : 고답적인 이론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爲亢而已矣(위항이이의) : 높은 자세로 처신하려는 것이다.
此山谷之士(차산곡지사) : 이것은 산골짜기에 숨어사는 선비나
非世之人(비세지인) : 세상을 비난하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枯槁赴淵者之所好也(고고부연자지소호야) : 그리고 깡마른 몸으로 연못에 투신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語仁義忠信(어인의충신) : 어짊과 의로움과 충성과 믿음을 얘기하며,
恭儉推讓爲修而已矣(공검추양위수이이의) : 공손하고 검소하며 남을 앞세우며 겸양하는 것은 자기 몸을 닦으려는 것이다.
此平世之士(차평세지사) : 이것은 세상을 다스리려는 선비와,
敎誨之人(교회지인) :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이다.
遊居學者之所好也(유거학자지소호야) :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학자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語大功(어대공) : 위대한 공로를 얘기하고
立大名(립대명) : 위대한 명성을 세우며,
禮君臣(례군신) :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고,
正上下(정상하) : 위아래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爲治而已矣(위치이이의) : 세상을 다스리려는 것이다.
此朝廷之士(차조정지사) : 이것은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는 선비와
尊主强國之人(존주강국지인) : 임금을 높이고 나라를 강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致功幷兼者之所好也(치공병겸자지소호야) : 그리고 공로를 세우고 다른 나라를 병합시키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就藪澤(취수택) : 풀과 나무가 우거진 택지로 나가
處閒曠(처한광) : 넓은 곳에 살면서
釣魚閒處(조어한처) : 물고기를 낚으며 한가로이 지내는 것은
無爲而已矣(무위이이의) : 무위로 지내려는 것이다.
此江海之士(차강해지사) : 이것은 강이나 바다에 노니는 선비와
避世之人(피세지인) : 세상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閒暇者之所好也(한가자지소호야) : 그리고 한가로이 살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吹呴呼吸(취구호흡) : 깊은 호흡을 하면서
吐故納新(토고납신) : 낡은 기운은 토해 내고 신선한 기운을 빨아들이며,
熊經鳥申(웅경조신) : 곰이 나무에 매달리고 새가 날면서 발을 뻗치는 것 같은 체조를 하는 것은
爲壽而已矣(위수이이의) : 오래 살려는 것이다.
此導引之士(차도인지사) : 이것은 기운을 끌어들이는 선비와
養形之人(양형지인) : 몸을 보양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彭祖壽考者之所好也(팽조수고자지소호야) : 그리고 팽조 같이 오래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若夫不刻意而高(약부불각의이고) : 뜻을 높이지 않고도 고상해지고,
無仁義而修(무인의이수) : 어짊과 의로움이 없이도 몸이 닦여지고,
無功名而治(무공명이치) : 공로와 명성이 없이도 다스려지고,
無江海而閒(무강해이한) : 강과 바다에 노닐지 않고도 한가로워지고,
不導引而壽(불도인이수) : 기운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오래 사는 사람은,
無不忘也(무불망야) : 잊지 않는 것도 없고
無不有也(무불유야) : 갖추고 있지 않은 것도 없는 사람이다.
澹然無極而衆美從之(담연무극이중미종지) : 담담히 마음은 끝 이 없지만 모든 미덕은 그에게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此天地之道(차천지지도) : 이것이 하늘과 땅의 도이며
聖人之德也(성인지덕야) : 성인의 덕인 것이다.
2.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夫恬惔寂漠虛無無爲(부념담적막허무무위) : 담담하고 고요하며 허무하고 무위한 것은
此天地之本而道德之質也(차천지지본이도덕지질야) : 하늘과 땅의 올바른 도리이며 도덕의 본질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故聖人休焉(고성인휴언) : 그래서 성인은 쉬면서
休則平易矣(휴칙평이의) : 편히 지내어 편안하고도 간단한 것이다.
平易則恬惔矣(평역칙념담의) : 편안하고도 간단하면 담담하게 되고,
平易恬惔(평역념담) : 편안하고 간단하여 담담하다면
則憂患不能入(칙우환불능입) : 근심 걱정이 끼어 들 수가 없고
邪氣不能襲(사기불능습) : 사악한 기운이 침입할 수가 없을 것이다.
故其德全而神不虧(고기덕전이신불휴) : 그러므로 그의 덕은 완전하고 그의 정신에는 결함이 없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聖人之生也天行(성인지생야천행) : “성인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자연의 운행을 따르고,
其死也物化(기사야물화) : 죽음에 있어서는 만물과 함께 변화한다.
靜而與陰同德(정이여음동덕) : 고요히 있으면 음과 같은 덕이 되고,
動而與陽同波(동이여양동파) : 움직이면 양과 같은 물결을 이룬다.
不爲福先(불위복선) :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不爲禍始(불위화시) : 환란을 피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感而後應(감이후응) : 외물이 느끼는데 따라서 반응을 보이며,
迫而後動(박이후동) : 외물이 닥쳐온 다음에야 움직이며,
不得已而後起(부득이이후기) : 부득이 해야만 비로소 일어선다.
去知與故(거지여고) : 지혜와 기교를 버리고
循天之理(순천지리) :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고 한 것이다.
故曰無天災(고왈무천재) : 그러므로 이르기를, 그에게는 하늘의 재난도 없고,
無物累(무물루) : 물건으로 인한 번거로움도 없고,
無人非(무인비) : 사람들의 비난도 없고,
無鬼責(무귀책) : 귀신의 책망도 없다.
不思慮(불사려) : 생각하고 염려하지 않고,
不豫謀(불예모) : 미리 일을 계획하지도 않는다.
光矣而不燿(광의이불요) : 빛이 있지만 겉으로 빛나지 않고,
信矣而不期(신의이불기) : 믿음이 있지만 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其寢不夢(기침불몽) : 그들은 잠을 자도 꿈꾸지 않으며,
其覺無憂(기각무우) : 잠에서 깨어나도 걱정하는 일이 없다.
其生若浮(기생약부) : 그의 삶은 물결에 뜬 것 같고
其死若休(기사약휴) : 그의 죽음은 쉬는 것과 같은 것이다
其神純粹(기신순수) : 그들의 정신은 순수하며,
其鬼不罷(기귀불파) : 그의 영혼은 피로해하지 않는다.
虛無恬惔(허무념담) : 허무하고 담담함으로써
乃合天德(내합천덕) : 바로 자연의 덕과 합치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悲樂者(비락자) :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德之邪(덕지사) : 덕의 방해요
喜怒者(희노자) : 기뻐하고 성내는 것은
道之過(도지과) : 도의 허물이요
好惡者(호악자) :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心之失(심지실) : 심덕의 손실이다.”고 했다
故心不憂樂(고심불우락) : 그러므로 “마음에 걱정하고 즐거워함이 없는 것은
德之至也(덕지지야) : 덕의 지극함이요
一而不變(일이불변) : 기쁘고 성남을 하나로 보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靜之至也(정지지야) : 정의 지극함이며 좋고
無所於忤(무소어오) : 미움에 거스름이 없는 것은
虛之至也(허지지야) : 허의 지극함이요
不與物交(불여물교) : 물과 더불어 사귀지 않는 것은
惔之至也(담지지야) : 담담함의 지극함이며
無所於逆(무소어역) : 사물에 거스름이 없는 것은
粹之至也(수지지야) : 순수함의 지극함이다.”고 한 것이다
3.
故曰(고왈) : 옛말에 이르기를
形勞而不休則弊(형로이불휴칙폐) : “몸을 고달프게 하여 쉬지 않으면 쓰러지고
精用而不已則竭(정용이불이칙갈) : 정신을 써서 그치지 않으면 기운이 다한다.”고 한 것이다
水之性(수지성) : 물의 성질은
不雜則淸(불잡칙청) : 잡물이 쉬이지 않으면 맑고
莫動則平(막동칙평) : 움직이지 않으면 평평하고
鬱閉而不流(울폐이불류) : 꼭 막히어 흐르지 않으면
亦不能淸(역불능청) : 또한 맑을 수 없을 것이니
天德之象也(천덕지상야) : 이것은 천덕의 현상이다
故曰(고왈) : 옛말에도 이르기를
純粹而不雜(순수이불잡) : “마음이 순수하여 섞이지 않고
靜一而不變(정일이불변) : 고요하고 한결같아 변하지 않으며
惔而無爲(담이무위) : 염담해서 애쓰는 일이 없고
動而以天行(동이이천행) : 하늘의 운행을 따라 움직이는 것
此養神之道也(차양신지도야) : 이것이 정신을 기르는 길이다.”고 한 것이다
夫有干越之劍者(부유간월지검자) : 저 간월에서 나는 칼을 가진 사람이
柙而藏之(합이장지) : 그것을 깊이 감추어
不敢輕用也(불감경용야) : 감히 쓰지 않는 것은
寶之至也(보지지야) : 지극히 보배로워하는 까닭이다
精神四達竝流(정신사달병류) : 그런데 우리의 정신은 사방으로 통하고 두루 흘러서
無所不極(무소불극) : 다함이 없는 것으로서
上際於天(상제어천) : 위로는 하늘에 닿고
下蟠於地(하반어지) : 아래로는 땅에 서리어
化育萬物(화육만물) : 만물을 만들어 기르지마는
不可爲象(불가위상) : 무엇이라고 모양할 수 없는 것이다
其名爲同帝(기명위동제) : 그래서 그것을 동제라 일컫는 것이다
純素之道(순소지도) : 본래 그대로의 도는
唯神是守(유신시수) : 오직 정신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니
守而勿失(수이물실) : 정신을 지켜 잃지 않으면
與神爲一(여신위일) : 몸은 정신과 더불어 하나가 될 것이요
一之精通(일지정통) : 하나의 정기가 걸림이 없이 통하면
合於天倫(합어천륜) : 이에 천리에 합하는 것이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그러므로 상말에 이르기를“
衆人重利(중인중리) : 속인들은 이익을 중히 여기고
廉士重名(렴사중명) : 청렴한 선비는 이름을 중히 여기며
賢人尙志(현인상지) : 어진 선비는 지조를 숭상하고
聖人貴精(성인귀정) : 성인은 정신을 귀히 여긴다.”한 것이다
故素也者(고소야자) : 그러므로 소박함이란 것은
謂其無所與雜也(위기무소여잡야) : 세상과 어울려도 거기에 섞이지 않는 것을 이름이요
純也者(순야자) : 순박함이란 것은
謂其不虧其神也(위기불휴기신야) : 세상과 어울려도 그 정신이 이지러지지 않는 것을 이름이니
能體純素(능체순소) : 순수하고 소박한 도를 몸소 가진 사람을
謂之眞人(위지진인) : 진인이라 이르는 것이다
繕性
1.
繕性於俗(선성어속) : 통속적인 학문으로 본성을 닦아
俗學以求復其初(속학이구복기초) : 그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滑欲於俗思(활욕어속사) : 통속적인 생각으로 욕망을 다스려
以求致其明(이구치기명) : 그의 밝은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謂之蔽蒙之民(위지폐몽지민) : 몽매한 백성이라 한다.
古之治道者(고지치도자) : 옛날의 도를 다스리던 사람들은
以恬養知(이념양지) : 욕심을 끊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있음으로써 지혜를 길렀다.
知生而無以知爲也(지생이무이지위야) : 나면서부터 지혜로써 행동하는 일이 없었으니,
謂之以知養恬(위지이지양념) : 그를 두고서 지혜로써 욕심이 없이 깨끗하고 담담함을 기르는 것이라 말한다.
知與恬交相養(지여념교상양) : 지혜와 욕심이 없이 깨끗하고 담담함이 서로를 길러줌으로써
而和理出其性(이화리출기성) : 조화와 이치가 그의 본성에 생겨나는 것이다.
夫德和也(부덕화야) : 덕이란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道理也(도리야) : 도란 이치에 맞는 것이다.
德無不容仁也(덕무불용인야) : 덕이 모든 것을 용납하는 것이 어짊이다.
道無不理義也(도무불리의야) : 도가 모두 이치에 들어맞는 것이 의로움이다.
義明而物親忠也(의명이물친충야) : 의로움이 밝음으로써 사물과 친근하게 되는 것이 충실함이다.
中純實而反乎情樂也(중순실이반호정락야) : 속마음이 순수하고 충실하여 그 성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음악이다.
信行容體而順乎文禮也(신행용체이순호문예야) : 자기 몸이 행하는 대로 맡겨 두고도 절도에 알맞게 따르게 되는 것이 예의이다.
禮樂偏行則天下亂矣(예악편행칙천하란의) : 그런데 예의와 음악이 한곳에 치우쳐 행해지면 곧 천하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彼正而蒙己德(피정이몽기덕) : 남을 바로잡아주려 하면서도 자기의 덕을 어둡게 만드는데,
德則不冒(덕칙불모) : 덕이란 물건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冒則物必失其性也(모칙물필실기성야) : 가리게 되면 물건은 반드시 그의 본성을 잃게 된다
2.
古之人(고지인) : 옛날 사람들은
在混芒之中(재혼망지중) : 혼돈하여 어두운 가운데
與一世而得澹漠焉(여일세이득담막언) : 온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담백하고도 적막한 생활을 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 때는
陰陽和靜(음양화정) : 음양이 조화되어 고요했고,
鬼神不擾(귀신불요) : 귀신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四時得節萬物不傷(사시득절만물불상) : 사계절은 절도에 맞았고, 만물은 훼손됨이 없었으며,
群生不夭(군생불요) : 모든 생물은 일찍 죽는 일이 없었다.
人雖有知(인수유지) : 사람들은 비록 지혜를 가졌다 해도
無所用之(무소용지) : 쓸 곳이 없었다.
此之謂至一(차지위지일) : 이것을 지극한 통일이라 말하는 것이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 때에는
莫之爲而常自然(막지위이상자연) : 일부러 하는 일이란 없이 언제나 자연스러웠다.
逮德下衰(체덕하쇠) : 덕이 쇠퇴하자
及燧人伏羲始爲天下(급수인복희시위천하) : 수인과 복희가 천하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是故順而不一(시고순이불일) : 그래서 백성들은 자연을 따르기는 했지만 통하여 하나가 되지는 않았다.
德又下衰(덕우하쇠) : 덕이 더 쇠퇴하자
及神農黃帝始爲天下(급신농황제시위천하) : 신농과 황제가 천하를 다스리게 되었다.
是故安而不順(시고안이불순) : 그래서 안락하기는 하였지만 자연을 따르지는 않게 되었다.
德又下衰(덕우하쇠) : 덕이 더 쇠퇴하자
及唐虞始爲天下(급당우시위천하) : 요와 순이 세상을 다스렸다.
與治化之流(여치화지류) : 정치와 교화의 나쁜 풍속을 일으켰고,
?淳散朴(?순산박) : 순진함이 없어지고 소박함이 사라졌으며,
離道以爲(리도이위) : 선을 위해 도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했고,
險德以行(험덕이행) : 덕을 저버리고 행동하게 했다.
然後去性而從於心(연후거성이종어심) : 그렇게 된 뒤에는 사람의 본성을 버리고 자기 마음을 따르게 되었다.
心與心識知(심여심식지) : 마음과 마음으로 상대방을 살펴 알았으나
而不足以定天下(이부족이정천하) : 천하를 안정시킬 수는 없었다.
然後附之以文(연후부지이문) : 그런 뒤에 문채를 거기에 더해졌고,
益之以博(익지이박) : 넓은 지식을 더했다.
文滅質(문멸질) : 문채란 본질을 멸실케 하고,
博溺心(박익심) : 넓은 지식은 마음을 빠지게 하는 것이다.
然後民始惑亂(연후민시혹란) : 그렇게 된 뒤에는 백성들이 미혹되어 혼란을 일으키게 되어
無以反其性情而復其初(무이반기성정이복기초) : 그들의 본성과 진실로 되돌아가거나 그들의 원래상태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되었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렇게 본다면
世喪道矣(세상도의) : 세상은 도를 잃었고,
道喪世矣(도상세의) : 도는 세상을 잃었다.
世與道交相喪也(세여도교상상야) : 세상과 도가 서로를 잃었던 것이다.
道之人何由興乎世(도지인하유흥호세) : 그러니 도를 닦는 사람인들 무슨 수로 세상을 일으키겠으며,
世亦何由興乎道哉(세역하유흥호도재) : 세상 역시 무슨 수로 도를 일으키겠는가?
道無以興乎世(도무이흥호세) : 도는 세상에 일어날 수 없고,
世無以興乎道(세무이흥호도) : 세상은 도를 따라 일어날 수 없으니,
雖聖人不在山林之中(수성인불재산림지중) : 비록 성인이 산 속에 숨어 있지 않다 해도
其德隱矣(기덕은의) : 그의 덕은 숨겨지는 것이다.
隱故不自隱(은고불자은) : 덕이 숨겨진다는 것은 성인 스스로가 덕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古之所謂隱士者(고지소위은사자) : 옛날의 숨어 있는 선비라는 사람들은
非伏身而弗見也(비복신이불견야) : 그의 몸을 감추어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非閉其言而不出也(비폐기언이불출야) : 그의 입을 닫고서 말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非藏其知而不發也(비장기지이불발야) : 그의 지혜를 감추어 두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時命大謬也(시명대류야) : 시대의 운명이 그와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當時命而大行乎天下(당시명이대행호천하) : 시대의 운명이 들어맞아 크게 자기 뜻을 전하여 폈다면
則反一無迹(칙반일무적) : 백성을 되돌려 놓되 자기의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不當時命而大窮乎天下(불당시명이대궁호천하) : 시대의 운명이 들어맞지 않아 자기가 천하에서 크게 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則深根寧極而待(칙심근녕극이대) : 자신의 본성을 깊이 간직하고 자기의 운명을 편안히 받아들이면서 때를 기다릴 것이다.
此存身之道也(차존신지도야) : 이것이 몸을 보존하는 도인 것이다
3.
古之存身者(고지존신자) : 옛날 몸을 보존하던 사람들은
不以辯飾知(불이변식지) : 변설로 지혜를 꾸미지 않았고,
不以知窮天下(불이지궁천하) : 지혜로 천하의 일을 다 밝혀 알려 하지 않았으며,
不以知窮德(불이지궁덕) : 지혜로 덕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危然虛其所而反其性已(위연허기소이반기성이) : 그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의 본성으로 돌아갔으니,
又何爲哉(우하위재) : 자기가 또 무슨 일을 인위적으로 하였겠는가?
道固不小行(도고불소행) : 도란 본래 행동으로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德固不小識(덕고불소식) : 덕이란 본래 지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小識傷德(소식상덕) : 작은 지식이란 덕을 손상시키는 것이며,
小行喪道(소행상도) : 작은 행동이란 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正己而已矣(정기이이의) : “자기를 올바르게 할 따름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樂全之謂得志(락전지위득지) : 그러면 즐거움이 완전해지는데 그것을 뜻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古之所謂得志者(고지소위득지자) : 옛날의 뜻을 얻었던 사람들이란
非軒冕之謂也(비헌면지위야) : 높은 벼슬을 얻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謂其無以益其樂而已矣(위기무이익기락이이의) : 그것은 그의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今之所謂得志者(금지소위득지자) : 지금의 뜻을 얻은 사람들이란
軒冕之謂也(헌면지위야) : 높은 벼슬을 얻은 것을 두고 말한다.
軒冕在身(헌면재신) : 높은 벼슬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非性命也(비성명야) : 자기의 본성이나 운명이 아닌 것이다.
物之儻來(물지당래) : 그것은 물건이 갑자기 와서
寄者也(기자야) : 자기에게 붙은 것과 같은 것이다. .
寄之(기지) : 자기에게 붙은 것이지만
其來不可圉(기래불가어) : 그것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其去不可止(기거불가지) : 그것이 떠나는 것을 붙들어 둘 수도 없는 것이다.
故不爲軒冕肆志(고불위헌면사지) : 그러므로 높은 벼슬을 얻었다하여 뜻을 방자히 두지 않고,
不爲窮約趨俗(불위궁약추속) : 곤궁하다 해도 세속을 쫓지 않아야 한다.
其樂彼與此同(기락피여차동) : 그 즐거움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故無憂而已矣(고무우이이의) : 그러므로 근심이 없을 것이다
今寄去則不樂(금기거칙불락) : 자기에게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가면 즐겁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런 것을 보면
雖樂(수락) : 비록 즐긴다 해도
未嘗不荒也(미상불황야) : 전혀 마음은 본성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喪己於物(상기어물) : 물건에 의해 자기를 잃게 되고,
失性於俗者(실성어속자) : 세속 때문에 본성을 잃는 것을 두고
謂之倒置之民(위지도치지민) : 근본과 말단을 거꾸로 하는 백성들이라 하는 것이다
秋水
1.
秋水時至(추수시지) : 가을이 되면
百川灌河(백천관하) :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
涇流之大(경류지대) : 그 본 줄기는 커서
兩涘渚崖之間不辯牛馬(량사저애지간불변우마) : 양편 물가의 거리가 상대편에 있는 소나 말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다.
於是焉河伯欣然自喜(어시언하백흔연자희) : 그래서 황하의 신은 기뻐하며
以天下之美爲盡在己(이천하지미위진재기) : 천하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신에게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고,
順流而東行(순류이동행) :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가
至於北海(지어북해) : 북해에 도착했다.
東面而視(동면이시) : 그 곳에 이르러 동쪽을 바라보았으나
不見水端(불견수단) :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어시언하백시선기면목) : 황하의 신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望洋向若而歎曰(망양향약이탄왈) : 북해의 신을 우러러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속담에 이르기를
聞道百以爲莫己若者(문도백이위막기약자) : 백가지 도리를 알고는 자기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고 하였는데,
我之謂也(아지위야) :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且夫我嘗聞少仲尼之聞(차부아상문소중니지문) : 저는 일찍이 공자의 넓은 지식을 낮게 평가하고
而輕伯夷之義者(이경백이지의자) : 백이 같은 절의를 가볍게 여기는 이론을 듣고도
始吾弗信(시오불신) : 지금까지는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今我睹者之難窮也(금아도자지난궁야) : 지금에 와서 선생님의 끝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吾非至於子之門(오비지어자지문) : 제가 선생님의 문하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則殆矣(칙태의) :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吾長見笑於大方之家(오장견소어대방지가) : 저는 오랫동안 위대한 도를 터득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井䵷不可以語於海者(정와불가이어어해자) :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拘於虛也(구어허야) :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하충불가이어어빙자) : 여름 벌레에게 어름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篤於時也(독어시야) :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曲士不可以語於道者(곡사불가이어어도자) :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에 관해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束於敎也(속어교야) :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今爾出於崖涘(금이출어애사) : 지금 당신은 물가를 벗어나
觀於大海(관어대해) : 큰 바다를 보고서야
乃知爾醜(내지이추) : 당신의 추함을 알게 되었다.
爾將可與語大理矣(이장가여어대리의) : 그래서 당신에게 위대한 도리를 얘기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天下之水(천하지수) : 세상의 물 중에
莫大於海(막대어해) : 바다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萬川歸之(만천귀지) :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며,
不知何時止而不盈(불지하시지이불영) : 잠시도 흘러듦을 멈추지 않는 데도 차서 넘치지 않는다.
眉閭泄之(미려설지) : 미려에서는 바닷물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 나가지만
不知何時已而不虛(불지하시이이불허) : 물이 어느 때에 말라서 비어버리는지 모른다.
春秋不變(춘추불변) : 봄이나 가을에도 변화가 없고,
水旱不知(수한부지) : 장마가 지나 가뭄도 모른다.
此其過江河之流(차기과강하지류) : 이 바다가 장강이나 황하의 흐름보다
不可爲量數(불가위량수) :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는 수량으로 계측할 수 없다.
而吾未嘗以此自多者(이오미상이차자다자) : 그러나 나는 이런 것으로 스스로 많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自以比形於天地(자이비형어천지) : 그것은 내 모양은 천지에서 받았고
而受氣於陰陽(이수기어음양) : 그 기운은 음양에서 받았기 때문에
吾在天地之間(오재천지지간) :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
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유소석소목지재대산야) : 작은 나무나 작은 돌이 마치 큰산에 있는 것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方存乎見少(방존호견소) :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작게 보고 있는데
又奚以自多(우해이자다) : 또 어찌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計四海之在天地之間也(계사해지재천지지간야) : 사방의 바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크기를 헤아려보면,
不似礨空之在大澤乎(불사뢰공지재대택호) : 소라 구멍이 큰 연못가에 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計中國之在海內(계중국지재해내) : 한 나라가 세상에 차지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不似稊米之在大倉乎(불사제미지재대창호) : 큰 창고 속에 있는 곡식 알 하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號物之數謂之萬(호물지수위지만) : 물건의 종류에는 몇 만이라는 수가 붙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들이 그 중 하나의 수를 차지한다.
人卒九州(인졸구주) : 사람의 수에 있어서 구주에서 생각해보아도
穀食之所生(곡식지소생) : 세상의 곡식들이 생산되는 곳과
舟車之所通(주거지소통) :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에 널리 살고 있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이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此其比萬物也(차기비만물야) : 이런 사람을 만물과 비교해 본다면
不似豪末之在於馬體乎(불사호말지재어마체호) : 말의 몸에 있는 하나의 가는 털에 지나지 않는다.
五帝之所運(오제지소운) : 오제가 천자 자리를 서로 물려준 것이나,
三王之所爭(삼왕지소쟁) : 삼왕에 이르러 서로 다툰 것이나,
仁人之所憂(인인지소우) : 어진 사람이 근심하는 것이나,
任士之所勞(임사지소로) :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수고를 하는 것이나
盡此矣(진차의) : 모두가 이와 같이 작은 일이다.
伯夷辭之以爲名(백이사지이위명) : 백이는 왕위를 사양함으로써 명성을 얻었고,
仲尼語之以爲博(중니어지이위박) : 공자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얘기하여 박학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此其自多也(차기자다야) : 이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不似爾向之自多於水乎(불사이향지자다어수호) : 당신이 조금 전까지 스스로 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여기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吾大天地而小毫末(연칙오대천지이소호말) :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可乎(가호) : 할 수도 있습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否夫物(부부물) : “아니다. 물건이란
量無窮(량무궁) :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時無止(시무지) :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分無常(분무상) :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終始無故(종시무고)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
是故大知觀於遠近(시고대지관어원근) :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故小而不寡(고소이불과) :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大而不多(대이불다) :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知量無窮(지량무궁) : 물건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證曏今故(증향금고) : 또한 시간의 옛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故遙而不悶(고요이불민) : 그러므로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고,
掇而不跂(철이불기) :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知時無止(지시무지) :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察乎盈虛(찰호영허) : 그는 모든 것은 달처럼 찼다 기울었다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故得而不喜(고득이불희) : 그러므로 물건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失而不憂(실이불우) : 물건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知分之無常也(지분지무상야) : 사람의 분수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明乎坦塗(명호탄도) : 그는 도란 넓은 것임을 분명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
故生而不說(고생이불설) : 그러므로 산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死而不禍(사이불화) : 죽는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知終始之不可故也(지종시지불가고야)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計人之所知(계인지소지) :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헤아려 보면,
不若其所不知(불약기소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비길 것이 못 된다.
其生之時(기생지시) :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란
不若未生之時(불약미생지시) : 살아 있지 못한 시간에 비길 것이 못 된다.
以其至小求窮其至大之域(이기지소구궁기지대지역) : 그런 지극히 작은 입장에서 지극히 큰 영역을 추궁하려 들기 때문에
是故迷亂而不能自得也(시고미란이불능자득야) : 미혹되고 혼란하여 스스로 안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본다면
又何以知毫末之足以定至細之倪(우하이지호말지족이정지세지예) : 털끝이 지극히 미세하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又何以知天地之足以窮至大之域(우하이지천지지족이궁지대지역) :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영역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世之議者皆曰(세지의자개왈) : “세상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至精無形(지정무형) : ‘지극히 정세한 것에는 형체가 없고,
至大不可圍(지대불가위) : 지극히 큰 것은 포괄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是信情乎(시신정호) : 이것이 사실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夫自細視大者不盡(부자세시대자불진) :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면 그 전체를 다 볼 수가 없고,
自大視細者不明(자대시세자불명) :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면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故異便(고이편) : 그러므로 그기에는 잘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此勢之有也(차세지유야) : 그것은 마땅이 그러함이 있을 것이다
夫情小之微也(부정소지미야) : 정세하다는 것은 작은 것 중에서도 미세하다는 뜻이다.
垺大之殷也(부대지은야) : 극대하다는 것은 큰 것 중에서도 아주 크다는 뜻이다.
夫精粗者(부정조자) : 정세하다느니 굵다느니 하는 것은
期於有形者也(기어유형자야) : 형체가 있어서 결정되는 것이다.
無形者(무형자) : 형체가 없는 것은
數之所不能分也(수지소불능분야) : 수량으로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不可圍者(불가위자) : 포괄할 수 없이 큰 것은
數之所不能窮也(수지소불능궁야) : 숫자로서 크기를 따져 밝힐 수 없는 것이다.
可以言論者(가이언론자) : 말로써 논할 수 있는 것이란
物之粗也(물지조야) : 물건으로서 큰 것이다.
可以意致者(가이의치자) : 뜻으로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物之精也(물지정야) : 물건으로서 정세한 것이다.
言之所不能論(언지소불능론) : 말로써 논할 수 없고,
意之所不能致者(의지소불능치자) : 뜻으로서 살펴 인지할 수 없는 것은
不期精粗焉(불기정조언) : 정세하고 크다는 것을 결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是故大人之行(시고대인지행) : 그러므로 위대한 사람의 행동은
不出乎害人(불출호해인) :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서 나오고
不多仁恩(불다인은) : 어짊과 은혜를 많이 베풀려 하지도 않는다.
動不爲利(동불위리) : 행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없지만
不賤門隸(불천문예) : 문지기나 노예를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貨財弗爭(화재불쟁) : 재물을 위해 다투지 않지만
不多辭讓(부다사양) : 사양하는 것을 훌륭한 것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事焉不借人(사언불차인) : 일을 함에 있어 남의 힘을 빌리지도 않지만
不多食乎力(불다식호력)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으며,
不賤貧汚(불천빈오) : 탐욕 많은 자나 비열한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行殊乎俗(행수호속) : 행동은 세속과 다르지만
不多僻異(불다벽이) : 치우치고 기이한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爲在從衆(위재종중) : 행동은 여러 사람을 따르지만
不賤佞諂(불천녕첨) :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世之爵祿不足以爲勸(세지작록불족이위권) : 세상의 벼슬이나 봉록으로도 그의 행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고,
戮恥不足以爲辱(륙치부족이위욕) : 형벌이나 치욕으로도 그를 욕되게 하기는 부족하다.
知是非之不可爲分(지시비지불가위분) : 그는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細大之不可爲倪(세대지불가위예) : 작고 큰 것도 분별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聞曰(문왈) : 듣건대
道人不聞(도인불문)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至德不得(지덕부득)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며,
大人無己(대인무기) : 위대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없다고 하였는데,
約分之至也(약분지지야) : 자기의 분수를 한정하고 지내는 지극한 경지인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若物之外(약물지외) : “물건의 외형이나
約物之內(약물지내) : 내면에 있어서
惡至而倪貴賤(악지이예귀천) :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분이 생기며,
惡至而倪小大(악지이예소대) :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物無貴賤(물무귀천) : 물건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以物觀之(이물관지) : 물건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自貴而相賤(자귀이상천) :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以俗觀之(이속관지) :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貴賤不在己(귀천불재기) :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以差觀之(이차관지) :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大而大之(인기소대이대지) :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장에서 말하면
則萬物莫不大(칙만물막불대) :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因其所小而小之(인기소소이소지) :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장에서 보면
則萬物莫不小(칙만물막불소) :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天地之爲稊米也(지천지지위제미야) :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知毫末之爲丘山也(지호말지위구산야) :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則差數覩矣(칙차수도의) : 그렇게 차이와 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以功觀之(이공관지) : 공용(功用)의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有而有之(인기소유이유지) : 그 공용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有(칙만물막불유) : 만물에는 쓸데 없는 것이란 없게 되며,
因其所無而無之(인기소무이무지) : 그 공용을 없다고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無(칙만물막불무) : 만물 중에 쓸데 있는 것이란 없게 된다.
知東西之相反而不可以相無(지동서지상반이불가이상무) : 동쪽과 서쪽은 서로 반대가 되면서도 서로 어느 한편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안다면,
則功分定矣(칙공분정의) : 곧 공용의 규정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 것이다.
以趣觀之(이취관지) : 취향이란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然而然之(인기소연이연지) : 그것이 그러함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然(칙만물막불연) : 만물에는 옳지 않은 것이란 없게 된다.
因其所非而非之(인기소비이비지) : 그것이 그름을 비난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非(칙만물막불비) : 만물에는 그릇되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堯桀之自然而相非(지요걸지자연이상비) : 요임금이나 걸왕이 모두 스스로는 시인하면서도 남이 비난하였다는 것을 안다면
則趣操覩矣(칙취조도의) : 취향이란 것도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昔者堯舜讓而帝(석자요순양이제) : 옛날에 요와 순은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제업을 이루었고,
之괘噲讓而絶(지괘쾌양이절) : 연나라 임금 증은 재상의 아들 지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으나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湯武爭而王(탕무쟁이왕) : 은나라 탕왕이나 주나라 무왕은 다툼을 통해 왕이 되었으나,
白工爭而滅(백공쟁이멸) : 초나라 백공은 다툼으로 멸망했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로 볼 때
爭讓之禮(쟁양지례) : 이처럼 다투고 사양하는 예절이나,
堯桀之行(요걸지행) : 요임금과 걸왕 같은 행동은
貴賤有時(귀천유시) : 때에 따라 귀하게도 되고 천하게도 되는 것이어서
未可以爲常也(미가이위상야) : 일정한 표준에 의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梁麗可以衝城(량려가이충성) : 들보나 기둥같이 큰 재목은 성벽을 무너뜨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而不可以窒穴(이불가이질혈) : 작은 구멍을 막는 데는 소용이 없다.
言殊器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기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騏驥驊騮(기기화류) : 천리마는
一日而馳千里(일일이치천리) :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지만
捕鼠不如狸狌(포서불여리성) : 쥐를 잡는 데는 삵쾡이만 못하다.
言殊技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재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鴟鵂夜撮蚤(치휴야촬조) : 올빼미는 밤에도 벼룩을 잡고
察毫末(찰호말) : 터럭 끝도 볼 수 있지만
晝出瞋目而不見丘山(주출진목이불견구산) : 낮에 나와서는 눈을 뜨고도 큰산도 보지 못한다.
言殊性也(언수성야) : 말하자면 그것은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蓋師是而無非(개사시이무비) : 어찌 옳다는 것을 존중하고 그르다는 것은 무시하며,
師治而無亂乎(사치이무란호) : 다스림은 존중하고 혼란은 무시하는가?
是未明天地之理(시미명천지지리) : 그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와
萬物之情者也(만물지정자야) : 만물의 진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是猶師天而無地(시유사천이무지) : 그것은 마치 하늘은 존중하면서 땅은 무시하고,
師陰而無陽(사음이무양) : 음은 존중하면서 양은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其不可行明矣(기불가행명의) : 그것이 통용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然且語而不舍(연차어이불사) : 그런데도 그런 주장을 버리지 않고 내세우는 자들은
非愚則誣也(비우칙무야) :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帝王殊禪(제왕수선) : 옛날 제왕들을 보면 물려주는 방법이 서로 달랐고,
三代殊繼(삼대수계) : 하·은·주 3대의 왕위 계승 방법도 각기 달랐다.
差其時(차기시) : 그 시대와 어긋나게 하고,
逆其俗者(역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거스르는 자를 두고
謂之簒夫(위지찬부) : 그를 찬탈자라 부르며,
當其時(당기시) : 그 시대에 합당하게 하고
順其俗者(순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따르는 사람을 두고
謂之義之徒(위지의지도) : 의로운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黙黙乎河伯(묵묵호하백) : 황하의 신은 말이 없으니
女惡知貴賤之門(여악지귀천지문) : 네가 어찌 귀천의 문과
小大之家(소대지가) : 대소의 집을 알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我何爲乎(연칙아하위호) :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吾辭受趣舍(오사수취사) : 제가 사양하거나 나가거나 멈추는데 있어서
吾終奈何(오종내하) :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何貴何賤(하귀하천) :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겠는가?
是謂反衍(시위반연) : 이런 경지를 혼돈하게 통일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無拘而志(무구이지) :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與道大蹇(여도대건) :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何少何多(하소하다)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엇을 많다 하겠는가?
是謂謝施(시위사시) :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라 말하는 것이다.
無一而行(무일이행) : 한편에만 치우치는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
與道參差(여도참차) : 그러면 도에 어긋나게 된다.
嚴嚴乎若國之有君(엄엄호약국지유군) :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과 같아서
其無私德(기무사덕) :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繇繇乎若祭之有社(요요호약제지유사) :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땅의 신과 같아서
其無私福(기무사복) : 사사로이 복을 내려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泛泛乎其若砂防之無窮(범범호기약사방지무궁) : 대범하기가 사방이 끝없는 것과 같아서
其無所畛域(기무소진역) : 아무런 한계도 없어야 한다.
兼懷萬物(겸회만물) : 만물을 다 같아 아울러 감싸서
其孰承翼(기숙승익) : 그 어떤 사람만을 아껴주거나 도와 주는 일이 없으면
是謂無方(시위무방) : 이것을 두고 일정한 넓이가 없는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萬物一齊(만물일제) : 만물은 한결같이 평등한 것이니,
孰短孰長(숙단숙장) : 어느 것이 못하고 어느 것이 더 나은가?
道無終始(도무종시) : 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만
物有死生(물유사생) : 물건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不恃其成(불시기성) : 그래서 물건의 공용이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一虛一盈(일허일영) : 어떤 때는 비어 있다가도 어떤 때는 차게 마련이어서
不位乎其形(불위호기형) : 그 형세에는 일정한 위치가 없다.
年不可擧(년불가거) : 늙어 가는 나이는 막을 수가 없고,
時不可止(시불가지) : 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消息盈虛(소식영허) : 생성소멸과 찼다가 비는 일을 반복하여
終則有始(종칙유시) : 그치면 또 시작을 한다.
是所以語大義之方(시소이어대의지방) : 이것이야말로 내가 위대한 도의 뜻을
論萬物之理也(론만물지리야) : 얘기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인 것이다.
物之生也(물지생야) : 물건의 생성은
若驟若馳(약취약치) : 말이 뛰거나 달리는 것처럼 변화한다.
無動而不變(무동이불변) :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없고,
無時而不移(무시이불이) : 잠시도 바뀌지 않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
何爲乎(하위호) : 그런데 무엇을 하겠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못하는가?
夫固將自化(부고장자화) : 그대로 스스로 변화하게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何貴於道邪(연칙하귀어도사) : “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知道者必達於理(지도자필달어리) :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達於理者必明於權(달어리자필명어권) : 이에 통달한 사람은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明於權者不以物害己(명어권자불이물해기) :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至德者(지덕자)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火弗能熱(화불능열) :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水弗能溺(수불능익) :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寒暑弗能害(한서불능해) :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禽獸不能賊(금수불능적) :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다.
非謂其薄之也(비위기박지야) :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言察乎安危(언찰호안위) :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寧於禍福(녕어화복) :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謹於去就(근어거취) :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莫之能害也(막지능해야) :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天在內(천재내) :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人在外(인재외) : 인위적인 것은 밖으로 내보내어,
德在乎天(덕재호천) : 그의 덕이 자연에 있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知乎人之行(지호인지행) : 자연과 사람의 행위에 대해 알고
本乎天(본호천) : 자연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位乎得(위호득) : 그의 올바른 위치를 얻게 될 것이다.
蹢躅而屈伸(척촉이굴신) : 그러면 나아가고 물러나고 굽히고 뻗치고 자유자재로 되며,
反要而語極(반요이어극) : 도로 되돌아가 진리의 극치를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물었다.
何謂天(하위천) : “무엇을 자연이라 하고,
何謂人(하위인) : 무엇을 인위라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牛馬四足(우마사족) : “소나 말이 네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을
是謂天(시위천) : 자연이라 말하고,
落馬首(락마수) : 말의 머리에 고삐를 매거나
穿牛鼻(천우비) : 소의 코를 뚫는 것을
是謂人(시위인) : 인위라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以人滅天(무이인멸천) : 인위로써 자연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故滅命(무이고멸명) : 지혜로 천명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得殉名(무이득순명) : 자기의 덕을 명성을 위해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謹守而勿失(근수이물실) : 자연을 지켜 잃지 않는 것을
是謂反其眞(시위반기진) : 그의 진실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2.
夔憐蚿(기련현) :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는 발이 많은 지네를 부러워하고,
蚿憐蛇(현련사) : 지네는 발 없이도 움직이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사련풍) : 뱀은 의지하는 데 없이 움직이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風憐目(풍련목) : 바람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는 눈(目)을 부러워하고,
目憐心(목련심) : 눈은 가지 않고도 아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夔謂蚿曰(기위현왈) : 기가 지네에게 말했다.
吾以一足趻踔而行(오이일족참탁이행) : “나는 한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지만
予無如矣(여무여의) : 그대는 뜻대로 가지지 않습니다.
今子之使萬足(금자지사만족) : 이제 그대는 수많은 발을 쓰니
獨奈何(독내하) : 얼마나 편하십니까?”
蚿曰(현왈) : 지네가 대답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子不見夫唾者乎(자불견부타자호) : 당신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噴則大者如珠(분칙대자여주) :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 같고
小者如霧(소자여무) : 작은 것은 안개 같은데,
雜而下者不可勝數也(잡이하자불가승수야) : 크고 작은 것이 섞여 떨어지는 그 수는 이루 다 알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今予動吾天機(금여동오천기) : 지금 나는 그처럼 나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사용할 따름이어서
而不知其所以然(이불지기소이연) : 그렇게 편리한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
蚿謂蛇曰(현위사왈) : 지네가 뱀에게 물었다.
吾以衆足行(오이중족행) : “저는 많은 발로 다니고 있지만
而不及子之無足(이불급자지무족) : 선생의 발 없는 것만 못하니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蛇曰(사왈) : 뱀이 대답했다.
夫天機之所動(부천기지소동) : “자연스러운 기능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을
何可易邪(하가역사) :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吾安用足哉(오안용족재) : 내 어찌 발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蛇謂風曰(사위풍왈) : 뱀이 바람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予動吾脊脅而行(여동오척협이행) : 저는 저의 척추와 갈비뼈를 움직여 다니고 있으니
則有似也(칙유사야) : “의지하는 곳이 있는 셈입니다.
今子蓬蓬然起於北海(금자봉봉연기어북해) : 선생께서는 북해에서 일어나
蓬蓬然入於南海(봉봉연입어남해) : 남해로 불어 들어가는데도
而似無有下野(이사무유하야) : 의지하는 곳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風曰然(풍왈연) : 바람이 대답했다.“그렇습니다.
予蓬蓬然起於北海(여봉봉연기어북해) : 나는 북해에서 일어나
而入於南海也(이입어남해야) : 남해로 불어 들어갑니다.
然而指我則勝我(연이지아칙승아) : 그러나 손가락도 나를 이기고,
鰌我亦勝我(추아역승아) : 발길질도 나를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夫折大木(부절대목) : 큰 나무를 꺾고
蜚大屋者(비대옥자) : 큰 지붕을 날려 보내는 것이 또
唯我能也(유아능야) : 한 나의 능력입니다.
故以衆小不勝爲大勝也(고이중소불승위대승야) : 작은 것은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큰 것은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爲大勝者(위대승자) : 완전히 크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唯聖人能之(유성인능지) :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3.
孔子遊於匡(공자유어광) : 공자가 광이라는 곳에 갔을 때
衛人圍之數帀(위인위지수잡) : 송나라 사람들이 그를 몇 겹으로 포위하고 해치려 하였으나
而絃歌不惙(이현가불철) : 공자는 쉬지 않고 금을 타며 노래를 했다.
子路入見曰(자로입견왈) : 자로가 들어와서 공자에게 물었다.
何夫子之娛也(하부자지오야)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즐거우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曰來(공자왈래) : 공자가 이르기를 “와서
吾語女(오어여) :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我諱窮久矣(아휘궁구의) : 내가 이제껏 곤궁한 것을 싫어한지 오래 되었지만
而不免(이불면) : 그것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命也(명야) : 운명일 것이다.
求通久矣(구통구의) : 나의 뜻대로 되기를 바란지 오래 되었지만
而不得(이부득) : 그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時也(시야) : 시세(時勢)일 것이다.
當堯舜之時而天下無窮人(당요순지시이천하무궁인) :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는데,
非知得也(비지득야) :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當桀紂之時而天下無通人(당걸주지시이천하무통인) : 걸왕과 주왕 시대에는 천하에 뜻대로 사는 사람이란 없었는데,
非知失也(비지실야) :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時勢適然(시세적연) : 시세가 마침 그랬던 것이다.
夫水行不避蛟龍者(부수행불피교룡자) : 물 속을 다니면서도 교룡이나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漁父之勇也(어부지용야) : 어부들의 용기이다.
陸行不避兕虎者(육행불피시호자) : 육지를 다니면서도 외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獵夫之勇也(렵부지용야) : 사냥꾼들의 용기이다.
白刃交於前(백인교어전) : 시퍼런 칼날이 눈앞에 맞부딪치고 있어도
視死若生者(시사약생자) : 죽음을 삶과 같이 여기는 것은
烈士之勇也(렬사지용야) : 열사들이 용기이다.
知窮之有命(지궁지유명) : 자기가 곤궁하여진 것은 운명임을 알고,
知通之有時(지통지유시) : 뜻대로 되자면 시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臨大難而不懼者(림대난이불구자) : 큰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聖人之勇也(성인지용야) : 성인의 용기이다.
由處矣(유처의) : 자로야! 자리에 편히 앉거라.
吾命有所制矣(오명유소제의) : 나는 운명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無幾何(무기하) : 얼마 되지 않아
將甲者進(장갑자진) : 무장한 군사를 이끄는 장수가 들어와
辭曰(사왈) : 사과하기를
以爲陽虎也(이위양호야) : “저희들은 선생님이 양호인 줄 알고
故圍之(고위지) : 그래서 포위했었습니다.
今非也(금비야) : 이제 양호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請辭而退(청사이퇴) : 사과를 드리고 물러나려고 왔습니다.”
4.
公孫龍問於魏牟曰(공손룡문어위모왈) : 공손룡이 위모에게 물었다.
龍少學先王之道(룡소학선왕지도) : “저는 어려서부터 옛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長而明仁義之行(장이명인의지행) : 자라서는 어짊과 의로움으로 행동을 했습니다.
合同異(합동이) : 같고 다른 것들을 하나로 합하여 논하였고,
離堅白然不然(리견백연불연) : 같은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다는 개념을 둘로 분리시켰습니다.
可不可(가불가)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 하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했습니다.
困百家之知(곤백가지지) : 여러 학자들의 지혜를 곤경으로 몰아 넣었고,
窮衆口之辯(궁중구지변) : 여러 사람들의 언변을 궁지로 몰았습니다.
吾自以爲至達已(오자이위지달이) : 저는 스스로를 지극히 통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今吾聞莊子之言(금오문장자지언) : 그러나 장자의 말을 듣고 나서는
汒焉異之(망언이지) : 멍하니 정신이 없고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不知論之不及與(불지론지불급여) : 저의 이론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知之弗若與(지지불약여) : 저의 지혜가 그만 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今吾無所開吾喙(금오무소개오훼) : 저는 지금 입을 열 수가 없습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 감히 묻건데 그의 도는 어떤 것입니까?”
公子牟隱机大息(공자모은궤대식) : 공자 모가 책상에 기대어 크게 한숨을 짓고
仰天而笑曰(앙천이소왈) :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말했다.
子獨不聞夫?之䵷乎(자독불문부?지와호) : “당신은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謂東海之鱉曰(위동해지별왈) : 개구리가 어느 날 동해의 거북에게 말했습니다.
吾樂與(오락여) : 나는 참 즐겁다.
出跳梁乎井幹之上(출도량호정간지상) : 우물가 위로 뛰어올라가 놀기도 하고,
入休乎缺甃之崖(입휴호결추지애) : ‘깨어진 벽 틈으로 들어가 쉬기도 한다.
赴水則接腋持頤(부수칙접액지이) : 물로 들어가서는 양편 겨드랑이를 수면에 대고 턱을 물 위에 받치며,
蹶泥則沒足滅跗(궐니칙몰족멸부) : 진흙을 발로 차면 발등까지 밖에 빠지지 않는다.
還視虷蟹與科斗(환시간해여과두) : 장구벌레나 게나 올챙이를 둘러봐도
莫吾能若也(막오능약야) : 나만한 것이 없다.
且夫擅一壑之水(차부천일학지수) : 거기에다 한 우물을 독점하고서
而跨跱埳井之樂(이과치감정지락) : 무너진 우물을 지배하는 즐거움 .
此亦至矣(차역지의) : 또한 최고이다
夫子奚不時來入觀乎(부자해불시래입관호) : 당신도 한 번 들어와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東海之鱉左足未入(동해지별좌족미입) : 그래서 동해의 거북이 들어가 보려고 왼발을 넣기도 전에
而右膝已縶矣(이우슬이집의) : 오른편 무릎이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於是逡巡而却(어시준순이각) : 그래서 어정어정 기어나와
告之海曰(고지해왈) : 개구리에게 바다 얘기를 했습니다.
夫千里之遠(부천리지원) : 천리의 먼 거리로도
不足以擧其大(불족이거기대) : 바다를 크기를 표현하기에 부족하고,
千仞之高(천인지고) : 천 길의 높이로도
不足以極其深(부족이극기심) : ‘바다의 깊이를 형용하기에 부족하다.
禹之時十年九潦(우지시십년구료) : 우 임금 때 십 년 동안에 아홉 번이나 큰 장마가 졌지만
而水弗爲加益(이수불위가익) : 바다의 물은 불어나지 않았고,
湯之時八年七旱(탕지시팔년칠한) : 탕 임금 때 팔 년 동안에 일곱 번이나 가뭄이 들었지만
而崖不爲加損(이애불위가손) : 바다의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夫不爲頃久推移(부불위경구추이) : 시간이 짧고 긴 것에 따라 변화하는 법이 없으며,
不以多少進退者(불이다소진퇴자) : 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줄고 늘지 않는 것이
此亦東海之大樂也(차역동해지대락야) : 바다의 큰 즐거움이다.’
於是(어시) : 이에
?之䵷聞之(?지와문지) : 우물안 개구리는 그 얘기를 듣고
適適然驚(적적연경) : 소스라치게 놀라서
規規然自失也(규규연자실야) : 멍하니 정신을 잃어 버렸다 합니다.”
且夫知不知是非之竟(차부지부지시비지경) : 위모가 말을 이었다.“당신의 지혜란 옳고 그름의 한계조차 모를 정도인데
而猶欲觀於莊子之言(이유욕관어장자지언) : 장자의 말을 이해하려 하고 있으니,
是猶使蚊虻負山(시유사문맹부산) : 그것은 마치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게 하고,
商蚷馳河也(상거치하야) : 노래기에게 황하를 건너게 하는 것과 같아서
必不勝任矣(필불승임의) :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且夫知不知論極妙之言(차부지부지론극묘지언) : 또한 지혜가 오묘한 말을 논할 정도가 못 되면서도
而自適一時之利者(이자적일시지리자) : 스스로 일시적인 궤변에 의한 이익이나 추구하는 것은
是非埳井之䵷與(시비감정지와여) :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지 않습니까?
且彼方跐黃泉而登大皇(차피방차황천이등대황) : 장자는 황천을 내리 밟고 하늘로 올라가
無南無北(무남무북) :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이
奭然四解(석연사해) : 질펀히 사방으로 퍼져서
淪於不測(륜어불측) :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달하여 있고,
無東無西(무동무서) :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이
始於玄冥(시어현명) : 아득한 우주의 근본에서 시작하여
反於大通(반어대통) : 위대한 도로 되돌아와 있습니다.
子乃規規然而求之以察(자내규규연이구지이찰) : 그런데도 당신은 멍청히 관찰로 이해하고
索之以辯(색지이변) : 변론으로 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是直用管窺天(시직용관규천) : 이것이야말로 가는 대롱으로 하늘을 내다보고,
用錐指地也(용추지지야) : 송곳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으니
不亦小乎(불역소호) : 이 얼마나 작은 소견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자네는 그만 돌아가라
且子獨不聞夫壽陵餘子之學行於邯鄲與(차자독불문부수릉여자지학행어감단여) : 또 당신은 수릉의 젊은이가 한단으로 가서 걸음걸이를 배웠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未得國能(미득국능) :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기도 전에
又失其故行矣(우실기고행의) : 옛날의 걸음걸이마져 잊어버렸습니다.
直匍匐而歸耳(직포복이귀이) : 그래서 그는 기어서 돌아왔다 합니다.
今子不去(금자불거) : 지금 당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將忘子之故(장망자지고) : 당신의 옛 마음마저 잊을 것이고,
失子之業(실자지업) : 당신의 옛 직업도 잃을 것입니다.”
公孫龍口呿而不合(공손룡구거이불합) : 공손룡은 이 말을 듣자 입은 열린 채 닫혀지지 않았고,
舌擧而不下(설거이불하) : 혀는 말려 올라간 채 내려오지 않았다.
乃逸而走(내일이주) : 그래서 몸을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5.
莊子釣於濮水(장자조어복수) : 장자가 복수 근처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楚王使大夫二人往先焉(초왕사대부이인왕선언) :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사람을 그에게 보내 자신의 뜻을 전하게 했다.
曰願以境內累矣(왈원이경내루의) : 이르기를, “번거롭겠지만 나라의 정치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莊子持竿不顧(장자지간불고) : 장자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돌아보지도 않고
曰吾聞楚有神龜(왈오문초유신구) :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는데
死已三千歲矣(사이삼천세의) : “죽은 지 이미 삼천 년이나 되었다 합니다.
王以巾笥而藏之廟堂之上(왕이건사이장지묘당지상) : 임금은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어 묘당 위에 그것을 보관한다 합니다.
此龜者(차구자) : 그 거북의 입장이라면,
寧其死爲留骨而貴乎(녕기사위류골이귀호) : 죽어서 뼈만 남아 존귀하게 되고 싶겠습니까,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녕기생이예미어도중호) :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겠습니까?”
二大夫曰(이대부왈) : 두 대부가 대답했다.
寧生而曳尾塗中(녕생이예미도중) :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려 하겠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往矣(왕의) : “그러면 돌아가시오.
吾將曳尾於塗中(오장예미어도중) : 나는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려고 합니다.”
6.
惠子相梁(혜자상량) :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莊子往見之(장자왕견지) :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갔다.
或謂惠子曰(혹위혜자왈) :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이르기를
莊子來(장자래) : “장자가 오는 것은
欲代子相(욕대자상) : 선생님 대신 이 나라 재상이 되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於是惠子恐(어시혜자공) : 이에 혜자는 놀라
搜於國中三日三夜(수어국중삼일삼야) : 사람들을 시켜 사흘 낮 사흘 밤을 두고 장자의 행방을 찾게 했다.
莊子往見之曰(장자왕견지왈) : 그 뒤에 장자가 찾아와 만나서 이르기를
南方有鳥(남방유조) : “남방에 새가 있는데
其名爲鵷鶵(기명위원추) : 그 이름을 원추라 부른다.
子知之乎(자지지호) : 당신도 그 새를 알고 있는가?
夫鵷鶵(부원추) : 원추라는 새는
發於南海而飛於北海(발어남해이비어북해) :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非梧桐不止(비오동부지) :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非練實不食(비련실불식) :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非醴泉不飮(비예천불음) :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於是鴟得腐鼠(어시치득부서) : 그런데 솔개가 썩은 쥐를 갖고 있다가,
鵷鶵過之(원추과지) : 원추가 날아오자
仰而視之曰嚇(앙이시지왈혁) : 자기 것을 빼앗을까봐 깩 소리를 내며 놀랐다고 한다.
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금자욕이자지량국이혁아사) : 지금 당신은 양나라 때문에 나를 보고 깩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장자여혜자유어호량지상) : 장자가 혜자와 더불어 호수가 둑을 거닐고 있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儵魚出遊從容(숙어출유종용) :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是魚之樂也(시어지락야) : 물고기는 즐거울 거야.”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子非魚(자비어) :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安知魚之樂(안지어지락) :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아는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子非我(자비아) : “자네는 내가 아닌데
安知我不知魚之樂(안지아부지어지락) :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가?”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我非子(아비자) : “나는 자네가 아니라서
固不知子矣(고부지자의) : 본시 자네를 알지 못하네.
子固非魚也(자고비어야) : 자네도 본시 물고기가 아니니
子之不知魚之樂(자지부지어지락) :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全矣(전의) : 틀림없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請循其本(청순기본) : “얘기를 그 근본으로 되돌려 보세.
子曰(자왈) : 자네가 이르기를
汝安知魚樂(여안지어락) :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고
云者(운자) : 물었던 것은,
旣已知吾知之而問我(기이지오지지이문아) :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인데,
我知之濠上也(아지지호상야) : 나는 호수 위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네.”
至樂
1.
天下有至樂無有哉(천하유지락무유재) : 천하에는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有可以活身者無有哉(유가이활신자무유재) : 자기 몸을 잘 살리는 길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今奚爲奚據(금해위해거) :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奚避奚處(해피해처) :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몸담아야 하는가
奚就奚去(해취해거) : 무엇을 따라 나가야 하고, 무엇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
奚樂奚惡(해락해악) : 무엇을 즐거워해야 하고, 무엇을 미워해야 하는가
夫天下之所尊者(부천하지소존자) :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존중하는 것은
富貴壽善也(부귀수선야) : 부귀와 장수와 명예이다.
所樂者(소락자) : 세상에서 즐거워하는 것은
身安厚味美服好色音聲也(신안후미미복호색음성야) : 몸의 안락과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옷과 좋은 빛깔과 음악 같은 것들이다.
所下者(소하자) :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은
貧賤夭惡也(빈천요악야) : 빈천과 일찍 죽는 것과 비난을 받는 것이다.
所苦者(소고자) : 세상에서 괴롭게 여기는 것은
身不得安逸(신불득안일) : 몸이 편안하지 않은 것과
口不得厚味(구불득후미) :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것과
形不得美服(형불득미복) : 아름다운 옷을 걸치지 못하는 것과
目不得好色(목부득호색) : 좋은 빛깔을 보지 못하는 것과
耳不得音聲(이부득음성) :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若不得者(약부득자) : 만약 그런 것들을 얻지 못하게 되면
則大憂以懼(칙대우이구) : 크게 근심하며 두려워하게 된다.
其爲形也(기위형야) : 이것은 그의 육체만을 위하는 것이니
亦愚哉(역우재) : 어리석은 짓이다.
夫富者(부부자) : 부자라는 사람들은
若身疾作(약신질작) : 자신을 괴롭히면서 애써서 일하여
多積財而不得盡用(다적재이불득진용) : 많은 재물을 쌓아 놓고도 다 쓰지 못한다.
其爲形也亦外矣(기위형야역외의) : 이것은 그의 육체만을 위한 것이니 원리에 벗어난 짓이다.
夫貴者(부귀자) : 신분이 귀한 사람들이란
夜以繼日(야이계일) :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하여
思慮善否(사려선부) : 일이 잘 되고 잘못 되는 것을 생각한다.
其爲形也亦疏矣(기위형야역소의) : 이것은 그의 육신만을 생각하는 것이니 원리로부터 멀리 벗어난 것이다.
人之生也(인지생야) :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與憂俱生(여우구생) : 근심과 더불어 태어나는 것이다.
壽者惛惛(수자혼혼) : 장수한다고 해도 정신이 희미한 채
久憂不死(구우불사) : 오래도록 근심하며 죽지 않는 것이니
何故也(하고야) : 얼마나 그것이 괴로울 것인가?
其爲形也亦遠矣(기위형야역원의) : 이것은 그의 육신만을 위한 때문이니 원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이다.
烈士爲天下見善矣(열사위천하견선의) : 열사들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未足以活身(미족이활신) : 그의 몸을 잘 살리지는 못한 것이다.
吾未知善之誠善邪(오미지선지성선사) : 나는 그들의 훌륭함이 정말로 훌륭한 것인지
誠不善邪(성불선사) : 진실로 훌륭하지 못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若以爲善矣(약이위선의) : 그것을 훌륭하다고 하자니
不足活身(부족활신) : 그의 몸도 살리지 못한 것이어서 안 될 일이고,
以爲不善矣(이위불선의) : 훌륭하지 않다고 하자니
足以活人(족이활인) : 남은 잘 살려줄 수 있으니 또한 안될 일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忠諫不聽(충간불청) : “충실히 간해도 듣지 않을 때에는
蹲循勿爭(준순물쟁) : 눈치껏 물러서야지 다투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故父子胥爭之以殘其形(고부자서쟁지이잔기형) : 오자서는 임금과 다투다가 그의 육신을 잃게 되었다.
不爭(부쟁) : 그러나 다투지 않았다면
名亦不成(명역불성) : 명성이 이룩되지 않았을 것이다.
誠有善無有哉(성유선무유재) : 그러니 진실로 훌륭한 것이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今俗之所爲與其所樂(금속지소위여기소락) : 지금 세속에서 하는 짓이나 즐기는 것을 보아도
吾又未知樂之果樂邪(오우미지락지과락사) : 나는 또 그 즐거움이 정말 즐거움인지
果不樂邪(과불락사) : 과연 즐겁지 않은지를 알지 못한다.
吾觀夫俗之所樂(오관부속지소락) : 내가 세속에서 즐기는 것을 관찰한 바로는
擧群趣者誙誙然如將不得已(거군취자경경연여장부득이) : 모두가 무리 지어 나가면서 꼭 해야할 말은 안하고는 못 배길 일처럼 하면서
而皆曰樂者(이개왈락자) : 모두가 즐겁다고 말하고 있지만,
吾未知之樂也(오미지지락야) : 나는 그것이 즐거운 것인지,
亦未知之不樂也(역미지지불락야) : 또한 즐겁지 못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果有樂無有哉(과유락무유재) : 과연 즐거움이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吾以無爲誠樂矣(오이무위성락의) : 나는 무위야말로 진실한 즐거움이라 여기고 있다.
又俗之所大苦也(우속지소대고야) : 또 세속에서는 그것을 크게 괴로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至樂無樂(지락무락) : 지극한 즐거움이란 즐거움을 초월하는데 있고,
至譽無譽(지예무예) : 지극한 명예란 명예를 초월하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다.
天下是非果未可定也(천하시비과미가정야) :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정말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無爲可以定是非(무위가이정시비) : 무위만은 옳고 그름의 판단에 단정을 내릴 수가 있다.
至樂活身(지락활신) : 지극한 즐거움과 몸을 살려주는 길은
唯無爲幾存(유무위기존) : 오직 무위에 있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일찌기
請嘗試言之(청상시언지) : 생각하여 말해보게 한다면
天無爲以之淸(천무위이지청) : 하늘은 무위한데 그로 인해 맑다.
地無爲以之寧(지무위이지녕) : 땅은 무위한데 그로 인해 안정되어 있다.
故兩無爲相合(고양무위상합) : 그러므로 이들 두 가지 무위가 서로 합쳐져
萬物皆化生(만물개화생) : 만물 모두가 변화하는 것이다.
芒乎芴乎(망호홀호) : 아득하고 아련하여
而無從出乎(이무종출호) : 그 나온 바를 알 수가 없다.
芴乎芒乎(홀호망호) : 아득하고 아련하여
而無有象乎(이무유상호) : 그 형체를 알 수가 없다.
萬物職職(만물직직) : 만물이 번성하고 있지만
皆從無爲殖(개종무위식) : 모두가 무위로부터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故曰天地無爲也而無不爲也(고왈천지무위야이무불위야) :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무위이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人也孰能得無爲哉(인야숙능득무위재) : 세상 사람으로 그 누가 무위할 수 있겠는가
2.
莊子妻死(장자처사) : 장자의 아내가 죽자
惠子弔之(혜자조지) : 혜자가 조상하러 갔다.
莊子則方箕踞鼓盆而歌(장자칙방기거고분이가) : 장자는 그 때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與人居(여인거) : “그 분와 함께 살았고,
長者老(장자노) : 자식을 길렀으며, 함께 늙었다.
身死(신사) : 그런 부인이 죽었는데
不哭(불곡) : 곡은 안하고
亦足矣(역족의) : 또한 만족해하며
又鼓盆而歌(우고분이가) :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不亦甚乎(불역심호) : 또한 너무 심하지 않은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是其始死也(시기시사야) : 그녀가 죽고서
我獨何能無槪然(아독하능무개연) : 처음에는 나라고 어찌 슬픔이 없었겠는가?
察其始而本無生(찰기시이본무생) :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 이전을 생각해 보니 본시는 삶이 없었던 것이었고,
非徒無生也而本無形(비도무생야이본무형) : 삶만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형체조차 없었으며,
非徒無形也而本無氣(비도무형야이본무기) : 형체만이 아니라 기운조차 없었던 것이다.
雜乎芒芴之間(잡호망홀지간) : 흐리멍덩한 사이에 섞여 있었으나
變而有氣(변이유기) : 그것이 변화하여 기운이 있게 되었고,
氣變而有形(기변이유형) : 기운이 변화하여 형체가 있게 되었으며,
形變而有生(형변이유생) : 형체가 변화하여 삶이 있게 되었던 것이다.
今又變而之死(금우변이지사) : 지금은 그런 아내가 또 변화하여 죽어간 것이다.
是相與爲春秋冬夏四時行也(시상여위춘추동하사시행야) : 이것은 봄·가을과 여름·겨울의 사철이 운행하는 것과 같은 변화였던 것이다.
人且偃然寢於巨室(인차언연침어거실) : 그 사람은 하늘과 땅이라는 거대한 방 속에 편안히 잠들고 있는 것이다.
而我噭噭然隨而哭之(이아교교연수이곡지) : 그런데도 내가 소리내어 그의 죽음을 따라 곡을 한다면
自以爲不通乎命(자이위불통호명) : 천명에 통달하지 못한 짓이라 스스로 생각되었다
故止也(고지야) : 그래서 곡을 그친 것이다
3.
支離叔與滑介叔觀於冥伯之丘(지리숙여활개숙관어명백지구) : 지리숙과 활개숙이 명백의 언덕과
崑崙之虛(곤륜지허) : 곤륜산 봉우리 같은
黃帝之所休(황제지소휴) : 황제가 전에 노닐다 쉬던 곳을 구경갔다.
俄而柳生其左肘(아이류생기좌주) : 그런데 갑자기 활개숙의 왼쪽 팔꿈치에 혹이 생겨
其意蹶蹶然惡之(기의궐궐연오지) : 그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언짢게 생각하는 듯 했다.
支離叔曰(지리숙왈) : 지리숙이 말했다.
子惡之乎(자오지호) : “자네는 그것이 언짢은가?”
滑介叔曰(활개숙왈) : 활개숙이 대답했다.
亡予何惡(망여하악) : “아닐세, 내가 어찌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生者(생자) : 생겨나게 하려면
假借也(가차야) : 다른 것에 의지해야만 하네.
假之雅生(가지아생) : 무엇이건 힘을 빌려야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
生者(생자) : 그러니 생겨난다는 것은
塵垢也(진구야) : 먼지나 때가 묻는 것과 같고.
死生爲晝夜(사생위주야) : 죽고 사는 것은 밤과 낮이나 같네.
且吾與子觀化而化及我(차오여자관화이화급아) : 나와 자네는 그런 변화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변화가 나에게 미친 것이네.
我又何惡焉(아우하악언) : 내 어찌 무엇을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4.
莊子之楚(장자지초) : 장자가 초나라로 가다가
見空躅髏(견공촉루) : 앙상한 해골을 보았는데,
髐然有形(효연유형) : 바싹 말라 겨우 형체만이 남아 있었다.
撽以馬捶因而問之曰(교이마추인이문지왈) : 장자가 말채찍으로 해골을 두드리며 해골에게 물었다.
夫子貪生失理(부자탐생실리) : “그대는 삶을 탐하여 이치를 잃었기 때문에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亡國之事(장자유망국지사) :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망치는 일을 하여
斧鉞之誅(부월지주) : 처형을 당해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不善之行(장자유불선지행) : 아니면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함으로써
愧遺父母妻子之醜(괴유부모처자지추) : 부모처자에게까지 치욕을 남겨주게 될까 두려워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凍餒之患(장자유동뇌지환) : 그렇지 않으면 헐벗고 굶주려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之春秋故及此乎(장자지춘추고급차호) : 아니면 나이가 많아서 이렇게 되었는가”
於是語卒(어시어졸) : 이에 말을 마치고
援髑髏(원촉루) : 해골을 끌어다
枕而臥(침이와) : 베고 누워 잤다.
夜半(야반) : 밤중에
髑髏見夢曰(촉루견몽왈) : 해골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子之談者似辯士(자지담자사변사) : “조금 전에 당신이 한 얘기는 변사와 같은 말이었다.
視子所言(시자소언) : 당신이 말한 것은
皆生人之累也(개생인지루야) : 모두가 살아 있는 사람의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死則無此矣(사칙무차의) : 죽어 버리면 이런 것이 없다.
子欲聞死之說乎(자욕문사지설호) : 당신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가?”
莊子曰然(장자왈연) : 장자가 말하기를,“그렇습니다.”
髑髏曰(촉루왈) : 해골이 말했다.
死無君於上(사무군어상) : “죽음의 세계에 있어서는 위로는 임금이 없고,
無臣於下(무신어하) : 아래로는 신하가 없다.
亦無四時之事(역무사시지사) : 또한 사시의 때가 없다
從然以天地爲春秋(종연이천지위춘추) : 비록 그러하나 하늘과 땅을 봄과 가을로 삼고 있다.
雖南面王樂(수남면왕락) : 비록 임금 노릇이 즐겁다지만
不能過也(불능과야) :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莊子不信曰(장자불신왈) : 장자가 그것을 믿지 않고 말했다.
吾使司命復生子形(오사사명복생자형) : “내가 사람의 목숨을 주관하는 신에게 부탁하여 당신의 육체를 만들게 하고
爲子骨肉肌膚(위자골육기부) : 당신의 뼈와 살과 살갗을 갖추게 해서
反子父母妻子閭里知識(반자부모처자려리지식) : 당신의 부모처자와 마을 사람과 아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주도록 한다면
子欲之乎(자욕지호) : 당신은 그렇게 하겠습니까?”
髑髏深矉蹙頞曰(촉루심빈축알왈) : 해골은 심하게 화를 내며 말했다.
吾安能棄南面王樂(오안능기남면왕락) : “내 어찌 이 즐거움을 버리고서
而復爲人間之勞乎(이복위인간지로호) : 다시 산 사람의 고생스러움으로 돌아가겠는가.”
5.
顔淵東之齊(안연동지제) : 안연이 동쪽으로 제나라에 가게 되었는데,
孔子有憂色(공자유우색) : 공자가 걱정하는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子貢下席而問曰(자공하석이문왈) : 자공이 자리에 내려앉으며 물었다.
小子敢問(소자감문) : 제가 감히 여쭙겠습니다
回東之齊(회동지제) : “안연이 동쪽 제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夫子有憂色(부자유우색) : 선생님께서는 얼굴에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시니
何邪(하사) : 어찌된 일입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善哉汝問(선재여문) : “좋구나 네 질문이여.
昔者管子有言(석자관자유언) : 옛날 관자가 한 말 중에서
丘甚善之曰(구심선지왈) :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
褚小者不可以懷大(저소자불가이회대) : 그는「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지니고 있을 수가 없고,
綆短者不可以汲深(경단자불가이급심) :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가 없다」고 했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 말은 운명에는
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이위명유소성이형유소적야) : 이미 정해진 것이 있고, 형체에는 적절히 맞는 것들이 있어서,
夫不可損益(부불가손익) : 그것들은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吾恐回與齊侯言堯舜黃帝之道(오공회여제후언요순황제지도)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안연은 제나라 임금에게 가서 요순과 황제의 도를 얘기하며,
而重以燧人神農之言(이중이수인신농지언) : 수인과 신농의 말을 강조할 것이지만,
彼將內求於己而不得(피장내구어기이불득) : 제나라 임금은 마음 속으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아도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不得則惑(불득칙혹) : 이해를 못하면 안연에게 의혹을 품을 것이고,
人惑則死(인혹칙사) : 의혹을 품으면 안연을 죽이고 말 것이다.
且女獨不聞邪(차여독불문사) : 너는 이런 얘기를 듣지 못하였느냐?
昔者海鳥止於魯郊(석자해조지어로교) : 옛날에 어떤 바닷새가 노나라 교외에 와서 내려앉았다.
魯侯御而觴之于廟(로후어이상지우묘)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맞이하여 종묘로 불러들여 잔치를 베풀고,
奏九韶以爲樂(주구소이위락)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具太牢以爲膳(구태뢰이위선) :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로 안주를 삼았다.
鳥乃眩視憂悲(조내현시우비) : 새는 눈을 멍하니 뜨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不敢食一臠(불감식일련) : 한 조각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不敢飮一杯(불감음일배) : 한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고서
三日而死(삼일이사) : 사흘만에 죽고 말았다.
此以己養養鳥也(차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사람인 자기를 양육하는 방법으로 새를 양육했기 때문이다.
非以鳥養養鳥也(비이조양양조야) : 그는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그 새를 기르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夫以鳥養養鳥者(부이조양양조자) :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宜栖之深林(의서지심림) : 마땅히 그가 살던 깊은 숲에 살게 하고,
遊之壇陸(유지단륙) : 호숫가에 노닐게 하며,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이나 호수에서 헤엄치게 하고,
食之鰌鰷(식지추조) : 미꾸라지나 송사리를 잡아먹게 하고,
隨行列而止(수행렬이지) : 같은 새들과 줄지어 날아가 내려앉고
委蛇而處(위사이처) : 멋대로 유유히 지내게 해야만 되는 것이다.
彼唯人言之惡聞(피유인언지악문) : 새는 사람의 말조차 듣기 싫어하건만
奚以夫譊譊爲乎(해이부뇨뇨위호) : 어떻게 시끄러운 음악을 견디겠느냐?
咸池九韶之樂(함지구소지락) : 함지나 구소의 음악을
張之洞庭之野(장지동정지야) : 동정의 들판에서 연주한다면,
鳥聞之而飛(조문지이비) : 새들은 그 소리를 듣고 날아가 버리고,
獸聞之而走(수문지이주) : 짐승들은 그 소리를 듣고 달아나 버리고,
魚聞之而下入(어문지이하입) : 물고기들은 그 소리를 듣고 깊숙이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人卒聞之(인졸문지) : 사람들만이 그것을 들으면
相與還而觀之(상여환이관지) : 흥이 나서 서로 모여들어 둘러싸고 구경을 한다.
魚處水而生(어처수이생) :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지만
人處水而死(인처수이사) : 사람은 물 속에 들어가면 죽어 버린다.
彼必相與異(피필상여이) : 저 둘은 서로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其好惡故異也(기호오고이야) :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故先聖不一其能(고선성불일기능) : 옛날 성인들은 그들의 능력을 같게 생각하지 않고,
不同其事(불동기사) : 그들이 할 일을 같게 맡기지 않았다.
名止於實(명지어실) : 이름은 사실을 근거로 하고,
義設於適(의설어적) : 법도는 모두 본성에 어울리도록 설정했다.
是之謂條達而福持(시지위조달이복지) : 그래서 그것을 조리가 통달하고 행복이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6.
列子行食於道從(열자행식어도종) : 열자가 길을 가다가 길가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見百歲髑髏(견백세촉루) : 마침 백년은 된 듯 한 해골을 보고서
攓蓬而指之曰(건봉이지지왈) : 쑥대를 뽑아 가지고 해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唯予與汝知而未嘗死(유여여여지이미상사) : “오직 나와 그대만이 진정한 죽음도 없고,
未嘗生也(미상생야) : 진정한 삶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若果養乎(약과양호) : 과연 죽어 있는 그대는 슬픈 것인가?
予果歡乎(여과환호) : 과연살아 있는 나는 기쁜 것인가?
7.
種有幾(종유기) : 여러 가지 물건은 각기 생겨난 기틀이 있다.
得水則爲?(득수칙위?) : 물을 만나면 물때가 되고,
?得水土之際(?득수토지제) : 물에 젖은 흙 사이에 있게 되면
則爲䵷蠙之衣(칙위와빈지의) : 푸른 이끼가 되며,
生於陵屯則爲陵舃(생어릉둔칙위릉석) : 언덕 위에 나면 질경이가 된다.
陵舃得鬱棲則爲烏足(릉석득울서칙위오족) : 질경이가 썩은 흙을 만나면 오족이 된다.
烏足之根爲蠐螬(오족지근위제조) : 뿌리는 굼벵이가 되며,
其葉爲胡蝶(기엽위호접) : 그 잎새는 나비가 된다.
胡蝶胥也化而爲蟲(호접서야화이위충) : 나비는 변화하여 벌레가 되는데,
生於竈下(생어조하) : 아궁이 밑에 생겨날 때에는
其狀若脫(기상약탈) : 매미껍질 같은데
其名爲鴝掇(기명위구철) : 그 이름을 구철이라 한다.
鴝掇千日爲鳥(구철천일위조) : 이 구철이 천 날이 지나면 변화하여 새가 되는데,
其名爲乾餘骨(기명위건여골) : 그 이름을 건여골이라 한다.
乾餘骨之沫爲斯彌(건여골지말위사미) : 건여골이 밷는 침이 사미라는 벌레가 되고,
斯彌爲食醯(사미위식혜) : 사미는 식혜가 된다.
頤輅生乎食醯(이로생호식혜) : 이노라는 벌레는 식혜에서 생겨난다.
黃軦生乎九猷(황황생호구유) : 황황이라는 벌레는 구유에서 생겨나고,
瞀芮生乎腐蠸(무예생호부권) : 구유는 무예에서 생겨나며, 무예는 부권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羊奚比乎不?(양해비호불?) : 양해라는 풀은 죽순이 나지 않는
久竹生靑寧(구죽생청녕) : 오래된 대와 합치어서 청녕이란 벌레를 낳는데,
靑寧生程(청녕생정) : 청녕이 표범을 낳고,
程生馬(정생마) : 표범이 말을 낳고,
馬生人(마생인) : 말이 사람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人又反入於機(인우반입어기) : 그리고 사람은 또 변화의 오묘한 기틀로 들어가 변화한다.
萬物皆出於機(만물개출어기) : 만물은 모두 변화의 기틀에서 생겨나서,
皆入於機(개입어기) : 모두가 변화의 기틀에 의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達生
1.
達生之情者(달생지정자) :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生之所無以爲(불무생지소무이위) : 타고난 본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達命之情者(달명지정자) :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命之所無奈何(불무명지소무내하) : 운명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養形必先之以物(양형필선지이물) :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物有餘而形不養者有之矣(물유여이형불양자유지의) : 남아도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有生必先無離形(유생필선무리형) :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形不離而生亡者有之矣(형불리이생망자유지의) :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生之來不能却(생지래불능각) :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며,
其去不能止(기거불능지) :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之人以爲養形足以存生(세지인이위양형족이존생) : 사람들은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而養形果不足以存生(이양형과부족이존생) : 그러나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는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則世奚足爲哉(칙세해족위재) :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雖不足爲而不可不爲者(수부족위이불가불위자) : 비록 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其爲不免矣(기위불면의) :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欲免爲形者(부욕면위형자) :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莫如棄世(막여기세) :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棄世則無累(기세칙무루) :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된다.
無累則正平(무루칙정평) :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고 평안해진다.
正平則與彼更生(정평칙여피갱생) :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更生則幾矣(갱생칙기의) :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事奚足棄而生奚足遺(사해족기이생해족유) : 세상일은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棄事則形不勞(기사칙형불로) : 일을 버리면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遺生則精不虧(유생칙정불휴) :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夫形全精復(부형전정복) :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與天爲一(여천위일) :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天地者(천지자) : 하늘과 땅은
萬物之父母也(만물지부모야) : 만물의 부모이다.
合則成體(합칙성체) :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散則成始(산칙성시) : 흩어지면 처음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形精不虧(형정불휴) :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是謂能移(시위능이) :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라 한다.
精而又精(정이우정) :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反以相天(반이상천) :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2.
子列子問關尹曰(자열자문관윤왈) :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至人潛行不窒(지인잠행부질) :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히지 않고,
蹈火不熱(도화불열) :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行乎萬物之上而不慄(행호만물지상이불률) :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請問何以至於此(청문하이지어차) :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是純氣之守也(시순기지수야) :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非知巧果敢之列(비지교과감지열) :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居予語汝(거여어여) : 자리에 앉아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리라
凡有貌象聲色者(범유모상성색자) :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皆物也(개물야) : 모두 물건이다.
物與物何以相遠(물여물하이상원) :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이가 멀겠는가?
夫奚足以至乎先(부해족이지호선) :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形色而已(시형색이이) :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해 차이가 결정될 뿐이다.
則物之造乎不形(칙물지조호불형) :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而止乎無所化(이지호무소화) :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夫得是而窮之者(부득시이궁지자) : 이런 경지를 체득하여 추구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物焉得而止焉(물언득이지언) :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彼將處乎不淫之度(피장처호불음지도) :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而藏乎無端之紀(이장호무단지기) :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遊乎萬物之所終始(유호만물지소종시) :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壹其性(일기성) : 그의 본성을 순박하게 하나되게 하고,
養其氣(양기기) : 그의 정기를 기르고,
合其德(합기덕) :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켜
以通乎物之所造(이통호물지소조) :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하는 것이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런 사람은
其天守全(기천수전) :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其神無卻(기신무각) :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物奚自入焉(물해자입언) :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가?
夫醉者之墜車(부취자지추거) :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져도
雖疾不死(수질불사) : 다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骨節與人同(골절여인동) :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而犯害與人異(이범해여인이) : 그를 손상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其神全也(기신전야) : 술 취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乘亦不知也(승역불지야) :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墜亦不知也(추역불지야) :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死生驚懼不入乎其胸中(사생경구불입호기흉중) : 죽음과 삶, 놀람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是故遻物而不慴(시고오물이불습) :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彼得全於酒而猶若是(피득전어주이유약시) : 그는 술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而況得全於天乎(이황득전어천호) :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聖人藏於天(성인장어천) :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故莫之能傷也(고막지능상야) :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復讐者不折鏌干(복수자부절막간) :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의 칼까지 꺽지는 않으며,
雖有忮心者(수유기심자) :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不怨飄瓦(불원표와) : 바람에 날려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是以天下平均(시이천하평균) : 물건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故無攻戰之亂(고무공전지란) :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無殺戮之刑者(무살륙지형자) :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려면
由此道也(유차도야) :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不開人之天(불개인지천) :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않고,
而開天之天(이개천지천) :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라
開天者德生(개천자덕생) : 자연스러움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덕이 생겨날 것이고,
開人者賊生(개인자적생) :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不厭其天(불염기천) :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不忽於人(불홀어인) :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民幾乎以其眞(민기호이기진) :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3.
仲尼適楚(중니적초) :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出於林中(출어림중) : 숲 속을 지나다가
見痀僂者承蜩(견구루자승조) : 꼽추가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 하고 있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子巧乎(자교호) :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교묘하군요.
有道邪(유도사) : 무슨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我有道也(왈아유도야) : 꼽추가 대답하기를, “제게도 도가 있습니다.
五六月累丸二而不墜(오육월루환이이불추) : 오뉴월 사이에 매미채 위에 알을 두 개 포개어 놓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錙銖(칙실자치수) : 실패하는 일이 극히 적게 됩니다.
累三而不墜(루삼이불추) : 알을 세 개 포개어 놓고서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十一(칙실자십일) : 실패하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있게 됩니다.
累五而不墜(루오이불추) : 알을 다섯 개 포개어 놓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이 잡게 됩니다.
吾處身也(오처신야) : 지금 나의 몸가짐은
若厥株拘(약궐주구) : 마치 베어낸 나무 등걸 같고,
吾執臂也(오집비야) : 나의 팔놀림은
若槁木之枝(약고목지지) :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이 됩니다.
雖天地之大(수천지지대) : 비록 하늘과 땅이 크고
萬物之多(만물지다) : 만물은 많다고 하지만
而唯蜩翼之知(이유조익지지) : 오직 매미 날개만을 알게 됩니다.
吾不反不側(오불반불측) : 나는 몸과 마음이 젖혀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不以萬物易蜩之翼(불이만물역조지익) : 어떤 일에도 매미 날개에 대한 집념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何爲而不得(하위이불득) : 그러니 어찌 잡히지 않겠습니까?”
孔子顧謂弟子曰(공자고위제자왈) : 안연이 공자를 보고 이르기를
用志不分(용지불분) : “의지가 헛갈리지 않고 통일되면
乃疑於神(내의어신) : 귀신에 가깝게 되는 법이라 했는데,
其痀僂丈人之謂乎(기구루장인지위호) : 그것은 저 꼽추 영감을 두고 한 말 같구나.”
4.
顔淵問仲尼曰(안연문중니왈) : 안연이 공자에게 묻기를
吾嘗濟乎觴深之淵(오상제호상심지연) : 제가 전에 상심의 못을 건넌 적이 있었는데,
津人操舟若神(진인조주약신) : 사공의 배 다루는 솜씨가 귀신과 같을 보고
吾問焉(오문언) : 내가 그것에 대해 물었다
曰操舟可學邪(왈조주가학사) : “제가 배 젓는 솜씨를 배울 수 있겠는가.?”
曰可(왈가) : 이르기를,“배울 수 있습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치는 사람은 쉽사리 배울 수 있고,
若乃夫沒人(약내부몰인) : “만일 잠수를 잘하는 사람은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칙미상견주이편조지야) : 배를 본 적도 없어도 곧 저을 수 있을 겁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吾問焉而不吾告(오문언이불오고) : 제가 그 까닭을 물었으나 제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쉽사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은
忘水也(망수야) : 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약내부몰인지미상견주) : 잠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본 적도 없어도
而便操之也(이편조지야) : 곧 저을 수 있다는 것은
彼視淵若陵(피시연약릉) : 그는 심연을 언덕과 같이 보고,
視舟之覆猶其車却也(시주지복유기거각야) : 배가 뒤집히는 것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기 때문이다.
覆却萬方陳乎前(복각만방진호전) : 뒤집히고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은 온갖 사태가 눈앞에 일어난다 해도
而不得入其舍(이부득입기사) : 그의 마음에는 전혀 개입되지 않는 것이다.
惡往而不暇(악왕이불가) : 이쯤 되면 어디를 간들 여유가 있지 않겠느냐?
以瓦注者巧(이와주자교) :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以鉤注者憚(이구주자탄) : 띠고리를 내기로 걸고 쏘면 마음이 걸리게 되고,
以黃金注者殙(이황금주자혼) : 황금을 내기로 걸고 쏘면 눈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其巧一也(기교일야) : 그의 기술은 항상 같지만
而有所矜(이유소긍) : 아껴야 할 물건이 있게 되면
則重外也(칙중외야) : 밖의 물건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凡外重者內拙(범외중자내졸) : 누구나 밖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게 되면 자기 속마음은 졸렬해지는 것이다.”
5.
田開之見周威公(전개지견주위공) : 전개지가 주나라 위공을 만났을 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吾聞祝腎學生(오문축신학생) : 내가 듣건대 축신은 양생을 배웠다 합니다.
吾子與祝腎游(오자여축신유) : “선생께서는 축신에게 배웠으니
亦何聞焉(역하문언) :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말했다.
開之操拔篲以侍門庭(개지조발수이시문정) : “저는 빗자루를 들고 뜰 앞에서 시중을 들었을 뿐인데
亦何聞於夫子(역하문어부자) : 선생님께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田子無讓(전자무양) : 전개지가 말하기를,“너무 겸손하십니다.
寡人願聞之(과인원문지) : 과인이 듣기를 원합니다.”
開之曰(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聞之夫子曰(문지부자왈) : “듣건데,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善養生者(선양생자) :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若牧羊然(약목양연) : 양을 치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視其後者而鞭之(시기후자이편지) : 그 중 뒤쳐지는 놈을 발견하여 채찍질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魯有單豹者(로유단표자) : “노나라에 단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巖居而水飮(암거이수음) : 바위 굴 속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시며 지냈습니다.
不與民共利(불여민공리) :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고,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행년칠십이유유영아지색) : 나이가 칠십이 되었어도 어린아이 같은 얼굴빛이었습니다.
不幸遇餓虎(불행우아호) : 그러나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餓虎殺而食之(아호살이식지) :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有張毅者(유장의자) : 또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高門縣薄(고문현박) : 부잣집이고 가난한 집이고
無不走也(무불주야) : 가라지 않고 돌아다니며
行年四十而有內熱之病以死(행년사십이유내열지병이사) : 사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사십 세에 열병에 걸려 죽어버렸습니다.
豹養其內而虎食其外(표양기내이호식기외) : 단표는 그의 속마음을 길렀으나 그의 밖을 호랑이가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毅養其外而病攻其內(의양기외이병공기내) : 장의는 그의 외부의 교제는 잘 하였으나 그의 안에서 병이 그를 공격했습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皆不鞭其後者也(개불편기후자야) : 모두가 그 중 뒤쳐지는 놈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도 말하기를
無入而藏(무입이장) : “안으로 들어가 내부만을 기르면서 숨지 말고,
無出而陽柴立其中央(무출이양시립기중앙) : 밖으로 나와 외부만을 기르며 드러내지도 말고, 마른 나무처럼 중앙에 우뚝 서 있어야 한다.
三者若得(삼자약득) : 내부와 외부와 중앙의 조화가 잘 터득되면
其名必極(기명필극) : 그는 지극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夫畏塗者(부외도자) : 험난한 길이 있어
十殺一人(십살일인) :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則父子兄弟相戒也(칙부자형제상계야) : 지나다 죽는다면 곧 그 부자와 형제들은 서로 경계를 할 것이며,
必盛卒徒而後敢出焉(필성졸도이후감출언) : 반드시 많은 하인들을 보호자로 데리고서야 그 길을 나설 것입니다.
不亦知乎(불역지호) : 이것이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人之所取畏者(인지소취외자) : 그러나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袵席之上(임석지상) : 방의 이불 속이나
飮食之間(음식지간) :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 생활입니다.
而不知爲之戒者(이부지위지계자) : 그러니 그것들을 경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過也(과야) : 잘못된 것입니다.”
6.
祝宗人玄端以臨牢筴(축종인현단이임뢰협) :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說彘曰(설체왈) : 돼지에게 말했다.
汝奚惡死(여해악사) : “너는 어째서 죽음을 싫어하느냐?
吾將三月?汝十日(오장삼월?여십일) : 내가 석 달 동안을 잘먹여 길러서 열흘 동안을 열 몸을 깨끗이 하고,
戒三日齊(계삼일제) : 사흘동안 금기를 지켜,
藉白茅(자백모) : 흰 띠풀을 깔고
加汝肩尻乎彫俎之上(가여견고호조조지상) : 요리한 다음 너의 어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則汝爲之乎(칙여위지호) :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爲彘謀曰(왈위체모) : 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不如食以糠糟(불여식이강조) : “겨나 지게미를 먹으면서 살더라도
而錯之牢筴之中(이착지뢰협지중) : 돼지우리 속에 그냥 있는 것이 좋다.”
自爲謀(자위모) :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생각할 때에는
則苟生有軒冕之尊(칙구생유헌면지존) : 살아서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고,
死得於豚楯之上(사득어돈순지상) : 죽어서는 상여 위 아름다운 관속에 놓이게 된다면
聚僂之中則爲之(취루지중칙위지) : 발 속에 송장이 쌓이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爲彘謀則去之(위체모칙거지) :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그의 편안한 삶을 부정하면서도
自爲謀則取之(자위모칙취지) :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편안한 삶을 취하고 있으니,
所異彘者何也(소이체자하야) : 돼지만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
桓公田於澤(환공전어택) : 제나라 환공이 택지로 사냥을 나갔는데,
管仲御(관중어) : 관중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見鬼焉(견귀언) : 그 때 환공이 귀신을 보고서
公撫管仲之手曰(공무관중지수왈) : 관중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仲父何見(중부하견) : “중부께서도 무엇을 보셨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대답했다.
臣無所見(신무소견) :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公反(공반) : 환공은 돌아와서
誒詒爲病(희이위병) : 헛소리를 하며 실성한 병에 걸려
數日不出(수일불출) : 여러 달 출입을 못했다.
齊士有皇子告敖者曰(제사유황자고오자왈) : 제나라 선비 중에 황자고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공을 찾아보고 말했다.
公則自傷(공칙자상) :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앓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鬼惡能傷公(귀악능상공) : 귀신이 어찌 임금님을 앓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夫忿滀之氣(부분축지기) : 마음 속에 엉긴 기운이
散而不反(산이불반) : 흩어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則爲不足(칙위부족) : 정신상태가 불안전하게 됩니다.
上而不下(상이불하) : 기운이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면
則使人善怒(칙사인선로) : 사람을 쉽사리 성내게 만듭니다.
下而不上(하이불상) :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않으면
則使人善忘(칙사인선망) : 사람으로 하여금 잘 잊도록 만듭니다.
不上不下(불상불하) :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오지도 않아서
中身當心(중신당심) : 몸 속에 담겨 심장에 가득 차면
則爲病(칙위병) : 곧 병이 됩니다.”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有鬼乎(연칙유귀호) :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은 있는 것입니까?”
曰有(왈유)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沈有履(침유리) : “있습니다. 진흙탕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고,
灶有髻(조유계) : 부엌 아궁이에는 계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戶內之煩壤(호내지번양) : 집안의 쓰레기더미에는
雷霆處之(뇌정처지) : 뇌정이라는 귀신이 생기게 되고,
東北方之下者(동북방지하자) :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는
倍阿鮭龍躍之(배아해룡약지) :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어다니고,
西北方之下者(서북방지하자) : 서북쪽 모퉁이에는
則泆陽處之(칙일양처지) : 일양이라는 귀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水有罔象(수유망상) : 물에는 망상이라는 귀신이 있고,
丘有졸(구유졸) : 언덕에는 졸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山有夔(산유기) : 산에는 기라는 귀신이 있고,
野有彷徨(야유방황) : 들에는 방황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澤有委蛇(택유위사) : 못에는 위사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물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사오니
委蛇之狀何如(위사지상하여) : “위사라는 귀신은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皇子曰(황자왈)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委蛇(위사) : “위사는
其大如轂(기대여곡) : 그 굵기가 수레바퀴 통 만하고,
其長如轅(기장여원) : 길이는 수레 멍에 만하며,
紫衣而朱冠(자의이주관) : 자주색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其爲物也(기위물야) : 그 놈의 성질은
惡聞雷車之聲(악문뢰거지성) : 수레 달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며,
則捧其首而立(칙봉기수이립) : 사람을 보면 그의 목을 빼어들고 섭니다.
見之者殆乎覇(견지자태호패) : 그 놈을 본 사람은 거의 모두 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桓公辴然而笑曰(환공진연이소왈) : 환공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차과인지소견자야) : “그 것이 바로 내가 본 놈입니다.”
於是正衣冠與之坐(어시정의관여지좌) : 그리고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하였는데,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불종일이부지병지거야) : 하루도 넘기기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아버렸다
8.
紀渻子爲王養鬪鷄(기성자위왕양투계) : 기성자가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十日而問(십일이문) : 임금이 열흘만에
鷄可鬪已乎(계가투이호) :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 묻자
曰未也(왈미야) : 그가 대답하기를, “안됩니다.
方虛憍而恃氣(방허교이시기) : 아직 쓸데없이 거만하여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만에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應嚮景(유응향경) : 아직도 상대방에 대해 울림이나 그림자처럼 호응합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을 더 지나 다시 물으니,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疾視而盛氣(유질시이성기) : 아직도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 열흘이 더 지나 물으니
曰幾矣(왈기의) : 그가 대답하기를, “거의 다되었습니다.
鷄雖有鳴者(계수유명자) :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 해도
已無變矣(이무변의) :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望之似木鷄矣(망지사목계의) : 그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其德全矣(기덕전의) :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異鷄無敢應(이계무감응) :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見者反走矣(견자반주의) : 보기만 해도 되돌아 달아날 것입니다.
9.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려량) :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는데,
流沫四十里(류말사십리) :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어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 큰 자라나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유이증지) :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 머리를 흩트린 채 노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曰吾以子爲鬼(왈오이자위귀) :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데
察子則人也(찰자칙인야) :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亡(왈망) : 남자가 말하기를, “없습니다
吾無道(오무도) :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吾始乎故(오시호고) :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長乎性(장호성) :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與齊俱入(여제구입) :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與汨偕出(여골해출) :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長乎性(장호성) :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曰吾生於陵而安於陵(왈오생어릉이안어릉) : 남자가 말하기를,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故也(고야) : 습성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性也(성야) : 성격입니다.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命也(명야) : 천명입니다.”
10.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鐻成(거성) : 북틀이 만들어지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에게 물어
曰子何術以爲焉(왈자하술이위언) : 이르기를,“그대는 무슨 도술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 “목수인 제게
何術之有(하술지유) :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렇지만
有一焉(유일언) :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만듭니다.
齊三日(제삼일) :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五日(제오일) :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七日(제칠일) :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렇게 되면
無公朝(무공조) :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활소) :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觀天性(관천성) :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形軀至矣(형구지의) :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不然則已(불연칙이) :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則以天合天(칙이천합천) :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키는 것입니다.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까운 이유는
其由是與(기유시여) :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11.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顔闔遇之(안합우지) : 안합이 그를 만나고
入見曰(입견왈) : 돌아와 장공을 뵙고 이르기를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少焉(소언) : 과연 조금 후에
果敗而反(과패이반) :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公曰(공왈) : 장공이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았습니까?”
曰其馬力竭矣(왈기마력갈의) : 안합이 대답하기를“그는 말의 힘이 다 했는데도
而猶求焉(이유구언) :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故曰敗(고왈패) :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12.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 그의 손가락이 물건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일일이불질) :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忘足(망족) : 발을 잊는 것은
屨之適也(구지적야) :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忘要(망요) : 허리를 잊는 것은
帶之適也(대지적야) :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忘是非(망시비) :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心之適也(심지적야) :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不內變(불내변) :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不外從(불외종) :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불적자) :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有孫休者(유손휴자) : 손휴라는 사람이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림난불견위불용) :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賓於鄕里(빈어향리) :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逐於州部(축어주부) :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則胡罪乎天哉(칙호죄호천재) :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休惡遇此命也(휴악우차명야) :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사) :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忘其肝膽(망기간담) :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망연히 티끌과 먼지의 세상 밖에 노닐며
逍遙乎無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具而九竅(구이구규) :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亦幸矣(역행의) :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子往矣(자왕의) : 어서 가보시오.”
孫子出(손자출) : 손휴가 나가자
扁子入(편자입) :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坐有間(좌유간) :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仰天而歎(앙천이탄) :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사) : 손휴의 주장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사)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다면,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사) :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사) :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又奚罪焉(우해죄언) :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魯君說之(노군설지)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奏九韶以樂之(주구소이락지)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委蛇而處(위사이처) :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則安平陸而已矣(칙안평육이이의) :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今休(금휴) : 지금 손휴는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 해준 것은
譬之若載鼷以車馬(비지약재혜이거마) :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樂鴳以鐘鼓也(락안이종고야) :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彼又惡能無驚乎哉(피우악능무경호재) :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山木
1.
莊子行於山中(장자행어산중) : 장자가 산 속을 가다가
見大木枝葉盛茂(견대목지엽성무) :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伐木者止其旁而不取也(벌목자지기방이불취야) : 나무꾼이 그 옆에 있으면서도 나무를 베지 않아
問其故(문기고) : 그 까닭을 물으니
曰無所可用(왈무소가용) :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차목이불재득종기천년) :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는구나.”
出於山(출어산) : 장자가 산에서 내려와
舍於故人之家(사어고인지가) :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故人喜(고인희) : 친구는 기뻐하며
命豎子殺雁而烹之(명수자살안이팽지) : 하인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를 하라고 했다.
豎子請曰(수자청왈) : 하인이 물었다.
其一能鳴(기일능명) : “그 중 한 놈은 잘 울고
其一不能鳴(기일불능명) : 한 놈은 울 줄을 모르는데
請奚殺(청해살) : 어느 놈을 잡을까요?”
主人曰(주인왈) : 주인이 말했다.
殺不能鳴者(살불능명자) : “울지 못하는 놈으로 잡아라”
明日(명일) : 다음 날
弟子問於莊子曰(제자문어장자왈) :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昨日山中之木(작일산중지목) : “어제 산 속의 나무는
以不材得終其天年(이불재득종기천년) :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했는데,
今主人之雁(금주인지안) : 오늘의 거위는
以不材死(이불재사) :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先生將何處(선생장하처)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시겠는지요?”
莊子笑曰(장자소왈) : 장자가 웃으며 말했다.
周將處乎材與不材之間(주장처호재여불재지간) : “나는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에 처신하겠다.
材與不材之間(재여불재지간) : 그러나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이란 것은,
似之而非也(사지이비야) : 도와 비슷하기는 하나 참된 도는 아니므로
故未免乎累(고미면호루) :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若夫乘道德而浮遊則不然(약부승도덕이부유칙불연) : 자연의 도와 덕을 타고 유유히 떠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無譽無訾(무예무자) : 칭찬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一龍一蛇(일룡일사) : 한번은 용이 되었다가 한번은 뱀이 되었다가
與時俱化(여시구화) :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면서
而無肯專爲(이무긍전위) :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一上一下(일상일하) : 오르락내리락하면서
以和爲量(이화위량) : 조화로움을 자신의 법도로 삼을 것이다.
浮遊乎萬物之祖(부유호만물지조) : 만물의 근원에서 노닐게 하여,
物物而不物於物(물물이불물어물) : 사물을 사물로 부리되 외물에 의해 사물로서의 부림을 받지 않을 것이니
則胡可得而累邪(칙호가득이루사) : 어찌 재난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느냐?
此神農黃帝之法則也(차신농황제지법칙야) : 이것이 바로 신농씨와 황제의 법칙인 것이다.
若夫萬物之情(약부만물지정) : 그러나 만물의 실체나
人倫之傳(인륜지전) : 인간 세상의 이치는
則不然(칙불연) : 그렇지 않아서,
合則離(합칙리) : 모이면 흩어지고,
成則毁(성칙훼) : 이루면 무너지고,
廉則挫(렴칙좌) : 모가 나면 깎이고,
尊則議(존칙의) : 높아지면 비난받고,
有爲則虧(유위칙휴) : 무언가 해놓으면 훼손당하고,
賢則謀(현칙모) : 어질면 모함을 받고,
不肖則欺(불초칙기) :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
胡可得而必乎哉(호가득이필호재) : 그러니 어떻게 재난을 면할 수 있겠느냐?
悲夫(비부) : 슬프구나
弟子志之(제자지지) : 제자여 이점을 마음에 두어라
其唯道德之鄕乎(기유도덕지향호) : 자연의 도와 덕이 행하여지는 곳에서만
재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2.
市南宜僚見魯侯(시남의료견로후) : 시남의요가 노나라 제후를 만나니,
魯侯有憂色(로후유우색) : 노나라 제후는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有憂色(군유우색) : “임금께서는 근심스러운 빛을 띠고 계심은
何也(하야) : 무슨까닭이십니까?”
魯侯曰(로후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吾學先王之道(오학선왕지도) : “나는 옛 훌륭한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修先君之業(수선군지업) : 옛 임금들이 하신 일을 닦았습니다.
吾敬鬼尊賢(오경귀존현) : 귀신을 공경하고 현명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親而行之(친이행지) : 그들과 친근히 지내면서 일을 하고
無須臾離居(무수유리거) :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然不免於患(연불면어환) : 그런데도 환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吾是以憂(오시이우) : 나는 그 때문에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之除患之術淺矣(군지제환지술천의) : “임금님의 걱정을 없애는 방법은 얕으십니다.
夫豊狐文豹(부풍호문표) : 살찐 여우와 아름다운 무늬의 표범이
棲於山林(서어산림) : 산림 속에 살면서
伏於巖穴(복어암혈) : 바위굴에 숨어 있는 것은
靜也(정야) :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夜行晝居(야행주거) : 밤에는 움직이고 낮에는 굴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戒也(계야) :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雖飢渴隱約(수기갈은약) : 비록 배고프고 목마르며 곤궁한 처지에 있다 해도
猶且胥疏於江湖之上而求食焉(유차서소어강호지상이구식언) : 먼 강과 호숫가로 가서 먹이를 구하는 것은
定也(정야) :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然且不免於罔羅機辟之患(연차불면어망라기벽지환) : 그런데도 그물과 덫의 걱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是何罪之有哉(시하죄지유재) :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其皮爲之災也(기피위지재야) : 다만 그들의 가죽이 재난의 원인 되는 것입니다.
今魯國獨非君之皮邪(금로국독비군지피사) : 지금 임금님께 있어서 노나라는 그 가죽과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吾願君刳形去皮(오원군고형거피) :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육체를 잘라내고 가죽을 벗어버리며
洒心去欲(쇄심거욕) : 마음을 씻어내고 욕망을 없애버리고서
而遊於無人之野(이유어무인지야) : 아무도 없는 들판에 노닐도록 하십시오.
南越有邑焉(남월유읍언) :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名爲建德之國(명위건덕지국) : 이름을 건덕이라 부릅니다.
其民愚而朴(기민우이박) : 그 곳의 백성들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少私而寡欲(소사이과욕) : 사사로움이 적고 욕망도 적으며,
知作而不知藏(지작이부지장) : 일 할 줄만 알았지 물건을 저장해 둘 줄은 모릅니다.
與而不求其報(여이불구기보) : 남에게 무엇을 주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不知義之所適(부지의지소적) : 어떤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알지 못하며
不知禮之所將(부지례지소장) : 예의란 어떻게 하여야 지켜지는 것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猖狂妄行(창광망행) : 멋대로 무심히 행동하면서도
乃蹈乎大方(내도호대방) : 위대한 자연의 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其生可樂(기생가락) : 그들의 삶은 즐겁기만 하며
其死可藏(기사가장) : 죽으면 편히 묻힙니다.
吾願君去國捐俗(오원군거국연속) : 임금께서도 나라를 떠나 속된 일을 버리시고
與道相輔而行(여도상보이행) : 자연의 도와 어울리며 그곳에 가십시오.”
君曰(군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遠而險(피기도원이험) : “그 곳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거니와
又有江山(우유강산) : 또 강과 산이 막혀 있는데
我無舟車(아무주거) : 내게는 수레도 배도 없으니
奈何(내하) :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無形倨(군무형거) : “육체적인 방만을 없애시고
無留居(무류거) : 높은 지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없앰으로써
以爲君車(이위군거) : 임금님의 배와 수레를 삼으십시오.”
君曰(군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幽遠而無人(피기도유원이무인) :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 아무도 없는데
吾誰與爲鄰(오수여위린) : 누구와 이웃을 삼고 지낸단 말입니까?
吾無糧(오무량) : 내게는 먹을 것도 없고
我無食(아무식) : 나에게는 양식도 없는데
安得而至焉(안득이지언) :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少君之費(소군지비) : “비용을 적게 하시고
寡君之欲(과군지욕) : 욕망을 줄이시면
雖無糧而乃足(수무량이내족) : 비록 양식이 없다 해도 풍족하게 됩니다.
君其涉於江而浮於海(군기섭어강이부어해) : 강을 건너고 바다에 배를 띄우게 되면
望之而不見其崖(망지이불견기애) :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愈往而不知其所窮(유왕이부지기소궁) : 갈수록 그 끝나는 곳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送君者皆自崖而反(송군자개자애이반) : 배웅하는 사람들이 모두 강 언덕에서 돌아가 버리면
君自此遠矣(군자차원의) : 멀리 자유로운 경지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
故有人者累(고유인자루) :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재난이 있게 되고,
見有於人者憂(견유어인자우) :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근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故堯非有人(고요비유인) : 그러므로 요임금은 사람을 다스리지 않았고,
非見有於人也(비견유어인야) : 사람들의 보호도 받지 않았었습니다.
吾願去君之累(오원거군지루) : 스스로의 재난을 제거하고
除君之憂(제군지우) : 임금의 근심을 없애고서
而獨與道遊於大莫之國(이독여도유어대막지국) : 홀로 도와 더불어 크게 광막한 나라에서 노니십시오.
方舟而濟於河(방주이제어하) : 배를 나란히 하고 황하를 건널 때
有虛?來觸舟(有虛?래촉주) : 만약 빈배가 와서 자기 배에 부딪힌다면
雖有惼心之人不怒(수유편심지인불로) :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 해도 성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有一人在其上(유일인재기상) :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則呼張歙之(칙호장흡지) : 소리쳐 배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입니다.
一呼而不聞(일호이불문) :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再呼而不聞(재호이불문) : 두 번 소리칠 것이고,
於是三呼邪(어시삼호사) :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則必以惡聲隨之(칙필이악성수지) : 반드시 욕을 하게 될 것입니다.
向也不怒而今也怒(향야불로이금야로) : 앞에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고 소리치는 것은
向也虛而今也實(향야허이금야실) : 앞의 배는 빈배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人能虛己以遊世(인능허기이유세) :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노닌다면
其孰能害之(기숙능해지) :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
3.
北宮奢爲衛靈公賦斂以爲鐘(북궁사위위령공부렴이위종) : 북궁사가 형나라 영공을 위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종을 만들게 되었다.
爲壇乎郭門之外(위단호곽문지외) : 그는 성곽 문 밖에 제단을 만들고
三月而成上下之縣(삼월이성상하지현) : 석 달만에 위 아래로 종을 거는 종 틀을 완성했다.
王子慶忌見而問焉(왕자경기견이문언) : 왕자인 경기가 보고 그에게 물었다.
曰子何術之設(왈자하술지설) : “어떤 방법을 써서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奢曰(사왈) : 북궁사가 말했다.
一之間(일지간) : “순일함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지
無敢設也(무감설야) : 아무런 다른 방법을 쓴 것이 없습니다.
奢聞之(사문지) : 제가 듣건대
旣彫旣琢(기조기탁) : 구슬이라는 것은 깎고 쪼고 함으로써
復歸於朴(복귀어박) : 본연의 소박함으로 복귀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侗乎其無識(동호기무식) : 저는 멍청히 아무런 의식도 없이
儻乎其怠疑(당호기태의) : 생각없이 의심이 없이
萃乎芒乎(췌호망호) : 바보처럼 행동했습니다.
其送往而迎來(기송왕이영래) : 의식 없이 변화하는 대로 가는 것은 보내고 오는 것은 맞이했습니다.
來者勿禁(래자물금) : 오는 것은 막지 않고
往者勿止(왕자물지) : 가는 것은 잡지 않았습니다.
從其强梁(종기강량) : 완고히 나를 배반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고
隨其曲傅(수기곡부) : 유순히 따르는 사람들 또한 그대로 두었습니다.
因其自窮(인기자궁) : 스스로 힘이 닫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것입니다.
故朝夕賦斂而毫毛不挫(고조석부렴이호모불좌) : 그러므로 아침저녁으로 세금을 거두어 들여도 터럭 끝만큼도 백성들을 손상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而況有大塗者乎(이황유대도자호) : 하물며 위대한 도를 터득한 분은 어떻겠습니까?”
4.
孔子圍於陳蔡之間(공자위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중간에서 사람들에게 포위 당해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 동안이나 더운 음식을 먹지 못했다.
大公任往弔之曰(대공임왕조지왈) : 그 때 태공임이 찾아와서 공자를 위문하여 말했다.
子幾死乎(자기사호) : “선생님은 죽게 될 것 같습니다.”
曰然(왈연) : 공자가 답하기를, “그렇소.”
子惡死乎(자악사호) : 태공임이 말하기를, “선생님은 죽는 것을 싫어하십니까?”
曰然(왈연) : 공자가 답하기를, “그렇소.”
任曰(임왈) : 태공임이 말했다.
予嘗言不死之道(여상언불사지도) : “제가 시험삼아 죽지 않는 법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東海有鳥焉(동해유조언) : 동해에 새가 있는데
其名曰意怠(기명왈의태) : 그 이름을 의태라 부릅니다.
其爲鳥也(기위조야) : 그 새는
翂翂翐翐(분분질질) : 본성이 느려서
而似無能(이사무능) : 아무 능력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引援而飛(인원이비) : 날 때는 다른 새들이 서로 이끌어 주어야 날고,
迫脅而棲(박협이서) : 쉴 때는 다른 새들과 붙어 있습니다.
進不敢爲前(진불감위전) : 나아갈 때는 감히 다른 새들의 앞에 서지 않고,
退不敢爲後(퇴불감위후) : 물러설 때는 다른 새들보다 뒤서지 않습니다.
食不敢先嘗(식불감선상) : 먹이를 먹을 때도 감히 다른 새들보다 앞서 맛보지 않고,
必取其緖(필취기서) : 반드시 다른 새가 먹고 난 나머지를 먹습니다.
是故其行列不斥(시고기행렬불척) : 그래서 그 새는 다른 새들 무리에게 배척 당하는 일이 없고,
而外人卒不得解(이외인졸부득해) : 사람들에게도 해를 입지 않는 것입니다.
是以免於患(시이면어환) : 그래서 재난을 면하고 있습니다.
直木先伐(직목선벌) :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리고,
甘井先竭(감정선갈) : 맛있는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입니다.
子其意者飾知以驚愚(자기의자식지이경우) : 선생을 보면 자신의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修身以明汙(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昭昭乎如揭日月而行(소소호여게일월이행) : 마치 해와 달을 걸고 가듯이 훤하게 자신을 내세우기 때문에
故不免也(고불면야) : 그러므로 환난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昔吾聞之大成之人曰(석오문지대성지인왈) : 옛날에 내가 위대한 덕을 이룬 사람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 :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이 없게 되고,
功成者墮(공성자타) : 공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는 자는 실패하게 되며,
名成者虧(명성자휴) : 명성을 이루고 그대로 머물고자 하는 자는 욕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孰能去功與名而還與衆人(숙능거공여명이환여중인) : 어느 누가 과연 공명을 마다하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 처신하겠습니까?
道流而不明居(도류이불명거) : 그의 도가 널리 행하여져도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德行而不名處(덕행이불명처) : 그의 덕이 세상에 시행되어도 명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純純常常(순순상상) : 마음을 순수하게 가지고, 언제나 한결같이 행동하여
乃比於狂(내비어광) : 마치 미친 사람인 것처럼
削迹捐勢(삭적연세) : 무심하게 공적을 남기지 않고, 권세를 버리며
不爲功名(불위공명) : 공명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是故無責於人(시고무책어인) : 그러면 남을 책잡을 일도 없고,
人亦無責焉(인역무책언) : 남에게 책잡힐 일도 없을 것입니다.
至人不聞(지인불문) : 지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이건만
子何喜哉(자하희재) : 선생께서는 어째서 공명을 좋아하는 것입니까?”
孔子曰(공자왈) :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이르기를
善哉(선재) : “훌륭하십니다”
辭其交遊(사기교유) : 곧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去其弟子(거기제자) : 제자들을 버리고
逃於大澤(도어대택) : 큰 늪지에 숨어
依裘褐(의구갈) : 가죽옷을 입고
食杼與栗(식저여률) :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다.
入獸不亂群(입수불란군) : 그리하여 짐승들 사이로 들어가도 무리가 흩어지지 않았고,
入鳥不亂行(입조불란행) : 새들 틈에 들어가도 그 행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鳥獸不惡(조수불악) : 새와 짐승들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으니
而況人乎(이황인호) : 하물며 사람들이야 어땠겠는가!
5.
孔子問子桑雽曰(공자문자상호왈) : 공자가 자상호에게 물었다.
吾再逐於魯(오재축어로) :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 쫓겨났고,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뽑힌 나무에 죽을 뻔했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쫓겨났으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송나라와 주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고,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 진과 채 두 나라 사이에서는 포위 당했었습니다.
吾犯此數患(오범차수환) : 내가 이렇게 여러 차례 어려움을 당하게 되자,
親交益疏(친교익소) : 친한 사람들과의 교분은 점차 멀어지고
徒友益散(도우익산) : 제자들도 차츰 흩어지게 되었는데,
何與(하여) : 이 어찌 된 까닭입니까?”
子桑雽曰(자상호왈) : 자상호가 대답했다.
子獨不聞假人之亡與(자독불문가인지망여) : “그대는 가나라에서 도망쳤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林回棄千金之璧(임회기천금지벽) : 임회라고 하는 사람은 천금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린 채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 아기를 업고 도망쳤답니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爲其布與(위기포여) : “값어치로 따지면
赤子之布寡矣(적자지포과의) : 아기는 별로 나가지 않으며,
爲其累與(위기루여) : 짐 되기로 말하면
赤子之累多矣(적자지루다의) : 아기가 더 힘이 듭니다.
棄千金之璧(기천금지벽) : 그런데도 값나가는 옥을 버리고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 아기를 업고 도망친 것은
何也(하야) :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林回曰(림회왈) : 임회는 이르기를
彼以利合(피이리합) : “옥은 이익으로 결합된 것이지만
此以天屬也(차이천속야) : 아기는 하늘이 맺어 준 것입니다.
夫以利合者(부이리합자) : 이익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迫窮禍患害相棄也(박궁화환해상기야) :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게 되면 서로를 버리게 되지만,
以天屬者(이천속자) : 하늘이 맺어준 사람들은
迫窮禍患害相收也(박궁화환해상수야) :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게 되면 서로 단결하는 것입니다.
夫相收之與相棄亦遠矣(부상수지여상기역원의) : 서로 버리려는 것과 서로 단결하는 것은 역시 그 차이가 매우 멉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且君子之交淡若水(차군자지교담약수) : 또한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小人之交甘若醴(소인지교감약례) :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합니다.
君子淡以親(군자담이친) :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小人甘以絶(소인감이절) :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 때문에 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彼無故以合者(피무고이합자) : 다시 말씀드려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則無故以離(칙무고이리) : 까닭 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敬聞命矣(경문명의) : “가르침을 잘 받들겠습니다.”
徐行翔佯而歸(서행상양이귀) : 그리고 공자는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와
絶學捐書(절학연서) :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弟子無揖於前(제자무읍어전) : 제자들은 그의 앞에서 허리를 굽히지 않게 되었으나
其愛益加進(기애익가진) : 그들의 친애는 더욱 높아졌다.
異日(이일) : 다음날
桑雽又曰(상호우왈) : 자상호가 다시 말했다.
舜之將死(순지장사) : “순임금이 임종 때
乃命禹曰(내명우왈) : 우에게 명했습니다.
汝戒之哉(여계지재) : “그대는 다음의 것을 경계하라.
形莫若緣(형막약연) : 육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며,
情莫若率(정막약솔) : 심정은 본성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緣則不離(연칙불리) : 자연을 따르면 서로 떨어지지 않게 되고,
率則不勞(솔칙불로) : 본성을 따르면 수고롭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不離不勞(불리불로) : 자연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수고롭지 않게 된다면
則不求文以待形(칙불구문이대형) :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게 됩니다.
不求文以待形(불구문이대형) :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게 되면
固不待物(고불대물) : 밖의 물건에 자신을 의지하지 않게 됩니다.”
6.
莊子衣大布而輔之(장자의대포이보지) : 장자가 누더기로 기운 거친 무명옷에다
正緳係履而過魏王(정혈계리이과위왕) : 삼줄로 얽어맨 신을 신고서 위나라 임금을 찾아갔다.
魏王曰(위왕왈) : 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何先生之憊邪(하선생지비사) : “어쩌다 선생은 이토록 곤경에 빠졌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憊也(비비야) :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士有道德不能行(사유도덕불능행) : 선비에게는 자연의 도와 덕이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憊也(비야) : 곤경에 빠지는 것입니다.
衣弊履穿(의폐리천) : 옷이 해지고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은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憊也(비비야) :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此所謂非遭時也(차소위비조시야) : 이것이 바로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王獨不見夫騰猿乎(왕독불견부등원호) : 나무에 기어오르는 원숭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其得枏梓豫章也(기득남재예장야) : 원숭이는 남나무나 가래나무나 상장나무 같은 큰 나무에 올라
攬蔓其枝而王長其間(람만기지이왕장기간) : 나뭇가지에 매달려 지낼 때에는
雖羿逢蒙不能眄睨也(수예봉몽불능면예야) : 예나 봉몽과 같은 명궁이라 해도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습니다.
及其得柘棘枳枸之間也(급기득자극지구지간야) : 그러나 원숭이가 산뽕나무나 가시나무나 탱자나무 같은 작은 나무 사이에 있을 때에는
危行側視(위행측시) : 위태로운 듯이 곁눈질을 하며 다니고
振動悼慄(진동도률) : 두려움에 덜덜 떨게 됩니다.
此筋骨非有加急而不柔也(차근골비유가급이불유야) : 이것은 원숭이의 근육이나 뼈가 굳어져 유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處勢不便(처세불편) : 그가 처해 있는 형세가 불편하여
未足以逞其能也(미족이령기능야) :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今處昏上亂相之間(금처혼상란상지간) : 지금 같이 혼미한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들 사이에 처신하면서
而欲無憊(이욕무비) :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해도
奚可得邪(해가득사) :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此比干之見剖心徵也夫(차비간지견부심징야부) : 이것은 충신인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게 된 것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7.
孔子窮於陳蔡之間(공자궁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져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 동안이나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左據槁木(좌거고목) : 그러나 공자는 왼손은 마른 나무에 걸쳐놓고
右擊槁枝(우격고지) : 오른 손으로는 마른 나뭇가지를 두드리며
而歌猋氏之風(이가표씨지풍) : 신농씨의 노래를 불렀다.
有其具而無其數(유기구이무기수) : 그런데 그에게 악기는 있었지만 절주가 없고,
有其聲而無宮角(유기성이무궁각) : 그의 소리는 있지만 음률은 없는 상태였는데,
木聲與人聲(목성여인성) : 두드리는 나무소리와 그의 목소리는
犁然有當於人之心(리연유당어인지심) : 잘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顔回端拱還木而窺之(안회단공환목이규지) : 그 때 안회가 두 손을 모아 쥐고 눈길을 떨궈 공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仲尼恐其廣己而造大也(중니공기광기이조대야) : 공자는 안회가 자기의 뜻을 확대 해석해 재난을 크게 생각하거나
愛己而造哀也(애기이조애야) : 자기를 아낀 나머지 슬퍼할까 두려워 말했다.
曰回(왈회) : “안회야.
無受天損易(무수천손이) :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지만,
無受人益難(무수인익난) :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갖기란 어려운 것이다.
無始而非卒也(무시이비졸야) : 모든 일은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人與天一也(인여천일야) : 사람이란 자연과 한가지인 것이다.
夫今之歌者其誰乎(부금지가자기수호) : 지금 노래를 부른 것은 누구였더냐?”
回曰(회왈) : 안회가 말했다.
敢問無受天損易(감문무수천손이) :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다는 말씀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飢渴寒暑(기갈한서) : “굶주림과 목마름과 추위 더위와
窮桎不行(궁질불행) : 궁색해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天地之行也(천지지행야) : 천지의 운행이며
運物之泄也(운물지설야) : 만물 변화의 표현이다.
言與之偕逝之謂也(언여지해서지위야) : 그 말은 이런 운행변화와 함께 변화하여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뜻한다.
爲人臣者(위인신자) : 신하된 사람은
不敢去之(불감거지) : 임금의 명으로부터 감히 벗어나지 못한다.
執臣之道猶若是(집신지도유약시) : 신하 노릇을 하는 도리도 이와 같은데
而況乎所以待天乎(이황호소이대천호) : 하물며 하늘을 대하는 도리야 어떻겠느냐?”
何謂無受人益難(하위무수인익난) : 안회가 다시 묻기를, “무엇을 두고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갖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始用四達(시용사달) : “처음 출세를 하고 보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고,
爵祿竝至而不窮(작록병지이불궁) : 벼슬과 녹이 더불어 보태져서 궁하지 않게 된다.
物之所利(물지소리) : 이것은 밖의 물건이 이롭게 해주는 것이지
乃非己也(내비기야) : 자기가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다.
吾命其在外者也(오명기재외자야) : 결국 나의 운명이 밖으로부터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君子不爲盜(군자불위도) : 군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賢人不爲竊(현인불위절) : 현명한 사람은 물건을 훔치지 않는 법인데,
吾若取之何哉(오약취지하재) : 우리가 벼슬이나 녹 같은 것은 취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故曰(고왈) : 그르므로 이르기를
鳥莫知於鷾?(조막지어의?) : 새 중에서는 제비보다 지혜로운 것이 없다.
目之所宜處(목지소의처) : 눈으로 보아서 처신하기 부적합한 곳이면
不給視(불급시) : 뒤돌아볼 것도 없이 달아난다.
雖落其實(수락기실) : 비록 그의 먹이를 떨어뜨렸다 해도
棄之而走(기지이주) : 그것을 버리고 달아난다.
其畏人也(기외인야) : 제비는 그처럼 사람들을 두려워 하지만
而襲諸人間(이습제인간) :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사는데,
社稷存焉爾(사직존언이) : 그 것은 살 곳과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何謂無始而非卒(하위무시이비졸) : 안회가 묻기를,“무엇을 두고 모든 일이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이 변화한다고 하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化其萬物而不知其禪之者(화기만물이부지기선지자) : “만물은 변화하고 있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焉知其所終(언지기소종) : 그러니 어찌 변화가 끝나는 곳을 알겠으며,
焉知其所始(언지기소시) : 어찌 변화가 시작되는 곳을 알겠느냐?
正而待之而已耳(정이대지이이이) : 자기를 올바르게 하고 그 변화에 호응할 뿐인 것이다.”
何謂人與天一邪(하위인여천일사) : 안회가 묻기를,“무엇을 두고 사람과 자연이 한가지라 하셨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有人(유인) :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天也(천야) : 자연이고,
有天(유천) : 하늘이 존재하는 것도
亦天也(역천야) : 역시 자연이다.
人之不能有天(인지불능유천) : 사람이 자연의 도를 터득하지 못하는 것은
性也(성야) : 자기 성격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聖人晏然體逝而終矣(성인안연체서이종의) : 성인이란 편안히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겨 끝 가는 데까지 가는 것이다.”
8.
莊周遊於雕陵之樊(장주유어조릉지번) : 장자가 밤나무 밭인 조릉을 거닐다가
覩一異鵲自南方來者(도일이작자남방래자) : 한 마리 이상한 까치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翼廣七尺(익광칠척) : 그 날개의 넓이는 일곱 자
目大運寸(목대운촌) : 눈 둘레는 한 치나 되었다
感周之顙而集於栗林(감주지상이집어률림) :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莊周曰(장주왈) : 장자가 말했다.
此何鳥哉(차하조재) : “무슨 새인가
翼殷不逝(익은불서) : 날개는 크면서도 멀리 날지 못하고,
目大不覩(목대불도) : 눈이 크면서도 잘 보지 못하는구나.”
蹇裳躩步(건상곽보) : 장자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執彈而留之(집탄이류지) : 활을 들고 그 새를 겨누었다.
覩一蟬(도일선) : 이 때 매미 한 마리를 보았는데
方得美蔭而忘其身(방득미음이망기신) : 나무그늘에 앉아 자신의 몸조차도 잊고 울고 있었다.
螳螂執翳而搏之(당랑집예이박지) :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그 매미를 잡으려 하여
見得而忘其形(견득이망기형) : 이를 보고는 정신이 쏠려 제 몸을 잊고
異鵲從而利之(이작종이리지) : 저 까치는 또 그 기회를 타서 그 사마귀를 잡으려 하여
見利而忘其眞(견리이망기진) : 이익을 보고는 진심을 잊고 있었다.
莊周怵然曰(장주출연왈) : 장자는 두려워 탄식하듯 말했다.
噫物固相累(희물고상루) : “아아, 만물은 본시 서로 해를 끼치며,
二類召也(이류소야) : 이로움과 해로움은 같이 있는 것이구나.”
捐彈而反走(연탄이반주) : 그리고는 활을 버리고 뒤돌아 도망을 치니
虞人逐而誶之(우인축이수지) : 숲을 관리하는 사람이 뒤쫓아와 이유를 캐물었다.
莊周反入(장주반입) : 장자는 되돌아와
三月不庭(삼월불정) : 석 달 동안 뜰 앞에도 나앉지 않았다
藺且從而問之(린차종이문지) : 제자인 인저가 다가와서 물었다
夫子何爲頃間甚不庭乎(부자하위경간심불정호) : “선생은 무엇 때문에 요즈은 일절 뜰에 나안지 않으십니까.”하니
莊周曰(장주왈) : 장자가 이르기를,
吾守形而忘身(오수형이망신) : “나는 생을 기르는 공부를 한다 하면서 그만 내 몸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觀於濁水而迷於淸淵(관어탁수이미어청연) : 까치를 쫓아서 그것은 마치 흐린 물을 보노라고 맑은 못물을 잊은 것과 같은 것이다
且吾聞諸夫子曰(차오문제부자왈) : 나는 또 저선생님에게 들으니 ‘
入其俗(입기속) : 그 풍속에 들어가거든
從其令(종기령) : 그 품속을 따르라’하셨다
今吾遊於雕陵而忘吾身(금오유어조릉이망오신) : 그런데 이제 나는 조릉에서 노닐다가 내 몸을 잊었고
異鵲惑吾顙(이작혹오상) : 저 이상한 까치는 내 이마을 스쳐
遊於栗林而忘眞(유어률림이망진) : 밤숲에서 놀다가 그 정신을 잊었고
栗林虞人以吾爲戮(률림우인이오위륙) : 밤숲지기는 나를 밤도둑이라고 욕을 했구나
吾所以不庭也(오소이불정야) : 그래서 나는 뜰에도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9.
陽子之宋(양자지송) :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宿於逆旅(숙어역려) : 어떤 여관에 들었다
逆旅人有妾二人(역려인유첩이인) : 그 여관 주인에게는 두 첩이 있었는데
其一人美(기일인미) : 한 사람은 미인이었고
其一人惡(기일인악) : 한 사람은 못난이었다
惡者貴而美者賤(악자귀이미자천) : 그런데 그 못난이는 귀염을 받고 그 미인은 천대를 받았다
陽子問其故(양자문기고) :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逆旅小子對曰(역려소자대왈) : 여관 주인이 말했다.
其美者自美(기미자자미) : “예쁜 여자는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吾不知其美也(오부지기미야) : 나는 그녀가 예쁜 줄 모르게 되었고,
其惡者惡(기악자악) : 추하게 생긴 여자는 스스로가 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吾不知其惡也(오부지기악야) : 나는 그가 추한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陽子曰(양자왈) : 양자가 말했다.
弟子記之(제자기지) : “제자들이여 잘 기억하라
行賢而去自賢之行(행현이거자현지행) : 그 행실이 어질고서도 스스로 어진 척하는 생각이 없으면
安往而不愛哉(안왕이불애재) : 어디에 간들 사랑을 받지 않을 것인가?”고 말했다
田子方
1.
田子方侍坐於魏文侯(전자방시좌어위문후) : 전자방이 위나라 문후와 앉아 있었는데
數稱谿工(수칭계공) : 여러 번 계공의 훌륭함을 얘기했다.
文侯曰(문후왈) : 그러자 문후가 물었다.
谿工(계공) : “계공은
子之師邪(자지사사) : 당신의 선생의 스승이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無擇之里人也(무택지이인야) : 저의 마을 사람입니다.
稱道數當(칭도수당) : 그의 도에 대한 얘기는 매우 합당하므로
故無擇稱之(고무택칭지) : 제가 훌륭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文侯曰(문후왈) : 문후가 말하였다.
然則子無師邪(연칙자무사사) : “그렇다면 선생께는 스승이 없습니까?”
子方曰有(자방왈유) : 전자방이 말하기를, “있습니다.”
曰子之師誰邪(왈자지사수사) : 문후가 묻기를, “선생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대답했다.
東郭順子(동곽순자) : “동곽의 순자입니다.”
文侯曰(문후왈) : 문후가 말했다.
然則夫子何故未嘗稱之(연칙부자하고미상칭지) : “그런데도 선생은 어째서 한번도 그분의 훌륭함을 말하지 않으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말했다.
其爲人也眞(기위인야진) : “그 분의 사람됨은 참되어,
人貌而天虛(인모이천허) :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하늘처럼 텅 비어 있으며,
緣而葆眞(연이보진) : 자연을 따름으로서 참됨을 기르며,
淸而容物(청이용물) : 맑은 마음으로 만물을 포용합니다.
物無道(물무도) : 남이 무도한 짓을 해도
正容以悟之(정용이오지) : 자기 모습을 올바로 지님으로서 그로 하여금 깨닫게 하며,
使人之意也消(사인지의야소) : 모든 개인의 뜻은 자연히 사라지게 합니다.
無擇何足以稱之(무택하족이칭지) : 제가 어떻게 그분의 훌륭함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子方出(자방출) : 전자방이 나간 뒤에도
文侯儻然終日不言(문후당연종일불언) : 문후는 하루종일 멍하니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召前立臣而語之曰(소전립신이어지왈) : 그러다가 신하를 불러 말했다.
遠矣(원의) :
全德之君子(전덕지군자) : “멀리 있는 듯하구나, 완전한 덕을 지닌 군자는.
始吾以聖知之言仁義之行爲至矣(시오이성지지언인의지행위지의) : 처음에 나는 성인과 지혜 있는 이의 말과 인의의 행동을 지극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吾聞子方之師(오문자방지사) : 나는 전자방의 스승 얘기를 듣고 나서
吾形解而不欲動(오형해이불욕동) : 몸이 풀려 움직이기도 싫어지고
口鉗而不欲言(구겸이불욕언) : 입이 닫혀 말하기도 싫어졌다.
吾所學者直土梗耳(오소학자직토경이) : 내가 배워온 것들이란 흙이나 먼지 같은 것이었다.
夫魏眞爲我累耳(부위진위아루이) : 위나라는 나에게 재해가 되고 있을 뿐이다.”
2.
溫伯雪子適齊(온백설자적제) : 온백설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舍於魯(사어로) : 노나라에 머물렀다.
魯人有請見之者(로인유청견지자) : 노나라 사람 하나가 그를 만나기를 원하자
溫伯雪子曰(온백설자왈) : 온백설자가 말했다.
不可(불가) : “될 수 없다
吾聞中國之君子(오문중국지군자) : 내가 듣기로, 중국의 군자는
明乎禮義而陋於知人心(명호례의이루어지인심) : 예의는 밝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데는 어둡다고 들었습니다. ”
吾不欲見也(오불욕견야) :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至於齊(지어제) : 제나라고 갔다가
反舍於魯(반사어로) : 돌아오는 길에도 노나라에서 머물렀는데,
是人也又請見(시인야우청견) : 전의 그 사람이 다시 만나주기를 요청했다.
溫伯雪子曰(온백설자왈) : 온백설자가 말했다.
往也蘄見我(왕야기견아) : “전에도 나를 만나려 했었고,
今也又蘄見我(금야우기견아) : 지금도 나를 만나려하고 있으니
是必有以振我也(시필유이진아야) : 반드시 나를 깨우쳐줄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出而見客(출이견객) : 그리고 나가 손님을 만나고
入而歎(입이탄) : 들어와 탄식을 했다.
明日見客(명일견객) : 다음 날도 그 손님을 만났는데
又入而歎(우입이탄) : 또 들어와 탄식을 했다.
其僕曰(기복왈) : 그의 하인이 물었다.
每見之客也(매견지객야) : “매 번 그 손님을 만나고
必入而歎(필입이탄) : 들어오실 때마다 탄식을 하시니
何耶(하야) : 어째서입니까?”
曰吾固告子矣(왈오고고자의) : 온백설자가 대답하기를, “전에 내가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中國之民(중국지민) : 중국사람들은
明乎禮義而陋乎知人心(명호례의이루호지인심) : 예의는 밝지만 사람의 마음을 아는데는 어둡다고.
昔之見我者(석지견아자) : 어제 내가 만났던 사람은
進退一成規一成矩(진퇴일성규일성구) :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이 가늠쇠나 자를 댄 것처럼 일정한 규칙이 있고,
從容一若龍一若虎(종용일약룡일약호) : 점잖은 모습은 용이나 호랑이 같았다.
其諫我也似子(기간아야사자) : 그가 나에게 말하는 태도는 자식과 같았고,
其道我也似父(기도아야사부) : 나를 인도해 주는 태도는 어버이와 같았다.
是以歎也(시이탄야) : 그래서 탄식을 했던 것이다.”
仲尼見之而不言(중니견지이불언) : 공자도 그를 만났던 일이 있었지만 공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吾子欲見溫伯雪子久矣(오자욕견온백설자구의) :“선생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온백설자를 만나보려 하셨습니다.
見之而不言(견지이불언) : 그런 사람을 만나고도 말하지 않으시니
何邪(하사) : 어째서 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若夫人者(약부인자) : “그런 사람은
目擊而道存矣(목격이도존의) : 눈으로 보기만 해도 도를 지니고 있으니
亦不可以容聲矣(역불가이용성의) : 또한 말을 할 필요도 없다.”
3.
顔淵問於仲尼曰(안연문어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夫子步亦步(부자보역보) :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夫子趨亦趨(부자추역추) :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저도 빨리 걷고,
夫子馳亦馳(부자치역치) :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夫子奔逸絶塵(부자분일절진) : 그러나 선생님께서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而回瞠若乎後矣(이회당약호후의) :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回何謂邪(회하위사)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曰夫子步(왈부자보) : 안회가 대답하기를,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亦步也(역보야) : 저도 걷는다는 것은
夫子言(부자언) :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亦言也(역언야) : 저도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夫子趨(부자추) :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亦趨也(역추야) : 저도 빨리 걷는다는 것은
夫子辯(부자변) : 선생님께서 이론을 펴시면
亦辯也(역변야) : 저도 이론을 편다는 것입니다.
夫子馳(부자치) :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亦馳也(역치야) : 저도 달린다는 것은
夫子言道(부자언도) : 선생님께서 도를 말씀하시면
回亦言道也(회역언도야) : 저도 도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及奔逸絶塵而回瞠若乎後者(급분일절진이회당약호후자) : 그러나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다는 말은
夫子不言而信(부자불언이신) :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남에게 믿음을 받고,
不比而周(불비이주) : 남과 친하려 하지 않으셔도 남들이 친하게 따르고,
無器而民滔乎前(무기이민도호전) : 벼슬이나 권력이 없어도 백성들이 굴복해 오는데
而不知所以然而已矣(이부지소이연이이의) :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惡可不察與(악가불찰여) : “어째서 자세히 살피지 않는가
夫哀莫大於心死(부애막대어심사) : 슬픔 중에 믿음이 죽는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없고,
而人死亦次之(이인사역차지) : 사람의 죽음은 그 다음 가는 슬픔이다.
日出東方而入於西極(일출동방이입어서극) : 해는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萬物莫不比方(만물막불비방) : 만물은 모두가 이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
有首有趾者(유수유지자) :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사람들은
待是而後成功(대시이후성공) : 해를 기다렸다 일을 하기 시작한다.
是出則存(시출칙존) : 해가 뜨면 세상일이 시작되고,
是入則亡(시입칙망) : 해가 지면 세상일도 그치는 것이다.
萬物亦然(만물역연) : 만물도 역시 그러니,
有待也而死(유대야이사) : 그것에 의해 죽기도 하고
有待也而生(유대야이생) : 그것에 의해 살기도 한다.
吾一受其成形(오일수기성형) : 우리는 한번 형체를 타고난 이상
而不化以待盡(이불화이대진) : 스스로를 멸망시키지 않고 되어 가는 대로 맡겨두어야 하고,
效物而動(효물이동) : 밖의 물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日夜無隙(일야무극) : 변화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으므로
而不知其所終(이부지기소종) : 그것이 끝나는 곳은 알 수 없는 것이다.
薰然其成形(훈연기성형) : 만물이 다 같이 형체를 타고났지만
知命不能規乎其前(지명불능규호기전) : 운명을 미리 알아 그 앞날을 규정해 놓을 수는 없다.
丘以是日徂(구이시일조) : 그래서 나는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갈 뿐이다.
吾終身與汝交一臂而失之(오종신여여교일비이실지) : 내가 평생토록 너와 팔을 끼고 지낸다 해도 결국은 서로를 잃게 될 것이니
可不哀與(가불애여) :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
女殆著乎吾所以著也(여태저호오소이저야) : 너는 드러나 보이는 나의 겉의 것을 그대로 행하려 하고 있다.
彼已盡矣(피이진의) :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而女求之以爲有(이여구지이위유) : 그런데도 너는 그것이 현재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다.
是求馬於唐肆也(시구마어당사야) : 그것은 마치 텅 빈 시장에 가서 말을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
吾服女也甚忘(오복여야심망) :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빨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고,
女服吾也亦甚忘(여복오야역심망) : 네가 나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빨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女奚患焉(여해환언) : 너는 무엇을 걱정하느냐?
雖忘乎故吾(수망호고오) : 비록 옛날의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吾有不忘者存(오유불망자존) : 나에게는 언제나 잊혀질 수 없는 참된 나도 그 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4.
孔子見老聃(공자견노담) : 공자가 노자를 만나러 가니,
老聃新沐(노담신목) : 노자는 머리를 감고 나서
方將被髮而乾(방장피발이건) : 머리를 풀어 흩트린 채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慹然似非人(집연사비인) : 꿈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람 같지 않았다.
孔子便而待之(공자편이대지) : 공자는 비켜서서 기다리다가
少焉見曰(소언견왈) : 잠깐 보고서 말하기를,
丘也眩與(구야현여) : “제 눈이 어두워진 것일까요?
其信然與(기신연여) :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일까요?
向者先生形體掘若槁木(향자선생형체굴약고목) : 조금전의 선생님의 형체는 뻣뻣한 것이 마른 나무 같았고,
似遺物離人而立於獨也(사유물리인이립어독야) : 밖의 물건은 잊고 사람들을 떠나 홀로 우뚝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吾遊心於物之初(오유심어물지초) : “나는 만물이 태어나던 처음의 경지에 노닐고 있었습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물었다.
何謂邪(하위사) : “그 말씀의 뜻이 무엇입니까?”
曰心困焉而不能知(왈심곤언이불능지) : 노자가 말하기를, “마음이 곤하여지기만 하지 알 수는 없고,
口辟焉而不能言(구벽언이불능언) : 입이 닫혀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지만,
嘗爲汝議乎其將(상위여의호기장) : 당신을 위해 대략 말을 해보겠습니다.
至陰肅肅(지음숙숙) : 지극한 음기는 고요하고
至陽赫赫(지양혁혁) : 지극한 양기는 동적인 것입니다.
肅肅出乎天(숙숙출호천) : 고요함은 하늘로부터 나오고,
赫赫發乎地(혁혁발호지) : 움직임은 땅으로부터 나오며,
兩者交通成和而物生焉(량자교통성화이물생언) : 이 두 가지 기운이 서로 통하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물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或爲之紀而莫見其形(혹위지기이막견기형) : 누가 그 법도를 다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형체도 본 일이 없습니다.
消息滿虛(소식만허) : 만물은 생겨나고 없어지고 하며 가득 찼다 비었다 하기도 하며
一晦一明(일회일명) : 한번 어두워졌다가 한 번 밝아집니다.
日改月化(일개월화) : 날로 바뀌고 달로 변화하여,
日有所爲(일유소위) : 하루도 쉬지 않고 이 현상이 지속되지만
而莫見其功(이막견기공) : 그 조화의 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生有所乎萌(생유소호맹) : 만물의 발생은 싹이 튼 곳이 있으며,
死有所乎歸(사유소호귀) : 죽음은 귀결되는 곳이 있습니다.
始終相反乎無端(시종상반호무단) : 만물의 시작과 끝은 서로 끝없이 반복되어 .
而莫知乎其所窮(이막지호기소궁) : 그 끝나는 곳을 알 수가 없습니다
非是也(비시야) : 시비에 있어서
且孰爲之宗(차숙위지종) : 누가 만물의 근원이 될 수 있겠습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請問遊是(청문유시) : “청컨대 그런 경지에 노닌다는 말의 뜻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得是至美至樂也(부득시지미지락야) : “그런 경지로 들어가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즐겁습니다.
得至美而遊乎至樂(득지미이유호지락) :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고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것
謂之至人(위지지인) : 이것를 지인이라 합니다.”
願聞其方(원문기방) : “그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曰草食之獸不疾易藪(왈초식지수불질역수) : 노자가 말하기를, “풀을 먹는 짐승들은 풀밭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水生之蟲不疾易水(수생지충불질역수) : 물에 사는 벌레들은 물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行小變而不失其大常也(행소변이불실기대상야) : 생활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을 뿐이지 큰 법도를 잃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喜怒哀樂不入於胸次(희노애락불입어흉차) : 그래서 기쁨이나 노여움·슬픔·즐거움 같은 감정들이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는 것입니다.
夫天下也者(부천하야자) : 천하란
萬物之所一也(만물지소일야) : 만물이 한결같이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得其所一而同焉(득기소일이동언) : 거기에 일체가 되어 동화될 수만 있다면
則四肢百體將爲塵垢(칙사지백체장위진구) : 사지나 육체는 먼지나 때와 같은 것이 될 것이며,
而死生終始將爲晝夜(이사생종시장위주야) : 죽음과 삶, 시작과 끝을 밤이나 낮과 같은 것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而莫之能滑(이막지능활) :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그를 어지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而況得喪禍福之所介乎(이황득상화복지소개호) : 그런데 하물며 세상의 이해득실이나 화복 같은 작은 일들이야 어떻겠습니까?
棄隸者若棄泥塗(기예자약기니도) : 노예를 버리는 사람이 노예를 흙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은
知身貴於隸也(지신귀어예야) : 자신의 몸이 노예보다 귀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貴在於我而不失於變(귀재어아이불실어변) : 가장 귀한 도는 나에게 있으며, 변화에 의해 잃게 되지 않으며,
且萬化而未始有極也(차만화이미시유극야) : 또한 만물을 변화하게 하여 영원무궁하게 하는 것입니다.
夫孰足以患心(부숙족이환심) : 무엇이 내 마음에 걱정을 끼칠 수 있겠습니까?
已爲道者解乎此(이위도자해호차) : 이미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夫子德配天地(부자덕배천지) : “선생님의 덕은 하늘과 땅의 짝이 될만한데도
而猶假至言以修心(이유가지언이수심) : 지극한 말씀을 빌어 마음을 닦고 계십니다.
古之君子(고지군자) : 옛날의 군자라도
孰能脫焉(숙능탈언) : 누가 이보다 뛰어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夫水之於삭汋也(부수지어삭작야) : 물이 맑은 것은 무위하지만
無爲而才自然矣(무위이재자연의) : 그 성격이 자연히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至人之於德也(지인지어덕야) : 지인이 덕을 지니고 있는 것도
不修而物不能離焉(불수이물불능리언) : 의식적으로 덕을 닦지 않아도 만물들이 떨어질 수 없이 화합하기 때문입니다.
若天地自高(약천지자고) : 하늘은 스스로 높고,
地之自厚(지지자후) : 땅은 스스로 두터우며,
日月之自明(일월지자명) : 해와 달은 스스로 밝은데
夫何修焉(부하수언) : 그것들이 무슨 덕을 닦는 것이 있겠습니까?”
孔子出(공자출) : 공자가 물러 나와
以告顔回曰(이고안회왈) : 안회에게 말했다.
丘之於道也(구지어도야) : “내가 지닌 도라는 것은
其猶醯鷄與(기유혜계여) : 독 안에 든 바구미와 같은 것이었다.
微夫子之發吾覆也(미부자지발오복야) : 선생님께서 나의 몽매함을 깨우쳐 주지 않았다면
吾不知天地之大全也(오부지천지지대전야) : 나는 하늘과 땅이 위대하고 완전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5.
莊子見魯哀公(장자견노애공) :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만났을 때,
哀公曰(애공왈) : 애공이 말했다.
魯多儒士(로다유사) : “노나라에는 유학자들은 많지만
少爲先生方者(소위선생방자) : 선생의 학문을 닦는 사람은 적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魯少儒(로소유) :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적습니다.”
哀公曰(애공왈) : 애공이 물었다.
擧魯國而儒服(거로국이유복) : “온 노나라 사람들이 유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데
何謂少乎(하위소호) : 어찌 유학자가 적다는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周聞之(주문지) : “제가 듣기로,
儒者冠圜冠者(유자관환관자) : 유학자가 둥근 관을 쓰고 있는 것은
知天時(지천시) : 하늘의 때를 안다는 표시이고,
履句屨者(이구구자) : 모난 신을 신고 있는 것은
知地形(지지형) : 땅의 현상을 안다는 표시이고,
緩佩玦者(완패결자) : 오색실로 구슬을 꿰어차고 있는 것은
事至於斷(사지어단) : 일을 하게 되면 결단을 내린다는 표시라고 했습니다.
君子有其道者(군자유기도자) : 군자가 그런 도를 지니고 있다면
未必爲其服也(미필위기복야) : 굳이 그런 복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爲其服者(위기복자) :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未必知其道也(미필지기도야) : 반드시 그런 도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公固以爲不然(공고이위불연) : 임금님께서 굳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何不號於國中曰(하불호어국중왈) : 어째서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려
無此道而爲此服者(무차도이위차복자) : ‘그런 도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자는
其罪邪(기죄사) : 사형에 처한다’고 공포하지 않으십니까?”
於是哀公號之五日(어시애공호지오일) : 그래서 애공이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而魯國無敢儒服者(이로국무감유복자) : 그 후 닷새가 지나자 노나라에는 감히 유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 자가 없게 되었다.
獨有一丈夫儒服(독유일장부유복) : 다만 한 사나이가 유학자의 옷을 입고서
而立乎公門(이립호공문) : 궁궐 문 앞에 서 있었다.
公卽召而問以國事(공즉소이문이국사) : 애공이 곧 그를 불러 나라 일에 대해 물어보니
千轉萬變而不窮(천전만변이불궁) : 천 가지로 바뀌고 만 가지로 변화하는 문제들에 대해 막히는 것이 없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以魯國而儒者一人耳(이로국이유자일인이) : “노나라에 유학자는 한 사람 뿐입니다.
可謂多乎(가위다호) : 어찌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6.
百里奚爵祿不入於心(백리해작록불입어심) : 백리해는 벼슬과 녹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지 않았다.
故飯牛而牛肥(고반우이우비) : 그래서 그가 소를 먹이면 소가 살이 쪘으며,
使秦穆公忘其賤(사진목공망기천) : 진나라 목공에게 그의 천한 신분을 잊고
與之政也(여지정야) : 그와 더불어 정치를 하도록 만들었다.
有虞氏死生不入於心(유우씨사생불입어심) : 순임금은 죽고 사는 것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지 않았다.
故足以動人(고족이동인) : 그래서 사람들을 감화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7.
宋元君將畵圖(송원군장화도) : 송나라 원군이 나라의 지도를 그리려고 했다.
衆史皆至(중사개지) : 여러 화공들이 모두 달려와
受揖而立(수읍이립) : 명령을 받자 읍하고 서서
舐筆和墨(지필화묵) : 붓을 빨고 먹을 가는데,
在外者半(재외자반) : 방에도 못 들어오고 밖에 밀려나 있는 사람들이 반이 넘었다.
有一史後至者(유일사후지자) : 한 화공은 늦게 와서도
儃儃然不趨(천천연불추) : 유유히 빨리 걷지도 않고,
受揖不立(수읍불립) : 명령을 받고도 읍하고 서지 않고
因之舍(인지사) :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公使人視之(공사인시지) : 원군이 사람을 시켜 그를 살펴보게 하니
則解衣般礴臝(칙해의반박라) : 그는 옷을 벗고 벌거숭이가 되어 두 발을 쭉 뻗고 앉아 있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可矣(가의) : “됐다.
是眞畵者也(시진화자야) : 그가 정말로 잘 그릴 사람이다.”
8
文王觀於臧(문왕관어장) : 주나라 문왕이 장 땅에 구경을 갔다가
見一丈人釣(견일장인조) : 한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而其釣莫釣(이기조막조) : 그는 낚싯대를 들고는 있지만 고기를 낚지는 않고 있었다.
非持其釣有釣者也(비지기조유조자야) : 그는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낚으려는 것이 아니라
常釣也(상조야) : 낚시질로 자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文王欲擧而授之政(문왕욕거이수지정) : 문왕은 그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기려 하였으나
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이공대신부형지불안야) : 대신들과 부형들이 불안을 느낄까 두려웠다.
欲終而釋之(욕종이석지) : 그대로 버려 두자니
而不忍百姓之無天也(이불인백성지무천야) : 백성들이 훌륭한 정치가를 잃게 되는 것을 차마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於是旦而屬之大夫曰(어시단이속지대부왈) : 이에 다음날 아침 대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昔者寡人夢見良人(석자과인몽견량인) : “지난 적에 나는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黑色髥(흑색염) : 검은 얼굴빛에 구레나룻이 났고,
乘駁馬而偏朱蹄(승박마이편주제) :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있었습니다.
號曰(호왈) : 그가 말하기를
寓而政於臧丈人(우이정어장장인) : ‘장땅의 노인에게 정치를 맡기면
庶幾乎民有瘳乎(서기호민유추호) : 백성들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諸大夫蹴然曰(제대부축연왈) : 여러 대부들은 얼굴빛이 바뀌면 말했다.
先君王也(선군왕야) : “돌아가신 임금님이신 것 같습니다.”
文王曰(문왕왈) : 문왕이 말했다
然則卜之(연칙복지) : “그렇다면 점을 쳐보도록 하시오.”
諸大夫曰(제대부왈) : 여러 대부들이 말했다.
先君之命(선군지명) : “돌아가신 임금님의 명령이시고
王其無它(왕기무타) : 왕께서 의심이 없으신 것인데
又何卜焉(우하복언) : 어찌 의심하여 점을 치겠습니까?”
遂迎臧丈人而授之政(수영장장인이수지정) : 마침내 장 땅의 노인을 맞이하여 그에게 정치를 맡겼다.
典法無出(전법무출) : 그는 법령을 바꾸지도 않았고
偏令無出(편령무출) :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三年文王觀於國(삼년문왕관어국) : 삼 년 만에 문왕이 나라를 시찰하니
則列士壞植散群(칙열사괴식산군) : 조정의 신하들은 당파의 우두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애버렸고,
長官者不成德(장관자불성덕) : 관청의 우두머리들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고,
螤斛不敢入於四竟(유곡불감입어사경) :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감히 사방의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列士壞植散群(열사괴식산군) : 조정의 신하들이 당파의 우두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앤 것은
則尙同也(칙상동야) : 대중과 함께 화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長官者不成德(장관자불성덕) : 관청의 우두머리들이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則同務也(칙동무야) :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이었다.
螤斛不敢入於四竟(유곡불감입어사경) :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는 것은
則諸侯無二心也(칙제후무이심야) : 제후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文王於是焉以爲大師(문왕어시언이위대사) : 문왕이 그를 태사로 모시고
北面而問曰(북면이문왈) : 제자의 예로써 북쪽을 향해 앉아서 물었다.
政可以及天下乎(정가이급천하호) :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치게 할 수 있겠습니까?”
臧丈人昧然而不應(장장인매연이불응) : 장 땅의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泛然而辭(범연이사) : 범연히 사직을 하고는
朝令而夜遁(조령이야둔) : 아침까지 명령을 내리다가는 밤에 사라져
終身無聞(종신무문) : 평생토록 소식을 알 수 없었다.
顔淵問於仲尼曰(안연문어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文王其猶未邪(문왕기유미사) : “문왕은 아직 도를 터득하지 못한 것입니까?
又何以夢爲乎(우하이몽위호) : 어째서 꿈을 빌렸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黙汝無言(묵여무언) : “함부로 말하지 말라.
夫文王盡之也(부문왕진지야) : 문왕께서는 능력껏 다한 것인데,
而又何論刺焉(이우하론자언) : 어찌 그것을 논하고 비판하느냐?
彼直以循斯須也(피직이순사수야) : 그분은 다만 임시로 대세를 따랐을 뿐이다.”
9.
列禦寇爲伯昏無人射(열어구위백혼무인사) : 열자가 백혼무인을 위해 활쏘기를 했다.
引之盈貫(인지영관) : 활을 화살촉까지 오도록 간뜩 당기면
措杯水其肘上(조배수기주상) : 왼쪽 팔은 곧고 편편해서 그 위에 물잔을 얹어 두어도 엎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하였다.
發之(발지) : 그리고 화살을 쏠 때는
適矢復沓(적시복답) : 한 화살이 떠났는가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화살이 시울 위에 놓여 있고
方矢復寓(방시복우) : 시울 위의 화살이 떠났는가 생각하면 어느새 또 다른 화살이 시울 위에 놓여 있었다
當是時(당시시) : 이럴 때의
猶象人也(유상인야) : 열자는 마치 나무로 만든 사람 같이 꼼작하지 않았다
伯昏無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은 말했다
是射之射(시사지사) : “이것은 결국 활쏘기 위한 활쏨이요
非不射之射也(비불사지사야) : 활쏘지 않는 활쏨이 아니다
嘗與汝登高山(상여여등고산) : 이제 시험삼아 너와 함께 높은 산에 올라가
履危石(리위석) : 위태로운 돌을 딛고 ”
臨百仞之淵(림백인지연) : 밑으로는 백 길이나 되는 깊은 못 위에 서보려 하는데
若能射乎(약능사호) : 그래도 너는 능히 잘 쏠 수 있겠는가?
於是無人遂登高山(어시무인수등고산) : 이에 백혼무인은 높은 산에 올라가
履危石(이위석) : 높이 치솟은 바위를 밟고
臨百仞之淵(림백인지연) : 백 길의 심연을 앞에 두고,
背逡巡(배준순) : 등을 대고 더듬거리며 나아가는데
足二分垂在外(족이분수재외) : 발의 삼분의 이는 허공에 놓여 있었다.
揖禦寇而進之(읍어구이진지) : 열자에게 손짓하여 그곳에 나오게 하니,
禦寇伏地(어구복지) : 열자는 땅에 엎드린 채
汗流至踵(한류지종) : 발뒤꿈치까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伯昏無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夫至人者(부지인자) : “지인이란
上闚靑天(상규청천) : 위로는 푸른 하늘을 들여다보고
下潛黃泉(하잠황천) : 아래로는 황천바닥까지 들어가며,
揮斥八極(휘척팔극) : 팔방으로 멋대로 날아다니되
神氣不變(신기불변) : 정신이나 기백이 변치 않는 것이다.
今汝怵然有恂目之志(금여출연유순목지지) : 지금 너는 두려움에 눈까지 가물거리는 모양이니,
爾於中也殆矣夫(이어중야태의부) : 지금 활을 쏜다면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10.
肩吾問於孫叔敖曰(견오문어손숙오왈) :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다.
子三爲令尹而不榮華(자삼위령윤이불영화) : “선생님께서는 세 번이나 초나라 영윤이 되었었지만 그것을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고,
三去之而無憂色(삼거지이무우색) : 세 번 그 자리를 떠날 때에도 근심하는 빛이 없었습니다.
吾始也疑子(오시야의자) : 저는 처음에는 선생님을 이상하다 의심했었지만
今視者之鼻間栩栩然(금시자지비간허허연) : 지금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기쁘고 즐거운 듯합니다.
子之用心獨奈何(자지용심독내하) : 선생님의 마음 씀이 어떻게 홀로 그러하십니까?”
孫叔敖曰(손숙오왈) : 손숙오가 말했다.
吾何以過人哉(오하이과인재) : “내가 남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吾以其來不可却也(오이기래불가각야) : 나는 닥쳐오게 되어 있는 것은 물리칠 수 없고,
其去不可止也(기거불가지야) : 떠나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吾以爲得失之非我也(오이위득실지비아야) : 얻고 잃게 되는 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而無憂色而已矣(이무우색이이의) : 근심하는 빛이 없을 뿐입니다.
我何以過人哉(아하이과인재) :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且不知其在彼乎(차부지기재피호) : 또한 내가 존경을 받는 것이 영윤이라는 벼슬에 있기 때문인지
其在我乎(기재아호) : 나 자신에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其在彼邪(기재피사) : 그것이 벼슬 때문이라면
亡乎我(망호아) : 나 자신 때문이 아닐 것이고,
在我邪(재아사) : 나 자신 때문이라면
亡乎彼(망호피) : 벼슬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方將躊躇(방장주저) : 나는 바로 만족한 마음으로
方將四顧(방장사고) : 사방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는데,
何暇至乎人貴人賤哉(하가지호인귀인천재) : 어찌 사람들이 귀하고 천하게 여기는 것에 마음을 쓸 틈이 있겠습니까?”
仲尼聞之曰(중니문지왈) : 공자가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知者不得說(지자불득설) :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해도 설득시킬 수 없었고,
美人不得濫(미인불득람) : 미인이라 해도 유혹할 수가 없었으며,
盜人不得劫(도인불득겁) : 도적들도 겁탈할 수가 없었다.
伏戱黃帝不得友(복희황제불득우) : 복희나 황제도 그와 벗할 수가 없었다.
死生亦大矣(사생역대의) : 죽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而無變乎己(이무변호기) :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
況爵祿乎(황작록호) : 하물며 벼슬과 녹이 문제가 되겠느냐?
若然者(약연자) : 그런 사람은
其神經乎大山而無介(기신경호대산이무개) : 그 정신은 큰산을 지나야 해도 방해가 되지 않고
入乎淵泉而不濡(입호연천이불유) : 깊은 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處卑細而不憊(처비세이불비) : 낮고 천한 지위에 놓여도 고달프지 않다.
充滿天地(충만천지) : 언제나 하늘과 땅에 충만하여
旣以與人(기이여인) : 남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데도
己愈有(기유유) : 자기에게는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11
楚王與凡君坐(초왕여범군좌) : 초나라 임금이 범나라 임금과 마주앉아 있었다.
少焉(소언) : 잠시 후
楚王左右曰凡亡者三(초왕좌우왈범망자삼) : 초나라 임금과 신하가 범나라가 망했다고 세 번이나 말을 했다.
凡君曰(범군왈) : 그러나 범나라 임금은 말했다.
凡之亡也(범지망야) : “범나라의 멸망이
不足以喪吾存(부족이상오존) : 나의 존재를 없앨 수는 없는 것입니다.”
夫凡之亡不足以喪吾存(부범지망부족이상오존) : 범나라의 멸망이 나의 존재를 없앨 수 없는 것이라면,
則楚之存不足以存存(칙초지존불족이존존) : 초나라의 존재도 나의 존재를 존재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렇게 본다면
則凡未始亡而楚未始存也(칙범미시망이초미시존야) : 범나라는 처음부터 망한 일이 없고, 초나라는 처음부터 존재한 일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知北遊
1.
知北遊於元水之上(지북유어원수지상) : 지가 북쪽의 현수가에 노닐다
登隱弅之丘(등은분지구) : 은분의 언덕에 올라가는 길에
而適遭無爲謂焉(이적조무위위언) : 무위위를 만났다
知謂無爲謂曰(지위무위위왈) : 지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予欲有問乎若(여욕유문호약) :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何思何慮則知道(하사하려칙지도) : 어떤 것을 사색하고 어떤 것을 생각하면 도를 알게 됩니까?
何處何服則安道(하처하복칙안도) :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행동하면 도에 편안히 지낼 수 있게 됩니까?
何從何道則得道(하종하도칙득도) : 어떤 것을 따르고 어떤 길로 가면 도를 얻을 수 있습니까?”
三問而無爲謂不答也(삼문이무위위부답야) : 세 번이나 물었으나 무위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非不答(비불답) :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不知答也(불지답야) : 대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知不得問(지부득문) : 지는 물음에 대답을 얻지 못하고,
反於白水之南(반어백수지남) : 백수의 남쪽으로 되돌아와
登狐闋之上(등호결지상) : 호결산 위에 올라갔다가
而睹狂屈焉(이도광굴언) : 광굴을 만났다.
知以之言也問乎狂屈(지이지언야문호광굴) : 지는 같은 말을 광굴에게도 물었다.
狂屈曰(광굴왈) : 광굴이 말했다.
唉予知之(애여지지) : “나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將語若(장어약) : 그러나 당신에게 말하려하니,
中欲言而忘其所欲言(중욕언이망기소욕언) : 마음속으로 말을 하려하다가도 하려던 말을 잊게 되는군요.”
知不得問(지부득문) : 지는 물음에 대답을 얻지 못하고
反於帝宮(반어제궁) : 궁에 돌아와
見黃帝而問焉(견황제이문언) : 황제에게 같은 것을 다시 물었다.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無思無慮始知道(무사무려시지도) : “사색도 없고 생각도 없어야 비로소 도를 알게 된다.
無處無服始安道(무처무복시안도) : 처신하는 곳도 없고 행하는 것도 없어야만 비로소 도에 편안히 지내게 된다.
無從無道始得道(무종무도시득도) : 따르는 것도 없고 가는 길도 없어야만 비로소 도를 얻게 된다.”
知問黃帝曰(지문황제왈) : 지가 황제에게 물었다.
我與若知之(아여약지지) : “저와 임금님은 도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彼與彼不知也(피여피부지야) : 무위위와 광굴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其孰是邪(기숙시사) : 누가 옳은 것입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彼無爲謂眞是也(피무위위진시야) : “무위위가 진실로 옳은 것이다.
狂屈似之(광굴사지) : 광굴은 그와 비슷하다. 나와 그대는 결국 도에 가깝지 않다
我與汝終不近也(아여여종불근야) :
夫知者不言(부지자불언) : 도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불지) :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故聖人行不言之敎(고성인행불언지교) : 그러므로 성인께서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가르침을 행했던 것이다.”
道不可致(도불가치) : “도는 말로 이룰 수 없고,
德不可至(덕불가지) : 덕은 인위적인 행위로 얻을 수 없다.
仁可爲也(인가위야) : 인은 그대로 행해도 괜찮으나,
義可虧也(의가휴야) : 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고,
禮相僞也(례상위야) : 예는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失道而後德(실도이후덕) : 도를 잃은 뒤 덕이 나오고,
失德而後仁(실덕이후인) : 덕을 잃은 뒤 인이 나오고,
失仁而後義(실인이후의) : 인을 잃은 뒤 의가 나오고,
失義而後禮(실의이후례) : 의를 잃은 뒤 예가 나오는 것이니,
禮者(예자) : 예란
道之華而亂之首也(도지화이란지수야) : 도의 열매 없는 꽃이나 같은 것이고, 혼란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말했다
爲道者日損(위도자일손) :
損之又損之以至於無爲(손지우손지이지어무위) : 도를 닦는 사람은 쓸데없는 일은 매일같이 버려야 하며 그것을 버리고 또 버림으로서 무위에 이르러야 한다.
無爲而無不爲也(무위이무불위야) : 무위하게 됨으로서 모든 변화와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今已爲物也(금이위물야) : 지금 이미 물건으로서 존재하고 있으면서
欲復歸根(욕복귀근) : 근본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는 것은
不亦難乎(불역난호) :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其易也(기이야) : 그것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其唯大人乎(기유대인호) : 오직 위대한 사람뿐이다.”
生也死之徒(생야사지도) : “삶이란 죽음과 같은 것이며,
死也生之始(사야생지시) : 죽음이란 삶의 시작인 것이다.
孰知其紀(숙지기기) : 누가 그것의 법도를 다스리고 있는지 아는가?
人之生(인지생) : 사람의 삶이란
氣之聚也(기지취야) : 기가 모인 것이다.
聚則爲生(취칙위생) : 기가 모이면 탄생이 되고
散則爲死(산칙위사) : 기가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若死生爲徒(약사생위도) : 만약 죽음과 삶을 같은 것으로 본다면
吾又何患(오우하환) : 우리에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故萬物一也(고만물일야) : 그러므로 만물은 일체인 것이다.
是其所美者爲神奇(시기소미자위신기) : 사람들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신기하다고 하고,
其所惡者爲臭腐(기소악자위취부) : 추하게 보이는 것을 흉하고 추하다고 한다.
臭腐復化爲神奇(취부복화위신기) : 그러나 흉하고 추한 것은 변하여 신기한 것이 되고,
神奇復化爲臭腐(신기복화위취부) : 신기한 것은 다시 변하여 흉하고 추한 것이 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一氣耳(통천하일기이) : 천하는 한가지 기로써 통달될 뿐이다.
聖人故貴一(성인고귀일) : 성인은 그래서 통일을 귀하게 여긴다.”
知謂黃帝曰(지위황제왈) : 지가 황제에게 말했다.
吾問無爲謂(오문무위위) : “제가 무위위에게 물었을 때
無爲謂不應我(무위위불응아) : 무위위는 제게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非不我應(비불아응) : 제게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不知應我也(불지응아야) :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吾問狂屈(오문광굴) : 제가 광굴에게 물었을 때
狂屈中欲告我而不我告(광굴중욕고아이불아고) : 광굴은 마음속으로는 제게 얘기해 주려 하면서도 얘기를 해주지 않았는데,
非不我告(비불아고) : 제게 얘기를 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中欲告而忘之也(중욕고이망지야) : 마음속으로 얘기해 주려 하면서도 얘기할 말을 잊었던 것입니다.
今予問乎若(금여문호약) : 지금 제가 임금님께 물으니
若知之(약지지) : 임금님께서는 그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奚故不近(해고불근) : 그런데 어째서 도에 가깝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彼其眞是也(피기진시야) : “무위위가 진실로 도를 알고 있다는 것은
以其不知也(이기부지야) : 도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此其似之也(차기사지야) : 광굴은 도에 거의 가깝다고 한 것은
以其忘之也(이기망지야) : 그의 도에 대해 잊고 있기 때문이다.
予與若終不近也(여여약종불근야) : 자네와 나는 끝내 도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以其知之也(이기지지야) : 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狂屈問之(광굴문지) : 광굴이 그 얘기를 전해 듣고서
以黃帝爲知言(이황제위지언) : 황제는 사리에 맞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2.
天地有大美而不言(천지유대미이불언) : 하늘과 땅은 위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四時有明法而不議(사시유명법이불의) : 사계절은 밝은 법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논의하지 않고,
萬物有成理而不說(만물유성리이불설) : 만물은 생성의 원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聖人者(성인자) : 성인이란
原天地之美而達萬物之理(원천지지미이달만물지리) :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근원으로 삼고 있고 만물의 원리에 통달한 사람이다.
是故至人無爲(시고지인무위) : 그러므로 지인은 무위하며
大聖不作(대성부작) : 위대한 성인은 작위가 없는데
觀於天地之謂也(관어천지지위야) : 하늘과 땅의 원리에 달관하고 있는 것을 이른다.
合彼神明至精(합피신명지정) : 자연의 신령스럽고 밝은 도는 지극히 정묘하여
與彼百化(여피백화) : 자연만물의 변화와
物已死生方圓(물이사생방원) : 물건과 우리들이 죽고 살며 모나고 둥근 형체를 갖게 하고 있지만
莫知其根也(막지기근야) : 그 근원에 대하여는 알 수가 없다.
扁然而萬物自古以固存(편연이만물자고이고존) : 그러나 모든 만물은 옛날부터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六合爲巨(육합위거) : 우주가 크다고 하지만
未離其內(미리기내) : 도의 내부를 떠나지 못한다.
秋毫爲小(추호위소) : 가을 짐승의 털이 작다고 하지만
待之成體(대지성체) : 그 또한 도에 의해 형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天下莫不沈浮(천하막불침부) : 세상의 모든 것은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변화하며
終身不顧(종신불고) :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지 않는다.
陰陽四時運行(음양사시운행) : 음양과 사계절은 올바로 운행되어
各得其序(각득기서) : 모두가 그 질서를 잃지 않는다.
惛然若亡而存(혼연약망이존) : 어두컴컴하여 없는 듯하면서도 존재하며,
油然不形而神(유연불형이신) : 자욱하니 형체가 없으면서도 신령스러운 것이 도이다.
萬物畜而不知(만물축이불지) : 만물은 도에 의해 자라고 있지만 알지 못하고 있다.
此之謂本根(차지위본근) : 이것을 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可以觀於天矣(가이관어천의) : 이것에 의해 자연을 달관할 수가 있는 것이다.
3.
齧缺問道乎被衣(설결문도호피의) : 설결이 피의에게 도에 관해 물으니,
被衣曰(피의왈) : 피의가 대답했다.
若正汝形(약정여형) : “당신의 형체를 바르게 갖고
一汝視(일여시) : 당신의 시선을 통일한다면
天和將至(천화장지) : 자연의 조화가 이르게 될 것입니다.
攝汝知(섭여지) : 당신의 지혜를 버리고
一汝度(일여도) : 태도를 통일하기만 한다면
神將來舍(신장래사) : 신명이 당신의 몸에 와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德將爲汝美(덕장위여미) : 그러면 덕이 당신을 아름답게 해 줄 것이며,
道將爲汝居(도장위여거) : 도가 당신의 생활을 이룩해 줄 것입니다.
汝瞳焉如新生之犢而無求其故(여동언여신생지독이무구기고) : 당신은 어리석은 듯이 갓 낳은 송아지처럼 되어 모든 일의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言未卒(언미졸)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齧缺睡寐(설결수매) : 설결은 잠이 들었다.
被衣大說(피의대설) : 피의는 크게 기쁜 듯
行歌而去之曰(행가이거지왈) : 노래를 부르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形若槁骸(형약고해) : “형체는 마른 해골과 같고,
心若死灰(심약사회) : 마음은 식은 재와 같네.
眞其實知(진기실지) : 진실로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不以故自持(불이고자지) : 그렇다고 스스로 뽐내지도 않네.
媒媒晦晦(매매회회) : 흐릿하고 컴컴하게
無心而不可與謀(무심이불가여모) : 무심하여 함께 얘기할 수도 없네.
彼何人哉(피하인재) : 이 사람은 어떻게 된 사람인가.”
4.
舜問乎丞曰(순문호승왈) : 순임금이 승에게 물었다.
道可得而有乎(도가득이유호) : “도란 터득하여 지닐 수 있는 것입니까?”
曰汝身非汝有也(왈여신비여유야) : 승이 말하기를, “임금님의 몸도 임금님의 것이 아닌데
汝何得有夫道(여하득유부도) : 어떻게 거기에 도를 지닐 수 있겠습니까?”
舜曰(순왈) : 순임금이 말했다.
吾身非吾有也(오신비오유야) : “내 몸이 내 소유가 아니라면
孰有之哉(숙유지재) : 누가 지니고 있는 것입니까?”
曰是天地之委形也(왈시천지지위형야) : 승이 말하기를, “그것은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형체입니다.
生非汝有(생비여유) : 삶도 임금님께서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是天地之委和也(시천지지위화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조화입니다.
姓名非汝有(성명비여유) : 생명도 임금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是天地之委順也(시천지지위순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순리인 것입니다.
孫子非汝有(손자비여유) : 자손들도 임금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是天地之委蛻也(시천지지위태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된 변화입니다.
故行不知所往(고행부지소왕) : 그러므로 걸어가면서도 가는 바를 저는 알지 못하고,
處不知所持(처불지소지) : 살고 있으면서도 있는 바를 저는 모르는 것이고
食不知所味(식부지소미) : 먹고 있으면서도 맛보는 바를 저는 모르는 것이니
天地之强陽氣也(천지지강양기야) : 하늘과 땅이 운동하는 강한 양기와 음기에 의해 되는 것인데
又胡可得而有邪(우호가득이유사) : 어찌 소유할 수 있겠습니까?
5.
孔子問於老聃曰(공자문어노담왈) :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今日晏閒(금일안한) : “오늘은 한가해 보이시니
敢問至道(감문지도) : 감히 지극한 도에 대해 묻습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汝齊戒(여제계) : “너는 먼저 제계하라
疏淪而心(소륜이심) : 네 마음을 깨끗이 씻고,
澡雪而精神(조설이정신) : 네 정신을 맑게 씻어내고,
掊擊而知(부격이지) : 네 지혜를 쳐없애야 알게 된다.
夫道(부도) : 도라는 것은
窅然難言哉(요연난언재) : 아득하여 표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將爲汝言其崖略(장위여언기애략) : 그러나 당신을 위해 중요한 부분만 대충 얘기해 주겠습니다.
夫昭昭生於冥冥(부소소생어명명) : 분명한 물건들은 어둑어둑하여 보이지 않는 것에서 생겨나고,
有倫生於無形(유륜생어무형) : 형체를 지니고 있는 것들은 형체가 없는 것에서 생겨납니다.
精神生於道(정신생어도) : 사람의 정신은 도에서 생겨나며
形本生於精(형본생어정) : 육체는 정기의 화합에서 생겨납니다.
而萬物以形相生(이만물이형상생) : 그리고 만물은 형체로부터 형체들을 서로 생성합니다.
故九竅者胎生(고구규자태생) : 그러므로 몸에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짐승들은 태생을 하고,
八竅者卵生(팔규자란생) : 여덟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는 새나 물고기들은 난생을 하지만
其來無迹(기래무적) : 그것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는 자취도 없고
其往無崖(기왕무애) : 그것이 어디로 가는 지는 한계도 없습니다.
無門無旁(무문무방) : 드나드는 문도 없고 들어가 머물 방도 없으며,
四達之皇皇也(사달지황황야) : 사방으로 통달하여 넓을 따름입니다.
邀於此者(요어차자) : 그러나 이런 도를 따르는 사람은
四肢强(사지강) : 신체가 건강하고
思慮恂達(사려순달) : 생각이 두루 통달되며,
耳目聰明(이목총명) : 귀와 눈이 총명합니다.
其用心不勞(기용심불로) : 그의 마음 씀은 수고롭지 않고,
其應物無方(기응물무방) : 밖의 물건의 변화에 대한 호응은 자유롭기만 합니다.
天不得不高(천부득불고) : 하늘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높을 수가 없고,
地不得不廣(지부득불광) : 땅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넓을 수가 없으며,
日月不得不行(일월부득불행) : 해와 달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운행될 수가 없고,
萬物不得不昌(만물부득불창) : 만물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이루어져 생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此其道與(차기도여) : 이것이 바로 도입니다.”
且夫博之不必知(차부박지불필지) : “도에 대해 널리 안다는 것이 반드시 옳은 지식이 아니며,
辯之不必慧(변지불필혜) : 거기에 대해 잘 논한다는 것이 반드시 옳은 지혜는 아닙니다.
聖人以斷之矣(성인이단지의) : 도를 터득한 성인들은 그런 지식과 이론을 끊어 버립니다.
若夫益之而不加益(약부익지이불가익) : 그리고 거기에 보태어도 늘어나지 않고,
損之而不加損者(손지이불가손자) : 덜어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聖人之所保也(성인지소보야) : 성인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淵淵乎其若海(연연호기약해) : 깊기는 바다와 같고,
巍巍乎其若山(외외호기약산) : 지극히 높으며 끝나는가 하면
終則復始也(종칙부시야) :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運量萬物而不匱(운량만물이불궤) : 만물을 운행하게 하고 성장시키면서도 빠뜨리는 것이 없으니,
則君子之道(칙군자지도) : 군자의 도가
彼其外與(피기외여) : 그 밖에 멀리 있을 수 있겠습니까?
萬物皆往資焉而不匱(만물개왕자언이불궤) : 만물은 모두 이에 의해 성장하고 변화하면서도 다함이 없으니,
此其道與(차기도여) : 이것이 바로 도입니다.”
中國有人焉(중국유인언) : “이 땅 중국에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非陰非陽(비음비양) : 사람은 음도 아니고 양도 아니어서
處於天地之間(처어천지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直且爲人(직차위인) : 그들은 잠시 동안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將反於宗(장반어종) : 결국은 그 근본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自本觀之(자본관지) : 그 근본에서 본다면
生者(생자) : 삶이란 것은
喑醋物也(암초물야) : 기가 모여 있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雖有壽夭(수유수요) : 비록 오래 살고, 일찍 죽는 차이가 있다지만
相去幾何(상거기하) :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須臾之說也(수유지설야) : 짧은 시간에 불과할 뿐입니다.
奚足以爲堯桀之是非(해족이위요걸지시비) : 그러니 어찌 요임금은 성인이고 걸왕은 폭군이란 시비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果蓏有理(과라유리) : 나무 열매나 풀의 열매도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人倫雖難(인륜수난) : 사람들의 윤리는 다 추구하기는 어렵지만
所以相齒(소이상치) : 역시 그 원리에 의해 서로 어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聖人遭之而不違(성인조지이불위) : 따라서 성인은 그 원리에 의한 변화를 당하게 되면 어기지 않고,
過之而不守(과지이불수) : 변화가 눈앞에 지나가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調而應之(조이응지) : 거기에 조화함으로써 순응하는 것이
德也(덕야) : 덕이며,
偶而應之(우이응지) : 거기에 짝이 되어 순응하는 것이
道也(도야) : 도인 것입니다.
帝之所興(제지소흥) : 이 덕과 도에서 제왕이 생겨나고
王之所起也(왕지소기야) : 왕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人生天地之間(인생천지지간) :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것은
若白駒之過郤(약백구지과극) : 마치 날쌘 말이 틈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忽然而已(홀연이이) : 순간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注然勃然(주연발연) : 무수히 왕성하게
莫不出焉(막불출언) : 모두가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고
油然漻然(유연류연) : 소리도 없이
莫不入焉(막불입언) : 모두가 사라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已化而生(이화이생) : 한 번 변화해서 나고
又化而死(우화이사) : 또 한 번 변화해서 죽습니다
生物哀之(생물애지) : 그것을 생물들은 서러워하고
人類悲之(인류비지) : 인간들은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다.
解其天弢(해기천도) : 그 활을 넣는 주머니를 풀어
墮其天秩(타기천질) : 옷을 넣는 주머니에 떨어 버리어
紛乎宛乎(분호완호) : 다시는 아무 데도 얽매임이 없이
魂魄將往(혼백장왕) : 혼백이 장차 떠나려 하면
乃身從之(내신종지) : 몸뚱이는 그를 따를 것이니
乃大歸乎(내대귀호) : 이것을 곧 대귀라 하는가
不形之形(불형지형) : 형체도 없는 상태에서 형체가 이룩되고
形之不形(형지불형) : 형체를 지닌 물건은 형체가 없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是人之所同知也(시인지소동지야) : 이것은 사람들이 다 같이 알고 있는 일이지만,
非將至之所務也(비장지지소무야) : 지극한 도에 이르려는 사람은 그 구별에 대해 힘쓸 것이 못 됩니다.
此衆人之所同論也(차중인지소동론야) : 이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논하는 것이지만
彼至則不論(피지칙불론) : 지극한 도에 이르려는 사람은 논하지 말아야 합니다.
論則不至(론칙부지) : 거기에 대해 논하면 지극한 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明見無値(명견무치) : 도란 분명히 보려고 하면 만나지 못하는 것이니,
辯不若黙(변불약묵) : 이론을 펴는 것은 침묵을 지키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道不可聞(도불가문) : 도란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이 못 되며,
聞不若塞(문불약색) : 거기에 대해 듣는 것은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此之謂大得(차지위대득) : 이것을 크게 체득했다고 말합니다.”
6.
東郭子問於莊子曰(동곽자문어장자왈) :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所謂道,惡乎在(所謂道,악호재) : “도라는 것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無所不在(무소불재) : “어디에든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東郭子曰(동곽자왈) : 동곽자가 말했다
期而後可(기이후가) : “예를 들어, 있는 곳을 지적해 주십시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在螻蟻(재루의) : “개미에게 있습니다.”
曰何其下邪(왈하기하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째서 그처럼 하찮은 곳에 있습니까?”
曰在稊稗(왈재제패) : 장자가 이르기를, “강아지풀이나 논에 자라는 피에도 있습니다.”
曰何其愈下邪(왈하기유하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찌해서 더욱 하찮은 것에 있습니까?”
曰在瓦甓(왈재와벽) : 장자가 이르기를, “기와나 벽돌에도 있습니다.”
曰何其愈甚邪(왈하기유심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찌해서 더욱 심해집니까?”
曰在屎溺(왈재시익) : 장자가 이르기를, “오줌과 똥에도 있습니다.”
東郭子不應(동곽자불응) : 더 이상 동곽자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되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다시 말했다.
夫子之問也(부자지문야) : “당신의 질문은
固不及質(고불급질) : 본래가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正獲之問於監(정획지문어감) : 시장의 관리인이 시장을 감독하는 사람에게
市履狶也(시리희야) : 돼지를 밟아 보고 그 살 찐 정도를 조사하게 할 때도,
每下愈況(매하유황) : 살 찌기 어려운 곳을 밟아 내려 갈수록 그 정도를 더욱 잘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汝唯莫必(여유막필) : 당신은 꼭 어디에 있는가 하고 한정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無乎逃物(무호도물) : 물건은 무엇이나 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至道若是(지도약시) : 지극한 도는 이와 같은 것이며,
大言亦然(대언역연) : 위대한 이론 역시 이런 것입니다.
周遍咸三者(주편함삼자) : 두루, 언제나, 모두 이 세 가지 표현은
異名同實(이명동실) : 도에 대해 말은 다르지만 같은 뜻이며
其指一也(기지일야) : 그 표현하는 것은 한가지인 것입니다.
嘗相與游乎無何有之宮(상상여유호무하유지궁) : 시험삼아 당신과 더불어 무하유의 궁전에 노닐어 봅시다.
同合而論(동합이론) : 그리고 함께 자연의 도에 합치되어 도를 얘기해 보면
無所終窮乎(무소종궁호) : 그 무궁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嘗相與無爲乎(상상여무위호) : 시험삼아 무위의 경지에 들어가 봅시다.
澹而靜乎(담이정호) : 그러면 담담히 고요해지고
漠而淸乎(막이청호) : 깨끗이 맑아져서
調而閒乎(조이한호) : 만물과 조화되어 한가하게 될 것입니다.
寥已吾志(요이오지) : 나의 뜻은 텅 비게 되어,
無往焉而不知其所至(무왕언이부지기소지) : 마음은 가려는 곳 없이 자연에 맡겨두어 그 이르는 곳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去而來而不知其所止(거이래이부지기소지) : 되는 대로 갔다 왔다 하며 그 멈춰지는 곳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吾已往來焉而不知其所終(오이왕래언이부지기소종) : 나는 이미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그 끝나는 곳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彷徨乎馮閎(방황호풍굉) : 텅 빈 광대한 곳에 거닐고 있어서
大知入焉而不知其所窮(대지입언이부지기소궁) : 위대한 지혜를 써도 그 궁극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物物者與物無際(물물자여물무제) : 물건을 물건의 존재대로 인정하는 사람은 물건과 한계가 없게 됩니다.
而物有際者(이물유제자) : 그러나 물건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은
所謂物際者也(소위물제자야) : 이른 바 물건과 물건 사이의 상대적 관계라는 것이다
不際之際(불제지제) : 제한이 없는 것의 제한은
際之不際者也(제지불제자야) : 제한한 것이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謂盈虛衰殺(위영허쇠살) : 찼다가 비고, 모였다가 없어지는 것으로 말한다면,
彼爲盈虛非盈虛(피위영허비영허) : 어떤 물건이 차고 비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차고 비는 것이 아니며,
彼爲衰殺非衰殺(피위쇠살비쇠살) : 어떤 물건이 모이고 없어지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모이고 없어지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彼爲本末非本末(피위본말비본말) : 어떤 물건의 근본과 말단도 절대적인 근본과 말단이 되는 것은 아니며,
彼爲積散非積散也(피위적산비적산야) : 어떤 물건이 쌓이고 흩어지고 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쌓이고 흩어지고 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7.
妸荷甘與神農同學於老龍吉(아하감여신농동학어노룡길) : 아하감이 신농과 함께 노용길의 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神農隱几闔戶晝瞑(신농은궤합호주명) : 신농이 안석에 기대어 문을 닫고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妸荷甘日中奓戶而入曰(아하감일중차호이입왈) : 아하감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했다.
老龍死矣(노룡사의) :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네.”
神農隱几擁杖而起(신농은궤옹장이기) : 안석에 기대어 있던 신농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가
嚗然放杖而笑曰(박연방장이소왈) : 지팡이를 내던지고 웃으며 말했다.
天知予僻陋慢訑(천지여벽루만이) : “하늘은 내가 편벽되고 고루하면서도 허망한 자라 하여,
故棄予而死(고기여이사) : 그래서 나를 버리고 돌아가시게 한 것이다.
已矣(이의) : 끝이로다
夫子無所發予之狂言而死矣夫(부자무소발여지광언이사의부) : 선생님께서는 나를 계발시켜 줄 지극한 말씀도 한 마디 없이 돌아가셨구나.”
弇堈弔聞之曰(엄강조문지왈) : 엄강조가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夫體道者(부체도자) : “무릇 도를 체득한 사람이란
天下之君子所繫焉(천하지군자소계언) : 천하의 군자들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今於道(금어도) : 지금 신농은 도에 대해
秋毫之端萬分未得處一焉(추호지단만분미득처일언) : 털끝의 만분의 일도 터득하고 있지 못하면서
而猶知藏其狂言而死(이유지장기광언이사) : 그 분이 지극한 말을 품은 채 죽었다고 알고 있다.
又況夫體道者乎(우황부체도자호) : 그러니 하물며 도를 체득한 사람이야 도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임을 얼마나 잘 알겠는가?
視之無形(시지무형) : 도란 보아도 형체가 없고
聽之無聲(청지무성) : 들어도 소리가 없다.
於人之論者(어인지론자) : 사람들 중에 그것을 논하는 사람들이
謂之冥冥(위지명명) : 도를 캄캄하다는 뜻에서 명명(冥冥)이라 부르고 있으나,
所以論道(소이론도) : 도에 대한 이론은
而非道也(이비도야) : 진실한 도를 뜻할 수 없는 것이다.”
8.
於是泰淸問乎無窮曰(어시태청문호무궁왈) : 태청이 무궁에게 물었다.
子知道乎(자지도호) :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
無窮曰(무궁왈) : 무궁이 말했다.
吾不知(오부지) : “모릅니다.”
又問乎無爲(우문호무위) : 다시 무위에게 물으니
無爲曰(무위왈) :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오지도) : “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曰子之知道(왈자지지도) : 태청이 묻기를, “당신이 아는 도에는
亦有數乎(역유수호) : 또한 법도라는 것이 있습니까?”
曰有(왈유) : 이르기를 “있습니다.”
無爲曰(무위왈) :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之可以貴(오지도지가이귀) : 내가 아는 도는 귀해질 수도 있고
可以賤(가이천) :천해질 수도 있으며,
可以約(가이약) : “모여들 수도 있고
可以散(가이산) :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此吾所以知道之數也(차오소이지도지수야) :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도의 법도입니다.”
泰淸以之言也問乎無始曰(태청이지언야문호무시왈) : 태청이 이 얘기를 듣고 무시에게 물었다.
若是(약시) : 이와 같다면
則無窮之弗知與無爲之知(칙무궁지불지여무위지지) : “무궁은 알지 못하였고, 무위는 알고 있었는데
孰是而孰非乎(숙시이숙비호) :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입니까?”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말했다.
不知深矣(부지심의) : “알지 못한다는 것이 심오하고,
知之淺矣(지지천의) : 그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천박한 것입니다.
弗知內矣(불지내의) :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내면적인 것이고
知之外矣(지지외의) : 안다는 것은 외면적인 것입니다.”
於是泰淸中而歎曰(어시태청중이탄왈) : 그 말을 듣고 태청이 탄식하며 말했다.
弗知乃知乎(불지내지호) : “알지 못한다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입니까?
知乃不知乎(지내불지호) : 안다는 것이 바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孰知不知之知(숙지불지지지) : 누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아는 것임을 알겠습니까?”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말했다.
道不可聞(도불가문) : “도란 들을 수 없는 것이니
聞而非也(문이비야) : 들은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見(도불가견) : 도란 볼 수 없는 것이니
見而非也(견이비야) : 본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言(도불가언) :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言而非也(언이비야) : 말로 표현되었다면 도가 아닙니다.
知形形之不形乎(지형형지불형호) : 형체를 지닌 물건들의 형체를 지니게 하는 것이 도임을 알겠습니까?
道不當名(도부당명) : 그러니 도란 이름을 붙여 표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다시 말했다.
有問道而應之者(유문도이응지자) : “누가 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을 하는 사람은
不知道也(불지도야) : 도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雖問道者(수문도자) : 도에 대해 질문한 사람도
亦未聞道(역미문도) : 역시 참된 도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道無問(도무문) : 도란 물어서도 안 되는 것이며,
問無應(문무응) : 묻는다 하여 대답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無問問之(무문문지) :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을 묻는 것은
是問窮也(시문궁야) : 헛된 질문입니다.
無應應之(무응응지) :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대답하는 것은
是無內也(시무내야) : 진실한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以無內待問窮(이무내대문궁) : 진실한 마음이 없이 헛된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데
若是者(약시자) : 이런 사람은
外不觀乎宇宙(외불관호우주) : 밖으로는 우주의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고,
內不知乎大初(내부지호대초) : 안으로는 태초의 오묘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是以不過乎崑崙(시이불과호곤륜) : 그래서 곤륜산 같은 고원한 경지에 가 보지도 못하고
不遊乎太虛(불유호태허) : 태허의 거침없는 세계에 노닐어 보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9.
光曜問乎無有曰(광요문호무유왈) : 광요가 무유에게 물었다.
夫子有乎(부자유호) : “당신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其無有乎(기무유호) :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無有弗應也(무유불응야) : 무유는 대답 않았다.
光曜不得問(광요부득문) : 광요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而孰視其狀貌(이숙시기상모) : 무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窅然空然(요연공연) : 아득하고 텅 비어 있어
終日視之而不見(종일시지이불견) : 하루 종일 그를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聽之而不聞(청지이불문) : 그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으나 듣지 못했으며,
博之而不得也(박지이부득야) : 그를 잡아보려 하였으나 잡을 수가 없었다.
光曜曰(광요왈) : 광요가 말했다.
至矣(지의) : “지극하다.
其孰能至此乎(기숙능지차호) : 누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가 있겠는가?
予能有無矣(여능유무의) : 나는 무의 존재는 인식할 수 있었지만
而未能無無也(이미능무무야) : 무도 없는 경지는 인식할 수가 없었다.
及爲無有矣(급위무유의) : 무와 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야
何從至此哉(하종지차재) :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10.
大馬之捶鉤者(대마지추구자) : 대사마의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年八十矣(년팔십의) : 나이 팔십이 되어서도
而不失豪芒(이불실호망) : 작은 실수조차 없었다.
大馬曰(대마왈) : 대사마가 말했다.
子巧與(자교여) : “기교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有道與(유도여) : 아니면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臣有守也(왈신유수야) :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말했다.
臣之年二十而好捶鉤(신지년이십이호추구) : “저에게는 지키는 것이 있으니 나이 스물에 띠 갈고리를 만들기를 좋아하였는데,
於物無視也(어물무시야) :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非鉤無察也(비구무찰야) : 띠 갈고리가 아니면 보지도 않았습니다.”
是用之者(시용지자) : 그는 기술의 사용에 있어서
假不用者也以長得其用(가불용자야이장득기용) : 정신을 다른 곳에 쓰지 않는 방법으로 늙도록 기술을 발휘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而況乎無不用者乎(이황호무불용자호) : 그러니 하물며 쓰지 않는 것조차 없는 경지의 도야 어떻겠는가?
物孰不資焉(물숙불자언) : 만물은 어느 곳이고 이에 힘입지 않는 것이 있는가?
11.
冉求問於仲尼曰(염구문어중니왈) :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未有天地可知邪(미유천지가지사) : “하늘과 땅이 있지 않았을 때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可古猶今也(가고유금야) :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과 같았다.”
冉九失問而退(염구실문이퇴) : 염구는 완전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물러났다가
明日復見曰(명일복견왈) : 다음날 다시 찾아와 말했다.
昔者吾問(석자오문) : “어제 제가 물었습니다
未有天地可知乎(미유천지가지호) : ‘하늘과 땅이 있기 전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라고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可古猶今也(가고유금야) :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이나 같았다’라고
昔日吾昭然(석일오소연) : 어제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今日吾昧然(금일오매연) : 오늘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昔之昭然也(석지소연야) : “어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텅 비우고
神者先受之(신자선수지) : 신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며,
今之昧然也(금지매연야) : 오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且又爲不神者求邪(차우위불신자구사) : 마음에 장애가 있어 신명하지 못한 마음으로 뜻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無古無今(무고무금) :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으며
無始無終(무시무종) :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다.
未有子孫而有子孫(미유자손이유자손) : 자손이 있지도 않은데 자손이 있는 것으로 따져 가면
可乎(가호) : 되겠는가?”
冉九未對(염구미대) : 염구가 대답도 하기 전에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다시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未應矣(미응의) : 말하지 마라.
不以生生死(불이생생사) : 삶의 원리로서 살고 죽게 하는 것도 아니며,
不以死死生(불이사사생) : 죽음의 원리로서 죽고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
死生有待邪(사생유대사) : 죽음과 삶이 의지하는 물건이 있겠느냐? ”
皆有所一體(개유소일체) : 모두가 스스로 변화해 가는 자연현상으로서 일체의 것인 것이다.
有先天地生者物邪(유선천지생자물사) :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겨난 물건이 있는 것일까?
物物者非物(물물자비물) : 물건을 물건으로써 존재하게 한 것은 물건이 아닌 도인 것이니,
物出不得先物也(물출부득선물야) : 물건이 생겨난 것이 다른 물건에 앞설 수 없는 것이다.
猶其有物也(유기유물야) : 그러나 물건은 존재하고 있다.
猶其有物也(유기유물야) : 그리고 여전히 물건의 존재는
無已(무이) : 끝이 없는 것이다.
聖人之愛人也終無已者(성인지애인야종무이자) :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함에 있어 끝내 끝이 없는 것은
亦乃取於是者也(역내취어시자야) : 역시 여기에서 법도를 취한 것이다.
12.
顔淵問乎仲尼曰(안연문호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回嘗聞諸夫子曰(회상문제부자왈) : “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無有所將(무유소장) : 사라져가는 것은 전송하지 말고
無有所迎(무유소영) : 닥쳐오는 것을 마중하지도 말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回敢問其遊(회감문기유) : 안회가 감히 묻기를, “ 그 뜻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古之人(고지인) : “옛날 사람들은
外化安不化(외화안불화) : 밖의 물건이 변화해도 거기에 순응하기만 했지 자기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安與之相靡(안여지상미) : 지금 사람들은 자기 마음은 밖의 물건에 의해 변화하면서도 밖의 물건에 동화하지는 못한다.
必與之莫多(필여지막다) : 물건과 더불어 함께 변화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자신의 마음은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豨韋氏之囿(희위씨지유) : 희위씨는 동산을 만들고 살았고,
黃帝之圃(황제지포) : 황제는 채소밭을 만들고 살았고,
有虞氏之宮(유우씨지궁) : 유우씨 순임금은 궁전을 만들고 살았고,
湯武之室(탕무지실) : 은나라 탕임금과 주나라 무왕은 궁실을 짓고 살았다.
君子之人(군자지인) : 후세에는 군자라는 사람들이
若儒墨者師(약유묵자사) : 유가와 묵가를 따라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故以是非相齎也(고이시비재야) :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따지며 서로를 공격하게 되었다.
而況今之人乎(이황금지인호) : 그러니 하물며 지금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聖人虛物不傷物(성인허물불상물) : 성인은 물건을 따름으로 물건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不傷物者(불상물자) : 물건을 손상시키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는
物亦不能傷也(물역불능상야) : 물건 또한 그를 손상시킬 수 없게 된다.
唯無所傷者(유무소상자) : 오직 물건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는 사람만이
爲能與人相將迎(위능여인상장영) : 자연을 따라 보내고 마중할 수가 없게 된다.
山林與(산림여) : 산림에서 함께하고
皐壤與(고양여) : 평원에서 함께하는 것은
使我欣欣然而樂與(사아흔흔연이락여) : 우리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 준다.
樂未畢也(락미필야) : 그러나 즐김이 끝나기도 전에
哀又繼之(애우계지) : 슬픔이 또 계속되게 되는 것이다.
哀樂之來(애락지래) : 슬픔과 즐거움이 닥치는 것은
吾不能禦(오불능어) : 우리로서는 막을 수가 없다.
其去弗能止(기거불능지) : 그것들이 떠나는 것도 우리는 막을 수가 없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人直爲物逆旅(세인직위물역려이) : 세상 사람들이란 바로 밖의 물건들이 머물러 슬프고 즐겁게 해주는 여관이라 할 수 있다.
夫知遇而不知所不遇(부지우이부지소불우) : 지혜로써 경험한 것들은 알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한다.
能能而不能所不能(능능이불능소불능) :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능력 밖에 있는 것은 할 수 없다.
無知無能者(무지무능자) : 그래서 알지 못하는 것이 있고,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固人之所不免也(고인지소불면야) : 본래 사람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夫務免乎人之所不免者(부무면호인지소불면자) : 그런데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일을 벗어나려고 힘쓰고 있다는 것이
豈不亦悲哉(기불역비재) :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至言去言(지언거언) : 지극한 이론이란 이론을 초월한 것이며,
至爲去爲(지위거위) : 지극한 행위란 행위를 초월한 것이다.
齊知之所知(제지지소지) : 지혜로써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알려 하는 것은
則淺矣(칙천의) : 천박한 일이다.”
庚桑楚
1.
老聃之役(노담지역) : 노자의 제자 중에
有庚桑楚者(유경상초자) : 경상초라는 사람이 있었다.
偏得老聃之道(편득노담지도) : 노자의 도를 어느 정도 터득하고
以北居畏壘之山(이북거외루지산) : 북쪽 외루산에 살고 있었다.
其臣之畵然知者去之(기신지화연지자거지) : 그의 하인 중에서 똑똑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를 떠났고,
其妾之挈然仁者遠之(기첩지설연인자원지) : 그의 첩들 중에서 온후하고 어진 사람들은 그를 멀리 했다.
擁腫之與居(옹종지여거) : 못난 자들만 그와 함께 살고
鞅掌之爲使(앙장지위사) : 멍청한 자들만 그의 부림을 받았다.
居三年(거삼년) : 삼 년이 지나자
畏壘大壤(외루대양) : 외루산 일대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
畏壘之民相與言曰(외루지민상여언왈) : 외루산 일대의 사람들은 서로 얘기했다.
庚桑子之始來(경상자지시래) : “경상초가 처음 왔을 때
吾洒然異之(오쇄연이지) : 우리는 놀라며 그를 이상하게 여겼었다.
今吾日計之而不足(금오일계지이부족) : 하루하루 그가 한 일을 따져보면 별 것이 아닌데,
歲計之而有餘(세계지이유여) : 일년을 두고 따져보니 큰일을 해 놓았다.
庶幾其聖人乎(서기기성인호) : 아마도 그는 성인일 것이다.
子胡不相與尸而祝之(자호불상여시이축지) : 우리가 어찌 그 분을 신이나 신주로 높이어
社而稷之乎(사이직지호) : 임금으로 윗자리에 모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庚桑子聞之(경상자문지) : 경상초는 그 얘기를 듣고
南面而不釋然(남면이불석연) : 남쪽으로 앉은 채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弟子異之(제자이지) : 제자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弟子何異乎予(제자하이호여) : “너희들은 내가 이상하게 보이느냐?
夫春氣發而百草生(부춘기발이백초생) : 봄기운이 퍼지면 온갖 초목이 싹트고,
正得秋而萬寶成(정득추이만보성) : 가을이 되면 모든 열매가 익는다.
夫春與秋(부춘여추) : 봄이나 가을에
豈無得而然哉(기무득이연재) :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
天道已行矣(천도이행의) : 그것은 자연의 도에 의해 그렇게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吾聞至人(오문지인) : 내가 듣기로 지극한 사람은
尸居環堵之室(시거환도지실) : 작은 방안에 조용히 숨어살고,
而百姓猖狂不知所如往(이백성창광부지소여왕) : 백성들은 멋대로 날뛰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今以畏壘之細民(금이외루지세민) : 그런데 지금 이곳 사람들이
而竊竊焉欲俎豆予于賢人之間(이절절언욕조두여우현인지간) : 마음 속으로 나를 어진 사람으로 떠받들려 하고 있다.
我其杓之人邪(아기표지인사) : 그러니 나는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이 된 것이다.
吾是以不釋於老聃之言(오시이불석어노담지언) : 나는 노자의 말에 어긋나게 된 것이므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弟子曰(제자왈) : 경상초의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夫尋常之溝(부심상지구) : 보통의 작은 도랑에서는
巨魚無所還其體(거어무소환기체) : 큰 고기는 몸을 돌릴 수도 없지만
而鯢鰌爲之制(이예추위지제) : 송사리나 미꾸라지는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步仞之丘(보인지구) : 한길 높이의 언덕에서는
巨獸無所隱其軀(거수무소은기구) : 큰 짐승들은 그의 몸을 감출 곳이 없지만
而?狐爲之祥(이?호위지상) : 작은 여우는 그곳에서도 신출귀몰합니다.
且夫尊賢授能(차부존현수능) : 또한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며,
先善與利(선선여리) : 착한 것과 의로운 것을 앞세우는 것은
自古堯舜以然(자고요순이연) : 요순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而況畏壘之民乎(이황외루지민호) : 그러니 외루산 지역의 백성들만이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夫子亦聽矣(부자역청의) : 선생님께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小子來(소자래) : “너희들은 가까이 오라
夫函車之獸(부함거지수) : 수레를 한 입에 삼킬 만큼 큰 짐승도
介而離山(개이리산) : 홀로 떨어져 산에서 벗어나게 되면
則不免於罔罟之患(칙불면어망고지환) : 그물과 올가미의 재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呑舟之魚(탄주지어) : 배를 삼킬 만큼 큰 물고기도
碭而失水(탕이실수) : 뛰어올랐다가 잘못하여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則蟻能苦之(칙의능고지) : 작은 개미들도 그를 괴롭히게 된다.
故鳥獸不厭高(고조수불염고) : 그러므로 새와 짐승들은 높은 곳을 싫어하지 않고,
魚鼈不厭深(어별불염심) : 고기와 자라들은 깊은 곳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夫全其形生之人(부전기형생지인) : 그처럼 그의 육체와 생명을 완전하게 하는 사람들은
藏其身也(장기신야) : 그의 몸을 숨김에 있어서
不厭深眇而已矣(불염심묘이이의) : 깊고 먼 것을 싫어하지 않는 법이다.
且夫二子者(차부이자자) : 또한 요순 같은 이들에게
又何足以稱揚哉(우하족이칭양재) : 칭찬할 만한 점이 어디 있느냐?
是其於辯也(시기어변야) :
將妄鑿垣牆而殖蓬蒿也(장망착원장이식봉호야) :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으로 함부로 집의 담을 뚫게 하고 그 안에 쑥대를 무성하게 만든 것과 같다.
簡髮而櫛(간발이즐) : 그들은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골라 빗질을 하고,
數米而炊(수미이취) :
竊竊乎又何足以濟世哉(절절호우하족이제세재) : 쌀알을 세가며 밥을 짓는 것과 같은 일을 했으니 그런 작은 일에 얽매어서야 어떻게 세상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擧賢則民相軋(거현칙민상알) : 현명한 사람들을 등용하면 백성들이 서로 다투게 되고,
任知則民相盜(임지칙민상도) : 지혜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면, 백성들은 서로 도둑질을 하게 된다.
之數物者(지수물자) : 이런 몇 가지 일로는
不足以厚民(부족이후민) : 백성에게 인정이 두텁게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民之於利甚勤(민지어리심근) : 그런 방법은 백성들에게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게 하여,
子有殺父(자유살부) : 자식 중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자가 생겨나고,
臣有殺君(신유살군) : 신하 중에서는 임금을 죽이는 자가 생겨나게 만들 것이다.
正晝爲盜(정주위도) : 대낮에 도둑질을 하고,
日中穴裴(일중혈배) : 한낮에 남의 담을 뚫고 들어가는 일이 생기게 만들 것이다.
吾語女(오어여) :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大亂之本(대란지본) : 큰 혼란의 근본은
必生於堯舜之間(필생어요순지간) : 틀림없이 요순시대에 생겨났던 것이다.
其末存乎千世之後(기말존호천세지후) : 그런 것은 결국 천 세 뒤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千世之後(천세지후) : 그러면 천 세 뒤에는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기필유인여인상식자야) :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2.
南榮趎蹴然正坐曰(남영주축연정좌왈) : 남영주가 크게 감동하여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若趎之年者已長矣(약주지년자이장의) : “저처럼 이미 나이가 든 사람은
將惡乎託業以及此言邪(장악호탁업이급차언사) : 어떻게 수양을 해야 말씀하신 것처럼 될 수 있겠습니까?”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全汝形(전여형) : “자신의 육체를 완전히 하고
抱汝生無使汝思慮營營(포여생무사여사려영영) : 자신의 삶을 보전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리저리 쓰지 마십시오.
若此三年(약차삼년) : 그렇게 삼 년만 지나면
則可以及此言矣(칙가이급차언의) : 내가 말한 것처럼 될 수 있을 것입니다.”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目之與形(목지여형) : “눈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불지기이야) : 장님도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而盲者不能自見(이맹자불능자견) : 장님은 보지 못합니다.
耳之與形(이지여형) : 귀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부지기이야) : 귀머거리도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而聲者不能自聞(이성자불능자문) : 귀머거리는 듣지 못합니다.
心之與形(심지여형) : 마음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부지기이야) : 미친 사람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지만
而狂者不能自得(이광자불능자득) : 미친 사람은 바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形之與形亦辟矣(형지여형역벽의) : 형체와 형체들은 서로 비슷합니다.
而物或間之邪(이물혹간지사) : 그런데도 기능에는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떤 물건이 그들 사이에 간격을 만들기 때문입니까?
欲相求而不能相得(욕상구이불능상득) : 도를 추구해 보려 해도 도를 터득할 수가 없습니다.
今謂趎曰(금위주왈) : 지금 제게 말씀하시기를
全汝形(전여형) : ‘형체를 완전히 하고,
抱汝生(포여생) : 삶을 보전하며,
勿使汝思慮營營(물사여사려영영) : 생각을 이리저리 쓰지 마라’라고 하셨는데,
趎勉聞道耳矣(주면문도이의) : 저는 억지로 도에 관해 듣기는 하였지만 겨우 귀에 들어만 왔을 뿐입니다.”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辭盡矣(사진의) : 말로는 다 설명되었습니다.
奔蜂不能化藿蠋(분봉불능화곽촉) : “작은 나나니벌은 큰 벌레를 자기 새끼로 길러내지 못하고,
越鷄不能伏鵠卵(월계불능복곡란) : 작은 월나라 닭은 큰고니의 알을 부화시키지 못하지만,
魯鷄固能矣(로계고능의) : 노나라의 큰 닭은 그것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鷄之與鷄(계지여계) : 닭과 닭을 놓고 볼 때
其德非不同也(기덕비부동야) : 그 덕은 모두가 같습니다.
有能與不能者(유능여불능자) : 그런데 한편은 가능하고 한편은 가능하지 못한 것은
其才固有巨小也(기재고유거소야) : 그들의 재능에 본시부터 크고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今吾才小(금오재소) : 지금 나의 재능은 작아서
不足以化子(부족이화자) : 당신을 교화시킬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子胡不南見老子(자호불남견노자) : 남쪽으로 가서 노자를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南榮趎贏糧(남영주영량) : 남영주가 양식을 챙겨 짊어지고,
七日七夜至老子之所(칠일칠야지노자지소) : 칠일 밤낮이 걸려 노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그에게 말했다.
子自楚之所來乎(자자초지소래호) : “당신은 경상초가 있는 곳에서 오지 않았습니까?”
南榮趎曰唯(남영주왈유) : 남영주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何與人偕來之衆也(자하여인해래지중야) : “어째서 함께 온 사람들이 그리도 많습니까?”
南榮趎懼然顧其後(남영주구연고기후) : 남영주는 놀라며 그의 뒤를 돌아보았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不知吾所謂乎(자부지오소위호) : “내 말뜻을 모르겠습니까?”
南榮趎俯而慙(남영주부이참) : 남영주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 하다가
仰而歎曰(앙이탄왈) :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今者吾忘吾答(금자오망오답) : “지금 저는 대답할 말을 잊었습니다.
因失吾問(인실오문) : 그래서 질문하려던 말도 잊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不知乎(부지호) : “제가 알지 못한다면
人謂我朱愚(인위아주우) :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할 것이고,
知乎(지호) : 제가 많이 안다면
反愁我軀(반수아구) : 도리어 저 자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不仁則害人(불인칙해인) : 어질지 않으면 곧 남을 해치게 될 것이고,
仁則反愁我身(인칙반수아신) : 어질면 도리어 저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不義則傷彼(불의칙상피) : 의롭지 않으면 남에게 해를 가할 것이고,
義則反愁我己(의칙반수아기) : 의롭고 보면 도리어 저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我安逃此而可(아안도차이가) : 어떻게 해야 이런 처지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此三言者(차삼언자) : 이 세 가지가
趎之所患也(주지소환야) : 제가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顧因楚而問之(고인초이문지) : 경상초의 소개로 선생님께 이것을 물으려고 왔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向吾見若眉睫之間(향오견약미첩지간) : “좀 전에 나는 당신의 두 눈썹 사이를 보고
吾因以得汝矣(오인이득여의) : 당신의 문제를 알았습니다.
今汝又言而信之(금여우언이신지) : 당신의 말을 듣고 나의 추측이 확실한 것을 알았습니다.
若規規然若喪父母(약규규연약상부모) : 당신은 골똘히 앉아서 고민하기를 자기 부모를 여읜 것처럼 하고,
揭竿而求諸海也(게간이구제해야) : 장대를 들고서 바다 깊이를 재려는 사람처럼 하고 있습니다.
女亡人哉(여망인재) : 당신은 자기 본성을 잃은 사람입니다.
惘惘乎(망망호) : 멍하니
汝欲反汝情性而無由入(여욕반여정성이무유입) : 당신은 당신의 성정으로 되돌아가려고 하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으니,
可憐哉(가련재) : 참으로 안됐습니다.”
南榮趎請入就舍(남영주청입취사) : 남영주는 노자 밑에 머물기를 자청하여,
召其所好(소기소호) : 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도덕을 추구하고,
去其所惡(거기소악) : 자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버리자
十日自愁(십일자수) : 열흘만에 근심이 멎었다.
復見老子(복견노자) : 그리고 나서 노자를 만나니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汝自酒濯(여자주탁) :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서
熟哉鬱鬱乎(숙재울울호) : 원숙한 기운이 서려 있는 듯하군요.
然而其中津津乎猶有惡也(연이기중진진호유유악야) : 그러나 아직도 마음속에 얼마간의 악한 기운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夫外韄者不可繁而捉(부외획자불가번이착) : 밖의 일에 마음이 얽매어 있는 자는 마음이 번거로워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將內揵(장내건) : 안으로 마음의 작용을 닫아야 합니다.
內韄者不可繆而捉(내획자불가무이착) : 자기 안의 마음에 얽매어 있는 사람은 생각이 뒤엉키어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將外揵(장외건) : 밖으로 보고 듣는 것을 닫아야 합니다.
外內韄者(외내획자) : 밖이나 안으로 얽매여 있는 자는
道德不能持(도덕불능지) : 도덕을 지닐 수 없을 것입니다.
而況放道而行者乎(이황방도이행자호) : 그러니 어찌 위대한 도를 따라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里人有病(리인유병) : “마을 사람이 병들어
里人問之(이인문지) : 다른 사람이 문병을 갔을 때,
病者能言其病(병자능언기병) : 앓고 있는 사람이 그의 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면,
然其病病者(연기병병자) : 그의 병을 병으로 여기는 사람은
猶未病也(유미병야) : 아직 대단한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若趎之聞大道(약주지문대도) : 그런데 제가 선생님께 위대한 도에 대해 듣는다는 것은,
譬猶飮藥以加病也(비유음약이가병야) : 마치 약을 먹음으로써 병을 도지게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趎願聞衛生之經而已矣(주원문위생지경이이의) : 저는 삶을 보양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衛生之經(위생지경) :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란
能抱一乎(능포일호) : 위대한 도 하나를 지니는 것이며,
能勿失乎(능물실호) : 자기 본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能無卜筮而知吉凶乎(능무복서이지길흉호) : 점치는 것에 의해 자기의 길흉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能止乎(능지호) :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能已乎(능이호) : 인위적인 행위를 그만둘 수 있어야 합니다.
能舍諸人而求諸己乎(능사제인이구제기호) : 남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자기를 충실히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能??然乎(능??연호) : 행동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能侗然乎(능동연호) :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能兒子乎(능아자호) : 아이처럼 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兒子終日嗥而嗌不嗄(아자종일호이익불사) :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和之至也(화지지야) : 그것은 자연과 지극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終日握而手不掜(종일악이수불예) : 또 하루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데
共其德也(공기덕야) : 그것은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終日視而目不瞚(종일시이목불순) : 하루 종일 보면서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데
偏不在外也(편불재외야) : 밖의 물건에 대해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길을 가도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居不知所爲(거부지소위) : 앉아 있어도 할 일을 알지 못합니다.
與物委蛇(여물위사) :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而同其波(이동기파) : 자연의 물결에 자신을 맡깁니다.
是衛生之經已(시위생지경이) : 이것이 삶을 보양하는 방법입니다.”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然則是至人之德已乎(연칙시지인지덕이호) : “그렇다면 이것이 지극한 사람의 덕이라는 것입니까?”
曰非也(왈비야) : 노자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是乃所謂氷解凍釋者(시내소위빙해동석자) : 이것이 바로 어름이 풀려 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상태를 얘기한 것이니
能乎(능호) : 가능한 것인저
夫至人者(부지인자) : 지인이란
相與交食乎地而交樂乎天(상여교식호지이교락호천) : 사람들과 더불어 땅 위에 함께 어울려 살고, 자연을 함께 즐기는 사람입니다.
不以人物利害相攖(불이인물리해상영) : 사람과 물건이나 이익과 피해 때문에 남과 다투지 않으며,
不相與爲怪(불상여위괴) : 남들에 비해 괴상한 짓을 하지도 않고,
不相與爲謀(불상여위모) : 어떤 모의도 하지 않고,
不相與爲事(불상여위사) : 어떤 일도 이루려 들지 않습니다.
??然而往(??연이왕) : 자연스럽게 갔다가
侗然而來(동연이래) : 아무 거리낌없이 돌아옵니다.
是謂衛生之經已(시위위생지경이) : 이것을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라고도 말합니다.”
曰然則是至乎(왈연칙시지호) : 남영주가 말하기를, “그러면 그것으로 극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曰未也(왈미야) : 노자가 말하기를,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吾固告汝曰(오고고여왈) : 내가 이미 당신에게 말하기를
能兒子乎(능아자호) : 아이와 같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兒子動不知所爲(아자동불지소위) : 아이란 움직이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걷지만 자기가 가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身若槁木之枝而心若死灰(신약고목지지이심약사회) : 몸은 마른 나무의 가지와 같고, 마음은 식은 재와 같습니다.
若是者(약시자) : 이런 사람에게는
禍亦不至(화역부지) : 재난도 닥칠 수 없고,
福亦不來(복역불래) : 행복도 찾아올 수 없습니다.
禍福無有(화복무유) : 재난도 행복도 있지 않은데
惡有人災也(악유인재야) : 어찌 사람의 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3.
宇泰定者(우태정자) : 마음이 태연하고 안정되어 있는 사람은
發乎天光(발호천광) : 자연스러운 빛을 발한다.
發乎天光者(발호천광자) : 자연스러운 빛을 발하는 사람은
人見其人(인견기인) : 남들도 그를 사람으로 보고
物見其物(물견기물) : 물건도 그를 물건으로 본다.
人有修者(인유수자) : 마음이 닦인 사람은
乃今有恒(내금유항) : 언제나 일정한 덕을 지니고 있다.
有恒者(유항자) : 일정한 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人舍之天助之(인사지천조지) : 사람들이 귀의하게 되고, 하늘이 그를 돕게 된다.
人之所舍(인지소사) : 사람들이 귀의하는 사람을
謂之天民(위지천민) : 천민(天民)이라고 한다.
天之所助(천지소조) : 하늘이 도와 주는 사람을
謂之天子(위지천자) : 천자(天子)라고 한다.
4.
學者(학자) : 학자란
學其所不能學也(학기소불능학야) : 그가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려 한다.
行者(행자) : 일을 실행하는 사람은
行其所不能行也(행기소불능행야) : 그가 실행할 수 없는 것을 실행하려 한다.
辯者(변자) : 이론가는
辯其所不能辯也(변기소불능변야) : 그가 이론으로 밝힐 수 없는 것들을 논하려 한다.
知止乎其所不能知(지지호기소불능지) : 그가 알 수 없는 경지에 처신할 줄 안다면
至矣(지의) : 그것이 지극한 앎인 것이다.
若有不卽是者(약유부즉시자) : 만약 이런 경지에 처신하지 못한다면
天鈞敗之(천균패지) : 자연의 도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5.
備物以將形(비물이장형) : 물건의 변화에 대비하여 형체를 기르고,
藏不虞以生心(장불우이생심) : 물러나 잡된 생각을 하지 않아 자기 마음을 살리며,
敬中以達彼(경중이달피) : 자기 속에 지닌 성정을 공경히 하여 밖의 변화에 통달해야 한다.
若是而萬惡至者(약시이만악지자) : 그렇게 해도 갖가지 악한 일이 닥치는 것은
皆天也(개천야) : 모두가 천명일 뿐
而非人也(이비인야) : 사람 탓은 아니다.
不足以滑成(부족이활성) : 그러므로 그런 것으로 안정된 마음을 어지럽힐 것은 못 되며,
不可內於靈臺(불가내어영대) : 자기 마음속에 그 불행이 끼여들게 해서는 안 된다.
靈臺者有持(영대자유지) : 마음에는 지탱하는 것이 있는데,
而不知其所持(이부지기소지) : 그것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므로
而不可持者也(이불가지자야) : 자기 자신이 지탱할 수는 없는 것이다.
不見其誠己而發(불견기성기이발) : 자신의 마음을 정성 되게 하기도 전에 행동을 한다면,
每發而不當(매발이부당) : 행동을 할 때마다 자연의 도에 어긋나게 될 것이다.
業入而不舍(업입이불사) : 밖으로부터의 작용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어 와도 그 작용을 버리지 않는다면
每更爲失(매갱위실) : 언제나 자기의 본연을 잃게 될 것이다.
爲不善乎顯明之中者(위불선호현명지중자) : 선하지 않은 짓을 여러 사람들이 똑똑히 보는 가운데서 한다면
人得而誅之(인득이주지) : 사람들이 그를 잡아 벌할 것이다.
爲不善乎幽闇之中者(위불선호유암지중자) : 선하지 않은 행동을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데서 한다면
鬼得而誅之(귀득이주지) : 귀신이 그를 잡아 벌할 것이다.
明乎人(명호인) : 사람들에 대해 분명하고
明乎鬼者(명호귀자) : 귀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된
然後能獨行(연후능독행) : 후에야 스스로 도에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券內者(권내자) : 자기 내부에 대해 충실한 사람은
行乎無名(행호무명) : 이름을 바라지 않는 실행을 할 것이고,
券外者(권외자) : 외부에 대해 추구하는 사람은
志乎期費(지호기비) : 재물에 대한 뜻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行乎無名者(행호무명자) : 무명을 실천하는 사람은
唯庸有光(유용유광) : 언제나 변함 없는 빛이 있을 것이다.
志乎期費者(지호기비자) : 재물을 추구하는 데 뜻을 둔 사람은
唯賈人也(유고인야) : 장사꾼과 같이 될 것이다.
人見其跂(인견기기) : 사람들은 그가 발돋움을 보고 있는데도
猶之魁然(유지괴연) : 자신은 혼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與物窮者(여물궁자) : 물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은
物入焉(물입언) : 물건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게 된다.
與物且者(여물차자) : 물건에 대해 구차한 사람은
其身之不能容(기신지불능용) : 자신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인데
焉能容人(언능용인) : 어떻게 남을 용납할 수가 있겠는가?
不能容人者無親(불능용인자무친) : 남을 용납할 수 없는 자는 친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無親者盡人(무친자진인) : 친한 사람이 없는 자는 남과 아무 관계도 없게 될 것이다.
兵莫憯於志(병막참어지) : 아무리 예리한 무기도 뜻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심한 손상을 끼치지는 못한다.
鏌?爲下(막?위하) : 막야 같은 명검도 뜻을 손상시키기에는 무딘 것이다.
寇莫大於陰陽(구막대어음양) : 사람의 피해는 음양의 기에 의한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으니,
無所逃於天地之間(무소도어천지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서는 그 재해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非陰陽賊之(비음양적지) : 그러나 음양의 기 자체가 해치는 것이 아니라
心則使之也(심칙사지야) :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6.
道通(도통) : 도는 만물에 통하면서도
其分也成也(기분야성야) : 분별을 하기도 한다.
其成也毁也(기성야훼야) : 또한 이루어지는 것도 무너지는 것도 모두 도에 의해 행해진다.
所惡乎分者(소악호분자) : 다만 분별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其分也以備(기분야이비) : 분별함으로써 모든 것이 자기에게 갖추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所以惡乎備者(소이악호비자) : 자기에게 갖추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其有以備(기유이비) : 밖에 존재하는 것이 자기에게만 모두 갖추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故出而不反(고출이불반) : 그러므로 밖으로만 나가고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見其鬼(견기귀) : 그는 죽어 귀신이 될 것이다.
出而得(출이득) : 밖으로만 나가고도 얻는 것이 있다면,
是謂得死(시위득사) : 바로 죽음을 얻을 것이다.
滅而有實(멸이유실) : 이미 그의 본성이 멸망되었다면 실제로 살고 있어도
鬼之一也(귀지일야) : 이미 죽어 귀신이 되어 있는 것과 같다.
以有形者象無形者而定矣(이유형자상무형자이정의) : 형체가 있는 몸으로써 형체가 없는 도를 본받아야 안정되는 것이다.
出無本(출무본) : 만물이 태어나지만 그 근본은 없는 것이며,
入無竅(입무규) : 이승을 떠나는 것도 들어가는 구멍이 있는 것이 아니다.
有實而無乎處(유실이무호처) : 존재하고는 있지만 차지할 장소는 무한하고,
有長而無乎本剽(유장이무호본표) : 영원히 존재하여 시작과 끝이 없는 것이다.
有所出而無竅者有實(유소출이무규자유실) : 태어나기는 하지만 들어갈 구멍이 없기 때문에 존재가 있는 것이다.
有實而無乎處者(유실이무호처자) : 존재는 하고 있지만 차지할 장소는 무한하다는 것은
宇也(우야) : 상하사방의 공간을 뜻한다.
有長而無本剽者(유장이무본표자) : 영원히 존재하며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은
宙也(주야) : 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시간을 뜻한다.
有乎生(유호생) : 도는 삶에도 작용하고
有乎死(유호사) : 죽음에도 작용하며,
有乎出(유호출) : 생겨나는 데도 작용하고
有乎入(유호입) : 없어지는 데도 작용한다.
入出而無見其形(입출이무견기형) : 없어지고 생겨나게 하면서도 그 형체는 드러나지 않는데,
是謂天門(시위천문) : 이것을 천문(天門)이라 부른다.
天門者(천문자) : 천문이란
無有也(무유야) : 존재로서는 무(無)인 것이다.
萬物出乎無有(만물출호무유) : 만물은 존재가 무인 데서 생겨난다.
有不能以有爲有(유불능이유위유) : 존재는 존재로부터 존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없다.
必出乎無有(필출호무유) : 반드시 존재가 무에서 생겨났다고 보아야 한다.
而無有一無有(이무유일무유) : 그러나 존재가 무인 것은 한결같이 존재가 무인 것이다.
聖人藏乎是(성인장호시) : 성인은 이 경지에 몸을 두고 있는 것이다.
7.
古之人(고지인) : 옛사람 중에
其知有所至矣(기지유소지의) : 그의 지혜가 지극한 경지에 도달했던 이가 있었다.
惡乎至(악호지) : 그의 경지는 어떠할까
有以爲未始有物者(유이위미시유물자) : 첫째로 처음부터 물건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至矣(지의) : 이는 지극하고
盡矣(진의) : 완전한 경지여서
弗可以加矣(불가이가의) : 여기에 더 보탤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其次以爲有物矣(기차이위유물의) : 그 다음으로는 물건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將以生爲喪也(장이생위상야) : 삶과 죽음을 같은 것으로 보고,
以死爲反也(이사위반야) : 죽음이란 되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是以分已(시이분이) : 그러나 이것은 이것과 저것의 분별이 이미 생긴 것이다.
其次曰始無有(기차왈시무유) : 그 다음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旣而有生(기이유생) : 뒤에 삶이 있게 되었고,
生俄而死(생아이사) : 삶도 곧 죽게 된다는 것이다.
以無有爲首(이무유위수) : 존재가 없는 것을 머리로 삼고,
以生爲體(이생위체) : 삶을 궁둥이로 몸으로 삼고
以死爲尻(이사위고) : 죽음을 궁둥이로 삼는 것이다.
孰知有無死生之一守者(숙지유무사생지일수자) : 있고 없는 것과 죽음과 삶이 한결같은 도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吾與之爲友(오여지위우) : 자기는 그 사람과 벗이 되겠다는 것이다.
是三者雖異(시삼자수이) : 이 셋은 비록 차이는 있지만
公族也(공족야) : 같은 족속이라 할 수 있다.
昭景也(소경야) : 초나라 왕족인 소씨와 경씨는
著戴也(저대야) : 성이 다르고 사는 곳과
甲氏也(갑씨야) : 집안과
著封也(저봉야) : 봉해진 지명이
非一也(비일야) : 같지는 않다
有生?也(유생?야) : 생명이란 솥빝의 그을음에 불꽃이 붙는 것과 같은 것이다
披然曰移是(피연왈이시) : 어지러이 바람에 불리는 것을 옮겨감이라 한다.
嘗言移是(상언이시) : 시험삼아 말해보면, 옮겨감이란
非所言也(비소언야) : 말할 것도 못되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不可知者也(불가지자야) : 그러나 몰라서도 안 되는 것이다
臘者之有膍胲(랍자지유비해) : 납제에는 내장과 발톱까지 붙어 있는 소를 제물로 쓰는데,
可散而不可散也(가산이불가산야) : 먹지 못할 것들을 떼어버릴 수도 있지만 떼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觀室者周於寢廟(관실자주어침묘) : 집을 구경하는 사람은 정전과 조당을 두루 보았다 해도
又適其偃焉(우적기언언) : 그 집의 변소까지 가 보아야 집을 완전히 구경한 것이 된다.
爲是擧移是(위시거이시) : 이 때문에 옮겨감에 대해서도 들어 논하는 것이다.
請常言移是(청상언이시) : 옮겨감에 대해 다시 논하여 보면,
是以生爲本(시이생위본) : 그것은 자기 삶을 근본으로 삼고
以知爲師(이지위사) : 자기 지혜를 스승으로 모시기 때문에
因以乘是非(인이승시비) : 시비를 따지게 되고
果有名實(과유명실) : 결과적으로 명분과 내용이 있게 되는 것이다.
因以己爲質(인이기위질) : 그래서 자기를 위주로 하여
使人以爲己節(사인이위기절) : 남들로 하여금 자기의 명분을 따르게 하려 들게 되는 것이다.
因以死償節(인이사상절) : 그 때문에 죽음으로 명분을 보상하게 되는 것이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은
以用爲知(이용위지) : 유용한 것을 슬기롭다 하고,
以不用爲愚(이불용위우) : 무용한 것은 어리석다고 한다.
以徹爲名(이철위명) : 뜻이 통하는 것을 명예롭다고 하고,
以窮爲辱(이궁위욕) : 궁지에 몰리는 것을 치욕이라 한다.
移是(이시) : 옮겨감이란
今之人也(금지인야) : 지금 사람들의 태도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是蜩與學鳩同於同也(시조여학구동어동야) : 이것은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큰 붕새를 비웃었던 것과 같은 일이다.
8.
蹍市人之足(전시인지족) : 시장에서 남의 발을 밟으면
則辭以放鷔(칙사이방오) : 잘못을 사과하지만,
兄則以嫗(형칙이구) : 친형의 발을 밟았다면 조금 만질 뿐이요
大親則已矣(대친칙이의) : 아주 친한 사람인 경우에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는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至禮有不人(지례유불인) : ‘지극한 예는 자기와 남의 구별을 인정하지 않고,
至義不物(지의불물) : 지극한 의로움은 자신과 물건을 구분하지 않고,
至知不謀(지지불모) : 지극한 슬기는 꾀하는 일이 없고,
至仁無親(지인무친) : 지극한 어짊은 각별히 친한 이가 없고,
至信辟金(지신벽금) : 지극한 신의는 금전이 개입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9.
徹志之勃(철지지발) : 뜻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버리고
解心之謬(해심지류) : 마음의 속박을 풀고,
去德之累(거덕지루) : 덕을 해치는 것을 제거하고,
達道之塞(달도지색) : 도에 이름을 막는 물건을 치워버려야만 한다.
貴富顯嚴名利六者(귀부현엄명리육자) : 귀해지고, 부유해지고, 저명해지고, 존경받고, 명예를 얻고, 이익을 얻는 여섯 가지는
勃志也(발지야) : 뜻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容動色理氣意六者(용동색리기의육자) : 용모와 동작과 얼굴빛과 논리와 기분과 정의(情意) 이 여섯 가지는
謬心也(류심야) : 마음을 속박하는 것이다.
惡欲喜怒哀樂六者(악욕희노애락육자) : 악과 욕망과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이 여섯 가지는
累德也(루덕야) : 덕을 해치는 것이다.
去就取如知能六者(거취취여지능육자) : 떠나는 것과 나가는 것과 취하는 것과 주는 것과 지혜와 능력 이 여섯 가지는
塞道也(색도야) : 도를 막는 것이다.
此四六者不盪胸中則正(차사육자불탕흉중칙정) : 이 네 종류의 여섯 가지 것들이 가슴속을 어지럽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올바르게 될 것이다.
正則靜(정칙정) : 올바르게 되면 고요해지고,
靜則明(정칙명) : 고요해지면 분명해지고,
明則虛(명칙허) : 분명해지면 텅 비게 되고,
虛則無爲而無不爲也(허칙무위이무불위야) : 텅 비게 되면 무위하면서도 자연의 생성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道者(도자) : 도란
德之欽也(덕지흠야) : 덕이 늘어선 것이다.
生者(생자) : 삶이란
德之光也(덕지광야) : 덕의 빛이다.
性者(성자) : 본성이란
生之質也(생지질야) : 삶의 바탕이다.
性之動(성지동) : 본성이 움직이는 것
謂之爲(위지위) : 이것을 행위라고 말하는데,
爲之僞(위지위) : 행위가 인위적이면
謂之失(위지실) : 이것을 본성을 잃은 것이라 한다.
知者(지자) : 앎이란
接也(접야) : 물건과의 접촉에서 생겨난다.
知者(지자) : 앎이란
謨也(모야) : 생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知者之所不知(지자지소불지) : 그러나 슬기로운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은,
猶睨也(유예야) : 곁눈질로는 물건의 전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動以不得已之謂德(동이부득이지위덕) : 행동을 하되 자연을 따라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을 덕이라 말한다.
動而非我之謂治(동이비아지위치) : 행동을 하되 자기의 본성을 잃는 일이 없는 것을 다스림이라 말한다.
名相反而實相順也(명상반이실상순야) : 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과 반대가 되지만 실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된다.
10.
羿工乎中微(예공호중미) : 명궁이었던 예는 작은 것을 정확히 맞추기는 잘했지만,
而拙乎使人無己譽(이졸호사인무기예) :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지 않게 하는 일은 잘 못했다.
聖人工乎天而拙乎人(성인공호천이졸호인) : 성인은 자연스러운 일은 잘하지만 인위적인 일은 잘하지 못한다.
夫工乎天而俍乎人者(부공호천이량호인자) : 자연스러운 일에도 뛰어나고 인위적인 일에도 뛰어난 사람은
唯全人能之(유전인능지) : 오직 완전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唯蟲能蟲(유충능충) : 벌레들은 벌레 노릇에 능하여
唯蟲能天(유충능천) : 오직 벌레 노릇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가 있는 것이다.
全人惡天(전인악천) : 완전한 사람도 인위적인 자연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而況吾天乎人乎(이황오천호인호) : 하물며 우리처럼 자연과 인위적인 것을 엄연히 구별하는 자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11.
一雀適羿(일작적예) : 새 한 마리가 예에게로 날아가면
羿必得之(예필득지) : 예가 그 새를 쏘아 잡겠지만
威也(위야) : 어쩌다 실패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以天下爲之籠(이천하위지롱) : 그러나 천하를 새장으로 삼는다면
則雀無所逃(칙작무소도) : 새들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될 것이다.
是故湯以胞人籠伊尹(시고탕이포인롱이윤) : 그러므로 상나라 탕임금은 이윤을 요리사라는 직분으로써 새장에 가두었고,
秦穆公以五羊之皮籠百里奚(진목공이오양지피롱백리해) : 진나라 목공은 다섯 장의 양가죽으로 백리해를 새장에 가두었던 것이다.
是故非以其所好籠之(시고비이기소호롱지) : 이와 같이 그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두지 않고서는
而可得者(이가득자) : 새장에 가두어 넣을 수 있는 일이
無有也(무유야) : 전혀 있지 않았다
12.
介者侈畵(개자치화) : 발꿈치를 베인 사람이 옷치레를 하지 않는 것은
外非譽也(외비예야) : 세상의 비방과 칭찬을 돌아보지 않는 까닭이요
胥靡登高而不懼(서미등고이불구) : 사형수가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遺死生也(유사생야) : 죽음과 삶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夫復謵不餽而忘人(부복습불궤이망인) : 대개 반복하여 공부함으로써 마음속에 부끄러운 것이 없게 되면 사람에 대해 잊게 된다.
忘人(망인) : 사람에 대해서 잊게 되면
因以爲天人矣(인이위천인의) : 자연과 합치되는 천인(天人)이 되는 것이다.
故敬之而不喜(고경지이불희) : 그러므로 그를 공경해도 기뻐하지 않고,
侮之而不怒者(모지이불로자) : 그를 모욕해도 성내지 않는 것은
唯同乎天和者爲然(유동호천화자위연) : 오직 하늘의 조화와 합치된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出怒不怒(출로불로) : 성낼 경우를 당해도 성내지 않으면
則怒出於不怒矣(칙로출어불로의) : 성내지 않음으로 귀결되고 만다.
出爲無爲(출위무위) : 행동함에 무위하면
則爲出於無爲矣(칙위출어무위의) : 행동은 무위로 귀결되고 만다.
欲靜則平氣(욕정칙평기) : 고요하고 싶으면 마음을 평온히 지녀야 한다.
欲神則順心(욕신칙순심) : 신명스러워지려면 마음에 순응해야 한다.
有爲也欲當(유위야욕당) : 그의 행동이 합당하게 되고 싶으면
則緣於不得已(칙연어부득이) : 자연에 따라 부득이 하게 행동해야 한다.
不得已之類(부득이지류) : 자연에 따라 부득이하게 행동하는 것이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이다.
徐無鬼
1.
徐無鬼因女商見魏武侯(서무귀인녀상견위무후) : 서무귀가 여상의 소개로 위나라 무후를 만났다.
武侯勞之曰(무후로지왈) : 무후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先生病矣(선생병의) : “선생께서 병이 나신 모양입니다.
苦語山林之勞(고어산림지로) : 산림에 은거하는 것이 고되어
故乃肯見於寡人(고내긍견어과인) :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오셨군요.”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我則勞於君(아칙로어군) : “제가 위로하고 싶은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어찌 저를 위로하십니까?
君將盈耆欲長好惡(군장영기욕장호악) : 임금께서는 욕망을 만족시키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따라 모든 일을 하시려 하기 때문에,
則性命之情病矣(칙성명지정병의) : 성명의 참모습이 병들고 있습니다.
君將黜耆欲(군장출기욕) : 욕망을 버리고
掔好惡(견호악) : 애증의 감정을 버리려 하시면
則耳目病矣(칙이목병의) : 귀와 눈이 괴로움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我將勞君(아장로군) : 제가 임금님을 위로하려 하는데
君有何勞於我(군유하로어아) : 임금님께서 저를 위로할 것이 무엇이 있으십니까.”
武侯超然不對(무후초연불대) : 무후는 언짢은 듯 대답하지 않았다.
少焉(소언) : 조금 있다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嘗語君吾相狗也(상어군오상구야) : “시험삼아 제가 개를 감정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下之質執飽而止(하지질집포이지) : 질이 낮은 개는 아무것이나 배가 부를 때까지 찾아 먹는데
是狸德也(시리덕야) : 이는 승냥이의 덕과과 같습니다.
中之質若視日(중지질약시일) : 중질의 개는 해를 바라보듯 뜻이 높고 먼 곳에 있습니다.
上之質若亡其一(상지질약망기일) : 그리고 질이 높은 개는 스스로를 잊은 듯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吾相狗(오상구) : 그러나 제가 개를 감정하는 것은
又不若吾相馬也(우불약오상마야) : 말을 감정하는 것만은 못합니다.
吾相馬(오상마) : 내가 말을 감정할 때
直者中繩(직자중승) : 말 이빨이 먹줄을 댄 듯 곧고
曲者中鉤(곡자중구) : 목덜미는 고리가 휜 것처럼 구부정하고,
方者中矩(방자중구) : 머리는 굽은 자를 댄 것처럼 모가 나고
圓者中規(원자중규) : 눈은 그림쇠로 그린 듯 둥근 것이
是國馬也(시국마야) : 국마라 할 만한 말입니다.
而未若天下馬也(이미약천하마야) : 그렇지만 국마는 천하마보다는 못합니다.
天下馬有成材(천하마유성재) : 천하의 명마는 저절로 천성의 재질을 갖추고 있으며
若卹若失(약술약실) : 고요하고 그 스스로를 잊은 듯
若喪其一(약상기일) : 그 잃은 것이 한결같습니다.
若是者(약시자) : 이런 말은
超軼(초질) : 질풍같이 달려도
絶塵(절진) :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不知其所(부지기소) : 얼마만큼을 가서야 멈추게 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武侯大悅而笑(무후대열이소) : 무후는 크게 기뻐하며 웃는 얼굴이 되었다.
徐無鬼出(서무귀출) : 서무귀가 나오자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그에게 물었다.
先生獨何以說吾君乎(선생독하이설오군호) : “선생께서는 대체 어떤 말로 우리 임금님을 설득하셨습니까?
吾所以說吾君者(오소이설오군자) : 제가 임금님을 설득하는 방법은
橫說之則以詩書禮樂(횡설지칙이시서예악) : 횡적으로는 시, 서, 예, 악을 사용하고,
從說之則以金板六弢(종설지칙이금판육도) : 종적으로는 주서의 금판편·육도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奉事而大有功者不可爲數(봉사이대유공자불가위수) : 그렇게 정사에 도움을 주고 공을 세운 일도 많지만
而吾君未嘗啓齒(이오군미상계치) : 제 말에 대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신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今先生何以說吾君(금선생하이설오군) : 그런데 선생께서는 무슨 말로 임금님을 설득하였기에
使吾君說若此乎(사오군설약차호) : 우리 임금님이 저렇게 기뻐하시는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吾直告之吾相狗馬耳(오직고지오상구마이) : “단지 내가 개와 말을 감정했던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女商曰(녀상왈) : 여상이 말했다.
若是乎(약시호) : “그것뿐입니까?”
曰子不聞夫越之流人乎(왈자불문부월지류인호) : 서무귀가 말하기를, “월나라를 방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습니까?
去國數日(거국수일) : 나라를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는
見其所知而喜(견기소지이희) : 그가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기뻐했습니다.
去國旬月(거국순월) : 나라를 떠난 지 수십 일이 되자
見所嘗見於國中者喜(견소상견어국중자희) : 전에 자기 나라에서 스친 일밖에 없는 사람을 보고도 기뻐했습니다.
及期年也(급기년야) : 일년이 넘자
見似入者而喜矣(견사입자이희의) : 자기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아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不亦去人滋久(불역거인자구) : 나라를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를수록
思人滋深乎(사인자심호) :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夫逃虛空者(부도허공자) : 저 빈 골짜기에 숨어사는 사람이
藜藋柱乎鼪鼬之逕(려조주호생유지경) : 잡초 우거져 족제비 다니던 길까지 막힌
踉位其空(량위기공) : 쓸쓸한 곳에서 헤매일 때면
聞人足音跫然而喜矣(문인족음공연이희의) :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기뻐하는 법입니다.
又況乎昆弟親戚之謦欬其側者乎(우황호곤제친척지경해기측자호) : 그런데 하물며 형제나 친척의 웃음소리가 곁에서 들린다면 어떻겠습니까?
久矣夫(구의부) : 오래되었구나
莫以眞人之言謦欬吾君之側乎(막이진인지언경해오군지측호) : 참된 사람의 말이나 웃음소리로써 우리 임금의 곁에서 속삭임이 없는 것이 말이오”
2.
徐無鬼見武侯曰(서무귀견무후왈) : 서무귀가 무후를 만나니 무후가 말했다.
先生居山林(선생거산림) : “선생께서는 산 속에 살며
食茅栗厭葱韭(식모률염총구) :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지겹도록 먹으면서도
以賓寡人(이빈과인) : 나를 찾아오지 않음이
久矣夫(구의부) : 오래 되었습니다.
今老邪(금노사) : 그런데 이제 나를 찾아오신 것은 늙었기 때문입니까?
其欲干酒肉之味邪(기욕간주육지미사) : 아니면 술과 고기 맛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그
其寡人亦有社稷之福邪(기과인역유사직지복사) : 렇지 않으면 내게 나라를 잘 다스릴 만한 복이 있어서 온 것입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無鬼生於貧賤(무귀생어빈천) : “저는 빈천하게 나서 자랐기 때문에
未嘗敢飮食君之酒肉(미상감음식군지주육) : 임금님의 술과 고기를 감히 먹고 마시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將來勞君也(장래노군야) : 임금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君曰(군왈) : 무후가 말했다.
何哉(하재) : “무슨 소리입니까.
奚勞寡人(해로과인) : 어떻게 나를 위로한단 말입니까?”
曰勞君之神與形(왈로군지신여형) : 서무귀가 말하기를, “임금님의 정신과 육체를 위로해드리겠다는 말입니다.”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何謂邪(하위사) : “무엇을 말하는가?”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天地之養也一(천지지양야일) : “하늘과 땅이 만물을 키우는 것은 한결같습니다.
登高不可以爲長(등고불가이위장) :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존귀해지지 않고
居下不可以爲短(거하불가이위단) : 낮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비천해지지 않습니다.
吾獨爲萬乘之主(오독위만승지주) : 임금께서는 군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以苦一國之民(이고일국지민) : 한 나라의 백성들을 수고롭게 해
以養耳目鼻口(이양이목비구) : 자신의 귀와 눈과 코와 입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夫信者不自許也(부신자불자허야) : 그것은 임금님의 신명이 허락하지 않을 일입니다.
夫神者(부신자) : 무릇 신명이란
好和而惡姦(호화이악간) :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사로운 것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夫姦(부간) : 사사롭게 자신만을 생각하신다면,
病也(병야) : 이것은 이미 병이 됩니다.
故勞之(고로지) : 그래서 그 점을 위로해드리겠다는 것입니다.
唯君所病之(유군소병지) : 임금께서 이런 병에 걸리게 된 것은
何也?(何也?) : 어째서이겠습니까?”
武侯曰(무후왈) : 무후가 말했다.
欲見先生久矣(욕견선생구의) : “선생을 만나보려고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吾欲愛民而爲義偃兵(오욕애민이위의언병) : 나는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려는데
其可乎(기가호) : 어떻습니까?”
徐無鬼曰(서무귀왈) : 서무귀가 말했다.
不可(불가) : “안됩니다.
愛民(애민) :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害民之始也(해민지시야) : 백성을 해치는 시초가 됩니다.
爲義偃兵(위의언병) :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것 자체가
造兵之本也(조병지본야) :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君自此爲之(군자차위지) : 임금님께서 그런 방법으로 정치를 하신다면
則殆不成(칙태불성) :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凡成美(범성미) : 모든 훌륭한 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惡器也(악기야) : 악의 바탕인 것입니다.
君雖爲仁義(군수위인의) : 인의를 행하시더라도
幾且僞哉(기차위재) : 아마 위선이 될 것입니다.
形固造形(형고조형) : 그런 형식을 갖추면 거짓 형식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成固有伐(성고유벌) : 갖추게 되면 자랑하는 마음이 생기며,
變固外戰(변고외전) : 이런 변화가 밖으로 전쟁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君亦必無盛鶴列於麗譙之間(군역필무성학렬어려초지간) : 높은 누각 위에서 군대를 사열할 생각을 말아야 하며,
無徒驥於錙壇之宮(무도기어치단지궁) : 제사를 드리는 궁궐 앞에 보병과 기병을 집합시키실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無藏逆於得(무장역어득) : 그리고 덕을 저버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하셔도 안됩니다.
無以巧勝人(무이교승인) : 계교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無以謀勝人(무이모승인) : 계략으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無以戰勝人(무이전승인) : 전쟁으로 남을 이기려해서도 안됩니다.
夫殺人之士民(부살인지사민) : 다른 나라의 백성을 죽이고
兼人之士地(겸인지사지) : 남의 나라의 땅을 빼앗아 차지함으로써
以養吾私與吾神者(이양오사여오신자) : 자기의 육체와 정신을 만족시키려 하는 자는
其戰不知孰善(기전부지숙선) : 그 전쟁이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갖고 있더라도 과연 어느 쪽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으며,
勝之惡乎在(승지악호재) : 전쟁에 이긴다 해도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君若勿已矣(군약물이의) : 임금님은 그런 짓은 말아야 합니다.
修胸中之誠(수흉중지성) : 부디 마음 속의 정성을 닦음으로써
以應天之情而勿攖(이응천지정이물영) :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현혹되지 마십시오.
夫民死已脫矣(부민사이탈의) : 그래야 백성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吾將惡乎用夫偃兵哉(오장악호용부언병재) : 당신은 또 무엇하려 새삼스럽게 전쟁을 그만둔다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3.
黃帝將見大隗乎具茨之山(황제장견대외호구자지산) : 헌원 황제가 대외를 만나기 위해 구자산으로 찾아갔다.
方明爲御(방명위어) : 방명이 수레를 몰고,
昌寓驂乘(창우참승) : 창우가 참승이 되고,
張若謵朋前馬(장약습붕전마) : 장약과 습붕이 말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昆閽滑稽後車(곤혼활계후거) : 곤혼과 활계가 수레 뒤를 따랐다.
至於襄城之野(지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 이르러
七聖皆迷(칠성개미) : 함께 가던 일곱 명의 성인이 모두 그만 길을 잃게 되었다.
無所問塗(무소문도) : 길을 물을 곳이 없었는데
適遇牧馬童子(적우목마동자) : 마침 목동을 만나게 되었다.
問塗焉(문도언) : 황제가 그 목동에게 물었다.
曰若知具茨之山乎(왈약지구자지산호) : “구자산을 알고 있느냐?”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若知大隗之所存乎(약지대외지소존호) : “대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느냐?”하니
曰然(왈연) : “예.”하고 목동이 대답했다.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다시 물었다.
異哉小童(이재소동) : “신통한 아이로구나.
非徒知具茨之山(비도지구자지산) : 구자산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又知大隗之所存(우지대외지소존) : 또 대외가 있는 곳까지 알고 있다니.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
小童曰(소동왈) : 아이가 대답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亦若此而已矣(역약차이이의) : 또한 지금 저처럼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又奚事焉(우해사언) : 무슨 특별한 것이 있겠습니까?
予少而自遊於六合之內(여소이자유어육합지내) : 저는 어렸을 때 자연 속에 유유히 살다가,
予適有瞀病(여적유무병) : 눈이 안보이게 되는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有長者敎予曰(유장자교여왈) : 한 노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若乘日之車(약승일지거) : 저에게 해가 뜨면 수레를 타고
而遊於襄城之野(이유어양성지야) : 양성의 들판에서 노닐라고요.
今予病少痊(금여병소전) : 지금은 병이 조금 나았기 때문에
予又且復遊於六合之外(여우차복유어육합지외) : 다시 자연 속을 유유히 살려고 합니다.
夫爲天下亦若此而已(부위천하역약차이이) : 무릇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도 바로 제가 병을 고친 일과 같을 뿐입니다.
予又奚事焉(여우해사언) : 제가 또 무슨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물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則誠非吾子之事(칙성비오자지사) : 네 일은 아니겠지만,
雖然(수연) : 그러나
請問爲天下(청문위천하) :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알고 싶구나.”
小童辭(소동사) : 소년은 거절하였다
黃帝又問(황제우문) : 황제가 다시 묻자
小童曰(소동왈) : 소년이 입을 열었다.
夫爲天下者(부위천하자) :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亦奚以異乎牧馬者哉(역해이이호목마자재) : 어찌 말을 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亦去其害馬者而已矣(역거기해마자이이의) : 그저 말을 해치는 것을 없애주면 될 뿐입니다.”
黃帝再拜稽首(황제재배계수) : 황제는 머리를 숙여 큰절을 두 번하고,
稱天師而退(칭천사이퇴) : 그 소년을 천사(天師)라고 부른 뒤 물러났다
4.
知士無思慮之變則不樂(지사무사려지변칙불락) : 지식을 가진 선비는 지모가 쓰이는 변란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辯士無談說之序則不樂(변사무담설지서칙불락) : 변설에 뛰어난 선비는 의견을 얘기할 기회가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察士無凌誶之事則不樂(찰사무릉수지사칙불락) : 일을 잘 살피는 선비는 논쟁할 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皆囿於物者也(개유어물자야) : 이들은 모두 밖의 사물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다.
招世之士與朝(초세지사여조) : 세상에서 뛰어난 선비는 조정에서 출세하고,
中民之士榮官(중민지사영관) : 백성을 잘 다스리는 선비는 벼슬로 영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筋力之士矜難(근력지사긍난) : 힘이 센 선비는 어려운 일을 당하여 실력을 발휘하고,
勇敢之士奮患(용감지사분환) : 용감한 선비는 환란을 당하여 기개를 떨치고,
兵革之士樂戰(병혁지사락전) : 무술이 뛰어난 선비는 전쟁을 즐기며,
枯槁之士宿名(고고지사숙명) : 애써 노력하는 선비는 명분을 추구하고,
法律之士廣治(법률지사광치) : 법률에 밝은 선비는 다스림을 널리 펴고,
禮敎之士敬容(예교지사경용) : 예의와 음악에 밝은 선비는 용모를 공경하고,
仁義之士貴際(인의지사귀제) : 인의를 숭상하는 선비는 인간관계를 귀중히 여긴다.
農夫無草萊之事則不比(농부무초래지사칙불비) : 농부는 농삿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고,
商賈無市井之事則不比(상고무시정지사칙불비) : 상인들은 장삿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庶人有旦暮之業則勸(서인유단모지업칙권) : 서민들은 아침저녁으로 할 일이 있으면 부지런하고,
百工有器械之巧則壯(백공유기계지교칙장) : 공인들은 좋은 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빠르게 일한다.
錢財不積則貪者憂(전재불적칙탐자우) :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이 많은 자들은 근심을 하고,
權勢不尤則夸者悲(권세불우칙과자비) : 권세가 커지지 않으면 뽐내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슬퍼하며,
勢物之徒樂變(세물지도락변) : 형세를 잘 쫒는 무리들은 변란을 즐긴다.
遭時有所用(조시유소용) : 이들은 때를 만나야 쓰일 곳이 있게 되며,
不能無爲也(불능무위야) :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此皆順比於歲(차개순비어세) : 이들은 모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끌리는 자들이며,
不易於物者也(불역어물자야) : 사물의 변화에 얽매이는 자들이다.
馳其形性(치기형성) : 자기의 육체와 본성을 달리게 하고,
潛之萬物(잠지만물) : 밖의 만물에 대해 몰두하며,
終身不反(종신불반) : 평생토록 본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자들이다
悲夫(비부) : 슬프도다
5.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射者非前期而中(사자비전기이중) : “활을 쏘는 사람이 미리 표적을 정하지도 않고 맞추었다면
謂之善射天下皆羿也(위지선사천하개예야)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 같은 명궁이 될 수 있을 것인데
可乎?(가호?) : 그래도 되겠습니까?”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 “괜찮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天下非有公是也(천하비유공시야) : 천하에는 두루 다 옳음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인데
而各是其所是(이각시기소시) : 제각기 자기가 옳다는 것만을 옳다고 주장한다면
天下皆堯也(천하개요야) : 천하에는 모두 요뿐일 것이니
可乎(가호) : 그래도 옳겠는가?”
惠子曰可(혜자왈가) : 혜자가 대답하기를,“옳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然則儒墨楊秉四(연칙유묵양병사) : “그렇다면 유가·묵가와 양주학파·공손룡학파의 넷이 있고,
與夫子爲五(여부자위오) : 선생까지 합하면 다섯이 되는데
果孰是邪(과숙시사) :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입니까?
或者若魯遽者邪(혹자약로거자사) : 혹시 노거와 같은 입장입니까?
其弟子曰(기제자왈) : 한번은 그의 제자가 말했다
我得夫子之道矣(아득부자지도의) : ‘저는 선생님의 도를 터득했습니다.
吾能冬爨鼎而夏造氷矣(오능동찬정이하조빙의) : 저는 겨울에도 나무 없이 솥의 물을 끓일 수 있고, 여름에도 어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魯遽曰(로거왈) : 노거가 말했다
是直以陽召陽(시직이양소양) : ‘그것은 다만 양의 기운으로 양의 기운인 불을 불러오고,
以陰召陰(이음소음) : 음의 기운으로 음의 기운을 불러온 것뿐이지
非吾所謂道也(비오소위도야) :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다.
吾示子乎吾道(오시자호오도) : 내가 너에게 나의 도를 보여주겠다.’라고 말하고는
於是爲之調瑟(어시위지조슬) : 그를 위해 비파를 뜯었답니다.
廢一於堂(폐일어당) : 비파 하나는 대청에다 놓고,
廢一於室(폐일어실) : 다른 하나는 방에다 놓았습니다.
故宮宮動(고궁궁동) : 그리고 한 편 현의 궁음 줄을 뜯으면 다른 슬의 궁음 줄도 움직이고,
故角角動(고각각동) : 비파의 각음 줄을 뜯으면 다른 비파의 각음 줄도 움직이는데,
音律同矣(음률동의) : 음률이 완전히 같았답니다.
夫或改調一弦(부혹개조일현) : 시험삼아 한 줄의 음조를 바꾸어
於五音無當也(어오음무당야) : 다섯 가지 음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게 하고서
鼓之(고지) : 그 줄을 뜯으니,
二十五弦皆動(이십오현개동) : 다른 비파 스물 다섯 현이 모두 움직였습니다.
未始異於聲(미시이어성) : 처음부터 그 음은 소리로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는데,
而音之君已(이음지군이) : 모든 음을 지배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車若是者邪(차약시자사) : 선생님의 입장도 이와 같은 것입니까?”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今夫儒墨楊秉(금부유묵양병) : “지금 유가와 묵가와 양주학파와 공손룡학파들은
且方與我以辯(차방여아이변) : 나와 토론을 전개하며
相拂以辭(상불이사) : 말로써 서로 배척하고
相鎭以聲(상진이성) : 소리를 높여 상대방을 위압하려 하고 있지만,
而未始吾非也(이미시오비야) : 처음부터 자기가 그르다는 이는 없는데
則奚若矣(칙해약의) : 어찌 그와 같겠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齊人蹢子於宋者(제인척자어송자) : “제나라 사람이 자기 자식은 죄를 지었다고 송나라로 귀양을 보내고서,
其命閽也不以完(기명혼야불이완) : 그의 집 문지기는 죄를 져서 다리를 잘린 자를 임명했습니다.
其求銒鍾也以束縛(기구견종야이속박) : 그는 또 목이 긴 종을 구하여 목을 묶어두었다.
其求唐子也而未始出域(기구당자야이미시출역) : 그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려 하면서도 문밖에는 나가보지도 않는다면.
有遺類矣(유유류의) :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夫楚人寄而蹢閽者(부초인기이척혼자) : 초나라 사람 중에 남의 집에 묵으면서 문지기와 싸운 사람이 있었는데,
夜半於無人之時而與舟人鬪(야반어무인지시이여주인투) : 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 배 안에서 뱃사람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未始離於岑而足以造於怨也(미시리어잠이족이조어원야) : 배가 물가에 닿기 전이라면 분명히 원한을 사서 위험에 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6.
莊子送葬(장자송장) : 장자가 어떤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고 오다가
過惠子之墓(과혜자지묘) : 혜자의 묘 앞을 지나게 되자
顧謂從者曰(고위종자왈) : 따르는 하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郢人堊漫其鼻端若蠅翼(영인악만기비단약승익) : “옛날 영 땅에 사는 어떤 사람이 흰 흙을 코 끝에 마치 파리 날개처럼 엷게 발랐다.
使匠石斲之(사장석착지) : 그리고는 흙바르는 사람을 불러 그것을 깎아 내라고 했다 .
匠石運斤成風(장석운근성풍) : 흙바르는 사람은 도끼날을 휘두르는데 바람이 곧 일어날 듯했다
聽而斲之(청이착지) : 영의 장인은 태연하게 들으면서 깎고 있었다
盡堊而鼻不傷(진악이비불상) : 마침 흰 흙은 깨끗이 깍이었지마는 코 끝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郢人立不失容(영인립불실용) : 그리고 영의 장인은 선 채로 얼굴빛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宋元君聞之(송원군문지) : 송나라 원군이 이 말을 듣고
召匠石曰(소장석왈) : 장석을 불러 말했다
嘗試爲寡人爲之(상시위과인위지) : ‘시험삼아 내게도 그렇게 해 보라.’고 했다
匠石曰(장석왈) : 장석이 말했다
臣則嘗能斲之(신칙상능착지) : ‘저는 이전에는 그것을 깍아 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雖然(수연) : 그러나
臣之質死久矣(신지질사구의) : 이제 제 상대는 죽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自夫子之死也(자부자지사야) : 이제 부자가 죽고나니
吾無以爲質矣(오무이위질의) : 나는 이론의 전개할 바탕이 없어졌다.
吾無與言之矣(오무여언지의) : 나도 이제 더불어 얘기할 사람이 없어졌구나.”
7.
管仲有病(관중유병) : 관중이 병이 나자
桓公問之曰(환공문지왈) : 제나라 환공이 그를 문병하고 말했다.
仲父之病病矣(중부지병병의) : “중부의 병환이 위독하구나
可不諱云(가불휘운) : 가히 피할 수가 없다고 하니
至於大病(지어대병) : 큰 병에 이르게 되면
則寡人惡乎屬國而可(칙과인악호속국이가) : 누구에게 나라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까?”
管仲曰(관중왈) : 관중이 말했다.
公誰欲與(공수욕여) : “누구에게 맡기려 하고 계십니까?”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鮑叔牙(포숙아) : “포숙아에게 맡기려 합니다.
曰不可(왈불가) : 관중이 말하기를, “안됩니다.
其爲人(기위인) : 그의 사람됨은
潔廉善士也(결렴선사야) : 결백하고 청렴하면서도 선하기만 한 선비입니다.
其於不己若者不比之(기어불기약자불비지) : 그는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습니다.
又一聞人之過(우일문인지과) : 또한 한번 남의 잘못을 알게 되면
終身不忘(종신불망) : 평생토록 잊지 않습니다.
使之治國(사지치국) :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시면
上且鉤乎君(상차구호군) : 위로는 임금님께 반기를 들 것이고,
下且逆乎民(하차역호민) : 아래로는 백성들의 뜻을 거스를 것입니다.
其得罪於君也(기득죄어군야) : 그는 임금님께 죄를 지음이
將弗久矣(장불구의) : 장차 멀지 않을 것입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孰可(연칙숙가) : “그렇다면 누가 좋겠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말했다.
勿已(물이) : “부득이 나라 일을 맡기려 하신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괜찮을 것입니다.
其爲人也(기위인야) : 그의 사람됨은
上忘而下不畔(상망이하불반) : 위로는 임금님의 존재는 잊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愧不若黃帝而哀不己若者(괴불약황제이애불기약자) : 그는 황제와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있고,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以德分人謂之聖(이덕분인위지성) : 자기의 덕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성인이라 말하고,
以財分人謂之賢(이재분인위지현) :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현인이라 말합니다.
以賢臨人(이현림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 위에 군림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以賢下人(이현하인) :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의 아래에 처신하여
未有得人者也(미유득인자야) :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其於國有不聞也(기어국유불문야) : 그는 나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들으려 하지 않고,
其於家有不見也(기어가유불견야) : 집안에서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勿已(물이) : 꼭 맡겨야 한다면
則隰朋可(칙습붕가) :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8.
吳王浮於江(오왕부어강) : 오나라 임금이 강물에 배를 띄워놓고
登乎狙之山(등호저지산) :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올라갔다.
衆狙見之(중저견지) : 여러 원숭이들이 그를 보자
恂然棄而走(순연기이주) : 놀라 모든 것을 버리고
逃於深蓁(도어심진) : 울창한 숲 속으로 달아났다.
有一狙焉(유일저언) : 그런데 한 마리의 원숭이만이
委蛇攫搔(위사확소) : 유유히 거닐며 뱀을 집어던지기도 하면서
見巧乎王(견교호왕) : 잔재주를 부렸다.
王射之(왕사지) : 임금이 그 놈을 활로 쏘니
敏給搏捷矢(민급박첩시) :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버렸다.
王命相者趨射之(왕명상자추사지) : 따라온 사람들에게 명하여 계속하여 활을 쏘게 하니
狙執死(저집사) : 마침내 원숭이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王顧謂其友顔不疑曰(왕고위기우안불의왈) : 임금이 그의 친구 안불의를 돌아보며 말했다.
之狙也(지저야) : “이 원숭이는
伐其巧(벌기교) : 자기 기교를 자랑하고,
恃其便以敖予(시기편이오여) : 자신의 날램을 믿고서 내게 오만하게 굴다가
以至此殛也(이지차극야) : 이처럼 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네,
戒之哉(계지재) : 이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네.
嗟乎(차호) : 아,
無以汝色驕人哉(무이여색교인재) : 자네들도 잘난 얼굴을 하고서 남에게 교만하게 굴어서는 안되네.”
顔不疑歸而師董梧以鋤其色(안불의귀이사동오이서기색) : 안불의는 돌아와서 동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잘난 체 하는 그의 얼굴빛을 고쳤다.
去樂辭顯(거락사현) :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일들을 버리고, 높은 지위에서 물러났다.
三年而國人稱之(삼년이국인칭지) : 그렇게 삼 년이 지나자 나라안의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게 되었다.
9.
南伯子綦隱几而坐(남백자기은궤이좌) : 남백자기가 안석에 기대어 앉아
仰天而噓(앙천이허) :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顔成子入見曰(안성자입견왈) : 안성자가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夫子(부자) : “선생님은
物之尤也(물지우야) : 모든 사람에서 뛰어난 사람입니다
形固可使若槁骸(형고가사약고해) :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처럼 몸은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心固可使若死灰乎(심고가사약사회호) : 마음은 죽은 재와 같이 할 수 있습니까.”
曰吾嘗居山穴之中矣(왈오상거산혈지중의) : 남백자기가 말하기를, “나는 전에 산 속 굴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 당시에
田禾一覩我(전화일도아) : 제나라 임금 전화가 나를 한번 만나러 온 적이 있었는데,
而齊國之衆三賀之(이제국지중삼하지) : 제나라 백성들은 그것을 세 번이나 칭찬했다고 한다.
我必先之(아필선지) : 그것은 반드시 내가 명성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彼故知之(피고지지) : 그가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我必賣之(아필매지) : 그것은 내가 나를 그렇게 팔려고 했기 때문에
彼故鬻之(피고죽지) : 그가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던 것과 같다.
若我而不有之(약아이불유지) : 만약 내가 그런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면,
彼惡得而知之(피악득이지지) : 그가 어떻게 내가 그런 줄을 알 수 있었겠느냐?
若我而不賣之(약아이불매지) : 내가 만약 그렇게 나를 팔려 들지 않았다면
彼惡得而鬻之(피악득이죽지) : 그가 어떻게 그렇게 나를 사려고 했겠느냐?
嗟乎(차호) : 아
我悲人之自喪者(아비인지자상자) : 나는 스스로의 본성을 잃고 있는 사람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者(오우비부비인자) : 나는 또한 남을 슬퍼하는 사람도 슬프게 여긴다.
吾又悲夫悲人之悲者(오우비부비인지비자) : 나는 또 남을 슬퍼하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도 슬프게 여긴다.
其後而日遠矣(기후이일원의) : 그래서 뒤에 날로 모든 생각과 멀어지게 된다
10.
仲尼之楚(중니지초) :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楚王觴之(초왕상지) : 초나라 임금이 공자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孫叔敖執爵而立(손숙오집작이립) : 손숙오가 술잔을 들고 서 있었고,
市南宜僚受酒而祭曰(시남의료수주이제왈) : 시남의료가 술잔을 받아 땅에 부어 제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古之人乎(고지인호) : “옛날 사람이라면
於此言已(어차언이) : 이런 경우에 무엇이라 말을 하였을 것입니다.”
曰丘也聞不言之言矣(왈구야문불언지언의) : 공자가 말하기를, “저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未之嘗言(미지상언) : 여태껏 이것에 대해 말해 본 일이 없으나,
於此乎言之(어차호언지) : 여기에서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市南宜僚弄丸而兩家之難解(시남의료롱환이량가지난해) : 시남의료께서는 구슬놀이를 하여 초나라와 송나라의 전쟁을 해결했다 합니다.
孫叔敖甘寢秉羽而郢人投兵(손숙오감침병우이영인투병) : 손숙오께서는 깃부채를 들고 곤히 잠을 자면서도 영땅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을 무기를 버리도록 만들었다 합니다.
丘願有喙三尺(구원유훼삼척) : 제도 주둥이가 석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彼之謂不道之道(피지위불도지도) : 저들이야 말로 ‘말하지 않고 뜻을 안 것이다.’고 말할 수 있고
此之謂不言之辯(차지위불언지변) : 이 사람은 ‘말하지 않고 뜻을 안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故德總乎道之所一(고덕총호도지소일) : 그러므로 덕은 도의 하나에 돌아가고
而言休乎知之所不知(이언휴호지지소부지) : 말은 그 앎이 알 수 없는 곳에서 그치면
至矣(지의) : 그것은 지극한 것이다
道之所一者(도지소일자) : 도의 하나인 곳은
德不能同也(덕불능동야) : 덕이 같이할 수 없고
知之所不能知者(지지소불능지자) : 앎이 알 수 없는 곳은
辯不能擧也(변불능거야) : 말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名若儒墨而凶矣(명약유묵이흉의) : 그런데 유도·묵도로써 이름을 세우는 것은 흉한 것이다
故海不辭東流(고해불사동류) : 그러므로 바다는 동으로 흐르는 모든 물을 사양하지 않으니
大之至也(대지지야) : 이것은 큼의 지극한 것이요
聖人幷包天地(성인병포천지) : 성인은 하늘과 땅을 아울러 포괄하고,
澤及天下(택급천하) : 은혜와 혜택을 온 천하에 끼치고 있지만
而不知其誰氏(이부지기수씨) :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是故生無爵(시고생무작) : 그러므로 살아서는 아무런 벼슬도 없고,
死無諡(사무시) : 죽어서도 아무런 시호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實不聚(실불취) : 재물을 모으지도 않고,
名不立(명불립) : 명예를 세우지도 않는다.
此之謂大人(차지위대인) : 이런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 부른다.
狗不以善吠爲良(구불이선폐위량) : 개가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人不以善言爲賢(인불이선언위현) : 사람이 말을 잘 한다 해서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而況爲大乎(이황위대호) : 하물며 위대함에 있어서야
夫爲大不足以爲大(부위대불족이위대) : 무릇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위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而況爲德乎(이황위덕호) : 하물며 스스로 내세우는 것이야 덕이 되겠는가?
夫大莫若天地(부대막약천지) : 대저 위대하게 갖추어져 있기로는 하늘과 땅보다 더한 것이 없다.
然奚求焉而大備矣(연해구언이대비의) : 그러나 무엇을 추구하여 위대하게 갖추어진 것인가?
知大備者(지대비자) : 위대하게 갖추어짐에 대해 아는 사람은
無求(무구) : 추구하는 것이 없고,
無失(무실) : 잃는 것도 없고,
無棄(무기) : 버리는 것도 없어야 하며,
不以物易己也(불이물역기야) : 외물로 말미암아 자기의 본성을 바꾸는 일이 없어야 한다.
反己而不窮(반기이불궁) :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옴으로써 자연스럽게 막히는 일이 없고,
循古而不摩(순고이불마) : 옛 방법을 따르되 갈고 닦지 않는 것이니
大人之誠(대인지성) : 이것이 위대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다.
11.
子綦有八子(자기유팔자) : 자기에게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陳諸前(진제전) : 아들들을 앞에 불러 앉혀놓고
召九方歅曰(소구방인왈) : 구방인을 불러서 물었다.
爲我相吾子(위아상오자) : “나를 위해 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주십시오.
孰爲祥(숙위상) : 누가 복을 타고났습니까?”
九方歅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梱也爲祥(곤야위상) : “곤이 복을 타고났습니다.”
子綦瞿然喜曰(자기구연희왈) : 자기는 기뻐하며 구방인에게 말했다.
奚若(해약) : “어떤 복을 타고났습니까?”
曰梱也將與國君同食以終其身(왈곤야장여국군동식이종기신) : 구방인이 말하기를, “곤은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일생을 마치게 될 것입니다.”
子綦索然出涕曰(자기색연출체왈) : 자기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오자하위이지어시극야) : “내 자식이 어찌 그런 불행을 당하게 된단 말입니까?”
九方垔曰(구방인왈) : 구방인이 말했다.
夫與國君同食(부여국군동식) : “나라의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澤及三族(택급삼족) : 그의 은혜와 혜택이 온 집안에 미칠 것이니,
而況父母乎(이황부모호) : 하물며 부모님이야 얼마나 그 덕을 많이 보시겠습니까?
今夫子聞之而泣(금부자문지이읍) : 지금 선생님께서 얘기를 듣고 우시는 것은
是禦福也(시어복야) : 복을 차는 것입니다.
子則祥矣(자칙상의) : 자식은 복을 타고났으나
父則不祥(부칙불상) : 아버지는 불행할 것입니다.”
子綦曰(자기왈) : 자기가 말했다.
歅汝何足以識之(인여하족이식지) :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내 자식
而梱祥邪(이곤상사) : 곤이 행운을 타고났다고 하는 것입니까?
盡於酒肉入於鼻口矣(진어주육입어비구의) : 그저 술과 고기가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而何足以知其所自來(이하족이지기소자래) : 그것들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십니까?
吾未嘗爲牧想牂生於奧(오미상위목상장생어오) : 가축을 기른 일도 없는데 암양이 방의 아랫목에 생겨난다든지,
未嘗好田而鶉生於宎(미상호전이순생어요) : 사냥을 한 일도 없는데 메추라기가 방의 귀퉁이에 생겨난 것과 같은 얘기인데
若勿怪(약물괴) :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何邪(하사) : 어찌된 일입니까?
吾所與吾子遊者(오소여오자유자) : 내가 내 자식들과 더불어 노닐고자 하는 것은
遊於天地(유어천지) : 하늘과 땅에 노니는 것입니다.
吾與之邀樂於天(오여지요락어천)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늘을 따라 즐기고,
吾與之邀食於地(오여지요식어지) : 땅에 순응하며 살려는 것입니다.
吾不與之爲事(오불여지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인위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不與之爲謀(불여지위모) : 계책을 쓰지 않으며,
不與之爲怪(불여지위괴) : 괴상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吾與之乘天地之誠(오여지승천지지성)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하늘과 땅의 진실한 모습을 타고서 .
而不以物與之相攖(이불이물여지상영) : 사물이 그들과 서로 어긋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吾與之一委蛇(오여지일위사) : 나는 자식들과 더불어 한결같이 유유자적하고,
而不與之爲事所宜(이불여지위사소의) : 일이 합당한 것을 따지며 마음을 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今也然有世俗之償焉(금야연유세속지상언) : 그런데 지금 내 자식에게 세속적인 보상이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凡有怪徵者(범유괴징자) : 모든 괴이한 징후가 있는 사람에게는
必有怪行(필유괴행) : 반드시 괴이한 행동이 있게 됩니다.
殆乎(태호) : 위험하구나
非我與吾子之罪(비아여오자지죄) : 나와 내 자식의 죄는 아닐 것이니,
幾天與之也(기천여지야) : 하늘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吾是以泣也(오시이읍야) : 나는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無幾何而使梱之於燕(무기하이사곤지어연) : 얼마 지나지 않아 곤을 연나라로 보냈는데,
盜得之於道(도득지어도) : 도중에 도적들에게 잡혔다.
全而鬻之則難(전이죽지칙난) : 완전한 몸으로 팔면 어려우니
不若刖之則易(불약월지칙역) : 다리를 자른 다음 파는 것이 좋겠다고 도적들은 결론을 내렸다.
於是乎刖而鬻之於齊(어시호월이죽지어제) : 그래서 그는 다리를 잘린 다음 제나라로 팔려갔는데,
適當渠公之街(적당거공지가) : 마침 대가집의 문지기가 되어
然身食肉而終(연신식육이종) : 그런 대로 그 자신은 평생토록 고기를 먹으며 살다 죽었다 한다
12.
齧缺遇許由曰(설결우허유왈) : 설결이 허유를 만나서 물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 “자네는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曰將逃堯(왈장도요) : 허유가 이르기를, “나는 지금 요임금을 피해 가는 길이네.”
曰奚謂邪(왈해위사) : 설유가 이르기를,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曰夫堯畜畜然仁(왈부요축축연인) : 허유가 이르기를 “저 요는 몹시 악착스럽게도 힘쓰고 있으니
吾恐其爲天下笑(오공기위천하소) : 나는 그가 하는 일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
後世其人與人相食與(후세기인여인상식여) : 후세에는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夫民(부민) : 무릇 백성들을
不難聚也(불난취야) : 모여들게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愛之則親(애지칙친) : 그들을 사랑 해주면 친해지고,
利之則至(리지칙지) : 그들을 이롭게 해주면 모여들고,
譽之則勸(예지칙권) : 그들을 칭찬 해주면 일에 힘씁니다.
致其所惡則散(치기소악칙산) :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흩어집니다.
愛利出乎仁義(애리출호인의) :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사랑하는 것은 인의로부터 나옵니다.
損仁義者寡(손인의자과) : 인의라는 명목을 버리고 정말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이는 적고,
利仁義者衆(리인의자중) : 인의라는 명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夫仁義之行(부인의지행) : 인의의 행동이란
唯且無誠(유차무성) : 다만 성실성을 없앨 뿐입니다.
且假夫禽貪者器(차가부금탐자기) : 그리고 탐욕스러운 자들이 이용하는 도구가 됩니다.
是以一人之斷制利天下(시이일인지단제리천하) : 한사람의 전제가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譬之猶一覕也(비지유일별야) : 마치 물건의 한 면만을 언뜻 본 것과 같습니다.
夫堯知賢人之利天下也(부요지현인지리천하야) : 요임금은 현명한 사람이 천하에 이롭다는 것만을 알았지,
而不知其賊天下也(이부지기적천하야) : 그들이 천하에 해가 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夫唯外乎賢者知之矣(부유외호현자지지의) : 오직 현명함을 초월한 사람만이 그런 사실을 압니다.”
13.
有暖姝者(유난주자) : 세상에는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濡需者(유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卷婁者(유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所謂暖姝者(소위난주자) :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學一先生之言(학일선생지언) : 한 선생의 이론을 배워
則暖暖姝姝而私自說也(칙난난주주이사자설야) : 그것을 그대로 자기의 학설로 삼아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自以爲足矣(자이위족의) : 그들은 스스로 만족하고는
而未知未始有物也(이미지미시유물야) : 처음의 물건이 있지 않았던 상태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是以謂暖姝者也(시이위난주자야) : 그래서 이들을 주관이 없이 유연하다는 뜻에서 난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濡需者(유수자) :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豕蝨是也(시슬시야) : 돼지의 몸에 붙어사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다.
擇疏鬣者以爲廣宮大囿(택소렵자이위광궁대유) : 길게 털이 자라난 곳을 골라 스스로 넓은 궁전의 광대한 정원이라 생각한다.
奎蹏曲隈(규제곡외) : 발굽 모서리나 사타구니 사이
乳間股脚(유간고각) : 또는 젖통 사이나 넓적다리 사이를
此以爲安室利處(차이위안실리처) : 스스로 안락한 방이나 편안한 장소처럼 생각한다.
不知屠者之一旦鼓臂布草操煙火(부지도자지일단고비포초조연화) : 그러나 언제든 도살꾼이 돼지를 잡은 뒤 마른풀을 깔아 불을 붙이고 다.
而己與豕俱焦也(이기여시구초야) : 그 위에 돼지를 올려놓으면 자신도 돼지의 털과 함께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此以域進(차이역진)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살고
此以域退(차이역퇴) :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죽는다.
此其所謂濡需者也(차기소위유수자야) : 그래서 그들을 일시적인 안락을 꾀한다는 뜻의 유수라 부르는 것이다.
卷婁者(권루자) :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舜也(순야) : 순임금과 같은 사람들이다.
羊肉不慕蟻(양육불모의) : 양고기는 개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蟻慕羊肉(의모양육) : 개미들은 양고기를 좋아해서 모여드는데,
羊肉羶也(양육전야) : 양고기에서는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舜有羶行(순유전행) : 순은 인의라는 노린내나는 행동을 하여
百姓悅之(백성열지) : 백성들이 그를 좋아했다.
故三徙成都(고삼사성도) : 그러므로 순은 사는 곳을 세 번이나 옮겼으나 그 때마다 도시를 형성했다.
至鄧之虛而十有萬家(지등지허이십유만가) : 등이라는 고장으로 옮겼을 때는 십여 만 가호나 모여들었다.
堯聞舜之賢(요문순지현) : 요임금은 순이 현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擧之童土之地(거지동토지지) : 그를 등용하여 불모의 땅을 맡기면서
曰冀得其來之澤(왈기득기래지택) : 그 땅에 가서 은혜와 혜택을 베풀라고 했다.
舜擧乎童土之地(순거호동토지지) : 순은 불모의 땅을 맡은 다음,
年齒長矣(년치장의) : 나이가 늙었고
聰明衰矣(총명쇠의) : 귀와 눈이 어두워졌으나
而不得休歸(이부득휴귀) : 돌아가 쉬지를 못했다.
所謂卷婁者也(소위권루자야) : 그래서 이들을 꼽추와 같이 등이 굽도록 일한다는 뜻에서 권루라 부르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시이신인악중지) : 그래서 신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싫어한다.
衆至則不比(중지칙불비) :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이들과 친근하게 지내지 않는다.
不比則不利也(불비칙불리야) : 친근하게 지내지 않으면 이익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故無所甚親(고무소심친) : 그러므로 아주 친한 사람도 없고,
無所甚疏(무소심소) : 아주 먼 사람도 없다.
拘德煬和以順天下(구덕양화이순천하) : 덕을 지니고 조화된 마음을 기르면서 천하에 순응하는 것이다.
此謂眞人(차위진인) : 이런 사람들을 진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於蟻棄知(어의기지) : 개미로서는 양고기를 쫓는 지혜를 버리고,
於魚得計(어어득계) : 물고기로서는 넓은 강물에서처럼 서로의 관계를 잊으며,
於羊棄意(어양기의) : 양고기로서는 개미를 모여들게 하려는 의식을 버린다.
以目視目(이목시목) :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보고,
以耳聽耳(이이청이) :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들으며,
以心復心(이심복심) : 마음은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의 마음은
其平也繩(기평야승) : 먹줄을 친 듯이 평평하며,
其變也循(기변야순) : 변화는 자연을 따르기만 한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以天待人(이천대인) : 자연스러움으로 인간을 대할 뿐,
不以人入天(불이인입천) : 인위적인 것으로 자연의 변화에 참견하지 않는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得之也生(득지야생) : 얻는 것이 생(生)이고,
失之也死(실지야사) : 잃는 것이 사(死)일 수도 있지만,
得之也死(득지야사) : 얻는 것이 사이고
失之也生(실지야생) : 잃는 것이 생일 수도 있다.
14.
藥也(약야) : 약이란
其實菫也(기실근야) : 오두나
桔梗也(길경야) : 도라지나
鷄廱也(계옹야) : 계옹이나
豕零也(시령야) : 시령 같은 것으로 지어지고,
是時爲帝者也(시시위제자야) : 이것들이 때에 따라 주된 약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何可勝言(하가승언) : 무엇이이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句踐也以甲楯三千棲於會稽(구천야이갑순삼천서어회계) : 월나라 임금 구천은 싸움에 패하여 삼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회계산으로 도망했다.
唯種也能知亡之所以存(유종야능지망지소이존) : 그 때 월나라 대부 종 만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음을 알았다.
唯種也不知其身之所以愁(유종야부지기신지소이수) : 그러나 종도 그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원인이 됨은 알지 못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鴟目有所適(치목유소적) : “올빼미의 눈은 적절이 보이는 때가 있고
鶴脛有所節(학경유소절) : 학의 다리에는 긴 마디가 있지만
解之也悲(해지야비) : 이것을 없애주면 슬퍼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風之過河也有損焉(풍지과하야유손언) : 또한“바람이 불어가면서 강물을 말리고,
日之過河也有損焉(일지과하야유손언) : 햇볕이 비치면서 강물을 말리고 있다.
請只風與日相與守河(청지풍여일상여수하) : 바람과 햇볕이 언제나 강물을 지키고 있지만
而河以爲未始其攖也(이하이위미시기영야) : 강물은 처음부터 그들과 충돌하지 않는다.
恃源而往者也(시원이왕자야) : 그것은 강물은 근원이 있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故水之守土也審(고수지수토야심) : 본래 물이 흙을 적심에는 빈틈이 없고,
影之守人也審(영지수인야심) : 그림자가 사람을 따르는 것에도 빈틈이 없고,
物之守物也審(물지수물야심) : 물건과 물건의 관계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다.
故目之於明也殆(고목지어명야태) : 그러나 눈의 시력은 위태롭고,
耳之於聰也殆(이지어총야태) 귀의 청력도 위태롭고, :
心之於殉也殆(심지어순야태) : 마음의 작용도 위태롭기만 한 것이다.
凡能其於府也殆(범능기어부야태) : 모든 능력은 그것을 지니고 있다 해도 위태로운 것이다.
殆之成也不給改(태지성야불급개) : 본성으로부터 떠나 위태로움에 이르면 고칠 겨를도 없는 것이다.
禍之長也玆萃(화지장야자췌) : 그러나 그 재액은 자라서 더욱 불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其反也緣功(기반야연공) : 그런 것을 본성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면 많은 공이 들며
其果也待久(기과야대구) : 그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다.
而人以爲己寶(이인이위기보) :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자신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으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않은가?
故有亡國戮民無已(고유망국륙민무이) : 그러므로 나라를 망치고, 백성들을 살육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不知問是也(부지문시야) : 이것을 추구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15.
故足之於地也踐(고족지어지야천) : 발이 땅을 밟는 면은 아주 좁다.
雖踐(수천) : 비록 밟는 지면은 좁지만
恃其所不蹍(시기소불전) : 발이 밟지 않는 지면이 넓은 것을 믿고서야
而後善博也(이후선박야) :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人之於知也少(인지어지야소) : 이처럼 사람이 아는 것도 적다.
雖少(수소) : 비록 아는 것이 적지만
恃其所不知(시기소부지) :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의지하고서야
而後知天之所謂也(이후지천지소위야) : 자연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知大一(지대일) : 만물의 근원이 큰 하나라는 대일을 알고,
知大陰(지대음) : 만물의 근원이 지극히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다는 대음을 알고,
知大目(지대목) : 만물을 분별 없이 하나로 보는 대목을 알고,
知大均(지대균) : 자연의 조화가 균등히 작용한다는 대균을 알고,
知大方(지대방) : 자연이란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대방을 알고,
知大信(지대신) : 자연이란 진실하다는 대신을 알고,
知大定(지대정) : 자연이란 안정된 것이라는 대정을 알면
至矣(지의) :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大一通之(대일통지) : 대일은 도로 통하게 해주며,
大陰解之(대음해지) : 대음은 모든 분규를 해결하게 해주며,
大目視之(대목시지) : 대목은 자연을 달관하게 하며,
大均緣之(대균연지) : 대균은 그의 본성에 따라 스스로 터득하게 하며,
大方體之(대방체지) : 대방은 모든 법도를 터득하게 하고,
大信稽之(대신계지) : 대신은 모든 의혹을 없애주며,
大定持之(대정지지) : 대정은 자신을 안정되게 유지해 준다.
盡有天循有照(진유천순유조) : 사람의 지능이 다 한 곳에 자연의 변화가 있고,
冥雨樞(명우추) : 무(無)의 원리가 어둠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고,
始有彼(시유피) :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원리가 있고,그런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이다.
則其解之也似不解之者(칙기해지야사불해지자) : 그것에 대해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고,
其知之也似不知之也(기지지야사부지지야) :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不知而後知之(불지이후지지) :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에 이른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其問之也(기문지야) : 그것을 파고들어 연구해 보면
不可以有崖(불가이유애) : 한계가 있을 수도 없고,
而不可以無崖(이불가이무애) : 한계가 없을 수도 없는 것이며,
頡滑有實(힐활유실) : 뒤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 실리가 있는 것이다.
古今不代(고금불대) : 그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而不可以虧(이불가이휴) : 손상된 일도 없는 것이다.
則可不謂有大揚搉乎(칙가불위유대양각호) : 그러니 자연에 위대한 원칙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闔不亦問是已(합불역문시이) : 어째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가?
奚惑然爲(해혹연위) : 어째서 그렇게 미혹되어 있는가?
以不惑解惑(이불혹해혹) : 미혹되지 않은 마음으로 미혹을 풀어줌으로써
復於不惑(부어불혹) : 미혹되지 않은 경지로 되돌아가게 하면
是尙大不惑(시상대불혹) : 바로 본성의 위대한 불혹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則陽
1.
則陽游於楚(칙양유어초) : 칙양이 초나라에 놀러 갔는데,
夷節言之於王(이절언지어왕) : 이절이 그에 관해 초나라 임금에게 얘기했다.
王未之見(왕미지견) : 그러나 임금은 그를 만나지 않았다.
夷節歸(이절귀) : 이절이 그대로 돌아가자
彭陽見王果曰(팽양견왕과왈) : 칙양이 왕과를 보고 말했다.
夫子何不譚我於王(부자하불담아어왕) : “선생께서는 어째서 저를 임금님께 소개해 주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王果曰(왕과왈) : 왕과가 말했다.
我不若公閱休(아불약공열휴) : “나는 공열휴만 못합니다.”
彭陽曰(팽양왈) : 칙양이 말했다.
公閱休奚爲者邪(공열휴해위자사) : “공열휴란 무엇을 하는 분이십니까?”
曰冬則擉鼈於江(왈동칙착별어강) : 왕과가 말하기를, “그는 겨울에는 강에서 자라를 작살로 찔러 잡고,
夏則休乎山樊(하칙휴호산번) : 여름이면 산기슭에서 쉽니다.
有過而問者(유과이문자) : 누가 지나다가 물으면
曰此予宅也(왈차여택야) : 그곳이 자기 집이라고 대답한다 합니다.
夫夷節已不能(부이절이불능) : 이절이 임금께 말씀드려도 되지 않았는데
而況我乎(이황아호) :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 말씀을 드린다 해서 되겠습니까?
吾又不若夷節(오우불약이절) : 또한 저의 지혜는 이절만 못합니다.
夫夷節之爲人也(부이절지위인야) : 이절의 사람됨은
無德而有知(무덕이유지) : 덕은 없지만 지혜는 있습니다.
不自許以之神其交(불자허이지신기교) : 스스로 자연에 맡겨 신명으로써 외물을 접하지 않고
固顚冥乎富貴之地(고전명호부귀지지) : 본시 부귀를 누리는 지위에 미혹되어 있습니다.
非相助以德(비상조이덕) : 그와 접촉하면 덕으로써 서로를 돕게 되지 않고,
相助消也(상조소야) : 서로의 덕을 없애는 것을 돕는 결과가 됩니다.
夫凍者假衣於春(부동자가의어춘) : 헐벗은 사람이 봄에 가서야 옷을 빌리고,
暍者反冬乎冷風(갈자반동호랭풍) : 더위를 먹은 사람이 겨울이 되어서도 찬바람을 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夫楚王之爲人也(부초왕지위인야) : 초나라 임금의 사람됨은
形尊而嚴(형존이엄) : 형식적으로는 존엄합니다.
其於罪也(기어죄야) : 죄에 대해
無赦如虎(무사여호) : 용서를 하지 않기로는 호랑이와 같습니다.
非夫佞人正德(비부녕인정덕) : 말재주가 있고 올바른 덕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其孰能橈焉(기숙능요언) : 어느 누가 그를 설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故聖人(고성인) : 그러므로 성인은
其窮也使家人忘其貧(기궁야사가인망기빈) : 자신이 곤궁할 때에는 식구들이 가난함을 잊게 만들고,
其達也使王公忘爵祿而化卑(기달야사왕공망작록이화비) : 출세했을 때에는 임금이나 대신들이 벼슬과 녹을 잊고 스스로 겸허하도록 만듭니다.
其於物也(기어물야) : 외물에 대해서는
與之爲娛矣(여지위오의) : 외물과 동화하여 즐기고,
其於人也(기어인야) : 사람들에 대해서는
樂物之通而保己焉(락물지통이보기언) : 도가 서로 통하게 하고 즐김으로써 자기의 본성을 보전합니다.
故或不言而飮人以和(고혹불언이음인이화) :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로 하여금 화합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고,
與人竝立而使人化(여인병립이사인화) :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동화되게 만듭니다.
父子之宜(부자지의) : 아버지와 아들 같은 정으로
彼其乎歸居(피기호귀거) : 그들을 모두 귀착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而一閒其所施(이일한기소시) :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도
其於人心者(기어인심자) : 그가 세상에 베푸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효과는
若是其遠也(약시기원야) : 이처럼 큽니다.
故曰待公閱休(고왈대공열휴) : 그래서 공열휴에게 부탁을 드려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2.
聖人達綢繆(성인달주무) : 성인은 만물의 혼란을 달관하고,
周盡一體矣(주진일체의) : 모든 것을 하나로 보고 있다.
而不知其然(이부지기연) : 그러면서도 자기가 그처럼 통달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性也(성야) : 천성이기 때문이다.
復命搖作而以天爲師(복명요작이이천위사) : 천명으로 되돌아가 행동하며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있는데,
人則從而命之也(인칙종이명지야) :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憂乎知(우호지) : 지혜를 의지하면 근심만이 생기며
而所行恒無幾時(이소행항무기시) : 행하는 일도 오래가지 못하여
其有止也(기유지야) : 멈춰지게 될 것이며,
若之何(약지하) : 그것은 어쩔 수도 없는 것이다.
生而美者(생이미자) : 나면서 아름다운 사람은
人與之鑑(인여지감) : 남이 그에게 거울을 주어야 그것을 보고서 자기가 아름다운 것을 알지만
不告則不知其美於人也(불고칙부지기미어인야) : 남이 말하지 않으면 자기가 남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若知之(약지지) : 그러나 그것을 알든
若不知之(약부지지) : 만약 모르든
若聞之(약문지) : 그것을 들었든
若不聞之(약불문지) : 만약 듣지 않았든
其可喜也終無已(기가희야종무이) : 그가 아름답다는 것은 결코 부정될 수 없는 것이며,
人之好之亦無已(인지호지역무이) : 사람들이 그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性也(성야) :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聖人之愛人也(성인지애인야) :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人與之名(인여지명) : 사람들이 그에게 성인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不告則不知其愛人也(불고칙부지기애인야) : 그러나 남이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若知之(약지지) : 그러나 그것을 알든
若不知之(약부지지) : 만약 모르든,
若聞之(약문지) : 그것을 들었든
若不聞之(약불문지) : 만약 듣지 못했든 간에
其愛人也終無已(기애인야종무이) : 그가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끝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人之安之亦無已(인지안지역무이) : 사람들이 그를 통하여 편하게 지내게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性也(성야) : 그것은 본성이기 때문이다.
3.
舊國舊都(구국구도) : 고국이나 고향은
望之暢然(망지창연) : 그 곳을 떠난 사람들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을 느끼게 된다.
雖使丘陵草木之緡(수사구릉초목지민) : 비록 언덕과 초목에 가려서
入之者十九(입지자십구) : 십분의 일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猶之暢然(유지창연) : 여전히 마음은 기쁜 것이다.
況見見聞聞者也(황견견문문자야) : 하물며 옛날 보던 것을 보고, 옛날 듣던 것을 들을 때는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겠는가?
以十仞之臺縣衆閒者也(이십인지대현중한자야) : 옛날에 보던 열 길의 높다란 누각이 사람들 사이에 보일 때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冉相氏得其環中以隨成(염상씨득기환중이수성) : 염상씨는 자연변화의 원리를 체득하여 되는 대로 자신을 맡겨
與物無終無始(여물무종무시) : 만물과 함께 시작도 끝도 없었으며
無幾無時(무기무시) : 시간도 없었고 시간의 흐름도 없었다.
日與物化者(일여물화자) : 매일 만물과 함께 변화해가는 사람이란
一不化者也(일불화자야) : 전혀 변화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闔嘗舍之(합상사지) : 어째서 그런 경지에 들려 하지 않는가?
夫師天而不得師天(부사천이부득사천) : 자연을 스승으로 삼으려 하면서도 자연을 스승으로 삼지 못하는 것은
與物皆殉其以爲事也若之何(여물개순기이위사야약지하) : 마음이 밖의 물건을 따라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니 어찌 하겠는가?
夫聖人未始有天(부성인미시유천) : 성인에게는 처음부터 자연의 의식도 없었다.
未始有人(미시유인) : 처음부터 사람에 대한 의식도 없었다.
未始有始(미시유시) : 처음부터 시작도 없었고,
未始有物(미시유물) : 처음부터 물건도 없었다.
與世偕行而不替(여세해행이불체) : 세상과 더불어 함께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었고,
所行之備而不洫(소행지비이불혁) : 그의 행동은 완비되어 있어 자기를 손상케 하는 일이 없었다.
其合之也若之何(기합지야약지하) : 그가 자연에 합치됨이 이와 같았으니 어떠했겠는가?
湯得其司御門尹登恒爲之傅之(탕득기사어문윤등항위지부지) : 상나라 탕임금은 사어, 문윤, 등항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從師而不囿(종사이불유) : 스승을 따르기는 하되 얽매이지는 않고
得其隨成(득기수성) : 되는 대로 내맡겼다.
爲之司其名(위지사기명) : 그 때문에 뛰어난 명성을 얻었고,
之名嬴法(지명영법) : 명성에 따를 법도도 무르익어
得其兩見(득기량현) : 명성과 법도 두 가지가 함께 세상에 드러났던 것이다.
仲尼之盡慮(중니지진려) : 공자도 사려를 다해 보았으나
爲之傅之(위지부지) : 그 때문에 결국 자연을 스승으로 삼았던 것이다.
容成氏曰(용성씨왈) : 용성씨는 말하기를
除日無歲(제일무세) : “날(日)이 없으면 해(歲)도 없고,
無內無外(무내무외) : 안이 없으면 겉도 없다.”고 했다
4.
魏瑩與田侯牟約(위형여전후모약) : 위나라 혜왕 영이 제나라 위왕 모와 맹약을 맺었는데
田侯牟背之(전후모배지) : 제나라 위왕이 그 맹약을 깼다.
魏瑩怒(위형노) : 위나라 혜왕은 화가 나서
將使人刺之(장사인자지) : 사람들을 시켜 그를 죽이려 했다.
犀首公孫衍聞而恥之曰(서수공손연문이치지왈) : 위나라 서수 공손연이 그 얘기를 듣고 부끄럽게 여겨 말했다.
君爲萬乘之君也(군위만승지군야) : “임금님께서는 만승의 군주이시면서
而以匹夫從讐(이이필부종수) : 한 남자를 시켜 원수를 갚으려고 하십니다.
衍請受甲二十萬(연청수갑이십만) : 제게 이십만의 군사를 주어
爲君攻之(위군공지) : 제나라를 공격하게 해주십시오.
虜其人民(로기인민) : 그러면 제나라 백성들을 사로잡고
係其牛馬(계기우마) : 소와 말들을 끌어와
使其君內熱發於背(사기군내열발어배) : 제나라 임금이 속이 타 등창이 터지게 만들겠습니다.
然後拔其國(연후발기국) : 그런 뒤에 나라를 빼앗겠습니다.
忌也出走(기야출주) : 제나라 장수 전기를 도망치게 만들고
然後抶其背(연후질기배) : 등을 쳐
折其脊(절기척) : 허리를 부러뜨려 버리겠습니다.”
季子聞而恥之曰(계자문이치지왈) : 위나라의 계자는 이 얘기를 듣고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築十仞之城(축십인지성) : “열길 높이의 성을 쌓았을 때,
城者旣十仞矣(성자기십인의) : 그 열길 높이의 성을
則又壞之(칙우괴지) : 다시 허물어버린다면
此胥靡之所苦也(차서미지소고야) : 이것을 쌓은 일꾼들이 고생만 한 결과가 됩니다.
今兵不起七年矣(금병불기칠년의) :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지 칠 년이 되었는데,
此王之基也(차왕지기야) : 이것은 정치의 기반입니다.
衍亂人(연란인) : 공손연은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니
不可聽也(불가청야) :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華子聞而醜之曰(화자문이추지왈) : 위나라 화자가 다시 이 말을 듣고서 좋지 않게 생각하며 말했다.
善言伐齊者(선언벌제자) : “제나라를 정벌하자는 얘기를 하는 자는
亂人也(란인야) :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善言勿伐者(선언물벌자) : 제나라를 정벌하지 말자고 말하는 자도
亦亂人也(역란인야) : 역시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謂伐之與不伐亂人也者(위벌지여불벌란인야자) : 제나라를 정벌하자고 말하는 자와 제나라를 정벌하지 말자고 말하는 자가 혼란을 일삼는 자라고 말하는 자도
又亂人也(우란인야) : 역시 혼란을 일삼는 자입니다.”
君曰(군왈) : 위나라 혜왕이 말했다.
然則若何(연칙약하) :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曰君求其道而已矣(왈군구기도이이의) : 화자가 말하기를, “올바를 도를 따르기만 하시면 됩니다.”
惠子聞之而見戴晉(혜자문지이견대진) : 혜자가 그 말을 듣고서 대진인을 혜왕에게 소개했다.
戴晉人曰(대진인왈) : 대진인이 혜왕에게 말했다.
有所謂蝸者(유소위와자) : “소위 달팽이라는 것을
君知之乎(군지지호) : 알고 계십니까?”
曰然(왈연) : 혜왕이 말하기를, “알고 있습니다.”
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유국어와지좌각자왈촉씨) : 대진인이 말하기를,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 하나가 있었는데 촉씨라 불렀습니다.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유국어와지우각자왈만씨) :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도 한 나라가 있었는데 만씨라고 불렀습니다.
時相與爭地而戰(시상여쟁지이전) : 그런데 이 두 나라가 땅을 서로 빼앗으려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伏尸數萬(복시수만) : 쓰러진 시체가 수만 명이나 되었고,
逐北旬有五日而後反(축북순유오일이후반) : 도망치는 자들을 추격하여 십오일 만에야 되돌아 왔습니다.”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噫其虛言與(희기허언여) : “아, 그 무슨 허무맹랑한 얘기입니까?”
曰臣請爲君實之(왈신청위군실지) : 대진인이 말하기를, “저는 임금님께서 사실을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君以意在四方上下有窮乎(군이의재사방상하유궁호) : 사방과 하늘과 땅을 생각할 때 한계가 있다고 여기십니까?”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無窮(무궁) :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曰知遊心於無窮(왈지유심어무궁) : 대진인이 말하기를, “마음을 한계도 없는 경지에서 노닐게 할 줄 안다면
而反在通達之國(이반재통달지국) : 돌이켜 이 세상의 나라를 생각해 볼 때,
若存若亡乎(약존약망호) :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존재가 되지 않겠습니까?”
君曰然(군왈연) : 혜왕이 말했다.“그렇겠지요.”
君曰無辯(군왈무변) :
客出而君惝然若有亡也(객출이군창연약유망야) : 대진인이 말하기를, “이 세상에는 위나라가 있습니다. 위나라 가운데 또 양나라가 있습니다. 양나라 가운데 임금님이 계십니다. 임금님이 만씨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혜왕이 말했다.
“다를 것이 없군요.”
客出(객출) : 대진인이 나가자
惠子見(혜자견) : 혜자가 알현하니
君曰(군왈) : 혜왕이 말했다.
客大人也(객대인야) : “그 손님은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聖人不足以當之(성인부족이당지) : 성인이라도 그보다 못할 것입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夫吹筦也(부취관야) : “피리를 불면
猶有嗃也(유유학야) : 피리소리가 나지만,
吹劍首者(취검수자) : 칼자루 끝에 뚫린 구멍을 불면
吷而已矣(혈이이의) : 바람 소리만 날 뿐입니다.
堯舜(요순) : 요와 순은
人之所譽也(인지소예야) :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입니다.
道堯舜於戴晉人之前(도요순어대진인지전) : 하지만 요와 순을 대진인에게 비교하여 얘기하면
譬猶一吷也(비유일혈야) : 입에서 나는 바람 소리에 불과한 존재입니다.
5.
孔子之楚(공자지초) : 공자가 초나라를 가다가
舍於蟻丘之漿(사어의구지장) : 의구산 아래 주막에서 묵었다.
其隣有夫妻臣妾登極者(기린유부처신첩등극자) : 그 때 그 이웃집의 하인 부부가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是稯稯何爲者邪(시종종하위자사) :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是聖人僕也(시성인복야) : “그는 성인이면서 하인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是自埋於民(시자매어민) : 그는 스스로 백성들 속에 자신을 묻고
自藏於畔(자장어반) : 밭 두렁 가에 자신을 숨기고 있어서
其聲銷(기성소) : 그의 명성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其志無窮(기지무궁) : 그의 뜻은 한이 없는 사람이다.
其口雖言(기구수언) : 그의 입은 비록 말하고 있으나
其心未嘗言(기심미상언) : 그의 마음은 말을 한 일이 없다.
方且與世違而心不屑與之俱(방차여세위이심불설여지구) : 또한 세상과 멀리 떨어져 그의 마음은 세상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있다.
是陸沈者也(시륙침자야) : 그는 땅속에 잠기어 있듯이 숨어 지내는 사람이다.
是其市南宜僚邪(시기시남의료사) : 그는 아마도 시남의료일 것이다.”
子路請往召之(자로청왕소지) : 자로가 가서 그를 불러오겠다고 하니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彼知丘之著於己也(피지구지저어기야) : 그는 내가 자기를 알아본 것을 알았고,
知丘之適楚也(지구지적초야) : 내가 초나라에 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以丘爲必使楚王之召己也(이구위필사초왕지소기야) : 내가 초나라에 가서 초나라 임금에게 자기를 부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彼且以丘爲佞人也(피차이구위녕인야) : 그는 또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夫若然者(부약연자) : 그런 사람들은
其於佞人也羞聞其言(기어녕인야수문기언) : 말 잘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조차도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而況親見其身乎(이황친견기신호) : 하물며 직접 만나는 것이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而何以爲存(이하이위존) : 그런데 어찌 그대로 남아 있겠느냐?”
子路往視之(자로왕시지) : 자로가 가서 보니,
其室虛矣(기실허의) : 이미 그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6.
長梧封人問子牢曰(장오봉인문자뢰왈) : 장오의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자뢰에게 말했다.
君爲政焉勿鹵莽(군위정언물로망) : “임금이 정치를 할 때는 거칠게 함부로 해서는 안되며,
治民焉勿滅裂(치민언물멸렬) : 백성을 다스림에는 소홀히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됩니다.
昔予爲禾(석여위화) : 전에 내가 벼를 심어보니,
耕而鹵莽之(경이로망지) : 밭갈이를 대충 함부로 하니
則其實亦鹵莽而報予(칙기실역로망이보여) : 벼이삭도 대충 내게 보답하고,
芸而滅裂之(운이멸렬지) : 김매는 것을 대충하니,
其實亦滅裂而報予(기실역멸렬이보여) : 벼이삭도 소홀히 아무렇게나 내게 보답을 했습니다.
予來年變齊(여래년변제) : 다음 해에는 생각을 바꾸어
深其耕而孰耰之(심기경이숙우지) : 밭을 깊게 갈고 써레질을 잘했더니,
其禾蘩以滋(기화번이자) : 벼가 잘 자라 많은 이삭을 맺어,
予終年厭飧(여종년염손) : 일년 내내 실컷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莊子聞之曰(장자문지왈) : 장자가 이 얘기를 듣고 말했다.
今人之治其形理其心(금인지치기형리기심) : “요즘 사람들이 몸을 다스리고 건사함에 있어서는
多有似封人之所謂(다유사봉인지소위) : 대부분 이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한 것과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遁其天(둔기천) :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離其性(리기성) : 그의 본성을 떠나
滅其情(멸기정) : 타고난 성정을 없애고,
亡其神(망기신) : 그의 신명을 잃고서
以衆爲(이중위) : 여러 가지 세상일에 종사한다.
故鹵莽其性者(고로망기성자) : 그러므로 그의 본성을 거칠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欲惡之孼爲性(욕악지얼위성) : 욕망과 증오의 움이 터서 그의 성격을 이룬다.
萑葦蒹葭(추위겸가) : 갈대 같은 잡초들이 자라나
始萌以扶吾形(시맹이부오형) : 처음 싹이 틀 때에는 나의 몸에 도움을 줄 듯이 보이지만
尋擢吾性(심탁오성) : 곧 나의 본성을 뽑아버려,
竝潰漏發(병궤루발) : 위쪽은 무너지고 아래쪽은 새면서
不擇所出(불택소출) :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퍼져나간다.
漂疽疥癰(표저개옹) : 그래서 종기와 부스럼이 생기고,
內熱溲膏是也(내열수고시야) : 열병에 걸리고, 당뇨병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7.
柏矩學於老聃曰(백구학어노담왈) : 백구가 노자에게 배우고 있을 때 말했다
請之天下遊(청지천하유) : “천하를 다니며 노닐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天下猶是也(천하유시야) : 천하도 이곳이나 같은 것이다.”
又請之(우청지) : 그러나 다시 요청하니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물었다.
汝將何始(여장하시) : “어디서부터 유람을 시작하겠느냐?”
曰始於齊(왈시어제) : 백구가 말하기를, “제나라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至齊(지제) : 백구는 제나라로 가서
見辜人焉(견고인언) : 처형당한 시체를 보고는
推而强之(추이강지) : 밀어 바로 눕히고
解朝服而幕之(해조복이막지) : 자기의 예복을 벗어 그 시체를 덮어주고
號天而哭之曰(호천이곡지왈) : 하늘을 보며 통곡하여 말했다.
子乎子乎(자호자호) : 자네여 자네여
天下有大菑(천하유대치) : “아! 천하에는 큰 재난이 많은데
子獨先離之(자독선리지) : 그대 홀로 먼저 당하였구나.
曰莫爲盜(왈막위도) : 이르기를, 그대는 도둑질을 한 것은 아니었나?
莫爲殺人(막위살인) :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나?
榮辱立(영욕립) : 영예와 치욕을 따지게 된
然後覩所病(연후도소병) : 뒤에야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貨財聚(화재취) : 재물을 모으게 된
然後覩所爭(연후도소쟁) : 뒤에야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今立人之所病(금립인지소병) : 지금 세상에서는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는 일들을 내세우고,
聚人之所爭(취인지소쟁) : 사람들을 다투게 하는 것을 모음으로써
窮困人之身使無休時(궁곤인지신사무휴시) : 사람들의 몸을 쉴 새도 없이 곤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欲無至此(욕무지차) : 그러니 그대와 같은 처지를 당하지 않으려 한들
得乎(득호) : 할 수가 있겠는가?
古之君人者(고지군인자) : 옛날의 임금들은
以得爲在民(이득위재민) : 이득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失爲在己(이실위재기) : 손실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以正爲在民(이정위재민) : 정당한 것은 백성들에게 돌리고,
以枉爲在己(이왕위재기) : 비뚤어진 것은 자기에게로 돌렸었다.
故一形有失其形者(고일형유실기형자) : 그러므로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실수가 있을 때에는
退而自責(퇴이자책) : 물러나서 스스로를 책망했던 것이다.
今則不然(금칙불연) :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匿爲物而過不識(익위물이과불식) : 숨어서 일을 결정하고는 알지 못하는 자들을 우롱하며,
大爲難而罪不敢(대위난이죄불감) : 어려운 일을 하게 하고서 하지 못하는 자들을 벌준다.
重爲任而罰不勝(중위임이벌불승) : 무거운 임무를 맡겨 놓고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을 처벌한다.
遠其塗而誅不至(원기도이주불지) : 먼길을 가게하고 이르지 못하는 자들을 처형한다.
民知力竭(민지력갈) : 그리고 백성들의 능력과 지혜가 다하면
則以僞繼之(칙이위계지) : 곧 허위로 일을 충당한다.
日出多僞(일출다위) : 위정자가 날로 허위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되면
士民安取不僞(사민안취불위) : 백성들이 어떻게 허위의 일을 하지 않게 되겠는가?
夫力不足則僞(부력부족칙위) : 힘이 부족하면 속이게 되고,
知不足則欺(지부족칙기) : 지혜가 부족하게 되면 자기를 놓게 되며,
財不足則盜(재부족칙도) : 재물이 부족하게 되면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盜竊之行(도절지행) : 도둑질이 행해지는 것을
於誰責而可乎(어수책이가호) :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되겠는가?”
8.
蘧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 : 거백옥은 나이 육십이 되는 동안 육십 번이나 태도가 바뀌었다.
未嘗不始於是之而卒泏之以非也(미상불시어시지이졸출지이비야) : 처음에는 옳다고 했던 일도 나중에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모두 부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 :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지난 오십구년 동안 부정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萬物有乎生而莫見其根(만물유호생이막견기근) : 만물은 생존하고 있지만 그 근원을 볼 수는 없다.
有乎出而莫見其門(유호출이막견기문) : 만물은 사멸되고 있지만 사멸되어 가는 문은 볼 수가 없다.
人皆尊其知之所知(인개존기지지소지) :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지혜로써 알고 있는 사실을 존중한다.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이막지시기지지소부지) : 그러나 지혜로 알지 못하는 일에 의지해야만
而後知可(이후지가) : 지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不謂大疑乎(이후지가불위대의호) : 그러니 크게 미혹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已乎已乎(이호이호) : 내게 있어서도 그런 것인저
且無所逃(차무소도) : 또한 그런 시비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此所謂然與(차소위연여) : 그러니 이른바 그런 대로
然乎(연호) : 그렇게 지내야만 하는 것인가
9.
仲尼問於太史大弢(중니문어태사대도) : 공자가 태사인 대도,
伯常騫(백상건) : 백상건,
狶韋曰(희위왈) : 희위에게 말했다.
夫衛靈公飮酒湛樂(부위령공음주담락) : “위나라 영공은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에 빠져
不聽國家之政(불청국가지정) : 국가의 정치는 돌보지도 않았고,
全獵畢弋(전렵필익) : 사냥에 빠져
不應諸侯之際(불응제후지제) : 제후들과의 모임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其所以爲靈公者何邪(기소이위영공자하사) : 그런데도 영공이라는 시호를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大弢曰(대도왈) : 대도가 말했다.
是因是也(시인시야) : “그것은 바로 이래서입니다.”
伯常騫曰(백상건왈) : 백상건이 말했다.
夫靈公有妻三人(부영공유처삼인) : “영공에게는 세 사람의 처가 있었는데
同濫而浴(동람이욕) : 그들과 같은 욕조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史鰌奉御而進所(사추봉어이진소) : 그러나 사추가 명을 받들어 임금이 있는 곳에 나올 때는
搏幣而扶翼(박폐이부익) : 마중 나가 부축하여 주었습니다.
其慢若彼之甚也(기만약피지심야) : 처들과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도,
見賢人若此其肅也(견현인약차기숙야) : 현명한 사람을 만날 때는 그처럼 공경을 다했던 것입니다.
是其所以爲靈公也(시기소이위영공야) : 이것이 그에게 영공이란 시호가 주어진 까닭입니다.”
狶韋曰(희위왈) : 희위가 말했다.
夫靈公也死(부영공야사) : “영공이 죽었을 때,
卜葬於故墓不吉(복장어고묘불길) : 옛 무덤에 장사 지내려 하니 점괘가 불길하다고 나왔습니다.
卜葬於沙丘而吉(복장어사구이길) : 모래 언덕에 장사 지내는 것이 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掘之數仞(굴지수인) : 그래서 모래 언덕을 몇 길 파 내려가자
得石槨焉(득석곽언) : 돌로 된 석관이 나왔습니다.
洗而視之(세이시지) : 그 석관을 씻고 보니
有銘焉(유명언) :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曰不馮其子(왈불풍기자) : “자식은 의지할 만한 것이 못된다.
靈公奪而里之(영공탈이리지) : 영공이 이 곳을 빼앗아 ane는다.”
夫靈公之爲靈也久矣(부영공지위영야구의) : 영공에게 신령스럽다는 의미의 영공이라는 칭호가 주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之二人何足以識之(지이인하족이식지) : 앞의 두 사람들이 어찌 이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10.
少知問於大公調曰(소지문어대공조왈) : 소지가 대공조에게 물었다.
何謂丘里之焉(하위구리지언) : “고을의 여론이란 무엇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丘里者(구리자) : “고을이란
合十姓百名而以爲風俗也(합십성백명이이위풍속야) : 성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풍속을 형성하는 것이다.
合異以爲同(합리이위동) : 각기 다른 요소들을 합쳐 같은 하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散同以爲異(산동이위이) : 같은 하나를 나누어 보면 각기 다른 것이 된다.
今指馬之百體而不得馬(금지마지백체이부득마) : 말 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놓고서 말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而馬係於前者(이마계어전자) : 말이 우리 앞에 매여 있을 때
立其百體而謂之馬也(립기백체이위지마야) : 몸의 모든 부분이 합치되어 서 있기 때문에 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是故丘山積卑而爲高(시고구산적비이위고) : 그러므로 언덕과 산도 낮은 흙들이 쌓인 것들이 모여 높아진 것이며,
江河合小而爲大(강하합소이위대) : 강물도 시냇물이 합쳐져서 커진 것이다.
大人合幷而爲公(대인합병이위공) : 그처럼 위대한 사람이란 모든 개인을 합쳐서 공(公)을 이루는 것이다.
是以自外入者(시이자외입자) : 그러므로 밖에서 어떤 의견이 제시되면
有主而不執(유주이불집) : 자기의 다른 생각이 있다 해도 자기 생각에만 집착되지 않는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그리고 자기가 제시한 의견이
有正而不距(유정이불거) : 올바르다 해도 남의 의견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四時殊氣(사시수기) : 사계절은 각기 기후가 다르지만
天不賜(천불사) : 하늘은 한편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歲成(고세성) : 그러므로 한 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五官殊職(오관수직) : 다섯 가지 관직은 직책이 서로 다르지만
君不私(군불사) : 임금이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國治(고국치) : 그러므로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文武殊能(문무수능) : 문인과 무인은 기능이 다르지만
大人不賜(대인불사) : 위대한 사람은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故德備(고덕비) : 그의 덕이 완비되는 것이다.
萬物殊理(만물수리) : 만물은 이치가 서로 다르지만,
道不私(도불사) : 도가 사사로이 치우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故無名(고무명) : 이름 없는 무명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無名故無爲(무명고무위) : 도는 무명이기 때문에 무위하다.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 무위하지만 어떤 변화나 존재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다.
時有終始(시유종시) : 시간은 시작과 끝이 있고
世有變化(세유변화) : 세상에는 변화가 있다.
禍福淳淳(화복순순) : 화와 복은 흘러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至有所拂者而有所宜(지유소불자이유소의) : 어떤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自殉殊面(자순수면) : 모두가 제각기 따르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有所正者有所差(유소정자유소차) : 한편에서는 바르다고 인정되는 것이 다른 한 편에서는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
比於大澤(비어대택) : 커다란 늪지에 비교를 하면
百材皆度(백재개도) : 갖가지 동식물이 한군데 어울려 살고 있는 것과 같다.
觀於大山(관어대산) : 큰산에 빗대어 보면
木石同壇(목석동단) : 나무나 바위들이 다 같은 터전 위에 놓여 있는 것과 같다.
此之謂丘里之言(차지위구리지언) : 이것을 고을의 여론이라 하는 것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然則謂之道(연칙위지도) : “그렇다면 그것을 도라고 해도
足乎(족호) : 되겠습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今計物之數(금계물지수) : 세상의 물건의 수를 따져 보면
不止於萬(부지어만) : 만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而期曰萬物者(이기왈만물자) : 그런데도 만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以數之多者號而讀之也(이수지다자호이독지야) : 숫자 중에서 많은 단위를 빌어서 표현한 것이다.
是故天地者(시고천지자) : 그리고 하늘과 땅이라는 것은
形之大者也(형지대자야) : 형체 중에서 큰 것이며,
陰陽者(음양자) : 음과 양이라는 것은
氣之大者也(기지대자야) : 기 중에서 큰 것이다.
道者爲之公(도자위지공) : 도라는 것은 그것들 전체에 대해 공정히 작용하는 것이다.
因其大而號以讀之(인기대이호이독지) : 그것의 위대함을 근거로 하여 그것을 도라고 부른다면
則可也(칙가야) : 괜찮을 것이다.
已有之矣(이유지의) : 그러나 이미 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면
乃將得比哉(내장득비재) : 곧 다른 물건과 상대적인 것이 될 것이다.
則若以斯辯(칙약이사변) : 만약 이와 같이 논한다면,
譬猶狗馬(비유구마) : 비유를 들면 여론과 도는 개와 말이나 같은 것이 되어
其不及遠矣(기불급원의) : 도의 진실함이 멀리 미치지 못하는 것이 된다.”
11.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四方之內(사방지내) : “사방 안,
六合之裏(육합지리) : 천지의 속에
萬物之所生惡起(만물지소생악기) : 만물의 발생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陰陽相照(음양상조) : “음과 양이 서로 작용하여
相蓋相治(상개상치) : 서로 해치기도 하고 서로 다스리기도 한다.
四時相代(사시상대) : 사계절이 서로 엇바뀌면서
相生相殺(상생상살) : 서로 발생하게 하기도 하고, 서로 죽이기도 한다.
欲惡去就(욕악거취) : 욕망과 증오와 버리고
於是橋起(어시교기) : 취하는 생각들이 여기에서 문득 일어나,
雌雄片合(자웅편합) : 암놈과 수놈이 결합함으로써
於是庸有(어시용유) :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安危相易(안위상역) : 안락과 위험이 서로 바뀌며,
禍福相生(화복상생) : 화와 복이 서로 번갈아 발생하고,
緩急相摩(완급상마) : 더딘 것과 다급한 것이 서로 엇갈리며
聚散以成(취산이성) :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현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此名實之可紀(차명실지가기) : 이런 명분과 실태는 조리를 이룰 수도 있으며
精微之可志也(정미지가지야) : 그 정미한 작용은 기술할 수도 있는 것이다.
隨序之相理(수서지상리) : 모든 것은 질서를 따라서 서로 다스려지며
橋運之相使(교운지상사) : 운행의 오르내림에 의해 서로 작용을 하여,
窮則反(궁칙반) : 궁해지면 되돌아오고
終則始(종칙시) : 끝나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此物之所有(차물지소유) : 이것이 만물이 지니고 있는 현상이다.
言之所盡(언지소진) : 따라서 그것은 말로도 표현할 수 있고
知之所至(지지소지) : 지혜로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인데,
極物而已(극물이이) : 물건의 현상을 정리할 뿐이기 때문이다.
覩道之人(도도지인) : 그러나 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不隨其所廢(불수기소폐) :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不原其所起(불원기소기) : 물건이 생겨나는 근원을 따지지도 않는다.
此議之所止(차의지소지) : 이것은 논리로써 논할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少知曰(소지왈) : 소지가 말했다.
季眞之莫爲(계진지막위) : “계진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없다는 사람과
接子之或使(접자지혹사) : 첩자처럼 자연의 주재자가 있다는 사람이 있는데,
二家之議(이가지의) : 두 사람의 설 중에
孰正於其情(숙정어기정) : 어느 것이 진실이고
孰徧於其理(숙편어기리) : 어느 것이 진리입니까?”
大公調曰(대공조왈) : 대공조가 말했다.
鷄鳴狗吠(계명구폐) : “닭이 울고 개가 짖는 것은
是人之所知(시인지소지) :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다.
雖有大知(수유대지) : 그러나 비록 위대한 지혜를 지녔다 해도
不能以言讀其所自化(불능이언독기소자화) : 그것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又不能以意測其所將爲(우불능이의측기소장위) : 또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추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斯而析之(사이석지) : 이렇게 분석해 나가면
精至於無倫(정지어무륜) : 지극히 정미한 경지에 이르게 되고,
大至於不可圍(대지어불가위) : 크게는 한정지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或之使(혹지사) : 그러니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고 하는 이론은
未免於物(미면어물) : 물건의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어서
而終以爲過(이종이위과) : 결국은 잘못된 것이다.
或使則實(혹사칙실) : 주재자가 있으면 작용이 실재적인 것이 되고,
莫爲則虛(막위칙허) : 주재자가 없다면 작용도 허무한 것이 된다.
有名有實(유명유실) : 따라서 이름이 있고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是物之居(시물지거) : 현상계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며,
無名無實(무명무실) : 이름도 없고 사실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在物之虛(재물지허) : 현상계를 공허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可言可意(가언가의) : 말로 표현할 수 있고 마음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지만,
言而愈疏(언이유소) : 도란 말로 표현할수록 진실과는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未生不可忌(미생불가기) : 물건이 생겨나기 전에 생겨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는 것이며,
已死不可徂(이사불가조) : 이미 죽어버린 것을 죽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死生非遠也(사생비원야) : 죽음과 삶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만
理不可覩(리불가도) : 그 원리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或之使(혹지사) : 주재자가 있다거나
莫之爲(막지위) : 주재자가 없다는 설은
疑之所假(의지소가) : 결국 억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吾觀之本(오관지본) : 내가 보건대 만물의 근본은
其往無窮(기왕무궁) : 알아보려 해도 끝이 없는 것이다.
吾求之末(오구지말) : 내가 추구해 보건대 만물의 종말은
其來無止(기래무지) : 오는 곳이 한정이 없는 것이다.
無窮無止(무궁무지) : 끝도 없고 한정도 없으니,
言之無也(언지무야) : 그것을 무로써 표현할 때
與物同理(여물동리) : 비로소 물건의 실리와 합치되게 되는 것이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는 것은
言之本也(언지본야) : 이론의 출발점으로써
與物終始(여물종시) : 만물과 더불어 영원히 부침할 것이다.
道不可有(도불가유) : 도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有不可無(유불가무) : 도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道之爲名(도지위명) : 도라는 이름은
所假而行(소가이행) : 가정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或使莫爲(혹사막위) : 주재자가 있고 없다는 것은
在物一曲(재물일곡) : 물건의 일단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지,
夫胡爲於大方(부호위어대방) : 어찌 자연의 위대한 도를 놓고서 말할 수 있겠는가?
言而足(언이족) : 도를 말로써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면
則終日言而盡道(칙종일언이진도) : 하루종일 말하면 도를 형용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言而不足(언이부족) : 도를 말로써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이라면
則終日言而盡物(칙종일언이진물) : 하루 종일 말을 해도 물건에 대한 얘기에 그칠 것이다.
道物之極(도물지극) : 도란 물건의 극치이므로
言黙不足以載(언묵부족이재) : 말이나 침묵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非言非黙(비언비묵) : 말도 아니고 침묵도 아닌 경지에서
議有所極(의유소극) : 그런 도의 극치는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外物
1.
外物不可必(외물불가필) : 외부의 사물들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故龍逢誅(고용봉주) : 그렇기 때문에 용봉은 충신이면서도 처형당했고,
比干戮(비간륙) : 비간은 충간을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箕子狂(기자광) : 주왕의 서형 기자는 미친 척하고 살았고,
惡來死(악래사) : 간신 악래도 죽음을 당하였으며,
桀紂亡(걸주망) : 걸왕과 주왕도 결국은 멸망했다.
人主莫不欲其臣之忠(인주막불욕기신지충) : 임금이라면 누구나 그의 신하들이 충성스럽기를 바라지만,
而忠未必信(이충미필신) : 충신이라고 반드시 신임을 받는 것은 아니다.
故伍員流于江(고오원류우강) : 그래서 오나라 오자서는 충신이면서도 사형을 당하여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萇弘死于蜀(장홍사우촉) : 주나라 장홍은 죄 없이 촉 땅에서 죽어야 했다.
藏其血三年而化爲碧(장기혈삼년이화위벽) : 그를 장사 지낸 지 3년 만에 그의 피는 변하여 푸른 구슬이 되었다 한다.
人親莫不欲其子之孝(인친막불욕기자지효) :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효성스럽기를 바란다.
而孝未必愛(이효미필애) : 그러나 효자라고 반드시 사랑 받는 것은 아니다.
故孝己憂而曾參悲(고효기우이증삼비) : 그래서 은나라의 효기는 계모로 인해 근심 속에 살았고, 증삼은 아버지의 미움을 사서 슬픔 속에 지냈다.
木與木相摩則然(목여목상마칙연) : 나무와 나무를 비비면 불이 붙고,
金與火相守則流(김여화상수칙유) : 쇠가 불 속에 오래 있으면 녹는다.
陰陽錯行(음양착행) : 음과 양의 기운이 섞이면
則天地大絯(칙천지대해) : 하늘과 땅이 크게 놀라 움직인다.
於是乎有雷有霆(어시호유뢰유정) : 그래서 천둥과 번개가 생기는 것이다.
水中有火(수중유화) : 그래서 빗줄기 속에서도 벼락에 맞아
乃焚大槐(내분대괴) : 큰 느티나무가 불타기도 하는 것이다.
有甚憂兩陷而無所逃(유심우량함이무소도) : 사람에게는 큰 근심이 있는데 이해(利害)라는 것으로, 두 가지 중 어느 곳에 치우쳐도 그 피해로부터 도망칠 길이 없다.
螴蜳不得成(진윤부득성) : 언제나 두려워함으로써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되며,
心若懸於天地之間(심약현어천지지간) : 그의 마음은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慰暋沈屯(위민침둔) : 또 고민이 마음에 있어 근심에 잠기게 되며,
利害相摩(리해상마) : 이해에 관한 생각이 마찰을 일으켜
生火甚多(생화심다) : 불같은 욕망을 낳는다.
衆人焚和(중인분화)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의 화기(和氣)를 불태우게 된다.
月固不勝火(월고불승화) : 마음을 달처럼 비워 맑아도 본래 사람은 불같은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於是乎有僓然而道盡(어시호유퇴연이도진) : 그래서 그의 모든 것이 무너져 올바른 도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2.
莊周家貧(장주가빈) : 장자가 집이 가난하여
故往貸粟於監河侯(고왕대속어감하후) :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監河侯曰(감하후왈) : 감하후가 말했다.
諾我將得邑金(낙아장득읍금) : “좋습니다. 영지의 세금을 거둬들여
將貸子三百金(장대자삼백금) : 선생에게 삼백금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可乎(가호) : 찮겠습니까?”
莊周忿然作色曰(장주분연작색왈) : 장자는 화가나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다.
周昨來(주작래) :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데
有中道而呼者(유중도이호자) : 도중에 나를 부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周顧視車轍中(주고시차철중) : 돌아다보니 수레바퀴자국 가운데에
有鮒魚焉(유부어언) : 붕어가 있었습니다.
周問之曰(주문지왈) : 장자가 그것을 물었습니다
鮒魚來(부어래) : ‘붕어야,
子何爲者邪(자하위자사) :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對曰(대왈) :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我東海之波臣也(아동해지파신야) : ‘저는 동해 용왕의 신하입니다.
君豈有斗升之水而活我哉(군기유두승지수이활아재) :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이 있으면 저를 살려주시겠습니까.’
周曰(주왈) : 장주가 말했습니다.
諾我且南遊吳越之土(낙아차남유오월지토) : ‘그런가, 내가 남쪽의 오나라와 초나라의 임금을 설득시켜
激西江之水而迎子(격서강지수이영자) : 서강의 물을 끌어다가 너를 맞이하도록 하겠다.
可乎(가호) : 찮겠는가?’
鮒魚忿然作色曰(부어분연작색왈) : 붕어는 성이 나서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습니다.
吾失我常與(오실아상여) : ‘저는 제가 늘 필요로 하는 물을 잃고 있어서
我無所處(아무소처) : 당장 몸 둘 곳이 없습니다.
吾得斗升之水然活耳(오득두승지수연활이) : 저는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君乃言此(군내언차) : 선생의 말 대로하려면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증불여조색아어고어지사) : 차라리 저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3.
任公子爲大鉤巨緇(임공자위대구거치) : 임공자가 큰 낚시와 굵고 검은 줄을 준비한 다음
五十緇以爲餌(오십치이위이) : 오십 마리의 황소를 미끼로
蹲乎會稽(준호회계) : 회계산에 걸터앉아
投竿東海(투간동해) : 낚싯대를 동해에 던졌다.
旦旦而釣(단단이조) : 매일같이 낚시질을 계속했으나
期年不得魚(기년부득어) : 일년이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했다.
已而大魚食之(이이대어식지) : 그러나 결국은 큰 고기가 낚시를 물더니
牽巨鉤(견거구) : 낚싯대를 끌고
錎沒而下(함몰이하) :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騖揚而奮鬐(무양이분기) : 뛰어오르면서 등지느러미를 떨치니,
白波若山(백파약산) :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솟아오르면서
海水震蕩(해수진탕) : 바닷물이 진동했다.
聲侔鬼神(성모귀신) : 그 소리는 귀신들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憚赫千里(탄혁천리) : 천리나 떨어진 곳의 사람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했다.
任公子得若魚(임공자득약어) :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서
離而腊之(리이석지) : 썰어 건포로 만들었다.
自制河以東(자제하이동) : 절강 동쪽으로부터
蒼梧已北(창오이북) : 창오 북쪽에 이르는 사람들이
莫不厭若魚者(막불염약어자) : 모두 그 고기를 실컷 먹었다.
已而後世輇才諷說之徒(이이후세전재풍설지도) : 후에 세상에서 재주를 겨루며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皆驚而相告也(개경이상고야) : 모두 놀라며 이 얘기를 전했다.
夫揭竿累(부게간루) : 작은 낚싯대와 가는 줄로
趨灌瀆(추관독) : 도랑에 가서
守鯢鮒(수예부) : 송사리나 붕어를 노리는 낚시를 하면서
其於得大魚難矣(기어득대어난의) : 큰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飾小說以干縣令(식소설이간현령) : 그처럼 쓸데없는 작은 이론들을 꾸며내 가지고서는 높은 명성을 추구해 보았자,
其於大達亦遠矣(기어대달역원의) : 크게 출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是以未嘗聞任氏之風俗(시이미상문임씨지풍속) : 그러므로 임공자의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其不可與經於世亦遠矣(기불가여경어세역원의) : 세상에서 제대로 행세할 수 없을 것이다
4.
儒以詩禮發冢(유이시례발총) : 유학자가 시경과 예기를 근거로 남의 무덤을 도굴했다.
大儒臚傳曰(대유려전왈) : 함께 간 큰선비가 무덤 위에서 아래쪽에 대고 말했다.
東方作矣(동방작의) : “동녘이 밝아오는데
事之何若(사지하약) : 일이 어찌 되고 있는가?”
小儒曰(소유왈) : 작은 선비가 말했다.
未解裙襦(미해군유) : ‘시의를 아직 다 벗기지 못했습니다
口中有珠(구중유주) : 입 속에 구슬이 있습니다.’
詩固有之曰(시고유지왈) : 큰선비가 말하기를, “시경에 이르기를
靑靑之麥(청청지맥) : ‘푸른 보리가
生於陵陵(생어릉릉) : 무덤 가에 자라고 있네.
生不佈施(생불포시) : 살아서 은혜를 베풀지도 못하고서
死何含珠爲(사하함주위) : 죽어서 어찌 구슬을 물겠는가?’라고 했네
接其鬢(접기빈) : 그 놈의 머리를 잡고
壓其劌(압기귀) : 그의 턱수염을 누른 다음,
而以金椎控其頤(이이금추공기이) : 쇠망치로 그의 턱을 쳐서
徐別其頰(서별기협) : 천천히 그의 볼까지 벌리고,
無傷口中珠(무상구중주) : 입 속의 구슬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잘 꺼내게.”
5.
老萊子之弟子出取薪(노래자지제자출취신) : 노래자의 제자가 땔나무를 하러 갔다가
遇仲尼(우중니) : 공자를 만나고
反以告(반이고) : 돌아와 말했다.
曰有人於彼(왈유인어피) : “저기 한 사람이 있는데,
修上而趨下(수상이추하) : 상체는 길고 하체는 짧으며
말루이後耳(말루이후이) : 등은 꼽추에다 귀는 머리 뒤편에 붙어 있었습니다.
視若營四海(시약영사해) : 그러나 눈빛은 세상을 다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不知其誰氏之子(부지기수씨지자) : 그는 누구의 아들일까요?”
老萊子曰(노래자왈) : 노래자가 말했다.
是丘也(시구야) : “그가 공자다.
召而來(소이래) : 불러오너라.”
仲尼至(중니지) : 공자가 오자
曰丘(왈구) : 노래자가 말했다.
去汝躬矜與汝容知(거여궁긍여여용지) : “그대 몸의 오만함과 얼굴에 나타난 지혜로움을 버려야 한다.
斯爲君子矣(사위군자의) : 그래야만 군자가 될 것이다.”
仲尼揖而退(중니읍이퇴) : 공자가 읍을 하고 물러서서
蹙然改容而問曰(축연개용이문왈) : 송구스러운 듯 용모를 바로잡고 말했다.
業可得進乎(업가득진호) : “그러면 저의 배움도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老萊子曰(노래자왈) : 노래자가 말했다.
夫不忍一世之傷而驚萬世之患(부불인일세지상이경만세지환) : “그대는 일세의 혼란을 참지 못하고 만세의 환란을 가볍게 보고 있다.
抑固窶邪(억고구사) : 그렇지 않다면 본시 그대의 재능이 형편없는 것인가?
亡其略弗及邪(망기약불급사) : 지략이 없어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
惠以歡爲鷔(혜이환위오) : 그대는 신이 나서 그렇게 하고 있겠지만,
終身之醜(종신지추) : 평생의 치욕이 될 것이다.
中民之行進焉耳(중민지행진언이) : 보통 사람들의 행동은 영향을 받기 쉬운 것이다.
相引以名(상인이명) : 서로의 명성의 위해 끌어당기며,
相結以隱(상결이은) : 서로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맺어지는 것이다.
與其譽堯而非桀(여기예요이비걸) : 요임금을 칭송하고 걸왕을 비난하느니
不如兩忘而閉其所非譽(불여량망이폐기소비예) : 차라리 두가지를 다 잊고 칭송과 비난을 멈추는 것이 더 좋다
反無非傷也(반무비상야) : 도리어 손상을 받지 않는 일이 없다.
動無非邪也(동무비사야) : 활동하면 사악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聖人躊躇(성인주저) : 성인은 조심하면서
以興事(이흥사) : 일을 함으로써
以每成功(이매성공) : 언제나 성공을 하는 것이다.
奈何哉其載焉終矜爾(내하재기재언종긍이) : 어쩌겠는가, 그대의 행위를 끝내 교만하게 하겠는가?”
6.
宋元君夜半(송원군야반) : 송나라 원군이 밤에
而夢人被髮窺阿門曰(이몽인피발규아문왈) : 꿈에서 사람이 산발을 하고 곁문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予自宰路之淵(여자재로지연) : “저는 재로의 연못에서 왔습니다.
予爲淸江使河伯之所(여위청강사하백지소) : 청강 신의 사자로 황하의 신에게 가다
漁者余且得予(어자여차득여) : 여저라는 어부에게 잡혔습니다.”
元君覺(원군각) : 원군은 깨어나서
使人占之曰(사인점지왈) : 사람을 시켜 꿈을 점치게 했다.
此神龜也(차신구야) : “이는 신령스런 거북입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漁者有余且乎(어자유여차호) : “고기잡이 중에 여저라는 사람이 있는가?”
左右曰有(좌우왈유) : 신하들이 말하기를,“있습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令余且會朝(령여차회조) : “여저를 데리고 와라“
明日(명일) : 다음날
如此朝(여차조) : 여저가 아침에 오자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漁何得(어하득) : “고기잡이를 하다가 무엇을 잡았느냐?”
對曰(대왈) : 여저가 대답했다.
且之網得白龜焉(차지망득백구언) : “제 그물에 흰 거북이 걸렸습니다.
其圓五尺(기원오척) : 거북의 직경이 다섯 자나 됩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명령했다.
獻若之龜(헌약지구) : “그 거북이를 내게 가져오거라.”
龜至(구지) : 거북이 도착하자
君再欲殺之(군재욕살지) : 원군은 거북을 죽일려 하기도 하고
再欲活之(재욕활지) : 다시 살리려하기도 하여
心疑(심의) :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卜之(복지) : 점을 치게 하니
曰殺龜以卜吉(왈살구이복길) : 거북을 죽여서 그 등껍질로 점을 치면 길하다는 것이었다.
乃刳龜以卜(내고구이복) : 이에 거북을 잡아
七十二鑽而無遺筴(칠십이찬이무유협) : 일흔두번이나 구멍을 뚫으며 점을 치니 맞지 않는 일이 없었다.
仲尼曰(중니왈) : 이에 대해 공자가 말했다.
神龜能見夢於元君(신구능견몽어원군) : “신령스런 거북의 능력은 원군의 꿈에 나타날 줄은 알면서도
而不能避余且之網(이불능피여차지망) : 여저의 그물을 피하지는 못했다.
知能七十二鑽而無遺筴(지능칠십이찬이무유협) : 그의 지혜는 일흔두번이나 구멍을 뚫어 점을 쳐도 틀리는 일이 없을 정도이면서도
不能避刳腸之患(불능피고장지환) : 그의 내장이 도려내지는 환란을 피하지는 못했다.
如是(여시) : 이러니
則知有所困(칙지유소곤) : 지혜도 곤경에 놓이는 경우가 있고,
神有所不及也(신유소불급야) : 신령스러움으로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雖有至知(수유지지) : 비록 지극한 지혜가 있다 해도
萬人謀之(만인모지) : 사람들은 그를 해칠 수가 있다.
魚不畏網而畏鵜鶘(어불외망이외제호) : 물고기는 고기 그물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물새들은 두려워한다.
去小知而大知明(거소지이대지명) : 작은 지혜를 버려야만 큰 지혜가 밝아지고,
去善而自善矣(거선이자선의) : 훌륭하다는 의식을 버려야만 스스로 훌륭해지는 것이다.
嬰兒生無石師而能言(영아생무석사이능언) : 아기는 태어나 스승이 없이도 말할 수 있게 되는데,
與能言者處也(여능언자처야) : 말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7.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子言無用(자언무용) : “선생의 말씀은 쓸모가 없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知無用而始可與言用矣(지무용이시가여언용의) : “쓸데가 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 곳을 얘기할 수가 있습니다.
天地非不廣且大也(천지비불광차대야) : 땅이란 넓고도 크기가 한이 없지만,
人之所用容足耳(인지소용용족이) : 사람들이 걸을 때 쓰이는 것은 발로 밟는 부분뿐입니다.
然則厠足而墊之致黃泉(연칙측족이점지치황천) : 그렇다고 발 크기에 맞추어 발자국만큼의 땅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은 황천에 이르도록 깎아낸다면
人尙有用乎(인상유용호) : 그래도 그 땅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겠습니까?”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대답했다.
無用(무용) :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然則無用之爲用也亦明矣(연칙무용지위용야역명의) : “그렇다면 쓸데없는 것의 쓰임도 명백합니다.”
8.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人有能遊(인유능유) :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且得不遊乎(차득불유호) : 그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지 않을 수 있겠는가?
人而不能遊(인이불능유) :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그
且得遊乎(차득유호) : 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 수 있겠는가?
夫流遁之志(부류둔지지) : 물건을 쫓아 움직이는 마음을 가졌거나,
決絶之行(결절지행) : 세상에서 벗어나 홀로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噫其非至知厚德之任與(희기비지지후덕지임여) : 슬프게도 지극한 지혜와 두터운 덕을 쌓은 이의 행동은 아니다.
覆墜而不反(복추이불반) :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넘어지고 떨어지고 해도,
火馳而不顧(화치이불고) : 불길이 치달아도 본성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雖相與爲君臣(수상여위군신) : 비록 서로 임금이 되고 신하가 되어 있다 해도,
時也(시야) :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易世而無以相賤(역세이무이상천) : 세상이 바뀌게 되면 상대방을 천하게 여길 수 없이 처지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故曰至人不留行焉(고왈지인불류행언) : 그러므로 ‘지극한 사람은 행적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夫尊古而卑今(부존고이비금) : 무릇 옛날을 존중하고 현대를 하찮게 보는 것은
學者之流也(학자지류야) : 학자들의 오래된 잘못이다.
且以狶韋氏之流觀今之世(차이희위씨지류관금지세) : 그러나 희위씨의 입장에서 지금 세상을 본다면,
夫孰能不波(부숙능불파) : 과연 편벽 되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唯至人乃能遊於世而不僻(유지인내능유어세이불벽) : 오직 지극한 사람만이 세상에 노닐면서도 편벽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順人而不失己(순인이불실기) : 그것은 사람들에게 순응하면서도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彼敎不學(피교불학) : 지극한 사람은 억지로 그것을 배우지 않고,
承意不彼(승의불피) : 뜻을 따르기는 하지만 자기 본성을 잃고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9.
目徹爲明(목철위명) : 눈이 잘 보이는 것을 밝다고 하고,
耳徹爲聰(이철위총) : 귀가 잘 들리는 것을 귀밝다고 하고,
鼻徹爲顫(비철위전) : 코가 예민한 것을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고,
口徹爲甘(구철위감) : 입이 예민한 것을 맛을 잘 안다고 하고,
心徹爲知(심철위지) :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을 지혜롭다고 하고,
知徹爲德(지철위덕) : 지혜가 잘 통하는 것을 덕이라고 한다.
凡道不欲壅(범도불욕옹) : 도라는 것도 막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壅則哽(옹칙경) : 막히면 숨이 막히게 되고,
哽而不止則跈(경이부지칙전) : 숨이 막힌 것이 계속되면 사리에 어긋나게 되고,
跈則衆害生(전칙중해생) : 사리에 어긋나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物之有知者恃息(물지유지자시식) : 물건 중에도 지혜가 있는 것은 호흡을 한다.
其不殷(기불은) : 그러나 그것이 성대해지지 않는 것은
非天之罪(비천지죄) : 하늘의 죄가 아니다.
天之穿之(천지천지) : 하늘은 늘 뚫리게 하여
日夜無降(일야무강) : 낮이고 밤이고 내려옴이 없이 변함이 없다.
人則顧塞其竇(인칙고색기두) : 사람들 자신이 자기의 구멍을 스스로 일부러 막고 있는 것이다.
胞有重閬(포유중랑) : 뱃속의 태 안에도 넓은 공간이 있고,
心有天遊(심유천유) :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있는 것이다.
室無空虛(실무공허) : 집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則婦姑勃谿(칙부고발계) :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반목을 한다.
心無天遊(심무천유) : 마음에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없으면
則六鑿相攘(칙육착상양) : 여러 가지 정욕이 서로 다투게 된다.
大林丘山之善於人也(대림구산지선어인야) : 큰 숲 속이나 산 속 같은 곳을 사람들이 좋게 여기는 것은,
亦神者不勝(역신자불승) : 사람의 정신이 정욕을 견디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0.
德溢乎名(덕일호명) : 덕은 명성을 추구하여 잃게 되고,
名溢乎暴(명일호폭) : 명성은 자기를 드러내어 망치게 된다.
謀稽乎誸(모계호현) : 책모는 다급한 데서 생각하게 되고,
知出乎爭(지출호쟁) : 지혜는 다툼에서 나온다.
柴生乎守(시생호수) : 삶의 보호는 자신의 관능을 지키는 데서 이루어지고,
官事果乎衆宜(관사과호중의) : 일의 성과는 모든 조건이 알맞을 때 나타난다.
春雨日時(춘우일시) : 봄에 비가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草木怒生(초목로생) :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며,
銚鎒於是乎始修(요누어시호시수) : 밭 갈고 김 매는 일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草木之到植者過半(초목지도식자과반) : 풀과 나무는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나는데,
而不知其然(이부지기연) :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11.
靜然可以補病(정연가이보병) : 고요하면 병을 고칠 수 있고,
訾?可以休老(자?가이휴로) : 눈썹과 머리를 깨끗이 손질을 하면 늙음을 방지할 수가 있고,
寧可以止遽(녕가이지거) : 편안함은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若是(약시) : 이런 방법은
勞者之務也(로자지무야) :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지,
佚者之所未嘗(일자지소미상) : 편안히 자득하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어서
過而問焉(과이문언) :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聖人之所以駴天下(성인지소이해천하) : 성인이 천하를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
神人未嘗過而問焉(신인미상과이문언) : 신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賢人所以해世(현인소이해세) : 현인이 세상을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聖人未嘗過而問焉(성인미상과이문언) : 성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君子所以駴國(군자소이해국) : 군자가 나라를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賢人未嘗過而問焉(현인미상과이문언) : 현인은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小人所以合時(소인소이합시) : 소인들에 시세에 영합하는 방법에 대해서
君子未嘗過而問焉(군자미상과이문언) : 군자는 지나치게 알려고 하지도 않다.
군자는 알려고 하지도 않다.
12.
演門有親死者(연문유친사자) : 연문에 부모를 여읜 사람이 있었는데,
以善毁爵爲官師(이선훼작위관사) : 곡하고 슬퍼함으로 상을 치렀다 하여 그에게 관사라는 벼슬이 내려졌다.
其黨人毁而死者半(기당인훼이사자반) :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 중에 친상을 치르다 몸을 상하게 하여 죽는 자가 반이 넘었다.
堯與許由天下(요여허유천하) :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許由逃之(허유도지) : 허유가 도망을 쳤다.
湯與務光(탕여무광) : 탕임금이 무광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務光怒之(무광노지) : 무광은 화를 냈다.
紀他聞之(기타문지) : 기타는 그 얘기를 듣고
帥弟子而踆於窾水(수제자이준어관수) : 자기에게 주어질 차례라 단정을 하고,제자들을 거느리고 관수가로 가서 숨어살았다.
諸侯弔之三年(제후조지삼년) : 제후들은 기타가 물에 투신할까 걱정되어 삼 년 동안이나 그를 위문했다.
申徒狄因以踣河(신도적인이북하) : 신도적은 그것을 보고 자기도 높은 명망을 얻으려고 황하에 몸을 던져 죽었다.
13.
筌者所以在魚(전자소이재어) : 통발은 고기를 잡는 도구지만
得魚而忘筌(득어이망전) :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게 된다.
蹄者所以在兎(제자소이재토) :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도구지만
得兎而忘蹄(득토이망제) :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를 잊게 된다.
言者所以在意(언자소이재의) : 말은 뜻을 표현하는 도구이지만,
得意而忘言(득의이망언) : 뜻을 표현하고 나면 잊게 된다.
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오안득부망언지인이여지언재) : 우리는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들과 더불어 얘기를 할 수 있게 될까
寓言
1.
寓言十九(우언십구) : 내 글에 우언이 열에 아홉이고,
重言十七(중언십칠) : 중언이 열에 일곱이다.
巵言日出(치언일출) : 그리고 치언은 날로 새롭게
和以天倪(화이천예) : 자연의 나뉨을 조화시킨다.
寓言十九(우언십구) : 십분의 구나 되는 우언은
藉外論之(자외론지) : 밖의 사물을 인용해 도를 논한 것들이다.
親父不爲其子媒(친부불위기자매) : 친아버지는 아들의 중매를 설 수 없다.
親父譽之(친부예지) :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칭찬하는 것은
不若非其父者也(불약비기부자야) : 다른 사람이 칭찬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非吾罪也(비오죄야) :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人之罪也(인지죄야) : 사람들의 잘못이다.
與己同則應(여기동칙응) :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입장이면 순응하지만,
不與己同則反(불여기동칙반) : 자기와 다른 입장이면 반대를 한다.
同於己爲是之(동어기위시지) : 자기와 같은 생각은 옳다고 인정하고,
異於己爲非之(이어기위비지) : 자기와 다른 생각은 부정을 한다.
重言十七(중언십칠) : 십분의 칠을 차지하는 중언은
所以已言也(소이이언야) : 사람들의 논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是爲耆艾(시위기애) : 이것은 늙은 고로(故老)의 말을 인용하여 가능한 것이다.
年先矣(년선의) : 나이가 앞서면서도
而無經緯本末以期年耆者(이무경위본말이기년기자) : 일에 대한 경위와 이치를 모른다면, 고로라고 불려진다 해도
是非先也(시비선야) : 진실한 선배로서의 고로는 못되는 것이다.
人而無以先人(인이무이선인) : 선배이면서도 남에 앞 설 덕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無人道也(무인도야) : 사람으로서의 도가 없는 것이다.
人而無人道(인이무인도) : 선배이면서도 사람으로서의 도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是之謂陳人(시지위진인) : 그런 사람을 진부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巵言日出(치언일출) : 그리고 일에 따라 매일 같이 한 말들인
和以天倪(화이천예) : 치언은 자연의 분계와 잘 조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因以曼衍(인이만연) : 자연을 따라 무궁함으로써
所以窮年(소이궁년) : 영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不言則齊(불언칙제) : 시비를 말하지 않으면 사물들과 조화되게 된다.
齊與言不齊(제여언불제) : 조화와 시비를 말하는 것은 조화되지 않으며,
言與齊不齊也(언여제불제야) : 시비를 말하는 것과 조화도 조화되지 않는 것이다.
故曰言無言(고왈언무언) : 그러므로 시비를 말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言無言(언무언) : 말을 하되 시비를 말하지 않으면
終身言(종신언) : 평생토록 말을 해도
未嘗言(미상언) : 말을 한 일이 없는 것이 된다.
終身不言(종신불언) : 평생토록 말을 하지 않아도
未嘗不言(미상불언) : 말을 안한 일이 없는 것이 된다.
有自也而可(유자야이가) : 모든 일은 까닭이 있으면 가하게 되고,
有自也而不可(유자야이불가) : 까닭이 있으면 가하지 않게도 된다.
有自也而然(유자야이연) : 까닭이 있으면 그렇게도 되고,
有自也而不然(유자야이불연) : 까닭이 있으면 그렇지 않게도 된다.
惡乎然(악호연) :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然於然(연어연) :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惡乎不然(악호불연) : 어째서 그렇지 않게 되는가?
不然於不然(불연어불연) :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게 된 것이다.
惡乎可(악호가) : 어째서 가하게 되는가?
可於可(가어가) : 가하기 때문에 가하게 된 것이다.
惡乎不可(악호불가) : 어째서 가하지 않게 되는가?
不可於不可(불가어불가) : 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物固有所然(물고유소연) : 물건은 본래부터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物固有所可(물고유소가) : 물건은 본시부터 가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無物不然(무물불연) : 그렇게 되지 않은 물건이란 없고,
無物不可(무물불가) : 가하지 않게 된 물건도 없는 것이다.
非巵言日出和以天倪(비치언일출화이천예) : 일에 따라 매일 같이 한 말들이 자연의 분계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孰得其久(숙득기구) : 누가 오래 갈 수 있겠는가?
萬物皆種也(만물개종야) : 만물은 모두 종류가 다르며
以不同形相禪(이불동형상선) : 각기 다른 형체로써 무궁히 변화하는 것이다.
始卒若環(시졸약환) : 처음과 끝을 둥근 고리의 처음과 끝처럼 구분할 수 없고,
莫得其倫(막득기윤) : 그 이치는 터득할 수도 없는 것이다.
是謂天均(시위천균) : 이것을 자연의 조화라는 뜻에서 천균(天均)이라 부르는 것이다.
天均者天倪也(천균자천예야) : 천균이란 자연의 분계에 합치되는 것이다
2.
莊子謂惠子曰(장자위혜자왈) : 장자가 혜자에게 말했다.
孔子行年六十而六十化(공자행년육십이육십화) : “공자는 나이 예순이 되도록 예순 번이나 사고 방식이 변했습니다.
始時所是(시시소시) : 처음에 옳다고 하던 것을
卒而非之(졸이비지) : 나중에는 부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 : 오늘 옳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지난 오십구년 동안 부정하던 것이 대부분입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孔子勤志服知也(공자근지복지야) : “공자는 그의 뜻을 성실히 하고 지혜로써 일했기 때문이겠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孔子謝之矣(공자사지의) : “공자는 뜻이나 지혜를 버렸습니다.
而其未之嘗言(이기미지상언) : 그는 시비를 논한 적이 없었습니다.
孔子云(공자운) : 공자가 전하기를
夫受才乎大本(부수재호대본) : 위대한 근본으로부터 재질을 타고서
復靈以生(복령이생) : 영기를 품고 살아가면
鳴而當律(명이당률) : 우는 소리도 법도에 들어맞고,
言而當法(언이당법) : 말을 해도 법칙에 맞는다고 했습니다.
利義陳乎前(리의진호전) : 이익과 의로움을 자기 앞에 늘어놓고서
而好惡是非直服人之口而已矣(이호악시비직복인지구이이의) : 좋아하고 싫어하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은 오직 사람의 입을 수고하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使人乃以心服(사인내이심복) : 공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복종하여
而不敢蘁立(이불감오립) : 감히 거슬러 대립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定天下之定(정천하지정) : 그리고는 천하의 안정 속에
已乎已乎(이호이호) : 안정되게 산 것인저
吾且不得及彼乎(오차불득급피호) : 나는 아직 공자에게 미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3.
曾子再任而心再化(증자재임이심재화) : 증자는 두 번 벼슬살이를 했는데, 두 번 모두 마음이 변했다.
曰吾及親仕(왈오급친사) : 그가 말하기를, “나는 부모님에 생존해 계실 때는 벼슬하여
三釜而心樂(삼부이심락) : 삼부의 녹을 받았으나 마음이 즐거웠다.
後仕(후사) : 뒤에는 벼슬하여
三千鍾而不洎親(삼천종이불계친) : 삼천종의 녹을 받았으나 부모님을 모실 수가 없어서
吾心悲(오심비) : 내 마음이 슬펐다.”
弟子問於仲尼曰(제자문어중니왈) : 공자의 제자가 그 말을 듣고, 공자에게 물었다.
若參者(약삼자) : “증삼은
可謂無所縣其罪乎(가위무소현기죄호) : 그의 녹에 의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이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曰旣已縣矣(왈기이현의) : 공자가 말하기를, “이미 마음이 끌리고 있지 않느냐?
夫無所縣者(부무소현자) : 마음이 끌리는 데가 없는 사람이라면
可以有哀乎(가이유애호) : 슬픔이 있을 수가 있겠느냐?
彼視三釜三千鍾(피시삼부삼천종) : 그는 삼부나 삼천종의 녹을 보기를
如觀鳥雀蚊虻相過乎前也(여관조작문맹상과호전야) : 마치 참새나 모기가 그의 앞을 날아 지나가는 것을 보듯 할 것이다.”
4.
顔成子游謂東郭子綦曰(안성자유위동곽자기왈) : 안성자유가 스승인 동곽자기에게 말했다.
自吾聞子之言(자오문자지언) : “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一年而野(일년이야) : 일 년만에 헛된 마음을 버려 소박해졌고,
二年而從(이년이종) : 이 년 만에 밖의 사물에 순종하게 되었고,
三年而通(삼년이통) : 삼 년만에 모든 사물들에 통달하게 되었고,
四年而物(사년이물) : 사 년만에 저 자신과 물건이 합치되게 되었고,
五年而來(오년이래) : 오 년만에 모든 물건이 저를 따르게 되었고,
六年而鬼入(육년이귀입) : 육 년만에 신명으로 모든 사물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고,
七年而天成(칠년이천성) : 칠 년만에 천지자연과 합치되게 되었고,
八年而不知死(팔년이불지사) : 팔 년만에 죽음도 모르고 삶도
不知生(부지생) : 모르게 되었으며,
九年而大妙(구년이대묘) : 구 년만에 위대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5.
生有爲(생유위) : 사람은 살아서는 행동을 하지만
死也(사야) : 죽는다
勸公以其死也(권공이기사야) : 공을 권하니 자기가 죽기 때문이다
有自也(유자야) : 사람의 죽음은 모두가 그 까닭이 있지만,
而生陽也(이생양야) : 삶은 양의 기운이 움직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無自也(무자야) : 근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而果然乎(이과연호) : 그러나 과연 그럴까?
惡乎其所適(악호기소적) :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惡乎其所不適(악호기소불적) : 어떻게 가는 곳이 없을 수 있는가?
川有曆數(천유역수) : 하늘에는 천체운행의 법도가 있고,
地有人據(지유인거) : 땅에는 평평하고 험한 상태가 있다.
吾惡乎求之(오악호구지) : 그러나 우리는 어디에서 생사의 문제를 알아볼 것인가?
莫知其所終(막지기소종) : 생명이 끝나는 곳을 알 수가 없는 것이라면
若之何其無命也(약지하기무명야) : 어째서 천명이 없다고 하겠는가?
莫知其所始(막지기소시) : 생명이 시작되는 곳을 알 수가 없는 것이라면
若之何其有命也(약지하기유명야) : 어째서 천명이 있다고 하겠는가?
有以相應也(유이상응야) : 물건과 정신이 서로 호응하는 것이 있다면
若之何其無鬼邪(약지하기무귀사) : 어째서 귀신이 없다고 하겠는가?
無以相應也(무이상응야) : 서로 호응하는 것이 없다면
若之何其有鬼邪(약지하기유귀사) : 어째서 귀신이 있다고 하겠는가?
6.
罔兩問於景曰(망량문어경왈) : 망양(罔兩)들이 그림자에게 물었다.
若向也俯而今也仰(약향야부이금야앙) : “조금 전에는 몸을 굽히고 있었는데 지금은 젖히고 있고,
向也括撮而今也被髮(향야괄촬이금야피발) : 조금 전에는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지금은 풀어헤치고 있으며,
向也坐而今也起(향야좌이금야기) : 조금 전에는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일어나 있고,
向也行而今也止(향야행이금야지) : 조금 전에는 걷고 있었는데 지금은 멈춰 서 있습니다.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景曰(경왈) : 그림자가 말했다.
搜搜也(수수야) : 그대들이여
奚稍問也(해초문야) : “어째서 그런 쓸데없는 것을 묻습니까?
予有而不知其所以(여유이부지기소이) : 나는 존재하고 있지만 그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予蜩甲也(여조갑야) : 나는 매미 껍질이나
蛇蛻也(사태야) : 뱀의 껍질과 비슷합니다.
似之而非也(사지이비야) : 그러나 그것들과 비슷하면서도 형체가 없으니, 다른 것입니다.
火與日(화여일) : 불과 햇볕 앞에서는
吾屯也(오둔야) : 존재하지만,
陰與夜(음여야) : 그늘이나 밤에는
吾代也(오대야) : 사라집니다.
彼吾所以有待邪(피오소이유대사) : 불과 해는 내가 의지하는 대상입니다.
而況乎以無有待者乎(이황호이무유대자호) : 그러니 하물며 의지하는 대상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彼來則我與之來(피래칙아여지래) : 그것들이 오면 나도 따라서 오고,
彼往則我與之往(피왕칙아여지왕) : 그것들이 가면 나도 따라 갑니다.
彼强陽則我與之强陽(피강양칙아여지강양) : 그것들이 움직이면 나도 따라 움직입니다.
强陽者又何以有問乎(강양자우하이유문호) : 움직이는 것에 대해 왜 내게 묻는 까닭이 있습니까?”
7.
陽子居南之沛(양자거남지패) : 양자거가 남쪽 패땅에서 여행을 할 때,
老聃西遊於秦(노담서유어진) : 노자도 서쪽으로 진나라 일대를 여행하고 있었다.
邀於郊(요어교) : 양자거는 패땅의 교외로 영접을 나가,
至於梁而遇老子(지어양이우노자) : 양땅에 이르러 노자를 만났다.
老子中道仰天而歎曰(노자중도앙천이탄왈) : 노자는 오는 도중에 하늘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始以汝爲可敎(시이여위가교) : “처음에는 그대를 가르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今不可也(금불가야) : 지금 보니 안되겠다.”
陽子居不答(양자거불답) : 양자거는 대답도 하지 않고
至舍(지사) : 숙사로 돌아와
進盥漱巾櫛(진관수건즐) : 세숫대야와 양치질 물과 수건과 빗을 노자에게 올린 다음,
脫屨戶外(탈구호외) : 문 밖에 신을 벗어놓고
膝行而前曰(슬행이전왈) : 무릎걸음으로 가서 말했다.
向者弟子欲請夫子夫子行不閒(향자제자욕청부자부자행불한) : “조금 전에 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 여쭙고자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틈이 없으신 것 같아
是以不敢(시이불감) : 그 때문에 여쭙지 못했습니다.
今閒矣(금한의) : 지금은 한가하신 듯하니
請問其過(청문기과) :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而睢睢盱盱(이휴휴우우) : “그대는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而誰與居(이수여거) : 누가 그대와 더불어 지내겠는가?
大白若辱(대백약욕) : 크게 결백한 사람은 더러운 것 같이 행동하고,
盛德若不足(성덕약부족) : 덕이 큰 사람은 덕이 부족한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陽子居蹴然變容曰(양자거축연변용왈) : 양자거는 송구스러운 듯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敬聞命矣(경문명의) :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其往也(기왕야) : 전에는
舍者迎將(사자영장) : 같은 여관에서 묵는 사람들이 그를 마중하고 전송하였고,
其家公執席(기가공집석) : 여관 주인은 방석을 날라왔고,
妻執巾櫛(처집건즐) : 주인의 처는 수건과 빗을 갖다 주었으며,
舍者避席(사자피석) : 여관에 묵는 사람들은 그를 보면 자리를 피했고,
煬者避竈(양자피조) : 불을 때던 사람들도 그를 보면 아궁이 앞을 피해갔다.
其反也(기반야) : 그러나 그가 다시 돌아가자
舍者與之爭席矣(사자여지쟁석의) : 여관에 묵는 사람들이 그와 자리를 다투면서 어울리게 되었다
讓王
1.
堯以天下讓許由(요이천하양허유) : 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려 하였으나
許由不受(허유불수) : 허유가 받지 않았다.
又讓於子州支父(우양어자주지부) : 다시 자주지부에게 물려 주려하니
子州支父曰(자주지부왈) : 자주지부가 말했다.
以我爲天子(이아위천자) : “저를 천자로 삼아주시겠다니
猶之可也(유지가야) : 그것이 좋기는 합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我適有幽憂之病(아적유유우지병) : 저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어
方且治之(방차치지) : 치료하고 있는 중입니다.
未暇治天下也(미가치천하야) : 천하를 다스릴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夫天下至重也(부천하지중야) : 천하가 지극히 귀한 것이기는 하나
而不以害其生(이불이해기생) :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자기의 삶을 손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又况他物乎(우황타물호) : 하물며 다른 사물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唯無以天下爲者(유무이천하위자) : 오직 천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可以托天下也(가이탁천하야) : 천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舜讓天下於子州支伯(순양천하어자주지백) : 순이 천하를 자주지백에게 맡기려하니
子州支伯曰(자주지백왈) : 자주지백이 말했다.
予適有幽憂之病(여적유유우지병) : “제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어서
方且治之(방차치지) : 병을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未暇治天下也(미가치천하야) : 천하를 다스릴 만한 겨를이 없습니다.”
故天下大器也(고천하대기야) : 그러므로 천하란 큰그릇이기는 하지만
而不以易生(이불이역생) : 그것으로 자기의 목숨과 바꾸지는 앉겠다는 것이다.
此有道者之所以異乎俗者也(차유도자지소이이호속자야) : 이것이 도를 터득한 사람과 세속적인 사람과의 차이이다.
舜以天下讓善卷(순이천하양선권) : 순이 천하를 선권에게 물려주려 하니
善卷曰(선권왈) : 선권이 말했다.
余立於宇宙之中(여립어우주지중) : “저는 이 우주 안에 서서,
冬日衣皮毛(동일의피모) :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夏日衣葛絺(하일의갈치) : 여름에는 칡·베옷을 입으며,
春耕種(춘경종) : 봄이면 땅을 갈아 씨를 뿌리고,
形足以勞動(형족이로동) : 몸은 일하기에 족할 만큼 튼튼하며,
秋收斂(추수렴) : 가을에는 곡식을 거둬들여
身足以休食(신족이휴식) : 몸을 편히 쉴 수 있습니다.
日出而作(일출이작) :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日入而息(일입이식) :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쉬면서,
逍遙於天地之間(소요어천지지간) : 천지 사이를 유유히 소요하며
而心意自得(이심의자득) : 마음은 한가롭게 자득하고 있습니다.
吾何以天下爲哉(오하이천하위재) : 어찌 천하 따위를 일삼겠습니까?
悲夫(비부) : 슬프구나
子之不知余也(자지부지여야) :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遂不受(수불수) : 마침내 그는 천하를 받지 않고
於是去而入深山(어시거이입심산) : 나라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莫知其處(막지기처) : 그가 있는 곳을 알 수가 없었다.
舜以天下讓其友石戶之農(순이천하양기우석호지농) : 순이 천하를 그의 벗인 석호의 농부에게 물려주려 하니
石戶之農曰(석호지농왈) : 석호의 농부가 말했다.
捲捲乎后之爲人(권권호후지위인) : “부지런도 하시군. 당신의 사람됨도
葆力之士也(보력지사야) : 꽤나 억척스런 사람이야.”
以舜之德爲未至也(이순지덕위미지야) : 그는 순의 덕이 지극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於是夫負妻戴(어시부부처대) : 그리하여 부부가 손을 잡고
攜子以入於海(휴자이입어해) : 자식들을 이끌고 바다 속의 섬으로 들어가
終身不反也(종신불반야) : 평생 돌아오지 않았다
2.
大王亶父居邠(대왕단부거빈) : 대왕단부가 빈에 살고 있을 때,
狄人攻之(적인공지) : 적인들이 쳐들어 왔다.
事之以皮帛而不受(사지이피백이불수) : 그들에게 가죽과 비단을 주며 달랬으나 듣지 않았다.
事之以犬馬而不受(사지이견마이불수) : 개와 말을 주며 달래어도 듣지 않았고,
事之以珠玉而不受(사지이주옥이불수) : 진주와 구슬을 주며 달래어도 듣지 않았다.
狄人之所求者土地也(적인지소구자토지야) : 적인들이 원하는 것은 땅이었다.
大王亶父曰(대왕단부왈) : 대왕단부가 말했다.
與人之兄居而殺其弟(여인지형거이살기제) : “남의 형과 함께 살면서 그 아우를 죽이거나,
與人之父居而殺其子(여인지부거이살기자) : 남의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그 자식을 죽이는 일은
吾不忍也(오불인야) : 나는 차마 못하겠다.
子皆勉居矣(자개면거의) : 그대들은 모두가 힘써 여기에서 잘 살아라.
爲吾臣與爲狄人臣奚以異(위오신여위적인신해이이) : 내 신하가 되는 것과 적인들의 신하가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건대
不以所用養害所養(불이소용양해소양) : 백성들을 보양하는데 쓰이는 물건을 위해 보양할 백성들을 해치지 않는 법이라 했다.”
因杖筴而去之(인장협이거지) : 그리고는 지팡이를 짚고서 그 곳을 떠났다.
民相連而從之(민상연이종지) : 백성들은 줄을 지어 그를 따라가서
遂成國於岐山之下(수성국어기산지하) : 마침내 기산 아래 이르러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夫大王亶父(부대왕단부) :
可謂能尊生矣(가위능존생의) : 대왕단부 같은 이는 삶을 존중할 줄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能尊生者(능존생자) : 삶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雖貴富不以養傷身(수귀부불이양상신) : 비록 존귀하고 부유하다 해도 몸을 보양하는 수단을 위해 자신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雖貧賤不以利累形(수빈천불이리루형) : 비록 가난하고 천하다 해도 이익을 위해 육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今世之人居高官尊爵者(금세지인거고관존작자) : 요즘 사람들은 높은 벼슬과 존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皆重失之(개중실지) : 모두가 생활 수단을 잃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見利輕亡其身(견리경망기신) : 그래서 이익을 보기만 하면 쉽게 그 자신을 파멸시키고 있으니
豈不惑哉(기불혹재) : 어찌 미혹된 것이 아니겠는가
3.
越人三世弑其君(월인삼세시기군) : 월나라 사람들이 삼대에 걸쳐 자신들의 임금을 죽였다.
王子搜患之(왕자수환지) : 왕자 수는 그것이 두려워
逃乎丹穴(도호단혈) : 남산의 단혈로 도망쳤다.
而越國無君(이월국무군) : 그래서 월나라에는 임금이 없게 되었다.
求王子搜不得(구왕자수부득) : 그래서 신하들이 왕자 수를 찾아 나섰으나 찾지 못하다가
從之丹穴(종지단혈) : 간신히 단혈에서 그를 찾아냈다.
王子搜不肯出(왕자수불긍출) : 그러나 왕자 수는 단혈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越人薰之以艾(월인훈지이애) : 월나라 사람들은 쑥으로 굴 안에 연기를 피워 그를 나오게 하여
乘以王輿(승이왕여) : 임금이 타는 수레에 태웠다.
王子搜援綏登車(왕자수원수등거) : 왕자 수는 수레의 줄을 잡고 수레에 올라
仰天而呼曰(앙천이호왈) :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부짖었다.
君乎(군호) : “임금님이라니,
君乎(군호) : 임금님이라니,
獨不可以舍我乎(독불가이사아호) : 어째서 나를 가만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인가!”
王子搜非惡爲君也(왕자수비악위군야) : 왕자 수는 임금이 되기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惡爲君之患也(악위군지환야) : 임금이 되어서 생길 환란이 싫었던 것이다.
若王子搜者(약왕자수자) : 왕자 수 같은 사람은
可謂不以國傷生矣(가위불이국상생의) : 나라 때문에 자기 삶을 해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此固越人之所欲得爲君也(차고월인지소욕득위군야) : 그래서 월나라 사람들은 그를 찾아내어 임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4.
韓魏相與爭侵地(한위상여쟁침지) : 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다투다가 침략을 했다.
子華子見昭僖侯(자화자견소희후) : 자화자가 소희후를 만나보니
昭僖侯有憂色(소희후유우색) :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子華子曰(자화자왈) : 자화자가 말했다.
今使天下書銘於君之前(금사천하서명어군지전) : “지금 세상 사람들이 임금님께 계약서를 제출했다고 합시다.
書之言曰(서지언왈) : 계약서에
左手攫之則右手廢(좌수확지칙우수폐) :‘왼손으로 이것을 잡는 사람은 오른손이 없어진다.
右手攫之則左手廢(우수확지칙좌수폐) : 오른쪽 손으로 이것은 잡는 사람은 왼손이 없어진다.
然而攫之者必有天下(연이확지자필유천하) : 그러나 이것을 잡는 사람은 반드시 천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써 있습니다.
君能攫之乎(군능확지호) : 임금님은 그 계약서를 잡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昭僖侯曰(소희후왈) : 소희후가 말했다.
寡人不攫也(과인불확야) : “잡지 않을 것입니다.”
子華子曰(자화자왈) : 자화자가 말했다.
甚善(심선) : “대단히 좋습니다.
自是觀之(자시관지) : 이런 관점에서 보면
兩臂重於天下也(양비중어천하야) : 그렇다면 두 팔을 천하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身又重於兩臂(신우중어량비) : 또한 몸은 두 팔보다도 중합니다.
韓之輕於天下亦遠矣(한지경어천하역원의) : 그리고 한나라는 천하에 비하여 훨씬 더 가볍습니다.
今之所爭者(금지소쟁자) : 지금 다투시고 있는 땅은
其輕於韓又遠(기경어한우원) : 한나라보다도 훨씬 가벼운 것입니다.
君固愁身傷生以憂戚之不得也(군고수신상생이우척지부득야) : 그런데도 임금님께서는 자신이 근심을 안고 삶을 손상시키면서까지 그것을 얻지 못해 걱정하고 계십니다.”
僖侯曰(희후왈) : 소희후가 말했다.
善哉(선재) : “훌륭한 말씀입니다.
敎寡人者衆矣(교과인자중의) : 나에게 가르침을 준 사람들은 많지만
未嘗得聞此言也(미상득문차언야) : 이런 말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子華子可謂知輕重矣(자화자가위지경중의) : 자화자는 일의 가볍고 무거운 평가를 올바로 알았다고 할 수 있다
5.
魯君聞顔闔得道之人也(로군문안합득도지인야) : 노나라 임금이 안합이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使人以幣先焉(사인이폐선언) : 사람을 보내 폐물을 가지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顔闔守陋閭(안합수루려) : 안합은 누추한 집에 살면서,
苴布之衣而自飯牛(저포지의이자반우) : 삼베옷을 입고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가
魯君之使者至(노군지사자지) : 노나라 임금의 사신이 찾아오자
顔闔自對之(안합자대지) : 안합이 그를 맞이했다.
使者曰(사자왈) : 사신이 말했다.
此顔闔之家與(차안합지가여)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까?”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대답했다.
此闔之家也(차합지가야) :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다.”
使者致幣(사자치폐) : 사신들이 폐물을 바치자
顔闔對曰(안합대왈) : 안합이 말했다.
恐聽謬而遺使者罪(공청류이유사자죄) : “잘못 알고 사신을 보낸 것이어서 죄가 될지도 모르니
不若審之(불약심지) :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使者還(사자환) : 사신들이 돌아가
反審之(반심지) : 확인을 한 다음
復來求之(복래구지) : 다시 와서 그를 찾으니
則不得已(칙부득이) : 이미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故若顔闔者(고약안합자) : 그러므로 안합 같은 인물이야말로
眞惡富貴也(진악부귀야) : 정말로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말하기를‘
道之眞以治身(도지진이치신) : 진실한 도로써 자기 몸을 다스리고,
其緖餘以爲國家(기서여이위국가) : 그 나머지로써 나라를 돌보고,
其土苴以治天下(기토저이치천하) : 그 찌꺼기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보면
帝王之功(제왕지공) : 제왕들의 공로란
聖人之餘事也(성인지여사야) : 성인들의 여분의 일이며,
非所以完身養生也(비소이완신양생야) : 그런 일은 자신을 완전히 간수하고 삶을 보양하는 방법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今世俗之君子(금세속지군자) : 지금 세속의 군자들은
多危身棄生以殉物(다위신기생이순물) : 대부분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삶을 버리면서까지 사물을 추구하고 있으니,
豈不悲哉(기불비재) : 어찌 슬프지 않은가?
凡聖人之動作也(범성인지동작야) : 모든 성인의 행동이란
必察其所以之與其所以爲(필찰기소이지여기소이위) : 반드시 그것을 하는 까닭과 그것을 하는 방법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今且有人於此(금차유인어차) : 지금 여기에 어느 사람이
以隨侯之珠彈千仞之雀(이수후지주탄천인지작) : 수후의 구슬로 천길 높이에 있는 참새를 쏘았다면
世必笑之(세필소지) : 제상 사람들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인가
則其所用者重(칙기소용자중) : 그가 사용한 것이 귀한 것인데 비해
而所要者輕也(이소요자경야) : 그것으로 얻은 것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夫生者(부생자) : 사람의 삶을
豈特隨侯珠之重哉(기특수후주지중재) : 어찌 수후의 구슬에 비교하겠는가
6.
子列子窮(자열자궁) : 열자가 궁핍하여
容貌有飢色(용모유기색) : 용모에 굶주린 빛이 확연했다.
客有言之於鄭子陽者曰(객유언지어정자양자왈) : 한 손님이 그런 사실을 정나라 자양에게 말했다.
列禦寇(열어구) : “열자는
蓋有道之士也(개유도지사야) : 도를 터득한 사람입니다.
居君之國而窮(거군지국이궁) : 임금님의 나라에 살면서 곤궁하다면
君無乃爲不好士乎(군무내위불호사호) : 임금님께서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鄭子陽卽令官遺之粟(정자양즉령관유지속) : 정나라 자양은 곧 관리들에게 지시하여 열자에게 양식을 보내주도록 했다.
子列子見使者(자열자견사자) : 열자는 사자들을 보자
再拜而辭(재배이사) : 두 번 절하고 사양했다.
使者去(사자거) : 사자들이 떠난 뒤
子列子入(자열자입) : 열자가 들어오자,
其妻望之而拊心曰(기처망지이부심왈) : 그의 아내가 열자를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妾聞爲有道者之妻子(첩문위유도자지처자) : “제가 듣기에 도를 터득한 사람의 처자들은
皆得佚樂(개득일락) : 누구나 안락함을 누린다 했습니다.
今有飢色(금유기색) : 지금 굶주린 빛이 짙어,
君過而遺先生食(군과이유선생식) : 그 분이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보내어 주었는데도
先生不受(선생불수) : 선생은 받지 않았습니다.
豈不命邪(기불명사) : 어찌 천명이 아니겠습니까?”
子列子笑謂之曰(자열자소위지왈) : 열자가 웃으면서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君非自知我也(군비자지아야) : “그 분은 스스로 나를 알아 본 것이 아니고,
以人之言而遺我粟(이인지언이유아속) : 남의 말만 듣고 내게 양식을 보낸 것이오.
至其罪我也又且以人之言(지기죄아야우차이인지언) : 그러니 죄를 주는 것 또한 남의 말만 듣고 할 것이오.
此吾所以不受也(차오소이불수야) : 이것이 내가 받지 않은 까닭이오.”
其卒(기졸) : 그 후 마침내
民果作難而殺子陽(민과작난이살자양) : 백성들이 난리를 일으켜 자양을 죽여버렸다
7.
楚昭王失國(초소왕실국) :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해 나라를 잃고 도망했을 때,
屠羊說走而從於昭王(도양설주이종어소왕) : 양을 잡는 백정인 열이라는 사람도 소왕을 따라 도망쳤다.
昭王反國(소왕반국) : 뒤에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將賞從者(장상종자) :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상을 줄 때에 .
及屠羊說(급도양설) : 백정인 열의 차례가 되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이때 열이 말했다.
大王失國(대왕실국) :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셨을 때,
說失屠羊(설실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을 잃었습니다.
大王反國(대왕반국) : 대왕께서 돌아오시게 되어
說亦反屠羊(설역반도양) : 저 역시 양을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臣之爵祿已復矣(신지작록이복의) : 저의 벼슬과 녹은 이미 되찾은 것입니다.
又何賞之有哉(우하상지유재) : 또 무슨 상을 논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强之(강지) : 강제로라도 그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大王反國非臣之罪(대왕반국비신지죄) :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던 것이 저의 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故不敢伏其誅(고불감복기주) : 그래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大王反國非臣之功(대왕반국비신지공) : 대왕께서 돌아오신 것 역시 저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에
故不敢當其賞(고불감당기상) : 감히 그 상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王曰(왕왈) : 임금이 이르기를
見之(견지) : “그를 직접 보리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그러자 백정 열이 말했다.
楚國之法(초국지법) : “초나라의 법도에 의하면
必有重賞大功而後得見(필유중상대공이후득견) : 무거운 상이나 큰공을 세운 자만이 임금을 뵙게 되어 있습니다.
今臣之知不足以存國(금신지지부족이존국) : 지금 저의 지혜는 나라를 보존하기에는 부족하고,
而勇不足以死寇(이용부족이사구) : 용기는 적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기에 부족합니다.
吳軍入郢(오군입영) : 그래서 오나라 군대가 우리 영 땅을 침범했을 때,
說畏難而避寇(설외난이피구) : 저는 환난을 피해 도망쳤을 뿐,
非故隨大王也(비고수대왕야) : 대왕 때문에 따라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今大王欲廢法毁約而見說(금대왕욕폐법훼약이견설) : 지금 대왕께서 국법을 어기고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저를 만나려 하시니.
此非臣之所以聞於天下也(차비신지소이문어천하야) : 그렇게 되면 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王謂司馬子綦曰(왕위사마자기왈) : 소왕이 사마인 자기에게 말했다
屠羊說居處卑賤(도양설거처비천) : “양백정인 열은 미천한 신분이지만
而陳義甚高(이진의심고) : 사리를 아는 데 있어서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子其爲我延之以三旌之位(자기위아연지이삼정지위) : 나를 위해 그를 데려다 삼공의 지위를 주라.”
屠羊說曰(도양설왈) : 양백정 열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夫三旌之位(부삼정지위) : “무릇 삼공의 지위가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오지기귀어도양지사야) : 양 백정의 지위보다는 존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萬鍾之祿(만종지록) : 만종의 녹이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오지기부어도양지리야) : 양을 잡아서 얻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然豈可以貪爵祿(연기가이탐작록) : 그렇지만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이사오군유망시지명호) : 임금님께서 함부로 상을 내리신다는 말을 듣게 하겠습니까!
說不敢當(설불감당) : 그래서 설은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願復反吾屠羊之肆(원복반오도양지사) : 부디 저를 양 잡는 백정의 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遂不受也(수불수야) : 그리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
8.
原憲居魯(원헌거로) :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環堵之室(환도지실) :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茨以生草(자이생초) :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蓬戶不完(봉호불완) :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桑以爲樞(상이위추) :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而甕牖二室(이옹유이실) :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褐以爲塞(갈이위색) :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上漏下濕(상루하습) :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匡坐而弦歌(광좌이현가) :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子貢乘大馬(자공승대마) :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中紺而表素(중감이표소) :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軒車不容巷(헌거불용항) :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往見原憲(왕견원헌) :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原憲華冠縰履(원헌화관쇄리) :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杖藜而應門(장려이응문) :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嘻先生何病(희선생하병) :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原憲應之曰(원헌응지왈) : 원헌이 응하여 대답했다.
憲聞之(헌문지) : “내가 듣건대
無財謂之貧(무재위지빈) : 재물이 없는 것은 가난하다고 말하고,
學道而不能行謂之病(학도이불능행위지병) :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고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했습니다.
今憲(금헌) : 지금 나는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病也(비병야) :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子貢逡巡而有愧色(자공준순이유괴색) : 자공은 우물쭈물 뒷걸음질치면서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였다.
原憲笑曰(원헌소왈) : 원헌이 웃으며 말했다.
夫希世而行(부희세이행) : “세상의 평판을 바라면서 행동하고,
比周而友(비주이우) : 자기와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만을 벗하고,
學以爲人(학이위인) : 학문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하고,
敎以爲己(교이위기) : 가르침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仁義之慝(인의지특) : 인의를 내세워 간악한 짓을 하고,
與馬之飾(여마지식) :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일들은
憲不忍爲也(헌불인위야) : 나로서는 하지 못할 일입니다.”
9.
曾子居衛(증자거위) : 증자가 위나라에 살았는데
縕袍無表(온포무표) : 헤진 솜옷은 겉 천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顔色腫噲(안색종쾌) : 얼굴빛은 부황기가 돌았고,
手足胼胝(수족변지) :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혀 있었다.
三日不擧火(삼일불거화) : 사흘 동안 밥을 짓지 못하는 것이 예사였고,
十年不製衣(십년불제의) : 십 년 동안 옷을 만들어 입지 못했다.
正寇而纓絶(정구이영절) : 관을 바로 쓰려고 하면 갓끈이 끊어져 있었고,
捉衿而肘見(착금이주견) : 옷깃을 여미려고 하면 팔꿈치가 나와 있었으며,
納屨而踵決(납구이종결) : 신을 신으면 뒤축이 떨어져 있었다.
曳縰而歌商頌(예쇄이가상송) : 그러나 그가 신을 끌면서 시경 상송을 노래하면
聲滿天地(성만천지) : 소리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서
若出金石(약출금석) :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天子不得臣(천자부득신) : 천자도 그를 신하로 삼을 수가 없었고,
諸侯不得友(제후부득우) : 제후들도 그를 벗할 수가 없었다.
故養志者忘形(고양지자망형) : 그러므로 뜻을 기르는 사람은 자기 형체를 잊고,
養形者忘利(양형자망리) : 자기 형체를 기르는 사람은 이익을 잊으며,
致道者忘心矣(치도자망심의) : 도를 닦으려는 사람은 마음조차 잊는 것이다.
10.
孔子謂顔回曰(공자위안회왈) : 공자가 안회에게 말했다.
回來(회래) : “안회야 가까이 오라
家貧居卑(가빈거비) : 집안이 가난하고 신분도 낮은데
胡不仕乎(호불사호) : 어째서 벼슬을 하려고 하지 않느냐?”
顔回對曰(안회대왈) : 안회가 대답했다.
不願仕(불원사) :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回有郭外之田五十畝(회유곽외지전오십무) : 제게는 성곽 밖의 밭 오십 묘가 있어
足以給飦粥(족이급전죽) : 죽꺼리를 얻기에는 충분합니다.
郭內之田十畝(곽내지전십무) : 성곽 안에는 밭 십 묘가 있어
足以爲絲麻(족이위사마) : 무명과 삼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鼓琴足以自娛(고금족이자오) : 금을 타고 지내면 스스로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所學夫子之道者足以自樂也(소학부자지도자족이자락야) :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도는 스스로 즐겁게 살기에 충분합니다.
回不願仕(회불원사) : 저는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孔子愀然變容曰(공자초연변용왈) : 공자가 얼굴빛을 바꾸며 말했다.
善哉(선재) : “참으로 훌륭하구나
回之意(회지의) : 안회의 뜻이
丘聞之(구문지) : 내가 듣건대
知足者不以利自累也(지족자불이리자루야) : 만족할 줄 안는 사람은 이익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審自得者失之而不懼(심자득자실지이불구) : 살펴서 자득할 줄 아는 사람은 이익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行修於內者(행수어내자) : 속마음의 수행이 되어 있는 사람은
無位而不怍(무위이부작) : 지위가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했다.
丘誦之久矣(구송지구의) : 나는 그것을 마음에 새겨둔 지 오래 되었으나,
今於回而後見之(금어회이후견지) : 지금 너에게서 뒤늦게 그것이 실행되고 있음을 본다.
是丘之得也(시구지득야) : 이것이 나의 소득이다.”
11.
中山公子牟謂瞻子曰(중산공자모위첨자왈) : 중산의 공자 모가 첨자에게 말했다.
身在江海之上(신재강해지상) : “몸은 강과 바닷가에 숨어살아도
心居乎魏闕之下(심거호위궐지하) : 마음은 항상 위나라 궁궐 아래에 있으니
奈何(내하) : 어쩌면 좋겠습니까?”
瞻子曰(첨자왈) : 첨자가 말했다.
重生(중생) : 삶을 소중히 하십시오.
重生則輕利(중생칙경리) : “삶을 소중히 하면 이익이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
中山公子牟曰(중산공자모왈) : 공자 모가 말했다.
雖知之(수지지) : “그런 줄 알고는 있지만
未能自勝也(미능자승야) :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瞻子曰(첨자왈) : 첨자가 말했다.
不能自勝則從之(불능자승칙종지) :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겠거든 그대로 마음을 따르십시오.
神無惡乎(신무악호) : 그러면 정신적 해악은 없어질 것입니다.
不能自勝而强不從者(불능자승이강불종자) :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을
此之謂重傷(차지위중상) : 이중으로 자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重傷之人(중상지인) : 거듭 자기를 손상케 하는 사람 중에는
無壽類矣(무수류의) : 오래 사는 이가 없습니다.”
魏牟(위모) : 위나라의 공자 모는
萬乘之公子也(만승지공자야) : 만 승 군주의 공자이다.
其隱巖穴也(기은암혈야) : 따라서 그가 바위굴 속에 숨는데 있어서는
難爲於布衣之士(난위어포의지사) : 평민의 선비보다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雖未至乎道(수미지호도) : 비록 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可謂有其意矣(가위유기의의) : 도를 터득하려는 뜻은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2.
孔子窮於陳蔡之間(공자궁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동안이나 밥을 지어먹지 못했고,
藜羹不糝(려갱불삼) : 명아주국에 곡식도 없이 먹고 지냈다.
顔色甚憊(안색심비) : 그래서 얼굴빛은 초췌해 있었으나,
而猶弦歌於室(이유현가어실) : 공자는 방에서 금을 타며 노래를 하였고,
顔回擇菜於外(안회택채어외) : 안회는 밖에서 나물을 뜯고 있었는데,
子路子貢相與言曰(자로자공상여언왈) : 자로와 자공이 말을 나누었다.
夫子再逐於魯(부자재축어로) : “우리 선생님께서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도 추방당하였으며,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깔아 죽이려고 나무를 베어 넘겼으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상나라와 주나라에서도 곤경에 빠졌었는데,
圍於陳蔡(위어진채) : 이제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殺夫子者無罪(살부자자무죄) : 선생님을 죽이려던 사람도 죄를 지은 것이 아니게 되었고,
藉夫子者無禁(자부자자무금) : 선생님을 모욕해도 못하게 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弦歌鼓琴(현가고금) : 그런데도 금을 타고 노래하면서
未嘗絶音(미상절음) : 음악을 그친 일이 없다.
君子之無恥也若此乎(군자지무치야약차호) : 군자로서 수치를 모른다 해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는가? ”
顔回無以應(안회무이응) : 안회는 못들은 척하고 있다가
入告孔子(입고공자) : 들어와 공자에게 말했다.
孔子推琴喟然而歎曰(공자추금위연이탄왈) : 공자는 금을 옆으로 밀어놓고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由與賜(유여사) : “자로와 자공은
細人也(세인야) : 소인배들이다.
召而來(소이래) : 불러오너라.
吾語之(오어지) :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이 있다.”
子路子貢入(자로자공입) : 자로와 자공이 들어와서,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如此者可謂窮矣(여차자가위궁의) : “이 정도의 상황이면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닙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是何言也(시하언야) : “그게 무슨 말이냐?
君子通於道之謂通(군자통어도지위통) : 군자가 도에 통달한 것을 도통이라 말하고,
窮於道之謂窮(궁어도지위궁) : 도에 궁하여진 것을 궁지라 말하는 것이다.
今丘抱仁義之道以遭亂世之患(금구포인의지도이조란세지환) : 지금 나는 인의의 도를 품고 어지러운 세상의 환란을 만나기는 했지만
其何窮之爲(기하궁지위) : 그것이 어찌 궁지에 몰린 것이 되겠느냐?
故內省而不窮於道(고내성이불궁어도) : 마음속으로 반성하여 도에 궁하지 않아야 되며,
臨難而不失其德(림난이불실기덕) : 어려움을 당해도 덕을 잃지 않아야 된다.
大寒旣至(대한기지) : 추운 계절이 되어
霜雪旣降(상설기강) : 서리와 눈이 내리면
吾是以知松柏之茂也(오시이지송백지무야) : 그 때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꿋꿋함을 알게 된다.
陳蔡之隘(진채지애)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의 곤경은
於丘其幸乎(어구기행호) : 내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孔子削然反琴而弦歌(공자삭연반금이현가) : 그리고 공자는 스스로 금을 다시 잡아서 타며 노래를 했다.
子路扢然執干而舞(자로흘연집간이무) : 그러자 자로가 벌떡 일어나 방패를 들고 거기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吾不知天之高也(오불지천지고야) : “나는 하늘이 높은 것도
地之下也(지지하야) : 땅이 낮은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古之得道者(고지득도자) : 옛날의 도를 터득했던 사람들은
窮亦樂(궁역락) : 곤경에 빠져도 즐기고
通亦樂(통역락) : 뜻이 통하게 되어도 즐겼다.
所樂非窮通也(소락비궁통야) : 그들이 즐긴 것은 곤경과 통달이 아니었다.
道德於此(도덕어차) : 도덕이 여기에 있다면,
則窮通爲寒暑風雨之序矣(칙궁통위한서풍우지서의) : 곤경과 통달은 춥고 더운 것과 바람 불고 비 오는 기후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故許由娛於潁陽(고허유오어영양) : 그러므로 허유는 영수가에 숨어살며 즐겼고,
而共伯得志乎丘首(이공백득지호구수) : 공백은 공수산에 숨어살며 자득했던 것이다.”
13.
舜以天下讓其友北人無擇(순이천하양기우북인무택) : 순임금이 친구인 북인무택에게 천하를 넘겨주려 했다.
北人無擇曰(북인무택왈) : 그러자 북인무택이 말했다.
異哉后之爲人也(이재후지위인야) : “임금님의 사람 됨됨이가 이상하구나.
居於畎畝之中(거어견무지중) : 밭고랑에 살다가
而遊堯之門(이유요지문) : 요임금 밑에 가서 노닐더니,
不若是而已(불약시이이) : 거기에 그치지 않고
又欲以其辱行漫我(우욕이기욕행만아) : 또 그 욕된 행동으로 나를 더럽히려 하는구나.
吾羞見之(오수견지) : 그를 만나는 것조차 부끄럽다.”
因自投淸冷之淵(인자투청랭지연) : 그리고는 스스로 청랭의 연못에 몸을 던졌다.
14.
湯將伐桀(탕장벌걸) : 탕임금이 하나라 걸왕을 정벌하기 위해
因卞隨而謀(인변수이모) : 변수에게 계책을 물었다.
卞隨曰(변수왈) : 변수가 말했다.
非吾事也(비오사야) :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말했다.
孰可(숙가) : “그렇다면 누구에게 묻는 것이 좋겠습니까?”
曰吾不知也(왈오부지야) : 변수가 말하기를, “저도 모릅니다.”
湯又因務光而謀(탕우인무광이모) :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상의했다.
務光曰(무광왈) : 무광이 말했다.
非吾事也(비오사야) : “나의 일이 아닙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말했다.
孰可(숙가) : “누가 좋겠습니까?”
曰吾不知也(왈오부지야) : 무광이 말하기를, “저는 모릅니다.”
湯曰(탕왈) : 탕임금이 물었다.
伊尹如何(이윤여하) : “이윤이면 어떻겠습니까?”
曰强力忍垢(왈강력인구) : 무광이 말하기를, “그는 강인하면서도 치욕을 견디는 사람입니다.
吾不知其他也(오부지기타야) : 저는 그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湯遂與伊尹謀伐桀(탕수여이윤모벌걸) : 탕임금은 마침내 이윤과 계책을 상의해 걸왕을 쳐서
剋之(극지) : 승리했다.
以讓卞隨(이양변수) : 그리고는 천하를 변수에게 물려주려고 하니
卞隨辭曰(변수사왈) : 변수가 말했다.
后之伐桀也謀乎我(후지벌걸야모호아) : “임금님께서 걸왕을 치실 때 제게 상의를 했던 것은
必以我爲賊也(필이아위적야) : 제가 임금을 칠 만한 역신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勝桀而讓我(승걸이양아) : 걸왕을 치고 나서 저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는 것은
必以我爲貪也(필이아위탐야) : 저를 탐욕스러운 인간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吾生乎亂世(오생호난세) : 제가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기는 했지만,
而無道之人再來漫我以其辱行(이무도지인재래만아이기욕행) : 무도한 사람들이 거듭 와서 욕된 행동으로 저를 더럽히고 있으니,
吾不忍數聞也(오불인수문야) : 저는 차마 그런 말을 자주 못 듣겠습니다.”
乃自投稠水而死(내자투조수이사) :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조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湯又讓瞀光曰(탕우양무광왈) :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천하를 넘겨주려고 말했다.
知者謀之(지자모지) : “지혜 있는 자는 계책을 세우고,
武者遂之(무자수지) : 무인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仁者居之(인자거지) : 어진 사람이 그것을 다스리는 것이
古之道也(고지도야) : 오래 전부터의 도입니다.
吾子胡不立乎(오자호불립호) : 선생 같으신 분이 어찌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務光辭曰(무광사왈) : 무광이 사양하면서 말했다.
廢上(폐상) : “임금을 몰아내는 것은
非義也(비의야) : 의로움이 아니고,
殺民(살민) : 백성을 죽이는 것은
非仁也(비인야) : 어진 행동이 아닙니다.
人犯其難(인범기난) : 남이 그런 짓을 범하여 어려운 일을 이룬 것으로
我享其利(아향기리) : 내가 이익을 누린다면
非廉也(비렴야) : 깨끗한 짓이 못됩니다.
吾聞之曰(오문지왈) : 제가 듣건대
非其義者(비기의자) :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不受其祿(불수기록) : 그의 녹을 받지 않고,
無道之世(무도지세) : 무도한 세상에서는
不踐其土(불천기토) : 그 흙을 밟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況尊我乎(황존아호) : 그런데 하물며 저를 높이려 하시니 어쩌겠습니까?
吾不忍久見也(오불인구견야) : 저는 더 이상 이런 꼴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乃負石而自沈於廬水(내부석이자침어려수) : 그리고는 돌을 안고 스스로 여수에 몸을 던졌다.
15.
昔周之興(석주지흥) : 주나라가 한창 흥성할 때
有士二人處於孤竹(유사이인처어고죽) : 두 선비가 고죽이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曰伯夷叔齊(왈백이숙제) : 그들이 백이와 숙제이다.
二人相謂曰(이인상위왈) : 두 사람이 서로 상의하여 말했다.
吾聞西方有人(오문서방유인) : “듣기에 서쪽에 한 사람이 있는데,
似有道者(사유도자) : 도를 터득한 사람인 듯하다니
試往觀焉(시왕관언) : 그곳에 가 봅시다.”
至於岐陽(지어기양) : 그리고는 기산의 남쪽 기슭에 이르렀을 때,
武王聞之(무왕문지) : 무왕이 이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使叔旦往見之(사숙단왕견지) : 아우인 숙단을 시켜 그들을 맞이하도록 했다.
與之盟曰(여지맹왈) : 숙단은 그들에게 맹세하기를
加富二等(가부이등) : 녹은 2등 이상을 주고,
就官一列(취관일열) : 벼슬은 일등 자리를 주겠다고 말하면서,
血牲而埋之(혈생이매지) : 짐승의 피를 빨고 맹세를 쓴 글을 땅에 묻어 맹세를 굳혔다.
二人相視而笑曰(이인상시이소왈) :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唏異哉(희이재) : “이상하군요.
此非吾所謂道也(차비오소위도야) :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가 아닙니다.
昔者神農之有天下也(석자신농지유천하야) : 옛날 신농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時祀盡敬而不祈喜(시사진경이불기희) : 철에 따른 제사를 정성껏 지내기는 했지만, 행복을 빌지는 않았습니다.
其於人也(기어인야) : 백성들에 대해
忠信盡治而無求焉(충신진치이무구언) :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게 정성을 다해 다스리기는 했지만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樂與政爲政(락여정위정) : 정치를 맡으면 즐겁게 정치를 했고,
樂與治爲治(락여치위치) : 다스리게 되면 즐거이 다스리기만 했습니다.
不以人之壞自成也(불이인지괴자성야) : 남의 손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았고,
不以人之卑自高也(불이인지비자고야) : 남을 낮추면서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았으며,
不以遭時自利也(불이조시자리야) : 시세를 만났다 하여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今周見殷之亂而遽爲政(금주견은지란이거위정) : 지금 주나라는 은나라가 혼란함을 보고서 갑자기 좋은 정치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上謀而行貨(상모이행화) : 윗사람은 계책을 써서 신하들을 모으고, 아랫사람은 재물을 써서 벼슬을 구하고 있습니다.
阻兵而保威(조병이보위) : 군대에 의지하여 위세를 보존하고,
割牲而盟以爲信(할생이맹이위신) : 짐승을 죽여 피를 내어 맹세함으로써 믿음을 표시하며,
揚行以說衆(양행이설중) : 훌륭한 행동을 표창함으로써 백성들을 기쁘게 해주고,
殺伐以要利(살벌이요리) : 사람들을 죽이면서 공격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是推亂以易暴也(시추란이역폭야) : 이것은 혼란으로 주왕의 폭정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吾聞古之士(오문고지사) : 제가 듣건대 옛날의 선비들은
遭治世不避其任(조치세불피기임) :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만나면 그에게 맡겨진 일을 피하지 않고,
遇亂世不爲苟存(우란세불위구존) :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구차히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今天下闔(금천하합) : 지금 천하가 혼미하고
周德衰(주덕쇠) : 주나라의 덕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其竝乎周以塗吾身也(기병호주이도오신야) : 주나라와 함께 살아감으로써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不如避之以絜吾行(불여피지이혈오행) : 차라리 주나라를 피해 나의 행동을 깨끗이 하겠습니다.”
二子北至於首陽之山(이자북지어수양지산) : 그리고서 두 사람은 북쪽 수양산으로 가
遂餓而死焉(수아이사언) : 마침내 굶어 죽었다.
若伯夷叔齊者(약백이숙제자) : 백이와 숙제 같은 사람들은
其於富貴也(기어부귀야) : 부귀에 대하여는
苟可得已(구가득이) : 구차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해도
則必不賴(칙필불뢰) : 절대로 받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高節戾行(고절려행) : 높이 뛰어난 절조나 남과 다른 행동으로
獨樂其志(독락기지) : 홀로 그의 뜻을 즐기고
不事於世(불사어세) : 세상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此二士之節也(차이사지절야) : 이것이 두 선비의 절개이다.
盜跖
1.
孔子與柳下季爲友(공자여유하계위우) : 공자에게 유하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柳下季之弟(류하계지제) : 하계의 아우의
名曰盜跖(명왈도척) : 이름은 도척이었다.
盜跖從卒九千人(도척종졸구천인) : 도척은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橫行天下(횡행천하) : 세상을 돌아다니며
侵暴諸侯(침폭제후) :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약탈을 일삼았다.
穴室樞戶(혈실추호) :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문을 부수고
驅人牛馬(구인우마) : 들어가 남의 소와 말을 훔치고
取人婦女(취인부녀) : 남의 부녀자들을 약탈했다.
貪得忘親(탐득망친) : 이익를 쫓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不顧父母兄弟(불고부모형제) : 부모형제도 돌아보지 않았고,
不祭先祖(불제선조) : 조상들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所過之邑(소과지읍) : 그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大國守城(대국수성) : 큰 나라는 성을 지키고,
小國入保(소국입보) : 작은 나라는 성안으로 도망쳐 난을 피했다.
萬民苦之(만민고지) : 그래서 온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했다.
孔子謂柳下季曰(공자위류하계왈) : 공자가 유하계에게 말했다.
夫爲人父者(부위인부자) : “한 사람의 아버지라면
必能詔其子(필능조기자) : 그 아들을 훈계할 수 있을 것이고,
爲人兄者(위인형자) : 한 사람의 형이라면
必能敎其弟(필능교기제) :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若父不能詔其子(약부불능조기자) : 만약 아버지가 그 자식을 훈계할 수 없고,
兄不能敎其弟(형불능교기제) : 형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則無貴父子兄弟之親矣(칙무귀부자형제지친의) : 부자와 형제간의 친애도 그리 대수로운 것이 못 될 것이다.
今先生(금선생) : 지금 선생은
世之才士也(세지재사야) : 세상이 알아주는 재능 있는 선비이면서도
弟爲盜跖(제위도척) : 아우가 큰 도적이 되어
爲天下害(위천하해) : 천하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도
而弗能敎也(이불능교야) : 그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으니,
丘竊爲先生羞之(구절위선생수지) : 나는 자네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네.
丘請爲先生往說之(구청위선생왕설지) : 내가 자네를 대신해서 그를 설득해 보겠네.”
柳下季曰(유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先生言爲人父者必能詔其子(선생언위인부자필능조기자) : “자네는 한 사람의 아비라면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할 수 있고,
爲人兄者必能敎其弟(위인형자필능교기제) : 한 사람의 형이라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若子不聽父之詔(약자불청부지조) : 만약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弟不受兄之敎(제불수형지교) : 동생이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雖今先生之辯(수금선생지변) : 비록 선생의 능변이 있다해도
將奈之何哉(장내지하재) : 어찌하겠습니까
且跖之爲人也(차척지위인야) : 또 도척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心如涌泉(심여용천) : 마음은 치솟는 샘물같이 끝없고,
意如飄風(의여표풍) : 의지는 회오리바람같이 사나우며,
强足以矩敵(강족이구적) : 힘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하고,
辯足以飾非(변족이식비) : 그 말재주는 자기의 비행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하다네,
順其心則喜(순기심칙희) : 제 마음에 들면 좋아하지만,
逆其心則怒(역기심칙로) : 마음에 듣지 않으면 성을 내며
易辱人以言(역욕인이언) : 함부로 욕을 해대니,
先生必無往(선생필무왕) : 선생은 부디 가지 말게.”
孔子不聽(공자불청) : 그러나 공자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顔回爲馭(안회위어) : 안회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子貢爲右(자공위우) : 자공을 오른편에 앉힌 뒤
往見盜跖(왕견도척) : 가서 도척을 만나러 갔다.
盜跖乃發休卒徒於太山之陽(도척내발휴졸도어태산지양) : 도척이 태산의 남쪽에서 졸개들을 쉬게 하고,
膾人肝而餔之(회인간이포지) : 자신은 사람의 간을 회를 쳐 먹고 있었다.
孔子下車而前(공자하거이전) :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가
見謁者曰(견알자왈) : 도척의 졸개를 보고 말했다.
魯人孔丘(로인공구) : “노나라에 사는 공구라는 사람이
聞將軍高義(문장군고의) : 장군의 높은 의기를 듣고
敬再拜謁者(경재배알자) : 두 번 절하고 뵙고자 합니다.”
謁者入通(알자입통) : 졸개가 들어가 알리니,
盜跖聞之大怒(도척문지대노) : 도척이 그 말을 듣고 노하여
目如明星(목여명성) : 눈은 샛별같이 번뜩이고,
髮上指冠(발상지관) : 머리카락은 치솟아 관을 찌를 듯했다.
曰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왈차부로국지교위인공구비사) : “그건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가 아니냐?
爲我告之(위아고지) : 내 대신 그에게 전하라.
爾作言造語(이작언조어) : 너는 적당히 말을 만들고 지어내어
妄稱文武(망칭문무) : 함부로 문왕과 무왕을 칭송하며,
冠枝木之冠(관지목지관) : 머리에는 나뭇가지 같이 이것저것 장식한 관을 쓰고,
帶死牛之脅(대사우지협) : 허리에는 죽은 소의 가죽으로 만든 띠를 하고 다니면서,
多辭繆說(다사무설) : 부질없는 소리를 멋대로 지껄이고,
不耕而食(불경이식) :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먹고살며,
不織而衣(불직이의) : 길쌈도 하지 않고도 옷을 입는다.
搖脣鼓舌(요순고설) : 입술을 놀리고 혀를 차면서
擅生是非(천생시비) : 멋대로 옳다 그름을 판단하여
以迷天下之主(이미천하지주) : 천하의 군주들을 현혹시키고,
使天下學士不反其本(사천하학사불반기본) : 학자들이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妄作孝弟而僥倖於封侯富貴者也(망작효제이요행어봉후부귀자야) : 함부로 효니 공손함이니 우애니 하는 것을 정해 놓고 제후들에게 요행히 인정을 받아 부귀를 누리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子之罪大極重(자지죄대극중) : 네 죄는 참으로 무겁다.
疾走歸(질주귀) : 당장 돌아가거라.
不然(불연) : 그렇지 않으면
我將以子肝益晝餔之膳(아장이자간익주포지선) : 네 간을 점심 반찬으로 삼을 것이다.”
孔子復通曰(공자복통왈) : 공자가 다시 졸개를 통해 말했다.
丘得幸於季(구득행어계) : “저는 장군의 형님인 유하계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願望履幕下(원망리막하) : 부디 장군의 신발이라도 쳐다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謁者復通(알자복통) : 졸개가 다시 전하니
盜跖曰(도척왈) : 도척이 말했다.
使來前(사래전) : “이리 앞으로 데려오너라.”
孔子趨而進(공자추이진) : 공자는 총총걸음으로 나가
避席反走(피석반주) : 자리를 피해 물러서면서
再拜盜跖(재배도척) : 도척에게 크게 두 번 절을 했다.
盜跖大怒(도척대노) : 도척은 크게 노하여
兩展其足(량전기족) : 그의 양발을 떡 벌리고,
案劍瞋目(안검진목) :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눈을 부릅뜬 채,
聲如乳虎曰(성여유호왈) : 마치 새끼를 거느린 호랑이처럼 말했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나오너라.
若所言(약소언) : 네가 하는 말이
順吾意則生(순오의칙생) : 내 뜻에 맞으면 살고,
逆吾心則死(역오심칙사) : 거스르면 죽을 것이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丘聞之(구문지) : 내가 듣건대
凡天下人有三德(범천하인유삼덕) : “천하에는 세 가지 덕이 있는데,
生而長大(생이장대) : 태어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늠름하며,
美好無雙(미호무쌍) : 용모가 아름다워 누구에게도 비길 수 없고,
少長貴賤見而皆說之(소장귀천견이개설지) : 늙은이도 젊은이도 고귀한 이도 미천한 이도 모두 그를 좋아하는 것,
此上德也(차상덕야) : 이것이 첫째가는 덕입니다.
知維天地(지유천지) : 그 지혜는 천지를 뒤덮고,
能辯諸物(능변제물) : 능력은 모든 사물의 이치를 헤아리고 있는 것,
此中德也(차중덕야) : 이것이 중간의 덕입니다.
勇悍果敢(용한과감) : 용기가 있어 과감하며
聚衆率兵(취중솔병) : 많은 부하를 거느리는 것,
此下德也(차하덕야) : 이것이 제일 낮은 덕입니다.
凡人有此一德者(범인유차일덕자) : 누구나 이 가운데 한가지 덕만 갖추고 있으면
足以南面稱孤矣(족이남면칭고의) : 제후라 하기에 충분합니다.
今將軍兼此三者(금장군겸차삼자) : 그런데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 덕을 함께 갖추고 계십니다.
身長八尺二寸(신장팔척이촌) :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面目有光(면목유광) : 얼굴과 눈에서는 빛이 나며,
脣如激丹(순여격단) : 입술은 진한 붉은 색이고,
齒如齊貝(치여제패) : 이는 조개를 가지런히 한 듯하고,
音中黃鍾(음중황종) : 목소리는 황종의 음에 들어맞습니다.
而名曰盜跖(이명왈도척) : 그런데도 도척이라 불리고 계시니
丘竊爲將軍恥不取焉(구절위장군치불취언) : 저는 장군님을 생각하여 이를 무척 부끄럽고 애석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將軍有意聽臣(장군유의청신) :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臣請南使吳越(신청남사오월) : 남쪽으로는 오나라와 월나라,
北使齊魯(북사제로) :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
東使宋衛(동사송위) : 동쪽으로는 송나라와 위나라,
西使晉楚(서사진초) : 서쪽으로는 진나라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使爲將軍造大城數百里(사위장군조대성수백리) : 그들에 장군을 위해 수 백 리 사방으로 큰 성을 만들어
立數十萬戶之邑(립수십만호지읍) : 수십만 호의 봉읍을 만들어
尊將軍爲諸侯(존장군위제후) : 장군을 제후로 삼게 하고자 합니다.
與天下更始(여천하갱시) : 그러면 천하와 더불어 다시 시작하여이
罷兵休卒(파병휴졸) : 군대를 혁파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며,
收養昆弟(수양곤제) : 형제들을 거두어 보양해주고,
共祭先祖(공제선조) : 다같이 조상에게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此聖人才士之行(차성인재사지행) : 이것이야말로 성인이나 재사들의 행위이고
而天下之願也(이천하지원야) : 또한 천하가 바라는 바입니다.”
盜跖大怒曰(도척대노왈) : 도척은 더욱 크게 화가나서 말했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오너라
夫可規以利(부가규이리) : 무릇 이익으로 권할 수 있고
而可諫以言者(이가간이언자) : 말로 간구할 수 있는 것은
皆愚陋恒民之謂耳(개우루항민지위이) : 모두 세상의 어리석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今長大美好(금장대미호) : 지금 내 체격이 훌륭하며 용모가 아름답고
人見而悅之者(인견이열지자) : 사람들이 나를 보면 좋아하는 것은
此吾父母之遺德也(차오부모지유덕야) : 내 부모의 덕이다.
丘雖不吾譽(구수불오예) : 네가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吾獨不自知邪(오독불자지사) :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로.
好面譽人者(호면예인자) :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亦好背而毁之(역호배이훼지) : 등뒤에서 욕하기도 잘한다고 했다.
今丘告我以大城衆民(금구고아이대성중민) : 지금 네가 큰 성을 쌓게 한다느니, 백성들을 모아 준다고 했는데,
是欲規我以利而恒民畜我也(시욕규아이리이항민축아야) : 그것은 이익으로 나를 권면하는 것이니 나를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것이다.
安可久長也(안가구장야) : 허나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
城之大者(성지대자) : 성이 크다 한들
莫大乎天下矣(막대호천하의) : 천하보다 크지 않도다
堯舜有天下(요순유천하) : 요와 순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으나
子孫無置錐之地(자손무치추지지) : 그 자손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도 갖지 못 했다.
湯武立爲天子(탕무립위천자) : 탕임금과 무왕도 스스로 천자가 되었으나
而後世絶滅(이후세절멸) : 그 자손은 모두 끊기고 말았다.
非以其利大故邪(비이기리대고사) : 그것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에,
古者禽獸多而人少(고자금수다이인소) : 옛날에는 새나 짐승이 많고 사람의 수는 적어,
於是民皆巢居以避之(어시민개소거이피지) :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짐승의 해를 피했고,
晝拾橡栗(주습상률) :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暮栖木上(모서목상) :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故命之曰(고명지왈) :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기를
有巢氏之民(유소씨지민) :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古者民不知衣服(고자민부지의복) :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夏多積薪(하다적신) : 여름이면 장작을 쌓아놓았다
冬則煬之(동칙양지) : 겨울에는 이것을 땠다.
故命之曰知生之民(고명지왈지생지민) : 그래서 이들은 지생의 백성이라고 한다.
神農之世(신농지세) : 신농씨 시대에는
臥則居居(와칙거거) : 안락하게 누워 자고
起則于于(기칙우우) : 일어나서는 유유자적했다.
民知其母(민지기모) : 백성들은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不知其父(부지기부) : 아버지는 몰랐고,
與麋鹿共處(여미록공처) : 고라니나 사슴들과 함께 살았다.
耕而食(경이식) : 농사를 지어서 먹고
織而衣(직이의) : 길쌈을 해서 옷을 입었으며
無有相害之心(무유상해지심) : 서로를 해치려는 마음 따위는 지니지 않고 있었다.
此至德之隆也(차지덕지융야) : 이것이 바로 지극한 덕이 한창 성했던 시대였다.
然而黃帝不能致德(연이황제불능치덕) : 그런데 황제는 덕을 완전히 실현시킬 수가 없어,
與蚩尤戰於鹿之野(여치우전어탁록지야) : 치우와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사람들의 피가 백리 사방을 물들였다.
堯舜作(요순작) : 이어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立群臣(립군신) : 많은 신하들을 내세웠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의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다.
自是以後(자시이후) : 이 뒤로
以强陵弱(이강릉약) :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以衆暴寡(이중폭과) :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게 된 것이다.
湯武以來(탕무이래) : 탕왕과 무왕 이후는
皆亂人之徒也(개란인지도야) :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이다.
今子修文武之道(금자수문무지도) :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掌天下之辯(장천하지변) :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以敎後世(이교후세) :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縫衣淺帶(봉의천대) :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矯言僞行(교언위행) :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以迷惑天下之主(이미혹천하지주) :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而欲求富貴焉(이욕구부귀언) :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盜莫大於子(도막대어자) : 도둑치고도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천하하고불위자위도구) :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而乃謂我爲盜跖(이내위아위도척) :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子以甘辭說子路而使從之(자이감사설자로이사종지) : 너는 달콤한 말로 자로를 꾀어 따르게 하고,
使子路去其危冠(사자로거기위관) : 그가 쓰고 있던 높은 관을 벗기고,
解其長劍(해기장검) : 차고 있던 길 칼을 풀어놓게 한 뒤,
而受敎於子(이수교어자) : 네 가르침을 받게 했다.
天下皆曰孔丘能止暮禁非(천하개왈공구능지모금비) : 세상에서 말하기를, 공구는 난폭한 행동을 금지시키고 그릇된 행동을 금할 수 있다고들 한다.
其卒之也(기졸지야) : 그러나 결국
子路欲殺衛君而事不成(자로욕살위군이사불성) : 자로는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身菹於衛東門之上(신저어위동문지상) : 위나라의 동문 밖에서 사형을 받아 그의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되었다.
是子敎之不至也(시자교지불지야) :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불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子自謂才士聖人邪(자자위재사성인사) : 너는 스스로 재사니, 성인이니 자처하지만,
則再逐於魯(칙재축어로) : 노나라에서 추방되었고,
削跡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숨었고
窮於齊(궁어제) : 제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과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으니,
不容身於天下(불용신어천하) : 천하에 몸둘 곳이 없게 되지 않았느냐?
子敎子路菹此患(자교자로저차환) : 너는 자로로 하여금 처형을 당해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만들었으니,
上無以爲身(상무이위신) : 결국 환란으로 위로는 몸을 보전할 길이 없고,
下無以爲人(하무이위인) : 아래로는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子之道豈足貴邪(자지도기족귀사) : 너의 도를 어찌 귀한 것이라 하겠느냐?
世之所高(세지소고) : 세상에서 덕이 높다고 한다면,
莫若黃帝(막약황제) : 황제보다 더한 이가 없지만,
黃帝尙不能全德(황제상불능전덕) : 그 황제도 덕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어
而戰鹿之野(이전탁록지야) :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백 리 사방을 피로 물들였다.
堯不慈(요불자) : 요임금은 자애심이 없었고,
舜不孝(순불효) : 순임금은 효를 다하지 못했으며,
禹偏枯(우편고) : 우임금은 일을 하느라 말랐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伐紂(무왕벌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고,
文王拘羑里(문왕구유리) : 문왕은 유리에 유폐되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世之所高也(세지소고야) :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다.
孰論之(숙론지) : 그러나 엄격하게 논하자면,
皆以利惑其眞(개이리혹기진) : 모두가 이익 때문에 그 진실에 대해 미혹됨으로써
而强反其情性(이강반기정성) : 억지로 그 성정을 거슬렀던 사람들이다.
其行乃甚可羞也(기행내심가수야) :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수치스러운 것이다.
世之所謂賢士(세지소위현사) : 세상에서 말하는 현사로는
莫若伯夷叔齊(막약백이숙제) : 백이와 숙제만한 이 없는데,
伯夷叔齊辭孤竹之君(백이숙제사고죽지군) : 고죽의 임금자리를 사양하고
而餓死於首陽之山(이아사어수양지산) :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骨肉不葬(골육불장) : 그들의 시체는 아무도 장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鮑焦飾行非世(포초식행비세) : 포초라는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꾸미고 세상을 비난하다가
抱木而死(포목이사) : 나무를 끌어안고 죽었다.
申徒狄諫而不聽(신도적간이불청) : 신도적은 임금에게 간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負石自投於河(부석자투어하) : 돌을 지고 스스로 황하에 몸을 던져
爲魚鼈所食(위어별소식) : 물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다.
介子推至忠也(개자추지충야) : 개자추는 충성을 다해
自割其股以食文公(자할기고이식문공) :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으나,
文公後背之(문공후배지) : 뒤에 문공이 그를 배반하자,
子推怒而去(자추노이거) : 그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살다
抱木而燔死(포목이번사) : 나무를 껴안은 채 타 죽었다.
尾生與女子期於梁下(미생여여자기어량하) : 미생은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나
女子不來(여자불래) : 여자가 오지 않자
水至不去(수지불거) :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고 있다가
抱梁柱而死(포량주이사) :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죽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無異於磔犬流豕操瓢而乞者(무이어책견류시조표이걸자) : 잡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나 표주박을 들고 구걸을 하러 다니는 자나 다를 것이 없다.
皆離名輕死(개리명경사) : 모두가 자기의 명분에 얽매이어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不念本養壽命者也(불념본양수명자야) : 근본으로 돌아가 수명을 보양하려 하지 않은 자들이다.
世之所謂忠臣者(세지소위충신자) : 세상에서 말하는 충신으로는
莫若王子比干伍子胥(막약왕자비간오자서) : 비간이나 오자서 만한 사람이 없다.
子胥沈江(자서침강) : 그러나 오자서는 처형을 당해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가슴을 찢겨 심장이 드러내졌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世謂忠臣也(세위충신야) : 천하에서 말하는 충신들이다.
然卒爲天下笑(연졸위천하소) : 그러나 마침내는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自上觀之(자상관지) : 위에서부터 살펴보건데
至于子胥比干(지우자서비간) : 자서나 비간까지
皆不足貴也(개부족귀야) : 모두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丘之所以說我者(구지소이설아자) : 네가 나를 설득시키는 방법으로
若告我以鬼事(약고아이귀사) : 내게 귀신 얘기를 한다면
則我不能知也(칙아불능지야) : 나 또한 능히 알 수 있으나,
若告我以人事者(약고아이인사자) : 사람에 관한 일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不過此矣(불과차의) :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皆吾所聞知也(개오소문지야) : 그것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今吾告子以人之情(금오고자이인지정) : 너에게 사람의 성정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
目欲視色(목욕시색) : 눈은 좋은 빛깔을 보려 하고,
耳欲聽聲(이욕청성) :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口欲察味(구욕찰미) : 입은 좋은 맛을 보려 하고,
志氣欲盈(지기욕영) : 기분은 만족을 바란다.
人上壽百歲(인상수백세) :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살,
中壽八十(중수팔십) : 중간 정도로는 80살,
下壽六十(하수육십) : 밑으로 가면 60살이다.
除病瘦死喪憂患(제병수사상우환) : 그것도 병들고 여위고 죽고 문상하고 걱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빼고 나면
其中開口而笑者(기중개구이소자) : 입을 벌리고 웃을 수 있는 것은
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일월지중불과사오일이이의) : 한달 중에 불과 사오일 에 지나지 않는다.
天與地無窮(천여지무궁) :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人死者有時(인사자유시) : 사람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일정한 때가 있다.
操有時之具(조유시지구) : 이 유한 한 육체를
而托於無窮之間(이탁어무궁지간) : 무궁한 천지 사이에 맡기고 있기란
忽然無異騏驥之馳過隙也(홀연무이기기지치과극야) : 준마가 좁은 문틈을 달려 지나가 버리는 것과 같다.
不能說其志意(불능설기지의) : 따라서 자기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養其壽命者(양기수명자) : 그 수명을 보양하지 못하는 자는
皆非通道者也(개비통도자야) : 모두가 도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丘之所言(구지소언) : 네가 하는 말들은
皆吾之所棄也(개오지소기야) : 모두 내가 버리는 것들이다.
亟去走歸(극거주귀) : 당장 뛰어 돌아가거라.
無復言之(무복언지) :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子之道(자지도) : 너의 도라는 것은
狂狂汲汲(광광급급) : 본성을 잃은 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詐巧虛僞事也(사교허위사야) : 사기와 허위의 사실일 뿐이다.
非可以全眞也(비가이전진야) : 그런 것으로는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전할 수 없느니라.
奚足論哉(해족론재) : 어찌 논의할 대상이나 되겠느냐
孔子再拜趨走(공자재배추주) : 공자는 두 번 절하고 빠른 걸음으로
出門上車(출문상거) :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서는
執轡三失(집비삼실) : 말고삐를 세 번이나 잡았다 놓쳤다.
目芒然無見(목망연무견) : 눈은 멍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色若死灰(색약사회) : 얼굴은 잿빛이었다.
據軾低頭(거식저두) :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에 기대어 머리를 떨구고는
不能出氣(불능출기) :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歸到魯東門外(귀도로동문외) : 노나라의 동문에 이르러
過遇柳下季(과우류하계) : 유하계를 만났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今者闕然數日不見(금자궐연수일불견) : “요즘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車馬有行色(거마유행색) : 거마의 행색을 보니,
得微往見跖邪(득미왕견척사) : 혹시 도척을 만나러 갔다가 오는 길이 아닌가?”
孔子仰天(공자앙천) :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而歎曰然(이탄왈연) : 탄식을 하고 말하기를,“그렇다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跖得無逆汝意若前乎(척득무역여의약전호) : “도척이란 놈이 전에 내가 얘기한 대로이지 않던가?”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然丘所謂無病而自灸也(연구소위무병이자구야) : “그랬네. 아픈데도 없는데 뜸을 뜬 셈이 되고 말았네.
疾走料虎頭(질주료호두) : 허둥대며 달려가다가 호랑이 머리를 매만지고
編虎須(편호수) : 호랑이 수염을 잡아당긴 셈이니
幾不免虎口哉(기불면호구재) : 자칫하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네.”
2.
子將問於滿苟得曰(자장문어만구득왈) : 자장이 만구득에게 물었다.
盖不爲行(개불위행) : “어째서 인의를 행하지 않습니까?
無行則不信(무행칙불신) : 인의를 행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지 못하고,
不信則不任(불신칙불임) : 신용을 얻지 못하면 벼슬에 오르지 못하며,
不任則不利(불임칙불리) : 벼슬에 오르지 못하면 이익이 없게 됩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성의 관점에서 나,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따지거나
而義眞是也(이의진시야) : 인의야말로 가장 좋은 것입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나 이익을 버린다 해도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볼 때,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가 행동함에 있어서
不可一日不爲乎(불가일일불위호) : 인의는 하루도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無恥者富(무치자부) : “수치를 모르는 자가 부자가 되고,
多信者顯(다신자현) : 말이 많은 자가 출세합니다.
夫名利之大者(부명리지대자) : 큰 명예와 이익이란
幾在無恥而信(기재무치이신) : 수치도 모르고 말만 많은 자들에게 돌아갑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든,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계산하든
而信眞是也(이신진시야) : 말 많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됩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와 이익을 내버리고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의 행동으로서는
拘其天乎(구기천호) : 그의 천성을 간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昔者桀紂貴爲天子(석자걸주귀위천자) : “옛날에 걸왕과 주왕은 천자라는 귀한 자리에 있으면서
富有天下(부유천하) : 온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今謂臧聚曰(금위장취왈) :그러나 지금 노예들에게라도 이르기를
汝行如桀紂(여행여걸주) : “너의 행동이 걸이나 주와 같다고 하면,
則有怍色(칙유작색) : 곧 부끄러운 빛을 띠리라.
有不服之心者(유불복지심자) : 불복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小人所賤也(소인소천야) : 소인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仲尼墨翟(중니묵적) : 공자와 묵자는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냈습니다.
今謂宰相曰(금위재상왈) : 그러나 지금 재상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말로
子行如仲尼墨翟(자행여중니묵적) 당신의 행동이 공자와 묵자 같다고 말하면
則變容易色稱不足者(칙변용역색칭부족자) : 곧 얼굴빛을 바꾸면서 그런 정도에 이르기에 부족하다고 말하게 되는데,
士誠貴也(사성귀야) : 이들은 선비들이 진실로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故勢爲天子(고세위천자) : 그러므로 천자의 권세를 지녔다 해도
未必貴也(미필귀야) : 반드시 존귀하지 않을 수 있고,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낸다 해도
未必賤也(미필천야) :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닙니다.
貴賤之分(귀천지분) : 귀천의 구분은
在行之美惡(재행지미악) : 행동이 아름답고 악한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小盜者拘(소도자구) : “작은 도적은 잡히고 말지만
大盜者爲諸侯(대도자위제후) : 큰 도적은 제후가 됩니다.
諸侯之門(제후지문) : 그런데 제후의 문하에는
仁義存焉(인의존언) : 의로운 선비들이 모이게 됩니다.
昔者桓公小白殺兄入嫂(석자환공소백살형입수) : 옛날의 제나라 환공 소백은 자기의 형을 죽이고 형수를 부인으로 삼았으나,
而管仲爲臣(이관중위신) : 현명한 관중이 그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田成子常殺君竊國(전성자상살군절국) : 전성자 상은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으나,
而孔子受幣(이공자수폐) : 공자는 그로부터 폐물을 받았습니다.
論則賤之(론칙천지) : 관중과 공자를 논할 때는 그들을 천하게 보면서도
行則下之(행칙하지) : 실지로 행동함에 있어서는 그들 아래에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則是言行之情悖戰於胸中也(칙시언행지정패전어흉중야) : 그러니 말과 행동의 실제 문제가 모순을 이룬 채 가슴속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不亦拂乎(불역불호) : 그러니 이치에 어긋난 것이 아닙니까?
故書曰(고서왈) : 그러므로 옛 책에서 말하기를
孰惡孰美(숙악숙미) :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다.
成者爲首(성자위수) : 성공을 하면 우두머리가 되어 존경받고,
不成者爲尾(불성자위미) : 성공하지 못하는 자는 꼬리가 되어 천대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子不爲行(자불위행) : 선생님께서 인의를 행하지 않으시면
卽將疏戚無倫(즉장소척무륜)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없게 되고,
貴賤無義(귀천무의)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도 없게 될 것이며,
長幼無序(장유무서) : 어른과 아이의 질서도 없게 될 것입니다.
五紀六位(오기육위) :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오륜(五倫)과, 아저씨들, 형제들, 일가들, 조카들, 스승,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육기(六紀)도
將何以爲別乎(장하이위별호) : 어떻게 구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堯殺長子(요살장자) : “요임금은 맏아들을 죽였고,
舜流母弟(순유모제) : 순임금은 이복 동생을 귀향 보냈었는데,
疏戚有倫乎(소척유윤호)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까?
湯放桀(탕방걸) : 탕임금은 걸왕을 내쳤고,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는데,
貴賤有義乎(귀천유의호)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이 있는 것입니까?
王季爲適(왕계위적) : 왕계는 형을 물리치고 왕위의 계승자가 되었고,
周公殺兄(주공살형) : 주공은 형을 죽였는데
長幼有序乎(장유유서호) : 어른과 아이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까?
儒者僞辭(유자위사) : 유학자들은 거짓된 이론을 펴고,
墨者兼愛(묵자겸애) : 묵가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다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五紀六位將有別乎(오기육위장유별호) : 오륜과 육기의 분별이 있는 것입니까?
且子正爲名(차자정위명) : 그런데도 선생께서는 명분을 바르다고 주장하고
我正爲利(아정위리) : 저는 이익을 바르다고 주장하는데,
名利之實(명리지실) : 명분과 이익이 실체에 있어서는
不順於理(불순어리) : 이치에 순응되지도 않고
不監於道(불감어도) : 도리에 합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吾日與子訟於無約曰(오일여자송어무약왈) : 제가 전에 무약에게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小人殉財(소인순재) : ‘소인들은 재물을 추구하고,
君子殉名(군자순명) : 군자들은 명예를 추구한다.
其所以變其情(기소이변기정) : 그들이 그들의 진실함을 변화시키고
易其性(역기성) : 본성을 바꾸는 방법은
則異矣(칙이의) : 서로 다르지만,
乃至於棄其所爲(내지어기기소위) :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은 버리고
而殉其所不爲(이순기소불위) :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則一也(칙일야) : 동일하같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爲小人(무위소인) : 소인이 되지 말고
反殉而天(반순이천) :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따르고,
無爲君子(무위군자) : 군자가 되지도 말고
從天之理(종천지리) : 하늘의 원리를 따르기만 하라고 하는 것이다.
若枉若直(약왕약직) : 굽었든 곧았든 간에
相而天極(상이천극) :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面觀四方(면관사방) :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與時消息(여시소식) :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若是若非(약시약비) : 옳든 그르든 간에
執而圓機(집이원기) :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獨成而意(독성이의) :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與道徘徊(여도배회) :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
無轉而行(무전이행) : 한결같이 행동하려고 애쓰지 말고,
無成而義(무성이의) : 의로움을 이루려 애쓰지 마라.
將失而所爲(장실이소위) : 그러면 자기의 본성만 잃게 될 것이다.
無赴而富(무부이부) : 자기의 부를 추구하지 말고,
無殉而成(무순이성) : 성공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將棄而天(장기이천) : 그런 행동은 자기의 천성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심장이 도려내어지고
子胥抉眼(자서결안) : 오자서는 눈이 도려내졌는데,
忠之禍也(충지화야) : 충성하려 했기 때문에 닥친 재난이었던 것이다.
直躬證父(직궁증부) : 직궁은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했다가 처벌되었고,
尾生溺死(미생익사) :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은
信之患也(신지환야) : 신의를 지키려던 환란인 것이다.
鮑子立乾(포자립건) : 포자가 나무를 끌어안고 선 채로 말라죽고,
申子不自理(신자불자리) : 신자가 자기 변명도 못해보고 목매어 죽었던 것은
廉之害也(렴지해야) : 깨끗함을 지키려다 받은 피해이다.
孔子不見母(공자불견모) : 공자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종신을 하지 못하고,
匡子不見父(광자불견부) : 광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종신하지 못했던 것은,
義之失也(의지실야) : 의로움을 지키려는 데서 온 과실이다.
此上世之所傳(차상세지소전) : 이상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下世之所語(하세지소어) : 후세에도 전해질 사실들이다.
以爲士者正其言(이위사자정기언) : 선비 된 사람으로서 자기 말이 올바른 것이라 고집하고
必其行(필기행) :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故服其殃(고복기앙) : 그런 재앙을 당하고
利其患也(이기환야) : 그런 환란을 만나게 된 것이다.
3.
無足問於知和曰(무족문어지화왈) : 무족이 지화에게 물었다.
人卒未有不興名就利者(인졸미유불흥명취리자) : “사람 중에 명예를 위해 일어나고, 이익을 위해 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彼富則人歸之(피부칙인귀지) : 그가 부유해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歸則下之(귀칙하지) : 모여들어서는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下則貴之(하칙귀지) : 남들이 머리를 숙이면 그는 귀해지는 것입니다.
夫見下貴者(부견하귀자) : 남이 머리를 숙임으로써 귀해지는 것은
所以長生安體樂意之道也(소이장생안체락의지도야) :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는 근거가 되는 도인 것입니다.
今子獨無意焉(금자독무의언) : 그런데도 지금 당신만이 그 일에 뜻이 없으니,
知不足邪(지부족사) : 지혜가 모자라기 때문입니까?
意知而力不能行邪(의지이력불능행사) : 뜻과 지혜는 있지만 힘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故推正不忘邪(고추정불망사) :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것만 추구하느라 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今夫此人以爲興己同時而生(금부차인이위흥기동시이생) : “지금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同鄕而處者(동향이처자) : 같은 고장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도
以爲夫絶俗過世之士焉(이위부절속과세지사언) : 나 같은 사람을 세속을 초월한 선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是專無主正(시전무주정) : 이것은 오로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느라 올바른 표준도 없이
所以覽古今之時(소이람고금지시) :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대의 흐름과
是非之分也(시비지분야) : 시비의 분별만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與俗化(여속화) : 그들은 속인들과 함께 살면서 세속에 감화되어
世去至重(세거지중) : 지극히 귀중한 본성을 떠나서
棄至尊(기지존) : 지극히 존귀한 도를 버리고,
以爲其所爲也(이위기소위야) : 그들이 바라는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此其所以論長生安體樂意之道(차기소이론장생안체락의지도) : 이래 가지고는 그들이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는 도를 논한다는 것이
不亦遠乎(불역원호) : 또한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慘怛之疾(참달지질) : 참담한 고통과
恬愉之安(념유지안) : 즐거운 편안함이
不監於體(불감어체) : 자기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怵惕之恐(출척지공) : 불안한 두려움과
欣懽之喜(흔환지희) : 날뛸 듯한 기쁨이
不監於心(불감어심) : 자기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知爲爲而不知所以爲(지위위이부지소이위) : 그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할 줄만 알았지 추구하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是以貴爲天子(시이귀위천자) : 그래서 천자란 존귀한 위치에 놓이고
富有天下(부유천하) : 천하를 다 차지하는 부를 지니게 되더라도
而不免於患也(이불면어환야) : 환란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富貴之於人(부귀지어인) : “부귀란 사람에게
無所不利(무소불리) : 이롭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窮美究埶(궁미구예) : 어떤 아름다움도 이룰 수 있고, 어떤 권세라도 추구할 수 있으니
至人之所不得逮(지인지소불득체) : 이것은 지극한 사람도 미칠 수 없는 일이며,
賢人之所不能及(현인지소불능급) : 성인도 따라갈 수 없는 일입니다.
俠人之勇力而以爲威强(협인지용력이이위위강) : 부귀는 남의 용기와 능력을 빌어 위세를 떨치고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秉人之知謀以爲明察(병인지지모이위명찰) : 남의 지혜와 계략을 이용하여 명석하게 잘 살필 수도 있습니다.
因人之德以爲賢良(인인지덕이위현량) : 남의 덕을 근거로 하여 현명하고 어질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非享國而嚴若君父(비향국이엄약군부) :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 않아도 임금이나 아버지 같은 위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且夫聲色滋味權勢之於人(차부성색자미권세지어인) : 또한 음악이나 미술이나 권세와 같이
心不待學而樂之(심불대학이락지) :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體不待象而安之(체불대상이안지) : 몸은 다른 물건을 빌지 않고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夫欲惡避就(부욕악피취) : 탐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일도
固不待師(고불대사) : 스승을 기다릴 것 없이 이루어집니다.
此人之性也(차인지성야) : 이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孰能辭之(숙능사지) :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知者之爲(지자지위) : “지혜 있는 사람의 행동은
故動以百姓(고동이백성) : 본시 행동의 표준을 백성들로 삼아서
不違其度(불위기도) : 그들의 기준을 어기지 않습니다.
是以足而不爭(시이족이불쟁) : 그러므로 언제나 만족하고 있어서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無以爲故不求(무이위고불구) : 할 것이 없으므로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不足故求之(부족고구지) : 그러나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게 되고,
爭四處而不自以爲貪(쟁사처이불자이위탐) : 사방으로 다투면서도 스스로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有餘故辭之(유여고사지) : 지혜 있는 사람은 남음이 있기 때문에 남이 추구하는 것을 사양하며,
棄天下而不自以爲廉(기천하이부자이위렴) : 천하를 버리고도 스스로를 결백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廉貪之實(렴탐지실) : 결렴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실제 내용은
非以迫外也(비이박외야) : 추구하는 밖의 물건에 의해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反監之度(반감지도) : 돌이켜 자기 마음의 법도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勢爲天子而不以貴驕人(세위천자이불이귀교인) : 천자의 권세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존귀함으로써 남에게 교만하지 않습니다.
富有天下而不以財戲人(부유천하이불이재희인) :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재물로써 사람을 희롱하지 않습니다.
計其患(계기환) : 천자의 환란을 헤아리고
慮其反(려기반) : 그것이 천성에 반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以爲害於性(이위해어성) : 그것은 본성을 해치는 것이라 단정하기 때문에
故辭而不受也(고사이불수야) : 사양하고 받지 않는 것입니다.
非以要名譽也(비이요명예야) : 명예를 바라기 때문은 아닙니다.
堯舜爲帝而雍(요순위제이옹) : 요임금과 순임금이 임금노릇을 하면서도 남에게 임금자리를 사양했던 것은
非仁天下也(비인천하야) : 천하에 어짊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라,
不以美害生也(불이미해생야) : 명예나 이익 때문에 삶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善卷許由得帝而不受(선권허유득제이불수) : 선권이나 허유가 임금자리를 내주어도 받지 않았던 것은
非虛辭讓也(비허사양야) : 공연히 사양한 것이 아니라,
不以事害己(불이사해기) : 번거로운 일로 인해 자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此皆就其利(차개취기리) : 이들은 모두가 그의 이로움을 위해
辭其害(사기해) : 그 피해를 사퇴한 것이어서
而天下稱賢焉(이천하칭현언) : 천하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則可以有之(칙가이유지) : 그것은 그들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는데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彼非以興名譽也(피비이흥명예야) : 그들은 명예를 추구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닙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必持其名(필지기명) : “사람은 자기의 명예를 유지하려고
苦體絶甘(고체절감) : 자신을 괴롭히고 단것도 먹지 않으며
約養以持生(약양이지생) : 몸의 보양을 아낌으로써 생활만을 지탱해갑니다.
則亦久病長阨而不死者也(칙역구병장액이불사자야) : 그러므로 그것은 오랫동안 앓으면서 오랫동안 곤궁하게 죽지 않고 사는 것이나 같은 것입니다.”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平爲福(평위복) : “평범한 것이 행복이 되고,
有餘爲害者(유여위해자) : 남음이 있으면 해가 된다는 것은
物莫不然(물막불연) :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而財其甚者也(이재기심자야) : 재물에 있어서는 더욱 심합니다.
今富人(금부인) : 지금 부자들은
耳營於鐘鼓管籥之聲(이영어종고관약지성) : 귀로는 종, 북, 저, 피리의 소리를 들으며 즐기고,
口嗛於芻豢醪醴之味(구겸어추환료례지미) : 입으로는 짐승 고기와 맛있는 술맛을 실컷 봄으로써
以感其意(이감기의) : 그의 뜻을 만족시키는 한편
遺忘其業(유망기업) : 그의 할 일은 잊고 있습니다.
可謂亂矣(가위란의) : 그러니 이것이 혼란이라 말할 만한 것입니다.
侅溺於馮氣(해익어풍기) : 자신의 성한 기운에 빠져 들어가
若負重行而上坂也(약부중행이상판야) : 무거운 짐을 지고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可謂苦矣(가위고의) : 그러니 이것은 고통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貪財而取慰(탐재이취위) : 재물을 탐내어 병에 걸리고,
貪權而取竭(탐권이취갈) : 권력을 탐내어 정력을 다 쓰며,
靜居則溺(정거칙익) : 고요히 살게 되면 정욕에 빠지고,
體澤則馮(체택칙풍) : 몸이 윤택해지면 정력을 낭비합니다.
可謂疾矣(가위질의) : 그러니 이것이 질병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爲欲富就利(위욕부취리) : 부를 바라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故滿若堵耳而不知避(고만약도이이부지피) : 마음 가득히 담이 둘러쳐진 것처럼 장애가 생기지만 그것을 피할 줄은 모릅니다.
且憑而不舍(차빙이불사) : 그대로 정력을 사용하여 그치지 않습니다.
可謂辱矣(가위욕의) : 그러니 이것은 치욕이라 할 만한 일입니다.
財積而無用(재적이무용) : 재물이 쌓여도 쓸데가 없는데도
服膺而不舍(복응이불사) : 재물을 모을 생각을 품은 채 버리지 않습니다.
滿心戚醮(만심척초) : 마음 가득히 번뇌로 가득 차는데도
求益而不止(구익이부지) : 이익을 추구하여 마지않습니다.
可謂憂矣(가위우의) : 그러니 이것은 우환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內則疑刦請之賊(내칙의겁청지적) : 집안에 있으면 강도가 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外則畏寇盜之害(외칙외구도지해) : 밖에 나가면 도적들에게 해를 입지나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內周樓疏(내주루소) : 집에는 망루와 내다보는 창을 만들어 놓고
外不敢獨行(외불감독행) : 밖에는 홀로 다니지 못합니다.
可謂畏矣(가위외의) : 그러니 이것은 두려움이라 말할 만한 것입니다.
此六者(차육자) : 이 여섯 가지는
天下之至害也(천하지지해야) : 천하의 지극한 폐해인 것입니다.
皆遺忘而不知察(개유망이부지찰) : 그러나 모두들 이것을 잊고서 살필 줄 모릅니다.
及其患至(급기환지) : 그 환란이 닥쳐야만
求盡性竭財(구진성갈재) : 그의 삶을 다하고 재물을 다 바쳐서라도
單以反一日之無故(단이반일일지무고) : 단 하루의 무고한 날로라도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而不可得也(이불가득야) : 그 때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故觀之名則不見(고관지명칙불견)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아도 알 수 없고
求之利則不得(구지리칙부득) : 추구해도 얻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繚意體而爭此(료의체이쟁차) :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얽매고 자기 몸을 해치면서까지 이런 것을 다투고 있으니
不亦惑乎(불역혹호) : 또한 미혹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說劍
1.
昔趙文王喜劍(석조문왕희검) : 조나라 문왕은 칼을 좋아하여
劍士夾門而客三千餘人(검사협문이객삼천여인) : 문하에 삼천 검객이 식객으로 모여들었다.
日夜相擊於前(일야상격어전) : 밤낮으로 어전에서 칼싸움을 하여
死傷者歲百餘人(사상자세백여인) : 사상자가 1년에 100명이 넘었다.
好之不厭(호지불염) : 그래도 문왕은 싫증을 내지 않았다.
如是三年(여시삼년) : 그런 상태로 3년이 지나자
國衰(국쇠) : 나라가 쇠퇴하고
諸侯謀之(제후모지) : 제후들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고 기회를 엿보았다.
太子悝患之(태자리환지) : 태자 회가 이것을 걱정하여
募左右曰(모좌우왈) : 좌우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孰能說王之意止劍士者(숙능설왕지의지검사자) : “누구든 임금의 마음을 설득시켜 검객들을 기르는 일을 멈추게 하면
賜之千金(사지천금) : 천금을 상으로 내릴 것이다.”
左右曰(좌우왈) : 좌우의 누군가가 말했다.
莊子當能(장자당능) : “장자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太子乃使人以千金奉莊子(태자내사인이천금봉장자) : 태자는 사람을 시켜 천금을 가지고 가서 장자를 데려오게 했다.
莊子弗受(장자불수) : 그러나 장자는 그것을 받지 않고
與使者俱(여사자구) : 사자와 함께 했다.
往見太子曰(왕견태자왈) : 가서 태자를 보고 말하기를
太子何以敎周(태자하이교주) : “태자께서는 제게 무엇을 시키려고
賜周千金(사주천금) : 천금을 내리셨습니까?”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聞夫子明聖(문부자명성) : “선생이 뛰어난 성인이라는 말을 듣고
謹奉千金以幣從者(근봉천금이폐종자) : 천금을 예물로 사자를 보낸 것입니다.
夫子弗受(부자불수) : 그러나 선생께서 받지 않으시니
悝尙何敢言(리상하감언) :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聞太子所欲用周者(문태자소욕용주자) : 태자께서 제게 시키실 일이
欲絶王之喜好也(욕절왕지희호야) : 임금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使臣上說大王而逆王意(사신상설대왕이역왕의) :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득시키려다 임금의 뜻을 거스른다면
下不當太子(하불당태자) : 아래로는 태자의 뜻까지 저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則身刑而死(칙신형이사) : 그렇게 되면 제 몸은 사형을 당하게 될 것인데,
周尙安所事金乎(주상안소사금호) : 천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使臣上說大王(사신상설대왕) : 만약 제가 위로 임금을 설득시키고
下當太子(하당태자) : 아래로 태자의 뜻에 들어맞는다면
趙國何求而不得也(조국하구이부득야) : 조나라에서 제게 무슨 상을 내리건 문제가 되겠습니까?”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然吾王所見(연오왕소견) : “그렇군요. 우리 임금에게 보이는 것은
唯劍士也(유검사야) : 오직 검객뿐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諾周善爲劍(낙주선위검) : “좋습니다. 저도 검술에는 제법 솜씨가 있습니다.”
太子曰(태자왈) : 태자가 말했다
然吾王所見劍士(연오왕소견검사) : “그러나 임금님께서 좋아하는 검객은
皆蓬頭突鬢垂冠(개봉두돌빈수관) : 모두 더벅머리에 살쩍은 불끈 치솟았으며, 낮게 기울어진 관을 쓰고,
曼胡之纓(만호지영) :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매고,
短後之衣(단후지의) : 소매가 짧은 옷을 입었으며,
瞋目而語難(진목이어난) :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습니다.
王乃說之(왕내설지) : 그래야만 임금께서는 좋아하십니다.
今夫子必儒服而見王(금부자필유복이견왕) : 선생께서 유복을 입고 임금을 뵈려 한다면
事必大逆(사필대역) : 일을 반드시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請治劍服(청치검복) : “검복을 갖추어 주십시오.”
治劍服三日(치검복삼일) : 사흘이 걸려 검복이 갖추어지자
乃見太子(내견태자) : 장자는 곧 태자를 만났다.
太子乃與見王(태자내여견왕) : 태자는 그를 데리고 임금을 만나러 갔다.
王脫白刃待之(왕탈백인대지) : 왕은 칼을 뽑아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莊子入殿門不趨(장자입전문불추) : 장자는 궁전 문으로 들어가면서도 잰걸음을 걷는 예의를 지키지도 않고,
見王不拜(견왕불배) : 왕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았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子欲何以敎寡人(자욕하이교과인) :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고
使太子先焉(사태자선언) : 태자로 하여금 소개하도록 하였습니까?”
曰臣聞大王喜劍(왈신문대왕희검) : “저는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었기에
故以劍見王(고이검견왕) : 그래서 칼로써 임금을 뵈려 합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子之劍何能禁制(자지검하능금제) : “그대는 칼로 몇 사람이나 대적할 수 있습니까?”
曰臣之劍(왈신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저의 칼은
十步一人(십보일인) : 열 걸음마다 한 사람씩 베어
千里不留行(천리불류행) : 천리를 가도 아무도 가로막지 못합니다.”
王大悅之曰(왕대열지왈) :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天下無敵矣(천하무적의) : “천하무적이로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夫爲劍者(부위검자) : “대개 검술이라는 것은
示之以虛(시지이허) : 상대방에게 이쪽의 허점을 보여줌으로써
開之以利(개지이리) : 상대를 유인하고,
後之以發(후지이발) : 상대보다 늦게 칼을 뽑으면서
先之以至(선지이지) : 상대보다 먼저 공격하는 것입니다.
願得試之(원득시지) : 한번 실제로 이를 시험해 보이고 싶습니다.”
王曰(왕왈) : 임금이 말했다.
夫子休就舍(부자휴취사) : “선생께서는 우선 좀 쉬면서 객사로 물러가 명을 기다리시오.
待命設戲請夫子(대명설희청부자) : 시합준비를 갖추고 선생을 모시겠습니다.”
王乃校劍士七日(왕내교검사칠일) : 왕은 이에 검객들을 7일 동안 시합을 시켜
死傷者六十餘人(사상자육십여인) :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뒤,
得五六人(득오육인) : 그 가운데 5, 6명을 골라
使奉劍於殿下(사봉검어전하) : 궁전 아래 검을 받들고 늘어서게 했다.
乃召莊子(내소장자) : 그리고는 장자를 불렀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今日試使士敦劍(금일시사사돈검) : “오늘 시험삼아 검객들과 검술을 겨루어 보시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望之久矣(망지구의) :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夫子所御杖(부자소어장) : “선생이 평소에 쓰던 칼은
長短何如(장단하여) : 길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曰臣之所奉皆可(왈신지소봉개가) : “제가 쓸 칼은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然臣有三劍(연신유삼검) : 그러나 제게 칼이 세 개 있는데,
唯王所用(유왕소용) : 임금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겠습니다.
請先言而後試(청선언이후시) : 먼저 이것을 설명 드린 뒤에 시합을 해보고 싶습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願聞三劍(원문삼검) : “그 세 가지 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曰有天子之劍(왈유천자지검) : 장자가 말하기를, “천자의 칼이 있고,
有諸侯之劍(유제후지검) : 제후의 칼이 있으며,
有庶人之劍(유서인지검) : 서민의 칼이 있습니다.”
2.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天子之劍何如(천자지검하여) : “천자의 칼이란 무엇입니까?”
曰天子之劍(왈천자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천자의 칼이란
以燕谿石城爲鋒(이연계석성위봉) : 연나라의 계곡과 변방의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齊岱爲鍔(제대위악) : 제나라의 태산을 칼날로 삼으며,
晉衛爲脊(진위위척) : 진과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周宋爲鐔(주송위심) : 주나라와 송나라를 칼콧등이 되고
韓魏爲夾(한위위협) :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包以四夷(포이사이) : 사방의 오랑캐들로 씌우고,
裏以四時(리이사시) : 사계절로 감싸서,
繞以渤海(요이발해) : 그것을 발해로 두르고,
帶以常山(대이상산) : 상산을 띠 삼아 묶고,
制以五行(제이오행) : 오행으로 제어하고,
論以刑德(론이형덕) : 형벌과 은덕으로 논하며,
開以陰陽(개이음양) : 음양의 작용으로 발동하고,
持以春夏(지이춘하) : 봄과 여름의 화기로 유지하고,
行以秋冬(행이추동) : 가을과 겨울의 위세로 발휘케 합니다.
此劍(차검) : 이 칼을
直之無前(직지무전) : 곧장 내지르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고,
擧之無上(거지무상) : 이것을 위로 쳐올리면 위로 걸리는 것이 없으며,
案之無下(안지무하) : 내리치면 밑에는 버틸 것이 없고
運之無旁(운지무방) :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上決浮雲(상결부운) : 위로는 구름을 끊고,
下絶地紀(하절지기) :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는 큰 줄을 자를 수 있습니다.
此劍一用(차검일용) : 이 칼은 한번 쓰기만 하면
匡諸侯(광제후) :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 서고,
天下服矣(천하복의) :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됩니다.
此天子之劍也(차천자지검야) :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文王芒然自失曰(문왕망연자실왈) : 문왕이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다.
諸侯之劍何如(제후지검하여) : “제후의 칼은 어떻습니까?”
曰諸侯之劍(왈제후지검) : 장자가 이르기를, “제후의 칼은
以知勇士爲鋒(이지용사위봉) :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以淸廉士爲鍔(이청렴사위악) :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以賢良士爲脊(이현량사위척) :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以忠聖士爲鐔(이충성사위심) : 충성스러운 이로 칼자루의 테를 삼으며,
以豪桀士爲夾(이호걸사위협) :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此劍(차검) : 이 칼도
直之亦無前(직지역무전) :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는 것이 없고,
擧之亦無上(거지역무상) : 이것을 쳐올리면 위로 걸리는 것이 없으며,
案之亦無下(안지역무하) : 아래로 내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고,
運之亦無旁(운지역무방) : 휘두르면 사방에서 당할 것이 없습니다.
上法圓天以順三光(상법원천이순삼광) :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따르고,
下法方地以順四時(하법방지이순사시) :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법도로 삼아 사계절을 따르며,
中和民意以安四鄕(중화민의이안사향) :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을 헤아리어 사방의 온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此劍一用(차검일용) : 이 칼을 한번 쓰면
如雷霆之震也(여뢰정지진야) : 천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며,
四封之內(사봉지내) : 나라 안 사람들이
無不賓服而聽從君命者矣(무불빈복이청종군명자의) :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此諸侯之劍也(차제후지검야) :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王曰(왕왈) : 왕이 말했다
庶人之劍何如(서인지검하여) : “서민의 칼은 어떻습니까?”
曰庶人之劍(왈서인지검) : “서민의 칼은
蓬頭突鬢垂冠(봉두돌빈수관) : 더벅머리에 살쩍은 비쭉 솟았으며,낮게 기운 관을 쓰고,
曼胡之纓(만호지영) :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묶었으며,
短後之衣(단후지의) :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瞋目而語難(진목이어난) : 부릅뜬 눈에 말을 더디게 하면서
相擊於前(상격어전) :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되,
上斬頸領(상참경령) : 위로는 목을 베고,
下決肝肺(하결간폐) :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此庶人之劍(차서인지검) : 이것이 바로 서민의 칼이며,
無異於鬪鷄(무이어투계) : 이른 바 투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一旦命已絶矣(일단명이절의) :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無所用於國事(무소용어국사) : 이미 나라 일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今大王有天子之位(금대왕유천자지위) : 지금 임금님께서는 천자와 같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而好庶人之劍(이호서인지검) :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臣竊爲大王薄之(신절위대왕박지) : 저는 황공하오나 임금님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王乃牽而上殿(왕내견이상전) : 임금은 그 말에 장자의 옷소매를 잡아끌고 궁전 위로 올라갔다.
宰人上食(재인상식) : 요리사가 음식을 올렸으나
王三環之(왕삼환지) : 임금은 세 번이나 그 둘레를 맴돌 뿐이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大王安坐定氣(대왕안좌정기) : “임금께서는 편히 앉으시어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劍事已畢奏矣(검사이필주의) : 칼에 관한 얘기는 이미 다 했습니다.”
於是文王不出宮三月(어시문왕불출궁삼월) : 그로부터 석 달 동안 문왕은 궁전을 나가지 않았으며
劍士皆服斃其處也(검사개복폐기처야) : 검객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漁父
1.
孔子遊於緇帷之林(공자유어치유지림) : 공자가 우거진 숲 속을 가다가
休坐乎杏壇之上(휴좌호행단지상) : 살구나무가 있는 높은 단에 앉아 쉬고 있었다.
弟子讀書(제자독서) : 제자들은 책을 읽고,
孔子絃歌鼓琴(공자현가고금) : 공자는 노래를 부르며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奏曲未半(주곡미반) : 타던 곡이 반도 끝나기 전에
有漁父者(유어부자) : 한 어부가 있어
下船而來(하선이래) : 배에서 내려왔다.
須眉交白(수미교백) : 수염과 눈썹은 모두 새하얗고
被髮揄袂(피발유몌) :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소매를 휘저으며
行原以上(행원이상) : 언덕을 걸어 올라뫄
距陸而止(거륙이지) : 육지에 이르자 멈추어 섰다.
左手據膝(좌수거슬) : 그리고 왼손은 무릎 위에 놓고
右手持頤以聽(우수지이이청) : 오른손으로는 턱을 괸 채 듣고 있었다.
曲終而招子貢子路(곡종이초자공자로) :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 두 사람을 불러 세우니
二人俱對(이인구대) : 두 사람은 가서 마주 섰다
客指孔子曰(객지공자왈) : 어부가 공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彼何爲者也(피하위자야) :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子路對曰(자로대왈) : 자로가 대답했다.
魯之君子也(로지군자야) : “노나라의 군자입니다.”
客問其族(객문기족) : 어부가 묻기를, “성씨가 무엇입니까?”
子路對曰(자로대왈) : 자로가 대답했다.
族孔氏(족공씨) : “성은 공씨입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물었다.
孔氏者何治也(공씨자하치야) : “공씨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子路未應(자로미응) : 자로가 대답하기 전에
子貢對曰(자공대왈) : 자공이 먼저 대답을 했다.
孔氏者(공씨자) : “공씨는
性服忠信(성복충신) : 본성이 충성과 믿음을 지키고 있으며,
身行仁義(신행인의) : 몸은 어짊과 의로움을 실행하고,
飾禮樂(식례악) : 예의와 음악을 꾸며 놓고,
選人倫(선인륜) : 인륜을 정해 놓았습니다.
上以忠於世主(상이충어세주) : 위로는 임금께 충성을 다하고,
下以化於齊民(하이화어제민) : 아래로는 모든 백성을 교화하여
將以利天下(장이리천하) : 천하를 이롭게 하려고 합니다.
此孔氏之所治也(차공씨지소치야) : 이것이 공씨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又問曰(우문왈) : 또 어부가 다시 물었다.
有土之君與(유토지군여) : “그는 영토를 가지고 있는 임금입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侯王之佐與(후왕지좌여) : “그럼 제후와 임금을 보좌하는 사람입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客乃笑而還(객내소이환) : 그러자 어부는 웃으며 되돌섰다
行言曰(행언왈) : 그리고 걸어가면서 말했다
仁則仁矣(인칙인의) : “어진 것이 어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恐不免其身(공불면기신) : 그 몸은 화를 면하지 못하겠구나.
苦心勞形以危其眞(고심로형이위기진) :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지치게 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嗚呼(오호) : 아
遠哉其分於道也(원재기분어도야) : 그는 도에서 멀리도 떨어져 있구나!”
子貢還(자공환) : 자공이 돌아와
報孔子(보공자) : 공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孔子推琴而起曰(공자추금이기왈) : 공자는 거문고를 밀쳐놓고 일어나 말했다.
其聖人與(기성인여) : “그는 성인일 것이다.”
乃下求之(내하구지) : 이내 단에서 내리고는 그를 뒤쫓아
至於澤畔(지어택반) : 못 가에 이르니
方將杖拏而引其船(방장장나이인기선) : 어부는 막 삿대를 집고 배를 띄우려는 참이었다.
顧見孔子(고견공자) : 공자를 돌아보고는
還鄕而立(환향이립) :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마주섰다.
孔子反走(공자반주) : 공자는 뒷걸음질쳐
再拜而進(재배이진) : 두 번 절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客曰(객왈) : 어부가 물었다.
子將何求(자장하구) : “내게 무슨 볼 일이 있으십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대답했다.
曩者先生有緖言而去(낭자선생유서언이거) : “조금 전에 선생님께서 채 말씀을 다 안 해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丘不肖(구불초) : 저는 어리석어
未知所謂(미지소위) : 말씀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竊待於下風(절대어하풍) : 가만히 선생을 모시고 아랫자리에 앉아,
幸聞咳唾之音以卒相丘也(행문해타지음이졸상구야) : 선생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제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嘻甚矣子之好學也(희심의자지호학야) : “허허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孔子再拜而起曰(공자재배이기왈) : 공자가 두 번 절하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丘少而修學(구소이수학) : “저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배우기를 좋아하여
以至於今(이지어금) : 오늘에 이르기까지
六十九歲矣(육십구세의) : 예순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無所得聞至敎(무소득문지교) : 그러나 지극한 가르침은 듣지 못했습니다.
敢不虛心(감불허심) : 감히 마음을 비우지 않겠습니까?”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同類相從(동류상종) : “같은 종류 것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同聲相應(동성상응) : 같은 종류의 소리들끼리 서로 화응하는 것이
故天之理也(고천지리야) : 본래 천지자연의 도리입니다,
吾請釋吾之所有(오청석오지소유) : 내가 터득해 가진 것은 버리고
而經子之所以(이경자지소이) : 그대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子之所以者(자지소이자) : 그대가 하는 것은
人事也(인사야) : 사람의 일입니다.
天子諸侯大夫庶人(천자제후대부서인) : 천자, 제후, 대부, 서민
此四者自正(차사자자정) : 이 네 가지 인간이 스스로 제 위치에 바르게 서는 것은,
治之美也(치지미야) :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四者離位而亂莫大焉(사자리위이난막대언) : 이 네 가지 인간이 제자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보다 큰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官治其職(관치기직) : 벼슬아치는 그 직무를 수행하고,
人處其事(인처기사) : 사람들은 자기 일에 편히 머물고 있으며,
乃無所陵(내무소릉) : 서로 넘보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故田荒室露(고전황실로) : 때문에 밭이 황폐하고, 집이 새며,
衣食不足(의식부족) :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하고,
徵賦不屬(징부불속) : 세금을 제 때 물지 못하고,
妻妾不和(처첩불화) : 처와 첩들이 화목하지 못하며
長少無序(장소무서) : 어른과 아이간에 질서가 없는 것은
庶人之憂也(서인지우야) : 서민의 걱정입니다.
能不勝任(능불승임) : 임무를 감당할 능력이 없고,
官事不治(관사불치) : 관청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行不淸白(행불청백) : 행동이 청렴하지 못하고,
群下荒怠(군하황태) : 부하관원들이 일을 게을리 하며,
功美不有(공미불유) : 훌륭한 공적도 올리지 못하고,
爵祿不持(작록불지) : 벼슬과 녹을 지탱하지 못하는 것은
大夫之憂也(대부지우야) : 대부들의 걱정거리입니다.
廷無忠臣(정무충신) : 조정엔 충신이 없고,
國家昏亂(국가혼란) : 국가는 혼란하며,
工技不巧(공기불교) : 장인들의 기술은 보잘 것 없고,
貢職不美(공직불미) : 조정에 바치는 공물은 좋은 것이 없으며,
春秋後倫(춘추후륜) : 봄과 가을 배알에 남보다 뒤지고
不順天子(불순천자) : 천자를 따르지 않는 것은
諸侯之憂也(제후지우야) : 천자와 제후들의 걱정거리입니다.
陰陽不和(음양불화) : 음양이 조화되지 않고,
寒暑不時(한서불시) : 추위와 더위가 제철에 맞지 않아
以傷庶物(이상서물) : 여러 가지 사물들이 그로 인해 손상되고,
諸侯暴亂(제후폭란) : 제후들이 난리를 일으켜
擅相攘伐(천상양벌) : 마음대로 서로를 침략하여
而殘民人(이잔민인) : 백성들을 해치며,
禮樂不節(례악불절) : 예악이 절도에 맞지 않고,
財用窮匱(재용궁궤) : 재정이 궁핍해지고,
人倫不飭(인륜불칙) : 인륜이 어지러워져
百姓淫亂(백성음란) : 백성들이 음란해지는 것은
天子有司之憂也(천자유사지우야) : 천자나 그를 보좌하는 재상들의 걱정거리입니다.
今子旣上無君侯有司之勢(금자기상무군후유사지세) : 지금 그대는 위로는 임금이나 재상의 권력도 없고,
而下無大臣職事之官(이하무대신직사지관) : 아래로는 대신이나 관리 같은 벼슬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而擅飾禮樂(이천식례악) : 멋대로 예악을 꾸미고,
選人倫(선인륜) : 인륜을 정하여
以化齊民(이화제민) : 여러 백성들을 교화하고 있으니
不亦泰多事乎(불역태다사호) : 지나치게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且人有八疵(차인유팔자) : “사람에게는 여덟 가지 흠이 있고,
事有四患(사유사환) : 일에는 네 가지 환란이 있으니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 : 그것을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非其事而事之(비기사이사지) :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 일을 하는 것
謂之摠(위지총) : 이것을 외람됨이라 합니다.
莫之顧而進之(막지고이진지) :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도 진언하는 것
謂之佞(위지녕) : 이것을 간사함이라 합니다.
希意道言(희의도언) : 남의 뜻에 맞도록 말을 이끌어 가는 것
謂之諂(위지첨) : 이것을 아첨이라 합니다.
不擇是非而言(불택시비이언) : 남의 악한 점을 얘기하기 좋아하는 것
謂之諛(위지유) : 이것을 참해라 합니다.
好言人之惡(호언인지악) : 즐거이 남의 잘못을 말하는 것
謂之讒(위지참) : 이것을 참언이라 합니다
析交離親(석교리친) : 사귀던 사람을 떨어지게 하고 친한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것
謂之賊(위지적) : 이것을 해침이라 합니다.
稱譽詐僞以敗惡人(칭예사위이패악인) : 남을 칭찬하고 속임으로써 남을 악에 떨어뜨리는 것
謂之慝(위지특) : 이것을 간측함이라 합니다.
不擇善否(불택선부) :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兩容頰適(량용협적) : 두 가지 다 받아들이며 얼굴빛을 좋게 해서
倫拔其所欲(륜발기소욕) : 남의 하고자 하는 바를 가만히 이끌어내는 것
謂之險(위지험) : 이것을 음흠함이라 합니다
此八疵者(차팔자자) : 이상의 여덟 가지 흠이란 것은
外以亂人(외이란인) : 밖으로는 사람을 어지럽히고
內以傷身(내이상신) : 안으로는 자신을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君子不友(군자불우) : 따라서 군자들은 그를 벗하지 않고,
明君不臣(명군불신) : 현명한 임금은 그를 신하로 삼지 않습니다.
所謂四患者(소위사환자) : 네 가지 환란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好經大事(호경대사) : 큰일을 해내기 좋아하고
變更易常(변갱역상) : 경영을 하면서 변경을 잘시켜 떳떳한 법을 바꾸어
以挂功名(이괘공명) : 공명을 얻으려 애쓰는 것
謂之叨(위지도) : 이것을 참람함이라 말합니다.
專知擅事(전지천사) :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일을 멋대로 하며
侵人自用(침인자용) : 남의 것을 침범하여 자기 것으로 삼는 것
謂之貪(위지탐) : 이것을 탐욕함이라 말합니다.
見過不更(견과불경) :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聞諫愈甚(문간유심) : 간하는 말을 들으면 그 나쁜 짓을 더 심하게 하는 것
謂之很(위지흔) : 이것을 포악함이라 말합니다.
人同於己則可(인동어기칙가) : 남이 자기에게 찬성을 하면 괜찮지만
不同於己(불동어기) : 자기에게 찬성을 하지 않으면
雖善不善(수선불선) : 비록 좋은 일이라도 좋지 않다 하는 것
謂之矜(위지긍) : 이것을 교만함이라 말합니다.
此四患也(차사환야) : 이상이 네 가지 환란입니다.
能去八疵(능거팔자) : 이 여덟 가지 흠을 버리고
無行四患(무행사환) : 네 가지 환란을 행하지 않아야
而始可敎已(이시가교이) : 비로소 가르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2.
孔子愀然而歎(공자초연이탄) : 공자는 슬픈 듯이 탄식하며
再拜而起曰(재배이기왈) :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丘再逐於魯(구재축어로) :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추방당하고,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겨 저를 죽이려 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었습니다.
丘不知所失(구부지소실) : 제가 잘못한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도
而離此四謗者何也(이리차사방자하야) : 이런 네 가지 고통을 겪었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客悽然變容曰(객처연변용왈) : 어부는 슬픈 듯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甚矣子之難悟也(심의자지난오야) : “선생은 정말 깨우칠 줄을 모르시는군요.
人有畏影惡迹而去之走者(인유외영악적이거지주자) :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그것들로부터 달아나려 했는데,
擧足愈數而迹愈多(거족유수이적유다) : 발을 빨리 움직일 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走愈疾而影不離身(주유질이영불리신) :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自以爲尙遲(자이위상지) :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느리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疾走不休(질주불휴) :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絶力而死(절력이사) : 결국에는 지쳐 죽고 말았다 합니다.
不知處陰以休影(불지처음이휴영) :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處靜以息迹(처정이식적) :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愚亦甚矣(우역심의) : 어리석음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子審仁義之間(자심인의지간) : 그런데 선생은 어짊과 의로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있고,
察同異之際(찰동이지제) : 사리가 같고 다른 한계를 잘 살피고 있고,
觀動靜之變(관동정지변) : 움직이고 고요히 있는 변화를 잘 관찰하고 있고,
適受與之度(적수여지도) : 받고 주는 정도를 적절히 할 줄 알고,
理好惡之情(리호오지정) :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고,
和喜怒之節(화희노지절) : 기쁨과 노여움의 절도를 조화시킬 줄 알지만
而幾於不免矣(이기어불면의) :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謹修而身(근수이신) : 자기 몸을 삼가 닦고
愼守其眞(신수기진) :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還以物與人(환이물여인) : 명예 같은 외물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則無所累矣(칙무소루의) : 아무런 환란도 없을 것입니다.
今不修之身而求之人(금불수지신이구지인) : 지금 몸을 닦지 않고서 남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으니
不亦外乎(불역외호) : 이것은 또한 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孔子愀然曰(공자초연왈) : 공자가 슬픈 듯이 말했다.
請問何謂眞(청문하위진) : “어떤 것을 진실함이라 하는 것입니까?”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眞者(진자) : “진실한 것이란
精誠之至也(정성지지야) : 정성이 지극한 것입니다.
不精不誠(부정불성) : 정성 되지 못하면
不能動人(불능동인) : 남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故强哭者雖悲不哀(고강곡자수비불애) :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사람은 비록 슬픈 척 해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强怒者雖嚴不威(강노자수엄불위) : 억지로 화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엄하게 굴어도 위압을 주지 못합니다.
强親者雖笑不和(강친자수소불화) : 억지로 친한 척하는 사람은 비록 웃는다 해도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眞悲無聲而哀(진비무성이애) : 진실로 슬픈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眞怒未發而威(진노미발이위) : 진실로 노한 사람은 성내지 않아도 위압이 느껴집니다.
眞親未笑而和(진친미소이화) : 진실로 친한 사람은 웃지 않아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眞在內者(진재내자) : 진실함이 속마음에 있는 사람은
神動於外(신동어외) : 정신이 밖으로 발동됩니다.
是所以貴眞也(시소이귀진야) : 이것이 진실함이 귀중한 까닭입니다.
其用於人理也(기용어인리야) : 그것을 인간 생활의 원리에 적용시키면
事親則慈孝(사친칙자효) :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는 자애롭고 효성스럽게 되며,
事君則忠貞(사군칙충정) :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충성스럽고 곧게 되며,
飮酒則歡樂(음주칙환락) : 술을 마심에 있어서는 기쁘고 즐겁게 되며,
處喪則悲哀(처상칙비애) : 상을 당하면 슬프고 애통하게 됩니다.
忠貞以功爲主(충정이공위주) : 충성스럽고 곧은 것은 공로가 위주가 되며,
飮酒以樂爲主(음주이락위주) : 술을 마시는 것은 즐거움이 위주가 되며,
處喪以哀爲主(처상이애위주) : 상을 치르는 것은 슬픔이 위주가 되며,
事親以適爲主(사친이적위주) : 부모님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 마음에 드는 것이 위주가 됩니다.
功成之美(공성지미) : 일의 공로를 훌륭하게 이룩하는 데 있어서는
無一其迹矣(무일기적의) : 그 방법이 일정해서는 안됩니다.
事親以適(사친이적) : 부모님을 섬기어 마음에 들도록 해드리는 데에 있어서는
不論所以矣(불론소이의) : 방법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飮酒以樂(음주이락) : 술을 마심으로써 즐기는 데 있어서는
不選其具矣(불선기구의) : 술잔을 이것저것 고를 것이 없습니다.
處喪以哀(처상이애) : 상을 당하여 슬퍼함에 있어서는
無問其禮矣(무문기례의) : 예의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禮者(예자) : 예의라는 것은
世俗之所爲也(세속지소위야) : 세속적인 행동의 기준입니다.
眞者(진자) : 진실함이란 것은
所以受於天也(소이수어천야) : 하늘로부터 타고난 바로 그것입니다.
自然不可易也(자연불가역야) : 그런 자연은 변경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故聖人法天貴眞(고성인법천귀진) :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도로 삼고 진실함을 귀중히 여기며
不拘於俗(불구어속) : 세속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愚者反此(우자반차) :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不能法天而恤於人(불능법천이휼어인) : 하늘을 법도로 삼지 못하고 사람의 일에 얽매여 고생을 합니다.
不知貴眞(부지귀진) : 진실함을 귀중히 할 줄 모르고
祿祿而受變於俗(록록이수변어속) : 세상일에 따라 세속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故不足(고부족) : 언제나 만족하지 못합니다.
惜哉(석재) : 안타깝도다
子之蚤湛於人僞(자지조담어인위) : 선생이 일찍이 인위적인 학문에 빠져
而晩聞大道也(이만문대도야) : 위대한 도에 대해 늦게 듣게 된 것이.”
孔子又再拜而起曰(공자우재배이기왈) : 공자가 다시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今者丘得遇也(금자구득우야) : “지금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若天幸然(약천행연) :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先生不羞而比之服役(선생불수이비지복역) : 선생님께서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시고 제자처럼 대하시며
而身敎之(이신교지) :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敢問舍所在(감문사소재) : 선생님은 댁이 어디십니까.
請因受業而卒學大道(청인수업이졸학대도) : 선생님을 따라가 학업을 닦아 위대한 도를 완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客曰(객왈) : 어부가 말했다.
吾聞之(오문지) : “내가 듣기에
可與往者與之(가여왕자여지) : 함께 갈 만한 사람과는 어울려
至於妙道(지어묘도) : 오묘한 도에 이르도록 가도 되지만,
不可與往者(불가여왕자) : 함께 갈 수 없는 자는
不知其道(부지기도) : 그런 도를 알지 못하고 있으므로
愼勿與之(신물여지) : 함께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身乃無咎(신내무구) : 그래야 몸에 아무런 재난이 없게 될 것입니다.
子勉之(자면지) : 더 노력하십시오.
吾去子矣(오거자의) : 나는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吾去子矣(오거자의) : 이만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乃刺船而去延緣葦間(내자선이거연연위간) : 그리고는 삿대질하여 배를 물에 띄우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졌다.
顔淵還車(안연환거) : 안회가 수레를 돌리고
子路授綏(자로수수) : 자로는 손잡이 줄을 공자에게 주었으나,
孔子不顧(공자불고) : 공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待水波定(대수파정) : 떠난 배가 남긴 물결이 잠잠해지고
不聞拏音而後敢乘(불문나음이후감승) : 삿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야 수레에 올랐다.
子路旁車而問曰(자로방거이문왈) : 자로가 수레에 다가서면서 물었다.
由得爲役久矣(유득위역구의) : “제가 선생님을 모신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未嘗見夫子遇人如此其威也(미상견부자우인여차기위야) : 선생님께서 사람을 만나 오늘처럼 상대방을 존경하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萬乘之主(만승지주) : 만승의 천자나,
千乘之君(천승지군) : 천승의 제후들도
見夫子未嘗不分庭伉禮(견부자미상불분정항례) : 선생님을 만날 때는 언제나 뜰에 자리를 함께 마련하고 대등한 예로 대했습니다.
夫子猶有倨傲之容(부자유유거오지용) : 선생님은 그래도 오만한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今漁父杖拏逆立(금어부장나역립) : 지금 어부는 삿대를 짚은 채 마주 서 있는데도
而夫子曲要磬折(이부자곡요경절) :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몸을 꺾으며
言拜而應(언배이응) : 두 번 절하고서야 대답을 하셨습니다.
得無太甚乎(득무태심호) :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門人皆怪夫子矣(문인개괴부자의) : 저희들은 선생님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漁人何以得此乎(어인하이득차호) : 어부에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伏軾而歎曰(공자복식이탄왈) : 공자는 수레 앞턱 나무에 엎드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甚矣由之難化也(심의유지난화야) : “자로를 깨우쳐 주기는 참 어렵구나.
湛於禮義有間矣(담어례의유간의) : 예의에 몰두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而樸鄙之心至今未去(이박비지심지금미거) : 비루한 마음이 아직도 다 없어지지 않고 있구나
進吾語汝(진오어여) : 내게로 다가오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리라
夫遇長不敬(부우장불경) : 어른을 만나서 공경하지 않는 것은
失禮也(실례야) : 실례다.
見賢不尊(견현불존) : 현명한 이를 보고도 존경하지 않는 것은
不仁也(불인야) : 어짊이 아니다.
彼非至人(피비지인) : 그가 지극히 어진 이가 아니라면
不能下人(불능하인) : 남을 굴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下人不精(하인불정) : 남을 굴복시킨다 해도 정성 되지 않았다면
不得其眞(부득기진) : 그의 진실함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故長傷身(고장상신) : 러므로 언제나 자신을 손상케 되는 것이다.
惜哉(석재) : 애석하구나
不仁之於人也(불인지어인야) : 사람에게 있어 어질지 못한 것처럼
禍莫大焉(화막대언) : 화가 크게 미치는 것이 없는데도
而由獨擅之(이유독천지) : 자로는 홀로 멋대로 행동하는구나.
且道者(차도자) : 또한 도는
萬物之所由也(만물지소유야) : 만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庶物失之者死(서물실지자사) : 모든 물건이 이것을 잃으면 죽고,
得之者生(득지자생) : 이것을 얻으면 산다.
爲事逆之則敗(위사역지칙패) : 일을 함에 있어서는 이것을 거스르면 실패를 하고,
順之則成(순지칙성) : 이것에 순응하면 성공을 한다.
故道之所在(고도지소재) : 그러므로 도의 존재에 대하여는
聖人尊之(성인존지) : 성인들도 존중하는 것이다.
今漁父之於道(금어부지어도) : 저 어부도 도에 있어서는
可謂有矣(가위유의) : 터득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吾敢不敬乎(오감불경호) : 그런데 내가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列禦寇
1.
列禦寇之齊(열어구지제) : 열어구가 제나라로 가다 말고
中道而反(중도이반) : 돌아오는 길에
遇伯昏瞀人(우백혼무인) : 백혼무인을 만났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奚方而反(해방이반) : “어째서 되돌아왔느냐?”
曰吾驚焉(왈오경언) : 열어구가 이르기를,“놀랐기 때문입니다.”
曰惡乎驚(왈악호경) : 백혼무인이 이르기를, “어째서 놀랐느냐?”
曰吾嘗食於十(왈오상식어십) : 열어구가 이르기를, “가는 길에 열 집 정도의 주막에서 식사를 했는데,
而五?先饋(而五?선궤) : 다섯 집이 제가 돈을 주기도 전에 먼저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若是(약시) : “그 정도의 일로
則汝何爲驚已(칙여하위경이) : 당신은 어찌 놀랐단 말인가?”
曰夫內誠不解(왈부내성불해) : “그것은 저의 속마음의 정성됨이 아직 덜 풀려
形諜成光(형첩성광) : 외형으로 그것이 드러나 빛을 이룸으로써
以外鎭人心(이외진인심) : 밖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압했기 때문입니다.
使人輕乎貴老(사인경호귀로) : 사람들로 하여금 저보다도 노인을 가볍게 여기게 하고 공경하지 않게 한 것이니,
而?其所患(而?기소환) : 제 자신의 환란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夫?人特爲食羹之貨(夫?인특위식갱지화) : 특히 주막의 주인이란 다만 음식을 팔아
無多餘之贏(무다여지영) :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들이며,
其爲利也薄(기위리야박) : 그 이익 또한 보잘 것 없고
其爲權也輕(기위권야경) : 권한도 작습니다.
而猶若是(이유약시) : 그런데도 저를 그처럼 대했으니
而況於萬乘之主乎(이황어만승지주호) : 하물며 만승의 군주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身勞於國而知盡於事(신로어국이지진어사) : 그의 몸은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고, 정신은 정사를 처리하는 데 다 쓰고 있습니다.
彼將任我以事而效我以功(피장임아이사이효아이공) : 아마 제가 가면, 그는 제게 나라 일을 맡기어 공을 세우기를 바랄 것입니다.
吾是以驚(오시이경) : 그래서 놀랐다는 것입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善哉觀乎(선재관호) : “네 생각이 기특하구나.
汝處已(여처이) : 그러나 네가 그처럼 처신하면,
人將保女矣(인장보여의) : 사람들이 너를 따르게 될 것이다.”
無幾何而往(무기하이왕) : 얼마 뒤에 백혼무인이 열자에게 가보니
則戶外之屨滿矣(칙호외지구만의) : 문밖에 신이 가득했다.
伯昏瞀人北面而立(백혼무인북면이립) : 백혼무인은 북쪽을 향해 서서
敦杖蹙之乎頤(돈장축지호이) : 지팡이에 턱을 괴고
立有間(립유간) : 그 사이에 한참을 서 있다가
不言而出(불언이출) :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賓者以告列子(빈자이고열자) : 문지기가 그 사실을 열자에게 전하자,
列子提屨(열자제구) : 열자는 신을 든 채
跣而走(선이주) : 맨발로 뛰어
玂乎門(기호문) : 문간까지 나왔다.
曰先生旣來(왈선생기래) : 열자가 이르기를, “선생님께서는 모처럼 만에 오셔서
曾不發藥乎(증불발약호) : 도움이 될 만한 가르침도 주지 않으시고 가시려고 하십니까?”
曰已矣(왈이의) : 백혼무인이 말하기를, “그만두어라.
吾固告汝曰人將保汝(오고고여왈인장보여) : 내가 이미 네게 세상 사람들이 너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건만,
果保汝矣(과보여의) : 역시 너를 따르고 있구나.
非汝能使人保汝(비여능사인보여) : 네가 사람들이 따르게 한 것이 아니라,
而汝不能使人無保汝也(이여불능사인무보여야) : 네가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지 않게 못한 것이다.
而焉用之(이언용지) : 그런데 무엇을 가르치겠느냐?
感豫出異也(감예출이야) : 남을 감동시키고 기쁘게 만드는 것은 뭔가 남과 다른 특이한 점을 겉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必且有感搖而本才(필차유감요이본재) : 남을 감동시키려면 자기의 본성을 뒤흔들어야 할 것이니,
又無謂也(우무위야) : 그것 또한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與汝遊者又莫汝告也(여여유자우막여고야) : 너와 어울리는 자들은 네게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못할 것이다.
彼所小言(피소소언) : 그들이 내뱉는 쓸모 없는 말들은
盡人毒也(진인독야) : 모두 사람들에게 해독을 끼칠 뿐이다.
莫覺莫悟(막각막오) : 남을 깨우쳐 주지도 못하고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는 자들과
何相孰也(하상숙야) : 어찌 친할 자가 누구이겠는가?
巧者勞而知者憂(교자로이지자우) : 기교가 많은 자는 수고로울 것이며, 아는 것이 많은 자는 걱정이 많은 법이다.
無能者無所求(무능자무소구) : 능력이 없는 자는 오히려 추구하는 것이 없을 것이니,
飽食而敖遊(포식이오유) : 배불리 먹고 유유히 노닐다가
汎若不繫之舟(범약불계지주) : 매어 있지 않은 배처럼 두둥실 떠다니고
虛而敖遊者也(허이오유자야) : 마음을 텅 비워 무심히 소요하게 될 것이다.”
2.
鄭人緩也呻吟於裘氏之地(정인완야신음어구씨지지) : 정나라 사람 완이 구씨라는 땅에서 책을 읽어
祇三年而緩爲儒(기삼년이완위유) : 삼 년이 지나자 유자(儒者)가 되었다.
河潤九里(하윤구리) : 황하가 물가 9리의 땅을 적셔 주듯
澤及三族(택급삼족) : 그의 공부한 은택에 삼족에 영향이 미쳤다.
使其弟墨(사기제묵) : 그리고 그의 아우를 묵자(墨者)로 만들어
儒墨相與辯(유묵상여변) : 유가와 묵가가 서로 토론을 벌였다.
其父助翟(기부조적) : 그의 아버지가 묵가의 편을 들자
十年而緩自殺(십년이완자살) : 십 년 만에 완은 자살하고 말았다.
其父夢之曰(기부몽지왈) : 그의 아버지 꿈에 그가 나타나서 말했다.
使而子爲墨者予也(사이자위묵자여야) : “아버님의 자식을 묵자로 만든 것은 저였습니다.
闔嘗視其良(합상시기량) : 그런데 어째서 시험아라도 내 무덤을 돌아보지 않습니까
旣爲秋柏之實矣(기위추백지실의) : 내 무덤 가에 심은 잣나무는 벌서 열매가 열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夫造物者之報人也(부조물자지보인야) : 조물주가 사람들에게 보답할 때는
不報其人(불보기인) : 그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고,
而報其人之天(이보기인지천) : 그 사람의 천성에 보답하는 것이다.
彼故使彼(피고사피) : 그는 그 때문에 묵자를 묵가가 되게 시켰던 것이다
夫人以己爲有以異於人以賤其親(부인이기위유이이어인이천기친) : 그러나 그는 자기가 동생에게 한 일이 남보다 달랐다고 해서 자기 부모까지 업신여기고 있었다.
齊人之井飮者相捽也(제인지정음자상졸야) : 제나라 사람이 우물을 가지고 서로 다투는 것과 같다.
故曰今之世皆緩也(고왈금지세개완야) : 그러므로 지금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이 완과 같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自是(자시) : 그래서
有德者以不知也(유덕자이불지야) : 스스로 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덕을 지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而況有道者乎(이황유도자호) : 하물며 도를 터득한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古者謂之遁天之刑(고자위지둔천지형) : 옛날에는 자연의 공로는 잊고 자기 능력만을 믿는 것을 <자연으로부터 도망쳐 형벌>이라 했다.
聖人安其所安(성인안기소안) : 성인은 그가 편안히 지낼 곳에 편안히 지내며,
不安其所不安(불안기소불안) : 편안치 않은 곳에는 편안치 않게 지내는 법이다.
衆人安其所不安(중인안기소불안) : 여러 사람들은 편안치 않은 곳에 편안히 지내고,
不安其所安(불안기소안) : 편안한 곳에서는 편안치 않게 지내려 하고 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知道易(지도이) : “도를 알기는 쉽지만,
勿言難(물언난) : 그것을 말하지 않기는 어렵다.
知而不言(지이불언) :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所以之天也(소이지천야) : 자연으로 나가는 방법이다.
知而言之(지이언지) :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所以之人也(소이지인야) : 인위로 나가는 근거가 된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 사람들은 자연스러웠고
天而不人(천이불인) : 인위적이지는 않았었다.”
3.
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주평만학도룡어지리익) : 주평만은 용 잡는 방법을 지리익에게 배웠는데,
單千金之家(단천금지가) : 수업료로 천금이 나가는 집을 팔아 바쳤다.
三年技成而無所用其巧(삼년기성이무소용기교) : 삼년 동안에 그 기술을 이루었으나 그 기술은 쓸 곳이 없었다
聖人以必不必(성인이필불필) : 성인은 꼭 그런 것도 꼭 그렇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故無兵(고무병) : 그러므로 마음에 투기가 없다.
衆人以不必必之(중인이불필필지) : 보통 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은 것도 꼭 그렇다고 고집한다.
故多兵(고다병) : 그래서 마음에 살기가 많은 것이다.
順於兵(순어병) : 마음의 살기를 따르기 때문에
故行有求(고행유구) : 그들의 행동에는 추구하는 것이 있게 된다.
兵恃之則亡(병시지칙망) : 이런 살기에 의지하여 행동하면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小夫之知(소부지지) : 소인의 지혜는
不離苞苴竿牘(불리포저간독) : 선물을 주고받고, 편지를 주고받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敝精神乎蹇淺(폐정신호건천) : 그래서 보잘것 없는 일에 정신을 괴롭한다
而欲兼濟道物(이욕겸제도물) : 그러면서도 도와 세상 일을 겸해 닦아서
太一形虛(태일형허) : 탱일 형허한 도의 근본을 끼치고자 한다
若是者(약시자) : 이러한 사람은
迷惑於宇宙(미혹어우주) : 지혜는 우주의 진리에 미혹하고
形累不知太初(형루부지태초) : 몸은 세상 사물에 얽매여 태초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彼至人者(피지인자) : 지인(至人)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歸精神乎無始(귀정신호무시) : 정신을 시작도 없는 허무한 상태로 귀착시키고,
而甘冥乎無何有之鄕(이감명호무하유지향) : 아무것도 없는 자유로운 고장에서 단잠을 자며,
水流乎無形(수류호무형) : 아무런 물건에도 구애됨이 없이 물처럼 흐르며,
發泄乎太淸(발설호태청) : 태청의 텅 비고 밝은 경지로 나가는 것이다.
悲哉乎(비재호) : 슬프다,
汝爲知在毫毛(여위지재호모) : 그들은 털끝 만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而不知大寧(이부지대녕) : 크게 안정된 경지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
宋人有曹商者(송인유조상자) : 송나라 사람 중에 조상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爲宋王使秦(위송왕사진) : 송나라 임금의 사신으로 진나라에 갔다.
其往也(기왕야) : 갈 때는
得車數乘(득거수승) : 수레 몇 채가 주어졌었는데,
王說之(왕열지) : 진나라 임금이 그를 좋아해
益車百乘(익거백승) : 백 채의 수레를 더 보태어 주었다.
反語宋(반어송) : 그는 송나라로 돌아와서
見莊子曰(견장자왈) : 장자를 만나 말했다.
夫處窮閭陋巷(부처궁려루항) : “옹색한 골목의 궁한 집에 살면서,
困窘織屨(곤군직구) : 가난하여 짚신이나 신고,
槁項黃馘者(고항황괵자) : 깡마르고 부황난 얼굴로 지내는 것을
商之所短也(상지소단야) : 저는 잘하지 못합니다.
一悟萬乘之主(일오만승지주) : 그러나 단번에 만 승의 천자를 깨우치고
而從車百乘者(이종거백승자) : 백 채의 수레를 뒤따르게 하는 일은
商之所長也(상지소장야) :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秦王有病召醫(진왕유병소의) : “진나라 임금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습니다.
破癰潰痤者得車一乘(파옹궤좌자득거일승) :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 주는 자에게는 수레 한 채를 주었습니다.
舐痔者得車五乘(지치자득거오승) : 고름을 빠는 자에게는 수레 다섯 채를 주었습니다.
所治愈下(소치유하) : 그리고 치료하는 방법이 하천 할수록
得車愈多(득거유다) : 내려지는 수레는 더욱 많았습니다.
子豈治其痔邪(자기치기치사) : 당신은 어떻게 그의 치질을 고쳐 주었습니까?
何得車之多也(하득거지다야) : 어찌 그토록 많은 수레를 받았습니까?
子行矣(자행의) : 그만 돌아가십시오.”
5.
魯哀公問乎顔闔曰(로애공문호안합왈) :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吾以仲尼爲貞幹(오이중니위정간) : “공자를 대신으로 삼고자 하는데
國其有瘳乎(국기유추호) : 그러면 나라가 다스려지겠습니까?”
曰殆哉急乎(왈태재급호) : 안합이 말하기를, “위태롭고 위험한 일입니다.
仲尼方且飾羽而畵(중니방차식우이화) : 공자는 지금 새의 깃으로 장식을 하고도 채색을 더 하는 짓을 하고 있고,
從事華辭(종사화사) : 화려한 말을 늘어놓는 일을 하고 있으며,
以支爲旨(이지위지) : 지엽적인 것들로 중요한 것으로 삼고 있습니다.
忍性以視民(인성이시민) : 사람의 본성을 고치어 백성에게 보이어 따르게 하고자 하지만
而不知不信(이불지불신) : 백성들이 그것을 믿어 주지 않는 것조차 모르는 것입니다
受乎心(수호심) : 또 그는 자기의 사심으로 받은 것을 옳다고 하고
宰乎神(재호신) : 하늘이 주는 정신마저 그르다고 하는 사람이니
夫何足以上民(부하족이상민) : 그가 어떻게 백성들의 위에 설 수가 있겠습니까
彼宜女與(피의여여) : 그는 과연 당신의 뜻에 맞습니까
予頤與(여이여) : 백성을 그에게 맡겨 지르게 하렵니까
誤而可矣(오이가의) : 잘 모르고 쓴다면 그뿐이지마는
今使民離實學僞(금사민리실학위) : 지금 백성들에게 사실을 떠나 거짓됨을 배우게 한다면,
非所以視民也(비소이시민야) : 백성들을 가르치는 방법이 못되는 것입니다.
爲後世慮(위후세려) : 후세를 위해 생각하신다면
不若休之(불약휴지) :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難治也(난치야) : 다스리기는 어렵습니다.”
6.
施于人而不忘(시우인이불망) :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잊지 않는다.
非天布也(비천포야) : 그러나 하늘이 은혜와 혜택을 베푸는 것은 이와 다르다.
商賈不齒(상고불치) : 장사꾼은 도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
雖以事齒之(수이사치지) : 비록 일 때문에 도에 대해 관여한다 해도
神者弗齒(신자불치) : 정신은 도와 함께 있지 않은 것이다
7.
爲外刑者(위외형자) : 사람이 밖으로부터 받는 형벌은
金與木也(금여목야) : 쇠와 나무로 만든 형구에 의한 것이다.
爲內刑者(위내형자) : 그러나 사람이 안으로부터 받는 형벌은
動與過也(동여과야) : 마음의 동요와 지나침 때문이다.
宵人之離外刑者(소인지리외형자) : 소인으로서 밖으로부터 형벌을 받는 자는
金木訊之(금목신지) : 쇠와 나무로 만든 형구에 의해 신문을 당하지만,
離內刑者(리내형자) : 안으로부터의 형벌을 받는 사람은
陰陽食之(음양식지) : 음양의 두 기운의 부조화에 의해 잠식을 당한다.
夫免乎外內之刑者(부면호외내지형자) : 이런 안팎으로부터의 형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唯眞人能之(유진인능지) : 오직 진인(眞人)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8.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凡人心險於山川(범인심험어산천) : “사람들의 마음이란 산천보다도 험난해서
難於知天(난어지천) : 자연에 대해 알기보다 어렵다.
川猶有春秋冬夏旦暮之期(천유유춘추동하단모지기) : 자연에는 봄, 가을과 겨울, 여름 및 아침, 저녁의 일정한 시간의 변화가 있다.
人者厚貌深情(인자후모심정) : 그러나 사람은 두터운 외모 속에 감정을 깊이 감추고 있다.
故有貌愿而益(고유모원이익) : 그르므로 외모는 성실한 듯 보이면서도 마음은 교만한 자가 있고,
有長若不肖(유장약불초) : 외모는 잘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못난 자가 있고,
有順懁而達(유순환이달) : 외모는 신중한 듯 하면서도 마음은 경박한 자가 있고,
有堅而縵(유견이만) : 외모는 견실한 듯 하면서도 속은 유약한 자가 있고,
有緩而釬(유완이한) : 외모는 느릴 듯 하면서도 마음은 급한 자가 있다.
故其就義若渴者(고기취의약갈자) : 그러므로 목마른 듯이 의로움으로 나가는 사람은
其去義若熱(기거의약열) : 뜨거운 것을 피하듯 의로움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故君子遠使之而觀其忠(고군자원사지이관기충) : 그러므로 군자는 멀리 놓고 부리면서 충성됨을 살피고,
近使之而觀其敬(근사지이관기경) : 가까이 놓고 부리면서 공경함을 살피는 것이다.
煩使之而觀其能(번사지이관기능) : 그에게 번거로운 일을 시켜 능력을 살피고,
卒然問焉而觀其知(졸연문언이관기지) : 갑자기 질문함으로써 지혜를 살피는 것이다.
急與之期而觀其信(급여지기이관기신) : 급작스럽게 약속을 함으로써 신용을 살피고,
委之以財而觀其仁(위지이재이관기인) : 재물을 맡겨봄으로써 어짊을 살피는 것이다.
告之以危而觀其節(고지이위이관기절) : 위태로움을 얘기해줌으로써 절의를 살피고,
醉之以酒而觀其則(취지이주이관기칙) : 술로 취하게 함으로써 그의 법도를 살피는 것이다.
雜之以處而觀其色(잡지이처이관기색) : 남녀가 섞여 지내게 함으로써 호색함의 정도를 살피는 것이다.
九徵至(구징지) : 이 아홉 가지 시험을 다 마치면
不肖人得矣(불초인득의) : 못난 자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9.
正考父一命而僂(정고부일명이루) : 정고부는 사(士)에 임명되자 허리를 굽히고,
三命而俯(삼명이부) : 대부에 임명되자 온몸을 굽히고,
循牆而走(순장이주) : 경에 오르자 몸을 굽히고 담장 아래로 붙어 걸어다녔다.
孰敢不軌(숙감불궤) : 이런 태도는 누구나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如而夫者(여이부자) : 보통 사람들을 보면
一命而呂鉅(일명이려거) : 사에 임명되면 몸을 뻣뻣이 거만한 태도를 지니고,
再命而於車上儛(재명이어거상무) : 대부에 임명되면 수레 위에서 춤이라도 출 듯 멋대로 행동하고,
三命而名諸父(삼명이명제부) : 경에 임명되면 자기 아저씨들에게까지 이름을 부를 정도가 된다.
孰協唐許(숙협당허) : 이들은 요임금이나 허유의 겸손한 태도에 합치될 수가 없는 것이다
賊莫大乎德有心(적막대호덕유심) : 사람을 해치는 일에 덕에 대해 유위(有爲)한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而心有睫(이심유첩) : 그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及其有睫也而內視(급기유첩야이내시) : 마음이 눈썹처럼 움직이게 되면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한다.
內視而敗矣(내시이패의) : 자기 마음대로 보고 판단을 하면 실패하게 된다.
凶德有五(흉덕유오) : 좋지 않은 덕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中德爲首(중덕위수) : 중덕(中德)이 그 중에서도 첫째가는 것이다.
何謂中德(하위중덕) : 무엇을 중덕이라 하는가?
中德也者(중덕야자) : 중덕이란 것은
有以自好也(유이자호야) : 자기 마음으로만 판단을 하여 좋아하고,
而吡其所不爲者也(이필기소불위자야) :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욕하는 것이다.
窮有八極(궁유팔극) : 궁하여 지는 데는 여덟 가지 법칙이 있고,
達有三必(달유삼필) : 뜻이 통하게 되는 데는 꼭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있으며,
形有六府(형유육부) : 육체에 화를 부르는 데에는 여섯 가지 조건이 있다.
美髥長大壯麗勇敢(미염장대장려용감) : 아름답고, 멋진 수염이 났고, 키가 크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세고, 멋이 있고, 용기가 있고, 과감한
八者俱過人也(팔자구과인야) : 이 여덟 가지가 모두 남보다 뛰어나면,
因以是窮(인이시궁) : 이것 때문에 궁해지는 것이다.
緣循偃佒(연순언앙) :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남을 따라 행동하고,
困畏不若人(곤외불약인) : 곤경에 빠져 남만 못한 듯 두려워하는 것,
三者俱通達(삼자구통달) : 이 세 가지 것은 모두 사람을 통달하게 하는 것이다.
智慧外通(지혜외통) : 지혜는 밖의 물건에만 통용되는 것이며,
勇動多怨(용동다원) :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은 많은 원망을 사게 되며,
仁義多責(인의다책) : 어짊과 의로움을 내세우는 것은 많은 책망을 듣게 된다.
達生之情者傀(달생지정자괴) : 삶의 실상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達於知者肖(달어지자초) : 지식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작아 보인다.
達大命者隨(달대명자수) : 위대한 천명에 통달해 있는 사람은 자연을 따라 자유롭다.
達小命者遭(달소명자조) : 자기의 작은 운명에만 통달해 있는 사람은 운명에 기대를 건다
10.
人有見宋王者(인유견송왕자) : 어떤 사람이 송나라 임금을 만나
錫車十乘(석거십승) : 수레 열 채를 받았다.
以其十乘驕穉莊子(이기십승교치장자) : 그는 수레 열 채를 받은 것을 장자에게 자랑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河上有家貧恃緯蕭而食者(하상유가빈시위소이식자) : “황하가에 가난하게 사는 집이 있는데, 싸리로 삼태기를 짜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其子沒於淵(기자몰어연) : 그 집 아들이 하루는 깊은 물에 잠수를 하여
得千金之珠(득천금지주) : 천금 가치의 진주를 얻었습니다.
其父謂其子曰(기부위기자왈) :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取石來鍛之(취석래단지) : ‘돌을 가져다 깨뜨려버려라.
夫千金之珠(부천금지주) : 천금의 진주란
必在九重之淵(필재구중지연) : 반드시 깊은 물 속
而驪龍頷下(이려용함하) :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는 것이다.
子能得珠者(자능득주자) : 네가 그 진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용이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使驪龍而寤(사려용이오) : 만약 검은 용이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면
子尙奚微之有哉(자상해미지유재) : 네가 어떻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 나올 수 있었겠느냐?’
今宋國之深(금송국지심) : 지금 송나라의 알 수 없는 깊이는
非直九重之淵也(비직구중지연야) : 깊은 못물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고,
宋王之猛(송왕지맹) : 송나라 임금의 사나움은
非直驪龍也(비직려룡야) : 검은 용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子能得車者(자능득거자) : 당신이 수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必遭其睡也(필조기수야) : 그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使宋王而寤(사송왕이오) : 만일 송나라 임금이 깨어 있었다면
子爲?粉矣(자위?분의) : 당신은 가루가 되었을 것입니다.”
11.
或聘於莊子(혹빙어장자) : 어떤 사람이 장자를 모시려 하자,
莊子應其使曰(장자응기사왈) : 장자가 그의 사자에게 말했다.
子見夫犧牛乎(자견부희우호) : “당신은 제물로 쓰이는 소를 본 일이 있습니까?
衣以文繡(의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옷을 입고,
食以芻菽(식이추숙) : 좋은 풀과 콩을 먹으며 지내지만,
及其牽而入於大廟(급기견이입어대묘) : 그 소가 태묘로 끌려 들어갈 때가 되면
雖欲爲孤犢(수욕위고독) : 비록 외로운 송아지가 되려 한다 해도
其可得乎(기가득호) : 될 수 있겠습니까?”
12,
莊子將死(장자장사) : 장자가 죽으려 하자,
弟子欲厚葬之(제자욕후장지) : 제자들이 장사를 성대히 지내려고 했다.
莊子曰(장자왈) :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吾以天地爲棺槨(오이천지위관곽) :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과 관 뚜껑으로 삼고,
以日月爲連璧(이일월위연벽) :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 장식으로 삼고,
星辰爲珠璣(성신위주기) : 별자리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삼고,
萬物爲齎送(만물위재송) :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으려 하니,
吾葬具豈不備邪(오장구기불비사) : 나의 장례 용품은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니냐?
何以加此(하이가차) : 여기에 더 무엇을 보태려 하느냐?”
弟子曰(제자왈) : 제자들이 말했다.
吾恐烏鳶之食夫子也(오공오연지식부자야) :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뜯어먹을까 두렵습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在上爲烏鳶食(재상위오연식) : “위쪽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在下爲螻蟻食(재하위루의식) : 아래쪽에 묻으면 개미들이 먹을 것이다.
奪彼與此(탈피여차) : 그것을 빼앗아 저 것들에게 주는 것이다.
何其偏也(하기편야) : 어째서 그리 편벽되게 생각을 하느냐?”
以不平平(이불평평) : 공평하지 못한 척도를 가지고 공평하게 하려고 한다면
其平也不平(기평야불평) : 공평한 것조차도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以不徵徵(이불징징) : 올바로 감응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사물에 감응하려 한다면,
其徵也不徵(기징야불징) : 올바로 감응 할 것조차도 제대로 감응하지 않게 된다.
明者唯爲之使(명자유위지사) : 명철한 사람이란 오직 외물을 따라 부림을 당하는 것이며,
神者徵之(신자징지) : 신령스러운 사람이란 외물을 따라 감응해 나가는 것이다.
夫明之不勝神也久矣(부명지불승신야구의) : 그러나 명철한 것이 신령스러운 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而愚者恃其所見入於人(이우자시기소견입어인) :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본 것에 의지해 인위적인 일에 빠져들어 간다.
其功外也(기공외야) : 그들의 공로란 모두 외부적인 것들이니
不亦悲乎(불역비호) :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天下
1.
天下之治方術者多矣(천하지치방술자다의) : 천하에는 도술을 닦는 사람들이 많다.
皆以其有爲不可加矣(개이기유위불가가의) : 그리고 자기가 닦은 것으로 그 위에 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古之所謂道術者(고지소위도술자) : 그러나 옛날의 도술이라는 것은
果惡乎在(과악호재) :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가?
曰無乎不在(왈무호불재) :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고 했다
曰神何由降(왈신하유강) : 이르기를, 그러면 신령함은 어디로부터 내려왔으며,
明何由出(명하유출) : 명철함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가?
聖有所生(성유소생) : 성인도 생겨난 근원이 있고,
王有所成(왕유소성) : 왕도도 이루어진 근원이 있는데,
皆原於一(개원어일) : 모두가 한 가지 도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不離於宗(불리어종) : 대종(大宗)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天人(위지천인) : 천인(天人)이라 한다.
不離於精(불리어정) : 깨끗하고 순수함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神人(위지신인) : 신인(神人)이라 한다.
不離於眞(불리어진) : 참된 것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至人(위지지인) : 지인(至人)이라 한다.
以天爲宗(이천위종) : 하늘을 대종으로 삼고,
以德爲本(이덕위본) : 덕을 근본으로 삼고,
以道爲門(이도위문) : 도를 드나드는 문으로 삼고,
兆於變化(조어변화) : 모든 변화를 초월하는 사람을
謂之聖人(위지성인) : 성인(聖人)이라 한다.
以仁爲恩(이인위은) : 어짊을 은혜로운 것으로 삼고,
以義爲理(이의위리) : 의로움을 원리로 삼고,
以禮爲行(이례위행) : 예의를 행동 기준으로 삼고,
以樂爲和(이락위화) : 음악을 조화의 방법으로 삼고,
薰然慈仁(훈연자인) : 훈훈하게 자애로운 사람을
謂之君子(위지군자) : 군자(君子)라 한다.
以法爲分(이법위분) : 법으로 분계(分界)를 삼고
以名爲表(이명위표) : 명분으로 의표(儀表)를 삼고,
以參爲驗(이삼위험) : 여러 가지 일을 참고하는 것으로 징험을 삼고,
以稽爲決(이계위결) : 고찰하는 것으로 시비의 판단을 내려
其數一二三四是也(기수일이삼사시야) : 그 방법이 숫자를 하나, 둘, 셋, 넷과 같은 것이다
百官以此相齒(백관이차상치) : 그래서 모든 관리들은 이것으로 서로 직분을 지키는 것이다
以事爲常(이사위상) : 백성들은 농사로써 직업을 삼고
以衣食爲主(이의식위주) : 옷과 밥으로써 주장을 삼으며
以蕃息畜藏爲意(이번식축장위의) : 집 안에는 가축을 기르고 창고에는 재물을 저축하며
老弱孤寡皆有以養(노약고과개유이양) : 늙은 이나 병든 이나 고아나 과부에는 특히 마음을 쓰니
民之理也(민지리야) : 이것은 다 백성을 기르는 이치에 맞는 것이다
古之人其備乎(고지인기비호) : 옛 사람들은 본성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어서,
配神明(배신명) : 그들은 신명(神明)에 합치되고,
醇天地(순천지) : 하늘과 땅에 어울려
育萬物(육만물) : 만물을 생육시키고,
和天下(화천하) : 세상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여
澤及百姓(택급백성) : 은택이 온 백성들에게 미쳤다.
明於本數(명어본수) : 그들은 근본적인 원리에도 밝았지만,
係於末度(계어말도) : 말단적인 법도도 잘 적용시켰다.
六通四辟(육통사벽) : 그들의 도는 천지사방으로 통하여
小大精粗(소대정조) : 크고 작고 가늘고 굵은
其運無乎不在(기운무호부재) : 모든 사물의 운행에 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其明而在數度者(기명이재수도자) : 그것이 분명히 원리와 법도로서 나타나 있는 것은
舊法世傳之史(구법세전지사) : 옛날의 법이나 세상에 전해지는 역사서 들에
尙多有之(상다유지) : 아직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
其在於詩書禮樂者(기재어시서예악자) : 그리고 그것이 시경, 서경, 예경, 악경 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은
鄒魯之士搢紳先生(추노지사진신선생) : 추땅과 노나라의 선비들과 유학자들이
多能明之(다능명지) : 많이들 밝혀 놓고 있다.
詩以道志(시이도지) : 시경은 사람들의 뜻을 서술한 것이고,
書以道事(서이도사) : 서경은 사건들을 서술한 것이며,
禮以道行(예이도행) : 예경은 행동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樂以道和(악이도화) : 악경은 조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易以道陰陽(역이도음양) : 역경은 음양의 변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春秋以道名分(춘추이도명분) : 춘추는 명분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其數散於天下(기수산어천하) : 그들의 법도가 온 천하에 흩어져
而設於中國者(이설어중국자) : 중국에 유행하게 된 것을 보면
百家之學時或稱而道之(백가지학시혹칭이도지) : 백가(百家)들의 학문 중에서 간혹 그들을 칭찬하고 따르기도 한다.
天下大亂(천하대란) :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賢聖不明(현성불명) : 성현들이 밝게 드러나지 않고
道德不一(도덕불일) : 도덕이 통일되지 않게 되었다.
天下多得一察焉以自好(천하다득일찰언이자호) : 세상 사람들이 견해 하나를 더 많이 터득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譬如耳目口鼻(비여이목구비) : 예를 들면 귀와 눈과 코와 입은
皆有所明(개유소명) : 제각기 분명한 기능이 있지만
不能相通(불능상통) : 그것이 서로 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猶百家衆技也(유백가중기야) : 이것은 마치 백가들의 여러 재주와 같은 것이다.
皆有所長(개유소장) :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時有所用(시유소용) : 때로 쓰이는 데가 있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不該不徧(불해불편) : 그것들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없는
一曲之士也(일곡지사야) : 한 쪽 모퉁이로 치우쳐진 학문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判天地之美(판천지지미) : 그들은 하늘과 땅의 기능을 애써 구분하고,
析萬物之理(석만물지리) : 만물의 이치를 일부러 분석하여,
察古人之全(찰고인지전) : 옛사람들의 완전함을 흐트려놓고 있다.
寡能備於天地之美稱神明之容(과능비어천지지미칭신명지용) : 따라서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완비하고 신명스런 모습에 어울리기는 힘든 일이다.
是故內聖外王之道(시고내성외왕지도) : 그러므로 내성(內聖)과 외왕(外王)의 도가
闇而不明(암이불명) : 캄캄하게 되어 밝혀지지 않고
鬱而不發(울이불발) : 엉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天下之人各爲其所欲焉以自爲方(천하지인각위기소욕언이자위방) :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바라는 것을 닦아서 스스로 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悲夫(비부) : 슬프다!
百家往而不反(백가왕이불반) : 백가의 여러 학자들은 자기들 생각대로만 달려나가면서 근본으로 되돌아올 줄 모르고 있으니,
必不合矣(필불합의) : 절대로 그들은 도에 합치되지 못할 것이다.
後世之學者(후세지학자) : 후세의 학자들은
不幸不見天地之純(불행불견천지지순) : 불행히도 하늘과 땅의 순수함이나
古人之大體(고인지대체) : 옛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으니,
道術將爲天下裂(도술장위천하열) : 올바른 도술은 세상의 학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2.
不侈於後世(불치어후세) : 후세에 사치하지 않게 하고,
不靡於萬物(불미어만물) : 만물을 꾸며대지 않게 하고,
不暉於數度(불휘어수도) : 법도를 밝히지 않고,
以繩墨自矯(이승묵자교) : 어짊과 의로움의 제도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而備世之急(이비세지급) : 재물을 저축하여 세상의 환란에 대비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경향을 띤 사람들이 있었다.
墨翟禽滑釐聞其風而說之(묵적금활리문기풍이열지) : 묵적과 금활리는 그런 가르침을 듣고서 기뻐했다.
爲之大過(위지대과) : 그러나 그것을 행함에 있어서 너무나 지나쳤고,
已之大循(이지대순) : 자기 위주로 지나치게 행동했다.
作爲非樂(작위비락) : 그는 음악을 부정하는 이론을 세우고,
命之曰節用(명지왈절용) : 거기에 절용(節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生不歌(생불가) : 살아서는 노래하지 않고,
死無服(사무복) : 죽어도 상복도 입지 않았다.
墨者氾愛兼利而非?(묵자범애겸리이비?) : 묵자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다 같이 이롭게 해주어야 하며,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其道不怒(기도불노) : 그의 도는 노여워하지 않고,
又好學而博(우호학이박) : 또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며,
不異(불이) : 남과의 구별을 부정했다.
不與先王同(불여선왕동) : 그러나 이것은 옛 임금들의 법도와는 다른 것이다.
毁古之禮樂(훼고지례락) : 그리고 옛날의 예의와 음악을 파괴하는 것이다.
黃帝有咸池(황제유함지) : 황제에게는 함지라 하는 음악이 있었고,
堯有大章(요유대장) : 요임금에게는 대장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舜有大韶(순유대소) : 순임금에게는 대소라는 음악이 있었고,
禹有大夏(우유대하) : 우임금에게는 대하라는 음악이 있었고,
湯有大濩(탕유대호) : 탕임금에게는 대호라는 음악이 있었고,
文王有辟雍之樂(문왕유벽옹지락) : 문왕에게는 벽옹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武王周公作武(무왕주공작무) : 무왕과 주공은 무라는 음악을 만들었다.
古之喪禮(고지상례) : 옛날의 상례는
貴賤有儀(귀천유의) : 귀천에 따라 의식이 달랐고,
上下有等(상하유등) : 위아래 신분에 따른 등급이 있었다.
天子棺槨七重(천자관곽칠중) : 천자는 관을 일곱 겹으로 하였고,
諸侯五重(제후오중) : 제후는 다섯 겹,
大夫三重(대부삼중) : 대부는 세 겹,
士再重(사재중) : 사는 두 겹이었다.
今墨子獨生不歌(금묵자독생불가) : 지금 묵자 만이 살아서 노래하지 않고,
死不服(사불복) :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않는 것이다.
桐棺三寸而無槨(동관삼촌이무곽) : 그들은 삼촌 두께의 오동나무 관에 겉 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以爲法式(이위법식) : 법식으로 삼는다.
以此敎人(이차교인) :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恐不愛人(공불애인) : 아마도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며,
以此自行(이차자행) :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가 행동을 하다보면
固不愛己(고불애기) : 틀림없이 자신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未敗墨子道(미패묵자도) : 묵자의 도를 일부러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歌而非歌(가이비가) : 노래를 해야 할 때도 노래하지 않고,
哭而非哭(곡이비곡) : 곡을 해야 할 때도 곡을 하지 않고,
樂而非樂(락이비락) : 즐겨야 할 때도 즐기지 않는다면
是果類乎(시과유호) : 이것을 과연 인정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其生也勤(기생야근) : 그들은 살아서는 열심히 일만 하고,
其死也薄(기사야박) : 죽어서는 박대를 받게 되니,
其道大?(기도대?) : 그들의 도란 너무 각박한 것이다.
使人憂(사인우) : 사람들에게 근심이나 하게 하고,
使人悲(사인비) : 사람들을 슬프게만 만드는 것이다.
其行難爲也(기행난위야) : 그리고 그것은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恐其不可以爲聖人之道(공기불가이위성인지도) : 그것은 성인의 도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反天下之心(반천하지심) :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것이므로
天下不堪(천하불감) : 세상 사람들은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墨子雖獨能任(묵자수독능임) : 묵자가 비록 홀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해도
奈天下何(내천하하) : 세상 사람들은 어찌 할 것인가?
離於天下(리어천하) : 온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其去王也遠矣(기거왕야원의) : 그것은 왕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墨子稱道曰(묵자칭도왈) : 묵자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昔者禹之湮洪水(석자우지인홍수) : “옛날 우임금은 홍수를 막고,
決江河而通四夷九州也(결강하이통사이구주야) : 장강과 황하의 물을 터 흐르게 하고, 사방의 오랑캐 땅과 온 나라에 교통이 서로 통하게 했다.
名川三百(명천삼백) : 명산이 삼백 개였고,
支川三千(지천삼천) : 지류는 삼천 갈래였으니,
小者無數(소자무수) : 그밖에 작은 것들은 수도 없다.
禹親自操?耜(우친자조?사) : 우임금은 친히 삼태기와 가래를 들고
而九雜天下之川(이구잡천하지천) : 천하의 강물을 모아 바다로 흐르게 했다.
腓無胈(비무발) : 그 때문에 장딴지에는 살이 없었고,
脛無毛(경무모) : 정강이에는 털이 없었다.
沐甚雨(목심우) : 소나기에 목욕을 하고
櫛疾風(즐질풍) : 거센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置萬國(치만국) : 모든 나라들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禹大聖也(우대성야) : 우임금은 위대한 성인이었는데도,
而形勞天下也如此(이형로천하야여차) : 천하를 위해 이처럼 몸을 고단하게 했던 것이다.”
使後世之墨子(사후세지묵자) : 그리고는 후세의 묵가들에게
多以구褐爲衣(다이구갈위의) : 털가죽옷과 칡베옷을 입고
以기갹爲服(이기갹위복) : 나막신이나 짚신을 신고서,
日夜不休(일야불휴) :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고생시키는 것을
以自苦爲極(이자고위극) : 법도로 삼게 했던 것이다.
曰不能如此(왈불능여차) : 그리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非禹之道也(비우지도야) : 우임금의 도가 아니니
不足謂墨(부족위묵) : 묵가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相里勤之弟子(상리근지제자) : 상리근의 제자들과
五侯之徒(오후지도) : 오후의 무리들과
南方之墨子苦獲(남방지묵자고획) : 남방의 묵가인 고획,
己齒(기치) : 기치,
鄧陵子之屬(등릉자지속) : 등릉자의 무리들은
俱誦墨經(구송묵경) : 모두 묵자의 경전을 잃고 외웠지만,
而倍譎不同(이배휼부동) : 서로 어긋나 주장이 같지 않고
相謂別墨(상위별묵) : 서로 묵자와 다르다고 공격을 했다.
以堅白同異之辯相訾(이견백동이지변상자) : 견백동이(堅白同異)의 궤변으로 서로 욕하고,
以觭偶(이기우) : 혹은 남과 어울리기도 하고,
不仵之辭相應(불오지사상응) : 혹은 자기 홀로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로써 서로 대응했다.
以巨子爲聖人(이거자위성인) : 그리고 자기 파벌의 스승을 성인이라 하며,
皆願爲之尸(개원위지시) : 모두가 묵자의 종주가 되어
冀得爲其後世(기득위기후세) : 후세에 묵가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상태가
至今不決(지금불결) :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墨翟(묵적) : 묵적과
禽滑釐之意則是(금활리지의칙시) : 금활리의 생각이 옳을지는 모르지만
其行則非也(기행칙비야) : 그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將使後世之墨者(장사후세지묵자) : 후세의 묵가들로 하여금
必自苦以腓無胈脛無毛(필자고이비무발경무모) : 반드시 스스로를 괴롭힘으로써 넓적다리에는 살이 없고 정강이에는 털이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을 뿐인 것이다.
相進而已矣(상진이이의) :
亂之上也(란지상야) : 이것은 천하를 어지럽히는데는 최상이고
治之下也(치지하야) : 다스려지게 하는데는 최하인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墨子眞天下之好也(묵자진천하지호야) : 묵자는 진실로 천하를 사랑하기는 했다.
將求之不得也(장구지부득야) : 올바른 도를 구하여 얻지 못한다면
雖枯槁不舍也(수고고불사야) : 비록 몸이 깡마르게 되는 한이 있다 해도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다.
才士也夫(재사야부) : 그가 재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3.
不累於俗(불루어속) : 세속적인 일에 방해받지 않고,
不飾於物(불식어물) : 물건을 장식하지 않고,
不苛於人(불가어인) : 남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고,
不忮於衆(불기어중) : 여러 사람들에게 거스르지 않는다.
願天下之安寧以活民命(원천하지안녕이활민명) : 천하가 안락하여 백성들이 잘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人我之養畢足而止(인아지양필족이지) :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풍족해져야만 만족한다.
以此白心(이차백심) : 이런 생각으로 자기의 마음을 깨끗이 하려는 것이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경향을 지녔던 사람들이 있었다.
宋鈃尹文聞其風而悅之(송견윤문문기풍이열지) : 송견과 윤문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作爲華山之冠以自表(작위화산지관이자표) : 그들은 위아래가 평평한 화산의 관을 만들어 씀으로써 자기들의 마음이 균등히 고름을 표시했다.
接萬物以別宥(접만물이별유) : 그들은 만물을 놓고서 그것들의 한계를 구별하는 데서
爲始(위시) : 학문을 출발했다.
語心之容(어심지용) : 그리고 마음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命之曰心之行(명지왈심지행) : 이름을 붙여 마음의 덕이라 했다.
以聏合驩(이이합환) : 서로 친숙함으로써, 다 같이 기쁘게 함으로써
以調海內(이조해내) : 온 세상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請欲置之以爲主(청욕치지이위주) : 그리고 정욕을 적게 갖는 것을 중심사상으로 삼았다.
見侮不辱(견모불욕) :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救民之?(구민지?) : 백성들 사이의 싸움을 없애려 했다.
禁攻寢兵(금공침병) : 공격을 금하고 무기를 없앰으로써
救世之戰(구세지전) : 세상의 전쟁을 없애려 했다.
以此周行天下(이차주행천하) : 이러한 주장을 온 천하에 두루 유행시키려고
上說下敎(상설하교) : 위로는 설교하고 아래로는 가르쳤다.
雖天下不取(수천하불취) : 비록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强聒而不舍者也(강괄이불사자야) : 쉬지 않고 억지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것이다.
故曰上下見厭而强見也(고왈상하견염이강견야) : 그러므로 위아래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爲人太多(기위인태다) :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남을 위하며,
其自爲太少(기자위태소) : 자신을 위하려는 생각은 아주 적다.
曰請欲固置五升之飯足矣(왈청욕고치오승지반족의) : 그들이 말하기를, “사람의 정욕이 줄기만 한다면 하루에 다섯 되의 밥만 먹으면 만족할 것이다.
先生恐不得飽(선생공부득포) : 우리가 선생으로 받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하다.
弟子雖飢(제자수기) : 제자나 마찬가지인 나 자신은 비록 굶주리는 한이 있더라도
不忘天下(불망천하) : 천하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日夜不休曰(일야불휴왈) : 그리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노력하며 말했다.
我必得活哉(아필득활재) : “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제대로 살리려 한다.
圖傲乎救世之士哉(도오호구세지사재) :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세상 사람들이 오만하게 대하기야 하겠는가?”
曰君子不爲苛察(왈군자불위가찰) : 그리고 말하기를, “군자는 사물을 자세히 살펴 따져서는 안되며,
不以身假物(불이신가물) : 자신이 물건에 이끌려서도 안 된다.”
以爲無益於天下者(이위무익어천하자) : 그들은 천하에 이롭지도 않은 것을
明之不如己也(명지불여기야) : 자세히 밝히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以禁攻寢兵爲外(이금공침병위외) : 그들은 공격을 금하고 전쟁을 없애는 것으로써 외면을 삼고,
以情欲寡淺爲內(이정욕과천위내) : 정욕을 줄인다는 것으로써 내면을 삼고 있다.
其小大精粗(기소대정조) : 그들 주장에는 작고 큰 것과 가늘고 굵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紀行適至是而止(기행적지시이지) : 그들의 행동은 결국 여기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4.
公而不黨(공이불당) : 공정하여 치우치지 않고
易而無私(이이무사) : 평이하므로 사심을 갖지 않고,
決然無主(결연무주) : 모든 관계를 끊고 주로 내세우는 것이 없으며,
趣物而不兩(취물이불량) : 사물을 따르고 자기와 남의 구별을 두지 않는다.
不顧於慮(불고어려) :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근심하려 하지 않고,
不謀於知(불모어지) : 지혜로써 계책을 쓰지 않는다.
於物無擇(어물무택) : 외물에 대해 자기 위주로 가리는 것이 없으며,
與之俱往(여지구왕) : 외물과 어울려 함께 행동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입장을 견지한 사람이 있었다.
彭蒙田騈愼到聞其風而悅之(팽몽전병신도문기풍이열지) : 팽몽과 전변과 신도가 그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齊萬物以爲首曰(제만물이위수왈) : 그들은 만물은 모두 평등한 것임을 첫째로 내세우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天能覆之而不能載之(천능복지이불능재지) : “하늘이 사람을 덮어주기는 하지만 위에 실어주지는 못한다.
地能載之而不能覆之(지능재지이불능복지) : 땅은 사람을 위에 실어주기는 하지만 덮어주지는 못한다.
大道能包之而不能辯之(대도능포지이불능변지) : 위대한 도는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知萬物皆有所可(지만물개유소가) : 그들은 만물에는 가능한 것도 있지만
有所不可(유소불가) : 불가능한 것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故曰(고왈) : 그래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選則不徧(선칙불편) : “자기 생각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면 모든 물건에 공평할 수 없고,
敎則不至(교칙부지) : 말로써는 도를 다 표현할 수 없다.
道則無遺者矣(도칙무유자의) : 도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포용하는 것이다.”
是故愼到棄知去己(시고신도기지거기) : 이러함으로 신도는 지혜를 버리고 자기 자신도 떠나서
而緣不得已(이연부득이) : 자연의 부득이한 결과를 따라 행동했다.
冷汰於物(랭태어물) : 사물에 대해 되는 대로 따르는 것이
以爲道理(이위도리) :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
曰知不知(왈지부지) : 그는 ‘안다는 것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將薄知而後隣傷之者也(장박지이후린상지자야) : 지식을 박대하고 있는데, 결국은 지식을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謑髁無任(혜과무임) : 치욕을 참으며 홀로 생각하되 하는 일이 없으며,
而笑天下之尙賢也(이소천하지상현야) : 세상 사람들이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는 것을 비웃었다.
縱脫無行(종탈무행) : 제멋대로 기준 없이 행동하면서
而非天下之大聖(이비천하지대성) : 천하의 위대한 성인을 부정했다.
椎拍輐斷(추박완단) : 망치로 치고 깎고 자르듯이
與物宛轉(여물완전) : 물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舍是與非(사시여비) :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苟可以免(구가이면) : 구구하게 따지지 않는다.
不師知慮(불사지려) : 지혜와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不知前後(불지전후) : 앞뒤를 따지지 않으며,
魏然而已矣(위연이이의) : 자기 홀로 지낼 따름이다.
推而後行(추이후행) : 밀린 다음에야 나가고,
曳而後往(예이후왕) : 끌린 다음에야 가게 된다.
若飄風之還(약표풍지환) : 회오리바람이 돌아가듯,
若落羽之旋(약락우지선) : 새의 깃이 바람에 날리며 돌 듯,
若磨石之隧(약마석지수) : 맷돌이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全而無非(전이무비) : 그래서 완전히 그른 데가 없으며,
動靜無過(동정무과)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잘못이 없어서,
未詳有罪(미상유죄) : 죄를 짓는 일이 없다.
是何故(시하고) :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夫無知之物(부무지지물) : 무릇 지각이 없는 물건은
無建己之患(무건기지환) : 자기 환란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無用知之累(무용지지루) : 그는 지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없었고,
動靜不離於理(동정불리어리)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이치를 떠나는 일이 없다.
是以終身無譽(시이종신무예) : 그래서 평생 칭찬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래서 그는 말하기를
至於若無知之物而已(지어약무지지물이이) : “지각이 없는 물건과 같이 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無用賢聖(무용현성) : 현인이나 성인과 같은 지혜도 쓸 필요가 없다.
夫塊不失道(부괴불실도) : 흙덩이는 지각이 없어 오히려 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豪桀相與笑之曰(호걸상여소지왈) : 천하의 호걸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했다
愼到之道(신도지도) : “신도가 주장하는 도는
非生人之行(비생인지행) : 산 사람이 행할 것이 아니라,
而至死人之理(이지사인지리) : 죽은 사람에게 적용될 원리이다.”라고 비평했다.
適得怪焉(적득괴언) : 그의 학설은 세상에서 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田騈亦然(전병역연) : 전변도 역시 그랬다.
學於彭蒙(학어팽몽) : 팽몽에게 배워
得不敎焉(득불교언) : 가르치지 않는 학문을 체득했다.
彭蒙之師曰(팽몽지사왈) : 팽몽의 스승이 말했다.
古之道人(고지도인) : “옛날의 도를 닦은 사람은
至於莫之是莫之非而已矣(지어막지시막지비이이의) :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其風窢然(기풍획연) : 그 학설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惡可而言(악가이언) :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常反人(상반인) :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에 반대하며
不見觀(불견관) :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而不免於?斷(이불면어?단) : 그래서 깎고 자른 것처럼 외물에 적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其所謂道非道(기소위도비도) : 그가 말하는 도란 진실한 도가 아니며,
而所言之韙不免於非(이소언지위불면어비) : 그가 말하는 옳은 것이란 그른 것이 아닐 수 없다.
彭蒙田騈愼到不知道(팽몽전병신도부지도) : 팽몽, 전변, 신도는 진실한 도를 알지 못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지만
槪乎皆嘗有聞者也(개호개상유문자야) : 대략적으로는 모두 도에 대해 들은 일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5.
以本爲精(이본위정) 만물의 근원은 정미한 것으로 보고, :
以物爲粗(이물위조) : 형체 있는 물건은 조잡한 것으로 보며,
以有積爲不足(이유적위부족) : 부가 쌓인 것을 부족한 것으로 보고,
澹然獨與神明居(담연독여신명거) : 담담히 홀로 신명과 더불어 생활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의 학파가 있었다.
關尹老聃聞其風而悅之(관윤노담문기풍이열지) : 관윤과 노담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던 것이다.
建之以常無有(건지이상무유) : 그들은 영원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허무(虛無)의 경지를 세워 놓고
主之以太一(주지이태일) :
以濡弱謙下爲表(이유약겸하위표) : 태일(太一)의 절대적인 도를 중심 사상으로 삼았다.
以空虛不毁萬物爲實(이공허불훼만물위실) : 연약하고 겸손한 것으로 외표(外表)를 삼고, 공허함으로서 만물을 손상치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삼았다.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在己無居(재기무거) : “자기에게는 일정한 입장이 없고,
形物自著(형물자저) : 외물의 형편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드러낸다.
其動若水(기동약수) : 그 움직임은 물과 같고,
其靜若鏡(기정약경) : 고요함은 거울과 같으며,
其應若響(기응약향) : 옹호하는 것은 울림과 같다.
芴乎若亡(홀호약망) : 황홀히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寂乎若淸(적호약청) : 적막하기가 맑은 물과 같다.
同焉者和(동언자화) : 이런 경지에 동화시키는 사람은 자연과 조화가 되지만,
得焉者失(득언자실) : 의식적으로 이런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런 경지를 잃을 것이다.”
未嘗先人而常隨人(미상선인이상수인) : 그는 절대로 남을 앞서지 않고 언제나 남을 따랐던 것이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知其雄(지기웅) :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雌(수기자) : 약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몰려든다.
知其白(지기백) : 그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辱(수기욕) : 욕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돌아와 복종하게 된다.”
人皆取先(인개취선) : 사람들은 모두 남의 앞에 서려 하는데,
己獨取後(기독취후) : 그 홀로 남보다 뒤에 서려고 했던 것이다.
曰受天下之垢(왈수천하지구) : 그는 또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자신이 받아들인다.”
人皆取實(인개취실) : 사람들은 모두 실속 있는 것을 추구하는데
己獨取虛(기독취허) : 그 홀로 텅 빈 것을 추구했다.
無藏也故有餘(무장야고유여) : 그는 저장하는 것이 없으므로 언제나 남음이 있었다.
其行身也(기행신야) : 홀로 자립하여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徐而不費(서이불비) : 그는 행동함에 있어서 더디고도 힘을 낭비하지 않게 했다.
無爲也而笑巧(무위야이소교) : 무위하면서 사람들의 기교를 비웃었다.
人皆求福(인개구복) :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였는데,
己獨曲全(기독곡전) : 그는 홀로 자연스러움에 빈틈없이 완전하기를 추구했다.
曰苟免於咎(왈구면어구) : 그는 말하기를, “구차히 재앙을 면하기만 하면 된다.”
以深爲根(이심위근) : 그는 심원함을 근본으로 삼고
以約爲紀(이약위기) : 간략함을 대강으로 삼았다.
曰堅則毁矣(왈견칙훼의) : 그는 또 말하기를, “굳은 것은 깨어지게 되고,
銳則挫矣(예칙좌의) : 예리한 것은 꺾어지게 되어 있다.”
常觀於物(상관어물) : 그는 언제나 외물을 너그럽게 포용하였고,
不削於人(불삭어인) :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았다.
可謂至極(가위지극) : 그러니 도의 극치에 이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關尹老聃乎(관윤노담호) : 관윤과 노담은
古之博大眞人哉(고지박대진인재) : 옛날의 위대한 진인(眞人)이었다
6.
홀漠無形(홀막무형) : 황홀하고 적막하여 어떤 형체도 없고,
變化無常(변화무상) : 변화는 일정하지 않다.
死與生與(사여생여) :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天地竝與(천지병여) : 하늘과 땅과 나란히 존재하고
神明往與(신명왕여) : 신명에 따라 움직여 간다.
芒乎何之(망호하지) : 망연한데 어디로 가는 것인가
忽乎何適(홀호하적) : 황홀한데 어디로 변화해 가는가
萬物畢羅(만물필라) : 만물을 다 망라하고 있지만
莫足以歸(막족이귀) : 귀착될 만한 것이 없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莊周聞其風而悅之(장주문기풍이열지) : 장주가 그런 학설을 듣고서 좋아했다.
以謬悠之說(이류유지설) : 그는 아득한 이론에
荒唐之言(황당지언) : 황당무계한 말과
無端崖之辭(무단애지사) : 종잡을 데 없는 말로 이를 논했다.
時恣縱而不儻(시자종이불당) : 때때로 자기 멋대로 논했지만 치우치는 일이 없었고,
不以觭見之也(불이기견지야) : 한 가지에만 적용된 견해를 가지고 주장하지 않았다.
以天下爲沈濁(이천하위침탁) : 지금 세상은 침체되고 혼탁해서
不可與莊語(불가여장어) : 올바른 이론을 펼 수 없다고 생각했다.
以巵言爲曼衍(이치언위만연) : 그리고 일에 따르기만 한 치언들을 끝없이 늘어놓고,
以重言爲眞(이중언위진) : 사람들이 중히 여기는 옛사람들에 관한 중언(重言)을 진실한 것으로 믿게 하고,
以寓言爲廣(이우언위광) : 우언(寓言)을 널리 적용했다.
獨與天地精神往來(독여천지정신왕래) : 홀로 하늘과 땅의 정순함과 신명과 더불어 왕래하며,
而不敖倪於萬物(이불오예어만물) : 만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不譴是非(불견시비) :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았으며,
以與世俗處(이여세속처) : 세속에 순응하여 살아갔다
其書雖?瑋(기서수?위) : 그의 책은 대단하지만
而連抃無傷也(이연변무상야) :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其辭雖參差(기사수참차) : 그의 말은 복잡하지만
而諔詭可觀(이숙궤가관) : 재미가 있어 읽어 볼 만하다.
彼其充實不可以已(피기충실불가이이) : 그는 자기 마음 속이 충실함으로써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써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上與造物者遊(상여조물자유) : 위로는 조물주와 더불어 노닐고,
而下與外死生無終始者爲友(이하여외사생무종시자위우) : 아래로는 죽음과 삶을 도외시하여 처음도 끝도 없는 자와 벗하여 지낸다.
其於本也(기어본야) : 그의 근본인 도에 있어서는
弘大而辟(홍대이벽) : 광대하고 트였으며,
深閎而肆(심굉이사) : 심원하고도 자유롭다.
其於宗也(기어종야) : 그의 대종(大宗)에 있어서는
可謂稠適而上遂矣(가위조적이상수의) : 조화되고 적합하게 되어 있어 위로 현묘한 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應於化而解於物也(기응어화이해어물야) : 그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외물에 대한 집착을 풀어버려서
其理不竭(기리불갈) : 그 이치는 다 풀이할 수가 없다.
其來不蛻(기래불태) : 그것은 장래에 있어서도 잘못될 수 없는 것이며,
芒乎昧乎(망호매호) : 망연하고 아득하여
未之盡者(미지진자) : 철저히 추궁할 수가 없는 것이다
7.
惠施多方(혜시다방) : 혜시의 학설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고,
其書五車(기서오거) : 그의 저서는 다섯 채의 수레에 실어야 할 정도이다.
其道舛駁(기도천박) : 그의 도는 복잡하고
其言也不中(기언야부중) : 그의 이론은 이치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厤物之意(력물지의) : 그는 만물에 대한 생각을 나열하여
曰至大無外(왈지대무외) : 이르기를, “지극히 커서 한계가 없는 것을
謂之大一(위지대일) : 대일이라 하고,
至小無內(지소무내) :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謂之小一(위지소일) : 소일이라 한다.
無厚(무후) : 두께가 없는 것도
不可積也(불가적야) : 쌓을 수가 없는 것이다
其大千里(기대천리) : 천리나 되는 것이다.
天與地卑(천여지비) : 하늘과 땅이 다 같이 낮고,
山與澤平(산여택평) : 산과 못이 다같이 평평하다.
日方中方睨(일방중방예) : 해는 금방 하늘 한가운데 있다가도 금방 기울어진다.
物方生方死(물방생방사) : 만물은 금방 생겨났다가 금방 죽어버린다.
大同而與小同異(대동이여소동이) : 큰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같지만, 작은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다르다.
此之謂小同異(차지위소동이) :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한다.
萬物畢同畢異(만물필동필이) : 만물은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모두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此之謂大同異(차지위대동이) :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
南方無窮而有窮(남방무궁이유궁) : 남쪽은 무한하지만 북쪽과의 한계를 생각하면 유한한 것이 된다.
今日適越而昔來(금일적월이석래) :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도 옛날에 도착했다고 할 수도 있다.
連環可解也(연환가해야) : 연결된 고리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리의 입장에서 보면 풀 수가 있다.
我知天下之中央(아지천하지중앙) : 나는 천하의 중앙을 알고 있다.
燕之北越之南是也(연지북월지남시야) : 그것은 연나라의 북쪽이라 할 수도 있고, 연나라의 남쪽이라 할 수도 있다.
氾愛萬物(범애만물) : 널리 만물을 아울러 사랑하면
天地一體也(천지일체야) : 하늘과 땅도 차별 없이 일체가 된다.”
8.
惠施以此爲大(혜시이차위대) : 혜시는 이것을 위대한 것이라 생각하고
觀於天下而曉辯者(관어천하이효변자) : 천하에 내세우며 변사(辯士)들을 가르쳤다.
天下之辯者相與樂之(천하지변자상여락지) : 천하의 변사들은 그래서 즐거워했다
卵有毛(란유모) : ‘계란에도 털이 있고,
鷄三足(계삼족) :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郢有天下(영유천하) : 영땅에도 천하가 있다.
犬可以爲羊(견가이위양) :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馬有卵(마유란) : 말에도 알이 있다.
丁子有尾(정자유미) : 두꺼비에도 꼬리가 있다.
火不熱(화불열) : 불은 뜨겁지 않다.
山出口(산출구) : 산에도 입이 있다.
輸不碾地(수불년지) : 수레바퀴는 땅에 닿지 않는다.
目不見(목불견) : 눈은 물건을 보지 못한다.
指不至(지부지) : 특정한 물건의 지적은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至不絶(지불절) : 물건은 없어지지 않는다.
龜長於蛇(구장어사) : 거북이가 뱀보다 길다.
矩不方(구불방) : 굽은 자는 네모꼴을 만들지 못한다.
規不可以爲圓(규불가이위원) : 그림쇠로는 원을 만들지 못한다.
鑿不圍枘(착불위예) : 구멍에 넣는 쐐기는 구멍이 가두지 못한다.
飛鳥之景未嘗動也(비조지경미상동야) : 나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鏃矢之疾(족시지질) : 나는 화살에도
而有不行不止之時(이유불행불지지시) : 나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다.
狗非犬(구비견) : 보통 개는 멍멍 짖는 개가 아니다.
黃馬驪牛三(황마려우삼) : 누런 말과 검은 말은 세 마리이다.
白狗黑(백구흑) : 흰 개도 검은 것과 같다.
孤駒未嘗有母(고구미상유모) : 외로운 망아지에게는 어미가 없었다.
一尺之捶(일척지추) : 한 자 길이의 회초리를
日取其半(일취기반) : 매일 부러뜨려도
萬世不竭(만세불갈) : 만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는다.’
辯者以此與惠施相應(변자이차여혜시상응) : 변사들은 이런 것으로써 혜시와 응답하며
終身無窮(종신무궁) : 평생토록 그치지 않았다.
桓團公孫龍辯者之徒(환단공손룡변자지도) : 환단, 공손룡이 바로 이런 변사의 무리들이다.
飾人之心(식인지심) :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꾸미기도 하고,
易人之意(역인지의) : 사람의 뜻을 바꾸기도 했다.
能勝人之口(능승인지구) : 그들은 사람들의 이론은 이겨낼 수 있었지만
不能服人之心(불능복인지심) :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辯者之囿也(변자지유야) : 이것이 변사들의 한계인 것이다.
惠施日以其知與人之辯(혜시일이기지여인지변) : 혜시는 매일처럼 그의 지혜를 사용하여 사람들과 변론함으로써
特與天下之辯者爲怪(특여천하지변자위괴) : 천하의 변사들과 함께 괴이한 이론을 이룩했다.
此其柢也(차기저야) : 이것이 그의 학설의 근본이다
然惠施之口談(연혜시지구담) : 혜시는 자기의 말을 스스로 가장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自以爲最賢(자이위최현) : 그는 하늘과 땅만이 자신의 이론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曰天地其壯乎(왈천지기장호) : 이르기를 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려고만 했지
施存雄而無術(시존웅이무술) : 혜시는 강한 것을 가졌으나 아무런 도술도 없었다.
南方有倚人焉曰黃繚(남방유의인언왈황료) : 남방에 황료라 부르는 기인이 있었다.
問天地所以不墜不陷(문천지소이불추불함) : 그가 하늘과 땅이 떨어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이유나,
風雨雷霆之故(풍우뢰정지고) :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벼락이 치고 번개가 치는 까닭을 묻자,
惠施不辭而應(혜시불사이응) : 혜시는 조금도 사양하지도 응하여
不慮而對(불려이대) : 생각해보지도 않고 즉시 대답했다.
徧爲萬物說(편위만물설) : 두루 만물에 대해 이론을 세웠다.
說而不休(설이불휴) : 그런 것들을 쉬지 않고 논하여,
多而無已(다이무이) : 한없이 많은 말을 하였는데도
猶以爲寡(유이위과) :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益之以怪(익지이괴) : 더욱 괴상한 학설을 보태어 갔다.
以反人爲實(이반인위실) : 그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而欲以勝人爲名(이욕이승인위명) : 남을 이겨내는 것으로 명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是以與衆不適也(시이여중불적야) :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弱於德(약어덕) : 덕을 닦는 일에는 빈약하면서도
强於物(강어물) : 물건에의 집착은 강하여,
其塗隩矣(기도오의) : 그의 도는 비뚤어져 있다.
由天地之道觀惠施之能(유천지지도관혜시지능) : 하늘과 땅의 도로 혜시의 능력을 본다면
其猶一蚊一蝱之勞者也(기유일문일맹지로자야) :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其於物也何庸(기어물야하용) : 그가 물건에 집착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夫充一尙可(부충일상가) : 그가 도의 일단(一端)을 충당할 수 있다 해도 되겠지만,
曰愈貴道(왈유귀도) : 그 변론이 도보다 귀하다고 하니
幾矣(기의) : 위태로운 일이다.
惠施不能以此自寧(혜시불능이차자녕) : 혜시는 이것으로써 스스로를 편안케 하지 못하고
散於萬物而不厭(산어만물이불염) : 만물에 대해 관심을 분산시켜 만족할 줄 모르면서도,
卒以善辯爲名(졸이선변위명) : 마침내는 변론을 잘한다는 것으로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
惜乎(석호) : 아깝다
惠施之才(혜시지재) : 혜시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駘蕩而不得(태탕이불득) : 방탕하게 행동하여 참된 도를 터득하지 못했고,
逐萬物而不反(축만물이불반) : 만물을 뒤쫓음으로서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갈 줄을 모르고 있다.
是窮響以聲(시궁향이성) : 이것은 울림이 나오는 곳을 찾으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形與影競走也(형여영경주야) : 자기 몸과 그림자를 경주시키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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