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신
-신석초-
달은 잠들고 그윽한
함숨 지는 밤 동산으로
꽃 같은 여신이 나려오도다
매혹하는 꽃 송아리!
꾸며 논 보석의 수풀 속에
꿈결같이 움직이는 나신이
바람에 흔들리는 물을 그리면서
금강석에 묻힌 호수위에
모호한 장미빛 안개 떠돌아서
(여신은 매력에 술을 마시고)
제 그림자에 명정하는
아리따운 새와도 같이
시름하는 여울로 비특거리며
허공의 한끝을 헤매이도다
머리는 칠보의 병을 기울여
공작이 어여쁜 연꽃 봉오리를 찍고
홍옥을 물린 고운 입술은
단식하는 꽃잎의
달고도 괴로운 숨결을
어둠 속으로 남몰래 흩뜨려 놓도다
아아. 넋 끊는 젓대 소리 들리고
청춘에 늘어진 기인 버들가지!
소백한 보드라운 팔은 서리어
대리석으로 깎은 허리에
애무하는 고운 기반을 끄르도다
이럴 때 시간은 내밀한
우주를 이루고
침묵은 다디단 권태의 술을 빚도다
어느덧 빛과 그림자 얼크러진
순수한 진주의 바다 떠올라서
범주는 푸른 물의 거울을 건너고
지상한 나래! 오오. 뜬 구름 쪽은
아득한 열매를 쫓아가노라
붉은 꽃 가지 꺾어서 던진
허무의 섬을 찾아가노라
달은 잠들고 그윽한
한숨 지는 밤 동산으로
꽃과 같은 여신이 헤매이도다
꿈꾸는 듯한 이 사이
다디단 쾌락은 사라지고
포착하기 어려운 몸!
그는 비밀한 벽도를 따려
부엿한 여명의 하늘가로 나리도다…..
본명은 응식,
호는 유인(唯仁),석초(石艸).충남 서천 출생.경성제일고보 입학,
일본 법정대학 철학과 졸업. 1932년,유인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창작의 고정화에 항(抗)하여>라는 평문을 썼으며, 1933년 이후
카프 회원으로 활약하다가 1933년 박영희와 함께 카프를 탈퇴.
그 후 <자오선>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석초시집>(1946),<바라춤>(1959),<폭풍의 노래>(1970),
<처용은 말한다>(1974),<수유동운(水踰洞韻)>(1974) 등과 이외에
그의 저작으로는 <발레리 연구>,<임어당산고>등 에세이 다수와
<석초집>,<자하시집>,<시전> 등의 번역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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