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양산하는 사채시장
대부업시장 평균금리 연 200%… 이용자 85% 2년 내 신용불량 낙인
고대, 중세는 물론 현재에도 유사 이래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든 사채가 존재하지 않은 적은 없다. 중세시대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채를 죄악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필요악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에게 몸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3000디카트를 빌려준 샤일록의 이야기는 고대시대 사채의 역기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일지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사채 하면 샤일록으로 그려지는 부정적인 단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신용카드사 대량고소 등 남발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안토니오처럼 사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생활자금을 빌려 썼다가 눈앞에 닥친 이자를 막으려고 또 다른 높은 이자의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은 개인 파산에 이른 경우도 있고, 고금리로 인하여 원금에 육박하는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불법추심의 대상이 되어 평생을 쫓겨 다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한다. 그렇다고 사채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이런 어두운 이면에도 돈이 정말 급하게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단비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대부업법상 이자상한 인하를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어떤 방청객의 질책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가하게 금리나 논의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사업상 돌아온 어음을 막기 위해 500만 원을 빌리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돈 주는 사람은 일수 아주머니밖에 없었소. 일수 아주머니가 가장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며칠 뒤면 외상값을 받아 갚을 수 있다는 데도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는 없었소.” 이 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모두 죄악시하는 사채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재기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 믿음과 불신의 차이가 그렇듯이 순기능과 역기능은 결과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재기에 실패하여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면 역기능이고 한순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했다면 순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소비자 보호법제 정비해야
필자는 2001년 4월부터 약 6년간 금융감독원의 사금융피해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도와주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 숨어 연 1000%에 달하는 살인적 금리는 물론이고,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권을 회수하려는 불법채권추심행위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은행 등 제도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음지보다는 양지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채업자를 등록하도록 하고, 상대방의 궁핍한 사정을 악용하여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고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자 2002년 10월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그후 거의 매년 수사당국과 연계하여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채시장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업법을 제정하였지만 금감원의 ‘사금융 피해상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기존 연 180%였던 대부업체의 평균금리가 등록업체는 연 113%, 무등록업체는 연 217%로 등록 여부에 따라 금리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이자제한만으로는 사채시장의 폐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자제한이 사채시장의 자금공급을 위축시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무등록 대부업체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채시장의 문제도 시장논리에 따라 해결하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문제를 일시적인 규제로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된다.
다른 금융시장과 달리 사채시장은 고리대금으로 인한 역기능과 자금을 융통시켜 주는 순기능이 함께 공존하는 시장이다. 또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만큼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건전한 금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금융의 역기능을 억제하고 순기능이 원활히 발휘될 수 있도록 사채시장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사채시장의 순기능을 원활히 하고 역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사채시장의 고유한 기능을 제도권 금융회사가 흡수하려는 큰 틀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해상담센터를 활성화하고 대부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고금리의 피해를 막고 이자제한의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부업자들의 약탈적 대출영업행태를 관리·감독할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무등록 사채업자의 등록을 유도하여 시장을 양성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신용이 낮다고 무조건 사채시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미래상환능력 등을 감안하여 신용도를 재검증하여 사채수요를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채 이용자도 돈이 급하다고,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채업자를 찾아가기보다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연대은행 등 대안금융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이 절실하다. 금융감독원이 사금융이용자 5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사채를 정리하고 자활에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1000만 원 이하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500만 원 이하라는 응답도 32%에 달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조성목〈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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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세는 물론 현재에도 유사 이래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든 사채가 존재하지 않은 적은 없다. 중세시대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채를 죄악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필요악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에게 몸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3000디카트를 빌려준 샤일록의 이야기는 고대시대 사채의 역기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일지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사채 하면 샤일록으로 그려지는 부정적인 단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신용카드사 대량고소 등 남발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안토니오처럼 사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생활자금을 빌려 썼다가 눈앞에 닥친 이자를 막으려고 또 다른 높은 이자의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은 개인 파산에 이른 경우도 있고, 고금리로 인하여 원금에 육박하는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불법추심의 대상이 되어 평생을 쫓겨 다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한다. 그렇다고 사채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이런 어두운 이면에도 돈이 정말 급하게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단비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대부업법상 이자상한 인하를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어떤 방청객의 질책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가하게 금리나 논의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사업상 돌아온 어음을 막기 위해 500만 원을 빌리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돈 주는 사람은 일수 아주머니밖에 없었소. 일수 아주머니가 가장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며칠 뒤면 외상값을 받아 갚을 수 있다는 데도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는 없었소.” 이 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모두 죄악시하는 사채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재기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 믿음과 불신의 차이가 그렇듯이 순기능과 역기능은 결과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재기에 실패하여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면 역기능이고 한순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했다면 순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소비자 보호법제 정비해야
필자는 2001년 4월부터 약 6년간 금융감독원의 사금융피해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도와주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 숨어 연 1000%에 달하는 살인적 금리는 물론이고,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권을 회수하려는 불법채권추심행위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은행 등 제도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음지보다는 양지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채업자를 등록하도록 하고, 상대방의 궁핍한 사정을 악용하여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고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자 2002년 10월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그후 거의 매년 수사당국과 연계하여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채시장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업법을 제정하였지만 금감원의 ‘사금융 피해상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기존 연 180%였던 대부업체의 평균금리가 등록업체는 연 113%, 무등록업체는 연 217%로 등록 여부에 따라 금리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이자제한만으로는 사채시장의 폐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자제한이 사채시장의 자금공급을 위축시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무등록 대부업체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채시장의 문제도 시장논리에 따라 해결하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문제를 일시적인 규제로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된다.
다른 금융시장과 달리 사채시장은 고리대금으로 인한 역기능과 자금을 융통시켜 주는 순기능이 함께 공존하는 시장이다. 또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만큼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건전한 금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금융의 역기능을 억제하고 순기능이 원활히 발휘될 수 있도록 사채시장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사채시장의 순기능을 원활히 하고 역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사채시장의 고유한 기능을 제도권 금융회사가 흡수하려는 큰 틀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해상담센터를 활성화하고 대부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고금리의 피해를 막고 이자제한의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부업자들의 약탈적 대출영업행태를 관리·감독할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무등록 사채업자의 등록을 유도하여 시장을 양성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신용이 낮다고 무조건 사채시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미래상환능력 등을 감안하여 신용도를 재검증하여 사채수요를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채 이용자도 돈이 급하다고,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채업자를 찾아가기보다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연대은행 등 대안금융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이 절실하다. 금융감독원이 사금융이용자 5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사채를 정리하고 자활에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1000만 원 이하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500만 원 이하라는 응답도 32%에 달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조성목〈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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