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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탐구(25)] 난치성 피부질환

천하한량 2007. 4. 6. 01:10
[질병탐구(25)] 난치성 피부질환
피부 면역체계 이상이 건선·아토피 일으켜

대학생 오영우(24)씨에겐 최근 ‘마스크맨’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건선 환자인 오씨는 처음엔 배와 등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 각질이 생겼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어 참고 지냈는데 얼마 전 감기를 앓고 난 후 상태가 심각해져 급기야 얼굴에까지 건선이 나타났다. 겹겹이 쌓여 있는 하얀 각질이 흉해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 것이다.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했지만 잘 낫지 않아 취업을 앞둔 오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회사원 강리나(여·29)씨는 얼마 전부터 다리 주변이 발갛게 부어 오르더니 간지럽기 시작했다. 강씨는 그저 꽃가루 알레르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발진 부위는 점점 넓어져 갔다. 얼굴도 거칠어지면서 화장이 잘 받지 않았고 온몸이 가려우면서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받은 진단은 아토피였다.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 좀 호전되긴 했지만 몸이 피곤할 때면 증상이 다시 심해지곤 한다.


건선과 아토피는 치료를 해도 완치가 잘 안 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치료 자체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방치했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건선은 피부에 좁쌀만한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피부 각질이 비늘처럼 층층이 쌓이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질환이다. 피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화학물질, 감염, 약물, 외상 등의 요인에 의해 인체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면역체계의 이상이 백혈구를 오동작시키고 피부세포를 비정상적으로 7~8배 빠르게 성장시켜 각질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각질의 반점은 주로 머리나 팔꿈치, 무릎, 복부에 나타나지만 전신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손이나 발바닥에도 발병하여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얼굴 건선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건선은 20~30대에 많이 생기고 습하고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잠잠하다가 건조한 가을이면 증세가 악화되곤 한다.


건선 환자들은 피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냉·난방은 피부 수분의 증발을 촉진시키므로 여름에는 25~27도, 가을 겨울에는 18~20도 정도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나 화분을 이용해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가 건조해진다고 해서 목욕이나 샤워를 자주하면 역효과를 부른다. 특히 뜨거운 물로 하게 될 경우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 따라서 36~37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는 하루 1회, 목욕은 주 1회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각질은 때수건으로 무리하게 벗겨내면 안 된다. 피부를 손상시켜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워 후에는 물기가 남아있을 때 보습크림을 발라준다.


건선의 관리를 위해선 음식물 조절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육류나 인스턴트 식품은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항산화제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어 피부 면역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피로나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한다. 감기나 편도선염 등의 감염성 질환은 건선을 발병시키거나 증세를 악화시키므로 항상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건선에 비해 가려움증이 심하고 만성습진의 증상을 보인다. 발병 부위는 주로 피부가 주름져 습기가 차기 쉬운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목, 얼굴, 손, 사타구니 등이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여 습한 여름이나 건조한 겨울에 심해진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은 확실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아토피란 용어 자체가 ‘이상한’ ‘알 수 없는’이란 뜻으로 알레르기 소인을 가진 사람이 나쁜 환경에 노출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생아 때부터 나타나 성장과 함께 더 심해지거나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최근엔 앞서의 사례처럼 성인이 된 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다른 알레르기 질환인 두드러기, 천식, 비염, 결막염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대로 두면 가려움 때문에 피부를 긁어 발진이 점점 심해지게 되고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색이 어두워진다. 손톱을 짧게 깎고 가급적 손이 얼굴에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잘 때 많이 긁는 아이의 경우 장갑을 끼워 상처를 내지 않도록 한다. 발작적 가려움으로 괴로울 때면 얼음찜질이 도움이 된다. 냉기가 해당 부위를 둔감하게 만들면서 일시적이지만 가려움을 완화시킨다. 온찜질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너무 뜨겁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토피는 치료가 까다롭지만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 유해균, 화학물질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집안의 먼지는 수시로 물걸레질하여 제거하며 침구류는 수시로 햇볕에 널어 살균시켜야 한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피부질환을 내부장기와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하고 근본적인 치료에 치중한다. 모든 장기와 세포는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열을 낸다. 체내 장기 중 하나라도 기능이 저하되면 우리 몸의 열평형이 깨지고 심부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세포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아토피 환자들이 밤이 되면 가려움증이 더 심한 것도 밤에 심부온도가 떨어져 피부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jd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