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명 |
별건곤 제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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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제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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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1927-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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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
夢見 李商在, 『先生은 偉人인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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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金振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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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태 |
문예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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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이 사람! 자네 李商在 實記 나온 것 보앗나?』 『나도 어느 동무집에서 대강 흘터 보앗네만은...』 『여보게 그걸로 보아서는 나원! 社會葬이니 무엇이니 세상에서 뒤떠들 것 한푼어치도 업는 것 갓데... 원...』 『워낙 그러치. 그가 해논 일이야 무엇 잇나. 만년에 와서 학생들에게 환심을 사고 잇섯든 것이며 언론기관이니 종교단체 사상단체. 이런 데 관계가 잇섯기 때문에 그러케 되엿지... 무얼... 그래두 지금 한편에서는 그 책이 잘못되엿다고 말성이라네.』 『그럼 그 책에 실린 외에 또 무슨 굉장 뻑적직은한 일을 해논 것이 잇단 말인가? 여게 이 사람! 도대톄 그는 무엇하던 사람이며 어떠한 인물인가? 나 원 도모지 몰으겟스니...』 『그 외에 해논 일이 어데 잇서?... 그 일생을 노코 보면 소낙비를 피해 다니든 사람일세...』 『쉬- 이 사람들아 이런 데서 남의 비평할 것 무엇 잇나. 술이나 먹고 갓스면 구만이지...』 이것은 0동 선술집에서 H군과 나와 일배일배 復 일배로 메돌을 올리면서 한참 이리 萬丈의 氣熖를 토하는 판에 한잔 들 마신 J군의 충고이엿다. 『올치 그럿치! 자네말도 올은 말일세.』 『여보 모두 멧 잔이오?』 『네- 약주가 모두 여든한 잔이고요. 안주 더 잡수신 게 열아홉 잔 안주올시다!』 『얘 이것봐라! 우리가 好漢은 과연 호한이로구나? 사람 셋이 먹은 것 봐라! 어-허허허... 킥킥킥...킥』〈22〉 이러케 뒤떠드러대면서 그 집을 나와서 H, J를 작별하고 비틀비틀 동관 네거리를 지나 집으로 드러가니 자정이 지냇든 모양이다. 집안은 쥐죽은 듯 대텽에는 뎐긔ㅅ불만 휘황하다. 어른이 계신지라. 조심조심 양복을 버서 걸고 그 중에도 쓰다둔 원고나 써보겟다고 대텽 한귀퉁이 책상 압헤 털퍽 주저안저 이책 저책 쑥쑥 빼여 뒤적뒤적 뒤적일제 별안간 눈압히 환해지며 양쪽 겨드랑에 나래가 붓혼 것 처름 두발이 땅에 부틀듯 말ㅅ듯 어대로인지 향방업시 떠나간다. 平原曠野 너른 벌판을 훨훨 나라가기도 하고 산ㅅ길 바닷가를 우중충충 거러가기도 하엿다. 이러케 한참동안 아무 방향 업시 거러가다가 한 곳을 당도하니 高樓巨閣은 한울에 다은 듯 오색단청 찬란한 데 瑞氣는 영롱하며 옥패소래 쟁쟁하다. 호기심이 와락 나서 대문으로 썩 드러서 내부를 엿보앗다. 堂上 한복판에는 峩冠博帶에 白髮白鬚가 흔날리며 氣宇가 당당하고 위풍이 늠름한 一位 노인이 안저잇고 그를 중심으로 좌우에는 深目高準의 서양 사람이며 身短面黃의 동양 사람들이 죽 느러안저서 가슴에는 십자표를 달고 입으로는 『차-ㄴ송 하-부시다!』 의 벌벌벌 떠는 소리로 찬송가를 부른다. 나는 속마음으로 『얘! 이것 봐라!! 내가 금년 봄에 지옥은 한번 구경하고 왓지만은 천당구경은 의외이다. 에라 이왕 온 김에 한번 톡톡이 구경을 하고 갈 일이다.』 이러케 생각하고서 가만가만 드러가니 奇花瑤草와 무화과를 압헤다 벌려노코 아모하는 일도 업시 느러 안저서 종일토록 찬송가만 부르고 잇는 모양이다. 엇쨋던지 지옥 구경만치 자미는 업다. 올봄에 돌이君이 천당 참관을 하고 와서는 훌륭뻑은 하더라고 하도 자랑이 야단이기에 정말로 그런가 하얏더니 실지에 내 눈으로 보고 나니 무엇이 훌륭한지 어데가 뻑은한지 도모지 모르겟다. 사람이란 유순하고 점잔을 데 점잔터라도 剛愎하며 용맹스러울 때는 용맹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천당에는 와서 보니까 일평생 아무일 하나 해 논 것 업시 도덕군자然하야 무저항주의에 저진 무능무위배들만 모혀 잇는 것 가트다.
天堂問答 온몸에 俗塵 투성이며 일생에 죄악 떵어리인 나로서 올ㅅ 봄에 지옥에는 참석할 자격이 충분히 잇서서 그 심판을 잘 구경하고 왓지만은 여긔 천당에도 참관할 자격이 잇는가? 한번 시험을 해 볼 일이다. 하는 생각으로 기침을 한번 컥 하고서 대활보로 한발작씩 나서니까 이때까지 자는 듯이 고요하게 잠잠하게 안저 잇든〈23〉 천당 안은 별안간 공기가 파동되며 요란하야 여러하나님 아달들은 눈이 뚱그래진다. 『어- 이거 엇잔 俗世塵客이 드러와서 천당의 신성을 더럽히는고!?』 하는 호령이 추상가티 닐어난다. 그 중으로서 나를 물끄럼이 바라보고 잇다가 불끈 닐어나서 내 손목을 턱 붓잠는 이가 잇다. 『여보 이게 웬 일이요 여긔를 엇더케 드러왓던 말이요?』 한다. 자세이 살펴보니 나의 항상 동경하며 어느 편으로의 경의를 가지고잇는 月南선생 李商在옹이엿다. 나는 엇지나 의외이던지 『아! 선생님!! 여긔 와서 계심닛가?』 반갑기도 하고 일변 황송하기도 하엿다. 그런데 선생의 신색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작년 겨을에 OO日報社에서 뵈일때보담 아조 形容이 초췌하고 얼골 어느 구석에인지 근심ㅅ빗이 넘처보힌다. 『君가튼 사람으로는 이런 신성한 데 오래 잇슬 수 업슨즉 저 문 밧게 별당으로 갑시다.』 하며 나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문 밧그로 모라낸다. 나는 『얘 이것 보아라. 천당에서는 落第꾹이로구나!』 이러케 속말을 하면서 아무말 업시 몰려서 별당으로 드러가 안즌 후에 나는 『엇지엇지 하다가 여긔를 드러와서 의외에 선생님을 만나보니까 반갑기도 층량업스며 황송하온 말슴이오나 평일에 선생님께 엿주어 보고십헛든 몃몃가지를 이 기회에 엿주어 보겟사오니 말슴해 주시겟슴니까?』 선생은 그 큰 눈방울을 구리구리 둥굴리면서 『무엇을 또 왜? 무슨 욕을 하려구?』 『아- ㅅ그게 무슨 말슴임니까? 제가 언제 욕을 햇다고 그리심니까?』 『나더러 소낙비를 피해 단이든 사람이라고 욕을 한 것이 君이 아니고 누구여...』 『녜- 그런 말은 햇슴니다. 그런데 선생님! 대단이 觸怒가 되섯슴니까?』 선생은 이때껏 엄격하던 위용이 별안간 서그러지면서 『허허...헛 觸怒야 무슨 촉노?! 그런 소리를 듯게도 되엿지...뭐... 나도 실상 요새 社會葬이니 實記니 기념집이니 유족 무어니 뒤떠드러대는데 내 양심에 하소연해서 매우 편편치 안코 과분의 영광이여서 도리여 죄송하고 붓그러워 못 견대겟네! 원...』 『선생님은 원래 廉直하신 성격이신 고로 그러케 생각하시지만 뭣 그러케 겸손하실 것 잇슴니까. 세상에서는 선생님더러 위인이다 巨星이다 泰山喬嶽이다 민중의 원로이다 청년의 사표이다 하야 굉장합니다.』 『그런 것이 못슬 짓이야! 내가 원로될 것은 무엇이며〈24〉 사표될 것이 무엇인가? 내가 죽는 날까지 閔OO대감한테 小人- 하면서 꼭 세배만 단겻고 李OO후작이 도라갓슬 때에도 뎨일 먼저 조상을 간 까닭으로 남에게 욕도 만이 먹은 사람일세! 원로라니 사표라니 불감당이지...』 『선생님! 원... 별 말슴을 다하심니다. 그런 것이야 조고만 일이고 사적 교제이니까 별로 큰 말성이야 잇겟슴니까만은 도대톄 저는 선생님 일평생처름 험악한 세상은 업섯는데 그 중에서 선생님 일생의 생활처름 평범한 생활은 업섯는 줄 아는 동시에 항상 선생님에게 대한 불만이 만습니다.』 『그러치! 평범하다면 평범하지! 별로 볼 만한 일은 해 논 것이 업서- 그러키로 君처름 소낙비를 피해단이든 사람이라고 욕을 해서야 어대 견대여 내겟나?』 『글세 선생님 생각해보세요. 朝鮮 최근 60년처름 파란과 風霜만은 세상이 어대 잇슴니까. 선생님도 다- 격거 오섯스니까 잘 아시겟지요만은 제가 다시 한번 대강 처볼 것이니 드러보십시요. 62년 전에 丙寅洋亂을 비롯하야 大院君의 쇄국폭정, 외척의 跋扈專橫, 壬午軍亂, 大院君被虜 甲申改革亂, 暴淸의 亂行, 强露 기타 洋夷의 침략정책, 甲午東學亂, 日淸전쟁, 乙未정변, 日露及偏黨의 軋轢, 日露전쟁, OO조약(이 때는 議政府參贊으로 게섯지요?』 OO봉기 XX밀사사건 OO문제 XX해산 무엇무엇할 것 업시 怒濤狂瀾이며 폭풍우 안인 것이 잇슴니까? 최후로 대OOO이며 우리 OO이 OOOOOOOO 당시던지 최근에 와서 OOO적 대OO이던 OO운동 당시에던지 이런 야단 굉장하야 씰개 잇는 사람으로는 도뎌히 견대어 낼 수 업는 소낙비에 선생님이 한방울 마저 보신 일이 잇슴니까?』 선생은 조곰 붓그러운 듯한 빗이 얼골에 나타나면서 『그려! 그러케 치고 보니까 君의 말도 過言은 안일세 그려! 그러기에 나도 스스로 붓그럽고 나의 무능을 한탄한 때가 만엇섯네!』 OO년에도 재판소에서 공연이 귀찬케 하기에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老物이라고 빼논 것이 유감이라) 고까지 한 것은 나의 無能庸才한 것을 스스로 탄식한 것일세. 그 때 孫00만 해도 미리 내용으로 OOO OOO OOO OOO OOO까지 모두 OOOO OOO OOOOO OO 햇스나 유독 나에게만 빼노앗데 그려! 그것참』 『왜! 선생님도 社會葬 문제까지가 붓틀지 그게 문제이지 평생에 廉潔剛直의 언행이시엿고 정신만으로야 갸륵하시지 안음니까? 米國 公使의 수행원이 섯슬 때에 淸公使의 간섭을 방지하야 國體를 汚損하지 안으섯다거나 내각에 게시나 在野시대에나 忠諫直行이〈25〉 만으섯고 獨立協會 당시에 敵黨과 꿋꿋하게 싸우신 일이 다- 어려운 일이시지만은...』 선생은 손을 홰홰 내어 저으며 『여보게 이 사람! 그런 말 당초에 말게! 그게야 그 시대에 그 지위에 안저서 내 정신 내 씰개 가진 사람으로 고만한 일이야 누가 못하겟나? 그까짓 일로 무슨 社會葬이니 무어니 뒤떠들께 무엇잇나? 여보게 이 사람 그런 말 다시 말게. 내가 낫이 확끈확끈하예.』 『아! 요새 와서 先生實記가 잘못됏다고 한쪽에서 야단이라고요. 선생님 宅의 OO씨가 대단이 분개해서 절대행동을 취하겟다고 신문에 굉장 뻑은하게 낫던데요!?』 『그 놈 주제 넘은 놈이지... 내가 80년동안 그 일만코 波瀾風霜만흔 朝鮮 땅에 가서 留하고 잇다가 올쩍에 무슨 사업 무슨 흔적을 남겨노코 왓다고 제가 나와서 떠드러대누... 남가트면 몰라! 그러치만 血屬者인 저로서는 좀 신중한 태도로 잇는 게 아니라 에-ㅇ 철 업는 아해로군! 그 책은 암만 영리적일지라도 적어도 社會物인 이상에야 잘못된 게 잇스면 사회에서 어련히 정정할라고. 왜! 제 사유물인가? 세상에서 위인이니 巨星이니 원로니 사표니 하면서 떠드니까 제 XXX가 굉장한 인물인 줄 아는 모양이지... 에-ㅇ』 『선생님은 별 말슴을 다하심니다. 그럼 자손이 되어서 그 조상의 實記가 사실과 틀리면 아모 말도 안해서야 자손된 도리가 됨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取食客처름 되엇다고 야단을 햇담니다.』 『원! 그게 무슨 取食客이여? 아모라도 청소년 시대에 한참 작란할 때는 그보담 더 휘황난칙한 일도 햇는데. 내가 젊어서 방랑생활을 할 적에 그까짓 작란을 햇기로서니 그까짓 일이 나의 인격에 무슨 흠이 된담!? 에-ㅇ 고루한 생각이로군!』 『그래! 그 책이 내용이 불충실하다고 그리는지 뭣 聲討를 한다든가요? 한편짝에서는 지금 야단덜이람니다.』 『그 사람들 나의 素志도 몰으고서 그리덜 날뛰어서 내가 요새 아주 말을 디경일세. 그 사람들이 공연이 뒤떠드러서 남의 마음에도 엄는 과분의 찬양을 해서 세상을 요란케하고 또 葬費에서 돈이 좀(1500?) 남엇기로 그것을 내 유족에게 보낸다 또 OO集을 가지고서 별별 말성이 잇는 모양인데... 도대톄 그럴 일들이 무에 잇단 말인고? 에-ㅇ 아직도 우리 민중이 들깨엇서-! 내용이 충실하니 불충실하니 그런 것은 애초에 문제가 되지를 안해! 내가 무엇 해 논게 잇서야 내용이 충실하지! 글세...』 『선생님이 넘우 그러케 겸손만 하시면 지금 한참 열광적으로 선생님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26〉 주시지 안슴니까?』 『실망은 무슨 실망? 원래 사람을 평하는 법이 그 사람에게 적합하게 평해야지 넘우 축혀 세우기만 하면 될 수 잇나? 나더러 淸貧寒士라고 하면 그것은 나의 과거를 회고해서 과히 부적합한 평이라고는 생각되지 안치만은 偉人喬嶽이 내게 당한 말인가?』 『그레두 지금 세상에서는 청년의 사표이며 민중의 전형으로만 밋고 잇는 이가 만슴니다.』 『그게 못쓸 짓이야 누가 한 사람이 줄기차게 떠들면 그 사물의 역사와 정체를 연구해 볼 새도 업시 덥허노코 기분적으로 칭송하고 貶削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아직 망둥期에 잇서! 글세 이 사람들아 내 일평생을 평범하게 가장 눈치 잇게 游泳을 잘해오고 별 탈업시 그 때만 지나고 말고한 사람을 그러케 숭배한다면 우리의 장래는 처연할 것일세. 한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일세. 끗 중에도 백일홍 가티 시들부들 오래만 가는 꼿을 조와 하는 그 민족은 장래가 업는 것이야!』 『선생님 생전에 종교에는 아마 퍽 공헌해 노신 것이 만으시지요?』 『무엇? 종교에도... 우리 기독교 안에서도 내 일음도 몰으는 이가 만엇서- 하여간 社會葬이란 그 인물을 社會葬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사회장하는 것이며 사장이니 회장이니 하는 것을 사회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平日의 사업을 崇敬하며 감사의 예를 다하는 것이 즉 사회장일세! 내가 워낙 身老而心不老라고 암만 늙어도 마음은 언제든지 청춘임으로 청년학생들과 접촉하기를 조와해서 서울 학생늘이 나를 조와할 것이며 만년을 엇지하면 심심히 안보낼가하고 그저 여긔저긔 일음은 잘 빌려주엇지... 그랫더니 그 사람들이 일이 업스니까 그러케 야단법석들이야. 그러나 그것도 다- 나의 OOO이여!』 『그러치만 지금으로 보아서는 朝鮮땅 안에 남어 잇는 사람으로는 社會葬이란 문제라도 날만한 인물조차 업슨즉 그것도 한심한 일이 안임니까? 그러나 세상이란 넓기도 하지만은 선생님을 한편에서 그러케 숭배하는 반면으로 또 한편에서는 선생님더러 팔방미인이라고 비평합니다.』 『이 사람. 젊은이도 망녕을 피우나? 팔방미인이라니...?』 『아- 日韓합병 후에 日本의원단더러 무슨 말을 뭇든지 덥허노코(좃소좃소)로만 대답하섯다든가 또 日本시찰 가섯슬 때 東京有志의 초대연에서 (새어머니 집을 보니까 죽은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는 말슴은 도뎌히 세상에서 농담으로 보지 안슴니다. 누가 외교석상에서 농담을 하겟슴니까? 그런 것이 다- 팔방미인의 교묘한 처세술이라고 합니다.』〈27〉 선생은 아모 말 업시 한참동안 안저 잇더니 별안간 주먹으로 책상을 탁 치면서 『그러기에 그 사람들이 공연히 대중 업시 축혀 세워서 남을 이러케 창피하게 해 논는단 말여! 나는 한평생 아무 죄악 짓지 안코 무슨 큰일 하나 저질러노치 안코 조용이 갓다가 조용이 온 사람을 공연이 들쑤성거려서 견댈 수가 업게 만드러 노아...에-ㅇ...그러기에 君이 지금 보다 십히 이런 천당에 올라와서 가만이 잇지 안나? 주책 업시 뒤떠들더니 君가튼 악분자가 다-나타나게 되네 그려!』 『선생님! 악분자라시면 넘우나 과중하신 책망이심니다. 저는 누구 압헤서든지 우물주물할 줄을 모르고 단도직입으로 말슴하기 때문에 그러케 되엿는데 하여턴지 황송합니다. 그러나 긔왕 걱정들은 김에 남은 말슴 한 마듸 마저 엿줍겟슴니다. 세상 사람들은 선생님더러 아조 固陋淺見의 촌부와 다름업는 頑迷한 노인이라고 합니다.』 『그건 웬소리이여? 내가 본래 新舊간에 무엇하나 똑똑하게 아는 것도 업지만은 내 맘껏은 신진청년이엿는데...』 『선생님! 칠팔년전 東亞日報 사설에 (朝鮮父老에게 고함)과 (假明人 두상에 一棒)이라고 權悳奎군이 쓴 일이 잇섯지요?』 『그런 일이 잇섯지... 그래 그 때 儒林 측에서 온통 반박들을 하고 야단덜이더니...』 『네- 그 때 선생님께서 (경고 東亞日報 집필 智愚者)라는 글을 쓰신 일이 게시지요?』 『응- 잇섯지. 잇섯서-. 그래 그게 엇재 나왓나?』 『녜-나왓슴니다. 그 때는 아는 이는 알고 몰으는 이는 몰랏는데 요새 그것을 보고서 포복절도 안하는 사람이 업슴니다.』 『왜? 그 속에 말이 어떠타고?』 『그 全文이 다 고루 하고 우서운 말슴 뿐이지만은 한 구절을 들고 보면 (父老가 設或 不盡善-不盡美하다 할지라도 필자 其人은 誰의 子이며 誰의 손인가.) 가튼 구절은 상식 업는 촌로의 恒用語인즉 더-말슴할 것 업스며』 『또 무엇인가?』 『宋尤庵이 明나라 神宗 毅宗의 兩 皇帝廟를 건설해 노코 挾天子以令諸侯的 야욕을 채우려고 사대사상을 민중에게 고취하든 비행을 지적해서 평론한데 대하야 선생님 경고문의 일절을 드러보면 (彼一時며 此一時이다. 도덕이란 천하의 公共한 것인 고로 畛域을 不分이다.) 이런 문구가 만흐신데 남의 나라의 황제를 우리 강산 한 복판에다 모서다 노코 춘추로 祭享을 올려가면서 尊周주의와 皇明崇拜熱을 고취하는 것이〈28〉 엇지하야 피일시 차일시라고 말슴하섯는지 모르겟슴니다. 그럼 그 때는 사대주의를 선전하며 노예생활에 甘心해도 조타는 말슴이며 남의 황제를 자긔의 주권자 우에 올려 안치고 皇明遺臣이니 聖朱門徒니까 나를 건드리면 斯文亂賊이다 하는 얼투당투 안한 도리를 부치는 것이 엇지해서 도덕이란 말슴이신지 둔재인 後生으로는 도모지 알 수가 업슴니다...』 선생은 머리를 홰홰 내두르면서 『여보게 도모지 말말게! 창피해 못견대겟네! 나는 그때 그것이 올은 일인줄 알고서 한 짓인데 君의 말을 들으면 그럴 뜻도 하이.』 『그리고 선생님! (假明人 두상에 一棒할 것을 필자 자기 두상에 먼저 一棒하라) 그런 문구가 잇는데요. 선생님이 오늘날 천당에 와서도 그 때 그것이 잘못된 줄 모르신다면 저는 황송한 말슴이오나 필자 두상의 먼저 일봉하라신 그 일봉을 선생님 두상에 일봉하섯스면 조켓다고 생각함니다.』 선생은 눈을 번쩍 뜨고 입을 딱 벌려 한번 너털 우숨을 껄껄 웃으면서 『허허허허... 그것이야 나의 無定見한 所致이지... 그러기에 여긔 와서도 하나님께 걱정을 만이 들어서-인저 글세 나의 잘못된 것은 이제와서 다 깨달엇슨즉 넘우 窮迫하지 말어- 글세 이 사람아 모처름 맛낫스니 무엇 나에게 위로될 말은 한 마듸도 안해주고 남을 온통 모라세기만해...』 『녜- 과연 잘못햇습니다. 선생님이 한번 떠나신 후에는 서울 종로 네거리에 남바위 쓰고 그 우에 모자 쓰고 행전치고 놉드란 나묵신 신은 노인이 업서저서 만화 그리는 화가들이 만화ㅅ재료가 업서젓다고 걱정덜이야요.』 『엑-기 사람! 실업신 사람가트니...아-참 그사람들 죽은 뒤에 그 야단들 하지 말고 나 살아서 몸이나 좀 편하게 해줄 것이지...내가 죽을 적에는 OO업서서 XXXXXXX이가 해다준 방석을 깔고 죽엇스니 그런 팔자가 어대 잇소?』 선생은 얼굴에 悲悵한 빗을 띄우고 벌벌벌벌 떨리는 소리로 이런 말슴을 한다. 나는 엇지나 칙은하고 애석한지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쏘다진다. 소리를 내서 우럿다. 누구인지 내 등을 직은직은 하면서 『원! 엇잔 잠을 이런데서 자고 잇늬? 너-뭬? 스러워서 이러케 슬ㅅ게 우늬?』 하는 소리에 놀라서 머리를 번쩍 들고 보니 나의 숙모의 목소리엿다. 그만 책상에 업대린 채로 醉夢세계를 漫遊한 것이엿다.(끗)〈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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