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요선(次堯仙) 병서 2수 |
요선이 중홍정(中紅亭) 감흥(感興) 두 절구를 남겼는데 시사(詩思)가 침울한 곳도 있고 청묘한 곳도 있고 환현(幻現) 영롱한 곳도 있어 비록 삼매의 정화로도 이보다 나을 수는 없다. 북녘 땅이 천황(天荒)을 개척하기는 윤 시중(尹侍中)으로부터 비롯되어서 비록 홍말수박(紅抹繡帕)의 신기한 기예가 여기저기 서로 바라볼 만큼 많았으나 시사(詩思)와 문정(文情)이 하늘 밖에 뛰어난 자는 듣지 못했다. 이는 건곤(乾坤)의 맑은 기운이 남북의 구분이 없으나 특히 사람이 원앙(鴛鴦)의 수를 파하고 금침(金針)을 받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부질없이 그 두 시를 씀과 동시에 그 대인에게 부치기를 요하노니 기계(杞溪)의 문정에 부치도록 했는데 갑자기 이 문성(文星)이 와서 비친 것은 그야말로 무슨 상서일까. 이 땅 사람이 만약 이 한 지경을 깨닫는 이가 있다면 문앞의 큰길이 푸른 하늘과 같을 것이다.
이러한 좋은 시는 한 치의 마음속에 / 如此好詩方寸內
흥을 만난 촉발이라 다시 더할 나위 없네 / 遇興觸發更無加
심상한 격식 따윈 도리어 촌스러워 / 尋常格式還村氣
자연 운치 유통해야 그게 바로 대가라네 / 天韻流通便大家
건곤의 맑은 기운 뉘라서 안 받으리 / 乾坤淸氣人皆得
남쪽 북쪽 어디엔들 더하고 덜했는가 / 南北何曾有減加
다만 저 하고 한 문외의 사람들이 / 只是紛紛門外客
침선에 희미하여 집 못 찾은 탓이겠지 / 摠迷針線不知家
[주D-001]원앙의……일 : 비법을 전수받는 데 쓰인 말임. 《계화총담(桂花叢談)》에 "정간(鄭侃)의 딸 채랑(采娘)이 칠석날 저녁에 향연(香筵)을 베풀고 직녀에게 기도하기를 '원컨대 교(巧)를 빌려주소서.'하자, 직녀가 길이가 한 치 남짓한 금바늘을 주면서 '종이 위에 꽂아 치마끈 속에 두고 사흘 동안 말을 말면 너는 마땅히 기교해질 것이다.'고 하였다." 하였음. 원호문(元好問)의 논시절구(論詩絶句)에 "鴛鴦繡出從君看 莫把金針度與人"이라 하였음.
[주D-002]침선 : 금침수선(金針繡線)의 약칭임.
[주D-002]침선 : 금침수선(金針繡線)의 약칭임.
'▒ 완당김정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 시조 박영자에게 보이다[示全詩祖朴榮滋] -완당 김정희- (0) | 2007.03.14 |
---|---|
요선의 동정 운에 화하다[和堯仙東井韻] 2수 -완당 김정희- (0) | 2007.03.14 |
토성의 촌거에 기제하다[寄題土成村居] -완당 김정희- (0) | 2007.03.14 |
단양(端陽) -완당 김정희- (0) | 2007.03.14 |
풍납의 수중 운에 희보하다[戲步豐衲袖中韻] -완당 김정희- (0) | 2007.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