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놓은 듯이 오래 막혔으니 선미(禪味)와 세취(世趣)가 길고 짧은 것을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나은지요. 단지 마음속엔 흰 구름만 일삼을 따름이지 강상의 내음 나는 티끌에는 생각이 미칠 까닭이 없겠지요. 속인은 매양 옛날의 상상을 선뜻 끊어버리지 못하니 그 끌리고 얽히는 것은 가증스럽기도 하지만 이와 같이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신세라오. 지난날 청탁한 칠불(七佛)의 편서(扁書)는 상기도 요량에 들어오지 못했으며 조사(祖師)의 상본(像本)은 이제 겨우 이모(移摹)하기로 하니 모(摹)가 완성되는 대로 의당 부송(付送)하겠으나, 만일 대은(大隱)이 몸소 와서 가져 간다면 또 다른 건(件)의 좋은 일이 있으니 시험삼아 계획해 보도록 하여 주게. 사배(師輩)들은 마음과 생각이 늘 서천(西天)에 있으면서도 마침내 서천이 여기 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 곁으로 구하며 밖으로 찾고, 남으로 헤매며 북으로 달리니, 진실로 한탄스러운 일이로세. 두 자루 부채를 부쳐 보내며, 병침(病枕)에 간신히 적으오. 불식(不式). | ||
'▒ 완당김정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의에게 주다[與草衣][6] (0) | 2007.03.09 |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5] (0) | 2007.03.09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3] (0) | 2007.03.09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2] (0) | 2007.03.09 |
초의에게 주다[與草衣][1] (0) | 2007.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