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소식 ▒

차차세대(次次世代) 정보매체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DVD보다 300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홀로그래피 디스크

천하한량 2007. 3. 8. 15:57

홀로그래피 디스크

 

차차세대(次次世代) 정보매체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DVD보다 300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홀로그래피 디스크(holography disc)다. 최근 미국의 두 회사가 제품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과연 홀로그래피는 차차세대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까. 또 누가 홀로그래피의 승자가 될까.

 

◆입체영상 만드는 원리 이용=CD나 DVD,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블루레이디스크나 HD-DVD까지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디스크 표면에 레이저로 저장하고자 하는 정보에 따라 미세한 홈을 만든다. 여기에 다시 레이저 광선을 비추면 홈에서 반사된 빛과 그냥 평면에서 반사되는 빛이 다르게 된다. 따라서 반사된 레이저 빛을 해독하면 기록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홀로그래피 디스크는 전혀 다른 원리다. 이른바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한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무늬가 생겨난다. 물결들은 서로 겹쳐지면서 새로운 골과 마루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간섭무늬다. 빛이나 전파, 레이저 광선처럼 물결처럼 퍼져가는 파동(波動)은 모두 간섭무늬를 만든다.

간섭무늬를 이용하면 사물의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일반 사진은 빛이 사물에서 반사돼 나올 때의 세기를 기록해 밝고 어두운 정도를 알아낸다. 간섭무늬에는 이런 빛의 세기 뿐 아니라 입체감을 알 수 있는 파동의 골과 마루에 대한 정보까지 담겨있다. SF영화에서 허공에 사람 모양이 나타나는 것이나 카드나 지폐에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그림들은 모두 홀로그래피가 만든 영상 홀로그램(hologram)이다.

홀로그래피 디스크를 만들 때는 두 개의 레이저가 필요하다. 정보를 담은 레이저와 여기에 겹쳐지는 참조 레이저다. 두 레이저가 겹치면 밝고 어두운 바둑판모양의 간섭무늬가 만들어진다. 디스크에는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고분자 물질이 발라져 있다. 간섭무늬가 디스크에 닿으면 고분자 물질이 서로 연결돼 해당 정보가 저장된다.

정보를 재생할 때는 정보를 만들 때와 같은 각도로 참조 레이저 광선을 디스크에 비추면 된다. 참조 레이저는 간섭무늬에 따라 서로 연결된 고분자 물질에 닿으면서 방향이 바뀌어 원래 정보를 담은 레이저로 변한다.



◆DVD 300장이 한 곳에=홀로그래피 디스크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한 지점에 서로 다른 정보를 함께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DVD는 한 곳에 하나의 정보밖에 기록할 수 없다. 반면 홀로그래피 디스크에는 레이저의 각도에 따라 한 곳에도 수많은 다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일단 한 각도로 쏜 레이저에 의해 고분자물질들이 연결된다. 여기에 다른 각도의 레이저를 쏘면 또다른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정보를 읽을 때는 한 각도로 레이저를 쏘기 때문에 다른 각도의 레이저에 의해 생성된 고분자 물질들의 고리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즉 정보들이 엉킬 염려가 없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홀로그램처럼 레이저를 쏘는 각도에 따라 한 곳에 수많은 정보를 담고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홀로그래피를 정보저장매체에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이미 40년 전 폴라로이드사 연구소에서 나왔다. 하지만 간섭무늬에 따라 반응하는 적당한 고분자 물질을 찾지 못해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미국의 인페이즈 테크놀러지스(InPhase Techologies)사와 DCE 에이프릴리스(Aprilis)사다.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벨 연구소에서 분사한 인페이즈사는 몇개월내 최초의 홀로그래피 디스크를 선보일 예정이며, 다우코닝이 인수한 에이프릴리스는 몇년 더 지나 훨씬 진보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인페이즈사의 첫 홀로그래피 디스크는 블루레이의 12배나 되는 300기가바이트(1기가바이트는 10억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DVD와 비교화면 60배나 된다. 회사는 저장용량을 계속 늘려 몇년안에 1.6테라바이트(1테라바이트는 1조바이트), 즉 DVD의 300배나 되는 저장용량을 갖춘 제품까지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재생 속도 떨어지는 흠=그렇다면 언제쯤 홀로그래피 디스크에 담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정보 기록과 재생 원리는 같다. 그러나 레이저 빛에 반응하는 물질이 서로 다르다. 인페이즈사가 사용한 고분자 물질은 에이프릴리스보다 더 강한 빛에 반응한다. 때문에 정보기록과 재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페이즈가 서둘러 제품을 내놓는 것도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페이즈사의 홀로그래피 디스크는 한 지점에 수백개의 간섭무늬를 저장하고 있어 재생할 때도 수백개의 서로 다른 각도로 레이저를 쏘아야 한다. 게다가 강한 빛을 쏘아야 정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디스크는 한 지점에서 거의 멈춘 상태로 있게 된다. 반면 에이프릴리스가 내놓을 제품은 그보다 약한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를 읽는 속도가 빠르다. 여기선 지금처럼 디스크가 돌 수 있다. 따라서 두 회사의 디스크는 같은 플레이어에서 작동할 수 없다. 어느 한 방식이 승리하지 않으면 소비자로선 선뜻 사기가 어렵다.

개인이 디스크에 정보를 새로 저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플레이어에서는 하나의 레이저만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정보를 기록하려면 레이저가 두 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플레이어에서 정보기록과 재생 때 서로 다른 레이저를 쓰게 하면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 때문에 차차세대 저장매체는 블루레이나 HD-DVD에 사용하는 레이저의 초점거리를 훨씬 줄인 근접장기록(NFR)방식이나 수퍼렌즈, 또는 여러 층에 정보를 저장하는 다층기록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병원, 방송사처럼 매일매일 엄청난 정보가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홀로그래피 디스크의 엄청난 저장용량이 빛을 볼 수 있다. 인페이즈사가 서둘러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 시장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정보기록이 다소 불편해도 한 장의 디스크에 기존 DVD 300장을 저장할 수 있다면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에이프릴리스사는 저장용량이 떨어져도 정보재생 속도를 높여 소비자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국내서도 개발 중=국내에서는 산업자원부의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 프로젝트에서 대우일렉이 홀로그래피 디스크를 개발하고 있다. 대우일렉은 에이프릴리스로부터 디스크에 바르는 고분자 물질을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연구소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분자 물질 외에 레이저 발생장치나 구동장치는 이미 우리가 기술을 갖고 있는 상태다.
 

Keyword

홀로그래피(holography)=입체영상술. 일반 사진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센 곳은 밝고, 약한 곳은 어둡게 표시해 2차원 영상을 표시한다. 반면 홀로그래피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에 다른 각도의 빛을 겹치게 해 간섭무늬를 만듦으로써 빛의 세기뿐 아니라 빛을 이루는 파동의 골과 마루까지 기록한다. 이때문에 눈으로 볼 때나 다름없는 3차원 상을 재현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로 만든 3차원 영상을 홀로그램(hologram)이라 한다.

 

출처 :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