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변(理文辨) |
성인의 마음은 흔연히 한 이치라[聖人之心 渾然一理]고 하였는데, 이뜻이 가장 이회(理會)하기 어려우니 학문이 얕은 사람으로서는 가벼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의당 먼저 이(理) 자의 뜻이 무엇인가를 결정한 다음에야 확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공맹(孔孟) 이래 이(理) 자를 말해온 것은 오직 문리(文理)·조리(條理)·의리(義理) 등 두어 가지 말뿐이었다. 그런데 주자(朱子)도 이르기를,
"이(理)란 정의(情意)로 헤아리거나 조작하는 것이 없고 다만 정결하고 공활한 세계로서 아무런 형적도 없으며 그것은 도리어 조작을 알지 못한다."
하였으니, 만일 이 훈(訓)으로 본다면 성인의 마음을 이(理)로 궁구하여 증명하는 데 있어 어찌 말하기 어렵고 알기도 어렵지 않겠는가.또 혹은 이(理) 자에 다른 훈이 있어 혹은 천(天)이라 하고 혹은 성(性)이라 하기도 하는데, 천과 성의 뜻은 또 서로 장애가 되어 알기 어려우니, 이 때문에 이 말이 지극히 이회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주(傳注) 가운데 있는 것을 가지고 망녕되이 끌어다가 함부로 말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니 삼가촌(三家村) 안에서 고두강장(高頭講章)을 강(講)하는 동홍 선생(冬烘先生)이 초동목수(樵童牧豎)들을 위하여 도도평장(都都平丈)을 말하는 데에 있어 모두 전주(傳注)에 나오는 주자의 말 아닌 것이 없지만, 그가 어떻게 심성 이기(心性理氣)가 무슨 말인 줄을 알겠는가. 그러므로 동홍 선생을 일러 주자(朱子)를 팔아먹는다고 하는 것이니, 지금 망녕되이 끌어대는 것 또한 하나의 주자를 팔아먹는 행위이다. 이것은 또 주자의 이른바,
는 것과 불행히도 근사한 것이다.
[주D-001]고두강장(高頭講章) : 경서(經書) 정문(正文) 상단(上端)의 공백처(空白處)에 기재되어 있는 강해(講解)의 문자를 이른 말이다.
[주D-002]동홍 선생(冬烘先生) : 명석(明晳)하지 못하고 흐리터분한 촌학구(村學究) 즉 몽학 선생을 이른 말이다.
[주D-003]도도평장(都都平丈) : 옛날 삼가 촌락(三家村落)의 몽학 선생이 아동에게《논어(論語)》를 가르치면서 '욱욱호문(郁郁乎文)'을 잘못 알고 '도도평장'으로 가르쳤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문자를 변변히 모르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4]이는……아니다 : 송(宋) 나라 때 주자(朱子)의 학우인 오집(吳楫)이 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명한 사대부들이 불학(佛學)을 인해서 견성(見性)한 다음에야, 공자(孔子)에게 과연 부전(不傳)의 묘가 있음을 알게 되니,《논어(論語)》의 글은 구이(口耳)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한 데 대하여 주자의 답서에서 "《논어》가 본디 구이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 사이에 절로 공부할 곳이 있어 불(佛)을 배우지 않고도 알 수가 있다. 만 꼭 불을 배운 다음에야 알게 된다면 이른바《논어》라는 것이 불씨(佛氏)의《논어》이지, 공씨(孔氏)의《논어》가 아닌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朱子大全 卷四十三》
[주D-002]동홍 선생(冬烘先生) : 명석(明晳)하지 못하고 흐리터분한 촌학구(村學究) 즉 몽학 선생을 이른 말이다.
[주D-003]도도평장(都都平丈) : 옛날 삼가 촌락(三家村落)의 몽학 선생이 아동에게《논어(論語)》를 가르치면서 '욱욱호문(郁郁乎文)'을 잘못 알고 '도도평장'으로 가르쳤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문자를 변변히 모르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4]이는……아니다 : 송(宋) 나라 때 주자(朱子)의 학우인 오집(吳楫)이 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명한 사대부들이 불학(佛學)을 인해서 견성(見性)한 다음에야, 공자(孔子)에게 과연 부전(不傳)의 묘가 있음을 알게 되니,《논어(論語)》의 글은 구이(口耳)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한 데 대하여 주자의 답서에서 "《논어》가 본디 구이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 사이에 절로 공부할 곳이 있어 불(佛)을 배우지 않고도 알 수가 있다. 만 꼭 불을 배운 다음에야 알게 된다면 이른바《논어》라는 것이 불씨(佛氏)의《논어》이지, 공씨(孔氏)의《논어》가 아닌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朱子大全 卷四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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