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헌례설(壹獻禮說) |
혹자가 묻기를
"사관례(士冠禮)에 '이에 일헌의 예로써 빈에게 예를 한다.[乃醴賓以壹獻之禮]' 하였으니, 이것으로 일헌의 예를 분명하게 말한 것이 되었는데, 그 주(注)에 '연에 나아가서 아헌이 없다.[卽燕無亞獻]'고 한 것은 또 무슨 뜻인가?"하므로,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바이다.
"일헌의 예에 대하여 그 주에서 '일헌이란 주인(主人)이 빈(賓)에게 한 번 드리는 것이다.' 하였고, 또 '사례는 일헌으로 한다.[士禮壹獻]'는 구절의 소(疏)에는 '사례는 일헌으로 한다는 것은 바로 사관례(士冠禮) 및 혼례(婚禮)·향음주례(鄕飮酒禮)·향사례(鄕射禮)에서 모두 일헌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으니, 이 주와 소의 말을 참고해서 본다면 알기가 어렵지 않을 듯하다. 대체로 주문(注文)은 예스럽고 심오하며, 소설(疏說)은 너무나 호번한데, 우리들의 글 읽는 것이 자못 거칠어서 다만 세심히 보지 못했을 뿐이다.
대체로 일헌이란 사례(士禮)이다. 관례(冠禮)·혼례(婚禮)·향음주례(鄕飮酒禮)·향사례(鄕射禮)·연례(燕禮)를 모두 사례로 하는 것은 바로 향음주례와 향사례는 대부(大夫)가 사(士)와 더불어 행하는 예이고, 연례와 대사례(大射禮)는 임금이 신하와 더불어 행하는 예인데, 이때에 선재(膳宰)가 주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 사례를 사용한다. 그리고 또 주에 '경대부는 삼헌으로 한다. [卿大夫三獻]' 하였는데, 대부가 삼헌으로 하는 예만 지금 유독 전하지 않고 있으나, 일헌으로 하는 것이 사례임은 분명한 것이다.대체로 주인이 빈에게 올리는 것을 헌(獻)이라 하고, 빈이 주인에게 보답하는 것을 작(酢)이라 하며, 주인이 먼저 마시고 빈에게 권하는 것을 수(酬)라고 하는 것이니, 헌으로부터 수에 이르러 헌례(獻禮)가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향음주례·향사례·연례 세 가지를 가지고 상고한다면 '주인이 앉아 광주리에서 술잔을 취한다.[主人坐取爵于篚]'에서부터 '빈이 서계 위에서 답으로 재배한다.[賓西階上答再拜]'까지가 이것이 곧 일헌의 의주(儀注)인 것이다. 그래서 향음주례·향사례·연례 세 가지가 의식은 서로 같으면서 글만 각각 조금씩 다른데, 지금 사관례의 빈에게 예하는 일헌례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주에 이른바 '빈에게만 드릴 뿐이고, 연에 나아가서는 아헌이 없다.[獻賓而已 卽燕無亞獻者]'라는 데서의 즉연(卽燕)의 연(燕) 자는 연례(燕禮)의 연 자가 아니고, 바로 일헌을 한 뒤에 곧 여수(旅酬)를 행하는 것을 말한 것이니, 소에서 '향음주례에는 연이 없다.[鄕飮酒未有燕]'고 말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혼례(士昏禮)에 '구고가 함께 일헌의 예로 며느리에게 향례하고…… 권한 술잔을 자리에 놓는다.[舅姑共饗婦以壹獻之禮……奠酬]' 한 데 대하여 그 주에는 '무릇 권해 받은 술잔을 모두 자리의 왼쪽에 놓고 들지 않으며, 그 연(燕) 때에는 곧 다시 사람을 시켜 그 술잔을 들게 하는 것이다.' 하였는데, 그 소에는 '상고하건대, 연례(燕禮)의 헌수(獻酬)가 끝나면 별도로 다른 사람이 여수(旅酬)를 거행하는 것을 이른다.'고 하였으니, 소에서는 대체로 잘못 연례에서 여수를 거행하는 것만 연(燕)으로 보았고, 향음주례의 여수에서 술잔의 수를 헤아리지 않고 마시는 것 또한 연(燕)이라는 것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사혼례에 이른바 향부(饗婦)는 바로 향례(饗禮)이니, 혹 향례를 마친 뒤에 또한 연(燕)을 거행하였던가?
또 사관례의 '일헌의 예로써 빈에게 예를 한다.'의 주에 이르기를 '특생궤식례(特牲饋食禮)와 소뢰궤식례(少牢饋食禮)에서 시(尸)에게 드리는 예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그런 유이다.' 하였는데, 이 주에서 말한 시(尸) 자는 아마도 빈(賓) 자의 오류인 듯하다. 그런데 소에서는 또 잘못된 주를 그대로 따라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대체로 시(尸)에게 드릴 경우에는 주인(主人)·주부(主婦)·빈(賓)이 함께 삼헌(三獻)을 하는 것이요 일헌이 아니다. 오직 제사를 마치고 빈에게 드릴 때만이 일헌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시(尸) 자가 빈(賓) 자의 오류임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시경(詩經)》 소아(小雅) 호엽(瓠葉)이 바로 일헌례시(壹獻禮詩)인 듯하다. 즉 '손님께 술잔 드리오. 주인님께 술잔 드리오. 손님께 다시 술잔 권합니다.[酌言獻之 酌言酢之 酌言酬之]' 하였는데, 헌(獻)·작(酢)·수(酬)의 예를 이룸으로써 일헌이 되는 것이니, 이것이 또한 일헌에 대한 한 가지 증거가 될 만하다.
유사철(有司徹)에서 삼헌을 하고 향음주(鄕飮酒)에서 일헌을 하는 것은 바로 사(士)와 대부(大夫)의 구별인데, 특생궤식(特牲饋食)에서 시(尸)에게 삼헌을 드리는 것은 이것이 사례(士禮)이기는 하나 제사[祭]이기에 더 성대히 하기 위한 때문인가?
[주C-001]일헌례설(壹獻禮說) : 《의례(儀禮)》사관례(士冠禮)에 나오는 일헌지례(壹獻之禮)를 논변한 것인데, 이 내용을 하나하나 다 주석할 수 없으니, 자세한 것은《의례》의 사관례 또는 사혼례(士昏禮) 등의 편에서 참고하기 바람.
[주D-001]이에……한다 : 《의례(儀禮)》 사관례 소(士冠禮疏)에 의하면, '예(醴)' 자도 의당 '예(禮)' 자와 같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주D-002]여수(旅酬) : 의식(儀式)이 끝난 뒤에 그 의식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술잔을 서로 돌려가며 마시는 예를 말한다.
[주D-003]유사철(有司徹) : 《의례》의 편명인데, 내용은 곧 대부(大夫)가 제사를 마치고 나서 시(尸)를 당(堂)에서 대접하는 예이다.
[주D-001]이에……한다 : 《의례(儀禮)》 사관례 소(士冠禮疏)에 의하면, '예(醴)' 자도 의당 '예(禮)' 자와 같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주D-002]여수(旅酬) : 의식(儀式)이 끝난 뒤에 그 의식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술잔을 서로 돌려가며 마시는 예를 말한다.
[주D-003]유사철(有司徹) : 《의례》의 편명인데, 내용은 곧 대부(大夫)가 제사를 마치고 나서 시(尸)를 당(堂)에서 대접하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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