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어대부(觀魚臺賦)
김종직(金宗直)
병술년 7월에 이시애(李施愛)가 모반(謀反)하여, 내가 절도사(節度使)의 명을 받고 군사를 검열하려 영해부(寧海府)에 이르렀다. 군병이 아직 안모였기로 교수(敎授) 임유성(林惟性), 진사(進士) 박치강(朴致康)과 함께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옛집을 찾아보고, 인하여 관어대(觀魚臺)에 놀았다. 이날에 바람이 자고 물결이 고요하여 뭇 고기들이 벼랑밑에 헤엄쳐 놂이 역력히 굽어보이기로, 드디어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소부(小賦)를 화운(和韻)하여 이자(二子)에게 주었다.
옥장에서 병부를 엄숙히 받자와 / 肅承符于玉帳兮
동녘으로 해변 끝까지 왔네 / 東將窮乎海涯
우격이 한창 빗발치듯 하는 때 / 紛羽檄之交午兮
내 어찌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이 있으리 / 余安能以恤他
혹시나 큰일에 계교를 그르쳐 / 懼壯事與老謀兮
헛되이 세월만 허비할까 두려워하네 / ?日月以消磨
예주 성에 와 잠깐 쉬다가 / ?禮州之??兮
전배의 옛집을 찾았더니 / 聊延?於前修之故家
그 옆에 한 대가 우뚝 솟아 / 有臺??于厥傍兮
적성의 새벽 노을 둘렀기로 / ?赤城之晨霞
두 객을 좇아 지점하니 / 從二客以指點兮
이 몸이 호연지기를 타고 이 높은 곳에 올라온 듯 / 恍不知身之憑灝氣而?玆地也
장자가 제 어찌 고기를 안다 자랑하리 / 蒙莊奚?於知魚
맹자가 어찌 감히 물을 본다하리 / 鄒孟敢稱於觀水
가파른 절벽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니 / 倚危?而遐?兮
아득한 운도는 몇 리가 되는고 / 渺雲濤其幾里
이윽고 회오리바람이 잦아 / 少焉?毋不翔
포구의 연기가 멀리 일어나니 / 鹽煙遙起
해면이 쓴 듯한데 풍경이 금시 달라진다 / 海市如掃光景?異
휘파람 길이 불고 밑을 굽어보니 / 劃長嘯以俯窺兮
고기떼들 발랄하게 멋대로 즐기는구나 / 群魚撥刺以悅志
무리를 짓고 떼를 지어 노니는 모양 / 蹇族?而隊游兮
가까운 근친에 비유할 바 아니로세 / 匪膚寸??之可擬
창파에 넘실거리며 입을 벌름대니 / 凌通波以??兮
그물을 친다 한들 이를 어쩌리 / 縱網?兮奚冀
어떤 놈은 지느러미를 휘두르며 비늘을 날치는 모양 / 或掉?而奮鱗兮
풍뢰에 변화하여 용이나 될 듯 / 吾恐風雷變化以通靈
솔가지를 더위잡고 긴 한숨 쉬노니 / 攀?枝而太息兮
저 고기들 다 편안히 잘 사는구나 / 感物類之咸寧
옛 성인이 나는 솔개와 아울러 비유한 / 竝鳶飛以取譬兮
그 지극한 이치 뉘라서 분명히 알꼬 / 孰聽瑩於至理
전에 배운 태극의 이 이치를 / 斯大極之參于前兮
마음에 새겨서 버리지 말자 / 矢佩服而勿棄
돌아보니 두 손은 우뚝히 서서 / 眷二客之脩騫兮
발돋우고 멀리 바라보누나 / 忽有得於瞻?
술상을 벌여놓고 잔을 서로 나누며 / 崇羽觴以相屬兮
원리 하나 예 있음을 깨달으면서 / 悟一本之在此
목옹에게 술 한 잔 따르고 이 노래를 읊으니 / ?牧翁而??辭兮
마치 해륙의 진미를 안주로 먹는 듯 / 若飽?於珍旨
서로 비추는 간담이 초월처럼 멀지 않으니 / 肝膽非楚越之遙兮
원컨댄 우리 함께 명성한 군자에게로 돌아가리라 / 願同歸於明誠之君子
[주D-001]장자(莊子)가 …… 안다 :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물가에서 물속에 고기가 노는 것을 보다가 장자가 “물고기가 매우 즐겁구나.” 하니, 혜자는, “자네가 물고기가 아니면서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였다. 장자는, “자네가 내가 아니면서 어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아는가.” 하였다.
[주D-002]옛 성인(聖人)이 …… 비유한 : 《시경》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닿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는 구절이 있는데, 《중용(中庸)》에서 이것을 인용하여 천지의 지극한 이치를 살필 수 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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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문집 제1권
부(賦)
관어대부(觀魚臺賦)
병술년 7월에 이시애(李施愛)가 모반하였으므로, 내가 절도사(節度使)의 명으로 군사를 모집하기 위하여 영해부(寧海府)에 갔다가, 군사를 모집하기 전에 교수(敎授) 임유성(林惟性), 진사(進士) 박치강(朴致康)과 함께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호)의 구가(舊家)를 방문하고 인하여 관어대(觀魚臺)에서 놀았다. 그런데 이 날 바람이 조용하고 물결이 잔잔하였으므로, 절벽 아래서 뭇 고기들이 헤엄쳐 노니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마침내 목은(牧隱)의 소부(小賦)에 화답하여 두 사람에게 끼쳐주는 바이다.
삼가 원수부로부터 부절을 받음이여 / 肅承符于玉帳兮
동쪽으로 바닷가에 이르렀노니 / 東將窮乎海涯
우격이 수다하게 왕래함이여 / 紛羽檄之交午兮
내 어찌 다른 일을 돌볼 수 있으랴 / 余安能以恤他
두려워라 장년의 일과 노후의 계획이 / 懼壯事與老謀兮
세월과 함께 헛되이 경과함이여 / ?日月以消磨
예주의 성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 ?禮州之??兮
애오라지 전현의 고가에 우두커니 서 있노라 / 聊延佇於前修之故家
관어대가 그 곁에 우뚝이 서 있으니 / 有臺??于厥傍兮
적성산의 새벽 놀이 가까웁도다 / ?赤城之晨霞
두 나그네를 따라 이 곳을 향했음이여 / 從二客以指點兮
황홀하여 몸이 호기를 의지해 여기에 온 줄도 모르겠네 / 恍不知身之憑灝氣而?玆地也
몽장은 어찌하여 고기를 안다고 자랑했으며/ 蒙莊奚?於知魚
추맹은 감히 물 관찰하는 것을 말하였던고/ 鄒孟敢稱於觀水
높은 섬돌 의지해 멀리 바라보노니 / 倚危?而遐?兮
아득한 구름 물결은 그 몇 리런고 / 渺雲濤其幾里
이윽고 회오리바람 불지 않으니 / 少焉?母不翔
소금 굽는 연기가 멀리 일어나고 / 鹽煙遙起
신기루도 쓸어버린 듯이 없어져 / 海市如掃
광경이 갑자기 달라지도다 / 光景?異
길이 휘파람 불며 내려다보니 / 劃長嘯以俯窺兮
뭇 고기들 발랄하게 즐거워하누나 / 群魚撥剌以悅志
아 무리들끼리 장난하고 헤엄침이여 / 蹇族?而隊游兮
약간씩 출몰하는 것과는 비교할 바 아니로다 / 匪膚寸??之可擬
넓은 파도를 헤치며 입을 벌름거려라 / 凌通派以??兮
그물 작살이 있더라도 어찌 잡기를 기대하랴 / 縱網?兮奚冀
혹은 지느러미를 흔들고 비늘을 뽐내어라 / 或掉?而奮鱗兮
나는 풍뢰의 변화로 신령을 통할까 염려하노라 / 吾恐風雷變化以通靈
소나무 가지를 부여잡고 크게 한숨지으며 / 攀?枝而太息兮
만물이 모두 편안한 것을 느끼도다 / 感物類之咸寧
솔개 나는 것과 아울러 비유를 취했으니/ 竝鳶飛以取譬兮
그 누가 지극한 이치에 의혹을 가지리오 / 孰聽瑩於至理
이는 태극의 진리가 앞에 나타남이니 / 斯太極之參于前兮
맹세코 깊이 간직해서 버리지 않으리라 / 矢佩服而勿棄
두 나그네의 소개해 줌을 힘입어 / 眷二客之脩騫兮
문득 우러러 사모함에 얻음이 있었네 / 忽有得於瞻?
술잔을 가득 채워서 서로 권하여라 / 崇羽觴以相屬兮
도의 근본이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네 / 悟一本之在此
목은옹께 술잔 올리고 좋은 가사 읊으니 / ?牧翁而詠?辭兮
마치 진기한 음식에 배가 부른 듯하구나 / 若飽?於珍旨
마음은 초월처럼 서로 멀지 않으니 / 肝膽非楚越之遙兮
명성하는 군자로 함께 돌아가기를 원하노라 / 願同歸於明誠之君子
[주D-001]목은(牧隱)의 소부(小賦) : 목은은 고려 말기의 유학자 이색(李穡)의 호인데, 그가 일찍이 관어대소부(觀魚臺小賦)를 지었었다. 《牧隱集 卷一》
[주D-002]우격 : 특히 전쟁시에 아주 급한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새의 깃을 꽂은 격문(檄文)을 말한다.
[주D-003]전현의 고가 : 이는 곧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옛 집을 가리키는데, 이곡은 바로 이색(李穡)의 아버지이다.
[주D-004]몽장은……자랑했으며 : 몽장은 몽 땅의 장주(莊周)를 이르는데, 장주가 일찍이 혜자(惠子)와 함께 호량(濠梁)의 위에서 노닐었는데, 그때 장주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조용히 나와서 노니니, 이것이 물고기의 낙(樂)이다.”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그대가 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고기의 낙을 안단 말인가.”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주D-005]추맹은……말하였던고 : 추맹은 추 나라의 맹자(孟子)를 이르는데, 맹자가 이르기를 “물을 관찰하는 데에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급한 여울을 보아야 한다.” 한 데서 온 말로, 즉 도(道)의 근본이 있음을 의미한 말이다. 《孟子 盡心上》
[주D-006]솔개 나는……취했으니 :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魚躍于淵]” 한 데서 온 말이다. 자사(子思)는 이 시를 《중용(中庸)》에서 인용하여, 만물을 생성(生成)하는 천지 자연의 조화가 위아래에 드러나는 광경으로 해석하였다. 《中庸 第十二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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