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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면 서연강설 거찬성사안축 밀직이곡 자대 전-이제현-

천하한량 2007. 2. 28. 20:14

걸면 서연강설 거찬성사안축 밀직이곡 자대 전(乞免書筵講說擧?成事安軸密直李穀自代箋)
             

                                                                  이제현(李齊賢)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공경과 예도에 극진해야만 인군(人君)은 능히 스승을 얻게 되고, 어질고 능한 이에게 사양해야만 신자(臣子)는 임금을 보필하는 것이 되옵니다. 신은 지난번 윤음을 받들어 오래 서연(書筵)을 모시게 되온바, 행동이 허소하여 족히 그른 점을 바루지 못하옵고 견문이 부족하여 정론을 취택할 수 없사오므로, 신이 오히려 부끄럽게 아옵는데 어느 뉘가 무시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하물며 백발은 소조하고, 눈에는 백내장이 덮혔으며, 귀는 허승(許丞)의 중청(重聽) 과 비슷하고, 팔목은 두자(杜子)의 편고(偏枯)와 같사온데, 헌지(軒?)를 그리어 상유(桑楡)의 저문 볕을 수습하지 못하오면 구학(溝壑)에 넘어져 송백(松柏)의 차가운 겨울을 보장하기 어렵사옵니다. 그윽이 보오니, 첨의찬성사(僉議贊成事) 안축(安軸)?밀직부사(密直副使) 이곡(李穀)은 맑고 굳건하여 꾸밈이 없사옵고, 단정하고 모나서 지킴이 있사옵니다. 결(缺) 학문은 동방에 드높고, 재명은 상국(上國)을 움직였사오니, 이 두 영재를 선택하여 어리석은 저를 대신케 한다면 돛자리를 겹으로 깔고 경서를 담론하여 문치(文治)를 숭상하는 교화를 돕게 될 것이오며, 문을 닫고 사무를 사절한다 해도 이 우로(優老)의 은전을 잊겠사옵니까.


[주D-001]중청(重聽) : 귀가 먹음. 한나라에 귀가 어두운[重聽] 하급 아전이 있었다. 그때에 정승 병길(丙吉)이 그를 면직시키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면서, “허승(許丞)은 아무리 중청(重聽)이라도 관청 안의 일을 잘 알 것이니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였다.
[주D-002]헌지(軒?) : 임금 있는 전각 앞의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