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寢迹衡門下 침적형문하 초라한 집에 몸을 의지하고
邈與世相絶 막여세상절 속세와 멀어 졌노라
顧盼莫誰知 고반막수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는 사람 없고
荊扉晝常閉 형비주상폐 늘 낮에도 싸립문 굳게 닫혔네
凄凄歲暮風 처처세모풍 겨울세찬 바람 쌀쌀히 불고
예예經日雪 예예경일설 계속 내리는 눈에 하늘도 어둡다
傾耳無希聲 경이무희성 귀를 기울여도 소리하나 없고
在目晧已결 재목호이결 끝 없이 희고 맑은 눈 뿐이네
겹氣侵襟수 겹기침검수 찬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고
簞瓢謝屢設 단표사누설 밥 그릇과 물 그릇도 마련하지 못하노라
蕭索空宇中 소삭공우중 쓸쓸하게 텅 빈 집 안에는
了無一可悅 요무일가열 아무런 기쁨도 찾을 길 없네
歷覽千載書 역람천재서 천년전의 책을 뒤지다 보니
時時見遺烈 시시견유열 뛰어난 위인들의 덕행을 알 수 있어
高操非所攀 고조비소반 높은 지조야 좆아 오를 수 있으나
深得固窮節 심득고궁절 고궁절 만은 나도 깊이 터득 했노라
平津苟不由 평진구불유 평진공 같이 못될 바에야
捿遲거爲拙 서지거위졸 은퇴한들 나쁘다 할 수 없으리
寄意一言外 기의일언외 말 못할 나의 심정 한이 없지만
玆契誰能別 자계수능별 오직 그대만은 알아 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