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이상재 ▒

신간회(新幹會) 창립 80주년 행사가 신문로와 태평로에서 각각 따로따로 열렸다

천하한량 2007. 2. 17. 00:39
▲ 항일독립운동가단체협의회 주최로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신간회 창립 80주년 기념식 및 민족공동체상 시상식'이 열렸다.
ⓒ2007 오마이뉴스 조호진
일제에 투쟁하기 위해 좌우가 연합해 만든 신간회(新幹會) 창립 80주년 행사가 신문로와 태평로에서 각각 따로따로 열렸다. 신문로 행사는 항일운동가 단체들이 주관한 기념식이었고, 태평로 행사는 보수신문의 대표주자인 <조선일보>가 주도한 창립총회였다.

신간회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원웅·이종찬·여철현·윤경빈·함세웅, 이하 신간회기념추진위)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신간회 창립 80주년 기념식 및 민족공동체상 시상식'을 열었다.

항일운동가 및 후손,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 경찰악대의 '독립군가' 연주로 시작된 이날 기념식은 김원웅(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장의 개회사, 김국주 광복회장, 윤경빈 한국민족운동단체협의회 상임의장,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원웅 회장은 개회사에서 "신간회가 선택하고 걷고자 했던 길은 80년이 지난 오늘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면서 "남북분단과 좌우분열을 극복해야 할 이 시점에 민족 앞에서 혼연히 하나로 단결했던 신간회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빈 상임의장은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남과 북으로 정권이 나뉘어져 있고 다시 지역적으로, 경제적으로 사분 오열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다시 80년 전의 신간회 정신을 살려 하나되는 조국, 강한 조국, 누구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조국을 위해 뜻과 힘을 모아 나가자"고 호소했다.

신간회기념추진위는 올해 제정한 2007년 민족공동체상 첫 수상자로 몽양 여운형 선생을 선정했다. 추진위는 "몽양 선생이 평생토록 혼선을 다해 이루려하신 이념과 좌우를 떠난 민족통합의 노력과 성과가 '민족공동체상' 제정취지에 가장 부합했다"며 "본 상을 7월 몽양 선생의 서거 60주기를 기념하며 개최하는 남북공동추모제 행사에 참석하는 북측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신간회기념추진위는 단채기념사업회를 비롯해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동암차이석선생기념사업회, (사)민족문학작가회의충북지회 홍명희문학제추진위원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사)민족문제연구소 등 1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과거 죄악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신간회를 이용해선 안돼"

 
▲ 신간회 강령을 낭독하고 있는 박규채 월남이상재선생기념사업회 재정위원장.
ⓒ2007 오마이뉴스 조호진
조선일보사, (사)방일영문화재단, (사)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등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타 19층에서 '신간회 기념사업회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를 주최했다.

항일운동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박규채 (탤런트) 월남장증정위원회 회장의 신간회 기본강령 강독, 김진현(전 과기부장관·서울시립대총장)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의 기념사, 김국주 광복회장과 김문순 조선일보사 발행인의 축사, 기념사업회 발기인 소개와 창립취지문 낭독, 임원선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2부에서는 신간회 창립8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열렸다.

김진현 회장은 기념사에서 "신간회의 우익은 오늘의 사이비 우익과 같이 부패하지 않았고 현실에 안주 하지 않았고 기회주의적이지 않았으며 신간회의 좌익은 오늘의 사이비 좌익과 같이 외부지령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았다"며 "오늘 이 땅에는 사이비 좌익, 사이비 우익들이 판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한 "좌우, 보수진보 논쟁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며 "경제 제1주의와 민중·민족 제1주의라는 극단의 독성을 이겨낸 진짜 우익과 진짜 좌익, 진짜 보수와 진짜 진보가 나올 때가 되었으며 진짜들은 합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간회기념사업회는 창립취지문을 통해 "일제강점하에서 민족의 생존과 문화적 지속, 정치적 독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민족진영과 공산진영이 일치단결했던 신간회운동 80주년을 기념하고 그 정신과 비전을 창조적으로 되살리고 이어가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창립한다"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전, 그리고 창조적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간회 기념사업회에는 김종인(민주당 의원) 김병로 전 대법원장 손자, 김재홍 만해학술원 원장, 김관태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부회장, 박재창 고당조만식선생기념사업회 상임위원장, 이달순 수원대 명예교수,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 이택휘 전 서울교대총장, 허근욱 허헌 선생의 딸, 홍기영 홍명희 선생 유족 등이 참여했다.

신간회의 정통성은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

▲ <조선일보>, (사)방일영문화재단, (사)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15일 프레스센타 19층에서 열린 신간회기념사업회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
ⓒ2007 오마이뉴스 조호진
항일운동가단체 주도의 신간회 기념행사와 보수신문 <조선일보> 주최의 신간회 창립총회 행사는 각기 따로 열렸지만 신간회 강령 낭독만은 같았다. 그렇다면 좌우연합의 모범을 보인 '신간회'의 정통성은 누가 이어 받은 걸까?

함세웅(신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몇 시간 후면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또 하나의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신간회 창립 당시의 조선일보와 지금의 조선일보는 명백히 그 실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신간회 강령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통합을 위해서는 일제와 독재에 부역했던 기회주의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함 이사장은 또한 "냉전시대의 논리로 사회통합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지연시키는 세력은 신간회 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으며, 과거의 죄악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신간회를 이용해선 안된다"면서 "민족과 역사 앞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진심으로 민족의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게 우리가 실천해야 할 신간회의 창립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형 전 여운형선생 비서는 이날 몽양 여운형 선생의 '민족공동체상' 수상에 대한 헌시 낭독에서 "60년 동안 선생은 잘못된 정권과 보수언론 때문에 빨갱이 공산당 폭도라는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써왔다"며 "일본군 첩자라도 우익이라는 우산 밑에 기어 들어가 '너는 빨갱이다'라는 말 한마디면 애국자로 둔갑했다,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한 것은 역대 정권과 보수언론"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신간회기념사업은 방응모 사장으로 시작된 <조선일보> 친일행위를 감추기 위한 역사 속이기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러 차례 자사 보도를 통해 "이상재 당시 조선일보 사장이 초대회장을, 안재홍 주필이 총무간사를 맡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사실상 신간회의 기관지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