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靑山)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명월(明月)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慾心)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
산은 옛산 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 색)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겨워 하노라 (원천석)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이 황)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춘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한손에 가시쥐고 또 한손에 막대들고
늙는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 탁)
청산은 내 뜻이오 녹수는 임의 뜻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가.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