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도 ‘온탕’된 美 플로리다 바다… ‘기후 대재앙’ 영화 아니다 [뉴스 투데이]
美언론 “전례 없어… 최고치 추정”
지구 온도 조절 ‘해류순환’ 약화
“이르면 2025년 붕괴” 경고 나와
초강력 폭풍·한파 등 부를 수도
“화석연료 사용 탓 온난화 가속”
전문가들 국제사회 대책 촉구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운 폭염과 해수 온도 등 지구 기후가 ‘뉴 익스트림’(새 극단현상)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다가올 대재앙의 전조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감돌 정도다.
뜨거운 바닷물에 6개월 만에 죽은 산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마이애미대학교가 지난 1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바닷속에 실험을 위해 심은 산호(왼쪽 사진)가 6개월 후인 7월 시멘트를 덮어쓴 것처럼 백화되어 죽어 있다. 과학자들은 플로리다 해수 온도가 장기간 뜨겁게 유지되며 이 같은 파괴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NOAA 제공 |
특히 이 기온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화씨로 환산하면 101.1도에 해당한다. 세 자릿수 숫자가 주는 강력한 충격으로 한창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사회가 더욱 술렁였다.
세계적으로 최고 해수 온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 언론은 이 온도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역대 최고치일 수 있다고 전했다. 마스터스는 “202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쿠웨이트만 한가운데서 측정된 섭씨 37.6도(화씨 99.7도)가 기존 역대 최고 수온 기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해수 온도가 단순히 폭염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공포를 키운다. 대서양의 해류 순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MOC)’가 약화하고 있으며 조만간 붕괴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는 연구가 이날 네이처지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살인적 폭염에 선풍기 등에 메고… 25일(현지시간)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 남성이 커다란 선풍기를 등에 짊어진 채 여성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부쿠레슈티=AP연합뉴스 |
다만, AMOC는 급속한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기 지구에서 기후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 자연현상 중 가장 붕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아오며 21세기 이후 줄곧 학계의 주시 대상이 됐다. 그런데 마침내 AMOC가 붕괴할 수 있는 구체적 시기까지 특정된 것이다.
AMOC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그린 영화의 소재가 된 바 있다. 바로 2004년 작인 ‘투모로우’(원제:The day after tomorrow). AMOC가 붕괴해 기후 순환이 멈추며 북반구 전역에 빙하기가 오는 내용이다.
페테르 디틀레우센은 “실제 AMOC 붕괴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영화에 등장하는 것만큼 끔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유럽의 기온이 떨어지고 열대 지방의 온난화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북미 동부 해안에 더 강력한 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가 겪고 있는 이런 위기가 ‘인재’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를 확인시켜 주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다국적 기후 연구자 모임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이달 들어 북미와 유럽, 중국에서 발생한 폭염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에 훨씬 더 악화했다는 연구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연구진은 10여 가지 기후 모델을 활용해 산업화로 지구에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의 예상 기온과 실제 이번 달의 기온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 기후변화가 아니었다면 중국이 최근 겪고 있는 수준의 폭염은 25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드문 일이었을 것이고, 미국과 멕시코, 남유럽이 이달 들어 겪고 있는 폭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가 화석연료 태우기를 신속히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은 훨씬 더 흔해질 것이고 세계는 훨씬 더 덥고 긴 폭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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