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구절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포저(浦渚) 조익(趙翼, 1579~1655)이 만년에 지은 〈계명잠(鷄鳴箴)〉의 일부입니다. 포저는 새벽닭이 울고 날이 채 밝기 전에 하루 일과의 시작을 준비하며 자기 수양과 학문에 대한 의지를 다잡기 위해 이 잠(箴)을 지어 자신을 경계하였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한 해의 포부를 담아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이행하기가 어려운 법이고 원대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목표일수록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와 곤란한 사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으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이번 달에 할 일을 다음 달로 미루다보면 금세 연말은 코앞에 다다릅니다. 초라하기 그지없고 성에 차지 않는 성과에 혹은 시도조차 못해본 일들에, 세월을 허비했다는 자책과 후회만 가득했던 것이 혹여 지난 해 연말의 경험은 아니었는지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의 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한 걸음 두 걸음 성실하게 나아가 결국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는 말입니다. 단기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성과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체되고 무의미한 것은 아닌지 조급해하지 않고, 평범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나가기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현재에 충실할 수 있어야만 하루를 알차게 채워나갈 수 있고 알찬 하루하루가 쌓여나가야 보람찬 한해가 될 수 있습니다. 벌써 2월입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안 된듯하지만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나 돌이켜보면 저 역시 어영부영 세월만 허비한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기왕의 일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주희는 ‘우성(偶成)’시에서 ‘못가 봄풀의 꿈을 채 깨기도 전에, 뜰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네.[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라고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처럼 한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이때에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잡고 힘을 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