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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질환 술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

천하한량 2018. 11. 27. 20:07

알코올 질환 술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
국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139만명 추정.. 성인 10명중 1명은 치료 필요

[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회사 내에서도 주당으로 손꼽히는 이(35)모씨는 평소 간 뿐 만아니라 건강에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취기가 오르는데다 술을 자주 마시는 만큼 간에 좋다는 영양제와 음식도 잘 챙겨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이씨는 간 수치가 높게 나타나 간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금주와 함께 보다 자세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씨는 연말을 앞두고 줄줄이 약속된 술자리를 떠올리며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이씨는 연말이 지난 후 다시 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정하고 한동안 술을 적당히 마시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자리가 늘어난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고 술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알코올 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송년회와 회식 등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때다. 특히 술자리만 가면 취할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거나 술에 취해 사건사고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알코올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 의존(내성과 금단증상)과 남용(내성과 금단증상 없으나 일상생활에 부적응 발생) 등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는 약 139만명으로 추정된다. 성인 10명 중 1명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알코올 사용장애라는 뜻이다. 2017년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총 4,809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숨진 셈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흡연, 비만보다 훨씬 높은 9조 4000억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남자 2명중 1명은 월 1회 폭음

그럼에도 음주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26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이 한달에 1회 이상 음주한 월간음주율은 62.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 2회 이상 한 자리에서 7잔 이상(여자 5잔)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14.2%로 지난해(13.8%)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남자 2명 중 1명(52.7%), 여자 4명 중 1명(25%)은 월 1회 이상 폭음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렇게 음주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치료를 받는 경우는 극히 적다는 데 있다. 실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 주요 17개 정신질환 중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12.2%)이 가장 높은 반면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률(12.1%)은 최저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질환임에도 가장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술로 인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관대한 음주문화로 인해 음주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결국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과음을 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나고 점차 술에 대한 조절능력이 저하되는 중독 상태가 된다”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나이,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나 알코올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의존 환자 자신의 병 부인하기도

특히 음주로 인해 신체적 질환이 나타나거나 가정, 직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술을 끊지 못하고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알코올 의존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그는 “일반적으로 병에 걸렸다고 하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게 당연하지만 알코올 의존 환자는 병을 부정하거나 자신의 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음주는 술을 마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취폭력, 음주운전 등 간접폐해가 존재하는 만큼 조기에 술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원장은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자신했던 사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는 자신의 음주 패턴을 돌이켜보고 술 문제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순용 (sylee@edaily.co.kr)